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특별법은 '억지 법안'…"신공항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 모른다"

17일 국토위 법안소위 속기록 보니…손명수 차관 "절차상 문제 소지" 지적
與 조응천 의원 "동네 하천 정비도 그렇게 안 해" 비판 가세
"부산 案으로 법안 밀어붙여 예타 면제…속은 다 썩었다"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 이지후 상임대표(오른쪽 세번째)가 24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에게 가덕신공항특별법 통과 촉구 서한을 전달한 뒤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 이지후 상임대표(오른쪽 세번째)가 24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에게 가덕신공항특별법 통과 촉구 서한을 전달한 뒤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더불어민주당 5명, 국민의힘 4명)들이 지난 17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 심사 때 법안 곳곳에 허점이 있음을 지적해놓고도 이틀 후 전체회의 때 원안에 가까운 내용을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익에 눈감은 대신 부산민심 사로잡기에만 몰두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매일신문이 입수한 17일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 비공개회의 속기록을 보면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은 회의 시작부터 "일반적인 공항 개발 절차에 따르면 여러 가지 대안 검토를 거쳐서 입지선정 절차를 거친 후에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김해신공항 계획이 아직 살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전 절차 없이 입지를 결정하는 것은 절차적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의 맹점을 꼬집는 포문이 열리자 국토위 민주당 간사를 맡은 조응천 의원도 "이게 지금 신공항을 건설하는 법인지 신공항 건설을 기화로 근처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산업단지, 물류기반, 교통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전부 다 갖추겠다는 그런 법인지를 잘 모르겠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또 "실시설계 나오기 전에 일단 공사부터 한다? 우리 동네에 있는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게 어떻게 생긴 공항이고 어디다가 어떻게 앉힐지 나온 것은 부산시안밖에 없다"며 "그것 가지고 그냥 만들 겁니까. 부산시안 가지고? 그것은 아니다"고 성토했다.

이어 사전타당성조사 면제 조항에 대해 "이 법이 통과돼도 공항을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길이는 어떻게 지을지 아무도 모른다"며 "그런데 그것을 면제해라? 그러면 뭘 만들지를 모르고 만든다는 것이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소속 의원 136명 이름으로 "2030년 부산 월드엑스포 전에 가덕도 신공항을 개항하겠다"며 사전타당성조사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등이 담긴 특별법을 발의했다.

여기에 경남에 지역구를 둔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도 "과연 이래도 되나 싶다"며 "아무리 급해도 이런 졸속한 법이 나왔느냐. 우리 위신상의 문제"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손 차관도 "설계 없이 어떻게 공사를 하느냐"며 "설계·시공 병행을 염두에 둔다 해도 그건 기술적인 사업 추진 과정의 문제라 법에서 (특례를 두는 건) 모순"이라고 거들었다.

조 의원은 또 예타 조사 면제 조항 논의 중 "지금 말은 이리하고 있지마는 속은 다 썩었다"고 심경을 밝혔고,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김천)이 "어떻게 제 말씀을 하시느냐"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회의 분위기가 이 같이 흐르면서 정치권은 이날 예타 면제 조항을 '신속히 한다'로 변경하는 등 특례 조항을 모두 삭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19일 다시 열기로 하면서 속기록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의원들은 이틀 후 열린 소위 회의 때는 면제 조항을 존치하고, 사전타당성 검증 축소 및 환경영향평가 면제 조항도 그대로 유지한 채 전체회의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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