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인 윤석열' 기정사실로…제1야당·제3지대, 누가 손 잡을까?

대구 방문 野 주자 굳히기…'제2 황교안' 우려 목소리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검찰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검찰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청와대와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입법 추진 움직임에 '항명성 사표'를 제출하면서 내달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3월 대선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윤 총장이 그간 차기 대선주자 선두권을 유지해온 인물인데다 문재인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표적 인물인 탓에 이번 일을 계기로 '정권 심판론' 프레임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이 '사퇴 카드'를 고려한 순간 정치인으로 변신할 각오까지 다진 것으로 본다. 그래서 그가 정계 입문을 하느냐 보다 어떤 식으로 정치에 뛰어들어 누구와 손잡고, 어떤 일정으로 대선 행보를 나서느냐 등 향후 시나리오가 관심사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총장이 여당의 입법 움직임에 공개 반대하고 사의를 표명한 자체가 이미 정치 행위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사퇴 전날에는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중수청 설치 추진을 맹비난한 것도 정치 행위"라면서 "대구 일정은 야권 대표주자 이미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윤 총장의 향후 정치 행보를 여러 갈래로 점친다. 그가 제1야당과 함께 할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과거 그랬듯 제3지대를 구축할지 당장 어떠한 윤곽도 드러나지 않은 탓이다. 다만 그가 같은 검찰 출신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반면교사로 삼아 전철을 밟지 않으려 할 것이라데 한목소리를 낸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윤 총장이 사의를 밝히자 곧바로 여당에서 '제2의 황교안이 되려 하느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지난해에도 윤 총장을 보수의 차기주자로 거론할 때면 정가에서는 '황교안을 한 번 겪어봤으면 됐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다"며 "윤 총장 스스로도 무엇을 해야 할 지 알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황 전 대표가 정계를 떠날 때까지 '여의도 문법'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총장이 같은 우를 범하지 않으려 최대한 빨리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가운데 야권 일각의 속내가 복잡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총장이 그동안 여권이 아닌 문재인 정권과 집권여당과 각을 세운 '야권의 대권주자 이미지'를 쌓아온 터라 기존 보수진영 잠룡 입장에서는 그가 본격적으로 입지를 다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등 보수정권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주역이 윤 전 총장이었다는 점도 보수 정치인 입장에서는 마냥 가까워지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리라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검증 공세를 얼마 견뎌내지 못하고 중도 탈락했던 전례도 보수 야권이 윤 총장에 일정 수준 거리두기를 하게 만들 것"이라며 "그간 윤 총장에게 제기된 의혹이 야권 전체를 발목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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