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통일사유 오도하는 '통일의 노래'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단일민족 단일국가 존재 않는 현대

민족은 유기체 무조건 통일 메시지

통일 진짜 이유는 안전 자유로운 삶

올바른 정책 과정 심사숙고가 중요

 

남북한 간의 접촉과 교류가 빈번해지면 행사나 집회 등에서 통일을 기원하는 '통일의 노래'가 자주 합창된다. 원래의 곡명이 '우리의 소원'인 이 가요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꿈에도 소원은 통일/이 정성 다해서(이 목숨 바쳐서) 통일/통일을 이루자/이 나라 살리는 통일/이 겨레 살리는 통일/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이 가요는 민족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생각하고 민족국가만을 진정한 국가로 생각하는 초강(超强)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이 가요가 전하는 메시지는 "민족은 유기체이므로 단일민족인 우리 민족이 지금과 같이 두 개의 나라로 분단되어서는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없으며 현재의 분단국가는 제대로 된 국가가 아니다. 우리 민족이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려면 목숨 걸고 싸워서 하루속히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의 노래'가 전하는 이러한 메시지는 현대 세계의 정치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민족은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어야 생명을 유지하는 유기체가 결코 아니며, 지구에는 순수하게 하나의 민족만으로 형성된 민족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에는 복수의 민족 구성원들이 섞여서 살고 있으며, 모든 민족의 구성원들은 복수의 국가에 분산되어 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한민족을 단일 혈통으로 구성된 단일민족이라고 말하는 것도 과학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신화이다. 우리 한민족도 실제로는 여러 개의 혈통 단위들이 섞여서 형성된 민족이다.

이같이 볼 때, '통일의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메시지를 담은 그 가요는 그것을 부르거나 듣는 사람들의 통일에 관한 사유를 오도한다. '통일의 노래'는 통일에 관한 사유를 단일민족은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관념에만 집중하게 만들도록 오도했다. 그 오도의 대표적 결과는 남북한의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이벤트에서 '우리는 하나다'라는 허위 구호가 합창되는 모습이다.

남북한이 통일되어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두 나라의 주민이 단일민족이기 때문이거나, 분단국가로서는 완전한 국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단일민족이라 하여 복수의 국가를 만들지 못한다는 법은 없으며, 민족이 하나의 국가로 흡수되어 있지 못한다 하여 완전한 국가가 될 수 없는 것도 결코 아니다. 남북한이 통일되어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우리 한민족 구성원들이 보다 안전하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남북한이 통일만 되면 아무렇게나 통일이 되어도 우리 한민족 구성원들의 삶이 더욱 안전하고 자유롭고 풍요로워질 수 있을까? 단연코 그렇지 못할 것이다. 우선 공산화 통일이 되면 우리 민족 구성원들의 삶은 오늘날 북한 주민들의 삶과 같은 불안하고 부자유하고 빈궁한 노예적 삶이 될 것이다.

자유민주체제로 통일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되면 한민족 구성원들의 삶이 안전하고 자유롭고 풍요롭게 될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삶이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유민주체제로 통일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통일 과정에서부터 올바른 국방경제사회정책이 실천되어야 민족 구성원들의 안전하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이 비로소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에는 이처럼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 '통일의 노래'는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무조건 통일을 서두르자고만 선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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