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맛없는 정치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대표'비례성 보장하는 선거법 개정'
文대통령 지지 밝히고 협치 큰 걸음
한국당도 동의, 민주당 결단만 남아
국민에 다양한 맛 선택권 보장해야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협치내각'을 강조하더니 이번 달에는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제안했다. 사실상 야당 의원 빼가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협치내각으로부터 직접 야당과 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치의 방법을 바꾼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야 장관을 준다면 덥석 받겠지만 야당 의원들은 다음 선거를 의식할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관직으로 협치를 도모할 수는 없다.

여러 정당이 행정 책임을 공유하는 '연정'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정책 노선을 조율하고 업무 분장에 합의하는 등 사전에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가 많다. 이 과정을 진지하게 풀어내지 않으면 정치 야합으로 전락한다. 이 때문에 우리 정치 역사에서 연정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 어렵게 성사되어 힘들게 유지되었던 'DJP연합'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권력 분산이 시대적 요구로 등장했지만 우리 정치에서 권력을 공유한다는 것은 매우 생소하고 어려운 일이다.

'여야정 국정협의체'도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에서 대통령과 야당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우리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상태에서도 힘으로 법안을 밀어붙이고 국회의장의 중재도 여야 대립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 번번이 입증된다. 결국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직접 여야 정당의 대표들과 머리를 맞대고 정치적 협의를 진행하는 것뿐이다.

특히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5당 원내대표들에게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선거법 개정을 지지한다고 밝힘으로써 협치를 위한 과감한 행보를 내보였다. 힘센 정당에 의석수를 몰아주는 현행 선거법의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비판받아 왔는데, 불공정한 혜택을 받는 거대 정당의 저항 때문에 시정되지 못했다. 특히 지역구 중심의 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사업에 매몰되면서 정당의 정책 역량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다양성을 상실한 채 여야로 나뉘어 소모적 정쟁으로 치닫는 한국 정치는 정치의 본령에서 벗어난 기형이다. 정치의 목적은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들이 조화롭게 사는 데 있다. 이 점에 있어서는 동서양이 일치하는데, 다만 조화를 이해하는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일 따름이다. 서양에서는 조화(harmony)를 일차적으로 음악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반면 동양에서는 음식의 맛으로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동양 최초의 재상은 요리사 출신의 이윤(伊尹)이었다.

고대 중국의 은왕조를 세운 탕왕은 재상 이윤의 협력을 받아 하왕조를 멸망시키고 대륙을 통일했다. 당시 무력으로 전투에서 승리한 것은 탕왕이었지만 뭇 제후들에게 봉기의 정당성을 설득해낸 것은 이윤이었다. 그는 적당히 조화로운 맛있는 음식의 예를 들어 탕왕에게 왕도정치 사상을 설명했고 이를 토대로 제후들과 협력했다. 그 후 동양에서는 종종 좋은 정치가 맛있는 음식으로 설명되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쉽게 한 가지 맛으로 쏠렸기 때문에 공자는 '선능지미'(鮮能知味), 즉 맛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대표성과 비례성을 보장하는 선거법 개정에 대해서 마침내 자유한국당도 동의했다. 이제 남은 것은 더불어민주당뿐이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다수의 요구를 저버리는 것은 수구적 정치 행태일 따름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자성과 과감한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제 우리도 짠맛 일변도의 정치, 매운맛 일변도의 정치에서 벗어나 다양한 맛이 어우러지는 정치를 보고 싶다. 국민들에게는 정당 선택권을 보장하고 정책 전문가가 국회의원으로 선출될 수 있는 선거법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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