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이상배 북부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기고]수사구조 개혁, 시대적 요청이다

2019년 4월 2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이 지정됐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표현되는 검사의 독점적 권한을 분산시켜 수사구조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상호 견제와 감시를 통해 형사사법기관 간의 균형을 갖추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선진화된 형사사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의 요청에 있다.여러 여론조사 결과 수사구조 개혁에 대한 찬성이 약 70%가량으로 국민의 공감을 받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권 분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반영하여 지난 대선 공약으로 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 경찰과 검찰이 상호 견제하여 균형을 맞추는 '수사권 조정'안을 제시하였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적 수사권·수사종결권 인정 방향으로 수사구조 개혁을 추진 중에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15일 청와대에서 국정원, 경찰, 검찰 개혁 전략회의를 통해 수사구조 개혁 관련 법안의 연내 처리를 요구하는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 수사구조 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이러한 수사구조 개혁은 누구를 위해 필요한 것인가?이는 바로 경찰이나 검찰을 위한 것이 아닌,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 편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바로 국민을 위한, 국민에게 필요한 수사구조 개혁이다.이중 조사로 인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여 수사의 신속성 측면에서 국민에게 기여하고, 수사의 종결권을 경찰에게 부여, 국민이 이에 대한 이의 제기 절차를 명확히 하여 더 공정한 수사를 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영국, 미국 등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와는 달리 기소권,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등을 검사가 독점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법제도하에서는 검찰에 대한 견제가 불가능하다. 수사기관으로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행사하는 이러한 권력의 독점은 권한 남용, 인권 침해, 부패를 가져오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수사구조 개혁은 사법기관 간의 권한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보다 질 좋은 치안 행정을 국민에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경찰과 검찰의 중복 조사로 인한 국민 불편이 해소되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불기소가 명백한 사건의 관계인은 조기에 형사 절차에서 해방되어 심리적 불안감이 해소되는 등 국민의 기본권과 편익이 크게 증대될 것이다.경찰의 3년(2014∼2016년) 평균 송치 인원 161만1천336명 가운데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55만1천879명 중 54만8천530명(99.4%)은 검찰에서도 역시 불기소 처분되고 있으며, 이중 조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500억~1천500억원 상당으로 추산(비교형사법학회)된다.상호 견제와 감시를 통해 선진화된 형사사법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담당할 때 그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을 위한 수사구조 개혁이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기를 바란다.

2019-05-22 11:12:30

이헌태 민주댕 대구북구갑 위원장

[특별기고]독립운동에서 대구의 역할, 제대로 기리자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대구에서도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고 서적도 출간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2년 전 대구의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인정받은 뒤라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그런데 많은 대구시민들이 국채보상운동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일제의 침탈에 우리 대구사람들이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맞섰던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대표적으로 구한말 최초의 의병장은 대구 출신의 의산 문석봉이다. 의산은 1895년 을미사변이 일어나자 벼슬을 하고 있던 충청도 유성에서 의병을 일으켰고 그 병사 수는 1천여명에 이르렀다. 국가보훈처의 공훈록은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그의 봉기는 의병 활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기폭제의 역할을 한 것으로 의병사에 큰 의미를 갖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의산의 생가터는 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성하길 68-7번지에 그대로 남아 있는데, 안내판조차 없다.3·1운동이 있기 전 1910년대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인 독립투쟁단체는1915년 7월 15일 대구 달성공원에서 결성된 대한광복회이다. 총사령은 왕산 허위의 제자 박상진이며, 전국 각도를 비롯해 만주에까지 지부를 두었다. 현재 충남 예산군에는 충청도지부장 김한종 지사를 기리는 기념관이 웅장하게 세워져 있는데, 본부였던 대구, 특히 달성공원에서는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대한광복회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의열단은 1920년대 대표적인 항일무장단체이다. 의열단은 1919년 만주에서 결성될 때 밀양과 대구사람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는데, 단장은 김원봉, 부단장은 이종암이 맡았다. 대구 출신인 이종암은 자금 마련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하다가 1926년 투옥되어 1930년 병으로 가출옥한 뒤 남산동 집에서 순국했다. 집터(현 대구 중구 문우관길 30-26)는 방치되어 있다.대표적인 사례 세 건만 예시했으나 국채보상운동을 넘어 대구가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서 했던 결정적인 역할을 기릴 수 있는 사례와 인물은 대단히 많다. 이제부터라도 대구에서는 독립애국정신을 기릴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나서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첫째로 대구시립 역사박물관을 하루빨리 건립해야 한다. 역사박물관을 짓고 이곳에 대구의 독립운동가들이 펼친 눈부신 활동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구시가 이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둘째로 대구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존하고 기려야 한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중요한 유적지가 산재해 있으나 방치된 곳이 수두록하다. 필자는 애국지사 지오 이경희 지사 현양사업을 선도했고 의열단원인 이육사 시인의 남산동 생거지 보존을 민주당과 대구시 정책간담회 때 건의했는데, 이제는 대구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셋째로 대구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 코스 개발을 제안한다. 대구지역과 중국지역 두 코스로 개발할 수 있다. 중국지역은 만주 일대와 북경으로 이어진다. 대한광복회는 만주 본부 길림광복회를 운영했다. 의열단은 길림성 이종암의 집에서 결성했으며 단원들은 주로 신흥무관학교 출신이다. 신흥무관학교는 1911년 서간도(길림성 통화시 류하현)에서 개교했다. 의열단 단원이었던 애국시인 이육사는 1944년 북경 일본영사관 헌병대 지하감옥에서 순국했는데 아직도 건물이 남아 있다.넷째로 3·1절 기념 범시민행사일 변경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대구의 만세운동일은 1919년 3월 8일이다. 일제하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가장 큰 행사는 3·1절이고 국가기념식은 3월 1일에 진행한다고 해도 대구의 범시민행사는 실제 대구 만세운동일인 3월 8일에 만세길을 따라 재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2019-05-22 11:11:58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 같은 듯 다른 느낌

음악에서 '크로스오버'와 '퓨전'이란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가끔 이를 혼동하여, '크로스오버'를 '퓨전'으로, '퓨전'을 '크로스오버'로 혼용하는 경우가 있다.​ 첼리스트 요요마가 '바비 맥퍼린'과 재즈를 연주하고, 로얄 필하모니가 '비틀즈'의 팝을 연주하며, 베를린 필하모니가 '스콜피온스'의 하드록을 연주한다. 또 반대로 락그룹이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기도 하고, 현악사중주 크로노스 콰르텟이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사운드를 묘사해 연주하는 등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섞여서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이는 '크로스오버'로서 원뜻인 '가로지르기'라는 하나의 문화현상을 말한다. 그 특징은 하나를 기반으로, 다른 하나를 받아들이는 형식이라서 서로 다른 장르(클래식과 재즈, 국악과 재즈)를 결합해도 본래의 정체성은 유지된 상태에서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그에 반해 '퓨전'은 여러 장르가 화학적 결합으로 탄생되기 때문에 본래의 정체성을 상실한다는 점이 크로스오버와 다른 점이다. 따라서 퓨전은 결합 이전의 정체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새롭게 탄생한 새로운 음악이 더 중요시 되는 것이 그 특징이다. 이렇듯 비슷한 듯하나 그것이 가지는 가치와 느낌이 다른 말들을 우린 종종 혼동하고 혼용하여 사용할 때가 많다.말에도 이런 구분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필자는 말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 그래서 속담 중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 말을 가장 좋아하고 인생의 지침으로 삼아 살고 있다.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 중 자녀들이 친구네 집에 다녀오면 부모가 묻는 말이 '그 집 잘 살아?'라는 말이다. 우린 쉽게 '잘 산다'의 기준을 부의 척도로 판가름할 때가 많다. 하지만 부자라고 잘 사는 것은 아님을 우린 뉴스나 드라마 등의 매스컴에서 쉽게 엿 볼 수 있다. 그리고 성공과 행복도 비슷한 것같지만 다른 차원의 단어임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마지막으로 우리가 어떤 경기나 대회에 나가면서 서로 격려하는 말로 '잘하자!, 실수 하지마!'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와 비슷한 경우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 서로 격려하며 잘 쓰는 말이 '즐기자!'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작은 단어의 차이지만 그 속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와 의식의 가치관은 분명 다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단어들을 우린 내뱉으며 살지만 결국 나의 가치관과 의식이 말로 표현되고 그것은 나와 나의 주변에 영향을 주고, 한 사회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산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현동헌 테너

2019-05-22 10:30:34

뇌에 새로운 자극을 줘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날 것이다. 사진: pixabay 제공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아이디어를 잘 내는 사람은 따로 있다

가수 임창정이 이런 인터뷰를 한 적 있다. "열심히 노래 연습하면 98점까지 부를 수 있어요. 그런데 노래를 타고 난 사람은 99점에서 시작합니다."이 얼마나 좌절감을 주는 말인가. 우리는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배웠다. 그러나 이 말은 노력을 부정하는 말인 것 같아 허탈함을 준다. 사실, 우리는 노력의 힘을 믿으면서 동시에 그것의 한계를 인정하며 살아간다. 야구 선수들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모두가 류현진 선수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그럼 아이디어는 어떨까? 10년 가까이 광고 회사를 운영하며 필자가 느끼는 건 이 분야에도 분명 타고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난 5년간 아카데미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점이기도 하다.그렇다면 지금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난 타고난 아이디어 뱅크가 아니니 노력해도 안되겠다'인가? '타고난 것이 없으니 노력이라도 하자'인가? 필자의 경우는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머릿속에 새로운 인풋을 넣지 않고 신선한 아웃풋을 기대할 수 없더라. 그래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필자만의 노력이 존재했다. 오늘 독자들과 그 방식에 대해 공유하고 싶다.첫째,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라.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 최소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을 위한 표를 그려보고 카테고리를 요일, 시간, 장소, 날씨, 기분, 행동, 집중도, 바쁜 정도로 나누어 보자.이 표를 그려보고 체크하면 아이디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본인이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이 표를 체크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창한 토요일 아침 10시,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아이디어 표에 아래와 같이 체크할 수 있을 것이다.이렇게 최소한 달 정도 기록하다보면 자신에 대해 파악하게 된다. '아, 나는 바쁠 때보다는 여유로울 때, 흐린 날보다는 맑은 날, 회사보다는 카페에서 넋 놓을 때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럼 의도적으로 아이디어가 잘 나오는 장소, 시간을 자신을 밀어 넣자. 광고를 만들다가 막힐 때는 의식적으로 카페를 찾고 여유를 만들고 화창한 날씨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럼 당신은 좋은 아이디어를 낼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당신이 탁월한 재능을 타고 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 표가 있으면 당신은 늘 아이디어 곁에 있다는 말이다. 아이디어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을 알자.둘째, 뇌에 새로운 자극을 줘라. 매일 가는 장소에 매일 똑같은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필자는 새로운 인풋을 계속 머릿속에 담으려고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장소에 가보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광고 회사 창업을 하고 참 가족들과 여행을 갈 시간이 부족했다. 일에 쫓겨 살았고 작업 때문에 가족 여행을 엄두도 못 냈다. 그러니 작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가족에게는 0점 아빠를 넘어 마이너스 아빠가 되고 있었다.그래서 아이디어를 냈다. 먼 출장이 잡힐 때는 가족과 함께 다녀오자는 것이다. 그럴 때는 일부러 금요일로 출장일을 잡아 2박 3일 일정으로 가족들과 제주도, 일본을 다녀왔다. 클라이언트 미팅을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것이다. 묘하게도 클라이언트로부터 받은 숙제를 여행을 하면서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셋째, 낯선 사람과 대화하라. 한 사람이 가진 생각의 크기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첫 번째 사람이 부모님이고 형제, 자매이다. 세상에 태어나 남들과 소통을 두려워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그의 세계는 깊을 수는 있겠지만 넓을 수는 없다. 그러니 닥치는 대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자. 낯선 사람과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자. 그 낯선 사람이 우리 브랜드의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대화해보자. 어떻게 우리 브랜드를 알려야 할지 감이 올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5-22 09:36:51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경제 칼럼] ILO 핵심협약 비준 서두르면 경제 완전히 무너진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20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된 논의를 사실상 종료한다"고 밝혔다. 경사노위 운영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마지막 타결을 시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동권 확대를 위한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어 작년 7월부터 노사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불발됐다.근로자 권익과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1919년 설립한 ILO 협약은 189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핵심협약, 거버넌스협약, 일반협약으로 구분되며 이 가운데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 강제근로금지, 아동노동금지, 균등처우에 관한 8개 협약이다.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하면서 핵심협약 8개 중 4개를 비준하고 아직 결사의 자유(제87호·98호), 강제근로금지(29호·105호) 등은 비준하지 않고 있다. 미국도 핵심협약 8개 중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6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강제근로금지(105호)와 아동근로금지(182호) 두 개만 비준하고 있다. 자국 법 체계와 맞지 않고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과다.이번에 한국에서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노동계가 요구하는 쟁점은 대부분 결사의 자유 관련 이슈다. 해고 실직자 노조 가입 허용, 해직자의 노조 임원 취임 허용, 5급 이상소방직 등 공무원의 노조 가입 확대, 퇴직 교원의 전교조 가입 허용, 법외노조에 대한 통보 폐지, 전임자 급여 금지 폐지 및 노사 자율결정, 특수형태 근로자 노조 가입 허용이다.반면 경영계는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행위 금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단협 유효기간 확대, 파업 찬반투표 유효기간 도입이다. 이에 대해 공익위원의 권고안은 노동계 주장을 모두 수용하고 경영계 주장 중에서는 단협 유효기간 3년 확대, 사업장 점거행위 일부 금지 정도만 수용하고 있다.파업기간 중 대체근로는 대부분 나라에서 허용한다. 한국에서는 필수공익사업에 한해 파업 참가자 50%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전면 금지하고 있다.한국처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동아프리카 말라위 정도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는 사업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다반사다.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까지 받는 경우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에 따라 공익위 권고안이 지나치게 노동계에 기울어진 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해고 실직자 노조 가입 허용과 해직자의 노조 임원 취임 허용이 받아들여질 경우에는 사용자들이 해고 실직자들과도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될 전망이다.그렇지 않아도 사실상 한 번 채용하면 해고가 힘들게 돼 있어 세계에서 가장 경직됐다는 비판을 받는 노사관계가 더욱 어려워져 사실상 경영을 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 결과는 지금도 가속화되는 기업들의 해외 탈출 러시를 더욱 부추기고 일자리 참사를 더욱 악화시킬 것임은 자명하다.해고 실직자 노조 가입 허용과 해직자의 노조 임원 취임 허용은 퇴직 교원의 전교조 가입 허용과 더불어 현재 법외노조로 돼 있는 전교조에 사실상 합법화의 길을 열어주어 교실의 좌편향 정치화 문제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크다. 전임자 급여 금지 폐지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으로 어려워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경사노위가 합의를 보지 못한 가운데 노동계로 기운 권고안을 그대로 국회로 넘기게 된다면 다시 한 번 파란이 예상된다. 지금도 공식 실업자에다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실업자가 380만 명에 이르러 일자리 참사는 금융위기 수준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동권 못지않게 경영권도 보호돼야 한다. 기업 투자가 활성화돼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노동권, 경영권 간의 균형 잡힌 시각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2019-05-21 18:18:19

[종교칼럼] 약자가 최약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 2

1. 낯설지만 머지않은 요지경작년 정월 마지막 날, 북해도 삿포로에 위치한 3층짜리 낡은 건물에서 불이 났다. 입주민 열여섯 중에서 열한 명이 사망하고 세 명이 부상당한 대형 사고였는데, 모두가 단돈 3만6천엔을 다달이 내고 10㎡ 남짓한 단칸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홀몸노인들이었다. 갈 곳도, 돌봐 줄 사람도 없는 노인들이 기거하는 이런 시설이 일본 내에 1천200곳 이상인데,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재해와 사고 앞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요코하마의 '라스텔'(Lastel)은 산 사람은 묵을 수 없는 특이한 호텔이다. 생의 마지막에 머무는 호텔이라고 그런 상호를 얻었지만, 실제로는 일종의 시신 안치소다. 고령화에 따라 사망자가 늘어나는데 화장장 건립은 어려워서 시신을 임시로 모셔둘 곳이 필요하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라스텔과 같은 '이타이(遺體)호텔'들이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스무 곳이 넘는 이타이 호텔이 성업 중이란다.역시 대도시에 확산되어 가는 '직접장'도 특이하다. 일본의 전통 장례가 밤샘과 장엄한 영결식을 중심으로 했다면, 직접장은 모든 의식을 생략한 채 화장(火葬)을 하고 끝내는 장례방식이다. 가족과 친지가 참관하지 않아도 업체에서 화장을 진행한 다음 유골을 택배로 보내준다. 도쿄의 경우 장례의 20~30%가 직접장으로 치러진다.우리에게는 낯선,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일지 모를 광경이다. 자녀를 키우느라 모든 것을 소진해버린 나머지 자신을 돌볼 수 없는 노년, 그런 노인을 제 살기 바쁘다며 외면하는 다음 세대,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드는 영리업체가 빚어내는 요지경이 비단 일본만의 특이한 현상일까.2. 영리와 성과에 매몰된 사회미국 국립노화연구소 초대 소장 로버트 버틀러(Robert Burtler)가 처음 제안한 개념인 '연령주의'(Ageism)는 연령을 이유로 편견을 갖거나, 부당하게 처우하거나 차별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연구들은 일반의 예상과 달리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보고한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30~50대에서 노인에 대한 연령주의가 강하게 나타나는데, 여기에는 아마도 전통이 무너지고 성과 위주의 경쟁사회로 급변한 사회적 특성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니까 더불어 사는 삶도, 생명의 가치도 뒷전으로 물리고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식의 돌진적 성과주의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모두를 경쟁에 허덕이는 처지로 몰았고, 이 경쟁의 아수라장에서 스스로를 약자로 인식하는 이들은 최약자들을 보살피기보다 부담스러운 짐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올 3월에 발표된 서울신문의 설문조사에서 전국 성인남녀 1천 명 가운데 80%가 안락사에 찬성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인공임신중절과 안락사 문제는 약자가 최약자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앞선 세대를 밀어내고 뒤따르는 세대를 떨어뜨리면서 과연 우리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그렇게 얻어낸 성취가 참으로 자아실현이라 불릴 수 있을지 물어볼 일이다.

2019-05-21 16:19:12

김동훈 연극배우

[매일춘추] 만남의 예술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다양한 만남이 존재하듯 연극 역시 '만남'과 함께한다. 연극은 만남이라는 여러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특정 예술과 다르게 연극은 온전히 사람이 만들어가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컴퓨터와 기계처럼 정밀하게 구현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계획하였던 정확한 연기의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벌어지는 무대에서의 돌발적 상황들이 배우들을 급습하여 생동감을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같은 장면을 연기하더라도 공연되는 시간과 배우의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은 일정 수준의 인물창조를 위해 리허설 단계에서 반복적인 연습으로 등장인물을 구체화시켜 나간다.또한 연극은 공연되는 모든 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던져진 주사위처럼, 셰익스피어가 남긴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다'는 말처럼 연극은 눈앞에 놓인 순간들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연극은 주어진 공간에서 최선으로 순간을 채워나가는 배우와 그들을 목격하는 관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막이 내리면 행위자와 관찰자에게 남아있는 것은 그때의 기억이다.이밖에도 연극 작품에서의 만남은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연극 자체가 지니는 순간성과 함께 배우와 대본과의 만남, 동료들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합, 공연 당일 관객과의 만남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만남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배우는 대본을 통해 작가가 구축해놓은 세계를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해 희곡 텍스트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작품을 만들어간다. 이렇게 해서 공연이 관객과 만날 때 배우는 관객의 반응에 대해 집중한다. 관객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수용하는지에 따라 작품의 성패가 달라지기 때문에 관객의 반응은 작품에 영향을 끼친다. 웃음이나 슬픔을 의도한 장면에서 관객의 반응이 냉소적이라면 이에 영향을 받아 배우의 연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은 리허설에서 구축한 극의 인물을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그 순간에 가장 적절한 타이밍의 연기를 요한다. 거기에 조명과 음향이 삽입되는 타이밍, 배우들의 등·퇴장, 대사의 리듬 등이 관객과 만나며 조화를 이루다보면 그 순간 연극은 살아있는 예술로 존재하게 된다.한 편의 연극을 만들어가며 수많은 만남을 반복하고, 가득 찬 객석을 바라보며 희열에 가득 차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든 만남 끝에 남는 공허함은 배우의 몫이다. 그러나 극장 밖을 나서는 관객들의 기억에 공연의 순간이 오래도록 회자된다면 공허함을 위로받고, 나아가 배우라는 직업을 지속케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것은 작품 자체가 관객에게 좋은 만남으로 남길 바라는 창작자의 염원이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5-21 11:03:08

고양이 눈병과 상부호흡기질병이 다발하여 'CAT-FLU' 라 부르기도 한다. 원인의 80% 정도는 feline calici virus와 feline herpes virus의 단독 또는 복합 감염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미지: https://care4catsibiza.org)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 건강체크 어떻게 하나요?

가정에서도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쉽게 체크할 수 있도록 신체 부위별로 가벼운 증상부터 심각한 증상 순으로 나열했다. 고양이는 바이러스와 세균 등의 전염성 질환의 잠복률이 높고 스트레스와 관련된 심인성 질병이 자주 발생하므로 집사님들은 고양이의 식습관, 행동의 변화, 화장실 상태를 매일 관찰할 필요가 있다.▷눈눈을 깜박인다(윙크) < 눈곱이 자주 낀다 < 결막이 충혈되었다 < 눈을 잘 뜨지 못하고 불편해한다▷귀검은색의 점액성 귀지가 늘었다 < 가려워한다 < 귀뿌리(이도)를 만지면 단단하고 아파한다▷코콧물이 난다 < 재채기를 한다 < 누런 콧물이 난다 < 코딱지가 생긴다 < 콧물에 피가 섞여 있다 < 코가 막혀 입으로 호흡한다 ▷피부털이 푸석하다 < 털이 빠진다 < 냄새가 난다 < 원형탈모증이 생겼다 < 피부염이 심하다▷호흡기침한다 < 입으로 호흡하려 한다 < 숨쉬기 어려워한다▷소화음식을 기피한다 < 구토를 한다 < 설사한다 < 변비가 심하다 < 식빵 자세를 취한다▷구강잇몸이 충혈되어 있다 < 냄새가 난다 < 치석이 생긴다 < 잘 씹지 못한다 < 침을 흘린다 < 음식을 거부한다 < 잇몸에서 피가 난다 < 치아가 잘 부러진다▷심장내성적이다 < 성격이 소극적이고 활동적이지 않다 < 구석진 곳으로 숨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소변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린다 < 화장실에 오래 있다 < 배뇨 시 통증을 호소한다 < 배뇨한 흔적에 피가 발견된다▷대변변이 단단하다 < 배변하는 데 오래 걸린다 < 3일 이상 설사를 한다 < 변에 점액이나 출혈이 발견된다▷신경계만지려 하면 싫어한다 < 걸음걸이가 비틀거린다 < 마비 증상을 보인다 < 경련을 한다▷놀이 반응빛이나 소리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 구석진 곳으로 숨어든다 < 동료 묘를 피한다▷과체중잘 움직이지 않는다 < 자는 시간이 많다 < 갈비뼈가 만져지지 않는다 < 등뼈가 만져지지 않는다동물병원에 내원해야 하는 고양이의 심각한 건강 이상 징후는 다음과 같다.▷살찐 고양이가 2일 이상 먹지 않는다 ▷소변을 잘 보지 못한다 ▷잇몸이 창백하다 ▷피부 점막이 노랗다 ▷구토나 설사가 심하다 ▷몸을 웅크리고(식빵 자세) 만지면 싫어한다 ▷코로 숨쉬기 어려워 한다동물병원에서 검진받아야 하는 고양이 건강 항목은 다음과 같다.▷전염성 질환의 잠복 여부 ▷예방접종 ▷심장사상충 예방 ▷심장검진(HCM) ▷갑상선 기능 항진증 ▷구강·치아 관리 ▷신장 관리마지막으로 고양이를 병원으로 이동할 때 필요한 몇 가지 팁을 알려 드린다. 길고양이를 포획했거나 물림 사고와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를 보호자가 안고 이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불안한 상태의 고양이가 가족들을 다치게 하거나 갑자기 놀란 고양이가 품에서 뛰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고양이는 반드시 케이지를 이용하여 옮겨야 하며 얇은 천으로 케이지를 가려주어 이동 과정의 스트레스를 줄여 준다. 캣닙 장난감이나 평상시 익숙한 담요를 케이지 내에 깔아주는 것도 심리 안정에 도움 된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5-21 10:13:55

[이은주의 잉여현실] 고통을 어루만지는 언어 -문학으로 휴(休)하다

햇살과 바람이 붉은 장미 위로 찬란한 시간, 금요일인 지난 17일 오후 대구문학관 4층에서 문학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치유가 필요한 시대,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질주의와 미디어가 고도로 발달해 가는데, 책은 어떻게 우리 삶에 기여할 수 있을까? 문학이 어떻게 고통을 치유하는가?대구경북작가회의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이 행사는 모두 세 마당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첫 번째 마당은 대구경북의 상처와 아픔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시간이었다. 하나의 원으로 둘러앉은 우리는 서로의 고통을 이야기했다. 다섯 편의 시와 한 편의 고유문이 낭독되었고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16년 전 지하철 중앙로역 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는 "그때는 이렇게 인사도 없이 떠날 줄 몰랐다. 사랑하는데 사랑한다 말 못 하고, 일한다고 너의 졸업식에도 못 가고 미안하고 미안하다. 내 딸이어서 고마웠다. 사랑한다"고 했다.1946년 어린 나이에 가창골에서 어미 아비를 잃고 살아온 아들, 딸들의 삶은 고난과 수모와 고통의 연속이었다. 참여자들은 억울한 죽음에, 폭력에 분노하고 참혹한 일들에 마음 아파했다. 우리 모두 저마다 사연을 들려주고 들어주며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고, 눈물은 눈물로 연결되었다. 어쩌면 이다지도 무상한 행위가 있을까! 우리가 지금 여기서 아픈 과거를 기억하고 함께 눈물 흘리며 이야기 나눈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문학이 고통을, 가슴속의 말을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고백은 해원(解寃)의 과정이며, 연민과 사랑으로 서로를 연결시켜 주며 연대할 수 있게 한다.이야기가 끝나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여전히 기억하며 누군가는 시를 쓰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구도자가 되고 또 누군가는 노래하고 춤추는 혁명가가 되어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세상은 바뀌었고 또 앞으로도 바뀔 것이다. 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심리치료사

2019-05-20 18:00:00

[배상식의 여럿이 하나] 다문화 수용성

필자는 가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특강을 할 때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여러분, 혹시 나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흑인이라도 결혼을 할 수 있나요?" 이에 대해 고등학생들이나 대학생들은 대략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긍정적인 답변을 한다. 그런데 이와 유사하게 40대 이상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혹시 나중에 자녀가 흑인 며느리나 흑인 사위를 데리고 오면 결혼을 허락할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 겨우 5% 내외만 긍정적인 답변을 한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현재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들을 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수용성'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외국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사회문화적 수준은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사실 요즘의 청소년들과 40대 이상의 성인들은 학교 교육 내용이나 국가 교육 과정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점 중의 하나가 바로 다문화사회에 대한 이해 교육 실시 여부이다. 특히 단일민족에 대한 교육 내용의 유무는 인식에 있어서 큰 간극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를테면 오늘날 청소년들과는 달리, 40대 이상의 성인들은 학창 시절 교육받았던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순혈주의적인 우월의식으로 간직하고 있다.원래 '단군'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단일민족 의식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내선일체론'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조선의 지식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시기의 지식인들은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단군'에게 문화적인 인물로서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인 조상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였고 이렇게 강화된 단일민족 개념은 한동안 국민을 정신적으로 통합하는 데 아주 유용한 방법이 되었다.언젠가 경북 지역의 시골 마을에서 특강을 하던 중, 한 노인으로부터 '단일민족'을 부정하는 얘기로 야단을 맞은 적이 있다. 그분은 한 번도 학교 교육을 통해 다문화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데다 우리 조상과 전통문화를 매도한 강사에게 화를 내던 그분의 신념으로는 도대체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였던 것이다.이런 노인처럼, 아직도 국민들 중 상당수는 다문화사회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문제를 아주 낯설게 느낀다. 원래 낯선 사람이나 낯선 문화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우리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처음 대하면서 이들에 대해 느끼는 낯섦은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불편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낯섦이 다른 사람이나 문화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더욱이 우리 사회에 이러한 낯선 문화와 낯선 사람이 유입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몇 해 전, 세계 최초로 다문화국가를 표방한 캐나다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밴쿠버의 스탠리 파크를 산책할 때마다 반갑게 미소 띤 얼굴로 인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낯선 사람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너무나 부러웠다. 과연 우리는 언제쯤 한적한 공원에서 생김새나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만났을 때, 저들처럼 편안하게 인사할 수 있을까. 배상식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2019-05-20 18:00:00

[나무와 창의성] 6월의 나무: 가래나무, 재목에 어울리는 사람

때(時)는 모든 생명체에게 아주 중요하다. 때를 아는가의 여부가 생명체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일은 알맞은 때에 진행해야 한다. 적당한 때는 생명체마다 다르다. 모든 식물의 꽃은 오로지 제때에 핀다. 그러나 사람들은 식물의 꽃이 피는 시기를 마음대로 이해한다. 매화는 일찍, 무궁화는 늦게 핀다고 생각한다.우리나라에서는 일기를 예보하면서 꽃이 피는 시기를 작년과 비교하면서 알려준다. 일기 예보자는 기후온난화로 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졌다는 얘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그러나 생명체의 때는 어떤 경우에도 비교할 수 없다. 봄에 피는 매화와 여름에 피는 무궁화는 오로지 그 나무의 조건에 따라 필 뿐이다.그래서 식물의 꽃은 일찍 피지도 않고 늦게 피지도 않는다. 오로지 모든 식물의 꽃은 제때 필 뿐이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한다.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는 순간 불행은 싹튼다.'회남자'는 6월을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때로 보았다. 회남자는 6월에 할 일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이달에는 나무가 바야흐로 무성하게 자라는 시기이니, 벌목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제후들을 모아 토목공사를 일으켜서도 안 된다. 만약 백성을 동원하고 군대를 일으킨다면 반드시 하늘의 재앙을 받을 것이다. 이달에 흙은 축축하고 날씨는 찌는 듯이 더우며 때때로 큰 비가 내리니, 풀을 베어 퇴비를 만들어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것이 좋다."회남자의 내용은 '농사는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농불실시'(農不失時) 철학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철학은 '맹자·양혜왕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맹자는 농사철을 어기지 않으면 곡식, 물고기, 목재 등을 충분히 사용하고도 남아서 백성이 살아 있는 자를 봉양하고, 죽은 자를 장사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맹자는 이 같은 조건을 왕도 정치의 시작이라 보았다. 왕도 정치는 힘으로 하는 정치가 아니라 '인과 의' 같은 도덕으로 정치하는 것을 말한다. 맹자의 왕도 철학은 힘센 자가 권력을 차지하는 중국 전국시대의 새로운 정치 철학이었다. 때를 잃지 않고 제때에 농사를 지어야만 풍년을 맞이할 수 있듯이 정치도 때를 놓치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회남자에서 6월의 나무로 선정한 가래나무도 농경사회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가래나무의 이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나무를 농기구 가래를 만드는 데 사용했기 때문에 생겼을지 모른다. 가래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가래나무의 한자는 재(梓)와 추(楸)다. 경상도에서는 호두나무도 추자나무라고 부른다.추는 능소화과의 개오동나무를 일컫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강원도 홍천의 가리산, 경남 통영의 추도 등에서 보듯이 가래나무를 지명에 사용했다. 지명에까지 등장할 정도면 이 나무의 쓰임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래나무는 나무의 왕, 즉 목왕이라 불릴 만큼 농경사회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중국과 한국의 농경사회에서 가래나무를 크게 아낀 것은 이 나무의 재질이 아주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래나무는 천자의 관을 만들거나 서적을 간행할 때 사용한 판목에 사용되었다. 중국 남북조시대 임방이 쓴 '술이기'에 따르면, 가래나무의 정령이 푸른 양으로 변해 100년은 홍색, 500년은 황색, 500년은 푸른색, 500년은 흰색으로 살았다.중국과 한국에서 가래나무를 소중하게 여긴 것은 목질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당나라 유종원의 '재인전'에서 보듯이 가래나무는 대목수를 의미한다. 유종원은 재인을 정승에 비유했다. 나무의 재질에 따라 쓰임이 다르듯이 시람도 재목에 따라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재질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상이 혼란스러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판권(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2019-05-20 18:00:00

[세월의 흔적] <25>고무신

문득 예전에 읽었던 시가 떠올랐다. 목월이 지은 '가정'의 한 구절인데, 간추려서 옮겨 적는다. '…내 신발은/ 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十九文半.…'//나는 초등학교 시절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무신을 신고 다녔는데, 물이 들어오지 않아서 좋았다. 실용적일 뿐 아니라 값이 비싸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 어른들은 가죽신을 신고 다녔으나, 그 시절 아이들은 하나같이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때로는 명절을 앞두고 아버지가 새로운 신발을 사 오면 선반 위에 얹어놓고 명절날이 되기만 고대하였다.중학교에 들어갔다. 처음으로 교복을 입었고, 그에 걸맞게 운동화를 신었다. 평생에 처음 입어 보는 교복이며 운동화가 자랑스러웠다. 하루아침에 멋쟁이가 된 기분이었다. 교복에 때가 묻을까 해서 늘 조심하였고, 신발 또한 닳을까 봐 집에 돌아오면 곧바로 고무신으로 갈아 신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 어린 마음에는 귀하고 아까운 물건이었다.아이들이나 서민들은 검정고무신을 신었다. 그러나 어른들이나 형편이 조금 나은 사람들은 흰 고무신을 신었다. 그런가 하면 여인네는 예쁜 코고무신은 신었는데, 뽀얀 버선과 치마저고리를 갖추어 입고 길에 나서면 인물이 한층 돋보였다. 어쩌다 남의 집에 가서 댓돌 위에 가지런하게 올려놓은 예쁜 코고무신을 보면 멋스러워 보였다.우리나라에 고무공업이 시작된 것은 기미년 만세운동 무렵이었다. 고무제품으로는 신발류가 유일한 생산품이었고, 처음으로 고무신을 신은 사람은 순종황제였다. 그러다가 광복을 맞았고, 육이오 전쟁 때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운동화의 대중화와 구두의 생활화로 고무신의 선호도가 날로 떨어졌다.'고무신을 신고 나가자 동무들이 신기한 신발을 구경하려고 나를 에워쌌다. 그리고 코가 널찍하고 물렁한 신발을 서로 신어 보자고 나를 졸라 대었다. 나는 껑충거리며 자랑하였다. 그러나 평생에 처음 신어 보는 자랑스러운 신발을 하루도 못 신었다.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신발을 찾아 헤매는 나의 눈에 비친 달빛은 조금 전의 그것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비록 한 켤레의 고무신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가장 귀한 것을 잃어버린 어린 소년이었다. 바로 잃어버린 것을 찾아 헤매는 원망스럽고 허전하고 안타깝고 서러운 눈에 비치는 달빛은 밝고 푸른 것만이 아니었다.' 목월이 들려주는'달과 고무신' 가운데 한 대목이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19-05-20 18:00:00

[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因材施敎(인재시교): 타고난 소질에 따라 가르쳐야 한다.

천재는 전생의 경험이 꽃피어난 결과라고 한다. '논어' 선진편(先進篇)의 이야기다. 공자가 쉬고 있는데, 자로(子路)가 달려와 큰 소리로 물었다. "제가 좋은 말을 들었으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것이 맞지요?" 공자는 느릿느릿 말했다."아버지와 형이 계시는데 물어봐야 하지 않겠나? 아는 길도 물어보고 가라 했느니라." 자로가 나가자 제자 염(冉)이 공손히 묻는다. "제가 올바른 주장을 들으면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합니까?" "그렇지. 실천이 중요하다." 보고 있던 제자 공서화가 말했다. "선생님은 똑같은 질문에 왜 전혀 다른 대답을 하십니까?" 공자는 웃으며 "염은 성품은 겸손한데 우유부단(優柔不斷)하니까 결단력을 보여주기 위해 얼른 대답했다. 자로는 승부욕이 강해서 덤벙대니 남의 말을 듣고 심사숙고(深思熟考)하라고 그랬단다"고 했다. 공자의 '인재시교'(因材施敎) 교육법이다. 타고난 성품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는 뜻의 인성이교(因性而敎), 나이에 따라 가려서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인 인령이교(因齡而敎)도 같은 교육법이다.오늘날 교육에는 소질과 적성은 없고 점수만 있다. 점수를 올리기 위해 엄마가 학원가를 맴돌고, 자녀의 스케줄도 짜준다.대학에 와서도 학생들은 자기 소질보다는 학점 위주로 수업을 구성하는 경향이 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씁쓸하다. 유독 한국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형 인재' 양성에 열을 올린다.외국인은 "4차 산업혁명이 뭐지"라고 묻는다. 아무도 실체를 모르면서 '미래형 인간' 육성에 혼을 바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로봇 같은 인간만 살까? 인간이 하는 농업도 있고, 예술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의 소질을 잘 계발하는 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만들지 않을까.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을 키우는 것이 교육이다.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05-20 18:00:00

김태석 대구시 세정담당관

[기고] 성실 납세가 소확애(小確愛)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말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대한민국의 행복 트렌드를 '소확행'이라고 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말이다.조금은 철 지난 유행어를 이야기하는 것은 지방의 곳간을 담당하는 세입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필자가 '소확행'을 패러디하여 '성실 납세가 소확애(小確愛)'라고 말하고 싶어서이다. 다시 말해 시민들의 성실한 납세가 작지만 확실한 애국이라고.지방 세입의 구성을 보면 크게 자체수입(지방세와 지방세외수입금)과 의존수입(교부세, 보조금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매년 세입의 전체 규모는 늘어나고 있으나 세입에서 자체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인 재정자립도는 대구의 경우 2016년 50.6%에서 지난해 47.6%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최근 행정안전부의 분석(2019 지방자치단체 통합재정 개요)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31개 기초단체 중 61.3%에 해당하는 19곳(대구 3곳, 경북 16곳)이 지방세 수입으로 직원들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15곳은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친 자체수입으로도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다행히 올해부터 납세자의 추가 부담 없이 지방소비세율이 인상(11∼15%)되어 지방재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이에 대구시에서는 구·군과 힘을 모아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납기 내 징수율을 높이고 체납액을 줄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납자 재산 압류, 신용정보 등록, 출국금지, 체납 차량 번호판 영치 등등이다.최근에는 시 세입관리팀에서 8개 구·군의 세외수입 부과·징수 담당 공무원들을 직접 찾아가 체납 처분 정리 기법을 교육하기도 하였다. 정확한 부과와 고지서 송달, 독촉 고지서 발부 그리고 채권 확보를 위한 압류와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조치들보다 최고의 상수(上手)는 '성실한 납세'라 하겠다.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성실한 납세로 적은 징수 비용만 지불하면 될 것을 독촉, 압류 등 필요 이상의 행정상 비용인 '가래'가 사용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모든 것, 심지어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고 국가를 위해서 헌신한 애국지사들이 계셨다. 3·1운동이 그랬고, 6·25전쟁 때 우리의 선조들이 그러했다.그렇다면 평시인 지금 우리는 무엇으로 애국을 하고 있는가. 바로 성실 납세이다. 각자에게 부과된 자동차세, 재산세, 주민세를 기한 내 성실히 납부하고 부담금, 과태료 등 세외수입을 제때에 납부하는 것이 사회 구성원, 국가 구성원으로서 지역사회와 국가를 지탱하기 위한 기본적인 행위라 하겠다.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100년 전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생명의 위협을 아랑곳하지 않고 온몸으로 애국의 삶을 실천하셨던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19-05-20 11:12:11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

[세계의 창] 중미 불법 이민, 강경 이민정책으로 억제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고학력자와 숙련 기술자를 우대하는 능력 기반 이민정책 계획을 발표했다. 새 이민정책의 핵심은 학력과 기술 수준이 높은 사람들에게 취업 이민 우선권을 줌으로써 가족 단위 이민을 막아 자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데 있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대부분 가족 단위로 구성된 중미 출신 불법 이민자, 즉 캐러밴(Caravan·중미 출신 이민 행렬)의 미국 유입은 어려워진다.캐러밴은 미국 이민을 목적으로 집단을 이뤄 미국 국경으로 이동하는 중미 사람들의 행렬을 말한다. 이들은 수백에서 수천 명 단위로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데, 이는 갱단 등의 표적이 되어 범죄에 희생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캐러밴 행렬은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를 거쳐 미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멕시코 티후아나까지 4천300㎞를 도보로 혹은 기차 지붕과 트럭 짐칸에 매달려 목숨을 건 이동을 하고 있다. 중미 국가들의 치안이 매우 불안하고 빈곤이 심각해지면서 더 나은 삶을 살기를 희망하며 미국행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캐러밴 행렬은 2013년부터 시작됐지만, 작년 10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민 문제를 이슈화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새 이민법도 2020년 재선 성공을 위해 반(反)이민 정책을 다시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캐러밴은 멕시코로 계속 유입되고 있지만, 미국의 초강경 대응에 멕시코 국경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은 멕시코가 불법 이민을 해결하지 않으면 미·멕시코 국경 폐쇄, 멕시코산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 등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멕시코는 합법적 절차와 인도적 지원을 강조하며 멕시코에 입국한 캐러밴의 임시 체류와 본국 송환을 돕고, 멕시코 통행허가증을 발급하거나 멕시코 이민을 허가했었다. 국민들도 멕시코를 통과하는 캐러밴에 음식과 차량, 거처 등을 제공하였지만 캐러밴 행렬이 계속 밀려들자 예전만큼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멕시코는 중미 3개국에 대한 원조를 중단한 미국에 원조 지속을 요구하면서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중미 3개국이 불법 이민 억제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며 원조 중단을 선언했지만, 멕시코는 미국의 원조로 중미 지역의 정치적 안정과 빈곤을 해소하게 되면 이 지역 출신 불법 이민자의 미국 유입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캐러밴의 80% 이상은 온두라스에서 출발한다. 1980년대 온두라스는 친미 정권과 그에 대항하는 공산 반군 사이의 내전이 치열했지만, 이웃 니카라과에 산디니스타 혁명정부가 들어서자 미국이 니카라과 혁명정부를 전복시킬 반군 훈련 기지를 온두라스에 설치하는 등 중미 지역 공산화 저지를 위한 미국의 거점 역할을 하였고, 미국의 원조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1990년대 들어 중미 지역의 내전이 끝나면서 미국이 원조를 줄이자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내전 이후 정치적 혼란까지 겹쳐 치안 불안과 가난이 심각해졌다. 2009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고 지난해 대선 부정선거로 혼란이 지속되면서 미국 이민을 감행하는 캐러밴이 급격히 증가했다.캐러밴은 대부분 가족 단위로 이동한다. 그러나 미국의 입국 심사가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다 또 모든 밀입국자는 형사기소되기 때문에 멕시코 국경에서 대기하고 있던 어린이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수감될 수 없는 18세 미만 자녀와 부모가 분리 수용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족분리 정책이 불법 이민자 축소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는 트럼프 정부. 국내 정치와 캐러밴의 인권은 분리해야 한다.

2019-05-20 11:11:58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 로또 같은 부부

아내 왈 "당신은 내게 로또같은 사람이야"남편 기뻐하며 "정말?"아내 왈 "응 하나도 안 맞아"웃자고 쓴 어느 카페글을 보고 내 얘기인 줄 알았다. 남편과 식습관도 취향도 생활패턴도 한 번도 맞은 적 없는 로또 같아서다. 결혼 전에는 콩꺼풀로 전혀 보이지 않던 것이 살아보니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도 서로 다르니까 보완해가며 살지 하고 있다.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가 왔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명제를 증명하듯 비혼족이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8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조혼인율)는 5건으로 197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결혼 신고 건수도 25만7600여건으로 2017년보다 2.6% 줄어들었다. 비혼의 증가는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추리컨대 비혼의 이유는 혼자 사는 게 더 나아서일텐데. 남자는 돈이 없어서, 여자는 남자가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한다는 웃픈(웃기고 슬픈) 이유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요소는 한국의 결혼제도가 여전히 여성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출산으로 인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에 독박 육아와 독박 가사의 무수한 사례들은 미혼 여성이 '굳이 결혼?'이라는 고민을 하기에 충분하다. 가족의 끼니를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은 엄마의 과제가 되어 맞벌이면서도 퇴근 후 더 바쁘게 만든다. 명절에는 상전이 더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다행히도 요즘은 가사 분담에 적극적인 남편도 많고 남녀 평등도 실현되어가고 있다. 필자가 모시는 두 상사만 봐도 여자일 남자일 구분없이 전천후다. 하지만 아직도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집안이 많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택했지만 꼭 결혼하라고, 아이를 낳았지만 꼭 낳으라고 말을 못하겠다.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내세우며 살아갈 선택도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사랑해서 가족이 된 이상은 어쨌든 잘 살아야 한다. 데면데면하게 남편은 '남의 편' 같고 아내는 '안 해'로 사는 것은 참으로 쓸쓸하다. 결혼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보고 결혼 후에는 한쪽 눈을 감으라고 영국의 토마스 풀러가 말했는데 본인도 실천했었을까. 최근에는 졸혼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진정한 부부만이 함께 늙는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오늘은 21일 부부의 날이다. 둘이 만나서 하나가 된다는. 평소 아내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도 챙기지 못한 남편들은 이 날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왕 만들어진 부부의 날,비록 로또처럼 안 맞는 부부라도 행운이 오려니 생각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길 바란다. 이만한 전우(戰友)가 잘 있겠는가.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5-20 11:09:10

한만수 국장

[기고]경북관광 세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세계로 열린 경북관광, 관광 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올해 우리 도정의 최고 화두다. 최근 관광 산업을 이야기할 때 일본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요즘 사람들은 '스미마셍' '곤니치와'를 몰라도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편리한 대중교통(철도, 지하철), 생각보다 비싸지 않고 다양한 맛집, 크고 작은 쾌적한 쇼핑시설, 다소 좁지만 양적질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은 숙박시설에다가 일본 특유의 친절함까지 더해지니 일본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최근 일본은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오히려 오버투어리즘을 걱정하고 있을 정도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엔고 기조로 전년 대비 약 28%까지 감소했던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2012년부터 엔화 약세 전환과 더불어 실시된 적극적인 관광 정책과 함께 지난해에는 3천119만 명을 기록하는 등 6년 동안 5배 이상 증가하였다.일본은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도의 정비는 물론, 지역 인바운드 관광 통계를 강화하여 외래 관광객 실태를 분석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시선으로 환경을 정비하는 노력을 해왔다. 특히 지역관광 관련 정책은 지역이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집중 지원하는 형태로 지역관광 진흥의 역할을 분담하였다. 중앙정부가 DMO(지역관광 추진 조직) 플랫폼 구축을 집중 지원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상황에 맞게 조직을 구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대표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우리는 더 이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메르스 사태, 북핵 문제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 감소를 정당화할 핑곗거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간 우리의 관광 정책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의존한 외형적인 성장만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았는지,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는지를 돌아봐야 한다.다행히 정부에서도 최근 우리나라 관광 산업 혁신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위해, 국제관광도시·관광거점도시 육성, 국가별 마케팅, 한류 투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한민국 관광 혁신 전략'을 발표하였다.물 들어 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정부의 혁신 전략에 대응하고 일본의 성공 사례를 본받아 이제 경북관광 활성화의 답을 찾아야 한다.먼저 여행객들의 불편 제로를 목표로 도와 23개 시·군이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와 협업을 통해 주방, 좌식 탁자, 메뉴판 등 관광지의 식당 환경과 화장실 개선, 안내판 정비 등을 실시하여 지역관광의 기초 체질부터 개선하고자 한다. 그리고 대구시와 공동으로 관광상품을 개발판매하고 해외 홍보사무소도 운영할 것이다.특히 우리 도는 부족한 여행자 센터(Visitors Center)를 확대하고 유튜브 등을 활용한 마케팅, 시군 대표축제를 육성하는 얼라이언스 프로그램(품앗이)을 준비하고 있다.비록 경북관광의 현주소는 녹록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전국 최대의 문화재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낙동강, 백두대간, 동해, 울릉도와 독도 등 천혜의 환경자원이 있다.환골탈태의 정신으로 세계로 열린 관광경북 실현을 목표로 학계와 관광 산업계, 그리고 공공부문이 함께 노력하여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행복한 미래를 상상해 본다.

2019-05-19 15:31:36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브랜드, 그게 뭐라고?

브랜드는 이름이다. 정확히는 세상 유일한 것에 붙는 단 하나의 이름이다. 사람의 이름도 그렇다. 하나의 이름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다. 내 아이의 이름처럼 말이다. 그래서 둘은 닮았다. 내친김에 나란히 놓고 정리해 보자.아이가 태어나 이름을 지었다. 즉, 브랜드의 탄생이다. 아이의 부모가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고 했다. 이건 브랜드 슬로건, 혹은 도시로 치면 정책 슬로건이다. 아이의 할머니가 "어이구! 우리 강아지"라고 했다. 강아지는 어쩌면 이 브랜드의 캐릭터가 될지도 모른다. 아이가 자라 조금씩 '자기만의 것'을 찾기 시작했다. 옷 하나를 고를 때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한다. 이른바 브랜드의 정체성 확립이다. 갈수록 아이를 알아보고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건 브랜드의 확산이다. 훌륭히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세상에 이름을 떨친다. 그 이름 하나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세상이 바뀐다. 다름 아닌 '브랜드 파워'다. 이게 전부다.다시 풀어 보면 이렇게 된다. 맨 처음 브랜드는 단지 하나의 이름일 뿐이었다. 브랜드의 전개, 즉 브랜딩은 부모가, 할머니가 그 이름을 불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브랜드의 비전은 한 가족의 문화와 그 구성원들의 생각과 바람으로 설정된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부모의 영향과 아이의 노력이 모여 만들어지고 '자기다움'을 지켜 가는 것으로 유지된다. 브랜드 파워는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면 솟아나고 정체성을 지켜낼수록 세지며 아이가 세상과 소통하는 만큼 커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성공한 브랜드의 모든 전개 과정에는 손자를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눈빛처럼 지극한 사랑이 녹아 있다. 그건 아이디어를 곧 창의성으로 여기는 사이비 전문가들의 얄팍한 기술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그렇다면 이쯤에서 브랜드와 그 정체성에 관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대구로 가져와 보자.지난 2015년 11월 2일, '대구 도시 브랜드를 만드는 시민모임'의 출범식이 있었다. 그때, 대구시는 '도시의 핵심 가치와 비전을 반영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담아내며 시민의 집단 지성과 공감을 이끌어내 긍정과 희망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의 100년 가는 브랜드'를 만들겠노라 천명했다.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건 없다. 설사 있다 해도 이런 정도의 것이 무슨 시민모임에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치자. 그게 뭐라고? '로고 타이프'와 '심벌마크', 기껏해야 글자 몇 개에 약간의 이미지가 다가 아닌가! 그건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다.브랜드는 만드는 게 '1'이라면 그다음에 있을 과정이 '99'이다. 다만 그 '1'이 중요한 건 그것이 '99'를 방해하거나 제한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그래서 필요한 거다. 전문가는 그 이름이 진짜 '사람의 이름'으로 적합한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다. 전문가는 그 뒤에 올 '99', 즉 브랜드의 운용 및 전개 과정에서 제약이 될 요소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미리 찾아내 고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가는 상징이 아니라 합리적 운용이 가능한 '상징 체계'를 만드는 사람이다.'99'에 선행하는 '1'을 만드는 작업, 이건 우주선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전문적인 영역에 속하는 일이다. '시민모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아마추어 프로축구선수'가 없듯이 '시민전문가'라는 말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컬러풀대구'를 대신할 브랜드가 필요하면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진짜 전문가라면 한동안 미친 듯이 대구를 사랑할 테고 가짜 전문가는 뉴욕은 어떻고 코펜하겐은 어떠니 하며 낡은 이야기를 하려 들 것이다. 진짜 전문가라면 하염없이 시민을 바라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할 테고 가짜 전문가는 시민에게 대구의 정체성을 가르치고 일깨우려 들 것이다. 그러니 대구 도시 브랜드, 할 거면 전문가 그룹에 맡겨 제대로 하고 아니면 말아야 한다. 그다음에 진행될 '99'는 시와 시민의 몫이다.

2019-05-19 14:58:31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광장] 신천(新川) 지명에 대한 오해

신천은 비슬산 북동사면에서 발원하는 용계천과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우미산 남서쪽 밤티재 부근에서 발원하는 또 하나의 지류가 가창면 사방산 부근에서 만나 북쪽으로 흘러 침산 부근에서 금호강으로 유입한다. 신천은 금호강(대구권) 최대 지류로 길이 27㎞, 유역 면적 165㎢에 달한다. 비교적 큰 하상경사 탓에 유속도 빨라 가창교에서 상동교까지는 초속 4∼5m, 상동교로부터 침산교까지는 초속 2∼3m를 보인다.신천의 활발한 침식작용은 신천변 곳곳에 수려한 지형 경관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지난 시절 개발 과정에서 정겹고 흥미로운 전설과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던 신천의 풍광이 하나둘씩 사라져, 남아 있는 자연경관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나마 앞산 용두골∼고산골 구간에 남아 있었던 용두산(앞산)의 하식애(강가의 바위 절벽)와 문화 역사적 가치가 큰 문화 지형조차도 신천 좌안도로 공사와 앞산터널 공사로 인해 상당 부분 훼손돼 안타깝다.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신천은 항상 대구의 중심 하천으로 자리매김해오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큰 금호강이 있음에도 대구지역민에게 있어 신천의 의미는 거의 절대적 가치로 인식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민 대부분은 신천의 정체성과도 같은 지명 유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설령 알더라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신천 지명과 관련하여 대구지역민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구 한가운데를 흘러가는 신천이 자주 범람하여 많은 피해를 주었다. 그러자 1778년 대구 판관 이서가 주민의 기부금과 자신의 사재를 들여 신천 물줄기를 지금의 유로로 변경시킨 탓에 새로 낸 물줄기, 즉 신천(新川)이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판관 덕에 대구지역민들은 수해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어 그 보답으로 이공제비(李公堤碑)를 조성하였다는 것이다. 대체로 맞는 말이지만 신천 지명 유래와 관련하여서는 잘못된 부분이 있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판관 이서가 신천의 물길을 돌렸다고 전해지는 시기인 1778년 이전에 발간된 해동지도(18세기 초)와 동국지도(18세기 중기)에 표시된 신천의 위치는 현재 신천 위치와 동일하다. 경상도지리지(1425년), 세종실록지리지(1454년),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등의 고문헌 대구편에는 이미 신천이라는 지명이 나오고 있다. 신천(新川) 지명이 존재하는 지역으로 경남 창원, 경북 성주, 전남 진도, 경기 시흥, 서울 잠실 등이 있다. 창원의 경우는 동쪽의 의미를 가지는 '새'가 '신'(新)으로 한자화 되었고, 서울은 샛강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대구 신천의 지명 유래를 판관 이서가 물길을 돌려 새로 조성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신천은 수성현과 대구현(달구벌) 사이를 흐르는 하천이라는 뜻에서 '사이천', '새천'(샛강)으로 불리다가 한자로 표기되는 과정에서 '신천'(新川)으로 오기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달구벌 동편에 있는 하천이라 '새내'로 부르다가 한자화 과정에서 '신천'으로 바뀌었다는 해석도 고려해볼 만하다. 상동교 동편에 위치하는 '이공제비'에 새겨진 글에는 신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을 쌓았다는 기록은 있어도 신천의 물줄기를 돌렸다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다.

2019-05-17 06:30:00

이광수 _무정_ 1회(매일신보, 1917. 1. 1.)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무정'의 이형식이 결혼에 성공한 이유

이광수 '무정'(1917)은 신데렐라이야기이다. 통용되는 신데렐라 이야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신데렐라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점이다. '무정'의 주인공 이형식은 가난한 고학생 출신에, 외모 역시 보잘 것 없다. 그런 이형식이 어느 날 갑자기 조선의 권력자 중 한 사람인 김장로의 사위로 낙점된다. 그렇다고 김장로의 딸 김선형이 남다른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김선형은 미인으로 진명여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재원이다. 이 정도면 분명히 이형식은 남자 신데렐라이다.물론 이형식이 가진 능력이 하나 있기는 하다. 고학으로 도쿄 유학을 마친 엘리트에 순수하고도 빛나는 이상을 지녔다는 점이다. 그러나 조선인들에게는 취업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던 1910년대 말 식민지 조선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도쿄 유학생 타이틀로 손에 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이형식의 조건은 조선의 권력자인 김장로의 사위로 낙점받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형식이 아름다운 아내, 부유한 처가, 미국유학 기회까지 한 번에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장로의 귀하디귀한 무남독녀 선형의 출생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선형은 김장로와 기생 부용 사이에서 난 딸이다. 물론 본처가 죽고 난 후, 김장로가 기생 부용을 정식 아내로 맞기는 하지만 기생이라는 부용의 전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말인즉, 선형은 기생의 딸이었던 것이다. 철저한 신분사회였던 전통적 조선에서 기생의 딸은 기생이 되거나, 첩이 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 새로운 세상이 오지 않는 한 그들의 삶은 변할 리가 없었다. '무정'이 발표된 1917년은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지만 전통적 관습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던 때였다. 변혁이 시작되었지만 속도는 더뎠다.기생의 딸이었던 소설가 김명순이 1914년 일본 육사 생도 이응준으로부터 데이트 강간을 당했을 때, 조선사회는 모든 책임을 김명순의 '부정한 혈액' 탓으로 돌렸다. 1910년대 조선에서 기생은 여전히 '춘정을 파는 아름다운 동물'이었고, 기생의 딸 은 어미의 '나쁜 피'를 물려받은 부정한 동물이었다. 이런 사회에서 김선형이 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기생의 딸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낙인은 아버지 김장로의 권력과 돈으로도 없앨 수 없는 것이었다. 김장로가 가진 것 하나 없는 이형식을 사위로 결정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이형식이 결혼에 성공하여 신데렐라가 되는 그 지점에서 '무정'이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의 문이 비로소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그 세계는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곳이다. 선형과의 결혼으로 그녀 신분의 한계까지 짊어지게 된 이형식으로서는 자신 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어야 하는 것이었다. 시대의 그늘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근대소설 '무정'에 주어진 사명이었다.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2019-05-16 16:27:47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지역문화와 학습공동체

한국 사회는 다양한 영역에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인구의 급격한 변화, 기술 발달에 따른 사회 환경의 변화, 압축 근대화와 도시화에 대한 대응 등은 단순한 국면 전환을 넘어 사회의 근본적인 전환으로 다가온다. 특히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담론은 우리 인생의 노화처럼, 알고 있지만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다. 물론 중앙정부 차원에서 '도시재생'이라는 사업에 50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준비함으로써 위기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남는 의문은 특정 지역이나 계층이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그 가운데 주목하는 것으로 대학과 지식사회의 풍경이 있다. 현실은 '풍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처참하고 가혹하다. 작년 대비 올해 대학의 강좌 수는 6천655개나 줄었다. 그 수업을 담당하던 시간강사들의 비명 소리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나는 이러한 문제가 기본적으로 대학의 문제이자 국가 학문 정책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그 영역에서 대안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동시에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지역문화 차원에서 지식연구 네트워크와 같은 공동체를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식사회의 문제를 지역문화 생태계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안을 찾자는 말이다.지역사회는 교육과 복지, 문화, 환경, 의료 등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현안들이 펼쳐지는 곳이라는 점에서, 파편적이고 전문화된 지식만 넘치는 사회에서 총체적 지식의 향연을 지역사회에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식의 문제를 대학과 지식인 등 특정 주체에 '위탁'해 왔던 게 사실이다. 이제 지식 생산의 구조와 방법을 지역문화 생태계 구조에서 고민할 때가 되었다.지역문화 생태계 관점에서 그동안 마을 만들기와 마을공동체 복원사업 등은 혁신적인 사례뿐만 아니라 무너져 가는 공동체를 살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피로감에 물들어 있음을 보게 된다. 아무리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하는 활동과 주체는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대안이 '학습'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활동을 넘어 학습공동체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때 학습공동체의 물리적 토대는 도서관과 동네 책방, 카페 등 다양한 공간을 생각할 수 있다. 특히 도서관은 공공도서관뿐만 아니라 사립작은도서관 등이 촘촘하게 되어 있는 곳도 많다. 평생학습기관도 중요한 공간이자 자원이다.도서관은 책을 읽는 공간이자 학습의 공간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가 배우는 공간이다. 지식인과 대중, 전문가와 일반인, 예술가와 주민 등의 구분은 이제 의미가 없다. 우리는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가 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지역사회라는 특정한 시공간적 경험을 공유하는 공동체에서 발휘될 수 있는 일종의 '선한 영향력'이다.다음으로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학과의 연계는 대학에 갇혀 있던 교수와 연구자, 학생들이 실제 지역을 경험할 수 있게 되고, 지역사회에서는 지역과 아무 관련성이 없는 외부의 전문가를 불러 일회성 행사를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문화진흥원은 '인문활동가 지원사업'을 전국 단위로 수년째 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 전문가들이 지역사회 차원에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과 성과가 지금 하는 것처럼 개인 연구자에 대한 일시적 인건비 지원 형태로 그친다면 '인문활동'은 지역의 자원으로 축적될 수 없을 것이다. 인문활동가 사업을 통해 발굴된 지식 연구자들을 지역의 도서관과 독서 동아리, 시민교육, 평생학습, 예술가 등 다양한 자원들과 연계할 수 있는 출구 전략이 절실하다.지식인의 역할과 임무를 묻는 시대는 끝났다. 지식인이 아니라 연구자로서 혹은 전문가로서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삶의 공간에서 일상의 문제를 고민하는 차원의 실천이 필요하다. 대학이라는 공간을 넘어 지역문화 차원에서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지역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짜 지식이 필요한 시대이다. 마을공동체, 시민 자산화, 사회적경제, 공공미술, 문화예술 교육 등 할 일이 태산이다. 지식이 필요한 곳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이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9-05-16 13:40:01

장석수 작 '파이프를 그린 그림을 들고 있는 소년' 1971

[김영동의 시대와 미술]새로운 구상미술의 시작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위에는 내놓고 담배를 피우는 광경이 사라진 듯하다. 그러나 아직 노상 흡연자들이 흔하게 눈에 띄는 외국에 비하면 우리 풍속이 빠르게 변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장석수 선생은 파이프를 손에 들고 한 모금 연기를 뿜어내는 멋진 사진이 있다. 본인의 수집품으로 보기엔 좀 많지만 수십 종류의 파이프를 모아 둥글게 펴놓은 그림도 있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대에도 개인의 작은 호사 하나쯤 누린다고 누가 탓했으랴마는 선생의 파이프 사랑은 각별했던 듯하다. 앙티미즘 작가들이 주변의 작은 사물에 정을 느끼고 애착 가는 물건들을 곧잘 작품의 소재로 그렸다. 일상 속에 신변잡기를 주제로 삼은 그림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장석수 선생의 1971년 작품이 결코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장석수 선생은 1958년부터 대학 강단에 서며 (당시 대구대학에 출강) 서구 현대미술에 관한 지식을 소개하는 글들을 자주 지상에 게재했다. 전시와 작품 논평을 포함해서 동시대 추상미술의 이미지들을 이론적 배경과 함께 해설하는 신문 연재도 많았다. 조선일보 현대미술전에 출품한 그의 작품들은 엥포르멜이라고 부르는 비정형 비대상 추상회화의 전형적인 예다. 그런 작품들의 특징은 어두운 물감 자국과 얼룩 등으로만 구성되어 어떤 다른 형상도 연상시키지 않는다. 야만적인 전쟁이 남긴 깊게 파인 상처들인 양 인간의 실존과 자아의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이미지들이다. 결연하고 비장한 각오로 안이한 일상을 뛰어넘고자 했던 고통이 느껴진다.화가들은 달콤한 소재 대신 고통스러운 주제를 추구해야 했다. 감각적 즐거움이 그렇게 두려웠던지 신체적 인내가 곧 작업 내용이 되던 시대였다. 힘들게 방법 자체에서 개성적인 독자성을 확보하고 거기서 쉽게 나오려 하지도 않았다. 장석수 선생은 1966년 거의 10년 가까이 그렇게 실험한 결과들을 100호 이상의 대작들로 개인전을 가졌다.미술사가 뵐플린의 주장이었던가 모든 양식이 모든 시대에 가능하지 않았다. 서구에서는 다시 신구상주의가 일어나고 포스트모던 시대 회화의 복귀가 명백해졌다. 선생은 감각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자각했던지 1970년대가 되면서 전혀 새로운 구상적 작품을 내놓았는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은 그의 전환은 예술가 특유의 자유나 용기에서 나왔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선생은 새로운 추구의 귀추를 다 드러내기 전 55세의 너무 이른 나이에 타계한 것이 너무 아쉽다.미술평론가

2019-05-16 13:00:44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마음의 병을 어쩔 것이냐

인간은 육체적으로 그리 강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도 그리 완전하지 못한 존재다. 그래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약한 존재이며 불완전한 존재다. 이런 존재가 살아오면서 억울한 일, 예상치 못했던 사고, 원치 않았던 이별, 양심이나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 등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스스로나 혹은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죄를 짓고 그로 인해 고통 속에 갇혀 살게 된다. 마음의 병인 상처와 죄, 그리고 고통은 사람에 따라 작은 불행이 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큰 불행이 되어 자신의 삶을 통째로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사람은 마음에 상처를 받으면 곧바로 해결하려고 든다. 죄를 짓고도 도망부터 치려고 한다. 고통을 단번에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와 죄와 고통은 부정이나 도피나 탈피와 같은 방법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정신적인 장애를 해결해주는 것은 숙련된 의사의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원인과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의사도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므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내면을 제대로 아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나도 상처와 죄와 고통 때문에 힘들게 지낸 적이 있다. 나도 처음에는 부정이나 도피의 방법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신의 상처와 죄와 고통을 극복하는 길은 이것들을 직시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먼저 고통을 주는 원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한다.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자가 어디 있으며, 죄 짓지 않은 자가 어디 있으며 고통 없는 자가 어디 있느냐, 모두가 힘들게 사는 중생이며 이들이야말로 진실로 부처가 아닌가, 이런 식으로 말이다.나만 고통 받는 존재가 아님을 자각하고 나서 상처와 죄와 고통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자신이 살아온 삶을 떠올리며 반성하고 참회하고 용서를 구할 것은 구하고 속죄하면서 자기성찰을 해 보라. 그러면 조금씩 가슴이 열리고 세상이 보이고 우주가 보이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니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볼 일이다. 이 세상으로부터 받는 사랑에는 상처까지 내포되어 있지만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는 곳에는 사랑뿐이다. 내 안에 있는 나를 사랑하고 상처 받는 마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스려야 한다. 아프다는 마음, 밉다는 마음, 두렵다는 마음, 괴롭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남이 밉지도 않고 세상이 두렵지도 않고 자신이 괴롭지도 않게 된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5-16 11:31:20

글을 잘 쓰고 싶지만 지름길이 보이지 않는다. 연필을 괴롭히는 수밖에. 사진: pixabay 제공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SNS에서 광고 카피 쓰는 6가지 방법-2

지난주 칼럼에서 광고 카피 쓰는 세 가지 방법을 공개했다. 오늘 나머지 세 가지 방법도 독자와 공유하려 한다.넷째, 글에도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카피 쓰는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도 따라 할 수 있다. 당신의 글이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는 이유는 글 속에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필자는 부동산 공인중개소를 지나칠 때마다 글의 무미건조함을 느낀다. 24평이 몇억, 35평이 몇억, 전세, 월세, 매매 이 단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넣어보면 글이 재밌게 바뀐다.'장미꽃을 사세요. 집은 공짜로 드립니다'집은 항상 억대에 거래되고, 장미꽃은 싸다는 인식을 뒤엎는 것이다. 아파트 상가의 공인중개소들이 열이면 열 똑같은 카피를 쓰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장미꽃을 파는 공인중개소가 있으면 어떨까? 게다가 집은 공짜로 준다니. 필자도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사례였는데 실제로 일본에 있었던 마케팅이라고 한다. 글을 잘 쓰는 재주가 없다면 글 속에 아이디어를 담아보자. 당신의 카피 한 줄로 시장의 강자와 약자가 바뀔 것이다.다섯째, 당연한 것의 순서를 바꿔 써라. 사람들이 당연한 순서로 받아들이는 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성경의 데살로니가후서 3장 10절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하지만 이 문장의 순서를 바꾸면 음식점의 멋진 카피가 탄생한다. '먹지 않는 자여, 일하지도 마라'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굉장히 새롭게 느껴진다.당연하게 인지했던 인과 관계를 뒤집었기 때문에 우리 뇌는 이것을 색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해장국을 맛있게 먹기 위해 술을 마신다'라는 카피도 마찬가지다. 이미 음식점에서는 이런 법칙을 잘 활용하고 있다. 당신의 업계에서도 자주 쓰이는 카피가 무엇인지 찾아보라. 그리고 그 인과관계를 뒤집어 봐라. 독특한 카피가 나올 것이다. 여섯째, 속담을 활용하라. 속담은 그 문장을 인지시키기 위해 광고를 한 적이 없다. 사람들에게 속담을 외우도록 전광판, 신문, 버스 광고를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속담을 외운다. 그 이유는 속담엔 조상들의 엄청난 통찰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통찰력에 공감해 후대들에 전달한다.좋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데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를 때는 속담을 가져와라. 예를 들어 소상공인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할인 이벤트의 포스터를 올렸다고 가정하자. 이때 '가재는 게 편이다'라는 카피를 써보면 어떨까? 마치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어…. 우리 같은 소상공인은 늘 너희 편이야"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그리고 속담을 센스 있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브랜드명이 속담에 들어가 있는 운 좋은 경우(?)도 있다. 당신의 브랜드 네임이 '태산만두'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 태산이라는 단어는 속담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바로 그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갈수록 태산'즉, 태산 만두에 오면 올수록 태산 만두밖에 없다는 걸 센스 있게 활용하는 것이다. 속담을 잘 이용하면 마치 그 카피가 진리인 듯 느껴진다.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카피를 공짜로 쓰는 것이다.좋은 글을 쓰고 싶은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우리는 이미 있는 것을 잘 발견하면 된다. 그리고 종이로 옮겨 적으면 된다. 쓴다는 생각을 버리고 발견한다는 생각을 가지자. 그럼 당신도 어느새 훌륭한 광고 카피라이터가 되어 있을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5-16 11:21:21

윤석호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본부장

[기고]전략적 인적자원 개발을 통한 미래 대응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경쟁력을 세계에 알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5G 상용화 기념사에서 세계 최초의 의미는 대한민국 표준이 세계 표준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며, 이제는 세계 최고라는 목표를 향해 도전해야 할 때임을 강조하였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변화는 더욱 빠르고 거세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전략적으로 인적자원 개발 계획을 수립하여 미래형 인재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한 대비와 글로벌 기술 경쟁력 강화를 약속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신기술 및 융복합 기술 등장에 따른 직업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자동화에 따라 단순 반복 업무 직군은 점차 축소되고 고숙련 신산업 분야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견된다.맥킨지는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준비한다면 오는 2030년 460조원의 경제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미래의 경제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융복합 고숙련 인재 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이는 전략적 인적자원 개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또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책도 필요하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 3천757만 명에서 2067년에는 1천784만 명까지 줄어든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인구로 진입하는 2020년대에는 생산연령인구가 연평균 33만 명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인구절벽'이 2020년대부터 본격화된다는 의미이다.이렇듯 고령화와 저출산 심화로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준보다 몇 배 더 높은 1인당 노동생산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세대별 맞춤형 인적자원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직업교육, 평생교육의 기회를 확대하여 생애 주기에 맞는 전략적 인적자원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전략적 인적자원 개발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 말고는 저출산·고령화사회 문제를 해결할 다른 해답이 떠오르지 않는다.전 세계 전자상거래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한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회사의 성장은 사람과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이다. 사람과 조직은 반드시 내부와 외부의 변화가 있으면 따라서 변화해야 한다"며 환경 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직원 교육을 위해 2004년부터 '알리학원'을 설립해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랜 기간 경쟁력을 유지해 온 글로벌 초우량 기업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도 능동적으로 인적자원 혁신을 추구했다는 점이다.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기업과 학교와 정부(지자체)가 삼위일체로 긴밀히 공조하여 융복합, 사람 중심의 인적자원 개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인적자원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어, 혁신적인 미래 인재 육성 정책을 통해 경쟁력을 쌓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선도 국가 대열에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19-05-16 11:19:35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희망을 품은 여행

보물섬 같은 모험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공포소설을 집필한 소설가이자 시인 로버트 스티븐슨은 이야기 했다. "희망을 품고 여행하는 편이 도착해 버리는 것보다 낫다."이 명언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또는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겪는 과정 자체를 즐기라는 것, 희망을 품고 노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과정은 막연하고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기도 어려울 수 있지 않은가.필자는 생각한다. 언제 다다를지 모를 도착지를 기다리기 보다 더 멀리 여행을 하고 많은 것을 겪고 경험하고 쌓아가며 도착지의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필자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며 가끔은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꿈꿔왔다. 떠밀리거나 이끌려 나의 발자취를 남기기보다 보다 능동적으로 결정하고 움직여 후회 없는 과정과 결과를 남기기를 바랐다. 새로운 환경과 자극,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환기를 기대하며 낯선 곳으로의 여정을 상상하곤 했다. 그렇게 떠남에 대한 갈망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낯섦에 대한 두려움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처한 현실에 부딪혀 그저 갈망으로 끝날 뿐이었던 것이었다.현재 필자는 러시아 동쪽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라는 바닷가 마을에 머물고 있다.대구연극협회의 해외교류공연을 위해 떠나오는 길이며 공연과 함께 짧은 휴식을 하고 돌아가는 4일 동안의 일정이다. 혼자였다면 언제 어디로 가서 얼마를 머물던 크게 개의치 않았을 테지만 가정과 아기도 있는 입장은 그렇지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보았다. 떠날 수 있는 용기. 크고 중대한 일에 비하자면 사소한 결정일지 모르나 나는 떠나왔고 좋은 공연을 고대하며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며칠을 보내고 돌아갈 생각이다.오래된 건물들 사이를 걷고 처음 먹는 음식에 도전하고 동료와 지난 추억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의 청사진에 대해 새벽 늦도록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보내는 이곳에서의 시간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나에게 성취의 보람을, 휴식의 에너지를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과 그리움을 선물해줄 것 같다. 그것으로 잠시 동안의 일상을 벗어난 나의 여행은 만족스러우며 다시금 충전된 희망으로 잘 하고 있다고 작은 응원과 칭찬을 보내게 될 것이다.목적지를 향해 가는 우리의 인생길. 도착지에 이르는 것에만 집중하기 보다 여행을 위한 여행을 주저하거나 멈추지 않는 것은 어떨까. 그 선택에 뒤따르는 노력과 희생은 더 다양한 색으로 물들 나의 풍경을 상상해볼 때 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오늘도 여행하자. 정성들이고 저지르고 부딪히고 꿈꾸며 희망의 여행을 떠나보자.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5-16 11:18:48

신복순 작 '장영희 님을 그리워하며'

[내가 읽은 책]문학작품이 주는 풍요로움과 힘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샘터, 2005

따뜻하면서도 강하게 느껴지는 글이다.편안하고 쉽게 읽히고 정확하면서 세심하고, 많은 지식이 녹아 있는 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신문에 연재되었던 북 칼럼을 모아 엮은 것이다.저자 장영희는 서강대 영문과 교수였으며 수필가, 번역가, 칼럼니스트였고 중∙고교 영어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문학 교수로서 작품을 비평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독자로서 그 작품이 어떻게 마음에 와 닿았는지, 어떤 감동을 주었는지, 그 작품들로 인해 삶이 얼마나 풍요롭게 되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가 두꺼운 문학 이론서보다 더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한 말은, 문학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문학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한 어떤 학생의 말이었다.문학의 목적이 결국 사랑이라고 강조하며 이 책은 희망, 용기, 사랑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한다.만약 문학작품과 문학 이론, 작가의 프로필과 의도 등만 설명했더라면 그리 큰 감흥을 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저자가 펄 벅의 '자라지 않는 아이'라는 문학작품을 소개하며 펄 벅이 국적이 다른 아홉 명의 고아들을 입양했으며 펄 벅의 친딸은 중증의 정신지체와 자폐증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펄 벅이 가장 어렵게 쓴 책이 '자라지 않는 아이'였으며 최고의 명예를 누리는 작가로서가 아니라 장애 자녀를 낳아 길러 본 어머니로서의 체험을 마음으로 토로한 책이라고 했다. 신체장애가 있는 저자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펄 벅의 작품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풀어 놓는다. 위대한 이름이 어머니라며, 장애아 자식을 가진 모든 어머니들의 외로운 투쟁에 대해 사랑과 갈채를 보낸다고 써 놓았다.61꼭지의 글이 실렸으니 이 책에서 언급하는 문학작품도 60편이 넘는다.분명 '고전'을 소개하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감동을 느끼게 되고 어렵지 않게 그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 마치 저자와 문학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쉽게 설명한다는 것은 자유자재로 작품을 인용할 수 있을 만큼많은 지식이 쌓여 있고 작품에 대한 통찰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두 다리가 불편해 겪어야 했던 이야기, 아버지 장왕록 박사에 대한 이야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제자들의 이야기 등 수많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문학작품을 연결해 설명을 해줘 감동과 함께 읽는 즐거움을 준다. 애석하게도 나중에 쓰려고 아껴 두었다는 '데미안' '파우스트' '햄릿'은 결국 쓰지 못하고 운명했다. 세 차례의 암 투병을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문학의 힘을 증명하기 위해 다시 일어날 것이라 썼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해도 살아있는 순간까지 가졌던 저자의 삶에 대한 용기와 사랑을 진정 문학의 힘이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위대한 작품을 남겨준 작가들의 재능이 너무 고맙다고 했는데 그런 작품들을 다시 읽어보게 해주는 이 책도 참 감사하다.신복순 책 읽는 사람들 회원

2019-05-16 11:18:02

신종두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 소장

[기고]소백산 철쭉, 유혹은 계속된다

철쭉의 계절이다.철쭉은 산에 봄이 왔다고 알리는 수많은 봄꽃 중에서도 꽃이 크고 아름다워 예로부터 선조들이 좋아하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그 예로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의 부인인 수로가 절벽 위에 핀 철쭉에 반하여 어여쁘다고 하자 그 말을 들은 농부가 꽃을 꺾어 수로부인께 바쳤다는 문헌 기록이 있다.)소백산국립공원은 지리산, 황매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철쭉 명산이다. 지리산과 황매산의 산철쭉은 진달래처럼 짙은 분홍빛으로 유명하지만, 소백산 철쭉은 옅은 분홍빛으로 자연이 적셔 놓은 연분홍 비단치마처럼 은근한 매력으로 소백산국립공원을 찾는 상춘객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소백산국립공원의 연화봉과 비로봉을 잇는 고산 능선을 힘들게 올라야만 이토록 아름다운 소백산 철쭉의 매력을 탐할 수 있으니 아무에게나 그 아름다움을 허락하지 않는 도도함까지 지닌 봄의 여신으로 불림에 손색이 없다.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급속한 진행과 탐방객의 무분별한 훼손으로 철쭉 개체수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소백산의 대표 식물인 철쭉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하고, 훼손된 철쭉 서식지와 개체 보호를 위해 2006년부터 영주시농업기술센터와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가 공동으로 '소백산국립공원 철쭉 복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소백산에 자생하는 철쭉 종자 채취부터 묘목 증식, 서식지 보호 및 소백산 자락 철쭉 식재 등을 통해 소백산 철쭉 복원 및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소백산국립공원 일원에 식재한 철쭉 70% 이상을 복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2018년에는 소백산국립공원 내 초암지구에 수고 1m 이상 되는 12년생 철쭉 500주를 식재하였고 금년에는 삼가 및 초암지구에 4년생 철쭉 5천 주를 추가 식재함으로써 고산지대뿐만 아니라 소백산 자락의 저지대에서도 누구나 철쭉의 아름다움을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꽃길도 조성하였다.또한 양 기관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철쭉 복원사업은 해를 거듭하면서 지역사회의 인식 변화에도 영향을 미쳐, 10여 년이 지난 지금 경북 영주시 등 유관기관, 산악연맹 등 민간단체와 지역 자원봉사단체 등 다양한 기관들이 철쭉 복원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 생물자원 보전을 위한 모범적인 지역협력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이렇게 소백산국립공원 철쭉 복원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와 영주농업기술센터가 보유한 전문가의 노하우와 더불어 지역 기관 및 자원봉사자의 큰 관심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철쭉 복원사업이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관심 있는 기관과 지역 주민, 나아가 국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 직접 철쭉 복원에 참여하고 싶다면 소백산국립공원 자원봉사자 신청을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 철쭉을 심고 가꾸는 것뿐만 아니라 철쭉을 훼손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복원 방법일 것이다.올해도 5월 중순부터 그 연분홍빛 장관을 보기 위해 수많은 탐방객들이 소백산국립공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쓰레기 되가져오기, 지정된 탐방로 이용과 서식지 보호활동 등 작은 노력으로 국민 참여형 철쭉 복원사업이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

2019-05-16 02:30:00

[권미강의 생각의 숲] 캄비세스왕의 재판

정말 끔찍한 그림이었다. 화가 제라르 다비드의 '캄비세스왕의 재판'을 본 것은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라는 연극에서다. 두 장의 그림 안에 네 개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이 그림은 끔찍하고 잔혹하며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첫 그림은 재판관이 몰래 돈을 받는 모습과 체포되는 장면이, 두 번째 그림은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지는 재판관과 재판관이 된 아들이 아버지의 벗겨낸 살가죽을 깔고 앉아 있는 그림이다.판사들의 금품 수수를 내부 고발했다가 고초를 겪은 신평 변호사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낸 연극에서 이 그림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치로 사용됐다. 부패한 법관들로 골치를 썩던 브뤼헤시가 화가 제라르 다비드에게 의뢰해 탄생했다는 이 그림은 페르시아 왕 캄비세스가 부패한 판사 시삼네스에게 내린 형벌을 그대로 묘사했다. 재판관이 얼마나 공정해야 하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줬지만 그림 속 행위는 너무나 야만적이다. 그럼에도 법을 집행하고 판결하는 재판관들이 얼마나 엄중하고 엄정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연극에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주인공과 선배 재판관의 설전 중 "성역이 없다고? 성역이 있어. 그게 바로 우리야"라는 말이 다비드의 그림과 겹쳐졌다. 다른 죄목에도 끔찍한 형벌을 내리던 캄비세스가 판결을 내리는 재판관이 스스로 성역이 되는 걸 막으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관의 판결에 따라 운명이 바뀌고 공정함을 잃어 갔을 때 사람들의 원성은 곧 왕의 권위마저 위협하는 엄청난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른다.우리는 역사에서 수없이 잘못된 판결을 봐왔다. 권력, 돈과 결탁된 판결로 역사의 진실이 묻히고 죄인이 되고 직장과 가족을 잃고 평생을 폐인처럼 살았던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도 무수히 많다. 잘못된 판결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은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지는 고통보다도 더한 고통을 받으며 인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법을 집행하는 행위가 전지전능의 권위가 아니라 공정함을 다루는 일이라는 것을 '캄비세스왕의 재판'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작가 권미강

2019-05-15 18:30:00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임을 위한 행진곡'은 반체제 가요

문재인 정권이 출범 후에 취한 제1호 조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틀 후에 거행될 금년 5·18 기념식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더욱 당당하게 제창될 것이다.문재인 정권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관철한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로 한 조치는 타당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 문제를 진지하게 따져볼수록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조치로 판단된다.왜 그런가? 그 노래의 가사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를 산문체로 정리하면 "새날(새로운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다가 먼저 죽은 동지의 뜻을 받들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목숨 걸고 투쟁하자"가 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새날', 즉 새로운 세상의 의미이다.'임을 위한 행진곡'을 독재시대인 1980년대에 불렀을 때의 새날은 좌익운동권에게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이 성공한 세상'(사실상 사회주의 세상)이고 대중에게는 '자유민주화된 세상'을 의미했다.그러나 자유민주주의가 높은 수준으로 실현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그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에서 말하는 '새날'은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과 판이하게 다른 세상'을 의미하게 된다.'대한민국의 현재 상황과 판이하게 다른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대한민국의 현존 자유민주주의 체제와는 상이한 체제가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 세상의 구체적인 그림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사상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기존 국가 상황과 다르고 자유민주주의와는 다른 체제가 지배하는 세상이란 점에서는 공통될 것이다.'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에 내포된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는 그 가사를 빌려온 모시(母詩) '묏비나리'를 분석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는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 중의 일부를 떼어온 것이다. '묏비나리'가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①남한의 청년 운동가들은 처음부터 목숨을 던질 각오를 하고 운동에 나서서 살인마 구조인 남한 사회구조를 뒤엎어야 한다. ②혁명투쟁을 하다가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죽더라도 부활하여 민중의 혁명의지를 격발시켜 분단의 벽과 미 제국주의를 무너뜨리고 죽어야 한다. ③투쟁하다가 죽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새로운 세상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목숨 걸고 투쟁하라는 호소가 된다. ④혁명이 일어나면 민중과 힘을 합쳐 가진 자들과 이 세상의 껍질을 깨버리고 해방 세상을 이루어내야 한다.'묏비나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③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혁명투쟁을 하다가 먼저 죽은 선배 투사의 영혼이 후배 투사에게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목숨 걸고 투쟁하라"고 촉구하는 대목이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이다.'임을 위한 행진곡'과 '묏비나리'가 전달하려는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메시지는 작사가인 백기완의 대한민국의 상황과 통일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면 한층 더 분명해진다.백기완은 그의 저서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에서 대한민국을 '온갖 나쁜 짓을 해서라도 돈만 거머쥐면 왕이 되는 사회'요, '남의 나라 군대가 지배하는 창피하고 더러운 식민지'라고 주장하고, 자본가들을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존재로 비난했다. 통일에 관해서는 '우리들의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는 주한미군이다. 우리가 통일을 하려면 주한미군부터 몰아내야 한다' '우리의 통일은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05-15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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