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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교수(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영성)

[종교칼럼] 가을의 미학, 아름다운 환대

리듬은 음악의 시작이자 존재의 근원이다. 음악의 선율이 리듬에서 나오듯이 우리 인생의 여유와 충일함도 리듬에서 나온다. 그러면 삶의 리듬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삶의 리듬은 축제와 휴식에 있다. 우리 삶의 축제 가운데 최고의 축제는 바로 명절이라 하겠다. 그런데 웃음과 기쁨이 되어야 할 명절이 온통 슬픈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명절이 끝난 뒤 90%의 직장인들이 명절증후군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축제와 환대의 시간이 눈물과 아픔의 역사로 바뀌고 있다니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서양에서 축제(festival)는 라틴어 '페스티발리스'(festivalis)에서 유래된 말로 종교적 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축제는 공동체 성원들이 만남을 통해 자신의 억압된 본능을 해소하고,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며, 사회를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축제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고, 사람들의 만남에는 서로를 향한 환대가 있었다. 축제는 타인에 대한 환대를 통해 그 진정한 의미가 살아난다.환대(歡待)는 낯선 사람이나 손님을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즐겁게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환대는 주인과 손님이 만남을 통해 서로의 관계가 친밀해지는 과정이다. 그레그 모텐슨이 파키스탄 코르페 마을에서 경험한 이야기는 이러한 환대의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텐슨은 그의 책 『세 잔의 차』에서 환대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발티 사람과 한 잔의 차를 함께 마시면 당신은 이방인이다. 두 잔의 차를 함께 마시면 당신은 손님이다. 그리고 세 잔의 차를 함께 마시면 당신은 가족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네, 죽음도 마다하지 않네."환대는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의 문화에도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환대는 사랑과 섬김과 더불어 신약성경의 핵심적 주제를 이루고 있다. 기독교 신앙에서는 손님과 주인 사이에 주고받는 평범한 일상, 즉 식탁의 대화(table talk)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경험한다.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구원과 가장 유사한 의미를 가진 단어는 환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너희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요 나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하는 것이니라"(마태복음 10:40)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환대는 나를 변화시키는 배움의 터전이다. 환대는 나를 열어 낯선 사람을 나의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의 공간은 나의 집이나 방과 같은 물리적 장소일 수도 있고,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나의 내면의 세계일 수도 있다. 물질적 공간이든 정신적 공간이든 타인을 향해 나의 공간을 열어줄 때 우리는 변화를 경험한다. 내면 깊이 감추어진 자신의 감정을 열어보이는 과정에서 치유가 일어나고, 지적인 솔직함을 드러내는 자리에서 지식의 향연을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의 세계를 열어 타자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한계를 발견하고 그것을 초월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환대(hospitality)의 라틴어 어원 '호스페스'(hospes)는 주인(host)과 손님(guest)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진정한 환대의 아름다움은 주인과 손님의 뒤바뀜에 있다. 환대는 주인과 손님이 서로 간 주고받는 호혜적 관계로 머무는 데 만족하지 않고, 주인이 손님이 되고 손님이 주인이 되는 데까지 나아간다. 환대는 상대를 받아들이고, 나의 것을 내어주는 것에서 시작하여 손님을 극진하게 섬기는 세계로 향한다. 그래서 성경의 이야기는 극적이다. 레위라는 세관원이 자기 집에서 큰 잔치를 베풀었고, 많은 손님들이 잔치에 찾아왔다. 예수님도 그 자리에 함께한 손님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잔치가 진행되면서 예수님의 역할이 손님에서 주인으로 바뀌는 일이 일어났다(누가복음 5:27-39). 여기에 축제의 절정이 있고 환대의 아름다움이 있다. 성경은 이러한 환대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낯선 사람을 받아들여 주인으로 섬기는 곳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는가.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가을에도 우리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매일 낯선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간다. 타인을 만나는 우리의 마음은 평안하고 환영하는 마음인가 아니면 거부감과 적개심으로 가득 찬 마음인가? 우리의 만남이 서로에게 즐거운 축제의 자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름다운 환대의 자리에서 가을의 미학이 꽃피기를 소망한다.유재경 교수(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영성)

2018-10-05 10:20:59

박상태 전 대구시의회 부의장

[특별기고] 자영업자 생존을 위한 긴급 제안

당황 넘어 공포스러운 자영업 붕괴'힘들어도 참으라'는 정책은 무책임생활 물가에 부담이 되는 각종 세금단기간만이라도 줄여 소비 진작을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자영업자의 붕괴가 시작되었다. 종업원들을 내보내거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필자도 3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은 당황을 넘어 공포스럽다.자영업의 붕괴는 무엇보다 종사자 수가 많은 것이 근본 원인이다. 퇴직자, 실업자, 은퇴자, 미취업 청년 등 경제적 활동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지만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치솟은 인건비나 재료비, 상가 임대료도 문제다. 과당경쟁이나 소비 축소도 원인이고, 미숙한 경영도 원인이다. 당장 단기대책이라도 세워야 한다.혹자는 자영업에도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대안 없는 주장은 공허하다. 내년에는 경기가 좋아지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으라는 것도 무책임하다. 중장기 대책은 현재를 견딜 수 있을 때라야 말이 먹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자영업자는 내일을 알 수 없을 만큼 절박하다. 그래서 단기 처방을 긴급 제안한다. 다소 이기적인 제안도 있으나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으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우선 소비자물가에 부담이 되는 각종 세금을 줄이는 일이다. 단기간만이라도 부가가치세를 폐지하거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부가가치세 폐지가 모든 품목에 당장 적용하기 어렵다면 가공식품, 위생용품 등 일상생활에 많이 사용되는 품목만이라도 적용하자. 또 소비자가격에서 세금 비중이 높은 술, 담배, 기름에 붙은 각종 세금도 폐지하거나 대폭 낮춰야 한다. 이는 줄줄이 오르는 소비자물가를 억제하거나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소득이 준 가계에 큰 도움이 되며 소비 촉진의 계기가 된다. 장사를 해야 하는 자영업자도 매입 원가 부담이 줄어드니 판매가격을 올릴 필요도 없고, 또 경비가 낮아지니 임금 문제로 인한 종업원 해고도 줄어든다. 세금 줄이는 일이니 여야가 당장 합의만 하면 내일이라도 시행할 수 있다.다음으로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농업에는 면세유가 공급되고, 화물운송업에는 유가보조금이 지급된다. 공장에는 원가의 80%로 전기가 공급된다. 그것도 모자라 그들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농협과 기업은행, 산업은행이 나서서 정책적으로 도와준다. 모두 각각의 업을 장려하거나 어려워서 그렇다. 그러나 매일 장을 봐야 하고 배달을 해야 하는 자영업자에게는 어떠한 지원도 없다. 자영업을 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자동차에 대한 유가보조금은 당장에 지급되어야 하겠다.소비를 억제하는 정책은 대폭 손질되어야 한다. 김영란법이라 일컫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비용 중 식사와 선물비를 대폭 상향 조정하고 매년 물가상승분을 반영해야 한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인건비가 오르니 식당 음식값이 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김영란법이다 보니 식사를 하거나 선물을 주고받는 데 큰 제약이 되고 있다.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법이 농업을 금지하고 자영업을 금지하는 법이 되어서는 아니 되지 않는가?김영란법을 완화하면서 아직도 2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기업체 접대비 규제도 풀어야 한다. 기업체에 있어 접대비는 매출 확대를 위한 중요한 영업비이면서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큰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최근 대구시는 구내식당의 휴무일을 월 4회로 확대하고 8개 구군과 산하기관, 지역 공공기관들도 동참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참여 독려와 함께, 휴무 횟수를 대폭 늘리거나 잠정적으로 문을 닫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 구내식당이 주변 상가의 음식을 메뉴로 선정하는 등 지역 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겠다. 모쪼록 빠른 시간 내에 자영업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2018-10-04 17:42:12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왜 그럴까?

전에는 병의 원인에 일정한 패턴이 있었고 예측이 가능했다. 담배 피우면 폐암이 걸리고, 자극성 있는 음식을 먹으면 위암에 걸리고, 술을 많이 마시면 간암에 걸리고, 육식을 좋아하면 대장암에 걸리다고 얘기를 했다.그때는 환자에게 얘기하기가 쉬웠다. 담배를 피우지 마세요. 술을 많이 마시지 마세요. 채식 위주의 건강한 음식을 먹으라고 하면 효과도 있었고 끝이었다.젊은 사람들이 무언가 이상하다고 검진을 하러 오면 그냥 진찰만 하고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키고 다른 검사를 하지 않았다. 대부분 암은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에는 나이 70세 넘으면 암 검진을 하지 말라고도 했다. 진행도 느리고 증상이 있고 발견을 해도 치료가 잘되었기 때문이었다.요사이는 이런 상관관계가 무너졌다.폐암의 40%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다. 유방암의 90%는 집안에 암이 없고 수유를 했어도 걸린다. 채식을 하고 살이 찌지않고 자주 운동을 하는데도 고혈압,당뇨가 있고 뇌졸증이 생기기도 한다.나이가 10대인데도 암이 걸리고, 나이가 80대인데도 암이 빠르게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많은 원인들이 있지만 큰 줄기로 보면 주위 환경이 급격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먹는 음식, 숨쉬는 공기는 급격하게 나빠졌고, 화학 제품으로 만든 편리한 생활 용품은 우리 몸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열악한 조건에서 살아남은 인간의 진화 능력으로 볼 때 분명 몇 백년이 지나면 이런 상황을 이겨내고 다른 형태의 인간으로 살아 남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우리들이 아프다. 그리고 혼동스럽다. 복잡해진 원인들을 모두 조심하기도 힘들 뿐더러 완벽하게 조심해도 100% 병을 예방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복잡한 원인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 나가자. 우선은 조기 검진을 하면서 병을 빨리 발견해서 치료의 확률을 높이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 다음 가장 중요한 원인들을 이해하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면 의외의 결과를 얻으리라고 확신한다.임재양 외과 전문의

2018-10-04 11:48:54

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 담당관

[독자 투고] 젊은 그대여! 꿈을 꾸고, 美쳐라

오늘날 우리는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그야말로 지구촌이 하나인 국경 없는 시대를 맞아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해야 하고, 그 생존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젊은 그대가 청춘으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생이든 이미 사회에 진출하여 기성세대와 어깨를 겨루고 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젊은 그대에게 필요로 하는 것은 꿈과 도전이다.사실 인생의 성공에는 정답이 없다. 또한 그 정답이 하나뿐일 수도 없다. 그것은 개개인이 처한 환경과 여건 그리고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의 정도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미래를 하늘에만 맡길 수는 없다.젊은 그대가 진정으로 경쟁에서 이기거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꿈을 꾸고, 美(미)쳐야 한다. 젊은 그대가 꿈을 꾸려면 첫째, 작고 사소한 것에도 관심을 가져라. 작고 사소한 것에 전체가 있다. 즉, 작은 것이 모여서 큰 것이 되므로 작은 사물 하나라도 예사롭게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고정관념을 바꿔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 때로는 사고의 대전환이나 역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셋째, 끼와 재능을 살려라. 사람에게는 누구나 잠재된 끼와 재능이 있다. 이러한 잠재된 능력을 개발하여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알고,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려는 부단한 노력과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 넷째, 롤모델(role model)과 멘토(Mentor)를 두라.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 한 사람 이상의 멘토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성공과 실패가 자기에게 거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미래를 설계하라. 희망을 가지고 목표를 설정한 후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인생의 로드맵(road map)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다음으로 젊은 그대가 꿈을 이루려면 美쳐야 한다. 美친다는 것은 도전에 열정을 더하는 아름다운 도전을 말한다. 진정으로 그대가 美치기 위해서는 첫째, 잘못된 과거와는 결별하라. 나쁜 습관이나 행동과는 과감하게 단절하여야 한다. 자신에게 엄격한 것이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둘째, 최소한 기본은 준비하라. 기본적인 지식이나 기술도 없이 도전을 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셋째, 최고에 도전하라. 최대의 적은 자기 자신이다. 성공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다면 현재에 안주하거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치열하게 경쟁하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치열하게 경쟁할 때 종결자가 되고, 승리자가 된다. 다섯째, 도전에 열정(美쳐라)을 입혀라. 맹목적인 도전은 중도에 포기하거나 실패하기 쉽다. 도전에 열정을 더한다면 우리 앞에 놓인 벽을 허물 수 있고, 벽을 넘을 수 있다.우리는 강물 같은 인생의 청춘기를 흘려보내서는 아니 된다.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의 바다에 뛰어들어 당당하게 경쟁해야 한다.젊은 그대여! 그대는 아름답고 푸른 청춘이다. 그대는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의 주역이다. 그대의 뛰는 가슴과 뜨거운 열정으로 꿈을 꾸고, 美쳐라. 이것이 젊은 그대가 생존하는 길이며, 성공하는 길이다.

2018-10-04 11:45:21

다니 조지(본명 하세가와 가이타로)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다니 조지의 '안중근'과 '교육칙어'의 부활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하얼빈 역 플랫폼에서 7번의 총성이 울렸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이다. 발사된 총탄 7발 중 3발이 이토에게 명중했다. 당시 안중근 31세, 이토 히로부미 69세였다. 이 거사를 치르기까지 3년의 준비시간이 필요했다. 그 3년 동안 안중근은 과연 한결같은 마음으로 목표에 매진했을까. 일본 소설가 다니 조지(谷讓次)는 1931년 발표한 '안중근'이라는 희곡에서 이 질문에 주목한다. 희곡은 안중근이 블라디보스톡 거리에서 대중연설 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이토를 암살하기 위하여 하얼빈 역 플랫폼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희곡 속 안중근은 암살 직전까지 갈등하고 회의하는 인물로서 묘사된다. 목숨을 건 암살 작전을 끊임없이 독촉하는 파렴치한 동지들에, 재밌는 이야깃거리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무지한 대중들까지. 그 어느 쪽을 둘러봐도 안중근으로서는 암살 작전을 수행할 명분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상황에 휘둘려 암살을 감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거기다 3년 동안 이토 히로부미의 행적을 쫓다보니 그에게 묘한 개인적 친밀감까지 생긴 상태이다.이 지리멸렬한 상황 속에서 안중근은 '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해야하는가'라는 원론적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그리고 그 답을 얻는다. 이토 히로부미 암살은 동지들의 강압이나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이 지향하는 동양평화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그 답이다. 즉 신념의 문제인 것이다.희곡 '안중근'이 발표된 1931년 4월은 일제가 만주 침략을 준비하며 파시즘의 길을 걷기 시작한 때였다. 이런 시기에 일본인이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범 안중근을 우호적으로 다룬 소설을 발표한 것은 일본 사회의 저항과 정치적 억압, 통제를 각오해야하는 일이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니 조지가 일본제국을 위협한 식민지 조선인을 희곡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다니 조지는 일본을 사랑하고 그 자신이 일본인임을 자랑스러워 한 인물이었다. 수 년간 미국에 체류하면서 미국의 힘을 경험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래서 파시즘의 길을 선택한 일본의 암울한 미래를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만주침략이 가속화되고 있던 1931년, 만주지배권을 얻으려다가 암살당한 이토 히로부미의 기억을 일본 사회에 다시 꺼낸 것이다. 자신의 조국 일본이 아시아 여러 나라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며 밝은 미래를 맞기를 바라는, 다니 조지의 희망이 그 이면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최근 일본을 보면 아베 신임 내각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1890년 발표된, 천황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을 이야기하는 '교육칙어'의 현대적 부활을 암시하는 발언을 비롯하여 각종 극우적 발언이 신임 내각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90여 년 전 다니 조지가 일본의 미래에 대해 표했던 안타까운 마음을 돌이켜 생각해볼 때이다.경북북부연구원 연구이사

2018-10-04 11:41:39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83타워에서 대구를 보다

벌써 4년이 흘렀다. 오늘도 대구83타워길을 걸으며 첫 출근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새벽녘,설렘과 긴장 속에오른 KTX는 1시간 40분만에 동대구역에 나를 내려 놓았다. 그동안 서울 출근길도 매일 아침 1시간이 넘게 걸렸던 걸 생각하면 대구는 서울에서 아주 가까웠다."대구 83타워 가 주세요""어디라꼬요?"내가 첫 만난 택시 기사님은 그곳을 몰랐다. 다시 "이월드요!" 또 모른다. 급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우방타워"라고 이야기 했다. 그제서야 기사님은 "아! 우방랜드"라며 길을 찾아 가기 시작했다.사물의 이름은 존재를 규정한다고 했던가? 지금은 대구 83타워, 이월드를 대구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으니 4년의 노력과 세월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 멀리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83타워가 우뚝 서 오늘도 나를 맞아준다. 양 옆으로는 여의도 윤중로 보다 3배나 많은 벚꽃나무들이 가지런히 펼쳐져 있다. 매년 벚꽃축제 기간에는 수십 만명이 걸어가기도 하고, 몇시간 뒤 타워가 개장을 하면 하루에 수천 명이 대구의 풍경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나무 위를 뛰어다니는 청설모들과 인사도 하고 ,타워 뒷동산에서 살고있는 꿩이 유유자적 걷는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다.이 멋진 도로 위를 걸어가며 고목들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듬뿍 들이 마시며 출근한다는 것은 정말 특별하고 남다르다는 생각에 마음속에서 삶에 대한 감사가 올라온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해발 312미터 높이의 전망대에 올라가면 기압차이로 인하여 귀가 약간 먹먹해 지면서 굵은 침을 한번 삼켜야 하고, 평소보다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 하는 것을 느낀다. 대구의 심장이며 상징인 이곳 전망대에서 360도 돌아보면 883.63㎢ 대구시 전역이 시야에 들어온다.대구의 젖줄인 금호강과 신천은 오늘도 유유히 대구의 역사와 함께 흐르고, 3년전 개통한 지하철 3호선 역들은 도심의 곳곳을 연결하고 있다. 동쪽을 바라보면 수성구의 높은 주상복합빌딩들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서쪽을 바라보면 반짝이는 금호강을 배경으로 드넓은 성서산업단지가 펼쳐진다. 가까이 있는 달구벌대로를 따라서 보면 대구 근대역사의 상징인 계산성당이 보이고 반월당 백화점 건물들 사이로 복잡하면서 활기찬 대구 도심의 모습이 펼쳐진다.대구가 한 눈에 보이는 83타워. 그 시선을 따라 대구의 역사와 대구 사람의 삶들이 흘러간다. 대구는 대표적인 분지형 도시의 모습답게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들 곁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 왔다. 시야에 들어온 탁 트인 대구 풍경에 '와우~~'감탄사가 절로 나온다.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다. 선선한 날씨는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온 우리를 멈추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이번 주말에는 대구 83타워 전망대에서 대구의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 보며, 잠시 가을을 즐겨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 하다.

2018-10-04 11:39:21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한신협 공동칼럼]'포털에서 지역언론 실종 사건'

지난 주말 초속 60m 강풍을 동반한 기록적인 태풍 '짜미'가 일본 열도를 덮쳤다. 통상 남태평양에서 올라와 남북으로 관통하던 태풍이 최근들어 남쪽 오키나와에서 북쪽 삿포로까지 일본 열도를 종단하며 훑고 지나가 비상이었다.태풍이 기승을 부리는 동안 요즘 일본사람들이 언론사 홈페이지보다 훨씬 많이 본다는 '야후 재팬 뉴스'에 접속해 봤다. 전반적인 태풍 정보는 '웨더TV'나 뉴스통신사를 인용해서 보도했지만, 태풍이 지나가는 각 지역에 관한 소식은 지역 언론사의 소상한 보도내용을 전달하고 있었다.'야후재팬뉴스' 모바일 플랫폼 상단에는 '주요뉴스' 바로 옆에 47개 일본광역지자체 단위를 일컫는 '도도부현(都道府県)'이라는 제목의 섹션을 만들어 이용자가 관심있는 지역을 지정하여 상시적으로 그 지역의 뉴스를 바로 찾아 볼 수 있게 했다.그 옆에는 국내 포털처럼 '연예' '스포츠' 기능이 있지만, 좀더 옆으로 가면 '경제', '국내', 'IT' 다음으로 '지역'란을 두어 전국 각 지역 뉴스를 한꺼번에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서 이용자들은 전국 각 지역의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지역 뉴스들을 망라해서 볼 수 있다.국내대표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의 경우 '뉴스'와 함께 '스포츠' '연예' 기능만 크게 눈에 띈다. 포털뉴스 사이트 하단으로 가면 사회, 정치, 경제, 랭킹. 국제, 문화, IT 등은 있지만 '지역'은 없다. 네이버의 '언론사 전체보기'에도 지역 언론사는 단 한 군데도 찾아 볼 수 없다. 이것은 사실 '포털에서 지역언론 실종사건'이라 불러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다.지구상에서 지역과 지역언론을 홀대하면서 선진사회라 불리는 곳은 없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 보듯이, 균형적으로 발전한 지역과 성숙한 지역 언론은 바로 선진사회의 지표이다.물론 우리 지역 언론이 처해있는 열악한 환경과 지역 뉴스의 경쟁력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지역 주민들 또한 몸은 지역에 있으면서 관심은 중앙에 가 있는 이른바 '유체이탈' 현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그러나 지역 주민을 포함한 국민의 80% 이상이 이용한다는 포털뉴스가 지나치게 상업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언론, 지역뉴스를 업신여기는 것 아닌가.지역 공동체, 지역 언론이 살아야 우리 사회도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서울과 지방에 사는 다양한 시민들이 모여드는 포털은 공론장으로서 공적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가지게 해야 할 것이다. 이참에 네이버와 다음도 선진 포털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을 찾기 바란다. 그 길은 전국 각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이해를 반영하는 지역뉴스를 공론장에서 제대로 보여주는 책임을 이행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2018-10-03 17:50:55

[권영재의 대구음악 유사]영웅의 노래

"지금도 가슴속에 파고드는 소리, 전태일 동지의 외치던 소리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헛되이 말라" 외치던 그 자리에 젊은 피가 흐른다. 내 곁에 있어야할 그 사람 어디에 다시는 없어야할 쓰라린 비극"-전태일 추모가.(작사 작곡자 미상)전태일은 1948년 8월 26일 대구 중구 남산동 재봉사 전상수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안 그래도 가난한 집이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살길을 찾아 1954년 일가는 서울로 이사를 간다. 전태일은 남대문 국민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가난은 여전하여 생활비를 벌기 위해 국민학교와 고등공민학교를 자퇴하고 거리에서 삼발이를 만들어 파는 행상도 하며 유년기를 보낸다. 1963년 다시 대구와 살다가 1964년 다시 상경한다. 1965년에 재봉기술로 청계천 평화시장 피복 점 '시다'로 취업했다.당시는 그 동네 모두가 14시간 노동에 일당을 50원(차 한잔 값)을 받았다. 1968년에 근로기준법을 알게 되고 그 후 계속 해설서를 구입하여 공부를 계속한다. 1969년 6월 평화시장 최초의 노동운동 조직인 '바보 회'를 만들어 현재 근로조건이 근로기준법과 전혀 맞지 않음을 계몽한다. 그러나 그의 노동운동은 실패하고 1969년 9월부터 1970년 4월까지 건축노동자로 일하다가 1970년 9월에 평화시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직급이 조금 높아져 재봉사 위인 재단사로 일을 하게 된다. 바보 회를 '삼동친목회'로 확대발전 시킨다. 삼동 회에서 126장의 설문지에 90명의 서명을 받아 노동청에 제출하자 이런 내용이 경향신문에 크게 기사화된다.이 사건이 노동계에 알려지자 삼동 회 회원들은 차제에 쥐꼬리 임금, 고무줄 노동시간, 노동자 인권부재 등을 노동조합 결성을 통한 개선의 투쟁이 시작하게 되었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과 삼동 회 회원들은 근로기준법이 아예 노동자의 인권과 이익을 보호할 의지가 없는 법이라는 뜻에서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벌였다. 경찰이 플래카드를 빼앗자 전태일은 손에 들고 있던 회 불을 자신의 몸에 댕겨 붙였다."백두산의 푸른 정기 이 땅을 수호하고, 한라산의 높은 기상 이 겨레 지켜왔네, 무궁화 꽃 피고 져도 유구한 우리역사, 굳세게 살아왔네. 슬기로운 우리겨레."-나의 조국, 박정희 작사, 작곡박정희의 선조들 고향은 성주다. 선비였던 그의 부친 박성빈은 가난해 처가 곳인 구미읍 상모리로 이사를 하고 박정희는 그 곳에서 출생한다. 어린 박정희가 큰 형인 상희의 손을 잡고 당시만 해도 큰 도시였던 김천 평화시장에 장보러 왔다. 모처럼 큰 장에 온 김에 형이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는데 알맹이를 다 먹은 정희가 그 껍질을 먹는 건지 버리는 건지 몰라 한 참 들고 다녀 시장 상인들이 촌것들 왔다고 한참 웃었다고 한다.박정희 가족들은 적극적인 삶을 산 사람들이다. 조부는 동학접주를 하다 죽을 고비를 넘겼고 형 상희는 '대구 10.1사건'을 주동했다가 구미경찰에게 사살 당한다. 형의 영향을 받아 사회주의자가 된 박정희 자신도 여순반란 사건에 연루되어 총살 직전 특별사면 된다. 전태일은 독학해 당시만 해도 낯선 노동운동을 스스로 시작한 선구자다. 그의 몸은 한 줌의 재가 되어 노동운동의 머릿돌이 된다. 박정희는 초근목피로 목숨을 이어가던 최빈국(最貧國)을 부자 반열에 올리고 자신은 한 발의 총탄에 이슬처럼 살아져갔다. 멋있는 대구경북 사나이들의 죽음이다.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8-10-03 13:54:33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 문재인·김정은 불길한 밀착

'나쁜 사람과 친구 되지 마라' 격언국가 지도자들 정상외교에도 해당포악·거짓말 '나쁜 사람' 김정은을경계는커녕 국제무대서 신용보증나쁜 사람과는 친구가 되지 마라. 이 말은 인간관계 형성에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준칙이다. 나쁜 사람과 친구가 되면 나쁜 사람과 한패가 되어 나쁜 짓을 범하게 되거나 나쁜 사람에게 이용되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이러한 행동준칙은 국가 지도자들 간의 정상외교에서도 적용된다. 국가 지도자들이 외국의 지도자와 접촉·교유를 함에 있어서도 포악하고 거짓말 잘하는 독재자와는 '친구' 같은 밀착관계를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나쁜 외국 지도자와 밀착되면 나쁜 외국 지도자의 나쁜 국제적 도발에 동참하게 되거나 나쁜 외국 지도자에 이용당하여 자기 나라에 피해를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930년대 이탈리아의 지도자 무솔리니는 독일의 지도자 히틀러와 밀착되는 바람에 히틀러와 함께 2차 세계대전을 도발했고, 이탈리아에 국토가 초토화되는 패전의 재앙을 초래했다.그런 까닭으로 해서 분별 있는 국가 지도자는 나쁜 외국 지도자와의 상종을 피하고, 상종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제한된 협력이나 거래만 하고 밀접한 관계는 갖지 않는다. 예를 들면, 1930년대 스페인의 지도자 프랑코는 국내 공산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히틀러와 협조했으나 히틀러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로 인해 스페인은 독일의 세계대전 도발에 동참하지 않았고 세계대전의 전화를 피했다. 또 1970년대 서독 지도자 브란트는 동서독 화해를 위해 동독의 공산 독재자 호네커와 회담하고 거래했으나 호네커와 인간적 거리를 좁히지 않으면서 동독 공산정권의 서독 침투공작을 억제했다. 1990년대 중국의 지도자 등소평은 중국에 대한 북한의 중요한 지정학적 가치 때문에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나쁜 독재자들인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었다.이상의 전례들에 비춰볼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도에 넘는 밀착은 불길한 느낌을 준다. 두 사람이 불과 5개월 동안에 3차례나 회담을 가졌고 백두산 등반을 동행하는가 하면, 문 대통령이 유엔에 가서 "김정은을 믿어라"고 호소하는 연설까지 한 것을 보면 둘의 관계가 10년 지기라도 울고 갈 정도로 긴밀한 것 같다.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밀착관계가 불길한 느낌을 주는 것은 김정은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그의 행적이 말해준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전면적으로 말살하는 독재를 자행하고 있다. 그는 포악하다. 고모부 장성택을 잔인무도한 수법으로 처형하고, 고모를 유폐·살해(?)했으며, 형 김정남을 암살했다. 집권 후 300명 이상의 고위 관료들을 처형했다. 그가 처형한 고위 관료들 가운데는 김정은의 연설을 듣는 태도가 불량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당한 사람도 있다.김정은은 또 거짓말을 잘 한다. 천안함을 폭침시킨 것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으며, 자기가 북한 공작원을 시켜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김정남을 암살해 놓고도 죽은 사람이 김정남이 아니라고 거짓말하고 있다. 핵무기 제조를 계속하고 있으면서 북한의 핵무기를 자진 폐기할 것처럼 거짓말하고 있다. 한반도 전쟁 위기의 원인인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할 의도가 없으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거짓말하고 있다.김정은은 이처럼 나쁜 사람인 것에 더하여 대한민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의 수뇌이다. 정상적이라면 대한민국의 국가원수는 김정은과 평화를 위한 접촉·거래를 진행함에 있어서 나쁜 사람에 대한 경계와 적국 수뇌에 대한 경계를 이중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함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김정은을 경계하기는커녕 국제무대에서 김정은을 대변하고 김정은의 신용을 보증 서줄 정도로 김정은과 밀착되어 있다. 도대체 무슨 곡절이 있는 것인지?

2018-10-03 13:28:39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어른'이 된다는 의미

"철들자 죽는다"는 말이 있다.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른이 되면 안다', '어른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말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한번 쯤은 하는 말일 것이다. '어른답지 못하다', '어른이 그러면 안되지' 등도 손아랫 사람이 손윗 분의 부적절한 행동을 보고 한번씩 불평삼아 툭 내뱉는 말이다. 새삼 '어른'이라는 말을 한번 꼽씹어보게 된다. 시대적인 변화 속에서 어른의 의미도 조금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결혼한 사람 #3. 나이나 지위 등 항렬이 높은 윗사람. 하지만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말도 사전적 의미만으로 어른의 속뜻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우리가 흔히 어른이 된다고 하는 나이는 주민등록증이 나오는 성인이 되는 만 19세를 말한다. 성인이 된다는 성인식을 치르고도 사전적 의미처럼 결혼을 해야 어른이다 아니면 자식을 길러야 어른이 된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형식적 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의미에서 어른의 길은 멀기만 한 것 같다.인간은 어릴수록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고, 남의 의견을 받아드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말을 하게 되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경험과 지식이 빈약해 자신의 판단을 행동으로 옮길 때 어려움을 겪는 어린 사람, 쌓인 지식과 경험은 풍부하지만 고집과 아집에 사로잡혀 자신과 맞지 않거나 다른 생각을 가지 사람을 다양성으로 인정하지 않고 틀린 것으로 간주하거나 고치려고 득달하는 이들이 많이 본다. 어른이 될수록 더 유연해져야 함에도, 마음의 여유는 더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유연한 사고를 가지면서도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바른 판단을 내릴 줄 알고, 다름을 받아들이면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이라는 나이는 어디쯤 일까. 정답은 사람마다 천차만별.공자는 '논어'에서 70세를 '뜻대로 행하여도 도(道)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하여 '종심'(從心)이라고 불렀다. 대략 정년퇴직도 하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나이다. 하지만 이상적인 의미에서 보면 70세의 어른으로서 인격이 완성되는 나이를 말한다. 만 19세만 넘어도 사전적 의미의 어른에서 그 속에 담긴 진정한 뜻을 생각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2018-10-03 13:17:31

이상길 대구시 행정부시장

[기고] 상생협력, 대구경북은 하나다

2일 대구시장과 경상북도지사 간 상호 교환근무가 진행되었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이래 대구경북에서는 처음 시행되는 파격적인 시도이다. 이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직면해 있는 각자의 어려움들을 함께 해결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최근 대구와 경북은 인구 유출, 고령화, 지방자치단체 소멸 등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구에서는 해마다 5천여 명의 청년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타지로 이동하고 있고, 경북은 17개 시도 중 평균연령이 전남 다음으로 높으며, 23개 기초지자체 중 19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실정이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지역의 존폐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면 이와 유사한 어려움을 안고 있는 지자체들은 반드시 각자의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해외에서는 인근 지자체끼리 협업하여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시도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영국 맨체스터는 1970년대 이후 섬유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경제가 심한 타격을 받고 산업구조조정의 길을 겪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도시 중심부의 재생사업이 시작되었는데, 인근 10개 지자체가 연합하여 공통의 문제에 대처하기로 하였다. 이때 형성된 것이 바로 광역맨체스터도시권(Greater Manchester Combined Authority·GMCA)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거버넌스 체계들은 기존의 로컬 단위의 행정구역 체계로는 해결할 수 없는 광역적 이슈들, 경제개발, 토지, 주택, 도로 등의 인프라 조성 계획과 고용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적 단위로 널리 알려져 있다.대구경북 또한 혁신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2006년 전국에서는 최초로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하였으며, 이는 2014년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 발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지역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한뿌리상생 사업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소통과 상생협력 문화의 제도화가 절실히 필요하다.이러한 문제 인식으로부터 대구경북은 지난 8월 13일 경제공동체 실현, 문화관광 공동 발전, 산학관 공동 융복합 인재 양성, 광역 교통 인프라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대구경북 한뿌리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계기로 시도지사 교환근무뿐만 아니라 국과장급 인사 교류, 지역 혁신 인재 양성 등에 대한 협업을 통하여 대구와 경북이 상생협력의 톱니바퀴를 함께 굴려갈 참이다. 앞으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대구 취수원 이전, 외국인 투자유치사업, 문화예술사업 교류 협력 추진 등 경제·문화공동체를 넘어 대구경북의 재도약을 위해 지역 시도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대구와 경북은 198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되어 경북으로부터 분리되기 전까지 정치·경제·역사·문화·지리적으로 한 뿌리였다. 이제 다시 550만 시도민의 염원을 모아 상생협력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만큼 다시금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의 찬란한 문화를 일구고 경제발전을 이끌어가는 날을 기대해 본다.

2018-10-03 13:10:09

태국 카오야이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를 즐길 수 있는 카오야이CC의 코스 전경. (주)킴스여행 제공

[추천! 금주의 골프장]태국 카오야이CC, 자연 속 골프장

태국에서는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카오야이, 하지만 이곳은 골퍼들에게 천국이나 다름 없는 골프 관광지다. 연 평균 기온이 약 23도의 쾌적한 기온으로 매우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방콕 공항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카오야이에서 웅잔한 산과 숲이 우거진 자연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2개의 산봉우리를 사이에 두고 있는 계곡, 약 21만6천 평의 부지에 세워진 골프장이다.카오야이 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파노라막 뷰의 골프장 전경은 그야말로 그림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후반 9홀의 경우에는 천혜의 절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다. 아름다운 경치만큼 골프장의 난이도 역시 어려워 많은 골퍼들에게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키는 골프장으로, 바람에 의한 변수가 많다. 10번과 11번 홀의 경우 대형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정확하고 섬세한 샷이 요구된다.18홀, 파 72, 7천58야드 전장으로 잭 니컬러스가 디자인했으며, 그린 및 페어웨이 모두 버뮤다 잔디를 심겨져 있다. 1993년에 개장했으며, 클럽하우스, 드라이빙 레인지, 노래방, 수영장, 스파, 세미나실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주)킴스여행 김천훈 대표

2018-10-02 16:01:15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경제칼럼] 부동산정책 실패는 통화정책 탓이 아니다

"인위적 금리인하가 집값 급등 불러"민주당 박영선 의원 한국은행 맹공통화정책 독립성 침해 소지도 있고경제 전반에 큰 충격 줄 가능성 우려 9·13 부동산 대책과 9·21 공급확대 정책으로도 서울 부동산 가격은 쉽사리 안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9·13 대책은 3억원 이상 주택 종부세 부과, 예외를 제외하고는 규제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2천만원 이하 임대소득에도 세금 부과가 주요 내용이다. 2005년에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으나 2006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24%를 기록했고 그 추세는 2007년 중반까지 이어졌다. 세금은 가격에 전가되는 데다 공급 대책이 부족했던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책은 실효성 없었던 2005년 정책의 재판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9·21 정책은 정작 주택이 필요한 서울에는 3만여 가구 공급에 불과하고 수도권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대책이 나오면서 서울 집값은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신도시 후보 지역에서는 집값 하락을 우려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한국의 부동산세는 이미 너무 과도한 편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6년 부동산세(보유세+거래세)의 GDP 대비 비율이 한국은 3.04%로, 조사대상 33개국 중 7위로 높고 OECD 평균 1.91%에 비해서도 크게 높다. 부동산세의 총조세수입에 대한 비율도 한국은 11.57%로 조사대상국 중 세 번째로 높고 OECD 평균 5.76%의 두 배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겨우 집 한 채 가지고 퇴직한 노·장년층으로서는 국민연금도 100여만원 남짓한데 많은 보유세를 내야 하고 적은 국민연금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보전하기 위한 소액 임대소득에도 세금을 부과하면 노인 빈곤을 심화시킬 우려도 크다. 부동산 담보대출 전면 금지는 신혼부부들도 집값의 100%를 보유하지 않으면 집 구입이 힘든,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강력한 금융규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집값의 20% 정도만 준비하면 나머지는 30년 장기 모기지를 사용해 집을 구입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지난달 13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고 발언하고, 박영선 국회의원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보수 정권 9년 동안의 '인위적인 금리 인하 정책'이 투기 조장과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불러일으켰다며 한국은행의 진정성 있는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맹공을 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도 있어 적절치 못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박영선 의원의 발언은 2008년 9월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면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제로금리정책과 양적완화 통화정책까지 실시했다. 한국은행은 상대적으로 이들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양적완화 통화정책도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지금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반면 한국 경제는 회복이 안 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이런 일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있었다. 당시 종부세 도입에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2006년 11월 6일 당시 김수현 청와대 비서관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러 갔고, 노 대통령은 "금융의 해이에서 부동산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지원사격까지 했다. 한은은 그달 금리는 동결했지만 2주 뒤 지급준비율을 올렸다.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발생이 이미 예고되고 있던 상황이라서 당시 긴축통화정책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없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정책 실패의 원인을 성찰하지 않고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 탓을 할 경우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택담보대출의 60% 정도가 생계자금 사업자금 전세자금 대출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18-10-02 15:44:18

골프는 개인플레이지만 단체운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의 해외에서 퍼팅에 집중하는 장면. 도용복 제공

[도용복의 골프에티켓]<6>미스테리한 골프, '나 혼자만의 운동 아냐'

골프를 즐김에 있어서 어려운 점이 무엇일까. 늘지 않는 실력에서 오는 좌절감, 마음 맞는 동반자를 만나기 어려움, 적당한 날씨 등 여러 장애물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단연 '부킹'일 것이다. 회원제 및 퍼플릭 골프장이 많이 생겨났고, 스크린골프의 활성화로 인해 골프장 회원도 부킹하기 힘들던 시절은 더 이상 아니다. 원하는 시간에 골프를 치는 것이 아니라 부킹 가능한 시간에 골퍼들이 맞추는 것이 대부분이다. 부킹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세계에서는 대단한 힘을 갖고 있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팀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더불어 동반 플레이어 구성권도 가질 수 있다. '중매' 잘하면 술이 석잔, 잘못하면 뺨이 석대라는 말이 있다. 지인들끼리 의기투합하여 부킹을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부킹이 먼저 되어 동반자를 정할 때가 있다. 실력이 엇비슷하고, 매너가 좋으며 서로 가까이 알고 지내면 좋을만한 지인들 중에 시간까지 낼 수 있는 사람을 매칭시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골프는 운동으로서 기능 뿐만 아니라 이런 '사회적 소통'으로서 의미도 크기에 '중매쟁이'를 자청하게 된다. 하지만 늘 '중매'가 성공적일 수 없다. 골프가 어려운 것은 처음은 몸으로 익히는 것에만 집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이외에도 챙겨야 되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어떤 동반자는 스코어보다는 유쾌함을 추구하고, 반대로 진지하게 룰을 따르며 경기에 끝까지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골프를 즐기는 방법이 다른 동반자가 한 팀에 있을때 서로 불편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바라건데 부족함이 있더라도 중간자 역할을 하는 사람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기본적인 매너는 필수이다.두 번째는 욕심이다. 일반 골퍼들의 목표는 '싱글' 핸디캡을 유지하는 것이고, 가끔 '홀인원'을 꿈꾼다. 둘의 차이는 홀인원은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프로 선수들도 경험이 없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실력과 운이 모두 맞아 떨어져야만 가능하기에 일반인들은 '넘사벽'이다. 그렇기에 홀인원을 하면 많은 박수갈채와 축하를 받는 반면, 성대한 '잔치상'을 책임져야 하기에 오죽하면 보험이 나와 있을까. 이런 목표와 꿈은 현실과의 거리가 있을 땐 문제되지 않지만, 눈앞에 보일 때는 욕심이 나기 마련이다. 그런 마음은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런 간극을 틈타 즐거워야할 스포츠가 스트레스만 선사하게 됨을 맛본다. 필자 역시도 플레이 중에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한다. 부정적 에너지가 주위에 미치는 악영향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이다. 이렇듯 골프는 개인 플레이면서 단체운동임을 인지해야 한다.마지막으로 두려움이다. 처음으로 골프장 티박스에 서서 티샷을 했던 때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날 만큼 중압감과 긴장의 '끝판왕'이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은 그런 감정에는 무뎌질 만큼 경험이 쌓였지만, 여전히 골프에 대한 두려움은 떠나지 않는다. OB나 헤저드에 대한 두려움, 뒷땅, 탑볼 등 얘기치 못한 미스샷, 퍼팅 실수 등 수없이 많은 필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함에도 골프는 여전히 미스테리이다. 두려움이 마음에 자리잡은 한 제대로 된 나이스샷은 기대하기 힘들다. 인생과 골프는 참으로 닮아있다. 욕심부리지 말고, 두려워하지 않을 때 최고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골프 칼럼니스트((주)사라토가 회장)

2018-10-02 15:33:19

김찬주 작 '내가 앉아 쉴 곳'

[내가 읽은 책]의심없는 삶은 얼마나 허무한가/가즈오 이시구로, 송은경 옮김, 『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2017

매년 10월이 되면 언론에서는 노벨문학상 후보 작가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올해는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스웨덴 한림원이 발표했다. 선정위원의 성추문이 그 발단이다. 아쉬운 마음 때문인지 지난해 수상자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계 영국작가로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1960년 영국으로 이주해 대학을 마친 후 런던에서 작품을 쓰고 있다. 이시구로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특유의 문체로 녹여낸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며 현대 영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남아 있는 나날'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세 번째 소설로 주인공이 지나온 인생길에서 자신이 가진 가치관과 삶의 태도에 후회의 감정을 느끼며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이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을 1989년에 수상했다. 이 소설은 1956년 여름에 영국의 한 저명한 저택 집사 스티븐스가 과거 동료인 켄턴 양을 찾아 떠나는 6일간의 여행 중에 젊었던 지난 세월을 1인칭 화자 시점으로 회고하는 형식을 띄고 있다. 이러한 여행은 자신의 틀 안에 갇혀 있다가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스티븐스는 인생의 유일한 목표를 직업적 명예를 획득한 '위대한 집사'로 설정하고 그것을 충실히 추구하며 살아왔다. 그는 중요한 행사에서 손님들을 완벽하게 대접하기 위해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않았고 뒤늦게야 알게 되었지만 사랑으로 다가온 여인도 그냥 떠나보낼 정도로 일에 헌신했다고 강조한다. 여행이 진행될수록 그는 자신의 신념과 그로 인한 실제 결과에 대해 숙고하게 되고 그 괴리를 비로소 느끼게 된다. 자신이 평생 충성심을 갖고 모셨던 주인이 나치 독일에 협조적인 사람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으며 내적인 갈등도 겪게 된다. 주인을 통해 세상의 큰 움직임에 기여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면서도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자신의 잘못된 과거를 순순히 인정하지 못하는 이런 모습에서 인간의 한계를 볼 수 있다.여행의 마지막 날 저녁 무렵에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노인은 이제 뒤는 그만 돌아보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머지 인생을 잘 활용하라고 충고한다. 스티븐스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지난날에 집착하고 남들이 평가하는 결과와 상관없이 모든 노력을 다했다는 것만으로도 긍지를 느낄 만하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그와 동시에 새 주인을 모시며 부족하다고 생각한 농담을 집사에게 필요한 기술로 여기며 모든 역량을 바쳐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고자 다짐하며 소설은 끝난다. 결국 직업적인 틀은 벗어나지 못한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즐기며 살아야 합니다. 저녁은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요. 당신은 하루의 일을 끝냈어요. 이제는 다리를 쭉 뻗고 즐길 수 있어요." (300쪽)지나고 나면 후회되는 순간이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인생을 걸고 추구해 온 삶의 가치에 의문이 든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와서 그 안타까운 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후회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 온 잘못된 틀에서 벗어나서 남아 있는 날을 더 나은 시간으로 채우려는 자각과 꾸준한 실천만이 우리에게 남아 있을 뿐이다.배태만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18-10-02 14:36:29

장하빈 시인 · 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장하빈의 시와 함께] 귀뚜라미/강문숙(1955~ )  

귀뚜라미는 날개가 책이어서 매일 밤 가을 읽는데나는 책 한 권 읽지 못하고 가을을 탕진했다아찔한 비렁길 걷다가 겨우 돌아와 창을 연다귀뚜라미 한 마리 죽어 있다두 다리 쭈욱 뻗은 채, 소슬한 바람에도 몸이 통째로 흔들린다그는 책을 다 읽기도 전에, 가을이 다 가기도 전에그만 목숨을 다한 것이다읽다가 덮어둔 책장을 펼친다, 다시가을비 부슬부슬 긴 활자를 긋는다눈이 아파 책장 덮는다, 나는 아직 멀었다가을을 덮는다그해 가을은 온통 절벽 같은 문장으로 피칠갑이었다―시집 『신비한 저녁이 오다』 (만인사, 2017)* * ** * ** * ** * ** * ** * ** * ** * * 거리의 악사로 불리는 귀뚜라미는 날개를 비벼서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짝짓기를 위한 구애의 울음이다. 추야월 연인의 집 창가에서 부르는 소야곡(小夜曲)과 진배없다. 여기에 시인은 "귀뚜라미는 날개가 책이어서" 밤마다 귀뚤귀뚤 가을을 읽는다고 했다. 독서나 독경의 의미다. 따라서 귀뚜라미 날개는 악기인 동시에 책이다. 한데 이를 어찌한담? 가을의 전령사인 귀뚜라미가 가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을을 읽다 말고 책장을 덮어 버렸으니…."책 한 권 읽지 못하고 가을을 탕진했"던 내가 죽은 귀뚜라미를 대신하여, 읽다가 덮어둔 책장을 다시 펼쳐본다. 귀뚜라미를 조문이라도 하듯 가을비가 부슬부슬 활자를 적신다. 아직도 비렁길 위에 놓인 내 마음이 흔들려 책장을 덮는다. 미완의 가을로 남겨둔다. 허허, 이건 또 웬일인가? 시인 자신도 모르게 귀뚜라미 울음을 받아써서 "절벽 같은 문장으로" 이렇게 시 한 편 완성해냈다. 이 가을 못다 채우고 떠난 자들에게 바친다.시인 · 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2018-10-02 14:31:56

[매일춘추]느낌잡기

몇 해 전 상담실에서 한 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마트의 음료수를 선택하는 순간에도 너무 많은 생각들이 파도처럼 일어나 선택을 잘 못할 때가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선택의 고민은 자신의 색깔을 찾고 싶다는 어느 여대생과 결과에 대한 낙심으로 자신의 선택을 믿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취준생의 이야기에서도 나타나는 최근의 상담 주제이다.심리학자 로저스는 '인간은 생득적으로 실현경향성을 갖고 태어나며 이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킨다'고 하였다. 하지만 자라는 나무가 주변의 환경을 통해 일그러지기도 하고, 또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부분도 생겨나는 것처럼 인간의 성장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유기체인 인간의 욕구는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고 싶어 하는 욕구로 인해 억제되고 변형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적절한 사회적 적응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불행한 삶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선택은 두 개 이상의 욕구가 충돌할 때 고민하게 된다. 또 어느 혹자의 말처럼 선택의 망설임이 자녀 대신 부모가 선택해주는 과잉 양육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사회적으로 성공적인 결과일 때만 선택의 가치를 부여하는 평가적인 분위기가 하나의 이유가 될 지도 모른다. 아무튼 햄릿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하지만 나는 사회적인 걱정과 안타까운 시선과 달리, 이러한 고민을 갖고 상담실에 찾아오는 이들에게 행운아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선택의 어려움을 갖고 상담실에 찾아오는 이들은 적어도 자신의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욕구를 지나치게 억압하여 온 사람은 자신의 욕구가 있는지조차 구별 할 수가 없을 때가 있다.선택이란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움직임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 느낌이 있을 때 비로소 선택을 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마트의 음료수를 선택하는 것이 고민인 그 아이는 자신의 느낌이 좀 더 선명해진다면 선택의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자기 내부에 귀 기울이고 작은 느낌을 소중히 다루기 시작하는 그 아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2018-10-02 11:25:01

정일 가톨릭상지대학 총장 신부

[기고] 교육제도의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파괴

교육 정책에 대한 실망과 우려의 소리가 심심찮게 들리는 요즘이다. 교육 개혁은 단순히 학급 수의 조정이나 대학의 입시 및 취·창업 경쟁이나 존폐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전반에 걸쳐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과 연관되어 있다. 필자는 직업교육과 아카데믹한 대학 교육을 분리해서 교육 계획을 수립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싶다.새 정부가 설립한 국가교육회의는 수시나 정시 비율과 같은 미시적인 문제를 따지는 기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거시적이고 개혁적인 교육 제도를 고민하고 선진국들의 다양한 제도를 살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교육 문제들을 개혁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우선 초·중·고 과정은 지·덕·체를 기르고 기초학문 및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민주시민 교육이 되어야 한다. 지금의 초·중등 교육은 입시에 함몰되다 보니 대학에 입학해서까지 전공기초 및 직업기초 교육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직업교육을 무상으로 책임지면 우리나라 절반의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하고 학부모들을 사교육 걱정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 아카데믹한 교육은 대학 자율에 맡기면 된다.필자는 중·고생들을 입시지옥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끼를 발휘하도록 한다면 자동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할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진로 체험을 통한 자신의 적성을 일찍부터 발견하고 개발하여 계속적으로 발전시켜 장래 직업과 연계시켜 나가야 한다.저출산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서는 의문이다. 아기가 출생하기 위해서는 집이 있어야 하고 적합한 직업과 재화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 자녀가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소망하는 직업을 가지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누가 한 자녀만 낳겠는가? 직업교육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책임진다는 믿음이 있다면 저출산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실직자나 전직자, 경력단절자나 조기은퇴자의 교육 같은 100세 시대의 교육 또한 국가나 지역사회의 평생직업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그렇다고 직업교육과 아카데믹한 교육이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의 평생직업교육(미국 community college, 호주 TAFE, 영국 polytechnics 등)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평생직업교육은 교양과 취미교육을 넘어 계속(continues), 심화(further), 확장(extension) 교육으로 이해된다. 평생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교육제도를 연계해서 평생 동안(life long) 교육을 단계적으로 이어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고교, 전문, 학사, 석사, 박사과정까지 이어가며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을 생애 주기별로 평생을 공부하는 것이다.지금의 교육 개혁은 혁명적이어야 한다. 직업교육과 아카데믹한 교육이 구별되면서도 서로 밀접히 연계된 평생직업교육은 국가나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교육의 얼개(frame, paradigm)가 혁명적으로 개혁되어야 가능하다.

2018-10-01 11:28:03

박시윤 수필가

[에세이산책] 노인의 숲

오래된 나무가 있다. 가파른 둔덕 구석에 서 있는 나무. 요즘은 가던 길 멈추고 나무를 올려다보게 된다. 무질서한 듯 질서를 지키며 뻗은 가지들, 가지들을 따라 질서를 지키며 돋아난 잎들. 더위가 온 도시를 휘덮던 지난여름, 숨통 옥죄는 더위를 이기지 못해 밤낮을 에어컨으로 견딜 때, 나무는 말없이 제 몸만큼의 넓고 깊은 그늘을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나무가 거기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불과 얼마 전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고 있었다. 노인들이 돗자리를 깔고 장기를 두고 있었다. 고요한 한낮에 딱, 딱, 딱, 장기 두는 소리만 더디게 들렸다. "장 받으시게." 노인의 음성이 제법 격조 있게 들렸다. 돗자리 밖에 가지런히 벗어 놓은 신발과 지팡이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늘은 놀이터 가는 길목 그 어디쯤에서 나와 마주쳤다.가을 초입, 그늘 아래 낯선 의자가 하나 놓였다. 하루가 지나니 또 하나의 의자가 더해졌다. 며칠이 지나니 의자는 네댓 개가 되어있었다. 모양도 높이도 모두 제각각이고, 흠집이 나거나 색깔이 벗겨진 오래된 것들이었다. 의자는 거기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늘 비어 있는 듯했으나 그늘이 넓어지는 오후 무렵이면 노인들은 성치 않은 걸음으로 의자를 찾아오곤 했다.오래된 나무 아래 낡은 의자들이 있고, 노인들이 앉아 있다. 살아온 시간을 구경하듯 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엔 때론 쓸쓸하고 적막함이 묻어 있다. 명절에 다녀간 자식들은 다음 명절이 되어야 온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노인은 습관처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아이들이 놀이터로 가는 모습을 보며 내 손자 남의 손자 가리지 않고 그저 "예쁘다, 예쁘다" 할 것이고, "몇 살이니? 밥은 묵었나?" 살펴줄 것이고, "엄마, 아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착한 어린이 되거라" 다독여 주시리라. 바람에 묻어 가는 그 말씀 매일매일 듣고 또 들으며, 내 아이는 그 말씀들 가슴에 품고 저도 모르게 예쁘고 착하게 자라날 것이라 믿는다.나는 가만히 노인들이 떠난 빈 의자에 앉는다. 스치는 바람은 맑고, 시간은 고요하며, 주변은 적막하며, 그리하여 지나간 기억은 더 또렷해져서 그리워진다. 모든 것은 순간이 아닐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 청춘도 소리 없이 저물 것이고, 언젠가는 내 걸음도 느려지고 둔해지겠지. 걸음이 느려지는 동안 내 모든 것은 또 얼마나 더뎌질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오래된 나무는 알고 있으리. 늙는다는 것은 더디고 낡은 것이 아니라 깊어지고 넓어진다는 것을 이 의자는 알고 있으리.

2018-10-01 11:24:46

홍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

[세계의 창] '난민'을 둘러싼 담론과 권력의 문제

지구촌 난민 6천800만명에 이르러대학 교양과목 토론 주제로도 부각안전한 곳을 찾는 세계적 이주 현상민족적 경계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필자가 맡고 있는 교양과목에서 수강생들은 팀별로 자유롭게 사회 주제를 정해서 그것에 관해 조사하고 발표를 하게 된다. 몇몇 수강생들은 자유탐구 주제 선정에 막막해 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목차를 간략하게 구성한다. 지난 학기까지 사회 이슈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다문화' '난민' 관련 이슈가 이번 학기에는 수강생들이 가장 많이 다루고 싶은 주제가 되었다. 왜 특별히 '난민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때 '난민'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 어떤 '이미지', 타자관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가?2018년 전 세계 각지에서 국경을 넘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난민은 약 6천800만 명에 이른다. 전 지구적 망명과 이주의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자국에서의 내전,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다른 나라의 공격,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고 안전한 곳을 찾아 거주지를 떠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 환경 재해, 자국의 산업 착취 현실과 같은 경제적 환경으로 인한 극도의 빈곤을 들 수 있다.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난민 문제'라는 말은 한국으로 대량 유입하는 난민으로 인해 문제가 비로소 발생하는 사안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요컨대 '난민 문제'라는 말 자체는 난민 유입과 관련한 복잡한 사회정치적, 경제적 연관 관계보다 단순히 '난민'에 초점을 두고 문화적, 민족적, 종교적 출신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난민에 대한 '불법이주자' '우리'와 완전히 다른 '그들' '자살폭탄테러' '범죄' 등을 연상케 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생산하고 있다. 몇몇 언론과 소셜미디어가 퍼뜨리고 있는 단어와, 제주에 입국한 난민들을 '잠재적 테러범'과 '가짜 난민'으로 설명하는 내용은 난민 반대를 심화하고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독일에서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난민 유입을 둘러싼 갈등과 반이민 정서는 2015년 연말 쾰른에서 일어난 이민자 집단 성범죄와 지난달 동부 작센주의 소도시 켐니츠 사태를 통해 강화되고 있다. 이때 켐니츠에서 일어난 극우단체의 폭력시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독일 사회 내부에 여전히 존재하는 극우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비판하는 계기를 촉발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극우세력과 분리시키며 자신과 인종주의 문제와의 밀접한 연관성을 간과하는 데 기능하고 있다.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현대 사회에 작용하는 권력을 단순히 개인을 억압하는 힘이 아니라, 개인과 집단 간의 사회적 관계 속에 내재한 것으로 보았다. 그에 의하면, 권력은 특정한 계급이 소유하는 것을 넘어, 개인들이 자기 확신에 차 있는 가운데 지배 담론을 사용하고 지식을 생산함으로써 공고화되고 있다. 푸코는 그의 후기 사상에서 '통치성'이라는 용어를 제시하면서 인간이 권력에 종속되는 동시에 스스로 주체가 되는 과정을 분석하였다.1948년 선포한 세계인권선언에 의하면 망명이란 '모든 사람이 박해를 피해 타국에서 피난처를 구하고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라는 사실, 즉 인권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국제적으로 합의하고 우리나라도 가입한 난민 협약의 단어조차도 '우리'와 '그들'을 가르고 서열화하는 난민 지배 담론에 편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 이주 현상에 직면하여,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게 굳건해지고 있는 민족적 경계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두고, 난민을 포함한 이주자들이 한국의 난민 정책을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망명과 이주가 세계화로 인해 강화되고 있는 경제적, 정치적 갈등 상황과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8-10-01 10:13:14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 천금같은 삶

지난 명절 연휴 마지막 날 저녁 무렵이었다. 어정어정 휴일 다 보내고 나니 급기야 남은 시간이 아쉬워서 영화관을 찾았다. 몇 안 되는 관객들 사이에서 본 것은 동화작가 타샤 튜더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였다. 타샤 튜더라는 이름은 낯설어도 막상 이 사람의 책이나 그림을 보면 대개는 아하, 알 것 같다고 할 만큼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타샤 튜더는 그림책의 노벨상이라는 미국 칼데콧 상을 두 번이나 받은 인물로서, 70년 동안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내놨다. '비밀의 화원' '소공녀'의 삽화를 그렸고 '코기빌 마을축제' 등 코기빌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백악관 크리스마스카드 그림도 유명하다. 살던 곳을 떠나 버몬트주 산골에 30만평 땅을 사들였을 때 이미 쉰 중반의 나이였다. 그리고 30여 년 동안 온갖 꽃들이 흐드러진 정원을 정성껏 가꿈으로써 '천상의 화원'을 얻었다. 겨울, 봄, 여름, 가을…, 사계절 매력적인 타샤의 정원이 스크린에 펼쳐졌다. 정원뿐인가. 옛날 방식으로 양초를 만들어 쓰는 모습, 품안에 비둘기를 넣어 기르고, 인형을 만들고, 볕 좋은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는 일상의 여러 모습이 흥미진진했다. 10년 전쯤 생을 마쳤으니, 동시대를 산 것과 진배없는데 평범한 우리네 모습과는 자못 달랐다.놀라운 것은, 영화에서 만난 그의 나이가 아흔이라는 점. 할머니 타샤는 카메라 너머의 나를 향하는 듯 지긋한 눈길을 보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꽃들을 보면 행복한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그러니, 행복하지 않다면 사는 장소를 옮겨줘야 하며, 당신도 좋아하지 않는 곳에 산다면 어서 떠나라는 말이다. "인생은 너무 짧다." 즐기라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한다. "예스, 예스 해놓고는 내식대로 했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세상 사람들의 훈수를 밀쳐두고 자신의 주관대로 살라는 충고다. 우리 식으로 치면 조선시대 여인 같은 차림으로 곱게 웃으며 이토록 진보적이고 분명한 조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행복이라는 '천금같은'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하며, 인생은 짧으니 시간을 '천금처럼' 소중하게 쓰라는 말이겠다.타인의 삶을 통해 스스로를 살피니,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사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터덜터덜 갔다가 잰걸음으로 돌아오니 막 새 날이 시작될 즈음이었다.

2018-10-01 10:12:26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지역 외면하는 포털" -한신협 공동칼럼

지난 8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일신문 등 전국 주요 9개 지방신문사 주도로 포털을 이용한 지방신문의 공동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9개사 사장 전원이 참석했고, 관련 법안을 발의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본 의원은 물론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 등 여야 의원 50여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루었다.그러나 막상 패널로 참석했던 한 교수는 세미나에서 "오늘 이 큰 행사도 네이버나 다음에는 소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 아닌 예언을 했다. 이는 결국 사실이었다. 이 세미나 뉴스는 포털 메인화면에 노출되지 않았고, 검색해 들어가서야 겨우 찾을 수 있는 씁쓸한 일이 벌어졌다.지난해 뜨거웠던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통령과 여야 의원들이 한 마디 하면 포털의 메인화면을 장식했지만, 정작 지방분권의 핵심이자 주체인 '지역'의 생생한 목소리는 외면당했다.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인 것이다.지난 일주일간 네이버 뉴스메인을 분석해본 결과, 총 1227건(일 평균 153건)의 기사 가운데 지방언론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방뉴스는 대구 수돗물 과불화화합물 검출, 대구 폭염, 대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등 초대형사고가 터져야 그나마 몇몇 중앙지나 통신·인터넷 매체를 통해 첫 화면에 노출되는 정도이다.이처럼 대형 포털의 지방뉴스 홀대 현상은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온라인 뉴스 시장의 70%를 장악한 네이버에선 하루 약 1천300만 명이 뉴스를 읽고 있지만 이들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지역소식이나 의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구조다.지방언론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 건전한 지역여론 조성, 지역사회의 균형발전 주도라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포털의 지방언론 홀대로 인해 독자 수와 광고수익이 감소하고 이는 결국 경영 압박과 저널리즘 기능 약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지방언론의 위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해외 선진국들은 지방언론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는 신문구독료, 보급시스템 그리고 광고 수입이 낮은 일간지 등을 직접 지원하고 있으며 부가세·우편요금 할인도 하고 있다. 노르웨이도 경영난을 겪는 신문사에 대한 지원 및 25%인 부가세를 6%로 낮춰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지방언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미미한 편이다. 정부가 지역신문발전특별법과 지역방송지원특별법에 따라 지역언론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시법이라는 특성상 안정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기금확충 방안 마련 등 지역언론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현재 국회에는 일정비율 이상의 지방언론 기사를 포털의 첫 화면에 게재하도록 하고, 타향에서 고향신문 구독시 구독료의 30%를 세액공제하는 본 의원의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돼 출향민을 포함한 지역뉴스 소비자들의 편의와 알권리 충족은 물론, 대형 포털과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된 언론환경 속에서 지역언론의 선순환 발전을 가져오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역사가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지역언론의 힘은 국민의 힘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언론의 활성화 없이는 지방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민주주의도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국회와 정부, 국민 모두가 지방언론 육성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2018-09-30 17:23:35

김태원 대구시의원

[기고]종합복지관 무료급식소를 지상으로

최근에 개인이 운영하는 지하 식당에서 식사한 적이 있는가?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하 음식점은 거의 사라졌다. 대구시와 기초자치단체의 노력으로 다수의 종합복지관 무료급식소가 지상으로 이전하면서 건강과 안전에 취약한 저소득층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아직도 지하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6개 종합사회복지관의 환경 개선에 대구시의 속도감 있는 실천을 바란다.대한민국은 금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눈앞에 다가옴에 따라 노인 1인 가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최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어르신들의 무료급식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지산종합사회복지관 경우 시설은 늘지 않은 채 초창기에 100명이던 급식 인원이 지금은 600명으로 늘면서 열악해진 급식 환경이 어르신들과 자원봉사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아래와 같은 지하 급식소 환경 개선에 조속히 나설 것을 바란다.첫째, 조리 장소와 급식 장소가 동일한 곳에 있어서 조리하면서 발생하는 연기, 냄새 등 일산화탄소가 빠져나갈 수 있는 환기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둘째, 600여 명의 어르신 급식 인원에 비해 지하 급식 장소가 협소하고 의자가 없어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이 식사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셋째, 지하 통로의 공간 구조가 협소하여 어르신들과 휠체어 장애인들이 부딪혀 잦은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넷째, 급식 전달이 주방과 식기세척실을 거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바닥에 물이 고여 미끄러지는 안전사고가 일어나 자원봉사자가 다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다섯째, 지하 급식 공간에 환풍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취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조리 과정에서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되어 두통과 안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여섯째, 지하 공간의 설거지하는 곳은 나쁜 공기와 뜨거운 열기와 습도로 인하여 자원봉사자들이 꺼리는 장소이기 때문에 복지관 직원들이 설거지를 돕고 있는 실정이다.환경부가 발표한 실내 미세먼지 조사에 따르면 밀폐된 공간에서 고등어를 구울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등급상 '나쁨'에 비해 농도가 30배 이상 높으며 복지관에서 가끔 조리하는 달걀 프라이는 14배가 높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가스 불에 볶아 음식을 만든 주방장의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특히 지하 공간 급식소의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좋은 의도로 봉사를 해주시는 봉사자들과 무료급식을 이용하는 노약자들이 열악한 환경으로 인하여 건강을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지산복지관 인근에 있는 범물복지관은 대구시와 도시공사의 도움으로 2017년에 지하에 있던 급식소를 지상으로 옮기면서 자원봉사자들과 급식 이용자들의 급식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지산복지관의 자원봉사자들은 범물복지관 같은 환경에서 봉사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지하에 있는 복지관 급식소의 지상 이전을 간절히 바란다.

2018-09-30 14:53:57

민송기 대구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한국의 창세 신화

예전에 '신화의 세계' 편에서 몽당빗자루에 얽힌 가정의 신화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인간과 세계의 존재를 설명하는 창세 신화가 있다는 간단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도 창세 신화가 있다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데, 그 이유가 우리나라의 창세 신화는 주로 서사 무가(巫歌)의 형태로 전해져 오기 때문일 것이다. 서사 무가는 무당들이 자기가 모시는 신들의 내력을 노래의 형태로 부른 것이다. 이야기를 전승할 수 있는 종교 집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나 국어 교과에서도 가르치지 않으니 낯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창세 신화로 가장 유명한 것은 함경도 함흥의 김쌍돌이라는 무녀가 구연한 것을 민속학자 손진태가 채록한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하늘과 땅이 분리되지 않았을 때 미륵이 태어난다. 하늘과 땅 사이에 틈이 생기자 미륵은 하늘을 솥뚜껑처럼 들고 땅의 네 귀퉁이에 구리 기둥을 세워 하늘과 땅을 만든다.그때는 해도 둘, 달도 둘이었는데, 달 하나로는 북두칠성, 남두칠성을 만들고, 해 하나로는 별들을 만들었다. 미륵이 불이 필요해 쥐에게 불을 만드는 방법을 물었는데, 쥐는 세상의 뒤주를 차지하는 것을 보장받고 불을 만드는 방법을 일러준다.미륵이 금쟁반과 은쟁반을 들고 하늘에 기원을 하니 하늘에서 각각 다섯 마리 벌레가 쟁반에 떨어진다. 금쟁반의 벌레는 남자가 되고, 은쟁반의 벌레는 여자가 되어 인간 세상을 이루게 된다. 미륵이 인간 세상을 다스리고 있을 때, 석가가 나타나 자신의 세월이 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내기를 제안한다. 두 번의 내기에서 모두 진 석가는 마지막으로 자는 동안에 무릎에 모란꽃을 피우는 내기를 하게 된다. 미륵이 자면서 무릎에 꽃을 피우자 석가는 먼저 깨어 그 꽃을 꺾어 자기 무릎에 꽂는 꼼수를 써서 이긴다.미륵은 석가에게 세월을 넘겨주면서 석가의 세월이 되면 집집마다 솟대가 서고 기생, 과부, 백정, 역적 등이 생겨나고 삼천 명의 중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언을 한다. 미륵의 예언은 실현되고 미륵은 세상에서 사라진다.이 이야기는 다른 무가에서 '소별왕 대별왕'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흥미로운 상징들로 가득 차 있다. 태초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미륵도 기원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과 건국 신화처럼 신성한 이야기가 아니라 석가가 부정한 방법으로 세상을 지배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우리의 창세 신화는 신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완전한 세계가 아니라 선과 악이 공존하는 불완전한 세계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2018-09-30 14:47:17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도대체 누구를 위한 종전선언인가!  

트럼프 정치 일정에 맞춰 플랜 작성북한 김정은 '가짜 비핵화' 착착 진행연내 종전선언 방안 반대 여론 반영국민투표 거쳐 국가 대사 확정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후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공중파 방송 3사는 70%대 초반, 메이저 여론조사 2사는 60%대 초반으로 급상승했다. 경제와 민생에 대한 아집과 패착으로 40%대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방북 이슈로 급상승시켜 단번에 만회한 모양새이다.문 대통령은 방북 직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종전선언을 설득하고 유엔과 미 언론,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 등에서 연내 3자 종전선언을 적극 홍보하였다. '일단 정치적 선언으로 종전선언을 하고 북 비핵화가 안 되었을 경우 취소할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보복을 감당할 수 있겠나' '이제 전 세계가 북한의 노력에 화합할 때이다' 등의 문 대통령 발언을 보면서 심각한 의문이 떠올랐다.왜 저리 '연내' 종전선언에 목을 맬까?연내가 아닌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의지와 실천을 확인한 뒤 종전선언을 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 북한과의 군사협정에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11개 철수, 군사분계선(MDL) 주변 20~40㎞ 비행제한, 서해 한강 하구 평화수역 등 조항을 왜 저렇게 서둘러 합의했을까? 미군이 우려하는 이 사항을 그토록 급박하게 발표할 이유가 무엇인가? 북의 평화 의지를 비핵화를 통해 확인한 뒤 군축을 하면 어디 동나나? 경협이라는 명목하에 우방이 그토록 우려하는 철도 연결 꼭 연내에 착공해야 하나?문 대통령은 스스로 남북 관계를 되돌릴 수 없도록 불가역적인 상황으로 임기 내 만들어 놓겠다고 공고했는데 북 비핵화는 왜 연내 혹은 임기 내 불가역적으로 하겠다고 공언하지 않는 것일까? 오직 종전선언을 위해 저렇게 김정은의 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우려스러운 표현을 쓰며 전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북 비핵화 의지를 우리 국민은 모르게 비공개로 전달하면 국민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라'는 것일까?상기 의문들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상식적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김정은을 위해 애쓰는 만큼 종전선언과 비핵화 의제를 가지고 보수 성향을 가진, 안보해체와 비핵화 불발을 우려하는 국민과 보수야당 설득을 위해 노력하고 토론한 적이 있는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는 2년이고 3년이고 길어져도 상관없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는 실질적 비핵화 진전보다는 자신이 2020년 11월 차기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대북 이슈를 천천히 사고만 나지 않도록 끌어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2, 3년 이후엔 북한은 인도나 파키스탄 같은 실질적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게 될 것이고, 그 시간 동안 노후되고 부차적인 핵시설을 일부 폐쇄하고 살라미식으로 단계별 핵 리스트를 제출하고 형식적인 참관과 상징적 핵 ICBM 일부 폐기 쇼가 화려하게 진행될 것이다.결국 북 김정은은 트럼프라는 기상천외한 성격과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이단아 같은 미 대통령 분석을 끝냈고 충분히 그를 북의 페이스로 다루어 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치 일정 맞춤형 '가짜 비핵화 로드맵' 플랜을 작성하고 그 계획대로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문제는 미국의 트럼프도 북의 김정은도 아닌 우리의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비핵화 주제를 놓고 현 정권이 애호하는 '숙의 민주주의 방식'의 토론의 장을 열 책무가 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과 북 비핵화 방안과 이에 반대하는 국민과 보수야당의 입장들을 전 국민들이 충분히 쌍방의 주장을 알 수 있도록 최소 한 달 이상 TV, 신문, 종편, 공청회 등에서 토론해야 한다.종전선언과 북 비핵화 등에 대해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의 정보 습득이 이루어진 뒤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하는 것이 국가지대사의 순서라고 본다. 현재는 대통령이 가자 한다고 무조건 그쪽으로 따라가는 시대는 아니지 않는가!

2018-09-30 14:42:24

[종교칼럼]적선

적선 적선(積善)은 원래 도교의 수행 방법 한 가지를 일컫는 말이다. 불로장생을 지향하는 도교에서는 '적선'을 모든 수행의 전제조건으로 봐서, 선행만 쌓으면 별다른 수행을 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때 이른 죽음은 피할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적선이라면 아무래도 걸인에게 돈이며 물건 따위를 거저 주는 일일 텐데, 굳이 도교 수행자가 아니라도 동냥하는 이에게 적선하는 일은 우리 민족의 전통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마라'는 속담은 오랜 기간 인간다운 품위를 지키는 기본적인 규범 역할을 했다. 그런데 동냥은 못 주겠고, 쪽박도 깨지기를 바라는 목소리를 한가위 연휴 끝에 들었다. 지역의 아무개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보도된 어느 르포 기사의 제목은 "김정은한테 다 퍼준다는데… 제발 경제 좀 살려 달라"였고 "초선 의원이 전하는 추석 민심"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일련의 활동들에 침을 뱉을 수는 없으니, 살림살이 어렵다는 푸념에다 슬쩍 '다 퍼준다'는 식의 선동을 얹어서 여론의 이름으로 내민 형국이다.그 여론을 전하는 국회의원께서 불과 두 해 전 쯤 재경부에 근무하실 때는 "북핵 포기시 매년 630억 달러 인프라투자 지원할 것" 같은 통 큰 퍼주기 약속이 정부의 공식 발표로 나왔다. 대략 70조 쯤 되는 거액을, 그것도 해마다 북으로 보내겠다고 할 때는 조용하던 목소리가 왜 지금에는 민심의 이름을 등에 업고 신문 지상을 채우고 있는지 궁금한 대목이다.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라는 국회의원이라면 근거 없는 퍼주기 주장 정도는 옳고 그름을 딱딱 짚어주실 만한데 그러지 않으시는 것은 그만큼 흉흉한 민심이 지역에 존재한다는 뜻이겠다.그런데 그 '민심'을 말씀하시는 분들에게 국제적인 대북 제재 중이라 인도적 지원조차 쉽지 않은 지금 상황에 도대체 무엇을 퍼주었는지 물어보면, '하여간에 다 퍼줬다'는 대답 밖에 없다. 북에서 선물로 보낸 송이버섯 2톤을 받았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우리 정부가 '피 같은 세금으로' 북에 무엇을 보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백보를 양보해서 설사 퍼준 게 있다 해도 그렇다. 대한민국의 1인당 GDP는 2018년을 기준으로 3만2,775달러, 이탈리아와 스페인 가운데 위치한 세계 27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반해, 북한은 2016년 기준 648달러로 세계 176위에 머무르고 있다. 참혹한 기아와 내전으로 유명한 르완다에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다. 한 마디로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다. 방송에는 매일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한 달 얼마라도 보내자는 광고가 나오고 동남아 빈국에는 한국인 자원 봉사자가 넘쳐 나는데 북에는 어찌나 인색하고 각박한지 모른다. 다 퍼줬다는 주장의 속내는 어떻게든 저들에게 흠집을 내고 불만을 투영하겠다는 메마른 마음이 깔려 있는 게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 그 흠집 내고 싶은 상대가 누구건 간에 말이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또 생각이 다른 만큼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이다. 하지만 비판에도 격이 있어야 하는 법, 비판을 하면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을 일컬어 비난이라 한다. 자고로 비난의 목소리에서 점잖은 품격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적선도 아깝다며 비난에 힘을 쓰는 것은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다.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윤리학 교실 주임교수

2018-09-28 11:40:13

[지상갤러리] 이명미 개 드로잉

이명미 작 '개 드로잉'화가가 뜬금없는 작품을 보여주니까, 나도 뜬금없는 이야기부터 먼저. 이제는 꽤나 알려진 일화가 되었는데, 독일 작곡가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이 했던 발언이 있다. 그는 9.11 테러가 벌어진 후 그 사건에 관해서 괜한 말을 했다가 곤욕을 겪어야 했다. 뭔가 하면, 인질을 태운 여객기가 무역센터 빌딩에 부딪히는 장면을 두고, '여태껏 볼 수 없었던, 하늘과 땅을 무대로 한 최고의 예술 작품'이라는 말이었다. 이전부터 슈톡하우젠은 미국의 패권주의가 품은 부당함을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는 된다. 하지만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예술가는 자신의 견해를 말로 펼치는 게 아니라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 말은 보통 사람들도 할 수 있지만, 작품은 아무나 할 수 없다.이명미가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최근 미술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몇몇 소란에 본인까지 엮였다고 판단한 심정을 표현했다. 오늘의 이명미 작가가 있기까지 시그니처로 떠오른 요소들이 전시 공간 곳곳에 숨어있다. 이를테면 그녀가 쓰는 선명하고 낙천적인 물감의 색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눈에 띤다. 캔버스 대신 종이에 그림을 그려 액자에 넣은 드로잉 작업이다. 물감은 아크릴이다. 아크릴은 물기가 빨리 마른다. 짧은 시간 내에 속히 그려야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드로잉 작업은 낙서 같이 보인다. 낙서답게 속도를 붙여 그린 듯한 개가 있고, 욕설이 쓰여 있다. 아, 욕이 아닐 수도 있다. 본인이 그린 개(dog)를 개와 같다고 붙인 설명일 수도 있겠다.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던 기호학을 떠올리자. 기호는 기표와 기의로 나누어진다. 기표는 글자를 구성하는 문법이고, 기의는 뜻이다. 알기 쉬우라고 든 예가 개다. 개는 기호의 표시는 한글 자모음이나 알파벳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그 문자 기호의 뜻은 개라는 네 발 달린 짐승 개로만 묶이지 않는다.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기의에 빗대었다. 이번 전시에 한정지어 욕쟁이 할머니라고 불려도 할 말 없을 것 같은 작가는 욕을 실은 음성과 발언과 표정 대신 텍스트와 도상을 배치한다. 글자와 형태와 색은 뭉쳐서, 때로는 흩어져서 공간 속에 긴장감을 빚어낸다. 이번 전시는 작가 이명미를 모르는 사람이나 잘 아는 사람이나 간에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 또한 그녀가 걷는 길이다. 그 길을 걸을 때엔 맑은 날이 있고 흐린 날이 있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전부터 자신의 회화 속에 통속적인 가요의 소절을 따서 맥락을 살린 시도를 곧잘 해왔다. 작가는 윤종신이 작곡하고 본인과 정인이 불렀던 '오르막길'을 들어봤을까? 가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거야/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윤규홍 (갤러리 분도 아트디렉터'예술사회학)

2018-09-27 15:53:56

최경진(대구가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포털, 지방신문기사 게재해야 한다-최경진(대구가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초고속인터넷을 누리는 인터넷 선진국에 해당한다. 전자정부 구현 이래 한국사회에서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이제 거의 없기 때문이다.선출직 공직자 선거를 제외하면 각종 행정정보, 금융, 상거래, 교육 및 문화 콘텐츠 등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이다.그렇다면 네티즌들이 가장 즐겨 찾는다는 뉴스 정보는 어떠한가. 우리는 인터넷 덕분에 실시간으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거의 동시적으로 알 수 있다.그러나 지방신문을 보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인터넷 포털에서 지방신문 기사를 발견하기란 가뭄에 콩 나듯 거의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따금 충격적인 사건사고나 특별한 기사를 제외하곤 지방신문의 기사를 반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에서 모바일 버전의 뉴스 판을 보면 그 실상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수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언론사는 방송까지 다해도 현재 총 44개뿐이다. 모두 서울 소재 신문방송사들이며 지방소재 신문은 단 하나도 없다.메뉴판 관리에서 사용자가 직접 관심있는 '판'을 추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 '지역' 관련 메뉴는 없다. 한때 메뉴 상단에 노출되었던 '지역' 섹션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지역을 별도로 구분하는 것이 오히려 지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상 서울 위주로 사업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이렇듯 포털은 '모든 사용자'를 상대로 한다고는 하지만 '모든 이'의 관심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특히 지역민들이 그런 경우다. 서울 인구 천만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4천200만명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인터넷 뉴스 이용자의 약 80%가 지역사람인 셈이다. 그럼에도 인터넷 포털에서 지역뉴스, 지방신문이 외면당하는 것은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지역 언론이 바로 서야 지방분권도 가능하다. 지역 언론이 홀대받는 현실에서 지방분권은 실현 가능하지도 않으며 설령 지탱한다고 하더라도 사상누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국가정책 기조에도 어긋나는 일이요 지방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미래전략과도 대치되는 일이다.게다가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내용을 헌법 제1조에 명기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지방분권국가임을 선언하겠다며 내놓은 대통령 헌법개정안 내용에도 맞지 않는 다. 지방의 언론이 바로 서야 지방분권도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다행히 국회에서 지방언론 발전을 위한 입법발의가 있었고 제도적 언론정책을 통해 지방신문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중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지방신문 기사를 일정 비율 이상 게재하도록 하자는 것이 그 골자이다.서울 중심의 여론 편향을 탈피해 지방화 시대에 맞는 건강한 여론과 다양성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혹자는 그러한 시도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논리에 위배된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 이미 서구민주주의 언론 선진국들에서도 인터넷 시대 이전부터 여론 다양성을 위해 다양한 언론정책으로 지방신문을 진흥했던 사실이 있다.모든 뉴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인터넷 포털이라고 하지만, 정작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그 생활주변과 활동공간의 뉴스 정보를 포털 뉴스에서 보기 어려워졌다. 포털에서 지방신문 기사를 게재하도록 하는 정책은 결코 지방신문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 오히려 균형있는 정보유통과 여론다양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며,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한국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2018-09-27 15:43:30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장] 돈의문이 열려있다

지난 9월 1일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시간안의 상처' 컨템포러리 발레 공연을 관람했다. 미국 애틀랜타 발레단에서 주역 무용수로 활약했던 안무가 김유미 씨가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공연을 펼친 김유미 씨의 모습을 지난 2월 KBS '요리인류 서울의 맛'에서 시청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강북삼성병원과 서울역사박물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일주일 뒤 다시 찾았다. 돈의문(서대문) 터 근처의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조선시대 한옥과 일제강점기 가옥, 근현대 골목길까지 옛 시간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다.'시간안의 상처' 공연이 열렸던 서울도시건축센터부터 들렀다. 무용 공연 때는 임시로 설치된 무대 때문에 제대로 관람하기 힘들었던 '돈의문이 열려 있다' 사진 전시회를 살펴봤다. 보도사진가 이경모(1926~2001) 작가가 촬영한 1957년 여의도 공항과 시기미상의 덕수궁 사진 작품을 구입했다. 옛 국세청 남대문 별관 자리에 들어서는 서울도시건축박물관을 소개하면서 마음에 드는 이름과 로고 디자인에 투표해 달라는 안내문도 눈에 띄었다.경주의 한옥호텔 '라궁'과 대구 '임재양외과'를 설계한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대표의 해설과 함께 돈의문박물관마을 개발 과정이 돈의문 전시관에서 상세히 소개되고 있었다.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정리한 연대표가 인상 깊었다.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의 신간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에서 강조하고 있는 '자기 역사 연표' 만들기는 지역사회에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울로 올라와서 한식집을 운영하면서 2015년 이사 갈 때까지 동네 얼굴 같은 역할을 했던 '안동회관' 김여환 사장의 인터뷰 동영상이 흥미로웠다. MBC 드라마 수사반장을 제작할 때 중국집 배달통 등 소품을 빌려주었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수사반장 최불암과 킹레코드에 소속됐던 가수들을 꼽았다.커뮤니티센터에서 커피 한잔을 마신 뒤 돈의문박물관마을 방문을 마무리하려고 대로변으로 이동했다. '고스트타운레코즈' 간판이 걸린 1층 점포가 눈에 들어왔다. 고스트타운레코즈는 음악가, 퍼포머, 디자이너들이 본인의 작품 소개와 홍보,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쇼케이스 형태의 공간으로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새로 시작한 음악, 예술 프로젝트다.고스트타운레코즈에서 싱어송라이터 이인혜가 이끄는 드림팝 밴드 '변화무쌍'의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도심 대로변에서 홍대 인디밴드의 공연을 무료로 관람하게 되어 반가웠다. 13㎡(4평) 규모의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변화무쌍'이 발표한 2장의 앨범을 구입해서 들어봤다. '바람'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마음에 들었다.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는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은 더 이상 하나의 공간에 하나의 장르나 형식을 다루는 것이 무의미하게 된 데서 생겨난 것'이라는 어느 신문 기사에 공감한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서울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역동적인 복합문화공간이 공연문화도시 대구에서도 늘어나길 소망한다.

2018-09-27 15:28:13

최주원 대구아리랑 노래비건립 발기인 대표

[독자칼럼] 대구아리랑 노래비를 건립하자

음악창의도시 큰 자산 대구아리랑가치 재조명하고 노래 널리 알려야지자체서 건립비 지원한 곳도 많아시민·기관단체의 관심과 동참 기대"낙동강 기나긴 줄 모르는 님아/ 정나미 거둘라고 가실라요/ 아롱아롱 아롱아롱 아라리야/ 아리랑 고개로 넘어가네~."대구 동구 봉무동(강동마을) 출생 최계란(崔桂蘭 본명 최필렬·1920~2001) 명창이 부른 '대구아리랑' 일부 가사다. '대구아리랑'은 기록상 최초의 대구 테마 노래이다.'아리랑'은 전통 민요로 오랜 역사와 함께 우리의 삶과 정서, 애환이 담긴 우리 민족의 노래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노래다.정부는 2012년 12월 5일 '대구아리랑'을 비롯해 우리나라 '아리랑'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와 2015년 9월 24일 국가무형문화재 129호로 지정하였다. 또한 1926년 10월 1일 서울 단성사에서 나운규가 제작한 무성영화 '아리랑'의 개봉으로 주제가 '아리랑'(서울아리랑)이 탄생한 날인 10월 1일을 2013년에 '아리랑의 날'로 정하였다.'대구아리랑'은 1936년 8월 밀리온레코드사 유성기음반 '영남잡가(嶺南雜歌) 대구(大邱)아리랑'으로 밀리온선양악단의 장구, 가야금, 바이올린 반주에 의한 노래다.노래 1절은 "가버린 님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을 표현"하고, 2절은 "떠난 님을 간절히 그리는 마음을 자연의 풍광에 담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대구아리랑'은 2003년 서울소리보존회가 청계천 고음반 상가에서 입수하여 2007년 처음 음원을 공개하였다. 그해 (사)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 회장 정은하 명창이 '대구아리랑제' 공연을 하고, 대구광역시는 2011년 음반을 구입하여 대구근대역사박물관에 전시하여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그동안 '대구아리랑'은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은하 명창이 대구아리랑 대축제와 유대안 (사)날뫼민속보존회 이사장, 손태룡 한국음악문헌학회 대표와 함께 학술심포지엄 개최 등을 통해 노래를 알리고 시민들 곁으로 다가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필자가 '아리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광복소나무사랑모임이 지난 4월 초 대구 동구 지저동 금호강변 공연장에서 제3회 '능금 꽃 피는 고향 금호강 벚꽃길 시민 음악회'를 개최하면서 열었던 '대구아리랑' 공연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대구아리랑'에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 노래비 건립에 힘을 모으고 있다.'아리랑'이 전해 내려오는 정선, 문경, 예천, 밀양 등 지역은 오래전부터 노래비 건립과 다양한 행사 등으로 문화예술 발전과 지역 홍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문경과 밀양은 각각 3곳에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그러나 우리 대구는 부끄럽게도 노래비가 없다.'대구아리랑'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구음악의 소중하고 큰 자산임은 부정할 수 없다. 대구시가 올해부터 음악창의도시 브랜드 홍보를 위한 기반 마련과 후속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아리랑'의 보존·전승과 저변 확대, 시민들의 자긍심 고취, 특히 음악창의도시 실천과 위상에 걸맞게 노래비를 건립해야 한다. 아울러 가치 재조명 등 재창조 사업도 필요하다.'아리랑' 등 노래비를 지방자치단체가 지원 건립한 곳도 많다. 앞으로 대구시도 민간단체 등이 공공목적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 건립할 경우 "대구광역시 동상·기념비·조형물의 건립 등에 관한 조례 제5조(비용 부담) 건립주체가 부담한다"는 규정 개정 등으로 지원책 강구가 필요하다. 뜻깊은 노래비 건립에 대구시를 비롯한 관련 기관단체,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을 기대한다.

2018-09-27 14: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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