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복무 희망' 성전환 부사관 강제전역 결정…"복무 불가 사유"

육군 전역심사위 "성별 정정 신청과 무관한 결정"
당사자 변 하사 "내가 사랑하는 군에서 나라 지키는 군인 되고 싶어"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군 복무 도중 여성으로 전환 수술을 한 부사관이 강제 전역을 하게 됐다. 원치 않던 결과에 실망한 부사관은 얼굴을 공개하고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남성기 상실 따라 장애 등급 획득'… 강제 전역 결정

육군은 22일 변희수 하사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변 하사는 24일 0시 민간인이 된다.

변 하사는 창군 이후 최초로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도 '여군으로 복무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화제가 됐다.

육군,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변 하사는 앞서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 남군으로 임관해 경기 북부 한 부대에서 전차 조종수로 복무했다. 그는 그러나 복무 중 동료 군인 등에게 성 정체성 혼란을 토로하며 성전환 의사를 시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그는 지난해 휴가 기간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복귀했다. 휴가에 앞서 군 병원은 변 하사에게 "성전환 수술을 하면 장애 등급을 받아 군 복무를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장도 변 하사의 사정을 인지한 상태에서 휴가 중 해외 여행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후 복귀한 변 하사는 이후 군 병원에서 신체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거쳐 '심신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남성 성기를 상실한 군인은 군인사법 시행규칙 심신장애 등급표에 따라 장애 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다. 변 하사는 현재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하고자 관할 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육군은 22일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육군은 22일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연합뉴스

◆변 하사 "군, 성전환 군인 받아들일 준비 안 됐지만 군 인권 진보 중"

이날 군의 결정을 받아 든 변 하사와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회견 도중 변 하사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변 하사는 "혹독한 훈련을 거쳐 부사관으로 임관할 수 있게 됐을 때 오랜 꿈을 이뤄냈다는 것에 자신이 뿌듯했고 행복했다"면서 "꿈을 이루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국가를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남성 동료들과 합숙할 때의 불편과) 부사관 임명 과정, 실무과정도 이겨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불일치)로 인한 우울증이 심화해 군 복무를 못할 것이 두려웠다. 현역 부적합 판정을 받으라는 주위 권유를 힘겹게 거절하고 버텼지만 마음은 스스로 어쩔 수 없는 한계치에 도달했다. 결국 수도병원 정신과 진료를 거쳐 짐을 쌓아 두지 말고 해결하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변 하사는 "나를 포함해 군이 성전환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것 알고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군의 인권은 진보하고 있다"며 "내가 복무를 계속한다면 남성 용사들과 동고동락해 본 유일한 여군이 될 것이다. 나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시너지를 기대할 만하다. 나는 미약한 개인이겠으나 (군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도 전날 육군에 "남성기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심신장애라 판단하지 말라. 전역심사 기일을 법원의 성별 정정 결정 이후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육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예정대로 전역심사위를 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센터는 군의 반려 조치가 인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례하고 있다. 육군은 22일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례하고 있다. 육군은 22일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연합뉴스

◆'성전환 수술자 복무 규정 필요' 목소리

이번 사례를 계기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의 군 복무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전환 수술에 따른 '성기 상실'을 장애로 봐야 하느냐가 쟁점이다.

현재 국군은 여성성 지향이 강하거나 동성애 성향이 있는 사람을 성 주체성 장애로 분류해 입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현역 복무 중 이러한 성향을 보이는 장병은 '도움 및 배려 용사' 등으로 관리한다.

입대 전 성전환 수술로 남성 또는 여성이 된 사람은 군 면제 대상이며, 군 간부나 여군에 지원하더라도 '성기 상실'을 이유로 장애 등급을 받고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변 하사가 받은 장애 등급은 사실상 부상 등으로 성기를 잃은 사례를 고려해 만든 만큼, 성전환 수술자에게 똑같이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나다, 벨기에 등 20여 개 국가에서도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공식 허용한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변 하사는 법적인 성별 정정 절차를 밟고 있고, 수술 후 회복만 마치면 정상 복무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성전환자 현역에 관한 규정이 없다. 규정 신설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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