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협치와 공화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공화국 입법 과정은 협상 통해 도출
문재인 대통령 지난주 '협치' 뜻 밝혀
김병준 위원장도 여당 정책협력 약속
노선 다르지만 국민 위해 화합해야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내 협치의 뜻을 밝혔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1년 넘게 정국을 주도해 왔지만 이제 더 이상 개인기로는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고 실토한 셈이다. 미국의 법학자 브루스 애커먼(Bruce Ackerman)이 강조했듯이 민주정치는 국민의 지지와 더불어 제도적 절차가 뒷받침되어야만 작동하므로 국회의 협조 없이 안정적인 국정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은 여당에 개혁 입법을 요청했을 것이고, 여당은 이를 위해서는 야당 의원의 입각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을 것이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협치 내각'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야당의 반응은 협치보다는 연정이 좋다는 것이다. 일견 비슷한 말 같지만 협치에는 '룰'이 없다. '협치 내각'이라는 말 자체가 근원이 불분명하고 역사적 경험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무원칙한 권력 야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생소했던 '연정'을 주장했었는데,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는 연정도 문제가 된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행정권을 맡겼는데 이것을 자의적으로 나누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따지고 보면 삼권분립에 따라 행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입법에 앞장서는 것도 우리 정치의 모순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관습에 따라 국민은 대통령에게 개혁을 요구하고, 청와대 게시판에는 심지어 사법부의 문제까지 제기된다. 그리고 정작 입법을 책임지는 국회의원들은 본연의 책임은 뒷전으로 둔 채 '대통령 편들기'와 '대통령 비판하기'로 나뉘어 반목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치' 이전에 '공화'의 정신이 필요하다. 오늘날 현대국가가 표방하는 공화국(republic)의 어원은 라틴어 'Res Publica'에서 나왔는데, 국가는 사적 소유물이 아니라 공적인 것이라는 의미이다. 특정인이나 일부 세력이 독점할 수 없는 공공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근대 서양인들은 많은 피를 흘렸다. 한편 동양에서는 사마천의 <사기>에 '공화'(共和)라는 말이 처음 나오는데 그 의미가 심오하다.

춘추전국시대 주나라 왕이 백성들의 봉기에 의해 왕좌에서 쫓겨난 후에 소공과 주공이라는 두 명의 재상이 국가를 공동으로 통치했다. 이후 소공과 주공이 태자를 왕위에 올릴 때까지 공동 통치한 14년의 시기를 '공화'로 불렀다. 부자간에도 공유하지 못하는 것이 권력이라고 하는데 소공과 주공은 서로 화합하여 훌륭하게 국가를 운영했다. 과거 왕조시대에도 공화의 정신이 구현되었는데 현대국가에서 국회의 입법을 위하여 장관직을 나누어야만 한다면 큰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여소야대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에게는 엄격한 법집행의 책임만이 부여된다. 입법은 전적으로 국회의 몫이다. 입법을 위해서는 나만이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만 한다. 함께 현실을 진단하고 토론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며 협상을 통해 특정 집단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공화국의 입법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를 강조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호소는 타당하다.

홀로 열 걸음을 앞서가기보다 함께 한 걸음을 나아가겠다는 자세가 공화의 정신이다. 이것이 실종된 상태에서 서로 상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한국 정치의 실상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달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임된 김병준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와 만나 정책에 따른 협력을 약속했다. 서로 다른 노선을 견지하면서도 국민을 위해 화합하는 공화의 정치로 이 무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내야겠다.

약력: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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