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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한국 안보 남이 지켜주는 이 모순

美 중간선거서 민주당 승리 가능성대북정책 근본 방향 재정립할 수도비핵화 없는 어떠한 미북 간 합의도'미국 상원 통과 안 된다'는 소식 들려지금 전방위로 국가 시스템, 국민적 합의, 안보 외교, 역사 인식 등의 해체와 재조립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국민들 대다수가 이를 이해하고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이다. 경제, 사회복지 시스템의 진보적 변화는 감당이 가능하겠지만 안보, 통일, 외교 시스템의 해체는 비가역적인 측면이 커서 차후에 다시 현재대로 복구하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언급에 대해 미국의 승인 없이 대북 제재 해제는 불가능하다고 세 번이나 강조해 말했다. 또 지난 제3차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강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해서 남북 간 철도, 군사합의에 대해 사전에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데 대해 격노했다.또 그 며칠 뒤 미국 재무부 대테러 및 대북 제재 담당국은 대북 관련성이 있는 시중은행들과 전화화상회의를 통해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한 바 있다.평양에서의 남북 정상 간 군사합의 등 서해 평화수역과 한강 하구 공동이용 문제는 서해 5도 인천 해로 확보, 수도방어에 매우 취약함을 드러냈다. 또 군사분계선 인근 정찰 금지는 방어적 배치와 편성이 될 수밖에 없는 한국군 입장에서는 북의 남침 시도에 매우 취약한 불평등한 합의이다.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도로 건설, 평화공원 개설 또한 과거 주요 격전지에서 방어 구도를 해체하는 위험성을 드러내고 있다.폼페이오의 4차 방북은 '미래를 향한 진전이 있었다'는 외교적 표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의 첫 단계인 북핵 리스트 신고, 사찰 검증에는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비본질적인 종전선언과 북의 낡은 핵시설 폐쇄를 빅딜하고자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꼼수와 이를 지원하는 문재인 정부의 갖은 노력은 미국 측으로 하여금 한미동맹에 대한 근본적 신뢰에 의심을 초래하고 있다.미국 조야에서는 비핵화의 실질적 추진에는 주저하면서 올해 안 종전선언과 전시작전권 이양, 평화협정 시도에 남북이 저토록 매달리는 것은 궁극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단계적 전술이라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미국 중간선거 전망이 하원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속에서 선거 직후 대북 정책에 대한 근본적 방향 재정립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북측의 시간 끌기와 본질적 비핵화 회피에 대한 미국 측의 불신이 터져 나온 결과 일 것으로 보인다.최근 종전선언이나 북한과 관련된 비핵화 없는 어떠한 미북 간 합의도 미국 상원에서 통과될 수 없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민주당이 다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미 하원에서도 지금까지의 대북 협상 형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 될 것이다.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한국 안보를 지키는 가장 큰 노력들이 한국이 아닌 미국 의회와 정부에서 나오고 있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우리 안보를 우리가 아닌 남이 나서 지켜야 하는 이 모순을 얼마나 더 지켜봐야 하는가?

2018-10-14 15:49:57

차보현 영진사이버대 학사지원처장

[기고] 노인연령 조정과 사회적 타협 필요

2018년 3월 말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5천178만4천669명이고, 이 중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744만1천752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4.37%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 7월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후 18년 만에 전 지구적으로 최단기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초고령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이미 일부 농촌사회는 초고령사회를 넘어섰다.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이라 부른다. 왜, 65세를 노인이라고 하는가? 65세를 노인이라고 하는 근거는 어디서 나왔을까? 이 기준은 1889년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 총리가 노령연금 지급기준을 65세로 정한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당시 독일의 평균수명은 49세에 불과했다고 한다. 129년이 지난 시절의 낡은 기준을 지금도 적용할 수 있을까? 이것은 미스터리다. 지금은 '인간의 수명 120세, 축복인가? 재앙인가?'를 논하고 있다.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평균수명이 120세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지금까지 우리는(현재 세대) 80세 생애주기에 맞추어 인생을 설계해 왔고, 국가의 노인복지정책도 여기에 맞추어 설계되어 있다. 20세 후반에 취업하여 30여 년 일하고, 60세 전후로 은퇴, 남은 20여 년간 편안하게 노후를 즐긴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플러스 알파 40년이 우리에게 주어진다.129년 전 독일에서 노령연금 정책을 설계할 당시 평균수명과 거의 맞먹는 시간이 생긴다. 준비 없는 40여 년, 그래도 행복일까? 덤으로 주어지는 40년을 누가 책임지는가? 우리는 준비하고 있는가? 또 다른 미스터리다.우리나라보다 10~20여 년 앞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2018년 초,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던 기존의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작업에 나섰다. 일하는 고령자를 늘리기 위해 중장기적 노인대책의 지침이 되는 '고령사회대책대강(大綱)'에 노인 연령 구분을 재검토하기로 했다.일본 정부는 고령사회대책대강을 개정해 65세 이상을 일률적으로 '고령자'(노인)로 보는 일반적인 경향은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2015년 대한노인회에서 노인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제안한 바 있다.하지만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노인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면 노인 빈곤율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2018)에서는 '우리나라 연령주의 실태에 관한 조사 연구' 보고서에서 68.9세를 노인의 연령으로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그러나 노인 빈곤율 우려만을 탓하고 있기에는 환경이 너무 녹록지 않다. 인구절벽과 저출산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격감, 노인 부양과 조세부담 등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전적으로 다음 세대, 즉 후손들의 책임이다.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인가?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제해결 차이점은 일본은 심각성을 깨닫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민간단체인 대한노인회 차원에서의 접근과 선언적 표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지금은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 세대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다.

2018-10-14 14:51:45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국어 문법의 위기

현재 중3들이 치를 2022년 대입 수능 개편안을 보면 국어는 현재 문학, 독서, 화법과 작문, 문법에서 출제되던 것을 문학, 독서는 필수로 하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문법 부분만 출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책을 입안한 교육전문가들은 과목 선택권을 주면 학습 부담이 줄고, 깊게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점수보다 등수가 중요한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학습 부담이 줄어들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과목만 공부하는 요령만 늘어난다. 현재 수능에서 탐구 영역 중 경제, 물리Ⅱ, 화학Ⅱ는 선택하는 학생들이 1%밖에 안 된다. 이 과목들은 공부하기가 어렵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선택하기 때문에 상대평가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공과나 전자과를 간다면서 지구과학을 선택하고, 경제과를 간다면서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를 선택한다. 이것은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학생들에게 그렇게 선택하도록 만든 것이다.현재 수능 국어에서 화법과 작문은 정답률이 80~90% 정도 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따로 공부를 하지 않는다. 원래 화법과 작문은 실습으로 평가해야 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수능 형태의 객관식 문항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답의 근거를 객관적으로 제시하기 어려운 과목의 특성상 문제의 난도를 올리기도 어렵다. 변별력을 위해 난도를 높이려다 보면 화법과 작문 능력이 아니라 지문 독해 능력으로 변별이 된다. 반면 문법은 정답률이 50% 정도로 국어의 여러 영역 중 정답률이 가장 낮고 잘하는 학생들과 못하는 학생들의 차이가 크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알아 두어야 할 개념들이 많기 때문이다. 문법에 자신이 있는 학생들은 문법을 선택하겠지만, 잘하는 학생들이 몰리면 상대평가인 이상 점수에서 손해를 본다. 처음에는 문법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겠지만 상대적인 점수에서 손해를 보고 그것 때문에 대학 입시에 실패하는 사례들을 보게 되면 선택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능에서 선택을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도 수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지금 이 칼럼에서 어떤 말이 적절한지에 대해 품사나 단어 분석법, 문장 성분에 대한 지식을 동원해서 이야기해도 40, 50대 독자들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 국어 관련 전공을 안 했어도 고등학교 때 힘들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능 개편안이 시행되면 지금의 학생들은 더 많은 시간 국어를 공부하면서도 정작 우리말에 대한 지식은 없을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2018-10-14 14:50:02

각정스님 청련암 암주

[종교칼럼]머무르지 않고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모든 나무와 풀들도 사색과 사려가 시작 되었다.먼 산이 가까이 다가오고 따뜻한 가을 햇볕은 황금이 만냥이다.슈만의 연가곡 소품 '트로이메라이'를 정명훈 피아노 연주로 자주 듣는다.어린 슈만의 문학적 감수성은 13살 때 '음악미학에 관하여'를 써서 잡지에 발표했었다.10월, 빛바랜 여름의 거미줄을 걷어 내고 읽었던 책들도 뒷방으로 옮겼다.창문에 창호지를 새로 바르니 한결 환해지고 넓어진 차실에 장욱진 화가의 목판화'응무소주'(應無所住)를 걸었다.단색판화는 먹색을 위주로 한 작업으로 적은 색을 사용한다. 여러 색을 사용해야 할 작품들도 대부분 먹과 잘 조화되도록 목판화의 간결한 멋으로 이어지도록 한다.한 폭의 그림을 두고, 사심 없는 맑은 시를 읽고, 그리고 도자기 가마에서 찻잔 하나 소유하는 일은 누구나 좋아하는 일이다. 그것들은 그냥 봄에 피는 꽃처럼 사랑하고, 고민없이 소유 할 뿐이다.한 점의 그림과 한편의 짧은 시는 창조의 행위이며 작은 우주이기도 하다.아름다운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좋은 그림 앞에 서면 즐거워지고 더 격이 높은 그림을 만나면 말을 잃고 벙어리가 되기도 한다.추사의 '세한도'와 '부작란'은 예술정신의 정수이며 문득 그려내는 작가정신의 극점을 보여주었다.머무르지 않는 마음은 - 선종 6대조 대감 혜능스님이 세속생활을 버리고 출가 하게 된 '금강경'구절이다."어디에나 하늘의 구름처럼 흐르고 물처럼 머물지 않아 머무름 없는 마음을 닦아라. 말이나 글을 쫒지 말고 오히려 그 뜻을 파들어 가라. 진리는 말에 있지 않다."화가는 우리문화의 정신을 전통 민화에서 착안하여 아름다움을 창안해 낸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민화의 매력은 "쉽고 간단하다, 솔직하다, 익살스럽다, 꿈이 있다, 믿음이 있다, 따뜻하다, 조용하다, 자랑하지 않았다, 멋이 있다, 깨달음이 있다, 신바람이 있다"로 압축했었다.이와 같이 우리문화의 정신에 민화가 감당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에는"살을 깎아내고 피로 그린다."는 내공이 마침내 고독한 자유인의 길을 만들어 내었다.화엄경에도 "마음과 부처와 중생은 차별이 없다"고 한다.동양의 지혜 그 가운데에서도 선불교는 특별하다.자기 집중과 인내를 통해서 마음을 들여다보고 깨달음을 얻는 것, 사물을 직관으로 있는 그대로의 보는 사유가 선이다.석존이 영축산 집회에서 꽃 한송이 높이 들어 청중을 둘러 보았다. 긴 침묵이 흐르고 가섭만이 미소를 지었다. "가섭아 나는 너에게 진실의 깊이를 통찰하고 자유로운 마음, 상이 없는 참된 모습, 아름다운 실상을 밝혀 주노라"이렇게 선(禪)의 전통은 시작되었다.예술의 목표는 아름다움을 구현하고 자유인이 되는 길이다.철학자 헤겔은"예술이란 종교 및 철학과 함께 사람들의 가장 깊은 문제와 정신의 가장 높은 진리를 의식하게 하고, 또한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라고 말했다.아름다운 것에는 친구가 있다.양산 통도사 경봉스님이 장욱진에게 무엇하는 사람이냐 물었다. 선생이 까악까악 까치 그리는 사람이라 대답했다."너와 나와 대립이 없으면 자유인이다. 공과 색의 분별이 없다면 여래를 본다" 비공(非空) 거사의 선시를 주었다.참선이 무엇인가 물으면 "우리 자신, 우주, 그리고 마음을 묻는 그 마음"이라고 말한다.루오의 '미세레레' 판화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장욱진의 목판화집 판선(板禪)이 있다.청련암 암주

2018-10-12 10:45:51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 83타워에서 본 대구 근대유산

대구83타워는 불국사의 다보탑 모양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거기에는 찬란했던 신라 문화를 계승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대구라는 지명이 처음 역사 속에 등장한 것은 신라 757년(경덕왕 16)때다. 꽤 오래전 일이다. 그럼에도 대구의 옛 지명 '달구벌'이 아직도 익숙한 것은 달구벌이란 이름이 주는 친근함 때문일 것이다.오래된 도시는 오래된 이야기를 품기 마련이다. 경상감영은 옛 대구를 이야기 할 때면 자연스러운 소재로 등장하고, 대구 근대골목은 개항을 시작한 조선의 시대상과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곳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동산 병원에서 시작되는 근대화 골목과 건물들을 거닐다 보면 최근 화제 속에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주인공이 된 듯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인 구한말 우리 민족의삶 속으로 빠져든다.내가 가끔 찾는 곳은 청라언덕이다. 중학교 시절 합창부를 하면서 배웠던 동무생각의 가사에 나오는 청라언덕. 묘비에 적혀 있는 이은상 선생님이 지으신 노래 가사가 정겹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맘에 백합 같은 내동무야~~" 유년 시절의 기억이 활동 사진처럼 대구 몽마르트르 언덕 너머로 어렴풋이 떠오르고,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온다.선교사 묘역과 러시아 선교사였던 블레어 주택을 지나 3.1만세운동길에서 만나는 태극기는 3·1운동의 모태가 되었던 국채보상운동과 2.28학생의거를 떠올리게 한다. 역동적인 대한민국 근대화의 한 출발점이 대구였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타워에서 바라보면 유독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계산성당이다. 주황색의 천정과 고딕 양식의 성곽은 저곳이 근대골목의 중심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듯하다. 1960년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계산성당에서 웨딩마치를 울렸다고 한다. 육영수 여사와 팔짱을 낀 채 근엄한 얼굴을 하고 있었을 젊은 시절의 박정희 대통령 얼굴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매일신문 건물 뒤 약령시장은 대구를 처음 찾았던 2014년 혼자 길을 걸으며 한방 문화체험도 하고 향 짙은 쌍화차를 혼자 마시며 대구의 문화에 익숙해져 가야 한다고 마음 먹었던 곳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시인의 고택에서는 어려운 시기를 꿋꿋하게 헤쳐나간 시인의 단단한 마음을 엿보며 나 역시 마음을 다잡던 기억이 있다.'대구에 갈만한 곳이 별로 없다' 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김광석거리와 근대골목은 타도시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성공적인 지자체 관광 콘텐츠가 되었으며, 대구시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각종 축제들의 질과 양은 타 도시들보다 월등하기에 대구에 갈만한 곳이 없다는 말은 틀렸거나 겸손의 표현인 것 같다. 다만 도시 관광 콘텐츠들이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방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는 스토리 개발과 관광시설 간의 상호 연계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모두 힘을 모으고 더 많은 생각들을 나누어야 한다.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2018-10-11 13:50:12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온갖 화학물질이 든 '환경호르몬'

현재 많은 병의 가장 중요한 원인을 얘기하면 단연 환경호르몬이다.환경호르몬은 우리들이 사용하는 모든 편리한 제품에 들어있다. 일회용 컵, 플라스틱, 기능성 그릇, 샴퓨를 포함한 세제, 장난감, 옷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지금까지 10만 여종이 나왔고, 매년 1,000종 씩 쏟아져 나온다. 이런 제품없이 현재의 일상 생활은 불가능하다.음식물의 첨가물도 600여종이 허가되어 있고 아무리 조심해도 하루 한사람이 100여종의 첨가물은 먹고 있다. 상업화된 음식에 첨가물은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이다. 미세 먼지는 또 다른 도전이다. 온갖 화학 물질이 들어있는데 갈수록 상태는 나빠지고 있다.환경호르몬이란 가짜 호르몬을 말한다.인간의 주위 환경은 춥고, 덥고, 끊임없이 변하고 있지만 인간은 항상 균형을 유지한다. 이런 항상성 유지에 호르몬이 작용하고 있다. 인간의 생존에 호르몬은 필수적이다.음식을 소화시키고(인슐린), 흡수된 영양분으로 활동하도록 만들며(갑상선 호르몬), 어린이가 몸집을 키우고(성장호르몬), 결혼해서 후손을 낳도록 한다(성호르몬). 위기가 오면 몸을 긴장시키고(스테로이드), 긴장이 지나치면 편안히 쉬고 잠을 자도록 해준다(세로토닌, 멜라토닌).우리 몸에는 호르몬이 붙는 수용체가 있다. 호르몬이 자기한테 맞는 수용체에 붙으면 기능을 시작한다. 그런데 환경호르몬은 우리 몸의 호르몬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의 수용체는 진짜 호르몬과 환경호르몬을 구분하지 못한다. 환경호르몬이 붙으면 우리 몸은 환경호르몬의 작용을 받아서 이상한 병을 일으키게 된다.분명 몸이 쉬도록 명령을 받았는데 환경호르몬 방해로 쉬어도 계속 피곤하기도 하고, 몸의 수분이 많아서 배출하도록 명령을 받았는데 잘못된 정보로 수분 배출이 안되어 몸이 자주 붓기도 하고, 잠을 자라고 명령을 받아서 잤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피곤하고 잠이 오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은 모두 환경호르몬의 영향일 가능성이 많다.38년간 의사생활을 하면서 인간 몸의 자정 능력에 놀랄 때가 많다. 나쁜 것을 먹거나 주위 환경이 나빠도 시간만 지나면 전부 극복 해 낸 것이 인간이었다. 그런데. 지금 인간에게 이상한 병들이 증가하는 것은 둘 중 하나이다. 우리 몸의 뛰어난 자정 능력을 넘어서 환경호르몬이 몸을 휘젓고 있거나 들어 온 환경호르몬 배출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임재양 외과 전문의

2018-10-11 11:49:41

곽성철 대구 서부경찰서 경비작전계장

[기고] 대한민국은 테러 청정국가?

지난 9월 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위치한 한 스포츠클럽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 20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부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7월 시리아 남부 스웨이다 지역 곳곳에서는 자살폭탄 테러가 동시에 발생해 22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안타까운 것은 이날 테러로 인해 무고한 시민이 127명이나 희생됐다는 점이다.과거의 테러가 정치적·종교적 이익을 위해 특정인이나 단체 등에 집중(Hard·하드 테러)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현재는 민간인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를 대상(Soft·소프트 테러)으로 이루어져 목표가 광범위하고 '묻지마식'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이제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테러 관련 뉴스와 동영상을 접하고 있고 '테러'가 전혀 낯설지 않지만, 아직도 대부분 국민들은 "설마 우리나라에서?"라며 지금의 세계적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듯하다.아울러 최근 우리나라는 테러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되어 왔던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화해와 평화 모드로 전환되는 역사상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연일 매체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북한의 비핵화 행보 등을 보도하며 곧 평화가 올 것이라는 소망을 담은 기사들로 모든 국민이 들떠 있다.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이미 2015년부터 이슬람 무장단체인 IS는 한국을 테러 대상국으로 지목한 상태이고, 이들에 의한 테러가 아니더라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갑질·이성 간 혐오·흙수저 논란 등 일련의 사회문제들은 사회에 반감을 가진 자국민에 의한 자생적 테러도 언제든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테러는 1, 2명의 극소수 인원이 주변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생활필수품 등으로도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최우선이다.이에 경찰은 테러 대비 국가중요시설이나 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을 수시 점검하고, 각종 테러 발생 상황을 가정해 관계기관과 합동훈련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테러를 막기에는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만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기에 테러에 대응하는 요령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첫째, 쇼핑몰, 공항, 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은 테러 대상으로 선호되므로 방문 시 특정 장소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테러로 의심되는 상황을 발견한 경우 즉시 112에 신고해야 한다. 둘째, 테러가 의심될 때에는 정확한 위치, 테러 의심 또는 피해 상황, 현장 분위기 등을 구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셋째, 폭발물 의심 물체 또는 차량 발견 시 절대 손대지 말고 그 자리에서 신속히 대피하고 엘리베이터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 넷째, 폭발물이 폭발한 경우 즉시 바닥에 엎드리고 머리를 손으로 감싸 두개골을 보호하고 폭발이 종료되어도 연쇄 폭발이 우려되므로 조금 더 대기하다 폭발물 반대 방향으로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이상의 기본적인 대테러 행동요령만 알고 있어도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평상시 테러에 대한 관심을 가짐은 물론, 서로 감시자가 될 때 우리나라가 진정 '테러 청정국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8-10-11 11:41:19

이주형 작.

[지상갤러리] 롯데갤러리 이주형·정일영 2인전

이주형 '빛의 시선 전'학식이 깊은 분들은 평론에 맞는 글을 적절하게 인용한다. 난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오늘은 쓸 수 있다. 오후에 영화학 강의를 하면서 발터 벤야민이 썼던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가르쳤던 게 머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구가 있었다. "화가는 앞에 놓인 대상으로부터 자연스러운 거리를 유지하려는 반면, 카메라를 든 사람은 작업할 때 대상의 세세한 조직까치 파고든다. 화가가 완성한 이미지는 전체적인 상이며, 사진가의 이미지는 여러 개의 단편적인 상으로, 이런 낱낱의 영상은 새로운 원칙에 따라 다시 짜 맞춰진다."벤야민의 이런 분석은 80년 전에 나왔고, 시각 예술은 이후에 바뀐 것도 많다. 극사실주의 회화는 카메라의 힘을 빌려 기계보다 화가의 손재주가 여전히 우위에 있다는 것을 뽐냈다. 모호한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서 부분의 얼개에 얼마나 집착하는 추상단색화는 또 어떤가. 한편 사진 또한 더 이상 사진이 아닌 것 같은 뭔가가 되어버렸다. 물론 순전히 찍은 그대로의 상이 맺힌 사진만이 기록의 가치로 평가받던 시절 이전에도 예술로서의 사진을 시도한 최초의 움직임이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픽토리얼리즘(pictorealism)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딱한 사연이 깔린다. 솜씨가 그다지 없던 화가들이 예술가로 인정받기 위해서 이런저런 수를 썼다. 그들은 붓 대신 카메라를 들고 찍은 사진들을 겹치고 붙이고 여기에 또 붓질까지 더해서 사진인지 그림인지 분간이 안 가지만 좌우지간 그럴듯한 작품을 만들던 노력이 있었다.사진작가 이주형이 펼치는 세계 또한 계보를 따라가면 픽토리얼리즘에 닿는다. 그의 디지털 픽토리얼리즘은 모욕이 아니며, 그렇다고 뻔한 찬사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단색화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그림과 사진의 경계가 지워진 게 이주형의 작업이다. 이 같은 그의 사진은 한국에서 거의 첫 번째로 손꼽히는 단계에 올라 서 있다. 작가는 빛의 몰입(Light Flow)이라는 제목을 붙이는데, 이유가 있다. 그는 창문 너머에 놓인 자연을 찍는다. 왜 창에는 저마다 블라인드나 커튼도 같이 드리워져 있지 않나. 이런 가림막 때문에 창밖 풍경은 희미하게 비칠 뿐이다. 그 모든 것은 햇살에 어우러져 하나가 된다. 작가는 피사체를 앞에 두고 몇 시간 동안을 기다리며 빛의 조락을 살핀다. 시어적 표현이지만 그는 빛이 머금은 질감 안에 머문다. 그것을 몰입(flow)이라고 불러도 과하지 않다.윤규홍 (갤러리 분도 아트디렉터)

2018-10-11 10:44:39

김서윤 작 '알래스카 호수'

[내가 읽은 책]너와 나의 됨됨이에 대한 존중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역, '자유론', 책세상, 2018.

'자유론(On Liberty, 1859)'.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저서. 내년이면 초간된 지 160년이 되는데 올해 개정판이 나왔다. 19세기 유럽을 겨냥해 저술된 책이 21세기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뇌리에 꽂힌다. 고전이라는 이름이 품은 활어처럼 파닥이는 생생함이 자못 크다. 한 세기 반을 훌쩍 거슬러 올라가 자유를 말하는 밀을 만나보면 그의 삶이 주는 자유 그 자체는 더욱 큰 감동을 준다.밀은 서문에서 '자유론'을 그의 아내에게 헌사하고 있다. 부인 테일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아내의 최종 수정을 거치지 못한 저술을 그대로 출간하면서 밀은 부인과 함께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밀과 테일러는 1830년 여름에 처음 만났다. 테일러와 사랑에 빠진 밀은 이후 20년이 넘도록 사랑을 이어가고, 마침내 45세 되는 해인 1851년에 결혼을 했지만 7년 만에 생과 사로 갈라지고 만다. 무려 160여 년 전의 일이라고 상상해 보라. 밀의 자유에 대한 외침이 그의 삶으로 오롯이 울려 퍼지고 있지 않은가. 그가 말하는 자유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할 수 있는 것', 그의 삶을 누가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자유든 사랑이든.1장 머리말에서 밀은 이 책이 '의지의 자유'보다는 시민의 자유, 사회적 자유를 중심 주제로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필자는 개인의 자유의지와 사회적 자유의 두 원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한 개인이 추구하는 삶이 사회성을 띌 뿐만 아니라 어떤 원리를 담고 있으며, 반대로 사회적 자유도 개개인을 간과하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의 자유 이전에 사람의 자유로운 가치관을 말하고 싶어했다. 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그대로 한 사람의 외침이 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유를 논하는 밀이 자신의 삶으로 자유를 증명하는 것처럼, 개인이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는 삶의 실천행위와 맞닿으면서 하나로 통합되고 한 가지로 수렴된다. 그 한 가지가 밀에게는 자유라는 가치였다.3장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서 '개별성'을 들고, 다음과 같이 당대를 진단한다. "유럽을 유럽답게 만든 요인, 그것은 바로 성격과 문화의 놀라운 다양성이다. 개인이나 계급, 그리고 민족이 극단적으로 서로 다르다. 이들 각자가 엄청나게 다양한 길을 찾아 헤매면서 무언가 가치 있는 것들을 만들어냈다."(153쪽) 한국 사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늘날의 한국의 문화는 오랜 역사 속에서 외래문화를 다방면으로 수용하면서 전통과 습합되어 새로운 문화로 재창조된 결과다. 이제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흘러나가고 있다. 다양한 민족이 한국으로 와 한국인이 되었고, 생소했던 타 문화도 이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로 편입되고 있다.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가치가 바로 너와 나의 됨됨이에 대한 존중, 바로 개별성이 아니겠는가. 그러하기에 개별성과 사회성의 조화를 위해 지나치게 사회성이 강조된 사회를 경계하고 개인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는 밀의 주장이 오늘의 한국사회에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오늘의 나에게도 필요한 가르침이요 지성이 전하는 한 수가 아닌가 한다.

2018-10-11 10:24:45

안차수 경남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지역외면하는 포털]지역을 위한 포털은 없다

'기고'(GIGO·Garbage-in, garbage-out)란 말이 있다. 쓸모없는 정보를 넣으면, 쓸모없는 결과만 얻게 된다는 컴퓨터 자료 처리 용어다. 쓰레기통에 들어간 것은 꺼내도 쓰레기라는 속어이기도 하다.최근 포털뉴스를 읽으며 느끼는 감정이자 언론 현실이다. 6하 원칙 실종은 물론이고 오탈자, 비문, 설명 누락, 맥락 단절, 표절, 도용, 인용위반, 허위조작정보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포털뉴스는 차라리 언론 사각지대에 가깝다. 포털이 장악한 2018년 우리나라 디지털 뉴스의 신뢰도는 37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작년에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도 네이버와 다음의 수장들이 호출되었다. 정치권은 댓글과 편향을 질타하지만 문제는 뉴스철학의 부재이다.하루 3천만 명이 동시에 이용하는 네이버 뉴스의 철학부재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로 메인화면을 도배한 낚시성 기사와 베끼기, 짜깁기가 판치는 사이비 언론의 각축장을 제공한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네이버가 오늘날 '한국의 뉴스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인 공적 자산인 뉴스는 트래픽을 위한 도구로 추락했고, 트랙픽을 위한, 트랙픽에 의한, 트래픽의 뉴스 플랫폼으로 전락했다.지난 5월 9일 네이버는 뉴스 편집에서 손을 떼고,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뉴스알고리즘검토위원회를 발족한다는 뉴스 서비스 방향을 발표했다. 언론 생태계가 아닌 여론을 의식한 임시방편이다.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는 뉴스 플랫폼은 이윤의 사회 환원과 더불어 사회적 가치의 환원을 맹렬히 추구해야 한다. 디지털 여론 지배자의 알고리즘 재검토도 중요하지만 정작 핵심은 네이버가 생각하는 뉴스의 사회적 가치를 따져보는 일이다.그에 앞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스스로 묻는 일이다. 더 앞서, 최소한의 필요조치를 마련하고 실천하는지 되돌아보는 일이다. 이를테면, 사회적 약자 보호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가? 장애우, 여성, 노약자, 취약 계층에 대한 뉴스 윤리와 철학을 정립하고 있는가? 차별 방지의 윤리를 가지고 있는가?올 4월 정동영 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 13명이 공동 발의한 일명 '네이버-지역언론 상생법'은 네이버가 지역이라는 한국 사회의 깊숙한 그늘을 돌아보고 사회적 가치 추구의 의무를 다하라는 준엄한 요구이다.지역과 지역민은 수도권 집중의 한국사회에서 밀려났고 방향을 잃은 지 오래다. 지역경제는 무너졌고 지역언론을 비롯한 지역의 문화는 정체성을 잃고 존재의 위기를 맞고 있다.국민의 절반은 지역에 거주하지만 지역의 뉴스는 메인화면에 노출되지 않는다. 17년 째 지역민은 네이버를 차별 없이 이용했지만 네이버는 지역을 극도로 차별해 왔다. 단지 거주의 차별성 때문에 서울을 제외한 한국의 지역민은 자신의 이야기를 잊은 채 살아가길 강요당한 샘이다.포털이 위계적 권력관계를 해체하고 세상의 모든 이들을 같은 눈높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네트워크로서 기능한다면 지역언론이 생산한 뉴스가 한 줄 걸리지 않는 포털뉴스는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인권의 잔혹사는 계속될 것이다.네이버로 대표되는 한국의 포털이 지역민의 인간다운 삶을 부정하는 알고리즘과 그것이 내포하는 뉴스철학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지역민들은 네이버를 뉴스 독과점의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앞서 지역을 배제한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로 달려갈 것이다.

2018-10-10 18:25:48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배움으로 어두움을 이기자

지난 여름 대구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 호치민에서 진행되는 'From I to others '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베트남의 고아와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이 프로젝트는 그들 스스로 불안정한 자신의 몸을 더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예술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외에도 베트남, 대만, 일본의 안무가, 음악가, 프로듀서, 다큐멘터리 감독 등이 참여했다. 아티스트들은 그들의 재능과 지식, 경험을 함께 공유했다. 진행된 모든 수업과 일정은 영상으로 촬영해, 다큐멘터리로 남겨졌다.한국의 그 또래 아이들보다 더 순수한 듯한 호치민 아이들과의 수업은 그들의 좋지 못한 상황과 문화에 대한 이해에 시간이 다소 걸릴 뿐이지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시각장애인들과의 수업시간. 한두 번 시각장애인을 만나본 것이 전부인 나는 20명이 넘는 장애인들과의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있을 지도 스스로에게 의문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청각이 더 발달한 그들에게는 움직임 수업보다는 음악 수업이 더 적합한 것 같아보였다.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아티스트들은 움직임 수업이야말로 그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앞을 잘 볼 수 없는 그들은 넘어지는 일도 많고, 사물과 부딪치는 일도 빈번하다. 그렇기 때문에 움직임 수업을 통해서 근육의 이완법, 바닥을 많이 사용하는 현대무용의 움직임과 유사하게 다치지 않게 넘어지기, 넘어졌을 때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 지에 대한 수업은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며칠 뒤, 호치민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그들이 모여 사는 센터 앞에 첫 수업을 하기 위해 서 있었다. 반갑게 맞아 주는 원장님이 오늘은 참여인원이 좀 많아 30명이 넘는다고 말씀했다. 워크숍실에 들어선 나는 그들과 인사도 하기 전에 굳어버렸다. 시각장애인이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들 뿐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눈이 없는 사람, 눈알이 안에 있지 않고 밖에 있는 사람, 검은 눈동자가 없는 사람 등 여러 부류가 있다는 걸 그 순간 알게 됐다.터치가 많은 무용수업의 특성상 처음에 그들을 만지는 것이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졌다. 그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했고,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익숙한 듯이 한쪽 눈이 있거나 조금 보이는 이들이 명암을 구분할 수 있는 이들을 돕고 또 그들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 이들을 도우며 수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시각장애인들은 모든 것을 눈으로 보고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 것이고, 행복한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면서, 무용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고민도 해봤다. 워크숍을 마치고 나오는 계단에 붙어 있던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배움으로 어두움을 이기자'. 어두움은 단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2018-10-10 14:49:19

하응백 문학평론가

[광장]인구 정책, 이제 가보지 않은 길을 찾자

"아, 칵, 이장입니다. 안녕하시지라우. 어제는 금산면 청년 체육대횔 했는디, 우리 마을은 청년이 없는 관계로, 아, 출전은 못하고 술만 디지게 마싰지라요. 다 잘 계시고 이장은 추석 때 서울 아들집에 가서 없을꺼이. 아, 칵. 마을에 별 일 없을꺼구만요. 그럼 잘 계시지라우. 방송 끝."전남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 방파제에서 낚시하다가 들었던 마을 방송의 멘트다. 웃다가 고기 한 마리를 놓치고, 그 멘트의 의미를 곱씹어보았다. 체육대회에 나갈 청년조차 없는 마을…. 청년이 없으면, 결혼하는 남녀도 없고, 당연히 아이들도 없다.청년이 없는 섬이 어디 거금도 뿐일까? 섬과 같은 도서지역만 그런 것이 아니라 농촌 지역도 청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포항과 구미를 제외한 경상북도의 21개 시군도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농어촌 지역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가 전체의 출산율이 점점 낮아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베이비붐 시대에 한 해 90만 명에 이르던 신생아 수는 곧 30만 명 선으로 줄어든다. 이민을 받아들이는 등의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전체 인구는 당연히 감소하게 되어 있다.지난 10년간 정부에서는 저출산 대책에 13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했다.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가동 중이다. 하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결혼과 출산 장려금, 아동 양육수당 지급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도 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헛돈만 퍼붓는 셈이다. 차라리 인구 감소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훨씬 미래지향적이지 않을까?우리나라만큼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도 드물다. 5천만 명이 10만㎢의 땅에 살고 있다. 1인당으로 나누면 약 200㎡가 할당된다. 우리는 그 좁은 땅을 학대하고 착취하면서, 집값과 땅값이 오른다고 악다구니를 써가며, 개발과 환경보호를 양쪽에서 외치며 살고 있다. 뉴질랜드에는 대구 인구의 두 배가량인 약 500만 명이 우리나라 면적의 약 2.5배 정도 땅에서 '널널하게' 살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이나 뉴질랜드와 같이 땅덩어리에 비해 인구가 적은 나라도 얼마든지 잘 살고 있다. 국민의 행복지수는 오히려 더 높다.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지 말고, 엄청난 국가 예산을 인구 증가 대책에 투입하지 말고, 인구가 줄어들어도 잘 살 수 있도록 국가 개조 설계에 착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침 인류의 기술적 진보는 눈부신 것이어서,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각 분야의 여러 자동화 시스템은 곧 현실화될 것이기에 노동력의 부족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가보지 않은 길은 개인이나 국가나 다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인구가 감소한다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장률과 증가율의 미망(迷妄)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그 길로 가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2018-10-10 14:29:17

김주영소설가·객주문학관 명예관장

[새론새평] 농촌오지, 소멸에서 부활하기

日 외딴섬 나오시마 재생 작업 성공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세계 명소로문화 예술만이 발걸음 되돌리게 해문화가 분산됨으로써 경제도 분산농촌 인구의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 오지 마을에는 하루가 다르게 빈집과 폐교가 늘어난다. 젊은이들은 떠나고 새우등진 노인네들만 남아 유모차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니면 사래 긴 밭에 씨앗을 박거나, 과수원의 풋과일을 솎아낼 엄두조차 못한다. 소멸을 앞두고 있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이름이 가시지 않고 우리들 주위를 유령처럼 떠돌아다닌다.가까운 이웃인 일본은 인구 노령화와 농촌 공동화를 먼저 겪고 있는 나라다. 그런데 그들은 농촌의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날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우선 일본의 외딴섬인 나오시마의 경우를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섬은 구리제련소의 폐기물로 가득해서 버려진 곳이었다. 그러나 1989년부터 시작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기 시작했다. 마을 곳곳에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안도 다다오의 설계, 되살린 전통 가옥, 세계적인 작가의 조형물을 이 섬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나오시마는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세계 7대 명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섬이 거둔 눈부신 성과는 문화가 분산되어야 경제가 분산된다는 놀라운 가르침이다. 일본의 또 다른 오지 마을인 에치코 쓰마리 지역에선 3년마다 한 번씩 대지의 예술제가 열린다. 하찮은 흙도 모아서 다듬으면 훌륭한 전시품이 된다는 것을 이 예술제는 보여준다. 2015년의 예술제에는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이 오지 마을에 모여들었다. 더불어 약 50억엔의 경제 효과도 거두었다. 일본의 오지에 숨어 있는 작은 마을 곳곳에는 갖가지 문학관과 박물관이 문을 열고 있어 지역 경제를 되살리고 있다. 이들 사례에서 보듯이 빼어난 자연에 예술의 옷을 입히고, 스며드는 예술을 지향한 결과 막대한 재생 에너지를 얻어 낼 수 있었다.소설 속에 등장하는 허구의 장소를 실제로 존재했던 장소로 둔갑시켜 관광명소로 만든 사례도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연인들이 가진 감성여행 곳곳을 실제로 있었던 사실처럼 꾸며서 관광 상품화해 성공한 것이다.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일주일 정도 체류했었던 설국의 여관방을 지금까지 그대로 보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와 관계가 없었던 게이샤 이야기까지 꾸며내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효과도 거두었다. 이야기를 만들어 관광상품화한 사례다. 자랑스러운 것만 관광 상품화 되는 것은 아니다. 체코의 프라하에는 카프카의 누나가 살고 있던 초라한 가옥과 누추한 골목길을 그대로 보전해서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중국의 쓰촨성에는 참혹했던 지진으로 쑥밭이 된 학교 건물과 부서진 교량을 고스란히 보전하여 재해지역의 참혹상을 역력하게 보여줌으로써 역발상의 관광 상품화를 노려 성공하고 있다. 그냥 두어도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제주도에도 크고 작은 50여 개의 미술관과 문학관과 박물관이 들어서 있고, 지금도 부지 대여와 같은 편의를 제공하는 등 희생적인 노력을 기울여 제주도의 쇠락을 사전에 차단한다.이런 성과들을 거두려면 먼저 지역 주민들이 개인적인 이익에 집착한다든지, 문화 예술에 대한 배타적 혹은 냉소적인 반응이 지속된다면 농촌 재생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하거니와 문화 예술만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고, 문화가 분산됨으로써 경제가 분산된다는 결과는 제주도를 비롯해서 일본 오지 섬의 재생 프로젝트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없는 소매를 흔들 수는 없다." 일본인들 사이에 회자되는 속담이다.

2018-10-10 14:25:13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십대 올인 사회

스포츠·연예계 대중 인기 높을수록모든 운명 스무살 이전 성과로 결정성공 위해 '모 아니면 도' 선택 요구돼승자독식 경쟁 사회는 미래가 암담보통 사람은 자기에게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는 줄 모르고 평생을 산다. 뒤늦게 알아서 대기만성을 이루는 이도 있지만, 대개는 취미 정도로 만족한다. 일찍 시작해서 이미 상당히 이룬 자를 따라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그런데 일찌감치 특출한 재주를 드러내면, 자의든 타의든 평범히 살 수가 없다. 빨리 이뤄야 한다. 프로 선수 혹은 국가대표가 되거나, 굴지의 상을 받거나, '스타'의 반열에 올라야 한다. 최소한 그런 대목으로 주목 받아야 한다.천재의 부모는 가늠해야 한다. 이 놀라운 재능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성공 가능할지. 흔히 공부하는 재능 즉, 국영수과 문제 잘 푸는 능력이라면 고민이 없을 텐데, 스포츠·예술·문학·예능·게임 재능이라니!아무리 특출한 재능이라도 특출한 재능끼리 모이면 순위가 매겨진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바둑 1급의 경지에 도달하면 엄청난 천재일 테다. 그런 아이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한국기원 연구생'이 될 수 있다. 청소년 시절 내내 '연구생'끼리 경쟁하여, 다시 극소수가 '프로'가 된다.걸그룹이나 보이그룹이 되고자 하는 엄청난 가무 천재들이 있다. 이 중에 기획사 오디션에 통과하여 수련생이 되는 아이들은 극소수다. 이 극소수 중에 또 극소수만이 데뷔에 성공한다. 데뷔한 누구나 '방탄소년단'이나 '소녀시대'를 꿈꾸겠지만 그런 성공은 또다시 극소수만 가질 수 있다. 무수한 천재가 야구 축구 재능을 인정받아 경쟁하지만 프로선수 드래프트에 선발되는 아이는 극소수다. 차선인 대학 선수가 되는 것도 극소수다. 이 재능들처럼 십대 때 데뷔하거나 두각을 나타내지 않으면 암담한 분야가 꽤 많다. 특히 대중의 인기가 드높은 스포츠·연예 분야일수록 모든 운명이 스무 살 이전의 성과로 결정된다.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조기에 발현되는 특출한 재능은 모 아니면 도의 선택을 요구한다. 무조건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올인하거나 아예 시작하지 말거나. 아이만 올인해야 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함께 올인해야 한다. 금수저 집안이라면 취미로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나, 보통 가정은 집안의 모든 것을 거는 도박에 가깝다. 차라리 이러저러해서 가능한 한 빨리 포기할 수 있으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이제 발을 뺄 수도 없다. 갈 데까지 가보는 수밖에. 별다른 재능이 없어 국영수과만 했던 아이들은 어찌 됐든 대학의 길이 있지만, 남다른 재능 때문에 국영수과를 등한시하고 그 재능에 올인했던 아이들은 대학의 길조차 희미하다.각계각층에서 조기 발굴한 재능들이 '공부도 하는' '인성도 겸비한' 성공이 되도록 여러 가지로 애쓰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최고가 되고 일부가 상위권이 되고 소수가 대학에라도 갈 수가 있고 다수는 암담한 이십대를 맞이하는 승자독식 경쟁 시스템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이들에게 그따위 빛깔 좋은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마침내 뭔가 돼도 끝이 아니다. 청춘 스타들은 끝없이 누가 최고인가 경쟁해야 하며 경쟁력을 상실하면 가차 없이 버려진다.특출한 재능을 갖고 있어도 편한 경우가 있다. 장기를 잘 두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아시안게임 종목이 아니니 메달 따서 군대 안 갈 가능성 자체가 없고, 장기만 둬서 먹고사는 프로기사가 단 1명도 없고, 장기 재주로 갈 대학도 없고, 게임스포츠 같은 엄청난 장기대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있는 장기대회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언론에 기사 한 줄 안 나고, 그 어떤 부모가 장기 재능에 올인하도록 내버려두겠는가. 아이 스스로 크게 바랄 것이 없으니 취미 정도를 벗어나지 않고, 부모 또한 기대할 것이 없으니 공부 안 하고 쓸데없는 짓 한다고 야단이나 친다.감사하지 않은가. 특출하지 않은 것이, 특출하기는 하지만 아무도 별다른 취급을 해주지 않는 재주를 가진 것이. 하나 특출한 아이들이 재주에 올인하는 것과 평범한 아이들이 국영수과 문제풀이에 올인하는 것이 뭐가 다를까. 재능이 있든 없든 어릴 때부터 줄 세우고 박 터지도록 경쟁시키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암담하다.

2018-10-10 11:40:37

임성희 경북도 해양수산국장

[기고] 울릉도·독도는 평화의 발신지

10월이다. 남은 것보다 써버린 것이 더 많은 시절, 마음이 바쁜 만큼 공허한 계절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힘들 때 훌쩍 떠나고 싶은 곳이 있게 마련이다. 고향이든 명승지든 그도 아니면 뒷산이라도.내게는 울릉도가 그런 곳이다. 이 가을날, 성인봉 너머 신령수길은 느티나무와 당단풍나무가 그려내는 노란색의 향연이다. 꽃보다 눈부신 색채의 신비도 그러하려니와 아름드리 고목이 뿜어내는 고태미(古態美)는 쉽게 접하기 힘든 경험이다. 10월 신령수길을 걷는다면 누구나 자연이 베푸는 은총을 은연중에 깨닫게 될 것이다.신령수길이 가을의 길이라면 봄의 길은 내수전 둘레길이다. 저동 내수전에서 출발하여 섬목까지 이어지는 3.8㎞의 트레킹 코스를 걷는다면 울릉도에서 제대로 봄맞이를 하는 것이다. 갓난아기 손 같은 고비나 도깨비고비 숲속에서 새싹을 내는 수백 년 묵은 섬잣나무와 동백나무의 물결은 초록의 절창이다. 그 고목들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청록의 바다색은 울릉도만이 그려낼 수 있는 명작이다.누가 뭐래도 울릉도 관광의 백미는 독도다. 지난번 독도에 갔을 때, 시시각각 그 빛깔을 달리하는 섬의 자태는 실로 감동이었다. 독도를 '애국의 아이콘'으로가 아닌 풍광으로만 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묘한 형태의 촛대바위, 삼형제굴바위, 한반도바위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이들 독도의 아름다운 풍광의 경탄에는 내·외국인이 따로 없었다. 유럽의 젊은이들도 '원더풀'을 연발하며 셀카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독도는 축복의 섬이다.울릉도와 독도, 하늘이 내린 자연은 사계절, 오감 만족의 여행지임이 틀림없다. 굳이 이런 개인적인 느낌만이 아니라도, 울릉도·독도 관광자원의 수월성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2012년 세계적 권위의 먹을거리 정보지 '미슐랭 가이드'는 화산섬 울릉도의 울창한 숲과 기이한 절벽, 아름다운 바다 풍광은 훌륭한 산책 코스라고 소개했다.10월은 독도의 달이다. 그러나 올해 독도의 달은 예년과 달리 전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경상북도는 지난달 27일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울릉도와 독도를 국제자유관광지대로 만들어 동해안 해양관광 거점으로 남북한 관광협력의 전초기지로 키운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독도 체험행사를 활성화하고 국제크루즈 유치 등 국제자유관광지대 조성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이미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설계는 완성되었다. 전 울릉 군민의 숙원이던 울릉일주도로도 장장 55년간의 대공사를 마치고 11월 27일 개통을 앞두고 있다.동해의 새 역사 쓰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울릉도와 독도가 동북아 해양관광 플랫폼이 되면 전 세계인들이 신령수길을 걷고, 섬목 동백길을 트레킹하고, 나리분지 눈밭을 거닐며, 독도에서 '김치'를 외칠 것이다. 그때, 동해는 더 이상 '소란스러운 바다'가 아닌 '고요의 바다'일 수밖에 없다. 독도의 달을 맞아 울릉도와 독도가 이 시대 진정한 평화의 발신지가 되기를 소망한다.

2018-10-10 11:23:00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공순이 비가(悲歌).

고려 공민 왕 때 삼우당 문익점 선생이 원나라서 갖고 온 목화씨를 경남 산청면 사월리 배양마을에 살던 장인 정천익이 시험재배에 성공하고 베도 한 필 짠다. 그러나 대량 생산된 곳은 경북의성이다. 조선 태종 때 삼우당의 손자 승로 선생이 의성현감으로 부임하여 금성면 세오리에 면화를 많이 심은 후 실용성 있는 베가 만들어 진다. 대구가 섬유도시로 커진 것은 일제시대부터 지만 시작은 조선조부터라고 할 수 있다.1905년 '추인호' 사장이 인교동에 족답기 20대로 '동양염직소'를 설립한다. 이 때부터 대구의 섬유생산의 공장화가 시작된다. 동양염직소가 달성동으로 옮겨지면서 달성동과 비산동 일대는 직조공장 단지가 조성된다. 1917년부터는 여공도 대량 채용되기 시작하고 1920년이 되자 달성공원 부근에는 20여개의 직조공장이 생겨간다."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 흰구름 솜구름 탐스런 애기구름, 짧은싸스 짧은 치마 뜨거운 여름, 소금땀 비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미싱은 잘도 돌아가네." -노래를 찾는 사람- '사계'공순이들은 땀 속에 헤엄치고 노래는 매끄럽다.기원전 2천년경 "아내가 짠 세초(細草)가 있으니 이 것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 좋겠습니다, 하고 임금에게 비단을 바쳤다. 임금은 비단을 사용하고 남는 것은 창고에 두고 국보로 삼았다."세오녀가 짠 비단을 연오랑이 임금에게 바쳐 제사를 지내고 나머지는 국보로 삼았다는 기록이 삼국유사 '연오랑 세오녀' 편에 실려 있다. 우리나라는 삼한시대부터 견직물을 생산하였고 신라시대에는 마직물과 견직물 생산이 활발해진다. 경주의 배후도시였던 대구도 이 무렵부터 비단생산의 시작이 된다. 비단이 공장단위로 대량 생산되는 것은 1918년에서 1920년 사이다. 일본인들이 설립한 '이다주', '가다포', '조선제사' 등이 생기며 대구는 성주, 군위, 예천지역에서 원료를 들여와 양질의 생사를 만들어 일본으로 수출되고 중하품은 시중으로 흘러나와 '동양 염직소'가 명주를 생산하게 된다. 1943년부터 1,700여 대의 직기가 명주의 대량 생산을 시작하게 된다."저기 가는 저 각시 공장에 가지마소, 한 번 가면 못 나오는 저 담장이 원수라오, 가고 싶어 가는 가요? 목구멍이 원수이지, 이내 몸 시들거든 사다리나 놓아주소," -전래 노랫가락.생사공장 여공들의 한 맺힌 노래다.일제 강점기 대구에는 '가다쿠라', '대구제사'와 '조선생사' 등의 국내최대의 3대 생사공장이 있었다. 생사는 미국으로 수출되어 한 해 약 400만원의 거금을 벌어들었다. 세 곳의 생사공장 여공을 약 2,200여명이 있었는데 20%가 대구, 달성 출신이고 80%는 군위, 경산, 칠곡, 선산, 김천, 청도, 상주, 밀양 등지에서 온 15세에서 18세의 어린 처녀들이었다.끓는 물에 고치를 삶아 번데기를 빼내고 남은 고치로 실을 뽑는다. 제사를 위해 여공들은 하루 종일 끓는 물에 손을 넣어야 하니 살이 짓무르고 벌건 살점이 들어났다. 김에 뜨고 더위에 달아 얼굴은 항상 푸석푸석하다. 하루 14시간 일하고 쉬는 시간은 점심 먹는 15분뿐이었다. 어린 공순이들이 가족봉양을 위해 한번 가면 못 나올 수도 있는 화탕지옥(火湯地獄)에서 목숨을 건 고달픈 일을 하루 종일하였다.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8-10-09 19:50:16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장하빈의 시와 함께] 모든 열매는 둥글다 박지영(1956~ )  

그는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하고밤하늘 별 한 번 세어보지 못하고네모 방에서 일어나 네모 빵을 먹고 네모 대문을 열고 네모 엘리베이터를 타고 네모 버스를 타고 네모 지하철을 갈아타고 네모 회사건물에 들어가 네모 책상에 앉아 회의를 하고 네모 컴퓨터를 보고 네모 스마트폰을 들고 네모 책을 보며 허공에 네모를 쌓아 올리다가 해가 지면 네모를 타고 네모 집에 돌아와 네모 침대에서 네모 꿈을 꾸며 서서히 네모가 되어간다이 시대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포스트모더니즘은 사각사각 각을 세운다그러나 모든 열매는 둥글다―선집 『詩, 희망을 노래하다』 (대구시인협회, 2016)* * ** * ** * ** * *'천원지방'(天圓地方)이란 말이 있다. 중국 진(秦)나라 때의 《여씨춘추전》(呂氏春秋傳)에 나오는데,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의 뜻이다. 다시 말해, 하늘의 덕성은 원만하고 땅의 덕성은 방정하다는 의미이다.네모 방, 네모 빵, 네모 대문, 네모 엘리베이터, 네모 버스, 네모 지하철, 네모 회사건물, 네모 책상, 네모 컴퓨터, 네모 스마트폰, 네모 책, 네모 상상, 네모 차, 네모 집, 네모 침대, 네모 꿈, 네모 인간형…. 온 지상이 모난 세계다. 땅의 덕성인 방정함을 한참 지나쳤다. 현대인은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하고" 각박하게 살아간다. 각을 세운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무엇인가? 이성과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난 현대사회의 모난 얼굴이다."모든 열매는 둥글다"는 것은 지상에 뿌리를 내리고 있되 천상에 열매를 매달기 때문인가? 둥근 열매는 하늘의 원만한 덕성을 고스란히 지녔다. 천상의 열매가 담기는 접시나 소반도 둥글다. 둥근 보름달 아래 둥근 얼굴로 둥근 밥상에 둘러앉아 둥근 고봉밥 먹으며 둥근 미소 지어 보자.

2018-10-09 19:49:02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기고] 대구 공항 통합 이전, 기본으로 돌아가자

대구공항 통합이전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추진 동력은 떨어지고 어쩌면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든다. 포기할 경우 예상되는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구경북 지역의 '인사 홀대' '예산 홀대'에 이어 새로운 '신공항 홀대' 사례가 될지 모른다.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대구공항 통합이전 사업을 보니 매우 안타깝다.현재의 대구공항 통합이전 사업을 보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든다. 사업 추진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하여 이해관계자는 물론 지역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이나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 다수의 시민단체와 많은 시민들은 지금도 공항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당연히 지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번 대구시장 선거에서 여당 후보자는 물론 다수의 야당 후보자들도 반대했다. 권영진 시장 혼자서만 통합이전을 주장하였다.공항 이전 관련 주무 부처의 추진 상황이 매우 지지부진하다는 점이 제일 문제다. 대구시는 물론 국방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중앙행정기관의 추진 의지나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군사공항 이전과 관련, 국방부는 3월 중 이전 부지 관련 회의를 한 것 외에는 가시적인 진전 사항이 없다. 국토부도 공항 이전의 대부분이 군사공항 관련 사항이라 미온적이다. 부지가 최종 선정되지 않은 이유로 2019년도 정부 예산에 대구공항 통합이전 관련 예산은 한 푼도 반영돼 있지 않다. 대구공항 이전을 두고 대통령 주재 회의 한 번 한 것도 없다. 공항 이전 관련 대통령 지시 사항 하나 없다. 제대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필자의 대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까지 추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지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지금도 대구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단체나 시민들이 많다. 추진 목적과 타당성, 애로 사항을 진솔하게 설명하고 반대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지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중앙행정기관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둘째, 행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계획대로 2020년에 착공하려면 올해 부지가 선정되고 내년도 중앙부서 예산에 기본용역 사업에 필요한 재원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야 한다. 기본용역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최소한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이 정부가 끝나는 시기에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 내릴 수도 있다.셋째, 대구시장이 직접 나서서 대통령에게 대구공항 통합이전 관련 특별보고를 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줄 것을 건의해야 한다.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에는 대통령의 힘이 실려야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된다.넷째,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이다. 수많은 지적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구공항을 통합이전하는 것이 과연 가장 좋은 방안인가? 다수의 불만을 어떻게 해소하며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많은 사람이 주장하는 대로 군공항만 이전하고 민간공항은 그대로 두고 확장하는 방안은 실천 불가능한가?이러한 점을 종합하여 백지 상태에서 재검토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사전 검토 부족, 법적 행정적 절차적 미흡, 공론화 결여, 경제적 효과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점에서 재검토하면 체면을 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공항이전이 백지화될 때 날아오는 비난이나 후폭풍을 생각하면 지금도 늦지 않다.

2018-10-09 17:20:02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KAIST 공학박사

[경제칼럼] 프라운호프 정신으로 지역 기업을 살리자

半官半民 프라운호퍼 응용과학硏제조업 강국 독일 산업기술 이끌어지역 연구기관들 기업에 도움 안 돼일정 비율 지역 과제 할당제 실시를독일은 최고의 제조업 강국이며 4차 산업의 중심 국가이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프라운호퍼(Fraunhofer) 연구기구(이하 프라운호퍼)가 있다. 프라운호퍼는 약 2만5천 명의 직원이 약 3조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유럽 최대의 응용과학연구소이다. 프라운호퍼는 방위 및 보안, 정보통신, 생명과학, 광학 및 표면처리, 소재 및 부품, 전자공학, 생산기술, 연구혁신 등 총 8개 그룹, 72개 연구소로 구성되며, 각 연구소는 전문 연구 분야가 특화되어 있다. 민간 수탁 및 공공 과제가 전체 위탁연구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연방정부 및 주 정부에서는 30% 정도만 지원받고 있다.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실용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산업체의 니즈(Needs)에 부응하는 연구 능력이 탁월하다. 반관반민(半官半民)의 운용 방식으로 독일의 산업기술을 리드하고 있는 것이다.2017년 국가 R&D 예산 19조3천927억원 중 정부출연연구원(이하 출연연)에서 40.7%인 7조9천억원을 사용하였으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5개 출연연의 평균 정부출연금 비율은 45%에 달한다. 출연연 중에서 한국형 프라운호퍼에 해당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재료연구소의 2014년 평균 민간 수탁 비율은 14.3%에 불과하였다. 프라운호퍼처럼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실용기술 개발 능력을 키워 산업체를 리드해 갈 수 있는 연구 환경과 연구 시스템 조성을 위해 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다.대구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5개의 출연연 지역본부, DGIST,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 8개 기관이 입주해 있다. 또 대구테크노파크,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등 기업 지원기관이나 대구기계부품연구원,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 지역 기반 연구기관이 11개나 있다. 경북에도 19개의 지역 기반 지원기관과 연구소가 있다. 대구경북에 40개 가까운 기관이 기업을 위해 설립되어 있으니 숫자로만 보면 프라운호퍼 못지않다. 그런데 왜 지역 기업의 경쟁력은 나아지지 않고 있을까?출연연 연구원은 3책 5공(과제 책임자로 3개, 동시에 수행하는 과제 5개)에 묶여 연구비가 많은 국책 과제 수주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실용기술 개발 과제는 연구비 규모가 작아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구경북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설립한 출연연이 지역 기업들에는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일 뿐이다.방법은 있다. 지역에 위치한 출연연 연구원이 수행하는 연구과제의 일정 비율은 무조건 지역 기업을 위한 과제로 수행하게 하면 된다. 지역 과제 할당제를 실시하면 된다.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한 지역 기반 연구소는 대부분 수십 명 정도의 소규모 연구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출연연이 박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반면 지역 연구소는 박사 비율이 높지 않다. 출연연에 비해 보수가 낮고 연구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우수한 연구인력을 뽑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소액의 예산만 지원하면서 많은 것을 요구하는 지자체는 연구원들에게 엄한 시어머니로 비친다. 지역 연구소는 영세한 기업들에게 과제를 따주는 통로 역할은 잘 하고 있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에 대한 기여는 높지 않다. 지역 연구소의 이름만 보면 분야가 전문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연구 분야는 중복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지역 기반 연구소는 작지만 강한 연구소가 되어야 한다. 전문 분야를 두고 지역 연구소가 연구 분야 빅딜을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연구원들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고 연구개발 능력을 키워 기업을 리드할 수 있다.

2018-10-09 15:54:14

[매일춘추]자란다고 아프다

흔히 어르신들은 심한 감기같은 질병으로 아픈 아기를 보며 두발 동동거리는 어린 부모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란다고 아프다!". 나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님께 여러 차례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정말 신기하게 맞았다. 심한 감기를 앓고나면 기어다니던 내 딸은 두발에 힘을 주며 일어섰고, 또 아들은 생애 첫 걸음을 떼었다. 정말 자란다고 아픈거구나!또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있다. 뜨거운 사랑 끝에 이별을 경험해 본 사람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아픈 가슴이 있다는 건 그 만큼 뜨거운 심장을 가졌다는 증거야"라고 첫 사랑의 아픔을 겪는 후배에게 토닥이며 해준 말이다. 정말 자란다고 아픈 거였다!그런데 나도 내 아이들처럼, 내 후배처럼 최근 들어 이곳 저곳이 아프기 시작한다. 젊은 날 놀면서도 밤을 지새운 적이 없는 내가 어느날 갑자기 별일도 없는데 잠 못 이루기도 하고, 감기가 걸리면 한달씩 간다는 부모님 말씀처럼 여러 날 병원에 다녀도 감기가 잘 낫지 않는다. 나도 자란다고 아픈걸까?나보다 두 서너 살 많은 지인은 늘 손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예쁘게 화장하고 공식석상에 가지만 연신 흘러내리는 땀방울 때문이다. 더군다나 추운 겨울이라면 그 민망함은 최고조가 된다. 많은 중년 여성들이 우울증과 관련하여 약물복용을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더군다나 이런 변화는 단지 여성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상담실에 찾아온 중년 남성들은 요즘 자신들이 이상하다고 토로한다. 왕년에 잘 나가던 그 남자는 어디로 갔는지 지금의 중년남자는 드라마 시청에 갑자기 눈물이 나고, 후배들에게 저하된 업무능력을 들키지 않으려 노심초사하며 지낸다. 갑자기 나는 왜 이럴까? 남들이 흔히 말하는 여성 호르몬이 많이 생겨서 그럴까? 예전에는 거뜬이 해낸 일들이 자신이 없어지고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않아 긴장까지 한다. 그리고 아무일 없는 듯 또 아침이면 묵묵히 출근한다.갑작스레 체감하는 노화현상은 성인이 된 지 20년이 지난 중년기에게 적지않은 당혹감으로 다가온다. 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어느날 낯설어지는 느낌 그게 바로 중년기이다. 정말이지 신체적 변화와 심리적 변화가 동시에 찾아와 격동하는 '제 2의 사춘기'란 표현이 확 와닿는다. 그러나 불행히도 중년기의 힘든 상황에 대한 위로와 격려는 대학입시 속에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야 하고, 사춘기 자녀만큼 당혹스런 경험은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듯 상담실에 와서 겨우 하소연할 뿐이다. 왜 이들은 아픔을 숨겨야만 할까?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처럼 당당히 아프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지시라도 받은 걸까? 내 생각에 그건 노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노화는 자라는 성장이 아니라 퇴화되는 소멸로 보기 때문이다.'반백년을 살아온 어느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어느날 자궁에 병이 생겨 자궁적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 전날 밤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모여 내일이면 사라질 자궁과 이별의식을 치렀다. 딸 둘! 아들 하나! 열 달동안 잘 품고 튼튼히 나아줌으로써 이제 자궁의 역할을 다 한 것에 대해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그녀의 늘어진 배 위에 가족들은 따스한 손을 얹고 고별인사를 나누었다. 이제 내일이면 임무를 완결하고 떠나는 자궁에게 말이다.이처럼 노화는 소멸이 아니라 완성되기 위한 자람이다. 소멸되고 퇴화하는 아픔으로 참고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라서 완성되려 아픈 것이다. 우리 모두는 예외없이 자신의 생명을 완성하는 그날까지 모두 자란다고 아프다. 중년기도 자란다고 아프다!.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2018-10-09 10:43:46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분위기 전환, '막간을 이용해서'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 가운데 '막간을 이용해서'라는 표현이 있다. 전·후반을 구분하는 경기 사이, 프로그램들 사이 틈새시간을 이용해서 뭔가를 시도할 때 우리는 '막간을 이용해서'라고 운을 뗀다. 심각하며 지루한 어떤 일을 잠시 접었을 때,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막간을 이용해서'라고 말을 시작하면 듣기에 기분이 상쾌하다. 무엇인가 재미있는 일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막간을 이용해서 하는 말들은 대체로 좋은 정보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일종의 분위기 대전환이다.물론 원래의 표현대로 오페라나 연극 같은 공연예술 장르에서 막과 막 사이를 가리킬 때도 '막간'이라고 한다. 실제로 오페라를 구분하는 용어 중에 '막간극'(幕間劇)이 있는데, '인터메조'(intermezzo)라고도 한다. 메조 소프라노나 메조 포르테 등의 음악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어에서 메조란 절반을 뜻한다. 막과 막 사이를 인터메조라고 하며, 나아가 막간극, 또는 간주곡도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막간극 인터메조는 역시 그 출발에서부터 분위기 전환이 목적이었다. 17, 18세기 길고 지루한 오페라가 주로 유행이었던 무렵,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막간극을 끼워 넣었다. 그런데 이 막간극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배경도 있다. 상큼하고 재미있는 막간극을 보기 위해 지루한 오페라를 견뎠다는 이야기다. 훗날 막간극은 '오페라 부파' 즉 희가극으로, 한 발 더 나아가 '오페레타', 그리고 '뮤지컬'로 발전해갔다.막간극으로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가 내일 무대에 오른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통해 소개될 소극장 오페라로서, 페르골레지의 '마님이 된 하녀'가 그 대표작이다. 대담하고 영리한 하녀가 주인을 쥐락펴락하다가 마침내 마님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내용으로, 가벼우면서 풍자가 넘치는 매력이 있어 기대된다.지난달 14일에 시작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절반이 넘어 지나갔다. 개막작 '돈 카를로'에 이어 창작오페라 '윤심덕, 사의 찬미'까지 전석 매진의 열기 속에 숨가쁘게 달렸다. 매번 무겁고 진지하기만 하면 탄력이 떨어지기 쉬우니, 실상 더 중요한 것은 그 사이의 어느 시간일 지도 모르겠다. 막간에 기쁨과 휴식을 주는 인터메조처럼 우리네 바쁜 일상 역시 오페라와 함께 잠시 쉬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8-10-08 14:50:45

이미나 한글작가

[기고] 한글사용설명서

"한글 작가가 무슨 뜻이에요?" 명함을 전할 때마다 받는 질문이다. '아름다운 한글, 올바르게 쓰는' 한글 작가가 된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2016년 11월. 원하던 잡지사에 갓 입사했을 때다. "자료 조사 좀 디테일하게 해." "스케줄 컨펌받았니?" "시간이 타이트해. 스피드하게 하자." 미국인지 한국인지 모를 대화가 공기를 떠다녔다. 혼란스러웠다.하루는 기사 마지막 교열을 보던 중이었다. 영어 '크리미'(creamy)가 번역되지 않은 채 그대로 실려 있었다. 맥락을 파악해 '거품이 풍부한'으로 순화하기를 상사에게 건의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비경제적이고 뜻이 와닿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언제부터 그들은 모국어보다 외국어에 더 익숙해졌을까.기자란 본디, 글로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직업이기에 적확한 문장과 올바른 표현을 위해서는 말글살이도 바람직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신념을 지킬 수 없었고 난 4개월 만에 잡지사를 나왔다. 그날을 계기로 나만큼은 한글을 올바르게 쓰겠노라 다짐하게 되었다.사명감 탓일까. 글쟁이 유전자 탓일까. 언제부터인가 티브이(TV) 속 자막 한 줄, 대사 한마디 그냥 흘리지 못한다. 날마다 심해지는 외국어 혼용과 난무하는 신조어, 그사이 망가지고 일그러지는 한글을 마주할 때면 호흡마다 안타까움과 비통함이 섞여 나온다. 설상가상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 시선을 끌기 위해 앞다투어 한글을 짓밟아대는 방송을 목격할 때면, 깊은 좌절에 고개가 풀썩 꺾이곤 한다.그러던 중 글 쓰는 사람으로서 꼭 이루어야 할 목표가 생겼다. '올바른 한글 전도사'가 되어 방송 피디(PD)와 작가에게 바른 한글 사용법과 우리말 가치를 교육하는 일이다. 명함을 판 지 겨우 2년이지만, 지금처럼 한글을 아끼고 보듬어 나간다면 분명 기회가 오지 않을까. 티브이와 라디오에서 아름다운 한글이 투명하게 흘러나오는 광경을, 오늘도 상상해본다.10월 9일, 한글날이다.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제 뜻을 글로 써 펴지 못하는 불쌍한 백성을 위해' 세종대왕 주도로 스물여덟 자 '한글'이 탄생한, 역사적이고도 기념비적인 날.미국 메릴랜드대학 로버트 램지 교수는 매년 우리나라 한글날에 맞춰 탄생을 축하해왔고 '총, 균, 쇠'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격찬한 바 있다. 그뿐일까. 1997년 유네스코는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 외에도 창제자와 창제 시기, 제작 원리와 철학이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는 문자는 세계에서 한글이 유일하다며 '훈민정음'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해 그 가치를 기리고 있다.그런데 정작 우리는 어떨까. 외국어만 높게 평가하는 사대주의에 파묻혀 우리글이 지닌 위대함과 편리함을 모른 체하고 있지는 않은가. 올해로 한글날은 572돌을 맞는다. 말하고 듣고 쓰는 언어생활을 윤택하게 해줌은 물론이요, 생각하고 사유하며 삶을 배워가는 데 더없이 큰 도움을 준 우리말 '한글'에 감사를 표해보자. 우리말과 글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아름다움을 감상해보자. 오늘만큼은 그래 보자.

2018-10-08 11:22:31

김일광 동화작가

[에세이산책] 고구마 추수

고구마를 캤다.봄날, 읍내 장에서 모종 한 단을 샀다. 모종 파는 젊은이는 말끝마다 "아버지요!"라며 살갑게 다가오곤 했다. 그래서 모종은 꼭 그 젊은이에게 샀다. 그런데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그는 모종을 팔면서 키우는 방법까지 일러주었다. "심은 지 100일 뒤에 캐세요. 더 두면 심이 생겨요. 일찍 캐면 전분 형성이 되지 않아서 당도가 떨어진답니다." 흙 만지는 재미로 농사를 하는 나는 그의 가르침이 다디단 지식이었다. 모종 심은 날에서 100일 뒤에 다가올 날짜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려두었다.오랜만에 찾아온 손주들과 고구마 밭에 들어갔다. 손주들에게 구경시키려고 동그라미 날짜를 조금 미루어 두었다. 푸른 잎과 줄기가 밭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비료와 농약을 한 번도 주지 않았는데도 잘 자라 주었다. 양파 사이에 심었는데 자리 탓인지, 양파 세력에 눌려서인지 처음에는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자람이 무척 더디었다. 양파를 뽑아내고 난 뒤에는 그나마 제자리를 잡는 듯했으나 이어진 무더위 탓에 낮이면 비실비실 마르기까지 했다. 새 잎과 줄기를 만들어 뻗어나가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일은 해 질 무렵에 물이나 뿌려주는 게 고작이었다. 다행히 더위가 숙지막할 무렵부터 뒤늦게 힘을 얻은 고구마는 쑥쑥 자라서 밭을 덮었다. 그런 게 불과 한 달여를 지났을까. 100일이 되었다.그 한 달여 만에 땅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땅을 헤집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팔뚝만 한 고구마들이 마치 꺼내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을 불쑥불쑥 드러냈다. 걸음마를 막 벗어난 손주들은 하나씩 들고 낑낑대며 날랐다. 한 포기를 캐낼 때마다 환호가 이어졌다. 그야말로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긴 놈들이 땅 위로 올라왔다. 손주들의 '우와! 우와!' 내지르는 환호와 어울려 텃밭은 온통 축제를 연출하였다.달게 먹었던 고구마가 땅에서 올라온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손주 녀석들은 여전히 고구마를 하나씩 껴안고 깔깔댔다. 새삼스럽게 고구마처럼 훌쩍 커버린 손주들의 모습이 다가왔다.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이런 기쁨과 행복감을 주다니 놀랍고 신기했다. 모든 생명의 변화가 바로 신비라는 사실이 크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게 아니었다. 하늘과 햇살과 땅, 그 속을 흐르는 물과 그 위를 떠도는 맑은 공기가 뭇 생명을 끊임없이 도와주고 있었다. 자연이 내미는 손길이었다. 세상이라는 소쿠리에 가득한 생명의 신비가 놀라웠다.

2018-10-08 11:19:08

고선윤 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겸임교수

[세계의 창] 한국의 추석과 일본의 '오본'

日 양력 8월 15일 전후 조상 혼 모셔위패 놓인 상에 과일·꽃 공물도 올려신사·절에서 유카타 입고 춤추기도친목 다지는 한여름밤 즐거운 축제9월 말 한국을 찾겠다는 일본 친구에게 "추석 연휴니 날을 달리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더니, "추석, 그게 뭐야"란다. 대한민국 큰 명절의 하나인 추석을 설명하기에 부족해서 '한국의 오본'이라고 얼렁뚱땅 내뱉었는데, 뜻밖에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었다.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고 고향을 찾는 이가 많아서 교통이 매우 혼잡하다는 사실, 긴 휴일이 이어지고 사회 전체가 기능을 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 등등이 매한가지라 명절의 분위기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추석이 음력 8월 15일, 오본은 양력 8월 15일 전후의 행사이니 양력과 음력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잘못이다.석가모니 10대 제자 중 신통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목련존자가 여름 수행 안거를 하다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귀도에 떨어져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음식을 드리려고 하지만, 음식은 입에 들어가기 전에 불에 타 재가 되어서 공양할 수가 없었다. 이에 석가모니에게 도움을 청하자, "승려들이 여름 수행을 마치는 마지막 날에 비구들에게 음식을 공양하고 독경을 하면 그 공덕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했고, 그 말을 따랐더니 어머니만이 아니라 아귀도의 망자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이후 불가에서는 수행을 마치는 음력 7월 15일을 백중날이라고 하며 돌아가신 조상님을 공양하는 날로 정했다. 그리고 아귀보를 받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법회 우란분(盂蘭盆)을 열었다. 오본(お盆)은 여기서 비롯된 단어이다. 이른바 일본 고유의 민속행사와 우란분의 습합(習合)이 지금의 오본이다. 메이지유신 이후 음력을 쓰지 않으니 음력 7월 15일에 대한 개념은 없고, 그 언저리 양력 8월 15일 전후를 오본이라고 한다.오본은 시기만이 아니라 행사 내용, 풍습이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다음과 같다. 8월 13일 아침, 조상의 혼을 모시기 위한 상을 차린다. 우리의 차례상처럼 온갖 음식이 정성스럽게 올라가는 그런 상이 아니다. 가정에 상시 모시고 있는 불단 안에 만들거나, 불단 앞에 작은 상을 놓는다. 이 상에는 조상의 위패를 모시고 과일, 꽃, 경단 정도의 공물을 올린다.여기에 꼭 올라가는 것 중에는 가지와 오이가 있다. 가지는 소, 오이는 말을 뜻하는 것으로 각각 나무젓가락 4개를 꽂아 그 모양을 형상화한다. 조상의 혼이 이승에 올 때는 말을 타고 빨리 오고, 저승으로 돌아갈 때는 소를 타고 천천히 돌아가라는 뜻이란다. 처음에는 단순히 다리 4개만 달더니 이제는 가지와 오이를 가지고 만든 재미난 모양의 소와 말이 SNS를 통해서 소개된다. 해마다 예술적 가치가 더해져 상상을 초월하는 작품들이 쏟아진다. 오이를 가지고 오토바이를 만들고, 로켓을 만드니 찾아오는 조상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만 같다. 여하튼 조상을 맞이해서 아침저녁으로 참배하고 15일경에는 승려를 불러 독경을 하고 조상에게 감사를 표한다. 8월 13일 밤에는 저승에서 찾아오는 조상의 혼이 헤매지 않고 잘 찾아오도록 불을 피우고, 16일에는 바로 이 장소에서 조상의 혼을 저승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불을 피운다.또 하나, 이 기간 중 신사와 절을 중심으로 유카타를 입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춤을 추는데 이것이 본오토리다. 지옥에서 벗어난 죽은 자들이 즐거워서 춤을 추는 형상이라고도 하고, 조상의 혼을 기분 좋게 돌려보내기 위한 춤이라고도 하는데, 지금은 종교적 의미를 가지기보다는 지역사회의 친목을 위한 여름밤의 즐거운 '마쓰리'의 하나가 되었다.나라마다 특별한 날이 있다. 우리의 추석을 그들의 오본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같은 날 같은 행사는 아니지만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은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2018-10-08 11:15:30

하미애(대구성보학교 교장)

[학부모 칼럼] 부모라는 이름으로 함께 갑시다

사춘기 자녀를 키운 부모라면 '됐어요. 내가 다 알아서 할게요'라는 말을 들으며, 가슴을 새까맣게 태운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한 때 사춘기 아들로 인해 '내가 부모 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참 많이도 고민하며,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 나는 사랑이라고 믿고 행했던 일들이었지만 자식에게는 많은 상처가 되었으리라.'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데 70년이 걸렸다'는 어느 노(老)사제의 말씀처럼 가슴보다 생각이 앞서 모자(母子)간 사이만 나빠진 적도 있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늘 고민하라는 의미인 듯 하다.이런 고민과 경험은 특수학교 근무를 하는 동안 장애학생 교육에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이야 예전에 비해 장애학생들에 대한 교육환경이 좋아졌고, 특수교육에 대한 장애학생 부모들도 전문가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장애학생이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여 누구나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갈 길은 바쁘다.장애학생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독립적 삶과 자기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들이 성장 과정에서 겪는 일들은 같다. 단지 발달의 지연과 지원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장애학생 부모들은 자녀의 성장 발달 계획표를 만들어 학교와 사회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으며, 자녀들의 자립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자녀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며,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교육공동체를 통해 자녀의 미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 수 있도록 단계별로 준비를 해야 한다.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있어 부모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그리고 장애학생들을 위해 대신 목소리를 내고,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들이 밑거름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온 힘을 쏟고 있는 장애학생 부모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손잡고 함께 가길 바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와 관련이 있든 없든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내 아이만'을 위함이 아니라 '우리 아이'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신뢰하고, 장애학생 부모들도 자녀가 어릴 때부터 그들의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꿈을 당당히 꿀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특수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장애학생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선진 사회가 마땅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장애, 비장애를 떠나 우리 자녀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고 지지하고 격려하며 인정해 주자. 한 발만 뒤로 물러서서 우리 모든 아이가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봤으면 좋겠다.'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남에게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릴 때 자기에게도 향수가 묻어나기 때문이다'는 탈무드의 말처럼 부모라는 이름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손잡고 나아가길 희망한다.하미애(대구성보학교 교장)

2018-10-08 05:00:00

[릴레이 기고]포털은 '지역 저널리즘 정상화'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지역 언론이 만들어 낸 지역뉴스를 접하지 못해서 '지역'의 이슈와 여론을 알 수 없다면 지역언론은 물론이고 '지역'이 과연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지금 언론은 포털에 기사를 노출시켜야만 뉴스가 제대로 소비될 수 있는 미디어환경에 직면해 있다. 지난 5월 9일 네이버 한성숙 대표이사의 말처럼 "네이버 첫 화면 최상단에 배열된 기사에 3천만 명의 시선이 집중되는 구조"가 그런 것이다. 네이버를 통해 "뉴스 소비자의 70%에 해당하는 3천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모두 동일한 뉴스를 보고 있다"는 현실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다. 독점적인 뉴스 유통 권력이 존재하는 것이다. 신문협회의 이야기대로 인터넷 뉴스 세상에는 네이버 신문과 카카오일보만 존재한다.그런데 네이버 등 포털에서 지역언론이 만들어낸 기사가 노출되지 않는다면 지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어떻게 알 것인가? 포털을 통한 지역언론의 영향력이 한계를 드러내면 지역정치와 지역행정 등에 대한 감시자 역할은 누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포털이 여러 언론의 다양한 뉴스를 한 데 모아서 보여줘서 작은 언론도 목소리를 내게 해준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지역언론에게 어떤 이득이 있었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포털의 뉴스유통권력 강화가 지역 저널리즘의 강화에 기여하지는 않은 것 같다.지난 7월 18일 '네이버 뉴스 기사배열 공론화포럼'이 공청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공론화포럼은 지난해 발생한 네이버 기사배열 조작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론화 포럼은 학계, 시민단체, 언론계, 정당, 이용자 등 외부 위원 12명을 위촉하여 5개월간 운영한 결과를 공청회를 통해 공개했다. 공론화포럼은 네이버 기사 배열 관련 제언에 대한 9가지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그중 원칙8은 "가짜뉴스와 악성댓글의 확산, 지역 저널리즘의 약화 등 뉴스 관련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네이버는 사회적인 책임을 갖고 기술적, 경영적, 법적 노력을 다하며 이를 위해 언론사, 이용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란 내용이었다. 공론화 포럼도 '지역 저널리즘 약화'란 뉴스 관련 사회적 문제에 네이버가 사회적 책임을 갖고 노력해주기를 요구했던 것이다.그러나 현재 네이버 모바일 뉴스판에 선택 가능한 언론사 44개 중 지역신문은 단 하나도 없다. 신문 기사는 종이신문보다는 포털을 통해 소비되는 경향이 많은데, 지역언론은 이런 접근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하니 지역언론이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그리고 지역 권력 감시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지금 국회에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포털)가 일정 비율 이상의 지역신문 등의 기사를 홈페이지의 첫 화면에 게재하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또한 지역 독자의 지역언론 접근권 강화를 위하여 인터넷 뉴스서비스사업자가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지역신문 등의 기사를 게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국회와 정부는 지역언론의 활성화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요소라는 점을 감안하여 적극적으로 포털과 지역언론의 상생방안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또 네이버 등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지역 저널리즘 강화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지역 언론 기사 의무적 게재와 같은 전향적인 뉴스개혁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8-10-07 17:22:27

삽화 권수정

[이주향의 이야기와 치유의 철학]사람은 무엇으로 진실에 이를까

그대, 삶을 사랑하세요? 그게 무슨 질문이냐고, 자기 삶을 사랑하는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되묻고 싶으세요?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를 통해 말했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것은 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세상의 고통 속에서, 죄 없이 받는 고통 속에서 삶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렵지만 또한 가장 큰 기쁨이라고.삶에 대한 사랑의 고백은 혹독한 삶의 바람을 어쩌지 못해본 경험이 있는 자의 고백일 때 힘이 있습니다. 삶을 원망하고 증오하고 경멸해본 적이 있는 자가 어느 날 그 바람이야말로 삶이 자기에게 낸 미묘한 수수께끼였음을 고백하게 될 때 니체가 사랑한 여인 살로메의, "생에 바치는 찬가"가 그의 노래가 될 것입니다. 신비에 가득 찬 생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벗이 그의 친구를 사랑하듯이, 몇 천 년을 사색하고 생을 누리기 위해 그 두 팔로 힘껏 안아주십시오. 이제 더 주실 행복이 없다면 당신의 고뇌를 주십시오.'전쟁과 평화'의 배경은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입니다. 작품에서 전쟁이 본질적인 것은 아니지만 고통스러운 삶이 '나'에게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데는 전쟁이 배경인 것이 의미 있습니다. 삶이 전쟁이니까요. 그런데 아십니까? 우리를 전장에 끼어들게 만드는 것은 역사적 사명감을 불러일으키는 엄청난 명분도, 교과서에 기록된 대단한 가치도 아닙니다.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몸에 밴 안드레이가 폭력을 싫어하고 전쟁을 싫어하는 친구 피에르에게 전쟁터로 가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 눈에 뜁니다. "내가 왜 전쟁터로 나가는지 아나? 나폴레옹이 괴물이라서? 아니면, 러시아가 강대국이 될 거라 믿어서? 아니네. 내가 떠나는 건 모스크바 최고의 미녀와 사는 게 참을 수 없어서야."안드레이의 말이 힘이 있지요? 정략결혼에, 파티가 일상인 귀족 청년이 자기 삶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 그림자를 만지려 하는 것이 보입니다. 그는 함부로 살아도 되는 것이 마치 특권인 양 술과 여자와 노름과 파티 속에서 젊음을 낭비하며 오로지 그런 삶을 누릴 힘을 가지기 위해서만 애를 쓰는 그런 귀족이 아닙니다. 그에겐 가치를 아는 든든한 아버지가 있고, 사랑스런 누이가 있고, 믿음을 나눌 친구가 있습니다. 그래도 그림자는 어쩔 수 없지요?도피하듯 그렇게 전쟁터로 떠나지만 전장에서 안드레이는 누구보다도 괜찮은 리더입니다. 그는 그가 전쟁터로 떠난다고 하자 이렇게 조언하는 아버지의 아들이니까요. "자, 이제 작별이구나, 한 가지를 기억해라. 안드레이 공작, 네가 죽는다면 나는, 이 늙은이는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네가 니콜라이 볼콘스키의 아들로서 제대로 처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는 수치스러울 것이다."수 백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대작이지만 '전쟁과 평화'를 이끄는 인물은 세 사람입니다. 서자 출신으로 아버지의 작위를 물려받기까지 어두운 시절을 보냈던 피에르,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정의와 선까지 겸비한 귀족 안드레이, 그리고 이들이 사랑하는 밝고 순수한 여인 나타샤입니다.순수한 사람은 뜨거운 열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람도, 어리석은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도 아니지요? 순수한 사람은 물불 가리지 않는 열정에 상처입고 실수를 했더라도 그 경험을 소화하며 되새김질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약혼자 안들에가 전쟁터에 나가있는 1년, 아름다운 나타샤에게 예상치 못했던 강렬한 유혹자가 생깁니다. 그 황홀하고 달콤한 유혹에 빠진 나타샤는 평판을 잃고 안드레이를 잃습니다. 그녀의 배신에 마음이 타고 증오의 잿더미만 남은, 다 닺춘 선한 남자가 어찌 그녀에게로 돌아오겠습니까? 안드레이의 선은 배신한 나타샤를 악으로 규정하며 그 무엇으로도 녹아내리지 않는 성벽이 되어 그를 고립시키고 있다는 것을 그가 어찌 알았겠습니까?삶이 전쟁이라고 할 때 그 전쟁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내전이기도 한 거지요? 삶은 전쟁이고 혹 우리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어렵고 위험한 전쟁을 수행하는 전장의 리더인 것은 아닐까요? 톨스토이가 쓰고 있습니다."모든 전투는 지휘관의 예상대로 수행되지 않는다. 이것이 본질적인 조건이다."라고. 삶은 마음대로,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언제나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서 매듭이 생기고, 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매듭이 풀립니다. 그렇게 맺혔던 안드레이의 매듭이 언제 풀리는 아십니까?언제나 구원은 엉뚱한 곳, 예기치 못했던 곳에서 찾아오는 법입니다. 안드레이가 부상자가 되어 의식불명으로 돌아왔을 때 나타샤가 그를 극진히 간호합니다. 안드레이의 구원은 그의 부상에서, 죽음으로 인도하는 길목에서 찾아왔습니다. 병이 찾아드니 의식의 끈이 약해지고 의식의 파수꾼이 힘이 빠진 사이 진실이 드러나는 거지요? 겨우 의식이 돌아온 안드레이가 나타샤에게 하는 말은 진심입니다."이제 당신은 그날 밤새 춤추던 그 소녀가 아니야. 달님에게 속삭이던 소녀도 아니고. 당신은 뭔가 달라졌고 더 멋져졌어. 얼마나 평화롭고 고귀한지, 나는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해. 이제야 터놓고 얘기할 수 있다니 슬픈 일이지. 나는 지금까지 사랑을 몰랐어. 그저 나는 증오심이 많은 사람이었어. 많은 것을 증오했고, 당신도 증오했었어. 이제는 정말 당신을 사랑해."안드레이는 바른 생활의 남자입니다. 선이 지나치면 악이 되듯이 바른 생활의 사람이 지나치면 사람을 지치게 하는 건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지치게 하기 때문이지요? 주변에 온통 맘에 들지 않아 비판받아야 할 사람뿐이니 어찌 증오를 담지 않을 수 있고 어찌 지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지쳐 진실에 가 닿지 못할 때 그를 사랑한 운명은 어떤 충격을 주며 바른 사람을 진실한 사람으로 인도하나 봅니다.안드레이가 윤리와 관습이라는 잿더미 속에 묻혀있는 사랑의 불씨를 되살려 진실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를 찾아온 죽음 때문이었습니다. 죽음이, 병이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그가 진실해질 수 있었을까요? 그를 찾아온 죽음이 진실을 밝히는 등불이었던 거지요. 보왕삼매론의 첫 구절이 생각나지요?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이르시기를 병고로서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2018-10-07 16:40:59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전원책, 시인과 칼잡이

시인과 칼잡이.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시인'은 여린 감성을 떠오르게 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예민함에서 시가 나온다. '칼잡이'의 느낌은 냉혹함이다. 몸 전체를 살리려 팔 하나쯤은 서슴없이 자를 수 있는 결단력. 그래야 칼잡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이 칼잡이를 겸하는 것은 그래서 불가능해 보인다. 뜨거운 아이스크림처럼 모순으로 들린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위원이 된 전원책 변호사 얘기다.전 변호사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TV 논객으로 유명세를 탄 그는 변호사 이전에 '진짜' 시인이다. 정식 등단한 시인이라는 말이다. 한국문학신인상,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등 두 차례나 시인 입문 과정을 거쳤다. '슬픔에 관한 견해', '바다도 비에 젖는다'는 감성이 물씬 풍기는 시집도 상재했다.자유경제원 원장을 역임하는 등 보수주의자로서의 정체성 또한 분명하다.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칠판을 가득 채우는 해박한 지식에 압도당한다. 철저한 이론 무장과 좌중을 압도하는 입담, '버럭'을 마다하지 않는 전투력. 토론 프로에서 최우수 논객으로 뽑힌 배경이다.전 변호사에 대해 언론들은 일제히 '칼잡이'라 부르고 있다. 한국당의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말일까. 한국당의 인적 쇄신, 직설적으로는 사람을 자르는 일을 해야 한다는 주문일 것이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말이 나왔을 때 단칼에 거절했던 전 변호사였다. "소나 키우겠다"고 했다던가.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등이 삼고초려를 넘어 십고초려 끝에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다.'칼잡이'론에 대한 당내의 시선을 의식해서일까. 전 변호사는 자신이 소 잡는 사람은 아니라는 말로 짐짓 넘어가려 한다. 하지만 그에게 칼을 쥐여준 사람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인적쇄신에 전권을 부여한다고 한다. 손에 피를 묻히는 일에 앞장을 서달라는 것이다.상황은 낙관을 불허한다. 평론가로서는 '단두대' 등을 쉽게 입에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공천하던 시절에도 역풍은 거세게 불었다. 인적 청산은 말 그대로 정치인들의 정치 생명을 끊는 일이다. 중진들은 잠시 안식년을 가지라는 식의 안일한 설득은 코웃음을 부를 뿐이다. 김 비대위원장이나 전 변호사 모두 정치 아마추어이다. 노련한 정치꾼들의 되치기에 자칫 상처를 입고 물러나기 십상이다. 이른바 친박계, 친홍계 등의 저항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기도 아니다. 아직은 당내에 위기의식이 없다. 정부의 잘못에도 한두 번 변죽을 울릴 뿐 누구도 치열한 싸움을 하려 하지 않는다.전 변호사 스스로 이를 모를 리 없다. "온실 속 화초, 영혼 없는 모범생, 열정 없는 책상물림만 가득했던 한국당의 인재 선발 기준을 송두리째 바꾸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칼을 쥐었으니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할 것"이라고도 한다. 칼을 쓰는 목적은 분명하다. 사람을 자르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자유한국당의 묵은 병을 수술함으로써 보수 정치 세력을 살리는 집도의가 되어야 한다. 지지 여부를 떠나 좌우 진영 한쪽의 몰락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렵겠지만 기왕 맡은 일이다. 한국당의 회생 계기를 만들 수 있었으면 싶다. 시인의 감수성으로 설득하고 칼잡이의 냉혹함으로 결단하면 될까. 그야말로 시인을 겸하는 칼잡이가 뜨거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두 번의 기적을 연출해야 할 때이다. 한국당 쇄신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미리 해두는 말인데, 한국당과 보수 세력의 현주소를 깨닫게만 해도 전원책 위원의 임무는 성공이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

2018-10-07 14:54:33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날개 또는 수갑

윤흥길 작가의 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연작에는 '날개 또는 수갑'이라는 작품이 있다. EBS 수능 연계 교재에도 실려 있는 이 작품은 회사의 제복 착용 방침을 두고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1970년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사원들은 제복이 개성을 위축시키고 자유를 퇴보시킬 것이라며 회사의 방침에 반발하며 다방에서 대책 회의를 한다. 회사 잡역부로 있으면서 산업 재해로 팔이 잘린 소녀를 위해 회사와 싸우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권씨가 보기에 그들의 논의는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회사의 방침은 변함이 없고, 가장 강하게 반발했던 수습사원 우기환은 퇴사를 하고, 소극적으로 동조했던 이들은 제복을 수용한다. 반대편에 앞장섰던 민도식은 창업 기념일에 전 사원이 제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게 된다.이 소설의 제목인 '날개 또는 수갑'에 대해 대부분의 교과서나 강의에서는 제복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다. 옷이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날개가 될 수도 있지만, 수갑처럼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그렇게 해석하는 것도 큰 문제가 없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진짜 '날개 또는 수갑'은 사람들의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소설에서는 두 종류의 말이 나온다. 소녀의 팔을 위해 싸우는 권씨의 말은 절실함이 있는 것이지만, 제복을 반대하기 위해 싸우는 이들의 말은 보이지 않는 정의를 이야기하는, 약간은 허세가 있는 말이다. 절실함이 있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억울한 이가 없도록 만드는 날개가 되지만, 허세가 있는 말은 자기가 한 말 때문에 스스로 부자유스러울 수밖에 없는 수갑이나 족쇄와 같은 것이 된다. 소설 속에서 민도식이 제복을 입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제복 때문에 퇴사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은 모두 그가 했던 말 때문이다.우리 사회에서 억울한 이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말은 소신껏 이야기를 해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훈계하는 말,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하는 대안 없는 반대의 말은 자신을 부자유스럽게 만들 수 있다. 그런 말들은 하면 할수록 자신에게 수갑 혹은 족쇄로 작용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다수의 사람들을 상대로 말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말이 입으로, 글로 세상에 나오는 순간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한 말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 무거운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대구 능인고 교사

2018-10-07 14:47:48

권은태 사) 대구콘텐츠플랫폼 이사

[광장] 청년문제만 문제인가?

여기 큰 배가 있다 하자. 그 옆엔 작은 배도 있다. 이 배들은 모두 '사회'라는 바다에 떠 있다. 부두에 가득한 사람들은 이제 막 길을 나선 새내기 여행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큰 배를 타고 싶어 한다. 번듯한 배에 올라 근사한 여행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배웅 나온 부모도 그걸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바람을 만나도 안전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에 오르는 게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청년의 사회 진출, 즉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뜻이다.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은 이렇다. '청년들이 취업을 못 하니 사는 게 힘들어지고 결혼마저 미루게 된다. 이렇게 되면 출산율이 떨어지고 언젠가는 나라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라가 나서 청년을 구해야 한다.' 정부의 뜻도 다르지 않다. 청년 정책의 골자는 첫째도 둘째도 '일자리 창출'이다. 저간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루가 멀다고 청년 일자리 대책이 쏟아진다. 다만, 유난을 떠는 셈 치곤 아직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을 뿐이다.일자리로 시작하는 청년 문제는 매스컴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하다. 청년은 부채, 좌절, 포기 등과 이미지가 포개진다. 그런 와중에도 매번 빼놓지 않고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보태긴 하지만 그래도 큰 효과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언제쯤이면 청년이 빛난다는 소식을 듣게 될지도 짐작하기 어렵다.당사자인 청년들은 할 말이 많다. '어학연수에 봉사 활동, 실무 경험까지, 취업을 위해선 갖춰야 할 스펙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 세대는 우리를 구해야 한다고 하지만, 심지어 어떤 이는 그렇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번다지만 우린 노력에 비해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세상이 청년에게 불리한 구조로 짜여 있다는 이야기다.그런데 맥락을 조금 달리하는 이야기도 있다. '청년들은 우리를 하찮게 여긴다. 채용 공고를 내도 좀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면접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는 허다하고 심지어 확인 차 연락하면 전화도 안 받는다. 시간도 빼앗기고 기운도 빠지지만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이건 중소기업 대표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요즘 분위기상 꺼내기 조심스럽다. 자칫하면 강퍅한 '꼰대'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없이 전한 위로의 말과 수없이 내놓은 갖가지 정책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더러는 다른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짚어봐야 한다. 우리의 청년들이 작은 배의 가치를 알고 있는지, 함께 노 젓는 법을 잊은 건 아닌지,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약자를 외면하면 그 다음 순서는 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큰 배든 작은 배든 배에 오르는 목적은 결국 그 배에서 내리는 데 있다. 하늘도 보지 않고 바람도 느끼지 않으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오직 큰 배에 올라 안전하기만을 바란다면 진짜 소중한 걸 잃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이렇게 말했다. '달리 차이가 없으니 스펙을 볼 뿐이다. 그들이 스스로를 사랑하듯 조금만 더 이웃과 세상에도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우린 토익점수의 차이보다 사람의 차이와 생각의 차이를 더 많이 본다.' 이쯤에서 슬그머니 묻고 싶어진다. 청년 문제만 문제인가? 청년도 문제인가?

2018-10-05 17: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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