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이상호 대구광역시 의사회 총무이사

[기고]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관한 당부의 글

최근 SNS를 통해 정확하지 않은 우한 폐렴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면서 시민들의 과도한 우려 또는 경시 경향이 있어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필요하다. 우선 우한 폐렴의 정식 명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며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모양이 코로나(스페인어로 왕관) 모양으로 생긴 바이러스를 뜻한다.코로나바이러스는 대체적으로 사람에게 치명적인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신종 변이형의 경우 병원성이 강한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로 우한 시장의 박쥐가 지목되고 있고 아마도 박쥐와의 직접 접촉으로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전염력과 사망률에 대해선 정확하지는 않지만 높은 편이라고 보고 있다. 초기에 폐렴으로 이행하며 악화가 빠르고 초반에 사망하므로 질환 초기 강도 높은 대처를 요한다.중국 당국에서는 잠복기에도 전염성이 있다고 밝혀 역학적 예방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공항의 발열 검색으로는 막을 수 없다. 이전 사스나 메르스는 잠복기에 전염성은 없어서 그나마 역학적으로 예방을 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분비물로 인한 전염이기에 공기 전염 가능성은 떨어진다. 따라서 감염자와 충분한 거리를 둔다면 전염되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는 비말 속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살 수는 있으나 거리가 떨어진 곳의 균의 역가가 감염을 일으키기에는 부족하다. 특히 격리실의 음압 시스템에서 치료를 받으면 더 이상의 전파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바이러스 질환의 기전이나 역학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며 과도한 불안감 조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은 감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밀접한 접촉을 피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으며,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여야 한다. 이것은 아주 기본적이지만 아주 중요하다. 손은 대부분 전염병의 매개이며 마스크는 감염자의 비말이 날아가지 않게 하고 공기 중의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이런 예방 활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심되는 환자들에 대한 정보 안내와 참여하는 시민의식이다.최근 원주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이 우한 폐렴 의심 환자로 인해 폐쇄되었다. 이런 식으로 지역의 거점 의료기관 몇 군데가 폐쇄되면 우한 폐렴이 아닌 일반 응급환자들의 의료 체계가 무너진다. 물론 다행히 원주의 경우 음성으로 확인되어 폐쇄가 해제되었지만 언제든지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의심 환자는 꼭 격리된 루트를 통하여 진료를 받아야만 하며 그 길을 쉽게 안내받을 수 있어야 한다.본인이 우한 폐렴으로 의심되는 경우는 공공장소나 타인과의 접촉을 금하고 무작정 의료기관을 찾으면 안 된다. 의료기관에 내원하기 전에 반드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나 관할 보건소의 상담과 지시에 따라 격리 시설이 갖추어진 진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대구의 경우 대학병원마다 격리 진료 시설이 있고 대구의료원에서도 격리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리고 다 같이 동참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지만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무작정 응급실을 찾거나 병원 쇼핑을 한다면 사태는 아주 심각해질 수도 있다.이렇듯 중요한 전염성 질병은 그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지역사회의 질환 전파 예방에 더욱 신경을 써야만 하며 정부와 의료인은 이런 사실들을 알기 쉽게 잘 홍보하여야 한다.

2020-01-29 14:43:49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의 새론새평]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바랄 뿐이다

청와대 비서관의 검찰 수사 거부 그것이야말로 특권과 반칙 행위文대통령과 주변에 바라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길검찰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꼭 필요하다던 문재인 정부였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외골수 검사였다. 그는 설 명절을 전후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라는 총장의 명령을 세 번씩이나 묵살하자 급기야 스스로 나서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자 법무부가 "검찰의 날치기 기소"라며 비난했다. 당사자인 최강욱 비서관도 "검찰권을 남용한 기소 쿠데타"이며 "명백한 직권남용으로 윤 총장과 관련 수사진을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윤 총장이 7월에 설치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1호 대상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정작 지난 12월부터 세 차례에 걸친 검찰 소환에는 전혀 응하지 않고서 말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지면서 정말 검찰 개혁이 이루어지나보다 했더니 반대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내세운 청와대에 의한 검찰 장악이 이루어진 것이다.원칙과 상식의 눈으로 이번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의 갈등을 다시 분석해 보자. 시작은 여러 불법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면서부터였다. 조국 씨 가족의 여러 불법 의혹들은 크게 자녀 입시 과정에서의 각종 문서 위조와 증거인멸, 사모펀드를 통한 불법 투자, 웅동학원 관련 비리 등이었다. 대통령과 여당은 검찰이 조국 가족에 대해 과잉 수사, 별건 수사를 통해 '탈탈' 털었고 그것이 과도한 검찰권의 남용이고 윤석열 총장의 검찰이 정치 검찰이라는 것이다. 최강욱 비서관은 변호사 시절 조국 씨 아들의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한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되었다.법무부 장관은 정의를 구현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 임명된 사람이 불법행위 의혹이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그것이 과잉 수사나 과도한 검찰권 남용인지는 재판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당사자가 직권남용이라며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고도 기소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법치주의를 무시한 행위로서 처벌받아야 한다. 일반 국민들에게 검찰 수사를 거부할 권리는 없다. 하물며 청와대 비서관이 검찰 수사를 반복해서 거부했다면 그것이야말로 특권과 반칙이다.여기에 조국 씨는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감찰 중단을 지시한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되었고 백원우, 이광철 전'현 비서관과 김경수 경남지사,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은 송철호 울산시장을 비롯한 2018년 지방선거 개입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조직적 선거 개입이라면 민주주의를 부정한 있을 수 없는 사건이다. 윤석열 검찰이 이 의혹을 수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치 검찰로서 권력에 충성한 개가 되는 것이다.수사가 계속되자 대통령은 서둘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고 추 장관은 취임 3주 만에 윤석열 총장의 손발을 모두 잘라내는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번 수사의 핵심인 서울중앙지검장과 반부패강력부장을 모두 친문 검사들로 바꾸고 수사를 지휘하는 차장 검사들도 모두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이례적으로 단행했다. 그것도 검찰청법에 따라 1년 이상 임기를 보장해야 하는 것을 우회하기 위해 직제 개편까지 단행하면서 말이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시행해야 한다는 것은 비록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나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의무화한 것인데도 이를 위반했다. 이는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남용하여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어려워졌고, 수사 방해가 검찰 개혁이 그토록 필요했던 이유인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 되었다. 그리고는 이것이 검찰 개혁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국민을 무시하지 않는다면 이럴 수는 없다.국민은 대통령과 청와대, 조국 씨, 최강욱 비서관에 대해 특별한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법치주의의 원칙과 상식에 따라 행동해 달라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을 임명한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다. 윤 총장을 임명할 때에도 문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에도 똑같이 검찰권을 행사하라고 당부했다. 취임사에서도 대통령은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켜주기 바랄 뿐이다.

2020-01-29 14:36:17

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매일춘추] '제4의 벽'을 넘어서

길고 긴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보이는 북한 신의주. 단교에 오르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다리가 보인다. 압록강단교(鴨綠江断桥)와 중조우의교(中朝友谊桥)다. 압록강단교는 1950년 미군이 중공군의 참전을 막기 위해 이 다리를 폭격하면서 중국 쪽 교각만 남고 다리가 끊어졌다. 그래서 현재 단동과 북한을 연결하는 다리는 중조우의교 하나다.압록강단교 끝자락에서 분단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 길 위에 뿌려졌을 수많은 눈물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도 단절된 보이지 않는 가상의 벽이 존재한다. 이것을 연극 용어로 '제4의 벽'이라고 불렀다. 연극이론가 드니 디드로가 주창하였다.관객으로 하여금 무대는 허구가 아닌 현실의 세계라는 믿음을 주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연기자와 관객은 서로를 의식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되며, 현실 인 것처럼 연기해야 한다. 배우와 관객 사이에도 철저하게 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관객들은 제4의 벽을 통해 연극을 관람하고, 영화와 관객 사이에는 스크린이, TV와 시청자 사이에는 화면이 제4의 벽 역할을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연기자의 시선이 직접적으로 스크린을 향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에는 존재한다. 특히, 영화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장면에서 연기자는 진짜 범인을 직시하듯 카메라 정면을 응시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연극 공연에서는 수동적이었던 관객을 공연에 적극 참여시킴으로써 제4의 벽을 허물고 관객과 교감하며 능동적으로 소통하기도 한다.극 속의 역할에서 벗어나 또 다른 환경에서 흐름을 이어나간다는 것은 배우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명확한 목적이 있다면 그 소통은 즐겁다.그렇다. 결국 그 벽은 목적과 이유에서 비롯된 '관계' 속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 관계 가운데 결코 쉬울 수 없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이며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어떠한 벽이든 그 벽을 허물어 간다는 것. 그것 또한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그 목적의 중심에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마음, '너'가 아닌 '나'의 문제임을 알아차리는 힘이 있다면 그 벽을 조금씩 허물고 열수 있지 않을까.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 비밀을 공유하고 이해하며 생각을 보완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는 인연이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큰 의미이며 행복이다. 하지만 관계에도 책임감과 노력이 필요하다. 허물이 있더라도 관계를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꾸준히 노력하며 채워 간다면 허물조차도 가려줄 수 있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풀어야 할 관계가 있다면 마음을 더 풀어보자. 만나지 못하는 혈족에 대한 그리움과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의 마음에 보이지 않는 벽과 경계가 사라지고 꽃이 피는 날까지. 문을 활짝 열고 상쾌한 바람이 채워질 때 까지 환기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2020-01-29 14:08:35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종교칼럼] 일기예보와 종교

공영방송에서 일기예보를 하는 기상캐스터는 우리나라 전체와 주변국 일부가 보이는 인공위성 사진으로 구름의 모습과 이동 경로를 알려주면서 오늘과 내일 그리고 한 주간 날씨를 예보한다. 기상캐스터 뒤에는 이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관계자들이 정확한 예보를 위해 슈퍼컴퓨터에 쌓아 놓은 많은 자료와 그동안의 경험들을 동원한다.일기예보의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그 예보를 보는 시청자 모두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일기예보를 준비하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고 많은 경비가 들 것이다. 이 때문에 시청자인 우리는 세금과 각종 상품 구매 행위를 통한 광고비 부담으로 그것이 가능하도록 협조하고 있다.종교가 담당하는 영역은 우리의 삶에서 일기예보가 차지하는 영역에 비해 훨씬 더 깊고 넓으며 대단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에 등록된 종교 단체 수는 수백 개인데 그중 3대 종교만 헤아려 본다면, 우리나라 개신교 교회 수는 약 6만 개, 성직자의 수는 12만 명을 넘어선다. 불교 절은 약 1만5천 개, 스님의 수는 2만 명에 가깝다. 천주교 성당은 공소를 포함하여 약 3천 개, 성직자 수는 5천 명에 가깝다. 이들 세 종교 단체에서 수고하는 수도자와 평신도들의 수는 다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지면의 제한으로 여기서 언급할 수 없는 각종 종교 단체들을 다 합친다면 그 수가 대단하고 이것을 유지하는 데 드는 경비 또한 대단할 것이다. 일기예보를 위한 경비보다는 훨씬 더 많을 것은 틀림없다.일기예보는 그것을 보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든 국적이 다른 사람이든 모두에게 해당되고 의미 있는 도움을 준다. 이제 우리 종교도 자신의 단체에 속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고 도움이 되는 선을 넘어 일기예보와 같이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일기예보만이 아니라 날마다 첨단과학을 동원하여 알려주는 온갖 자료들을 손쉽게 사용하여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만 들고 있어도 대단히 많은 가능성들을 손안에 들고 있는 것이다.나이 든 사람들은 긴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현재 신봉하고 있는 신앙생활이 몸에 익어서 자신이 속한 종교 단체 안에서 불가피하게 존재하는 웬만한 불편은 어렵지 않게 견디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기서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들은 종교적 진리도 일반 진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이해할 수 있고 동의할 수 있어야 비로소 받아들인다.우리 기성세대는 삶의 현장에서 이러한 것을 종종 체험한다. 그들이 그러한 태도를 취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 그렇게 해야만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것들이 계속 발생해서 엄습해 올 그들의 앞날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 바뀌어야 할 것은 그들이라기보다 기성세대의 의식구조와 생활 형태이고 종교에 대한 생각과 신봉 방식일 것이다.기성세대가 이 문제에 대해 현명하게 생각하여 옳은 선택을 해나가지 않는다면 새로운 세대는 기성세대의 신앙생활 내용과 방식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하고 외면할 것이다. 이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길을 찾으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찾았다고 생각하는 길을 주저하지 않고 걸어갈 것이다. 기성세대는 이들이 걸어가는 새로운 길이 엉성해 보일지라도 막아내지는 못할 것이고 그럴 여력도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흐르는 세월만이 그 엉성한 길을 수정할 것이고 이어지는 새로운 세대에 의해 교체되는 것을 허용할 것이다.

2020-01-29 09:58:52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우한 폐렴의 원인균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길고양이에게 상재되어 있는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는 전혀 다른 그룹의 바이러스다. 고양이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병을 전파하지 않는다. 사진 출처 셔터스톡.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코로나19, 개·고양이도 감염될까?

동물병원을 찾아오신 손님이 자신의 고양이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는지 물으셨다. 자신의 고양이가 코로나바이러스 항체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보호자에게 코로나19의 원인균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길고양이에게서 검출되는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는 관련성이 없다고 설명드리니 그 후에야 안심을 하셨다.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우한 폐렴의 원인체는 코로나바이러스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자연계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다양한 동물마다 상재하고 있으며 그 종류는 무한하다. 그런데 자연계에 분포돼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왜 인간에게 치명적인 병원성을 가지게 되었을까?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RNA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생존 환경이 불리해지면 굉장히 빠르게 변이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능력이 뛰어나다. 적절하게 변이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숙주의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키거나 오히려 면역체계를 이용하여 증식하기도 한다.코로나19는 유전자 분석을 바탕으로 박쥐에서 유래된 코로나바이러스로 추정한다. 박쥐를 먹거나 접촉한 야생동물을 인간이 접촉하는 과정에서 어떤 특별한 조건이 바이러스의 변이를 초래하여 인간에게 감염되어 치명적인 병원성을 가진 전염병으로 발전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선례는 사스와 메르스에서 확인되었다. 이번 코로나19은 유래없이 전염성이 강하고 증상없는 잠복기 환자들이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다.개와 고양이에게도 종 특이성을 유지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한다. 개 코로나바이러스는 약한 장염을 유발하며 자연 면역이 되기도 하고 예방백신을 통해 건강한 면역을 갖출 수도 있다. 개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질병을 유발한 사례는 보고되어 있지 않다.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는 약한 장염을 유발하지만 어린 고양이에게 감염되면 위험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길고양이들(70%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으며 자연 면역으로 건강하게 생존한다. 특이한 점은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가 특정 환경에서 변이가 발생하면 고양이전염성복막염(FIP)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개와 마찬가지로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질병을 유발시킨 사례는 보고되어 있지 않다.개와 고양이에게 상재되어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왜 인간에게 질병을 초래하지 않을까?오랫동안 인간과 밀접하게 공생해온 개와 고양이는 인간에게 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지 않았음을 검증받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종의 장벽을 넘어 개와 고양이에게 늘상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어 질병이 유발됐다면 이미 인간이나 동물 둘 중 하나는 도태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는 1만년 이상을 생물학적으로 교류하며 개와 고양이에게 상재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병을 유발시키지 않는다는 안전성을 검증받은 셈이다. 2003년의 사스, 2015년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이번 코로나19의 종숙주는 박쥐로 추정한다. 사스는 중간 숙주라 할 수 있는 사향고양이를 통해 인간에게 감염되어졌고, 메르스는 낙타, 코로나19는 뱀 등의 식재료로 이용된 야생동물이 매개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사스와 코로나19은 야생동물을 가학적으로 다루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변이되면서 인간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발전하였을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바이러스의 역습이라 할 수 있다.야생동물을 먹는 문화는 중국만의 문화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보신이라는 명분으로 야생동물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동물 구조를 위해 산에 오르다보면 여전히 야생동물을 잡는 올무와 뱀을 잡으려는 그물망이 수시로 발견된다. 개와 고양이도 기호성이나 보신 목적으로 가학적으로 희생시키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수요가 있는 한 야생동물을 공급하는 사람들은 사라질 수 없으며, 돈벌이가 급급한 사람들이 동물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와 위생 따위를 안중에 둘 리가 없다.특이한 동물을 키우겠다는 바람도 야생동물을 남획하는 수요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하자. 야생동물을 남획하고 전시하거나 동물에게 고통주는 행위들은 생명 보호와 공중보건학적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개선되어야할 악습임을 명심하자.개와 고양이와 인류는 1만년 이상 공존하며 질병학적으로 인간에게 가장 안전한 파트너임을 검증받아 왔다. 개와 고양이에게 상재되어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종의 경계를 유지하며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음이 밝혀져왔다. 개와 고양이를 반려동물이 부르는 생물학적 근거인 셈이다.코로나19가 개와 고양이게 감염된다는 보고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예방적인 측면에서 국내에 질병이 확산되어 질병의 전파 가능성이 높게 예보된 지역에서는 당분간 산책을 피해주실 것을 권고드린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20-01-29 09:51:52

김기환 (주)대홍코스텍 대표이사

[경제칼럼] 중소기업엔 희망이 필요하다

경영 힘들다는 많은 중소기업인 사업 그만두는 것도 심각히 고려인기 위주의 단기적 정책이 아닌 기업 환경 개선에 장기적 투자를요즘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런 말을 듣고 어떤 분이 기업인들이 언제 안 힘들다고 한 적이 있냐면서 비판을 하셨다.맞는 말이다. 기업인들은 매년 힘들다고 말한다. 그만큼 오늘날의 경영 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오늘 조금 좋다고 내일 기업이 좋으리라는 장담을 아무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언제나 기업인들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고 두렵다.IMF,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힘든 상황에서도 많은 중소기업이 포기하지 않고 피나는 노력으로 지금까지 생존해 왔다. 그것은 기업인으로서 나라 경제에 일조한다는 자부심 그리고 미래에는 나의 기업과 경제 환경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의 많은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사업을 그만두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고 대한민국 사회에서 기업인의 노력에 대해 폄하하면서 기업인으로서 자괴감마저 들기 때문이다.중소기업 정책은 이렇게 힘이 빠진 중소기업인들에게 다시 도전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실제로 중소기업 정책을 입안하거나 실행하는 분들을 만나 보면 중소기업과 경제에 대하여 정말 많은 고민들을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뛰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러한 노력에도 중소기업들은 희망을 점점 잃어 가고 있는 걸까?먼저 정부가 중소기업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을 중소기업 시각이 아닌 정책 담당자 시각에서 해결책을 찾아서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중소기업 입장이 되어 선입견 없이 들어봐 주기를 바란다. 그저 앓는 소리, 불만 불평으로 치부하지 말고 정말로 중소기업의 입장이 되어 봐 주셨으면 한다.밤잠을 설쳐가며 회사의 생사를 고민하고, 회사가 어려울 때 월급날이 다가오는 두려움을 알며, 대기업만큼 충분한 급여와 복지를 해 주지 못해 직원들에게 미안해해 봤던 중소기업 경영자분들이 함께 의견을 내고 정책을 만들어 가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또 지금까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열심히 일해 온 다수의 보통 중소기업인들을 존중해 주는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얼마 전 정부가 주 4일 근무에 신입 사원 연봉이 4천만원인 중소기업을 좋은 일자리로 언론을 통해 소개하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소개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를 접하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한 번쯤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기업은 정당한 경제 활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그 결과로 세금과 고용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근본 목적이다. 기업의 사회 환원, 직원들의 복지 혜택 증진 등은 근본 목적이 달성된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한 가정에서 부모님이 열심히 일하여 번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을 기르는 것 자체로 우리는 그분들을 존경한다. 부모님이 번 돈으로 사회에 기부하지 않거나 가족들에게 부유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우리는 그분들을 존경하지 않거나 비난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기업이 근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루어 낸 성과에 대해 존경과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마지막으로 정부는 진정 중소기업과 함께 가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이 빠른 시간 내에 일시적으로 고용, 성장, 수출 등의 결과 지표를 좋게 하는 인기 위주의 단기 정책에 비중을 너무 많이 두면 정부의 의도를 오해할 수도 있다.한 예로 청년 취업, 신규 고용을 얼마 하면 얼마 지원해 주는 정책은 필요는 하지만 이것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은 신규 채용률과 실업률 감소라는 보여주기 위한 지표를 만드는 것에 더 치중하는 것처럼 비친다.기업의 고용은 결국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되고 투자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에 들어가게 되면 자연스러운 결과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중소기업 정책은 당장 효과가 나오지 않아 인기가 없더라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기업 환경 개선에 더 많은 투자와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0-01-28 13:09:25

이응규 EG 뮤지컬 컴퍼니 대표

[매일춘추] 선택과 책임은 제몫

좋은 대학에 들어가 음악동아리 활동을 권하던 고교 선생님의 말씀도, 딴따라를 업으로 삼으면 빌어먹고 산다는 친척 어른들의 말씀도, 소년의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수능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예체능으로 돌연 방향을 틀어버린 고집쟁이 시골 소년은 벼룩신문에 적힌 온갖 음악 학원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꿈을 향한 길을 모색한다."영화음악 안합미데~이. 우리 학원은 체르니 합미데~이."매주 월요일은 벼룩 신문이 재발행되어 길에 비치된다. 하굣길에 신문을 빼 들고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광고에 올라온 피아노 학원에 어김없이 전화를 걸어 보지만, '영화음악…' 이야기만 들리면 다들 대꾸도 없이 끊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매번 똑같은 전화를 받아 온 학원 선생님들도 귀찮을 만도 하겠지만 매주 발행되는 신문에 똑같은 광고가 주를 이룬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소년은 아랑곳없이 다음 학원으로 다이얼을 누른다."안 그래도 전화 기다렸어요. 학생."목소리에 낯이 익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 전화를 걸었을 때 소년의 꿈에 대해 귀 기울여 준 선생님인 듯하다. 그 친절한 피아노 학원 선생님은 영화음악을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을 찾았다며 소년에게 전화번호를 건넨다. '노력하니 되구먼.' 싶었을 거다."음. 뮤지컬이란 말이지~"그렇게 사부자기 시작된 첫 제자 - 스승의 인연도 벌써 몇 해가 흘렀다. 소년은 스승이 졸업한 음대 작곡과로 입학했다. 제대 후에도 스승을 따라 뮤지컬팀에 합류했다. 그토록 꿈꿔오던 영화음악 관련 일은 아니라도 뮤지컬 보조원으로 일하며 공연 분야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었다.이젠 버럭 호탕 치는 극장 감독님으로 인해 주눅 드는 일도, 집에 데려다준 배우가 손이 아닌 발을 사용해 무례하게 차 문을 닫는 일도, 사람들 앞에서 바보처럼 무시당하는 일들도 "그려~러니" 한번 속삭이면 자연 치유가 가능해질 만큼 짬밥을 먹었다. 더 정확히 말해 어깨너머로 뮤지컬 제작을 배운지 어느덧 3년이다. 더 정확히 말해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 더 정확히 말해,'소년, 홀로서기를 결심한다.'이듬해 인기상을 받으며 쾌거를 이룬 작품이 상업 뮤지컬로 거듭나기 위해 제작사와 한창 협의 중이다. 몇몇 인터뷰들이 지면에 실리면서 지역 연극 단체로부터 작곡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하고, 서울에 있는 대형 뮤지컬 회사의 음악팀으로 합류를 앞두고 있다. 준비해오던 차기 작품은 한국 뮤지컬 공모전에 시범 공연까지 선정되면서 드디어 25살 예술 인생 첫 황금기를 맞이하는 듯하다.소년 스스로 선택한 이 길에 막상 와보니 '쉽지 않겠다.' 싶었겠지만 '다시 돌아가기엔 가오 상한다.' 싶었을 거다. 홀로선 소년에게는 '이 약진이 참 다행이다." 싶었겠지만 내심 '나만큼 노력한 사람 없었을 거야.' 싶었을 거다.모르긴 몰라도, 자만심은 그때 오는 법이라 하더라.

2020-01-28 11:18:22

석재현 전 대구미래대학 사진영상미디어과 교수,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

[석재현의 사진,삶을 그리다] 간절한 기원이 영그는 곳

건강과 입시 그리고 취업까지 해마다 새해가 되면 간절한 기원의 마음들이 무르익는다. 우리 지역 대구에서 그런 기원의 마음이 쌓이고 쌓인 곳은 팔공산이 아닐까. 대학 시절, 팔공산에서 잠깐 굿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신이 인간에게 내리는 현장은 강렬한 경험으로 내 모든 세세한 감각들을 곤두세운 기억이 있다. 하늘을 향한 기도와 절절한 인간의 염원이 담긴 굿판은 고대 원시사회부터 이어져 내려온 한국의 문화적 유전자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올 3월 헝가리에서는 한국의 '굿'을 주제로 한 대형 사진전이 열린다. 이 전시를 기획하면서 상처가 많은 한국의 굿을 만났다. 그 옛날에는 지배층의 종교 때문에 서민의 종교로 밀려나기도 했고, 일제강점기에는 혹독한 탄압을 받기도 했다. 이런 핍박은 미신 타파를 중요 과제로 삼았던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까지 계속됐다. 상처만 안은 채 그 원형이 점점 사라져가는 한국의 '굿'에 주목한 이들이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다.사진가의 입장에서 볼 때 삶과 죽음, 희망과 좌절, 신과 무당과 인간의 기운이 극렬하게 피어나는 굿판은 완벽하게 매력적이다.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김수남, 김동희, 이한구, 안세홍, 이규철, 박찬호 등 6명의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함께한다. 총 1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일 이번 전시는 1970년대부터 2020년 현재까지 한국의 무속신앙을 연대기처럼 마주할 수 있다. 사실 굿 작업은 실로 오랜 시간의 '노력'과 '애정'이라는 묘약이 필요하다. 매서운 갯바람을 맞으며, 한겨울 산 정상에서 폭설과 마주하며 인류의 무형유산인 굿판의 속살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뭐랄까, 가장 마음이 내려앉는 작업은 고 김수남의 작업이다. 1980년대부터 한국을 누비며 굿판을 촬영해 온 김수남은 국내는 물론 시베리아에서 적도까지 샤머니즘의 흔적을 앵글에 담은 사진가다. 검푸른 바다에서 해풍과 파도에 맞서 삶을 개척하는 이들의 섬, 제주의 굿판을 담은 김수남의 작품들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틋함이 숨결처럼 스며들어 있다. 평생 굿판을 누비며 굿판에서 울고 웃던 그는 평소에 늘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현장에서 죽어야 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그는 태국에서 새해 축제를 취재하던 중 카메라를 든 채 세상을 떠났다. 하늘과 땅이 만나고, 신과 인간이 만나고, 삶과 죽음이 만나고, 그 모든 만남이 펼쳐지는 곳이 굿판이요, 무당들이 '굿'을 시작할 때, 한 편의 다큐멘터리는 시작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 개개인의 삶은 자신이 주인공인 한 편의 다큐멘터리와 같다. 간절한 기원을 비는 대상은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말이다. 세종실록을 보면 흰 쥐는 길하고 좋은 일이 생기는 상서로운 동물이라 하니, 경자년 새해에는 사람들의 간절한 기원이 하나쯤은 이뤄지는 해가 되길 바란다.

2020-01-27 18:00:00

백옥경 구미과학관 관장

[과학둘레] 존중의 법칙

친구들 중에 그런 친구가 있다. 차림새에서 돌봄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알고 보면 불우한 처지에 놓여 있는 놀림감이 되기 좋은 친구. 그럼에도 친구들로부터의 은근한 따돌림을 특유의 성격 좋음으로 넘길 줄 아는 결코 싫어할 수 없는 친구. 그런 친구도 버틸 수 있는 한계란 있다. 그것은 잠재해 있던 집단의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와 그에게로 향하는 때일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감정의 펀치 백 역할을 하던 한 소년은 어느 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로부터 친구들이 그룹에서 그를 제외하기로 했다는 잔인한 통보를 받게 된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눈물방울을 매단 채 입술만 달싹이던 그는 말없이 그들을 떠난다.수십 년 전 읽은 책을 넘기다 접혀 있는 페이지를 발견하고 다시 읽어 본 글의 내용이다. 그것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보거나 들어봤을 법한 흔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또다시 가슴속에서 공명하는 이유는 살아가며 만나는 불우한 처지의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년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는 글쓴이의 감성이 전해져서다. 우리는 살면서 누구라도 어디서건 또 다른 모습의 그 아이였을 수 있고, 그에게 상처를 준 친구들 중 한 명이거나, 때론 그 장면을 방관하고 있던 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어느 누구도 남들이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존중받지 못하거나 상대를 존중하지 않을 권리는 없다. 오래된 책 속의 글은 다시금 양심의 호수를 툭 건드려 작은 파문 하나를 일으키는 느낌이었다.존중이란 단어는 존경이란 말과 비슷한 어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존경은 상대의 인격, 사상, 행위 등을 받들어 공경함을 의미하는 데 반해 존중은 그것과 크게 상관없이 상대를 높여 귀중하게 대함을 뜻한다. 다시 말해 존중은 내가 타인에게서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를 대우하는 마음 자세를 뜻할 것이다. 존경이 일방적일 수 있는 데 반해 존중은 상호적이다. 상대를 존중해야 자신도 존중받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 자신도 존중받지 못한다.우리는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하고 며칠 전 일을 기억해내고 해결책을 고민하다 빨간불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는다. 이러한 일들이 가능한 것은 우리의 뇌가 뉴런이라는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통해 외부와 내부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가지와 뿌리가 드러난 나무처럼 생긴 뉴런의 신호 전달 역할은 그것을 둘러싼 세포막에서 출발한다. 뉴런은 세포막을 경계로 전기를 띤 원자, 즉 이온의 불균등한 분포를 갖는다. 이것으로 세포 안쪽은 전기적으로 음의 상태, 바깥쪽은 양의 상태가 된다. 이것은 생명 활동을 위해 필요 불가결한 조건이다. 이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세포막에 있는 나트륨-칼륨 펌프라는 것이다. 펌프는 세포막에서 문지기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세포 안팎을 경계로 전위차가 음에서 양으로 유지되도록 한다. 그런데 뉴런이 자극을 받으면 닫혀 있던 세포막의 이온 통로가 열리면서 이온이 확산되고 이온의 불균형이 깨진다. 통로는 바로 닫히지만 이것이 옆에 늘어선 이온 통로를 차례로 자극해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온의 불균형이 깨지면 세포가 활성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도 펌프다. 펌프는 나트륨 양이온 세 개를 내보내고 칼륨 양이온 두 개를 들여보내는 식으로 세포의 음 전위를 회복한다. 이것으로 다시 우리는 산책을 하며 꽃향기를 맡다가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도 뒤에서 자전거가 달려오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긴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냥 대충 반응하는 것 같던 우리 몸속에 이렇게 정밀한 장치가 들어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몸 안에 과학 한 채를 안고 사는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존중받을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왕따와 갑질 같은 단어들은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 나온 신조어다. 그러한 현상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진 않았지만 최근 들어 그 양상이 심각해지고 사회 전체로 퍼져가고 있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존중받길 원하는 심리 상태는 내부와 외부 간에 적당한 주고받기를 통해 인간의 존엄을 지켜나가는 세포의 생명 법칙에도 어긋나는 일인 듯싶다.

2020-01-27 18:00:00

영천시장내 돔배기

[세월의 흔적]<58>비린내 없어 제사 음식에 제격…돔배기

'제사상에 돔배기가 빠지면 제사를 못 지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중요한 제수품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포항․경주․영천 그리고 안동을 비롯한 북부지역에서는 명절이나 제사 때 빼놓지 않고 제사상에 올리는 중요한 제수가 바로 돔배기다. 전국의 상어고기 판매량 가운데 90퍼센트 이상이 이들 지역에서 소비되고 있다. 시장에서 주로 판매되는 상어고기는 청새라상어․귀상어․백상아리․청상아리 등이다.'돔배기'라는 이름은 어떻게 해서 붙여졌을까. 상어고기를 '돔박 돔박 네모나게 토막'을 내었다. 그리고 '포개다'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인 '동개다'라는 의미와 '동개 주면 부자가 된다'는 뜻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토막 낸 상어고기에 소금 간을 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인류는 돔배기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하였을까. 그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2015년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상어, 그리고 돔배기'라는 주제로 열렸던 전시 자료를 살펴보았다. 전국 각지 40여 곳의 유적에서 출토된 상어 뼈․이빨․가시 등이 한자리에 전시되었다. 바닷고기인 상어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살펴보는 의미 있는 전시회였다.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처음 먹기 시작하였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도 상어가 새겨져 있다. 삼국시대 고분 가운데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 먹으라는 의미로 귀한 상어고기를 바쳤다. 특히 경산의 임당동 고분에서 가장 많은 상어 뼈가 출토되었다. 또한 상어를 약으로 복용하였고, 가죽을 이용해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였다.'돔배기 하면 영천장이요, 영천장 하면 돔배기'라 하였다. 그 같은 말이 생기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이렇다. 상어는 동해의 먼 바다에서 잡히는 귀한 어종이다. 그 고기를 상하지 않도록 해서 경상도 북부지역까지 운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이야 고속도로가 개설되었고, 냉동 차량도 개발되어서 빠르게 운송할 수 있다. 하지만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직접 운반하는 수단밖에 없었다.냉동시설이 없던 시절이라서 중간쯤에 있는 교통의 요충지 영천에서 소금으로 손질을 하였다. 먼저 적당한 크기로 토막을 내어 포를 뜨고 소금을 뿌려 간간하게 염장하였다. 먼 곳 사람들은 영천장에 와서 염장한 고기 즉 돔배기를 사갔다. 당시 영천장은 5일장이 열리던 전통시장이었는데, 영남지방 3대 전통시장 가운데 한 곳이었다. 지금은 상설시장으로 발돋움하여 농수산물을 비롯한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주변 지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해서 성시를 이루고 있다.돔배기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 귀한 고기다. 그로 해서 제사상에 오르게 되었는데, 꼬챙이에 꿰어서 산적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장만한다. 그리고 육질이 담백하고 부드러우며, 특유의 감칠맛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런가 하면 인체의 간이며 폐 기능을 보하는 효능이 있을 뿐 아니라, 피부질환이나 눈병 치유에도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20-01-27 18:00:00

[최진석의 새 말, 새 몸짓] 혁신은 상승 운동이다

2020년, 새해가 밝았다. 보통은 새해를 '새로운 해'나 '새로워진 해'라고 이해하지만, 난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고 본다. '새로운'이나 '새로워 진'은 상태를 형용하는 것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명사를 사는 것이 아니다. 삶 자체는 동사다. 모든 존재가 동사적 형태의 특별한 양태일 뿐이다. 돌도 집도 나무도 해까지도 모두 다 사실은 동사다. 삶은 명사적 상태로 정지하려는 것을 동사화 하는 노력이라고 해도 된다. 그래서 나는 '새해'를 '새롭게 하는 해'로 받아들인다. 새로운 상태를 소유하는 것보다 새롭게 하는 동적 활동이 삶의 진실일 것이다. 새롭게 하려는 노력이 없이 느끼는 '새로움'은 다 허구다. 허구를 피하고 진실에 참여하자. 리더는 보통 사람들보다 진실의 양을 크게 가져야 할 뿐 아니라 진실의 폐활량이 더 커야 한다. 리더의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이런 요구는 더 크고 강해진다. 중국의 고대 은나라 탕왕이 그랬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이 매일 사용하는 세숫대야에다 진실의 폐활량을 키우거나, 최소한 줄어들지 않게 할 요량으로 각성제를 새겨 넣었다. "대학"에서는 그것을 이렇게 전한다. "일신일일신우일신"(日新日日新又日新) 인간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새로워진다는 것이다.삶이란 새롭게 하는 일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우선 자신에게 각성시키려 애쓰는 통치자의 면모가 보인다. 수준이 높은 통치자의 자세다. 최고의 위치는 최소한 이 정도가 되는 사람이 차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각성제는 찾지 않고 하나의 의견만을 붙잡고 멈춰선 채 고집스럽기만 하면 세상이 엉망진창이 된다. 새로워지려는 노력에 부가한 자신만의 진실의 양, 이것이 공적 자리의 높낮이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여기서 나는 '진실'이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쓰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내가 이 단어를 이리 자주 쓰는 데에 이유가 없지 않다. 이 정도의 각성제는 진실의 양이 얼마인가로 약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는 탕왕이 세숫대야에 이 문장을 기록하면서 실제로 '진실'이라는 글자를 가장 앞에다 새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로 '구'(苟)라는 글자다. '진실로'를 의미한다. 그래서 이 문장은 이렇게 완성된다."구일신일일신우일신"(苟日新日日新又日新) "진실로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새로워지는 일에는 거짓이 없이 착실하고 철저해야 한다는 뜻이다. 왜 이렇게 새로워지는 일에 진실해야 할까? 새로워지는 일이 생명 현상이고, 그 생명 현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쪼그라들거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하는 일이 '혁신'(革新)이다. 자기를 가두고 있는 가죽이나 껍질을 벗고 새로워진다는 뜻이다. 이것이 생명 현상인 한에 있어서 새롭게 하는 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이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탕왕이 세숫대야에 새긴 '진실로'(苟)의 의미이다. 당연히 '혁신'은 어느 단계에서 수행해야 하는 하나의 과업이 아니다.그런 과업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유기체적 조건 같은 것이다. 혁신은 생명을 가진 유기체나 조직이 움직이는 생명 활동이지, 생명 활동과 달리 따로 하는 특수한 과업이 아니다. 니체는 뱀을 들어 이 점을 알려준다. "허물을 벗을 수 없는 뱀은 파멸한다. 의견을 바꾸는 것을 방해받는 정신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정신이기를 그친다." 뱀은 일 년에 한두 번 허물을 벗으며 생명 활동을 한다.그러나 뱀이 가시에 찔리거나 해서 상처를 입고 거기에 염증이라도 생기면 허물을 벗을 수 없게 되는데, 이런 뱀은 바로 다음 해에 죽는다. 껍질을 벗을 수 없게 되면 죽는 것이다. 구태의연한 생각에 갇혀서 사고와 의식의 신진대사가 멈춘 것을 니체는 '의견을 바꾸는 것을 방해 받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생명 활동을 활발히 하는 정신으로서는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그렇다면, 정신력은 분명히 사유의 활발한 신진대사 능력을 말함에 다름 아니다. 사고의 신진대사가 막혀 있을 때, 그것을 과격하게 뚫어서 다시 생명력을 복원시키는 일이 혁명이다. 사고의 신진대사가 막힌 상태 안에 갇힌 채 이리저리 수선만 피우는 일은 혁명이라 불리지 못하고 겨우 반항으로 취급될 뿐이다. 답답한 껍질을 벗어던져 새로운 생명 현상을 출현시키면 혁명이고, 답답한 껍질은 벗지 못하고 그 안에서 무엇인가 소란만 피우면 반항이다. 혁명은 새로운 생명력을 주지만, 반항은 구태의연한 생명력으로 죽음의 시간을 아주 조금 연장시킬 뿐이다. 혁명은 진실의 언어가 채우지만, 반항에는 거짓말이 난무한다.모든 생명 현상에 혁신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동물과 인간의 혁신 사이에는 큰 차이가 크다. 동물의 혁신은 반복하는 혁신이다. 할아버지 뱀이 허물을 벗듯이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방법으로 아버지 뱀도 허물을 벗는다. 아버지 뱀이 하던 그대로 아들 뱀이 허물을 벗는다. 손자도 다르지 않다. 같은 것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동물의 혁신에 혁신이라는 간판을 달아주기는 매우 아깝다.인간의 혁신은 상승하는 운동이다. 더 나아지는 것이다. 인간의 문명적이고 의도적이며 인위적인 혁신이 혁신이다. 정부수립(건국)의 단계에서 산업화 단계로 상승하고, 산업화 단계에서 민주화 단계로 상승하는 것이 혁신이었다. 정부수립(건국)의 단계를 맴돌거나 산업화를 맴돌거나 민주화를 맴도는 일은 혁신이 아니다. 혁신할 실력이 안 돼서 껍질을 벗지 못하면 맴돌게 된다. 덧셈과 뺄셈을 할 줄 아는 학생이 다양한 형태의 덧셈과 뺄셈만 하고 있으면, 덧셈과 뺄셈의 껍질 안에서 맴도는 것이다.이 학생이 곱셈과 나눗셈을 할 줄 알게 되는 것이 혁신이다. 덧셈과 뺄셈을 하던 학생이 방정식을 풀 줄 알게 되어야 혁신이 지속되는 것이며, 방정식을 풀 줄 알게 되었다고 또 이런저런 방정식 안에서 맴돌면 혁신이 멈춘 것이다. 방정식을 넘어 기하학의 세계로 진입하면 또 이것을 혁신이라 한다. 우리는 덧셈과 뺄셈을 넘어 나눗셈과 곱셈을 거쳐 방정식을 지나 기하학까지 부단히 상승해야 한다. 이것이 자연스런 혁신적 생명활동이다. "일신일일신우일신"(日新日日新又日新)이 진실로[苟] 진행되는 모습이다. 부단 혁신만이 혁신이다. 혁신이 생명활동이기 때문이다. 탕왕은 새로워져야 한다는 뼈대만 말했지만, 니체는 탕왕보다 조금 더 친절하게 살도 붙여 말해준다. 좀 더 구체적인 언급이 있어서 내용과 방향을 가늠하기가 더 쉽다. 니체는 뱀의 생명 활동을 껍질을 벗는 것으로 말하면서 바로 '의견을 바꾸는 것'과 연결시켰다. 또 '의견을 바꾸는 것'을 정신 활동의 근본으로 본다. 정신이라면 최소한 정해진 곳에 붙박이처럼 멈춰있지 않다.이미 있는 지식이나 이론을 그대로 먹어서 누가 요구할 때 원래 모습 그대로 뱉어내는 일인 대답은 정신 활동의 근본에 닿지 못한다. 껍질을 벗는 일이 아니라 정해진 껍질 안에 머무는 일이다.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무장하여 지금 아는 것, 지금 멈춰 있는 곳의 '다음'으로 이동하려는 욕망인 질문이 정신의 근본을 구현한다. 질문에는 부단히 껍질을 벗으려는 욕망이 작동한다.대답에 익숙하도록 훈련된 사람들은 혁신에 쉽게 나서지 못한다. 질문에 익숙하도록 훈련된 사람들만 혁신에 훨씬 부담을 덜 느낀다. 질문 자체가 혁신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긴 시간동안 질문보다는 대답에 익숙하도록 훈련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을 해야 할 때 혁신을 주저하며 제자리를 맴돈다. 혁명을 해야 할 때 혁명 대신에 반항만 하면서 그것을 혁명이라고 포장하며 제 자리를 맴돈다.지적 훈련을 대답으로만 하다 보니, '의견을 바꾸는 일'보다는 한 번 가진 의견을 지키는 것이 더 편하다. 그래서 대답에 익숙하도록 훈련된 인재들은 과거를 살지 미래를 살지 못하는 것이다. 혁신이 바로 미래를 사는 연습에 다름 아니다. 사실 우리의 현실은 혁신보다는 제자리를 맴도는 일을 하느라 멈춰선지 이미 오래다. 새롭게 하는 일이 멈추면, 생명 활동이 멈추고 생명력이 고갈된다. 비효율이 쌓이는 것이다. 비효율의 두께가 효율의 두께를 넘어서면서 국가든 생명유기체든 늙고 병들고 죽어간다. 낡은 사고의 껍질에 갇혀 있는 정신은 의견을 바꾸는 것을 방해받고 정신이기를 포기하며 파멸한다는 니체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 인간의 혁신을 동물의 그것과 달리 상승하는 운동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지금 혁신은 무엇이어야 할까? 산업화의 단계에서 혁신에 성공하여 도달한 곳이 민주화인데, 민주화에 도달한 이래로 여태 민주화를 맴돌고 있다. 혁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가 단단한 껍질로 변질된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최소한이나마 '의견을 바꾸는 것을 강요받지 않는' 활동 능력을 가진 정신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역할이다. 더 이상 민주화 시대에 젖은 굳은 의견을 바꾸는 일에 주저하면 안 된다.혁신의 정신을 차리지 않고 껍질에 갇혀 시간을 보내면 그대로 죽는다. 늦었지만, 민주화 다음을 도모해야 한다. 선진화의 길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것이 혁신이다. 뱀보다는 높은 수준의 인간적인 혁신인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전혀 새로운 문명이 기존의 모든 구조를 뒤틀며 새로운 틀을 짜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이렇게 판이 뒤틀릴 때 상승하는 혁신에 성공한 나라는 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지위에 올라서고, 그렇지 못하면 종속적 지위에 머무른다. 선진화를 향한 혁신다운 혁신을 도모하는 혁신적 도전 이외에 더 큰 일은 없다. 반항을 혁신이나 혁명으로 착각하지 않는 일부터 시작하자. 새해가 밝지 않았는가. 헌 말 헌 몸짓을 벗고 새말 새 몸짓으로 상승하자. 최진석(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건명원 초대원장) ifston@daum.net

2020-01-27 17:57:32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글에도 그릇이 있다.

대구시의회에서 광고 의뢰가 들어왔다.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그 표현이 잘 안 된다는 것이었다. 모든 광고주가 그렇듯 브랜드의 문제점을 자신들이 잘 알고 있다. 특히 경상도 사람들은 표현에 약하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잘 표현하지 않는다. 닭살 돋는다는 핑계로 말이다. 여기에서 광고인의 역할이 시작된다. 그 마음을 낭만적으로 표현해주는 것, 같은 한국말이어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꿔주는 것에서 우리의 일은 시작된다.사설 기관과는 다른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사실 공무원들과의 작업은 재미있는 동시에 힘든 경험도 많았다. 늘 바꿔야 하는 광고인의 입장과 바꾸면 힘든 시스템인 공무 기관의 싸움이었다. 그 속에서 큰 희열을 느낀 적도 많았다. '내가 공무원을 설득시켰어!'라고. 하지만 나쁜 버릇이 생겼었던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공무원들과 일할수록 그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을 너무 잘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이 문제였다. 고객(의회)의 고객(시민). 즉, 시민들의 마음을 만질 생각을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공무원 마음에 드는 광고를 할까 고민하던 때도 있었다. 나중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민의 혈세로 만드는 광고인데 내가 왜 공무원 비위만 생각하고 있나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소비자(시민)가 보였다. 그렇게 되니 공무원이 좋아하면서도 시민도 좋아할 만한 메시지를 찾게 되었다. 작업 노트에 공무원이라는 큰 동그라미와 시민이라는 큰 동그라미를 겹치게 그렸다. 그리고 교집합된 부분의 메시지를 찾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렇게 찾은 메시지가 '시민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겠습니다'라는 문장이었다. 보통 시청이나 의회의 광고를 보면 지키지 못할 달콤한 말만 하는 경우가 많다. '시민의 삶을 바꾸겠다. 시민이 행복한 사회로 만들겠다'가 바로 그런 광고다. 그러나 모두에게 어필하려는 메시지는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건 역시 예산 낭비이다. 작은 약속이라도 지킬 수 있는 말을 해야 팔린다고 생각했다. 카피를 쓰고 어떤 그릇에 담으면 좋을지 고민했다. 큰 고통 없이 답이 보였다. 시민이 아주 작은 말을 하더라도 크게 듣겠다는 것을 표현하면 되었다. 즉, 문장의 시작은 아주 작게 쓰고 점점 글이 커지는 디자인을 한 것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누군가 오디오 볼륨을 높인 것처럼 점점 글이 커지는 모습이었다. 사실 '시민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라는 워딩은 굉장히 식상할 수 있다. 누가 봐도 시청이나 의회에서 할 법한 말이다. 하지만 모든 글에는 그에 맞는 그릇이 있는 만큼 그릇을 잘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렇게 글에 꼭 맞는 그릇을 찾으니 단순한 글이 소비되기 시작했다.글쓰기는 정말 고통스럽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돈을 받고 글을 파는 필자의 경우 더욱 그렇다. 아이디어 발표일까지 글이 나오지 않으면 상당히 괴롭다. 그렇다 보니 재능이 없는 사람도 잘 쓴 것처럼 보이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었다. 말을 담는 그릇의 발견은 그 고통의 산물이었다. '어떻게 하면 소비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같은 글이어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보일까?'라는 질문의 결과였다. 귀한 손님에게 주는 음식을 못난 그릇에 담는 때는 없다. 음식 맛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예쁜 그릇으로 만회하려 한다. 세상을 상대로 마케팅을 할 때 끝까지 고민해봐야 한다.글은 물고기와 같다. 물에서 건져 그릇에 두면 어떤 그릇은 담아내지 못하고 물고기가 떠나버린다. 어떤 그릇은 신선한 물고기를 잘 가두어 놓는다. 좋은 카피를 썼더라도 고민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 카피의 향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그릇(디자인)을 꼭 찾아야 한다.

2020-01-27 16:35:02

손태룡 대구문화재단 이사

[기고] 이철우 콘서트하우스 관장에게 바란다

최근 새로운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이 선임되었다. 신임 이철우 관장은 외유내강의 작곡가이다. 작곡가는 건축가이기도 하다. 건물을 지을 때 건축에 대해 설계를 하듯이, 작곡가는 곡을 창작할 때 음과 음, 음과 쉼, 쉼과 음, 쉼과 쉼 등의 연결 관계를 고려한다. 그러므로 건축가가 기둥을 세울 때와 같이 작곡가는 악절이라는 형식의 뼈대를 마련한다. 모든 건축가가 훌륭한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듯, 모든 작곡가가 좋은 악곡만을 창작하지는 않는다.작곡가 이철우는 음악 분야에 많은 악곡을 창작하여 국내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곡에서부터 오페라까지 전 분야의 악곡을 창작한 경험이 있다. 특히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여성독립운동가 김락의 삶을 다룬 (권오단 대본) 창작오페라를 작곡하여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초청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또한 2018년 11월 15~17일 러시아 우파시에서 열린 국제현대음악제에 공식 초청되어 대구시립교향악단에 의해 최초로 선보였던 발레음악 '아사달과 아사녀'(우파국립교향악단)를 발표하여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더욱이 학술대회에서는 그의 음악적 사고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예술문화연구소(소장 전정임)에서 주최한 발표회에서의 '한국적인 창작오페라 작곡을 위한 고민과 시도', 대구음악 발전을 위한 한국음악문헌학회(고문 손태룡)의 음악문헌학(제10집) 학술지에서의 '공연예술문화도시로서의 대구의 미래' 등의 발표를 꼽을 수 있다. 우리 지역 음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지향하는 그의 생각에서 앞으로 대구콘서트하우스의 발전적인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앞으로 대구콘서트하우스의 순수 음악적 발전을 위하여 몇 가지 당부 및 부탁을 하고자 한다. 이러한 필자의 조언은 대구는 역사적으로 문화도시이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악창의도시로서 계속 발전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대구콘서트하우스는 순수 클래식 음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이 때문에 순수예술의 이상을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기고, 배우고, 배출하는 공간으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여러 가지 기대를 적어본다.대구콘서트하우스는 첫째,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허브 역할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둘째, 공연장의 시설이 국제 수준에 다다라야 한다. 셋째,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의 글로벌적 위상 정립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 넷째, 대구 지역의 작품 공연을 정착시키는 작업이 포럼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솔라시안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더 활성화하면서 청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정착시켜야 한다. 여섯째,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를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교류의 방식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 일곱째, 실내악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구체적인 계획과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여덟째, 비수기의 공연장 활성도를 높여야 한다. 아홉째, 예산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연구와 실행이 필요하다. 열째, 모든 구성원들이 주인 의식과 사명감을 지니고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공유해야 한다는 신임 관장의 의견과 그 맥을 함께한다.

2020-01-27 15:13:27

윤봉준 뉴욕주립대(빙햄턴) 경제학과 교수

[세계의 창] 왜 고전음악의 거장은 독일인 일색인가? - 윤봉준 교수

300여 소국으로 나누어진 중세 독일소국 군주들 권위 높이려 음악 지원공연장 재원은 카지노 만들어 충당겸영 금지로 고전음악 황금기 끝나겨울에는 음악과 친해진다. 연말에는 크리스마스캐럴이나 올드 랭 사인 등 송년음악을 듣고, 추위를 피해 실내에서 지내면 무료를 피하기 위해서 음악을 찾는다. 애호하던 고전음악을 들으면 생각나는 것이 옛날 한국의 음악다방이다.특히 인상에 남는 것은 1970년 겨울, 친구 따라 가 본 대구의 '하이마트' 고전음악감상실이다. 부산의 향촌이나 서울의 르네상스보다 한 클래스 위였다. 단순하나 격조 높은 도리아풍의 장식으로 고향(Heimat)에 돌아온 독일인이 되는 분위기였다. 홍차 한 잔을 사면 성능 좋은 스피커로 LP판의 고전음악을 무제한 들을 수 있었다.왕년의 유명 음악다방이 대부분 없어졌다고 들었다. CD, MP3의 보급 때문이다. 하지만 고전음악 자체는 애호가들이 건재한다. 고전음악 작곡의 거장들을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독일인 일색이라는 것이다. 모차르트와 하이든과 같은 오스트리아 출신도 있지만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멘델스존, 슈만 등 대부분이 독일 사람이다. 이들이 살았던 18, 19세기의 경제·군사 대국은 영국이었지만 영국의 유명 작곡가는 찾기 힘들다. 헨델 정도가 아닐까? 그 헨델도 원래 독일 사람으로 함부르크에서 작곡 생활을 하다 영국으로 옮긴 귀화인이었다.거작 오페라는 작곡가가 로시니, 벨리니, 도니제티, 비발디, 베르디, 푸치니 등 대부분 이태리인이다. 지금도 세계 최고의 오페라하우스는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La Scala)과 나폴리의 산 칼로 극장(Teatro di San Carlo)으로 이태리에 있다. 왜 고전음악의 거장은 독일이나 이태리에서 나왔을까?19세기 말까지 독일은 통일 국가를 이루지 못했다. 1871년 비스마르크의 지도에 의해 통일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독일은 300여 개에 달하는 독립 소국들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태리 역시 수많은 도시국가들로 분리되어 있었고, 1870년 들어 16개 소국을 통일하여 국민국가가 되었다.중세 독일과 이태리의 여러 소국 군주들은 권위를 보여주기 위해 각각 음악당을 짓고 음악산업을 지원하였다. 예컨대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1708~1717년 작스-바이마르 공국(Saxe-Weimar 공국)의 궁정 오르간 연주자였다. 음악 인재의 영입과 양성에 각국이 경쟁을 한 결과로 고전음악의 출중한 작곡가들이 18, 19세기에 대거 출현하게 된 것이다.당시 고전음악의 소비자는 일상의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운 유한계급, 귀족이었다. 단단하지만 제한된 이들 음악 소비층의 관람료로는 음악당 운영이 힘들었다. 정부나 개인의 후원금으로도 부족하여 공연장 지하에 카지노를 설치하여 도박 수입으로 재정 부족을 메울 수 있었다. 지금의 영화관에서 팝콘과 드링크를 팔듯 다품종 서비스 제공이라는 일종의 경영혁신이었다. 심포니나 오페라 관람이 지루하더라도 도박하는 재미가 있었다. 고전음악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공연장을 찾게 만들었던 것이다.이후 카지노 겸영이 금지되면서 유럽의 고전음악당이나 오페라하우스는 재정 악화로 인해 정부 지원에 의존하게 되었다. 현재의 영화관에 고유 업종 칸막이 원칙을 내세워 팝콘과 음료수 판매를 못 하게 한다면 고전음악당처럼 수익 악화를 겪게 될 것이다. 또 언론매체에 구독료 수입만 허용하고 광고를 금지한다면 국영방송을 제외한 민간의 신문사, TV, 라디오, 유튜버들의 폐업이 이어질 것이다.카지노 겸영 금지령을 내린 이유는 순수 음악팬들의 요구보다는 카지노 전문업체의 정치 로비가 아니었을까?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번창하고 있는 자가용 공유 서비스 '우버'가 한국에서 철수했으며, 렌터카 호출 서비스 '타다'도 반대가 심하다고 들었다. 택시업자를 위해 공유승차를 제한하는 것은 마차(馬車)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차 사용을 금지하는 격이다. 기존의 공급자를 보호하다 보면 자동차에서 마차로, 컴퓨터에서 타자기 시대로 퇴행한다. 경제 규제는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의 이해 증진을 위해 만들어질 때 사회가 풍요로워진다.소수 이익단체를 위해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는 어느 산업에서든 다수 소비자가 희생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제 오페라하우스나 교향악단은 공연료 등의 자체 수익으로는 대부분 운영이 어렵게 되었다. 카지노 겸영 금지로 고전음악의 황금기가 사라진 것이 아쉽다.

2020-01-27 14:48:35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매일춘추] 12만달러 바나나의 가치

지난 12월에 열린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 있었다. 미술계의 반항아로 불리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메디언'이라는 작품이 12만달러, 우리 돈으로 1억 4천만원에 낙찰되었다. 12만달러의 가치를 지닌 미술품은 과연 어떠할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작품은 액자도 없이 벽면에 닥트 테이프로 떡하니 붙여진 달랑 바나나 한 개였다.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일반적인 바나나는 '코메디언'이라는 작품명으로, 세계 무역을 상징하고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며 고전적인 유머장치를 상징한다고 갤러리 관계자는 말한다.이렇게 비싼 바나나 작품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다. 행위 예술가인 데이비드 다투나가 관람객들 사이에서 천연덕스럽게 벽으로 다가가 관중들 앞에서 테이프를 떼어내고는 꿀꺽!! 바나나를 먹어버린 것이다. 12만달러가 관람객들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바나나를 먹은 이유에 대해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배가 고팠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내가 먹은 것은 물리적으로는 바나나였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예술의 콘셉트이다"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이후 갤러리에서는 새로운 바나나를 붙여놓았고, 사건 이후 갤러리 관람객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바나나 하나의 가치가 12만달러로 매겨지고, 12만달러의 바나나를 먹는 행위를 예술로 평가하며, 바나나를 먹어버린 행위에 무덤덤한 갤러리의 반응 등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화제를 몰고 온 사건이었다.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과 가치 기준을 가지고 있기에 예술작품을 대하는 취향과 방식도 다르기 마련이다. 더구나 시대나 상황에 따라서도 가치가 변하기 때문에 예술작품을 평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해진 기준도 없고, 감상자와 비평가들의 의견도 다양한 예술작품의 가치는 어떻게 매겨질까? 멜빈 레이더와 버트럼 제섭은 미술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아름다움, 독창성, 형식적 통합, 그리고 기억할 만한 경험'의 네 가지로 제시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창성이다. 동일한 사물, 현상 등에 대해서도 작가의 상상력에 따라 독창적인 새로운 예술작품이 탄생한다.우리는 예술작품에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작품에 대한 작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즐거움을 느끼고 영감을 받기도 한다. 예술작품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감성을 말랑말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생각의 영역을 확장시켜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예술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각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매겨질 것이다.12만달러 바나나의 가치도 작품의 가치를 매기는 데 있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예술은 어렵다고 생각되지만 나만의 기준을 정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예술을 마음껏 즐기면 되는 것이다.괴테는 이렇게 말한다.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고, 우리의 영혼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라고.

2020-01-27 14:10:37

김형준 명지대 교수

[춘추칼럼] 총선의 본질은 정권 심판이다

야당 심판 여론 도취 위기 자초 여당연일 정권 심판 매 버는 행위 일삼아꼼꼼히 따져 후회 없는 소중한 한 표이제 유권자의 시간 다가오고 있다총선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례적으로 정권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높게 나왔다. 하지만 총선의 본질적 속성은 정권 심판론이다. 대통령 임기의 중반기에 치러진다는 점에서는 정권의 중간 평가 성격도 갖는다. 국민은 정부의 정책성과 도덕성, 그리고 책임성을 토대로 잘했으면 지지하고 못했으면 응징하는 회고적 투표를 한다.1988년 이후 여덟 차례 총선 동안 집권당이 단독 과반 승리를 한 것이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실시된 2004년 총선 때 열린우리당(152석), 새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153석), 대선이 있는 해에 치러진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152석)이 각각 과반 승리했다.2016년 총선에선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되어 새누리당은 압승을 기대했지만 제2당(122석)으로 전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깊숙이 개입하면서 촉발된 막장 공천 파동 때문에 완패했다.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준 선거였다.최근 정부 여당이 허황된 '야권 심판론'에 도취되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 대학살과 검찰 직제 개편 추진',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 청와대 정무수석의 '부동산 매매 허가제 도입 주장', 신임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조국 무혐의 의견 개진',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의 지역구 세습 논란 등 연일 악재가 터져 나왔다. 이런 와중에 진보 성향 검사가 최근 단행한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두고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공개 비판했다. 한때 진보 논객이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공직에 적합한 사람인지 근본적 회의가 든다"고 날을 세웠다. 이런 정부 여당의 악재와 비판이 쌓이면 정권 심판론은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다.최근 정부 여당을 향한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 리얼미터·tbs의 1월 셋째 주 조사(13~15일)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5.1%인 반면, 부정 평가는 51.2%였다. 같은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절반을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 3주 차(50.8%) 이후 8주 만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민심의 풍향계라고 할 수 있는 중도층에서 긍정 평가가 40%대 초반으로 하락(42.2%)한 반면, 부정 평가는 50%대 중반(55.2%)을 상회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7.0%, 자유한국당은 32.4%를 각각 기록했다. 두 정당 간의 지지율 격차가 4.6%포인트로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다. 더구나 한국당과 새보수당 지지도(5.3%) 합이 37.7%로 민주당보다 높게 나왔다. 중도 진보가 이탈하고 정통 보수가 결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이런 민심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당과 새보수당 간의 합당 논의가 본격화되고,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 중도 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정치 복귀를 선언했다. 이들 중도·보수 세력의 공통점은 여권 독주 저지다. 이제 유권자의 선택 시간이 다가온다. 문 대통령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인지 아니면 '열혈 지지층만의 대통령'인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인지 아니면 '외골수 오기를 부리는 대통령'인지,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인사를 했는지" 아니면 '캠코더(문재인 캠프·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낙하산 인사에 치중했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서 심판할 것이다. 또한 '소득주도 성장'을 했는지 아니면 '소득주도 빈곤'을 가져왔는지, 검찰 개혁을 한 것인지 아니면 검찰 장악을 한 것인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에 질질 끌려다닌 것인지를 놓고 심사숙고해 후회 없는 선택을 할 것이다.만약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청와대 참모 출신을 대거 영입해 문 대통령 친위 체제 구축에 앞장선다면 스스로 정권 심판론의 매를 버는 것이다. 단언컨대, 보수 통합이 되면 총선 판도가 야권 심판론에서 정권 심판론으로 급전환될 것이다. 그래서 선거는 청와대가 아니라 민주당이 주도권을 갖고 치러야 한다.

2020-01-23 15:49:04

김종협 (사)팔공산문화포럼 이사

[기고] 새로운 징비록 청탁 소

조선조의 명재상이던 류성룡은 관직에서 퇴임하고 낙향하여 국보 제132호로 지정된 징비록(懲毖錄)을 썼다. 징비록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격렬하고 피해가 컸던 임진왜란 7년 전쟁을 회고하고 반성하여 다시는 이 같은 낭패스런 참화가 없도록 조심하고 대비하자는 데 큰 뜻이 담겨있는 책이다.류성룡은 징비록에서 "나같이 불초한 사람이…지난날을 생각해보니 황송하고 부끄러워…용납할 수가 없다. 한가한 틈을 타서 내가 보고 듣고 한 임진(1592)년으로부터 무술(1598)년에 이르기까지의 일을 대강 기록하였다. 비록 보잘 것 없는 것이나 모두 당시의 사적이므로 버릴 수 없으며…이로써 내가 전원에 있으면서도 나라에 충성하고자 하는 뜻을 표시하기로 하고, 또한 어리석은 내가 나라에 보답하지 못한 죄를 나타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진실로 국정의 중요 책임자로서 능력의 한계와 직무수행 중의 잘못을 통감하고 나라와 백성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징비록을 썼다고 본다.봉건시대에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영의정 벼슬에 있던 사람이 고향에서 근신하면서 재임 중 수행한 국정의 주요 사항에 대해 사실을 기록하고, 과오를 자성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음은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징비록을 통해 국민의 공복으로 막중한 권한과 책무를 부여받은 고위 공직자들은 재임 중은 물론 퇴임 뒤에도 올바른 처신과 진중한 언행으로 국민 신뢰를 두텁게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야 할 것이다.봉건시대의 역사는 흘러간 과거사라 하더라도, 우리가 혼을 쏟고 피땀 흘려 열어온 격동의 현대사를 더듬어 보면, 지도자로 받들었던 많은 고위 공직자들의 처신과 언행에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다. 피아(彼我)를 따지는 진영논리나 국론분열상을 지켜보면, 정부의 고위직에 있던 사람들이 과욕을 추구하는 모습은 마음을 무겁게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공동체에 혼돈을 더하게 하고 있어서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특히 대한민국의 불행이 된 탄핵정국에서 정부를 통괄하던 사람은 자성과 근신보다 '내가 아니면 안 되겠다'며 정치권의 앞장에서 투쟁하고, 당장의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던 사람도 총선과 대선 준비 관련 언행으로 민망하기 그지없다. 지난 날, 국무총리 취임사에서 한분은 "모든 국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국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한분도 "지난 정부의 무능과 불통과 편향에서 유능하고 소통하는 새 정부를 통괄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2020년 벽두에 두 전직 총리 취임사를 반추해볼 때 과연 국민에게 한 약속들이 지켜졌는지? 어떠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과거보다 나아졌는지? 국민에게 밝은 비전을 제시하고 큰 희망을 주었는지? 모두 그렇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싶다.두 분은 스스로 평가하여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켰고, 임명권자를 잘 보좌하였으며, 국민의 마음을 읽고 수렴하여 밝은 비전을 제시하고, 큰 희망을 성취할 수 있는 의지와 봉사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할 때에만 또 다른 공직을 담임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이전에 국무총리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소상히 회고하여, 새 시대 밝은 선진사회와 통일의 과업을 성취시켜 가는데 보탬이 될 보람과 가치가 있는 새로운 징비록을 써서 후세에 길이 남겨줄 것을 정중히 공개 청탁해 본다.

2020-01-23 15:34:58

박천 독립큐레이터

[매일춘추} 당신 속의 마법

고등학교 시절, 대학 입시를 위해 미술학원에 등록했다. 연필 잡는 법, 선 긋기, 원근법, 명암조절 등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두 달 뒤 입시 과제인 석고상과 조우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생각처럼 그려지지 않았다. 당시 선생님은 "이 부분은 시원하게 그려야 돼!", "여기서는 부드럽게!"라며 조언했다. 하지만 도대체 '시원하게', '부드럽게'가 무슨 말인지 몇 달간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헤매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마법처럼 이해하게 되었고, 이후 학원 강사를 하게 되면서 학생들에게 "시원하게!"라고 주문을 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타인에게 나의 생각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일상적인 대화에서조차 가치관이나 뉘앙스 등의 이유로 오해 혹은 곡해되어 소통에 차질을 겪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이는 언어가 가지는 불안정함에 기인한다. '1+1=2'와 같이 명료한 수학적인 기호들로 언어가 구성된다면 특별히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어 하나에도 여러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문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확히 판단해야 정상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의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속성 덕분에 메타포라는 형식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 우리는 문학, 공연, 시각예술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사유를 확장시키고 지적 유희를 할 수 있게 되었다.시각 예술에 있어 메타포는 은유적이기도 하지만 직관적이기도 하다. 대체로 20세기 이전의 예술은 각각이 지니는 의미나 상징은 다를지라도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시기의 조각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등의 작품들이 그러하다.20세기 이후의 예술은 은유적 표현을 통해 더 많은 메시지를 담기 시작한다. 르네 마그리트는 '이미지의 배반'이라는 작품을 통해 대상과 이미지, 언어와 사고 사이의 관계를 전복시켰고, 마르셀 뒤샹은 남성용 소변기를 전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예술의 새로운 개념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기존의 제도권 예술계를 은유적으로 비판하였다. 이후 동시대로 이어지는 예술은 다분화되었고, 작가 개인의 표현방식에 따라 각각 다른 형식으로 나타나게 되었다.대구미술관의 전시 '당신 속의 마법'은 동시대 작가들의 다양한 형식과 메타포를 압축하여 구성되었다. 전시에 참여하는 류현민, 박정기, 배종헌, 안동일, 안유진, 염지혜, 윤동희, 이완, 이혜인, 정재훈, 하지훈, 한무창 작가는 예술, 사회, 일상, 관계 등의 주제로 각자가 응시하는 세계를 직관적으로 혹은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스마트폰, SNS 등을 통해 범람하는 기호들은 우리의 바쁨을 방패 삼아 숨 쉴 틈 없이 날아들어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작가들은 전시를 통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기호들의 방공호로써 관객들에게 마법 같은 상상을 제공한다.

2020-01-23 11:25:45

칵테일

[이희수의 술과 인문학]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칵테일은 어떤 칵테일일까?

술 중에 가장 맛있는 술은 입술이며, 두 번째로 맛있는 술은 공짜 술, 세 번째로 맛있는 술은 외상술, 네 번째로 맛있는 술은 낮술이다. 혹자는 비가 부슬부슬 오거나, 눈발이 조금씩 내리는 궂은날 낮에 여자가 사주는 술(여자는 남자가 사주는 술)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입술이 가장 맛있는 이유는 입이 고급이기 때문이다. 모든 술은 고급 비싼 술이 더 맛있다. 스카치위스키 발렌타인(Ballantine) 12년보다 발렌타인 30년이 더 맛있고, 코냑 VSOP 보다 코냑 Extra가 더 맛있다. 십만 원짜리 양주보다 백만 원짜리 양주가 백만 원짜리 양주보다 천만 원짜리 양주가 더 향이 뛰어나고 맛있다. 사람 입맛은 사람 마음과 같다. 사람 마음은 정말 간사하다. 첫사랑이 나보다 잘살면 배가 아프고 첫사랑이 나보다 못살면 가슴이 아프고 첫사랑이 다시 와서 살자고 하면 머리가 아프다. 사람 입맛이 그렇게 까다롭고 간사하고 고급이기 때문에 외식업이 어렵고, 입술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단 예외의 술이 와인이다. 색깔별 와인의 종류는 레드 와인(Red Wine), 화이트 와인(White Wine), 로제와인(Rose Wine)으로 나뉘며, 레드 와인은 적포도의 씨와 껍질을 다 넣어서 만들고, 화이트 와인은 청포도로 만들거나 일부는 적포도의 씨와 껍질을 제외한 알맹이만 가지고 만든다. 로제와인은 레드 와인에 비해 짧게 발효 후 압착 하기 때문에 엷은 핑크색과 가벼운 향을 가지게 된다. 와인 초보자들은 비싼 고급 레드 와인이라도 씨와 껍질 속에 있는 탄닌(tannin) 성분으로 떫고 텁텁한 쓴맛 때문에 오히려 상큼하고 약간의 감미가 있는 싼 화이트 와인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와인은 절대로 비싸고 고급이라고 해서 다 맛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칵테일은 무엇일까? 각얼음 대신에 다이아몬드를 넣어서 주는 수천만 원짜리 마티니 온더락(Martini On the Rock) 칵테일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시는 백만 달러의 애칭만큼 달콤한 밀리언 달러(Million Dollar) 칵테일일까? 오늘날 각자의 삶을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삶이라는 시험지를 앞에 두고 오늘도 정답을 찾으려고 허겁지겁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시험을 보고 얼마만큼의 성적을 내는가는 각자의 몫일 테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할 때에는 일하는 만큼의 휴식도 필요하다. 기분 좋은 행복한 추억을 담은 칵테일 한잔으로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즐겨보자. 휴식은 곧 회복이며, 열심히 노력한 사람만이 휴식의 맛을 알 수 있다.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2020-01-22 18:00:00

김은아(그림책 칼럼니스트)

[북돋움] 52년생 엄마의 취직

"딸, 나 취직했다." 엄마 밥이 생각나 무작정 친정으로 향한 어느 날, 여태 점심도 안 먹고 다녔냐는 걱정 섞인 타박과 함께 들려 온 엄마의 취직 소식에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엥? 정말? 어디에요? 하는 일은? 근무 일수는? 시간은? 시급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딸의 질문에 엄마는 위풍당당하게 대답하셨다."가지 하우스, 가지 따기, 주5일 근무, 1일 3시간, 아침 9시 3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 시급 대략 9천원." 즉시 계산기를 두들기고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그 돈 내가 줄 테니까 그냥 편하게 지내면 안 돼요? 우리 집 농사만 해도 힘든데.""야야, 그런 말 마라. 요즘 같은 세상에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 취직시켜 주는 데가 어디 있다고. 힘든 일은 주인이 다 하고 우리한테는 편한 일만 시켜서 오히려 미안하구만은. 오후에는 집안일 하면 되고 친한 아줌마랑 같이 다니니까 지겹지도 않고 좋은 점이 참 많다."그렇다. 엄마는 돈벌이를 떠나 밖에서 온전히 당신만의 일을 하고 싶으셨던 게다. 텃밭 농사를 짓지만 거기서 나오는 건 가족의 양식이 되므로 수익과는 거리가 멀다. 40년 남짓한 세월을 아버지 가게 일을 거들며 비서처럼 사는 동안 엄마가 받은 월급은 최소한의 생활비였고 엄마의 시계는 아버지의 24시간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일터까지 오가는 시간을 포함해 하루 4시간을 집에서 벗어나 그녀만의 세상으로 나아간다.4개월이 지난 지금, 엄마는 여전히 직장인이다. 비 오는 날과 농약 치는 날은 휴무인데 꿀맛 같은 휴가라고 좋아하신다. 그렇게 엄마는 직장에 대한 애정과 나이 든 사람을 일꾼으로 써주는 농장 주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매달 통장으로 들어오는 월급이 주는 기쁨을 즐기고 있다.'55년생 우리엄마 현자씨'(책들의 정원)를 봤다.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인 딸(키만소리)이 엄마의 홀로서기 에피소드를 만화와 에세이 형태로 엮은 책이다. 그런데 엄마를 주제로 한 여느 책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주인공인 현자 씨는 딸이 여행을 하느라 해외에 있는 2년 동안 컴퓨터를 배웠다. "딸, 엄마 이제부터 컴퓨터도 배우고 영어 공부도 해서, 혼자 비행기 타고 너 있는 곳으로 놀러 갈 거야." 첫 메일은 서툰 솜씨로 써내려간 고작 다섯 줄에 불과했지만 딸은 엄마가 행복해하고 있음을 느꼈다. 1시간씩이나 걸려 완성한 메일은 엄마의 두 번째 인생 일기나 다름없었다.현자 씨는 블로그 기자가 되었고 영어를 배우고 춤추러 다닌다. 환갑이 훌쩍 지난 그녀의 인생이 빛나기 시작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치는 현자 씨는 이렇게 말한다."환갑이 넘도록 살아보니 하고 싶은 일만 해도 인생이 모자라더라. 살면서 깨달으면 그땐 이미 너무 늦어. 그러니 지금이라도 나로 살아 봐. 살아 보니 그게 맞더라. 별일 없는 하루도 내가 나로 살면 그게 맞아."52년생 우리 엄마 정임 씨의 히스토리에도 그 시절 대한민국 여성들이 두루 겪어야 했던 보편적인 사연이 녹아 있다. 가난, 결핍, 희생, 헌신, 양보, 인내라는 단어로 압축 가능한. 결혼 후 새로 형성된 가족 체계의 특수성은 정임 씨의 삶을 전투적으로 바꿔 놓은 것 같다. 곳곳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왕년에 그 정도 고생 안 하고, 그 정도 사연 없이 산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누가 나에게 그 시절을 살라고 하면 손사래 치며 도망갈 테다.결혼 전까지만 해도 정임 씨는 서울서 타이피스트로 일하는 직장인이었다. 결혼 후에는 어린 두 딸을 앉혀 놓고 과거 엄마가 얼마나 일을 잘했고 인기가 많았는지 종종 얘기하곤 했다. 그런데 딸들은 "또 옛날 얘기"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지금도 시골집 창고에는 오래된 타자기가 있다. 여태 그걸 보관하고 있다니. 젊은 시절을 함께했던 타자기를 볼 때마다 정임 씨는 어떤 상념에 잠길까.알면서도 딸은 외면했다. 엄마의 펼치지 못한 꿈과 헛헛한 마음을. 그래서 이제는 엄마의 삶을 무조건 응원해야 하는데 머릿속에는 여전히 전통적인 엄마상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 건 엄마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정임 씨는 지금 빛나고 있다.

2020-01-22 18:00:00

이도수 경상대 명예교수

[불가사의 인도] 세계 최대 신화 발생지라고 자랑하는 인도인들

필자와 토론을 즐기는 인도인 동갑내기 친구 토마스 싱 박사는 동북아시아 역사 전공자로 동양 문명 발상지 중 하나인 인도 출신임을 자랑한다. 싱 박사가 "인도는 무려 3억3천 개나 되는 신화가 탄생한 곳이야"라고 자랑하기에 내가 이렇게 반문했다. "그 많은 신화가 다 어디에 기록되어 있는데?"라고 하자 싱 박사는 "고대 힌두 경전에 실려 있어. '베다'는 지식이라는 뜻이야. 말하자면 선사시대부터 인도 조상들이 축적해온 지식의 보고인 셈이지"라고 했다."그게 화석화된 구닥다리 지식이 아닐까 싶은데." 발끈하는 그를 논리적으로 설득시키기 위해 그리스신화 얘기를 들려줬다. "그리스는 유럽 대륙 변방에 위치한 조그만 나라이지. 그 작은 나라에 자리 잡은 올림포스산은 인도의 히말라야산에 비하면 규모가 100분의 1에도 못 미쳐. 그 올림포스산에서 발생한 수많은 신화가 오늘날 전 세계인들에게 인류 보편 문화재로 인정받고 있어. 그런데 세계 최대 거산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3억3천 개나 된다는 인도신화가 인도 바깥 세계에는 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지 알아?"라고.싱 박사가 묵묵부답으로 나를 응시하기에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에서 발생한 신화를 로마제국에서 받아들여 신화 주인공들 이름을 로마 언어인 라틴어식으로 바꾸어 로마제국 전역에 확산시킨 사실을 아는가?" 싱 박사는 그거야 알지. "올림포스산의 주신 제우스를 라틴어식 주피터로, 사랑의 신 에로스를 라틴어식 큐피드로 고쳐 부르는 등 완전 번안했지"라고 하기에 필자는 "중요한 사실은 그리스신화 주역 신들의 이름만 바꾸었을 뿐, 내용은 전혀 바꾸지 않았단 말이야". 왜 그랬겠어?그리스인들이 로마인들보다 지적으로 더 많이 깨친 걸 인정한 때문이지. 그뿐만 아니라 로마제국은 그 후에도 로마 통치 아래 소아시아에서 발생한 기독교에 대해 위협을 느끼며 박해했지만 끝내는 기독교 교리를 인정하여 국교로 삼았어. 로마제국 멸망 후 로마제국 영향 아래에 있던 유럽 여러 나라들의 기세가 세계 6대륙으로 뻗어가면서 인류에게 인류의 보편 지식을 보급시켰어. 그 결과 오늘날 세계 베스트셀러 도서 1위를 성경이 차지하고, 2위를 그리스로마신화가 차지했어.잠자코 듣고 있던 싱 박사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반격을 시작했다. "그리스로마신화는 인류문명사를 반영하는 인류보편신화이고, 인도고대신화는 화석화된 구닥다리 신화란 말인가?"라고 하기에 필자는 그에게 솔직히 말했다. "동양문명 발상지인 중국과 인도처럼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인류 여명기 이전부터 전해온 낡은 신화들이 겹겹이 쌓이기만 했지 로마제국처럼 객관적인 가치판단 기준에 따라 걸러지고 수정되는 일이 없었거든. 나의 유년 시절만 해도 주변에 온갖 신들이 득실거렸어. 동구 밖 고목에는 마을수호신, 공동우물에는 우물지킴이신, 장꼬방신 등이 도처에 있다고 믿었다"고 했다.이처럼 원시시대에는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수많은 신들이 있었지. 지금도 후진국에서는 별의별 신화가 있다더군. 솔직히 말해 3억3천 개 신화가 수록된 힌두 경전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인도인들이 의식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고대 동양문명 발상지였던 인도가 한때 변방이었던 일본이나 한국의 관광객들에게 후진 문명의 찌꺼기를 보여주는 구경거리 신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봐.이에 발끈한 싱 박사가 "인도가 뭐 일본이나 한국의 구경거리 나라라고?" 따지고 들기에 내가 이렇게 말했다. "그래. 주인 없는 비쩍 마른 소가 대도시 거리를 어슬렁거리다가 어떤 집 문간에 이르면 집주인이 전생의 인연 운운하며 반겨 들여 칙사 대접해 보내는 기현상이 외국 관광객들에게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아니고 뭔가? 또 인도인들이 성스러운 강이라고 여기는 갠지스강변 화장터에서 시체 태우는 광경을 바라보며 강 건너편에서는 집단 목욕을 하고, 그 바로 아래서는 오염된 강물을 성수라며 담아가는 모습이 다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아니고 뭔가?"라고 필자는 말했다.

2020-01-22 18:00:00

김동규 영남대 명예교수

[기고]적막강산 대구시 겨울 스포츠

선진도시의 평가에 있어 스포츠의 중흥은 이미 중요한 요소가 된지 오래다. 과거 군사문화시절에는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스포츠대회의 성적으로 국가의 위상을 매기곤 했으나, 오늘날에는 오히려 프로스포츠의 활성화가 도시는 물론 국가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참여로서의 스포츠 못지않게 관람으로서의 스포츠도 문화의 한 축이 된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도 1982년 야구를 필두로 1983년 축구, 1997년 농구, 2005년 배구 등이 프로스포츠로 출범해 자리를 잡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구나 축구, 겨울철이 되면 추위를 피해 실내스포츠인 농구와 배구장으로 팬들이 찾아 즐기곤 한다.프로스포츠는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다. 구단의 입장에서는 관중동원이 용이하고, 팬으로서는 연고 팀에 대한 애정으로써 관람의 묘미를 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업의 홍보에 민감한 재벌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스포츠구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자체에서도 시민들에게 문화적인 서비스차원에서 프로스포츠 팀을 보유하고 있다.그러나 대구시는 아쉽게도 야구와 축구 외에 겨울 스포츠종목과는 연고를 맺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민의 입장에서는 겨울철의 놀이공간이 그만큼 제한될 수밖에 없다. 물론 핸드볼 등 즐길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제한된 경기 등으로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국내 겨울 프로스포츠의 지역연고를 보면, 서울은 남자농구와 남녀배구 등 3팀이 있으며, 부산도 남녀농구 2팀, 인천은 남녀 농구 및 배구 등의 4팀, 대전은 남녀배구 2팀과 연고를 맺고 있다. 이외에도 울산, 창원, 전주 등도 남자 농구팀을 두고 있다. 250만 광역시인 대구에만 겨울철 프로 스포츠시장이 적막강산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대구시에 전가할 수만은 없겠으나, 기존의 연고 팀을 떠나보내고 그에 대한 사후대책에 관련 부서가 무심하다면 시민들로서는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대구시가 겨울 프로스포츠 팀을 유치하려면 우선 경기장시설을 보완해야 한다. 1971년에 건설된 프로 스포츠경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경기장인 대구체육관이 노후로 철거되어야 한다고는 하나, 이에 대한 재차 정밀검사를 통해 보완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옳다. 사정이 같을 수만은 없겠으나 1963년에 국내 최초의 체육관으로 건립된 장충체육관은 아직도 건재하지 않은가?이와 함께 대구시민의 복지차원에서 겨울 프로스포츠 팀의 유치에 대구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프로스포츠 팀에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의 정비도 필요하다. 사계절 대구시민의 다양한 놀이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지자체의 서비스정신이 보다 절실한 것이다. 시 당국의 관심표명 없는 상태에서 체육인들만의 열성으로 프로스포츠 팀의 유치를 기대하는 건 난센스다.

2020-01-22 15:10:06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새론새평]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비일관성(非一貫性)

월성1호기 영구 정지 승인 비난 빗발안전성으로만 판단내렸다는 원안위사고관리계획서는 왜 검토 안 했나지금은 맞고 그땐 틀렸다는 것인가2019년 12월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월성1호기 영구 정지를 승인했다. 이 결정에 대한 비판이 많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8년 6월 월성1호기가 안전하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원안위에 영구 정지를 신청했다. 현재 감사원이 한수원의 경제성 분석이 타당한지 조사하고 있다. 감사원이 월성1호기가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한수원의 신청이 잘못된 것이므로 원안위의 승인은 효력을 잃을 것이다. 다른 비판은 원안위의 승인으로 한수원이 월성1호기 개보수(改補修)에 지출한 7,000억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원안위의 입장은 "원안위는 경제성이나 매몰(埋沒)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 한수원이 영구 정지를 신청했으므로 영구 정지의 안전성만을 판단했다"이다. 이는 재미있는 논리이다. 한수원이 영구 정지를 신청할 때 월성1호기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고려했으나 원안위는 '영구 정지'의 안정성만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원안위는 별로 할 일이 없는 기관이다. 정말 그런가? 원안위법을 보자. 제11조에 원안위의 사무는 원자력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이라고 되어 있다. 또한 제12조에 의하면 원안위의 의결 사항은 원자력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의 종합·조정이다.원안위법 제11조와 제12조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안전관리'와 '종합·조정'이다. 원안위는 원전의 안전을 관리하고 관련 사항을 종합·조정하는 기관이다. 제11조의 안전관리는 원전사고의 위험을 관리한다는 의미이다. 위험관리는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적은 비용으로 위험을 최소화(最小化)하는 것이 위험관리이다. 관리라는 개념에는 경제성이 내포되어 있다. 제12조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의 종합·조정은 원전의 안정성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원전의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종합·조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현재 원안위의 인적 구성을 보면 이 기관의 기능이 명확해진다. 8명의 위원 중에서 원전전문가는 3~4명이다. 나머지 위원들의 전공분야는 다양하다. 원안위의 기능이 원전의 안전성만을 판단하는 것이면 원전전문가들로 원안위를 구성하면 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원안위를 구성한 이유는 이 기관이 원전의 안정성,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상충(相衝)하는 사회적 가치를 조정해서 원전 관련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이 영구 정지를 결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독립적인 원안위가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한 번 더 평가하기 위해서이다. 일종의 더블 체킹(double checking)이자 권한 분산이다. 원안위는 한수원의 보조기관이 아니다."원전은 안전하다"라고 말할 때 그것이 원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0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적은 비용으로 원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원전은 위험하다"는 원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이 비경제적이라는 뜻이다. 원전의 안전성은 그 자체로 경제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원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0인 원전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리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므로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 안전성이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것이 절대적이고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경제성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정책적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2020년 1월 10일 원안위는 4년 전 한수원이 신청한 월성1~4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 보관시설(맥스터)' 증설(增設)을 승인했다. 이번에는 원안위가 사고관리계획서도 검토하지 않았다. 원안위는 「사고관리계획서」 검토와 증설 심의가 별개라고 했다. 월성 2~4호기는 연간 136억kwh의 전력을 생산한다. 맥스터가 증설되지 않으면 2021년 11월 월성 2~4호기가 멈춘다. 월성 2~4호기가 멈추면 전력 공급이 감소하므로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원안위가 경제성도 고려한 것인가? 원전의 안정성만 판단하는 원안위라면 「사고관리계획서」를 검토했어야 하지 않은가? 원안위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인가?

2020-01-22 14:48:28

포스터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인천시교육청의 모습.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말하면 실패한 광고, 들으면 성공한 광고

우리는 하루 평균 5,000여 개의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 그중에서 사람들이 기억해내는 광고는 5개 미만이다. 그만큼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과잉의 시대에 숨 쉬고 있다. 여기서 창업가들의 한숨이 들리는 듯하다. '그럼 광고해봤자 소용없네. 5,000여 개의 광고와 경쟁해 어떻게 기억에 남게 하냐고!'라는 불평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zero to one의 저자 peter thiel의 말처럼 경쟁하지 않는 영역에서 싸우는 것이 비즈니스에서는 옳다. 하지만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필자의 칼럼을 찬찬히 읽어보길 바란다. 그런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시작한 칼럼이다.유튜브를 켜면 수많은 광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기다렸다는 듯이 브랜드의 장점을 쏟아낸다. 출발점이 잘못된 것이다. 브랜드와 소비자는 동상이몽일 수밖에 없다. 브랜드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 돈을 주시오!' 소비자는 '내 지갑 속에 돈을 훔쳐갈 생각 하지 마!'라는 생각으로 버틴다. 손가락에 온 힘을 다해 광고 스킵 버튼을 누른다.여기서 실패하는 광고와 성공하는 광고가 나뉜다. 실패하는 광고는 그 중심이 자신들의 브랜드에 있다. 즉,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성공하는 브랜드를 살펴보자. 그들은 철저히 고객 중심이다. 고객이 무슨 말을 듣고 싶을까를 연구하고 그 워딩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 광고에서 그 말을 토해낸다. '너 지금 치즈 케이크 먹고 싶지? 그래서 준비했어'라고 말한다. 짜장면이 먹고 싶은 사람에게 절대 탕수육 얘기를 하지 않는다.지난해 가을, 인천시교육청에서 광고 의뢰가 들어왔다. 매스컴에서 쏟아진 안 좋은 워딩으로 인천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었다. 그것을 지워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슴에 간직한 채 아이들이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의 아이들이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 고민해봤다. 요즘 아이들과 관련한 뉴스를 보면 안타까운 것들이 주를 이뤘다. 성적을 비관한 나머지 생을 마감하는 아이들, 왕따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뉴스 속에 있었다. 동시에 필자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봤다.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를 입학한 친구들이 사회에선 실패한 모습을 보았다. 반대로 반 평균을 깎아 먹던 아이들은 일찌감치 창업해 매출 10억 원의 창업가가 된 모습도 보았다. 즉, 학교의 기준이 세상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학창 시절엔 성적이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학교라는 작은 세상의 기준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는 천재로 태어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아이들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사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기 전에 아이들이 간절하게 듣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그렇게 써 내려간 글이 '세상에 필요하기에 네가 왔다'이다. 너는 꼭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이 광고를 보고 자존감을 회복하길 바랬다. 인천시교육청은 이 광고를 곧바로 신문에 게재했는데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다. 제대로 낸 광고가 맞냐고. 기존의 교육청 광고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전라도의 한 학교에서는 포스터를 보내줄 수 없냐고 문의가 왔다. 아이들이 이 광고를 보면 좋아할 것 같다고 말이다. 인천시교육청은 기쁜 마음으로 포스터를 내주었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1-22 11:14:42

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매일춘추] 행복한 상상, 'Magic if~'

예전 대구 자갈마당 옆 금수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연극 '동화세탁소'에서 안젤라 역을 맡게 되었다. 안젤라는 사창가에서 일하는 여성이었다.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찾아 읽고 보기를 반복했다. 결국 선배에게 생각을 나누었고, 선배는 차를 몰아 어디론가 급하게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골목에 들어 선 순간 눈앞에는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져 있다.그곳은 작품의 배경인 자갈마당이었다. 찰나였지만 그날 보고 느꼈던 모든 감각들을 동원해 역할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극중 배역이 처한 상황과 정서를 파악하기 위해 '만약에 내가~' 라는 가상의 세계를 상상하며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러시아의 연극 연출가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가 만들어낸 연기법 중 하나인 'Magic if~'는, 배우가 '만약에 내가 ···라면' 이라는 식의 상상의 마술을 발휘해 내면과 외면적 행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Magic if~'를 통해 안젤라 내면의 강한 의지와 사랑, 하지만 하루하루를 피폐함으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외면적 행동 속에서 안젤라의 삶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치열하게 살아갈수록 밀려오는 정서적 갈등과 성적 수치심, 불안한 심리의 상처투성이 안젤라의 쓸쓸했던 삶은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감당하기에 벅찼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역할에서 벗어나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너무 멀고 아픈 시간들이었다.실제로, 영화 배트맨에서 조커 역을 열연한 잭 니콜슨은 그 광기어린 배역 때문에 스트레스와 정신적 불안이 폭발하여 촬영장에서 온갖 히스테리를 부렸다. 하루 만에 그만두는 보조 연출자들이 10명이 넘게 나왔다. 영화촬영이 끝난 후 2년 동안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면서 익명으로 정신상담을 받고 정신을 가다듬었다고.긍정적인 상상은 사람을 행복하고 흥분되게 만들고, 부정정인 상상은 앞선 걱정과 불안감을 준다.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길에 대한 상상은 생각의 방향에 따라 때로는 후회를 때로는 위안을 주기도 한다.가끔 사람들은 '우리나라는 이래서 안 된다', '이러니까 헬 조선이지' 라는 식의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마음이 이상하다. 우리가 이렇게 좋은 세상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우리 선대의 헌신적인 힘이 아닌가.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허물이 있다고 해서 부정적인 말과 행동들로 에너지를 몰아간다면 더 팍팍하고 더 살기 힘든 세상이 될 것이다.인정하고 이해하며 긍정적인 의지로 에너지를 모아 험난한 길을 함께 극복해 나간다면 더 좋은 세상을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 부정적인 생각에 맞서 긍정적인 상상으로 필터링하고 채우고 믿어보자. 그리고 어떤 상황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고, 사상과 감정이 침묵 할 때 '만약에'라는 행복한 '상상'을 펼치고 외쳐보자.'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노래하듯이.

2020-01-22 11:12:35

유재경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학 교수

[종교칼럼]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는다.

트렌드 코리아가 선정한 2020년 10대 키워드 중 하나는 '업글인간'이다. 성공보다 성장에 집중하는 트렌드를 '업글인간'으로 표현한 것이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성취하는 데 몰입하기보다는 자신의 발전과 변화를 추구한다는 의미가 그 속에 담겨 있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단순한 스펙이 아니라 삶 전체의 질적 변화를 갈구하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싶어 한다.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난해와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조바심을 느낀다. 무엇이 나를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올해는 변화를 경험하며 살 수 있을까. 변화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작은 습관을 바꾸는 데서 변화를 경험하자.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우리의 삶이 일정한 형태를 띠는 한 우리 삶은 습관의 덩어리일 뿐이다"고 했다. 우리는 매일 결정하는 선택들이 신중한 판단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선택은 습관의 산물이다.세상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사소한 사건들이 하나둘 쌓이면 세상은 물론이고, 역사도 바뀐다. 큰돈을 벌고, 권력을 쟁취하고, 좋은 책 한 권을 쓰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 믿지 못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지극히 작은 습관이다. 돈이 복리로 불어나듯이 습관도 반복되면 그 결과가 곱절로 불어난다. 일상의 작은 습관들은 우리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다. 매일 운동을 하는가, 매일 책을 읽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는가, 내면의 평안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는가. 사소해 보이지만 작은 습관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습관은 인간에게 유익을 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철학은 덕(virtue)을 '하나의 습득한 인간의 성질'로 본다. 덕도 결국 좋은 도덕적 습관이 아닌가. 좋은 도덕적 습관이 선을 지향하는 성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자녀들이 옳은 일, 선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선한 사람이 되고 올바른 사람이 된다는 것은 덕을 내면화시켜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살도록 하는 것이다. 습관이 제2의 천성이 되어 우리가 숨을 쉬듯 생활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누가 올바른 사람으로 태어나고, 사랑이 가득한 사람으로 태어나는가! 그렇게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올바른 행동을 함으로써 올바른 사람이 되고, 사랑함으로써 사랑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습관은 잊힐 수도 있고 변할 수도 있으며 대체될 수도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습관은 우리의 뇌 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심지어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는다. 그만큼 우리에게 습관은 중요하다. 그래서 종교와 철학도 '훈련' '수행' '실천'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영혼의 훈련은 탁월한 종교인을 낳고, 지성의 훈련은 뛰어난 철학자를 배출한다. 위대한 사도였던 바울은 사랑하는 제자 디모데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경건한 사람이 되도록 훈련하시오. 육체의 훈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모든 일에 유익이 있으며."(디모데전서 4: 7, 8) 우리 인생의 변화도, 아름다운 신앙의 삶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은 습관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작은 경건의 훈련이 쌓여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이다.

2020-01-22 10:05:18

홍순만(연세대 행정대학원 부원장)

[경제칼럼] 저출산·고령화와 정부의 재정정책

연금·복지 지출 빠르게 늘어나는데근로 인구 줄어들며 세수입은 감소정부는 저금리 시기 재정투자 확대중장기 성장 견인할 유망 사업 발굴한국 사회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고령화는 한국 경제의 활력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여러 문제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재정건전성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며 연금과 복지지출은 빠르게 증가하지만 그러한 지출을 감당할 세수입은 근로인구 감소로 인하여 줄어들 것이다.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상반된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금 및 복지지출 증가를 감당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재정여력을 확보할 것을 주문한다.이 관점에 따르면 정부는 지출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고 국가채무비율을 적정선에서 관리해야 한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여 정부가 부채 증가를 두려워하지 말고 중장기 성장을 위한 과감한 재정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지출을 통하여 출산을 장려하고 선진국 수준의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여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맞을까?이 두 주장을 이해하기 위하여 나라살림을 가계 살림에 비유해 보자. 여러분들이 은퇴 이후에 자녀 교육비 등으로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러분들은 은퇴 이후 예상되는 지출증가에 대비하여 현재시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한 가지 대안은 지금부터 지출을 줄이고 절약한 돈으로 적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현재 아끼고 저축한 돈으로 은퇴 이후의 지출을 감당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대안은 은행에서 과감히 빚을 내서 은퇴 이후 고정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는 유망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위 사례에서 보듯이 여러분들이 은퇴 이후를 대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어느 대안이 꼭 옳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두 대안의 타당성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있다. 바로 금리 수준이다.금리가 낮을수록 적금에 가입하는 대안은 불리해지고, 은행 대출을 받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대안은 유리해진다. 나라살림도 마찬가지이다. 금리가 낮을 경우, 정부가 적은 비용에 부채를 늘리고 재정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정부의 투자가 결실을 맺게 되는 시점에는 경제소득 증가로 큰 폭의 증세 없이도 불어난 국가채무의 상환이 가능해질 수 있다.현재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두 대안 중 후자, 즉 재정투자 확대가 유리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가 한국을 지목하며 정부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이러한 주장도 저금리 상황의 경제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다만 정부의 재정투자 확대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첫째, 정부 지출이 국가의 중장기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되어야 한다. 가계 살림 사례에서는 유망한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정부라고 다를 리가 없다. 정부예산의 규모에 대한 논쟁보다는 과연 정부가 미래 성장을 견인해줄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국가예산이 현금 살포성 복지지출에 집중된 것은 아닌지, 정부가 최소 1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며 공공인프라 구축,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양성에 투자하고 있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둘째, 정부의 재정투자는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마중물로 활용되어야 한다. 정부가 사회의 모든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고 가능하지도 않다. 결국 시장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시장에 낙관적 기대를 확산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있어야만 기업은 신규 투자를 추진하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기업들의 투자 감소와 '탈(脫)한국' 현상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마지막으로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관련된 정부기능도 정비되어야 한다. 우선 재정지출의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성과 정보에 근거한 지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정부가 5년 단위로 편성하고 있는 중기재정계획과 실제 예산편성간의 연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0-01-21 15:20:00

독일은 각 도시마다 매년 강아지세(Hundesteuer)를 부과한다. 뮌헨의 경우 소형견이 100유로 정도다. 해당 세금은 애견이 방문하는 공원의 잔디관리, 대소변처리, 동물보호경찰관 운영 등에 사용된다. 셔터스톡 제공.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반려동물 보유세 논란의 본질

동물병원 로비에서 보호자들 사이에 '개 보유세가 부당하다', '아니다, 필요하다'며 언쟁이 일어났다. 발단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차 동물복지종합계획(2020~2024년)에 개 보유세를 언급하면서부터다.동물복지종합계획에 따르면 10월4일을 동물보호의 날로 지정하고,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와 동물등록에 비문홍채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동물보호와 관련된 재원 확보를 위해 반려인에게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를 부과하려는 방침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독일의 경우 대부분의 도시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은 등록을 의무화하고 소형견 기준으로 매년 100유로(13만원) 정도의 강아지세(Hundesteuer)를 내야 한다. 돌보는 동물이 많을수록 개체마다 부과되는 세금이 높아진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은 애견이 방문하는 공원의 잔디관리, 대소변처리, 동물보호경찰관 운영 등에 사용된다. 독일은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과 책임감이 매우 모범적인 나라이며 일부 발생하는 유기동물마저도 안락사 없이 보호받으며 대부분 재입양되고 있다. 생명을 배려하는 시민 의식과 제도가 합리적으로 잘 융합돼 있다.농림축산식품부도 이러한 사례를 근거로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를 언급한 듯하다. 하지만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의 취지와 용도를 잘못 이해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도 15억원에 불과했던 동물보호 예산이 2019년 136억원으로 급증하였음을 예로 들며 향후 급증할 동물보호 사업에 소요될 재원을 반려인에게 부과시키고자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를 고려한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언뜻 합리적인 주장같지만 이 주장은 동물 학대와 유기에 대한 책임 주체가 반려인임을 전제하고 있다.그렇다면 반려인은 유기동물을 발생시키는 원인 제공자일까? 반려인은 유기동물을 발생시키는 주체가 아니다. 반려인은 동물을 가족으로 대하며, 동물등록과 중성화수술, 동물의 건강 유지에 만전을 기한다. 이에 반해 개를 축산동물로 이해하고 하루종일 묶어두거나, 개와 고양이를 집 밖으로 배회시키는 소유주는 당연히 동물을 유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람들은 동물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며 동물등록조차 하지 않으려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후자의 사람들까지 다 같은 반려인으로 묶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또 하나 더 의문을 제기해 보자. 반려인은 국가동물보호사업에 무임승차하고 있을까? 2019년 정부가 조사한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3조 원 정도로 추정한다. 반려인이 동물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에는 10%의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으며, 반려동물 사업장은 수익의 20~30%를 소득세로 납부하고 있다. 동물의료비 마저도 10%의 부가세가 국가로 귀속된다. 반려동물 산업 규모의 10%의 세원이 확보되더라도 국가는 반려인을 통해 연간 3천억 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마지막 의문은 '동물보호 사업은 정부 재원으로 감당하고 있었을까?'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 동안 15억 원의 동물보호예산을 지출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현실이다. 매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출한 예산의 수십배 이상이 동물보호활동에 필요하며 이러한 재원은 반려인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모금에 의존해 왔음을 돌이켜보아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주장처럼 반려인이 그동안 국가 재원을 축내 온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해 선량한 반려인들이 그 짐을 나누어 지고있었음을 명심해야 한다.동물복지정책을 주관하는 동물복지정책위원회는 이해 당사자들 간에 타협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된다. 생명을 구하는 정책을 생명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조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가 결정되어진다면 마땅히 반려인과 반려동물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옳다. 이런 목적의 반려동물세라면 반려인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유기동물과 학대받는 동물을 위한 재원은 마땅히 동물을 유기하거나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엄중히 물어야 한다. 처벌이 강력하게 집행되어야 함과 동시에 무엇보다도 철저한 동물등록이 시행되어 사전에 책임감 없이 동물을 키우는 여지를 주지말아야 할 것이다.

2020-01-21 14:39:32

이응규 EG 뮤지컬 컴퍼니 대표

[매일춘추] 맥가이버칼 

새빨간 저녁노을 새털구름 가득 물든 시골 가을 하늘엔 큐피드 화살을 쏘기 위해 연신 불빛을 밝혀대는 반딧불이 장관이다. 새빨간 경운기 짐칸에 나란히 걸터 앉은 남녀 주인공은 사과꽃향기 가득한 과수원에서 사랑을 속삭인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의 한 장면이 소년의 꿈속에 나타난 모양이다. 다시 잠을 청하려 노력해보지만 마치 현실 세계에서 만난 듯한 그들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헤쳐 놓은 터라 도통 잠을 들 수 없다.초록색 형광 시침이 숫자 3을 가리킨다. 꿈에서 깬 후로 몇 시간째 잠 못 이루며 뒤척였더니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마저 요란하다. 좁은 방에 나란히 자고 있던 스승이 깨지 않도록 쥐 죽은 듯 이불을 빠져나와 책상에 앉는다. 손가락 마디 마디를 꺾어 '딱-딱' 소리를 내는 걸 보니 뭔가 대단히 비장하다.'영화를 뮤지컬로 만드는 거야. 한국 최초 무비컬!'새하얀 모니터 위에 새까만 커서만 깜빡 거린다. 무대 보조원에게 글쓰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나 보다. 아무것도 써나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듯, 초롱 하던 소년의 눈동자는 어느새 초조한 듯 모니터 위에 힘없이 깜빡인다. 칠흑 같은 새벽녘, 소년의 검지가 키보드를 '톡톡' 두드리는 소리만 단칸방의 정적을 깨우는 가운데, 수면 중 무의식 세계에 계신 스승이 성악 발성으로 한마디 던지곤 이내 코를 곤다. "음~ 뮤지컬이란 말이지"스승은 늘 맥가이버와 같다. 음악과 대본을 만들 때도, 무대를 만들 때도 적재적소 본인의 재능을 꺼내 보란 듯 마침표를 찍는다. 이른 나이에 벌써 여럿 뮤지컬을 만들어내며 뮤지컬인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스승을 따라다니다 보니 이젠 트럭 운전도, 조명 달기도 제법 능숙해진 건 사실이지만 창작에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난재다.'딸깍 딸깍'뮤지컬 작곡가 조나단 라슨은 푸치니의 '라보엠'을 가지고 어떻게 '렌트'를 만들었을까?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미스터리 소설을 가지고 어떻게 '오페라의 유령'을 만들었을까? 기존의 이야기를 차용하는 여러 사례들의 분석을 통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시점과 시대를 변화시킨 점.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낸 점. 또 하나,'자신의 경험을 작품에 투영하여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점'해 질 녘 소를 몰고 가는 마을 친구들, 경운기 벨트와 소여물 작두에 손가락을 잃어버린 아버지와 고모, 눈이 수북이 오는 날엔 총을 들고 꿩 사냥을 나가신 작은 할아버지, 경운기를 몰고 다니는 장가 못 간 뚱뚱한 아저씨, 베트남 국제결혼이 걸린 현수막 등 산골 소년의 유년시절은 온통 뮤지컬 소재였다.스승에게 받은 맥가이버 칼을 든 소년은 40여 명의 동료들과 함께 이듬해 2007년 제1회 DIMF에서 산골 총각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You Are My Sunshine'으로 대학생 부문 인기상을 차지하며 뮤지컬 인생 서막을 알린다.

2020-01-21 11:37:05

손수민 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의창] 나이 마흔 일곱에 깨달음

친정어머니는 년초만 되면 신수를 열심히 보러 다니신다. 어릴 때는 그만그만하시더니 생각지 않게 내가 대학입시에 떨어지고, 또 한 점쟁이가 그걸 용하게 예언한 후로는 맹신하다시피 점이며 사주를 보시는 듯 했다.나는 어머니의 그런 습관 혹은 취향에 대해 흔한 젊은이들이 그렇듯, '역시 어른들이란…' 조금은 무시하는 태도였다. 책임질 것 없고, 1+1이 2로 딱 떨어지는 세상에 살았던 어린 날에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생각하는 대로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다. 세상의 일들에 대해서는 정작 침묵하고, 신수를 보며 걱정을 만들어 사는 것 같은 어른들이 바보같아 보였다.하지만 '멋있는 어른으로 살겠노라' 자신만만하던 내게 펼쳐진 세상은, 1+1이 10도 되고 100도 되고, 때로는 –100도 되는 게 다반사였다. 그랬다. 어른들의 세상은, 딱 떨어지는 하나의 해석이 불가능한 그런 거였다. 책임을 지는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힘들고 때로는 버거웠다. 신수를 보러가는 어머니를 빈정대던 나도, 결혼을 하고 생각지 않은 일들이 뻥뻥 터지는 하루하루를 살면서는 불안한 마음에 '뭔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하고 신수를 보러가게 되었다.어제도 아이 학원 선생님이 사주를 잘 본다는 얘기를 듣고 봐주십사 졸랐던 참이었다. 건강은 어떨지, 사고는 없을지. 1시간쯤 사주에 대한 얘기를 끝내면서, 심하게 다친 적도 있고, 걱정되는 일도 있어 여쭙게 됐다는 말을 하는데, 선생님이 그런 말을 툭 던지시는 거였다. "그런데 어머님, 일어나지 않은 일이예요.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사주는 통계지 100%는 아니예요. 우리 인생이 그렇죠. 인생에 100%라는 게 어딨겠어요." 갑자기 머리를 한방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일어나지 않은 일. 일어날 지 확실하지 않은 일.나는 소아재활을 전공으로 하는 의사라서 보호자들에게 이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다. "교수님, 치료하면 100% 좋아질까요?"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이를 키우는데 100%의 확률이 없듯이 아이의 치료 또한 100%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나도 그랬다. 나도 그렇게 말했었다. 그런데, 나는 나에게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두려워 하고, 플랜(plan) B, C, D를 세워가며 실패없는 100%의 대비를 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의 시간은 가고 있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고 대비하느라, 나의 시간은 흘러가고, 나의 현재도 저멀리 지나가고 있었다.많은 어른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이 성적 걱정을 하고, 남편 직장 걱정을 하고, 부모 건강 걱정을 하고, 나의 노후 걱정을 하고.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일어난 일은 없다. 내가 다칠 수도, 아이가 아플 수도,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게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만 그것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더구나 일어날 지도 확실치 않은 일. 그러기엔, 오늘의 햇살은 너무 보드랍고, 하늘은 너무 파랗지 않은가.오늘, 숙제부터 하고 노느냐고 아이에게 다그치기보단, 이번에는 승진할 수 있냐고 묻기보단, 책임지고 대비하느라, 정작 소중한 오늘을 흘려보냈던 내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오늘 하루도 행복하라고 하트를 날려보는 건 어떨까.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도 하트를 날리자. 나의 마흔 일곱, 1월의 오후는 소중하니까. 나는 살아있고, 그거면 됐다. 하늘도, 바람도, 햇살도 그리고 어쩌면 나와 친한 부엌의 밥통도 모두 그대로인 오늘이니까. 참 행복한 오늘이네 ㅎㅎ손수민 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2020-01-21 09: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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