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철이 만난 사람] 원희룡 제주도지사 "통합당, 국민 눈높이 맞춰야"

국민 눈높이 맞춰 수평적 소통…유능한 정당 모습 보여줘야
"지금 여당은 우리가 알던 민주당 아냐" 여당 강력 비판
"오늘의 감성으로 국민들께 우리 이야기 전해야"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우리당에 대권주자가 있나?"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물음을 자주 던진다지만 통합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말과는 달리 다양한 주자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단연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이는 사람이 원희룡(56) 제주도지사다. 3선 국회의원, 재선 제주도지사 경력을 앞세워 보수 재건의 리더가 되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를 하는 모든 이들의 최종 목표는 국가경영일 터. 지방자치 현장과 국회 경험을 동시에 갖고 있는 원 지사는 무소속 상태에서 벗어나 옛 친정인 통합당으로 복귀, '보수 재건에 나서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최근 통합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했던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렸던 미래혁신포럼에서의 특강이 화제가 됐다. 특강을 시작하자마자 잠도 제대로 못잔다고 하셨는데 왜 그런가?

▶이번 4·15 총선까지 네 차례 연이은 패배를 겪으면서 답답하고 참담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치에 입문하고 20년, 일관되게 걸었던 보수의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개혁소장파로서 보수의 혁신을 열망했지만 힘은 부족했고, 연이은 선거 패배에 내 책임도 작지 않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어떻게 하면 보수를 재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박수 속에 보수가 다시 대한민국호의 키를 잡을 수 있을까. 누구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잘 수 없다고 한 것이다.

- 보수의 재건이라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했는데, 왜 보수의 재건인가?

▶보수는 대한민국을 세웠고,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 왔다. 러시아, 중국, 북한까지 이어지는 공산화의 위협에서 자유를 지켜냈다. 한국전쟁의 폐허로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 기적을 일으켜 세계인이 칭찬하고 감탄하는 현재의 문화를 가능하게 한 것도 보수다. 또 민주주의를 확고히 정착시키고 복지국가를 탄생시킨 것도 보수가 시작한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내려놓고 선진국의 반열에서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보수는 자유의 공동체를 위해 거침없이 변화를 주도했고, 지구상 존재했던 국가들 중 가장 강력한 혁신의 시간을 창조했다. 연이은 선거패배는 보수 정치인의 실패인 것이지 보수 가치의 실패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의 혁신 유전자를 깨우고 보수의 역동성을 살리자는 이야기다.

- 보수의 역동성이라는 말이 가슴을 뛰게 하지만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은 아직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독주에도 야당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특히 합의가 원칙인 국회에서는 독재 정권 때도 흔치 않았던 여당의 단독 국회 개원,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이 강행됐다.

▶지금 여당은 우리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 의회주의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원칙주의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당이 아니다. 입만 열면 전직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더니 계승은 커녕 배신을 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 야당의 한 걸음이 절실하게 중요한 시기가 됐다. 가짜 진보의 위선이 이 나라를 더 나락으로 밀어넣기 전에 하루 빨리 다시 일어서야 한다. 조국 사태나 윤미향 사태를 보면 그들의 민낯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지금 북한의 경거망동한 행동에도 오히려 그들의 변호인이 되어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있다. 더 이상 우리의 대한민국과 사랑하는 국민들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준비된 유능함으로 이길 수 있는 정당, 수권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 유능한 정당, 수권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국민이 보수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격을 높이고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능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초창기 대응 때 대구시민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제주도도 K방역의 앞길을 헤치며 유능한 보수의 진가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경제다. 팬데믹으로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가 더욱 위기에 내몰리고 있고, 국민들 사이에 소득격차, 기회의 격차가 날로 깊어가고 있다. 급변하는 4차산업혁명으로 일자리는 불안해지고 있다. 이럴 때 유능한 보수가 국민의 삶을 지켜야 한다. 지속적인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진해 국민의 미래까지 지켜내야 한다. 성장없는 복지는 허구에 불과하고 복지만으로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 국민의 삶을 지키려면 미래통합당이 제자리를 찾아야 하고 미래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당이 무엇부터 바꿔야 하는가?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우리 자신의 오점부터 걷어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의 거듭된 추락은 우리 당이 대안세력일까 하는 자격까지도 부정당하고 있는 상황에 왔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제대로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기에 오늘의 언어, 오늘의 감성으로 국민들께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 시대의 도전을 이끌었던 보수의 유전자와 문제 해결능력, 경험을 대중적 감성으로 풀어내야 한다. 대중적 감성으로 풀 수 있다는 것은 말만 바꾼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열린 사고다. 도덕적 기준과 감수성이 국민 상식에 맞아야 한다. 품격, 유능, 자기희생이라는 보수의 진정성을 회복해야 한다.

- 보수를 강조하는 통합당을 두고 서민 외면하는 웰빙정당, 부자정당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많다. 서민과 함께 가는 통합당이 되려면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해야 할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난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은 이유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보수진영의 변화와 혁신을 바랐지만, 기득권에 연연하고,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으로 일관했다. 건강한 보수는 포용의 정치, 따뜻한 공동체를 지향한다. 경제성장 일변도에서 빚어진 양극화 등 우리사회의 다양한 약자를 포용해야 한다. 경제 위기와 코로나 사태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국민에게 희망비전을 안겨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심과 일치하는 정책, 인적 쇄신, 새로운 리더십, 혁신 실천이 필수다. 민생 안정은 국가의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춰 소통하고 공감능력을 키워야 한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출 때 국민과의 수평적 토론도 가능하고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국민과 함께 동행할 수 있다.

- 보수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미래통합당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지금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제 위기가 2022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 회복뿐만 아니라 경제 위기에서 오는 사회적인 위험, 시대적인 위험에서 국민을 어떻게 보호하고 지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코로나 이후의 새 질서, 여기에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변화 속에서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 답이 시대정신으로 보인다.

- 원 지사는 자신이 "대한민국 현대사 압축 성장의 산 증인이자 대표상품"이라고 했다는데,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제주도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부였다. 학력고사 수석이라는 타이틀이 내게는 훈장이라기보다 절실함의 결과였다. 그나마 당시에는 기회균등과 인재육성이라는 성취의 사다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대를 민주화운동에 헌신했고 36살에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정치활동 20년 동안 보수 혁신을 줄기차게 외쳐왔기에 국민들께서 개혁보수라는 이름을 주신 거다. 빈곤을 극복하고, 민주화에 헌신했으며 정의로운 마음을 지켜온 삶 자체가 지역과 세대, 계층과 이념의 포위망을 뚫어낼 수 있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 3선 국회의원을 하고 제주도지사 재선 도전에 성공했다. 6년 동안 제주도 행정을 이끌어 온 시간을 어떻게 평가하고 싶은가?

▶제주도에서의 시간은 보수의 변화와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는 나날이다. 제주도정의 슬로건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의 구현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제주의 가치인 자연을 물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자본 등의 부동산 난개발을 과감히 차단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교육과 일자리의 기회 불공정을 해소하고, 기회의 사다리를 넓히기 위해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기계가 인공지능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인공지능기계문명을 주도하고 인간을 위해 존재하도록 하기 위해 4차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 드론, 코딩교육, 블록체인 등 사람의 두뇌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미래기술과 미래인재를 현재에 접목시키고자 제주도를 선도특구로 이어가고 있다. 제주에서의 도전은 자연과 사람과 기계의 공존이라는 이 시대 난제중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중한 경험이다.

- 제주를 이끌어왔던 사람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자치분권 정책을 평가한다면?

▶대한민국의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다. 지역 형평성에 주저하고, 진영논리에 가로막혀 한발 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치분권은 시대정신이자, 국민의 명령이다.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은 진정한 자치분권의 토대 위에서 완성될 수 있다. 자치분권으로 지방이 차별화되고, 경쟁력을 갖춰야 대한민국의 균형발전도 가능하다. 자치분권을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 북한의 황당한 태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유화책만 폈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결국 실패였나?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단정 짓고 싶지는 않다. 다만, 대화의 시대에서 대결의 시대로의 회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남북관계를 단절과 대립이 아닌 화해와 협력관계로 전환시켜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고,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대북 정책의 방향성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과정에 있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유화책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최근 남북관계의 긴장 고조, 대립의 원인을 북한이나 정부가 아닌 민간의 대북전단에서 찾는 기류, 일부 여권 인사들의 지나칠 정도의 북한 두둔 발언 등을 보면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남북 화해를 상징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개성공단과 금강산 등지의 군 재배치는 평화의 장을 군사대결의 장으로 만들어 긴장 고조와 함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만 강화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북한의 적대적 행동은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만큼, 긴장을 조성하는 도발을 즉시 멈춰야 한다. 특히,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1년이 넘도록 경색 국면을 풀지 못하면서 한반도는 위 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운전자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이 한국의 독자적 남북 정책, 예를 들어 개별관광 등에 제동을 걸면서 남북 관계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 한·미가 단호히 대처하면서 북한의 협상 테이블로 불어들이기 위한 대북 공조의 새로운 접근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의 남북 상황을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고,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는 단호한 조치와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고, 도발적 행동에 대해서는 억지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보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정부의 책무이자, 존재 이유다.

정리=조원혁 제주 취재부장, 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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