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기고] 감염병 재유행에 대비하고 준비하자

[기고] 감염병 재유행에 대비하고 준비하자

올해 2월 22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4월 30일 지정 해제될 때까지 70일간 269명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김천의료원을 거쳐 갔다.얼마 전에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엮어 '코로나19 사투의 현장에서'라는 제목으로 책을 발간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아찔한 순간과 눈물로 범벅된 뭉클했던 수많은 시간을 기억의 한계를 넘어 기록으로 남겼다.전 병동을 비우고 받은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는 가장 많을 때 199명에 달했다. 입원 환자들이 뿜어내는 바이러스의 양만큼 두려움과 고민의 깊이도 커져만 갔다. 다행히 우리 의료원에서는 감염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직원 전체가 단체 줄넘기를 하듯 한 명도 낙오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말은 쉽지만, 현실로 닥쳤을 때 실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2015년 메르스 감염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감염전담팀을 만들고 교육과 훈련을 해왔던 것이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에서 잘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다. 또 40명의 의료진을 충원하고 꾸준한 간호 인력 확보로 간호사가 197명이나 되었다는 것이 김천의료원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힘이다.의료진은 열악한 환경과 근무 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가족처럼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두려움이 왜 없었겠는가? 두려워할 시간마저 허락되지 않는 음압병동에서 인간적인 고뇌와 고통은 그들을 짓누르고 있었지만, 의사·간호사의 숙명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의료인이기 때문이다.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면서 보내온 시간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쉽사리 물러나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지금까지 보여준 상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힘든 것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또 다른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돌아봤다.가장 먼저 중증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인공호흡기 등 필수 의료장비가 갖추어진 병상 확보가 절실하다. 지난봄에는 전국 대학병원이 중증환자를 받아주었지만, 다음에도 병상을 내어줄까? 지역 내에서 최우선 과제로 해결돼야 할 문제이다.두 번째는 전담병원의 시설과 규모를 현재의 공공의료원 수준보다 좀 더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설과 규모를 늘리는 데 예산이 더 투자돼야 한다. 공공의료는 투자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마지막은 의료인력 확보다. 현재 전국 의료원 중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전문의를 확보한 의료원은 찾기 힘들다. 간호 인력의 확보 또한 중요하다. 지역 간호대학을 나와도 대부분 수도권으로 취업하는 게 현실이다. 근무 여건을 바꾸고 처우를 개선하지 않고서 의료 인력 확보는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두어야 하고, 장기간이 소요된다 해도 지금부터라도 계획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를 때라 하지 않던가!의료진의 땀과 눈물로 범벅된 지난 시간을 겪으면서 느끼는 게 없다면 그 시간은 우리에게 헛된 것이 된다.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지금 우리는 그 길을 향해 보폭을 맞춰야 할 때다.

2020-07-20 15:35:44

[세계의 창] 공기업의 개혁이 필요하다

[세계의 창] 공기업의 개혁이 필요하다

공기업은 공공재와 공공서비스의 원활한 공급, 산업 진흥과 국제 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설립, 운영되어 왔다. 민영화와 민간기업들의 빠른 성장으로 중화학 산업 부문에서 공기업의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에너지, 인프라, 금융, 방송・통신 부문에서는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경제학 분야의 많은 연구는 공기업이 민간기업과 비교해서 매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공기업들은 특정 사업 분야에서 독점자로 행동하기 때문에 충분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어 많은 채무를 안고 있어도 공공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구제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도산의 위험도 전혀 없다. 그래서 공기업은 성과를 개선하고 비용을 줄일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많은 공기업들이 소위 신의 직장이라 불릴 정도로 정규 종업원에 대한 보호가 필요 이상으로 강하고, 급여 수준도 아주 높다. 이처럼 성과의 개선 없이 비용만 높이는 비효율적인 경영을 민간기업이 한다면 시장의 경쟁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시장에서 도태당할 것이다. 이에 더해 공기업은 경영진의 선임과 운영에 정치권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되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의 무책임하고 방만한 경영은 부실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사실 세계에서 보기 드문 공기업 운영의 성공 사례를 한국이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예전의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현재 포스코)이다. 포항제철은 시작할 당시 국내 철강제품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고,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도 높아 국제 경쟁의 압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경영을 해도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박태준 회장은 비용 절감의 노력 없이 가격만 높여 이익을 확보하는 쉬운 경영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박태준 회장은 정부로부터 다음 세 가지 조건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다. 첫째, 기계 장비, 원자재와 서비스의 구입에 대해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다. 둘째, 채용과 승진 등의 인사 문제에 정부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셋째, 정치헌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조건하에서 박태준 회장은 국제적으로 검증된 최신의 설비를 사들이고, 일본의 철강회사인 신닛테츠로부터 첨단 기술과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최고의 인재를 자유롭게 채용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정치적 압력을 배제한 책임경영으로 포항제철은 국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철강제품을 국내 기업에 판매해서 한국 경제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철강제품인 열연코일과 냉연코일에 대한 포항제철의 가격은 미국, 유럽, 일본의 철강기업 가격보다 10% 정도 낮출 수 있었다. 포항제철은 공기업이라도 경제 원리에 맞는 경영이 이루어진다면 민간기업에 뒤지지 않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포항제철뿐만 아니라 다른 공기업들이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요즘 공기업들은 정치권의 자리 배분과 정규직 종업원들의 자리 보전에 치우쳐 원래의 설립 목적을 상실하고, 경제 원리에 맞지 않게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공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에너지, 인프라, 금융, 방송・통신 부문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고, 국민들의 생활에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인데, 이러한 방만한 경영으로 공기업이 부실해지면 국민들은 공공서비스 질의 하락과 가격 상승, 결과적인 세금 인상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게 될 뿐만 아니라, 공적자금 투입과 같은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이 이루어지면 자원 배분을 왜곡시켜 경제 전체에 큰 손실을 끼칠 수 있다.앞으로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원래의 설립 목적을 상실한 공기업의 개혁이 필요하다. 예전의 포항제철이나 현재의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처럼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비용 절감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어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개발, 고용의 창출로 국민 후생을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조치는 낙하산 인사로 경영진에 정치인 임명의 금지와 정규직 종업원에 대한 지나친 보호를 줄여야 할 것이다.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2020-07-20 15:16:42

[이른 아침에] 진보지식인들의 2차가해

[이른 아침에] 진보지식인들의 2차가해

"나는 박원순 같은 사람은 당장 100조원이 있어도 복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 시장의 죽음이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 제고와 권력에 의한 성폭력을 근절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만, 이 사람이 죽음으로써 우리 국가와 사회가 입은 피해, 사회적 약자들이 앞으로 입을 피해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진보적 사회학자'라 불리는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의 말이다. 이 발언은 매우 징후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자체장들의 성추행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배려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4년여에 걸친 그 고통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회에 가져다줬다는 그 막대한 이익 앞에서 '무시해도 좋을 양'으로 취급될 뿐이다.반면 박 시장의 업적은 턱없이 과장된다. 그는 박 시장이 이 사회에 가져다준 이익을 100조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어디서 나온 산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사회로서는 그 대신에 100조원을 취하는 게 이익이다. 100조원이라면 생존의 위기에 처한 이들을, 굳이 성추행 피해자를 만들어내지 않고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여기에는 운동권 인사들의 지독한 시혜의식이 엿보인다. 그는 박 시장이 죽음으로써 국가와 사회, 사회적 약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의 죽음으로 '우리 국가와 사회가 입은 피해, 사회적 약자들이 앞으로 입을 피해'가 뭔지 모르겠다. 그가 영생불사가 아닌 이상 그 피해(?)는 언젠가 발생하는 거 아닌가?운동권의 이 지독한 나르시시즘이 민주당 사람들의 잇따른 성추행 사건의 배후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자기들은 국가와 사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싸우는 투사이니, 그 대의의 거룩함 앞에서 여성들의 희생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아니, 그게 곧 국가와 사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일이니 외려 영광으로 알라는 것이다.김동춘 교수의 발언은 운동권 남성들이 이끄는 조직의 전형적 분위기를 보여준다. 김지은 씨가 증언하듯이 바로 그 분위기가 성추행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감히 그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게 막은 요인이었다. 김동춘 교수가 지금 조장하고 있는 분위기야말로 그동안 조직 내 성폭력을 일으키는 '가해 구조'의 중요한 일부로 기능해 왔다.이는 남녀의 문제가 아니다. 강남순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신학대학 교수. 그는 평소에 교회가 "페미니즘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 그가 성추행을 했다고 박 시장을 비난하는 것은 "순결주의 테러리즘"이라고 성토한다. 놀랄 일이 아니다. 그 성추행을 저지른 가해자도 평소에 '페미니스트'를 자처하지 않았던가.'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이 도대체 무슨 가치를 옹호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지금 박 시장의 공과를 따질 맥락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를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할지 말지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잖은가. 당장 해야 할 것은 일단 피해자를 2차 가해에서 보호하는 것, 그리고 그에게 고통을 준 그 권력형 성추행을 막는 것이다.김동춘 교수는 '젠더 감수성 제고'와 '권력에 의한 성폭력을 근절하는 효과'보다는 박원순이 가져다주었다는 100조원의 이익이 더 중하다고 말한다. 발언의 천박성은 별개로 치자. 문제는 이런 논리가 '별것 아닌 일을 폭로함으로써 피해자가 우리 사회에서 100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는 2차 가해의 논리를 구성한다는 데에 있다.피해자는 그의 장례가 서울시장(葬)으로 치러진 데에 대해 좌절과 절망을 표현했다. 박 시장에 대한 자신의 '사적 추모'의 염에 앞세워야 할 것은 그의 권력에 희생된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공적 공감'이다. 강남순 교수는 마틴 루터 킹도 온갖 못된 짓을 다 했다고 말한다. 그 사실이 대체 고통받은 피해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모든 위인이 그 정도 흠결은 있으니 너도 박원순 시장을 용서하렴'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대의를 위해 희생되어도 좋은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사람을 파괴하는 것은 곧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20-07-19 19:13:00

[매일춘추] 시민의식의 부재

[매일춘추] 시민의식의 부재

대구 사업가와 광주 사업가가 사업을 하다가 사업자금이 아쉬워 은행을 방문하여 대출을 신청하였다. 은행에서 각각 두 사업가에게 A4용지를 한 장씩 주면서 대출사유를 적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자 광주 사업가는 A4용지 가득히 몇 장의 대출 사유서를 적어서 제출했지만 대구 사업가는 딱 세 자만 적어서 제출하더란다. "짜치서"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대구 사람들은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를 잘 하지 않는다. 배고파도 배고프다는 소리를 않는다. 대구의 음식문화에서도 대구 사람들의 기질이 묻어난다. 전라도 산해진미의 식단과는 달리 밥상 앞에서 반찬 투정이라도 할 값이면 "양반 체면에" 하면서 타박이 돌아온다. 당연히 밥상 위에는 간장, 된장과 함께 푸성귀뿐이다.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이 터졌을 때도 정부를 향하여 앓는 소리 한번 내질 않았다. 코로나19를 대구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외면하던 사람들에게도 관대하다. 대구 시민들의 기질은 까다롭지 않고 너그러우며 수더분하다. 한 마디로 넘 무던하다. 몇 분의 대통령이 탄생한 도시치고는 역차별만 받아왔다. 그래도 당연한 줄 안다. 한 분의 대통령이 탄생한 전라도 사람들이 대구에 오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골목마다 황금가루가 뿌려져 있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개들도 만 원짜리 한 장 정도는 입에 물고 다닐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대구시민들의 낯빛이 많이 어둡고 힘이 없더란다.타 지역 사람들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정부를 향하여 앓는 소리를 할 줄 안다. 하지만 대구 사람들은 그렇지를 못하다. 예를 들면, 광주 같은 경우에는 도청 나간 자리에 '아세아 문화 전당법' 이라는 것을 만들어 앞으로 10조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게 법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대구는 도청 나간 자리에 아직도 구체적인 계획안도 제시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겨우 한다는 소리가 지난 대선 때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짓겠다는 소리나 들릴 정도이다. 물론,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도 간과 할 수는 없지만 경북도청이 나간 넓은 자리에 기념관이 들어간다고 해서 돌아가신 박정희 대통령께서 과연 좋아는 하실까 의문스럽다. 그 자리에는 대구를 떠나지 않도록 청년들을 위한 사업이나 좀 더 고부가가치의 사업을 진행해야 마땅한 줄 안다. 치밀한 계획 속에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대구시민들도 이제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위태로울 때마다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 온 대구시민들이다. 코로나19를, 질서를 지켜가며 슬기롭게 이겨낸 세계 몇 안 되는 우수 사례를 만든 사람들이다. 진심으로 나라를 위하고 강단있는 위정자를 올바르게 선택하여 앓는 소리도 내면서 정부에게 용기 있게 말할 줄 아는 시민의식이 조금은 필요하다. 제 3의 도시 자리는 벌써 인천에게 내주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하다가는 대구가 제 4의 도시가 아니라 제 5의 도시, 아니 점점 퇴보할지도 모를 일이다.

2020-07-19 18:04:42

[기고] 군위에 명분을 주고 퇴로를 열어줘라

[기고] 군위에 명분을 주고 퇴로를 열어줘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이전부지 신청 시한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공동 후보지인 군위 소보와 의성 비안을 선택할 것인지, 또는 제3의 후보지를 물색해야 할 것인지 결정을 열흘 남겨두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신청권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군위군에 공동 후보지를 선택하라며 역량을 총동원한 공세를 펴고 있다.대구시와 경북도의 미래가 달려 있는 통합신공항을 놓고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단체장의 명운을 걸다시피 군위군에 매달리고 있다. 그럴수록 군위군은 옥쇄라도 하겠다는 듯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보 단독 후보지를 고수해 왔는데 그까짓 실현 가능성도 없는 인센티브에 반색할 군위가 아니라며.나그네의 옷 벗기기에 나선 바람이 세차게 몰아칠수록 나그네가 더욱 옷깃을 여미는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이전 사업이 정말 군위군을 압박하는 방법밖에는 해결책이 없는가. 상대를 공격하면서 골을 넣는 축구 경기도 아니다. 판결로 가려지는 재판도 아니다. 지금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을 놓고 지방자치단체 간 벌이고 있는 유치전은 갈 데까지 가보자는 치킨게임과 같다. 이미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경북도는 군위군에 주민투표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압박한다. 이에 대해 군위군은 '주민투표가 후보지 선정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그 결과를 반영해 단체장이 유치 신청해야 하는 것이다'며 국방부와 경북도야말로 법대로 하라고 되받는다.주민투표 결과는 단독 후보지 군위 우보 찬성률 76.3%, 공동 후보지 의성 비안 찬성률 90.4%, 공동 후보지 군위 소보 찬성률 25.8%였다. 군위군은 소보에 대한 지역민의 반대가 74%인데 어떻게 공동 후보지를 신청하느냐고 반문한다. 소보지역에 대한 군위군민의 뜻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군위군은 주민투표 결과인 민의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4개 단체장 합의로 지난해 11월 군위와 의성군민 각 100명씩 참여한 숙의형 시민 의견조사를 통해 권고된 통합신공항 부지 선정 방식은 '군위 우보가 높으면 단독 후보지를, 군위 소보 또는 의성 비안이 높으면 공동 후보지를 선정'하는 방식이었고 이에 따라 공동 후보지가 선정됐다. 이에 대해 군위군은 단체장의 유치 신청권을 내세워 버티고 있는 것이다.주민투표에 올인한 의성군과 소보보다 우보에 집중한 군위군의 주민투표를 관리하는 태도에서 이미 지역 간 갈등의 불씨가 보였던 것이다. 자라가 토끼를 용궁까지 데려오는 데는 성공했으나 토끼의 간을 얻는 데는 실패한 꼴이라고 할까.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10년 동안 공들여 성사 직전까지 온 K2 군공항 이전과 대형기 이착륙이 가능한 대구국제공항 건설 사업이 무산되거나 제3의 장소를 찾는 진로 변경으로 또다시 시간과 경제력을 낭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군위에 명분을 주고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군위를 벼랑 끝으로 몰아 항복을 받아 내겠다는 자세야말로 군위의 입장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 수도 있다. 국방부는 군위 우보와 군위 소보-의성 비안을 모두 후보지로 선정해 놓고 군위군이 신청한 우보가 왜 이전부지로 선정되지 못했는지도 설명해줘야 한다. 군위군은 550만 대구경북 시도민이 왜 통합신공항 사업에 목을 매는지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헤아려야 한다.이번 사태가 자칫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지도력이 한계를 보인 증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2020-07-19 15:46:42

[광장] 한류(韓流)와 문화예술도시 대구

[광장] 한류(韓流)와 문화예술도시 대구

한류(韓流)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활발히 공연되고 수용되는 현상을 말한다. 영어로는 K-Waves(물결)로 표기되는 이 문화의 물결 현상은 1997년 한국의 TV 드라마가 중국에 방영되면서 인기를 얻게 되자 생긴 현상을 말한다. 한류는 점차 케이팝(K-Pop)이나 케이드라마(K-Drama) 외에 영화(K-Movie), 화장품류(K-Beauty), 한식류(K-Food)에서 게임(Game)에 이르기까지 넓은 의미의 문화 전반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류라는 이 용어는 1998년 중국의 '북경청년보'라는 신문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라고 한다.한류는 문화현상이다. 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말할 수 있겠지만 비교적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해보면, 한 사회는 경제적 토대와 그 경제적 토대를 기반으로 하는 정신적 현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학연구자들은 이것을 하부구조와 상부구조라는 식으로 개념 지어 말하는데, 말하자면 하부구조는 생산양식이 밑바탕이 된 경제적(물질적) 토대를 이르는 것이고, 상부구조는 그 경제적 토대에 상응하는 정신 영역 가령 문화예술, 정치, 법률, 종교 같은 범주를 말한다.한류라는 문화현상도 급성장한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세계적 수준을 선도하는 IT 기술의 발전과 결부시켜 이해해야 한다. 한류하면 방탄소년단(BTS)이 곧바로 떠오를 정도로 이들이 한류현상을 주도해 왔다. 미국의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이들과 몇몇 아이돌 가수 그룹이 지난 수년간 이룬 업적은 독보적이다. 여기다가 올 초 할리우드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을 비롯한 한국 영화의 성과 역시 눈부시다.이런 한류의 대대적인 성공 주역들 중 대구 출신이 많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7인으로 구성된 방탄소년단 중 뷔와 슈가, 두 사람이 대구에서 고교까지 학창시절을 보냈다. 레드벨벳의 인기 높은 보컬 아이린 역시 대구에서 고교를 마쳤다.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도 대구 출신이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대구에서 출생해 성장하고 초등학교 때 부친의 임지를 따라 서울로 이주했고, 세계적인 예술영화 감독 이창동 역시 대구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마쳤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한때 대구는 문화예술 도시로 이름을 떨쳤다. 서울 못지않은 수준 높은 음악대학과 미술대학에서 배출한 많은 인재들이 대구 문화예술의 기반을 이루어 왔다. 여기다가 근대문학의 별들인 이육사, 이상화 등 숱한 문인들이 한국문학을 이끌어 왔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눈여겨보면 이들이 대구에서 출생해 성장하고, 예술의 원초적 감수성을 싹 틔웠지만 예술의 꽃을 피운 건 다 서울에 가서이다. 이런 배경에는 유난히 중앙집권적인 한국의 문화적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이런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대구에서 성장시키고 배출하면 어떨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구에는 이미 어리고, 젊은 많은 예술 인프라가 있다. 이 미완의 재목을 발굴하고, 훈련시키고, 기획하고, 마케팅해서 국내 무대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내놓는다면 어떨까? 영국의 전설 비틀스(The Beatles) 때문에 전 세계 팬들이 리버풀과 함부르크로 몰려들었듯이 전 세계 팬들이 글로벌 문화예술 도시 대구로 쇄도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탄생시킬 창의적인 고민을 제대로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2020-07-17 15:24:09

[춘추칼럼] ‘문화도시’의 길

[춘추칼럼] ‘문화도시’의 길

'문화도시' 사업 공모 마감이 이달 24일로 다가왔다. 현재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문화도시 사업을 준비하면서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2018년 처음 시작된 '문화도시' 사업은 2022년까지 30개 문화도시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해에는 '예비문화도시'로 지정되고 1년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법정문화도시'로 최종 선정되면 5년에 걸쳐 최대 200억원(국비와 지방비 매칭 각 50%)이 투입된다. 올해에는 작년 말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된 7개 지방자치단체(부천·원주·천안·청주·포항·영도(부산)·서귀포)가 사업을 시작했으며, 10개 지자체가 예비문화도시로 추가 선정되었다.그렇다면 전국의 지자체와 지역문화재단이 이처럼 문화도시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왜일까? 일단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면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사업 예산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중장기 계획을 가질 수 있다. 열악한 지방 재정을 고려할 때 문화 관련 예산은 항상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 사업은 충분한 매력을 갖는다. 그다음으로 기초생활권 차원에서 문화 영역은 시민들과 직접 대면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정치인으로서 자치단체장 입장에서 괜찮은 손익 계산이 되기도 한다.마지막으로 지자체의 지역문화재단 설립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100개 내외의 지역문화재단이 설립되어 있고, 그중 기초문화재단은 설립 과정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히거나 설립 이후에도 재단의 방향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점에서 문화도시 사업은 지역사회에서 재단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셈이다.결론적으로 전국의 모든 지역이 '문화도시'가 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다. 그것은 문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의 궁극의 꿈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문화도시 사업에 대해서는 검토와 대안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과열 양상과 대응에 대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나친 경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문체부가 공모 절차나 사업 실행을 더 세밀하고 빡빡하게 만들어가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 오히려 이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이 잘 드러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공모 과정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하향식의 일방적 공모 방식이 아니라 상향식 공모의 모델을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지역사회가 작은 공간과 사례, 사람이 얽히고설킨 곳이기 때문에 개별적인 사업으로만 접근하면 갈등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사례는 민관 영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이미 많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공간과 주체와 사례들을 어떻게 지역문화예술생태계 차원에서 연결하고 꿸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역사와 문화 자원이 이야기가 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콘텐츠로 생산될 수 있어야 하고,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사업'을 위해 잠시 지역에 머무르는 이들이 아니라 지역문화 활동의 실질적인 주체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문화도시의 성과라 할 수 있다.이 과정에서 나쁜 사례는 걸러야 한다. 지역사회 네트워크는 무시한 채 공공기관 중심으로 '문화도시'를 주도하거나, 외부 전문가 중심의 문화도시 사업을 상정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애초에 지속 가능한 도시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문화도시 사업의 목표와도 맞지 않는다.'문화도시'는 '예술도시'와 다르다. 문화도시는 도시의 체질이 '문화적으로' 바뀔 때 가능하다. 지역 축제가 늘어난다고 되는 것도 아니며, 대형 공연장이 들어선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문화도시는 목표선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그것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삶의 공간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를 담고, 다양한 역사와 문화로 축적된 시간의 켜들이 사라지지 않고 미래의 유산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2020-07-16 16:06:40

[기고] 제헌절, 헌법 준수를 언약했던 날

[기고] 제헌절, 헌법 준수를 언약했던 날

7월 17일은 1392년 이성계가 '흰 쌀밥에 소고깃국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건국이념으로 조선을 세웠던 날이다. 또한 1948년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헌법을 만들어 준수하겠다고 언약했던 날이다. '삼천만 한결같이 지킬 새 언약 이루니, 옛길에 새 걸음으로 발맞추리라. 이날은 대한민국 억만 년의 터다. 대한민국 억만 년의 터, 손 씻고 고이 받들어서 대계의 별들같이 궤도로만 사사 없는 빛난 그 위 앞날은 복뿐이로다.' 목청 높여 불렀던 제헌절 노래 가사다.사실, 우리나라의 헌법은 우리나라의 역사 태동과 맥을 같이해 왔다. 단군 건국 때 홍익인간을 이념으로 8조법을 제정하였고, 삼국시대 때 백제는 260년 음력 정월에 율령 선포를, 고구려는 373년에 율령 반포, 신라는 520년에 율령을 제정 발표했다. 고려시대에는 71개조 법률을 제정해 시행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정도전의 '조선 건국 프로젝트'의 3대 저서 가운데 하나인 '조선경국전'을 모델로 1485년에 '경국대전'을 완성했다. 근대에 와선 1894년 오늘날 헌법의 기반이 된 '홍범14조'를 반포했다. 일본 식민지 때에도 1919년 상해임시정부는 '대한민국임시헌장'을 제정했으며, 1948년 7월 17일 유진오 님의 70매 자필 초안을 기초로 제헌국회헌법을 제정해 공포했고, 1987년 10월 29일까지 9차례에 걸쳐 개헌되어, 비로소 오늘날 전문, 본문 10장 및 130조의 헌법을 탄생시켰다.세계사에서 1776년은 오늘날의 의미에서는 세계적 2대 사건이 터졌던 해다. 민주주의의 밑거름을 마련한 벤저민 프랭클린이 미국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해이고, 자본주의 씨앗을 뿌린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발표했던 해다. 프랭클린은 '신의 손길'이란 신비성을, 스미스는 '자동 조절 능력'이란 사회적 조화력을 강조하며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했다. 그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국민 모두가 신뢰하고 준수한다는 전제 조건에서 창출되는 신비성이고 조화력이다.우리나라도 1948년 7월 17일 제헌절에 이런 신비성과 조화력을 창출하기 위해서 언약했다. 그런데 많은 국가 지도자들은 이를 준수하기보다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했다. 1981년 이후에 '초헌법적 사건'들이 빈발했다. 심지어 1990년대는 대구시에서도 '헌법 위에 문법이 있다'라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제외시켰다. 결국은 나라의 수치가 극에 달하여 지난 2017년 3월 9일 헌법 역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해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대통령직을 파면한다'는 결정문 낭독이 국민 앞에 생방송되었다.이제 우리는 선인들과의 언약을 지키지 않아 믿음이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많은 국회 지도자들은 자신은 법을 만들기에 지키는 것은 별개로 생각하고 있다. 슬그머니 입법부라는 역할을 팽개치더니, 정치적인 핑계, 꼬투리라도 잡으면 장외 투쟁에 혈안이다. 회의 불출석을 속된 말로 '부자 밥 먹듯이' 하고 있다. 국민들도 이제 "자기들은 '바담 풍' 하는데 왜 국민이라고 '바람 풍'이라고 해야 하냐?"라고 폼생폼사 따라 하는 깨어 있는 국민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방치하거나, 적어도 이대로는 절대 안 된다. 국가 지도자, 정치인 그리고 사회적 리더들은 자성하고 선조들과의 언약을 지켜야 하겠다. 제헌절 하루만이라도 생각해 봐야 한다.

2020-07-16 15:44:16

[임언미의 찬란한 예술의 기억] 음악은 건축과 같은 것

[임언미의 찬란한 예술의 기억] 음악은 건축과 같은 것

최근 들어 2주에 한 번 정도 작곡가 우종억(1931~ ) 선생님의 자택을 찾고 있다. 선생님의 1940년대 학창 시절부터 최근의 음악 활동에 이르기까지 앨범, 악보, 각종 책과 자료들을 조금씩 나눠 정리하고 있다. 선생님은 스스로의 음악 활동 자료는 물론, 다른 연주자의 공연 기록들도 잘 간직하고 계신다. 1950년 군악대에 입대할 때부터 계산해도 음악 활동 경력이 70년에 이르니, 선생님의 걸음걸음이 바로 대구 음악의 역사이기도 하다.군악대 연주 사진, 1960년대 이후 시립교향악단 관련 자료에서부터, 필자가 애타게 찾던 대구시민회관(현 대구콘서트하우스) 개관 기념 공연(1975년 10월 5일) 팸플릿과 초대장도 선생님의 앨범 속에 들어 있었다. 지난주에는 오래된 수첩들이 눈에 띄어 한 장씩 넘겨봤다. 선생님이 악상을 메모한 것들과 신문 스크랩들이었다.'음악을 머리로 하지 말고 가슴으로 하라' '예술가가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 '작곡은 건축과 같은 것. 설계가 탄탄해야 좋은 곡을 쓸 수 있다. 설계가 잘못된 건축물이 쉽게 무너질 수 있듯 구상이 잘못된 곡은 제대로 연주되지 못한다'…. 선생님이 홀로 계실 때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조심스럽게 엿보고 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팔순에도 오페라 곡을 발표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신 저력이 이런 데 있었구나 싶었다.1900년대 초 대구에 서양음악이 도입된 후 박태준, 현제명, 김진균, 하대응 등이 서양 음악 작곡의 토대를 닦았지만 이들의 곡은 가곡 위주였다. 가곡뿐만 아니라 기악과 관현악, 합창곡을 넘어 교향곡과 오페라까지 작곡한 사람은 우종억 선생님이 최초다. 우종억 선생님의 곡은 국내를 비롯해 일본, 미국, 호주, 폴란드, 독일, 러시아 등지에서 많은 교향악단에 의해 연주되고 있다.우종억 선생님은 고등학교 졸업 무렵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육군 군악대에 입대했다. 고등학교 악대부에서 트럼펫 연주를 했던 것이 바탕이 됐다. 1955년까지 만 5년간 군악대에서 트럼펫 연주자로 활동하며 김인배(KBS교향악단 초대 단장), 이재옥(전 서울대 교수) 등 한국 음악계의 토대를 닦은 음악가들과 함께 생활했다. 군악대 활동을 하면서 화성법을 틈틈이 배워 행진곡을 작곡했다. 그는 군 시절, 자신이 창작한 곡이 무대에서 객석으로 울려 퍼질 때의 감동이 평생 잊지 못하는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대학 재학 중이던 1957년,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전신인 대구교향악단 창단 멤버가 되어 활동을 시작했고 1961년 계명대 종교음악과로 편입을 결정, 정식으로 작곡을 전공했다. 1964년에는 대구시립교향악단 창단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약 20년간 트럼펫 주자로 활약했고 1970년부터 16년간 대구시향 부지휘자를 거쳐 상임지휘자를 지냈다. 계명대 음대에서 1997년 정년 때까지 후학을 기르면서 지역 음악계 여러 분야에서 초석을 놓았다.한국지휘연구회를 창설했고 계명대에 국내 최초로 지휘전공 과정을 신설했다. 작곡 분야에서도 굵직한 걸음을 걸었다. 1990년 영남작곡가협회를 창립했고 1991년에는 영남국제현대음악제를 창설했다. 2002년에는 세계 음악사에 동양 음악의 자리를 굳건히 구축하겠다는 취지를 내걸고 동아시아작곡가협회를 창립했다. 같은 해 동아시아 국제현대음악제도 창설했다."우리나라 연주자들의 수준은 세계 정상급에 올랐다고 봐요. 이제는 창작에 힘을 쏟아야 해요. 음악 발전에 한 획을 긋겠다는 뚜렷한 목표 의식이 필요합니다." 늘 창작곡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그는 대구시향 상임지휘자로 활동할 때, 정기공연 레퍼토리 선정을 위해 창작곡을 공모했다. 이 일은 대구 음악사에서 획기적인 일로 기록된다. 창작곡 공모는 신진 작곡가들에게 창작곡 발표의 기회를 열어주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임주섭(영남대 작곡과 교수), 박기섭(대구교대 작곡과 교수) 등이 당시 창작곡 공모에서 발굴된 작곡가들로 현재 지역 작곡계를 주도하는 사람들이다.선생님의 제자 작곡가 권은실 씨는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항상 '너거 책 좀 읽나? 너거 왜 음악을 하노?'라는 질문을 던지셨다"고 했다. 간단하지만 묵직한 그 질문은 제자들이 음악 활동을 할 때 늘 되새기게 되는 말이 됐다. 온몸으로 대구 음악사를 써온 우종억 선생님이 빚어내 온 수많은 스토리들이 이제 대구시 문화예술아카이브에 정리되고 있다. 이제 선생님의 삶이 미래의 음악인들과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할 일만 남았다.

2020-07-15 16:30:00

[종교칼럼] 과학문명, 코로나19, 종교

[종교칼럼] 과학문명, 코로나19, 종교

글쓰기를 200자 원고지에 하다가 타자기에 이어서 1988년 처음으로 컴퓨터로 하게 되었을 때에는 기술 문명의 발달에 놀라워하면서 그 편리함을 매우 좋아했다. 세월이 제법 흘러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모르는 일이 발생할 때에는 1992년생인 조교에게 물어야 했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편하기는 했지만 견딜 만했다. 그 이후 불과 몇 년도 흐르지 않은 오늘날에는 이렇게 발전하는 과학 문명이 상당히 당혹스럽고 적응하기 힘들어지고 있다.이제까지 가르치는 위치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는데, 요즘은 안내하는 위치로 바뀌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적응을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메일과 카톡을 통해 전해 오는 좋은 말들과 좋은 강의들, 그리고 각종 정보들은 내가 여기서 할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예 현대사회에서 밀려날 판이다.이번 칼럼에서는 그중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나에겐 스승과 같은 위치의 연세가 높은 수도자로부터 받은 것이다.〈코로나19가 알려준 사실〉1. 유럽은 생각했던 것만큼 선진국이 아니었다.2. 부자라고 가난한 사람보다 면역력이 좋은 건 아니었다.3. 종교는 단 한 명의 환자도 살리지 못한다.4. 축구 스타보다 의료인들이 훨씬 값어치 있다.5. 소비가 없는 사회에 석유는 쓸모없다.6. 우리가 격리되어 보니 동물원의 동물들 심정을 알겠다.7. 인간들이 활동을 덜 하면 지구는 회복된다.8.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도 일을 잘 해낸다.9. 외식·회식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10. 일본은 후진국이다!!이들 중 특히 3번은 나에게 민감한 사항이지만 사실이 그러하니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소개하고 싶은 것은 있다.대구 신천지 신도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번져 나가는 일이 발생했을 때, 천주교대구대교구는 머뭇거리거나 막연한 기적에 기대하지 않고 교구 내 모든 성당에 신자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를 금지시키는 그야말로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이 조치는 대구대교구 내 수십만 신자들을 코로나19의 확산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되었다. 2천 년 교회 역사 안에서 교구 전체의 공적 미사를 자발적으로 금지시킨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한국 천주교 모든 교구들이 이내 동참했고, 이어서 바티칸을 비롯하여 세계 교회 곳곳에서 같은 조치를 내렸으며, 개신교와 불교에 이어 이슬람교조차 동참하였다. 그렇게 하여 많은 사람들을 코로나19의 확산으로부터 지켜내었다.가톨릭교회가 의료인이 되어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를 직접적으로 치료하지는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저 기적을 바라는 주술적인 기도에 의지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빠른 속도로 취하여 코로나19 극복에 함께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의료인들 중에는 가톨릭 신자도 많이 있고, 교회는 모든 의료인에게 감사와 격려로 힘을 보태고 있다.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종교 생활에서도 우리로 하여금 좀 더 깨어나게 하고 있다. 신앙 생활은 이성적인 영역을 존중하면서도 그 너머 있는 세계에 대해 눈을 뜨는 일이다. 과학 문명과 대립하면서 주술적이고 비이성적인 어떤 것을 앞세우는 종교 단체는 시간 속에서 그러한 존재라는 것이 밝혀지고 외면당하고야 말 것이다.

2020-07-15 15:30:55

[기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하는 병무서비스

[기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하는 병무서비스

[기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하는 병무서비스조복연 병무청 차장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주창된 4차 산업혁명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정부도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 대정부 권고안'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왔다. 이와 함께 국민들도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병무청은 2002년부터 병무민원상담소를 통해 전화 상담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람끼리 주고받는 소통 방식이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병무청의 주 고객인 20, 30대의 소통 방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통화는 줄어들고 문자 메시지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그렇다면 이런 고객들에게 어떠한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까? 고민 끝에 병무청은 지난해부터 구축한 인공지능(AI) 기반의 채팅로봇(챗봇)을 활용한 병무 민원 상담을 이달 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챗봇 '아라' 운영으로 휴일뿐만 아니라 새벽 시간까지 365일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 궁금한 것은 언제든지 물어보고 상담받을 수 있게 했다.이렇게 상담을 받을 수 있기까지는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도록 AI에 많은 양의 학습을 시켰다. 특히 병무청 고객들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도록 2만여 개의 단어를 학습시켰다.그 결과 '입영영장'이라고 질문해도 '입영통지서'로 이해하고,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변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아라'의 응답률은 현재 95%로, 서비스 기간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또한 지난 5월 공인인증서의 독점 효력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자서명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입영 일자 등 개인정보 조회나 민원서류 제출 시 필요한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인증 수단이 요구되었다.가장 주목받는 것은 위조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이다. 개인의 고유한 생체정보와 연계할 경우 안전성과 편리성은 배가 된다.병무청은 블록체인과 생체인증을 융합한 분산인증체계(DID)를 구축하고 올해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병무청 DID는 은행 방문 없이 스마트폰의 병무청 간편인증 앱만으로 간편하게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 보안이 한층 강화됐고 최초 한 번만 본인 확인을 거치면 다시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과정 없이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 지문만으로 인증이 가능해 만족도가 높다. 휴대폰인증 대비 운영 예산이 25% 대폭 절감되는 효과도 거뒀다.그동안 정부의 인터넷 보증 제도로 활약해온 공인인증서가 '인터넷 적폐'로 몰리며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콜센터' 또한 '컨택센터' 등으로 변신을 시도했으나 감정노동이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대적 환경 변화는 새로운 기술을 요구한다.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정부는 예전과 다르게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병무청도 변화에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고 있다.병무청의 챗봇은 국내 챗봇 최초로 콜센터 전체 상담을 대체할 수 있는 첫 시도다. DID 인증 또한 정부기관 최초로 블록체인 생체인증을 적용해, 10만 건 넘게 서비스 중이다. 병무청에서 시작된 블록체인 기반 민원서비스는 앞으로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다양한 행정서비스로 활성화될 예정이다.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행정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선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자구 노력이 전보다 더욱 엄격해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병역을 이행하는 의무자와 국민들의 목소리에 한층 더 귀를 기울이려 한다.

2020-07-15 14:48:54

[홍성걸의 새론새평]  극에 달한 친일파 몰이, 더 이상은 안 된다

[홍성걸의 새론새평] 극에 달한 친일파 몰이, 더 이상은 안 된다

백선엽 장군이 서거했다. 백 장군은 6·25 동란 시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공산주의의 침략으로 존망의 기로에 섰던 나라를 지켜낸 호국 영웅이다. 그런 영웅을 집권 여당과 진보 좌파는 친일파라고 비판하고 혹자는 국립묘지에도 가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가 친일파라는 이유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그가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간도특설대에 배치되어 만주에서 독립군을 토벌했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가 배치된 1943년 만주에는 독립군은 이미 사라진 뒤였고 비적 떼와 같았던 팔로군들만 간혹 남아 있었다. 좌파들은 일본군 장교가 된 그가 만주에 배치되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로 몰아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또 다른 예를 보자. 한국화의 거장인 월전 장우성 화백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나 유관순 열사, 강감찬 장군, 윤봉길 의사 등 7분의 표준 영정을 그린 분이다. 좌파들은 그가 친일파라고 비난하면서 충무공과 유관순 열사 등의 표준 영정을 바꾸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장 화백이 친일파라는 근거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4회 연속 특선을 해 추천작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선전은 오늘날 국전에 해당하는 조선 최고의 미술전람회였다. 여기에서 특선을 한다는 것은 미술가로서 당연히 거쳐야 할 관문이었고 4회 연속 특선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의미다. 좌파들은 친일의 구체적 행적 없이 '선전'에 작품을 출품했으니 친일파라며 그가 그린 영정을 모두 바꾸어야 한다고 난리들이다. 장 화백이 친일파여야 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좌파들은 친일파 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한 대한민국을 정의가 바로 서지 못한 나라라며 비판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20여 명의 학자들이 참여해 10여 년에 걸쳐 4천776명의 친일파를 발굴(?)하여 2009년 3권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했다. 하지만 광복 직후 구성된 반민특위가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친일혐의자는 680여 명이었다. 일제강점기를 온몸으로 체험한 위원들이 생생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던 친일혐의자가 그 정도였는데, 살아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발굴했다는 친일행위자는 그 9배에 달한다. 그들이 친일파의 기준으로 정한 것 중 일본군 근무자는 당초 영관급 이상으로 정했다가 박정희가 빠지게 되니 다시 위관급으로 낮추어 박 전 대통령을 포함시켰다. 이런 자의적 기준으로 판단한 친일행위자 목록을 믿어야 하나.1912년 신의주에서 태어난 손기정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여 지금도 추앙받고 있다. 1932년 동아마라톤대회에 신의주 대표로 출전해 2위를 했던 손기정은 1935년 조선마라톤과 전 일본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하여 베를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고, 그래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손기정은 1937년 양정고보를 졸업했고, 1940년 메이지대학을 졸업했다. 일제강점기 마라톤 선수로서 손기정은 당연히 거쳐야 할 예선을 거쳐 본선인 베를린에 출전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좌파들이 친일 청산을 제대로 했다는 북한의 경우를 살펴보자. 조규봉이라는 조각가가 있다. 1917년 인천에서 태어난 조규봉은 일본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한 천재적 조각가였다. 장우성 화백처럼 '선전'에서 입선과 특선을 했던 그는 일본의 '문부성전람회'(제전)에서 한국인 최초로 특선을 했다. 그때까지 '제전'은 일본의 자존심 격이라 조선 사람에게 특선을 준 적이 없었다. 그만큼 조각가로서의 조규봉은 탁월한 예술가였다. 그는 1946년 월북 후 북한에서 김일성 동상과 중국인민지원군우의탑을 만들었으며, 북한 조각예술의 대부로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그런 조규봉이 친일파로 비난받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좌파의 논리대로 백선엽, 장우성이 친일파라면 손기정도 당연히 친일파여야 한다. 좌파들은 왜 같은 상황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는가. 좌파의 친일파 몰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걸핏하면 보수우파 인사들을 독재자의 후예니, 친일파의 후손이니 하면서 사실에도 맞지 않는 비판을 하곤 했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친일파니 토착왜구니 하면서 반일 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 국민도 감정적 반응보다 논리적 판단을 통해 친일파 몰이의 허구성을 깨달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 여당인 민주당에도 진짜 친일파의 후손들이 있지 않은가. 더 이상 근거도 없이 논리도 없이 사회를 분열시키는 망언을 삼가기 바란다.

2020-07-15 14:39:37

[매일춘추] 대구는 ‘진정한 문화예술’ 도시다 / 서성희

[매일춘추] 대구는 ‘진정한 문화예술’ 도시다 / 서성희

올해는 대구문화재단 이사로 대표를 뽑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값진 경험을 했다. 현재 대구문화재단 대표 선임은 7인으로 구성된 대표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응모자 중 3배수를 추천하고, 이들 중 이사회가 2배수를 올리고, '대구시장이 적임자를 최종 결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러한 선임 절차는 초반에는 공정한 심사 기준이 있지만, 최종 결정에서 명확한 심사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채 단 한 사람의 낙점으로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결정적 순간의 불투명성'은 다양한 의심과 근거 없는 추측을 양산하는 원인을 제공한다.일반적으로 대구문화재단에서 실시하는 아주 적은 금액의 지원 사업도 공정성과 절차상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에 명확한 심사 기준을 명시하고, 결과를 발표할 때는 어떤 기준에 따라 최종 선택을 했는지 심사평을 공시하게 되어있다. 공정성 시비가 될 여지를 만들지 않는 합리적인 절차는 부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그래야 재단과 예술인 사이에 신뢰가 형성된다. 만약 둘 사이에 신뢰가 깨진다면, 재단은 존립 근거가 흔들린다. 그런데 현재 대구문화재단 대표 선임 절차의 불투명성은 무수한 소문을 양산할 뿐만 아니라, '홍등 효과'를 동반한다.장이모우 감독의 '홍등'은 192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송련(공리)은 대학을 다니다가 계모가 더 학비를 댈 형편이 못 되자 권세가인 진대감의 넷째 첩으로 들어간다. 진대감은 네 명의 부인 중 한 명을 택해 잠자리를 같이하는데, 선택당한 부인의 처소에는 홍등을 밝히는 가풍이 있다. 홍등이 자주 밝혀지는 부인일수록 집안에서 권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진대감의 선택을 받지 못해 홍등이 켜지지 않으면 하인들조차 무시하는 신세가 될 거라는 두려움에, 부인들이 서로 시기하고 상호 비방과 음모를 꾸미는 홍등 효과가 나타난다.송련은 당시로는 드물게 대학을 다니던 봉건사회에 물들지 않은 신여성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부인들과 마찬가지로 홍등에 집착하게 된다. 독립적이고 당찬 송련도 둘러싼 환경이나 제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결국 홍등 효과로 첩들과의 경쟁에 완전히 매몰된다. '홍등'은 불합리한 제도가 사람을 어떻게 길들여 가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민주적인 제도는 다수인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시민들이 모든 결정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수에 의해 선출된 대표가 다수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 제도가 실행되는 절차는 투명하고 공정해서 다수의 문화예술인들의 상생과 화합에 도움이 되어야지, 불신과 반목을 조장하는 온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대구가 문화기관장 선출에 시장이 개입하지 않는 '인사 독립성'을 보장하는 민주성과 정당성을 확보한다면, 대구는 '진정한' 문화예술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2020-07-15 14:15:38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를 보고 한바탕 웃을 수 있다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를 보고 한바탕 웃을 수 있다면

병원 광고는 매우 보수적이다. 일반적인 병원 광고를 떠올려보자. 우선 흰 가운을 입고 팔짱을 끼고 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점잖은 병원의 경우다. 여기서 조금 더 파격적인 병원은 엄지를 내세운다. 카메라를 보며 엄지를 치켜 올리는 의사들의 포즈로 광고를 내보낸다.아니면 스포츠 스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광고로 쓰기도 한다. 엄지를 올리거나 스포츠 스타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병원 광고의 한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대구의 한 병원이 이 예상을 뒤집는 광고를 만들었다. 바로 스포츠 스타와 함께 엄지를 치켜드는 광고였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지만 여하튼 병원 광고는 그래왔다.병원 광고가 별로인 또 다른 이유로 의료 심의가 있다. 처음에 의료 심의를 받을 때는 황당 그 자체였다. 창작의 요소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라 워딩에 예민한 것은 이해한다.그런데 워딩의 느낌을 넘어 글씨 크기나 색깔에 관한 관여는 너무한다 싶었다. 커야 될 글씨가 있고 작게 써야할 글씨가 있다는 건 지나침 참견이다. 또 한 가지의 불만은 심의의 주관성이다. 의료심의에서 지나친 창작적 요소는 배제된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번은 '문제는 척추, 정답은 척척' 이라는 카피를 쓴 적이 있다. 그런데 후에 이런 의료 심의 결과나 날아왔다. "왜 당신의 병원이 정답이냐. 나머지 병원이 오답인 듯한 느낌이니 광고를 내리시오" 속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 광고를 내려야 했다.그 화가 식기 전에 새로운 병원에서 광고 의뢰가 들어왔다. 한 영상의학과 건강검진센터였다. 사실 영상의학과라는 분야는 꽤 어렵다. 성형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는 매우 대중적인 이미지다. 누구나 쉽게 이해한다. 하지만 영상의학과는 다르다. 어렵고 설명을 해줘도 어르신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MRI, CT라고 하면 어렴풋이 이해하시지만 그런 영어 단어조차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나는 의료 심의에 대한 분노를 가라앉히고 쉽게 표현해야하는 숙제를 받았다.청개구리 심리가 발동했다. 어설프게 의료 심의에 맞추고 싶지 않았다. 눈치를 보는 것이 싫었다. 오히려 반대로 '이게 어떻게 통과돼?' 라는 생각이 들 만한 이미지를 찾자고 생각했다. 어줍지 않게 피해가는 워딩을 쓰면 또 반려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예 화끈한 이미지로 가면 심의위원들도 어리둥절해하면 통과시켜줄 것 같았다. 그들도 사람이니 한번 웃겨주면 '이게 되나?' 하는 생각으로 승인해줄 것 같았다.그렇게 가져 온 이미지가 실제 MRI 사진이었다. 어설프게 피해가지 말고 정면으로 들이대보자라는 생각이었다. 작업을 맡은 우리 디자이너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보수적인 의료심의에 통과될 리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 '아, 소장님이 이제 막나가는구나'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의료 심의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규제에 굴하지 않고 이 이미지로 병원 PT 자리에 갔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의사들이야 영상의학과라 그러면 잘 알겠지요.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대개 어려워합니다. 그냥 보여줘야 합니다. 영상의학과가 뭐하는 곳인지 그냥 보면 알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아이디어 발표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 밀어붙였다.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으니 병원에서 이 안을 선택하길 바랐다. 당연히 준비한 3가지 안 중에 광고주는 이 안을 선택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원장님의 만족스러운 표정 너머에는 그림자도 있었다. 의료 심의 때문이었다. 나는 의료 심의를 꼭 받아내겠다고 장담하고 나왔지만 사실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냥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무조건 심의를 받자라는 식이었다. 이런 아이디어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일주일 같은 하루가 지나갔다. 직원을 시켜 매시간 심의 여부를 확인했다. 서울 출장을 마치고 내려오는 SRT 기차 안이었다. 직원에게 전화가 왔는데 심의 번호가 떴다는 소식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오히려 직원에게 반문했다. "왜?"라고 말이다. 그때 직원이 한 말이 가관이다. "심의 위원들이...우리를...포기한게 아닐까요? 얘들 원래 이상한 애들이야...라고 말이죠" 우리가 똥이 된 기분이었다.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존재 말이다.마치 고려대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심의를 기다렸다. 비록, 고려대 근처에도 가보진 못했지만 아마 분명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런 비유가 적당할 것이다. 영상의학과 원장님은 사실 30대 후반의 젊은 원장님이셨다. 큰마음 먹고 개원하는 병원일텐데 심의를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바로 전화를 드렸다. 그랬더니 원장님은 서울대 합격자 발표를 들은 것처럼 기뻐하셨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광고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사실 나는 웃기고 싶었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얼마나 각박한 세상에서 사는지. 그리고 영상의학과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더 부정적인 상황일 수 있다. 그렇다고 세상을 포기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런 상황일수록 한바탕 웃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 영상의학과의 동영상 광고에는 사실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다. MRI 속 사람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그것이 좀 웃기다. 멈춰져있는 MRI 이미지를 움직이게 구현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MRI 속 걷는 사람의 이미지가 마치 유령 같았다. 유령이 지나가면 등 뒤에서 카피가 나오는 아이디어가 전부였다.동시에 병원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병원의 개업 빨(?)일수도 있지만 웃긴 광고의 덕을 살짝 밀어 넣고 싶다. 개원하는 경우, 초반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그 병원의 팔자가 되어 버린다. 사람의 인식은 웬만해선 첫인상을 바꾸려하지 않는다. 기억해보라. 첫 방문 때 친절한 브랜드를 다시 찾은 기억이 있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첫인상은 강렬하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빨리 검사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면 사람들은 달아나버린다. 하지만 한번쯤 웃겨주고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마음을 연다. 건강 문제가 아니어도 인상을 쓰며 살아가는 우리이다. 광고에서조차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다.웃음이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이 있다. 광고 뿐 아니라 모든 창작가가 기억해야할 말이다. 누군가를 웃게 하는 일은 그의 생명을 구하는 일과 같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평생동안 (80년 기준) 화내는 시간이 5년이라고 한다. 일하는 시간은 23년이며 식사시간은 7년이라고 한다. 반면, 평생 동안 웃는 시간은 고작 89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웃을 일이 없는 요즘을 우리는 버티고 있다.웃음이 최고의 광고이자 마케팅이다. 소비자를 웃겨라. 즐겁게 하라. 웃기는 사람에게 마음에 문을 닫는 사람은 없다. 소비자 역시 똑같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2020-07-15 12:39:33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장마철, 비를 무서워하는 반려견들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장마철, 비를 무서워하는 반려견들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장마철이면 유난히 무서움을 호소하는 반려견이 많다.비를 무서워하는 페니(발발이·2살)가 병원을 찾았다. 사교적인 페니는 동물병원에 오면 간호사들이랑 입 맞추기 바쁜 애교쟁이였다. 하지만 오늘은 우울한 눈빛으로 혀만 날름거리며 주변 눈치만 보고 있었다. 보호자는 페니가 평상시에도 흐린날은 울적해 한다 생각했는데, 요 며칠 비가 오며 천둥이 치자 도통 먹지도 않고 잠도 못이루더니 지난 밤에는 경련을 했다고 말했다. 페니에게 질병이나 통증이 있는지 검사해봤지만 경미한 탈수 증상 외에는 건강의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보호자와의 더 깊은 상담을 통해 페니가 비오는 날 침울해하는 경향 외에도 맑은 날에도 갑자기 놀란듯이 보호자 품을 파고들며 오늘 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두려워하는 경우들이 있어왔음을 확인했다.개의 청력과 진동음을 감지하는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자연계에서 발생하는 지진파, 천둥, 비바람 소리를 아주 멀리서도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울림들은 주파수 음역대가 낮아 멀리까지 진동으로 전파된다. 이러한 울림들은 모든 동물들을 두렵게 만든다. 사람이 천둥이나 지진을 두려워하는 본능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동물들은 이러한 울림들을 멀리서부터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두려움은 사람에 비해 훨씬 이전부터 형성되며 울림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두려움의 강도는 높아지게 된다.반려견은 성장하며 경험을 통해 그 두려움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수의 반려견은 그 두려움이 오히려 강화되어 극도의 불안 증세로 발전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하여 비행기나 오토바이의 굉음, 공사 소음, 폭죽 소리 등을 자연의 천둥이나 지진의 울림처럼 인식해 버리기도 한다. 페니가 맑은날 갑작스러운 무서움을 호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개가 두려움을 느끼면 구석으로 숨거나 몸을 떠는 행동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플로리다 주립 수의과 대학의 테리 커티스(Terry Curtis)는 개가 귀를 뒤로 접고 꼬리를 내리며, 눈이 커지며. 헐떡 거리거나, 입술을 핥고 하품하는 행동들도 두려움의 표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때로는 창문 밖을 향해 짖거나 안절부절못하고 폭력적인 경향을 보이는 개들도 있다.비바람과 천둥, 도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울림 소리를 두려워하는 반려견에게 두려움을 완화시키는 방법들을 소개한다.첫째. 개가 두려울 때 숨을 공간을 마련해두자.개가 아프거나 외로울 때 위안이 될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어릴적 하우스 훈련이 정서적으로 도움되는 이유와 같다. 두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피난처에 자리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피신처는 보호자가 정해서는 안되며 반려견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지켜보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둘째. 두려운 울림 소리는 백색소음이나 음악으로 상쇄시킬 수 있다.TV, 라디오의 볼륨을 높이거나 음악을 틀어주면 외부의 두려운 울림들을 상쇄시킬 수 있다. 볼륨을 높이면서 장난감을 던지고 물고 오기, 노즈 워커로 간식 찾기 등의 긍정적인 인식을 심겨준다. 반려견에 따라서는 첼로 음악이나 클래식음악에 더 쉽게 안정을 찾는 경우들도 있다.셋째. Anti -Anxiety wrap(불안감을 줄이는 붕대매듭)를 적용해보자보호자를 의지하는 반려견은 보호자가 안아주면 큰 위로가 되겠지만, 지나친 의존은 보호자가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더 난감해질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개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Anti -Anxiety wrap(불안감을 줄이는 붕대매듭)을 추천드린다.탄력붕대나 머플러 등을 이용하여 누구나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새끼 때 어미개와 밀착되면 정서적 안정을 느끼듯이 적당한 압박감을 유지하며 붕대로 가슴과 배를 감아주면 반려견은 불안감이 줄어든다.같은 목적으로 몸이 약간 쪼이는 듯한 조끼 형태로 제작된 상품들도 적용할 수 있다.페니처럼 불안감이 고조되어 이미 건강에 이상을 초래할 정도라면 적극적인 약물 처방이 병행되어야 한다. 페니에게는 신경안정제와 멜라토닌을 처방했으며, 탈수 증상 완화를 위한 식이관리를 당부드렸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두려움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법들을 알려드렸다.내 개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보호자가 인지하는 소리보다 훨씬 다양하며 멀리서부터 듣게 된다. 보호자는 반려견의 행동을 통해 반려견이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인지를 관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장마철 천둥과 비바람에 대한 두려움을 반려견이 느낀다고 의심되는 즉시 두려움을 완화시키는 노력들을 적용해주시기 바란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2020-07-14 18:00:00

[경제칼럼] '국토부 보다는 중기부'

[경제칼럼] '국토부 보다는 중기부'

최근 뉴스를 보다 보면 경제 분야 주요 기사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부동산 대책들이 주를 이룬다.정부의 이러한 정책의 목표는 부동산 가격을 낮춤으로써 주택 구입 부담을 최소화해 서민들이 보다 쉽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게 하고자 하는 것일 테다.그러나 이러한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소득이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근로자들의 소득원인 기업이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현재 기업의 상황은 코로나19 이후 수출길이 막히면서 매출은 감소하고 생산설비 가동률은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그런데 기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경기가 어려운 것은 미루어 짐작하지만 많은 중소기업이 휴업에 들어갔고 고용의 지속적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분은 생각보다 많지 않음에 놀란다.그러고 보면 우리가 접하는 뉴스 속에서 이런 기업의 어려운 상황을 속속들이 알려주는 기사가 부동산 기사처럼 주요 기사가 돼 지속적으로 보도되지 않으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의 기업 경영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일거리가 줄면서 많은 중소기업들이 장기적인 휴업이나 격주 근무를 하면서 정부의 고용 유지 지원금으로 버티고 있다고 한다.또한 중소기업들은 이 어려운 시기가 언제 끝날지 미래가 안 보이면서 앞으로 어떻게 생존해 나아갈지 그리고 지금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지 막막해하고 있다.그러면서 휴업하는 동안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 및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와 산하 기관들의 지원 정책들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며 최대한 생존에 대한 방안들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근로자들은 중소기업의 휴업으로 인해 출근을 하지 못하면서 급여의 70~80%를 받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소득이 줄었고 불투명한 경기로 고용 불안까지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러한 정부의 휴업수당 지원 사업도 한시적이어서 조만간 중단될 예정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세무조사 중지 및 긴급자금 지원 등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혜택도 중단되거나 예산 부족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여기에다 금융권은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굉장히 보수적으로 심사하고 있다.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신규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렇듯 지금의 경제위기 속에서 중소기업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사실 필자는 정부 각 부처 간의 역학 관계나 협업 시스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중기부와 산하 기관들이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의 지원과 협업이 함께 이뤄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정부 정책 과정에서 중기부가 더 발언권을 가지고 중소기업의 어려운 입장을 대변하려면 중소기업이 처한 어려움과 그에 따른 중기부의 지원 활동 등이 언론에 더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그래서 일반 국민들도 중소기업의 현재 상황을 잘 알고 관심을 갖게 되고 중기부 정책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중기부에서 더 실효성 있고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나올 수 있고 그에 따른 예산 확보와 다른 부의 업무 지원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중소기업과 중기부가 경제 분야의 메인 뉴스가 되지 못하고, 부동산 가격과 국토부의 관련 정책 등이 주요 기사가 되는 것이 중소기업인으로서 안타까움이 들 때가 많다. 앞으로 언론과 사회가 중기부와 산하 기관 활동 그리고 지금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아울러 중기부가 국내 경제 정책 기관의 중심이 되기를 바라며 중소기업들이 희망을 가지고 뛸 수 있는 경제 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희망한다.내 집 마련과 고용 문제 등은 결국 선행 이슈인 기업의 활성화가 필수다. 다수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의 활성화가 이뤄져야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 본다.

2020-07-14 16:22:44

[매일춘추] 회색예찬(1)

[매일춘추] 회색예찬(1)

회색을 좋아한다. 언제부턴가 햇빛 밝은 날보다 잿빛 구름 낮게 드리운 흐린 날이 더 좋다. 옷도 회색 계통이 많다. 왜 그런가 생각해 봤더니, 회색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데다 왠지 마음을 안정시켜 주기 때문인 것 같다. 교환교수로 몇 차례 독일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데, 착 가라앉은 잿빛 날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내는 물론 자주 만났던 독일 대학 교수는 그런 필자를 보며 매번 고개를 갸우뚱하곤 했다.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가슴을 뛰게 했던 이름난 두 편의 수필이 있다. '청춘예찬'과 '신록예찬'이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예찬'의 이 첫 구절처럼 '신록예찬' 역시 푸르른 신록의 청춘을 찬미한다. 괴테가 '질풍과 노도(슈투름 운트 드랑)'의 청년기를 지나 원숙한 고전주의의 세계로 들어갔듯이, 필자는 회색을 예찬함으로써 괴테를 흉내 내 보려 한다. 회색은 검은색과 흰색 사이,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중간색이다.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곳을 '회색지대', 그런 사람을 '회색인'이라고 낮춰 부르는 이유다. 우리 한국의 경우 특히 어느 한쪽에 확실히 서야 회색인을 면할 수 있다. 과연 그런가. 회색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때에 따라서는 어느 쪽도 되는 기회주의의 대명사인가. 긍정적인 의미는 없는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회색은 흰색에서 검은색에 이르는 색상과 채도가 없고 명도만 있는 무채색이다. 회색에는 진회색에서 연회색까지 명도가 다른 여러 색깔이 있다. 검은색이 짙을수록 진회색, 옅을수록 연회색이다. 따라서 회색이 검은색도 흰색도 아니라는 말은 틀리지는 않지만 꼭 맞는다고도 할 수 없다. 오히려 검은색과 흰색 모두를 포용하는 넉넉한 색깔이라고 해야 온당한 설명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회색은 흑과 백 두 대립되는 색이 변증법적으로 지양된 제3의 색깔, 화해와 통합의 색깔이라고 할 수 있다. 화해와 통합의 회색, 독일문학의 색깔이 바로 이 회색이다. 필자는 독문학도들의 필독서인 '독일비평사'(김주연 저)의 서문에 깊이 공감한다. "독일문학의 빛깔은 회색빛이다. 독일의 하늘 빛깔만큼이나 회색빛이다. 회색은 양극을 지양하는 양보의 색깔이다. 따라서 독일문학 여행은 통합된 초월로의 비상이다." 독일어로 1월은 '야누아르(Januar)'이다. '야누스(Janus)의 달'이라는 뜻의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나왔다. 로마신화에서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진 문(門)의 신인데, 매년 1월 한 얼굴은 문 뒤를, 다른 한 얼굴은 문 앞을 내다본다. 흔히 야누스가 이중인격적인 기회주의자의 뜻으로 쓰이지만, 본래 의미는 그게 아니다. 두 얼굴의 야누스야말로 온전한 인격과 삶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만을 고집하는 외곬의 신념으로는 중용적인 삶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네 삶의 현장에는 언제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교차하면서 공존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20-07-14 12:02:08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세금계산서를 청구할 수 없는 응원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세금계산서를 청구할 수 없는 응원

광고회사는 미적분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광고회사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다. 어떻게 의뢰해야 할지, 어떻게 요구해야 할지 모르는 광고주가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펜을 들었다.첫째, 원하는 점을 써보라. 말은 가볍지만 글은 무겁다. 미팅 때의 말은 그저 날아가 버린다. 하지만 글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또한 미리 써보면 말도 잘 된다. 정리 정돈된 언어로 광고회사에 요구할 수 있다. 광고회사와의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은 재앙이다. 결과물을 받아 볼 때 원치 않은 방향이 나올 수도 있다. 탕수육을 시켰는데 짜장면이 나온 것을 상상해보라. 그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미리 써보고 생각을 정리 정돈해라.둘째, 예산을 미리 책정해라. 광고주 입장에서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어떤 광고가 얼마 하는지도 모르는데 예산을 책정하라니. 하지만 가용 가능한 예산의 범위는 정해두어야 한다. 매출 3억원 기업에서 한 해에 3억원의 광고를 할 수는 없다. 5%, 많아도 10% 정도가 적당하다. 광고회사와 미팅할 때 "1천만원 정도 예산 책정이 가능하다. 이 범위 안에서 광고 전략을 짜달라"고 소통해라. 그러면 광고회사 측에서도 효율성이 발휘된다. 그 예산 안에서 광고 제작의 구성을 짜니까. 하지만 광고주 입장에서 이 견적을 어떻게 믿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럴 때는 타 회사의 견적도 받아봐야 한다. 세 군데 정도 회사의 견적을 받아보면 초짜인 광고주도 보는 눈이 생긴다. 시장의 흐름이 보인다. 견적서만 받아도 그 회사의 많은 부분이 보인다. 뛰어난 회사일수록 견적서가 디테일하다. 반면, 그렇지 않은 광고회사는 견적서도 헐렁하다. 견적서가 디테일하면 일도 디테일하다. 그리고 쉬운 언어로 되어 있다. 광고주를 배려하는 것이다. 견적서를 잘 못 쓰는 광고회사를 멀리해라.셋째, 타임 테이블을 요구해라. 쉽게 말해 작업 기간을 의미한다. 언제 작업이 마무리되는지, 언제 제안서를 받아볼 수 있는지, 언제 광고가 집행되는지 등을 표시한 스케줄이다. 이 스케줄이 있으면 광고회사는 부지런해진다. 막연히 "몇 주 후에 봅시다"라고 하면 다소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타임 테이블을 받는다면 그 일정을 맞춰야 하니 부지런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표를 보면 프로젝트의 기승전결이 보인다. 꼭 일정표를 요구해라. 더 나아가 그 일정표를 준수하는 팀과 일을 해라. 물론 일을 진행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변수도 생긴다. 그러지 않는 이상 일정을 맞추는 팀에 신뢰가 가기 마련이다.넷째, 고객이 아니라 파트너라는 인식을 줘라. 내가 광고회사를 운영하며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계약서에 갑과 을이라는 단어를 빼버린 것이다. '갑'을 '수요자'로 '을'을 '공급자'로 명시했다. 단어만 바꿨을 뿐인데 파트너라는 인식이 창출되었다. '갑'이라 쓰면 왠지 갑질을 해야 할 것 같다. 대신 '수요자'라 하면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공급자는 주는 사람이니 더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계약한 광고주에게 피자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광고비에 비하면 아주 적은 금액이었지만 우리 팀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때의 피자는 단순한 밀가루 덩어리가 아니었다. '저희 브랜드 광고하신다고 고생 많습니다. 더 힘내주세요'라는 백지수표였다. 세금계산서를 청구할 수 없는 응원이었다. 그런 응원을 받으니 아이디어 회의가 불타올랐다. 사람 사는 게 그런 것 같다. 받으면 주고 싶고 주면 받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2020-07-13 17:00:00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토할 때까지 피자를 먹을 거야.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토할 때까지 피자를 먹을 거야.

'위기'라는 단어가 무섭지 않아 슬프다. 너무 자주 듣다 보니 단어의 힘이 빠져버렸다. 진짜 두려운 것은 위기에 덤덤해져버린 우리의 모습이다. 태어났으니 살아가고, 죽지 못해 살아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렇게 우리는 생업의 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파는 것이 인간이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못 팔고 있다. 자연스럽게 삶이 피폐해져간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올해 2, 3월에는 작년에 수주한 일로 버티었다. 이제 진짜 여파는 하반기 때 올 것이라 한다. 나 역시 광고 회사를 운영하는 CEO이다 보니 이런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광고를 고민해본다. 어떤 광고를 해야 팔 수 있을까? 고객과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매출이 올라갈까?파는 것이 인간이라는데 팔 수 없다면 그 자괴감이 얼마나 대단할까. 퇴직금을 모두 털어 카페를 차린 조 부장님, 기업 홍보팀에 입사한 이 대리님, B2B 비즈니스를 하는 중소기업 김 대표님. 그들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도 광고를 고민하고 있을 분들을 위해 말이다. 광고계에 있으며 내가 깨달은 광고의 법칙을 하나 소개하고 싶다.'Love overcomes everything.'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는 뜻이다. 광고에서도 마찬가지다. 광고 캠페인에도 사랑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날로 똑똑해져가고 있다. 내 지갑을 탐하는 것인지 금방 눈치챈다. 광고에서 절대 자신이 소비자보다 똑똑하다고 생각지 마라. 광고주는 절대 소비자를 이길 수 없다. 그들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순전한 사랑이다. 아무런 계산 없이 고객을 사랑해야 좋은 광고가 탄생한다.여기 도미노 피자의 사례가 있다. 도미노는 특이하게도 길바닥에 난 구멍에 집중했다. 피자와 도로의 구멍이 무슨 관계냐고? 도로의 구멍이 배달차를 덜컹이게 해 피자가 뭉개지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망가진 모양의 피자를 보고 좋아할 고객은 없다. 어떻게 하면 고객의 걱정을 덜까 고민하다 도로 포장까지 생각이 미친 것이다. 그렇게 도미노 피자는 도로의 구멍을 메우기 시작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미노는 달랐다. 오직 고객에게 제대로 된 피자를 배달한다는 신념으로 묵묵히 도로를 메워갔다. 그리고 메워진 곳에는 도미노의 로고와 'OH YES WE DID'(네, 우리가 했어요!)란 글을 새겨두었다. 이런 캠페인 속에는 고객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고객의 주머니만 노렸다면 특가 할인이나 1+1 전략이 나왔을 것이다. 그런 브랜드에 도로의 구멍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도미노에는 보였다. 구멍을 메우고 도미노는 고객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마음까지 훔쳤다. 이 캠페인에 대한 한 시민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저는 이제 토할 때까지 도미노 피자만 먹을거예요!" 한 브랜드를 사랑하게 만드는 일은 정말 힘들다. 하지만 여기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브랜드가 먼저 소비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광고이다. 어떠한 달콤한 글이나 이미지로도 감동을 줄 수 없는 영역이다. 광고에는 유머, 수사법, 크리에이티브 등 다양한 기술이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을 부리기 전에 무엇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지를 기억하라.

2020-07-13 17:00:00

[석재현의 사진, 삶을 그리다] 별거 아닌 풍경

[석재현의 사진, 삶을 그리다] 별거 아닌 풍경

누가 나를 좀 봐주기를 나를 좀 알아주기를, 소리를 내보지만 빈 메아리요, 존재감을 찾기 힘든 시절이 있다. 차마 고개 들어 하늘을 볼 수 없기에 고개 숙인 눈길엔 하염없이 땅만 밟힌다. 울퉁불퉁한 자갈길, 정돈되지 않은 거친 땅, 참 별거 아닌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 별거 아닌 풍경을 '별거'로 담아 한국 사진계에 이름을 새긴 이가 바로 사진가 민병헌이다. 2018년 11월쯤이었다. 중국 전시기획에 참여 작가로 만나 진한 백주 한 잔을 기울이고 2019년 파리포토에서 다시 그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거 아닌 풍경 시리즈에 돌입한 것은 80년대 중반이요, '사진가로서 존재감이 없던 시절' 고개가 절로 땅바닥을 향했기에 '별거 아닌 풍경'을 발견하게 됐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저 새로운 대상을 찾아냈다고 해서 사진계에 그처럼 센세이셔널 한 반응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흑백사진의 묘미는 콘트라스트다. 흰색과 검은색의 강렬한 대비, 참 매력적이다. 하지만 민병헌은 청개구리처럼 그 길을 거꾸로 걸었다. 명확한 콘트라스트는 검고 흰 것만 남기는 대신 다른 디테일들을 존재감 없이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마치 공부 잘하고 잘난 사람들만 살아남는 세상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는 흑백의 콘트라스트가 활개를 펴지 못하도록 최대한 억누른다. 그러면 그 때 흰색과 검은색 뒤에 숨어있던 회색 톤들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민다.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중간 톤의 밋밋하기 그지없는 색감이지만 너무도 다양한 높낮이의 회색 톤들은 사진이 아니고서는 절대 표현해내지 못할 작품을 완성시킨다. 별거 아닌 풍경이 '별거'가 되는 순간이다. 1987년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초기 연작 에 이어 그는 잡초, 안개, 하늘, 강, 나무, 폭포, 고군산군도, 새에 이르기까지 늘 인화에 있어 아날로그 흑백 프린트, 젤라틴 실버 프린트만을 고집한다. 혹자는 디지털 컬러 시대에 이 무슨 뒷걸음질이냐 하겠지만 달리 보면 수십 년간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지켜온 진정한 고수의 숨결이다. 때로는 극단적으로 톤을 밝혀 연회색으로 물들이고 때로는 진하디 진한 회색으로 무장한 작품들은 은은하게 에너지를 뿜어낸다. 밋밋한 빛들이 더 묘하게 풍부한 질감과 촉감을 그려내니 색채의 전복과 재탄생, 그가 강렬하게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각인시키는 이유다. 그는 늘 '머리가 곤두설 때 셔터를 누르고, 소름 돋게 톤이 좋아야 작업을 마친다.'는 말을 들려준다. 사진을 찍어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지 않을까, 그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하지만 민병헌은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는 사색가요, 사진에 대한 치명적인 사랑꾼이다. 어제 부산에서 그를 만났다. 평생 철없이 살고 싶은데 군산 작업실로 옮기고 나서는 '철이 든 것 같아서 기분 나빠' 라며 소년 같은 웃음을 터트린다. 만남이 즐거운 선배다. 별거 아닌 사진가가 이처럼 별거인 사진가가 됐듯 우리 모두 희미한 존재를 벗어던지고 각자가 원하는 '별거'가 되는 날을 한 번, 기다려보자.

2020-07-13 16:30:00

[석재현의 사진, 삶을 그리다] 별거 아닌 풍경

[석재현의 사진, 삶을 그리다] 별거 아닌 풍경

누가 나를 좀 봐주기를 나를 좀 알아주기를, 소리를 내보지만 빈 메아리요, 존재감을 찾기 힘든 시절이 있다. 차마 고개 들어 하늘을 볼 수 없기에 고개 숙인 눈길엔 하염없이 땅만 밟힌다. 울퉁불퉁한 자갈길, 정돈되지 않은 거친 땅, 참 별거 아닌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 별거 아닌 풍경을 '별거'로 담아 한국 사진계에 이름을 새긴 이가 바로 사진가 민병헌이다. 2018년 11월쯤이었다. 중국 전시기획에 참여 작가로 만나 진한 백주 한 잔을 기울이고 2019년 파리포토에서 다시 그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거 아닌 풍경 시리즈에 돌입한 것은 80년대 중반이요, '사진가로서 존재감이 없던 시절' 고개가 절로 땅바닥을 향했기에 '별거 아닌 풍경'을 발견하게 됐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저 새로운 대상을 찾아냈다고 해서 사진계에 그처럼 센세이셔널 한 반응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흑백사진의 묘미는 콘트라스트다. 흰색과 검은색의 강렬한 대비, 참 매력적이다. 하지만 민병헌은 청개구리처럼 그 길을 거꾸로 걸었다. 명확한 콘트라스트는 검고 흰 것만 남기는 대신 다른 디테일들을 존재감 없이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마치 공부 잘하고 잘난 사람들만 살아남는 세상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는 흑백의 콘트라스트가 활개를 펴지 못하도록 최대한 억누른다. 그러면 그 때 흰색과 검은색 뒤에 숨어있던 회색 톤들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민다.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중간 톤의 밋밋하기 그지없는 색감이지만 너무도 다양한 높낮이의 회색 톤들은 사진이 아니고서는 절대 표현해내지 못할 작품을 완성시킨다. 별거 아닌 풍경이 '별거'가 되는 순간이다. 1987년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초기 연작 에 이어 그는 잡초, 안개, 하늘, 강, 나무, 폭포, 고군산군도, 새에 이르기까지 늘 인화에 있어 아날로그 흑백 프린트, 젤라틴 실버 프린트만을 고집한다. 혹자는 디지털 컬러 시대에 이 무슨 뒷걸음질이냐 하겠지만 달리 보면 수십 년간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지켜온 진정한 고수의 숨결이다. 때로는 극단적으로 톤을 밝혀 연회색으로 물들이고 때로는 진하디 진한 회색으로 무장한 작품들은 은은하게 에너지를 뿜어낸다. 밋밋한 빛들이 더 묘하게 풍부한 질감과 촉감을 그려내니 색채의 전복과 재탄생, 그가 강렬하게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각인시키는 이유다. 그는 늘 '머리가 곤두설 때 셔터를 누르고, 소름 돋게 톤이 좋아야 작업을 마친다.'는 말을 들려준다. 사진을 찍어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지 않을까, 그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하지만 민병헌은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는 사색가요, 사진에 대한 치명적인 사랑꾼이다. 어제 부산에서 그를 만났다. 평생 철없이 살고 싶은데 군산 작업실로 옮기고 나서는 '철이 든 것 같아서 기분 나빠' 라며 소년 같은 웃음을 터트린다. 만남이 즐거운 선배다. 별거 아닌 사진가가 이처럼 별거인 사진가가 됐듯 우리 모두 희미한 존재를 벗어던지고 각자가 원하는 '별거'가 되는 날을 한 번, 기다려보자.

2020-07-13 16:30:00

[백옥경의 과학둘레] 그 여름 청포도는 다 어디로 갔을까

[백옥경의 과학둘레] 그 여름 청포도는 다 어디로 갔을까

반 고흐의 그림 중에 '감자 먹는 사람들'이란 그림이 있다. 흙 때 묻은 손을 한 사람들이 칙칙한 배경의 불빛 아래 둘러앉아 감자를 나눠 먹는 모습이다. 그림은 16세기 스페인 군대의 남미 원정으로 유럽에 처음 전해진 감자를 농사지어 먹던 농부들의 저녁 식사 모습을 보여준다.영국 옆에 위치한 섬나라인 아일랜드만큼 감자에 관해 슬픈 역사를 가진 나라가 있을까. 영국의 식민지였던 그곳에서 감자는 국민들의 주식이었다. 속국으로부터 생산되는 거의 모든 농산물을 갈취해 가던 영국의 수탈 품목에 감자는 제외돼서다.악마의 열매라 부르며 기피하던 땅속에 남은 유일한 목숨 줄. 그마저도 잎이 마르는 돌림병에 의해 전멸하고 만다. 그것으로 1845년부터 시작해 7년간 이어진 대기근 동안 굶어 죽은 아일랜드 사람이 백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굶주림에 본국을 떠난 이들도 백만 명. 전체 인구의 25%가 사라진 셈이었다.감자가 전멸한 주된 이유는 돌림병 때문이지만 경작하던 감자가 한 종류인 탓도 있었다. 만일 그곳에 오랜 기간 자생해 오던 다양한 종류의 감자가 있었더라면 상황은 훨씬 덜 심각했을 것이다. 볼품없이 작아도 가뭄이나 추위, 역병 같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은 그들이야말로 사정이 어려워지면 꺼내 쓸 수 있는 유전자 저금통이기 때문이다.얼마 전 오며 가며 지나다 보던 눈에 띄는 가건물에 들어가 볼 기회가 생겼다. 씨앗이라고 쓰여 있는 그곳에는 시를 쓰며 농사를 짓는 시인이 살고 있었다. 비록 몇 마디 얘길 나눠보진 못했지만 요즘 많이들 재배하는 씨 없는 포도 대신 30년 된 포도나무를 가꾼다는 그분은 씨앗에서 시가 나오는 삶을 살고 있는 듯했다.씨 없는 포도는 지베렐린이라는 식물 생장 호르몬을 사용해 만든다. 꽃이 활짝 피기 전 봉오리 상태일 때 지베렐린을 발라주면 암술과 수술이 미처 성숙하기 전에 꽃이 피게 되어 씨앗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다시 지베렐린 처리를 하면 씨 없는 상태에서 과육이 자라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는 크기가 클 뿐 아니라 식감이 좋고 맛도 달다.씨 없는 과일은 씨앗의 존재 이유를 인간의 미각을 위해 우회시킨 농사 기술의 혁신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산들거리는 바람에 작열하는 태양을 맞으며 씨를 품고 서서히 익어가는 자연의 섭리에 비할 바 아니라는 게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의 생각이다.씨앗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처럼 예측 가능한 것이다. 속삭이는 바람만큼 가녀린 날갯짓으로 만들어지는 자연의 선물 같은 것. 가장 때깔 좋고 실한 놈을 골라 대대손손 물려주는 가보 같은 것이다. 그러한 씨앗 중에 씨앗 아닌 씨앗 같은 씨앗이 있다.알록달록한 색깔과 반지르르한 모습으로 우리의 눈을 유혹하는 파프리카. 가격도 비싸 그 씨를 받아 심으면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게도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 정체를 알고 나면 접게 마련이다. 심어봐야 같은 열매를 얻을 수 없는 씨앗. 아인슈타인과 메릴린 먼로가 결혼해 아인슈타인의 두뇌와 먼로의 미모를 가진 아이를 낳을 확률이 극히 적은 것처럼 우수한 형질이 자손에게 전해지지 않고 그 세대에서 끝이 나고 마는 F1 하이브리드 씨앗이다.F1 씨앗은 좋은 형질을 가진 식물들을 자가수분해 8대째 선별하여 순수 혈통으로 만든 후 그러한 것들끼리 교배시켜 만든 것이다. 이렇게 키운 씨앗은 당대에만 우수 형질이 나타나기에 이듬해 같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매년 F1 씨앗을 만든 이에게 로열티를 지급하고 그것을 새로 사야 한다. 씨 한 개 값이 수백원이라고 한다. 파프리카가 비싼 이유다. 씨앗의 주권이 그것을 심고 가꾸고 거두는 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조작하고 독점하는 거대 기업에 있다.언제부턴가 보기만 좋지 껍질이 두껍고 싱거운 서양 토마토가 마트의 진열대를 채우고 있다. 예전에 얼음을 넣어 화채로 만들어 먹던 부드럽고 향긋한 토마토는 어디에 있을까.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고 시인이 노래한 청포도는 또 어디로 갔을까. 먼 데 하늘 알알이 박혀 주저리주저리 열린 마을의 전설은 시로만 남아서는 안 될 일인 거 같다.

2020-07-13 16:30:00

[석재현의 사진, 삶을 그리다] 경주 남산의 재발견

[석재현의 사진, 삶을 그리다] 경주 남산의 재발견

몇 시간이나 달렸을까. 표지판과 도로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자갈투성이로 바뀐 길은 가로등도 없다. 시골 하고도 더욱 시골, 어둑해진 하늘에 내비게이션마저 끊기니 행여 시리아 국경이라도 넘을까 스멀스멀 걱정이 밀려든다. 대충 그쪽으로 가면 터키의 유적지가 있을 거란 정보에 떠난 길, 다들 침묵 속에 맘고생이 치열하다. 그때, "좀 더 가보죠!"라는 단호한 한마디에 용기를 내본다. 30여 분쯤 흘렀을까, 마침내 터키 국경 인근 외진 곳에서 우리는 웅장한 유적지와 마주할 수 있었다.멈춤 대신 전진을 외쳐준 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등 떠밀어준 이가 너무도 감사했다. 그는 바로 사진가 강운구 선생이다. 필자가 기획한 2013 이스탄불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한국 대표사진가전의 현지 반응이 뜨거워, 한 해 뒤 앙카라에서 앙코르 전시를 할 무렵의 일이다. 사진가 강운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마음 작정'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다고 한다. 특히 오랜 역사가 깃든 유적지를 찍을 때는 그 마음이 더욱더 치열하고 견고하다. 터키의 유적지를 찾아가는 여정이 그러했는데 하물며 우리의 역사를 찍는 일엔 어떠했을까.한국 사진과 출판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1987년에 일어났다. 열화당에서 출간한 강운구의 대형 사진집 '경주 남산'은 당시 센세이셔널 그 자체였다. 산 전체가 노천 박물관이라 할 만큼 불교 문화유산이 산재한 남산은 5분마다 불상이나 탑을 만날 수 있고, 옛 절터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가까이 있었기에 소홀함도 있었던 듯하다.깊은 골짜기와 가파른 능선이 품어온 역사와 그 아름다움을 속속들이 알아채지 못한 우리에게 강운구의 사진집은 큰 충격이었다. 수십 년 이 산을 오르내리면서도 몰랐던 남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어서 너무 고맙다는 한 경주 향토사학자의 말처럼 말이다. 저 멀고 먼 선사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암각화의 계보를 잇는 경주 남산은 그렇게 한 사진가의 마음으로 재조명될 수 있었다.기원전 57년에 세워진 신라, 수천 년이라는 물리적 시간을 때로는 순응하고 때로는 거스르고 가로지르며 불적(佛蹟)을 담아냈다. 천몇백 년 전 신라의 하늘, 그 하늘은 더 청명했을 것이요, 그 공기는 더 투명했을 것이요, 그 태양은 더 빛나지 않았을까. 더없이 풍부했을 그 모든 것을 상상하며 천년 세월의 비바람이 다듬은 화강암의 피부까지 화면 속에 담아낸 그의 작업을 보노라면 슬며시 부러움에 찬 질투가 일어날 지경이다. 사라져가는 우리 땅의 흔적과 시간을 역사적 문화적 통찰력을 지닌 눈으로 해석해낸 가치, 경주 남산은 그렇게 새로이 태어났다.자기가 사는 곳의 체질과 무관한 사진은 정체성을 갖춘 작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사진가 강운구의 철학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철학을 아직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여든을 훌쩍 넘긴 고령에도 그는 여전히 일본풍도 미국풍도 아닌 내 사진을 찾아서, 이 땅에 사는 작가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제시할 이 땅, 이 시대의 사진을 찾아 길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020-07-13 16:30:00

[기고] ‘리쇼어링’을 시키려면 정책 기조부터 바꿔라!

[기고] ‘리쇼어링’을 시키려면 정책 기조부터 바꿔라!

코로나19가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세계적 이슈로 부각시켰다. 각국은 리쇼어링을 이용한 고용 창출과 경제성장을 도모함으로써 코로나19가 유발시킨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리쇼어링은 싼 인건비나 큰 시장을 찾아 외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말로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유턴 투자'라는 용어도 사용되고 있다.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 정부는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을 다시 데려오기 위한 '리쇼어링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단순히 보조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세금 인하와 노동 개혁, 최저임금 인하 등 전방위적인 유인책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올인하고 있다.우리나라는 미국, 일본과 달리 별도의 독립된 '유턴기업 지원법'을 제정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리쇼어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월 10일 대국민 연설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과감한 리쇼어링으로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최근 지방자치단체들도 해외 투자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한 '리쇼어링'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업 지원을 위한 조례를 개정하거나 제도 개선은 물론 막대한 보조금까지 투입해 공격적인 유치 전략을 펴고 있다.특히 최근 대구시가 국내 복귀 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발표한 '대구형 리쇼어링' 인센티브 패키지 방안은 파격적이고도 획기적인 제안으로 주목받고 있다.이런 우리 정부나 지자체의 리쇼어링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 실제 리쇼어링 사례는 매우 부진하다. 2010년 이후 9년 동안 3천327개 기업이 국내로 복귀한 미국에 비해 '유턴지원법'이 시행된 2013년 12월 이후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70여 개에 불과하다. 문제는 앞으로도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작년 말 필자는 청와대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그동안 몇 편의 리쇼어링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필자를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해 리쇼어링 활성화에 대한 자문을 받기 위해서였다.필자는 정말 리쇼어링을 시키려면, 먼저 정책 기조부터 바꾸라고 단호하게 한마디 한 적이 있다. 기업은 본능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돈이 되면 오지 말라고 해도 리쇼어링하게 돼 있다.따라서 기업이 입지를 선정할 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우선이고 인센티브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므로 친기업적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인센티브는 모든 유치 희망지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그 내용도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투자 입지를 선택할 때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최저임금주 52시간 근무제노동시장의 경직성법인세 인상 등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보면 리쇼어링은커녕 현재 국내에 있는 기업들도 해외로 몰아낼까 걱정이다. 세상을 단순하게 이분법으로 나누어 기업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과거의 지나치게 친기업적인 접근도 문제지만 너무 친노동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도 문제다. 대구시의 리쇼어링을 촉진하기 위한 획기적인 제안을 높이 평가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를 통해 리쇼어링을 활용한 경제위기 극복을 기대해 본다.

2020-07-13 15:22:05

[세계의 창]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려면

[세계의 창]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려면

유서를 남기고 실종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자살로 추정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자살이라는 사회 현상을 생각해 본다.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6.9명으로 183개 국가 중(리투아니아 31.9, 러시아 31, 가이아나 29.2명 다음) 네 번째로 높다. 183개 국가 평균 9.3명의 3배 이상이며 다른 산업국가들인 일본 18.6, 미국 15.3, 독일 13.6, 영국 8.9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중국도 9.7명에 불과하다.(World Population Review 2020) '자살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국에서 자살률이 높은 그룹은 첫째 고령자이다. 부모 봉양의 전통이 사라지면서 많은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자살을 택하게 되었다. 둘째는 젊은 학생층이다.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한 학업 성적에 죄책감으로 자살에 이르는 경우이다.고령층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 노후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노부모 봉양은 없어졌는데 자식에 대한 과도한 교육 투자, 결혼 자금과 주택 비용 부담은 여전하다.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의 집에서 기식하는 경우도 흔하다. 미국의 경우 20세 이상의 젊은이가 부모와 함께 산다고 하면 데이트 상대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자립심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자식에 대한 비용 부담은 노후 생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으로 해야 할 것이다.젊은 학생들의 과도한 학업 성적 집착 문제를 해소하려면 획일화된 평등교육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본다. 교육기관의 설립, 교과 내용, 학생 선발을 자유화하여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영수국(英數國)에서 뒤지더라도 기술이나 기능을 습득하는 실용 교육으로 고등학교만 나와도 당당한 사회인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의 3대 IT 기업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모두 대학 중퇴자들이다. 기업들도 고졸 학력자들을 능력 위주로 대거 채용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노령자와 학생층 외에도 문재인 정부 들어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자살이 두드러진다. 이 역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정권의 부도덕한 횡포에 대한 저항의 표출이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를 청산한다며 전직 두 대통령을 포함한 120여 명의 전 정부 고위 공직자를 구속한 바 있다. 무리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국정원 댓글 사건 방해' 의혹을 받던 국정원 소속 정모 변호사와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방산 비리' 의혹을 받던 한국항공우주산업 김모 임원,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을 받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경남테크노파크 채용 비리 의혹 수사를 받던 조진래 전 국회의원이 부당한 수사에 항거하여 자살을 택하였다.다른 하나는 집권 내부 인사의 자살이다. 비리 폭로에 따른 죄책감이나 연루 인사들의 비호를 위해 택한 자살이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 울산시장 부정선거 관련 '백원우 별동대'에서 근무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수사관,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이다.현 정부가 추진해온 적폐 청산은 전 정권 인사, 대기업, 우파 언론인에 대한 보복 정치이다. 이 와중에 나타난 것이 억울한 사람들의 자살이다. 보복 정치는 내부 총질로 이어져 이에 따른 좌파 세력 인사의 자살 사건도 일어날 수 있다. 폭주 기관차가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의 몰락이 좌파 내부의 갈등에서 시작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좌파의 (계급)투쟁이론은 타도해야 할 적을 필요로 한다. 프랑스 혁명을 이끈 자코뱅파의 지도자 로베스피에르는 왕과 귀족을 혁명의 적으로 처단한 후 당통과 같은 자코뱅 내부의 경쟁자들도 처형해야 했다. 본인 역시 혁명광장의 단두대에 올려져 목이 달아났다.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며 도덕 정치를 내세웠다. 적폐 청산과 같은 살벌한 정치를 지양하고 취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화합의 정치를 시작했으면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같은 안전장치가 없이도 전직 대통령의 안락한 퇴임이 정착되는 것을 보고 싶다.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2020-07-13 15:16:54

[매일춘추] 다 이러니 다를 게 없잖니

[매일춘추] 다 이러니 다를 게 없잖니

맨날 자기 혼자만 소고기 먹는 어느 사장이 있었다. 음식은 개인 취향이다. 그런데 그는 직원 회식 때만 입에 거품 물고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더 맛있다"고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일장 훈시 후 직원 인원수만큼 돼지고기를 주문하며, 바로 옆자리로 이동하여 측근 임원들과 함께 마음껏 소고기를 시켜 자기들끼리만 즐겁게 먹는다. 이 광경을 지켜본 회사 직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사장님의 행동은 과연 상식적인가? 잔머리의 위선이다. 이와 같은 사장님을 닮은 정치인들이 청와대와 국회에 모여 부동산 집값 안정화 대책을 연일 발표하고 계신다. '똘똘 영민'(똘똘한 강남 한 채 남긴 노영민)이 제일 부지런하게 움직인다.태초부터 인간은 합리적 이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합리적 이성은 사회적 관계속에서 서로 대립하고, 논쟁하면서 생긴 '사회적 경험진리'다. 이 진리를 이루는 최대의 구성 요소는 사회적으로 축적된 상식이다. 상식은 누구나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사리분별의 지식이다.조국 사태 이후 내 편 네 편을 서로 가르는 진영논리의 '가치 전쟁'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모토는 우리 편이 하면 선(善)의 정의이고, 남의 편이 하면 악(惡)의 불의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서로 치열하게, 소비적으로 싸우게 하는가? 발단은 오랫동안 존중된 '상식의 가치'를 진영간의 편향된 욕망에 의해 자기 입맛대로 뻔뻔하게 재해석하기 때문이다. 일단 적부터 퇴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부의 부끄러운 허물은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공화주의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도 스스로 부정해버린다. 팬덤정치의 아수라장이다. 공적 윤리와 사적 윤리의 구별이 필요 없다. 이기면 무조건 정의가 되는 각자도생의 몰염치 사회를 강요한다. 그러나 역사상 견제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처참한 말로를 우리는 또렷하게, 너무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상식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정의는 불공정이며, 위선의 거짓말이다.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무서운 것은 우리들 마음속에서 무차별적으로 배양되는 '적대적 확증편향'의 좀비가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것이 더 문제다. 서로 다양성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제 폐쇄적인 진영논리를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상식이라고 선동하는 자를 두려워해야 한다. 그들의 정치적 선동은 섹시해도, 끝까지 시민들을 책임지지 않는다. 최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른 안치환 가수의 신곡 '아이러니' 노래가 선명하게 나의 뇌를 강타한다. 성찰의 부끄러운 시간이다.'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 / 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 / 진보의 힘 자신을 키웠다네 / … / 쩔어 사시네 서글픈 관종이여 / 아이러니 다 이러니 다를 게 없잖니 / 꺼져라 기회주의자여'

2020-07-13 14:04:21

[기고]  그대들 여기 있기에 조국이 있다

[기고] 그대들 여기 있기에 조국이 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중략)7월이면 더욱 생각나는 사람 이육사(李陸史·1904~1944). 더불어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다.일제의 국권침탈 이후 110년, 광복과 6·25, 민주화 항쟁 등 격변의 시간을 지나왔다. 오늘날의 자유와 번영을 일군 영광의 시간이었다.한편으로는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남은 유가족들의 땀과 눈물의 세월이었다. 서대문 형무소 담벼락에 새겨진 목숨이 있었고, 이름도 소속도 없이 돌무덤 앞 한 그루 비목(碑木)으로 선 목숨도 있었다.선혈처럼 시린 진달래로 터진 울음도, 낙동강 전선 흙더미에 묻힌 군화 같은 한숨도 있었다. 그러기에 광복회, 전몰군경유족회, 월남전참전자회, 4·19민주혁명회 등 가슴 아린 단체가 생긴 것이다.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에서만 징집된 소년병이 1만2천여 명이라 한다. 15세 소년병은 이제 아흔을 바라보는 백발 노인이 됐다.선친도 6·25전쟁 기간을 포함해서 7년 군 복무로 건강을 해쳐 일찍 돌아가셨다. 7월의 들판은 푸른 생명력으로 다시 피어오르는데 아버지는 다시 뵐 수 없다.하루빨리 국가보훈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미등록된 국가유공자를 끝까지 발굴·등록하는 노력과 함께 유공자와 유가족들의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위한 복지 정책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예우가 절실하다.6월이 지나면 다시 무관심해지는 우리 때문에 더욱 쓸쓸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들을 끝까지 찾아내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 했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교육 또한 중요하다.경북교육청은 11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임청각'에서 출발해 '하얼빈'까지 찾아가는 독립운동길 순례, 국립영천호국원에서의 '전몰 학도의용군 추념식' 등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교육을 하고 있다.또 3·1운동 100주년과 제74회 광복절을 맞아 독립유공자 후손 고등학생 13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데 이어 6·25전쟁 발발 70주년 참전 유공자 후손 12명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나라 사랑 정신을 미래 세대에 계승하기 위한 따뜻한 경북교육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코로나19의 피해가 특히 심했던 대구경북은 이제 그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어가고 있다.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과 헌신, 후대의 추모와 감사의 마음이 함께 어우러져 코로나19의 사회적 백신이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이 헌신과 감사의 백신은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우선 멈춤' 중인 지구촌의 혼돈과 공포, 편견을 걷어낼 것이다.더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 대한민국은 물론 전 지구인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바이러스보다 더한 것들도 이겨낼 수 있는 협력의 아이콘이 되어줄 것이다.다시 7월이다. '그대들 여기 있기에 조국이 있다'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묘역의 고 채명신 장군의 묘비명이 더욱 생각난다.

2020-07-12 15:31:58

[매일춘추] 시(詩)를 공부하고자 하시는 분들께

[매일춘추] 시(詩)를 공부하고자 하시는 분들께

몇 해 전, 대구 동구에서 문학애호가들을 상대로 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두 달에 걸쳐서 총 8시간의 강의를 했었다. 그때 어떤 아주머니의 첫 질문이 "선생님,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가 있나요?"였었다. "아주머니, 저의 오늘 강의료에다가 사비까지 보태서 돈 100만원을 아주머님께 다시 맞춰 드릴 테니 잘 쓰는 방법이 있으면 되려 좀 가르쳐 주세요" 라고 필자는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그렇다. 글 쓰는 작업은 인고의 시간이다. 더욱이 번뇌와 초조함이 겹쳐지면 아무 것도 쓰질 못한다. 하지만 정답은 있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후천적으로도 노력 여하에 따라서 분명히 좋은 글을 남길 수가 있다. 그 노력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실천과 반복학습의 연장이다.시를 시작하려고 하는 애호가들께 감히 말씀드린다. 첫째, 소재와 사물에 대한 관찰력을 길러라. 과학적인 사고보다는 심미안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겠다. 사물에 대한 자신만의 마음 속 이미지화가 중요하다. 둘째,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라. 유명한 시인이라고 해서 시구가 마음대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좋은 글귀가 떠오를 때는 항상 메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책을 많이 읽어라. 언어를 창작할 수 있는 권한이 시인에게 있다고는 하지만 그때그때 적절한 미사여구 사용을 위해서는 관계되는 서적을 많이 읽어서 기교를 넓혀야 한다. 넷째, 글쓰기 작업을 많이 하라. 어려울 때는 저녁마다 일기를 작성하는 습관도 괜찮겠다. 다섯째, 글쓰기 작업을 했다면 예전에는 '퇴고(推敲)'라고 배웠으나 글다듬기를 하라. 작성한 글을 읽어 보고 자연스러운 낭송이 될 때까지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시란 낭독이 아니고 낭송이다. 시 낭송이 자연스러워졌다면 그때 작품을 발표하라. 여섯째,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건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소재를 될수록 시구에 언급하지 마라. 예를 들면 '사랑'이라는 주제와 소재에 관한 시를 쓰고 싶을 때 표현하는 시구 속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만 독자로 하여금 그 시를 접했을 때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두서너 번 정독하고 난 뒤 독자의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되고 열 번 정도를 읽었을 때 독자로 하여금 '나도 사랑이 하고 싶어진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을 때 그 시는 이미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다.특히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것은 초심과 동심을 잃지 마라. 그리고 시인으로서의 책임의식을 가져라. 사회와 국가가 아무리 타락하고 더러워져도 시인의 글만 살아 있다면 그 사회와 국가는 아직 죽지 않았다. 시란 꿈꾸고 노력하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는 열매이기 때문에….

2020-07-12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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