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박창원 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박창원의 기록여행] 어여쁜 대구능금 행복하여라!

'거친 폭풍과 장마가 끝나고 맑은 7월 창공에 뜨거운 여름빛이 진주알같이 반짝이는 능금을 비추어 방실방실 웃음을 띠우게 한다.명산 대구능금 금년엔 일천일백 만관의 생산이 예상된다. 상점에 나란히 갖춘 능금은 궁춘에 초하에 걸쳐 한산하던 대구상계도 홍옥, 국광 등 반년 간 각종 과실의 출하로 활기를 찾고 있다. 어여쁜 대구능금 행복하여라!'(남선경제신문 1948년 7월 9일)7월 땡볕에 대구사과는 진주알같이 반짝이며 결실을 손짓했다. 오죽했으면 '어여쁜 대구능금 행복하여라!'고 끝을 맺었겠나. 보릿고개인 4, 5월에서 초여름까지는 상점엔 팔 물건도 사러오는 사람도 거의 없는 춘궁기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홍옥이나 국광 같은 사과가 나오면 시장도 단연 활기를 띠었다. 그만큼 사과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대구사과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외화벌이가 되는 농산품이었다.일찍이 대구사과는 명성이 자자했다. 대구에 지금의 품종과 유사한 개량종 사과가 들어온 것은 구한말 이전이었다. 당시의 신문은 1891년쯤 대구에 사는 미국인 선교사가 사과를 퍼뜨린 것으로 보도했다. 자신의 남산동 자택에 사과나무를 심은 것이었다. 정원수였던 사과나무는 몇 해가 지나면서 상업적 재배로 바뀌었다. 일본인들이 사과의 경제적 가치를 알았던 때문이었다.그 이전에도 사과는 있었다. 능금과 사과는 품종이 달랐다. 하지만 개량종 사과가 들어온 이후 일일이 구분하지 않고 능금이나 사과로 번갈아 불렀다. 대구에서는 동촌을 중심으로 사과밭이 퍼졌다. 사과 농사가 본격화되자마자 대구의 대표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 당시의 대구특산품으로는 사과 외에도 된장, 간장, 청주 등이 꼽혔다.대구가 사과 생산을 주도하다 보니 해방 후에는 경상북도가 매기는 가격이 곧 전국적 기준이 되었다. 가격 산정은 생산비를 포함한 원가계산서와 업자 측의 가격신청서를 기준으로 했다. 시장 가격보다는 공정 가격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더라도 가게에서 소비자가 사 먹을 때는 이미 산지 가격보다 크게 오른 뒤였다.해방 이듬해 설날을 앞두고 시장물가를 조사했다. 사과 한 개가 3원50전이었다. 당시 미나리 한 속이 10원, 두부 한 모는 1원50전이었다. 한 속은 채소 등의 작은 묶음을 일컫는다.과일 중에는 국내서 재배되지 않았던 밀감이 한 줄에 150원으로 꽤 비쌌다. 지금의 감귤이다. 제철을 지나서 먹는 사과는 어땠을까. 밀감만큼 비쌌다. 생기가 없고 우글쭈글해도 한 개 200원을 넘나들었다. 그때의 사과는 군것질거리가 아니라 끼니보다 나은 보약이나 다름없었다. 배탈 난 아이에게 주스로 갈아 주거나 회복기 환자의 영양식이었다.한국의 명물이었던 '어여쁜 대구능금'은 이제 온난화 등으로 대구를 떠났다. 한때 일본은 이런 대구사과를 대량 구매하겠다고 나섰다가 통관 직전에 취소했다. 625전쟁 직후였다. 남 덕분에 돈은 벌어도 남이 잘되는 걸 그때도 보기 싫어했다.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2019-07-22 18:00:00

김문환 세명대 교수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한글, 인류사 알파벳 발달과정의 최신 버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영화 '나랏말싸미'한글이 우리사회의 화두다. 빌미는 경상북도 '상주'와 영화 '나랏말싸미'다. 1392년 조선을 건국하며 전국을 8도로 나눌 때 상주에 경상감영이 들어선다. 경상도가 '경주'와 '상주'를 합친 말이라는 데서 상주의 위상이 묻어난다. 상주는 임진왜란 중 경상감영의 지위를 대구에 내준다. 상주 사는 배모 씨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갖고 있다고 해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라 불린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상주본은 국가 소유로 최종 확정돼 논란을 일단락지었다.한글 창제 과정을 다룬 조철현 감독의 영화 '나랏말싸미'가 24일 개봉한다. 세종과 신미대사라는 스님의 관계에서 이야기가 풀린다. 산스크리트 문자, 티베트 문자, 파스파 문자를 깨우친 신미대사가 세종에게 한글 창제의 영감을 안겼다는 게 골자다. 한글 창제의 독창성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터라 웬 산스크리트 문자? 웬 파스파 문자? 하고 놀랄 법도 하다.▶훈민정음 창제과정 적은 해례본"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서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새로 28자를 만드니…." 한글 창제 동기를 세종이 직접 밝힌 대목으로 '훈민정음 예의'라고 한다. 이런 좋은 뜻을 갖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담은 내용을 '훈민정음 해례'라고 한다. 간송미술관에 보관 중인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 간송본'이 그렇다. 상주본은 이 간송본과 함께 제작됐지만, 내용이 더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례는 한글 자음을 발음기관인 입과 목구멍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고, 모음을 천지인(하늘, 땅, 사람)의 철학적인 내용을 기초로 획을 더해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당사자들이 제작 동기와 제작 방법(발음기관 상형설+가획설)을 설명해 놓았으니 이보다 더 정확한 고증은 없다. 하지만, 독창적인 형태라고 해서 부호를 합쳐 소리 나는 대로 적는 '알파벳'의 보편적인 발달사에서 한글이 동떨어진 별개의 문자라는 의미는 아니다.▶성현 용재총화 '산스크리트 문자', 이익 성호사설 '파스파 문자'조선 초기 문신 성현은 1499~1504년 사이에 지은 '용재총화'(慵齋叢話)에 훈민정음이 산스크리트 문자, 실학자 이익의 사상을 1740년경 집대성한 '성호사설'(星湖僿說)에 한글이 파스파 문자를 참고했다고 나온다.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 기록을 근거로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세종의 작은 형인 효령대군이 승려로 있던 양주군 회암사로 가보자. 고려시대 거대 사찰이자 유교국가 조선에서도 왕실 사찰로 번성하던 절이다. 폐허 위 전시실에 부호 같은 게 새겨진 기와 여러 점이 탐방객을 기다린다. 기원전 7세기경 인도의 인도유럽어족 계열 백인들이 만든 산스크리트 문자다. 불경을 적은 문자다. 산스크리트 문자는 이웃 티베트로 가 티베트 문자로 변한다. 티베트 문자는 칭기즈칸의 손자 쿠빌라이의 명으로 1269년 티베트 승려 파스파의 손에 의해 파스파 문자로 진화한다. 파스파 문자는 쿠빌라이가 세운 대원제국의 공식 문자였다. 동쪽 고려부터 서쪽 킵차크-한국의 우크라이나까지 모든 외교 문서는 파스파 문자였다. 1270년부터 대원제국의 속국 고려 왕족이나 고귀 관료, 승려들은 파스파 문자를 해독할 수 있었다.▶페니키아 문자가 지구촌 알파벳의 모태지중해 해안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로 가보자. 높이 1.4m, 길이 2.97m 아히람왕 석관 뚜껑에 170글자 38개 단어의 기원전 1000년경 문자가 새겨져 있다. 지금까지 발굴된 가장 오래된 알파벳이다. 페니키아 문자는 서쪽 그리스 문자-로마의 라틴 문자로 전파된다. 이 라틴 문자가 오늘날 지구촌 영어를 비롯한 모든 서양 언어를 적는 알파벳이다. 그리스 문자에서 갈라진 러시아 문자도 마찬가지다. 페니키아 문자가 동쪽으로 움직여 기원전 8세기 시리아의 아람 문자-인도의 산스크리트 문자-티베트 문자-파스파 문자로 발전한다. 중국 자금성 전각의 명패마다 보는 한자 병기 만주 문자도 티베트 문자에서 나온 알파벳이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문자, 유대인의 히브리 문자, 이슬람 문자도 모두 페니키아 문자에서 갈라져 나왔다. 15세기 등장한 한글은 인류 알파벳 발달사에서 가장 최신 버전인 셈이다. 뜻글자인 한자와 달리 부호를 연결해 소리 나는 대로 모든 것을 적을 수 있다는 알파벳의 기본 원리는 이미 고려 말 이후 우리 사회에 전파됐다.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 형태의 과학적인 최신 버전 알파벳, 한글이 등장한 거다.

2019-07-22 18:00:00

장동희 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이사/전 주핀란드 대사

[세계의 창] 한일 간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

일제강점하 강제징용자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로 야기된 한일 간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상 분쟁 해결 절차인 외교적 협의와 중재위 설치를 제안했지만 한국 정부는 응하지 않았다.일본이 오사카 G20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우리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쓰이는 3대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하자, 한국 정부와 국내 민심은 격앙되었다. 죽창가와 국채보상운동, 12척의 배, 심지어 의병이라는 대일 항전 의지를 다지는 결기 어린 단어들이 등장했다.이런 가운데 일본이 청구권 협정상 마지막 단계로 제안한 '제3국 정부에 의한 중재위 설치' 기한이 지난 18일로 끝났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다음 날 "한국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궁리하겠다"고 협박조로 말했다. 일본은 지난 7월 1일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키기 위하여 8월 말까지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조치가 실행되면 일본 정부는 자동차, 가전, 전자 등 한국의 산업 전반으로 수출규제를 확대할 수 있다.일본은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징용 문제에 대한 보복이 아니며 안보상의 이유로 수출 관리 운용을 재검토하는 차원이라고 강변한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무역규제 조치 금지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는 '국가 안보상 수출입 제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본이 항상 주장하는 법치(法治)의 왜곡일 뿐 아니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자유무역 이념과도 상치되는 꼼수이다.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경제무역 전쟁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을 비롯한 국제질서를 훼손시킬 뿐 아니라, 양국 모두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그러면 양국 간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일본의 여러 가지 구차한 핑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무역규제 조치는 지난해 우리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따라서 갈등 해소는 사태 발단의 직접적 원인이 된 대법원 판결을 치유하는 데에서 출발하여야 한다.해결 방안으로서 한국과 일본의 관련 기업이 기금을 조성해서 보상하는 방안(1+1), 여기에 한국 정부가 참여하는 1+1+알파 등의 방안이 거론되곤 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이 군대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였고, 54년간 일관되게 유지되어온 협정을 뒤집는 믿지 못할 나라라며 분개한다. 따라서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자 문제가 해결되었음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어떤 안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로서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할 수도 없다. 이러한 딜레마를 타개하는 방안으로 국제사법절차에 호소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통한 해결을 제안하기도 하나, 제국주의 통치에 대한 ICJ의 비교적 관대한 태도와 일본의 ICJ 재판관 배출 경력 등을 감안할 때, ICJ보다는 청구권 협정에 규정된 중재위를 통한 해결이 더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이 경우 청구권 협정상 분쟁 해결 절차를 수용함으로써 대한민국이 국제법상 법치국가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중재위 수락 시 이미 발표한 3개 규제 품목 철회를 조건으로 요구할 수 있으며, 일본의 추가 제재 조치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중재 과정에서 외교적 타협 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유의할 점은 이 중재위 심리를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제로섬 게임으로 몰고 가지 말아야 한다. 향후 분쟁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양국 간 의견을 달리하는 협정에 대하여 제3의 권위 있는 객관적 기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염두에 두고 대비하여야 한다. 양측 다 국수주의에 호소하는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성숙한 자세로 문제해결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이사(전 주핀란드대사·국제법 법학박사)

2019-07-22 11:34:27

권용섭 자유한국당 중앙위원회 상임고문

[기고]유승준 판결에서 배우는 반면교사

유승준의 입국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온 지 불과 닷새 만에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이는 유승준이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파기환송이라는 대법원 판결로 그가 다시 국내에서 연예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에 국민 다수가 분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병역의무를 다하지 않은 유승준이 2002년 입국 거부를 당한 후 17년이나 지났지만 국민은 아직 그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에게 병역의무라는 것은 신성한 의무이고, 국민 누구나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이행되어야 한다는 정의감이 강한 것이다. 따라서 병역의무 위반자에 대한 처벌과 제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국민의 정의감이 17년이 흘렀다고 하여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유승준은 아직 40대 초반으로 국내에서 가수 활동을 재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17년 전 방송에서 해병대 운운하며 바른 청년이라는 이미지를 보이던 그가 국민을 기만한 행위에 대해 국민적인 배신감이 여전하기 때문에 재기에 성공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유승준 사건으로부터 우리 청소년들이 '국방의무는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교훈을 반면교사로 배웠으면 한다.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올바른 정신을 배웠으면 한다. 유승준은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고도 군대에 가겠다고 여러 번 거짓말을 했다. 또한 그는 SNS를 통해 국민감정의 벽을 넘으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반성하는 듯 눈물을 흘리며 과거의 팬들에게 읍소하고 있지만 세상인심은 글쎄다.조금이라도 세상을 오래 살아온 인생 선배로서 인생을 잘 사는 너무도 단순하면서도 묵직한 교훈을 말씀드린다면, 유승준처럼 한때의 이로움을 바라고 살거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려고 산다면 결국 패가망신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기 때문에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이기주의형 인간은 결국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철저히 버림받기 마련이다.또한 권모술수를 사용하며 선동과 거짓말로 사람을 속이려는 잘못된 인간은 처음에는 그 술수가 통하는 것처럼 보이겠으나 세월이 흐르면 사실이 드러나게 되고 결국 정의 앞에 무릎을 꿇게 되고 말로가 비참하게 된다.좌전(左傳)에 '비양(卑讓) 덕지기야(德之基也)'라고 했다. 자기 자신을 낮은 곳에 두고 상대방을 올려 세워 주는 것이 비(卑)요, 자기는 한걸음 물러서고 상대방에게 길을 터 주는 것이 양(讓)이다. 무릇 장수는 목마른 사병이 모두 목을 축인 후 나중에 샘물을 마시는 법이니 존경받는 인간이 되려면 이기주의를 버리고 이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또한 논어에 '군자는 덕을 생각하고(君子懷德·군자회덕) 소인은 땅을 생각한다(小人懷土·소인회토)'고 하였다. '군자는 말을 삼가고 범은 가죽(재물)을 아낀다'는 말도 있다.무릇 유승준처럼 재물과 인기를 도모하다가 공적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정의롭게 살아가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2019-07-22 11:30:45

손호석 극작가, 연출가

[매일춘추] 장점에 주목하자

한 때 새벽잠을 포기해 가며 열심히 축구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박지성 선수가 잉글랜드의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기였는데 몇 년간 빠지지 않고 그 팀의 경기를 보면서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우승을 다투는 팀이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기라성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인 이상 완벽할 수는 없기에 선수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어떤 선수는 수비 가담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어떤 선수는 몸싸움이 약하다고, 어떤 선수는 패스를 잘 하지 않는다고 공격을 받았다. 박지성 선수도 늘 골을 많이 넣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으며 선수 생활을 했었다.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의 그런 약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그들이 가진 장점을 잘 조합하는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비 가담을 잘 하지 않는 선수가 아니라 골을 잘 넣는 선수, 몸싸움이 약한 선수가 아니라 역습에 강한 선수로 자신의 선수들을 평가했다. 박지성 선수의 경우에는 남들보다 뛰어난 활동량과 위치 선정 기술을 높이 사 강팀과의 경기 때면 자주 기용하였다.공연을 만들다보면 함께 하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약점이 보인다. 그리고 그들도 나의 약점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약점을 보완하며 성장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고 얼마간의 약점은 언제나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공연을 만드는 그리 길지 않은 기간 중에는 되도록 팀원들의 장점과 강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것을 잘 보여주고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글을 쓰고 연출하려 한다. 경험상 그렇게 했을 때 더 나은 결과물들을 얻었기 때문이다.개인적으로 보자면 본인의 약한 부분, 가지지 못한 부분에만 너무 생각이 함몰되어 자신이 가진 훌륭한 장점들마저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래 맞아. 나는 숫자에 약해. 하지만 그림 그리는 건 좋아하지. 이렇게 개성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단 말씀이야' 하는 식으로 삶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 싶다.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2019-07-22 11:30:30

이금대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기고]휴가철 인터넷사기 피해 예방법

휴가, 여행. 생각만으로도 왠지 행복하고 마음 설레게하는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하거나 소중한 자신을 위해 혼자만의 색다른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이도 있을 것이다.그런데 휴가철이 되면 어딘가에서 이런 시민을 노리는 사람도 있다. 휴가철 들뜬 마음을 이용해 휴가용품, 캠핑용품, 여행상품 등을 할인 판매한다는 등 명목으로 사기를 치려고 하는 속칭 '인터넷 사기꾼'이 그들이다.작년에는 네이버 카페에서 '여행상품을 판매한다'고 속여 30여 명으로부터 6천여만원을 편취하거나 중고나라에서 '숙박권을 양도한다'는 허위글을 게시해 100여 명으로부터 4천500여만원을 챙긴 피의자가 검거되는 등 휴가철을 맞아 인터넷사기 사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경찰청에서는 8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인터넷 사기 단속강화 기간'을 운영해 휴가용품과 여행상품 판매를 빙자한 인터넷 사기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경찰은 이번 단속 기간에 인터넷 사기에 이용되는 대포통장 매매 단속과 범죄로 취득한 동산・부동산에 대해 '기소전 몰수보전'을 적극 시행하고 은닉한 금원에 대해 철저히 추적해 재범의지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인터넷 사기로 인한 추가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기사이트로 판단되면 입건 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속히 사이트 폐쇄 또는 차단을 요청하는 등 피해확산 방지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한다.휴가철 인터넷 사기 수법으로는 가짜 쇼핑몰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여행 커뮤니티(카페) 또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항공권, 숙박권 등 여행 상품과 물놀이 시설·용품, 캠핑장비 등 하계 휴가용품 등을 올려 둔 후 해당 상품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대금을 먼저 송금해 주면 물품을 보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가 돈을 송금하면 연락을 끊는 방법이 주를 이룬다.이러한 인터넷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품대금을 현금결제(계좌이체)로만 유도하거나, 판매자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메신저로만 연락하는 경우 사기거래를 의심해야 한다. 가능한 한 직접 만나 거래하거나 안전결제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좋다.또한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사이버캅앱 또는 '더치트' 사기피해사례 검색 정보를 활용해 사기전화・계좌 여부를 확인하고 '긴급 처분', '특별 할인' 등 말에 현혹되지 않는 등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사이버캅앱은 사이버범죄 예방정보의 모바일서비스 제공을 위해 배포된 앱으로 인터넷사기에 이용된 휴대전화 및 계좌번호 조회, 신종 사이버범죄 피해경보 발령, 사이버범죄별 예방팁 등 기능이 탑재돼 있다.최근에는 인터넷에 물품 판매 글을 올리고 가짜 안전결제사이트로 유도해 대금을 편취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안전결제사이트 인터넷주소(URL)가 정확한지도 꼭 확인해야 한다.만약 사기 피해를 당했을 때는 판매자와 대화 내용, 상대방 계좌번호가 표시된 계좌 이체 명세서를 준비해 가까운 경찰서를 방문하거나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홈페이지로 신고하면 된다.혼자 속앓이하거나 피해 금액이 소액이라고 그냥 두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 공유로 또다른 피해 예방에 보탬이 될 필요도 있다.즐거운 휴가철에 지금까지 나열한 예방법을 숙지해 인터넷 사기 피해자가 되지 말아야 하겠다. 모처럼 기분좋게 여행을 준비하다 더 큰 스트레스에 빠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나는 안 당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철저한 예방 정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19-07-21 14:56:56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중재위원회로 한일 갈등 돌파하라

韓=善, 日=惡 규정하면 해결 만무양국 모두 피해 입을 수밖에 없어외교전서 완승·완패는 불가능한 일물밑 교섭 통해 중재위 구성 노력을외교 경로를 통한 협의, 양국이 직접 지명하는 위원 중심의 중재위원회 구성, 제3국을 앞세운 중재위 구성.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경제협력협정, 이른바 청구권협정 제3조에 규정된 분쟁해결 절차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18일 자정까지 기다리겠다고 한 것은 세 번째 제3국 중재위 안이다. 일본은 자신들이 제안한 외교 협의, 중재위원 지명 중재위에 이어 마지막 절차까지 우리 정부가 모두 거부했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시한 설정은 일방적인 것으로써, 수출규제 조치는 외교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주장이다.나는 방송에서 여러 차례 중재위 절차에 응하는 게 좋다는 주장을 폈다. '아베 편'이거나 친일파여서가 아니다. 우리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이 요구하는 중재위는 위에서 본대로 청구권 협정에 정해진 절차이다. 일본의 제안은 일본 스스로 이번 사안이 청구권 관련 문제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자연스러운 결론에 이른다. 우리 정부와 일본의 합의 하에 중재위가 구성된다면 쟁점은 청구권 해석에 관한 문제로 좁혀지게 된다. 반도체 소재가 북한으로 유출되었다, 우리 정부의 전략물자 관리가 허술하다, 일본의 국가안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계속 말을 바꾸며 자신들의 수출규제를 합리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이 모순된 것임을 단박에 지적할 수 있는 것이다.나아가 중재위 구성을 합의한다 해도 실제 중재에 돌입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양국이 지명하는 위원으로 구성하거나 제3국을 앞세워 구성하거나 매 한가지다. 중재위 구성부터 중재할 내용, 결정 방식 등 세부사항 조율은 얼마나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양국의 협상은 필수적이다. 우리가 일본에 요구하는 양국의 외교적 협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양국이 접촉하는 동안은 일본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일방적인 조치를 취할 명분이 없다.국제 사회에서 우리가 일본에 밀릴 것이라는 단정도 성급하다. 일본이 막강한 자금력과 인맥을 통해 국제사회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격다짐이 아닌 이상 국제 분쟁일수록 명분과 논리가 중요하다. 후쿠시마 수산물 관련 분쟁에서 우리가 예상을 뒤엎고 승소한 사례가 있지 않은가. 중재로 갈 경우 쟁점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다.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국가 간 합의로 소멸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애국적 고려일 수도 있고, 논리적 결론일 수도 있지만 일본의 최고재판소와 우리 대법원이 다른 결론을 낸 것만은 분명하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다투고 있으니 해결을 위해 중재 방식을 선택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보편적 인권문제라는 명분도 우리에게 중요하다."아베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자"거나 "아베 당신 실수한 거야"라는 말에서 후련함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다. 북한식으로 "간악한 쪽바리들" "섬나라 사무라이 족속들"이라는 말을 쏟아내고 '우리 민족끼리' 살 수 있다면야 걱정할 일이 무엇이랴. 우리는 선, 일본은 악으로 규정한들 해결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애증 관계라는 한마디로 규정하기에 한일 관계는 너무도 복잡하다.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관계를 헝클어 버리면 양국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고'가 사실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불리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우리 정부는 미국의 중재를 공개적으로 부탁하는 상황이다. 공식적인 중재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외교전에서 완승, 완패는 불가능한 목표이다. 아베가 무릎 꿇을 리도, 우리가 머리를 숙일 수도 없다. 중재위는 양국 모두의 명분을 살리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우리가 중재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간주하고 추가 보복책을 강구 중이다. 이제라도 물밑 교섭을 통해 양국 정부에서 함께 중재위 구성 방안을 발표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더 좋은 전략이 있다면 백면서생의 이런 제안은 무시해도 좋다. 너는 누구 편이냐만을 묻는 것은 국가의 전략이 아니다.

2019-07-21 14:55:54

이상일 시인·수필가

[광장] 평범이 가장 큰 행복의 지름길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스펜서(Spencer)는 "인간은 삶이 두려워 사회를 만들었고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때 사회는 인간 한 사람(人)이 아닌 두 사람 이상의 사이(間)의 관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동양에서 사람을 단순히 인(人)이라 하지 않고 인간(人間)이라고 했다.이 사회에 사는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행복의 기준은 시대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편적인 행복은 지금 현재의 인간관계 속에서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현실은 늘 끊임없는 갈등과 모순이지만 그 시대와 같이 사는 사람들과 동떨어져 지구 밖에서나 과거나 미래에서 행복을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옛 선조들도 세상 살면서 세 가지는 피하라고 했다. 첫째가 소년등과(少年登科), 둘째가 장년상처(壯年喪妻), 셋째가 말년궁핍(末年窮乏)이라 했다. 이 중 소년등과는 너무 일찍 출세하면 인생의 산전수전을 경험해 보지 못함으로써 정상에서 추락하는 절망감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하거나 망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피하라 했다.행복은 성적순도 아니며, 천재나 영재로 사는 것이 성공이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되는 것도 아니다. 'IQ 210'의 세계 10대 천재 한국인 김웅용 씨는 12세에 NASA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지만 또래와의 '관계 맺기'와 '소통'에 실패해 NASA에서도 늘 혼자였고, 결국 우울증과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19세 때 '평범하게 살겠다'며 한국으로 돌아와 검정고시로 초중고를 거쳐 지방대를 졸업한 후 공기업에 다니다 지방대학 교수로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최근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천재 소년 송유근도 만 6세의 나이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8세에 인하대에 입학해 최연소 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다 논문 표절 등의 시비에 휘말려 모든 것을 중단하고 작년 말 군에 입대했다.외국 사례로 2008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세계적 수재들만 모인 미국의 하버드대 학생 268명의 인생을 추적한 연구 결과, 47세 무렵까지 형성돼 있는 인간관계가 이후 생애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였고,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가장 안정적인 성공을 이뤘다는 결론이다. 결국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고 결론지었다.사람의 일생을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열광하는 삶보다는 한결같은 삶이 훨씬 우리의 삶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안다. 가장 위대한 진리는 가장 단순하듯 이미 유치원에서 배운 정직하라, 성실하라, 사랑하라 이 세 마디이다. 이렇게 사는 길이 가장 심플하면서 이 땅 위에서 가장 행복하게 사는 길이다.한때 우리나라에서 조기교육 붐이 일어나 혀도 잘 못 굴리는 아이에게 3개국의 외국어를 시키는 등 과열풍이 있었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영재 내지 천재교육으로 아이들을 혹사시키거나 별나게 키우려고 하기보다는, 같은 또래집단과 자연스럽게 인격 형성이 되도록 평범하게 키우는 것이 한 사람 일생으로 봐서는 가장 행복하게 사는 지름길이라는 것은 오랜 세월 살아본 사람들의 경험 법칙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사는 이유가 행복하기 위해 산다면 행복은 결국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과의 평범한 교류와 가장 단순한 진리 속에 있기 때문이다.

2019-07-20 00:30:00

이동근 작 '어느 맑은 날'

[내가 읽은 책]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박막례·김유라 지음/ 위즈덤하우스

"박막례 씨, 치매 올 가능성이 높네요." 이 한마디에 손녀 김유라는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할머니와 호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떠나기 전, 유라는 할머니의 치매를 막기 위해 휴대폰에 두더지 게임 앱을 깔아보기도 하고 치매 관련 논문도 찾아보고 인터넷 치매 환자 카페에도 가입을 한다.그러다 '치매는 의미의 병입니다.' 그것은 곧, 할머니의 존재 가치가 없다는 판단이 들어 우울과 시련이 찾아오면서 뇌세포가 손상되는 마음의 병이라는 것을 알았다. '할머니가 왜 살아야하는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당신 삶의 의미를 찾게 하자.'(63쪽)고 생각, 호주로 여행 가서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크게 주목받았다.책은 운동 경기에 빗대 전반전, 하프타임, 후반전, 그리고 남은 이야기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었다. 한 사람의 생애를 운동 경기로 보는 특별한 시각이 있다. '전반전'은 치매 위험 진단을 받기 전까지 박막례 할머니의 살아 온 이력을 간략하게 기록했다. '후반전'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할머니와 손녀의 시각으로 재구성했다.2남 4녀 중 막내딸로 태어나 6.25 전쟁 때 오빠들과 헤어지고 딸이라고 학교도 못 다닌 이야기, 한복학원을 다녀 바느질을 배우고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집안을 돌보지 않는 신랑을 만나 생계를 위해 막노동과 파출부 일을 하고 과일장사에 엿 장사, 꽃 장사, 떡 장사, 식당일에, 두 번의 사기를 당한 이야기까지 여자로서는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이었다.이후 '후반'에서는 71세의 박막례 할머니가 겪는 좌충우돌 자유 여행기가 펼쳐지는데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가 섞이면서 더 재미있어진다. "생전 처음 탱고리인지 캥고리인지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동물을 쿠란다 마을에서 봤다. 근디 가서 보니까 앞다리는 짧고 뒷다리는 길어가꼬 다친 것 같아서 마음이 엄청 아프더라. "너 다리가 끊어져서 그러냐? 오메 오메....." 불쌍해가꼬 그것을 자꾸만 쓰다듬어줬다."(72쪽) 생전 처음 캥거루를 보면서 박막례는 앞다리와 뒷다리가 똑같은 것인데 다쳐서 그런 줄 알고 불쌍하게 여긴다.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역인 케언스에서는 스노클링도 하게 된다. 영어라고는 Hello, Thank you, Sorry, F*** you, Sh** 다섯 가지 밖에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 정도의 어학 실력으로도 외국인들과 어울리며 오리발을 신고 잠수복을 입고 바다 속에 들어가서 마음껏 헤엄쳐본다. 그러다 거기서 또 한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이야기는 웃어서도 안 되고, 웃을 일이 아닌데도 웃음이 나와서 참기 어려웠다.책 중간 중간 나타나는 코믹한 표정의 사진은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독자를 위한 편집이 다. 이해도를 높이기도 하고 재미도 더 한다. 크루즈여행에서는 서양 할아버지들과 춤을 추면서 '서양 할아버지들은 향수 냄새가 났다' 며 충격적이라고 고백을 한다. 구글에서 보내준 초대장을 받고 미국 현지까지 날아가서 환대받는 모습에선 용기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71세 할머니와 손녀 김유라의 이야기, 어디부터 따라 잡아야하지? 부럽다는 말만 하고 앉아있는 것,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호기심을 가지고 용기 있게 도전하는 자만이 얻을 것을 얻고, 이룰 것을 이룬다. 지금까지 남이 하는 일을 부럽게 바라만 보았다면 이제 남이 날 바라보게 해 보자. 하고 싶었던 일, 늦었다고 생각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자. 지금 당장!! 이동근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19-07-18 12:00:17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말이 되는' 드라마를 보고 싶다

전통적 설정으로 시청률 안 나오니끝없는 비현실 치닫는 한국 드라마왜 말초신경 자극에만 애쓰는 걸까은유·풍자·해학 있는 판타지 제작을 한국 드라마는 끝없이 비현실로 치닫고 있다. 옛날엔 보통 사람의 현실을 담백하게 다룬 드라마도 꽤 했다. 연예인들이 뭔가를 하는 소위 '예능'프로, 일반인의 삶을 보여주는 '리얼다큐', 연예인과 일반인이 함께 나오는 '리얼예능'. 실상은 연출이거나 '악마의 편집'이더라도 그 '리얼'을 표방하는 프로들이 득세하는 것에 비례해, 드라마는 '현실'로부터 멀어졌다.몸이나 영혼이 바뀌는 체인지담, 시간·공간 이동담, 현대판 귀신담, 초능력 히어로담…. 이런 노골적인 판타지에 시청자는 익숙해졌다. 저게 말이 되냐고 따지는 이는 드물다. 그 어떤 판타지도 없으면 시청률이 바닥이다. 드라마는 으레 황당무계한 것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진 듯하다. 드라마의 만화화라고 해야 할까.물론 괴력난신(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존재나 현상을 이르는 말)이 전혀 없는 드라마도 있다. 그렇지만 그 '현실적인' 드라마도 판타지다. 비극적·엽기적 출생의 비밀, 갑작스러운 중병의 발발, 못된 부자와 착한 서민의 운명적인 로맨스, 이중삼중사중의 짝짓기 연애, 정의로운 '사'들의 징치…. 전통적인 설정만으로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니, 5대 강력범죄가 난무한다. 만약 드라마가 현실의 반영이라면, 한국은 폭력·절도·성범죄·강도·살인이 비일비재하는 무법천국이나 다름없다. 재벌은 사업에 힘쓰기는커녕 끔찍한 사고나 저지르고, 공권력은 범죄자와 결탁되어 있고, 그래서 범죄는 은폐되기 십상이고, '사'들도 거의 다 악당이고, 흙과 물에 억울한 희생자가 묻혀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온갖 범죄가 발생 중이다. 정의로운 영웅의 목숨을 건 활약이 없다면 구제불능이다.한국이 얼마나 정의롭고 안전한데. 한국인이 얼마나 훌륭하고 이타적인데. 한국 재벌이 얼마나 '노블레스 오블리주'인데. 드라마 만든 사람들, 애국심이 없네. 저런 사상이 의심스러운 드라마를 만들다니. 실제로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해서 발칵 뒤집히고는 하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아주 가끔 있는 일을 가지고, 만날 일어나는 것처럼 호도하다니 불순하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시청자가 있다면, 거짓말인 걸 알고 보는 괴력난신류보다 강력범죄 드라마가 더 충격적인 판타지일 테다.전혀 판타지 같지 않은 드라마도 판타지 일수도 있다. 훌륭한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낭만닥터 김사부'와 '병원선', 지구대 경찰의 애환을 그린 '라이브', 감옥도 살 만한 곳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어안이 벙벙한 '슬기로운 감빵생활'. 근래에 참 보기 드문 '리얼한' 드라마들이다. 하지만 일선 의료인과 지구대 경찰과 교도소 경험자에게 그 드라마들은 얼마나 사실적일까? 어쩌면 예능과 다큐의 '리얼'도 조작된 드라마일지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리얼'이 괴력난신 판타지보다 어처구니없을 수 있다.판타지의 극한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최근 방영 중이다. 국회의사당을 날려버리고 대통령 포함 정부 요인 수백 명을 한꺼번에 죽인 '60일, 지정생존자'. 알다시피 미드 '지정생존자'를 그대로 베꼈다.아무리 베꼈다지만, 한국에서 국회의사당을 날리다니! 미드에서는 총질이 자유로운 나라여서 그런지 정말 많이 죽는다. 한드에서는 웬만하면 죽지 않는다. 귀신인지 좀비인지는 미드처럼 죽여도, 감히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는 못했다. 그런데 '60일, 지정생존자'는 갑자기 수백 명을 죽여버린 것이다. 미드 수준을 한 방에 따라잡기라도 하겠다는 듯이.드라마의 '비현실'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미드에서도 베꼈지만, 일드에서도 많이 베꼈기 때문이다. 일본 만화, 일본 소설을 대놓고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와 영화도 수두룩하고, 한드에 일본에서 빌려온 판타지가 가득하다는 건 불편한 진실이다. '비현실'이 나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닐 테다.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아니, 판타지 없는 드라마는 이제 불가능하다. 하지만 왜 꼭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데만 애쓰는 걸까. 판타지라도 은유하고 풍자하고 보듬고 해학이 있고 의미가 있는, '말이 되는' 드라마를 보고 싶다.

2019-07-18 11:53:57

장정옥 소설가

[매일춘추] 서점 나들이

토요일이면 딸의 주니어들을 데리고 서점으로 간다. 두 아이가 서점 나들이에 재미를 붙였다. 토요일 아침이면 여섯 살배기인 큰 아이가 전화를 한다. 김밥을 싸서 앞산 공룡공원이나 과학관으로 가기도 하지만 토요일만은 서점으로 나들이를 간다. 어린이 서점 코너로 데려가서 갖고 싶은 책을 한 권만 고르라고 하면 두 아이가 신이 나서 돌아다닌다. 사방 책으로 가득 찬 서점에서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딱 한 권만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대와 선택의 즐거움을 주었던지 서점나들이를 꽤 즐긴다. 동화책 사이를 설치고 다니는 재미 외에도 아이들은 노트와 펜의 화려함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서점 나들이는 어른인 내게도 즐거운 놀이다. 어른에게도 마음을 쉬게 해주는 놀이가 필요하다. 청바지를 입고 음악실을 찾아다니던 시절에 날마다 찾아간 서점이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간 서점이 내 피안이었고 거기서 꿈의 태동이 시작된 것을 그때는 몰랐다. 교과서에서 이름만 듣던 세계문학과 니체와 까뮈를 처음 만난 곳. 동네서점은 잠시나마 현실의 나를 잊을 수 있게 해준 유일한 피안의 세계였다. 사는 게 너무 심심해서 날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날 생각에 빠져 있었다. 삶에 수많은 갈래의 길이 있는데 책이 내게 그 길을 가르쳐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새 책 냄새가 좋았을 뿐인데, 거기서 길을 찾다니. 무의식의 움직임이었던가 보다. 손이 벨 것처럼 팔랑거리는 책장을 넘기며 새 책 냄새를 맡고 있는 동안은 서점 주인도 모른 척 해주었다. 안경 쓴 그의 모습을 훔쳐보며 그렇게 지적인 모습으로 책을 파는 나를 상상했다. 그 서점 주인도 지금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책을 실컷 만지다 들고 나온 것은 백동전 세 개 값의 삼중당 문고였다. 손을 부끄럽게 하던 그 책을 달력으로 표지까지 입혀가며 아꼈다. 두 줄로 묶은 문고판을 삼십 년이나 들고 다녔다.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던 때에 그 책 묶음은 요요히 타는 촛불이 되어주었다. 뭔가 절실하게 바라볼 것이 필요했고, 책이 있어서 견뎌냈다. 아이나 어른이나 놀이가 필요하고, 마음 내려놓을 곳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슴에서 끓는 갈증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서점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던 그때, 책을 실컷 만지게 해주신 서점 주인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백 권을 묶어도 구공탄 두 장 무게도 안 되는 책을 사 모으던 그 기쁨을 가르치기 위해 토요일마다 서점 나들이를 간다. 장정옥 소설가

2019-07-18 11:40:33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

[기고] 제8대 대구시의회 개원 1주년을 맞아

지난해 이 무렵 6·13 지방선거를 통해 처음으로 양당 구도 속에 제8대 대구시의회가 출범했다. 한 명이던 여당 의원이 다섯 명으로 늘었고, 재선 이상 의원은 서른 명 중 겨우 네 명만 재입성에 성공했다. 당연히 의회 안팎에서 '의회 운영이 잘될까'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연일 들려왔다.그러나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런 걱정이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경험이 일천해 시정을 잘 살피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자아냈던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수능생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면학 분위기가 형성됐고, 의원 연구단체도 속속 결성돼 왕성한 활동에 돌입했다. 오직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위해 할 일들을 찾고 다듬으며 보낸 시간은 이내 작은 성과를 도출해냈다.대구참여연대와 대구YMCA가 결성한 '대구시의회 의정지기단'의 발표에 따르면, 제8대 대구시의회 초기 6개월간 조례 제·개정 건수가 전대 의회보다 크게 늘었다. 개정 건수는 다소 줄었으나 제정 건수는 24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시정질문과 5분 자유발언 건수는 총 12건이 늘었다. 대상 기간을 1년으로 늘려 비교해 보면 8대 의회에서의 조례 발의, 시정질문 및 5분 자유발언 등은 총 241건으로 전대 의회보다 48건 증가했다. 내용적으로도 7대 의회는 도시, 건설 분야에 집중된 반면, 8대 의회는 인권·안전·통일·교육 등 시민 생활 전 분야로 관심 분야가 더욱 다양해졌다고 평가했다.개원 초기의 미심쩍은 시선을 상기해 볼 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요약하면 첫째,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라 본다. 시의원으로서 소명과 역할을 엄중히 여기고 시정 견제와 감시에 집중하다 보니, 의정 활동 전반에서 왕성한 활동 결과가 구체적인 지표로 나타난 것이다.둘째, 소통과 협치가 시너지 효과를 낸 덕분이다. 의원들이 소속 정당의 입장을 떠나 대구시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주민 밀착형 생활 정치를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통합신공항 건설과 취수원 관련 현안 특위를 여야가 위원장을 나누어 맡아 지역의 문제에 함께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소통협치의 태도가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조기 실시, 한국물기술인증원 대구 유치 등 주요 현안에서 의회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됐다.셋째, 남다른 참여와 열정의 태도 때문이라 본다. 26명의 초선 의원들은 시정 경험이 부족한 '초짜'였을지 몰라도, 실상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는 경험과 실력을 갖춘 전문가들이었다. 부족하다는 점이 도리어 더욱 낮고 겸손한 자세로 '열정과 참여'에 매달리게 만든 유인이었다고 생각하면 그 '부족함'조차 발전의 밑거름이었을 뿐 장애물은 아니었다.우리는 다시 열기가 더해지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시의원들의 집무실은 여전히 공부하는 의원들과 현안 설명을 위해 들르는 공무원들로 연일 북적인다. 돌이켜보면 그 나름 몸부림쳤던 지난 1년, 뿌듯한 보람이 적지 않지만 250만 시민을 만족시키기엔 더 많은 분발이 필요하다고 자성하면서, 대구시의회의 의미 있는 또 다른 1년을 위하여 다시금 신발 끈을 동여매고 출발대에 선다. 그리고 '시민의 작은 소리도 크게 듣기'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따끔한 질책까지도 목말라하면서 제8대 대구시의회 개원 1주년의 의미를 조용히 되새겨본다.

2019-07-18 11:15:37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하늘이 운다 해도 조식

보아라! 천석들이 거대한 종을 請看千石鍾(청간천석종)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안나 非大扣無聲(비대구무성)어찌하면 요지부동 두류산처럼 爭似頭流山(쟁사두류산)하늘이 운다 해도 아니 울까나 天鳴猶不鳴(천명유불명)*원제: 題德山溪亭柱(제덕산계정주): 덕산 개울가 정자 기둥에 적다. 위의 시의 작자인 남명(南冥) 조식(曺植:1501-1572)은 퇴계 이황(1501-1570)과 함께 영남의 쌍벽으로 불렸던 학자다. 하지만 이 두 분은 학풍이나 기질, 삶의 방식 등 여러모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퇴계가 온유돈후한 분이었다면, 남명은 비분강개한 분이었다. 퇴계가 봄바람처럼 부드러웠다면, 남명은 천길 절벽 같은 기상이 살아 뛰는 분이었다. 퇴계가 작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면, 남명은 처음부터 거대 지향을 가진 분이었다.그러한 성향에 걸맞게, 남명은 육중한 두류산(지리산의 별칭)을 몹시도 사랑했던 사람이다. 교통이 극히 불편했던 그 당시에 놀랍게도 그는 10여 차례나 두류산을 유람했다. 그 유람의 목적을 "물을 보고 산을 보고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보기 위한 것(看水 看山 看人 看世)"이라고 설파하기도 했다. 61세 때는 아예 두류산 천왕봉이 한눈에 보이는 산청군 시천면의 덕산으로 이사를 하여, 두류산을 쳐다보다 세상을 떠났다. 남명은 왜 그토록 두류산을 사랑했을까? 그것이 궁금하면 위의 시를 찬찬히 음미해보면 된다.경주박물관 뜰에 장중하게 걸려 있는 에밀레종! 그 거대한 종을 도시락을 까먹는 나무젓가락으로 칠 수는 없다. 천석들이 거대한 종을 치려면, 그에 상응하는 참으로 거대한 당목(撞木: 종을 치는 나무 막대)이 필요한 것이다. 말을 바꾸면 천석들이 거대한 종도 그에 상응하는 거대한 당목으로 힘차게 치면 다 울게 되어 있다. 어디 종뿐이랴.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존재인 하늘도 정말 거대한 당목으로 치면 울기 마련이다. 천둥과 번개가 다 하늘이 외부의 충격을 받고 참지 못해 터뜨렸던 울음이 아니던가. 하지만 하늘이 운다 해도 절대 울지 않은 것도 있다. 그것이 뭔가? 바로 두류산이다. 나도 두류산처럼 그 어떤 외부적 충격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요지부동의 역동적 인간이 되고 싶다.이렇게 볼 때 두류산은 남명이 추구했던 이상적 자아, 그의 큰 바위 얼굴이었다. 남명이 그토록 두류산을 사랑했던 것도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 두류산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두류산이 되고 싶은 희망을 끝까지 뜨겁게 품고 살았다. 늘그막에 두류산 옆으로 이사까지 가서 지은 위의 시가 바로 그 아주 명확한 증거다.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07-18 11:15:14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매일춘추] 소극장 오페라를 만들자!

대구를 흔히들 공연의 도시라고 일컫는다. 그중에서도 오페라는 대구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독보적 존재감을 유지해 왔다. 지역을 거점으로 한 음악대학에서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 시켰으며 많은 민간 오페라단이 창단되어 질적인 오페라를 무대에 올렸고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탄생과 대구국제 오페라축제의 진행은 그야말로 오페라의 도시다운 면모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듯 대구에서는 타 공연 장르와는 다르게 생산과 소비와 유통의 경쟁력 있는 구조를 가진 것이 오페라라 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대중화의 흐름 속에 뮤지컬 쪽에 그 위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페라가 일반 대중들에겐 친숙하지 않다 보니 오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오페라뿐만이 아닌 현시대에 대한 문화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예술계에도 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는듯하다.몇 해 전 환경미화원 분들의 회식 자리가 있었는데 우연히 그 옆자리에 성악가와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고 그분들에게 공연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시켜줬는데 공연을 한 번도 보지 않는 분들이 많다 보니 갑자기 즉석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왔고 나대신 그 성악가는 흔쾌히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불러 주었다. 놀랍게도 그 결과는 과히 폭발적이었다. 앙코르에 부라보까지, '대중가요 보다 훨씬 낫네' '내 귀가 호강했어' 등 보는 이들도 하는 이도 하나가 되는 광경이었다. 하나의 작은 식당에서 이루어진 멋진 공연이었으며 정말 감동적이었다. 성악가가 바로 코앞에서 불러주는 그 노래는 자기 몸속에 흐르는 리듬과 감성을 깨닫고 희열을 느꼈기에 환호를 하였을 것이다. 그분들은 보지 못한 것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다. 난 그때 생각했다 "이분들이 몰라서 안본 것이 아니라 안 봐서 모르는 거였구나. 그러면 보게 하자." 바로 여기에 답이 있는 듯했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바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 무대와 객석의 교감이 바로 이루어지는 곳, 특권층으로 나누어져 보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가격대로 볼 수 있는 곳, 바로 소극장 문화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며 소극장 문화와 멀리 있는 오페라계도 바로 여기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다행히 대구국제오페라 축제도 소극장 오페라를 매년 추진하고 있고 소극장 오페라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소극장 오페라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바로 민간 오페라단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소극장에서 올릴 수 있는 창작품들이 나와야 하고 작품의 테마 역시 지금과는 다른 다양성을 지녀야 할 것이고 장기 공연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소극장에 오페라, 뮤지컬, 연극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상생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2019-07-18 11:11:57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새론새평] 전기요금의 본질(本質)

여름철 누진제 소비 상한 확대 정책한전 약 2천800억원 손실 부담 예상전기 적게 쓰는 소비자 할인 줄이면결과적으로 이들 요금이 오르는 셈 실내에서 여름에 긴소매 옷을, 겨울에 반소매 옷을 입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를 견디는 데 전기는 필수적이다. 적절한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전기는 복지의 문제이다.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기업이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가난한 사람이 전기를 충분히 소비하지 못한다. 그러나 전기를 소비하는 사람이 요금을 지불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 지켜진다. 다른 하나는 정부가 저렴한 요금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적자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이 방식을 택하면 많은 사람이 원하는 만큼 전기를 소비한다. 다만, 전기가 과도하게 소비되고, 전기를 소비하는 사람과 세금을 내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수익자 부담 원칙이 깨진다.우리나라는 한국전력공사라는 공기업이 전기를 공급한다. 전기요금은 생산비에 적절한 이윤을 더해서 결정되므로 비교적 저렴하다. 우리나라의 전기 공급은 앞의 두 방식의 절충이다. 모든 절충이 그렇듯이, A와 B를 섞으면 A와 B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나타난다. 전기요금이 저렴하므로 적자가 발생하고 여름과 겨울에 초과 수요가 나타난다. 사기업이 전기를 공급하면 이러한 문제가 없다. 여름과 겨울에는 전기요금이 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전은 전기요금 누진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여름과 겨울의 전기 소비를 억제하였다. 소비량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높은 요금이 부과되므로 전기 소비가 억제된다. 200㎾h 이하를 사용하면 ㎾h당 93원, 201~400㎾h를 사용하면 188원, 400㎾h를 초과해서 사용하면 281원의 요금이 부과되었다.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누진제를 수정하였다. 7, 8월에 한하여 ㎾h당 93원이 적용되는 소비 상한이 300㎾h로, 188원이 적용되는 소비 상한은 450㎾h로 확대되었다. 올해부터는 7, 8월에 전기를 많이 쓰더라도 높은 요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누진제 완화로 7, 8월의 전기 소비가 증가하고 한전은 약 2천800억원의 손실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7, 8월에 누진제를 완화해서 많은 사람이 더위를 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좋은 정책을 시행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2천800억원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한전은 필수공제를 폐지 또는 완화한다고 한다. 필수공제는 전기를 적게 쓰는 소비자의 요금을 할인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국민의 요금은 인하되고, 적게 소비하는 국민의 요금은 인상된다. 이는 인센티브(incentive)의 측면에서 개악이고 조삼모사(朝三暮四)이다.전기요금 체계를 만드는 것은 전기 생산비를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적은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문제와는 무관하다. 전기요금 체계를 잘 만들어도 모든 국민이 승자가 될 수는 없다. 전기요금을 가정용과 산업용으로, 주간과 야간으로 구분하고, 누진제를 완화하고, 필수공제를 폐지 또는 완화하면 누군가는 이득을 얻지만 누군가가 손실을 입는다. 전기요금 체계의 개편은 돈을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모든 국민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전기를 공급하려면 생산비를 낮추어야 한다. 효율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전기를 생산하면 생산비가 상승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공기업이 전기를 공급하면 소비자와 납세자가 증가한 생산비를 부담한다.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다.합리적인 국민이라면 효율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부담하는 전기요금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근시안이다. 내가 적게 부담하면 누군가가 많이 부담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많이 부담한다.

2019-07-18 01:30:00

이도수 경상대 명예교수

[불가사의 인도] 남자는 '1',여자는 '0',인도의 개똥철학

현재 인도의 인구는 세계 2위이지만 인구 증가율은 1위인 중국보다 3배나 빠르다. 2017년 유엔은 7년 뒤엔 인도가 전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나라가 될 것이라 발표했다. 인구 억제 정책을 쓴 중국과는 달리 인도는 인구가 10억 명을 넘어서도 산아제한이라는 말은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는 특이 나라다.인구에 대한 인도인들의 이런 불가사의한 철학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필자는 하와이에서 만난 인도 출신 동갑내기 친구 토마스 싱에게서 들은 인도인 특유의 개똥철학을 잊을 수가 없다."한국 친구, 잘 들어봐요. '0'에서부터 '9'까지의 아라비아숫자가 고대 인도에서 발명되어 중동을 거쳐 서양으로 전해졌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요? 그런데 그 신비의 숫자 '0'이 산수에만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 아니고 남녀 속성을 풀이하는 데도 적용된다는 것이 더욱 신비스럽다니까요.""아니, '0'이 어떻게 남녀 속성을 풀이하는 데 쓰여요?"남성은 숫자로 표현하면 '1'이고 여성은 '0'이지요. 남성이 왜 '1'이고 여성은 '0'인지는 글자 모양을 보고 상상해 보라고요. 그런데, 남자 하나 '1'에다 남자 하나를 보태면 '2'가 될 뿐이지요. 남자 하나에 남자 둘 '2'를 보태면 '3'이 될 뿐이지요. 그런데 남자 하나 '1'에 여자 하나 '0'을 붙이면 당장 '10'이 되지요. 남자는 서로 합하면 산술적으로 늘어나지만 남자와 여자가 합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게 되어 있어요. 여자 '0'은 따로 두면 별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지만 남자 '1'과 결합하면 무한의 생산성을 발휘하지요. 그래서 인도에서는 독신 여성이 거의 없고 다산 여성일수록 가문에서 대접을 받아요.그 말을 들을 때는 그럴듯한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논리적으로 파고들수록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똥철학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인도 친구는 10남매 자녀를 두고도 다음 자녀 출산을 기대하고 있으니 그에게는 개똥철학이 아닌 셈이다. 그러기에 이방인들에게 인도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많은 불가사의한 나라임에 틀림없다.이도수 경상대 명예교수

2019-07-17 18:00:00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 사진: pixabay 제공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브랜드는 오늘도 소비자와 연애를 한다

성공하는 광고와 실패하는 광고는 한 마디 차이다. 누군가는 한 마디를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반면 누군가는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한다. 이것은 광고뿐 아니라 연애에도 적용된다. 연애가 미숙한 사람은 데이트 내내 자신의 말만 뱉는다. 그리고 실패한다. 하지만 연애의 고수는 다르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듣고 싶은지 파악하고 그 말을 해준다. 당연히 좋은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얼마 전 부산의 한 안과에서 광고 의뢰를 받았다. 병원은 안과가 많이 밀집된 곳에 있었고 주변 지하철역 역시 광고의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광고판 속 안과 로고를 다른 안과 광고에 바꿔도 모를 만큼 광고는 범람하고 있었다. 메시지의 과잉은 소비자의 소화 불량으로 이어진다. 당연히 기억에 남는 안과 광고는 없었다.하지만 필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 돈을 받고 광고를 만들어주는 만큼 타 병원 광고도 꼼꼼히 살펴봐야 했다. '라식 수술을 하면 정말 좋다'라든지 '노안, 백내장 수술 잘하는 병원'과 같은 카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환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병원은 한곳도 없었다. 서면역을 가득 채운 광고판 중에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오히려 문제가 쉽게 풀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른 안과들이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을 할 때 우리는 환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 말이 무엇일까? 그 문장을 찾아 나섰다. 기본적으로 환자가 병원을 찾을 때는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내 몸을 생전 처음 보는 의사에게 맡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때 소비자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수술이 끝난 후 환자가 듣고 싶은 그 한마디가 무엇일까? 고민했다."수술 잘 끝났습니다" "이제 잘 보이시지요?"와 바로 그런 문장이었다. 이 카피는 자기편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상대방 편에서 하는 말이다. 수술이 끝나고 결과가 두려운 환자들이 진심으로 듣고 싶은 한 마디다.배려하니 소비자와의 연애가 쉬워졌다. 가장 가치 있는 문장을 찾으니 다른 병원처럼 라식 라섹 기계를 말할 필요가 없었다. 어떤 대학 원장님 초빙이라든지 원장님의 학력 사항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저 그 문장 하나만 두어도 강력한 광고가 되었다.다만, 안과 광고인만큼 시각적인 크리에이티브 한 방울이 필요했다. 카피의 앞 단어들을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어는 선명하게 디자인했다. 즉, 처음에는 흐릿하던 단어가 시간이 지나면서 선명하게 보인다는 아이디어를 담은 것이다.브랜드는 오늘도 소비자에게 구애한다. 어떤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 연애에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는 실패하고 만다. 자기중심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소비자와 연애를 하고 싶다면 상대방 편에 서라. 그리고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찾아라. 배려 받고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소비자는 마음의 문을 연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7-17 14:25:17

서훈 (사)민주화운동기념보존회 기념관 이사장

[기고] 한일 갈등 정부가 적극 나서야

휴가, 여행. 생각만으로도 왠지 행복하고 마음 설레게 하는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하거나 소중한 자신을 위해 혼자만의 색다른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이도 있을 것이다.그런데 휴가철이 되면 어딘가에서 이런 시민을 노리는 사람도 있다. 휴가철 들뜬 마음을 이용해 휴가용품, 캠핑용품, 여행상품 등을 할인 판매한다는 등 명목으로 사기를 치려고 하는 속칭 '인터넷 사기꾼'이 그들이다.작년에는 네이버 카페에서 '여행상품을 판매한다'고 속여 30여 명으로부터 6천여만원을 편취하거나 중고나라에서 '숙박권을 양도한다'는 허위글을 게시해 100여 명으로부터 4천500여만원을 챙긴 피의자가 검거되는 등 휴가철을 맞아 인터넷 사기 사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경찰청에서는 8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인터넷 사기 단속강화 기간'을 운영해 휴가용품과 여행상품 판매를 빙자한 인터넷 사기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경찰은 이번 단속 기간에 인터넷 사기에 이용되는 대포통장 매매 단속과 범죄로 취득한 동산'부동산에 대해 '기소전 몰수보전'을 적극 시행하고 은닉한 금원에 대해 철저히 추적해 재범 의지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인터넷 사기로 인한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기 사이트로 판단되면 입건 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속히 사이트 폐쇄 또는 차단을 요청하는 등 피해 확산 방지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휴가철 인터넷 사기 수법으로는 가짜 쇼핑몰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여행 커뮤니티(카페) 또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항공권, 숙박권 등 여행상품과 물놀이 시설용품, 캠핑 장비 등 하계 휴가용품 등을 올려 둔 후 해당 상품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대금을 먼저 송금해 주면 물품을 보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가 돈을 송금하면 연락을 끊는 방법이 주를 이룬다.이러한 인터넷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품 대금을 현금 결제(계좌이체)로만 유도하거나, 판매자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메신저로만 연락하는 경우 사기 거래를 의심해야 한다. 가능한 한 직접 만나 거래하거나 안전결제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좋다. 또한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사이버캅앱 또는 '더치트' 사기피해사례 검색 정보를 활용해 사기 전화'계좌 여부를 확인하고 '긴급 처분', '특별 할인' 등 말에 현혹되지 않는 등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사이버캅앱은 사이버범죄 예방정보의 모바일서비스 제공을 위해 배포된 앱으로 인터넷 사기에 이용된 휴대전화 및 계좌번호 조회, 신종 사이버범죄 피해경보 발령, 사이버범죄별 예방팁 등 기능이 탑재돼 있다.최근에는 인터넷에 물품 판매 글을 올리고 가짜 안전결제사이트로 유도해 대금을 편취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안전결제사이트 인터넷주소(URL)가 정확한지도 꼭 확인해야 한다. 만약 사기 피해를 당했을 때는 판매자와 대화 내용, 상대방 계좌번호가 표시된 계좌이체 명세서를 준비해 가까운 경찰서를 방문하거나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홈페이지로 신고하면 된다. 혼자 속앓이하거나 피해 금액이 소액이라고 그냥 두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 공유로 또 다른 피해 예방에 보탬이 될 필요도 있다.즐거운 휴가철에 지금까지 나열한 예방법을 숙지해 인터넷 사기 피해자가 되지 말아야 하겠다. 모처럼 기분좋게 여행을 준비하다 더 큰 스트레스에 빠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나는 안 당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철저한 예방 정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19-07-17 11:07:27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 춤과 문화다양성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대로, 파란하늘 속 하얀 구름의 포근함대로,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대로 아름답고 역동적인 섬인 미국 하와이주 빅아일랜드를 기억한다.필자는 지난 2017년~2018년 1년 동안 연구교수 신분으로 미국 하와이주 빅아일랜드에 위치한 커뮤니티칼리지와 하와이대학교에서 포스트 닥터(박사취득 연구자) 과정을 수료하고 왔다.작년 5월 빅아일랜드에 위치한 해발 1,222m의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최대 규모 6.9의 강진과 함께 대폭발을 일으킨 섬으로 세계에서 활동이 가장 활발한 활화산이 위치한 섬이기도 하다. 화산 대폭발에 대해 뉴스와 신문에 보도되면서 가족과 많은 지인들로부터 생사를 확인하는 연락을 받곤 하였다. 필자가 지내던 곳은 높은 지대에 위치하여 다행히 직접적인 피해를 보진 않았지만 붉은 용암이 콸콸 흘러나오는 자연의 위대함과 거대함을 직접 목격한 것에 크나큰 충격과 공포에 빠지기도 했다.힘든 타국생활에 재미난 활력소가 된 것은 지역민들에게 한국민속춤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것이었다. 그중 대학생들의 부채춤 강의를 맡게 되었는데 학생들의 어색한 춤사위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그들은 우리 음악에, 우리 춤사위에 빠져들어 필자의 수업준비에 자극을 주기도 하였다. 피부색이 다른 그들이 한복을 입고 무대위에서 부채춤의 하이라이트인 파도물결 형태를 만드는 순간 객석에서 울려퍼지는 환호성과 박수세례는 한국인의 자부심에서 나온 영광의 눈물로 대신하였다.그들은 한국의 춤을 배워보고 표현해 봄으로써 다른 나라의 고유한 특성의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 문화를 통한 다름은 결코 불편한 것이 아니라 색다른 경험으로 이해하였고 춤을 통한 교육 안에서 문화적 다양성이 아름답게 공존 할 수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최근 세계는 국가 간 인구이동과 빠른 정보화 등으로 인한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 증가추세를 경험해 가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인류의 문화유산이 다양한 문화적 재현을 통해 표현되고 증대되며, 전승되는 여러 방식을 통해서 다양한 양식의 예술적 창작, 생산, 보급, 배포 및 향유를 통해서도 나타난다고 하였다.앞으로 춤을 통한 '문화다양성 교육', '국제이해 교육'이라는 교육적 차원에서 문화적 지식 및 가치와 기능을 공유하여 국가 간의 존중, 이해와 연대에 기여할 수 있는 세계화 수준에서의 이해와 실천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2019-07-17 11:04:27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종교칼럼] 가치혁명-사랑의 환상

사람에게는 사랑받은 경험이 필요하다. 사람은 일생에 한 번은 우주의 주인공이 되어 사랑을 받아야 한다. 신과 천사와 온 우주가 '나'를 둘러싸고 주목하고 환호하던 때가 있어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환영받아야 하고, 가장 소중한 존재로 대접받아야 한다.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라, 조건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아이의 필요는 무조건 채워져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과 주변의 사람들이 아이의 필요를 채워주어야 한다.엄마 배 속에서의 기간과 태어나서 1년 동안의 기간이 이 기간에 해당한다. 우리가 스스로 가장 무능함을 경험할 때 가장 존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렇게 사람은 한 번은 우주의 주인공이 되어 존재의 만족을 얻어야 세상을 향해 뻗어나갈 수 있다. 인간은 종의 연약함을 사랑과 희생으로 보상했다.하지만 오늘날 인류는 생존에 필수적인 사랑이 메말라서 신음하고 있다. 인류는 다른 방향으로 약함을 보상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유태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약 10만 년 전에는 최소한 여섯 종의 사람 종이 살았다고 한다. 그중 오늘날의 인종 사피엔스가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종이다.사피엔스가 상대적으로 약한 인종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지배하게 된 이유는 집단을 이루어 협동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었다. 대규모 집단적 협력을 통해서 더 강한 종들을 정복할 수 있었다. 그러면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이유를 하라리는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 체계를 고안해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화, 이데올로기, 허구가 인류를 뭉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규모 협동 체제인 국가, 종교, 교역망, 갖가지 사회정치적 구조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제국주의, 금융 시스템, 고등종교다. 이 또한 종의 연약함을 극복하고 생존하기 위함이다. 인류는 '약함'의 과잉 보상으로 '악함'까지도 선택했다.상상 또는 허구를 오늘날의 용어로 하면 '가상 세계'이다. 가상 세계가 인류의 협동을 이끌어냈다. 가상 세계가 역사를 이끌어온 것이다. 오늘날 우리를 이끌어갈 가상 세계는 무엇인가? 현실 이데올로기로 전락한 제국과 돈과 종교의 환상인가? 우리는 여전히 정복과 착취와 억압의 악순환을 반복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현재 일본에서 꿈틀거리는 제국주의의 망령을 본다. 그 결과는 투쟁과 전쟁이다.유발 하라리는 인류사에서 인지혁명, 농업혁명, 산업혁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인류 역사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가치혁명'을 준비하면 어떨까? 인류의 생존이 상상의 결과라면 인류의 갈등기에 인류를 살리는 상상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평화와 공감과 배려로 인류를 이끌어 간다면 어떤 미래가 될까? 온 인류가 사랑의 환상에 빠지는 거대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모든 인류에게 필요한 것이 사랑이고, 원하는 것이 사랑인데, 사랑이야말로 인류의 분열과 멸망을 막는 방법이 아닐까? 새로운 가상 세계로 무장한 신인류의 출현을 기대해본다.페루 출신의 철학자이며 도미니칸 수도회의 사제인 구스타보 구티에레즈(Gustavo Gutierrez)는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 그대로이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고 말했다. 호모사피엔스를 생존하게 한 상상력을 미래의 생존을 위해 새롭게 사용하면 어떨까?

2019-07-17 10:13:00

종이에 담채, 27X24cm, 간송미술관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전형필(1906~1962) '향원익청'

"막 피어나는 연꽃 한 송이와 연밥 하나가 그림의 전부다. 분홍색 연꽃잎 안에 노란 꽃술이 보이고 씨방의 녹색점이 점점이 찍혀 있다. 꽃대와 연밥 모두 하엽록(荷葉綠, 연잎 색깔의 짙은 녹색)으로 처리 했는데 가시의 표현이 억세다. 팔대산인(八大山人, 1626-1705)풍의 절지화(折枝畵, 꺾은 꽃 그림)로되 팔대산인보다도 더 간결해서 고금서화 감식에 탁월한 안목을 내장하고 있던 간송의 기량을 짐작하게 해준다."간송(澗松) 전형필 선생의 이 그림에 대한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실장 가헌(嘉軒) 최완수 선생의 설명이다. 서화를 사랑한 간송 선생은 손수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다"는 '향원익청'(香遠益淸)의 유래는 북송 때 학자 주돈이(1017-1073)의 '애련설'(愛蓮說)이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나오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었음에도 밖은 곧고, 덩굴지지 않고 가지 치지 않으며, 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다."고 하며 연꽃을 군자(君子), 국화를 은일자(隱逸者), 모란을 부귀자(富貴者)라고 했다. 물과 뭍에 핀 초목의 꽃 중에 사랑할 만한 것이 매우 많지만 연꽃을 가장 아낀다고 한 것은 곧 군자를 가장 아낀다는 뜻이었다.심플한 화면에는 꽃대 사이에 인장 하나가 찍혀 있을 뿐이다. 인장은 주백상간인(朱白相間印)으로 반은 음각으로, 반은 양각으로 섞어 새겨 크기는 작아도 존재감이 뚜렷하다. 인문(印文)은 '멱고주인(覓沽主人)'인데 위창 오세창 선생이 간송에게 이 호를 지어 주고, 이 인장도 새겨 주었다고 생각한다. 찾을 멱(覓)자와 살 고(沽)자로 좋은 문화재를 찾고 또 찾아서 사들였던 전형필 선생에게 참 잘 어울린다.연꽃은 한자로 연화(蓮花), 하화(荷花)이다. 생일이 있는 줄은 추사선생의 '반포유고습유서'(伴圃遺稿拾遺叙)를 보고 알았다. 이 글 마지막 '계묘(癸卯) 하화생일(荷花生日) 실사구시재(實事求是齋) 서(書)'라는 구절에서였다. 음력 6월 24일이니 올해는 7월 26일이 된다. 생일날의 핵심은 만나서 얼굴 보는 것이라 이 날은 곧 홍련, 백련 구경하는 관하절(觀荷節)이다. 창덕궁에는 애련정(愛蓮亭)이, 경복궁에는 향원정(香遠亭)이, 청도에는 군자정(君子亭)이 있다. 유등지에 하화가 한창 만발하니 군자정에 올라 관하 하심도 좋을 듯하다. 연꽃은 부용(芙蓉)이라고도 했다. 영어로는 로터스(lotus)이다. 미술사 연구자

2019-07-17 09:57:52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경제 칼럼] 관광입국과 환경보호

관광산업은 외화가득률이 높은 산업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각국은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2018년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이 3천119만 명을 기록, 화제가 되고 있다. 이 3천119만 명 중 중국 관광객이 838만 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한국으로 745만 명이었다.최근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한다고 하자 한국의 대(對)일본 관광이 주목받기도 했다. 한국인의 일본 관광이 줄면 일본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 정도에 불과해 실효성을 크게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2017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외국인 관광객이 3천만 명을 돌파한 국가는 프랑스, 미국, 스페인, 멕시코, 이탈리아, 폴란드, 영국, 터키, 체코, 캐나다, 그리스 등 11개국이었다.여기에다 OECD 회원국이 아닌 중국과 2018년에 3천만 명을 넘어선 덴마크, 오스트리아, 일본을 더해 모두 15개국이 관광대국으로 분류된다. 이들 관광대국의 특징은 역사적 문화유산이 많은 국가, 자연경관이 뛰어나거나 휴양지로 유명한 국가들이다.반면 한국의 관광 실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2016년에 1천724만 명이었던 외국인 관광객이 2017년에는 1천334만 명으로 줄어들었다가 2018년 1천535만 명으로 다소 반등하고 있는 정도다. 2018년 여행수지는 166억달러 적자로 유학수지를 제외한 순수 여행수지 적자는 132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한국의 문화유산이 유구하기는 하지만 많은 전란으로 파괴되어 외국 관광객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선호하기에는 미흡한 점도 없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한류나 유커들에 의존해 관광의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한국은 산이 전 국토의 70%에 달하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려한 자연을 관광자원화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2017년 기준 연간 9천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으로 461억달러의 관광수입을 올려 관광수지 흑자가 120억달러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경우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 역사적 문화유산도 중요하지만 북이탈리아의 알프스 등 자연경관을 최대한 관광자원화해 세계적인 휴양관광지로 육성해 놓은 점이 눈에 띈다.한 예로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지역은 높이 2,500m가 넘는 고산만 수십 개에 이르는 세계적인 휴양관광지로 유명한 남알프스 고산지역이다. 수십 개가 넘는 고산 곳곳에 거의 정상까지 자동차도로를 개설하고 100여 개가 넘는 케이블카, 산악열차, 리프트 등을 설치하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겨울에는 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봄 여름 가을에는 휴양지로서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백두산보다 더 높은 3,000m 고산까지 올라가는 자전거 경주대회를 열어 전 세계에서 몰려든 남녀노소 참가자들에게 불굴의 도전정신을 키우며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2,000~3,000m의 고산지대에 자전거 트레킹이나 도보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길은 물론 곳곳에 산장을 설치해 휴양관광객들에게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이처럼 완벽한 휴양관광지에 더위를 피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피서를 하면서 트레킹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겨울에는 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하면서 전 세계 관광객들을 한두 달씩 머물게 하고 있다. 골짜기마다 이들을 수용하는 호텔과 펜션, 유관 산업이 성업 중이다. 환경 파괴 논쟁은 찾아볼 수 없다. 환경과 문명이 조화를 이루며 주민들에 생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설악산 대청봉에 케이블카 하나 설치하는 것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논쟁만 몇 년이 걸리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소백산, 북한산 등 한국의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오직 젊고 건강한 등산객들의 전유물에 그쳐서는 관광대국의 길은 요원하다. 언제쯤 한국의 아름다운 산하도 남녀노소는 물론 전 세계 휴양관광객들이 몰려들어 한국을 관광대국으로 우뚝 서게 할 것인지 안타깝다. 전 국토의 관광자원화로 후손들이 잘살 수 있는 방도를 강구해야 할 때다.

2019-07-16 15:45:17

이정호 국악작곡가

[매일춘추] 코스모스의 바다

지난주 글에서 나의 곡 국악관현악을 위한 교향곡 제1번 '별'을 소개하며, 우주에 대한 호기심, 별에 대한 동경을 이야기했다. 여기서 잠시 국악관현악곡의 편성에 대해 설명하자면,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가 다함께 연주하는 편성인데, 보통 그 규모는 40~50명 정도가 된다. 가장 높은 음역을 맡고 있는 소금, 그 바로 아래에서 힘 있는 '청' 소리를 들려주는 대금, 전체 음악의 뼈대가 되는 피리와 태평소, 저음을 담당하는 대피리와 저피리가 관악기에 속하고, 현의 마찰을 이용한 찰현악기에는 부드러운 음색의 해금, 거칠지만 다양한 표현의 폭을 가진 소아쟁과 저음의 대아쟁, 그리고 줄을 튕겨서 연주하는 타현악기인 가야금, 거문고가 편성되고 타악기에는 대북, 장구, 징, 꽹과리, 심벌 등이 연주한다.이 곡의 전체 4악장 중 1악장은 우주가 만들어지는 음악적 창세기라 할 수 있는데, 인간의 탄생을 빅뱅에 비유해 웅장하게 전개되고 이후 별들이 이루는 잔잔한 형상을 그림 그리듯이 그려보았다. 여기서 특히 '수제천'이 잠시 등장하며 특수상대성이론을 상징화하는데, '수제천'은 7세기 중엽 이전부터 불리었다는 백제의 노래 '정읍사'에서 유래한 기악곡이다. 그 노래는 정읍현에 사는 여인이 행상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 높은 산에 올라가서 남편이 오기를 기다리며 부른 노래로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로 시작하는데, 지금의 말로 바꾸면 '달아 높이 떠서 멀리 비추어 우리 남편이 돌아올 길을 밝혀 주소서'하는 내용이다.그리고 합창 가사를 위해 인도의 시인 타고르(1861~1941)의 시집 '기탄잘리'에 담긴 시구들을 가사로 원용했다. 무명의 인도 시인이었던 타고르에게 동양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시집 '기탄잘리'는 103편으로 된 산문시로 신, 고독, 사랑, 삶, 여행을 노래한다. 기탄잘리의 '기트(git)'는 노래이고, '안잘리(anjali)'는 두 손 모아 바친다는 의미로, 기탄잘리는 '노래의 바침'을 뜻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친숙한 타고르의 시는 우리나라를 위한 시 '동방의 등불'이다.국악관현악을 위한 교향곡 제1번 '별'을 작곡하며 자료수집 차원에서 읽었던 여러 책들 중 하나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에는 이러한 글이 담겨 있다.'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광대한 코스모스 앞에서 60억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는 무한한 우주 공간 한구석에 박혀있는 창백한 점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는 코스모스라는 심연 앞에서 한없이 왜소해지지만 감히 심연의 깊이와 폭을 재려고 노력해 왔다.'이 작은 점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갈지 스스로가 정하게 된다. '별' 1악장에 쓰여진 '기탄잘리'의 시 중 한 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나 이곳을 떠날 때, 이것이 나의 작별의 말이 되게 하소서/ 내가 본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이정호 국악작곡가

2019-07-16 13:27:06

1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 내 가축시장(개시장)에서 동물보호단체들이 개들을 구조하고 있다. 구포 가축시장은 상인들과 북구 협약에 따라 이날부터 개 도축 및 전시를 금지해 사실상 폐업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가축시장에 남아 있던 개 85마리를 구조해 해외 입양을 추진한다. 연합뉴스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동물 학대와 개식용 논쟁은 언제쯤 끝날까

청와대 게시판에 온몸에 화상을 입고 버려진 강아지 미오와 쇠파이프로 맞은 어미 고양이 학대범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주에는 국내 3대 개고기 시장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구 칠성시장에서 개식용 반대 거리행진이 있었는데 집회 참가자들은 일부 상인들에게 위협을 받기도 했다.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현시점에 동물 학대와 개 식용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미국 FBI는 연쇄살인범처럼 반사회적 중범죄를 예방하고자 주정부에 동물 학대 사건을 세세하게 보고하도록 조치하였고, 국민들에게 동물 학대는 중범죄라고 공표하였다. FBI는 동물 학대 행위가 잦을수록 죄의식이 둔감해지며 반사회적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우리나라의 동물학대범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부산에서 발생한 오선이(레트리버) 사례를 들어보자. 집 앞을 배회 중이던 오선이를 구슬려 구포시장 탕제원에 팔아넘긴 사건이었다. CCTV 추적을 통해 범인은 검거되었지만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 범인이 사실을 자백하지 않아 조사 당일 오선이는 탕제원에서 살해당하고 말았다. 범인은 재물손괴에 따른 집행유예를 처분 받았을 뿐이다.국내에도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지만 처벌은 왜 이렇게 경미할까? 환경부의 야생동물보호 정책과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려동물 학대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비교해보자.환경부는 야생동물을 생태 보호 차원에서 포획과 섭식을 엄격히 금지시켰고, 대국민 홍보를 통해 야생동물 보호는 국민의 당연한 도리라고 이해시켰다.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의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을 만들었지만 식용견 등의 예외 조항을 명시하였다. 그 결과 심각한 동물 학대 행위에도 불구하고 경미한 처벌을 받은 판례들이 보도되며 오히려 동물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조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이중적인 잣대는 국민들 간에 개 식용 논쟁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국내법에는 개를 가축으로 분류하지만 먹거리 축산물로 인정하지 않는다. 가축이란 가정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길러지는 동물을 정의하며, 축산물이란 육류 식품을 목적으로 동물을 사육하고 도축하여 소비자에게 위생적으로 공급되는 고기를 의미한다.개고기는 법적으로 국민에게 유통되어서는 안 되는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육견협회를 공적 단체로 인정하고 사육 기준을 마련하여 육견 사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어찌 보면 개 사육농가 역시 정부의 오판으로 인한 희생양이라 볼 수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개 사육을 권장하였다면 정부에 이를 배상할 책임이 주어질 수 있다.2019년 7월 12일, 부산의 구포시장 개고기 판매업 상인들은 동물보호단체와 지자체와 협의하여 개고기 판매를 중단하고 전업을 선언하였다. 정부가 시대 조류를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대응한다면 국민 간의 갈등을 더 빨리 봉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과거의 관습이 전통이 되기 위해서는 세대를 아우르는 소중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는 우리 선조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며 세대를 아우르는 정의이다.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 학대와 개 식용 논쟁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일관성 있는 반려동물 보호 정책을 마련해주시기 바란다. 축산물 식품 행정에 익숙한 시각으로 반려동물 정책을 결정하는 우를 범하지 말길 간절히 소망한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7-16 10:09:38

권중호 경북대 식품공학과 교수

[기고]학생 아침 간편식 지원사업을 환영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2학기부터 일부 초등학교에서 '아침 간편식 제공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아침밥은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하기 전 영양을 든든히 채워줌으로써 원활한 두뇌 활동과 심신의 안정감을 가져올 수 있다.'아침은 정승처럼'이란 말도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최근 바쁜 일상으로 아침을 거르는 직장인이 43%에 이른다고 한다. 아침을 거르는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47%), '잠을 좀 더 자고 싶어서'(33%) 순으로 응답했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85%가 '아침 식사는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녀에게 아침을 먹여 학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아침 식사 결식률은 초등학생 약 6%, 중학생 16%, 고등학생 20%로 각각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결식률이 높다는 인식이다. 이는 특히 시간이 부족하고 잠이 모자라는 고등학생들에게 두드러진 현상이다.아침 식사는 두뇌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암기력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손과 발의 체온을 올려 몸 전체의 혈액순환을 도움으로써 건강한 하루의 시작을 뒷받침하게 된다. 그러나 아침을 먹지 않으면 수업 시간 집중력이 떨어져 청소년들의 학습 능력 저하를 가져오며, 쉽게 짜증을 내고 피로해지기도 한다. 더욱이 등교하여 배가 고프면 패스트푸드 섭취로 이어져 아동·청소년기 비만 증가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이에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시행 중인 '쌀 중심 식습관 교육·홍보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면서, 일부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아침 간편식 제공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유아기, 아동기 등 청소년기 전 연령으로 아침 급식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식품·영양 분야 교육·연구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크게 환영하며 바람직한 방향의 추진을 기대한다.학생들에게 아침밥 제공을 위한 노력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전국 학교에 아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의 한 논문에 따르면 규칙적인 아침 식사는 성인형 당뇨병인 2형 당뇨병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즉 규칙적인 아침 식사는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우리나라 30, 40대 남성은 10명 중 4명 이상이 비만이며, 청소년의 경우도 비만율이 20%에 이른다. 아침 식사를 거르면 점심 때 과식을 하게 되어 혈당이 크게 상승한다. 그러면 우리 몸은 인슐린을 많이 분비하여 혈당을 정상으로 하려는 대사를 유도하고, 이것이 반복되면 체내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여 당뇨병의 위험을 가져오게 된다. 또한 아침 결식은 점심 식사 후 과잉의 당이 지방 축적으로 이어져 살이 찌고 특히 복부 비만을 부른다. 비만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성 질환을 초래하여 건강에 적신호를 일으키게 된다. 우리의 평생 건강은 학창 시절 식생활 습관과 건강관리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잘 알기에, 어른들과 정부는 이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모쪼록 국가 백년대계의 비전으로 정부 관련 부처, 지방자치단체 및 학계는 적극적인 논의와 협조를 통해 '행복한 아침밥상 운동'이 학생은 물론 온 국민의 건강과 행복한 생활을 열어가는 희망 캠페인이 되기를 성원한다.

2019-07-16 01:30:00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오월동주(吳越同舟): 원수라도 같은 배를 타면 서로 돕는다

춘추전국시대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는 불공대천(不共戴天: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의 원수로 4대에 걸쳐 싸웠다. '손자'의 첫 편에 오월의 전쟁을 들어 병법을 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날, 두 나라를 사이에 두고 흐르는 강에서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함께 배를 타고(同舟) 강을 건너게 되었다. 서로 못 잡아먹어 살벌한 분위기였다. 배가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강풍이 불어 닥쳤다. 폭우가 쏟아지고 거센 물결이 배를 덮쳤다. 아이는 울고 노인은 넘어지고 배 안은 아수라장이다. 뱃사공이 돛을 펴려했으나 허사였다. 배가 뒤집힐 듯한 위기일발의 순간,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들은 앞다투어 돛대에 달려들었다. 마치 오른손과 왼손처럼 척척 손발이 맞았다(如左右手). 비바람 속에서 배는 전복하지 않았고 모두 살았다. 뱃사공이 말했다. "오나라와 월나라가 오늘처럼 화목하게 지냈으면 얼마나 좋으랴!"오월동주(吳越同舟)는 원수지간인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에 탔다는 말이다. 같은 배에 탔으면 사적인 감정은 버리고 살기 위해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큰 어려움 앞에서는 원수지간에도 힘을 합치는 것이 사는 방법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용병술에 아홉 가지 은밀한 지(地)가 있는데, 그 마지막이 사지(死地)이다. 사지에 이르면 병사들은 서로 의지하여 전력을 다해 싸운다. 죽음의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을 합해야 하기 때문이다.오월동주와 같은 말로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건너다는 뜻의 동주공제(同舟共濟)가 있다. 오랜 원한이 있는 사이라도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간다는 뜻으로 쓰인다. 일본의 경제 압력이 심각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힘겨운 시련이 될지 모른다. 잘잘못을 따지고만 있으면 다 죽는다. 여야나 진영에 관계없이 오월동주의 협력이 시점이다.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07-15 18:00:00

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심리치료사

[이은주의 잉여현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안전하다

학기말 바쁜 와중에 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을 위한 소통과 힐링 프로그램을 요청해왔다. 프로그램은 놀이, 상호작용과 돌봄을 위한 움직임, 경험 나누기와 자신과 타인의 입장이 돼 문제 상황을 체험하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즉흥극을 통한 대안 찾기, 비전 세우기로 구성했다.교육을 기획한 선생님은 "내가 살기 위해 치유가 필요했고 바쁘게 쫓아다니다 보니 동기들이 교장, 교감이 될 때 승진도 못해 아직 평교사지만 아이들이 예쁘고 학교가 즐겁다"는 33년 차 평교사였다. 방학을 앞두고 처리해야 할 업무가 밀려 있는 동료교사들의 원성에도 연수를 진행했다. 교사 간 집단 신뢰가 깨지고, 지쳐 있는 선생님들을 돕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수업시간에 끊임없이 방해하는 아이,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 위험에 노출된 아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날마다 발생한다.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학부모들, 넘치는 행정업무들, 갈등 속에 동료 교사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고립된 상황들까지. 현재 교사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지치고 무너지고 위험한 상태에 있다.특히 초등학교는 옛날 마을공동체가 하던 사회적 돌봄을 해야 하는 공간이 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마트폰으로 노는 아이들이다. 과거 친구들과 함께 놀던 들과 강, 마당과 골목은 사라졌다. 그러나 학교는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에 관계 맺기와 공동체 가치를 경험으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장소다.기능적 지식이 아니라 관계성과 창조성을 키우는 것이 학교의 중요한 역할인 것이다. 그것은 경쟁적이지 않은 '놀이'에서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다. 어쩌면 지금 교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험과 지혜를 나누며 서로에게 배우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놀이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와 조응하는 법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즐거움 속에서 자신을 회복하고 성장해 갈 때 교사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안전해진다.

2019-07-15 18:00:00

육개장

[세월의 흔적] <31회> 육개장…소고기·대파·무 넣고 푹 고아낸 대구 별미

육개장은 대구에서 태어난 음식이다. 그 뿌리를 찾아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잡지 "별건곤" 제24호(1929년 12월 1일자)에 '대구의 자랑 대구의 대구탕반'이란 제목으로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대구탕반(大邱湯飯 )은 본명이 육개장이다. 대체로 개고기를 한 별미로 보신의 재료로 좋아함이 일부 조선 사람의 공통점이지만, 특히 남도지방 시골에서는 사돈 양반이 오시면 개를 잡는다. 개장이 여간 큰 대접이 아니다. 이 개장 기호성과 개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정까지 살피고, 또 요사이 점점 개가 귀해지는 기미를 엿보아 생겨난 것이 곧 육개장이니, 얼른 말하자면 소고기를 개장처럼 만든 것이다.'또한 조리 방법을 이렇게 적고 있다. '서 말 지기 가마솥에다 고기를 많이 넣고 곰국 끓이듯 푹 고아서 우러난 물로 국을 끓이는데, 고춧가루와 소기름을 많이 넣는다. 국물을 먼저 먹은 굵은 파가 둥실둥실 뜨고 기름이 둥둥 뜨는 곰국에다 삶은 고기를 손으로 알맞게 찢어 넣은 국수도 아니요 국밥도 아닌, 혓바닥이 데일만치 뜨겁고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시뻘건 장국을 대하고 앉으면, 우선 침이 꿀꺽 넘어가고 아무리 엄동설한에 언 얼굴이라도 저절로 풀리고 온 몸이 녹아서 근질근질해진다. 어쨌든 대구 육개장은 조선 사람의 특수한 구미를 맞추는 고춧가루와 개장을 본 뜨는데 본래의 특색이 있다.'육개장을 '대구탕'이라고도 하였다. 개를 대신한 소고깃국이란 뜻으로 '대구탕(代狗湯)'이라 불렀다는 설, 특히 대구 사람들이 즐겨 먹었다고 해서 '대구탕(大邱湯)'이란 두 가지 설이 있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대구탕을 대구의 향토 명물로 꼽았고, 소설가 김동리는 자신이 대구에서 먹었던 대구탕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였다.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이름의 비슷한 음식이 여럿 생겼다. 이른바 따로국밥․선짓국․쇠고깃국․가마솥국밥 같은 것들인데, 육개장과의 차이점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얼핏 보면 같은 것 같지만 재료며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다.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들 음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따져봐야 하지만, 연구나 자료가 그리 많지 않다.'따로국밥'은 6․25전쟁 피란시절의 인기 식단이었다. 그러나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이라서 밥과 국을 따로따로 담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은 상것들이나 먹는 음식이라며 흉을 보았다. 그러자 손님들에게 "뭐 먹을랑교" 하며 물었고, "따로"라고 하면 밥과 국을 따로따로 담아낸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더러는 국말이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하였다.대구의 오래된 별미인 육개장. 지금도 옛날 양반집에서 끓여 내던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전문음식점이 있다. 소고기․대파․무를 넣고 곰국 끓이듯 푹 고아서 우려낸 달착지근한 국물이 감칠맛 나게 한다. 그래서인지 골목 안에 자리 잡은 허름한 집인데도 경향 각지에서 찾아온다.김종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19-07-15 18:00:00

강판권(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나무와 창의성] 8월의 나무: 산뽕나무

기초 복지는 왕도정치의 출발이다. 왕도정치는 최고의 정치 행위를 일컫는다. 왕도정치를 가장 먼저 주장한 사람은 중국 전국시대의 맹자였다. 맹자의 정치철학 중 핵심인 왕도정치가 갖는 중요성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존의 정치 철학을 뒤집은 혁명성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가의 존재 이유를 구체적으로 지적한 점이다. 맹자의 왕도정치는 힘으로 정치하는 기존의 패도정치를 대신한 새로운 정치철학이다. 패도는 당시 대부분 정치가들이 주장한 정치철학이었다. 그러나 맹자는 힘이 아닌 인과 의를 통한 정치철학을 주장했다. 맹자의 주장은 당시 최고 통치자가 가야할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이다.맹자는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백성들에게 기초 복지를 제공할 것을 주장했다. 맹자가 주장한 기초 복지는 나이 50세 정도의 노인이 추위에 견딜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중국 전국시대에 50세 노인이 추위에 견딜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단옷을 입는 것이었다. 당시 비단옷은 지배자나 입을 수 있었다. 맹자는 국가가 적어도 백성 중 노인이라도 비단옷을 입을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최고의 통치라 여겼다. 그래서 맹자는 국가가 백성이 경작하는 땅 중 5무(畝)의 터에 뽕나무 심기를 권장했다. 맹자의 왕도정치와 뽕나무 재배는 「맹자」의 첫 장 '맹자·양혜왕상'에 등장한다. 맹자의 왕도정치와 기초 복지 내용은 「맹자」의 핵심이자 맹자 사상의 골격이다. 「회남자」 '시칙' 8월의 나무는 산뽕나무다. 「회남자」에서는 8월에 할 일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이달에는 노인들을 봉양한다. 노인들에게 안석과 지팡이를 내려주고, 죽과 마시고 먹을 것을 나눠준다. 태재(太宰)와 태축(太祝)에게 명하여 제사에 쓸 짐승들의 상태를 살피게 한다. 그들이 풀을 먹고 자랐는지, 곡식을 먹고 자랐는지 살피게 하고, 살이 쪘는지 말랐는지, 그리고 결함이 없는지를 관찰하게 하며, 색깔을 살피고 품종을 고려하게 하고, 큰지 작은지를 헤아리고 어린 것인지 늙은 것인지 등을 살피게 한다. 그리하여 어느 것 하나 법도에 어긋나지 않도록 한다. 그런 다음 천자는 이들 희생을 바쳐서 푸닥거리를 하고 가을의 기운을 제어한다.뽕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산뽕나무의 한자는 '자'(柘) 혹은 '산상'(山桑)이다. 흔히 뽕나무의 한자로 사용하는 '상'(桑)은 집뽕나무를 의미하는 '가상'(家桑)이라 부른다. 집뽕나무는 야생뽕나무인 산뽕나무를 개량한 나무다. 뽕나무는 중국의 경우 은나라 시대 누에로 만든 옥이 등장할 만큼 오랜 재배 역사를 갖고 있다.산뽕나무는 집뽕나무와 더불어 중국 역사는 물론 한국 및 일본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뽕나무는 중국 최초의 시가집이자 식물백과사전인 「시경」에 등장할 뿐 아니라 중국 중세시대 경제제도의 핵심인 균전제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북위에서 당나라까지 정부에서는 농가에 의무적으로 뽕나무를 심도록 했기 때문이다. 중국 중세시대의 이 같은 정책은 뽕나무가 비단을 만드는 원료였을 뿐 아니라 비단이 일종의 화폐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태종실록」을 비롯한 「조선왕조실록」에서 자주 보듯이 산뽕나무와 뽕나무와 관련한 기사가 아주 많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뽕나무가 왕조의 통치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뽕나무와 누에, 즉 상잠을 강조한 것은 통치의 근본이었기 때문이다. 산뽕나무는 뽕나무와 더불어 늦여름의 개화(改火) 나무이기도 했다. 개화는 중국의 「주례」(周禮)에 "사철에 나라의 불(國火)을 변하게 하여 때마다 발생하는 질병인 시질(時疾)을 구제한다"는 논리에 따라 계절마다 나무를 바꿔 불씨를 사용하는 제도였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의 풍속을 계승했다. 산뽕나무를 늦여름, 즉 음력 6월에 사용하는 것은 이때가 흙의 기운이 강하기 때문이다. 흙의 색깔은 황색이다. 그래서 줄기가 황색을 띠는 산뽕나무와 뽕나무를 개화에 사용했다.산뽕나무에서 보듯이 한 그루의 나무는 기초 복지의 재료로 사용할 만큼 중요하다. 산뽕나무를 비롯한 나무는 시대를 초월한 복지의 기초다. 산림복지는 다른 복지와 달리 모든 국민들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복지다.

2019-07-15 18:00:00

배상식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배상식의 여럿이 하나] 오늘은 어느 집으로 가지?

지난주부터 경북지역에 있는 초‧중등학교를 방문하고 있다. 필자가 이렇게 방문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어떠한 진로 및 진학지도를 하고 있는지 설명도 듣고 개선 방향에 대해 자문도 받기 위함이다. 그런데 유독 한 중학교에서 상담교사와 나누었던 대화는 한 주가 지났는데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오늘은 어느 집으로 가지?" 중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다문화 학생이 교문을 나서면서 몇 년째 계속하고 있는 고민이다. 이 학생은 초등학교 때 부모가 이혼을 했으며, 지금은 부모 모두 각각 재혼을 한 상태이다. 따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빠도 엄마도 이 학생을 반기지 않는다. 어느 쪽도 양육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 학생은 며칠씩 양쪽 집을 왕래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 사이, 학생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우울감이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다.이 중학교에는 15명의 다문화 학생이 재학하고 있는데, 대부분 편모나 편부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는 결손가정의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가족의 사랑과 보살핌이 부족하여 심각한 정서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특히 자해나 자살 시도를 반복하는 학생도 절반가량 되었다. 현재 이들 중 한 학생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였다.상담교사와 면담을 한 후, 몇 명의 다문화 학생들과 직접 인터뷰를 실시해 보았다. 가장 먼저 인터뷰에 응한 학생 역시 정서적인 장애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에 대한 의욕도 거의 없어 보였다. "우리 학생은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모르겠는데요." "좋아하는 과목이나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나요?" "없어요." 몇 가지 질문에 대해 모두 부정적으로 답하면서 간혹 고개를 숙인 채 응답 자체를 거부하기도 하였다. 인터뷰를 끝내고 교문을 나서는데 가슴 깊은 곳에서 먹먹함과 안타까움이 계속해서 솟아났다.물론 모든 학교의 다문화 학생들이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학생들이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임은 부인할 수가 없다. 가정적인 문제, 개인적인 문제가 한 학생의 삶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진로나 진학교육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학교교육은 그것이 무엇이든 가정교육과 연계될 때 그 효과가 훨씬 큰 법이다.학교를 방문하기 전, 다문화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사전 설문에 이런 문항이 있었다. "현재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진로‧진학지도가 여러분 가정의 부모님들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적어도 이 중학교의 다문화 학생들에게 이러한 질문은 너무나 무의미하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교육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정서적 불안감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과연 다문화 학생들에게 진로나 진학 문제가 중요한 일일까. 이들의 감정과 정서적인 면을 살피는 일과 가정 형편을 살피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현재 다문화 학생들의 상당수는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하지만 이들 학생들은 해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될 것이며, 또한 사춘기를 겪는 학생 수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 학생들이 겪고 있는 정서적‧심리적인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다문화가정의 폭력과 인권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문화 학생들의 양육과 교육 지원 문제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2019-07-15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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