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패널 300명 첫 실험…시종일관 혼란스러운 분위기

100분간 알맹이 없는 답변이 대부분…패널간 고성 오가며 혼란스러운 모습도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행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소통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300명의 국민 패널이 100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 질문을 해야하는 구도 속에 진행되다보니 제대로된 질문도, 구체적인 대통령의 답변도 나오지 않은 '속빈 강정'에 가까운 행사였다.

이날 국민과의 대화는 오후 8시부터 MC 겸 가수 배철수 씨의 사회로 MBC 등에서 100분간 방송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종일관 혼란스러웠던 국민과의 대화

사전에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공개회의인 타운홀(town hall)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서 300명의 국민 패널은 즉석에서 발언권을 얻어 문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이 과정에서 질문 희망자들이 한꺼번에 손을 드는가하면 질문자가 질문을 오랜 시간동안했고 사회를 맡은 배철수 씨도 진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민패널들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 나타났다.

실제로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전날 방영된 한 방송에 나가 "나라면 이 행사 연출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탁 자문위원은 방송에서 "기획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얘기를 담아내야 할지 무척 곤혹스러웠을 것 같다. 소통의 총량이 적지 않고, 대통령이 생각하는 바를 국민에게 언제든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는데 또 별도의 시간을 내서 국민과의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는 "국민들을 무작위로 300명 뽑으면 그게 전체 국민과의 대화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부연했었다.

국민 패널은 지난 10일부터 일주일간 MBC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인원을 대상으로 선정됐다. 사회를 맡은 배철수 씨는 "1만6천여건의 질문이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질문에 대한 답변에 들어가기 직전 "국민패널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됐다고 들었다. 하나의 작은 대한민국이라 생각한다. 경청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어린이 안전에서 시작해 검찰 개혁 재차 강조

이날 첫 질문은 어린이 안전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9월 11일 충청남도 아산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고(故) 김민식 (9)군 부모가 이날 참석했으며 문 대통령은 김민식 군 부모가 온 것을 알고 있다며 첫 질문자로 지명했다.

어린이 안전에 관한 민식 군 부모의 호소에 대해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 모두에게 드리는 말씀이다. 다시 한번 위로드린다"며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생명 안전에 관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빨리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 아이들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용기있게 참석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지만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얘기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은 2가지다. 하나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이 제대로 확보돼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검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정의가 많이 훼손돼왔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란 조직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하고, 민주적 통제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며 "검찰이 잘못했을 경우 검찰의 잘못을 제대로 물을만한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는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에 대해 한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말씀드리자면 공수처는 일각에서 '야당을 탄압하려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데 고위공직자 거의 대부분은 다 정부·여당이지 않겠나.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신뢰한다는 표현도 써 주목받았다.

◆소득주도성장은 하되 속도는 조절

경제 분야에 대해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부분은 제 임기 절반 동안 아마도 가장 큰 이슈였다.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양극화돼 있고 경제적 불평등이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에 이대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반드시 우리가 포용적인 성장을 위해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다만 속도 같은 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을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전체로는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 하더라도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분야에 따라선 아주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 또 한계선상에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일이 있을 수 있어서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 올해와 작년, 2년간 최저임금 인상이 조금 급격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내년도 최저임금은 속도 조절을 한 상태"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이미 300인 이상 기업들은 주 52시간제가 시행됐고 비교적 잘 안착했다. 이른바 저녁 있는 삶을 노동자들에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동성혼의 문제는 아직도 합법화하기엔 우리 사회가 합의를 이루고 있지 않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모병제에 대해서도 "아직은 현실적으로 모병제 실시를 할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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