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천재견 아리(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CJzMsGrsSAw)

주인이 기침하면 휴지 갖다 주는 천재 웰시코기?…우리 개도 가능할까?

'아리둥절'이란 유튜브로 잘 알려진 천재견 아리(3·웰시코기)가 있다. 아리는 보호자가 말하거나 지시하지 않아도 무엇이든 척척 알아서 한다. 함께 빨래도 널고 시장도 보며 껌딱지마냥 보호자를 따르며 도움을 준다. 보는 이들은 누구나 "어떻게 저런 개가 다 있지?"하며 신기해한다.아리의 천재성을 확인하고 아리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검증하고자 SBS TV동물농장과 촬영에 나섰다. 놀랍게도 아리는 4세 어린이 이상의 이해력과 판단력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보호자의 표정을 통해 보호자의 기분과 감정을 인지하고 보호자가 기뻐할 행동을 보여주는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몇 차례 동물농장을 통해 소개된 천재견들의 경우 주인의 손동작이나 명령어에 의존했다면, 아리는 보호자가 말하거나 지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리를 두고 '개가 인간화된 사례'라고 설명해야 하는 난처한 입장이 되었다.개는 야생의 들개 무리에서 인간과의 공생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을 따르게 되었다. 사람은 먹이를 제공함으로써 점차 개를 순치시키며 필요한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야생 들개에서 목양견, 경비견, 사냥견 등의 다양한 용도의 가축화가 이루어진 것이었다.현재는 사회가 도시화하면서 가축화된 개의 역할은 줄고 애완동물로 개를 키우게 되었고, 점차 감성을 공유하는 반려화 단계에 이르게 됐다.과거 특수 목적으로 활용되던 개는 훈련을 통해 명령어를 습득하고 임무를 수행할 때 영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반려견은 가족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가족들이 즐거워하는 행동을 취할 때 영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의 지능도 IQ보다는 EQ가 존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상대방을 감정과 내면의 생각을 이해하면서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취하는 '마음이론'이라고 한다. 사람은 4세 정도면 같은 상황을 대하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며, 외양과 실제가 다름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이러한 마음이론을 영장류에서 검증해보면 영장류 또한 관찰자의 눈과 입 주변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며 상대방의 기분을 인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아리의 경우도 마음이론이 작용한 듯하다. 아리는 아이컨택을 통해 보호자와의 교감이 시작된다. 보호자의 시선을 따라 보거나, 눈가의 미세한 떨림을 인지하며 보호자의 감정을 이해한다.개와 개가 만날 때는 굳이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읽을 필요는 없다. 동물 간에는 몸짓과 소리로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동물 간에는 이러한 단순한 표현력으로도 생활에 불편이 없다.개는 초고속 카메라처럼 빠르고 미세한 움직임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과일과 곡식이 여물어가는 색과 빛을 인지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였지만, 사냥해야 하는 동물들은 색보다는 미세하고 빠른 움직임을 감지하는 동체 시력이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이러한 개의 능력을 활용한 경우가 간질환자를 돕는 도우미견이다. 간질 환자는 자신이 언제 간질 증상이 발현될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도우미견은 간질 환자가 간질 증상이 발현되기 전 나타나는 전조 증상을 인지하고 보호자에게 짖어 보호자가 안전한 공간으로 이동하고 약을 먹을 수 있도록 경고한다. 본인 스스로 인지하지 못 하는 간질의 전조증상을 도우미견이 인지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동체 시력과 뛰어난 후각 능력 덕분이다.아리 역시 동체 시력과 더불어 후각을 통해서도 보호자의 감정 상태와 주변 상황 정보들을 인지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일수록 상대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배려하듯, 아리는 보호자에 대한 깊은 애착을 바탕으로 보호자의 감정과 바람을 이해하려 노력했을 것이다.보호자는 아리의 능력을 의도적으로 개발하려 하지 않았고, 아리의 습성을 존중하며 기다리고 공감해주었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과정들 속에서 아리는 보호자를 더 깊게 신뢰하고 따르게 된 배경이 되었으리라 추측한다. 또 아리에게 보호자의 즐거움은 곧 자신의 즐거움이었기에 아리가 보호자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개나 사람이나 감성 지능(EQ)은 학습보다는 즐거움을 통해 배가될 수 있음을 재차 확인해본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8-12-24 11:21:54

홍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

[세계의 창] 독일 연말 분위기에 대한 회상과 한 해의 반성

크리스마스카드 손수 적어 보내고집집마다 진짜 나무 트리 사서 장식독일 성탄절은 가족과 보내는 명절한 해 조용히 돌아보고 충분히 휴식필자가 스무 살에 독일 유학을 가기 전, 독일의 연말 분위기 하면 대중매체에서 접한 네온 불빛이 반짝거리는 화려한 도시와 거리를 가득 메우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막연하게 상상했던 독일의 연말 이미지는 미국식 연말 풍경이었다. 필자가 경험한 12월의 독일 분위기는 고요하고 쓸쓸하다. 평소 매우 검소한 독일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쇼핑센터가 붐비는 광경을 제외하면, 연말은 대체로 온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내는 휴일이며 대중교통 운행은 많이 제한된다.독일에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그 당시, 연말이 되면 직장 동료들에게 주는 크리스마스카드를 사고 직접 손으로 쓰는 일에 분주하다. 정성스럽게 수기로 쓴 카드 선물을 자신의 사무실에 펼쳐놓고 고마운 마음을 되새기는 독일 사람들에게서 화려함보다 소박함과 진정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엿볼 수 있다.12월이 되면 대림절 때 가정마다 대림환(環)을 만들거나 구입해서 대림 시기 4주에 맞춰 매주 1개씩 대림초에 불을 붙인다. 또한 집집마다 조형물이 아닌 진짜 나무 크리스마스트리를 사서 장식하고, 각 도시에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여러 가판대 상점이 줄지어 서 있고 회전목마가 있다. 추운 겨울 날씨에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전통 수공예품과 크리스마스 전통 쿠키를 구경하고 글뤼바인(Gluhwein)이라고 하는 따뜻한 와인을 마시면 연말 분위기를 한층 더 느낄 수 있다.크리스마스 마켓 구경은 전통과 풍습을 지키려는 독일인들의 성향 때문인지 가판대 상점 장소, 볼거리와 먹거리 메뉴가 매년 똑같아서 지루하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성탄절 전날까지 열리고, 12월 31일(새해를 맞는 전날 불꽃 파티인 Silvester)까지 독일 거리는 정말 매우 조용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느라 분주했던 사람들과 거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성탄절에 교회를 가고, 가족과 함께 직접 구운 크리스마스 쿠키와 거위 구이를 먹고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놓은 선물을 주고받고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성탄절을 보낸다. 독일 성탄절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명절이다.한편, 대부분 유학생들에게 2주간(12월 23일부터 1월 첫째 주까지)의 크리스마스 방학은 쓸쓸하고 지루하기도 하다. 이처럼 독일의 연말은 시끌벅적한 축제보다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이지만, 한 해를 조용히 되돌아보고 충분한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그렇다면 나는 이번 연말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이번 학기 마무리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학교 일과 관련해서 마음의 여유는 여전히 없다. 해 놓은 건 아무것도 없는데 벌써 12월 말이 되었다. 필자는 지금까지 스스로 모든 일을 준비하는 '모범생'이라고 생각했는데, 학교에 몸담은 지 몇 년 만에 나도 모르게 뭐든지 '닥쳐야 하는' 성향으로 젖어 버렸다. '미리미리모드'일 때에는 계획했던 일을 마치지 못하면 불안해서 잠이 안 왔건만, 막상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하니까 어디선가 초인적인 능력(?)이 솟아나는 듯, 제출 일정이 다가오면 컴퓨터의 자판은 언제나 '경이로운 허구'를 생산해내곤 했다. 물론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서 내 양심은 이렇게 거짓말해도 되는거냐고 외치고 있었지만.누군가가 채근하지도 않고, 무엇인가 다급한 일이 닥치지도 않는데 무슨 일을 계획해서 실천에 옮기기란 웬만한 결심으론 이행하기 어려운 것 같다. 칸트의 정언명법은 어쩌면, 그야말로 불가능한 이상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선택과 자유로운 선택 사이에서 진자 운동을 하고 있다.

2018-12-24 10:39:09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이른 아침에] 흔들리는 공화국, 국민의 책임은?

KT화재·KTX탈선·강릉펜션 참변사고 공화국 돼도 文대통령은 침묵안전 담당 공공기관 '무자격 낙하산'국민·야당·언론 반대 목소리는 차단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다. 모두가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 화두가 지금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민주공화국이란 대의민주제, 3권분립, 견제와 균형, 민주적인 국정 운영, 소통과 화합, 자유와 인권 존중, 국민 민생 증진, 국가의 존립 등이 그 기본적 가치일 것이다.최근 일어난 청와대 특감반 파견 검찰 수사관 김태우의 폭로는 문재인 정권의 실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던지고 있다. 이 정권은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수집과 부처 출입 정보관 제도를 전부 중단하고 정치인, 민간인 등에 대한 불법 사찰이 없다고 공언해 왔다.역대 보수정권의 민간인 사찰, 국정원 댓글 같은 과거 권위주위 정권에서 발생했던 정보기관의 인권 침해 사례는 없다고 자부해 왔다. 다른 한편에서 현 정권은 '적폐청산, 국정농단, 사법농단, 기무사계엄령' 등의 이름으로 집권 후 지금까지 지난 정권에 대한 법적 심판을 지속해 왔다. 그런데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이번 정권 또한 국정원의 민간인 정치인 사찰이 청와대 특감반원의 사찰로 변형된 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또 이 정권의 적폐청산은 이전 정권에 대한 척결에 한정되지 현 정권에서 발생한 비리나 의혹은 은폐하고 넘어가려 한다는 의혹도 드러나고 있다. 인권중시 진보정권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정치인이나 교수, 언론, 민간인의 언행을 감시 사찰하는 것은 군사독재 시대와 무엇이 다른가? 이뿐 아니라 정권에 비판적인 보수 유튜브 채널 등에 대한 '가짜뉴스' 낙인찍기에 수십 개 언론을 동원해 바람을 잡고 청와대 정부 여당이 나서서 처벌을 강조하고 세무조사까지 하는 것은 너무 치졸한 행태 아닌가?김정은 답방에 정권이 목을 메고 청와대 앞거리에 입간판을 세우고 청와대가 나서서 김정은 방남 운을 띄우며 가시화해 오며 갖은 노력을 해왔다. 특히 대통령이 외국 순방길에서 대북 문제만 질문을 받으며 '온 국민이 쌍수를 들고 환영을 할 것'이라 말하고 전 세계를 돌며 대북제재 완화를 말하다가 'CVID'로 응수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오죽하면 외신이 북한의 대변인이라고 한국 대통령을 조롱했겠나?결국 김정은 연내 방남은 무산되는 분위기이고 이 정권은 이제야 '경제 집중'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바뀌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국 국민의 민생은 북한 문제가 잘 안 풀릴 때야 '꿩 대신 닭'으로 관심을 가져보는 후순위에 불과한 것인가? 온 사방에서 모은 경제지표가 무너지고 실물경제가 붕괴되고 있는 것은 식당, 전통시장, 치킨집, 택시기사 등 현장에서 일상 국민들은 매순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경제 지표는 좋은데 정책실천에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가 90%다' '차, 조선업 등에 물 들어 올 때 노를 젓자'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고 있다. 이렇게 대통령과 국민 간에 경제와 민생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면 누가 잘못한 것인가?최근 국일고시원 화재, 고양저유소 폭발, 아현 KT화재, 백석역 난방공사 열 송수관 파괴, KTX 탈선, 강릉펜션 사고 등 국민의 기본적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외에도 문 정권 취임 후 영흥도 낚싯배 사고,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밀양요양병원 화재 등 대형 사고들이 잇따랐다.문 대통령은 대선 유세과정에서 '국민안전은 국가책임'이라고 말했지만 사고 공화국을 만든 데 대해 침묵하고 있다. 그럼에도 안전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에도 '무자격 낙하산'들이 내려오고 있다.서해와 DMZ에서 국가안보가 해체되고 정권의 국방계획에 북핵 폐기가 삭제되고 급기야 해병대, 해군이 NLL 비행금지에 항의하고 나선 형국이 벌어졌다. 북한 승인 없이 한국군 전력증강을 할 수 없어 이미 맺은 '군사합의'를 수정하려 한다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문 정권은 지난 1년 반 동안 이 나라를 경제, 안보, 사회 모든 면에서 해체 쇠락시켜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민, 야당, 언론의 우려나 반대의 목소리는 차단되고 무시되고 있다.이런 것이 민주공화국이라 할 수 있는가? 국민들은 이 상황에 책임이 없는가? 우리 모두가 민주공화국이 이렇게 된 데 대해 반성할 때이다.

2018-12-23 15:53:06

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

[기고] 간통죄 폐지 그리고 우리 사회의 그늘

오늘날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문화 충격을 겪으면서 공동체 의식이 희미해지고 가치관의 혼란으로 가정은 위기를 맞고 사회는 혼돈으로 흔들리고 있다.집 밖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 어두운 골목길을 서성이며 방황하는 청소년들, 직장을 잃고 가정을 나온 가장들, 오갈 데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노인들…. 이것은 위기의 가정과 혼돈의 사회가 만들어낸 우리의 한 모습이다.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2015년 2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지도 3년여 세월이 지났다. 이 위헌 결정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과 풍습 그리고 성 규범을 송두리째 뒤흔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간통죄는 구약 성경의 십계명에서 찾을 수 있으며, 우리 민족 최초의 법인 8조금법에서 존재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근대적 규정으로는 1905년 공포된 대한제국 형법대전이 있다. 이와 같이 간통죄는 우리의 가정과 혼인제도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지탱해왔던 것이다.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까지 법적 실효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었고, 다수의 국민들은 간통죄가 폐지될 경우 성 규범이 문란해지고 가정의 해체가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과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통계를 통해 살펴보는 것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간통죄 폐지 이전 3년(2012~2014년)과 이후 3년(2015~2017년)을 돌아보면, 이전 3년간 이혼은 34만5천 건이며, 이후 3년간 이혼은 32만3천 건으로 이전보다 6.4%(2만2천 건) 감소했다. 조이혼율(인구 1천 명당 이혼 건수)은 1997년(2.0건) 이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또한 이혼 사유 중 배우자 부정으로 인한 이혼 건수를 보면, 간통죄 폐지 이전 3년간은 2만6천 건이며, 이후 3년간은 2만3천 건으로 이전보다 11.5%(3천 건) 감소하였다. 이는 당초 우리가 우려했던 예상과는 달리 이혼 건수와 배우자 부정으로 인한 이혼 건수는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이다.그러나 이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성급한 감이 없지 않다. 그 이유는 간통죄의 위헌 결정에 대한 찬반 논쟁이 아직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간통이 사회 일각에서 끊이지 않고 은밀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가정 없이 사회 없다"라고 할 만큼 가정은 우리 사회의 기반이다. 이제 우리는 간통죄라는 국가 보호막으로서의 울타리가 허물어진 만큼 부부관계, 가족관계에 있어서도 새로운 가치관을 재정립하여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아울러 국가는 가정의 갈등 해소와 위기 극복을 지원하는 부부 상담, 부부관계 향상 프로그램 및 가족 교육 프로그램 운영, 성교육 등에 관한 인프라 구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책무이다.

2018-12-23 14:52:59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자식, 새끼

우리 속담에 '자식 과년하면 반중매쟁이 된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자식이 스스로 결혼도 못하고 있으면 어떻게든 부모가 해결해 주려고 하다 보니 반중매쟁이가 된다는 것이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요즘 세상 기준으로 보면 '자식 수험생이면 반입시전문가 된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자식이 알아서 공부하고, 알아서 진학하는 것이 가장 좋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자식은 자기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 부모 마음은 그것을 두고 보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돈과 시간을 자식에게 투자할 수밖에 없게 된다.부모가 그렇게 투자를 하지만 자식은 항상 부모 뜻대로 잘 따라오고, 부모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자식은 자식 나름대로 인격체로 부모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삶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 보면 자식은 참 가성비가 떨어지는 존재다. 부모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힘들게 낳아서 기른 한없이 사랑스러운 존재인 반면, 부모의 뜻대로 할 수도 없고, 따라오지도 않는 돈 먹는 하마 같은 원수덩어리, 자식은 그런 이중적 존재이다. 그래서인지 '자식'이라는 말은 단순히 부모가 낳아 기른 아이를 이를 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놈의 자식 예쁘기도 하지."라고 말할 때처럼 귀여운 경우에도 사용되고, "야, 이 자식아!"라고 말할 때처럼 욕으로도 사용된다. 왜 의미나 느낌이 상반된 말에 같은 말을 쓰는지는 부모가 되어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자식과 거의 비슷하게 사용되지만 어감은 좀 더 다른 말에는 '새끼'가 있다. 새끼는 자식이 어릴 때만 사용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에 '금쪽같은 내 새끼'처럼 '자식'보다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표현할 때 쓴다. 새끼는 더 귀여운 반면, 욕으로 사용할 때는 자식이라는 말보다 욕의 강도가 훨씬 강하다. 그래서 글로 쓸 때는 차마 "이 새끼야!"라고 할 수 없어서 '××'로 대체하기도 한다.올해 우리집 큰딸이 입시를 치르면서 몇 년은 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대학을 갈 때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물론 그 부담이 직접 공부를 해야 하고, 입시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열아홉 살 아이에게는 더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 압박과 부담이 있었지만 나도 부모 욕심을 조금 줄이고, 아이도 부모 마음을 이해하려 하면서 예전보다 사이가 더 나아진 면도 있다. 자식 농사는 욕심이 들어가면 욕할 때 쓰는 자식을 만들어내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2018-12-23 14:50:15

정종윤 작 '벚꽃'. 벚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사쿠라(벚꽃)'를 연상시키는 꽃이다.

[내가 읽은 책]틀에 갇힌 관계로부터의 탈주

기괴한 제목이 눈길을 끈다. '췌장'이 먹고 싶다니. 물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이하 「너의 췌장」)는 식인과는 전혀 관련 없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기괴한 제목은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적절한 변주다. 대체 뭐가 적절하다는 것인가. 제목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인 주인공은 맹장 수술을 받기 위해 앉아 있던 도중 별난 이름의 공책을 발견한다. 공책의 이름은 '공병문고', 병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말로 굳이 풀이하자면 투병일기쯤 될 것 같다. 무심코 공책의 첫 장을 펼치자 놀라운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나는 이제 몇 년 뒤에 죽는다. 내가 앓는 췌장의 병은 대부분이 죽는 질병의 왕이다.'놀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저기요'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뒤에 서 있는 사람은 같은 반이지만 그다지 안면 없는 사쿠라. 평범한 청춘 연애 소설이라면 여기서 서로의 사연을 알게 된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단계로 발전하겠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아. 그래?"사쿠라의 비참한 운명을 직접 들은 주인공의 반응 전부다. 그러나 자신 앞에서 의례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쩔쩔매는 사람들과는 다른 태도에 사쿠라는 오히려 기뻐한다."의사들은 내게 진실밖에 주지 않아. 가족은 내 말 한 마디에 과잉반응하면서 일상을 보상 하는데 필사적이지." 사쿠라는 진실과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이 무뚝뚝한 남자 동급생을 지목한다. 둘은 식사를 하고 장거리 여행을 함께 한다. 물론 독자들이 기대할 법한 사고는 터지지 않는다. 그들은 점점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지만,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기묘한 관계를 유지한다.사회에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방식, 문화라고 부르기도 하고 관습이라 부르기도 하는 것 이 존재한다. 시대가 흐를수록 정교해지고 더 예의를 갖추지만 오히려 진심에서 멀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즉, '너의 췌장'은 죽음을 앞둔 쾌활한 여학생과 무뚝뚝하면서 관찰력이 뛰어난 남학생의 이색적인 만남을 통해 '틀에 갇힌 관계에서 탈주'하며 서로의 진심에 다가가는 경험을 무겁지 않게 탐구한다.소설 전반부는 주인공의 눈으로 이 기묘한 관계에 대해 기술한다. 사쿠라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의도적 장치인데, 사쿠라가 죽는 후반부에서 '공병문고'를 통해 이 관계가 사쿠라에게 얼마나 중요하고도 귀중했는지 드러난다.'공병문고'에서 사쿠라는 '우리 관계를 흔해 빠진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둘의 관계는 친구 사이 우정이라기에는 깊고, 연인 사이 애정이라기에는 서로에 대한 애착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어떤 면에서 꽤 아슬아슬하다. 세상의 어떤 관계와도 비슷하지 않기 때문에, 두 사람은 의도치 않은 갈등 관계에 놓이기도 하고 미처 예상 못한 마음 씀씀이에 기뻐하기도 한다. 후반부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진심을 틀에서 벗어난 표현으로 담아낸다."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정종윤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18-12-22 04:30:00

[종교칼럼]참사랑을 훔치자!

"훌륭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피카소가 말했다.학생들이 논문을 작성하면서 가장 먼저 익히는 것이 소위 '내 언어로 표현하기'이다. 따옴표를 붙이는 직접 인용이 아닌 간접 인용을 하기 위함이다. '내 언어로 표현하기' 라는 그럴듯한 이름 뒤에는 '어휘 바꾸어 표현하기'라는 기교가 숨어있다. 그러나 표현을 바꾼다고 내용이 달라지는가? 사상을 훔치기 위해서 그 전 단계로 안전하게 마음껏 베끼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어떤 사람이 한 단어, 한 줄 문장마다 철저하게 증거자료를 대며 논문을 작성했다. 성실하고 엄밀한 논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말로 하면 자기 것이 아니라는 고백이다. 그는 그렇게 남의 것을 베낀 글을 당당하게 제출했다. 더구나 정말로 자기 마음에 쏙 드는 지도교수의 테제는 너무나도 정확하게 반영을 하였다. 교수님의 테제를 그냥 통째로 훔친 것이다. 그랬더니 교수님은 도둑맞은 불쾌감을 표현하기는커녕 도리어 칭찬하였다. 세상 사람들도 그 사람이야말로 지도교수의 수제자라고 평가했다.나 역시 그렇다. 나는 누가 내 것을 베끼든 훔치든 무조건 환영이다. 마음껏 사용하고 애용하라고 글도 쓰고 방송도 하는 것 아닌가? 나와 함께 사상을 공유하는 친구가 생기는 데 싫을 리가 없다. 원래부터 나의 고유한 것이 없었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 내가 최초로 말한 것도 인류 최초가 아닌 것이 많다. 내 생각 또한 돈 내고 사온 생각이 아니다. 선조들의 좋은 책, 좋은 생각을 거저 배운 것일 뿐이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야 한다.그중에 나의 고유한 것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나만의 톤, 나만의 색깔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땅을 향해서 한 발자국 발을 내디딘 사람이 신대륙을 탐험했다고 과장할 수는 없지 않은가?테크닉의 발전을 보아도 그렇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모바일 앱을 보면 이것들이 개발되기 전에도 사람들은 PC에 부피가 큰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단순한 단말기로 온라인상에서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불러서 사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월드와이드웹이 시작되면서부터 공유했던 아이디어였다.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대로 실현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가치를 함께 나누는 공동체 의식이다. 공유 의식이다. 왜 책을 쓰는가? 가치를 나누기 위함이다. 수많은 책은 한결같이 많이 인용하고 사용하라고, 공유하자고 발행되는 것이다. 함께 나누고, 공유하고, 함께 전해야 할 진리라면, 그 방법이 직접 인용이든, 편집이든 무슨 상관이랴. 어떤 방법이든 그 가치를 함께 나누는 사람이 고마운 사람이다.오는 25일은 모든 인류가 경축하는 성탄절이다. 예수님이 아기로 탄생하신 날이다. 예수님은 누구에게는 구세주요, 다른 누구에게는 선생님, 위인, 성인이다.예수님이 보이신 사랑은 자기를 죽여 모두를 살리신 사랑이요, 우리에게 요구하신 사랑도 자기를 버려 형제를 살리는 자기희생적 사랑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사랑도 이 사랑보다 진실하고 희생적이고 참된 사랑은 없다. 이 사랑이 우리를 감동하게 한다. 이 사랑이 이기적인 우리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게 하는 원동력이다.예수님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그대로 사랑하라고 하신다. 예수님의 가치를 그대로 행하라는 말씀이다. 사람을 향한 사랑만큼은 통째로 훔쳐 가라고 하신다.예수님의 살신성인 사랑을 그대로 모방해보자. 사랑에는 저작권도 없고, 판권도 없고, 표절 논란도 없다. 거저 내어놓으신 사랑이니 통째로 훔치자.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2018-12-21 11:21:01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장] 대구에서 도쿄돔까지

어느 블로그에서 우연히 '대구 비틀즈 모임'의 활동을 접했다. 작년 4월 폴 매카트니 콘서트를 도쿄돔에서 단체로 관람하고 일본 비틀스 팬클럽 회원들과 모임도 가졌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폴 매카트니 콘서트를 이미 관람했지만 한 번 더 보고 싶어졌다.지난봄 도쿄돔 시티홀을 방문했다. 1988년 완공된 도쿄돔과 함께 각종 놀이기구를 갖춘 유원지, 호텔, 쇼핑 시설이 들어서 있으니 '도쿄돔 시티'라는 명칭이 적절해 보였다. 비틀스의 공연이 열린 도시들의 변화를 다룬 어느 학자의 '비틀스 도시론'이 떠올랐다. 1966년 일본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비틀스 콘서트가 '도쿄돔 시티'를 계획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겠다. 도쿄돔에서는 프로야구 경기와 함께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폴 매카트니의 콘서트가 일본 도쿄돔과 나고야돔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11월 1일 도쿄돔 공연을 관람하기로 했다. 영국 BBC 방송이 '21세기의 비틀스'라고 극찬한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가 같은 달 도쿄돔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도쿄돔 호텔 로비에는 11월 9일 도쿄돔 시티홀에서 열린 '제58회 미스 인터내셔널 대회'를 홍보하는 부스가 눈에 띄었다.공연 전 잠시 짬을 내서 간다(神田) 고서점가를 찾았다. '제59회 간다고서축제'가 거리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자주 찾았던 곳이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고서축제는 처음으로 경험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혼조 다스쿠(本庶佑) 교토대 교수와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의 대담이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도 눈에 띄었다.기대했던 대로 폴 매카트니의 공연은 대단했다. 지난 9월 그가 내놓은 솔로 앨범 '이집트 스테이션'은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열정적인 콘서트를 이어가는 폴 매카트니를 보면서 건강한 노인이 성인(聖人)이라고 주장한 김용옥 선생의 '도올세설' 칼럼이 생각났다.비틀스 시절 노래부터 올해 발표한 신곡까지 주옥같은 노래들을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쉬지 않고 들려줬다. 사랑을 고백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남녀 관객을 무대로 불러서 프러포즈를 할 기회를 주고 피켓에 친필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헤이 주드, 렛잇비(Let It Be), 블랙버드 등의 명곡을 들은 것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비틀스의 명반 '애비 로드'에 실린 '골든슬럼버'도 깊은 감동을 줬다.최근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이매진 존 레논전(展)'이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시회를 보기 위해 예술의전당을 다시 찾았다. '음악이 죽은 날'이라는 제목이 실린 1980년 타임지 표지를 비롯해 존 레논 추모 기사를 특집으로 다룬 신문 지면으로 장식된 전시장 입구가 인상 깊었다. 911테러 직후 세계 각국의 신문 1면이 전시된 미국 워싱턴 D.C의 '뉴지엄'을 연상시켰다. 폴 매카트니가 헤이 주드를 열창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도쿄돔 공연이 생각났다. 내년 3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대구에서도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전시회와 함께 폴 매카트니의 내한공연도 실현된다면 더욱 좋겠다.

2018-12-21 06:30:00

이종문 계명대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눈 내린 검단사 설경/ 정렴

사람도 새떼들도 다 끊이고 없는 산길 山徑無人鳥不回(산경무인조불회)어둑어둑 찬 구름에 쌓여 있는 외딴 마을 孤村暗淡冷雲堆(고촌암담냉운퇴)유리알 같은 세계 뽀득뽀득 밟고 가서 院僧踏破琉璃界(원승답파유리계)쿵- 쿵- 얼음 깨고 물을 길어 오는 스님! 江上敲氷汲水來(강상고빙급수래) 이 시를 지은 북창(北窓) 정렴(鄭石+廉:1506-1549)은 매월당 김시습, 토정 이지함과 함께 조선시대의 3대 기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유·불·도 삼교는 물론이고, 천문과 의술, 음률과 점술에 정통했으며, 산수화와 시문에도 일가를 이룬 사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어 회화와 풍수지리에 각별한 조예가 있는데다, 금강산 꼭대기에서 한바탕 신명나는 휘파람을 불면 그 우렁찬 휘파람소리가 골짜기마다 장엄하게 메아리쳤다는 휘파람의 명수이기도 했다. 워낙 팔방미인이다 보니 무수한 전설이 곁들여져서, 허구와 사실이 뒤범벅이 되어버린 안개 속의 인물이기도 하다.그러나 이 희대의 천재의 삶은 아버지를 잘못 만나 아주 시퍼렇게 멍이 들고 말았다. 그의 아버지는 을사사화의 주역인 정순붕(鄭順朋). 알다시피 그는 무고한 선비들을 죽이고 귀양 보낸 흉악하고 파렴치한 사람이었다. 정렴은 서슴없이 악행을 자행하는 아버지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동작 그만'을 눈물로 하소연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자신이 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면서 이 착한 아들을 죽이려고 했다. 아들은 아버지와 결별하고 세상 밖으로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다. 위의 시도 정렴의 그와 같은 삶이 빚어낸 정서적 등가물의 성격이 짙다.작품 속의 검단사 일대는 지금 엄청난 폭설 상태다. 폭설로 인하여 모든 움직임이 정지되어버렸고, 외딴 마을에는 구름더미들만 싸늘하게 쌓였다. 시간조차도 '일단정지' 신호에 걸려버린 절집에는 천근의 고요 만 근의 고요가 적막하게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바로 그 고요 속에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뽀득뽀득, 뽀드득, 뽀드득 소리. 새하얗게 눈 덮인 유리알 세계를 사뿐사뿐 밟고 물 길러 가시는 스님의 착하신 발자국 소리다. 이윽고 우주 전체를 공명통 삼아 장중한 메아리로 울려 퍼지는 쿵- 쿵- 쿵- 쿵- 겨울 강의 얼음 깨는 소리, 첨벙첨벙 바가지로 물을 길어서 뽀드득 뽀드득 되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나면 절집은 다시 만 근, 십만 근의 고요 속이다.혹시 들리는가? 바로 그 고요 속에 꼼지락거리는 보글보글 찻물 끓이는 소리,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소리! 그 소리 속에 엎드리고 있는 백만 근, 천만 근도 훨씬 넘는 고요!

2018-12-20 11:45:52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연말, 포트락 파티를 즐기자

현재 많은 이상한 병들이 생겨나고 있다. 누군가는 이미 편리하게 적응해 버린 현대화로 인해 환경호르몬 피해에서 늦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는 뛰어난 인간의 현실적응 능력으로 시간이 지나면 이 상황을 극복하리라고 속단한다. 미래야 어찌되었던지 현재 우리들이 힘들고 아프다. 포기할 수 없고, 미룰 수도 없다. 원인은 복합적이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렵다. 하지만 우선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하면 한가지씩 해결책이 보인다.우선 개인적으로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불편한 생활습관을 익혀야 한다. 제일 큰 문제는 플라스틱과 비닐. 조그만 에코백을 항상 들고 다니자. 의외로 쓰임새가 많다. 컵, 젓가락을 비롯해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자. 에코백에는 자기가 사용할 유리컵을 들고 다니자. 더불어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계단이 있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서 올라가자. 높은 계단일수록 더욱 반기자.건강한 음식의 첫 출발은 집밥이다.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 고기를 먹어도 되고, 꼭 채식이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문제의식은 가져야 한다. 맛이 아니라 건강 위주로 메뉴를 짜야 한다. 자극적이지 않고, 조리과정이 쉽도록 해야 한다. 식재료 자체의 맛을 느끼도록 입맛을 훈련시켜야 한다. 기본은 파이토케미컬이 많은 식이섬유를 먹는 조리법을 점차 익혀 나가자. 그러면 재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농산물이 어떻게 생산되는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게 된다. 성가신 일이 아니라 내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투자로 생각하면 재미가 있다.늘 집밥을 강조하지만 밖에서 모임이 많아 외식을 하기 일쑤다. 기존의 모임 형태를 조금 바꾸었으면 한다. 현재는 식당 밥을 모두 부담스러운 메뉴로 생각하면서도 쉽게 바꾸지 않는다.이제는 음식 위주가 아니라 만남, 얘기에 초점을 맞추자. 간단하고 건강한 샐러드 접시와 차 한잔을 두고, 대중 교통이용이 쉬운 장소에서 만나자. 주차가 쉬운 곳인지, 음식이 맛있는 곳인지가 만나는 장소의 중요 요인이 아니라 건강하고 간단한 음식이 고려대상이 되도록 우리들 인식을 바꾸자.저녁 만찬의 만남 역시 거나하게 한상을 차려주는 장소가 아니라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는 모임으로 바꾸자. 역시 음식이 모임의 주요 요인이 아니라 만남과 대화가 주제가 되도록 하자. 더 나아가면 모임은 각자 집에서 만나면 좋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만난다. 간단한 몇가지 음식에 같이 준비도 하고, 설거지도 같이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내가 준비하는 음식만 보면 실망할 수가 있지만, 음식보다 모임이 주가 된다. 더 나아가면 간단한 음식을 1,2개씩 준비해오고, 쓰레기는 각자 가져가는 포트락 파티를 꿈꾼다.

2018-12-20 11:42:30

박갑용 (사)한국생활예총 부회장

[기고] 생활문화예술 활성화를 바라면서

최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들을 적극적·자발적 문화예술 생산자로 인식하고 지원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2014년엔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어 제도적 기틀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 법의 핵심은 지역민의 문화예술 향유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추진하고 지원하는 것이다.4년이 지난 오늘날 시민들의 문화예술 참여도가 전국적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개인들이 모여 취미 관련 동호회를 구성하고, 각자 선호하는 문화예술 분야를 찾아 주민센터, 문화센터, 복지관 등에서 배우기도 한다.대구는 올해 초 수성아트피아에서 (사)한국생활문화예술단체연합회(이하 생활예총·장세철 회장)가 창립됐다. 창립 당시에는 생활실용음악협회 외 16개 협회 내에 총동호회 220개, 소속 회원 수가 1천200여 명이었다. 올 연말 현재는 생활예총 산하 20개 협회와 동호회 450여 개의 회원 수가 5천여 명으로 늘어났다.생활문화예술에 대한 향유층이 늘어난 이유는 경제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물질적 충족감보다 정신적 안락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민 개개인의 삶의 가치성 또는 행복감을 재발견하고 생활문화예술의 참여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는 지난해 OECD 38개국 중에서 자살률 1위인 데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초고령화사회(총인구의 20%가 65세 이상)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사회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대책 중 하나가 바로 문화예술의 향유로 삶의 행복감을 높이는 것이 될 수 있다.대구에서 태동한 생활예총은 생활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첫째, 개인이나 동호회(동아리) 모임으로 구성된 생활문화 예술인들은 전문 예술가들의 바른 지도를 받아야 한다. 생활문화 예술인들은 자생력이 미약하다. 참여의식과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만으로는 될 수 없다. 예술의 기술적 재능과 함께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 더불어 전문 예술가는 생활문화 예술인의 활동을 선도(先導)해 나가야 하며, 문화예술의 기부문화 의식을 가져야 한다.둘째,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생활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대폭적인 예산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생활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자는 얘기다. 현재 전문 예술가들의 지원금이 생활문화 예술인들의 지원금보다 월등하게 많다. 이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 전문 예술가들의 문화예술 공연이나 전시회에 관람(관객) 내지 참여하는 사람도 역시 생활문화 예술인들이기 때문에 저변확대 차원에서도 예산지원을 늘려야 한다. 생활문화 예술인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전문 예술가들에 대한 공연 수요 증가와 연결되고, 문화예술 생태계의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다.관(官) 주도의 문화예술 지원대책과 지원금 배분을 전문문화예술 분야에 너무 치우치지 말고, 생활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균등한 배분과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종적인 관계 인식이 아니라, 전문 예술가와 생활문화 예술인이 상생하는 동시에 문화를 보다 폭넓게 향유하자는 의미다.

2018-12-20 11:14:21

김형준 명지대 교수

[춘추칼럼]동상이몽의 선거제도 개혁 논란 해법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효과 논의하고권력 구조 개편에 맞는 선거제 설계국민에 약속한 기일 내 합의 못하면정치권 손 떼고 선관위서 처리해야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격돌하고 있다. 소수 야 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생존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전체 의석을 정당 득표율만큼 배분하는 제도이다. 야 3당은 이 제도의 최대 장점으로 사표(死票)를 줄이고 비례성을 강화하며 극단적 양당 대립 정치에서 벗어나 다당제와 협치를 제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선거제도는 민주정치의 핵심인 대의 과정의 본질을 규정해 준다. 그런데, 선거제도가 왜곡되어 거대 정당이 소수 정당보다 훨씬 유리하고 심각한 표의 비등가성이 노정되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따라서 심각한 불균형성을 내포하고 있는 기존의 선거제도를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하는 것은 충분한 명분이 있다. 하지만 선거제도를 둘러싼 각 당의 입장 차이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내년 1월까지 선거구제 개편과 동시에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다.향후 선거제 논의가 정략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이며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가령 이 제도가 도입되면 초과 의석이 발생해 의원 정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그 이유는 정당 득표율로 배분 의석을 정한 후, 배분 의석 안에서 지역구 의석을 먼저 채우고 잔여 의석은 비례대표 의석으로 배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객관적인 사실을 정직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지난 2017년 9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에서 실시된 연방 하원 선거에서 무려 111석의 초과 의석이 발생했다. 2016년 총선 결과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41석, 새누리당은 영남에서 11석,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7석 등 59석의 초과 의석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경우, 초과 의석이 발생한 지역에서 특정 정당은 비례대표를 단 한 석도 배분받지 못한다. 초과 의석이 발생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장점인 비례성과 대표성도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그런데, 초과 의석 문제는 단순히 의원 정수를 늘리고 지역구와 비례구의 비율을 균등하게 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독일 연방 하원은 잠정적으로 의원 정수가 총 598명이고, 지역구와 비례구 비율이 1대1이지만 엄청난 초과 의석이 발생한다. 지역구 소선거구제로 인해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싹쓸이하는 지역주의가 맹위를 떨치면 초과 의석은 피할 수 없다. 단언컨대, 초과 의석을 억제하기 위한 정교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지 않은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당위성만을 강조할 경우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국민들은 의원 밥그릇을 늘리는 의원 정수 확대에 절대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이다.둘째, 권력 구조 개편에 조응하는 선거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 제도는 내각제를 채택하면서 다당제에 바탕을 둔 연립정부가 보편화된 나라에서 주로 사용된다. 물론 각국의 선거제도는 그 나름대로의 역사가 있다. 하지만 국정 안정과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권력 구조 개편의 핵심 방안인 4년 중임제와 분권형 대통령제에 각각 부합하는 선거제도가 무엇인지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셋째, 국회가 국민에게 약속한 기일 내에 선거제 합의를 하지 못하면 이해 당사자인 정치권은 손을 떼야 한다. 헌법상 독립 기구인 중앙선관위에 외부 전문가가 중심이 되는 '선거제도 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선거제도 방식, 의원 정수, 지역구와 비례구 의석 비율, 공천 방식 등을 도출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2018-12-20 11:10:45

김진 작.

[갤러리 탐방]스페이스 B 김진 개인전 (28일까지)

성탄절이 돌아왔다. 신앙을 가진 사람이든 아니든 간에 성탄절은 사람을 들뜨게 하는 뭔가가 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1년365일을 성탄절을 위해, 정확하게는 성탄전야에 모든 걸 쏟아 붓기 위해 살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이젠 아니다. 모든 게 심드렁해졌다. 집에 크리스마스트리조차 준비하기 귀찮은 나이가 되었다. 요즘엔 트리 모양도 갖가지라서 초록색 침엽수 잎에 울긋불긋한 색이나 금은빛깔의 장식물을 아기자기하게 매어다는 방식 말고 한두 가지 것들로 간략하게 장식한 나무도 점점 눈에 띈다. 다양함을 충분히 반영할 건지, 단순함의 미덕을 살릴 것인지 선택하는 일은 취향의 문제다.마치 크리스마스 특집과도 같이 예사롭지 않은 전시를 서양화가 김진이 우리에게 펼쳐놓았다. 그 또한 마음을 정하지 못했나, 작가는 다색화와 단색화 두 가지를 벽에 걸었다. 서로 대비되는 두 연작은 경쟁이라도 하듯 공간을 차지한다. 색이 많은 쪽이 형이고, 흑백의 드로잉이 동생뻘이다. 어쩌면 이 모노톤의 그림은 이 시즌을 맞아 공개한 스페셜 에디션이 될 수도 있겠다. 그 작품에 흠뻑 빠진 나로서는 부디 그렇게 되지 않길 원하지만.김진의 그림은 실내를 묘사한다. 그는 영국에 살던 시절에 자신이 머물던 방을 탐닉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그의 붓질은 매기 햄블링(Maggi Hambling)의 그림처럼 쓱쓱 그은 선들의 조합을 이루어 윤곽을 완성하고, 미묘한 감정은 아스게르 요른(Asger Jorn)처럼 뚜렷한 색으로 담아낸다. 그가 다양한 색으로 힘차게 그은 선은 우리에게 해방감을 준다. 그런데 이번 전시의 신작을 통해 작가는 그토록 중요하게 여겼던 색을 툴툴 털어냈다.버림을 통해 그가 새로 얻은 이미지는 또 다른 방이다. 그건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 실내 이미지다. 작가는 왜 이걸 그렸을까? 호텔에 들어가면 뭔가 사람을 으쓱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지 않나. 작가가 이런 속물근성을 미술관의 관람 태도와 연결 지으려는 착상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그림 속 호텔이 어딘지 직접 그림을 보며 알아맞히길 권한다.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도통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 법도 하다. 아무튼 김진의 작품이 여기까지 이른 게 본인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다. 이건 일종의 모험이다. 이 정제된 공간에서 그가 보여주는 자유분방한 필선은 완벽에 가까운 대립이다. 이 전시를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스페이스B에 가히 어울리는 엔딩이다.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

2018-12-20 10:25:58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새론새평] 억강부약(抑强扶弱)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약자 돕는 정치 실종돼 사고 되풀이노인·교육·육아 문제 파고드는 의원뽑을 수 있는 선거법 개정 합의 '위안'중국 한나라의 역사가 반고(班固)는 '정재억강부약'(政在抑强扶弱), 즉 정치의 의미는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돕는 데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새벽에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꽃다운 청년 김용균 씨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생각난 말이다. 가진 것이 없다고 성실하게 일하는 청춘이 이렇게 쓰러져간다면 대한민국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차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날로 심해지는 것이 과연 정상일까.이번 사건을 보면서 정치의 실종을 절감한다. 정치 때문에 사고가 터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2년 전에 있었던 서울 구의역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건과 판박이다. '위험의 외주화'가 초래한 결과이다. 당시 이 문제에 대해 정치권은 너도나도 해결하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결과는 없고 똑같은 사고는 되풀이되었다. 약자를 돕는 정치가 죽었기 때문이다.원래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은 강자에 대한 견제의 원리를 담고 있다. 권력자를 법으로 묶어놓기 위해 만든 것이 헌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헌법만으로 강자를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약자에 대한 보호가 쉽지 않다. 권력은 가만히 놔두면 저절로 집중된다는 '과두지배의 철칙'을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미헬스(Robert Michels)가 주장한 이후 이 기분 나쁜 이론을 아무도 논박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절대 권력이 반드시 부패하듯 집중된 힘은 세상의 해악이 된다. 이 때문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정치고, 그로써 약자를 돕는 것이 정치의 본분이다.물론 권력을 집중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도 있다. 국난의 상황이나 가진 게 없을 때는 탈탈 털어서 힘을 모아야만 한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집중 자체가 걸림돌이 되고 독재는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만다.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서는 힘 모아 키워준 재벌이 국민경제에 아무런 낙수효과를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강한 대통령과 힘 있는 여당이 국정 농단의 원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강자들은 여전히 힘을 몰아달라고 주장한다. 힘을 몰아준다고 정치가 살아나지 않는다. 힘 있는 김영삼 대통령은 공안 정국을 주도했고, 다수를 확보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오만한 정권으로 몰고 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번 예산안 처리에서 드러났듯이 힘이 없어 협치를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예산안 통과를 정치 행위라고 강변하지 말자. 도적들도 협력해서 약탈한 물건을 잘 나눠 갖는다. 약자들에게 돌아갈 복지 예산을 떼어 지역구 개발 예산으로 나눈 것을 보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독일의 철학자 하버마스(Jűrgen Habermas)는 후기 산업사회에서 특히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와 달리 공동체 정신이 약화되어 개인이 고립된 상태에서 국가마저 약자를 돌보지 않는다면 그들은 곧바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국가의 해체로 이어진다. 주변부부터 무너지기 시작해서 전 사회까지 붕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지난 주말에 정치권이 선거법 개정에 합의해서 약자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우리도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헌신하는 국회의원, 농업에 정통한 국회의원, 노인·육아·교육 문제를 끝까지 파고드는 국회의원을 비례대표로 뽑을 때도 되었다. 이것을 아까워하다가 훗날 내가 약자가 되어 피눈물을 흘려본들 소용이 없다.

2018-12-19 11:29:17

윤경희 청송군수

[기고] '산소캡슐' 이승엽과 '산소카페' 청송

대구경북이 낳은 불세출의 야구 스타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한창 주가를 높이던 2007년, 산케이 스포츠는 '이승엽이 피로 회복과 컨디션 관리를 위해 사용 중인 산소 캡슐이 승리의 비밀 병기'라고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산소 캡슐 안에서 1시간쯤 휴식을 취하면 고농도의 산소가 모세혈관까지 공급돼 피로 회복을 돕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도가 낮은 운동 후에는 5분, 심한 운동 후에는 1시간 정도 산소를 흡입하면 몸 안에 젖산 축적을 줄여 피로감을 덜 느낀다는 일부 학계의 보고도 있다.산소 캡슐이 피로 회복과 피부 미용에 좋다는 얘기가 돌면서 일본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미용관리실이나 헬스클럽, 휴게시설 등지에서 산소 캡슐을 대거 보급하기도 했다.우리나라에서도 2017년 수도권에서 산소 캡슐 수면 카페가 등장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잠이 부족한 현대인들을 위해 우주선 모양의 캡슐 수면실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 잠을 자게 함으로써 피로 회복과 패스트 힐링을 돕는다는 것이다.이러한 시대상의 변화는 곧 '산소 힐링의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삼천리 금수강산을 자랑하던 우리나라는 고도 압축 성장기인 1970, 80년대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산업단지와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매연으로 인해 공기의 질이 혼탁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대기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숨 쉬고 살 권리'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산소는 혈액 속 헤모글로빈을 통해 온몸의 세포에 전달되며, 전달된 산소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노폐물을 분해, 배출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한다. 체내에 산소가 모자라면 노폐물이 쌓이면서 두통, 기억력 감퇴, 치매, 혈행 장애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피로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은 '돈보다 건강'을 외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여행을 선호하고 있다. 관광 위주의 여행보다는 휴식을 위한 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맑은 물과 좋은 공기를 마시며 삶을 재충전할 수 있는 여행이야말로 보약보다 좋다.이러한 힐링 여행에 최적화된 지역이 바로 청송이라고 필자는 감히 자부한다. 우선 청송의 총면적은 846.64㎢로, 서울보다 넓지만 매연을 뿜는 공장이 단 한 곳도 없는, 그야말로 물 맑고 공기 좋은 청정 지역이다. 또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산악 지대여서 울창한 산림을 자랑하고 있다. 청송(靑松)이란 지명에서 보듯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소나무의 고장이다. 말 그대로 '산소 카페' 청송인 셈이다. 울울창창한 산림 속에서 피톤치드 가득한 산소를 마시면서 몸과 마음을 제대로 힐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청송이다.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교통 접근성도 아주 좋아졌다.청송군은 대한민국 최고의 산림 휴양지인 청송자연휴양림을 '산소 카페' 청송의 전초기지로 추진하는 등 앞으로 청송을 '산소 관광지'로 각인시킬 다양한 시책을 마련 중이다. 폐부를 정화하는 청송의 산소는 공짜다. 굳이 돈 들여 산소 캡슐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 청송으로 오셔서 마음껏 들이마시고 힐링하며 건강하시길 바란다.

2018-12-19 10:12:09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오페라 하우스

외국의 뮤지컬이 한국에 오면 대구에서 첫 선을 보이고 서울로 간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고 통상적이다. 작년의 뮤지컬 '레미제라블'도 대구에서 먼저 막을 열었다. 올해 '아마데우스'도 서울보다 먼저 대구서 막을 올렸다. 9년 만에 한국에 온 러시아의 '키예프 국립발레단'도, '렛잇비'도 대구서 서울로 가고 있다. 부자 망해도 삼년 먹을 것은 있다고 했다. 대구가 경제적으로는 망하고 딴 도시들과 차마 등수를 헤아릴 수가 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음악에서만은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임을 자랑하고 있다. 대구가 한 때 서울, 평양과 삼국을 이루고 살 때 예술을 아는 교양 있는 시민들의 전통이 아직 이어지고 있고 기반 면에서도 대규모 공연장(1,000석 이상)이 많이 있어 음악에서 타 도시의 앞을 가고 있다. 2010년에는 대구시와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이(DIMF)가 공동 제작한 뮤지컬 투란도트가 서울로 진출했고 2016년 8월에는 중국으로 수출이 되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DIOF),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이 대구 오페라 하우스의 대표적 국제 공연 페스티벌이 되고 있다 그런 한편 자체적인 지역 축제도 활발하게 유치하고 있다. 대구 사람들이 외국에 가서 대구서 왔다면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삼성의 탄생지서 왔다고 하면 부러운 눈으로 다시 본다고 한다. 삼성의 고향은 대구이고 대구가 삼성을 젖 먹여 키웠다는 사실은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삼성의 제일모직 공장이 1996년 6월 대구를 떠나 구미로 갈 때 삼성은 마지막 작별 선물을 남기고 간다. 2000년 11월 착공하여 2003년 11월 오페라하우스를 준공해 대구시에 기증한 것이다. 단일 공연장으로는 1천 490개의 객석을 가진 국내 최초 오페라전문극장이 탄생했다. 2003년 8월 7일 문익점 이야기인 창작 오페라 '목화'를 개관 작품으로 시작해 매년 가을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개최된다. 2017년 10월 31자로 대구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이 되었다. 유네스코는 2004년부터 문학, 음악, 금속공예, 디자인, 영화, 미디어, 음식 등 7개 분야에 뛰어난 창의성으로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의 도시를 선정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가입도시 간의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구는 이탈리아 볼로냐, 스페인의 세비아, 영국의 그래스고 와 리버풀 그리고 독일의 하노버와 만하임 등과 음악창의도시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대구가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하게 된 과정에는 날뫼북춤, 판소리, 영제시조 등 무형문화재 전수자에 의해 전통음악이 전승, 발전되고 있다는 점, 대한민국 근대음악의 태동지로 제1호 클래식 감상실 '녹향'이 문을 연 곳, 한국 전쟁 중에도 바흐의 음악이 들렸던 도시로 외국에 소문이 나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오페라 하우스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등 글로벌 음악 축제가 10년 이상 상시적으로 개최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 전통음악에서 부터 오케스트라, 재즈, 포크, 힙합, 가요 등 다양한 음악장르가 골고루 발달한 도시임이 크게 어필했다고 한다. 이 많은 음악공연이 있기 위해서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콘서트 홀(시민회관), 계명아트센터, 수성아트피아, 봉산문화회관, 학생문화센터, 동구문화센터 등의 아름답고 거대한 공연장이 있어 대구의 현대 음악이 전국은 물론 세계에 그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것이다.전 대구적십자병원장

2018-12-18 17:15:56

법무법인 천우 이정호 변호사

[경제칼럼] 기업의 법률 리스크 회피와 비용 절감

일확천금 생기는 거래일수록 경솔협상·거래에 필요한 절차 잘 안지켜합리적 과정 거쳐 결실·이득 얻으면적어도 기업 위기·실패 피할 수 있어기업은 영업 활동을 하면서 많은 우발적인 비용 발생의 위험에 노정되어 있다. 비용에는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원가에 해당하는 생산적 비용도 있지만, 제조나 유통 활동과는 무관하게 휘발되어 버리거나 순수하게 손실로만 누적되는 비용들이 있다.이러한 비용에는 기업가가 사업적 판단 실수를 하거나 경영 여건이나 환경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것들도 있지만, 법률 리스크 및 이를 회피하거나 만회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비용처럼 합리적이거나 전문가적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쳤을 경우 회피 가능하였을 경우들도 많다.매출 채권 확보를 위한 보증이나 담보를 요구하지 않아 결손 처리가 되는 경우, 계약서상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면 권리 보장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이를 놓치는 경우, 나아가 거래에서 큰 사기를 당하는 경우 등이 이에 속하겠다.흔히 이와 같은 법률 리스크는 당사자가 법률 지식이 부족하거나 전문가의 필요한 조력을 받지 못하여 생긴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 타당한 말이다. 그러나 기업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우발 손해나 위험은 어쩌면 법률 지식의 부족보다는 정작 협상이나 거래에 임하는 기업가의 자세나 절차 문제에서 생기는 경우가 꽤 많다.예컨대, 일확천금이 생긴다는 위험한 거래일수록 당사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경솔해진다. 과거 모 건설사 홈페이지에서 M&A 사기를 당하지 말라는 알림 글이 게재되었음에도 기업 사냥꾼들이 거래를 중개한답시고 다니고, 또 이를 경솔히 믿고 거래하려 했던 매수자들까지 나섰던 해프닝이 있었다. 패가망신할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서둘러 잡지 않으면 다시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처럼 기업가에게 착시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그럼 이러한 유혹에 빠지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곧 협상이나 거래를 개시함에 있어 철저하게 필요한 절차와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협상을 위한 중요 논의는 공문으로 오고 가게 하거나 회의록을 남기고, 회의 일정은 사전 검토 후 진행되도록 충분한 여유를 두어 잡고, 중요 계약서는 안팎으로 수차례의 피드백 과정을 거쳐 작성하는 것이다.이러한 태도는 상대방에게는 거래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를 만들고 동시에 상거래의 에티켓을 철저히 준수하는 모습이 된다. 제대로 된 상대방에게는 좋은 인상과 깊은 신뢰를 주고, 사기꾼들은 포기하고 떨어져 나가게 하는 중요한 효과를 낳는다. 그 밖에 거래 당사자의 개별적 신뢰도나 개성은 도외시하고 철저하게 거래 자체의 속성만으로 평가하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 거래라는 체인에 연결된 인적 고리 역시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바둑의 격언인 위기십결 중에는 승부를 탐하는 걸 경계하라는 부득탐승이란 말이 있다. 물론, 탐욕은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기업가라면 큰 이득을 노리는 욕심을 무조건 버릴 것도 아니다. 다만, 진지한 자세로 철저하게 합리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쳐 정당하게 이득이나 결실을 얻으려는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적어도 기업의 위기나 실패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불필요한 법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만 있다면 그로 인한 기업가의 경비나 사회적 비용은 상상 이상으로 줄어들 것으로 확신한다.

2018-12-18 15:38:53

개와 고양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이미지 출처: https://pixabay.com)

행복한 크리스마스, 개와 고양이도 과연 행복할까?…답은 'no'?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말의 너그러움은 개와 고양이도 행복하게 만들까?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을 내원하는 이유를 알아보고, 개와 고양이가 건강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는 건강 정보를 소개한다.◆동물에게는 규칙적인 일상이 선물가족들이 연말 모임으로 바쁠수록 동물들은 상대적으로 외로워진다. 가족과 함께하던 일상이 변하고 고립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개와 고양이가 불안해하기 때문.특히 보호자를 의존하는 경향이 많은 동물, 분리불안이 있는 동물, 주인과 함께 산책을 정기적으로 하는 반려견, 만성 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개와 고양이들에게 보호자의 늦은 귀가는 스트레스로 작용해 질병을 악화시키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크리스마스 선물은 반려동물에게는 의미가 없다. 개와 고양이에게는 가족과의 규칙적인 일상생활 자체가 선물임을 명심해야 한다.◆풍요로운 음식, 반려동물 건강 위협해크리스마스 시즌에 반려동물에게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거나 반려동물이 과식하게 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개와 고양이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음식은 초콜릿과 포도, 양파 성분이 함유된 디저트, 아이스크림, 쿠키, 와인, 건포도, 양념치킨, 피자, 족발, 중국 음식 등이다.그 외에도 당도가 높은 음식, 딱딱한 육포, 개껌 등을 과식하여 내원하는 경우들도 있다.가족들이 위험성을 인지 못 하고 직접 주는 경우보다는 남긴 음식물을 반려동물이 몰래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남긴 음식물을 처리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안전사고 특히 주의해야크리스마스 시즌 이웃들의 방문과 들뜬 분위기에 자칫 몸집이 작은 반려 동물이 밟힌다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문에 끼이는 등 안전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익숙하지 않은 이웃의 손길이 개와 고양이를 놀라게 하기도 하지만 부주의한 이웃이 반려동물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특히 고성이 오가는 파티는 개와 고양이에게 소음으로 인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 이웃에게 반려동물을 소개할 때 성격과 간단한 협조 사항을 알려주는 센스를 발휘하시기 바란다.◆감전 사고와 화재위험 빼놓을 수 없어크리스마스트리를 밝혀줄 장식용 전구에 연결된 전선은 가늘며 여러 가닥이 길게 꼬여져 있다. 이런 전선은 반려견이 쉽게 피복을 벗겨낼 수 있으므로 감전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이러한 감전사고는 동물의 생명에도 위험하지만, 화재로 직결될 수도 있다.높은 곳에 잘 올라가고 반짝이는 장식물에 호기심을 보이는 고양이는 언제든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려들 수 있다. 트리가 넘어지면서 트리에 달린 전선줄에 고양이가 엉키면서 다치거나 화재로 직결될 위험이 있다.호기심이 많고 활달한 개와 고양이가 있다면 크리스마스 전구 장식은 동물들이 닿지 않는 벽면이나 천장에 꾸며주실 것을 권장한다.먹거리를 대신할 개와 고양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추천한다.애견은 면 재질의 물고 당기는 장난감을 권장한다. 혼자 있는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줄 수 있으며 치아의 플러그를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이다. 산책을 위한 리드줄, 간식을 숨길 수 있는 놀이 장난감도 반려견의 건강을 위한 좋은 선물로 추천해 드린다.고양이에게는 스크래처, 캣타워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실내 운동량을 높이는데 도움 된다. 고양이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장난감, 분수형 음수대, 건강에 무해한 눈꽃모래도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리는 선물이다.5세 이상의 개와 고양이라면 동물병원에서 정기건강검진을 받는 것도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다.마지막으로 동물은 생명이지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란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최근 독일은 동물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용되지 못하도록 했다. 베를린 동물보호소 또한 유기동물의 입양을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유기동물 입양은 가족 모두가 신중하게 결정하고 충분한 준비가 선행돼야 하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쓸려 충동적인 입양을 결정하거나 크리스마스 기간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입양하면 동물의 새로운 환경적응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이는 크리스마스 기간 중 반려동물이 가장 많이 팔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숙연해지는 이유이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8-12-18 09:17:57

장동희, 새마을세계화 재단 대표이사/전 주핀란드 대사

[세계의 창] 스리랑카 새마을 국제포럼을 다녀와서

국제기구, 새마을 공동수행 제안유엔 지속가능 개발과 잘 부합해한국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사업공적개발원조 브랜드로 키워야지난주에는 스리랑카의 콜롬보에서 개최된 새마을 국제포럼에 다녀왔다. 새마을세계화재단이 지금까지 시행한 새마을 사업을 통한 개도국 지원사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이다.'찬란히 빛나는 섬'이라는 뜻을 가진 스리랑카는 '인도양의 진주'라고도 불리며, 여기서 생산되는 '실론티'는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우리 일행이 머무는 호텔로부터 이어지는 해변도로에는 아름다운 서양식 건축물이 늘어서 있어 옛날 영국 식민지 시절의 향취를 흠뻑 느끼게 해준다. 포럼을 마치고 주요 인사를 초청하여 만찬을 개최한 '마운트 레이비니아(Mount Lavinia)호텔'은 옛 영국 총독의 로맨스 내지 스캔들이 깃든 곳이라 하니 더욱 귀가 솔깃해진다. 2대 총독 토마스 메이트랜드 경(Sir Thomas Maitland)은 레이비니아라는 혼혈 댄서와 염문을 뿌려 본국으로 소환된다. 메이트랜드 총독이 해변가에 거대한 총독 관저를 짓고, 그 댄서 이름을 따서 'Mount Lavinia House'로 명명한 것이 호텔 이름의 유래라 한다.콜롬보는 또한 고교시절 사회과목에서 배운 '콜롬보 플랜' 때문에 귀에 익은 이름이다. 콜롬보 플랜은 1950년 콜롬보 개최 영연방 외무장관회의 제안으로 1951년 발족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기술 및 경제 원조계획을 말한다. 발족 당시에는 영연방국가들만 참가했으나, 이후 확대되어 영연방 이외의 국가도 참가하고 있다. 필자의 한 친구가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1980년대 초에 이 콜롬보 플랜에 따라 유엔개발계획(UNDP) 지원을 받아, 콜롬보에 가서 연수를 받고 온 적이 있다 한다. 우리가 가서 연수를 받던 곳에 와서 새마을 사업을 통한 지원 사업을 하니 격세지감이 든다.포럼 참석 계기에 케골 지역의 새마을 시범마을을 방문했다. 재단은 현재 케골 지역 3개 시범마을에서 버섯 재배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14년 지원을 시작한 이래 마을 소득이 평균 3배 증가했다며, 마을 주민들뿐 아니라 주지사를 비롯한 정부 각계 인사들도 재단에 대한 고마움을 금치 못한다. 새마을 사업을 접목시켜 버섯 재배의 생산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케골 새마을 버섯'이란 고유 상표까지 창안, 사용하도록 하고 주요 슈퍼마켓에 납품하는 유통망까지 확보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자극받은 사바라가무와주(州) 정부는 주 자체 예산으로 새마을 시범마을을 10개 더 조성하기로 결정하였다 한다. 재단이 추구하고 있는 시범마을의 지속 가능성 및 자립성 제고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포럼에서는 스리랑카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베트남, 르완다 등에서 온 새마을 지도자들의 성공사례 발표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르완다의 무심바 마을은 불모지를 개간하여 연 2, 3모작의 벼농사를 지음으로써 연소득이 7년 동안 10배 증가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야말로 가슴 뭉클한 휴먼드라마다.이러한 성공사례를 전해 들은 각국 정부 지도자들로부터 새마을 사업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UNDP나 OECD와 같은 국제기구는 새마을 사업을 "개도국 농촌 개발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하였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과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은 재단에 공동사업 수행을 제안하여 왔다. 새마을 사업을 통한 개도국 지원은 단순한 물자 지원이 아니라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새마을 정신을 통하여 마을의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엔이 추구하고 있는 지속가능개발(Sustainable Development)과도 부합한다. 게다가 새마을 사업은 대한민국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이다. 새마을 사업을 통한 개도국 지원을 대한민국 고유의 공적개발원조(ODA) 브랜드로 키워 나가야 할 이유다.

2018-12-17 11:54:25

김진현 화원중학교 교감

[기고] 예의범절과 선비정신

아침에 출근해 제일 먼저 하는 업무가 교문에서 '교육 고객'인 학생들을 맞이하는 일이다. 올 한 해는 유난히 자해 행위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 아이들의 동태 파악에 주안점을 두고 용모복장과 인사를 지도하고 있다.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예의의 나라'로 일컬어져 왔으나 오늘날 급격한 사회 변화와 함께 예의를 존중하는 아름다운 풍속이 점차 사라지는 듯하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나와 남이 한데 어울려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학생 인권'이 강조되면서 학교에서의 용모·복장 지도는 위축되고, 인사는 시켜야 마지못해 하는 것이 현실이다.이와 함께 최근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청소년들의 대화에서 약 40%가 욕설이다. 물론 모든 청소년이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착한 학생들도 동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다.가정에서는 예의범절 교육에 대해 학교에서 역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데는 학교에서도 한계가 있다. 예의범절은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고, 어릴 때부터 꾸준히 가정과 학교에서 습관이 되도록 지도해야 한다.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으며, 학생 성인 할 것 없이 스마트폰 중독 현상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통신 예절 교육의 중요성도 점점 강조되고 있다.최근 인성 함양을 위해 간부 학생들을 데리고 안동에 위치한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에 '2018년 고전 길잡이 2차 청소년 캠프' 행사 참가차 이틀간 다녀왔다.사회적으로 '선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지금의 시대적 모순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선비에 대해 주목하기도 한다.행사 중 나의 좌우명 만들기 프로그램에서는 좌우명을 통해 자기 삶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뮤직콘서트 국악 체험을 통해서는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 또한 조상들의 여유와 풍류의 상징인 시조 짓기를 통해 선비들의 정신문화를 공감하고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도 가졌다.도산서원을 현장 답사해 선비의 삶과 이황의 가르침을 배우고, 선비의 실천 정신인 화이부동(和而不同), 인의예지(仁義禮智) 등의 유교 사상과 정신을 배우면서 조상들의 숨결을 체감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옛날 우리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나무, 풀, 들판 등의 자연과 함께 성장한 덕에 자연스럽게 정서가 순화되고 인성교육을 강조하지 않아도 예의 바른 학생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아이돌의 K-POP에 열광하고, 물질 만능주의와 입시 위주의 교육 탓에 학원으로만 내몰리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예의범절 교육을 강화해 교육의 본질을 재정립해야 한다.무릇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미래의 동량이 될 청소년들에게 수기(修己)안인(安人)을 가르칠 때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다.

2018-12-17 11:12:54

[에세이 산책] 시간의 매듭

겨울 시간이 내려앉은 밭에서 뒤늦게 배추를 수확했다. 이웃 할머니는 '추위가 덮치기 전에 배추를 끊으라'며 지날 때마다 재촉하였다. 그러나 좀 더 키우고 싶은 욕심에 차일피일 늦추다가 그만 한 차례 추위를 겪고 말았다. 추위가 들기 전에 추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배추가 계획대로 자라주지 않았다. 9월에 모종 파는 이가 토양 소독을 꼭 하라고 했다. 그러나 그 말을 무시하였다. 우리 가족이 먹을 배추에 살충제를 뿌릴 마음은 아예 없었다. 더구나 유익한 벌레까지 죽게 한다는 나름대로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모종을 심은 뒤에 도무지 자라지 않았다. 걱정을 하다가 우연히 잎을 뒤집어 보았다. 모종의 그 작은 잎 밑에는 쥐며느리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이놈들이 모종의 진액을 다 취하는 바람에 자랄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뿌리를 갉아 먹은 바람에 시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다시 모종을 구입하여 보식을 하였다. 한 번, 두 번 보식하는 사이에 벌레를 이겨보겠다는 일종의 오기까지 발동하였다. 심고 또 심고 하느라 정작 배추는 자랄 시간을 얻지 못한 채 가을이 지나고 겨울을 맞고 말았다. 저마다 주어진 시간이 있건만 배추는 그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였다.하루 반짝 좋은 볕이 내려서 얼었던 배추를 녹여 주었다. 밑동을 두 손으로 눌러 보았더니 제법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배추에 주어진 그 짧은 시간을 수확했다.모두들 '송년, 망년'이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수확하고 있다.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온 삶에서 잊어야 할 기억과 떠나보내야 할 흔적을 정리하고 있다. 시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엄연히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저마다 주어진 시간으로 나름의 삶을 경작하고 또 수확한다. 봄날 벚꽃이 휘날리듯 시간이 날린다면, 인동꽃잎이 떨어져 쌓이듯 우리들의 시간이 보인다면 어떨까. 참 재미있을 것 같다. 저마다 가졌던 시간의 질과 삶의 결과와 세상의 평가가 서로 다름을 보게 될 것이다. 자랑할 일도 없어질 것이며, 부러워할 일도 사라질 것이다. 어쩌면 배추가 자라지 못한 것은 쥐며느리나 오기 탓이 아니라 텃밭 배추에게 주어진 시간의 모습이 아닐까. 이웃의 배추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텃밭의 배추는 배추 나름으로 제 시간에 맞는 당당한 제 모습일 뿐이다.잊어야 할 시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시간 위에 또 시간은 쌓여갈 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따지고 보면 새로운 시간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리라. 다만 생각이 새로울 뿐이다. 그래서 연말이라는 매듭, 그 매듭을 만들어 생각의 새로움을 더하려는 것이리라.

2018-12-17 11:12:19

수성구 범어동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매일신문 DB

[알쏭달쏭 생활법률] 주택임대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을 때는?-임차권등기명령제도

Q: 임차인 갑은 직장이 변경되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형편인데, 마침 임대차기간이 이제 1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에 갑은 임대인 을에게 1달 후에 임대차를 종료하고 임대보증금을 반환해 줄 것을 요구하였는데, 을은 아직 집이 나가지 않았으니 임대차계약을 연장하던지 아니면 집이 나가야 보증금을 내어주겠다고 합니다. 이때 갑이 보증금을 받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A: 주택임차인의 경우 주민등록과 확정일자를 통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할 수 있는데,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로 이사를 갈 경우 임차인이 가지는 강력한 권한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하게 됩니다.이때 주택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라 임차권 등기를 하게 되면 이사를 가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 그리고 임차권이 등기가 되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공시되어, 집주인이 차후 임차인을 구하는데 큰 곤란을 겪게 되기 때문에 임차권등기명령은 보증금의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다만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가 종료된 이후에 하여야 하기 때문에, 임대차가 묵시적 갱신이 되지 않도록 1달 전에 계약거절통지를 하여야 합니다.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류제모 변호사

2018-12-17 11:11:46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카풀과 공유경제, 택시와 월급제

일상에 침투한 정보기술 공유경제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물컴퓨터와 경쟁에 무너진 택시기사새로운 시대로 유연하게 이끌어야한 택시기사가 분신 끝에 사망했다. 카풀 서비스 도입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고 알려졌다. 먼저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오죽하면 그럴까 싶지만 어떤 명분이든 목숨을 담보로 한 투쟁은 안 될 일이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파장이 큰 것만은 분명하다. 오늘부터 본격 카풀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던 카카오 모빌리티는 내년으로 출시를 연기했다. 정부와 여당은 택시 월급제 전면 도입 등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극단으로 치닫기 전 무언가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한편으로는 쉽게 대책을 내놓기 어려웠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이 문제는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난도 높은 사안이다.표면적으로는 카풀 서비스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저항이 문제를 촉발했다. 시야를 넓히면 세상을 휩쓰는 4차 산업혁명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고성능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모든 사람들이 손안에 들고 다니는 시대다. 스마트폰 앱으로 가능한 서비스는 이미 우리 삶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한 공유경제도 일상 깊숙이 침투한 지 오래다. 어떤 방법을 써도 결국 저지할 수 없는 물결인 것이다. 방파제로 쓰나미를 막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산업혁명 시절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 운동의 결과는 잘 아는 대로다. 카풀을 넘어 미국 등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자율주행 택시 도입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운용 한 축인 혁신성장은 대폭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공유경제에 대한 새로운 규제 강화는 이와 반대로 가는 방향이다. 카풀 서비스 전면 금지를 선택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문제는 정부의 역량이다. 햇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화려한 기술 발전의 그늘에는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택시기사들도 그중 하나이다. 아니 택시기사들은 컴퓨터와의 경쟁에서 속절없이 파도에 휩쓸려 가는 사람들의 상징이다. 정부의 역할은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최대한 고통을 줄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유연하게 새로운 시대로 편입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게 정부의 할 일이다.극단으로 치닫는 선택은 단순히 카풀에 대한 반대만이 아니다.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택시업계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정부가 카풀 대책이 아닌 사납금제 폐지와 전면 월급제 도입을 내세운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사납금제와 월급제 논란은 택시업계의 고질병에 해당한다. 택시요금 인상 때마다 정부가 부르는 고정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기사들의 처우 개선,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월급제를 시행한다는 신문기사는 1997년부터 찾을 수 있다. 그저 똑같은 내용의 메뉴를 이번에도 내놓은 것은 지금까지 정부가 공수표를 남발해 왔다는 증거에 다름 아니다. 식상함을 넘어 진정성까지도 의심케 한다. 뜨거운 감자를 잠시 식히기 위한 방편으로 보일 뿐이다.진지한 고민을 통해 그동안 택시기사 월급제가 실패해 온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이른바 '적폐청산'은 이런 때 써야 하는 말이다. 기사들의 어려움, 택시회사들의 고충, 소비자들의 바람은 무엇인지 종합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카풀에 반발하는 택시기사들도, 택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모두 국민들이다. 이런 문제 하나 똑 부러지게 해결 못 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정부를 자임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자유한국당 사정도, 사법개혁도, 선거구제 개편도 중요하다. 그 모든 걸 제치고 이 주제로 칼럼을 쓰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민생대책'의 핵심이 바로 이런 데 있기 때문이다.

2018-12-16 14:33:24

이승호 대구시 경제부시장

[기고] 통합신공항 건설과 대구경북 미래

통합신공항 건설을 준비한 지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외형적으로 또는 시민들이 느끼기에 큰 진척이 없어 보이지만 올해 3월 군위 우보와 의성 비안·군위 소보 두 군데를 이전 후보지로 선정하고 최종 이전부지 선정을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지역 일각에서 대구공항은 존치하고 군공항만 이전하자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K2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통합이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50여 년간 참고 살아온 전투기 소음 피해에서 벗어나고 고도제한에 의한 도시 발전 저해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여 내륙의 갇힌 도시에서 글로벌 도시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보자는 열망에서 출발하였다. 부끄럽지만, 과거 우리 대구는 두 번의 산업고도화 기회를 놓쳤다.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중공업에서 첨단산업으로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경쟁력 있는 도시로 성장하지 못했다. 세계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 기회마저 놓치면 지역의 미래와 발전을 당당하게 이야기하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K2대구공항 통합이전은 대구경북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북 남부권과 광역대도시권을 형성하여 엄청난 변화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우선, 현 K2 부근과 통합이전 지역은 소음 피해와 고도제한에서 완전히 벗어나 일상생활의 편리함과 경제활동이 자유로워진다. 그 이전터는 사람 중심의 친환경 공간, 스마트시티로 조성하고, 이전터~금호강~동촌유원지를 연계한 수변 개발을 통해 옛 수영비행장 터인 부산의 센텀시티를 능가하는 '동촌 스마트시티'로 도시 공간을 재창조해 시민들의 삶과 대구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 줄 것이다.또한 통합신공항은 '내륙의 항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화물 터미널 등을 제대로 갖춘 공항으로 건설함으로써, 물류의 신속한 처리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신공항이 들어서는 반경 50㎞ 내외는 이른바 '공항 경제권'이 형성되면서 새로운 산업의 유발로 양질의 일자리와 부가가치가 창출되어 대구경북 핵심 거점지역으로 재탄생하게 된다.대구에서 최종부지로 이어지는 공간은 주거·상업·문화·비즈니스·공공시설, 복합 리조트가 한데 어우러진 공항복합도시가 조성되면 사람과 돈과 정보가 모이는 새로운 도시 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배후도시는 항공 정비산업(MRO)과 이와 연관된 첨단 기계부품, 소재산업, 연구소 등을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한다면, 지역의 기술혁신 거점지역으로 지역경제를 견인할 것이다.통합신공항 건설을 계기로 산업 생태계를 첨단화하고 고부가가치화하여 양 지역의 경제 발전과 동반성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 공항은 단순히 여객을 수송하는 인프라가 아니라, 도시발전과 경쟁력을 높이는 성장 엔진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통합신공항 건설은 대구경북의 신성장 동력의 중심축이자, 미래의 지역경제를 담보할 역사적 과업이다. 현실의 작은 이익보다 다가올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내는 담대한 도전에 다 함께 뜻을 모으고 역량을 결집하는 성숙한 시·도민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2018-12-16 14:30:09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문학 소년과 소년 문학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 나는 지금처럼 글을 쓰면서 살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가난한 농촌 출신들이 그렇듯 육사를 가거나 법대를 가서 돈과 권력을 가지는 것이 소년이 가진 꿈의 전부였었다. 정서적으로 많이 결핍된 소년은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을 만나면서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의 글이었지만 선생님은 소년이 수업 시간에 쓴 글에 대해 칭찬을 해 주셨다. 소년은 문학에 재능이 있다는 말에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골방에서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세계를 혼자 킥킥거리며 신이 나서 글로 썼다.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 창작에 재미를 느끼는 '문학 소년'이 된 것이다. 추첨으로 배정된 중학교에서, 국어 선생님을 만나고, 문학 소년이 된, 우연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필연이 되었다.그런데 문학 소년들은 단순히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 창작에 재미를 느끼는 특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학 소년들은 보통의 소년들보다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생각이 많고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문제투성이인 이 세상을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는 몽상적이고 낭만적인 성향을 띠기도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사는 다른 친구들에 대해서는 정신적으로 우월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약간의 허세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문학 소년들이 쓴 문예 작품은 '소년 문학'이 된다. 소년 문학은 스티븐슨의 '보물섬'이나 쥘 베른의 '해저 2만리'처럼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모험적인 작품을 이르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문학 소년들이 쓴 작품도 소년의 생각이 들어 있는 것이므로 '소년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 소년들이 쓴 소년 문학은 공상적이고 모험적인 내용이 많지만, 전문 작가에 비해서 삶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묘사가 부족하다는 특징이 있다.지난주 대구교육청 문예 창작 영재들의 작품들을 심사하면서 예전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학생들의 작품은 과거의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문장이 정확하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수준도 높았다. 다만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문학에서는 다양한 경험과 자잘한 일상에서도 의미 있는 것을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문장력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어떤 삶의 길을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문학 소년 소녀에 머물지 않고 경험을 통해 성장해서 큰 문학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8-12-16 14:29:33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광장] '거짓말'의 참 의미

나무 위에 앉은 까치를 가리키며 "저기 까치가 앉아 있다"라고 하는 말은 화자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그런데 말을 하는 순간 아직 사실로 입증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가령 친구를 기다리다 "차가 막히는가 봐"라고 추측하기도 하고, "내년엔 돈 더 많이 벌어"라고 기원하기도 한다. "3시까지 이 일을 끝내야만 해"라고 의무를 지울 수도 있고, "선진국이 되려면 꼭 통일이 돼야만 해"라고 당위(當爲)를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뛰어와!"라고 명령하기도 하고, "오늘이 무슨 요일이에요?"라고 질문할 때도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사실이 아닌 것을 추측·기원·의무 등으로 표현하므로 거짓말은 아니다. 실제 우리 언어생활에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영역이다.거짓말은 화자가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거짓말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권장해야 할 '착한' 거짓말이 있다. 이것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이 대화 현장에서 금방 드러나는 말'이다. 손님을 위해 잘 차려 놓고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라고 겸양법을 쓸 때, 잘 차려진 상과 "차린 것이 없다"라는 말의 불일치가 거짓임을 즉각 드러낸다. 커피잔을 엎어버린 아이에게 "자~알 했다"라고 반어법을 쓸 때도 잔을 쏟은 행위와 표현의 불일치, 그리고 진짜 잘했을 때와는 다른 부모의 말투와 표정이 거짓임을 드러낸다. 이 외에 각종 유머나 "남자는 늑대다"와 같은 은유적 표현에서도 착한 거짓말은 유용하게 쓰인다.'나쁜' 거짓말은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인 것처럼 꾸며 상대로 하여금 거짓임을 눈치챌 수 없도록 하는 기만행위'이다. 보통 "거짓말하지 마라"라고 할 때 바로 이 나쁜 거짓말을 뜻한다. 이것은 사기이며 십계명의 아홉 번째를 위반하는 중죄이다. 이토록 나쁜 짓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것을 하는 사람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가? 자신, 가족, 친인척 또는 자기 집단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서 이것을 일삼는 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짐승도 자신과 자기 집단의 이익은 챙길 줄 안다. 따라서 작금에 벌어지는 많은 일들은 동물의 왕국을 연상시키며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당연히 모범을 보여야 할 분들조차 나쁜 거짓말을 하고 있다. 교육자, 종교인, 관료, 의료인, 기업인은 물론이고 법을 만드는 사람과 법을 집행하는 사람까지 이것을 일삼는 자들이 있다. 이 땅의 착한 딸과 아들들, 그리고 건전한 시민들은 기만당한 믿음에 좌절한다. 그렇게 쌓은 부 아닌 오물, 명예 아닌 오욕, 위엄 아닌 허장성세가 신기루임을 모르는가? 되물어 보자. 그리하여 행복해지셨습니까?올해가 저물기 전에 비라도 흠뻑 내려 탐욕과 부정, 반칙과 불법, 특혜와 차별이라는 때를 씻어가 주면 좋겠다. 마라도에서 철원군 동송읍까지, 호미곶에서 태안반도 끝자락 안면도까지, 그리고 독도에서 연평도까지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더불어 잘살게 되는 날은 너무 먼 꿈이란 말인가? 작가 전우익의 말이 생각난다. "혼자만 잘 살믄 별 재미 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 주는 것, 그게 재미난 삶 아니껴."

2018-12-15 05:30:00

김광웅 작 '간송미술관 대구전시'

[내가 읽은 책]'노블레스 오블리주' 간송 전형필, 이충렬, 김영사, 2018

일제강점기 조선의 부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방법은 우당 이회영, 인촌 김성수처럼 교육에 투자하거나 간송 전형필처럼 우리 문화재를 수집한 것이었다. 이 책은 전형필이 문화재를 수집하게 된 계기, 수집하는 과정, 이를 보관하기 위해 최초의 사립 박물관이자 오늘날 간송미술관의 전신인 보화각을 건립하는 과정 등을 담고 있는 간송家에서 감수하고 공인된 최초의 평전이다. 저자는 재미 작가로 1996년부터 간송미술관을 드나들었고 2006년 간송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 출품된 국보와 보물을 보면서 전형필의 일대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서울 종로 4가에서 미곡상을 운영한 선조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전형필은 식민지시대 조선청년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결국 위창 오세창, 월탄 박종화, 청전 이상범, 심산 노수현 등 당대 기라성 같은 문화예술인과 교류하고 후원하면서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일제가 강탈하려는 문화재를 지키고자 결심한다.일본의 대수장가인 50대의 무라카미가 전형필에게 '고려청자운학문매병'(국보 68호)을 구입한 값의 두 배를 줄 테니 양보하라고 하자, 20대의 전형필은 "선생께서 천학매병보다 더 좋은 청자를 저에게 주신다면 그 대가는 시세대로 드리는 동시에 천학매병은 제가 치른 값에 드리겠습니다."(33쪽)라고 할 때는 문화재에 대한 전형필의 열정뿐만 아니라 배짱과 기백을 느낄 수 있다. 전형필은 대영박물관에 수장될 뻔한 고려청자 20점을 영국인 개스비로부터 매수하기 위해 직접 일본에 건너가 며칠간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한다. "나는 고려청자를 (개인적인 치부가 아니라) 박물관에 전시하면서 조선에도 이런 찬란한 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 동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314쪽)고 하며 결국 개스비를 감동시켜 40만 원(현재 가격 약 1200억 원)에 구입하는 장면은 읽는 이 또한 감동하게 한다. 그리고 《훈민정음》(국보 70호)을 1만 원에 입수했으나 당시 한글말살정책을 편 일제가 알면 문제가 될까 염려해 광복될 때까지 공개하지 않았고 한국전쟁 때 피난가면서 베개에 넣어서까지 잠을 잔 전형필의 노력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훈민정음》을 볼 수 있는 것이다.아쉽게도 전형필의 수장품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상당수 분실되었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 문화재를 지키지 못한 결과다. 전형필이 활동한 1920년대부터 일제는 우리 문화재를 헐값에 대량으로 사들였다. 이러한 현상은 광복 후 경제논리가 우선시된 1980년대까지 계속되었다. 이때까지 우리는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알지 못했고 일본은 서울의 인사동을 비롯해 전국의 고서점상을 돌며 우리 문화재를 매입했다. 현재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는 대략 17만 점이라고 한다. 최근에야 비로소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깨닫고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를 환수하려고 하는 등 문화재를 지키려는 여러 움직임이 보인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민이 우리 문화재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합심하여 이를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돈은 벌기도 어렵지만 쓰기는 더 어렵다. 그 옛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개인 전형필이 대신 한 것은 부자들이 가치 있는 일에 재산을 사용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으로 오늘날 가진 자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2018-12-15 05:30:00

[종교칼럼]빈 의자를 놓으며

큰 나무가 있는 소수서원을 마음 놓고 걸었다.겨울나무들은 꽃 시간과 풍경을 만들고 늙은 당간지주는 바람소리를 지키며 의연하게 서 있었다.물이 자고 간다는 숙수사 절터 하늘은 회색구름이 광채를 띠고 물오리들은 떼 지어 허공을 갈랐다. 새들은 날기 위해서 많은 것을 버리고 몸을 가볍게 한다. 버릴 것을 버릴 수 있다면 저 구름처럼 자유롭고 새처럼 활발한 대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사람들이 모였다가 흩어질 때 그 곳에는 어디에서나 빈 의자의 적막을 느낄 수 있다. 선비촌의 책 읽는 소리도 어린이 놀이터의 깃발도 야구장의 환호성도 버스터미널의 시간표도 그 자리에 종말과 시작의 빈터가 남는다. 시간과 시간이 하루와 이틀이 한 달과 한 달이 한 해의 끝에서 쌓이고 흩어지는 윤회의 작은 수레가 있는 것이다.모든 길의 마지막에 이르면 바다가 있는 것처럼 시간의 끝에는 죽음이 있었다. 사람들은 시작을 원인으로 생각하고 끝을 결과로 생각하지만 그것들은 서로 톱니처럼 맞물려 있어서 동시적으로 존재 한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도 생의 끝에 있지 않고 언제나 생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있다고 말한다. 새삼스럽게 선물 같은 한 해가 간다. 동지부터는 새해가 된다. 생각하면 우리의 삶이 절박하지만 소중하고 행복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나에게 빛이 되어준 스승들, 그림자가 된 시주의 은혜, 같은 길을 가는 도반의 힘, 건강을 지켜주는 공기와 물, 가장 사랑하는 책과 찻잔들….사람은 혼자서 살아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어린학생들에게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을 읽으라고 선물했다. 뜨거웠던 여름에는 무성한 서어나무의 그늘과 맑은 바람을 그리워한다. 서어나무로 가는 숲길은 옛 친구처럼 언제나 설레는 만남이다. 그 신비와 전설들도 지금은 겨울안거에 꿋꿋하게 침묵으로 바라본다. 세월의 긴 풍상을 견뎌내며 오랜 기다림의 벗은 몸으로 겨울정원의 총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시간은 모든 것에 흔적을 남긴다. 나무를 자르면 시간이 감고 간 연륜을 볼 수 있다. 노인의 얼굴에 늘어가는 주름처럼 시간 속에서 살고, 시간 속에서 존재 할 수 있기에 인간의 삶이 결정되어진다.고흐의 그림 '구두'는 하이데거로 하여 철학적 사색을 하게 했다. 발자국은 사라지지만 우리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시간을 견뎌냈기 때문 일 것이다. 누구나 시간과 공간의 한계에 직면하고 또 이기적 일 수 있다. 작은 선물이라고 주고 받을 때, 각박하고 냉혹한 인정을 따뜻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원효스님의 말씀처럼"년년이이하여 잠도사문(年年移移 暫到死門)이니라"한해 두해가 지나고 지나서 잠깐 사이에 죽음의 문에 도달하니 급하고 급하지 아니한가.찬바람 속에서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 세상의 모든 말들은 나와 연관되어있다. 사랑, 행복, 가족, 돈, 희망, 화해, 용서 이런 낱말들은 오직 한 평생을 두고 같이 하는 숨이 벅찬 욕망들이다.시간은 나를 이루고 있는 본질이다. 12월은 버리는 달이다. 그래서 버릴 것만 남는 달이다.눈을 들어 밖을 바라본다. 새해가 오고 있었다. 묵은 의자를 비우고 새 의자를 준비 할 때이다. 거기에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 마음자리 함께 하니 모두 행복하기를!청련암 암주

2018-12-14 10:48:34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 연내 답방 무산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이다

'비핵화' 관련 북미 간 기싸움 지속연내 답방해도 새 합의 도출 난망김정은, 구체적 비핵화 조치 갖고남북 정상회담 통해 재확인 필요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연내 답방과 관련 진척 사항이 없으며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고 이제 연말도 12월의 반이 지나간 만큼 경호, 의전 등 물리적 시간도 부족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답방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첫째, 비핵화 부문에서 아직 북미 간 기싸움이 지속 중이다. 이러한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9·19 평양 정상회담에서는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 상응 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은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북미 간 신뢰의 접점을 찾기 위한 우리의 중재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그 후 북한이 미국에 대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북미 고위급회담이 무산된 이후 북미 실무자 간의 접촉 움직임은 있으나 특별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교착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은 필수다. 북한으로서는 남북 정상회담보다는 북미 정상회담에 올인해야 할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더라도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를 이뤄야 하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둘째,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현재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국면이다. 올해 이미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많은 사항에 합의하였다. 물론 그 합의 사항들은 착실히 이행되고 있다. 남북 정상 간 만남이기 때문에 새로운 비전과 사업들을 제시하여야 하는데 북핵협상의 지연에 영향을 받고 있다. 남북이 새로운 합의를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고려한 듯하다.셋째, 준비 기간의 부족이다. 준비 기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어 있다. 국민 60~70%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환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견해도 있다.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볼 때 지금 서울을 방문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나 이용호 외무상 등 북한 고위층의 외부 출장도 변수로 작용한 듯하다.결론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답방은 어렵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년 초에 반드시 개최되기를 기대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사와 자신감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 대화의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다행이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입장에서 내년도 신년사를 통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밝히고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여 제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G20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게 되면 자신의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도 우리를 통해 미국의 의사를 탐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한편 우리가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대비하여 남북관계의 토대를 닦는 일은 계속해야 한다. 철도 연결에 대비하여 착공식을 준비하는 것, 제 분야의 남북관계를 확대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같은 인도적 사안의 협의,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남북 간 사회문화 분야 교류도 지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남북 정상회담은 반드시 개최되어야 한다. 신년 초에 개최된다면 내년도 남북관계의 훈풍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올 한 해 남북관계는 무수한 도전과 기회 속에서 비교적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세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두 정상 간 신뢰의 기반이 쌓이고 이러한 신뢰의 바탕 아래 남북 간 합의사항이 지켜지고 있다. 남북대화에서 비핵화 합의까지 이뤄낸 것도 이러한 신뢰에 기반한 것임은 자명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우리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과거처럼 주저하거나 기싸움을 해서 시간을 낭비한다면 더 이상 이러한 기회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내년 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여 이러한 기회가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2018-12-13 14:04:13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크리스마스 선물

오 헨리의 유명한 단편소설 "The Gift of the Magi"는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잘 알려져 있다.가난한 남편은 집안의 가보 시계를, 아내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팔아 서로에게 필요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었다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 감사와 사랑을 가르쳐준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그 시절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 할아버지가 올해는 어떤 선물을 가져다 줄지 설레어 하며 양말을 걸어놓고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양말이 너무 작아서 선물이 안 들어가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말이다.크리스마스 선물이 부모님이 사다 주는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성장 통과의례 중 하나가 되었지만, 그 설렘이 학습되어서인지 몰라도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만 들어도 행복 가득한 웃음이 입가에 머문다.12월의 크리스마스는 11월에 시작이 된다. 11월 첫날 크리스마스 시즌을 밝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고 눈이 아프도록 찬란한 불빛들이 켜진다.한해가 언제 이렇게 지났냐며 아쉬워하는 마음을 잠시 품으면 12월이다.'월화수목금금금' 바쁘게 지내다 보니 가족들과 중요한 날에 함께 하는 시간을 놓치는 것이 다반사지만, 크리스마스만큼은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카드를 준비한다.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느낄 겸 동성로를 돌며 예쁜 카드를 가족 수만큼 샀다. 카드 앞에 가족의 이름을 쓰고 빈 카드 용지를 내민다. 이른바 롤링페이퍼다.가족들과 함께 둘러 앉아 카드를 같이 쓰는 것이 우리 집의 크리스마스 행사다. 조용히 숨기고 싶은 마음을 정리하는 것도 좋겠지만, 크리스마스만큼은 서로의 기쁜 마음을 내놓고 나누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크리스마스가 설레는 이유는 이 날을 빌려 누군가에게 그동안의 감사를 표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뜻하지 않은 기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어서 그런 것 같다. 평소 일하느라 가족을 제대로 못 챙겼을 아빠들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놀러 가서 점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사랑고백을 미처 하지 못했던 커플들은 이날을 빌려 야경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에 취해 마음속의 고백을 해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축복받은 날이다.꼭 비싼 선물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선물을 받는 사람은 상대방이 이 선물을 하기 위해 나를 얼마나 생각하고 배려해 왔는지에 더 감동할 것이다.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예쁜 크리스마스카드에 정성 들인 손편지를 함께 줄 수 있다면 더욱 멋진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을까?

2018-12-13 1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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