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청주의 애인에게 [제증청주인(題贈淸州人)] 윤현

만남과 헤어짐은 본디 들쑥날쑥한 것 人間離合固無齊(인간이합고난제)눈물을 참으면서 손 놓은 것 후회로다 忍淚當時愴解携(인루당시창해휴)꿈 속 넋 걸어갈 때 발자취가 남는다면 若使夢魂行有迹(약사몽혼행유적)청주성 북쪽이 모두 길이 되고 말았겠지 西原城北摠成蹊(서원성북총성혜) 국간(菊磵) 윤현(尹鉉: 1514-1578)이 충청도 관찰사로 재직할 때, 淸州에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눈물을 머금고 헤어졌다. 훗날 그녀를 그리워하며 위의 시를 지어 그녀에게 주었다. 이수광의 '지봉류설(芝峯類說)'에 수록된 이야기인데, 윤현의 문집인 '국간집(菊磵集)'에도 이 시가 그대로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의 핵심은 제 3구와 제 4구. 그녀가 몹시도 그리웠던 국간은 밤마다 꿈속에서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던 모양이다. 꿈속 발걸음에 자취가 남는다면, 그녀가 살고 있는 청주성 북쪽이 온통 길이 되고 말았을 것이라는 어마무시한 표현 앞에서 나 같은 목석도 가슴이 뭉클하지 않을 수가 없다.그런데 가만. 이 대목에서 의아해하는 분이 많으실 게다. '夢魂'이란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이옥봉(李玉峰)의 다음과 같은 시가 대번에 떠오를 터이기 때문이다."요즈음 어떻게 지내시나요?/ 사창에 달 밝을 때 더욱 그리워/ 꿈 속 넋 걸어갈 때 자취 남으면/ 그대 문 앞 돌길이 모래 됐으리(近來安否問何如? 月白紗窓妾恨多若使夢魂行有跡/ 門前石路已成沙)" 이 작품은 조선시대부터 인구에 회자되어 시조로 탈바꿈해 불려졌고, 그 시조가 다시 칠언절구로 번역되었다. 서도소리 가운데 하나인 「愁心歌」의 가사로 채택되기도 했고, 오늘날 한문교과서의 단골 메뉴인 이옥봉의 대표작 중에서도 대표작이다.보다시피 두 작품 사이에는 글자상의 차이가 매우 많다. 그러나 시상의 흐름이 아주 비슷하다. 특히 작품의 눈에 해당되는 3구가 완전히 같을 뿐만 아니라 4구도 역시 상상력의 방향이 동일하다. 따라서 이 두 편의 한시를 두 사람이 각각 창작한 독립적인 작품이라 보기는 어렵다. 만약 그렇다면 어느 것이 선행 작품일까? 결론부터 먼저 말한다면 윤현의 작품이 먼저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이옥봉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40편의 한시 가운데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17편이 이옥봉의 작품이 아니거나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이제 이옥봉의 한시에 대한 연구는 17편을 일단 제외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당황스런 국면에 처하게 되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2019-03-28 10:15:04

김주영 소설가

[새론새평] 말의 품격이 시궁으로 떨어지다

정치인·지식인의 막말·욕설·거짓말사회 흐름 흩트려 끝없는 갈등 촉발내뱉은 말 다시는 주워담을 수 없어말의 품위, 일생 동안 지켜야 할 금도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된 병리 현상들은 그 사례를 모두 열거하기 버거울 정도로 많다.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현상 중의 하나는 정치인들과 지식인으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밤과 낮을 막론하고 쏟아내는 천박한 막말, 헐뜯기와 비꼬기, 마구잡이식 욕설, 비루한 거짓말들이다. 이처럼 경솔하고 더럽혀진 언어들이 하루가 멀다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우리들 머리 위에서 춤추고 있다.정의가 무엇인지 사려 깊게 생각해 볼 것도 없이 걸핏하면 표독스러운 말로 상대를 공격하고, 몰래 녹음하고, 촬영해서 자기 주변의 인물들을 함정으로 빠트리는 것을 오락처럼 즐기며 뽐내고 으스댄다. 그러나 이런 경박한 언행과 행위들은 상대방의 가슴 속에 화살처럼 박혀 오랫동안 아픔의 흔적으로 남아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분노와 원망이 쌓이는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값어치 있는 언어가 갖는 화해와 포용의 모습은 어느새 오염되거나 궤멸되고 갈등과 대결의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우리 사회가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을 만큼 춥고 어두워지자, 우리들의 언행 역시 피가 튈 것처럼 엽기적이거나 거칠어졌다. 자신과 생각이나 이념을 달리한다고 해서 나라의 정치 지도자를 거리낌 없이 천박한 말로 폄훼한다는 것은 지도층에 있다는 사람이 구사할 언어는 결코 아니다. 언행이 경솔하면 설혹 그가 재상의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천한 종이나 다름없다는 옛말도 있다.말버릇은 대개 어린 시절에 배운다. 성인이 되어서야 터득한다는 것은 구차한 변명이거나 거짓말일 가능성이 있다. 왜 그런 저질스러운 언어를 쓰느냐고 질문하면 사려 깊지 못했던 과거에 저지른 말실수였다고 둘러댄다. 혹은 사석에서 무심코 흘린 말이라고 말끝을 흐리는 사람도 있다. 비겁한 일이다.이런 막말을 공공연하게 저지른 사람이 한 나라의 정치 일선을 휘젓고 다닌다면 그 당사자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장래가 절망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자기 집에서 기르는 짐승에게도 정제하지 않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여서는 안 된다. 그런 마구잡이식 욕설은 한 나라의 사회적 혹은 정치적 흐름을 왜곡해 끝없는 갈등을 촉발시킨다. 나아가서 사회정의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한 의심을 끝없이 갖게 만든다. 그래서 막말을 일상적으로 내뱉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는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과는 생물학적 차이를 가진 사람은 아닌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그런 경솔한 막말과 욕설을 내뱉고 있는 장본인은 그것이야말로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었다고 의기양양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영혼이 얼마나 피폐되어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게 개탄스러울 뿐이다.언어의 품위에는 그 바탕에 사람의 영혼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그래서 말이라 해서 모두 말이 아니라는 핀잔이 가능하다. 해야 할 말은 하지 않고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만 골라서 지껄이는 사람도 있다.우리의 삶이 아무리 황폐화되었다 하더라도 모욕적이고 충동적인 막말로 내던져버려도 좋을 만큼 가볍지 않다. 세상을 자기 혼자 살아간다면 막말을 하든 곤두박질을 치든 욕설하든 비꼬든 상관 없으리라. 그러나 이 세상은 혼자 살기엔 너무나 버겁고 또 그렇게 살지 못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말의 품위는 어려서든 늙어서든 일생 동안 지켜나가야 할 금도와 같은 것이다.앞에 둔 희망보다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가 더 많은 나이가 되면, 필경 지나간 시간에 남의 가슴에 못을 박았던 몇 마디 말이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그 험담을 지금 와서 후회하고 가슴을 친다 해도 만회할 길은 어디에도 없다. 쏘아버린 화살이 스스로 방향을 바꾸어 되돌아 왔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어린 손자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전쟁 영웅이었다지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아니다. 나는 그들 영웅들과 같이 싸웠을 뿐이다." 말의 품위와 겸허함이 어디에 있는가를 가르쳐 주는 대화다.

2019-03-28 02:30:00

임성호 한의원 원장

[임성호의 매일보감] 춘곤증

지구온난화로 인해 겨울이라는 계절을 지나왔나 싶은데 집 주위 공원에는 봄 햇살의 빛난 광채에 형형색색의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어우러진 꽃 잔치가 한창이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 세포가 봄의 따스한 기운을 받아 활짝 기지개를 켜고, 따뜻한 햇살로 춘곤증이 몰려오기도 한다.이 시기에 몸의 노곤함을 이기기 위해 한의사와 상담하기보다 민간에서 좋다고 생각되는 대표적인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에 붕어나 개, 염소 등을 곁들여 복용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복용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자식이 보내 주어서, 선물을 받아서, 이웃이 먹고 효과를 보아서라고 얘기하면서도 찜찜했는지 '이게 내 몸에 맞느냐'고 질문한다. 십전대보탕에 어떤 약재가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어떨 때 붕어, 개, 염소를 곁들이는지, 내 몸에 특별히 나쁘지 않다고 해서 권하는 것을 복용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명확히 단정할 수 없다.보양식품을 드시는 기준을 한의학에서는 한(寒), 열(熱)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내 몸에 맞게 처방되었는가와 식품의 차가운 순서대로 내 몸의 한, 열에 맞추어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할 수 있다. 즉, 몸의 생리적인 상태인 대소변의 상태와 횟수, 감기의 형태, 물을 많이 또는 적게 마시는지, 찬물과 따뜻한 물 중 어느 것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한, 열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피부를 만져서 따뜻하면 열이고, 차가우면 한이다가 아니라 생리적인 것을 판단해서 많이 차가우면 염소, 다음은 개, 붕어의 순서대로 복용하는 것이 맞는 방법이다.한약은 부작용이 적고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한의학의 생리(生理), 병리(病理)를 파악하지 않고 복용하기에 앞서 전문가인 한의사에게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비싼 보양식품보다 적당한 영양분 섭취와 운동이 춘곤증을 이기는 지름길이다 .

2019-03-27 17:30:00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나무와 창의성]4월의 나무-복사나무

상상은 현실 속에서만 가능하다. 현실을 떠난 상상은 망상이다. 현실 속에서 존재하는 것 중에서 나무는 상상력의 원천이다. 인간이 나무를 통해 상상한 결과는 문학, 역사, 철학, 미술, 음악, 건축, 조경 등 인간이 유사 이래 성취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이 나무에서 상상의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인간의 삶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순간도 나무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나무는 그 자체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존재다. 그래서 인간은 고대부터 나무를 하늘과 만날 수 있는 신령스럽거나 자신을 보호하는 존재라 생각했다. 장미과의 갈잎떨기나무 복사나무는 인간의 상상력에 큰 영향을 준 나무였다. 중국 전한 회남왕 유안이 저술한 '회남자'에는 복사나무를 4월의 나무로 여겨 천자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천자는 삼공(三公)·구경(九卿)·대부(大夫)를 이끌고 몸소 남쪽 교외로 나가 여름을 맞는다. 궁궐로 돌아와서는 상을 내리고 제후를 봉하며, 예악을 정리하고 좌우 신하를 대접한다. 태위(太尉)에게 명하여 국가의 뛰어난 인재를 보고하게 하고, 현명하고 어진 사람을 선발하게 하며, 효성스러운 사람을 천거하게 하고, 벼슬과 녹을 내린다. 하늘을 도와 만물을 길러 긴 것은 더욱 길게 하고, 높은 것은 더욱 높게 해서 훼손하거나 망가지는 사물이 없게 한다. 토목공사를 일으키지 않게 하고, 큰 나무를 벌목하지 않게 한다."복사나무는 봄볕의 정수(春陽精)를 상징하는 나무다. 그래서 복사나무는 생기가 충만해서 마귀를 쫓아내는 힘도 왕성했다. 특히 동남향으로 뻗은 복사나무의 가지는 가장 많은 양기를 받아서 아주 힘이 셌다. 인간의 복사나무에 대한 이 같은 상상은 중국 후한 왕충의 '논형'(論衡)에서 보듯이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복사나무로 사람의 모양을 만들어 문에 걸어두는 풍속을 낳았다. 하나라의 천자 자리를 빼앗은 활쏘기의 명수인 예(羿)를 한척이라는 사람이 복사나무로 만든 큰 방망이로 죽였다는 '회남자'의 얘기는 복사나무의 위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복사나무로 악귀를 물리친 상상은 우리나라 조선시대 성현의 '용재총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민간에서는 동쪽으로 난 복사나무 가지를 푸른 댓이파리·박태기나무 가지, 익모초와 합해 빗자루를 만들어 문을 두드리고 방울을 울리면서 문밖으로 귀신을 쫓았다.복사나무는 꽃이 잎보다 먼저 핀다. 분홍색 복사꽃은 사랑을 상징하는 색깔이라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중국 동진 때 도연명은 복사꽃을 별천지로 상상했다. 많은 사람들은 도연명이 상상한 복사꽃의 이상세계에 영감을 받아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복사꽃이 진 자리에서 생기는 복숭아는 인간의 상상력에 엄청난 불을 지폈다. 중국 한나라 무제 시기 동방삭은 서쪽 곤륜산에 살고 있는 신선의 어머니 서왕모에게 훔친 복숭아를 먹고 삼천갑자를 살아 '삼천갑자동방삭'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아울러 복사나무 밭을 지나던 손오공은 9천 년에 한 번 열리는 복숭아를 먹고 500년 동안 바위에 갇혔다. 바위에 갇힌 손오공을 구해준 사람은 삼장법사였다.복사나무 꽃이 떨어지면 그 옆에서 잎이 돋는다. 복사나무 잎은 '시경'(詩經)에서 미인에 비유할 만큼 아름답다. 조선시대 경북지역에서는 말라리아가 발생하면 복사나무 잎사귀 스물한 장을 따서 일곱 장씩 삼등분해서 '호룡황'(虎龍皇)이라는 글자를 검게 쓴 후 봉투에 넣어 받는 사람의 성명을 써서 도로 위에 떨어뜨려 놓으면 이것을 주운 사람에게 병이 옮아가 환자가 낫는다고 믿었다.중국과 한국 사람들은 복사나무를 희망과 치유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복사나무를 의미하는 한자 '도'(桃)에서 보듯이 중국 사람들은 이 나무를 통해 길흉을 점쳤다. 인간의 복사나무에 대한 다양한 상상은 이 나무의 생태에 대한 풍부한 해석에 기초하고 있다.

2019-03-27 17:30:00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매일춘추]생각의 패턴 바꾸기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국경에 위치한 고개에는 예수님 동상이 하나 있다. 이 동상은 양국의 국경 분쟁이 평화롭게 타결된 것을 기념하여 제작되었는데, 지형과 여러 가지 조건들을 따지다보니 자연스레 동상이 아르헨티나 쪽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자 칠레 사람들 사이에서 예수님이 자신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때 어느 신문사의 편집국장이 다음과 같은 사설을 통해 이 논란을 잠재웠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예수님 상이 아르헨티나 쪽을 향하고 있는 것은 그 나라가 아직 더 많이 돌봐줘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세상을 살다보면 화를 부르는 순간도 많고, 의도치 않게 오해를 사는 일도 많으며, 노력의 대가가 전혀 없거나 쓸모없어져 나의 존재감이 무너지거나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순간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주어진 환경이 걸림돌이 되어 상황을 악화시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계가 되어 다시 일어설지는 결정된다. 관점을 달리했을 때 동일한 조건이 전혀 다르게 다가오며 해석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새옹지마의 이야기처럼, 우리에겐 모든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연자약(泰然自若)의 자세가 필요할 때가 있다.대뇌의 변연계는 감정을 거르는 여과장치와 같아서 부정적인 생각은 계속 부정적인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한다. 계속되는 좌절과 실패에 부정적인 생각의 악순환 고리로 들어가는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생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나는 모든 일에 우연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 일이 일어난 것은 반드시 원인이 있을 것이고, 내가 이 일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일이 또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의 패턴을 조정하려고 날마다 애를 쓴다. '오늘의 복이 내일의 화가 될 수 도 있고, 오늘의 화가 내일의 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우리가 부정적인 생각에서 자유로워야 할 까닭이다. 오늘의 화로 가득찬 상황을 지혜롭게 수용하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길은 또 열린다. 산을 넘으면 또 산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지금 넘은 산은 절대로 헛 넘은 산이 아니라는 마음가짐, 남들은 쉽게 잘만 가는 것 같은데, 나는 늘 걸림돌이 많은 것 같아도, 그 돌을 넘을 때마다 나는 매일 더 단단해진다는 믿음, 나는 나의 길을 간다는 뚝심과 같은 주어진 상황과 환경을 탓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 오늘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오늘 의식적으로 모든 상황을 바라보는 생각의 패턴을 바꾸어 또 다른 상황을 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본다.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3-27 11:18:53

이상훈 대구 중부소방서장

[기고] 모두에게 평범한 기적을 위해

2003년에 개봉한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주인공 브루스는 신에게서 전지전능한 힘을 7일간 부여받는다. 브루스가 본인의 힘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커피를 양쪽으로 가르는 장면이 나온다. '모세의 기적'을 패러디한 것이다.큰 사고가 생길 때마다 영화 속 그 장면이 떠오른다. 전지전능한 힘을 통해서라도 '모세의 기적'을 만들어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한다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다급한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촌각을 다투는 화재와 구조구급 현장에서 소방차의 도착 시각에 따라 인명과 재산 피해의 규모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대형 사고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긴급차량의 출동에 걸리는 시간이 '모세의 기적' '골든타임'이라는 단어와 함께 이슈가 되는 이유다.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의 긴급출동 건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구에서만 2017년 15만8천91건, 지난해 17만5천440건으로 최근 2년 사이 약 10% 정도 증가했다.출동 건수가 늘어난 만큼 소방관들이 사고 지점에 원활히 진입하는 데 애를 먹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골목길 빼곡하게 늘어선 불법 주정차 차량들을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설 정도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긴급차량 양보 의무에 관한 법률'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개정 소방기본법은 모든 차와 사람이 긴급출동을 하는 소방자동차에 해서는 안 될 위반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한정적이고 도의적이었던 양보 사항이 점점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의무 사항으로 법제화됐다. 그 밖에 소방자동차의 긴급출동 관련 과태료 부과도 강화되는 추세다.이런 분위기 변화에 소방대원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 시민들이 조금 더 양보를 해 줘 골든타임을 몇 분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물론 소방 당국의 책임도 있다. 소방서에서도 시민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길 터주기'를 홍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소방서에 체험교육을 받으러 오는 시민들이 긴급차량 양보 방법에 대해 묻는 일도 꽤 많다. 긴급차량이 지나갈 때 양보해 주고 싶지만 어떻게 양보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비켜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번쯤 운전해 본 운전자라면 어느 정도 그 대답에 공감할 것이다.이 때문에 최근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홍보 방법을 계획하고 있다. 소방안전교육이나 캠페인은 물론,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소방차 길 터주기' 사진물과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할 예정이다. '소방차 동승 체험'도 계획 중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듯이 실제로 차량에 탑승해 어려운 출동 상황을 짧게나마 경험해 본다면 양보 의무에 대해 한층 더 강한 실천 의지가 생길 것이다.영화 속 브루스처럼 커피를 양쪽으로 가르듯 복잡한 도로를 손쉽게 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시민의 힘이 합쳐진다면 '모세의 기적'은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일이다. 긴급출동 차량에 대한 양보운전은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이런 양보가 특별한 사례로 언론에 보도될 것이 아니라 언제든 평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이 되길 희망한다.

2019-03-27 11:12:18

화난 위인들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표현해 강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룸살롱 다니는 세종대왕 때문에 울다

"시청 감사실입니다. 광고 의뢰 건으로 전화했습니다."순간 의아했다. 감사실에서 광고를 한다고? 반면 시청 감사실도 광고하는 시대가 온 건가? 설레기도 한 전화였다. 알고 보니 상황은 이랬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공직자의 청렴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포커스가 공직자들에게만 맞춰져 있다는 점이었다.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곧 주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공직자의 청렴과 시민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광고 의뢰였다. 순간 이 광고가 내게 제대로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뇌물에 대해 한이 맺힌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로 룸살롱 영업이 그 골칫거리였다. 우리는 클라이언트와 미팅할 때 늘 반응은 좋았다. 광고제 수상작과 공익광고 등을 신선하게 봐주셨다. 활짝 웃는 광고주의 모습을 보고 이번에는 계약할 수 있겠거니 설렜다. 그러나 막상 계약할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상황이 달라졌다.알고 보니 상황은 이랬다. 다른 회사들은 룸살롱에 데려가서 몇백씩 써가며 광고주의 비위를 맞춰 광고 계약에 성공했다. 즉, 큰 광고 계약은 로비의 산물이었다. 나처럼 작품 몇 점을 보여주고 광고를 따려 해도 계약이 될 리가 없었다.그때 룸살롱 영업에 대해 알게 되었다. 광고주 유치를 위해서 실력보다 영업력이 더 중요한 시장이었다. 주와 객이 전도된 시장이었다.'아이고 진짜 더럽다. 이력도 경력도 없다고 하길래 광고제에서 상도 받아왔는데…. 근데 이제 또 딴 걸 달라고 하네.'이런 문제로 고민할 때쯤 시청 감사실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뒷돈 주고 룸살롱 영업하는 사람들에게 드디어 한 방 날릴 기회가 왔다. 필자에겐 가장 직관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무엇을 보여주면 그 사람들이 쫄까? 보기만 해도 경외감이 드는 사람. 그분들이 말하면 절로 고개가 숙어지는 사람이 누굴까 고민했다.'우리나라 최고의 어르신들'이 필자가 찾은 답이었다. 바로 세종대왕, 신사임당, 퇴계 이황 선생님이었다. 위인들이 화난 모습과 돈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아이디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가지 얘기를 따로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그분들이 지폐 안에 계시기 때문이었다. 빅아이디어는 이렇게 연결고리가 딱 맞아 떨어진다.전광판에서 화난 위인들의 표정을 보여주면 임팩트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폐 속 위인들의 온화한 표정이 줌인 되며 눈썹이 구겨진다. 위인들이 인상을 쓰니 일반인보다 훨씬 무서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카피로 메시지를 정박시켰다.'공직자는 받지 않고, 시민은 주지 않습니다.'문제는 광고주인 시청 감사관님의 컨펌을 받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감사관님도 공직 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라 공무원다운, 즉 자극적인 메시지보다 안정적인 아이디어 시안을 원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실제로 내가 공무원에게 제안한 많은 아이디어가 너무 튄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그래도 이 광고는 꼭 하고 싶었기에 시안을 들고 감사실로 갔다. 한껏 심호흡하고 발표를 시작했고, 감사관님의 피드백은 1초 만에 날아왔다."좋습니다. 이 시안으로 갑시다."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감사관님과 필자는 뇌물 문제의 심각성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광고로 공무원과 이렇게 손발이 잘 맞았던 적은 처음이었다. 뒷돈 거래, 룸살롱 영업을 뿌리 뽑겠단 의지가 우리 모두 강했다. 더 놀라운 건 시청의 반응이었다. 자극적인 메시지를 꺼리는 시청 공무원들도 이 광고를 칭찬하고 나섰다."이번 감사관실 광고가 아주 좋더라고. 공무원들 사이에 소문이 좀 났어! 김 소장."결국, 이 작품을 통해서 시청의 다른 과와도 인연이 생겼고, 더 많은 광고를 만들게 되었다.광고인과 공무원이 통한 이 작업의 결과는 어땠을까? 3년이 지난 지금, 큰 변화가 생겼다. 우리 회사는 더 룸살롱 영업 때문에 일을 못 따는 경우는 없어졌다. 물론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어떤 로비가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많이 없어진 것만은 틀림없다. 사회 공익적인 차원에서 만든 광고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내가 되어 버렸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3-27 09:40:17

서영완 작곡가

[매일춘추]도시소음

시각은 우리 인간에게 엄습하는 많은 위험을 직접 감지하고 그 정보로부터 스스로를 대처 하게 한다. 하지만 청각의 경우는 어떤 위험에 대한 경고를 다른 무리구성원들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더 많이 사용되었고 그 용도에 맞게 우리의 귀는 진화했다.소리의 특징을 크게 나누면 소리의 크기와 높이이다. 그중 소리의 높낮이를 보면, 인간은 높은 소리를 더 분명하게 듣고 낮은 소리를 덜 뚜렷하게 혹은 작게 듣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는 '플레쳐먼슨 커브'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의 평상시 대화를 분명하게 하는 부분이 고음에 속해있고 또 경고목적의 소리들은 중음과 고음에 많이 배치되어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저음의 경우 우리를 자극하고도 남을 만큼 굉장히 큰 소리가 나고 있다 할지라도 우리 몸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고음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해서 잘 들리지 않는 저음의 경우는 우리에게 많은 충격을 주고 있다 하더라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소리의 크기의 경우, 우리는 청각적 경고만으로는 전혀 그 위험의 규모를 알아차리기란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그 크기에 의존하게 된다. 더 큰소리는 작은 소리보다 더 큰 위험을 나타내는 방향이다.소리의 높이와는 달리 소리의 크기를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들린다. 나는 크게 듣지만 다른 사람은 참을 만한 소리일수 있다. 그렇게 해서 경고성 소리는 일단 누구에게나 참기 힘들만큼 커야 한다. 그래서 소방차나 경찰차의 알람은 우리를 지극히 자극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이렇듯 많은 도시의 소음들은 그 자체가 어떠한 리액션을 즉각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은 우리에게 일종의 스트레스로 인식되기도 한다. 물론 더 큰소리는 더 큰 스트레스를 야기한다.소리가 우리의 신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구체적으로 연구하기란 굉장히 까다롭다. 일반 음향학을 기본으로 해서 심리음향학으로까지 확장되는 연구로, 일단 실험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하고 평균적으로 일반화 할 수 있는 수치화를 위해서는 그 연구군이 다양하고 많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알려진 소리에 대한 연구는 클래식 음악과 록음악을 들려주었을 때의 식물과 동물들의 반응 정도로 아주 미약하다. 사실 소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수치화하려면 심장의 박동과 땀 분비물의 양과 같은, 혹은 뇌파의 측정에 의해 그 변화관계를 수치화 할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하지만 또 그 결과만으로 정확한 소음과 신체의 인과관계를 도출하기란 힘든 부분이 있는 꽤나 복잡한 연구가 될 것이다. 그래서 구글에서는 전 세계 도시들의 지도위에 그 도시의 소음정도와 성분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포함시키기 위해 NYU(New York University)와 함께 연구중에 있다. 이러한 활동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여러 소음들을 자각하게 하고 또한 그런 도시소음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서영완 작곡가

2019-03-26 13:27:28

개의 전신발작, Generarized Convulsion (이미지출처 https://canna-pet.com/)

우리 개가 갑자기 발작한다면?…"당황하지 말고 주변에 담요 깔아주세요"

경련(발작)하는 동물을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은 불안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노령견 차차(17)가 내원했다. 4일 전부터 하루 1번 경련이 발생하다가 오전부터 경련의 정도가 심해졌다고 했다. 미루(2·말티즈)는 지난해부터 드물게 발작이 관찰됐는데 최근 이사를 한 이후 경련이 잦아졌다.혈액검사와 내과 검진 후 MRI 검사가 이루어졌다. 차차는 MRI 검사 결과 비강 종양에서 유래된 뇌종양 말기로 밝혀졌다. 차차는 현재 호스피스(hospice care·임종을 앞둔 환자의 고통 경감을 위한 의료 지원) 관리를 받고 있다.미루는 말티즈 품종에서 다발하는 뇌 척수 질환이 의심됐으나 MRI 검사 결과 뇌 병변이 발견되지 않았다. 어린 개에서 다발하는 특발성 간질로 진단하고 항간질 약물 처방과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행동학적 상담을 통해 지금은 증상 없이 잘 지내고 있다.사람과 달리 동물에 대한 MRI 검사는 호흡 마취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촬영 부위(머리, 경추, 흉추, 요후)가 넓어지면 촬영 시간이 길어지고 마취 상태인 동물의 안전이 염려되며, 검사 비용이 증가한다. 그래서 수의사는 혈액검사 등의 내과적인 검진을 먼저 시행 후 MRI검사 여부와 촬영 부위를 결정하게 된다.개의 경련(convusion)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어린 개에서 다발하는 뇌전증(Idiophatic Epilepsy·특발성 간질), 소형 품종에서 다발하는 뇌염과 뇌 척 질환, 노령견에서 다발하는 퇴행성 뇌 질환과 뇌종양 등이 경련을 유발하는 주원인들이다.반면에 심혈관질환, 당뇨병, 간 질환, 저칼슘 혈증, 저혈당, 호르몬 이상, 전해질 불균형, 중독증, 통증, 고체온증, 극심한 스트레스 등에 의해서도 뇌압이 상승하고 뇌신경의 흥분을 고조돼 경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개가 의식을 잃고 몸 전체에서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를 전신발작(Generarized Convulsion)이라 한다. 시상(thalamus)에서 시작된 신경세포의 과흥분 상태가 대뇌피질 전체로 퍼지면 개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머리를 젖히고 사지를 뻗는 전신 강직성 경련을 5~30초 지속한다.이후 약한 경련들이 짧게 반복되다가 대부분 1, 2분 후에는 경련도 멎고 호흡이 안정된다. 하지만 경련이 멎은 후에도 개체마다 다양한 패턴의 경련 후 행동(수면, 배회, 식탐, 짖기 등)이 나타난다.개가 경련을 할 때 가족이 할 수 있는 응급처치를 소개한다. 뇌신경의 과흥분 상태가 전신발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빛과 소리를 줄여 개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명은 약간 어둡게, 개를 깨우려 하거나 자극하지 말고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좋다. 차분하게 개를 지켜보며 혀가 말려들 경우 혀를 펴주고, 바닥과 주변에 담요를 펼쳐 개가 다치지 않도록 배려한다. 개가 의식을 차리고 보호자를 의지하려 할 때 안아주는 정도가 적절하다.하지만 전신발작이 2분 이상 지속하거나, 반복된다면 더 심각한 뇌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빨리 동물병원을 내원하여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한다. 경련 중인 개를 이송할 때는 캐리어 또는 종이박스를 이용하여 누운 상태가 유지되도록 한다.경련이 10분 이상 지속하고 호흡이 빨라지면서 고체온증이 염려되면 얼음이 담긴 비닐 주머니를 수건으로 감싸서 환자 주변에 비치하여 이동하기를 권한다.발작의 원인은 다양하며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위해서는 가족들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경련의 정도와 횟수, 지속 시간, 경련 전후의 행동 패턴, 평상시 성격과 건강 정보들을 상세하게 수의사에게 전달하길 바란다. 이러한 관찰은 경련을 촉발하는 환경적 요인을 이해하고 경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 될 수도 있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3-26 10:30:04

동진스님 백련차문화원장

[종교칼럼]꽃에게 길을 묻다

4월은 봄의 향내가 짙어진다. 겨울을 이겨낸 생명이 싹을 틔운다. 자신의 모습을 맘껏 드러낸다. 매화와 산수유가 세상을 향기롭게 하고 동백, 개나리, 진달래, 벚꽃과 목련이 거리를 수놓는다. 철쭉과 목단, 작약이 피어날 때면 농부들은 논밭을 갈고 채소 씨를 뿌린다. 한 해를 건강히 지내라고 나무에 거름을 주고 수로에 쌓인 나뭇잎은 거둬내고 물길을 연다. 생명이 넘치는 계절에 사람들은 꽃에게 길을 묻는다. 그리고 길을 떠난다.봄철 꽃 나들이를 갈 때 도움이 되는 책 한 권이 있다. 시와 산문과 사진이 잘 어우러져 있는 소설가 조용호의 산문집 '꽃에게 길을 묻다'를 챙긴다. 작가는 섬진강의 매화, 구례 산수유, 유달산 개나리 등을 찾아가 꽃 내음을 맡고 사진으로 찍고 기행문을 썼다. 꽃구경 가는 마음을 설레게 한다.꽃을 통해 사람은 아득한 시간 저편을 보게 된다. 자신의 젊음을 보게 되고 사라져간 화려한 지난날의 추억을 돌아보게 한다. 또한 찾아올 앞날을 비춰보고 봄의 향기와 꽃을 통해 자아를 느낀다. 앞산 보문사의 정원에 수형 좋은 목련이 허공에 화사한 꽃을 피운다. 이맘때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 조영식 작사, 김동진 작곡 '목련화'와 박목월 작사, 김순애 작곡 '4월의 노래'다. '목련화'는 테너 엄정행의 대표 노래다. 가사 곳곳에 감성이 묻어있다.'4월의 노래' 한 구절.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전후(戰後)의 폐허에서 인생의 봄을 맞는 소녀들에게 봄날의 화창함을 노래하며 희망을 안겨준 노래다.발길이 남도에 이른다. 강진 다산초당에서 산속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강진만이 산수화처럼 보인다. 고즈넉한 백련사 부도탑이 눈길을 끈다. 붉은 동백꽃이 송이째 뚝뚝 떨어져 빨간 카펫처럼 장관을 이룬다. 행여 그 붉은 송이가 내딛는 발에 짓이겨지면 내 가슴이 밟히는 것 같아 까치발을 하고 서성이던 젊은 날의 감동이 아련하다.섬진강가의 매화마을은 한 폭의 수채화다. 광양 다압면 청매실농원 20만㎡(6만여 평)에 펼쳐진 매화꽃은 그 향기가 매혹적이다. 퇴계 이황과 두향의 매화 사랑 이야기와 남명 조식의 설매(雪梅)가 반긴다.엄동설한에 너를 보니 자리를 뜰 수 없어, 눈 내린 남은 밤을 하얗게 지새웠구나!선비 집 가난이야 오래된 일이지만, 네가 다시 와주어서 맑음을 얻었노라.쌍계사 십 리 벚꽃 밤길 중간지점 어느 곳. 나무 평상을 펴고 위로 뻗은 벚나무 가지에 둥근 지등을 밝힌다. 시냇물 소리 벗 삼아 쌍계제다 우전을 우리며 밤 벚꽃에 흠뻑 취한다. 미풍에 꽃잎이 눈처럼 날리고 찻잔에 떨어지고 주변에 쌓이면 그리움이 되고 영겁의 시간이 된다.이 찬란하고 생명이 넘치는 계절! 사람 사는 사회가 좀 더 거룩하고 아름다운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게 꽃들은 피어난다.자연과학은 오염되지 않는 생명의 보존과 순환의 연속이어야 한다. 물과 대지와 공기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오염되지 않을 때 젊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미세먼지로 해방될 수 있다.봄이 절정(絶頂)을 향해 치달을 때 꽃에게 길을 묻고 길에서 진리를 찾는다. 천지는 희망으로 가득한 봄날이다.

2019-03-26 09:45:50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의 시사로 보는 한자]獨善(독선)과 兼善(겸선): 독선하여 겸선하는 것이 정치

독선(獨善)은 자기 혼자만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뜻으로 오만과 함께 쓰이고 있다. 그런데 독선의 원래 뜻은 스스로를 바르게 한다는 의미이다. 원뜻이 왜곡된 것이다. 독선은 세상을 정의롭게 한다는 '겸선'(兼善)과 함께 '맹자' 진심(盡心) 편에서 유래했다.맹자가 유세를 좋아하는 송구천(宋句踐)에게 "남이 알아주더라도 스스로 만족하고,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 유세의 올바른 태도라고 충고했다. 송구천이 "어떻게 해야 스스로 만족하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덕(德)을 높이고 의(義)를 즐기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다. 선비는 궁색해도 의를 잃지 아니하고 영달해도(벼슬에 나가도) 도를 어기지 아니한다. 궁색해도 의를 잃지 않는 까닭에 선비는 자기를 이루고, 영달해도 도를 어기지 않는 까닭에 백성들이 희망을 잃지 않는다. 옛 사람이 벼슬길에 나가면(得志) 백성에게 은택을 더하고, 벼슬길에 나가지 못하면(不得志) 자신을 갈고닦아 세상에 드러낸다 하였다. 궁색할 때 홀로 자신을 바르게 하고(獨善其身) 영달할 때 온 천하를 정의롭게 하는(兼善天下) 것이다"고 했다.독선은 '독선기신'의 줄임말로 겸선과 함께 맹자가 군자의 정치행위를 설명한 말이다. 특히 겸선은 출사(出仕벼슬에 나감)를 통해 정치적 능력(善)을 세상과 공유하는 것이다. 반대로 치사(致仕벼슬에서 물러남)해서는 스스로 바르게 하는 것이 독선이다. 유방(劉邦)이 한나라를 세우자 책사 장량(張良)은 물러나 연금술을 익히며 '독선기신'했다.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룬 남명 조식(曺植) 선생은 벼슬을 마다하고 독선하며 많은 제자를 길러 정계에 진출시켜 겸선을 이루었다. 우리 정치인들이 독선과 겸선을 하면 국민들도 좀 편해지지 않을까.

2019-03-25 18:30:00

배상식 대구교육대학 교수

[배상식의 여럿이 하나] 문화는 살아있다!

세계의 모든 나라는 각각 그들 나름의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전통문화를 단순히 그 민족이나 국가의 고유한 문화라고만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사람들은 고유한 전통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겠지만, 한국의 음식을 대표하는 것은 김치이다. 그런데 김치를 이루는 필수 요소인 고추가 한국에 수입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는다. 그리고 포도주와 코냑으로 유명한 프랑스에 포도나무가 이식된 것도 2천 년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현재 특정 국가를 상징하는 문화의 기원을 추적해 보면, 대부분 다른 나라로부터 유입되어 형성된 것이 많이 있다.우리의 전통문화 역시 순수하게 우리 민족의 것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장구한 역사 속에서 다른 나라의 다양한 문화 양식들이 혼융되어서 오늘날의 '한국 전통문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현재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내재해 있는 불교문화나 유교문화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전통문화를 고유한 문화, 곧 문자 그대로 '본래부터 있었던 문화'라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할 것 같다.그동안 우리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지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는 이미 다른 국가의 문화가 겹겹이 녹아 있다. 어느 나라 어떤 문화도 자족적인 것은 없다. 모든 문화는 다른 문화와 교류하고 관계하면서 그렇게 형성된 것이다. 우리의 문화 역시 다른 국가의 문화들과 마치 옷감의 날줄과 씨줄처럼 엮여 있기 때문에, 한국의 전통문화 속에는 이미 다문화적 요소가 켜켜이 내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모하면서 다양한 문화적 갈등과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부부 간의 갈등이나 시부모와 결혼이민여성 간의 갈등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예컨대 아직 우리나라의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이 출산을 하였을 때 억지로 미역국을 먹도록 강요한다든가, 아니면 입식문화에 익숙한 중국 출신 결혼이민여성에게 좌식문화의 편리함을 강요하면서 억지로 적응하도록 만드는 문제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이처럼 우리의 생활문화와 외국의 생활문화는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러한 다양성의 차이를 인정하지도 않고 또 충분히 다른 문화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은 채로, 다른 문화에 동화되도록 재촉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하나의 폭력일 수 있다.현재 세계화·정보화로 인한 이른바 '지구촌'의 형성은 국가 간의 장벽을 없애고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수많은 생활문화들을 한 공간에 공존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특정 국가나 민족의 '단일성'이나 문화의 '순수성'만을 고집하는 것은 너무나 배타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유구한 동서양의 역사를 보더라도 세계를 장악한 선진 국가들은 대부분 다원적이고 또한 타 문화와 타 민족에 대해 관용적인 편이었다. 북미나 유럽의 선진국들이 이러한 사실을 증시하고 있다.급속하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지금 새로운 전통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문화는, 우리가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오늘도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 문화는 이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다.

2019-03-25 18:30:00

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심리치료사

[이은주의 잉여현실] 우리 속에 어린아이

우리 속에는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지난 주말, 1박 2일로 사이코드라마 세 마당을 진행했다. 사이코드라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드라마 형식으로 행위화한다. 즉, 몸으로 또 다른 나의 현실을 살아봄으로써 얼어붙었던 생명력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다.50이 넘은 세 주인공의 화두는 "어린 시절 남동생은 왜 나를 때렸을까?" "며칠 전부터 자궁이 이유 없이 심하게 아프다" "나는 언젠가부터 배에 가스가 차고 부글부글 끓는다"였다.우리는 몸이 얼어붙었던 순간을 여기로 불러왔다. 밥상 앞에서 젓가락이 얼굴에 꽂혔던 사춘기 시절의 나를 만났고, 속으로는 엄마가 너무너무 좋은데, 말도 못 하고 참고 있는 엄마가 바보 같아 '엄마 싫다'고 했던,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영영 좋아한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여성성을 부정했던 소녀를 만났다.세 번째 주인공은 엄마에게 학대당했던 세 살, 네 살 적 아이를 만났다. 화나고 위축되고, 눈치 보고, 말문이 막히는 주인공에게 안전한 공간에서 울고 소리치고 뱃속 가득하게 참았던 말을 토해내도록 했다.몸은 기록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기운과 감정과 기억으로 의식과 무의식에 저장된다.즐겁고 신난 경험들은 우리를 긍정적이고 당당하게 세상을 기꺼이 맞이하도록 하지만 두려움이나 공포, 놀람과 고통의 경험들은 우리 몸을 얼어붙게 한다. 특히 학대나 트라우마적 상황들은 에너지의 응축과 함께 그대로 몸에 각인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보지 못하고 생각에 갇혀 살게 한다.우리 속에 어린아이는 성장하기를 기다린다.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을 채우고 목소리를 돌려주면, 각인되었던 감정은 소멸되고 아이는 성장한다. 이 봄의 기적처럼, 자기 존재의 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2019-03-25 18:30:00

[세월의 흔적] (20)탈놀이…민초들의 희로애락 실감 나게 와 닿아

탈들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지지리 못생긴 모습이나 거칠게 다루어진 손질이 용하게도 서로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굿거리나 타령 같은 속곡, 기껏해야 영산곡 같은 가락에 맞추어서 짚신바람에 추어 온 탈놀이에는 당초부터 권위니 아첨이니 하는 따위의 자잘한 신경이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야릇한 탈들의 눈웃음을 보고 있으면, 제 고장 사투리에 신명이 나는 듯하다. 또한 당장이라도 외어 넘길 만큼 봉산탈춤․양주산대․하회별신 같은 생생한 탈놀이 대사가 입전에서 아물거린다. 직업광대는 말할 것도 없지만, 마을 사람들은 탈을 한 번 얼굴에 덮어쓰면 북소리며 증쟁기 소리에 저절로 어깻바람이 솟아나게 마련이다.그런가 하면 탈이 한 번 입을 벌리면 보기 싫고 역겨운 것들 앞에 못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것을 참고, 겪을 수 없는 일들을 겪으면서 살아야만 했던 봉건체제에서 밑바닥 민서들의 이지러진 웃음과 눈물이 얼룩진 모습들을 우리는 이 같은 탈들의 눈웃음을 통해서 실감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하회탈 같은 오래된 탈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울고 웃는 자국과 착한 마을 사람들의 눈물과 콧물과 비지땀이 떠오른다. 또한 그 좋은 입심마저 무시로 탈에 배어들어서 무슨 망령 같은 것들이 서려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농판스러운 눈웃음이나 헤식은 얼굴 표정에는 수많은 마을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의 얼굴이 겹쳐져 보이기도 한다.하회탈에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하회마을에는 고려 중엽까지 허씨 문중이 모여 살았고, 그 뒤에는 안씨들이 모여 살았으며, 조선 초부터 유씨 문중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그때 허씨 문중에 멋진 청년이 있었는데, 어느 날 꿈속에서 하회탈을 만들라는 신탁을 받았다. 허도령은 목욕재계하고 별실에 금줄을 친 다음 탈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정성을 다하였다. 그런데 마을에는 그를 사모하는 고운 처녀가 있었다. 날이 가고 달이 가자 이 처녀는 허도령의 안부와 그리운 정을 참지 못해 금기를 어기고 창구멍을 뚫어 그의 모습을 엿보았다. 그 순간 탈의 완성을 서두르던 허도령은 마지막 '이매'의 턱을 맞추지 못한 채 피를 토하며 죽고 말았다. 처녀의 연정은 뜻하지 않게 연인을 죽였다. 또한 열두 개의 하회탈 가운데 마지막 이매는 턱이 없는 상태로 오늘까지 전해 오고 있다. 참으로 기막힌 사연이다.이 같은 전설로 미루어보면, 각시․중․초랭이․양반․선비․이매․부네․백정․할미․떡달이․별채․총각 등 열두 개의 하회탈은 고려시대 중엽에 허도령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탈들의 시대양식을 고려시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되기도 한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19-03-25 17:30:00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꼬마야 꼬마야

고무줄놀이를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인 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하긴1895년 '스튜어트 컬린'이 쓴 '한국의 놀이'라는 책에 한국의 '줄넘기'와 '줄 뛰어 넘기'가 소개 되어 있으니 그런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일본, 인도, 동남아 그리고 중국 연변에 가도 여자애들이 이런 놀이를 한다. 동남아시아인의 같은 집단 무의식도 있으니 놀이도 공통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우리나라는 고무줄놀이가 조선시대는 칡넝쿨이나 새끼줄을 이용하였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1919년 서울에 대륙고무공장이 생겨 고무신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고무줄도 생산하게 되었으니 고무줄놀이도 그 무렵부터 시작했다고 보면 되겠다.아침 조회 때마다 운동장에는 쫓고 쫓기는 무리가 있고 울고 웃는 애들이 있었다. 여학생들의 고무줄놀이용 고무줄을 잘라 도망가는 개구쟁이 남자애들과 또 이를 잡으러 다니는 '선도' 혹은 '지도당번'이 있었고 고무줄 잘린 여자애들은 울고 고무줄 잘라 도망가는 남자애들은 웃는다. 일제 강점기부터 남자애들은 구슬치기, 깡통 차기, 말타기, 소타기를 주로 하고 여자애들은 고무줄놀이를 많이 하였다. 남자애들은 고무줄이 아무 필요도 없으면서 잘랐다.고대 스파르타인들은 20세 되면 활과 검, 창과 방패를 갖고 반나체로 산야에 던져져 혼자 7일 살아남아야 했다. 이 시기에 야생 동물을 사냥해서 먹고 살거나 아니면 최 천민 계급인 헬롯들의 음식을 훔쳐 먹고 살아야 했다. 기숙사 돌아가기 7일 전 마지막 임무는 헬롯을 죽이고 머리를 잘라 들고 돌아가야 비로소 성인으로 인정을 받는 풍습이 있었다. 한국의 헬롯은 여자 애들이요, 고무줄은 그들의 머리통이었던 것 같아 쓴 웃음이 난다.고무줄놀이는 한 줄, 두 줄 또는 세 줄로 서서 했는데 주로 네 명이 두 편으로 나누어 게임을 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진편이 고무줄을 잡고 이긴 편이 정해진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한다. 줄이 처음에는 발목높이에서 종아리로 올라가 나중에는 머리까지 올라가고 최고로 머리 위 한 뼘까지 간다. 이 높이에서 다리가 닿지 않는 애들은 물구나무서서 발로 고무줄을 잡아 내린다. 대구에서 주로 부른 고무줄놀이의 노래는 일제 강점기는 미국 남북전쟁 때 북군이 부른 '공화국 찬가'를 일본에서 편곡한 '봉축가'를 많이 불렀다."금빛으로 빛나는 일본/ 영광의 빛을 온몸에 받아서…. 운운, 광복이 되자 해방가와 독립군가 등을 많이 불렀다. 한국전 이후에는 반공 노래, 동요가 유행하다가 T.V가 등장하고부터는 광고 노래, 만화 주제가들이 많이 불렀다."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꼬마야 꼬마야 인사를 하여라/꼬마야 꼬마야 잘 가거라."대구뿐만 아니라 딴 지방 고무줄 놀이에서도 최고로 많이 불리던 노래다. 꼬마는 누구일까? "곰돌아 곰돌아 뒤를 돌아라/곰돌아 곰돌아 땅을 짚어라/곰돌아 곰돌아 한 발을 들어라/곰돌아 곰돌아 만세를 불러라/곰돌아 곰돌아 인사를 하여라/곰돌아 곰돌아 업고 돌아 곰돌아 괜찮네/곰돌아 곰돌아 잘 가거라."이는 일본 고무줄놀이 노래다. 곰돌이의 곰은 일본어로는 구마다, 꼬마의 어원이 짐작이 간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 한다/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라는 고무줄 노래도 애창곡이었다. 뜻을 모르는 계집애들은 놀이하며 신나게 이 노래를 불렀다.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9-03-25 11:53:25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기고] 공항은 세계화시대의 도시 성장판이다

정호승 시인의 시 중에 '나는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제 시민들이 공항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대구공항은 연간 2천만 명이 이용하는 후쿠오카공항과 같은 활주로를 가지고 있다. 후쿠오카공항은 현재 대구공항 이용자보다 5배나 많다. 군공항만 이전해 가면 미주·유럽 노선을 띄울 수 있는 큰 공항도 충분히 가능하다.사람의 성장판은 후천적으로 키우기 어렵지만 도시의 성장판은 사람의 힘으로 키울 수 있다. 세계의 도시들은 성장판이 되는 경제 인프라 키우기에 매진하고 있다. 댐에서 물을 끌어와서 도시를 만들고 생땅을 파서 만든 운하에 배를 띄우고 공항을 만들기 위해서 열을 올리고 있다.물과 길은 도시의 성장을 견인하는 기초적인 성장판이다. 바다나 강을 끼고 있는 도시가 발전한다. 세계화 시대가 되면서 바닷길과 하늘길이 잘 갖춰진 도시가 융성한다. 잘나가던 내륙도시 대구가 부산과 인천에 밀려나는 현상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최근 급속하게 수요가 늘고 있는 대구공항이 없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듯이 시장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여야 한다. 공공의 재산인 사회간접자본도 마찬가지다. 대구공항이 없어진다면 대구시민들은 소중한 자산을 잃어버리게 된다.1906년 대구시내를 감싸고 있던 대구읍성은 당시 대구부사였던 친일파 박중양에 의해 파괴되었다. 한국통감으로 와 있던 이토 히로부미를 등에 업고 고종의 윤허도 없이 이루어진 일이었다. 대구에 와서 장사를 하고 있던 일본인들의 성내 상권 진출을 도와주기 위해서였다.사방의 담이 헐리고 난 자리는 동성로,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가 되었다. 대구의 남대문이었던 영남제일관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 지금까지 제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고 상상해 보라. 1980년 망우공원에 새로 만들어 세워 놓은 영남제일관보다 자랑스럽고 사랑받는 우리의 문화관광자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공항이든 기차역이든 교통 인프라는 인구 밀집지역과 가깝고 접근성이 좋아 수요가 많은 곳에 만드는 게 원칙이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군공항 이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민간공항인 대구공항의 입지와 규모 문제는 후순위로 밀렸다. 군공항 이전지가 정해지면 민항에 대한 수요조사를 해서 적정한 규모로 만들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방침이다. 여기에 대구의 성장과 발전 요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러한 정부정책은 교통시설을 만드는 기본 원칙에도 어긋난다.대구 군공항을 운영하는 제11전투비행단은 1970년 서울 김포공항에서 이전해 왔다. 내년이면 대구로 온 지 50년이 된다. 대구도 이제 극심한 전투기 소음으로부터 해방시켜 달라고 정부에 당당하게 요구할 권리가 있다. 대구공항을 민간전용공항으로 만들어야 대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국가적으로는 국익을 지키는 것이 정치다. 마찬가지로 지역 정치인은 지역 이익을 지켜야 한다. 대구의 성장판인 대구공항을 지키고 키우는 일은 지금 당면한 지역의 정치활동이다.

2019-03-25 11:27:47

[매일춘추] 대체 투자 대상이 된 미술품

한때 주식시장으로 몰리던 개미(소자본가)들이 최근엔 화랑가 중심의 미술시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장기 불황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그림이나 조각·도자기 등 미술품이 대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수집하기 편리한 현역 작가들의 그림 작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그 중에서도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에 거래되는 작은 그림, 즉 소품이 인기다. 미술품이 대중화 추세를 보이면서 대체 투자보다 일반적으로 미술을 애호하는 사람들은 서울 인사동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의 화랑가에서 전시 중인 6∼10호 짜리를 선호하고 있다. 가격도 최하 30만 원에서 최고 300만 원대로 부담감이 적어 투자가치도 높은 편이다. 게다가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마음 편하게 감상할 수도 있어 재테크의 동기 부여를 충족시켜 준다고 한다.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매출액이 5000억 대를 돌파했다. 이는 역대 처음으로 5년 전의 3000억 대에 비해 70%나 성장한 것이다. 전문 컬렉터들에 의해 경매로 거래되는 작품 낙찰가는 평균 1385만 원(2017년 기준). 하지만 화랑가의 중소규모 갤러리 중저가 작품이 전체 매출 신장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문체부는 올해 미술품 소비 촉진을 위해 현행 100만 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기업의 미술품 구입 비용을 문화접대비에 포함하고 전시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할 땐 500만 원 한도를 1000만 원으로 올리는 세제 개선안을 마련했다. 경매시장에서도 '착한 가격'에 그림을 공급하기 위해 중저가 위주로 최소 10만 원부터 응찰할 수 있는 온라인 경매에 나서고 있다.그러나 국제적 거래 규모인 대형 경매시장은 일반 투자가들에게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특히 타계한 화가들의 유작은 입찰가가 워낙 고가(高價)인 데다 작품도 많지 않아 가격이 엄청 뛰고 있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고(故)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작품은 최고 85억 원. 하지만 동시대의 박수근(1914~1965)과 이중섭(1916~1956) 화백의 작품도 이에 못지 않다.특히 박수근과 이중섭은 생전에 찌든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며 불운한 삶을 살았던 탓으로 남긴 작품이 적어 위작도 많이 나돌고 있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3-25 11:27:32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스페인어학과 교수

[세계의창] 중남미에서 민주주의를 배우다  

깨어있는 시민·책임있는 정치인함께 만드는 대화와 타협의 문화보수·진보 편싸움 바쁜 한국 사회선거때만 민주주의 외쳐선 곤란우리의 중남미에 대한 인식은 지나치게 부정적이다. 특히 정치에 대해서는 정치인들과 학자들조차도 중남미를 정치 후진국 혹은 '중남미식' 정치 불안정이라고 비하하며 우리도 중남미처럼 될 수 있다거나 중남미만도 못하다거나 하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며, 부적절한 표현이다.중남미 33개국에는 다양한 나라가 존재한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도 있지만, 한국보다 높은 정치적 민주주의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국가들도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8년 민주주의 지수를 보면 우루과이와 코스타리카가 20위 안에 들어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었고, 한국은 21위에, 그리고 칠레가 23위에 올랐다.중남미에서 민주주의 지수가 높은 이들 세 국가는 대통령제와 다당제 국가이면서도 정당 연합을 통해, 또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합의제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안정된 국정 운영을 지속해 왔다.우루과이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Jose Mujica) 전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의 월급 기부 목적에서 나타나듯 우루과이에서 정치는 모두가 행복한 정치, 정당 간 컨센서스, 시민의 공무원에 대한 견제, 평등한 시민, 사회적 연대, 즉 공화주의의 실천을 말한다.이를 위해 1917년 국가 차원의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하여 국민발안과 국민투표를 시행하고 있다. 국민발안은 유권자의 10% 서명, 국민투표는 유권자 25%의 서명을 충족해야 국민투표로 이어질 수 있는데, 제도 도입 이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시민 주도의 국민투표가 있었다. 유권자 서명을 받고 국민투표를 시행하기까지 2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고 국민투표에서 패배할 때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시민들은 결과를 받아들일 줄 안다. 서명 기간 동안 다른 시민들을 만나 입법 과정에 참여하고 토의하면서 일상의 정치를 즐겼기 때문이다.우루과이의 직접민주주의는 강한 대의민주주의 토대 위에서 작동한다. 세 개의 주요 정당 중 홍당과 백당은 미국 민주당과 영국 보수당에 이어 1836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창당됐으며, 이것은 세계 최초로 복수의 정당이 정당 경쟁을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여당인 광역전선은 반독재 민주화 세력의 정당 연합이다. 직접민주주의 과정에서 시민들은 늘 정당과 연대하였고, 그만큼 유권자의 정당에 대한 신뢰는 크다.코스타리카도 시민의 정치 참여와 합의를 강조한다. 1964년부터 시작된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행하는 시민을 국가의 교육 목표로 하여 공동체 안에서 도덕적이고 참여하는 성숙한 시민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권리와 의무를 교육한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하는 민주주의 교육을 통해 시민은 절차와 제도를 넘어 내 삶의 가치가 되는 민주주의를 체득하여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함으로써 국가의 근원이 된다. 시민 주도의 자치와 공고한 민주주의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코스타리카가 민주주의와 평화의 나라가 된 것은 1948년 군대를 폐지하면서부터다. 정당 간 갈등으로 내전이 일어나 3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군대를 없애고 국방비를 교육 예산에 쏟았다. 그렇게 시작한 민주주의 교육은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를 상징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우리와 같은 시기 군사독재를 겪었고 민주화를 이뤄낸 중남미 국가들은 대통령제라는 공통점도 있다. 중남미 정치에는 반면교사로 삼을 일도 있지만, 깨어 있는 시민과 책임 있는 정치인이 함께 만들어 가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도 있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커져 가는 한국 사회. 민주주의는 선거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2019-03-25 11:26:54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여성성과 남성성

여성으로만 구성된 대법관을 상상해 본적이 있는가? 미국의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인터뷰를 통해 "법정은 또 한 명의 여성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한 명의 여성만이 연방대법관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였다.우리나라의 여성 대법관 전수안은 "여성법관들에게 당부합니다. 언젠가 여러분이 전체 법관의 다수가 되고 남성법관이 소수가 되더라도, 여성대법관만으로 대법원을 구성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여성이 사회에서 고위직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대법관은 상상해본적도 없다. 남성대법관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여성대법관은 다소 경이의 눈으로 쳐다보았기 때문이다.여성들이 고위공직에 다수 진출하고, 여성들의 파워가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남성들의 파워가 전부였을 때 남성들은 전혀 우려하지 않았다. 세상의 반이 남자이고 반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대부분은 남성들이 차지하고 남은 극히 일부분의 자리를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여성의 존재감은 늘 미미했고, 그나마 여성들의 파워가 조금 커진다고 남성들은 마치 자기들의 당연한 자리를 빼앗기는 것처럼 법석을 떤다.여성은 언제나 남성의 보조자 역할을 잘 하는 것에서 가치를 찾고, 여성이 주도적으로 해나가면 센 여자, 특별한 여자 취급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했을 때는 성을 초월한 사람으로 여겨졌고, 그 여성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는 여성이란 할 수 없다는 조롱어린 말들이 만연했었다. 한 사람의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이다.특정한 남성이 문제되었을 때는 남성이란 할 수 없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남성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만 여성은 성공해도 실패해도 항상 여성을 수식하는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유럽권에는 여성과 남성을 굳이 분리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동등한 사람으로 여겨지며 성적 구분을 하지 않음으로서 사회적 역할의 구분도 하지 않으려 한다. 여성만으로 구성된 대법관을 다시 한번 상상해 보자. 당연하게 다가오는가? 당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여성을 어떤 위치에 두고 보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천영애 시인

2019-03-25 02:30:00

강경학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장

[기고] 기후변화 및 지역 고려한 과실생산단지 구축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지구 온도 및 해수면 상승,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을 겪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빈번한 가뭄, 폭염 등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지난 2012년에는 '104년 만의 가뭄'이라고 불릴 만큼 심각한 봄 가뭄이 발생했고 우리 대구경북도 2017년 가을부터 2018년 봄까지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식수 확보에 초비상이 걸렸었다.이에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들은 수자원 확보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특히 한국농어촌공사는 체계적인 농촌 용수 관리와 함께 가뭄 피해가 반복되는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농촌 용수 개발(수계 연결 포함)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지표수 보강 개발 사업 등 다양한 이수 사업을 통해 농어민 영농 환경 개선에 주야장천(晝夜長川) 노력하고 있다.최근 한국농어촌공사 10대 김인식 사장은 취임사에서 기존 쌀 중심의 생산 기반 조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농지 활용과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맑은 물 공급 사업 등 여러 사업에 심혈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이에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는 지자체와 협력해 고품질의 과수 생산을 지원하는 과실 전문 생산단지 기반 조성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과실 전문 생산단지 기반 조성 사업이란 'FTA 과수 생산유통 지원 사업' 추진 지역 중에서 집단화된 지구를 대상으로 용수원 개발, 경작로 정비 등 과수 생산 및 출하 기반을 구축해 단지 조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이 사업을 통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169개 지구에 걸쳐 사업비 2천271억원이 지원됐으며 경북에서도 70개 지구가 선정됐다. 올해는 전국 18개 지구 가운데 경북에 무려 10개 지구가 선정돼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가 기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우리 국민의 전체 과일 소비량은 해마다 0.2%가량 증가해 1997년 1인당 54.2㎏이던 것이 지난해 57.9㎏으로 증가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경북도의 과수 재배 지역 면적은 2000년 344㏊에서 지난해 898㏊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국에서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과수 재배 면적이 넓은 것으로 조사됐다.과실 전문 생산단지 조성 사업은 경북 지역 특성에 적합한 사업이며 경북 지역 내 과수농가 경쟁력을 위해 필수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올해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이하게 됐고 소득 증대에 따라 고품질 농산물 소비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고품질 과실 생산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용수원 공급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따라서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는 도내 과수원 지역의 원활한 용수 공급을 위해 용수원 개발이 주 사업인 과실 전문 생산단지 기반 조성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선진 과수농가를 양성, 경북이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과수 재배 지역으로 거듭나도록 힘쓸 작정이다.

2019-03-24 14:51:39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 3월이 지나고 있다

3월 거리가 '100'으로 넘실댔다. 100년의 봄, 100년의 기억, '100'으로 시작하는 현수막들이 곳곳에서 살랑이며 100번째 3·1절을 알렸다. 텔레비전도 연이어 특집방송을 내보냈고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라는 긴 이름의 대통령직속 위원회는 일찌감치 숫자 '100'과 태극기, 그리고 촛불을 형상화한 엠블럼과 '국민이 지킨 역사, 국민이 이끌 나라'라는 슬로건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돋웠다.지방자치단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저마다 향토출신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소개하며 자기 지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드러냈다. 마치 100년 전 온 나라가 만세소리로 들끓었듯 이번엔 온 나라가 그날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행사 소리로 가득했다. 그리고 100주년답게, 지난 100년의 역사를 대하는 시선도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3·1운동의 배경이 된 2·8독립선언과 신한청년당의 활동이 100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회자되었고 빛나는 활약에 비해 그동안 제대로 현창되지 못했던 김마리아, 정정화 등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집중적으로 재조명되었다.그런데 그게 99주년이든 100주년이든 3·1절이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날이라는 건 실상 차이 날 게 없다. 그날은 우리가 살아갈 세상의 기준과 삶의 방식을 처음으로 우리가 정한 날이기 때문이다. 왕의 다스림 없이, 양반의 가르침 없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그것을 선언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날 우리는 우아하고 당당하게 '나는 나답게, 우리는 우리답게' 살 것임을 만방에 천명했다. 그건 불타는 적개심으로 일본을 멸하겠다는 선전포고를 넘어, 왕조의 회복을 향한 유교적 충의와 이념을 넘어, 인류공영의 방법과 당위를 일깨우는 커다란 울림이었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과 당당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민족대표 33인은 모두 우리를 대신하는 우리 중의 한 사람들이었다.이처럼 그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시작을 만든 사람들, 거리에 나서 '조선독립만세!'를 외친 사람들, 그렇게 우리의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까지 바꾸어 놓은 사람들은 모두 지금의 우리처럼 손만 뻗어도 닿을 만큼 평범한 '그때의 우리들'이었다. 그런 만큼 3·1절 100주년에 대한 기억과 기념이 '100인의 특별한 독립영웅 이야기'처럼 흐른다 해도 나쁠 건 없지만 그것에 더해 온 강토를 덮었던 이름 없는 함성의 주인들도 함께 헤아려야 한다.3·1운동이 일어나자 이완용은 "동포여! 살길이 있는데도 왜 무모하게 죽을 길로만 가려 하느냐?"고 했다. 그리고 당시 조선총독이던 사이토의 관저를 찾아가 '의무교육을 보급하고 토목공사는 농번기를 고려하여 진행할 것, 그리고 단순 시위가담자에겐 관용을 베풀 것 등의 3·1운동에 대한 13가지 대책을 전달했다. 반면 2·8독립선언을 주도한 김마리아는 참혹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너희가 아무리 그래도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내 안에서 빼내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다. '지금의 내가 그때 거기 있었다면 김마리아와 이완용 둘 중 누구의 선택을 따랐을까? 그때의 눈으로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는 노력도 함께 있어야 한다.만약 우리가 '우리 만난 지 100일째 날'처럼 3·1절보다, 독립운동보다 '100번째'라는 것에 더 호들갑을 떤다면, 100년 전 우리의 이야기를 지금의 우리와는 관계없는 특별한 사람들의 지난 이야기로만 여긴다면, 그리고 그렇게 세월 가다 보면 언젠가 다시 피 흘리며 만세를 불러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년 3·1절에도 그다음 3·1절에도 한 번씩 잠깐이라도 그날의 우리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길 끝에서 저 건물 벽까지, 돌아보면 어디에나 '100'이 눈에 띌 만큼 100주년의 '100'으로 분주했던 올 3월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문득 궁금해진다. 지난 한 달 그 '100'들은 우리를 얼마나 바꿔 놓았을까? 희뿌연 미세먼지 속에서 '100'이라는 숫자와 '반민특위가 국론을 분열시켰다'는 기막힘을 뒤로한 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3월이 지나고 있다.

2019-03-24 14:51:22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광장] 왜 팔공산인가?

팔공산 지명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고문헌은 '점필재집'이다. '점필재집'은 김종직의 시문집으로 김종직 사후(死後) 5년째인 1497년에 간행되었다. 팔공산 지명은 '점필재집' 제7권 '시편'에 수록된 한시 '범어역 노상에서 보고 느낀 것을 적는다'(凡於驛路上記所見)의 내용 중 '팔공산 아래는 의당 가을이 아니로구나'(八公山下不宜秋)에서 확인할 수 있다.조선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팔공산은 중악(中岳), 부악(父岳), 공산(公山) 등으로 불려져 왔다. 중악의 기원은 '삼국사기' 권 제32 '잡지' (雜志)의 '제사(祭祀)와 樂(악)'에 잘 나타난다. "3산(山)·5악(岳) 이하 명산대천을 나누어 대사(大祀)·중사(中祀)·소사(小祀)로 구분하고, 그중에 중사는 5악으로 동악을 대성군의 토함산(吐含山), 남악을 청주(菁州)의 지리산(地理山), 서악을 웅천주(熊川州)의 계룡산(鷄龍山), 북악을 내사군(奈巳郡)의 태백산(太伯山), 중악을 동·서·남·북악의 중간에 위치하는 압독군(押督郡)의 공산(公山)으로 한다."이처럼 팔공산은 신라시대 이래 중악, 부악, 공산 등으로 불려져 오다 조선시대에 들어서 비로소 팔공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팔공산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먼저 8개 고을에 걸쳐 있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그러나 팔공산이 행정구역상으로 8개 지역에 걸쳐 분포한 적은 없다.둘째, 동화사 창건 설화에 나오는 팔간자설이다. 조선시대는 '숭유억불'의 이념체계를 지향하던 시대다. 따라서 불교와 관련된 팔간자의 '팔'(八)을 차용하여 공산을 팔공산으로 개칭했을 리는 없다.셋째, 고려 태조 왕건과 후백제 견훤 간에 벌어진 팔공산의 공산전투에서 왕건이 크게 패하여 도주할 때, 왕건의 여덟 장수가 팔공산에서 순절했다는 것에서 유래한다는 설이다. 그러나 공산전투에서 왕건과 함께 전투를 하다 순절한 장수로는 신숭겸과 김락 두 명이다. 그래서 고려 예종은 두 장수의 원혼을 달래주려고 '도이장가'를 짓기도 했다.넷째, 중국 지명을 차용했다는 설이다. 사대부의 중국에 대한 모화(慕華)사상이 강했던 조선시대에는 중국 지명을 차용한 경우가 많았다. 383년 전진(前秦)과 동진(東晋) 간에 벌어진 비수전투의 격전지에는 팔공산(八公山)이라는 지명이 존재한다. 아마도 당시 비수전투가 고려 태조 왕건과 후백제 견훤 간에 벌어진 공산전투만큼이나 치열했던 탓에 팔공산 지명이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팔공산의 지명 유래에 대한 설이 다양하게 전해오고 있으나 가장 합리적인 유래설은 중국 안휘성(安徽省)의 팔공산 지명 차용설이라 생각된다. 팔공산은 전라북도에도 한자어까지 동일한 지명이 존재한다. 섬진강 발원지로 진안군과 장수군에 걸쳐 있는 해발 1,151m에 달하는 높은 산이다. 즉 한자어까지 동일한 지명이 2곳에 존재한다는 것은 특정 지명을 차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능케 해준다.조선시대에 제·개정된 지명 대부분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팔공산 지명의 중국 유래설을 중국 관광객 유치에 활용해보면 어떨까?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재물과 관련된 '8'(八)이고, 정성껏 기도하면 한 번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갓바위가 있는 팔공산은 중화권 관광객에게는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2019-03-23 02:30:00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 혁신의 길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의 사이바로 그 사이에서 변화와 혁신 시작내가 사는 곳에서 직접 느낀 문제들머리 맞대고 해결 노력하는 게 최선봄이 왔다. 누군가에게는 올 거 같지 않던 봄이, 또 누군가는 그렇게 기다렸건만 끝내 보지 못한 봄이 왔다. 계절이 바뀔 때면 '앞으로 내 인생에서 이 계절을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변하지 않는 사실 속에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변화'가 담겨 있다.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비슷하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유한성은 그대로이지만 결국 그 안에서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인간은 조금 더 적극적인 변화를 이끌어간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20세기에는 이 말이 주는 느낌이 비교적 명확했다면, 지금 21세기에는 쉽사리 설명하기 힘든 주제가 되었다. 전자는 '혁명'이라는 단어로 표현되었다. 혁명은 확실한 언어로 설명되거나 이해되었다. 그것은 동시에 과거 많은 이들이 혹했던 이유이기도 하다.요즘에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이야기되거나 이해된다. '혁명'의 자리에 '혁신'이 자리 잡는가 하면, 이와 연결하여 '실험'과 '창조성' 같은 단어들이 뒤따른다. 사회에서 '실험'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러한 모든 것은 개인의 변화보다는 각자가 살아가는 조건으로서 사회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그 변화는 근본적인 세상의 변화라기보다는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변화이고 새로운 관점의 발견이다. 그것은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에서 출발한다.이에 대한 영국의 대표적인 혁신기관 네스타(NESTA)의 대표 제프 멀건(Geoff Mulgan)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는 이 시대의 모든 이론이 아주 단순한 오류에서 출발했다고 비판했는데, 그 오류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사회 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혁신은 복잡한 문제를 복잡하게 해결해 가는 과정이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바라보거나 처리하는 일을 보게 된다. 그것은 유무형의 폭력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상대는 복잡한데 단순하게 반응하면 온전한 관계라고 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서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바로 '혁신'이라 할 수 있다."뭔가 옳은 일이 이뤄지길 바란다면, 당신이 직접 하는 게 최선이다." 샤를로트 드 빌모(Charlotte de Vilmorin)의 말이다. 프랑스에서 장애를 갖고 태어나 휠체어를 타야 했던 그녀는, 2015년 휠체어 탑승 차량을 알아보다가 엄청난 비용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고는 스스로 방법을 찾다가 몇 달 후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개조용 차량 공유 플랫폼 휠리즈(Wheeliz)를 열었다. 프랑스에 장애인을 위한 개조 차량이 10만 대 정도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공유 플랫폼을 연 것이다. '휠리즈'는 2017년 유럽에서 가장 혁신적인 프로젝트로 꼽혔다.혁신은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내가 사는 곳에서, 내가 직접 느끼는 문제들을 바꾸거나 해결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터가 더 나은 공간으로 바뀌고, 우리의 공동체가 더 건강한 관계로 바뀌는 것을 추구할 때, 그리고 이것을 단순히 추상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구체적인 계기와 활동을 조직하고 수행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기술은 발달하고, 세상이 바뀌고 있다. 다른 한편, 세상은 그대로이다. 겨울은 가고 봄이 온다. 꽃은 피고 진다.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그리고 바로 그 사이에서 변화와 혁신은 시작된다. 변화와 혁신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온전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개인만이 가능하다. 비록 주어진 환경과 조건이 공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차이가 드러나는 서로 다른 조건 위에서 비로소 변화를 위한 혁신은 시작된다는 사실이다.한때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바뀌지 않는지 궁금했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의 '사이'에서, 서로 다른 조건의 '사이'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유일한 길이다. 그 '사이'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축복이다.

2019-03-21 16:32:25

이중섭 작 '동촌 유원지'

[김영동의 시대와 미술]이중섭의 대구

전선택 선생이 대구에 정착하고 어느 날 학교 선배인 이중섭을 대구역 부근서 만나 칠성동 단칸집까지 모셔가 한 끼를 대접한 일이 있었다. 이중섭은 1950년 말 월남해 남한에서 5년 남짓을 살고 세상을 떠났는데 마지막 개인전을 대구서 연 셈이다. 이중섭은 1936년 오산고보를 졸업했고 1937년에 입학한 전선택과는 여섯 살 차이로 학창 시절 만난 인연은 없지만 피난지에서 선후배로 함께 나눈 그날을 평생 잊지 못한다. 물고기나 어린아이를 소재로 한 전선택 선생의 많은 그림들을 보면 그의 영향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이중섭은 어린 시절 평양의 외가서 보통학교를 다니고 정주에 있는 오산학교로 진학해서 임용련 백남순 부부를 미술교사로 만났다. 졸업 후 일본 유학을 거쳐 고향 원산으로 귀국했다가 활동의 제약을 받자 6·25 전쟁 중에 월남했다. 처음 제주도에서 약 1년간 가족과 함께 머물렀는데 그때의 흔적을 현재 서귀포시는 이중섭미술관을 지어 기념하고 있다. 피난 생활의 곤궁함을 면할 길이 없자 후일을 기약하고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낸 다음 홀로 남게 된 그는 부산과 통영, 진주 마산 등지로 전전하다 휴전으로 평온이 복구된 서울로 상경했다.오직 헤어진 가족들과의 재회만을 꿈꾸며 그림에 매달려 왔던 그는 통영 전시에 이어 1955년 1월 서울 미도파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20여점의 작품이 팔렸으나 여전히 경제적인 문제로 애태우던 그를 시인 구상이 그의 대구 전시를 적극 주선했다. 그러나 야심적으로 준비했던 대구전시도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오히려 병까지 얻고 말았는데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대구와 구상의 왜관 집을 오가며 요양했다. 8개월여 대구서 머문 동안 제작한 그림들이 상당하겠지만 '구상의 가족'과 '왜관 성당 부근' 그리고 대구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는 '동촌 유원지' 풍경 등은 쉽게 특정된다.팔공산과 금호강이 분명한 강물 위에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과 백사장 모래톱에는 야영객들의 천막 그리고 키 큰 미루나무 아래로 평상을 내놓은 간이음식점 모습 등이 영락없는 '동촌 유원지' 광경이다. 전경에 군복 차림 남자의 손을 끌며 걷는 중섭이 보인다. 고개를 젖히고 팔을 쳐든 몸짓을 볼 때 낮술이라도 한잔 든 듯하다. 하늘에서 별안간 굵은 소낙비가 내리는 형국을 빠른 연필 스케치 위에 담채로 슬쩍 표현했지만 이중섭의 예술의 완숙기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이후 1년 뒤 그가 불귀의 객이 되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미술평론가

2019-03-21 11:23:55

김내성 _마인1회 _(_조선일보_, 1939년 2월 4일)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또 다른 '김내성'을 기다리며

문학이란 묘한 것이어서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열정을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소설가 김내성의 경우가 그랬다. 김내성은 명문 와세다 대학교에 유학하여 법을 전공하며 엘리트 관료로서의 안정적 미래를 착실하게 밟아가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갑작스레 소설가가 될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우연히 읽은 몇 권의 추리소설, 즉 문학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범죄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법학과 추리소설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취업의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1930년대 식민지 조선현실에서 소설가가 되겠다는 김내성의 선택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낭만적이었다.열정에 능력까지 더해진 덕분이었을까. 김내성은 일본의 추리소설전문잡지 문예현상모집에 조선인으로서는 최초로 당선되는 영광을 얻는다. 이로 인해 추리소설가를 향한 그의 열망은 '소명'에 가까울 정도 확고해지게 된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자 추리소설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내걸고 조선으로 귀국한다. 추리소설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던 조선에서 김내성은 최초의 추리소설전문작가로서 쉬지 않고 추리소설을 발표한다. 우리문학 최초의 장편추리소설인 '마인(魔人)'(1939)은 김내성의 낭만적 열정의 결과물이다.소설은 세계적인 무용가인 공작부인 주은몽이 개최한 무도회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후 주은몽을 둘러싼 무시무시한 범죄가 발생하고 탐정 유불란이 그 범죄사건을 해결해간다. 당시 소설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팜므 파탈적 여주인공의 등장과 경성 시내를 휘젓는 자동차 추격 장면, 여기에 애절한 로맨스의 첨가. 이런 흥미로운 소재 덕분일까. '마인'은 추리소설이 여전히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던 조선에서 대중적 호응을 얻는다. 그러나 일본어로 발표한 처녀작과 비교할 때 연애담이 강조되고 추론의 과정은 약해지는 등, 추리소설로서는 퇴보한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당시 조선은 초등교육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서, 추리소설의 지적 추론과정을 즐길 수 있는 독자가 별로 없었다. 여기에 더하여 유교이데올로기로 인해 문학은 교훈적이며,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사람들 머리에 깊게 박혀있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모험 연애소설에 가까운 '마인'은 이러한 조선적 현실을 감안한 '조선식 맞춤형 추리소설'이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김내성은 조선에 추리소설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마인'으로부터 팔십여 년이 지났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같은 일본추리소설가의 소설이 한국의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린 지 이미 꽤 되었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한국추리소설가의 소설은 순위에서는 물론 진열대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팔십여 년 전, 척박한 문화적 풍토 속에서 순문학중심주의에 저항하며 김내성이 이루어낸 노력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높은 교육열과 놀라운 과학 발전 덕분에 추리소설을 읽을 수 있는 대중들도 마련되어 있는 이 시대, 왜 더 많은 '김내성'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대중문학에 대한 한국사회와 문단의 인식이 팔십여 년 전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나 않은 것인지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2019-03-21 11:07:45

이상길 대구시 행정부시장

[기고] 한국물기술인증원, 반드시 대구로!

3월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아낌없이 흥청망청 쓰는 행동을 할 때 '물 쓰듯 한다'라는 말로 표현하곤 한다. 이는 예부터 주변에서 맑고 깨끗한 물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까닭일 것이고 기본적으로 물이라는 천연자원이 부족함이 없었던 까닭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에서 발표한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앞으로 '물 쓰듯 한다'라는 말을 쉽게 쓸 수가 없게 될지도 모른다.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블루골드'산업으로 일컬어지는 물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세계 물시장의 가치는 2020년이면 약 1천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2006년 물산업 육성 방안에 따라 5개년 세부 추진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해 오고 있으며, 대구시는 물산업 시장을 선점하고 물산업 허브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2015년 세계물포럼을 유치개최하였고, 국내 유일의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유치하여 준공을 앞두고 있다.국가 차원의 물산업 육성을 위한 환경부의 '물산업클러스터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보고서(2014)에 의하면,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조성 방향은 첫째, 물기업 집적단지 및 물산업 진흥 시설 조성 등 클러스터 기반 조성, 둘째, 물산업 전 주기 지원 체계 조성 및 기술 인·검증 인프라, 연구개발 및 사업화 지원 등 물기업 경쟁력 강화, 셋째, 국가산단 입주 기업과의 물산업 가치사슬(value chain) 체계 마련 및 해외 협력, 수출 지원 강화 등 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물산업 연구·혁신 활동, 기술 검증, 실증화, 물산업 창업·생산 활동까지 물산업의 가치사슬 완성을 통한 전후방 연관 산업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복합단지로 조성되어야 한다. 이곳에서 연구개발부터 해외 진출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이루어지게 하려면, 인·검증 지원과 실증화 시설 같은 혁신 활동 지원 체계는 물산업클러스터에 반드시 구축되어야 할 시설이다.환경부의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서도 제시되었듯이 물기술인증원은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시설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에 설립할 경우, 1천500억원 이상의 국가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물융합연구동 시험 장비(194종 248개)와 한국물기술인증원 시험 장비는 91.7% 중복되기 때문에 타 지역에 설립할 경우 중복 투자 및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는 것이다.그리고 지금까지 문제 되어 왔던 한국상하수도협회, 정수기협회의 셀프 인증, KC의 실험 데이터 없는 성적서 남발 등 인검증 기능에 대한 공신력과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실증화 시설을 통해 실제 규모의 성능 시험을 할 필요가 있다.곧 한국물기술인증원의 입지가 결정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순간이다. 한국물기술인증원이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설치되어 국가 물산업 허브 조성 및 수출 국가 도약의 계기가 되고 대구가 글로벌 물산업 중심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2019-03-21 11:05:33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나의 성실한 연출자

연출가, 특히 극(劇) 연출가는 문자(文字)로 된 작가의 대본을 현실화(現實化)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공연장이 되었든 혹은 길거리가 되었든 작가가 그의 상상력과 사상을 발휘하여 문자로 만들어 놓은 허상(虛像)의 것을 현실에 실현(實現)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그래서 무엇보다도 대본을 면밀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퇴고(推敲)라는 말에서 보듯 작가가 그 시대적 상황과 등장인물들의 여러 배경 상황을 고려하여 각고(刻苦)의 노력 끝에 쓴 대사의 어휘를 연출자의 무지(無知)로 마음대로 그 어휘를 바꿔 버린다면 아마도 그 극의 전체 내용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바뀌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물론, 특별한 경우에 연출자가 조금씩은 의도적으로 작가와는 다른 시각으로 대본을 바라보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작가의 사상이나 시간적, 공간적 배경과 주제에 맞게 대본에 쓰여진 텍스트를 왜곡 없이 표현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지녀야 할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연출가는 무조건 대본에 쓰인 대로만 작품을 만드는 맹목적인 존재는 아니다. 작가의 의도를 면밀하게 파악한 한 후 그 작품을 무대에 표현하는 과정에서 연출자만의 사고와 생각의 방식을 접목하여 현실화시킨다. 그래서 같은 대본이지만, 연출자가 누구인지 그 연출자가 얼마만큼의 역량을 가졌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것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본다면 연출가는 어쩌면, 누군가의 꿈을 현실화(現實化)시키기는 아주 매력적인 일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작가가 머릿속으로 자신이 꿈꾸던 상상의 이야기를 글로 써 놓으면 연출가는 그것을 현실에서 직접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인 것이다.우리는 누구나 꿈을 가지고 미래의 인생을 계획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인생이 하나의 공연 작품이라면, 나의 인생이라는 작품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직접 대본을 쓰고 내가 직접 연출을 해야만 한다. 연출자가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잘 쓰여진 대본을 원하듯이 우리가 원하는 멋진 인생의 연출을 위해 내 인생의 대본을 써 나가야 하는 시기부터 그것이 잘 현실화될 수 있도록 탄탄한 내용과 구성의 대본을 먼저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또한, 연출의 과정에서는 성실한 연출자의 자세로 나의 대본에는 나의 어떤 사상과 가치관을 담아 놓았는지 면밀한 대본의 파악 과정을 진행해야 함으로써, 다가올 나의 인생이라는 무대를 잘 연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내가 꿈꾸던 나의 인생은 지금의 나의 모습과 얼마나 닮아 있는 것일까? 삶이 팍팍하고, 상황이 어렵다는 핑계로 충실히 순수한 마음으로 잘 써 놓은 대본을 무시한 채 대본과는 동떨어진 연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다가올 나의 인생무대를 위해, 성실한 연출자로서 한번 더 나의 인생대본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기를 제안 해 본다.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2019-03-21 11:05:19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 ] '북·미' 거명관행의 문제점

'미·북' 아닌 '북·미' 호칭 일반화한미 동맹에 심각한 악영향 초래국가의 존립에 도움을 주는 동맹더 중요시하고 존중해줘야 마땅언제부터인가 한국인들은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거명할 때 '북·미'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북·미 관계'니 '북·미 회담'이니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북·미' 거명 관행의 일반화는 더욱 심해졌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집권당의 전체 당원과 행정부의 거의 모든 공무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북미'라고 말하고 있다. '북·미' 거명 관행의 일반화는 미국이 그것의 함의를 파악하게 되면 한·미 동맹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한국인의 언어생활에서는 복수의 인간이나 집단을 동시에 언급하게 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존중해야 할 대상을 먼저 언급하고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덜 존중해도 될 대상을 뒤에 언급한다.이러한 관행은 복수의 국가를 동시에 언급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한과 북한을 동시에 언급할 때는 반드시 '남·북'이라 말하고,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언급할 때는 반드시 '한일'이라 말하며, 한국과 미국을 언급할 때는 반드시 '한·미'라고 말한다. 만일 한국인 가운데 '일·한'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친일파로 매도당할 것이다.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정부와 주민은 남북 회담을 언급할 때 언제나 '북·남 회담'이라고 말하고, 북한과 중국을 말할 때 '조·중'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과 중국을 동시에 언급할 때는 '중국과 남조선'이라고 말한다. 결코 '남·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만일 어떤 북한 주민이 '남·북 회담'이라고 말하게 되면 그는 반혁명분자로 처벌될 것이다.이러한 한국인의 어법에 비추어볼 때,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부와 국민이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언급할 경우 '미·북 관계'니 '미·북 회담'이라고 말하지 않고 '북·미 관계'니 '북·미 회담'이라고 말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북한을 미국보다 더 중요하고 더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뜻한다.북한은 대한민국을 공격하려는 적이고, 미국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을 도와주는 동맹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미·북'이라 말하지 않고 '북·미'라고 말하는 것은 적을 동맹보다 더 중요하고 더 존중해야 할 대상이라고 선전하는 것과 같다.그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적의 공격을 도와주고 대한민국에 대한 동맹의 지원을 약화시키는 행동이다. 나아가서는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과의 동맹을 파기하도록 충동하는 행동이다.'북·미' 거명 관행을 선택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오늘날과 같은 남북 화해 시대에 북한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주장은 화해 추구 과정과 화해 성공을 구분할 줄 모르는 잘못된 주장이다. 우리가 북한과 화해를 추구하는 동안에도 북한은 여전히 우리의 적이다. 화해 추구 과정에서 진전이 없으면 다시 싸우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의 적이 아니게 되는 것은 남북 화해가 실질적으로(말이나 문서를 통한 선언으로서가 아니라 실효적 행동을 통해) 성공한 시점부터이다.'북·미' 거명 관행을 선택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북한이 우리와 같은 민족 국가이므로 이민족 국가인 미국보다 더 중요시하고 존중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그러한 주장은 국가의 존립을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잘못된 주장이다.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는 국가의 존립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개인·집단·국가를 중요시하고 존중해야 하며, 국가의 존립에 피해를 주는 개인·집단·국가를 배격해야 한다. 그 대상이 동족이냐 이민족이냐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 이러한 이치는 6·25전쟁 때 동족 국가인 북한이 대한민국을 공격하여 멸망시키려 했고, 이민족 국가인 미국이 멸망의 위기로부터 대한민국을 구원해 준 사실을 상기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19-03-21 02:30:00

윤상화 시인·사회학 박사

[기고] 독서운동을 제2의 3.1운동으로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3·1운동은 1919년 3월 1일, 일본의 잔인한 무단 정치와 민족 문화 말살 정책, 경제적 침탈 등의 무자비하고 잔혹한 식민 통치에 분연히 일어선 민족 저항운동이었다.우리의 선열들은 일본의 악랄한 탄압과 억압 속에서도 아랑곳하지않고 오직 나라를 되찾겠다는 구국의 일념으로 3·1운동을 펼쳤다.3·1운동은 당시 국민 1천679만 명의 10%인 106만 명이 참여하여 세계 식민지 해방을 위한 투쟁의 단초가 된 비폭력 평화운동이었다. 종교인, 노동자, 농민, 학생, 기생 등 모든 계층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세계사에 길이 남을 독립운동이었다.대구는 1907년 2월 21일 나라의 빚을 갚기 위해 남녀노소,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전 시민이 참여한 국채보상운동을 전국에서 최초로 펼쳐 들불처럼 번져갔다.1919년 3월 5일에는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전신인 성유스티노 신학교에서 만세운동의 불길이 대구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다. 3월 8일에는 서문 밖 장날을 기해 계성학교, 대구고등보통학교, 신명여학교 학생들이 시장에 모인 시민들과 함께 섬유회관 맞은편 서문 큰 장터에서 출발하여 지금의 중부경찰서인 대구경찰서를 거쳐 대구백화점 인근에 위치한 달성군청으로 행진하며 독립 만세운동을 펼쳤다.3·1운동은 단순한 조선의 독립과 자주운동에 그치지 않고 민주와 자유, 평등, 진리와 정의, 나아가 세계 평화와 인류 번영의 책무까지 결의를 다짐했다.나라를 잃은 암울하고 참담한 절망 속에서도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을 꿈꾸는 담대한 대의야말로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계승해 자손만대에 물려주어야 할 값지고 고귀한 정신이라고 생각한다.지금 전국 방방곡곡에서 100년 전 기미년 3월에 울려 퍼진 독립 만세운동을 재현하여 선열들의 높은 뜻을 되새기며 제2의 3·1운동을 펼치고 있다.호국 충절의 고장인 우리 대구는 독서운동을 제2의 3·1운동으로 추진하여 지구촌을 이끌어갈 세계 시민정신으로 승화시키는 일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는 "독서운동이야말로 선진국으로 진입하여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길이며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중요하고도 시급한 시대적 책무"라고 천명했다.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선진국들은 100년 전부터 독서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국민 80%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시에서는 2007년 경영 마인드를 함양하고 창조적인 지식 역량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처음으로 독서 경영을 실시했으며, 독서아카데미, 북페스티벌 등으로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우리 대구가 독서운동을 범국민 책 읽기 운동으로 확산시켜 국가 100년 대계를 개척할 혁신적인 정신문화를 구축, 위기에 처한 경제 난국을 극복하고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선진국 기반을 굳건히 다지고 민족의 염원인 남북통일의 주춧돌을 마련하자. 나아가 1천 년의 세계를 이끌어갈 위대한 대한민국, 초일류 통일국가를 건설하고 세계 평화와 인류 번영에 기여하여 애국선열들의 숭고한 3·1운동 정신을 활짝 꽃피우기를 소망한다.

2019-03-21 01:30:00

이숙현 동화작가·구미 금오유치원 원장

[책마담] 숨은 ___ 찾기

얼마 전 '사람과 책을 잇'는 아름다운 지역서점 삼일문고에서 '동시랑 프로그램'이 열렸습니다. 동시랑 만나 가까워지길 바라며 네 번의 다채로운 시간으로 엮은 '동시 붐업 프로젝트'가 시작된 첫날. 김성민 작가가 자신의 책, "브이를 찾습니다"(창비) 동시집 가운데 '오토바이 도넛' 동시를 보여주며 물었어요."여기, 숨어 있는 도넛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일까요?"나는 얼른/ 동그랗고 가운데 구멍 뚫린/ 도넛 두 개를 골라/ 부릉!/ 힘차게 시동을 걸어 놓고/ 다른 녀석들한테 이렇게 외쳤어// 어이, 꽈배기!/ 배배 꼬지만 말고 운전대나 잡으시지// 거기, 찹쌀 도넛!/ 안 떨어지게 찰싹 달라붙으라고// 그런 다음/ 부릉부릉 부르릉!/ 고렇게 할머니 집으로 신나게 달려갔지 숨어 있는 도넛, 무엇일까요 찾으셨나요? 소리 내어 읽으면, 입안에서 톡 튀어나오는 도넛 이름. 그날도 누군가 '고렇게!'라고 외쳤어요. 웃음 방울이 팡팡 터졌고, 사람들 입꼬리가 올라갔지요. 숨어 있는 뭔가를 찾고 나면, 달라진 시간을 맞게 돼요. 숨어 있다는 건 잘 드러나지 않을 뿐 분명 있다는 건데,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없는 듯 여기며 살아가는 시간과 있는 것을 '여기 있구나!' 발견하고 찾아내어 더하며 살아가는 시간은 다를 수밖에요. 문득, 당신이라면 제목의 빈칸을 어떻게 채울지 궁금해집니다. 지금 이 순간, 얼굴 맞대고 대답을 기다린다면, 당신은 둘레 숨은 것들 가운데 무엇을 찾아내실까요?그날 오후, 시인들과 가까이 마주 앉은 자리에서 우연히, 살아있는 말(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말(馬)은 마음을 움직이는 말(言)에 닿고, 글을 쓰는 사이, 몽골 초원을 내달리던 말(馬)에 이르렀어요. 울란바토르 청년들에게 한글을 가르친 적 있는 이십 대의 나, 태어나 처음으로 말 달리던 날이 떠오른 거지요.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새삼 얼얼했던 엉덩이 감각까지 와락, 되살아났어요. 주저하다 겨우 말 위에 올라탄 나는, 어느 순간, 말에게 몸을 바짝 붙이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지요. 나를 품어주는 듯한 드넓은 하늘과 푸른 땅… 온 세상이 낯설고 새로웠습니다. 마음에게 말 걸기 좋은 봄날 어쩌면 동시란 시인의 말을 타고 빤한 일상을 가르며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삼일문고에서 백민주 시인이 "너 먼저 뛰어내려.// 싫어, 무서워.// 너 먼저 뛰어내려.// 용기 있는 녀석만/ 들을 수 있는 말// -야! 첫눈이다."("첫눈에 대한 보고서"(브로콜리숲) 동시집 가운데 표제작) 동시를 떨리는 목소리로 낭송하는 순간, 이제까지와는 다른 첫눈, 용기 내어 폴폴 뛰어내린 첫눈이 눈앞에 나타난 것처럼요.첫눈의 '용기' 헤아리다 윤지회 작가를 떠올립니다. 위암 4기 진단을 받고 수술, 항암 투병 중에도 떨리는 손으로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은 그녀. 아프지 않던 때 같으면 3일 만에 완성할 그림을, 두 달에 걸쳐 완성하면서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우주로 간 김땅콩"(사계절)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은 그녀의 놀라운 이야기,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녀 덕분에 요즘 부쩍, 일상에 숨은 무엇, 소중한 무엇을 날마다 발견하고 있거든요.(인스타그램에서 '사기병, #sagibyung'을 찾으시면 작가의 항암 그림일기를 만나볼 수 있어요. 낯모르는 이들이 댓글로 줄줄이 달아 놓은 따스한 응원과 격려의 마음도요)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을 '따뜻함으로' 꽃피워 희망, 사랑의 마음 돌보게 하는 그녀의 그림일기가 이 봄날, 당신에게도 가 닿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에게로 향하는 우리들의 밝고 환한 마음도 생명 기운 북돋우는 데 커다란 힘이 되어준다면… 정말 좋겠습니다.좋은 동시랑 노닐며, 내 안의 숨은 마음에게 말 걸기 좋은 봄날, 하루하루 새롭게 하는 '숨은 ___ 찾기' 해보지 않으실래요?

2019-03-20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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