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이장우 경북대 교수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이사장

[경제 칼럼]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가 갖는 경제적 의미

애플 성공 신화 뒤에 iTunes 서비스21세기 비틀스 평가받는 BTS의 성공음악이 갖는 경제적 파급력 상상 초월혁신도시 대구 거듭나는 계기로 연결 대구시는 2017년 11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되었다. 그 이유는 "전통음악을 전승·발전시키고 있으며 우리나라 근대음악의 태동지임은 물론 다양한 음악축제들이 열리면서 음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매우 높은 도시"라는 데 있다고 한다. 대구는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음악도시를 꿈꿀 수 있게 됐다.그러나 이와 함께 반드시 생각할 것은 음악에 기반한 창의적 스마트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즉 음악이 갖는 경제적 효과와 역할을 십분 활용해 새로운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무릇 음악이란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과 함께하며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다. 대표적 문화예술 장르이지만 우리 생활도구이면서 최근에는 그 산업적 기능과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음악은 21세기 기술 변화에 따른 경제 논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형적인 산업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경제 요인들이 음악 산업을 형성하면서 그 영향력은 문화 영역을 넘어서 전 분야로 파급되고 있다.최근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알랜 크루거(Alan B. Krueger) 교수는 'Rockonomics'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에서 경제 자문을 맡으면서 국민들에게 미래 경제 흐름을 쉽게 이해시키려는 의도로 집필을 시작했고, 당시 오바마 대통령도 상당한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음악을 듣는 미국 국민들에게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음악 산업은 새로운 기술 변화가 막대한 시장을 창출하고, 1인자가 이익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는 'Winner Takes All'의 경제논리가 작동하는 대표적 영역이다.사실 음악 시장이 전체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나라든 매우 낮은 편이다. 세계 음악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독보적 1위 미국 시장도 183억달러 규모(2017년 기준)로 전체 GDP의 0.1%에도 못 미친다. 고용을 따져봐도 전체 노동력의 0.2% 정도다. 한국 음악 시장은 미국의 20분의 1, 일본의 7분의 1 규모에 불과하다.하지만 음악이 갖는 파급효과는 그 경제적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다. 수많은 분야에서 촉매 역할을 하며 새로운 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iPod, iPad, iPhone으로 세계 일등 기업이 된 애플의 성공에 iTunes라는 음악 서비스가 핵심 역할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세계 음악 시장에 몇 년 전부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그동안 서구에 종속돼 왔던 아시아의 음악, 그것도 한국이 만든 대중음악 K-POP이 영미권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21세기 비틀스로 평가받는 BTS의 성공이 대변하듯 K-POP은 '기존에 없는 개성과 새로움'으로 독특한 초국적 콘텐츠가 됐다.이것은 고유의 전통문화에서 직접 비롯된 것도 아니고, 세계적인 댄스뮤직의 변종으로 일시적 유행도 아니다. K-POP은 새로운 생산-유통-소비 시스템 구축을 기반으로 한 혁신이다. 즉 반도체 개발에 이은 디지털 시대의 대표 혁신인 것이다.이러한 혁신 덕분에 우리나라는 작은 규모의 국내 시장을 극복하고 작년 한 해에만 10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음악 강국으로 등극했다. BTS보다 1년 먼저 데뷔한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인 찬열이 SNS 폴로어 1천800만여 명을 보유한 사례에서 보듯 세계적 아티스트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상상하지 못했던 혁신이 음악 시장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음악은 경제 규모 측면에서는 작다. 그러나 사람들과 강력한 감성적 연결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음악이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파워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만 있다면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세계적 보컬그룹 U2의 보노(Bono)는 "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 이유는 음악이 사람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음악으로 도시를 변화시키지 못할 이유도 없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선정이 대구를 혁신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9-09-23 16:25:46

백재호

[기고]의전 공화국

인간은 제식과 의례의 동물이다. 인간은 제식과 의례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를 확인한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서 행해지는 거의 모든 행사에 '의전'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장식이 붙기 시작했다. 심지어 장식 정도가 아니라 본 행사보다 의전이 더 중요한, 주객과 본말이 전도되는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각종 행사에 내빈석을 따로 두고 많게는 수십 명에 이르는 내빈 소개 후 각 기관장 및 의원님들의 비슷비슷한 축사 또는 격려사를 대여섯 번 들어야 겨우 목적한 행사의 입구에 도달할 수 있다.행여 행사 주최 측에서 내빈 서열 순서를 바꿔 부르거나 호명이라도 빼먹으면 '사람 불러놓고 뭐 하는 거냐'는 항의가 쏟아진다. 또 자신이 축사에서 빠졌을 경우 마이크도 안 주면서 왜 불렀느냐는 불쾌한 심사를 드러내기 일쑤다. 전체 행사시간의 절반이 의전에 투입되는 과례(過禮)가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내빈으로 소개되지 못하고 축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피로감은 극심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이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급의 인사가 행사에 참석하느냐를 두고 행사 며칠 전부터 각 기관 간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지기도 하고 행사장에 다른 인사들보다 늦게 도착하기 위해 일부러 차 타고 행사장 주변을 빙빙 도는 웃지 못 할 촌극을 벌이기도 한다. 대한민국 공직사회 주요 업무 중의 하나가 의전이라는 말은 절대 과언이 아니다. 과잉 의전은 상급자의 허영심과 하급자의 과잉 충성이 결합한 결과다. 상급자의 허영심은 권력 남용의 심리에서 발생하고 하급자의 과잉 충성은 사익 도모를 위한 간심(奸心)에서 발생한다. 과잉 의전은 결코 올바른 것이 아니지만 과잉 의전에 능숙한 사람은 '사회생활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기도 한다.과잉 의전은 데이터로 측정할 수 없지만 그 폐해에 대해서 누구나 문제 의식을 가진다는 점과 공직사회와 민간기업을 불문하고 하나의 문화처럼 퍼져 있어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라는 점에 특징이 있다.이 때문에 과잉 의전은 보이지 않는 갑질의 또 다른 모습이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행정력의 낭비는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다가온다. 과잉 의전의 문제는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구·경북의 의전 문화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요즘 대구·경북의 '탈꼰대화'가 지역 발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보수적인 꼰대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시·도민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대구·경북이 먼저 선도해 내빈 소개와 축사가 없는 '행사의례준칙'이라도 만들어 실천한다면 대한민국은 의전공화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제고하는, 작지만 큰 발걸음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란 공허한 이념이 아니라 실천적 삶이다.대한민국이 오랫동안 꿈꾸었던 대동(大同)의 세상은 거대담론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작은 파편으로부터 시작된다.

2019-09-23 11:09:21

이성환 게명대 교수

[세계의 창] 하이켄크로이츠는 안 되고 욱일기는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독일과 일본은 어떻게 다를까. 독일은 과거를 멀리하고 일본은 과거를 가까이 한다고 한다. 독일은 2차 대전 이전의 나치 체제와의 단절에서 국가의 정당성을 구축했고,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의 연속선상에서 국가의 정통성을 찾았다. 독일 초대 총리 아데나워는 1951년 의회연설에서 "독일의 이름으로 일어난 전쟁 범죄에 대해 현재와 미래에도 도의적 금전적 보상 의무가 있다"며 과거와의 단절과 반성을 선언했다. 맥아더 점령군 사령관의 지시를 받기는 했으나, 일본은 이전의 메이지헌법 체제하에서 제국의회의 심의와 천황의 재가를 거쳐 신헌법을 제정, 공포했다.독일은 연합국에 의한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에 더해 스스로 국내법을 만들어 전범을 처벌했다. 일본은 연합국의 도쿄 국제군사재판을 부정하고 연합국의 군사점령이 끝나자 전범을 석방했다. 1952년 일본 국회는 원호법과 연금법을 개정하여 전사자와 마찬가지로 전범과 그 유족에게 연금과 위로금을 지급했다. 일본에는 공식적으로 전범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같은 논리에서 전쟁 중에 그들이 저지른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은 범죄가 아니며 배상의 의무도 없어진다.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와 욱일기(旭日旗, 떠오르는 아침 해와 같은 기세)가 논란이다. 욱일기는 태양을 상징하는 일장기에 황실의 문양인 국화의 꽃잎을 햇살 무늬(光線)로 형상화한 것이다. 욱일기는 1870년과 1889년에 각각 육군과 해군의 정식 군기로,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 때 처음 편성된 항공부대도 사용하면서 일본군의 상징이 되었다. 육군은 "무용(武勇)으로 국위를 세계에 떨친다"는 의미로, 해군은 "햇살 무늬는 세계에 천황의 위엄을 빛나게 한다"는 뜻으로 사용했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에서 만든 전쟁 홍보영화에는 침략 전쟁의 상징으로 하이켄크로이츠(逆卍字)와 함께 반드시 욱일기가 등장했다. 패전과 함께 욱일기도 사라졌으나, 1954년 육상 자위대와 해상 자위대가 발족하면서, 요시다 시게루 총리가 말한, "옛 제국군의 전통을 잇는다"는 취지로 다시 사용되었다.1945년을 기점으로 한 독일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는 국가 상징의 연속과 단절일 것이다. 독일은 2차 대전 이전 나치의 당기와 국기에 사용되었던 하이켄크로이츠를 금지하고 나치 시절 애창되던 국가의 1, 2절 가사는 삭제하고 3절만 사용한다. 일본의 경우는 군국주의의 상징인 천황제를 비롯해 일장기, 욱일기, 국가(기미가요)를 그대로 사용한다. 왜 욱일기는 사용되고 하이켄크로이츠는 금지되었을까. 왜 독일은 반성하고 일본은 하지 않을까. 독일 할레대학 맨프레드 교수는 주변국과의 관계도 한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2차 대전이 끝난 후 독일은 영국, 프랑스, 폴란드 등 주변국으로부터 나치의 부활을 계속 감시받았고, 195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유럽통합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반성이 필요했다. 그러나 일본의 침략을 받은 아시아 각국은 일본을 감시할 여력이 없었다. 중국은 내전에 시달렸고, 한반도는 전쟁 와중에 있었고, 동남아의 신생국들은 내부 정비에 바빴다. 경제적으로 일본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아시아 각국은 일본을 추궁하지 못했고, 이를 이용한 일본은 경제적 지원이라는 형태로 그들과 쉽게 타협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위안부라는 인권문제가 등장하고 아시아 각국이 성장하면서 일본의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새롭게 시작되었다는 것이다.일본 정부는 욱일기는 풍어, 출산 등에도 사용되었으며, 군국주의 상징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과거 역사를 상기시키는 욱일기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팸플릿을 만들어 중국 방문객들에게 배포했다. 일본은 한국만이 욱일기를 문제 삼는다고 하나 중국도 공감을 표하고 국제축구연맹(FIFA)도 금지한 경우가 있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과거와 단절한 일본을 볼 수 있을까.

2019-09-23 11:09:14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매일춘추] 이야기꾼이 필요하다

우리 도시가 세계음악극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필자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오페라와 뮤지컬 제작을 통해 축적된 능력에 국악과 같은 다양한 예술분야의 특성들이 더해지게 된다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새롭고 신선한 음악극들이 우리 도시에서 탄생하게 되리라 생각한다.그런데, 이러한 작업에는 필수적으로 이야기꾼이 필요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필요하고, 다양한 예술 장르를 이해하고 그 특성에 맞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도 있어야 새로운 형식의 음악극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 도시가 보유한 극작가의 능력치가 어떠한가에 따라 그 도시가 생산하는 음악극의 수준이 결정된다.그래서 좋은 극작가를 보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일단은 새로운 이야기꾼들을 길러내기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딤프(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아카데미를 더욱 활성화하고 대학 문예창작학과의 좋은 인재들이 지역 예술계에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모를 통해 숨어 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이 낭독극이나 쇼케이스 같은 형식으로라도 무대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무엇보다도 대우를 잘 해줘야 한다. 창작자를 존중하고 높은 대우를 해주는 도시에 훌륭한 창작자들이 모이게 되고 활발히 활동하게 된다. 당연하지 않은가? 제대로 된 한 편의 대본을 쓰기 위해 작가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악성 우륵 선생에 대해 대본을 쓰기 위해서는 삼국시대의 역사, 가야연맹에서 대가야의 역할, 가야금이라는 악기의 특성, 대가야의 소멸과 신라의 관계 등 수많은 사항들을 자세히 공부해야 한다. 충분히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적정한 작가료를 받아야 집필에만 집중할 수 있다.수도권에는 CJ 스테이지업, 창작산실, 스토리움 등 좋은 이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존중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저작권도 세심하게 지켜주고 무대화를 위한 후속 과정도 연결해준다. 그들은 왜 창작자를 열심히 찾고 우대할까? 결국엔 누가 좋은 이야기를 가졌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 아닐까?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2019-09-23 11:08:59

전강원 경북도 동해안전략산업국장

[기고] 경주, 세계적 R&D 도시로 거듭난다

인구 150만 명의 거대한 대전시가 만들어진 데에는 대덕연구단지가 중심에 있다. 하지만 대덕연구단지의 모태가 1959년 설립된 원자력연구소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대덕연구단지에는 1천876개 연구기관과 기업이 입주해 있다. 전문직만 7만2천671명이고 연구개발(R&D) 사업비는 8조원에 이른다.핵심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전문직 1천200여 명을 포함해 2천여 명, 예산은 6천억원, R&D 예산만 4천억원이다. 이 중 인건비 2천억원을 포함해 4천억원 정도는 지역에서 소비된다.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토록 염원해오던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을 경주에 유치하게 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2028년까지 국비, 지방비, 출연금 등 7천210억원을 투입해 경주 감포 일대의 360만㎡ 부지에 연구원을 건립하고 차세대 미래 원자력 관련 연구를 수행한다. 경주시가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하지만 일부에서는 협약 내용에도 없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라든가, 허구성 사업에 선지원을 한다는 등 사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한다. 단언컨대 혁신 원자력기술연구원에서 중점 수행할 연구 분야는 명확하다.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미래 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초소형 원전인 SMR(Small Modula Reactor) 개발이고, 둘째는 자연재난 등 각종 재난으로부터의 안전관리이다. 셋째는 방사성폐기물의 관리와 원전해체를 위한 핵심 기술연구 등이다.SMR은 1천㎿ 이상의 대형 원전에 상대적인 개념으로 통상 300㎿ 이하의 원전을 일컫는다. 소형화일체화모듈화의 특성이 있는데 친환경적이고 안전을 담보하는 장점이 있다.대형 원전은 300만 개 부품이 연결돼 있는데 대부분 사고가 배관 등 연결 부위에서 발생한다. 반면, SMR은 모듈화로 부품이 1만 개로 확 줄어든다. 배관은 거의 없다. 자동차 부품이 2만5천 개인 점을 감안하면 가히 혁신적이다.그래서 SMR은 사고가 없다. 설령 사고를 가정하더라도 워낙 작아 원자로 내에서 국한한다. 적은 건설 비용도 이점이다. 대형 원전은 1기당 최대 5조원의 투자 비용이 들어가고, 1㎞당 54억원이 소요되는 송전선로 비용이 또 발생한다.반면 SMR은 3천억원에서 7천억원 정도의 건설비가 소요된다. 송전선로 비용은 없다. 활용성도 다양하다. 극지 탐사, 쇄빙선, 우주선 등에 사용이 가능하다.SMR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1천 기가 설치될 것으로 보고 3천500억달러(한화 420조원)의 시장 규모를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상의 화력발전소 1만8천400곳이 결국은 SMR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미래 세대 SMR 원전을 연구하는 곳이 바로 혁신 원자력기술연구원이다. 경주시와 경북도가 그동안 많은 공을 들여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하지만 연구원을 어떻게 잘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인가는 어디까지나 경주시민의 몫이다. 정주 지원은 물론, 연구원을 지역 발전과 어떻게 접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성공하는 자는 방법부터 찾고 실패하는 자는 핑계부터 찾는다는 말이 있다. 지난 4월 중수로해체기술원만 유치해 얼마나 아쉬워했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 후 절치부심 끝에 경북도와 경주시는 경북도지사, 시장부터 담당 직원에 이르기까지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힘겹게 연구원을 유치했다.이제 경주가 세계 속의 R&D 연구도시로 거듭날 수 있느냐의 여부는 다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2019-09-22 15:34:59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 언제까지 싸움만 할 건가?

이건 좀 심하다. 싸워도 너무 싸운다. 국회의원들은 왜 맨날 싸움질만 해대느냐며 사람들이 비난할 때도 그러지 마라고 했다. 국회는 원래 싸우는 곳이라고, 유권자들이 서로 내편 들어달라며 뽑아줬으니 좀 싸워도 된다고 했다. 지난 정부가 걸핏하면 일치단결, 혼연일체를 강조할 때도 그건 아니라고 했다. 때가 어느 땐데 병영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소릴 하느냐고, 사람 사는 곳은 어느 정도 티격태격하기 마련이라고, 그게 다양성이고 거기서 새로운 게 나온다고 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말문이 막힌다. '수꼴' '좌빨' '꼰대' '극혐' 등 증오와 멸시를 꾹꾹 눌러 담은 말들이 온 나라에 넘쳐난다. 나이 따라 세대가 반목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과 지역이 갈라져 서로를 백안시하고 여성이 남성을, 남성이 여성을 서로 깎아내린다. 이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적당히 싸움에 편승하거나 갈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잇속을 챙긴다. 심지어는 싸움을 은근히 부추기기까지 한다.이건 다양성이 넘치는 사회도 아니고 좋게 말해 정치적으로 역동적인 사회도 아니다. 그저 난장판에 가까울 뿐이다. 이번 정부 들어 내내 그랬다. 처음 문재인 대통령이 홍은동 자택을 나와 청와대로 향할 때, 거리에서 시민과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았을 때, 그때 잠시 조용했을 뿐이다. 그 후론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곱씹어 보면 나라가 이처럼 사분오열된 가장 큰 원인은 정치에 있다. 취임 초, 쪼그려 앉아 어린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국민과의 스킨십을 즐기는 대통령을 보며 여당은 '불통의 시대가 가고 소통의 시대가 왔다'고 했다. 그러자 야당은 그건 소통이 아니라 그저 보여주기식 '쇼통'일 뿐이라 받아쳤다.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어 사사건건 끊임없이 이어졌다.크게는 탈원전 문제로 싸우고 4대강 보 해체를 두고 싸우고 대북 정책을 놓고도 싸우고 또 싸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에 관해선 전쟁을 벌이다시피 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대선 후보들의 선거공약을 보면 이런 문제들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도 말이다.작게는 대통령의 옷차림, 여당 정치인의 말 한마디, 야당 대표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정쟁거리가 되었다. 싸움이 격화될수록 양쪽은 유리한 판세를 점하려 각각 기를 쓰고 국민을 끌어들였다.한쪽은 내 뜻대로 돼야 나라가 제대로 설 거라 하고 다른 쪽은 그렇게 되면 나라가 거덜날 거라고 했다. 그러다 점점 국민을 향한 호소는 협박이 되고 국민과 국민을 갈라놓는 이간질이 되었다. 그렇게 논리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편향된 믿음과 불굴의 투쟁심만 남았다. 저런 수구세력이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을 할 리가 없고, 저런 좌파세력이 올바른 생각을 할 리가 없다는 식이다.어느 한쪽의 논리로만 본다면 아직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이렇게 되면 굳이 뭐가 옳고 더 좋은 건지 논쟁을 하거나 설득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 시간에 저 나라를 좀먹는 나쁜 무리를 향해 증오와 저주를 퍼붓는 것이 지지자 규합에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한 달 넘게 나라의 모든 이슈를 집어 삼키고 있는 조국 논란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린 게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막으려 했다면 인사청문회를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다. 강남 좌파 조국은 틀림없이 위선자에 악인일 거라는 확신과 적개심을 앞세우기보다 그에 관한 의혹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따져 물었어야 했다.짧은 기간, 어마어마한 양의 조국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그 과정에서 육두문자 빼곤 한 인간과 그의 가족에게 퍼부을 수 있는 모든 모욕과 비난은 다 본 듯하다. 어떤 이는 아침부터 밤까지 서로 싸우고 비난하는 뉴스만 접하다 보니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한다.이제 그만 좀 하자. 대한민국이 무슨 조국 이전 시대와 조국 이후 시대로 나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오죽하면 대한상의 회장이 "정치는 끝없이 대립하고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 같다"며 한탄을 할까? 조국 장관이든 그의 가족이든 죄가 있다면 재판을 통해 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경제도 돌아보고 태풍이 오는지도 살피고 가을 하늘도 한 번씩 쳐다보자. 그렇게 다른 이야기도 좀 하고 살자.

2019-09-22 14:55:43

비단에 담채, 26.1×18.3㎝,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인숙 옛그림 예찬]강세황(1713~1791), '월매도'

가을은 달이 더욱 아름다운 계절이다. '월매'(月梅)는 여러 화가들이 그렸는데 설곡 어몽룡의 그림이 유명해 5만원 지폐 뒷면에 들어 있다. 이 '월매도'는 18세기 '예원의 총수' 강세황이 그렸다. 달과 매화가 어울리는 한 쌍으로 여겨지며 그림의 주제가 된 것은 매화를 유달리 사랑한 중국 북송의 시인 임포의 시 때문이다. 임포는 나이 사십이 되도록 강남의 산수를 두루 돌아다녀 보았으나 모두 고향인 항주 서호만 못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행랑을 거두고 돌아와 서호 북쪽의 고산 자락에 초려(草廬)를 묶고 살았다. 고산에 살면서 집 주위는 물론이고 부근의 산과 물가에 매화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꽃이 필 때는 한 달이나 집밖을 나가지 않고 종일 매화를 감상하고 시를 지으며 혼자 지냈다. 어떤 일보다 즐거웠기 때문이다. 임포는 결혼도 하지 않아 매화를 아내로, 학을 자식으로 삼았다는 매처학자(梅妻鶴子)라는 말이 생겼다. 매실이 열리면 수확해 팔아서 생활비로 썼다.임포의 매화 시는 여러 편이 있는데 그 중 '산원소매'(山園小梅)의 아래 두 구절을 북송의 대문호 구양수가 절찬했다. 소영횡사수청천(疏影橫斜水淸淺) 암향부동월황혼(暗香浮動月黃昏)성근 그림자 비스듬히 맑은 물에 비치고은은한 향기 황혼의 달빛 속에 떠도네 이 두 구절은 매화가 연상시키는 주요한 시상(詩想)이 되었고, 매화그림에 자주 화제로 활용되었으며, 월매도의 연원이 되었다. 소박한 매화가지에 동글동글하고 커다란 꽃송이가 달렸다. 강세황은 노란 보름달과 흰 매화꽃 바깥을 푸른색으로 바림 하여 달과 꽃을 표현했다. 달무리가 달을 드러나게 하듯, 주변으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홍운탁월(烘雲托月)법이다.화제는 강세황 주변 인물들 중 첫 번째로 꼽히는 가장 친한 친구 연객(煙客) 허필(1709~1768)이 썼다. 허필도 시서화를 다 잘 했는데 강세황과 허필은 봄꽃이 피거나 가을 단풍철이면 함께 인근의 유명한 산수를 구경 다니며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며 서로를 북돋웠다. 허필은 화제에서 "불사 임화정 월황혼 일구(不寫林和靖月黃昏一句) 역자피속(亦自避俗)"이라고 하여 임포의 '월황혼' 한 구절의 시의(詩意)를 그림으로 그리지는 못했지만 속기는 벗어났다고 했다. 월매의 핵심은 암향(暗香)이다. 매화의 향기를 그려내는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비평을 이 그림에 써 넣은 것이다. 미술사 연구자

2019-09-22 06:30:00

장정옥 소설가

[매일춘추] 위로와 사랑의 음악이 흐르는 곳

음악창의도시답게 대구에는 예전부터 음악실이 많았다. 대한민국 제1호 제2호 고전음악감상실인 녹향음악실과 하이마트음악실을 시작으로 코리아음악실, 빅토리아음악실을 비롯한 팝음악실과 멋있는 DJ오빠들이 곡을 소개하던 음악카페까지, 동성로와 중앙로에 음악실이 즐비했다. 청년들이 자리를 꽉 채우던 팝 음악실은 사라졌지만, 2·28공원에서 3대째 이어온 고전음악실 하이마트와 1946년에 문을 열어 화가 이중섭을 비롯한 지역 예술가들의 쉼터가 되어주었던 녹향음악실은 지금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마음을 내려놓고 쉬고 싶을 때 슬금슬금 찾아갈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아무런 약속 없이 찾아간 음악실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음악을 들으러 다니던 그때, 성악과에 다니는 친구를 따라 생전 처음으로 오페라를 본 것이 베르디의 '리골레토'였다. 오페라를 보고 와서 일주일 내내 '여자의 마음은'이란 곡을 흥얼거렸다.문학관에서 후배를 만나고 슬그머니 들어간 녹향음악실에서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보았다. 마치 오페라를 보기 위해 찾아간 듯 영상에 쉽게 몰두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돌이켜 볼 추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거리의 약장수 둘카마라가 마을 사람들에게 가짜 약을 팔고 있었다. 그 약을 먹으면 주름이 활짝 펴지고, 아픈 사람도 낫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도 돌릴 수 있다고 허풍을 쳐대지만 엉터리 약장수가 판 것은 잘 익은 포도주에 불과하다. 대지주의 딸 아디나를 사랑하는 시골 청년 네모리노는 입대하는 조건으로 선금을 받아 사랑의 묘약을 산다. 그 약이 네모리노의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 사랑의 묘약이 존재하기나 하는지. 네모리노는 약의 효능을 믿으며 아디나의 사랑을 간절히 기다린다. 약의 효능 때문인지 사랑의 열정 때문인지, 네모리노가 마침내 아디나의 사랑을 얻는데 성공한다. 네모리노의 진솔한 사랑이 아디나의 마음에 가닿은 것을 플라시보 효과라고 해야 할까. 설탕물도 환자가 진짜 약이라고 믿는 순간 위안이 되며 생각지도 않은 효과를 나타난다고 하니.네모리노가 벽에 기대어 사랑의 괴로움으로 가득 찬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부른다. 유튜브를 열어놓고 다 들어봐도 테너 롤란도 비야손을 능가하는 목소리가 없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에 한해서만은 그렇다. 도니제티는 1832년 35세에 '사랑의 묘약'을 작곡했다. 35세? 그 나이에 나는 일곱 살과 다섯 살 두 아이에게 롤라 타는 걸 가르치고 도시락 싸서 공원으로 데리고 다닐 때였다.음악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성큼 다가온 가을이 실감난다. 가을은 머리보다 가슴과 귀가 더 궁금해지는 계절이다. 음악이든 새소리든, 물소리든 어디로든지 소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도 좋은 계절이다. 에너지는 긍정적인 힘과 심리적인 안정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니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힘을 보충하는 것도 가을을 의미 있게 보내는 일이 될 것 같다. 장정옥 소설가

2019-09-22 06:30:00

이상일 시인, 수필가

[광장]귀곡천계의 습성을 버리자

귀곡천계(貴鵠賤鷄)란 고니를 귀하게 여기면서 닭을 천하게 여긴다는 사자성어로, 멀고 드문 것은 귀하게 여기는 반면, 가깝고 흔한 것은 천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닭은 가까이 자주 접하는 가축으로 자주 볼 수 없는 고니보다는 천하게 여겨질지 몰라도, 같은 조류(鳥類)라는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 우리의 문화나 역사의 인식에 있어 이런 귀곡천계의 습성이 남아 있어 안타깝다.지리적 여건으로 대륙인 중국 옆에 있는 한반도의 숙명 때문에 오랫동안 중국의 문화나 영향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해방 이후 현대에 와서도 외세에 의한 개방으로 그동안 내려오던 과거의 전통이나 문화와는 전혀 다른 서양의 교육이나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 우리 것 대부분은 부정되었다. 속된 말로 무조건 먼 곳이나 남의 것은 좋은 것이라 여기고, 우리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는 버려야 하고 천하게 여겼다. 이런 오랜 중국의 사대주의 전통이나 맹목적 서양문화의 도입으로 인한 귀곡천계 습성이 우리의 가치관이나 문화에 많이 스며들어 있다특히 고대사 분야가 매우 심하다. 중국의 삼황오제나 제가백가들을 신봉하여 과거시험 과목으로 달달 외울 정도이고, 현대에도 서양의 그리스로마신화는 수백 권의 책으로 출간될 뿐만 아니라, 도표를 그려가면서 그 어려운 신들의 이름과 계보를 다 외우고 있으면서, 정작 우리의 단군신화나 고대에 대해서는 미신이거나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무시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현실이다. 고대사는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후대 문자가 만들어지면서 각색된 신화나 소설이기에 역사적 사실에 바탕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중국이나 서양 것은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신뢰하면서, 정작 우리의 단군신화나 환단고기, 천부경 등 고대사에 대해서는 미신 내지 허무맹랑하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모두 같은 신화이고 그 내용의 진실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똑같다. 이는 그동안 우리의 근대교육이 서양 문화에 대해 맹목적으로 선진국이라고 단정하고 비판 없이 세뇌 교육을 받은 영향이라고 본다.문화나 역사는 상대성이고 그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준이나 격을 논할 수 없는 분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 찬란했던 사라진 고대문화도 지금 거꾸로 볼 때,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듯이 오늘날 각자 이어져 온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도 고유성을 인정해야 한다. 설사 우리의 고대사가 다소 비현실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 해도, 전혀 근거나 스토리가 없는 것이 아닌 이상, 우리가 우리 것을 사랑하고 가꾸고 전승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 것을 지켜 주리요.오늘날 국제화 시대라지만 현재 자기가 살고 있는 말과 문화와 정신을 버리고 후손들이 어떻게 잘될 수 있다고 보는가.그런 의미에서 최근 대구경북지역이 그동안 보수적 전통으로 지켜온 지난날의 문화나 정신적 가치들을 세계인들이 같이 공감하고 지켜야 할 문화와 전통으로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 14곳 중 5곳이 등재되었다.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 그래서 서양과 중국 위주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귀하게 여기는 습성을 버리고, 비록 초라하고 볼품없더라도 우리 것을 우리가 사랑하고 지키겠다는 생각으로의 전환과 교육이 뒷받침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2019-09-21 06:30:00

[내가 읽은 책]이미지 인문학 1, 2/ 진중권/천년의 상상/ 2014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방법으로 현실을 만나고 이해하던 것이 변하고 있다. 오늘날은 움직이는 현실이 바로바로 전해진다. 문자문화가 전자매체를 만나 '0'과 '1'의 숫자코드로 단순화된 '디지털 이미지'가 된다. 전할 내용들이 문자, 회화, 사진, 컴퓨터 형상(CG)같은 다양한 재현영상에 실려 빠른 속도로 다수에게 전해진다. 과연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에 전자기기의 수동적 소비만 하면 될까? '이미지 인문학'은 스마트 환경에 적응이 어려운 '인문학적 실체'에 닥친 재난에 대해 경고한다.2008년부터 기술미학연구회와 함께 뉴미디어인 '이미지, 사운드'와 올드미디어인 '인문학'과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이 분야에서 진중권 작가의 기획, 교육, 연구, 저술활동은 특히 뛰어나다. 그는 서울대학교 미학과 학‧석사 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언어 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했다. '이미지 인문학'은 1~2권으로 각각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와 '섬뜩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언캐니의 세계'를 말한다. 디지털의 철학, 리얼 비추얼 엑추얼(가상현실), 파타피직스(패러디 과학), 지표의 진실, 실재의 위기(1권), 디지털 사진의 푼크툼, 언캐니, 휴브리스와 네메시시, 인 비보‧비트로‧인 실리코, 디지털 미학(2권)등이 그것이다.조각상이 놓여 있어야 할 받침대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휴대용 모니터를 통해 보면 그 빈 곳에 가상의 금송아지가 나타난다. 그 모니터는 손에 들린 각도에 따라 실시간으로 시점을 바꿔주기 때문에, 관객은 마치 현실의 금송아지를 투명한 창문을 통해 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가상에 불과한 그 금송아지의 표면에는 현실의 공간이 반영된다. 전시될 공간의 인테리어를 미리 촬영해 입력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가상의 객체가 현실로 나온다는 전설이 실현된다. (p64)'스마트'로 대표되는 '정보혁명'시대에는 '이미지를 못 읽는 자가 새로운 문맹자로 전락'(p136)한다.'클릭', '더블클릭'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시대도 나이가 든다. 이미지와 사운드를 직접 만드는 주체들도 새로운 체계에 적응한다.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노인들이 늘고, 교통카드를 만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상거래에도 적극 활용한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무심히 거닐다 잠시 사진작가가 되기도 한다. 손 안의 스마트 폰은 손쉽게 바다로부터 아주 멀리 떠가는 조각배를 큼직한 사진으로 건져내 보여준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오늘도 다양한 전문지식들이 기술소비자를 만나는 여행을 시작한다. 새로운 기술소비자를 만난 뉴미디어 기술은 분명 현실과 가상이미지 중간쯤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있다.주어진 것을 담아 전달하던 사진적 현실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시도는 주체적인 활동에 있다. 이제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나치게 쉽게 아무 사진이나 전체 공개로 올릴 수 있어서 더욱 문제가 된다. 인터넷 상에 조심성 없이 올린 개인의 정보들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페이스북에서는 세계의 이름 모를 친구신청이 매일 도착한다. 만나고 헤어지는 경계도 없다. 말 걸어주는 이가 많아서 디지털 세상은 행복하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행복하게 소통하고 있다면 더욱 좋을 것도 같다.서강 학이사 독서아카데미회원

2019-09-21 06:30:00

1940년 조광사에서 출판된 세계걸작탐정소설전집 제 1권(여시제 소장)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한국 최초의 탐정소설전집

중학교 때 친구 중에 탐정소설 마니아가 있었다. '여학생'이라든가, '학원'같은 잡지가 인기를 끌고, 청소년 연애소설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에 그 친구는 코난 도일에서부터, 아가사 크리스티, 앨러리 퀸의 탐정소설을 탐독하고 있었다. 몇 몇 주변 친구들이 호기심에 그 친구에게 탐정소설을 빌리곤 했지만 대부분 몇 페이지도 채 읽지 못하고 곧장 돌려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탐정소설에는 여학생 취향의 낭만적 연애이야기가 없었다. 연애담은커녕, 책장을 여는 순간 잔혹한 시체가 눈앞에 툭 떨어졌다.문제는 이 뿐이 아니었다. 실마리를 따라서 범인을 찾아가는 탐정소설 추리 과정은 중학생에게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다. 달콤한 연애소설에 젖어 있던 아이들로서는 당연히 책장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탐정소설과 관련한 취향에 관해서는 일제강점기 조선 대중도 1970년대 한국 여중생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던 듯하다. 일제강점기 조선대중은 연애소설 혹은 귀신이나 초자연적 현상이 나오는 야담류에 빠져있었다. 연애의 달콤한 묘미도, 귀신이 불러일으키는 공포도 없이 과학적 지식으로 가득 차있는 탐정소설은 조선 대중들에게는 낯선 세계였다.그래서인지 일제강점기동안 서구 탐정소설은 번역 과정에서 조선 대중의 입맛에 맞게 모습을 바꿔서 소개되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한 편의 야담을 읽는 기분으로 탐정소설을 읽었다. 그런 조선에서 원작 내용을 그대로 번역한 탐정소설, 그것도 전집발간은 그 자체로서 혁명적 시도였다. 조광사에서 기획한 '세계걸작탐정소설전집'(1940)이 바로 그것이다. 전집이라고는 하지만 총 세 권. 어찌 보면 전집이라는 이름을 내걸기도 부끄러운 분량이었다. 수록 작품은 코난 도일, 모리스 르블랑, 에밀 가브리오, 이든 필포츠, 그리고 프레드릭 아놀드 쿠머의 대표 탐정소설 5편이었다.일본과 비교하면 참으로 초라한 결과였다. 일본에서는 이미 1929년, 유명 출판사 세 곳에서 제 각각 수 십 권에 달하는 세계유명탐정소설전집에, 코난 도일 전집, 모리스 르블랑 전집까지 발간된 상황이었다. 그 때문일까.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나서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달랑 세 권에 불과했던 이 전집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분량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 권 밖에 되지 않는 '세계걸작탐정소설전집'이었지만 그 발간에는 새로운 조선을 만들고자 했던 조선 문학가들의 열망이 담겨 있었다.그들 문학가들은 탐정소설의 과학적 지식이 조선사회를 덮고 있던 미신과 초자연적 의식을 말끔하게 제거해주기를 바랬다. 그래서 조선이 오랜 어둠을 벗어던지고 일제를 이길 수 있는 강인한 힘을 가지게 되기를 희망했다. 일본탐정소설전집 발간을 뒷받침해주었던 일본 제국의 거대 자본과 문화적 지원도 그들에게는 없었다. 그렇다고 탐정소설 전집 발간을 향한 대중의 열렬한 호응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세계걸작탐정소설전집'은 척박한 식민지 현실 속에서도 조선의 미래를 꿈 꾼 몇 몇 문학가들이 만들어 낸 열정의 결과였다.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2019-09-21 06:30:00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존경하는' 대신 '존중하는'

진정서를 써본 일이 있다. 지인이 갇혀 있기에 마땅한 죄를 지었지만, 부양하는 가장임을 긍휼히 여겨 집행유예로 봐주십사 애걸복걸하는 내용이었다. 반성문보다 더 쓰기 힘든 글이 남을 위해 쓰는 진정서임을 알았다. 무엇보다도 첫 문장 때문에 괴로웠다. 진정서를 어떻게 쓰는 건지 대략 알아보았는데, 하나같이 첫 문장이 '존경하는 판사님'이었다. 정말 존경하는 부모와 스승께도 왠지 쑥스럽고 오해 받을까봐 써보지 못한 말을, 생면부지의 판사에게 써야 한단 말인가?판사가 진정서를 틀림없이 읽어주고, 진정서가 판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인다고 치자. 누구나 쓰듯 '존경하는 판사님'이라고 시작하면, 판사는 으레 그러려니 하고 첫 문장을 신경도 안 쓸 것이다. '존경하는'을 쓰지 않으면 판사의 감정이 상할지 모른다. 진짜 존경하지 않는 것으로 오독할 수도 있다. 불쾌할 수도 있다. "남들 다 쓰는 '존경하는' 말 한마디를 안 붙였네, 성의가 없어!"어느 드라마에서처럼 '친애하는'을 쓰거나 '대쪽 같으신' '사랑해 마지않는' '똑바로 판결해주시리라 믿는' '법의 수호자이신'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하늘님 같으신' 등과 같이, 남다르게 써도 좋은 소리 못 들을 테다. "뭐야, 판사한테 장난쳐?"판사는 실제로 존경할 만한 분일 테다. 공부로 따진다면 내가 한없이 우러러봐야 한다. 일의 가치와 중요성을 생각할 때 절로 존경심이 든다. 경제적인 면을 따지면 나같이 모자란 사람은 공경을 해도 모자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존경하는'이라는 말을 왜 그렇게 쓰기 싫었을까. 아무리 지인을 구하고자 하는 글이지만, 아무리 의례적인 표현이라지만, 내 마음에서 우러나온 호칭이 아니었기에, 그런 판에 박힌, 진심이 담기지 않은 관용어를 쓰는 것이 저어됐을 테다.'존경하는'을 아무렇지도 않게 남발하는 이들이 있다. 그것이 토론인지, 회의인지, 질의인지, 취조인지, 말싸움인지 잘 모르겠지만, 국회의원의 언변 덕분에 곧잘 놀라고 자주 웃는다. 저렇게 재미난 분들이 계신데, 소설이 읽힐 리가 없다. 도무지 적응 안 되는 말이 '존경하는'이다. 주로 진행자인 위원장이 쓰는 말이다. 질의자가 여당 의원이든 야당 의원이든 꼭 '존경하는 아무개 의원님'이라고 칭하는 것이다.대체 왜? 혹시 반어법일까? 그렇게 보기엔 칭하는 이나 듣는 이나 너무 자연스러운 얼굴이다. 텔레비전 보는 국민을 세뇌시키려는 것일까? 국회의원님을 부를 때는 앞에 '존경하는'을 붙여야 된다고. 국회의원끼리라도 존경해주자는 것일까? 혹시 진심인 걸까? 여야를 떠나서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성별을 떠나서 서로에게 상처를 많이 준 사이더라도, 국회의원으로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동류 의식의 표현일까?'존경하는 의원님'도 '존경하는 판사님' 못지않게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된 관용어일 테다. 내가 추측한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의도가 담겨 있다기보다는 위원장쯤 되어 회의 진행을 할 때 으레 쓰는 단순 관형어일 테다. 품위 없는 언어를 사용하며 다른 당 의원을 자격이 없다고 매도하는 이들도 위원장이 되면 '존경하는 의원님'을 입에 달게 될 테다.어쩌면 '존경하는'은 법원과 국회뿐만 아니라, 판사 못지않은, 국회의원 못지않은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고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존경하는' 사람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존경하는 공화국'일지도 모른다.'존경하는'은 그만 하자. 국회의원을 '존경하는'(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하는) 국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존경받으면 안 되는 직업이기도 하다. 국민을 위해 일하고 국민에게 칭찬받아야 할 머슴이니까.국민의 충복끼리 '존경하는' 모습이 참으로 우스꽝스럽다.(진짜 언제쯤 존경하고픈 국회의원을 볼 수 있을까) 정 무슨 말을 붙이고 싶다면 '존중하는'이 어떤가. 사람끼리 존중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못하니 '존중하는'이라는 말이라도 사용하라는 것이다.

2019-09-19 14:12:02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매일춘추]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지금 9월의 대구는 공연의 도시 답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구예술제, 대구음악제를 비롯해 수많은 공연들이 대구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다.필자는 며칠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일환인 소극장 오페라 '등꽃나무 아래서'라는 작품의 연출자로 참여 했었다. 이 오페라는 모차르트가 12세때 작곡한 소박하고 꾸밈없는 아름다움이 있는 오페라(Bastien und Bastienne)를 17세기 코르시아카섬 바스티아 마을에서 대구 청라언덕으로 무대를 옮기고 독일어로 된 음악을 우리말로 번안하고 각색하여 실제 청라언덕에 있는 등꽃나무 아래에서 공연된 야외 오페라였다. 누구도 부인할수 없는 모짜르트의 천재성과 이곡에 넘치는 재치와 발랄함과 아름다운 멜로디에 지역색이 짙은 사투리와 지명, 그리고 한번쯤 들어본 주인공들의 이름, 과장된 연기 등은 대부분의 오페라가 가지는 큰 고난이나 역경, 짜여진 구성을 대신하여 즉흥적 상황극과 작은 웃음 포인트들로 단장하여 다소 뻔해 보일 수도 있는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내어 관객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려 했었다. 다행히도 관객들의 반응은 좋았으며 오페라를 잘 접하지 못한 분들도 "야 오페라도 재밌는데"라며 흥겨운 마음으로 야외 공연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나는 "오늘도 하나를 끝냈구나"라고 중얼거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배우들에게 "고생했어요"라고 인사를 한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청라언덕을 빠져 나왔다.나는 연출가이다. 연출은 흰종이 위에 새겨진 활자들을 모든 메카니즘과 등장인물을 동원해 구현해 내는 보이지 않는 창작자이다.현 시대의 공연예술에 있어서 연출은 작품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지만 그만큼 작품 완성도에 대한 책임도 상당부분 따른다. 그런 스트레스와 책임감 때문에 새로운 공연이 끝날 때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사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매번 새로운 작품을 만날때마다 그것에 대한 해석과 표현의 방법 그리고 관객의 이해를 돕기위한 여러 수단들이 연출에 의해서 진행되지만 그 결과물은 예측할 수 없기에 공연시에는 제3의 눈으로, 또 다른 관객의 시선으로 무대를 바라보며 자기의 상상과 무대위의 구현이 일치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맞아 떨어지고 관객이 반응할 때 연출은 객석 어딘가에 숨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오늘 이런 노랫말가 생각난다. "연극이 끝나고 난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아무도 없는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공연이 끝나도 나는 객석에서 다음 관객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오늘도 어김없이 다음 공연을 준비 하련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2019-09-19 13:14:44

이동식 경북 청송경찰서 주왕산파출소장

[기고]사기 범죄를 예방하자

최근 사기 범죄의 증가로 인해 서민경제가 악화되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파괴돼 국민들의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사기 범죄는 피싱 사기(보이스'메신저 피싱)와 생활 사기(인터넷·취업'전세 사기), 금융 사기(유사 수신·불법 다단계·불법 대부업·보험 사기)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발생한 사기 범죄는 27만29건으로 2017년 대비 16.6%나 증가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특히 피싱 사기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 중 보이스 피싱 사기는 올해 상반기에만 1만9천9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1% 증가했고 메신저 피싱 사기는 2천432건으로 전년 대비 271%나 증가했다. 피싱 사기는 범행 대상자에게 전화나 메신저 등으로 허위 사실을 이야기하고, 송금을 요구하거나 특정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사기 수법을 말한다.사기범들은 예전에 주로 가족이 납치를 당한 것처럼 가장하는 수법이 많았지만 현재는 국민연금공단, 법원, 우체국, 경찰, 은행 등을 사칭해 세금 환급과 신용카드 대금 연체, 은행 예금 인출 등 다소 구체적이고 교묘한 수법으로 급박한 상황을 연출해 피해자에게 범행을 꾀한다. 또한 '○○은행의 현금카드에서 돈이 인출되었습니다'라는 문구나 우편물 미수령, 법원 출석 요구, 연금 환급 등 마치 공공기관이 발송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피해자들에게 알리면서 송금을 유도하거나 개인 정보와 금융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이에 경찰은 이달부터 11월 말까지 피싱 조직원과 가짜 앱 개발자, 개인 정보 유통업자, 대포폰'대포통장 판매책, 인터넷을 활용한 인터넷 사기, 취업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취업 사기, 허위 서류를 꾸며 보증금을 가로채는 전세 사기, 유사 수신, 불법 대부업 등의 사기 범죄에 대해 대대적인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국민 여러분도 '나는 아닐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사기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 범죄 피해자는 통상적으로 어르신들이 많지만 의외로 젊은 층을 포함해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사기 범죄를 예방하려면 최소한 몇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자동 응답 시스템(ARS)을 이용한 사기 전화를 주의해야 한다. 전화를 이용해 계좌번호나 카드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일절 대응하지 않는다.▷현금 자동 입출금기(ATM)를 이용해 세금 또는 보험료 환급, 등록금 납부 등을 해준다는 안내에 일절 대응하지 않는다.▷만일 전화 사기범들의 계좌에 자금을 이체한 경우, 즉시 거래 은행에 지급 정지 신청을 하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한다.▷개인 정보를 알려준 경우, 즉시 주거래은행이나 금융감독원에 신고한다.▷자신의 동창생 또는 종친 회원 등 긴밀하게 연락을 하지 않는 관계에서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 반드시 사실 관계를 재확인해야 한다.▷자녀를 납치한 것처럼 가장해 부모에게 전화해 송금을 요구할 경우, 섣불리 돈을 송금하거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말고 반드시 사실 관계를 재확인 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풍성한 한가위 연휴가 끝나고 수확의 계절이 다가왔다. 농가마다 가을걷이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사기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기 범죄는 한순간,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범죄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2019-09-19 12:04:31

이권우 경산미래정책연구소 소장

[특별기고]'가혹한 세금'은 국민저항 부른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천억원으로 편성했다. 2017년 사상 첫 400조원 예산을 돌파한 지 3년 만에 정부 제출 예산 5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초(超)슈퍼 예산이다.문재인 정부 출범 3년 만에 100조원 이상이 늘어난 액수다. 이 정도면 중증(重症) 재정중독이다. 국가의 씀씀이는 커졌지만, 세입은 늘지 않아 적자 국채 발행이 작년과 올해 30조원대에서 내년 60조2천억원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수준은 올해 37.2%에서 내년 39.8%로 이미 위험 수준이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통계청에 따르면, 7월 실업자 수는 109만7천 명으로 7월 기준 IMF 사태 이후 가장 많았다. 일자리 정부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문제는 내년 법인세 수입이 올해보다 14조8천억원 이상 줄어든 64조4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인세 수입 감소는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의 지표라는 점에서 내년도에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편성했지만 일자리 증가를 기대하기는 애당초 글렀다고 볼 수 있다.최근 해외 이민 열풍이 불고 있다.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대한민국을 탈출해 해외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증여나 상속을 목적으로,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투자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도 늘고 있는 것이다.통계청이 운영하는 'e-나라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해외이주자는 6천257명으로 2017년 1천443명과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했다.옛말에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했다. 바로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이다. 유래는 다음과 같다. 중국 춘추시대 말 공자가 노나라의 혼란 상태에 환멸을 느끼고 제나라로 가던 중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여인을 만난다. 사연을 물어보니 시아버지, 남편, 아들이 모두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다는 것이다. 공자가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여인은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그나마 살 수가 없다. 차라리 여기서 사는 것이 더 낫다"고 대답한다. 이에 공자가 제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알려주는 말이다"고 했다.즉,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처럼 현대판 가렴주구(苛斂誅求)를 피해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탈출하고 있는 것이다.동학혁명의 원인도 가혹한 세금 때문이었다. 1892년 말 전라도 고부(현 정읍)군수로 부임해 온 조병갑은 온갖 명목으로 농민들에게 수탈을 자행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탐관오리의 전형적인 인물인 셈이다.당시 농민들은 조병갑이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건이 일어나자 관찰사에게 이 사실을 호소했다. 하지만 관찰사는 오히려 농민들을 탄압했다. 이에 전봉준과 1천여 명의 농민들은 1894년 2월 만석보를 파괴하고 고부군 관아를 점령하게 된다. 이들은 관아에 있던 불법적인 세금으로 징수한 곡식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려줬다. 즉, 동학혁명의 원인은 가혹한 세금에 대한 성난 민심 때문이었다.호질기의(護疾忌醫)라는 말이 있다. 병을 숨기고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린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자신의 결점을 감추고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에 꼭 어울리는 말이다.문재인 정부는 이미 실패한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을 폐기하지 않고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포장지로 포장을 한다고 해도, 추락하는 경제상황을 감출 수는 없다. 아집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면 세상에 못사는 나라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당장 소주성 정책을 폐기해야 하는 이유다.일자리 정부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가 세금 착취에, 빚더미까지 떠넘기겠다는 것은 몰염치의 극치다. 국민 입장에서는 수탈(收奪)일 뿐이다. 일자리를 갉아먹고, 국민을 해외로 떠나버리게 하는 가혹한 세금은 국민과 나라를 병들게 한다. 동학혁명처럼 수탈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수 있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

2019-09-18 20:01:23

작가

[권미강의 생각의 숲] 100일 동안

곰이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사람이 됐다는 100일은 인고의 세월처럼 느껴진다. 오랫동안 참고 견디면 하늘도 감동해서 동물을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이야기. 그 시간을 견뎌내지 못한 호랑이는 사람이 될 수 없었으니 100일은 단군신화에서 인내에 대한 가르침의 시간이다.하루 유동인구 100만 명이 넘는다는 서울 강남역 사거리. 그곳을 내려다보는 CCTV 철탑에 100일 넘게 올라가 있는 남자가 있다. 키 180㎝의 그는 아파트 10층 높이쯤 되는 25m 지름 150㎝, 1.65㎡(0.5평)에서 102일째 살고 있다. 아니 살아내고 있다. 그중 55일간은 단식을 했다. 철탑 아래에는 그의 손발이 되어 위험한 고공농성을 벌이는 이유를 세상에 알리는 또 한 남자가 있다. 세계인이 다 아는 강남의 중심에서 두 남자가 목숨을 걸고 기업의 부당함을 외치고 있다.철탑 위에 있는 김용희 씨는 해고되지 않았다면 지난 7월 정년퇴임했을 것이다. 경남 지역 삼성 노조 설립위원장을 맡았다가 1995년 해고됐다. 그 여파로 그의 아버지는 행방불명됐고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철탑 아래에 있는 이재용 씨는 그들을 해고한 그룹 후계자와 이름이 같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으로 당선된 후 수많은 회유와 협박에 시달렸다. 결국 1997년 부당 해고됐다.20여 년 전 단지 노조 설립을 시도했다는 이유만으로 두 남자는 자신들이 몸담고 일했던 회사로부터 협박당하고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회사로 인해 가족조차 해체됐다. 1938년 창립 후 지금까지 80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온 기업은 헌법에 명시된 노조 설립을 하려는 두 남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지만 어떤 보상도 사과도 하지 않는다.이제 예순을 맞은 두 남자는 20년 전 노조 설립 과정에서 겪었던 인권 침해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듣기 위해 100일을 넘겼다. 하늘이 감동하여 동물을 사람으로 만든 그 100일 동안 기업은 여전히 침묵이다.작가

2019-09-18 18:30:01

신창환 사회복지학과 교수

[같이&따로] 나의 조국(祖國), 대한민국.

추석이 지나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에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가을 하면 어렸을 적 운동회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국민(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빠지지 않은 종목은 달리기였다. 전교생이 모두 참가하는 100m 경기와 학년별 대표가 참가하는 계주 경기가 있었다. 100m 경기는 한 조에 8명 정도가 달려 결승점을 통과하면 1등에서 3등까지는 손목에 도장을 찍어주고 등수에 따라 학용품을 상품으로 나누어 주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상품을 받은 아이와 받지 않은 아이 간에 미묘한 우월감과 패배감이 감돌았던 기억이 있다.잠깐 달리기 경기에 대한 가상적 상황을 가정해 보자. 100m 경주가 열리는데 참가자가 20대 청년, 50대 중년, 70대 노인, 청각장애인이라고 한다면, 이 경기의 결과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기를 진행하기도 전에 등수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나 관람객 모두 경기가 공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불평할 것이다. 그래서 실제 경기에서는 연령을 구분하고, 성별을 구분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여 비슷한 조건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참가자 간의 경쟁에 따라 우열을 가린다. 적어도 이 경기에서는 앞의 경기와 비교하여 과정에 대해서는 불공정성을 얘기하진 못한다.과정의 공정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기 위해 20대만 참가하는 100m 경기를 진행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운동장의 트랙이 8명만 달릴 수 있어 100m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숫자가 제한되고 1, 2명에게만 거액의 상금이 주어지고 다른 참가자에게는 주어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 예선전도 서울이나 일부 지역에서만 열리고, 그 예선전을 통과한 참가자에게만 결선에서 달릴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에서부터 경쟁의 과정, 그리고 경쟁이라는 형식은 갖추었지만 경쟁의 결과에 따른 상금의 배분 등 모든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여기서 이 100m 경기를 대학입시나 취업이라고 생각해보자. 결승전에 올라가는 것은 명문대와 고액 연봉의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경쟁에 참가하는 것으로, 거액의 상금은 입학과 입사라고 생각해보자. 경기에 아예 참가하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이나 경쟁에 참가했다 해도 등수에 들지 못한 참가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조국(曺國)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조국 대전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모든 이슈를 법무부 장관이 삼켜버리고 중요한 사회적 이슈는 공론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여야와 보수와 진보의 극한 대립으로 정국은 안갯속이다. 이번 조국 사태를 두고 다양한 관점으로 설명한다. 다음 선거를 앞두고 진보와 보수의 진영전으로도, 기득권이 된 86세대의 정체성 상실로도, 검찰 개혁을 둘러싼 검찰과 현 정부의 힘겨루기로도 해석한다.필자의 눈에는 '평등, 공정과 정의'라는 단어로 조국 사태가 읽힌다. 많은 논란 중에서도 자녀의 입시를 둘러싼 논란, 사모펀드를 통한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한 논란은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현 정부를 대표하는 강력한 상징성을 가진 인물의 가족사가 법적 심판까지 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다수의 사람들이 경쟁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경쟁에 참가할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고, 경쟁의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를 결정하는 요인이 개인의 실적이나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번 조국 사태는 그런 믿음이 좌든 우든, 민주화 세력이든 산업화 세력이든 상층 엘리트들에게는 그저 정치적 구호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달리기를 잘 하지 못했던 나는 운동회에서 항상 4, 5등이었다. 각종 경기에서 상품을 많이 받았던 한 친구가 쓱 건네주는 노트 한 권에 기분이 좋아졌던 그 시절, 그 친구가 선선한 가을바람에 문득 생각난다.

2019-09-18 18:30:00

김경덕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진흥단 단장

[김경덕의 스타트업 스토리] 스타트업 삼국지

몇 해 전 일이다. 자동차 운전 중 긴급 사고가 발생하면 버튼 클릭 한 번으로 보험사 호출이 가능한 IoT(사물인터넷) 제품을 개발한 스타트업 대표와 함께 일본과 중국을 연이어 방문하였다. 먼저 일본에서 스타트업 대표는 호출 기능 말고도 USB 충전 포트까지 추가했다며 자랑스럽게 홍보했다. 일본 관계자는 미소를 지으며 시판 중인 유사한 기능의 제품을 가지고 왔다. 긴급 호출 버튼 하나만 달려 있고 1년 정도 충전 없이 사용 가능한 사은품으로 자동차 보험 계약자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실망을 안고 방문한 중국. 스타트업의 요람 선전시에서 관계자들에게 기능을 설명하니 이미 개발을 마친 제품이 있다고 한다. 긴급 호출 버튼부터 다양한 충전 단자, FM 트랜스미터 등 각종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었다. 왜 이렇게 많은 기능을 포함했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웃으며 답을 했다. "중국 사람들은 다양한 기능이 담긴 제품을 좋아해요."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은 나라인 일본과 중국이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향과 제품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중국은 하루 평균 1만6천600개의 기업이 창업할 정도로 미국과 쌍벽을 이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창업 열기를 자랑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도시 순위에도 베이징과 상하이가 상위 10위 안에 포함되어 있고 알리바바의 마윈, 바이두의 리옌훙 등 스타 창업가들의 성공 신화가 젊은이들을 창업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유니콘'이 드문 일본은 투자 중심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정교하게 구축되어 있어 기업 공개 등을 통한 창업기업 성장이 제도화되어 있다.그러면 우리나라의 장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어느 일본 창업자에게 직접 들었던 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일본은 원천 기술에서 세계적인 자신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응용하는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일본을 넘어서 세계 최고라고 감히 생각합니다."(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문화콘텐츠진흥단 단장

2019-09-18 18:13:53

지진 등 유사시에는 안전용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신야 코지마&아야카 코지마의 'AN JU'

[신팔도유람]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수천 개의 노란 공이 담긴 작품 'Broom Room'에 들어가 사진 촬영을 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엔 즐거움이 가득하다. 올해 탄생 100년을 맞은 독일 바우하우스 기념 전시를 유심히 살피는 이들의 모습에선 진지함이 엿보인다. 전시관 광장에 설치된 팝업 정원은 관람객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미래도시와 모빌리티 교육 프로그램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지난 7일 개막한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지금까지의 전시에 비해 관람객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눈길을 끈다. '다양한 디자인의 세계를 만나는 즐거운 놀이터' 같다. 물론 디자인 전공자 등 좀 더 전문적인 정보를 원하는 이들이 흥미롭게 관람할 만한 섹션도 마련돼 있다.오는 10월 31일까지 55일간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은암미술관 등에서 열리는 올해 디자인 비엔날레의 전시 주제는 '휴머니티(HUMANITY : Human+Community)'다. 올해 비엔날레가 주목한 건 '인간'과 '공동체', 그리고 '상생과 배려'. 디자인의 가치와 역할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인류 공동체를 위한 디자인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 50개국에서 디자이너 650여명, 기업 120여개가 참여해 113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비엔날레는 주제관과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전 등으로 구성된 국제관, 기업관 등 5개의 본전시를 비롯해 '다름과 공생'을 주제로 제작된 상징조형물, 특별전, 교육프로그램등으로 구성됐다.올해 디자인비엔날레는 전시장으로 들어서기 전, 상징 조형물을 만나는 즐거운 체험에서부터 시작된다. 본전시관인 비엔날레 광장에 들어서면 삭막한 도심에 푸른 기운을 전하는 팝업 가든이 눈에 띈다. 네덜란드 출신 빈센트와 인디의 작품 'Urban Bloom'으로 17m 규모의 도시 정원은 나뭇잎 컬러가 투명하게 비치는 풍선이 공간 위에 매달려 있다. 또 전시관 2층 통로에서는 장성(시카고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작가의 작품 '인상'을 만날 수 있으며 평창올림픽 메달 디자이너인 이석우 작가의 작품도 눈에 띈다.올해 행사 주제인 '휴머니티'를 표현한 '주제관' 1갤러리에는 임팩트가 강한 4작품을 선보였다. 다양한 영상이 흐르는 20여m 길이 강이연 작가의 '자각몽'을 통해 전시장으로 들어선 관객은 평창올림픽 오프닝 연출을 맡은 '닷밀'의 정인 작가가 미디어 맵핑을 통해 구현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만난다.아마도 관객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작품은 헝가리 작가 키스미크로스의 'Ball Room'일 듯하다. 현대인의 감정을 대변하는 이모티콘을 노란 '공'이라는 물체를 통해 구현한 작품으로 관람객들은 작가가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특별 제작한 13가지 표정의 디자인 스티커를 부착한 뒤 대형 공 앞에서 사진을 찍고 2000여개로 구성된 '볼룸'에는 직접 들어가 볼 수도 있다. 또 네덜란드 디자이너 댄 루스가르덴의 'Lotus Dome'은 인간의 열과 빛에 반응하는 '돔'으로 관객들이 손을 뻗어 온기를 더하면 빛을 밝히며 조금씩 꽃을 피운다. '국제관'으로 꾸며진 2갤러리는 올해 100주년을 맞은 세계 근대 디자인의 근간 '바우하우스'를 조명한 전시로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바우하우스 건축 축소 모형과 함께 바우하우스 정신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의자와 테이블, 조명 세트 등이 관심을 모으며 바우하우스 학교를 직접 촬영한 김희원 작가의 영상 작업도 차분히 볼 만하다.이 전시를 흥미롭게 만든 건 바우하우스 정신을 자신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국내외 14명(팀)의 작품들이다. 노래방 형식을 차용한 슬기와 민의 작품을 비롯해 안상수 작가의 한글 타이포 그래피 등이 인상적이다. 스위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과 협업한 '모두의 거실이 되는 공동 공간' 섹션은 한국, 일본, 독일 등 22곳의 공동 생활 프로젝트의 사실적인 모형을 통해 우리 사회 공동체 주거와 공공 공간에 대한 디자인의 역할을 소개하고 있다.아티스트 범민의 그래피티 작품으로 시작되는 3갤러리 '기업관'은 사람과 사회, 사람과 환경을 연결하는 기술을 만나는 섹션이다. 백열전구를 생산하던 일광전구의 대형 기계, 스피커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NAPAL 3', 스티브 잡스로 대변되는 애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섹션, 상상력 넘치는 디자인의 세계를 보여준 기아 디자인웍스의 공간도 천천히 둘러볼 만하다. 4갤러리에 조성된 '휴먼시티'는 인간의 삶과 연관된 공간들을 놀이터 처럼 꾸며 관람객의 참여도를 높였다. 1인가구, 고령 인구를 위한 생활 공간을 보여주는 '삶터'를 비롯해 거리, 배움터, 장터, 광장 등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마지막 5갤러리는 광주 디자인의 현주소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지역 대학이 직접 참여해 광주 뷰티산업과 디자인의 접점을 찾은 프로젝트 결과물과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맨디니와의 협업 상품 디자인 등이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특별전도 마련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2관에서는 해외 디자이너의 작품 203점을 포함, 모두 466점의 작품이 전시중인 '2019광주디자인비엔날레 국제포스터초대전'과 골드스미스 런던대학교, 파리장식미술학교 등이 함께한 '국제디자인 대학 특별전'을 만날 수 있다. 또 전당 인근 은암미술관에서는 25개국 50여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한 '한반도 평화통일국기국제디자인전'이 진행중이다.광주디자인센터에서도 2개의 전시가 열린다. 세계수영대회 개최를 기념해 지난 7월 개막한 'DIVE IN TO LIGHT'전에서는 세계적인 설치 미술 대가 다니엘 뷔렌을 포함 15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지금까지 열린 7차례 디자인비엔날레의 변천 과정을 살필 수 있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아카이브전'도 열리고 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광주일보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일시2019년 9월7일~10월31일◆장소- 광주비엔날레전시관(본전시·휴관없음)-국립아시아문화전당(국제세계포스터초대전, 국제디자인대학 특별전·월요일 휴관)-광주디자인센터(광주디자인비엔날레 아카이브전, DIVE INTO LIGH전·휴관 없음)-은암미술관(한반도평화통일국기 디자인전·공휴일 휴관) ◆관람시간오전 9시~오후 6시(5시 매표 마감) ◆입장료일반 1만3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단체 할인)비엔날레전시관 외 무료 관람 ◆도슨트 설명· 오전 10시, 11시, 오후 2시, 3시, 4시 총 5회 운영· 소요시간:60분~90분· 사전예약 필수(당일 예약 불가),· 20명 이상 단체

2019-09-18 18:00:03

[종교칼럼] 장기기증은 사랑이다

우리 교회에서는 '아나바다 운동'을 한다. 아나바다 운동은 '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꾸어 쓰고, 다시 쓰는' 운동이다. 소위 생활용품 재활용 캠페인이다. 아예 교회 출입구 옆에 방을 하나 만들어서 중고품 가게처럼 운영을 한다. 내가 정성스레 세탁하고, 정비한 물건들을 아침에 기증했는데 그 물건들이 저녁에 모두 팔린 날은 지구를 구한듯 정말 기분이 좋다. 자원재활용은 나라를 지키고 지구를 살린다. 로보트 태권브이같이 나라를 지키는 자부심, 마블의 히어로들 못지않은 영웅심을 느낀다.장기기증은 우리 몸의 아나바다 운동이다. 우리 몸도 남에게 기증할 것이라서 더욱 아껴 쓰면 나중에 나누어 쓰고, 바꾸어 쓰고, 다시 쓸 수 있다.대구광역시에서 '장기 및 인체조직 등 기증장려에 관한 조례'가 2017년 통과되었다. 시민들의 장기기증 활성화와 인식 개선을 위하여 매년 9월 9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지정했다. 한 사람이 죽어서 9명에게 장기를 기증할 수 있다는 뜻이라 한다. 올해는 처음으로 동성로에서 기념행사도 했다. '장기기증의 날'을 계기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이웃사랑과 생명나눔운동이 더욱 활성화되기 바란다.내가 처음 장기기증서를 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시신기증을 떠올렸다.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의 죽음을 생각하니 대면하기가 어색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의 죽음을 회피하고 억압한다. 나 역시 그러했다. 책에서 죽음이란 주제를 읽고 연구할 때와 나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그다음에는 장기기증을 생각했다. 와닿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각막기증을 고려했다.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각막기증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신기하게 다른 장기도 기증할 마음이 생겼다. 그것도 기꺼이.죽음 후에 내 육신이 가야 할 곳은 화장장의 뜨거운 불속이든지 차갑고 어두운 땅속이다. 죽음 후에 내 육신이 가야할 길을 확인하고 나니 내 육신의 부속품들을 나누어 줄 수 있는 것도 행복이 되었다. 불속이나 땅속이 아닌 다른 사람의 따스한 몸속으로 들어간다. 내 장기의 새 주인, 새 생명을 찾아주는 것이다. 내 장기가 필요한 사람의 몸속에서 알콩달콩 사랑받으며 콩닥콩닥 뛰는 모습이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내 몸의 부활이라고 이름 붙여도 하나님이 무어라 하시지 않으리라.어차피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갈 몸인데,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고통을 경감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가?죽어서도 할 일을 주어서 감사하다. 죽어서도 선행을 할 수 있다니 감사하다. 평생을 사용하고 폐기 직전의 나의 장기를 받아주고 사용해 준다면 감사한 일 아닌가? 장기기증은 사랑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다.그 일을 상업적으로 한다고 가정해보라.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한 사람이 또 한 사람과 공감하는 일, 한 생명이 또 한 생명에게 생명을 주는 일은 고귀한 일, 성스러운 일이다. 장기기증이 확산되어야 이식받을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보장된다. 그러면 생명의 빈익빈 부익부도 막을 수 있다.내 육신에게 새 생명의 길을 열어주자. 이웃에게 새 생명의 시간을 선사하자. 장기를 주어도 축복이고, 장기를 받아도 축복이다. 사랑할 수 있어서 축복이다.대구중앙교회대표목사

2019-09-18 16:07:25

배용수 경상북도 건설도시국장

[기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하늘길'

역사적으로 경상북도는 대한민국의 중심에 있었다. 민족사적으로 볼 때 전국 독립지사 중 가장 많은 14%가 경북의 선열이었을 만큼 경북은 항상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해 왔다. 산업국가 시대에도 새마을운동과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국가 발전의 중추에 있었으며, 구미의 전자 산업과 포항의 철강 산업으로 국가의 산업을 대표했다.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며 경북은 약해지고, 힘겨워졌다. 글로벌 경쟁력 약화, 수도권 집중, 세계 경제 위기 등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그중 대표적인 원인을 '길'에서 찾아보고자 한다.1970년 경부고속도로는 당시 15시간 걸리던 서울과 부산을 5시간으로 단축했고, 한강의 기적을 만들며 한국 경제의 대동맥으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KTX 개통은 시간 절감을 통한 속도 경쟁의 시대를 열었고, 교통 혼잡비를 줄이면서 수송량을 증가시켰다. 새로운 '길' 하나가 놓일 때마다 우리는 완전히 달라진 삶과 경제를 체험해 왔다.2019년, 우리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라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4대 강국에 둘러싸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또한 현실적으로 북한에 가로막혀 대륙으로 진출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특히 우리 지역에는 더욱 절실하다.생산·소비·고용 등 지난해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한 각종 경제지표는 지역 경제의 힘든 상황을 말해준다. 실업률은 지난 2000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 여기에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까지 줄어드는 이중고도 겪고 있다, 미주·유럽 등 전 세계와 통하는 문마저 400㎞나 떨어진 인천공항이 대신하고 있어 성장 동력의 힘이 점점 빠지고 있다.반면, 2001년 영종도에 새로운 '하늘길'을 연 인천은 300만 도시로 재탄생하며 지역총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에서 서울 다음의 2위 도시로 성장했다. 우리 지역이 세계와 연결된 '하늘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새로운 '하늘길'은 우리 지역의 미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도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초유의 역사임이 분명하다. 공항과 배후 도시 조성 등에 투입되는 건설 비용만 수십조원이다. 지역 단일 사업으로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은 없었다. 전 세계와 지역을 잇는 '직통 라인'이 생기며, 지역 반도체·휴대전화 등의 주력 산업은 활력을 되찾고,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은 획기적으로 늘어나며, 항공·물류 산업단지가 새로 만들어져 일자리도 대폭 생겨날 것이다.이러한 역사적 과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국내외 사례에서 보면 사업 진행에서 불거진 갈등은 수많은 갈등 비용을 유발하고, 지역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제 지역의 미래가 걸려 있는 '하늘길' 마련에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변해야 산다. 알아야 면장한다'면서 스탠딩 회의와 평상복으로 외형을 바꾸고, 화공(화요일에 공부하자) 특강 등 내용의 변화도 끊임없이 강조한다. '지역의 경쟁력 강화', 더 나아가 '생존'을 위한 변화의 절박함을 이야기한다. 이제 큰 이변이 없는 한 연내에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가 선정될 예정이다. 변화의 계기가 될 '하늘길'은 우리에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다.

2019-09-18 15:33:02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 발전적 미래 위한 사회자본의 형성

다양한 예술 장르(예술가)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도시에서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문화예술을 생산함으로써 나와 관계맺는 타인과 예술을 통해 만나며 이것은 곧 도시 공간에 기반을 둔 문화예술축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실천함으로써 미래 공동체 생산에 기여한다.올해로 28회째를 맞은 '전국무용제'가 24년 만에 대구에서 개최된다. 전국무용제는 오는 26일부터 내달 5일까지 경연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대구문화예술회관 및 대구 시내 일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국무용제는 1992년 '춤의 해'부터 시작되어 지방무용계의 상조적인 문화표현이 창출되는 무대공간을 열어주고 지역무용인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며 지역무용 활동 활성화와 지역무용의 균형적인 발전을 목적으로 개최되어 왔다.축제 참여는 지역사회에 다양한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고 지역사회 자원을 개발하거나 사회통합을 촉진시키거나 또는 공공적인 축하행사의 기회를 지역사회에 제공하므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지역에서 개최되는 축제의 성공과 실패는 축제를 기획하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상호간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조화를 이끌어내느냐에 달려있으며 이해관계자들 간의 역할과 상호작용 및 관계와 규범 등에 따라 축제의 성과가 달라진다고 본다. 이는 지역의 정체성을 규명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과 문화향유의 질적 향상을 통하여 지역의 경쟁력 제고 및 목표를 추구해 가는 것이 축제의 목표라고 볼 수 있다.성공적인 축제는 축제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효율적인 상호의존성을 정보 공유, 적극적 참여를 통해 관계가 형성되도록 해야 하며 단순한 참가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공공분야의 수평적인 관계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축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OECD(2001)는 사회적 자본을 '집단내부 혹은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의 협력을 촉진시키는 공통의 규범, 가치관, 이해를 동반하는 네트워크' 라고 정의했다.사회자본은 '결속형 사회적 자본'과 '연계형 사회적 자본'으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폐쇄성, 강한 유대, 닫힌 네트워크의 개념들로 특권 집단의 구성원들이 특권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폐쇄적으로 구성원들 사이에 범위가 제한된 결속이 형성되어 축적되는 자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강한유대를 가진 구성원들은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지속적인 동질성의 축적으로 인하여 구성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게 되고 단절과 적대감이 생길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반면 후자는 다른 배경을 가진 조직의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다른 배경에 있는 구성원 관계를 맺을 때 형성되는 것으로 정의했다. 특히 대규모의 축제를 운영하는 기관은 발전적 미래를 위해 연계형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4년만에 대구에서 개최되는 전국무용제가 화합과 창의적 조직 문화로 만들어져 이를 기반으로 지역의 경쟁력이 되는 성공적 축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2019-09-18 11:24:44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KAIST 공학박사)

[경제 칼럼] 전기차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미래 자동차의 중심에 있는 전기차의 역사는 놀랍게도 가솔린 자동차 역사보다 길다. 독일의 칼 벤츠가 2인승 3륜 가솔린차를 발명한 것은 1886년이지만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이 전기차를 발명한 것은 1834년으로 전기차 발명이 52년이나 앞섰다. 1900년 뉴욕에는 2천여 대의 전기차가 운행됐고, 한때 미국 전역에서 3만3천842대의 전기차가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전기차는 1908년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대량으로 생산한 T형 포드를 내놓자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거운 배터리 중량, 긴 충전 시간, 일반 자동차의 두 배가 넘는 가격 등도 대중화의 발목을 잡았다. 더구나 1920년대 미국 텍사스에서 대형 유전이 개발되면서 전기차는 가솔린차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무대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1996년 GM이 EV1을 개발하면서 다시 세상에 나타난 전기차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던 2003년, GM 회장은 EV1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수백 대의 EV1을 압착하여 폐차시키고 도로에서 주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박물관, 학교 등에 기증해 버렸다. GM 역사상 최악의 결정이었다. 왜 GM은 갑자기 EV1 프로젝트를 중단했을까?2006년 크리스 페인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전기자동차를 누가 죽였나?'(Who killed the electric car?)에 답이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구 환경을 구할 획기적 발명품인 전기차를 누가 죽였는지 추적하는 내용이다.미국 석유업체, 자동차업체, 석유업체와 자동차업체의 로비를 받은 미국 정부 모두가 주요 용의자로 지목됐다. 전기차 판매가 증가할수록 손해를 보는 석유업체를 비롯한 이들이 전기차 죽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심지어 EV1을 만든 GM도 내심 전기차에 부정적이었음이 당시 GM의 EV1 TV 광고를 보면 알 수 있다. 황폐한 벌판에서 지팡이를 짚고 구부정하게 서 있는 남루한 걸인이 멀리서 주행하는 조그만 EV1을 쳐다보는 어두운 분위기의 영상에서 EV1을 소비자에게 팔고 싶지 않다는 GM의 메시지가 느껴진다.이유야 어떻든 15년이 지난 지금 전기차는 다시 지구 환경을 구할 미래차의 중심이 됐다. GM 경영층이 EV1을 포기하지 않고 전기차 개발을 계속했더라면 지금의 테슬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전기차는 지금도 자동차업체에 그다지 매력적인 상품은 아니다. 전기차 부품수는 1만8천여 개로 내연기관차의 60%에 불과하다. 6천900개 엔진 부품은 모두 사라지고 구동, 전달 및 제동 부품은 5천700개에서 3천600개로 줄어든다.주요 제품이 엔진과 변속기에서 배터리, 인버터, 컨버터, 모터, 감속기 등으로 바뀌어 자동차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테슬라 같은 신생업체도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완성차 업체가 헤게모니를 잡을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GM에서 생산하는 볼트(Bolt) 전기차는 차량 부품 가격의 56%에 해당하는 제품이 LG 제품이다. LG전자에서 구동모터, 인버터, 디스플레이 및 오디오, 냉난방기 등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한다. 또 LG화학이 배터리·전력관리시스템, LG이노텍이 조향장치 모터, ABS 모터, 후방 카메라, 센서 등을 공급하고 있다.고성능 전기차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주행거리가 길며, 배터리 제조단가가 낮아야 한다. 1996년에 비해 전기차 제조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전기차 주행거리와 관계 있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wh/㎏)는 1997년 EV1 31에서 2016년 GM 볼트 138, 2018년 재규어 I-Pace 150으로 5배나 증가했다.주행거리는 EV1 112㎞에서 GM 볼트 383㎞, 재규어 I-Pace 470㎞로 늘어났다. 배터리 제조 원가(달러/㎾h)는 2012년 1000에서 2019년에는 150 이하로 15% 수준에 불과하다.전기차 제조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고, 지구 환경오염이 심각한 요즈음 다시 전기차를 죽일 일은 없을 것이다. 자동차 부품 산업 비중이 높은 지역 경제의 미래는 전기차의 미래에 달려 있다.

2019-09-17 16:11:49

이정호 국악작곡가

[매일춘추] 환상적

'꿈을 꿨다. 마음이 아리다. 꿈은 지나버린 시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더 아리다. 환상 속에 환상적인 기억. 그리움을 동반한 이 음악 안에서 생황은 계속 뛰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길 위에서,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그곳에서….꿈(夢)은 현실적이지 않은 환상적인 것. 또한 꿈(dream)은 희망을 담을 수 있고 현실에 이룰 수 있는 것. 알 수 없는 그 길 위에서도, 닿지 않을 그곳에서도 꿈을 품고 나아간다면 그것은 이룰 수 있는 환상이 된다. 환상적으로.'위의 글은 나의 생황 연주곡 '환상적'의 곡해설이다. 아름다웠던 꿈이 너무 아쉬워 곡을 썼고 곡을 쓰면서 그 꿈에 대한 아련함이 희망과 열정으로 바뀌었다. 아름다운 꿈, 그 아련한 환상에 대한 생각을 하며 현실을 고민하고 그 속의 나를 돌아보았다. 꿈이 아닌 생각으로부터 마음속 정리가 되며 더욱 환상적인 것을 그렸다.가끔 우리는 깊은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생각은 생각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 시간들을 스스로 인지하고 멈추지 않는 이상 그것은 계속된다. 끝나지 않는 그 생각 속에는 여러 고민들이 있을 수 있고 어떤 때는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또한 추억을 회상하거나 미래를 그리기도 한다. 꿈속의 환상을 깊은 생각으로 정리하였지만, 그렇다고 생각만으로 머무르지는 않아야 한다. 꿈이 아닌 현실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현실에서는 눈으로 보고 행동하는 것과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또 다르다. 생각 속에서만 머물러 있으면 그것 또한 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환상으로 머물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생각을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또는 즉흥적임에만 이끌려 다니는 것도 좋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 모두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꿈을 꾸고 생각을 하고 행동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인간은 살아가면서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를 존재하게 하는 것이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추억을 회상하고 후회와 회한의 안타까움을 느끼며, 고독과 외로움, 또는 집착과 욕망, 슬픔과 괴로움, 또 기쁨, 의지, 열정…. 이러한 감정들은 생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휘몰아치게 된다. 바로 이때 상념들을 인지하고 느끼며 관찰하고 결국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인데, 그것들이 조그마한 테두리 안에 갇혀서 부질없는 몽상적 상념에 머문다면 우리의 정신과 삶에 유해할 것이다. 좀 더 진선미를 추구하며 진리를 향해 달려가는 이상향적 상념들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더욱 풍부하고 유익한 삶과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 의지를 향해 행동하여야 한다. 어둡고 무거운 그림자의 옷을 벗고 한결 밝고 힘찬 열정의 빛을 향해 자유로운 날갯짓을 하길 바란다. 이정호 국악작곡가

2019-09-17 11:28:41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장

[기고]'대구시민의 날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

도시는 거의 예외 없이 시민의 날을 두고 있다. 역사적 상징성과 지역 정체성을 상기하는 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한양 천도일을 서울 시민의 날로 정했고, 부산시는 충무공의 부산포대첩 날짜에 의미를 부여했다. 인천과 광주에서는 직할시 승격일을 시민의 날이라 하여 기념하다가 각각 '인천'이란 지명이 처음 등장하고 시민군이 전남도청에 입성한 월일로 바꿨다.대구 시민의 날은 10월 8일이다. 1981년에 직할시로 승격한 때가 7월 1일이니까 그로부터 꼭 100일째 되는 날이다. 100이라는 숫자가 아주 풍성한 느낌인 데다 10월에 축제가 많고 8이 팔공산을 연상케 해서 그리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딘가 허전하다. 뜻풀이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시민의 날 관련 조례를 제정해서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나, 여전히 대내외적 관심과 인지도가 낮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보다 뜻 깊고 지역 연관성이 강한 쪽으로 시민의 날을 재선정하자는 요청이 있어 왔다.대구시가 문제점을 모를 리 없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수차례에 걸쳐 설문조사하고 계층별 집단토론, 전문가포럼, 시민토론회, 시민원탁회의 등을 실시한 바 있다. 대구시의회에서도 각계각층의 생각을 확인하는 논의 과정을 통해 날짜 변경과 운영 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시민의 날에 대한 수정 보완 의지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대안 모색이 힘을 얻을 수 있었다.그동안 이루어진 각종 조사와 토론회 결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새로운 시민의 날로는 국채보상운동기념일인 2월 21일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대구시에서는 2017년부터 해마다 전국 유일의 소통형 문화행사로 시민주간을 개최해오고 있는데, 그 기간은 대구 출신의 선각자들이 국채보상운동을 제창했던 2월 21일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2월 28일까지이다. 이 가운데 시민주간의 마지막 날에 해당하는 2·28 대구민주운동 거사일은 이미 국가기념일이 되었으니 국채보상운동기념일을 시민의 날로 지정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아주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타당한 얘기다. 대구 정신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날에 시작해 또 하나의 위대한 상징성을 지닌 날에 시민주간을 마무리함으로써 250만 구성원들의 기상과 자긍심을 드높이기에도 최선으로 보인다.이제 서두를 것은 조례 개정이다. 기존의 '대구광역시 시민의 날 조례'를 (가칭)'대구광역시 시민의 날 및 시민주간 운영에 관한 조례'로 개정해 소통하는 문화마당이 깊이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시민의 날과 시민주간에 축제 분위기가 도시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내외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안정적인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시급한 과제이다. 그렇게 대구 색채를 강화할 때 지역 정신의 공유·확산과 재도약의 추동력 확보가 가능해진다.

2019-09-17 10:23:40

[세월의 흔적]<39> 필름카메라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발견하였다. 이른바 명함판 크기의 흑백사진인데, 교복을 입은 내 모습을 찍은 것이다. 누가 찍어준 것인지는 기억해 내지 못하였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나도 카메라를 만지게 되었다. 아마도 6․25전쟁이 끝난 1950년대 후반쯤으로 기억하고 있다. 카메라가 귀중품 대접을 받던 시절이었다.교동시장에서 중고품 카메라를 샀다. 요즈음으로 치면 장난감에 가까운 조그만 것이었지만, 그래도 남들에게 자랑하며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그러다가 사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학원에 다니며 사진기술도 조금씩 배웠다. 그 당시 한일극장 북쪽 맞은편에 국제사진학원이 있었다. 카메라를 다루는 방법과 함께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지에 올리는 과정을 열심히 배우고 익혔다.그 시절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면 필름 값이 만만찮게 들어갔다. 가끔 사진 값이라며 몇 푼씩 받기도 하였으나,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부모님의 꾸중을 많이 들었다. 그래도 소풍이나 나들이를 갈 적에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고, 집안 잔치 자리에도 가서 사진을 찍었다. 마냥 즐거웠다. 이런 우화가 있다. "어린왕자"속의 여우가 말하기를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그 당시 내 마음도 그랬었다. 필름 속 사진을 금요일에 받는다면 나는 필름을 구입한 월요일부터 행복했었다.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이 늘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사진을 이렇게 찍었는데 저렇게 나오기도, 저렇게 찍었는데 이렇게 나오기도 하였다. 아니면 전혀 예상치 못하게 필름이 감기지 않았을 때가 있었고, 다 찍었다고 판단해서 필름을 꺼내려고 카메라를 열었다가 광선이 들어가서 못 쓰게 된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카메라도 고가의 성능 좋은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었고, 다양한 렌즈며 부대장비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은 내게는 그림의 떡이었다.차츰 사진 찍는 일이 심드렁해지기 시작하였다. 카메라도 컴퓨터의 기억 장치 같은 것이 장착되어, 셔터만 누르면 노출과 초점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것들이 출시되었다. 편리하긴 해도 숨을 꾹 참고 셔터를 누르던 짜릿한 맛을 앗아 가버렸다. 거기다 컬러필름이 나오면서 사진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고 말았다. 요즈음엔 디지털카메라가 쏟아져 나오고, 휴대전화기에까지 탑재되면서 사진 찍는 기술이 보편화되었다.필름카메라를 쓰던 시절을 되돌아본다. 필름을 사서 카메라에 끼우고 촬영한 다음, 사진관에 맡겨서 인화된 사진을 받아볼 때까지 얼마나 기다렸던가. 또한 받은 사진이 엉망이었을 때 느꼈던 그 좌절감이란…. 바야흐로 쉽게 찍고, 바로 확인하는 디지털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근자에 이르러 흑백사진이며 필름카메라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조금 느슨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김종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19-09-16 18:30:00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 부동산 거래세를 줄여라

부동산 세금은 취득할 때 내는 취득세, 등기할 때 내는 등록세, 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보유한 자체로 내는 재산세 등으로 구성된다. 양도소득세는 거래세, 재산세는 명백히 보유세다. 취득세와 등록세는 겉으로 보면 보유세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취득(도 거래다)할 때만 내고 이후에는 내지 않기 때문에, 그것도 거래세다.거래세가 많나 보유세가 많나? 거래세가 훨씬 많다. 집값이 9억원 이상이면 양도세가 40% 전후에, 취득세율은 1~3%다. 등록세율은 매매 시 취득가액의 3%다. 거기에 취득세와 등록세에는 세액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가 추가된다. 등록세율은 상속 0.8%, 증여 1.5%이니, 부의 세습에 적용되는 세율이 훨씬 더 낮다.양도소득세는 차치하고 취득세와 등록세, 부가되는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만 부동산 가액의 7.8%나 된다.9억원에 매입해 12억원에 매각한 집이면 7천만원이 넘는다. 그 집의 재산세율은 0.4%이니, 공시지가 9억원이라 쳐도 재산세는 360만원이다. 5년간 내야 할 재산세 총액은 1천800만원, 양도세를 제외한 거래세의 4분의 1 수준이다.거래세는, 부동산 거래가 잦으면 더 많이 내고, 거래가 드물면 덜 낸다. 누가 자주 부동산을 거래하나? 돈 많은 자산가는 사재기만 할 뿐 팔지 않는다. 1주택의 중산층 또는 준중산층이 식구 수 증감에 따라 평수를 늘리고 줄이려고 훨씬 자주 거래한다. 없는 사람이 자주 거래하고 더 많이 세금을 내니 조세 정의는 더욱 왜곡된다.마지막으로 부동산과 직접 관련 없지만, 일반 선박이나 항공기에 대한 재산세율도 터무니없이 낮다. 0.3%다. 10년 탄 낡은 차의 세금은 차 값의 10%에 육박하는데 말이다.정부는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부동산 보유세를 높여라. 나아가 고가 자산의 재산세율을 현실화하라.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2019-09-16 18:00:00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殺鷄儆猴(살계경후)-닭을 죽여 원숭이를 길들인다

원숭이는 영리한 동물이어서 재롱을 잘 부린다. 그에게는 그게 불행이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원숭이를 돈벌이에 이용했다. 원숭이를 길들이는 묘안이 있다고 한다. 원숭이가 보는 앞에서 닭의 모가지를 칼로 내려치면, 닭은 퍼덕거리며 사방에 피를 뿌리다가 쓰러진다. 이 광경을 본 원숭이는 기겁을 하고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한다고 한다. 워낙 피를 싫어하는 원숭이의 습성을 악용한 것이다. 닭을 죽여(殺鷄) 원숭이에게 경고한다(儆猴)는 살계경후는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닭은 원숭이에 비해 흔하고 싸다. 닭 한 마리를 죽여 원숭이를 길들일 수 있다면, 그 몇 십 배, 몇 백 배의 돈을 벌 수 있다. 원숭이 주인에게는 수지 맞는 장사다. 하지만 닭은 얼마나 억울하고, 원숭이는 얼마나 무서울까. 인간은 참 사악한 동물인가 보다. 하나를 죽여 백에게 경고한다는 살일경백(殺一儆百)이나,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한다는 일벌백계(一罰百戒)도 비슷한 말이다. 살계경후나 살일경백, 일벌백계는 권력자들이 자주 사용해온 용인술의 하나다.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순종케 하려는 것이다. 공개 처형도 이러한 목적에서 탄생했다.주(周)왕조 초기에 인재 등용이라는 미명하에서 전 왕조의 명사들을 체제 내에 편입시키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에 강태공은 본보기로 광휼(狂矞)과 화사(華士)라는 두 명사를 죽였다. 그랬더니 소위 은사(隱士)로 자처하며 비협력적인 태도를 보이던 자들이 앞다투어 주나라에 굴복했다고 한다.살계경후나 살일경백은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자주 쓰이는 수단이기도 하다. 지난 세기 1990년대부터 미국은 그럴듯한 구실을 만들어 이라크를 두 차례 공격했다. 자기 말을 안 들으면 이라크처럼 당한다는 것을 중동 국가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른다.미국이 관세로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 그랬더니 일본을 비롯해 미국과 무역 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쉽게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다.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2019-09-16 18:00:00

박창원 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

[박창원의 기록여행] 10월 항쟁의 전주곡

'도'부'군 당국에선 이 대책에 대해 긴급히 타개책을 강구 중이나 없는 곡식 줄 수 없고 가진 사람 내지 않고 여전히 막막하고 막막한 사태에 놓여 있을 뿐이며 곡식 달라는 아우성은 부청에서 도청에 쇄도하여~식량 달라는 외침 소리는 홍수와 괴질에 사무친 대구의 거리에 비장하게 울리고만 있다.'(매일신문 전신 남선경제신문 1946년 7월 2일)"쌀을 달라, 속히 식량을 배급하라." 7월 첫날의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1천여 명의 주민들이 쌀자루와 바구니를 든 채 대구부청을 에워싸고 목청껏 외쳤다. 이들은 경북도청을 찾아가서도 꼭 같은 외침으로 절규했다. 굶주림을 참다못한 부민들이 집단으로 부청과 도청을 찾은 것으로 그 해 들어서만 3번째였다. 그만큼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컸고 민심은 흉흉했다.해방 직후부터 와닿은 식량난은 해를 넘기며 더욱 심각해졌다. 당국의 쥐꼬리 쌀 배급도 중단되었다. 쌀값이 폭등한 데다 모리배들의 매점매석으로 쌀 한 톨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호열자로 교통이 차단되어 쌀 공급마저 끊겼다.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상까지 벌어졌다. 대구부윤 관사를 습격해 투석한 것은 차라리 해프닝으로 치부되었다.식량난이 이토록 악화된 이유는 뭘까. 해방되던 1945년의 벼농사는 평년작을 웃돌았다. 경북도는 쌀 수확량을 260만 석으로 어림짐작했다. 당시는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을 1석으로 잡았다. 해외 귀환 동포를 포함해 도민 250만 명이 먹어도 10만 석 정도가 남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일제 말기 늘어난 통화량으로 물가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미군정의 빗나간 식량 정책이 한몫했다.미군정은 한국에 주둔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10월에 미곡 자유시장제를 도입했다. 식량배급제를 폐지한 것이었다. 그러자마자 쌀값이 치솟았다. 미곡의 자유시장에 이어 해방 이듬해인 1월에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한 말에 75원으로 가격을 묶었지만 대구지역 시장에서는 3월에 이미 400원을 넘어섰다. 최고가격제가 고삐 풀린 가격제가 되고 말았다. 미군정은 배급제를 시행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미곡수집령을 공포하고 강제 공출로 추곡 수집에 나섰다. 하지만 예상 목표량에 턱없이 부족한 10% 정도의 쌀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그러자 미군정은 보리 등 하곡 수집에도 강제력을 동원했다. 경찰 등을 앞세워 일제 때와 다름없는 가혹한 방법으로 공출을 하다가 농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이 와중에 적지 않은 지주들과 중간 매집상들은 쌀을 시장에 내어놓지 않고 일본으로 밀수출하는 등 돈벌이에 급급했다.대구역에서는 50여 명의 주민이 곡물을 실은 화차를 습격하는 불상사도 생겼다. 그만큼 생존이 다급했다. 1946년 9월 하순에는 대구역, 대구면직 등의 파업이 시작됐다. 특히 신문사가 속한 출판노조는 당국에 쌀 배급을 요구했다. 파업이 식량 투쟁과 결합한 것이었다. 미군정은 주민들이 죽고 사는 식량문제를 쌀값이 올라 일어난 식량 소동쯤으로 여겼다. 주민의 주림을 애써 외면한 꼴이 됐다. 대구 10월 항쟁의 전주곡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2019-09-16 18:00:00

김문환 세명대 교수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수입급감 일본맥주... 고대 월급은 맥주원료

진수(233~297)는 유비가 다스리던 촉나라 땅 사천성 출신의 진나라 역사가다. 그가 쓴 중국 역사책 '삼국지'(三國志) 권30 위서(魏書)의 동이전(東夷傳) 부여조(夫餘條)를 보자. 부여는 고구려와 백제의 기원으로 우리 민족의 뿌리다. "會同, 拜爵, 洗爵, 揖讓升降. 以殷正月祭天, 國中大會, 連日飲食歌舞."(회동 배작 세작 읍양승강 이은정월제천 국중대회 연일음식가무) 풀면 이렇다. "사람들이 모이면 술잔을 바치고, 씻고, 사양하며 들었다 놓는다. 은정월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데, 나라 한가운데 크게 모여, 연일 먹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춘다." '영고'(迎鼓)라고 불리는 부여의 풍속이 잘 드러난다.일본의 경제도발 이후 국민의 자발적인 소비 중단으로 국내에서 일본 맥주의 씨가 말랐다는 소식이다. 8월 1일에서 10일까지 일본 맥주 소비는 전년보다 무려 98.8%나 감소해 거의 끊겼다고 한다. 일제 맥주를 거부하는 애국운동에 즈음해 인류의 맥주 풍속 문화사를 들여다본다.일본의 경제도발 이후 국민의 자발적인 소비 중단으로 국내에서 일본 맥주의 씨가 말랐다는 소식이다. 8월 1일에서 10일까지 일본 맥주 소비는 전년보다 무려 98.8%나 감소해 거의 끊겼다고 한다. 일제 맥주를 거부하는 애국운동에 즈음해 인류의 맥주 풍속 문화사를 들여다본다.▶이집트 무덤에 공물로 맥주를 얼마나 넣었을까?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이집트 유물 전시 작품 중 4천 년 된 무덤 묘지석 그림을 보자. 주인공은 이집트 역사에서 중왕국으로 불리는 12왕조 때 궁정 재무관 벼슬을 하던 사크헤르티. BC 1970~1900년 사이 활동한 인물이다. 그의 뒤에서 아내가 다정한 포즈로 남편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앞을 바라본다. 두 사람 앞에는 정성스럽게 차린 제사상이 놓였다. 각종 과일과 고기, 야채가 수북이 고였다.고대 이집트인들은 망자가 사후 세계에서 영원히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양의 음식물을 이렇게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해 넣어 줬다. 자손들은 효심을 강조하기 위해 상형문자로 얼마나 많은 양의 공물을 넣었는지 적어 뒀다. 사크헤르티 묘지석에 적힌 공물의 양이 놀랍다. 주식인 밀가루 빵 1천 개, 각종 고기류 1천 덩어리, 새 1천 마리를 사후 음식으로 바쳤다. 맥주도 있을까? 당연하다. 묘지석 그림 오른쪽 아래 둥그런 도자기가 맥주 단지다. 고작 하나? 그건 그림이고. 상형문자에 적힌 맥주 단지는 몇 개일까? 1천 개. 술고래라서가 아니다. 영생을 하며 영겁(永劫)의 세월 마실 양이라 그렇다. 이제 4천 년 전 맥주를 어떻게 마셨는지 들여다보자.▶고대 맥주는 어떻게 마셨을까? 빨대로…무대를 독일 수도 베를린으로 옮긴다. 이집트 역사 신왕국 18왕조 BC 14세기 그림의 오른쪽에 건장한 남성이 앉았다. 그 앞에 작은 체구의 남성 하인이 건장한 체격의 남성을 돕는 모습이다. 무엇을 도울까? 건장한 남성의 입을 보자. 빨대를 물었다. 오른손으로 잡은 빨대는 길게 장죽처럼 뻗는데, 'ㄱ' 자로 꺾여 단지 속으로 들어간다. 단지는? 맥주 단지다. 하인은 주인 남자가 빨대로 맥주를 빨아 마시는 것을 돕는다. 오른쪽에는 아내로 보이는 여성이 이를 지켜본다. 고대 맥주는 일종의 음식이었다. 배를 채우는 음식 성격도 컸다. 빨대로 맥주를 마시는 그림 속 남자의 차림을 보자. 이집트인인가? 아니다. 수염은 메소포타미아인을 상징한다. 허리춤의 단도는 그가 메소포타미아에서 온 용병임을 말해준다. 맥주의 기원은 메소포타미아다.▶BC 3000년 메소포타미아 월급은 맥주 재료루브르박물관에서 BC 3300~3000년 사이 상형문자 점토판을 보자. 고대 메소포타미아 도시 우룩에서 출토됐다. 무엇이 쓰여 있는지 아니, 그려져 있는지 확인해 보자. 왼쪽에 있는 받침대 위에 마개가 덮인 단지가 보인다. 무슨 단지일까? 베를린 노이에스박물관 그림에서 보던 메소포타미아 맥주 단지와 비슷하다. 맥주 단지다. 오른쪽은 다양한 수효를 상징하는 점을 찍고 식물을 그렸다. 점은 숫자임을 알겠는데, 식물은? 발아 보리다. 맥주 원료인 싹 틔운 보리. 이제 점토판이 아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맥주 1단지를 빚을 수 있는 발아 보리의 수효다. 용도는? 급료라고 루브르박물관 측은 설명한다. 지금부터 5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월급은 식용 맥주 원료인 발아 보리였다. 가장 오래된 맥주 관련 유물에서 보는 맥주와 인간 삶의 관계다. 맥주 원료 발아 보리 월급은 쌀로 녹봉을 주던 우리네 풍습과 같다.

2019-09-16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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