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 숫자에도 품질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무역 전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본이 무역과 직접 관련 없는 강제징용 보상 판결을 핑계로 생떼를 부린 것이 사태의 발단이란 사실에 이론이 없다. 무력이든 무역이든 금융이든, 벌어진 전쟁에서는 승리해야 한다.그러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전쟁 시나리오에서 빠져서는 안 된다. 모든 전쟁에는 현금이 중요하다. 악몽 같은 22년 전 IMF 외환위기도 일본이 자금을 빼내 가면서 시작됐다.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맞춰봐야 할 숫자가 있다.한국의 외환 보유고는 7월 말 현재 4천31억1천만달러다. 1997년에 비하면 20배가량 되니 양만 보면 제2의 IMF 위기는 절대 없다. 그러나 항상 문제는 양보다 질에 있다. 보유 외환 가운데, 급할 때 동원할 수 없는 유가증권이 3천720억달러로 92.3%다. 현금성 자산은 예치금 202억2천만을 비롯해, 금, IMF의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SDR), IMF 포지션을 합해 모두 310억9천만달러다.현금성 자산의 비중이 7.7%로 너무 낮은 것이다. 지난 2일 코스피가 7개월 만에 2,000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이 9원50전이나 폭등한 것도 이런 불안감의 반영이다. 다행히 지난 두 달 사이 유가증권은 37억7천만달러 줄고, 현금 예치금은 45억3천만달러 늘었다.나는 한국의 기초과학이 일본보다 10년도 아니고 50년 뒤졌다는 극단적 비관론은 믿지 않는다. "이번에는 일본에 지지 않겠습니다"는 결의와 기개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언제는 "져 주겠다" 결의한 뒤 나라 잃고 불평등 협정 맺었나? "지지 않겠다"고 목표를 세웠으면, 치밀한 행동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기초과학 발전과 소재 개발, 외환 포트폴리오 구성의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 싸우다가 여의치 않으면 철수했다가 후일을 기약하는 신중함도 필요하다. 2차 대전 당시 덩케르크에서 후퇴한 영국이 독일을 쳐부순 것처럼.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2019-08-05 18:00:00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曾子殺猪(증자살저)와 曾參殺人(증삼살인) : 거짓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

증삼(曾參)은 공자의 제자이다. 뛰어난 인품과 학식으로 후에 증자(曾子)라 불렸다. 증자(曾子)가 돼지를 잡았다(殺猪)는 증자살저와, 증삼(曾參)이 사람을 죽였다(殺人)는 증삼살인은 그에 관한 이야기이다.하루는 아내가 시장에 가려고 나섰는데 어린 아들이 따라가겠다고 보챘다. "장을 보고 와서 돼지를 잡아주마"라고 아들을 달랬다. 장에서 돌아오니 증자가 돼지 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내는 아이를 달래려고 한 농담이라며 말렸다. 그러자 증자가 말했다. "어린아이들은 판단력이 없소. 농담을 하면 안 되오. 부모를 따라하고 배우오. 아이를 속이는 것은 사람 속이는 것을 가르치는 것과 같소. 아이는 엄마를 믿지 않을 것이요." 그리고 돼지를 잡았다. 말한 대로 해야 한다는 믿음의 도리를 일깨워 주는 이야기다.그런데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말해주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증자가 사람을 죽였다는 증자살인(曾子殺人)에 얽힌 고사이다. 증자와 이름과 성이 같은 일족이 사람을 죽였다. 증자로 착각한 어떤 사람이 증자의 어머니에게 "증삼(증자)이 사람을 죽였어요"라고 일렀다. 어머니는 그럴 리가 없다며 베 짜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 후에 다른 사람이 찾아와 증삼이 살인을 했다고 알렸다. 어머니는 여전히 그 말을 믿지 않고 계속 베를 짰다.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와 똑같은 말을 하자 증자의 어머니는 두려워서 베틀의 북을 던지고 담을 넘어 도망쳤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같은 말을 하니 어머니도 자식을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선거철이 가까워지니 정치인들이 공언(空言)을 반복한다. 속는 줄 알면서도 믿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이다. 일본이 반복적으로 한국을 거짓으로 비난한다. 세계인들이 믿을까 두렵다. 일본에게 증자의 신(信)을 바라기는 난망한 듯하다.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2019-08-05 18:00:00

백옥경 구미과학관 관장

[과학둘레] 비어 있어서 좋은 이유

올해는 러시아 화학자인 드미트리 멘델레예프가 1869년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지 15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여 유엔은 2019년을 화학원소주기율표의 해로 선포했다. 원소는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소를 담은 주기율표는 온 세상이 질서정연하게 표 하나에 모여 있다 해도 좋을 만큼 큰 의미를 갖는다.표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내용을 일정한 형식과 규칙에 따라 보기 좋게 나타낸 것이다. 표에는 가로줄과 세로줄이 있다. 행과 열이 만나는 곳에는 공간이 생긴다. 공간은 위아래와 왼쪽 그리고 오른쪽을 구분한다.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을 표에 넣는 방법은 그들의 유사성을 찾아 분류할 기준을 만들어 범주화하는 것이다.19세기 중반 지구상에서 발견된 원소는 63개였다. 원소의 상대적인 원자량을 알게 되자 여러 과학자들이 원소의 주기성에 관한 규칙을 발견하고자 했다. 멘델레예프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원자량과 원소 특성을 적은 63개의 카드를 만들어 카드놀이 하듯 원소를 원자량 순서로 나열하되, 비슷한 성질을 가진 원소들이 같은 줄에 위치하도록 배열해 보았다. 이는 그가 모든 원소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실험을 통해 정확히 알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표는 군데군데 채울 수 없는 빈칸을 남기게 되었다.빈칸은 단순한 공란이 아니었다. 그것은 예상과 추론의 칸이었다. 그는 빈칸에 들어갈 새로운 원소의 출현 가능성을 주장하며 그들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예측했다. 6년 후, 알루미늄(Al) 아래 빈칸에 그가 예견한 대로 새로운 원소 갈륨(Ga)이 추출되었고, 뒤이어 비어 있던 다른 원소들도 발견되었다.제대로 만든 표는 확장성을 갖는다. 아래로 또 옆으로 덧대어도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다. 멘델레예프를 최초의 주기율표를 만든 사람으로 기리는 이유는 그가 후대 연구자들이 지침으로 삼아야 할 확장 가능한 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필자가 근무하는 과학관에도 올해 원소주기율표를 만들어 전시하기로 했다. 평면적인 주기율표 대신 입체적인 표를 제작해 각 칸에 실물을 넣고 눈앞에서 원소를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주기율표를 구성하는 118개 원소는 92개 정도만이 지구상에 존재하며 나머지는 핵반응을 통해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주기율표 실물 제작을 위해 지각에 존재하는 것 중 최대한 많은 수의 원소를 구해보기로 했다.계획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틀을 만들고, 구획을 분류하고, 정보를 표기하는 원소전시대 제작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원소가 문제였다. 92개 실물 원소를 국내에서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원소 세트를 한꺼번에 해외에서 들여놓는 것은 내키지 않은 일이었다. 고뇌의 흔적 없이 매끈하게 완성된 주기율표는 영혼을 담고 있지 않다. 주기율표를 완성하기 위해 헌신한 과학자들에 대한 예우는 더욱 아닐 것이다. 원소는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우선 채워 넣고 나머지 빈칸은 의미를 새기며 메우기로 했다.불화수소는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 품목으로 떠올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원소화합물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꼭 필요한 불화수소(HF)는 형석이라는 불소염(CaF₂) 광물을 고온의 황산과 반응시켜 얻는다. 불화수소를 물에 녹인 용액이 악명 높은 불산이다. 불화수소에서 추출하는 불소(플루오린)는 노란색 기체이며 부족한 전자 하나를 채우기 위해 거의 모든 원소와 무차별적으로 결합해 전자를 빼앗는다. 불산에 노출되었을 때 위험한 이유도 불소가 체내 이온원소와 즉각 결합해 우리 몸의 대사를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불소는 우리 뼈를 단단하게 하는 데 미량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그것을 추출하거나 다루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희생을 불러온 원소다.원자번호 9번인 불소(F)가 들어갈 주기율표 17열 할로겐족의 첫 번째 빈칸은 형석으로 대체하여 채울 것이다. 비어 있는 것은 그것을 채우기 위한 과정을 통해 살아 숨 쉬게 된다. 그를 통해 얻게 되는 가치의 발견은 값진 소득이다. 비어 있는 원소는 비어 있는 게 아니다.

2019-08-05 18:00:00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대구의 문장은 무엇입니까?

글에는 엄청난 힘이 있다. 광고를 만들수록 그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특정 상품을 예로 들 수 없는 지면이라 아쉽지만 잘 쓰인 글은 브랜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전국의 다양한 광고주들이 기업의 제품을 들고 필자를 찾아온다. 그리고 사장님은 제품의 기능에 대해서 열변을 토한다. 물론 제품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제품을 어떻게 인식시킬까?'라는 문제이다. 그 인식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슬로건이다. 그 단 한 줄의 글이 소비자 언어가 되고 브랜드의 이미지가 된다.미국 유학 시절, 필자는 암트랙(Amtrak)이라는 기차를 20시간 타고 애틀랜타에서 뉴욕으로 여행을 간 일이 있다. 난생처음 가보는 뉴욕행 기차에서 필자의 머릿속에는 단 한 줄의 문장만 있었다. 바로 'I Love New York'. 아직 뉴욕을 두 눈에 담지조차 못했음에도 필자는 벌써 뉴욕을 사랑하고 있었다. 아무런 수사법이 없는 저 단순한 문장이 뭐라고 말이다. 유학 생활 동안 향수병이 가득했던 필자는 대구시에도 이런 문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했다.'행복한 시민, 자랑스러운 대구' 민선 7기인 지금, 대구를 표현하는 문장이다. 대구시에서 고민해 내놓은 문장인 만큼 훌륭하겠지만 필자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요즘 브랜드 슬로건에서 형용사는 잘 쓰지 않는 트렌드이다. 명사를 꾸미는 성질을 가진 형용사를 요즘 사람들은 더 이상 믿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장의 거품 역할을 하는 부사, 형용사가 없는 담백한 문장을 선호한다. 둘째, 단어의 힘이 아쉽다. 카피라이팅을 할 때 피해야 할 단어가 있다. 그것이 바로 행복, 아름다움, 희망, 미소와 같은 단어이다. 이미 1980, 90년도에 너무 많이 썼던 단어라 지금은 그 단어들에서 힘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주 좋은 의미가 있음에도 싫증 난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런 의미로 민선 6기의 슬로건이었던 '오로지 시민 행복, 반드시 창조 대구'라는 워딩 역시 아쉽다. 문장에 없어도 되는 부사의 반복은 사람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필자는 '창조 대구'가 되기 위해서 또는 '자랑스러운 대구'가 되기 위해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던졌으면 좋겠다. 지금까지의 대구를 표현한 슬로건은 평이한 단어의 조합이었다. 이렇게 되면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머물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구시의 도시 브랜딩 과정을 보면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것 같다. 혹시나 비난의 소지가 있을까 봐, 낯선 슬로건으로 시민들의 미움을 사게 될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 공무 기관으로서 이것은 당연한 행보이다. 시의 일을 하는 분들의 관점에서는 안정이 최우선 과제이다. 비난의 소지가 있는 경우 그 일을 진행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것을 두려워하는 순간 도시 브랜딩은 물 건너간다. 비난이 전혀 없는 도시 브랜딩을 하겠다는 건 '나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될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 있더라도 불행한 삶을 살 것이 뻔하다.서울 출장을 마치고 대구에 들어올 때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단 한 줄의 문장. 그 문장만 들어도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저절로 드는 한 줄을 필자는 지금도 기다린다.

2019-08-05 18:00:00

조수정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

[세계의 창]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한국의 서원'

지난달 6일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여기 포함된 서원은 연속 유산 형태의 9곳으로, 영주의 소수서원, 안동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경주의 옥산서원, 달성의 도동서원, 함양의 남계서원, 정읍의 무성서원, 장성의 필암서원, 그리고 논산의 돈암서원이다. 각 매스컴에서는 '한국의 서원'이 우리나라의 14번째 세계유산이 되었다는 뉴스를 앞다투어 전하였고, 많은 사람이 이 반가운 소식에 뿌듯해하였다. 그런데 우리가 정작 알아야 할 것, 즉 서원의 세계문화유산 선정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보도되지 않아서, 내용보다는 겉모습이나 상대적 순위가 중요시되는 세태를 보는 듯하여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무엇이 '한국의 서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든 것일까? 그것은 뛰어난 건축술이나 주변 풍경과 어울리는 시각적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라는 영문명처럼 서원이 성리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학문의 장소였기 때문이며, 사람들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교적 문화와 전통의 특출한 증거였기 때문이다.서원의 역사는 조선 중기인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관학으로는 한양에 성균관, 그리고 지방에는 향교(鄕校)가 있었는데, 이들과 달리 서원은 지방의 지식인이 설립한 사설 교육기관이었다. '한국의 서원'은 학문기구일 뿐 아니라, 서적을 펴내는 출판, 책의 보관과 대여를 담당하는 기구이기도 하였다.또한 서원은 지역을 대표하는 성리학자를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삼고 선현의 제사를 지내는 제향 시설이기도 하였으며 지역사회 유지를 위한 향촌 자치 운영 기구의 역할도 겸하였으므로, 교육, 종교, 행정의 여러 분야에 걸쳐 성리학이 조선 시대의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렇게 서원은 성리학 가치에 부합하는 지식인을 양성했고, 충과 효, 그리고 예를 강조하는 사회 전통을 자리 잡게 하였다.서원을 방문하면 놀라게 될 때가 있는데, 입구가 생각보다 작고 높이도 낮아서 키가 아주 큰 사람의 경우는 머리를 숙이거나 허리를 구부려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궁궐 문이라도 되는 듯 엄청나게 큰 입구를 가진 요즘 대학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데, 학문을 하는 겸손한 태도와 검소한 선비의 모습을 절로 떠올리게 된다.물론 서원이 항상 긍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만은 아니다. 붕당정치에 휩쓸리기도 하고 급기야 '서원철폐령'까지 내려졌던 부정적인 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두는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주는 서원의 역사로서 간직되고 연구되어야 한다.'한국의 서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자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철저한 보존관리를 약속하였다. 하지만 보존관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여태 해오던 것처럼 기껏해야 관광지로 탈바꿈시키거나 주변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유네스코로부터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로서 인정받은 문화유산을 제대로 이어나갈 적극적 발전 방안이 필요하다.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문화유산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우리에게 시사점이 많은 곳이다. 루브르는 원래 도시 방어를 위해서 지어진 요새에 불과했지만,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점차 확장되면서 왕궁이 되었고, 베르사유 궁전에 정궁의 자리를 내준 이후에는 왕실 아카데미와 살롱으로 사용되다가 프랑스 혁명 이후에 박물관으로 탄생하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다녀가는 박물관이기에 상업화로 치우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나, 프랑스 역사의 산실로서 풍부한 자료를 다양한 매체로 제공하려는 노력은 매우 진지하다.'한국의 서원'. 미래 세대와 더불어 향유할 수 있도록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가꾸어 나가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2019-08-05 11:13:54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

[기고]뿌리를 키워야 한다

필자는 국내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해외 진출 기업의 총생산량 중 최소 10% 이상 국내 생산'을 골자로 하는 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다.하지만 법을 만들어 강제적으로 시행하게 되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시했다.그만큼 기업의 불만은 높아지고 생산성은 떨어질 것이며, 심할 경우 기업의 유지 존속마저 어렵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따라서 제조업 국내 생산 쿼터제의 법 제정이 불러올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기업과 정부, 근로자 모두가 윈-윈하는 방안이 반드시 강구되어야 한다는 점을 서두에서 다시 한 번 밝혀두고 싶다.기업이 자발적으로 해외 물량을 국내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2013년부터 시행되는 국내 복귀 기업 지원 제도가 있지만 대상자 선정 요건과 인센티브 지원 조건이 까다롭다. 그 결과 지금까지 52개 업체가 복귀해 2천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그쳤다. 더구나 단순히 해외 물량 일부를 가져오는 경우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그래서 필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역형 일자리 모델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광주형 일자리가 타결된 이후 중앙정부나 각 지자체는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그런데 대부분의 지자체는 기업과 함께 신규 법인을 만들어 국내 물량 중 일부를 생산하는 방법을 추진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광주가 겪었던 문제, 즉 기존 국내 기업 생산 물량 감소에 따른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이 때문에 광주와는 다른 형태의 모델이 제시돼야 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새로운 지역형 일자리는 해외 물량을 국내로 가져와 뿌리를 키우는 형태다. 여기에 현재 추진 중인 '경북형 일자리' 모델을 접목시킨다면 기업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경북형 일자리는 기업 친화적이며 고용 창출 중심을 모델로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기업이 원하거나 필요한 사항을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 물량 이전 기업에 대해서도 새로운 제조 라인을 증설하면 필요한 부지를 무상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투자 금액에 대한 특별지원금 지원, 제반 인프라 지원 강화와 우수 인력 채용 지원 등 신규 투자 못지않은 지원책을 강구하자는 것이다.제조 관련 신규 투자는 반도체를 비롯한 장치산업에 국한되고 있다. 더군다나 장치산업은 투자 금액 대비 일자리 창출이 미미하다. SK반도체 유치의 경우도 120조원 투자에 1만 명 정도의 일자리만 창출된다고 한다.따라서 인건비 때문에 해외로 진출한 기업의 물량을 다시 국내로 이전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가장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손익을 중시하는 기업으로서는 당장 해외와의 인건비 차이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들 기업에 대해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기업의 망설임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중앙정부나 지자체는 기업 지원에 대해 특혜를 준다는 인식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해외 진출 기업도 국가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전체 물량 중 최소 10% 이상을 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법 제정에 적극 동참했으면 한다.새로운 시도가 서로 윈-윈하는 결과로 나타나 다시 한 번 '제조 강국 대한민국'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19-08-05 11:11:40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매일춘추] 신뢰라는 자산

아직 대단한 공연 제작의 경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공연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니 가끔 공연 제작에 대해 후배들이 문의를 해 오는 경우가 있다. 나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공연 제작 스태프 아카데미를 열어서 원하는 사람들에게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도 7명의 신청자와 함께 아카데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때 필자가 가장 강조하는 두 가지는 요소는 시간과 돈이다.공연 제작에서 전체적인 일정을 세우고 그 일정대로 일을 진행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술은 완성이라는 것이 없기에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 욕심에 마감을 넘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선행되는 작업에서 일정이 늦어지면 후반부 작업을 하는 동료들은 부족한 시간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각 작업의 마감시일을 정해 놓고 그것을 지켜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서로 시간을 지키는 것은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중요하다. 제작팀은 연습 시간을 정하고 시작하기로 한 시간에 시작하고 마치기로 한 시간에는 마쳐야 한다.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정해진 연습 시간에는 늦거나 빠지지 않아야 한다. 서로의 시간을 지켜주고 낭비하는 일 없도록 배려해 주는 일이 공연 제작의 기본이라고 필자는 늘 생각하고 있다.공연 제작에서도 돈 문제는 참으로 중요하다. 많은 예산을 확보하여 제작하면 좋겠지만 그런 행복한 경우는 많지 않다. 늘 부족한 예산으로 원활한 제작을 하려면 명확함이 필요한 것 같다. 출연진이나 스태프를 섭외할 때 제작팀에서 먼저 책정된 섭외비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 섭외 받는 분들이 자신이 받게 될 금액을 알고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급할 날짜를 약속하고 약속대로 지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계약서를 작성하면 이러한 사항들이 명확해지니 섭외가 결정되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작의 과정이 어떠한지도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좋은 제작 과정은 제작사에 대한 신뢰를 높여준다. 신뢰는 참으로 얻기 힘든 소중한 자산이다. 시간과 돈을 잘 관리하면 그 자산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2019-08-05 11:10:26

김기태 대구 동부소방서장

[기고] '대프리카'의 폭염, 우리의 대처법

'온종일, 온몸으로 체온보다 더 뜨겁던 널 품다가 염소뿔도 녹일 다습한 고열을 앓는다.'어느 시인의 폭염에 관한 글을 인용해본다. 더위를 어쩔수 없이 견뎌야하는 몸뚱이로 여름을 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드디어 폭염의 계절이 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는 장마철이 지나고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얼마 전 유럽도 최고기온이 45℃까지 치솟으며 아프리카보다 더 덥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며, 지구촌 곳곳이 폭염과의 전쟁이다.폭염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뉴스가 아니다. 정부가 지난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자연 재난'에 포함시켜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특별관리해야 한다는 정도의 중대한 이슈로 등장하였다.무더위로 인한 피해는 매년 커지고 있다. 한반도에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된 지난해 대구의 폭염 일수는 전국평균 31.5일을 훨씬 웃도는 40일에 달했다. 열대야도 무려 17.7일을 기록했다.최악의 폭염으로 지난해 전국적으로 4천500여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48명이 숨졌다. 경북이 가장 피해가 커서 10명이나 희생됐고 온열질환자는 312명에 달했다. 대구는 온열질환자 122명에 2명이 숨졌다. 2017년의 경우 사망자는 없었고 온열질환자만 28명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4배 넘게 폭증한 셈이다.열 관련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요령으로는 첫째, 충분한 양의 물과 포도당, 전해질 음료를 섭취하여 체내 수분을 유지하면서 체온을 낮춰 주어야 한다.둘째,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가볍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착용하며 외출 시에는 양산, 모자, 선크림 등을 사용하여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야 한다.셋째, 현기증, 메스꺼움, 두통, 근육 경련 등 열사병 초기 증세가 보일 경우에는 시원한 장소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고 응급환자 발생 시엔 119에 신고 후 응급처치를 받도록 한다.온열질환은 사전 예방이 우선이지만, 발생 시에는 응급처치법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 평상시와 같은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탈수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저염분 식이요법을 하는 자의 경우 열실신, 열부종, 열발진 시에는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아이러니하게도 폭염이 지속되면 냉방병 환자 또한 급증한다. 냉방병은 코막힘이나 인후통, 오한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감기와 달리 냉방병은 과도한 실내외 온도차가 발생하는 환경에 의해 발생한다.우리 몸은 10도 이상의 온도 차가 발생하는 환경에 노출되면 자율신경계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 온도를 25~27도, 습도를 60%로 유지하며 하루에 3번씩 실내 공기를 환기시켜야 한다.이와 같이 여름철 폭염에 따른 직간접적으로 파생되는 질환에 대비하기 위해 개개인은 안전수칙과 예방수칙을 준수하여 소중한 몸을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대구 동부소방서에서는 폭염 대비 소방활동 종합대책으로 무더위 119쉼터 운영, 온열환자 대비 출동태세 확립, 동촌유원지 내 119시민수상구조대 운영, 폭염 대비 취약지역 안전순찰을 하고 있다. 특히 온열환자 발생에 대비한 폭염구급대 운영으로 119구급차에 얼음조끼, 얼음팩, 생리식염수 등 환자의 체온을 낮출 수 있는 폭염대응 장비를 갖추고 있다.

2019-08-04 15:46:21

노동일 경희대교수.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이른 아침에] 집권층이 편 가르기를 중지해야 이긴다

우리 국민 모두는 대한민국 편정부 비판한다고 일본 편 아냐해결책 낼 책임있는 사람들이편 가르기에 몰두해서는 안 돼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대한민국 편이라는 사실이다. 아베 편, 일본 편인 사람은 없다. 평소에는 물론이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일본을 편드는 '친일파' 한국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 분명히 하고 싶은 게 있다.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 것과 대한민국 편이 아니라는 것은 같은 뜻이 아니라는 사실이다.내친김에 한 가지 더 분명히 해두자. 사법부, 특히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것과 그 판결을 부인하는 것 또한 다르다는 사실이다.대한민국 편이지만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할 수 있다. 특히 현안이 되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대응 방식은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지금까지보다 더 나은 대응 방법은 없었는가, 앞으로 현명한 대처 방법은 무엇인가. 야당과 언론은 물론 국민 누구든지 얼마든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생각과 다른 비판적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런저런 생각들을 모아 최선의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현명한 당국자의 의무이다.대법원 판결은 물론 존중해야 한다. 판결 결과에 승복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극히 예외적인 재심 사유 외에는 말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징용 배상 판결 역시 대법원의 결론에 대한 불복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판결에 승복하는 것과 논리적 비판은 모순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이라 해도, 아니 대법원 판결일수록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과거의 판례가 시대에 맞게 바뀔 수 있는 원동력이 판례 비평에서 나온다. 징용 배상 판결 자체가 그 같은 비판과 논쟁의 결과물이다.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것을 판결 부인이라고 한다면 새로운 판례는 불가능하다.우리 정부나 판결을 비판하면 친일파라고 하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일본과 (경제)전쟁 중이니 안 된다는 논리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는 국민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던 역사가 있었다. 너는 누구 편인지 밝힐 것을 강요하던 때가 있었다. 군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은 머지않은 과거이다. '호시탐탐 남침의 기회를 노리는' 북한의 존재만 들먹이면 만사형통이었다. 당시 그 같은 억압에 대항해 싸우던 사람들이 현재 집권 세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친일파 낙인은 빨갱이 딱지의 새로운 형태에 다름 아니다. 누구 편인가를 묻고 함부로 친일파 딱지를 붙이는 데 더욱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판결 후 우리 정부의 대처 방식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현재의 대응 방식 역시 아쉬움이 있다. 중재위 카드를 택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지난 칼럼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일본 대사를 지낸 공로명 전 외교부 장관도 같은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이런 의견들은 우리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더 좋은 방안을 찾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판을 자제하고 싶다. 어쨌든 전쟁이 벌어진 이상 우리의 수장인 대통령과 정부에 힘을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엄중한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도 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할 일은 바로 이런 것이다. 편가르기와 선동적 언어 대신 모든 국민의 힘을 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국민들이야 일제 안 사고, 일본 안 가면 할 일을 다하는(?) 것이다. 일제 차를 부수고, 안 되면 죽창이라도 들겠다는 각오로 애국심을 시전하면 된다. 고위 공직자들은 다르다. 정부와 의견이 다른 상대를 비난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나부터 친정부 여론 형성에 앞장설 용의가 있다. 친일파 색출로 한일 갈등이 해소된다면 5천만 커밍아웃 운동을 벌일 수도 있다.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편가르기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분열의 언어를 그치고 통합의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비판마저도 대한민국을 위한 애국심의 발로임을 인정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반일 감정을 선거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문 대통령의 각오처럼 일본에 다시 지지 않으려면 집권층의 편 가르기 언어부터 달라져야 한다.

2019-08-04 15:44:43

최경규 경영학 박사, 스트레스 행복강연가

[광장] 행복에도 단식이 필요하다

여름 휴가철, 사람들은 도시를 비운다. 텅 빈 공간 위 뜨거운 아스팔트만이 다가온 8월을 체감하게 한다. 휴가를 위해서는 아니지만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 노출이 심한 여름을 위해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한다.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최근 의학계나 방송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다. 그것은 바로 '간헐적 단식'이다.간헐적 단식(IF: Intermittent Fasting)이란, 1주일에 이틀은 24시간 단식을 하고 1주일에 3~5번 정도는 아침을 걸러 일상 속에서 공복감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우선 24시간 단식은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저녁에 600k㎈가량을 섭취하고, 16시간 단식은 아침만 거르고 점심, 저녁은 평소대로 먹는다. 이러한 간헐적 단식은 체내 인슐린 수치를 줄일 수 있다고까지 하여 한때 홈쇼핑 채널에서는 단식 대용품으로 선식이나 기타 건강식품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스트레스와 행복 강연을 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간헐적 단식이 비단 몸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우리의 마음에도 나쁜 습성을 버릴 간헐적 단식의 시간이 필요하다. 당분과 나트륨에 익숙해진 몸처럼,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우리는 진정으로 가야할 길, 삶의 방향성을 잃어버린 경우를 자주 본다. Pew Research Center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 1위 수준이며, 총인구의 88%가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대학생들에게 언제 가장 불안하냐는 질문에 스마트폰을 두고 나왔을 때라 한다.무엇이든 적절한 사용의 범위를 벗어나면 중독이 된다.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이유를 묻는 리서치에서 나타난 재미난 사실 하나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에서의 '좋아요' 때문이라 한다. 즉 자신이 올린 글에 사람들이 '좋아요'라고 많이 대답해주면 행복하고, 댓글이 많으면 기분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좋아요'를 인위적으로 올려주는 대행 업체까지도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누구나 자신을 좋아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본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자신을 호응해주면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래와 같은 공허함 위에 무거운 집을 지으려는 욕망과도 같다. 진정성이 있는 글로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그만이다. 남들이 덜 알아주어도, 자신이 좋고 만족하면 그걸로 행복해야 한다. 즉 '좋아요'의 수치가 절대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이번 한 주 몸과 마음에 간헐적 단식을 권해본다. 급한 일을 제외하고는 일부러 스마트폰을 찾지 말자. 성인이 무의식중에 스마트폰을 보는 횟수가 하루 150회 이상이라는 통계를 볼 때, 우리는 이유 없이 스마트폰을 보는 것에 습관화되어 있다. 어머니의 손맛을 잊은 채 조미료에 익숙해진 우리는 정이 담긴 말을 건네기보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보며 SNS로 소통을 한다. 이번 한 주만이라도 간헐적으로 스마트폰과의 단식을 해보자. 그리고 자신이 올린 글에 대한 반응에 연연해하지 말자.스스로 당당해지면 살아가는 세상도 더 아름답게 보인다. 그것을 만드는 것도 나의 몫이다.무더운 8월, 시원한 수박화채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어느 새 여름도 저만큼 달아나 있을지 모른다.

2019-08-01 11:29:30

장정옥 소설가

[매일춘추] 부끄러운 등

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대 유벤투스 FC 친선경기가 치러졌다. 상암경기장을 가득 채운 축구팬들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데 유벤투스는 한 시간이나 늦게 경기장에 나타났다. 마음 상한 팬들은 안중에도 없이 시합을 치렀지만 유벤투스 감독은 6만3천명의 축구팬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호날두를 끝내 시합에 뛰게 하지 않았다. 시합이 끝나도록 팬들이 '호날두' 라고 연호를 외쳤지만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끝내 라커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무엇이 유벤투스를, 호날두를 그리도 도도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호날두가 K리그에서 뛰는 게 아까우면 처음부터 장삿속을 접고 초청경기에 응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날의 어처구니없는 횡포가 유벤투스 감독에게서 시작되었든, 호날두에게서 시작되었든, 유벤투스는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들은 전혀 프로답지 못했고 스포츠인답지 못했다. 우리가 입은 상처도 적잖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보이고 간 부끄러운 등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적어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운동선수라면, 그렇게 치욕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는 그들의 부끄러운 등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일본은 수출규제로 그들 자신의 죄를 덮으려 갖은 수단을 다 쓰고, 북한은 형제의 따뜻한 손을 뿌리치는 것으로 우리의 부아를 돋우고 있다. 어릴 때 형제들이 싸우면 엄마가 우리 등을 후려치며 '너희들이라도 말을 좀 들어줘야 엄마가 덜 힘들지'하며 화를 내셨다. 지금 엄마의 그 매운 손맛이 간절하다. 한때 많이 아팠던 적이 있다. 남편이 눕혀주고 일으켜줘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자꾸만 의지가 꺾이는 자신에게 해준 위로의 말이 있다. '괜찮아, 금방 괜찮아질 거야.'오른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괜찮다고 말하면 거짓말처럼 힘이 났다. 세상에 나를 구할 사람은 나뿐이다. 내가 나를 일으킬 생각이 없으면 어느 누구도 나를 일으키지 못한다. 나라 역시 마찬가지다.생각지도 않게 유벤투스까지 더하여 한국을 능멸하는 이상한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다행히 우리 국민들이 힘을 모아서 외세에 맞서고 있으니 이 또한 별고 없이 지나갈 거라고 믿는다. 역사 대대로 수많은 외세의 압력에 시달렸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당당하게 이겨냈다.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줘야 한다. 독립운동은 못하지만 '괜찮아, 괜찮아!' 하며 응원은 해줄 수 있다. 힘들 때마다 나는 들판으로 가서 풀을 본다. 비바람이 모질게 흔들고 쓰러뜨리지만 풀은 매번 씩씩하게 일어선다. 비바람은 지나가는 손님에 불과하지만, 풀은 가장 여리고 힘없는 모습으로 굳건하게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토착식물이다. 어느 누가 풀의 강한 근성을 이길 수 있으랴. 장정옥 소설가

2019-08-01 11:17:14

황순자 시의원

[기고] 중앙 버스전용차로제 확대해야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가 선진 교통도시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자녀가 서울에 거주하게 돼 시내버스를 이용할 기회가 잦아졌다. 중앙 버스전용차로제가 설치된 서울의 경우 택시나 지하철보다 시내버스를 선호하게 된다.서울역에서 흑석동까지 교통수단 간 도착시간을 비교해 보면 중앙 버스전용차로 버스의 소요시간은 20분 정도. 택시나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40분 정도가 걸린다. 대구도 서울처럼 일면 도로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중앙 버스전용차로제가 하루빨리 확대되어 시민의 발이 되기를 바란다.지난 2006년 버스준공영제가 시행된 이후 재정지원금이 431억원 정도였으나 2019년은 연평균 8%가 증가하여 1천300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지금까지 지원 금액도 총 1조2천억원에 이르고 있어 돈 먹는 하마로 불리우고 있다.경쟁 관계에 있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2015년 개통 이후 시내버스 승객 수를 보면 2015년 2억6천만 명이 2018년 2억3천만 명으로 지난 4년간 3천만 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대구 시민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이야기로 목욕탕이나 슈퍼마켓을 갈 때도 승용차를 타고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도로망 체계가 잘 정비된 것에 비해 대구가 연간 가용할 수 있는 도로의 예산은 600억원 정도로 재원이 한정되어 있고 하나의 도로가 완공되기까지는 많은 비용과 기간이 소요되고 있어 도로의 효율성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또 대구시 시내버스의 재정지원금에 대해 고비용 저효율 문제가 제기된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대구의 시내버스 운행 환경을 보면 주요 지점 간의 미연결 및 환승 문제, 외곽지에 대단위 아파트 주민 입주로 출퇴근시간 차 내 혼잡 문제, 주간에 승객 없이 운행하는 문제는 단골 메뉴로 지적되고 있다. 버스 재정지원금 관련 비용은 운전기사의 임금이나 연료비 인상으로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버스 운행 환경이나 서비스의 질은 시민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시내버스 재정지원에 대해 저비용 고효율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이에 도로 건설과 관리 비용을 조정하는 대신 도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간선 급행버스 체계 교통시설인 중앙 버스전용차로제를 대구시 전역으로 확대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래서 필자는 이러한 문제들이 효과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첫째로, 중앙 버스전용차로제 확대다. 대구의 주요 간선도로망인 달구벌대로, 동대구로와 두류공원로에 대한 중앙 버스전용차로제 시범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지금처럼 갓 차로 전용차로제는 불법 주정차는 물론이고, 지선으로부터 자동차 유입과 간선도로에서 지선으로 빠지려는 자동차들로 전용차로제가 기대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둘째로, 도시철도 사각지대에 있는 도로망에 대해 중앙 버스전용차로제 구축이 요구된다. 도시철도 4호선인 순환선이 트램으로 건설된다면 도시철도망 사각지대에 있는 도로망에 대해 중앙 버스전용차로제 건설계획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대구시가 승용차를 억제하고 대중교통 친화적인 도시로 가기 위해 중앙 버스전용차로제와 같은 교통정책들이 하루빨리 확대되어 시내버스가 시원스럽게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대중교통, 특히 시내버스가 시원스럽게 달리면 개별 승용차 이용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환경오염 및 도심 정체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2019-08-01 11:09:10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매일춘추] 나에게 스스로 묻는다

지금 춘천으로 가는 길이다. 2019년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이 춘천에서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은 전국 7개의 도시, 즉 대구 부산 춘천 광주 대전 전주 구미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소극장들이 모여 진행하는 네트워크 연극 운동이며 페스티발이다. 2012년에 첫 시작을 하였고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다.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은 나에겐 매우 중요한 연극 작업이며 연극 동지를 만날 수 있고 작품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을 교류 할 수 있기에 춘천가는 길, 너무도 아름답게 드리워진 강원도의 산안개를 바라보며 그 안개 너머로 지난날들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되살아났다.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같은 지역 같은 장르의 예술가들 사이에 오가는 시기와 질투, 서로 반목하며 인정하지 않는 기류 속에서, 오직 자신만의 색깔을 강조하며 스스로가 만든 우물 안에 고립 되어가고 있는 지역 예술계의 분위기 속에서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이 나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대구 밖, 똑같이 숨이 막히는 지역 예술계의 고립된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각 도시의 연극인들이 부산에서 모이게 되었고, 이 만남 속에서 지역과 지역 순수 연극인들의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다섯 개 지역 극단들이 모여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을 탄생하게 했다.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이르러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무엇이,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을까? 무엇이, 나를 그 길로 접어들게 했을까? 그것은 결국 자극이었다. 그렇다! 대한민국소극장열전은 서로 다른 색깔에 대한 반목이 아닌 서로의 작품을 통해 창작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동행의 길…….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고 채찍이 되어 주는 동행의 길…….연극예술이라는 게 결국 인간에 대한 애정, 인간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상호간의 신뢰를 우선하는 예술이라는 믿음을 갖게 해 준 그 동행의 길……. 나는 물었다. 너는 지금 대구와 동행하고 있는가? 너는 지금 네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지니고 있는가? 너는 혹시 우리네 삶에 대한, 우리네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는가? 그 애정과 따뜻한 시선을 잃어버린 채 질투와 시기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는가? 네 자신의 그릇된 고정관념과 작업방식, 비툴어진 가치관이 또 다른 작업자들에게 갈증을 안겨다 주고 있지는 않는가? "대구 예술은 안 돼! 아직 멀었어!" 라고 내 스스로 비아냥거리지는 않는가?동행의 길 위에서 엄연히 대구연극인의 길을 걷고 있는 내가 나에게 스스로 묻는다. 너의 연극, 겸허함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가? 변명처럼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지는 않는가? 너는 대구 예술을 사랑하는가?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2019-08-01 11:08:49

종이에 먹, 136×34㎝, 개인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서병오(1862~1936) '타분입산'

난분 하나를 그린 석재(石齋) 서병오 선생의 73세 작품이다. 간결함 속에 무르녹은 개성미라고 밖에 표현하기 어려운 대가의 만년작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 드러난 그림이다. 평범한 화분에 담긴 키 큰 난초는 한 가운데 자리 잡았고, 유난히 길고 좁은 화폭을 단순하게 구성해 담담하고 세련된 화면을 이루었다. 짙고 강하면서 부드럽게 가라앉은 먹색으로 난초 잎을 좌우로 길게 뻗어낸 약간의 떨림이 있는 무심한 필치는 초탈한 멋스러움을 선의 느낌으로 보여준다.사군자그림의 주제는 군자(君子)이다. 불굴의 의지를 지닌 매화의 설리개화(雪裏開花), 고독한 향기를 지닌 난초의 공곡유향(空谷幽香), 대기만성으로 가을꽃을 피우는 국화의 오상고절(傲霜孤節), 사철 변치 않는 대나무의 녹죽의의(綠竹猗猗) 등은 군자라는 인격적, 이념적 가치와 매난국죽의 생태를 동일시한 것이다. 이 주제는 군자를 이상적 인간상으로 삼은 식자층에서 나오게 되었다. 지필묵으로 공부하며 시를 짓고, 글씨를 쓰던 그들은 묘사법을 배운 적이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사군자는 간단한 먹그림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평생 손에 쥔 붓(筆)과 먹(墨)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필묵의 수준에 대해서는 도사들이었다. 무어라 언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한 지성의 뼈(骨)와 피(血)의 개성이라고 할 필묵 자체의 아름다움이 문인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화제는 즐겨 인용하던 청나라 양주팔괴 중 판교 정섭의 시를 '타분입산'(打盆入山) 네 글자로 줄인 '화분을 깨트리고 산으로 들어가리라'이다. 난을 산에서 데려와 화분에 모신 것은 향기 때문이다. 향기에 대해 말하자면 난초를 따라갈 꽃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란(幽蘭), 향란(香蘭), 향조(香祖), 향지조(香之祖), 제일향(第一香) 등의 이름이 있지만 난초꽃 향기는 어떤 이름과 말로 그 느낌을 형용하기 어렵다. '물을 주고 볕을 쪼여주고 잎을 닦아주고 조석으로 시중'드는 일은 곧 나의 심신을 기르는 일이어서 '양란이양신'(養蘭而養身)이라고 했다.석재선생은 지필묵을 필기구로 사용한 서화시대 인물로 한시, 서예, 그림을 다 잘한 시서화 삼절의 근대기 사군자 거장이다. 2012년 대구의 뜻있는 인사들이 석재기념사업회를 결성하여 이후 해마다 기념전과 현창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는 7월 30일부터 8월 11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서병오, 김진만 두 선생과 석재문화상, 석재청년작가상 수상 작가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미술사 연구자

2019-08-01 11:06:36

김형준 명지대 교수

[춘추칼럼]용기 없는 3류 정치에서 벗어나라

일본 경제 보복, 수출과 내수 부진, 한국 WTO 개도국 지위 박탈 등 경제 비상시국이다. 그런데 초당적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할 여야는 서로를 향해 죽창을 겨누고 있다. 정부 여당은 자유한국당을 향해 친일 프레임을 씌우고 야당은 정부가 관제 민족주의로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행복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우왕좌왕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를 강력 비판하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확대하며 세계 여론에 호소해야 하나. 이것은 본질적인 해법이 아니다. 정부가 고도의 외교력을 회복하고 협치의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최근 방문한 미국 보스턴에서 미국 민주주의 정신을 지탱하는 힘과 위대한 정치 지도자의 삶을 만났다. 1620년 메이플라워를 타고 영국에서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넘어온 청교도들은 보스턴 근처 플리머스에 도착하기 전 배 안에서 41명이 협약을 체결했다. 질서와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하나의 시민 정치체제를 만들고 필요한 법률과 공직을 제정하여 이에 복종한다는 것에 서명했다. 중요 문제에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다수결의 원칙을 따를 것을 약속했다. 이런 메이플라워 협약에 바탕을 둔 다수결의 원칙이 미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한국 의회 민주주의와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있다.법률 제·개정 절차를 관통하는 기본은 다수결의 원칙이다.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 선진화법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5분의 3 이상 법칙을 준수한다. 이런 국회 선진화법에 따른 선거법 개정과 사법개혁을 연계한 패스트트랙 지정이 정국 파행의 원인이 되었다.이제 국회 마비법으로 전락한 국회 선진화법은 개정돼야 한다. 민주주의는 태생적으로 완벽한 제도가 아니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민주주의가 작동되고 성숙해진다. 대화와 타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자신만이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도그마에 빠지면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 여당은 야당을 친일이라 매도하고 야당은 여당을 종북이라고 낙인찍으며 진영의 논리에 빠지면 극단과 배제의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민주주의 없는 민주화'라는 기형적인 상태가 지속된다. 흑백 논리가 아니라 흑과 백이 섞이면서 만들어지는 회색이 아름다워야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는 법이다.무너지고 있는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힘은 용기에서 나온다. 보스턴에는 미국 제35대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 도서관 및 박물관이 있다. 그곳은 케네디 대통령의 삶과 리더십을 보여주는 각종 상징적인 유산, 그리고 동서 냉전시대에 맞섰던 그의 용기와 도전 정신이 깊이 배어 있다. 케네디는 '용기있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극단적인 정치 투쟁의 한가운데서 자신의 신념을 위하여, 대중들의 비난과 반발을 감수했던 8명의 무명 정치인을 소개했다. 이들은 자신이 소속된 정당과 동료들로부터 버림받고 언론으로부터도 돌팔매질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다. 케네디는 지금의 미국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세계 최강국을 건설하는 데 이들의 용기가 큰 힘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용기에 대한 이런 믿음 속에서 '뉴프런티어 공약'을 실천하고 냉전시대 최악의 핵무기 사태였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과감하게 해결했다.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자신들을 지지하는 세력의 눈치만 보고, 황교안 대표와 한국당도 태극기 세력과 친박에만 눈높이를 맞추면 용기 없는 3류 정치가 된다. 여당 의원들이 정부의 실정에 대해 가혹하게 비판하고 야당 의원들도 당 지도부의 잘못에 대해 쓴소리를 해야 몰락한 정치가 복원되고 대결 정치가 사라진다. 이제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지지자들로부터 미움 받을 용기를 보여주고 상대방의 기능과 역할을 인정하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주의가 살고 경제 위기도 극복된다.

2019-08-01 10:14:31

도시락 바닥에 살찐 뱃살 이미지를 합성했다.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기억되는 메시지의 비밀

광고를 만들 때 떠올려선 안 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불가능'이라는 단어이다. 당신이 아이디어가 부족한 이유도 바로 이 단어 때문이다.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을 할 때마다 '그건 안 돼. 불가능한 일이야'라고 단정 짓기 때문에 빅아이디어를 만날 수 없다. 당연하다. 아이디어는 자신의 존재를 믿어주고 사람 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다.필자는 광고를 만들 때 불가능한 문장을 써보는 편이다. 예를 들어, 굉장히 맛있는 음식인데 살은 하나도 찌지 않는다고 가정해본다. 세상에 그런 음식이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살찌는 염려 없이 과식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 상상을 노트에 그대로 써본다.'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음식'물론 굉장히 이기적인 발상이다. 하지만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광고에서는 어떠한 상상력도 허락되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상상을 했다고 누가 잡아가지 않는다. 필자는 살찌지 않는 음식을 만들 순 없지만 인식을 만들 순 있다. 음식을 먹지만 과식하지 않게 한다든지,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인식을 만들어 줄 수는 있다. 사실 그것이 광고인의 핵심 역할이다.필자는 아이디어를 도시락으로 접근했다. 맛있는 음식을 담는 그릇에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담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맛있게 밥을 먹다가 밥맛이 떨어지게 할 순 없을까?'를 고민하다 도시락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밥을 먹으면 먹을수록 보이는 도시락의 밑 부분에 아이디어가 있을 것 같았다. 이곳에 촌철살인의 메시지나 이미지를 두면 재미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나올 듯했다. 필자가 찾은 답은 비만한 뱃살이었다.도시락 바닥에 살찐 뱃살 이미지를 합성해두어 밥맛이 떨어지게 하는 전략이었다. 생각해보라.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바닥에 나의 미래의 뱃살이 보인다면 말이다. 갑자기 식욕이 떨어지고 숟가락을 놓고 싶을 것이다.사실 기업 강연을 다닐 때 이 광고를 보여주면 반응이 극과 극이다. 한바탕 웃으며 보는 사람도 있고 "어우"라며 한숨을 쉬는 사람도 있다. 반응은 다르지만, 허가 찔린 것은 둘 다 똑같다. 메시지가 없을 것 같은 곳에 이미지를 숨겨두었기 때문이다.광고를 만들 때 반드시 기억하자. 첫째, 불가능한 문장을 써보는 것. 둘째, 그 문장을 지우는 것. 이 두 가지만 지켜도 당신 앞에 빅아이디어가 나타날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8-01 10:09:59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집이 너무 머네-작자 미상

산 앵두꽃이 唐棣之華(당체지화)바람에 살랑, 살랑대고 있구나 偏其反而(편기반이)어찌 그대를 생각하지 않으랴만 豈不爾思(기불이사)집이 멀어도 너무 머네 室是遠而(실시원이) 산 앵두꽃이 바람에 살랑살랑, 살랑대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님(=그대)'의 얼굴이 난데없이 울컥, 떠오른다. 아마도 화자는 산 앵두나무 꽃 아래서 사랑하는 님과 입술을 맞대고 마음을 쏙닥거렸으리라. 생각 같아서는 그 님을 향해 들입다 내달려가고 싶다. 하지만 님이 계신 곳이 멀어도 정말 너무 머네, 아아!중국 최초의 시가선집인 '시경(詩經)'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은 고대 시가의 하나다. '논어(論語)'의 자한편(子罕篇)에 인용되어 있는데, 이 시에 대해 공자는 다음과 같이 평한 바가 있다. "생각이 간절하지 않을지언정 어찌 집이 멀다고 하겠느냐(未之思也, 夫何遠之有)". 인(仁)이 멀리 있는 것은 결코 아니므로 구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얻을 수가 있듯이, 님에 대한 생각이 정말 간절하기만 하다면 거리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 되겠다."바람도 쉬여 넘는 고개 구름이라도 쉬여 넘는 고개/ 산진이(산에서 자란 매)이 수진이(집에서 길들인 매) 해동청(海東靑: 송골매) 보라매(사냥에 쓰는 매)라도 다 쉬여 넘는 고봉(高峰) 장성령 고개/ 그 넘어 님이 왔다하면 나는 아니 한 번도 쉬여 넘으리라(작자미상의 사설시조)". "내 그대를 사랑하면 그댈 패 죽이게 되고, 아니면 그대가 나를 쳐 죽이게 된다 해도/ 그래도 어쩔 수 없네, 이 기겁할 만유인력!(이종문, 引力)" 보다시피 눈에 보이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사랑인데, 님에 대한 마음이 펄펄 끓는다면 어찌 집이 멀겠는가."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시골에 내려와서 정구지 지짐을 굽고 있어요. 내일이 할아버지 생신이거든요. 그런데 선생님, 뜨거운 철판 위에 드러누워 있는 보름달 같은 지짐 넙디기 위에 갑자기 선생님의 얼굴이 겹치는 거 있죠. 마음 같아서는 이 지짐 한 넙디기 선생님께 가져다 드리고 싶지만, 길이 너무 머니 어쩌면 좋아요" 우와! 그렇더냐! 네가 굽는 보름달 속에 나의 얼굴이 떠올랐다니,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구나. 그러나 우스개 삼아서 사족(蛇足)을 단다면, 길이 너무 멀단 말은 하지 말아라. 마음의 간절함이 부족한 게지. 얼마 전에 함께 읽었던 공자님 말씀 벌써 잊었구나. "생각이 간절하지 않을지언정 어찌 집이 멀다고 하겠느냐".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08-01 10:08:14

김태훈 영남중 교사

[김태훈의 대구 옛 이야기] 공산전투

후삼국시대에 이르러 백제 견훤과 고려 왕건은 삼한을 통일하기 위해 전략상 요충지를 선점하고자 치열한 전투를 이어나갔다. 이런 과정에서 대구와 관련된 대표적인 전투가 '공산전투'였다. 927년에 들어 고려 육군은 용주(예천군 용궁)와 근품성(문경시 산양면)을 함락하였고, 고려 수군은 강주(진주)를 공격하여 4개의 고을을 점령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려 군대는 대야성(합천)까지 차지하였다.이에 위협을 느낀 견훤은 전세를 만회하기 위하여 근암성(근품성)을 함락하고 고울부(영천)를 점령하였다. 이에 다급해진 신라 경애왕은 왕건에게 구원병을 요청하였고, 이를 눈치 챈 견훤은 경주를 기습 공격해서 호국 의식을 강조하려는 팔관회를 거행하고자 포석정에 행차했던 경애왕을 살해하고 헌강왕의 외손자 김부를 왕위에 추대하였다. 이때 신라를 돕고자 출동한 왕건 군대는 공산전투에서 견훤 군대와 접전 끝에 참패하여 위기에 놓였으나 신숭겸, 김락, 전이갑-의갑 형제가 고귀한 목숨을 바친 대가로, 왕건은 극적으로 공산을 탈출하였다.현재까지 대구 지역에는 왕건이 도주하는 과정에서 유래된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 가령 '무태'는 왕건이 병사들에게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고, '연경'은 왕건이 선비들이 경전 읽는 소리가 낭랑하다고 감탄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으며, '해안'은 왕건이 어느 정도 멀리 도망가서 걱정이 사그라지자 그의 굳었던 얼굴이 풀렸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등이 대표적이다.대구에는 공산전투에서 왕건을 대신하여 장렬한 죽음을 맞이했던 세 사람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추모하는 장소가 있다.고려 개국 일등공신 신숭겸을 기리기 위한 신숭겸장군유적지(대구광역시 동구 신숭겸길 17)와 충렬공 전이갑-충강공 전의갑 형제를 모시기 위한 한천서원(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가창동로 117)이 있다. 이곳을 방문하여 세 분의 공신이 걸어온 발자취와 그들이 보여준 애국심과 이타심을 몸소 체험할 수 있기를 권하는 바이다.영남중 교사

2019-07-31 18:00:00

세계 평화의 종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일본이 만든 유엔 세계 평화의 종

제2차 세계대전 중 전 세계에서 전쟁으로 5천만여 명이 희생되었다. 독일과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군인들보다 민간인 희생자가 더 많았다. 구소련의 희생자가 2천900만여 명에 이르는 등 폴란드(627만여 명), 독일(569만여 명 )이 그 뒤를 따른다.아시아에서는 600만여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한국인 희생자는 47만여 명이라 한다. 일본인은 군인 230만 명을 포함한 310만여 명이 희생되었다. 하지만 전후 일본 전범들에 대한 처벌은 미흡하였다. 도쿄 전범 재판은 7명에게 교수형, 18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하였을 뿐이다. 광복 74년이 지났으나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의 후유증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종소리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자는 울림이다. 세상의 영원한 평화를 기원하는 간절함도 담겨 있다. 전범국 일본은 전후 경제 복구와 함께 그들이 전쟁광이 아니라 평화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노력한다. 저개발국에 대한 경제 지원과 함께 세계에 수많은 '평화의 종각'을 설치하였다. 1954년 일본 유엔협회는 60개 회원국의 동전을 녹여 '일본 평화의 종'을 유엔본부에 설치했었다. '절대적인 세계 평화 만세!'를 새겨두었다. 이 종은 매년 춘분과 총회가 개회되는 날에 타종되면서 세계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유엔본부 방문자들은 기념으로 이 종의 모형(사진)을 구입한다. 일본의 세계 평화의 종 협회는 더 나아가서 세계 20개 이상의 대도시에 '평화의 종'을 설치하였다. 원폭 피해 도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도 '전쟁과 핵무기가 사라지기를 기원한다'는 글이 새겨진 평화의 종을 설치하며 전쟁 피해 국가임을 주장하고 있다. 속죄의 종일까? 가해국이 세계 평화를 주장하며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용서란 피해자가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경북대 의대 교수

2019-07-31 18:00:00

준비하는 미래 김영환 대표

[시대산책] 남북관계 개선의 헛된 기대를 버려야

지난 7월 27일은 정전협정 66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북한은 1973년 이날을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로 정했고 1996년에는 국가 명절인 '전승절'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김정은은 전승절에 앞서 지난 22일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관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잠수함 건조 시설을 방문한 데 이어 25일 원산 일대에서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쉽게 뚫을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이후 평양으로 귀환하여 전승절 당일에는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를 참배했고 국립교향악단의 '7·27 기념음악회'도 관람했다.북한은 이와 동시에 연일 험한 말, 무례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번 미사일 도발에 대해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며 아주 무례한 어투로 협박했다.전승절인 27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은 "지금 남조선 당국자들은 저들도 한 판 끼여 무엇인가 크게 하고 있는 듯한 냄새를 피우면서 제 설 자리를 찾아보려고…(하략)"라며 외교부처 고위 간부의 말이라고는 도저히 보기 어려운 무례하고 공격적인 언사로 한국을 비난했다.김정은은 금년 4월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하략)"고 하며 국가 지도자의 시정연설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무례하고 경박스러운 어투로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모욕하기도 하였다. 이 모든 것이 미국과의 핵협상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며 압박하는 용도라고 보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지나치게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태도여서 단순히 협상용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한국과의 관계 설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일각에서는 북한은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여 한국으로부터 투자도 받고 교역도 늘리고 기술 협력도 받아서 경제적 이득을 최대한으로 챙기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는데 사실은 그 반대다. 북한은 '모든 화의 근원은 남조선(한국)에 있다'는 인식이 확고하며 가능하면 한국과 관계를 멀리 하고 북한 주민의 마음속에서 한국이라는 존재를 지워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북한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2가지가 결합되어 있다. 하나는 6·25전쟁 때 미국에 빌붙어서 자기들 부모와 조부모를 죽인 원수라는 것이다. 아기 때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평생을 복수의 일념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현재 북한 고위층에는 많이 있다. 일반 주민들도 어릴 때부터 철저히 교육을 받아서 이런 인식이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둘째는 화의 근원이 한국에 있다는 생각이다. 30여 년 전 공산주의 진영의 붕괴와 북한 내부에 축적된 모순의 폭발이 동시에 찾아와서 북한은 극심한 경제 붕괴와 외교 고립을 경험했고 그 위기를 버텨낸 이후에는 이미 격차가 많이 벌어진 남북관계 때문에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며 지내야 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 이런 고민을 더욱 증폭시켰다.한국 정부와 여당의 핵심 인사들은 북한의 안전보장을 위한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고 끈기 있게 온화한 자세로 대하면 언젠가는 북한도 마음을 열고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이 가능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미래에도 북한은 경제개발보다는 체제 유지가 우선이다. 체제 위협의 요소가 한국으로부터 온다는 인식이 바뀌기 어렵고 따라서 남북관계의 개선은 대단히 어렵다고 봐야 한다.진심으로 북한을 도와주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오히려 북한과 거리를 갖고 냉랭한 분위기로 남북관계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지금 한국 당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북한에서 일관되게 무례하고 호전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한국 국민의 마음이 크게 상할 수 있고 이렇게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다시 돌리려면 긴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2019-07-31 18:00:00

최성욱 작 '우리 가족의 유토피아 1999'

[내가 읽은 책]유토피아/토마스 모어 지음/전경자 옮김/열린 책들, 2012년

사는 것이 녹록치 않다.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팍팍한 세상사를 안주 삼아 위로를 얻는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 – 유토피아를 갈망하고 있다. '유토피아'가 출간되었을 때 유럽에서는 유토피아라는 섬이 어디 있는지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유토피아(Utopia)라는 말은 토마스 모어가 소설 속에서 말한 가상의 나라이다. 그리스어의 uo(없다)와 topia(장소)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결국 이 세상에 없는 땅이라는 말이다. 유토피아의 역설이다.토마스 모어는 1478년에 영국에서 출생한 정치가이며 인문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르네상스 문화운동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당시 영국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법조인이며 유머가 풍부한 사람이었다. 토마스 모어는 왕과 귀족들, 부유한 상인들의 수탈과 폭압 때문에 고통 받는 농민과 부랑자들을 가슴 아파하며,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상향을 제시하고자 '유토피아'를 저술하였다.'유토피아'는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제1권은 토마스 모어가 베타 힐테스, 라파엘 휘틀로다이우스 등 3자의 대담 형식으로 짜여졌다. 라파엘은 왕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는 "단순 절도가 목숨을 앗아 가야 할 정도로 중한 범죄가 아니며, 제아무리 가혹한 처벌로도 먹을 것을 구할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도둑질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면서 잉글랜드 법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토마스 모어도 값비싼 양모를 얻기 위해 농민들을 내쫓고 울타리를 치는 탐욕스런 귀족과 영주들의 사치를 성토한다. 지주와 사유재산 제도를 비판하고 있다.이어서 라파엘이 유토피아의 사람들과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으로 제2권을 시작한다. 유토피아인들이 사는 섬은 중앙이 너비 200마일이고 섬 전체가 500마일의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다. 유토피아에서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곡물과 가축을 산출하여 잉여물은 이웃 사람들과 공유한다. 10년마다 추첨을 통해 집을 바꾸며 산다. 모든 사람들이 유용한 직종에서 일을 하고 아무도 과소비를 하지 않아서 모든 것이 풍족하다.라파엘은 "이 나라(유토피아) 헌정의 주요 목적은, 모든 시민은 육체노동에 투여하는 시간과 정력을 가능한 한 아끼어 이 시간과 정력을 자유와 정신의 문화를 누리는 데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이들이 생각하는 삶의 진정한 행복입니다." (p.99) 라고 주장한다. 결혼을 위한 맞선 제도를 소개하는 데 기발한 발상에 웃음이 절로 나지만 공감하는 바도 적지 않다. 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 보는 즐거움을 빼앗고 싶지 않다.이 책은 내용이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지만 손에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크기고 양도 많지 않아 읽기 좋은 정도이다. 시대적 비판의식과 이상향에 대한 거대 담론을 담고 있음에도 소설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기에 편하다. '유토피아'는 500년 동안 시간의 세례를 받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고전은 생각의 씨앗과 같아서 내 마음 속에서 거대한 나무로 자랄 수 있는 힘이 있다. 나만의 혹은 우리 가족과 공동체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먼저 토마스 모어가 들려주는 '유토피아'를 읽어볼 일이다.최성욱(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19-07-31 16:15:06

[종교칼럼] 아름다운 여행

팔월의 뜨거운 빛이 온 누리에 가득하다. 햇볕은 기염을 토하며 온 산천을 태운다.그 열기에 맞춰 백일홍도 붉게 탄다. 마당에는 매미 소리 높고 고추잠자리가 유영을 한다.계절은 하는 일과 맡은 역할이 각각 있나 보다. 누각 처마 밑 풍경에 바람이 서성인다.날이 덥다 보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8월이면 괜스레 바람이 든다. 소음이 없는 곳에서 솔바람과 파도 소리를 벗 삼아 나만의 시간을 갖고 사색하며 마음을 비우고 싶다."여행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주는 것이다"라고 프랑스의 문인 아나톨은 말한다. 여행은 세상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이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해지고 감사하게 된다.젊은 시절, 고흥 나로도에 우주센터가 들어서기 전 내나로도 어촌 바닷가에 방을 하나 얻어 민박을 했다. 저녁을 해결하고 양철 지붕에 돌담장이 나지막한 조그만 방에서 밤새 파도 소리를 들었다. 일정한 리듬으로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그 힐링사운드는 마음을 한없이 안정되고 평화롭게 해 주었다. 아직 그 감동은 잊히지 않는다.돌아오는 길에 보길도에 들렀다. 조선 중기 문신이며 시인인 고산 윤선도가 1637년 2월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울분을 참지 못해 제주도로 가다가 보길도의 절경에 매료되어 머물렀다.예송리 해수욕장에 들렀다. 천연기념물 제40호인 상록수림과 작은 조약돌이 펼쳐진 해변은 장관이었다. 파도가 서로 몸을 부대끼며 일렁일 때마다 조약돌끼리 내는 소리가 실내악처럼 감미로웠다. 동글동글하니 모나지 않고 햇빛이 비치면 바닷물에 젖은 채 반짝거리는 돌들의 어울림은 가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다음에 들른 곳이 세연정이다. 보길도에는 윤선도의 흔적이 유독 많다. 그중 하나인 세연정은 윤선도가 삶을 마지막까지 경쾌하게 보낸 곳이다. 뒷산에서 흘러내린 작은 계곡물이 웅덩이를 이루고 반원을 그리는 곳을 막아 정원을 꾸미고 그 위에 세연정을 지었다. 여기에 높은 학식과 연륜의 눈높이로 쌓은 정원은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부용동과 이곳을 오가며 40수의 장편시조 '어부사시사'를 지었다.그는 아마도 달 밝은 밤이면 이곳에서 해남 금쇄동에서 지었다는 수석송죽월(水石松竹月)을 노래한 '오우가'로 자신을 달래며 자연을 노래했을 것이다. 이 밖에 곡수당과 사당, 낙서재와 동천석실 등이 반긴다.그는 늘 허욕과 불의로 가득한 세상에 곧은 뜻을 꺾지 않고 직신(直臣)의 정신으로 숱한 상소를 올렸다. 그 때문에 16년이 넘는 귀양살이로 고초를 겪어야 했다. 보길도에는 사람은 가고 문화만 남았다. 행복의 비밀 하나는 그 어느 누구도 영원히 사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예부터 나라가 흥하느냐 망하느냐 갈림길에 선 시기에는 하늘이 반드시 한 인물을 내려보내 목숨을 걸고 예의를 지키게 하여 한 세상에 경종을 울려주고 후세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었는데 바로 윤선도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라고 그 시대 선비 용주 조경은 말했다.대한민국의 총체적으로 어려운 이 시기에 우리는 누굴 기다려야 하나?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2019-07-31 13:08:15

이재윤 덕영치과병원장

[기고]GMO로부터 우리 식탁을 안전하게

필자는 6개월 전부터 국제로타리와 GMO(유전자 변형 식물) 재앙에 처한 식품 섭취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시키고 홍보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GMO는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식물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것으로 식량 문제 해결에는 획기적인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생태계 교란이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사회는 유전자 조작 식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GMO는 주로 종자 형태로 유통되는데, 세계 최대 유통회사가 미국의 '몬센토'라는 기업이다. 몬센토는 1902년 화학기업으로 출발하여 세계 최초 GMO 콩을 개발하면서 최대 종자회사로 도약한 회사로 우리에겐 DDT 살충제와 월남전의 고엽제를 만든 회사로 유명하다. 현재 약 1만여 종 이상의 작물 유전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밥상에 오르는 농산물 10개 중 4개가 몬센토가 개발한 종자로 생산된다. 국내에서도 파프리카, 청양고추 등 70개 품목의 종자를 몬센토를 통해 구입하고 있다.문제는 이 GMO 식품이 그 속에 있는 물질로 인해 그것을 섭취하는 인간에게 여러 가지 심각한 피해를 준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GMO 식품이 신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①글리포세이트 ②라운드업 레디 단백질 ③Bt 독소 단백질 등을 지목하고 있다.글리포세이트는 몬센토가 생산하고 있는 제초제 '라운드업'의 주요 성분으로,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 발암성 추정 물질 2군으로 분류한 물질이다. 2010년 어느 의학 단체의 연구에 의하면 아르헨티나에서 GMO 콩을 재배하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각종 질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는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GMO 콩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다. 수집된 자료에 따르면 글리포세이트가 뿌려지고 있는 지역에서 유산, 사산, 암, 불임증, 다운증후군, 내분비 질환, 면역 체계 결핍증 등 여러 가지 질병들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GMO 콩이 재배되기 이전과 비교하면 선천성 기형아가 2~5배나 증가했다.변질된 단백질 역시 불안하다. 전문가들은 유전자 조작 식물들 속에 함유된 변질된 단백질이 신체에 치명적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며 당대뿐 아니라 그 2대, 3대로 내려갈수록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문제가 이렇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에 대한 경각심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지금 한국보다 GMO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일본뿐이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인구도 많을뿐더러 수입한 대부분의 GMO를 동물 사료 등으로 사용한다. 그렇게 봤을 때 식용 GMO 수입은 단연 한국이 세계 1위인 셈이다. 지난 15년 동안 우리나라는 선천성 기형아 급증(7년간 136.6% 증가), 불임증 급증, 자살률 세계 1위, 자폐증 발병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갖게 됐다. 또한 어린이 4명 중 1명은 정서장애를 겪고 있고, 아동 비만, 대사증후군, 성조숙 아동도 급증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유전자 조작 식품 섭취와 관련이 없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겠는가?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유전자 조작 식품은 연간 약 228만t, 1인당 약 43㎏에 해당한다.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허기'는 우리의 가장 큰 적이었고 극복의 과제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원조를 받는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도 GMO 식품은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무런 의심 없이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될 일이다. GMO 식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9-07-31 11:17:41

김정하 공연예술학 박사

[매일춘추] 춤추는 글 

필자의 보물이라면 초등학교 시절 6년 동안 쓴 일기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매년 대청소를 하며 일부 버려졌지만 지금 남아있는 공책의 수는 100여 권 정도이다. 보물을 펼쳐보는 시간은 나에게 가장 편안함을 선사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는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시절 일기는 나의 마음정화의 수단이었던 것 같다.일기 내용에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내 모든 경험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엄마의 혹독한 교육안에서 외로움과 고독에 울부짖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쓴 해방, 친구와의 다툼에서 어떤 화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숨막힘이, 내가 좋아했던 가수의 노랫말에 열광했던 사춘기 소녀의 간절한 소망은 모든 내 경험의 생각과 느낌이었다.나를 드러내기보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해야만 했던, 때 이른 성숙함의 필자의 어린시절에 일기는 아주 특별했다. 모든 것을 토해낼 수 있는 자유와 위로였다. 때 이른 성숙함을 위로한 자유와 위로는 자신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립심이었고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가장 쉬운 글쓰기인 일기를 권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무용을 전공한 필자에게 글쓰기는 창작의 방법으로 때론 교육의 소재로 사용해 왔다. 무용은 사실 단순히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안무의 과정에서 살펴본다면 움직임으로 표현되어질 주제를 설정하기 위해 안무자 경험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몸과 마음(정신) 그리고 감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통합하여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 다음단계이다.이러한 글쓰기와 춤의 경험은 개인의 감정을 정리하고 조절 할 수 있는 능력을 명료화하게 된다.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알게 되면서 타인을 바라볼 수 있는 감정이입으로 소통의 경험도 가능하게 한다. 필자가 제시한 글쓰기는 무용교육에서 창작무용으로 발현되는 과정의 첫 단계로 학습자의 일기와 같은 경험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표현한 뒤 그 글을 무용의 요소를 사용하여 움직임으로 구성하게 된다.특히 이러한 과정은 특수 목적의 사람들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 교육적 혜택으로 다가가는 접근성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이는 무용이 과거 전문성을 가진 기능 교육에서 교양과 문화·체험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문득 떠오른 지금 이 순간의 내 생각과 감정을 글로 써보자. 그리고 눈을 감고 움직이는 내 몸을 상상해본다면, 또는 직접 내 몸을 움직여 본다면, 우리는 지금 자유의 춤을 추고 있다. 김정하 공연예술학 박사

2019-07-31 11:15:54

이장우 경북대 교수

[경제칼럼] 세계화4.0과 지역발전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화두는 세계화(globalization) 4.0이었다.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온 세계화 흐름이 또다시 우리의 생활양식을 바꿀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네 번째 세계화 흐름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디지털화와 함께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며 지역 발전의 형태도 달라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한마디로 제품이, 그리고 최근에는 공장이 국경 사이를 이동했던 것과는 달리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서비스가 자유로이 국경을 이동하는 시대로 돌입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서비스가 싸고 좋더라도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국경 이동은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모바일 통신 인프라와 함께 AI, 로봇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사람의 물리적 이동 없이도 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사실 주위를 돌아보면 세계화된 서비스들이 이미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음을 알 수 있다. 국제 항공 관련 콜센터 서비스는 상냥한 필리핀이나 인도 사람들로부터 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영어 교습도 인터넷 무료 전화를 이용해 캐나다나 미국 현지인에게 받는다. 명함같이 간단한 디자인을 이스라엘이나 유럽 디자이너에게 맡길 수 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인도나 베트남 개발자에게 인터넷을 통해 의뢰할 수도 있다.이러한 세계화 흐름은 소위 '원격이민'(telemigration)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몸은 지역에 있지만 일은 다른 나라에서 하는 현상을 증폭시킨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우수한 서비스 인력을 보유한 집단이나 지역이 앞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즉 '경쟁력 있는 시민'(competitive citizen)을 많이 보유한 지역이 성공한다는 것이다.하지만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들의 성공 방식을 보면 핵심 인재를 중앙에 보내고, 그 중앙의 핵심 정책을 잘 따라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논리를 따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민 경쟁력'과 같은 내부 자원을 키우고 활용하는 정책에는 취약하다.앞으로 '경쟁력 있는' 지역이란 대규모 공단이 있고 서울대 진학률이 높은 고등학교가 많고, 정치인과 관료를 많이 배출한 곳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생태적으로 쾌적한 주거 환경과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으로 성장한 인재들이 지역에 머물면서 전 세계를 향해 스스로 꿈을 키우고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이 고려해야 할 사안들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첫째, 정치·행정·교육·문화예술·사회복지 등에서 활동하는 리더들이 먼저 각성해 세계화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이제는 닫혀 있는 지역이 아니라 모든 개인들이 전 세계로 개방된 세상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사고와 행동을 스스로 해야 한다. 리더의 말 한마디가 바로 전 세계로 파급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둘째, 교육 도시로서 어느 곳에서도 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인구 150만 명에 불과한 에스토니아는 '디지털 국가'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초등학교 수학도 로봇 프로그래밍을 통해 교육시킨다. 초등학교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지역 인재를 키우기 위한 차별화된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셋째, 주거 환경과 문화적 요소를 기반으로 도시를 브랜딩해야 한다. '살고 싶다'는 생각은 결국 주거생태 환경과 문화적 자부심으로부터 나온다. 지역에 젊은 인재들이 머물러야 경쟁력도 창출될 수 있다. 앞으로는 지역에 머문 인재가 세계화 4.0의 물결을 타고 지역 발전의 동력을 창출할 것이다.넷째, 시민들은 보다 능동적인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계화 4.0과 같은 큰 변화는 기존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기도 하지만 수많은 기회를 탄생시킨다. 그리고 이 기회는 위험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의 몫이다.지금까지 제품뿐만 아니라 공장까지 국경을 이동시킴으로써 세계화에 대응했지만 앞으로는 서비스의 '차익거래'(arbitrage)가 세계화의 동력이다. 이때 핵심 주체는 지역과 시민이 될 것이다.지금까지 제품뿐만 아니라 공장까지 국경을 이동시킴으로써 세계화에 대응했지만 앞으로는 서비스의 '차익거래(arbitrage)'가 세계화의 동력이다. 이때 핵심 주체는 지역과 시민이 될 것이다.

2019-07-31 06:30:00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새론새평]나의  극일(克日)교육

초·중·고등학교 12년을 통하여 고맙게 생각하지 않은 스승이 없지만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생생하게 기억하는 스승은 중학교 시절 도덕을 가르치셨던 박중근 선생님이다. 180㎝가 넘는 거대한 키나 엄청난 유도 고단자(아마도 9단?)라서가 아니라 수업시간 내내 항일 정신만 가르쳐주셨다. 수업은 항상 공포감과 긴장감의 연속이었고 때로는 무자비하기도 했지만 뼈에 사무쳐 계시던 선생님의 항일정신은 반백년이 지난 지금도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 선생님 덕분에 평생 일본에 지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일본 상품을 사지 않으려고 했으며 또 입으로는 절대로 일본 사람이 아니라 왜놈이라고 부르는 습관을 가졌다.지난 7월 1일 일본은 마치 진주만 공격처럼 중요한 제품의 한국 수출을 막을 것이라고 선언했고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나 국회는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양국 당국자 간의 실질적 협상 없이 감정을 부추기는 불매운동만 격화되고 있다.우리와 일본과의 교역 구조에는 숨길 수 없는 현실이 있다.첫째는 심각한 무역역조다. 지난 60여 년 동안 우리는 단 한 해도 무역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었고 2004년부터 지금까지 무역 적자가 200억달러보다 적은 적이 한 해도 없었다. 따라서 저쪽에서 안 팔겠다고 한다면 우리도 안 팔겠다고 대항하기엔 역부족이다.두 번째 현실은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대부분의 상품이 중간재(349억8천달러)와 자본재(138억4천달러)다. 이 둘을 합하면 488억달러로 전체 수입의 90%에 달한다. 기계, 화학원료, 금속제품들로 대체가 쉽지 않은 상품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제품을 조금이라도 제때에 한국이 수입하지 않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못하거나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어려움이 생긴다.셋째 대일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품목은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섬유 및 의복인데 이 부문은 수출이 수입 규모보다 커서 일본의 불매운동 맞대응에 취약하다. 예컨대 담배의 경우 우리의 대일 수입은 400만달러인데 대일 수출은 3억달러로 10배 가깝고, 의류의 경우에도 우리의 대일 수입은 4천만달러인데 대일 수출은 8천만달러로 2배나 된다. 화장품도 대일 수입은 3억800만달러인데 대일 수출은 3억2천만달러다. 그러니 만약 우리의 불매운동이 부메랑을 일으킨다면 경제적 피해는 작지 않을 것이다.한일 교역에서 우리가 '보복'할 수 있는 전략은 이론적으로 4가지가 있다: ①한국산 기계나 원료의 대일본 수출규제 ②국산 농축수산물 등의 대일본 수출규제 ③일본산 기계나 원료의 불매운동 ④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그것이다.①항이나 ②항 같은 대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이나 농어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채택하기 어렵다. ③항은 당장 우리 공장 가동이나 산업의 마비가 우려되므로 어렵다. 결국 남는 것은 ④항밖에 없는데 이 또한 일본이 불매운동으로 반격해온다면 타격이 클 것이다. 결국 일본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가 되는 셈이다.이렇게 무방비 상태가 된 근본 이유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 기술력과 정신력에서 일본을 이기지 못했다. 기술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고 일본 상품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했다. 저들의 부품이나 소재를 사들이면서 기술적 종속을 탈피할 생각을 못했다. 저들의 기술력을 가볍게 생각했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23명이나 되는 사실을 애써 외면해왔다. 저들은 우리 자동차나 TV를 사지 않는데도 우리는 그들의 물품을 헤프게 사주었다. K-POP이 모든 것인 양 일본 축구만 이기면 모든 것이 다 되는 양 나태해져 있었다.이젠 바꾸어야 한다. 우리 제품이 없으면 저들 경제가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들이 우리 제품을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우리가 저들로부터 살 물건이 별로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 첫 단추는 반일(反日)정신이 아니라 극일(克日)정신이다. 중학교 은사인 박중근 선생님을 생각하며 내가 극일의 내 몫을 다하지 못한 것을 정말 뼈아프게 반성한다.

2019-07-30 11:18:01

이정호 국악작곡가

[매일춘추] 이연(離緣)

나의 대학생 제자가 레슨을 받으러 와서 책상 앞에 앉자마자 대뜸 나의 곡 소아쟁독주곡 '이연(離緣)'이라는 곡에 대해 묻는다. 어떠한 느낌과 영감으로 곡을 썼는지, 과연 이 곡은 누구를 위해 작곡되었으며 그 주인공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때 사랑하던 사람이었는지를 숨도 쉬지 않고 물어보고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무언가를 기대하며 나를 바라본다.그래서 나는 이어질 수 없는 인연에 대하여 썼다고 그냥 가볍게 대답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이 곡은 내가 그 제자와 비슷한 나이였던 대학생 때 썼는데, 그 당시의 어떤 특정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만남 뒤의 이별에 대해 썼고, 그래서 딱히 언급할 누군가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누군가를 생각하며 곡을 썼다고 하기엔 뭔가 여러 가지로 쑥스러웠다.하지만 이내 그 제자는 스스로의 해석으로 '고백할 수 없었던 슬픈 사랑이야기'일 것 같다며 자기가 '이연'속의 여자의 입장을 상상하며 '비연(悲緣)'이라는 곡을 써보았다고 하였다. 순간 웃고야 말았다. 근데 기분이 좋았다. 나의 곡으로 인해 영감을 얻어서 제자 스스로가 또 하나의 새로운 곡을 만들었다는 것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곧 그 곡 악보를 보았는데 거기에 적힌 가사가 또 한 번 나를 웃게 만들었다. 가사 속 내용이 손발 오그라드는 민망함이 있어서 그랬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직관적이고 진실된 글이 사랑의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어서 흐뭇하였다.사랑은 많은 영감의 원천이 된다. 어떤 시절을 지나며 마음속에 추억으로 간직된 세월이 지나버린 풋풋했던 사랑, 현재 진행형으로 발전되고 있는 성숙하고 뜨거운 사랑 등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감정을 가지는데, 아래 글은 소아쟁독주곡 '이연'에 쓰인 곡 해설이다.떠날 이(離), 인연 연(緣)을 조합하여 만든 제목이다. 제목 그대로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인연에 대해서 노래 한 것인데 그런 안타까운 사랑은 항상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인연이란 것은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즉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으로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찾아온다. 아무리 다시 되돌려 보려고 해도 시간은 계속 흐르기에, 세상 만물의 이치 속에 인간의 힘은 한없이 미약하기에 안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연은 더 아픈 것이다.그 아프고 애절한 마음을 아쟁의 구슬픈 선율로 옮겨보았다. 이 이연을 체념한 듯 받아들이는 그 슬픈 마음으로 이 곡을 완성하였지만 모순적으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아직까지도 나의 이연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각자 자신만의 해석으로 음악과 문화를 이해해보자. 이정호 국악작곡가

2019-07-30 11:11:09

독사에 입주변이 물려 심하게 부은 모습 (사진출처: https://theparcvet.com/)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반려견이 뱀에 물렸다면?

캐리(3·슈나우저)가 앞다리가 퉁퉁 부은 채 내원했다. 수풀에 들어간 후 돌아왔는데 다리를 절며 아파했고 점차 붓기 시작했다고 했다. 검사 결과 캐리는 발목 윗부분을 독사에게 물렸고 약물 치료와 독이 퍼져 괴사된 피부조직을 되살리기 위해 한 달 가까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캐리처럼 독사에 물려 내원하는 반려동물들이 늘고 있다. 생태계가 건강해지면서 뱀의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국내에 서식하는 독사는 살모사와 유혈목이(화사) 두 종류다. 까치살모사, 쇠살모사 등 살모사는 얼룩무늬에 머리가 삼각형인 전형적인 독사의 모습이다. 용혈독(괴사독)과 신경독을 가지며 국내에서 가장 위험한 독사이다.화사, 꽃뱀이라 불리는 유혈목이는 물가에서 잘 발견되며 알록달록한 외모처럼 온순한 편이지만 어금니 안쪽에 독니가 있다. 두꺼비를 잡아먹으면서 부포톡신이라는 신경독을 목부분에 저장했다가 위협을 느끼면 뿜어내는 엄연한 독사이다.독사가 많은 호주에는 사람과 반려견에게 뱀 물림 사고가 빈발한다. 그래서 호주에서는 반려견에게 뱀 회피 훈련(SAT)을 평상시에 시켜 개가 뱀을 피하도록 한다. 개가 뱀을 피하는 훈련은 의외로 간단하다. 뱀의 모형을 이용하여 개가 뱀을 인지하고 관심을 보일려 하면 보호자는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위험 대상임을 경고하고 그 자리를 피하는 과정을 반복한다.개가 산책 중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고 다리나 얼굴이 붓는다면 독사에게 물렸을 가능성이 있다. 개는 달리다가 다리를 물리거나, 뱀을 위협하다가 입 주변이 물리는 경우가 많다.개가 독사에게 물렸을 때 보호자는 침착하여야 한다. 개를 흥분하게 하지 말고 신속하게 동물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하려다 보면 개는 더 흥분하게 되고 독이 더 퍼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물가 주변의 수풀이나 돌이 많고 낙엽이 있는 그늘진 공간은 뱀이 은신하기 좋은 곳이다. 뱀의 서식이 의심되는 곳에 개가 혼자 돌아다니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 햇볕이 잘 들고 시야가 탁 트인 낮은 풀이 있는 곳이 뱀이 기피하는 공간임을 기억하자.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7-30 09:52:06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심리치료사

[이은주의 잉여현실] 건강한 관계맺기- 공격성은 생명력이다

"친구를 때리면 안 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 착하지!"이 말이 아이들의 자발성과 생명력을 죽이는 무시무시한 말일 줄 꿈에도 몰랐다. 사이코드라마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원망과 한탄으로 고통받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얼마 전 친구가 울면서 고통을 호소해왔다. 밝고 건강했던 열두 살 아이에게 갑자기 전신마비가 왔다고 했다. 무슨 일이 아이에게 일어난 것일까? 학교에서 욕하고 괴롭히는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었는데 아이는 참고 견뎠다. 이런 상황이 2년 동안 지속되면서 아이 마음속에는 미움이 커졌다. 때리고 욕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왜? 착한 아이였고, 엄마 아빠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으니까! 아이는 일기장에 자신을 나쁜 아이로, 죽고 싶다고 썼다. 아이는 부정적인 감정들과 싸우며, 부모를 어긴 것에 괴로워하다가 스스로를 처벌하는 것이다.우리 아이는 다섯 살 때 처음으로 동네 미술학원에 갔었다. 처음엔 착하고 똘똘하다며 선생님들이 예뻐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어린 아기들 방으로 가서 안 나온다고 했다. 아이는 친구가 장난감을 빼앗아 가는데 가만히 있었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다른 놀이에도 다 흥미를 잃어버린 것이다.사이코드라마에서는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고 정화에 이르기 위해 소리 지르고 욕하고 바타카(도깨비 방망이)를 치게 한다. 이런 표출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들을 털어내고 소멸시켜 정화하고, 몸의 힘을 다시 회복하게 된다.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몸싸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온몸으로 한다. 온몸으로 부딪쳐가며 내 몸의 강도를 알고 힘을 조절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싸움과 다툼은 나무들이 바람과 비를 이기듯 서로를 자라게 한다.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잘 참는 착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화해하고 용서하는 용기를 가르치는 것이다.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심리치료사

2019-07-29 18:00:00

신병주(건국대 사학과 교수)

[신병주교수의 역사와의 대화] 사릉과 정순왕후

지난 7월 조선왕릉 가운데 하나인 사릉(思陵)을 조성할 당시 석재를 채취했던 채석장이 서울시 수유동 구천계곡 일대에서 확인돼 문화재(서울시기념물 제44호)로 지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릉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사릉은 정순왕후(定順王后·1440~1521)의 능을 말한다. 정순왕후는 남편 단종이 왕의 자리에서 쫓겨나면서 왕비의 자리에서 물러난 비운의 여인이다. 단종이 상왕으로 있을 때 형식적으로 대비가 되었다가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되면서 노산군부인으로 전락했다.정순왕후는 남편이 왕의 지위에 있을 때 왕비가 된 조선 최초의 왕비였다. 15세의 나이로 1세 연하의 단종과 혼례를 치르고 바로 왕비가 된 것이었다. 대부분 남편이 세자로 있을 때 세자빈으로 있다가 왕비로 지위 상승하는 것과는 달랐다.1454년 1월 22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왕비로 책봉되면서 탄탄대로가 열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듬해 단종이 왕위에서 물러나면서 불운이 연속된다. 1457년 6월 단종이 노산군의 지위로 영월로 유배되고 4개월 후 세조에 의해 죽음을 맞으면서 그녀는 고된 삶을 이어가야만 했다.서울시 창신동에는 '자지동천'(紫芝洞天)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바위 밑에 샘물의 흔적이 있다. 정순왕후가 '자줏빛 풀이 넘치는 샘물'인 이곳에 흰 옷감을 자줏빛으로 염색해 생계를 유지했다는 일화가 전하는 곳이다.마음의 상처가 컸던 탓인지 그녀는 불교에 크게 의지했다. 궁궐에서 은퇴한 여인들이 자주 찾은 비구니 처소, 정업원을 안식처로 삼았다. 정업원 인근 산봉우리는 그녀가 동쪽인 영월을 바라보며 남편의 명복을 빌었다 해서 '동망봉'(東望峰)으로 불린다. 단종의 유배지 영월 청령포에도 단종이 자주 올라가 왕비를 그리워했다는 노산대와 왕비를 위해 쌓아올린 돌탑이 남아 있어 부부의 애틋한 사연을 더해주고 있다.18세의 어린 나이로 단종과 이별한 후에도 정순왕후는 64년을 더 살았다. 1521년(중종 16) 8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가 사망한 후 무덤은 남양주시 진건읍에 대군 부인의 묘로 조성되었다. 단종의 누이인 경혜공주의 아들, 정미수(鄭眉壽) 집안 종중의 산이 있던 곳이다. 해주 정씨 집안에서 복위 전까지 무덤을 관리했다.왕비의 위상을 되찾은 것은 노산군부인으로 강등된 지 240여 년이 지난 1698년(숙종 24)이었다.단종이 복권되면서 정순왕후라는 왕비의 지위를 회복했고 무덤의 이름 또한 사릉으로 격상되었다.같은 해 12월에는 단종의 신주를 사릉에 묻게 해 두 사람의 사후 만남을 추진했다. 초라했던 무덤이 왕비의 능으로 격상되면서 격식에 맞는 석물도 사릉에 배치되었다.조선시대에는 국가의 중요한 행사를 기록한 행사 보고서인 의궤를 작성하였는데 사릉의 조성 과정을 담은 '사릉봉릉도감의궤'가 남아 있다.사릉을 조성하기 위해 석재를 채취했다고 새겨둔 '사릉부석감역필기'에도 1699년 1월 사릉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석물을 채취하는 업무를 감독한 관리들과 석수들의 이름이 나온다. 이 이름들이 의궤의 기록과 일치하고 있다. 바위 글씨의 문화재적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대목이다.조선의 왕과 왕비(추존 왕과 왕비 포함)의 무덤인 조선왕릉은 총 42기다. 북한에 있는 2기를 제외한 총 40기가 2009년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조선시대 왕릉 주변은 금표 지역으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울창한 수목들이 좋은 경관과 함께 잘 남아 있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무더위까지 날려버릴 수 있는 곳, 조선왕릉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신병주(건국대 사학과 교수)

2019-07-29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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