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복 사고 '거룡호' 예인 구룡포항 가보니

실종자 가족 10여 명 눈물 삼키며 선박에서 눈 떼지 못해
“무사생환 기대 버리고 싶지 않다” 애끓는 심정

23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구룡포수협 냉동창고 앞에서 예인된 거룡호를 복원하는 작업을 실종자 가족과 동료들이 지켜보고 있다. 배형욱 기자 23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구룡포수협 냉동창고 앞에서 예인된 거룡호를 복원하는 작업을 실종자 가족과 동료들이 지켜보고 있다. 배형욱 기자

23일 오후 3시 50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나흘 전 경주 앞바다에서 전복사고를 당한 거룡호(9.77t)가 예인선에 이끌려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사고로 실종된 승선원 4명의 가족들은 거꾸로 뒤집힌 채 끌려들어 오는 거룡호를 아무 말 없이 지켜봤다. 자꾸만 터지려는 울음을 억지로 삼키느라 두 손으로 입을 꼭 틀어막고 조용히 흐느끼기만 했다.

이들의 눈에선 배에 가족이 발견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읽혔다.

선장 A(63)씨의 여동생(56)은 "해경에서는 선박에 더 이상 사람이 없다지만 예인 후 0.0001%의 가능성이라도 오빠가 선박 안에서 안전히 발견됐으면 좋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들은 이틀 전인 지난 21일 한국인 선원 1명이 이 배 어창에 생긴 에어포켓에서 40시간을 버티다 구조됐다는 소식에 '우리 가족도 살아 있을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이로부터 하루가 더 지나서도 생존자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고, 선박 수색에서도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해경의 발표에 하는 수 없이 선박 예인을 허락했다.

예인 작업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순탄치 않았다. 애초 거룡호는 22일 오전 예인을 시작해 23일 0시 30분쯤 구룡포항 내로 들어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바다 날씨 등 탓에 도착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포항 구룡포읍 하정리 앞 8㎞ 떨어진 지점까지 수십 ㎞를 와놓고 옴짝달싹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고 수습 당국은 거룡호를 해당 지점까지 예인 했던 트롤어선의 줄을 풀고 전문 예인업체 선박을 불러 이날 오후 12시쯤부터 예인을 재개했다.

23일 경주 앞바다에서 전복된 거룡호가 예인선에 이끌려 구룡포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신동우 기자 23일 경주 앞바다에서 전복된 거룡호가 예인선에 이끌려 구룡포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신동우 기자

우여곡절 끝에 선박은 오후 4시 50분쯤 구룡포수협 냉동 오징어 위판장 앞 부두에 닿았다.

거룡호는 뒤집힌 채로 예인 된 탓에 바닷물을 빼는 작업을 거쳐 원위치로 되돌리는 작업이 이뤄졌다. 이 작업에는 대형 크레인 2대가 동원됐다. 배 무게는 9.77t이지만, 배에 물이 차면서 50t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배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선원들이 사용했던 물품과 음식들이 바다로 쏟아져 내렸다. 가족들은 입을 부여잡고 눈물을 훔치면서도 눈을 떼지 않고 장면 장면을 기억에 담았다.

이번 작업이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해경과 구룡포수협, 포항시, 경북도 등이 힘을 쏟았다.

거룡호는 지난 19일 오후 6시 36분쯤 경주 감포항 앞바다 동쪽 42㎞ 떨어진 해상에서 승선원 6명을 태우고 운항하다 전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선원 4명(한국인 선장 1명, 베트남 2명, 중국 교포 1명)이 실종되고 1명이 숨졌다. 한국인 선원 1명은 구조돼 포항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 중이다.

포항해경 등 수색 당국은 사고 지점을 중심으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닷새째 이어가고 있다.

23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부두로 끌고온 거룡호를 정박시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배형욱 기자 23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부두로 끌고온 거룡호를 정박시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배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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