[이른 아침에] 이해찬 대표에게 바란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취임 행보 이승만 박정희 묘소 참배

기존 진영논리와는 다른 모습 보여

야당과 싸우는 대신 국민 행복하게

초심 끝까지 견지하는 대표 되기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인물평은 다양하다. 그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치밀하고 탁월한 기획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데 거의 일치한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두 번의 대선에서 모두 기획본부장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쉽지 않은 선거를 용의주도한 전술로 치러낸 냉철한 승부사였다.

반면 이해찬 대표의 인간적 면모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장관과 총리 시절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전투적 자세를 잃지 않았다. 훈계에 가까운 국회 답변도 마다하지 않았다. 날카롭게 생긴 외모와 함께 '버럭' '핏대'라는 별명이 어울려 보인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보수세력 궤멸' '20년 집권' 발언이 퍼지기도 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해찬 대표 당선 시 정치권 파열음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은 그 때문이다.

당선 후 이 대표의 행보는 그런 걱정을 조금은 덜어준다. '최고 수준의 협치'가 이 대표의 일성이었다. 취임 후 첫 공식행사로 국립서울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묘소를 패스하는 게 진보의 상징인 양 여겨왔던 진영논리와는 다른 행보이다. 그는 "이제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평화 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두 분에게도 예를 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경북 구미시청에서 열기도 했다. "민주당이 전국적 국민정당으로서 대구경북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역 요구에도 부응하기 위해 첫 번째로 찾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제를 살리는 데 좌우가 없고, 동서 구분도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전국적 국민정당'을 만들기 위한 이 대표의 과제는 본인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전히 적대 관계인 남과 북이 화해를 추구하는 시대이다. 정치의 상대를 궤멸시켜야 할 적으로 생각하는 이상 협치와 공존은 불가능하다.

"상대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버럭' 이미지에 대한 이 대표의 해명이다. '터무니없는 주장' 여부는 국민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여당 대표는 그런 주장까지 수렴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의 바람대로 보수 정치 세력은 궤멸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세력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궤멸시킬 수 없다. 이미 야당을 이기고 집권한 마당이다. 굳이 현재의 모든 문제가 과거 정권의 잘못 때문임을 부각시킬 필요도 없다. 과거 정권보다 잘하는 결과를 보여주면 되는 일이다.

"역대 가장 행복한 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에 대해 덕담을 했다고 한다. 재임 시절 정권 교체와 지방선거 압승을 이룬 추 전 대표이다. 가장 행복한 당 대표였음에 틀림없다. 이 대표는 다음 총선과 대선 승리를 이끌어내는 행복한 당 대표를 꿈꾸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이해찬 대표가 본인이 아닌 국민을 가장 행복하게 한 당 대표로 기억됐으면 한다. 정치의 세계에서 상대를 배려할 여유는 찾기 어려운 일이다. 상대를 괴물로 만들고 척결 대상으로 만들어야 손쉽게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싸우면서 싸움의 상대를 닮는다는 사실이다. 괴물과 싸우다 보니 어느새 괴물이 되어 있더라는 고백은 새로운 게 아니다. 상대와 싸우는 대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여당의 승부를 걸기 바란다.

민주당이 여당인 동안 국민이 행복하다면야 20년 집권이 대수겠는가. 이 대표의 초반 행보에 대해 의구심부터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초심을 끝까지 견지하면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 동과 서, 좌와 우 모두를 아우르는 여당 대표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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