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뒷담] 윤석열 남은 임기의 정치적 의미 "9개월 뒤엔…"

수사지휘권 발동 2차례 겪은 대한민국 첫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첫 사례 '천정배 발동→김종빈 사퇴'와는 다른 맥락?
임기 중 사퇴 카드 던질까? 향후 대선 구도에 영향?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 맨 뒤 왼쪽은 당시 조국 민정수석.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 맨 뒤 왼쪽은 당시 조국 민정수석. 연합뉴스

1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임기 중 2번째이자 대한민국 헌정사상 3번째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첫 발동에 이어 이번 2번째 발동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과녁 삼았다.

이날 오후 추미애 장관은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및 윤석열 총장 부인 김건희 씨와 장모 등 가족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미애 장관은 라임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남부지검과 윤석열 가족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찰청 지휘를 받지 말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윤석열 총장에게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즉, 윤석열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한, 윤석열 총장에 대한 불신임이 골자이다.

천정배, 김종빈. 매일신문DB, 연합뉴스 천정배, 김종빈. 매일신문DB, 연합뉴스

▶더불어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에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도 짙게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수사지휘권 발동의 첫 사례가 '장관 발동→총장 사퇴'라는 결과를 만든 바 있어서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헌정사상 첫 수사지휘권 행사를 한 바 있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와 관련해 천정배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당시 김종빈 34대 검찰총장이 항의성 사퇴를 했다.

그런데 이때 천정배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총장 사퇴를 목적으로 했다고 볼 수 없다. 총장 사퇴는 사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천정배 장관은 구속 수사냐 불구속 수사냐를 두고 갈릴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을 덜고자 교감 하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고 나중에 밝혔는데, 결국 이 말은 정작 현실에서는 교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월 13일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간부진과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13일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간부진과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로부터 15년 뒤인 올해 잇따른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에 대한 두 차례 수사지휘권 발동은 맥락이 전혀 다르다는 분석이다. '업무를 좀 더 잘 해보자'는 취지도 분명 있겠으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주된 요소라는 것.

첫 발동은 앞서 7월 '검언유착 의혹' 수사 관련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는 윤석열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얽혔다. 이어 두번째 발동은 라임 사건과 함께 윤석열 가족 사건에 대해 이뤄졌다. 여기서는 사건 이름 그대로 윤석열 총장의 부인과 장모 등 가족·친인척이 얽혔다. 천정배 장관과 김종빈 총장 사이에 주고 받은 수사지휘권과는 차원이 다른 맥락이다. 그래서 추미애 장관의 두번째 수사지휘권 적용 대상 2건 가운데 라임 사건은 오히려 끼워 넣은 것이고, 윤석열 가족 사건이 핵심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건의 경중을 따지면 라임 사건이 더 크다.

사실 추미애 장관의 행보는 올초 취임 직후 벌인 검찰 인사부터 줄곧 윤석열 총장에 대해 압박을 꾸준히 가하는 맥락에 있다. 2차례 검찰 직제 개편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를 없애기도 했고,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통해 총장 지휘권을 각급 검사장에게 이관하는 권고도 냈다. 검찰 인사도 지금까지 이뤄진 2차례 모두 윤석열 총장의 팔·다리 잘라내기가 핵심이었다는 평가다.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왼쪽)과 부인 김건희 씨가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왼쪽)과 부인 김건희 씨가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윤석열 총장의 임기에도 시선이 향한다. 검찰총장 임기는 2년이다. 윤석열 총장은 2019년 7월 25일 취임해 2021년 7월 24일 퇴임하게 된다. 오늘(2020년 10월 19일) 기준으로 임기가 9개월정도 남은 셈이다.

추미애 장관이 올해 1월 취임 후 곧장 윤석열 총장의 측근들을 날리는 검찰 인사를 단행했을때만 해도, 당시 윤석열 총장의 임기가 1년 넘게 남았다는 이유로 윤석열 총장의 사퇴 가능성 역시 낮게 분석됐다. 그러나 결국 사퇴 가능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의 셈법이다.

아울러 2차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윤석열 총장에게 압박 카드로 던져졌는데, 그에 따른 사퇴의 선례를 쓴 김종빈 총장의 경우 당시 취임 6개월만에 그만둔 바 있다.(2005년 4월 3일~10월 17일) 이는 실은 임기와는 별 상관이 없는 문제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나 윤석열 총장의 경우 첫번째 수사지휘권 발동 때는 측근(한동훈 검사장)이 얽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부인과 장모 등 가족이 얽혀 그 압박의 강도가 차원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가 진행되고 내용도 점차 드러나면서 그 중 치명적인 사실이 드러날 경우 또는 그에 미리 앞서, 윤석열 총장이 '결단'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수사 결과가 무혐의에 따른 불기소 등 '유리한' 방향으로 나오는 경우,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른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역공의 여지도 가질 수 있게 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총장에게는 사퇴 카드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낼 여지도 존재한다는, 세간의 '썰 아닌 썰'도 있어 주목된다. 이게 남은 임기와 관련이 있다.

본인이 밝히기로는 전적으로 타의이기는 하나, 최근 범야권에서 지지도 1위에도 오르는 등 유력 대권 주자로 각종 설문조사에서 언급되고 있는데, 마침 총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여름 전후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정치권이 한창 대선 모드에 돌입해 있는 시기이다.

따라서 조금만 더 버티면서 '대 추미애' 내지는 '대 여권 및 정부'의 서사를 작성한 후, 적절한 시기에 사퇴 발표를 하면서 정치판, 좀 더 정확히는 대선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는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윤석열 총장이 스스로 사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호사가들의 바람대로 윤석열 총장이 정말로 대권 주자로 나서는 결정을 하지 않는 이상, 향후 언제 사퇴를 하더라도 대선 구도에서는 '반짝' 이슈에 불과할 뿐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무튼 윤석열 총장이 대선 구도에 뛰어들거나 뛰어들지 않거나, 사퇴를 향후 중도에 하거나 임기를 모두 채우고 하거나 언제하든지 간에, 범야권 대선 구도에서는 분명 흥행을 이끄는 한 요소로 벌써부터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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