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1950년 수학여행... 70년 가까이 된 걸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모국어 쓸 수 없고 일본어만 써야했던 때
80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말이냐 방구냐!

영천청통국민학교 6학년 학생들이 경주 불국사 앞에서 찍은 수학여행 단체사진. 윤두원 씨 제공 영천청통국민학교 6학년 학생들이 경주 불국사 앞에서 찍은 수학여행 단체사진. 윤두원 씨 제공

대구 동구에 살고 있는 윤두원(85) 씨가 열어준 69년 전 타임캡슐이다. 영천청통국민학교 6학년 학생들의 1박 2일 경주 수학여행 사진이다. 1950년 4월 13일의 기억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곳은 불국사 앞이다. 사진 중앙 지붕 사이로 다보탑의 일부가 보인다. 4월의 수학여행은 졸업 직전 학교의 마지막 공식행사였다. 당시에는 5월에 졸업식이 있었다.

윤 씨는 "일본식 학교 교육 제도가 남아있던 때였다. 지금은 3월에 새로운 학년이 시작하지만 당시에는 6월에 시작한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5월 8일에 졸업식을 했었다"고 당시를 되짚었다.

윤 씨의 기억에는 오랜 시간 걸었던 기억이 선하다. 버스가 무슨 말인가, 도로 인프라가 없던 때였다. 영천에서 기차를 타고 불국사역에서 내려 3km 정도를 걸어 불국사까지 갔다. 석굴암까지도 다들 걸었다. 토함산 등산이나 마찬가지였다.

100명 가까운 학생들의 수학여행 사진이지만 일부 학생의 얼굴에 세월이 진득하게 묻어있다. 국민학교 44학번이다. 1944년 학교에 들어간 이들은 8살 전후의 아이들이 아니었다. 외려 8살 전후의 아이들이 드물었다.

윤 씨 역시 10살에 입학을 했다. 간혹 15살에 입학하는 이들도 있었다. 여학생 수도 압도적으로 적다. 여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집이 흔했다. 윤 씨는 "그것도 여학생은 5·6학년 두 학년 학생들인데 31명, 남학생은 6학년만 68명이었다"고 기억했다.

'80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는, 이해하기 힘든 말이 최근 이슈가 됐다. 윤 씨는 76년 전을 정확히 기억했다. 일본말만 해야 했던 1944년의 학교생활, '보탄'대신 '단추'라는 말을 썼다고 교사에게 뺨을 맞았던 걸 어찌 잊겠는가.

해방되고 나서 조선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가갸거겨...'를 배우면서 집에서 쓰는 말을 글로 배울 수 있었다. 말은 우리말을 썼지만 우리글은 몰랐던 그때, 기억 못할 수가 없다.

 

※'타임캡슐'은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 역사가 있는 사진 등 소재에 제한이 없습니다. 사연이,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라면 어떤 사진이든 좋습니다. 짧은 사진 소개와 함께 사진(파일), 연락처를 본지 특집기획부(dokja@imaeil.com)로 보내주시면 채택해 지면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소개는 언제쯤, 어디쯤에서, 누군가가, 무얼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채택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사진 원본은 돌려드립니다. 문의=특집기획부 053)251-1580.

관련기사

AD

라이프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