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er Script 사외컬럼

사외컬럼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

의창(醫窓) 인생 2막

10월은 가을 중에서도 수확의 계절이고 한 해 중 가장 풍성한 계절이다. 대부분의 야외 행사가 10월에 몰려있는 이유인 것 같다. 대구시의사회 의사의 날(체육 대회) 행사도 항상 10월에 개최된다. 인생을 사계절로 나눌 수 있다면 과거에는 50~60대가 가을로 비유되었지만 평균수명의 증가로 요즈음은 60~70대가 가을, 즉 인생에서 가장 풍성한 시기인 것 같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세대(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가 본격적으로 인생 2막인 은퇴 후 인생을 보내고 있다.특히 최근 급격한 출생률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 인구 분포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제 구조도 과거에 영유아와 젊은이 수요에 집중되었다면 향후에는 노령층 실버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은퇴 후 삶에 대한 준비가 매우 부족한 사회 구조다.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세대는 자신보다는 국가와 가족을 위해 한평생 희생과 열정을 바친 산업화 세대로 은퇴 후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울 여유가 없이 인생 2막에 접어들었다.은퇴는 인생에서 종착역이 아니라 다른 여정의 시작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눈주름처럼 겉모습은 꾸겨지고 삶의 가치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처럼 느끼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말처럼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늙음이란 자연 현상 앞에서 젊은 시절만큼의 일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은퇴는 살면서 얻은 경험과 지혜와 지식을 총 망라해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각자 건강과 경제적 여력에 따라 은퇴 후 귀농하는 사람, 취미생활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 본인의 전문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봉사활동으로 보내는 사람, 일을 더하기 위해 다른 직장을 구하는 사람 등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다.성현들에게 배울 수 있는 은퇴 철학은 무언가? 공자의 인생삼락은 배움, 인간관계, 그리고 자기수양이라고 했고, 맹자는 부모가 살아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고, 하늘을 우러러 보고 사람을 굽어보아도 부끄럽지 않음이 두 번째 즐거움이고,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고 했다. 추사 김정희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항상 배우는 선비정신을 간직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변함없는 사랑을 나누며 고락을 같이하고, 벗을 청해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했다.은퇴 후 분주하고 복잡한 사회 활동에서 벗어나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고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는데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노후의 삶은 물질적인 욕망에서 벗어나 삶의 본질적인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고석봉 대구가톨릭병원 교수(산부인과)

2018-10-30 08:06:52

삽화 권수정

[이주향의 이야기와 치유의 철학]데미안, 자기에게로 이르는 길

무엇인가를 원해본 적이 있으시지요? 간절히, 마치 전생에서부터 원해온 것 같은 느낌으로 그렇게, 욕망인지, 소망인지, 탐욕인지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간곡히, 원해본 적이 있으세요? '연금술사'에서 파울로 코엘료의 저 말은 그럴 때 의미를 가지는 말입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그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원하는 것을 해 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원하는 것을 해 보라고 하면 힘이 나세요, 당황스러우세요? 혹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지는 않으세요? 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분명해지는데,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면 깜깜해지거나 모호해져서 할 수 없는 이유들만 줄줄이 떠오르지는 않으세요? 그렇다면 아직 내 속에서 솟아나오려고 하는 것이 힘이 붙지 않은 겁니다. 헤세도 말했습니다. 내 속에서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 했는데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다고. '데미안'의 가장 유명한 문장은 바로 거기에 닿아있습니다."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아프락사스는 선이면서 동시에 악을 품고 있는 신이지요? 생각해보니 오랫동안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좋아하고 암기했던 문장이네요. 이번에 다시 '데미안'을 읽는데 단순히 선과 악의 통합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새가 되려는 알속 생명의 의지, '데미안'은 바로 그 의지를 아는 자의 책이고, 그 의지를 일깨우는 책이기도 합니다.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징검다리이기 때문입니다. 헤세가 말한 바로 이 이 문장이 '데미안'의 주제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데미안'의 주인공은 데미안이라기보다 싱클레어입니다. 원래 싱클레어는 밝고 선하고 반듯하기만 한 행복한 집안의 아들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시절 어느 날 그는 학교폭력에 시달립니다. 악동 크로머가 그의 약점을 잡고 그를 협박해서 집안의 돈을 훔쳐오게 한 겁니다. 거짓말과 도둑질이 반복되면서 괴로운 시절을 보낸 그가 고백합니다. '나의 죄악은 내가 악마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 자체였다'고.'아직 악을 대면하고 다룰 힘이 없었던 어린 시절 그를 구해준 것은 데미안이었습니다. 데미안이 말합니다. "사람은 어느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거건 자기를 지배하는 힘을 그 누군가에게 내줘버렸기 때문이야."데미안과의 인연으로 그는 벗어나고 싶었던 어두운 경험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외면하지도 않고 수용할 수 있게 되어 이렇게 회상하게까지 됩니다. "그렇다, 그때 나는 카인이었고, 그의 표적을 달았던 나는 이 표적은 치욕이 아니라고, 이건 표창이라고 함부로 상상했다. 악의와 불행을 겪었기 때문에 내가 아버지보다 더 높은 곳에, 선하고 경건한 사람들보다 더 높은 곳에 서있다고."악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선악을 넘어서 있는 자기열정을 믿고 따르고 돌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내 속에서 솟아오르는 열정은 무엇보다도 선악을 넘어있습니다. 그것이 경험이 되어 나올 때 그 의지는 꿈이 되기도 하고, 모험이 되기도 하고, 사랑이기 되기도 하고, 투쟁이 되기도 하고, 불행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합니다. 용기가 되기도 하고 비겁이 되기도 하고 증오가 되기도 하고 인내가 되기도 하고 심성이 되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을 합쳐 '운명'이라 부르는 거겠지요?데미안과의 대면 이후 싱클레어는 자기 열정을 따라가는 인간이 됩니다. 그때그때 간절히 원하는 것은 그의 성장과 함께 달라집니다. 한 때는 베아트리체라고 이름한 소녀였고, 한 때는 파스칼리아를 연주하는 음악가였으며, 마침내 에바부인이었습니다. 열정은 불꽃이어서 끝없이 변하지만 그 불꽃은 그의 불꽃이어서 그의 성장을 도와주며 그의 길을 인도한 거지요? 사춘기 성적 욕망을 어쩌지 못해 방탕아가 되기도 했지만 단 한마디 말로 나눠본 적이 없는 소녀를 통해 정화되기도 했습니다. 내면의 극심한 변화에 대해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침묵의 시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 위의 한걸음 한걸음이었습니다.불을 사랑하던 시절 싱클레어의 고백이 인상적입니다. "불을 들여다보는 것은, 내 안에 잠재되어 있었지만 사실 한 번도 보살핀 적이 없었던 내면의 성향들을 강화하고 확인시켜주었다."1919년 이미 유명작가였던 헤세는 '데미안, 한 젊음의 이이기 Demian, Die Geschichie einer Jugend'라는 제목으로 이 작품을 발표했는데, 그때 그는 헤세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을 썼습니다.독문학자 전영애교수에 따르면 Sinclair는 흔치 않은 독일이름으로 원래 "후반생을 굉기에 사로잡혀 살았던 천재시인 횔더린의 친구이름"이라고 합니다. 광기에 사로잡혀 지냈던 천재시인이 마음으로 의지했던 친구 이름이라 하니 자연스레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관계가 겹쳐지기도 합니다. 싱클레어라는 이름에는 자기에 이를 수만 있다면 "광기"라는 징검다리조차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의 빛이 있습니다.광기와 이성, 밤과 낮, 악과 선,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 고통과 행복, 안전과 모험, 모든 대립하는 것은 서로를 거쳐 자기가 됩니다. 서로서로 싸우면서 사랑하고 그렇게 사랑하면서 번뇌를 별빛으로 만드는 거지요? 광기를 모르는 이성, 악을 외면하는 선, 고통을 두려워하는 행복, 모험을 차단하는 안전은 가짜입니다, '나'에게로 이르는 길이 아니라 '나'를 외면하게 만드는 벽입니다.나와 인연 있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감성은 실체라기보다 모두 나의 그림자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미워하고 증오하는 사람들까지 말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데미안의 입을 빌린 헤세의 이 통찰이 놀랍지 않나요? 인연 있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상황들이나 감성들은 나 자신에게 이르는 길 위의 한걸음 한걸음입니다. 나는 그들을 만나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 하나를 얻은 것이며 그 덕에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데미안이 사라진 자리에서 마침내 싱클레어는 그가 자신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되지요? 헤세가 니체에게서 배우고 자기에게서 확인한 '자기'를 헤세는 데미안의 입을 빌려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은 것을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 그 어떤 사람은 니체가 바로 '자기' 혹은 알려지지 않은 내 속의 현자라고 불렀던 그것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형제여, 너의 사상과 생각과 느낌 배후에는 더욱 강력한 명령자, 알려지지 않은 현자가 있다. 이름 하여 그것이 바로 자기다."

2018-10-29 17:35:39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능금노래

사과나무는 원래 우리나라 산야에 자생하고 있었는데 '능금'이라고 불렀다. 11세기 말 고려 의종 때 나온 ‘계림유사’에 임금(林檎-능금의 어원) 이란 이름으로 최초로 문헌에 등장한다. 그 외 학설로는 조선 중기 때 중국 청나라 사신들이 올 때 '빈과(蘋果)'라는 이름으로 들어왔다는 기록도 있다.조선 숙종 때 서울 북악산 자하문 일대에 20만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대구에서는 '산 능금'은 알이 작고 맛도 시어서 먹지를 못하는 산과일이었다. 1960년대까지 서울도 세검정 냇가에 가면 산 능금이 여러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사과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지방인데 지금도 카자흐스탄에는 그 후손인 야생의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사과가 비단길을 따라 중국으로 간 것은 '능금'이 되었고 유럽으로 가게 된 것은 '사과'가 되었다.사과의 품종은 2천500여종으로 색깔은 빨간색으로 부터 초록색, 노란색 등이 있으며 크기는 대추만한 것부터 핸드볼만한 것까지 다양하다. 대구서는 사과라는 말은 요즘에나 쓰지 옛날에는 능금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했다.'대구사과'의 원조는 1899년 동산병원 초대원장인 미국인 존슨이 미주리에서 '미주리', '스미스사이다', '레드베아밍' 등 3품종 72그루의 사과나무를 들여와 남산동 병원 사택에 심은 것이다. 대부분 죽고 미주리 품종만 남아 있던 것을 1998년 2월 28일 현재의 동산의료원 자리로 옮겨 심어 놓았다.한편 '대구 능금'은 1905년 무렵 일본인들이 칠성동과 침산동과 그리고 금호강을 따라 반야월에 심은 것이 시작이다. 존슨이 갖고 온 사과는 대구에 본래 있던 산능금과 비슷하여 크기도 작고 먹을 수도 없는 관상용이었다. 꽃이 곱고 열매가 예뻐 대구 사람들은 흔히들 '꽃 사과'라고 불렀다.어떤 이들은 동산의료원 꽃사과를 개량해서 먹는 과일 대구 사과가 되었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동산병원 사과는 화초의 일종일 뿐 유명한 과일인 대구 능금과는 별 관계가 없다. 을사늑약 무렵 일본인들이 들여온 능금이 크고 먹을 수 있는 과일 대구능금(소위 대구사과)의 원조가 되는 것이다.1949년 농림부에서 추천 장려하여 능금을 주제로 한 물산장려의 건전가요가 만들어져 토박이 대구인들은 어릴 때 자주 불렀다."능금, 능금 대구 능금 이 나라의 자랑일세. 너도 나도 손을 잡고 힘을 다해 배양하세. 에에헤 좋고 좋다. 에에헤 좋고 좋다. 능금, 능금 대구 능금 능금 노래를 불러보세.-'대구 능금의 노래'. 이응창 작사, 권태호 작곡.불로동에서 불로천을 거슬러 팔공산 쪽으로 올라가면 도동 측백나무 숲이 나오고 도동 약수터가 가까워지면 길을 좁아지고 산은 깊어진다. 막힐 듯한 길을 돌아서면 갑자기 넓은 들이 나온다. 그래서 이름이 평광동(平廣洞)이다. 여기 팔공산 한 쪽 기슭에서 마지막 대구 능금이 남아 숨을 할딱거리고 있다.대구 사람들은 사과와 능금을 구별하지 않는다. 전부 능금이라고 부른다. 능금은 원래 대구에 있었던 나무이고 사과는 외래종이라고 생각해서 통틀어 능금이라고 부른다. 벽창우(碧昌牛) 같은 대구 고집이다. 대구경북 사과협동조합이 아니고 능금협동조합이라고 부른다. 칠성시장의 사과 전문시장도 이름이 능금시장이다. 우리나라가 못 살 때 대만의 바나나와 물물거래해서 전국민에게 바나나를 맛보게 했던 대구능금이다. 생자필멸, 대구능금은 없어졌다.권영재 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8-10-29 17:24:38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꽃과 보석  

일반적으로 여자라면, 누구나 꽃과 보석을 좋아한다는 게 통념이다. 비유적으로 여성을 가리킬 때도 장미꽃 같다거나 진흙 속의 보석 같다거나 하면서 손쉽게 꽃이나 보석을 끌어다 붙이지 않던가. 막상 보석과 꽃을 두고 하나를 선택하라면 물을 필요도 없겠지만.프랑스 소설가 모파상의 '목걸이'라는 단편소설이 떠오른다. 평소 상류사회를 동경하던 말단관리의 아내가 화려한 파티에 초대받아 부유한 친구에게 빌린 목걸이로 치장하고, 그 밤의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기분이 다락같이 고무됐는데, 그만 보석목걸이를 잃어버린다. 엄청난 빚을 내서 똑같은 목걸이를 구해 돌려주고, 이후 십년간 온갖 궂은일을 다하며 빚을 갚아나간다. 쓰라린 세월이 흘렀고, 미모는 간데없어졌다. 우연히 만난 옛 친구가 못 알아볼 만큼. 그런데 사연을 들은 그 친구가 안타까이 말하길, 그때 빌려줬던 그 목걸이는 가짜였다는 것이 아닌가. 분에 넘치는 보석을 탐낸 여인의 허영심, 어리석음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결말로 막을 내린 것이다.보석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 비극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사실이든 소설이든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오페라에도 있다. 프랑스 대표 작곡가 샤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에는 보석에 홀렸다가 비극으로 내몰린 여인이 등장한다. 그 이름 마르그리트. 작품 속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젊음을 산 파우스트가 아름다운 마르그리트에 반해서 그녀를 꾈 때 악마의 조언대로 보석을 이용한다. 얄궂게도 보석 옆에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던 청년이 먼저 두고 간 꽃다발도 함께 놓여있었는데, 여인은 보석에만 눈길이 간다. 떨리는 손으로 화려한 보석들을 귀에 걸고 목에 두르며 스스로를 마치 공주 같다고 감탄하는 여인의 노래가 귀에 쏙 들어온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소프라노 아리아 '보석의 노래'이다.악마는 알고 있다. 여인은 꽃보다 보석을 선택한다는 것을.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보석보다 꽃을 선택해야한다고 일러준다 해도 눈앞에 꽃과 보석이라는 선택지가 놓인다면 갈등하지 않을까. 어느 날, 이렇게 하나마나한 공상에 잠시 잠겼다가 서둘러 빠져나왔다. 보석은커녕 꽃 한 송이 받아본 적이 언제이던가. 차라리 오페라 '파우스트'를 다시 보며 작품 속 '보석의 노래'가 좋은가, 청년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꽃의 노래'가 더 좋은가 재는 것이 알차겠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이번 주말, 구노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서 준비한 렉처오페라 '파우스트'를 기다려본다.

2018-10-29 11:28:51

박시윤 수필가

[에세이 산책] 가을이라서 그래

날이 맑아 시야가 멀어지고, 때로는 한 치 앞도 사라지는 안개의 날이 반복되는 계절이다. 집 안에 있으면 어떤 허허로움이랄까, 이유 모를 감정의 기복이 불안처럼 잠식한다. 불면의 밤이 찾아오고, 그 밤 한가운데서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를 앞날을 걱정한다. 소란한 주변을 싫어했으나 불안은 종종 나를 인파 속으로 몰고 간다. 어떤 강연을 찾아 나서고 무기력하게 앉아 강연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행복하십니까?"라는 강연자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예"라고 대답하고는, 그것이 곧 행복을 세뇌당하며 살아온 자의 무의식의 대답 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느꼈을 때, 강연 내내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중견 화가의 전시회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동안, 나는 몹시 쓸쓸했다. 우울함과 쓸쓸함의 극치에서도 나는 왜 그토록 그런 느낌들에 강한 동질감과 희열을 느꼈을까. 우리는 왜 마음껏 쓸쓸하면 안 되는지, 우리는 왜 마음껏 외로워하면 안 되는지. 어떤 불경스러운 마음을 가진 것처럼.거리는 온통 쓸쓸함뿐이고, 어떤 고독들은 꿈을 꾼 것처럼 일순간 밀려왔다 밀려난다. 지나가다 들은 말은 쉽게 상처가 되고,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너무 더딘 시간이 필요하다. 매일 몸서리치도록 어떤 인연을 증오해 보았거나, 어떤 사람을 외면해 보았거나, 어떤 사랑을 훔쳐보았거나, 자학의 날들이 많아지거나. 마치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미소 지을 때, 나는 내 안의 차갑디차가운 이중성에 놀라곤 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정갈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어떻게든 매일 인연을 엮고 있다는 것이다.돋아나는 마음들은 늘 새싹 같아서 또 다가서고 다가서는 것이다. 한번 베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 누군가와 인연을 엮고, 머지않아 미련 없이 서로 흩어져버리는 것이다. 어느 날, 저 메마른 씨방이 열리고 씨앗들이 와르르 쏟아져 다음 생을 또 잇겠지만 메마른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씨앗을 틔워 하얀 아스타가 피고, 하얀 쑥부쟁이가 피고, 하얀 개망초, 하얀 프록스, 하얀 코스모스, 하얀 부추꽃이 노지에 마구마구 피는데, 쓸쓸한 마음들은 저 하얗디하얀 꽃밭에서도 그저 쓸쓸함만 보는 것이다. 나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서 왜 과잉된 열정을 누르지 못하고 환멸, 권태, 좌절, 절망의 단어들을 떠올리는 것일까.목화같이 따뜻하게 풀어진 억새 숲에서 마지막 힘을 다해 씨앗을 날려 보내는 열정의 노래를 들으며 쓸쓸함 또한 곧 사라질 감정이라는 걸 세뇌하는 중이다.비워진 들판에 이제 곧 긴 겨울이 닥치리라.

2018-10-29 10:17:31

최백영 통합신공항 시민추진단 공동대표

[기고] 통합 신공항 좌고우면할 시간 없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세계 시장은 국경이 무너지고 단일시장이 되어 있다. 21세기 무한 경쟁 시대에는 국가와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지만 도시와 도시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려면, 그 도시만이 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창출하여야 하고, 국제도시에 걸맞은 기반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 대구는 역사·문화·교육의 도시로 영남 내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여 왔고, 나라가 어려울 땐 호국 충절의 도시로 위대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도시다.그러나 각종 경제 지표가 전국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5대 미래 전략산업인 미래형 자동차, 로봇산업, 물 클러스터(Water cluster), 에너지산업, 의료산업 등 희망의 씨앗을 뿌렸고 새싹이 돋고 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수확하여 세계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하려면 내륙도시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하늘길을 열어야 한다.지난 수년간 영남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는 반듯한 국제공항을 갖기 위해 550만 시도민의 역량을 결집하여 정부에 요구하고 투쟁하여 왔지만 정치적 논리에 의해 우리들의 소망은 무참히 짓밟혔다. 우여곡절 끝에 군공항이전특별법에 의해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통합신공항 건설을 선택하여 추진하고 있다. 향후 1천만 명 이상 이용객을 수용하고 신속하게 물류를 수송할 수 있는 공항 건설을 위해 대구 경북 여야 국회의원 25명의 동의와 대구광역시의회·경상북도의회가 통합신공항 특위를 구성하여 공감대를 확산시키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시키고 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소수 시민단체 이름으로 '민간 공항 존치 군 공항 이전'이란 명분으로 통합 대구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대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군 공항 이전 문제는 군 공항만 받겠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없을 뿐 아니라 7조, 8조원 소요되는 재원 조달도 할 수 없으며, 또한 대구만 정부 예산으로 이전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다. 실천 가능한 대안도 없이 민간 공항만 존치하자는 것은 무지의 소치로밖에 볼 수 없다. 21세기 공항은 사람이 타고 내리는 터미널 역할을 뛰어넘어 경제 공항을 건설하여야 하고 종합 비즈니스타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공항 전문가들의 진단이다.현 대구공항 시설 용량은 375만 명이라 그 한계를 넘어 포화 상태로 국제공항의 기능과 역할이 상실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최신예 전투기를 갖고 있는 군 공항의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물론 통합신공항에 대해 이 정부 100대 과제에 포함되어 있고 예정 부지로 군위의성 2곳이 확정되었으며 최종 부지 선정만 남아 있다. 이전 지역 지원 계획 수립 등 국방부와 조율이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로드맵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팩트다.일부 인사와 시민단체가 우려하고 지적하고 문제 제기하는 것은 2023년 통합신공항 개항을 위해 좋은 의견은 수용하고 차질 없이 진행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통합신공항 결정 과정은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지만 결정된 사업에 대해서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영남 내륙의 반듯한 국제공항을 건설하여 지역사회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도록 하여야 한다. 대구를 국제도시로 도약시켜야 한다는 것은 시대정신이며 역사적 소명이다.

2018-10-29 10:15:57

홍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

[세계의 창] '사유재산'과 교육의 공공성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 이라며원아모집 중단으로 학부모 불안모든 아동이 특별히 보살펴지는유아교육 공공성 의미 되새겨야정부 지원을 받는 사립유치원의 비리 문제가 최근 폭로되기 오래전부터, 필자는 사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유치원 운영은 원장의 가족 모두를 '먹여 살리는' 하나의 사업이고, 원장이 되면 엄청 부자가 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 지인의 말에 의하면 영어, 수학과 미술을 가르치는 작은 규모의 한 학원에서조차도 원장이 매우 작고 어두운 공간에 아이들을 앉게 하고 마치 '꿀꿀이죽'과 같은 형편없는 급식을 주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 작은 학원에서도 아동의 권리와 원장의 교육철학은 온데간데없고 돈벌이가 우선시되고 있으니, 현재 연일 쏟아지는 사립유치원의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안 그래도 필자가 길을 걷는데 유치원의 크고 화려한 외관 건물이 눈에 띄었다. 지난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이었던 최순실도 별다른 자격 없이 유치원 원장이었다고 하지 않는가.필자는 이번 비리 사건으로 모든 유치원 원장의 교육 자격을 운운하고 사립유치원 전부를 포함시켜 사태를 일반화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운영을 둘러싼 비리와 아동학대 문제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임을 방증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여러 비리와 횡포는 그간 국가의 감시 밖에 있었던 사립유치원의 운영과 함께 눈덩이처럼 커져 갔고, 더 이상 교육자가 아닌, 스스로 '사업가'로 여기는 원장의 안이하고 무반성적인 태도로 이어갔다.그래서 이번 사태에서도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는 국공립유치원보다 사립유치원을 다니는 학생 수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볼모로 원아모집을 중단한다며 학부모를 불안하게 하고 사립유치원의 공교육화를 당당하게 저지하고 있다. 한유총의 이런 태도는 학부모들의 분노를 더욱 높이고 있다. 현재 정부의 유아교육의 공공성 정책과 회계 감시 시스템 도입에 맞서 한유총이 언급한 '사유재산'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자본주의 시민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이념이 법적인 형태로 나타나지만, 실제로 균열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독일의 교육학자 코네프케는 '사유재산'이라는 말의 의미는 진공에서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봉건사회 지배의 붕괴와 인간 해방과 자유의 이념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중세 봉건사회의 신분질서가 붕괴하고, 자본주의적 시민사회가 형성되면서 누구나 신분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자유의지에 따라 일할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갖게 되었고 재산을 축적할 수 있는 법적 자유를 갖게 되었다. 이렇게 돈을 축적할 수 있는 시민계급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재산을 투자할 수 있었다.즉 신분질서로부터 해방된 사회라 할지라도 자본주의 사회하에서 개인의 자유는 실제로 재산을 자유롭게 소유할 수 있는 사적 소유권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제도권 밖의 교육은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한 교육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교육과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그러나 계층, 장애 여부, 피부색, 종교, 출신 등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들이 평등하게 자신의 다양한 능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아동의 권리가 실현되는 교육이 필요하며, 이런 차원에서 필자는 유아교육의 공공성 의미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어린이들은 자신의 욕구와 관심에 따라 특별히 보살펴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국가는 이러한 유아교육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를 목도하며 우리 사회의 시민 모두가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2018-10-29 10:15:34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文정권 안보・동맹 해체・경제 붕괴 감당할 수 있나?

70년 동맹 미국과 관계 갈 데까지 가한국 경제 '통치 리스크' 시중에 회자지난주 주가 폭락 외국 자본 대탈출대통령 경제 정책 수립 방향 전환을 평양선언으로 추락하던 지지율을 고공행진시킨 문재인 정권이 최근 전방위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순방에서 가는 나라마다 대북 제재 완화를 외치다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로 반격을 받았고 유일한 성과라는 교황 방북 초청도 그 뒤에 들리는 이야기는 청와대의 장담과는 다르게 흘러간다.지난주 있었던 국회 동의 없는 청와대의 평양선언, 군사 합의 비준은 위헌 시비에 휘말리고 그 의도를 매우 의심케 하고 있다. 문제는 70년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갈 데까지 가고 있다는 점이다.청와대는 '상황이 낙관적이고 과정은 달라도 결과적으로 미국을 돕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애써 강변하지만 미국 측 시각은 이와 정반대이다. 한국 정부가 북중러 반미동맹에 급속히 가세하며 사실상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고 나아가 미국의 등에 칼을 꽂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본다.얼마 전 필자가 만난 미국 전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임계점'(point of no return)을 넘어가도록 미국을 의도적으로 자극시키고 있다는 말까지 하며 결국 반미 행보를 견디지 못한 미국이 먼저 '이혼'(?)에 나서기를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었다.정권은 이 와중에도 대통령이 직접 참모들에게 '상황이 낙관적이다. 걱정 말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북의 입장에 서서 모든 것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는 매우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한 기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문 정권 내부만 빼고 지금 한국이 처한 외교안보, 지정학적 상황이 낙관적이라고 볼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현 정권은 국민에게 자신들을 뽑아 달라고 대선 유세를 할 때보다 훨씬 친북적, 좌파적이다. 지금과 같은 반미 친북 친중 행보를 보일 줄 미리 알았다면 현 정권이 아무리 탄핵 이후라도 국민적 선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최근 미국 측은 한국이 미북 사이를 중재한다면서도 남북 간에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내용 일부를 미국 측에 감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 간에 신뢰가 이렇게 갈 데까지 가서야 어떻게 동맹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지난주 한국 주가지수 폭락과 외국 자본 이탈이 쇼킹한 뉴스로 등장했다. 수출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졌고 성장률, 수출 둔화가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기존의 투자, 내수, 고용률 둔화에 이어 본격적 경제 위기 신호탄이 켜진 것이다.여기에 부동산 폭락과 가계 부채로 인한 금융 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이라는 총체적 경제 위기에 빠져들어 가고 있다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 회생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고작 유류세 15% 인하와 5만9천 명 단기 알바 고용책 등이다. 유류세 인하는 부자 감세라 비난받고 몇 달짜리 국가 재정 투입 단기 알바 고용이 무슨 경제 회생 대책이 될지 의문이다.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기는 '통치 리스크'라는 언급이 시중에 회자된다. 기업도 노동자도 아닌 문 정권 그 자체가 가장 큰 경제 위기 요인이라는 것이다. '통치 리스크'는 쉽사리 개선되기도 어렵고 '문 정권'의 속성상 방향 전환도 어렵다. 대통령 스스로가 경제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하다.외국 자본의 거대한 대탈출이 왜 이 시기에 일어나는지 '문 정권'은 스스로 돌이켜 봐야 한다. IMF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권 핵심의 실수로 인해 고통받았는지, 지금도 문 정권은 되새겨야 된다. 안보가 무너지고 동맹이 해체되고 경제가 붕괴되면 문 정권 지지자가 몇이나 남아 있겠는가? 국민 앞에 겸허하게 더 늦기 전에 반성하고 방향 수정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

2018-10-28 14:57:37

이승천 더불어민주당 대구 동구을 위원장

[기고]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제언

참여정부에서 실시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완화시킬 수 있는 국토 균형 발전의 백미(白眉)였습니다.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의해 추진하는 2007년 이후 추가 지정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신서혁신도시를 포함한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재도약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정책입니다.이에 신서혁신도시를 품고 있는 동구에서 오랜 기간 지역 발전을 위하여 고민한 것을 바탕으로 이번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응 방안에 대하여 제언합니다.첫째, 부산시와 광주시(전남도), 전북도 등은 금년초부터 2007년 이후 신규 지정된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하여 관련 용역을 발주하거나 특정 기관(KDB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 등)을 유치하기 위한 법제화를 추진하는 등 매우 면밀하게 대비하고 있습니다.따라서 대구시도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의 중앙정부와 다른 지방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하여 이전 대상 공공기관 중에서 대구의 미래 성장을 위하여 추진하는 프로젝트와 연계되는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전략적 대응이 필요합니다.참고로 부산시와 전북도는 금융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하여 경쟁 중에 있고, 광주시(전남도)는 상생협력 차원에서 두 지자체의 정무부시장을 단장으로 유관 기관들과 TF를 구성하여 공동 대응하고 있습니다.둘째, 이번에 추진하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박근혜이명박 정부에서 제동이 걸려 지지부진하던 것을 문재인 정부에서 관련 법령에 의해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지금부터 대구시와 동구청은 신서혁신도시와 상생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이 훌륭한 공공기관 이전 후보지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이는 신서혁신도시의 교육과 교통 등 정주 환경을 개선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추진하는 '혁신도시 시즌2'와 연계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이전하는 공공기관들이 선호할 수 있는 지역의 토지를 복합 개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셋째, 아무리 좋은 공공기관이 지역에 유치된다고 해도 이들 기관들이 지역에 기여하는 것이 낮으면 의미 없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전된 공공기관들과 앞으로 이전될 공공기관들의 지역 경제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 모색도 필요합니다.이는 광주시(전남도) 등에서 한국전력과의 상생을 통하여 2022년까지 개교를 목표로 추진하는 한전공대 설립 등이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하여 이번에 제시한 정책적 방안은 신서혁신도시의 정주환경과 이들 공공기관들의 지역 경제 기여도 향상을 절실히 바라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제시한 것이라는 것을 밝혀 둡니다. 아무쪼록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하여 대구 경제가 되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8-10-28 14:51:44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수능 반입 금지 물품

법률이나 규정을 만들 때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 일일이 기술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법률이나 규정을 만들 때는 예측 가능한 일들을 포함하기 위해 문구를 다듬고,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는 규정을 해석하여 적용한다. 예를 들어 다 허물어져 가는 다리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승용차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붙였는데 굴착기가 지나가다가 다리가 무너졌다고 하자. 굴착기 운전자는 팻말을 승용차가 아니면 출입 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규정된 것 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반대 해석'이라고 한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것은 지자체에서 팻말을 붙인 취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12년 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며 6개월 가까이 장외 투쟁을 벌였었다. 이때 쟁점은 한나라당에서는 개방형 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기관을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회 등'으로 규정하자는 것이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는 사학 재단이 어용 기관을 동원하지 못하도록 '등'을 붙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사소한 문제 같지만 '등'이 있다는 것은 앞에 제시한 것은 일종의 예시로 보는 것이고, '등'이 없으면 제시한 것만 해당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글자 하나에 해석이 크게 달라진다.올해 수능 수험생 유의사항 반입 금지 물품에 전자담배와 통신(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이어폰이 추가되었다. 원래의 규정에 휴대전화, 스마트 기기 '등'이 있기 때문에 추가된 규정은 예시를 추가한 것으로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굳이 추가함으로써 '규정에 없는 새로운 기기로 부정행위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전자담배는 안 되지만 그냥 담배는 가능하다'는 반대 해석의 논란만 일으킨다.(학교는 금연 시설이고, 수능 중에는 학교 밖을 나가지 못하지만 정작 반입 금지 물품에 담배는 없다.) '부정행위의 소지가 있는 통신 기능이나 데이터 저장 기능이 있는 물품'이라고 간단하게 제시하고 예시를 들었으면 훨씬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는데 말이다.수능을 공정하게 치르기 위해서는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담배나 라이터와 같이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물품, 흉기로 사용될 수 있는 물품, 시험에 방해가 되거나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화학 물질 등에 대한 금지 규정도 필요하다.

2018-10-28 14:46:35

[종교 칼럼] 숨겨진 기도

전쟁 시기였다. 거리는 온통 애국의 물결로 일렁였고, 분연히 일어난 젊은이들은 열의로 충만했다. 전선으로 나가는 군홧발은 북소리처럼 우렁찼다. 그런 가운데 내일이면 전선에 투입될 장병들과 가족들, 막 전장에서 돌아온 영웅들이 이 교회에 모여서 환송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그런데 목사님의 길고 감동적인 기도가 모두의 마음을 뜨겁게 할 즈음, 긴 머리를 늘어뜨린 한 사내가 교회 복도를 조용히 걸어와 설교대에 섰다. 몰입한 목사님은 눈을 감은 채 기도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우리 조국과 국기의 수호자이신 오 주 하느님 아버지, 저희 무기를 축복하시고 저희에게 승리를 주소서!"그 때였다. 형형한 눈으로 교회 안을 흩어 보던 사내는 목사님을 옆으로 물리고 입을 열었다. "나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메시지를 가지고 옥좌로부터 파견되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종, 여러분의 목사님이 바친 기도를 들으셨다. 여러분이 방금 들은 그 기도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내가 설명할 테니, 들어보고 그대로 이루어지길 원한다면 하느님께서 여러분 뜻대로 해주실 것이다. 방금 목사님은 이렇게 기도했다.""늘 자애로우시고 관대하신 우리 모두의 아버지시여! 우리 귀한 병사들을 지켜주시고, 이들이 조국을 위해 싸울 때 도우시고 위로하시고 용기를 주시며, 이들에게 은총을 내리시고 전투의 날 위급한 순간에 방패로 막아주시고 전능하신 손으로 감싸주시고, 힘과 자신감을 북돋아주시고 잔학한 습격에도 끄떡없게 하시며, 이들이 적을 쳐서 무찌르도록 도우시어 이들과 이들의 깃발과 조국에 불멸의 명예와 영광을 주시옵소서."사내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그 기도 뒤에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는, 말해지지 않은 기도도 함께 들으셨다. 여러분이 말로 바쳐 올린 기도 안에 숨겨진 그 기도를 여러분에 알려주라고 주님께서 명하셨으니 들어 보아라.""우리를 도우시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포화로 저들의 누추한 집들을 잿더미로 화하게 하소서. 우리를 도우시어 저들의 죄 없는 과부들이 비통에 빠져 가슴 쥐어뜯게 하소서. 우리를 도우시어 저들이 집을 잃고 어린 자식들과 함께 흙바람 이는 황폐한 땅을 떠돌게 하소서. 주님, 당신을 경외하는 저희를 위하여 저들의 희망을 말라붙게 하시고, 힘겨운 인생길에 눈물을 흩뿌리고 다친 발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적시게 하여 그 발걸음을 무겁게 하소서. 겸손하고 통회하는 마음으로 도우심을 청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변함없는 피난처가 되어주시는 사랑의 원천 하느님께 사랑의 정신으로 이 기도를 바치옵니다, 아멘!"사내가 물었다. "여러분이 바친 기도의 실상은 이러하다. 그래도 여러분이 바친 기도가 이루어지길 원하는가? 말해 보라. 지극히 높으신 분의 사자(使者)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대개 동화작가로 알려진, 미국 문학의 아버지 마크 트웨인의 'The war prayer'를 줄여서 옮겨 보았다. 우리가 기도를 말로 표현할 때, 거기에는 표현되지 않은 숨겨진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는가. 그 기도에 숨겨진 부분은 무엇인가. 주어진 일상을 전쟁터로 착각하면서 전사(戰士)의 기도를 바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박용욱 신부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윤리학교실 주임교수

2018-10-26 11:07:52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장] 케이팝의 고향을 찾아서

한글날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서 도쿄에 다녀왔다. 지난 6일 태풍 콩레이의 북상 영향으로 대구공항 도쿄행 항공편이 결항됐다. 항공기 결항은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예정보다 하루 늦게 출발은 했지만 미리 계획한 여행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키노쿠니야 서점과 가까운 신주쿠의 호텔을 이용했다. 대구 출신의 한국인 직원이 근무하고 있어서 편리했다. 지난 3월 키노쿠니야 서점 건물 8층에 중고 음반 매장이 문을 열었다. 규모가 크고 음반 가격이 저렴하다. 이번 주말 가수 이은하 콘서트가 열리는 대구에서도 김광석 길 야외공연장 앞에서 제1회 대구 레코드 페어가 열린다.7일 저녁 산토리홀에서 마우리치오 폴리니(Maurizio Pollini)의 피아노 독주회를 관람했다. 폴리니는 아직 한국 땅을 못 밟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다. 객석을 가득 채운 2천 명의 관객들은 다시 보기 힘든 거장의 연주를 숨죽이며 관람했다. 산토리홀은 1986년 개관한 도쿄 최초의 클래식 전용홀이지만 대중가수의 공연도 열리고 있다.2005년 10월 김연자는 도쿄교향악단과 함께 산토리홀 무대에서 아리랑을 열창했다. 김연자의 일본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에는 길옥윤 선생이 88서울올림픽을 위해 작곡한 '아침의 나라에서'가 수록되어 있다.8일 오후 도쿄에서 드라마 '옥중화'의 주인공인 진세연의 첫 팬 미팅과 '더블에스501'(SS501) 출신 가수 김규종의 콘서트가 열렸다. 신주쿠역 가까운 곳에서 열린 김규종 콘서트를 선택했다. 해외에서 처음으로 한국 가수의 공연을 봤다. 관객 대부분이 다양한 연령대의 일본 여성이었다.행복한 표정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옆자리의 20대 일본 여성과 인사를 나눴다. 공연이 끝난 뒤 콘서트홀 입구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할머니와 어머니도 김규종의 팬이라고 했다. 김규종 때문에 최근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자신의 한국식 이름도 지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가방에는 한글로 김규종 이름이 새겨진 명찰이 붙어 있었다. 한국에 가서 김규종의 고향도 꼭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방탄소년단(BTS) 멤버 2명이 대구 출신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해외에서 방탄소년단을 특집으로 다룬 서적에는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면 한국에서 꼭 방문해야 할 성지(聖地)가 여러 곳 소개되어 있다. 대구와 경북도 각각 한 곳이 포함되어 있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대구경북에서 자주 열린다면 뷔와 슈가의 고향 방문과 성지 순례를 겸해서 찾아오는 해외 팬(아미)들이 무척 많을 것 같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레드벨벳'의 아이린, '걸스데이'의 소진 등 여성 아이돌그룹 멤버 중에 대구경북 출신이 적지 않다. 2일 SBS MTV '더쇼'에서 '부탁해'라는 노래로 첫 음악방송 1위의 영광을 차지한 '우주소녀'의 보나는 대구 출신이다. 우주소녀 보나는 지난 8월 종영한 KBS 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에서 여주인공을 맡아 열연을 펼치는 등 최근 활약이 눈부시다. 우주소녀의 단독 콘서트가 열리면 꼭 관람하고 싶다. 대구경북 출신 케이팝(K-POP) 스타의 공연을 보기 위해 어쩌면 다시 신주쿠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2018-10-25 15:55:38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기고] 폐수무방류 시스템이 해답인가?

최근 과불화화합물 사고로 대구 매곡정수장을 현장 확인차 방문한 환경부 차관은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구미산업단지 산업폐수를 완전하게 차단하자는 폐수무방류 시스템 도입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는 처리 비용, 농축수 처리 등의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므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R&D가 없고, 대규모 시설에 적용한 사례가 없는 실정인데, 전문 기술자들의 경제성 및 기술적 검토도 없이 환경부에서 급조식으로 발표하고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폐수무방류 시스템은 하·폐수를 최종 처리하여 처리수를 하천이나 해역 등 외부로 방류하지 않고, 전량 재순환하거나 재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오염물질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되어, 방류 수계의 수질 개선과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폐수무방류 시스템에 주로 도입하는 공정은 정밀여과막과 역삼투막으로 대부분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적용하는 막분리 공정은 크게 2가지 어려운 경제적 및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첫째 막분리공정에서의 에너지 사용량이 매우 크고, 둘째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농축수 처리 문제이다. 특히 농축수 처리 문제가 큰데, 무방류 시스템의 원수로 사용하는 하수처리수의 약 20~30% 내외가 발생하는 농축수는 하수처리수 내 처리가 어려운 의약품, 유해화학물질, 분리막 세정에서 나오는 난분해성물질, 질산성 질소, 고농도 용존성고형물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생물탈질공정을 비롯한 고급산화공정인 오존, 펜톤산화, 과산화수소 등의 공정이 필요한데, 처리 비용과 에너지의 소요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농축수 처리의 완전한 원천기술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형 하·폐수처리장에서는 방류수를 전량 재이용하여 무방류 시스템을 실현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현재 포항하수처리장 처리수를 공업용수로 재이용하고 있는데, 농축수는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져서 처리하고 있다. 이는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고, 처리가 안되는 물질로 구성된 농축수이므로 지속적으로 하수처리시설에 이온물질을 증가시켜 재이용 시설의 분리막에 손상을 주거나 교체주기가 짧아지고, 하수처리 공정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현재 포항에서는 재이용 시설로 인한 비용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구미산업단지에서는 LG그룹의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생산량 9만t의 재이용시설이 곧 완공을 앞두고 있는데, 발생하는 농축수는 전량 구미시 하수처리시설로 보내진다. 만일 농축수를 직접 처리하게 되었으면, 이런 재이용시설을 계획했을까 하는 의문점이 크다. 구미산업단지에서는 하루 15만t의 산업폐수가 발생하는데, 환경부에 따르면 하수와 폐수를 분리하는 하수관로 시스템과 별도의 하·폐수처리시설을 분리하여 시설을 갖추고 운영하는 것이다. 하수관로 및 분리 하·폐수처리시설의 구축에 필요한 비용과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대책으로 성급히 발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대구 시민들은 유해화학물질에 상당히 민감하다. 양질의 상수원 확보가 수돗물 품질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므로 정부는 수돗물 생산에 악영향을 주는 유해화학물질 유출과 녹조 발생의 근본적인 사전예방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유해화학물질이 사전에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지 일단 수계로 배출되면 대책 수립이 어렵다.

2018-10-25 14:18:12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대구는 맛있다"

지난 밤 내린 비에 뿌연 하늘이 말끔히 씻겼다.비가 내린 뒤 '이 월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대구 야경은 맑은 물속을 들여다 보듯 선명해지고 멋들어지게 보인다. 그런 날 저녁 83타워 회전레스토랑에서 지인과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게 된다면 음식과 마음은 저절로 풍미(風味)로 채워질 것이다.처음 대구에 둥지를 틀면서 맛집부터 수소문했다. 일의 특성상 푸드 얼리어답터를 자처하고 살아야 하기에 지역 핫플레이스라는 곳은 바로 달려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주변 분들에게 대구의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대부분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다른 곳에 비하면 대구에는 먹을 것이 별로 없어요"라며 제대로 된 맛집을 소개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대구 사람 특유의 무뚝뚝한 겸손함에서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5년 간, 나의 맛집 탐구생활을 살펴보면 대구에는 오감을 자극하는 식당과 예쁜 카페가 정말 많다. 대구의 맛집은 대구 음식 특유의 중독성 있는 맛뿐만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인테리어로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서울 강남의 이름난 식당과 비교해도 뒤 떨어지지 않을 만큼 예쁘고 감성을 자극한다. 맛은 멋과 어울려질 때 그 진가를 발휘하고 미각은 시각을 배경으로 완성되는데 그 정점에 대구가 있지 않을까?대구하면 동인동 찜갈비만 있는 줄 알았다. 회사 가까운 곳에 있는 24시간 짬뽕집과 곱창전골 전문점은 적당히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나에게 대구의 맛을 느끼게 하는 첫 계기가 되었고, 동성로, 삼덕동등에서 만나는 베이커리는 빵의 메카는 대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훌륭했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치킨도 메이저급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도시가 대구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적도 있다.얼마 전 라디오에서 '아메리카노'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아시나요? 인구수 대비 카페가 가장 많은 곳이 대구예요.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십센치'도 대구출신이구요"라는 아나운서 멘트가 귀에 들렸다. 한옥 까페, 갤러리 까페등 귀와 입을 즐겁게 하는 멋진 곳이 정말 많은 곳도 대구인 것 같다.발 닿는 곳마다 늘어서 있는 자랑할 만한 맛집들과 멋진 카페들로 '대구의 밥상' 은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대구의 풍미를 즐기고 싶은 손님들을 전국에서, 아니 세계 곳곳에서 몰려들 수 있도록, 대구의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를 하나의 문화로 엮어야 한다는 책임감 속에 오늘 하루도 분주하게 나의 탐구생활은 계속된다.

2018-10-25 13:05:34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그래서 또 중요한 채식

먹고, 마시고, 숨쉬고, 사용하는 일상용품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노력은 필요하다. '태평양 한가운데 8,000m 심해에서도 환경호르몬 발견', '북극 빙하에도 환경호르몬 발견' 등의 외신기사들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건강을 위해서 청정지역에서 나는 유기농, 수산물을 먹고, 일회용품 사용도 줄이고 있었는데 이런 기사들이 올라오면 우리는 당황한다. 도대체 무얼 먹어야 하는가.'햄에서 발암 물질 발견', '모짜렐라 치즈에서 유해물질이 나와서 수입 판매금지', '플라스틱 용기에서 유해 물질 나옴' 등의 소식도 어떤 음식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을 지 고민하게 만든다. 표지에 기록된 함유물을 확인하고, 유해물질 허용량 이하라고 안전하다고 믿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이런 보도들이 나오면 소비자들은 절망한다. 생활용품을 전부 포기할 수도 없고, 지금은 괜찮다고 얘기한 물품이 내일은 해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우리들이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노력은 해야하지만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우리 몸에 들어 온 환경호르몬을 배출시키는데 신경을 쓰야 한다. 우리 몸에 들어온 환경호르몬은 몸의 지방에 붙어있다가, 혈관을 통해서 돌아다니면서 각종 병을 유발하고 있다.그런데 어떻게 배출시켜야 할까. 우리가 먹는 음식은 소화되고 영양분이 된다. 음식 중 탄수화물, 단백질은 물에 녹으므로 흡수가 쉽게 된다. 하지만 지방은 쓸개에서 나오는 담즙이 중개 역할을 해야 물에 녹고 영양분은 흡수된다. 담즙에는 환경호르몬이 포함되어서 같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작은 창자에서 영양분을 다 소화시키고 나면, 담즙 안의 콜레스테롤은 몸 속에서 재흡수가 일어난다.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혈관에 나쁘다는 것이지,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서 호르몬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 콜레스테롤은 소화를 시키고나면 작은 창자 끝에서 재흡수가 일어나는데, 이 때 담즙에 붙어있는 환경호르몬도 같이 몸 속으로 재흡수된다. 그런데 식물 속의 식이섬유가 있으면 콜레스테롤은 재흡수되지만, 환경호르몬은 식이섬유에 흡착되어 대변으로 빠져 나오게 된다.다시 말하면 환경호르몬 배출에도 식이섬유가 들어있는 채식이 답이다.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데도 채식이 중요하고 배출에도 채식이 중요하다. 채소의 이런 신비로운 작용을 하면서,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준다. 고기를 먹더라도,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외과 전문의

2018-10-25 11:43:34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공연히 많기만 해-이조년

이 꽃 저 꽃 주섬주섬 더 심지 말자꾸나 爲報裁花更莫加(위보재화갱막가) 꽃이 백 가지면 됐지 더 심어서 무엇 하나 數盈於百不須過(수영어백불수과) 품격 높은 눈 속 매화, 서리 속 국화 말곤 雪梅霜菊淸標外(설매상국청표외) 울긋불긋 마구 핀 꽃 공연히 많기만 해 浪紫浮紅也謾多(랑자부홍야만다)'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一枝) 춘심(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 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고려 말의 시인 이조년(1269-1343)이 지은 '다정가'(多情歌)다. 위의 한시는 바로 그 '다정가'(多情歌)의 작자가 백가지 꽃을 심어놓았다는 성주의 동헌(東軒) 백화헌(百花軒)에서 지은 작품이다. 보다시피 화자는 매화와 국화의 고매한 절조를 몹시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대목에서 작자의 드높은 품격을 느낄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매화와 국화를 제외한 다른 꽃들은 '울긋불긋 마구 핀' 쓸 데 없는 것들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있다. 특정 꽃들을 아주 각별하게 사랑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에 해당되지만, 그 나머지 꽃들을 무시할 자유는 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이다. (1)'풍상(風霜)이 섯거친 날에 갓 픠온 황국화(黃菊花)를/ 금분(金盆)에 가득 담아 옥당(玉堂)에 보내오니/ 도리(桃李)야 꽃인 양 마라 님의 뜻을 알괘라' (2)'아깝다(=안타깝다) 저 난초(蘭草)야 잡풀(=잡초) 속에 섞였구나/ 섞이기는 섞였다만 본색(本色)조차 변할 소냐/ 아해(兒孩)야 잡풀베다가 난초(蘭草) 벨까 하노라' (1)은 조선전기의 시인 송순(宋純)의 시조이고, (2)는 작자 미상의 조선시대 시조다. (1)의 화자는 국화 앞에서는 아예 '꽃인 척도' 하지 말라면서, 복사꽃과 오얏꽃의 기를 팍 죽인다. 세상에 잡초라는 이름의 풀은 없다. 하지만 (2)의 화자에게는 난초를 제외하곤 모두 다 잡초다. 잡초는 베어버려야 마땅하지만, 그 바람에 난초까지 화를 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몇몇 꽃들만을 인정하는 세상,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니라 저희들끼리만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다른 꽃들이 설 자리가 없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번 주말에는 산으로 내달려가, 그 동안 우리가 왕따 시켜 왔던 마타리꽃과 쑥부쟁이의 이름을 불러줘야 되겠다. 그들이 나에게로 와서 나의 꽃이 될 수 있도록. (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8-10-25 10:28:16

박일석 작 '친구의 소확행'

[내가 읽은 책]자존감을 찾아서

책은 문이다. 트렌드란 말이 이제야 선명하게 다가온다. 책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의 아득한 거리를 실감한다. 남편 혹은 딸에게 그것도 모르냐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세상을 보는 눈이 없다고 자책하며 주눅 들던 자존감이 다시 고개를 든다. 자존감과 함께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도 눈에 들어온다. 세상이 보이니 내가 어떻게 보일까보다 일상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는 '나로 서기'를 추구한다. 함께 살아가지만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고, 때때로 우리말인데도 이국(異國) 말처럼 들리기도 해서 '트렌드 코리아 2018'을 읽었다.이 책은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의 김난도 교수가 주축이 되어 2008년부터 매년 출간해 온 시리즈물의 하나다. 2017년 소비트렌드 회고와 2018년 소비트렌드 전망에 앞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12년을 관통하는 흐름은 무엇인가?'라고 10년 동안의 '트렌드 코리아'를 정리해 놓았다. 이 전에 나온 시리즈를 다 읽은 기분이 들게 한다. 현대 사회의 거대한 소비트렌드의 흐름으로 인간과 관계까지 파고들어 연구, 분석해 놓았다. 출처를 몰랐던 많은 신조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나의 자존감을 들여다보게 한다.금년의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WAG THE DOGS-황금 개의 해,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이다. 이것은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다; 플라시보 소비', '워라밸 세대', '언택트 기술', '나만의 케렌시아', '만물의 서비스화', '매력, 자본이 되다', '미닝아웃', '이 관계를 다시 써보려 해',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다'의 영문 첫 글자로 만들어졌다. 시대 흐름을 잘 따라가지도 못하고 큰 꿈을 갖지 못해도 '소확행'을 비롯한 올해의 키워드들이 위로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전망들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 현상들과 닿아있어 따끈하게 읽힌다."우리의 자존감이 흔들리고 있다. 개개인의 원자화가 가속화되면서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이 나로 서기를 해야 하는 시대이다. 자존감의 3대 구성요소인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 모두가 노동소외, 중독사회, 위험사회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447쪽 ) "자존감은 사치와 명품 소비, 창조적 소비, 윤리적 소비, 개성표현 소비, 보상적 소비와 자기 선물주기, 복고 소비, 외모관리 소비 등 최근 주목받는 수많은 소비트렌드의 기저를 흐르고 있는 핵심적인 열쇠말이다"(-449쪽)나의 자존감을 바로 세워줄 사람은 당연히 나 자신이다.나의 자존감은 안녕한가? 나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나만의 홀로서기인 '나로 서기'를 잘하고 있는가. 아직은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고, 답답하던 기분이 조금은 해소되었다. 손바닥 안에 쥘 수 있는 세계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한 사람이 백만이 넘는 국민청원을 이끌어내는 현실을 이 책은 앞서 꿰뚫어 보았다. 삶은 소비의 연속이다. 이 책은 소비가 트렌드를 트렌드가 메가트렌드를 지속적인 메카드렌드가 문화가 됨을 보여준다. 사람보다 오래 살아 그의 삶을 기억하게 하는 유물, 유품도 소비의 흔적임을 열어 보여주는 문이다.강여울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18-10-24 20:14:07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춘추칼럼] 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국정 운영

깨진 유리창 중심 범죄 확산 논리사소한 것 방치하면 큰 문제 터져文정부 '청와대 중심 정치' 일상화국정 운영엔 사소한 일이란 없어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1982년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발표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 이론은 입증됐다. 구석진 골목에 두 대의 차량을 주차시켰다. 한 대는 보닛을 열어둔 채, 다른 한 대는 보닛을 열고 앞 유리창이 깨져 있도록 방치했다. 일주일을 관찰한 결과, 보닛만 열어둔 차량은 이전과 동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앞 유리창이 깨져 있던 차량은 거의 폐차 직전으로 심하게 파손되고 훼손되었다.이 이론이 주는 함의는 얼핏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일을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뒤집어 생각하면 최초의 변화를 야기한 작은 원인을 잡아내면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4년 뉴욕시장으로 선출된 루돌프 줄리아니는 이 이론을 적용해 지하철과 거리 곳곳에 그려져 있는 낙서를 지우는 운동을 전개했다. 결과적으로 시장 취임 2년 만에 중범죄가 50% 정도 줄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국정 운영과 접목시키면 주목할 만한 통찰력이 생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곧 1년 6개월을 맞이한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는 "이게 나라냐"를 외치면서 적폐 청산을 국정 운영의 핵심 기조로 삼았다.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열정과 도전은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집권 2년 차 2분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60%)는 비슷한 시기의 노태우(28%), 김영삼(55%), 김대중(52%), 이명박(27%), 박근혜(50%) 전 대통령들보다 훨씬 높았다.그런데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 속에서 권력 3대 축인 당정청에서 그동안 우려할 만한 많은 일들이 발생했다. 가령 통일부는 지난 15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을 풀(pool) 취재할 예정이었던 탈북자 출신 기자의 취재를 불허했다. 북한이 요청하지도 않았지만 상황의 특수성과 장소의 제한성을 근거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 정면 배치된다.정부는 작년 7월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웠다. 탈북자는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탈북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통일부가 탈북자라는 이유로 특정 기자의 활동을 제약한 건 분명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지난 3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흘에 걸쳐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했다. 국회에서 개헌안을 논의하기도 전에 청와대가 대통령 주도의 개헌안을 내놓은 것이 오히려 개헌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개헌만이 아니라 정부 부처를 제치고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중심 정치'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많았다.현 정부 들어 6명의 장관급 인사들에 대해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의 졸속 인사 검증에 대해 비판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폭로했지만 민주당은 자료 취득 과정의 불법성에만 집중하면서 청와대를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집권당은 그동안 청와대 눈치만 보면서 스스로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하는 무기력의 극치를 보였다. 문 대통령의 국정 운용 지지도가 높다고 "이것 하나 정도는 적당히 넘어가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향후 경제가 어려워지고, 한미 관계가 꼬이면서 문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하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더욱 강력하게 작동될 것이다. 청와대 중심 정치의 일상화, 여당의 무기력 심화, 언론 자유 제한 등을 사소한 일로 간주하면 정권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단언컨대 국정 운영엔 무시해도 좋을 만큼 사소한 일이란 없다.

2018-10-24 14:09:50

황기호 수성구의회 의원

[기고] 대구미술관 일대 미술관 지구 건립하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과연 대구 수성구의 미래 새로운 먹거리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 미술관의 역사를 살펴보면 미술관이라 함은 여러 성격의 박물관과 더불어 국가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과 문화와 복지를 다 함께 반영하는 시대적 산물이라 하겠다.한국에서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일본 유학파 오봉빈(吳鳳彬)이라는 사람이 1929년 서울에 개설한 조선미술관이었다. 이 소규모 미술관은 신구서화(新舊書畵) 전시와 판매를 겸한 상업화랑으로 1945년 광복 직전까지 운영되다가 없어졌다고 한다.이와는 달리 공공시설로서의 미술관이 처음 나타난 것은 1939년에 개관한 덕수궁미술관인데 1908년 대한제국 황실이 창립한 창덕궁 박물관이 수집, 소장했던 회화, 도자기, 불상 등 역사적 미술품들을 1938년에 신축 개관한 덕수궁미술관 건물로 옮겨 진열하였다고 한다.1988년에 개관한 서울시립미술관과 1992년에 개관한 광주시립미술관을 비롯하여 대전, 부산, 제주도 서귀포시 등에 시립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대구미술관은 2011년 5월 26일 개관하여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여유와 미학이 존재하는 문화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2016년 12월 '간송미술관 대구분관' 건립을 위한 협약이 체결돼 2021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대구미술관 옆 1만여㎡에 3층 규모로 건립이 확정되었다. 이러한 때에 대구미술관 일대를 미술복합단지로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미술관, 화랑, 근린공원, 기타 문화시설이 집약된 미술복합단지로 조성된다면 미술 진흥과 지역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수성구가 세계적 명소가 되어 파리 미술가의 영원한 터전 몽마르트르 언덕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외국의 경우, 싱가포르 길먼 배럭스에 14개의 국제갤러리가 입주 운영되고 있고, 미국 산타페 캐니언 로드 화랑특구, 중국 베이징의 타산즈 798과 상하이의 레드타운 등이 있으며, 미술관 지구인 비엔나 뮤지엄광장, 암스테르담 뮤지엄광장 등 이름만 들어도 세계적 명소가 된 미술관 지구가 많은 걸 알 수 있다.국내에도 많은 지역에서 미술관 지구가 운영되고 계획돼 만들어지고 있지만, 특히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 예술마을처럼 대구미술관 지구가 미술공간으로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주변 대구대공원과 수성알파시티,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가천동고분군, 금호강 철새도래지, 고모역, 모명재, 대구박물관과 수성아트피아, 수성못을 잇는 대구의 대표적인 미래형 문화예술관광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한다.따라서 미술관, 화랑, 대구대공원, 기타 문화시설이 어우러진 미술복합단지 조성을 위해서는 먼저 원로 미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미술관 건립을 할 수 있도록 대구미술관을 중심으로 미술관 지구 건립이 꼭 필요하며, 이 지역이 미술관 지구로 지정을 받는다면 대구미술관 활성화 및 인근의 간송미술관, 대구스타디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수성알파시티 등과 연결되는 관광 벨트화 구축과 사통팔달 편리한 교통으로 수성구 및 대구시 관광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2018-10-24 10:51:22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새론새평] 촛불집회와 공화주의

촛불집회 후 공화주의가 시대정신'갑질'근절 '미투'운동 사회 공감 형성정치권 능력'감수성 기대에 못 미쳐당파적 관점만 주장 땐 사회 해체돼 지금부터 2년 전인 2016년 10월 최순실 국정 농단의 물증으로 태블릿PC가 언론에 공개되자 "이게 나라냐"는 국민적 분노 속에서 촛불집회가 불붙었다. 촛불집회는 한 달 보름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의결을 이끌어냈고, 그 두 달 후에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대통령이 파면되는 역사적 사건이 발생했다. 전 세계가 놀랐던 대한민국의 촛불집회가 불과 2년 전에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촛불집회가 과연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촛불 혁명'으로 평가되고 기억될지 알 수 없지만,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 새로운 의미가 드러난다. 촛불집회는 분명 민주주의의 신장에 기여했고 많은 이들이 이를 주목하고 있다. 이제 최고 권력자를 파면한 대한민국 국민의 자긍심은 아무도 꺾을 수 없고 대통령도 함부로 국회의원 공천에 개입할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공화주의의 관점에서 성찰은 부족한 듯하다.서양의 공화주의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민주주의와 더불어 다양한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 왔다. 거칠게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비교하자면, 민주주의는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권력을 견제하는 원리이고 공화주의는 모든 국민을 위하여 권력을 행사하는 원리이다. 따라서 공화주의적 법치는 범죄자의 권리까지도 존중한다. 이런 맥락에서 촛불집회가 공화주의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태극기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포함한 모든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정신으로 성숙해야만 한다.촛불집회 이후 지난 2년 동안 우리 사회는 분명 공화주의적으로 성장했다. 대표적으로 '갑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들 수 있다. 이제 국가권력은 적극적으로 '갑질'의 근절, 나아가 사회적 부조리를 해소할 것을 요구받게 되었다. 이는 한국 사회의 질적 성장을 예고한다. 같은 맥락에서 '미투'운동도 해석된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강압적 관계는 근절되어 마땅하다.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갈 정치권의 능력과 감수성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공화주의적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협치를 통해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만 하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 급급해서 제 할 일을 않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거대 정당의 '정치적 갑질'을 막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해야겠다. 과거에는 행정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민주주의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공정성과 다양성을 강화하는 정치적 공화주의가 시대정신이다. 공동체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당파적 관점만을 주장한다면 사회는 분열과 대립 속에서 해체될 수밖에 없다.지금부터 120년 전에 발생했던 1898년의 만민공동회 사건을 통해 촛불 정신을 재해석할 수 있겠다. 그해 11월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의 서울 시민들은 23일 동안 철야로 장작불을 피워 놓고 의회 설립을 주장했다. 당시 국왕이었던 고종은 공화주의자들이 왕권을 위태롭게 한다고 판단하여 만민공동회를 무력으로 해산했고 이승만을 비롯한 주동자들을 체포하여 사형을 선고했다.그러나 완전히 꺼진 것만 같았던 '장작불 집회'의 정신은 그 후 1919년의 거국적 3·1운동과 민주공화국을 천명한 '대한민국 임시헌장'으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해방 후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으로 계승되어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촛불 정신도 이처럼 성숙한 민주공화국의 토양이 되어야겠다. 그것이야말로 공자가 강조한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2018-10-24 10:50:14

삽화 권수정

[이주향의 이야기와 치유의 철학]주윤발에게서 배우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묘비명,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입니다. 바라지 않으니 두렵지 않은 거지요? 바람과 기대는 중력이어서 바라는 것이 있으면 조바심이, 두려움이 생기고,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거기에 묶입니다. 쥐고 있는 것,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면 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질퍽거리는 진흙탕에서 지지고 볶고 뒹굴다 하늘을 향해, 자유를 향해 날지 못하고 푸덕거리기만 하는 이유겠습니다.바라지 않음, 내려놓음, 자유를 훔쳐본 자의 세상입니다. 가진 것이 오히려 비상을 방해하는 짐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지가 있나 봅니다. 거지처럼 살아도 왕처럼 부러운 것이 없는 경지! 오히려 왕처럼 가진 것이, 평범하지 않은 것이, 이젠 버겁다고 스스로 가진 것을 내려놓게 되는 경지….홍콩 배우 주윤발이 8천100억원이나 되는 재산을 모두 기부했다고 합니다. 김제동의 말대로 영웅이 본색을 드러내 보인 거지요? 영웅의 본색은 영웅이 아니라 현자였습니다. 그의 향기가 천 개의 바람이 되어 향기로 흩어집니다.행복하고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그가 어찌 "대단하다"는 찬사를 바라고 한 일이겠습니까? 작은 재산도 움켜쥐고 놓지 않은 우리에게 모범을 보이며 우리를 부끄럽게 하기 위한 일도 아닐 것입니다. 그는 선한 일을 한다는 마음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려놓은 게 아니라 빼앗기는 것일 테니까요.그런데 평생 모은 재산을 넉넉히 그리고 선선히 내려놓을 수 있는 그 마음은 어떻게 가능한 거지요? 8천 100억원, 그의 평생이 얼마나 화려하고 잘 나갔나는 보여주는 금액의 돈입니다. 동시에 겉으로 드러난 그의 평생이라고 할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그 평생을 한 순간에 내려놓으며 조용히 그 돈은 내 돈이 아니라고 하고 있는 거지요? 영혼에서 나온 말, 어쩌면 자기자신에게 하고 있는 말인지도 모르는 말입니다.꽤 부자로 소문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에겐 아들이 있었는데 언제나 부잣집 아들이라는 수식어만 따라다니는 아들이었습니다. 혼인 시장에서 그것은 중요한 조건이었나 봅니다. 여기저기서 중매를 서겠다는 사람이 많았으니까요. 마침내 그 아들이 결혼을 했는데 상대는 아마 그 사람이 부자라는 것을 아는 지인의 조카였습니다. 그들의 혼인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또 얼마 되지 않아 소문이 돌았습니다. 여자 쪽에서 엄청난 위자료를 요구하며 이혼을 요구했다는 거였습니다. 부를 보고 결혼하고 나면 부만 가지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모양입니다. 남자의 어머니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한 말은 중매를 했던 지인이 했다는 이 말이었습니다."뭐 그 재산이 자기 것인가, 다 하나님이 주신 거지."돈이 돈이 아니라 자기의 열정이고 울타리이고 사랑일 때가 있습니다. 마음이 열려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흘러 누군가의 밥이 되고 일이 되고 힘이 되는 돈은 사랑입니다. 그렇지만 "돈이 돌아 돈"이라며 나눠쓰자고 덤비는 이를 만나면 턱, 기가 막히는 일이지요? 그것은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빼앗기는 거니까요."하나님이 주신 거야, 나는 잠시 맡아가지고 있는 거고." 라는 말은 내려놓은 자의 깨달음일 때는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멀리멀리 퍼져가지만 빼앗는 자의 욕심을 때는 약도 없습니다. 표적일 뿐이니까요."그 돈은 내 돈이 아닙니다." 주윤발의 말이 여기저기서 꽃으로 피어납니다. 주윤발이 말합니다. "돈은 행복의 원천이 아닙니다." 그 상식적인 말에 힘이 붙는 건 그가 삶에서 건져 올린 지혜의 말이기 때문이지요?돈이 행복의 원천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또 알고 있지요? 돈이 없어 행복하기는 어려운 법이라는 사실을. 돈이 없어 무시당하고, 돈이 없어 하지 못하고, 누리지 못하는 일이 의외로 많은 법이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러셀의 저 문장을 좋아하나 봅니다."돈이 있다고 품위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는 사람이 품위 있게 사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지수가 높다는 여론조사는 러셀의 생각을 지지해 주는 거지요?자본주의를 사는 많은 우리들은 돈이 없어 하지 못하는 일의 공포 때문에 돈,돈,돈 하다가 돈의 권력에 사로 잡혀 자유인이 되지 못하고 수인으로 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니 또 그에 대한 짝으로 돈을 권력으로, 남을 통제할 수단으로 쓰는 것이 버릇이 된 사람들도 종종 봅니다.세상을 향해 '나'를 열고 걸어 나가야 하는 젊은 날은 '성취'가 중요합니다. 세상에서 '나'를 펼치는 집을 짓고 세상에 거점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젊다는 건 자신의 열정 따라 열정을 쏟아내며 성장하는 겁니다. 그 때는 돈이, 열정이, 관계가, 명예가, 직장이 중요합니다.그렇다면 나이 든다는 것은 뭘까요? 어느 새 젊음이 저만치 가고 나의 집이라 여겼던 것이 나를 떠납니다. 젊음이 떠나고 열정이 떠나고, 기억력이 떠나고, 건강이 떠납니다. 사람들이 떠나고 그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열심히 살며 공들여 쌓아왔던 업적들이 소리 소문 없이 떠납니다. 그러면 성취가 아니라 성찰이, 무엇보다도 자기 성찰이 과제지요?주윤발이 말합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고. 진짜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는 어떻게 하면 남은 인생을 평화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잘 살 수 있느냐, 하는 거라고 합니다. 그의 화두가 보이지요? 몇 줄 안 되는 주윤발의 글에서 그가 참 기분 좋게 나이 들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무료하지 않게 존재하기, 일 없이도 자기를 괴롭히지 않고 자기와 잘 지내기, 그렇게 늘 평안하기, 그것이 나이듦의 과제인 것은 아닐까요?나이 든다는 것은 점점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고, 잘 나이 든다는 것은 나를 떠나고 있는 것을 잘 놓아주는 것입니다. 사그러드는 자기를 잘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제는 계절의 변화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할 일은 충분하다고 했던 소로우의 말이 진짜 자유인의 말이라는 걸 조금은 알겠습니다.

2018-10-24 10:23:23

보스턴 과학박물관에 있는 인체모형.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뇌의 생각을 읽는 기계

우리는 또 하나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바로 우리 몸 속에 있지만 여전히 신비 속에 감춰진 뇌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첨단과학이 발달하면서 뇌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뇌 속을 들여다보는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뇌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금씩 엿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내 머리 속뿐만 아니라 남의 머리 속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하니 더욱 흥미로운 기술임에 틀림없다. 요즘 뇌과학자들이 우리 뇌 속을 어떻게 들여다보는지 살짝 살펴보자.◆누군가 내 머리 속을 보고 있다이건 악몽이다. 누군가가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악몽인데 심지어 내 머리 속을 계속 보고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무서운 악몽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이미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홍콩에서 발행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018년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 있는 항저우 중흥전자를 포함한 12개의 공장이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뇌파를 읽는 장치를 사용했다. 그 회사의 근로자들이 출근해서 머리에 쓰는 작업모에 뇌파를 읽는 전극을 넣어서 근로자가 작업을 하거나 쉬는 동안에도 뇌파를 실시간으로 읽어서 컴퓨터에 저장하고 분석했다고 한다.왜 이런 일을 했을까? 회사의 입장은 근로자들이 일하는 동안 뇌파를 측정해서 직원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지와 분노나 즐거움을 느끼는 지를 측정해서 분석한 후 적절한 작업 흐름과 업무량을 조정하는 데 쓰기 위해서라고 한다. 국가전략망 저장성 전력공사는 이 장치를 도입한 후 지난 4년 동안 3천220억원 이상의 이익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외신들과 인권단체에서는 사생활 침해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문제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근로자의 작업모에 전극을 붙여서 일하는 동안에 뇌파를 측정하는 장치는 뇌파 신호가 매우 약하고 잡음이 섞여 들어가서 그 신호를 분석해서 정확하게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실제로 근로자의 생각이나 감정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이미 다른 사람의 뇌 속을 들여다보고자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뇌의 생각을 읽는 기계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바로 옆에 있어도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혹시 우리 뇌의 생각을 읽어내는 기계가 있을까?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어떻게 뇌에 대해서 연구할까? 실시간으로 뇌 속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을까? 이러한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사실 우리가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면 내 머리 속을 훤히 보여주는 기계들이 있다. 바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들인데 이 장비로 뇌를 찍으면 뇌 영상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굳이 내 머리 뼈를 들어내지 않고도 뇌 속의 혈관이나 조직을 선명하게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의료영상장비를 사용해서 뇌 속에 종양이 있는지 또는 뇌혈관의 어느 부분이 막히거나 파열되었는지 등을 조사할 수 있다. 또한 이런 대형 영상장비를 사용해서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어 있는 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보거나 생각을 할 때에 달라지는 뇌의 특정 부위의 활성도도 조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뇌 영상을 촬영하는 데에는 수 초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빨리 변하는 것을 촬영할 수 없고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실시간으로 뇌 속을 볼 수 있는 다른 장비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 중에 뇌파 측정기는 뇌파를 측정하는 데에 수 밀리초 정도로 아주 빨리 측정할 수 있어서 실시간으로 연속적으로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기계여서 많은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뇌파 측정기뇌파 측정기는 머리 피부에 전극을 붙여서 뇌파를 읽으면 되기 때문에 무척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측정하는 뇌파의 신호는 너무 작다. 수술을 통해서 두개골 뼈를 들어내고 뇌의 표면인 피질에 전극을 붙여서 뇌파를 측정하면 1밀리볼트(mV) 정도 된다. 그런데 머리 피부에 붙인 전극을 통해서 뇌파를 측정하면 뇌파가 0.1 밀리볼트(mV) 정도로 크게 줄어든다. 바로 머리뼈가 뇌파 신호를 크게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약한 뇌파 신호를 그대로 사용하기는 어려워서 앰프를 통해서 신호를 증폭한 다음에 분석한다. 앰프를 통해서 전압을 약 10만배까지도 증폭할 수 있다. 따라서 신호는 작지만 안전한 머리 피부에 전극을 붙여서 뇌파를 측정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이처럼 뇌파를 측정해서 뇌 손상, 뇌전증, 치매 등의 질병 진단에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의학적인 이용 외에도 동물이나 사람의 행동과 뇌의 활동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뇌에 흐르는 전기와 뇌파뇌파(Brainwave)는 뇌전도(Electroencephalography, EEG)라고도 불리는데 우리 몸의 신경계에서 뇌신경으로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주 미세한 전기의 흐름이다. 뇌에 전기가 흐른다고? 맞다. 전기가 흐른다. 사실 우리 몸의 구석구석으로 신경을 타고 전기신호가 실시간으로 계속 흐르고 있다. 마치 컴퓨터 본체의 뚜껑을 열어보면 복잡하게 얽혀있는 전자회로 기판의 선들을 따라서 미세한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몸에도 몸의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각종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을 타고 미세한 전기가 흐르고 있다. 온몸의 각 부위에서부터 신호들이 모여서 최종 집결하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 뇌다. 우리 뇌는 발 끝에서 머리 끝까지 각종 장기와 피부에서 수집한 신호들을 받아서 분석하고 명령을 내린다. 마치 슈퍼컴퓨터가 각종 데이터를 받아서 분석한 후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말이다.뇌에 전기가 흐른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역사를 살펴보면 영국 의사인 리처드 캐튼이 1875년에 토끼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하다가 뇌에서 전기가 흐른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이후 1924년에 독일 예나 대학교의 한스 베르거가 환자의 두개골 피하에 백금전극을 넣어서 뇌파를 읽는 뇌전도(EEG)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한스 베르거에 의해서 사람의 뇌파가 처음으로 측정되었다.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뇌파를 읽고 분석해서 뇌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내는 연구에 뛰어들었다.뇌종양이나 뇌혈관질환을 검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의료영상장비를 비롯하여 뇌파를 측정하는 기계와 같이 우리 뇌 속을 들여다보는 기계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장비들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0-24 05:00:00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태권 수녀(修女)

희망원 경내에 정신과 전문병원을 만들며 소피아 수녀를 알게 되었다. 환우들이 동산에서 운동하고 놀이하며 야외치료를 받았는데 정신과 전문복지사가 드문 때여서 이런 치료를 지도를 해 줄 전문가가 없었다. 이 때 아마추어 봉사자로 소피아 수녀가 나타났다.원래의 보직은 희망원 주방 책임자였는데 밥만 해주는 게 아니었다. 퇴비더미에 대량으로 지렁이를 길러 몸이 쇠약한 원생들에게 토룡탕을 끓여주었다. 토끼도 사육해 보신탕을 만들어 원생들을 먹이기도 했다. 성격이 무어 하나 그냥 보아 넘지 못하는 소피아 수녀는 우리들의 야외치료에도 계속 참여하여 노래와 춤을 가르쳤다. 어느 날 환자들이 수녀님도 노래와 춤을 추라고 졸라 대었다. 소피아 수녀가 "학교 종이 땡땡 어서 모이자."라고 동요를 부르자. 옳은 노래(?)를 부르라고 난리가 났다.오래 조르지도 않았는데 노래가 나왔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모두들 놀라서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2절이 이어졌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손노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 노래.남자보다 더 남자 같던 소피아 수녀의 입에서 간드러진 유행가가 흘러나오자 환우들은 마치 하늘에서 하나님이 강림이라도 한듯 모두들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1953년 대구에서 탄생한 유니버설 레코사가 발표한 작품이어서 대구 사람들이 특히 좋아 하던 노래였다. 환자들의 예상을 깨트리고 춤추며 유행가를 불러 놀라게 했던 소피아수녀의 특유의 행동은 계속되었다.몇 년 뒤 희망원을 나와 교동시장에 '요셉의 집'을 개설하여 배고픈 이들에게 매일 무료급식을 했다. 일정한 수입은 없고 그날 그날 찬조 받은 쌀과 부식으로 식당을 꾸려 나가자니 애간장이 다 녹는 나날이었다.하루는 내일 밥할 쌀이 없었다. 어디에 부탁할 곳도 마땅치 않아 하릴없이 기도만 하고 있었는데 한 밤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가보니 어떤 낯모르는 이가 쌀을 한가마니 내려주고 갔다고 했다. 이런 저런 고생 끝에 요셉의 집이 안정되자 소피아 수녀는 성주로 떠났다. 술 중독을 앓는 이들과 함께'평화의 계곡'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살았다. 읍내 심부름 보내면 돈을 속여 술을 마시고 귀원한 원생들이 소피아 수녀에게 욕과 함께 주먹으로 맞고 이단옆차기로 차였다. 그들은 '성질 더러운 엄마' '깡패 할마시'혹은 '태권 수녀'라고 불렀다.몇 년 전 마산 진동면 황량한 바닷가에서 정신지체, 술 중독, 만성정신병 환자들과 함께 살고 있는 소피아 수녀를 만났다. 많이 늙었고 너무 약해져 있었다. 봄날을 간다를 부르며 춤추고 술주정뱅이들을 두들겨 패던 깡패는 아니었다. 착하고 순해진 수도자 모습이었다. 그 게 그녀의 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가슴이 아팠다. 무언가 고장이 난 것이다.지금은 수녀원에서 경영하는 요양원에 입원중이다. 사람도 잘 못 알아보고 일상생활도 스스로 잘못하는 치매 상태로 지낸다고 했다. 마더 데레사 수녀가 희망원에 왔을 때 한 방에 자며 "노벨상은 당신이 받았어야 해."라고 했던 소피아 수녀. 이제 태권도를 할 수가 없다.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8-10-23 19:36:15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장하빈의 시와 함께] 스좌좡 가는 길/ 김호진(1955~ )

베이찡에서 스좌좡까지는 얼마나 될까. 늙은 관절처럼 헐거운 고물 택시, 헉헉거린 지 몇 시간, 낮게 드러누운 지평선을 끌어안아도 발가벗은 평원(平原)은 바람마저 숨긴다. 이따금 미라처럼 나뒹구는 붉은 벽돌들이 돈황에 관한 소문을 아느냐고 묻는다. 근무력증(筋無力症)이 끌고 온 굽은 길의 흙먼지들은 스좌좡이 장개석의 마지막 패전장이었음을 말해준다. 부리 검은 새 떼 자욱한 황사 속을 떠돌 뿐 숨겨 놓은 명의(名醫)는 좀체 보여주지 않는다. 골목의 대문들조차 붉은 부적으로 햇살의 입구를 막아 버린다. 스좌좡에 이르는 꽃 피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시집 '생강나무'(모아드림, 2002)* * ** * ** * *시인의 아들은 어릴 때부터 근무력증을 앓았다. 근육이 점점 약화되거나 위축되는 희귀병으로, 나중엔 움직이지도 못하거나 호흡 곤란을 겪는 불치의 병이다. 그래서 시인은 명의를 만나 아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제약 도시라 불리는 스좌좡까지 "늙은 관절처럼 헐거운 고물 택시"로 헉헉거리며 달려간다. 마치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신하를 동방으로 보냈듯이.하나, 사막 속의 샘을 꿈꾸며 당도한 스좌좡은 "근무력증(筋無力症)이 끌고 온 굽은 길의 흙먼지"로 가득하고, 국공 내전 때 그곳이 "장개석의 마지막 패전장"이었다는 데서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아니나 다를까, "부리 검은 새 떼 자욱한 황사 속을 떠돌"거나 "골목의 대문들조차 붉은 부적으로 햇살의 입구를 막아 버리"어서 명의나 명약을 구하리라는 실낱같은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그로부터 숱한 아픔과 견딤의, 천붕(天崩)의 나날이 지났던가? 오호애재(嗚呼哀哉)라! 결국 스물다섯 나이에 가족과 영결(永訣)하고 말았으니. 미처 꽃피지 못한 아들 한욱이의 맑은 넋은 팔공산 묘향사에 깃들이어 고이고이 잠들어 있다.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2018-10-23 18:04:36

법무법인 천우 이정호 변호사

[경제 칼럼] 전통주 문화와 산업의 동반 발전

쌀로 만든 막걸리·청주 가양주 역할집안·마을 공동체와 애환 함께해 와현 정부 전통주 지원·세제 혜택 약속잃어버린 가양주 문화의 회복 기대 올해는 폭염, 태풍 등으로 벼 작황이 다소 저조하다고 한다. 금년 농사는 그렇다 쳐도, 식량 자급자족 이후 적어도 쌀은 생산보다 여전히 소비 대책이 더 중요한 실정이다. 쌀은 백미로 별 가공 없이 주식이 되기도 하지만, 여러 유형의 가공식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쌀을 재료로 한 술, 이른바 전통주 역시 그 주요한 한 가지이다.국내 술 소비에는 맥주나 소주가 양적으로나 판매액으로나 최고를 이룬다. 하나, 맥주는 엄밀히 보면 수입 주류에 해당하고, 소주는 대부분 희석식 주류라 진정한 의미의 양조 과정을 거친 술이라 보기 어렵다.쌀로 만든 막걸리나 청주는 대대로 집안이나 마을 공동체에서 애환을 함께한 음식이다. 이렇게 집에서 만드는 술, 그러니까 가양주는 식품에 그치지 않고 가례 문화의 일부를 구성해 왔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술의 제조자격을 제한하고 세금을 매기면서 면허를 받은 기업만이 술을 제조 유통하고, 가양주를 만드는 곳이 전무해졌다. 일제의 주세령은 동기가 불순하고 부작용이 너무나 많았다.현재 주세법의 연원이 된 일제의 전통주에 대한 정책 잔재를 비판하고 개선하여야 한다는 전문가나 현장의 목소리가 그래서 더 크다. 전통주는 하나의 문화이고, 주요 산업이기도 한데, 낡은 틀 속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잃었다는 것이다.근대화, 공업화 과정에서 쌀이 귀하던 시절, 양곡관리법이나 주세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하여 막걸리나 청주 등의 재료로 쌀을 쓸 수 없게 된 시기가 있었다. 주재료를 상실하게 된 전통주가 암흑기를 거치는 동안 맥주와 소주가 유행하며 위스키가 대접받았고, 전통 방식을 벗어난 예전의 막걸리는 재료나 첨가물이 불순해진 데다 싸고 고급스럽지 않은 술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사람들의 입맛도 접하는 주류의 맛과 품격대로 자리 잡혀 갔다.그나마 2010년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두 차례에 걸쳐 전통주 등의 산업발전기본계획이 제개정됨으로써 법제적, 정책적 기초가 최근에 마련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 정부가 들어설 때 쌀 가공산업 육성, 쌀을 재료로 한 막걸리 등 전통주에 대한 생산유통 지원과 세제 혜택을 약속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길게는 일제강점기부터, 가까이는 쌀을 재료로 한 전통주 제조 중단 시점부터의 단절기로 인하여 전통주의 명성과 품격이 당장 회복되지 않는 게 문제이다.전통주는 식품이자 다양한 문화이며, 훌륭한 내수용, 수출용 상품이기도 하다. 위스키를 비롯하여 와인, 맥주, 백주, 사케 등 수입 주류가 범람하지만, 정작 전통주는 내수에서조차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갖가지 규제 속에서 주력 수출상품으로의 활약상도 아직은 미미하다. 이를 보완하고자 정부 계획에는 20, 30대에 전통주를 홍보하고 양조 관련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전문가를 키워내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으나, 실효성은 다소 의문이다.최고의 식품은 집에서 정성스레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외식 산업의 성공 비결은 집 밖에서도 마치 가정에서와 같은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맛과 질을 맞추는 데 있다. 전통주도 마찬가지다. 전통주의 근원은 앞서 본 것처럼 가양주이다. 집에서 손수 만든 술이야말로 가정 음식과 마찬가지로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맛난 술이다. 오늘날 집에서 직접 술을 담글 형편은 안 된다고 한다면, '전통주에 대한 양조 체험'을 확산함으로써 잃어버린 가양주 문화를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돌아보면, 가양주 문화의 회복이 시장에서 전통주에 대한 관심과 가치를 높이는 밑거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의 전통주가 세계적 명품으로 세계인의 음주 문화와 품격을 높이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2018-10-23 15:54:51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가을 타기

아침의 선선한 공기를 느끼면서도 가을이 한동안 실감 나지 않았다. 그만큼 올여름은 유난히 길고 더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짧은 것처럼 시간의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시간이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같은가 보다. 그렇게 가을이 왔다.그러나 가을은 어떤 이에게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 모습은 '가을 탄다'라는 표현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어 보았을 법한 '가을 탄다'는 증상은 별다른 에피소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왠지모를 쓸쓸함이나 울적함이 든다. 혼자서 낙엽 지는 거리를 거닐고 싶거나,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흘러나오는 노랫말에 괜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다소 우울하게 보이는 '가을 탄다'라는 말은 참 재미있다. 이동수단도 아닌데 '탄다'라는 표현을 쓴다. 마치 어디론가 우리를 데리고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곳은 붉은 단풍의 화려한 가을 풍경과 달리 바로 우리의 내면이다.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잊었던 일들을 다시 곰곰이 생각하고, 또 놓친 일들에 대해 반성과 후회를 한다. 때론 '나는 누구인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자문을 하기도 한다.몇 해 전의 일이다. 대구시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거기서 만난 어느 공무원의 이야기이다. 그는 가난을 탈출하기 위해 공무원이 되었다. 자신의 하찮아 보이는 행정 일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명감으로 자녀들과 외식 한 번 제대로 못 했다. 그랬던 그가 한 달 뒤에는 퇴임한다고 하였다. 그에게 남은 건 빛나는 업적도 훈장도 아닌 허전한 이별이었다. 그리고 몇 번의 상담 이후 그는 "내가 시청을 짝사랑했었어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그에게 청춘은 조직의 소모품이 아닌 사랑으로 보낸 열정이었다. 그의 삶이 반짝반짝 다시 빛난다. 그리고 사랑할 수 있었던 뜨거운 가슴을 안고 그는 못다 한 가족과의 시간을 만들기로 했다. 그의 여생은 또 다른 빛깔로 반짝일 것이다.어쩌면 어느 공무원의 이야기처럼 가을 타는 울렁거림은 봄부터 지내온 삶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매기고, 앞으로 남은 두 달을 잘 마무리할 기회를 주는 증상일지도 모르겠다.나도 이번 가을에는 가을을 제대로 타봐야겠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가 될지라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 터이니

2018-10-23 13:17:11

장동희, 경북대 초빙교수/전 주핀란드 대사

[세계의 창] 판문점선언은 국회 비준동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남북관계 이끌고 갈 정치적 선언조약 발효에 필수적인 조항 없어북핵문제 진전 전혀 없는 현 상황종전선언은 우리가 할 약속 아냐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에 대한 정부, 여당의 압력이 거세다. 정부, 여당은 국회 비준 동의 요청 근거로 두 가지를 든다. 첫째로는 남북관계 합의 사항을 정권 교체에 관계없이 이행해 나가도록 하기 위한 정치적 필요성을, 두 번째로는 동 선언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상 국회의 비준 동의를 요하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에 해당된다는 것이다.우선,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가야 할 합의 사항이라면, 추진 과정에서 공론화 과정 내지 야당과 최소한의 협의 과정이라도 거쳤어야 한다. 정부 여당의 태도는 일방적으로 합의한 선언에 대하여, '당신네들이 정권 잡더라도 이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하라고 다그치는 격이다. 선언문 내용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동 선언은 작금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초래한 북핵문제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선언문 마지막 항 말미에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것이 전부다. 과거 6자 회담에서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와 '모든 핵시설 불능화와 검증'까지 약속하고도 6차에 걸친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다.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미국과의 긴밀한 조율하에 북핵 폐기 단계에서 북한에 제공할 반대급부이지, 북핵문제에 진전이 전혀 없는 현 상황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약속할 사항이 아니다.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보리 결의 2397호는 기계류, 산업장비, 운송수단 등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다음으로, 남북관계발전법상 '남북합의서' 문제를 살펴보자. 본디 조약의 체결 및 비준에 관한 업무는 외교부 소관이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임을 감안, 남북합의서 체결 및 비준에 관한 업무는 2005년 12월 법제정을 통해 통일부 소관으로 하였다. 그러나 절차는 조약체결 절차를 그대로 준용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발전법이 규율하는 '남북 합의서'는 쉽게 말해서 '남북 간 조약'을 의미한다. 그러나 판문점선언은 남북 양 정상이 남북관계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표현한 정치적 선언 내지 신사협정이지 '남북 간 조약'이라 할 수 없다.왜냐하면 첫째, 조약에 '선언'이라는 제목을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법적 권리, 의무 관계를 설정하는 조약에는 합의 사항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판문점 선언과 같이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거나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셋째, 조약에는 권리, 의무 관계 발생 방법과 시점을 규정하는 발효 조항이 필수적이나, 판문점 선언에는 이러한 조항이 없다. 결국, 판문점 선언은 내용이나 형식, 모든 면에서 남북 간의 조약, 즉 남북관계발전법상 '남북 합의서'에 해당되지 않으며, 따라서 비준 대상이 될 수 없다.백 번 양보해서 동 선언이 비준 대상인 '남북합의서'에 해당된다고 가정해보자. 정부는 9월 11일 국회에 제출한 비준 동의안에서 판문점선언 이행과 관련된 비용으로 2019년 소요 예산 4천712억원을 명시했다. 총 소요 예산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추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항간에는 총 소요 비용이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15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돈다. 정부가 소요 예산을 추산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한 문서에 대하여 국회의 동의를 요구한다는 것은, 헌법 75조가 금하고 있는 포괄적 백지위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비준 대상이 되지 않는 문서를 제시하며, 헌법에 반하는 포괄적 백지위임을 요구하는 비준 동의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국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장동희, 경북대 초빙교수/전 주핀란드 대사

2018-10-22 11:37:22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선 긋기, 선 지우기

지난 일요일 저녁, 극장이 떠나갈 듯 우레와 같은 박수와 열렬한 환호 속에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막을 내렸다. 38일간의 대장정 가운데 축제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이를 시상하고, 최고의 성악가들과 함께 마지막 축하의 콘서트를 펼친 것이다. 그러나 그 축하의 무대는 수상자들만의 것도, 예술인들만의 것도 아니었다. 정작 즐거운 시간을 누린 이들은 객석을 가득 메운 일반 관객들이었던 것이다.흔히 오페라를 대표적인 고급 예술로 치부하며, 일반 시민들과 경계를 짓기 십상이다. 오페라를 즐기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며, 오페라극장은 그들만의 세상 아니냐는 것이다. 냉소적인 느낌마저 밴 전형적인 '선 긋기'이다. 그러다 보니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대중화', '저변 확대'라는 숙제가 주어진다. 하지만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표현을 수긍하기에는 의문이 남는다. 주인처럼 든든하게 객석에 앉은 저들은 대중 또는 일반 시민이 아니면 누구인가.이번 축제의 주요 오페라 작품을 아울러 집계했을 때 평균 객석점유율 93%를 기록했다. 공연예술계의 꿈이라는 '전석 매진' 역시 여러 차례였다. 미처 공연 티켓을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혹시 환불표가 있는지 문의가 빗발쳤다. 소수의 애호가만으로 이룰 수 있는 성과일까. 미처 알지 못한 사이에 오페라는 시민의 일상으로 성큼 들어서 있었던 것이다. 적어도 우리 대구에서는 그렇다.물론 시간이 걸렸으며, 노력도 적지 않았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아리아를 배우는 예술교육프로그램을 편성하고, 공원이나 기차역, 학교에 찾아가서 연주하며, 백스테이지투어를 열어 극장 구석구석을 소개하고, 수시로 강의도 개최하였다. 올해는 시민들이 특히 많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 야외오페라도 선보였다. 오페라 '라 보엠' 중 2막 부분을 광장에서 펼쳐보였는데, 오페라에 반한 시민들은 극장에서 전체 '라 보엠'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것이 '선 긋기'였다면, 이렇듯 시민들에게 오페라를 알리는 모든 일들은 '선 지우기'였다.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오페라를 어렵게 생각한다. 그러나 띄엄띄엄 지어진 경계를 찾아보자. 당장 내일 저녁에 대구오페라하우스 소극장에서는 오페라와 함께하는 문화 회식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오페라 회식 한번 거나하게 즐겨보면, 오페라란 뜻밖에 재미있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그 다음에는 극장을 찾아 공연을 즐기면 그만이다. 이제 내년도 오페라축제는 나를 위해 준비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겠다.

2018-10-22 11:30:22

서정호 시인

[기고] 시단(詩壇), 안녕하십니까?

어느 문학 계간지에 신인상 당선작을 보고 몇 마디 말씀을 드리고 싶어 이 글을 쓴다. 예전에 내가 문예지 신인상 공모에 응모하려고 했더니 친구가 "왜 응모하냐? 돈 주고 (신인상 당선 타이틀) 사면 되는데" 하고 빈정거렸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시인이라는 것을 조선시대 돈 주고 양반을 사듯 돈 주고 사는 것이란 말인가?그때는 몰랐다. 그런데 시단에 발을 담그고 보니 그게 사실이었고 시인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서 일어났다.시 전문지 또는 시 전문 계간지 중 일부가 등단을 빌미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올봄 '문학계의 등단장사 민낯을 보다'란 뉴스도 있었다. 그 기사를 읽는 순간 내 시작(詩作) 노트에 '등단장사'라는 제목으로 산문시를 한 편 썼다.「엄마가 시인으로 등단하여 도원 역 앞 영주 추어탕 집으로 가을바람 쐬며 갔다. 큰 현수막에 KBS, MBC, SBS 맛집이라 써 놓았다.심심소일로 동네 문화강좌에 시를 배우러 다니던 엄마, 엄마 친구 김말례 씨가 시인으로 등단하자 갑자기 다른 도서관 문화강좌로 옮겼다.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올해는 기어이 시인이 되고 말겠다고 했다. 강사가 등단 잘 시키는 소문난 시인이라 특강 6개월만 들으면 시인 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인데 6개월 특강비가 월 50만원이라 했다.컴퓨터 다룰 줄 모르는 엄마, 삐뚤빼뚤 철자법 맞지 않는 볼펜으로 쓴 원고 6개월간 꼬박 보내와 타이핑해 주었다. 지난 3월 엄마는 신간 문학계간지 봄호에 정말 식은 죽 먹듯 신인상을 받았다. '수산시장에는 고래가 없다' 외 3편이었는데 그동안 쳐 주었던 습작은 하나도 없었고 3편 모두 엄마가 배운다는 시인의 시를 읽는 것 같았다. 엄마는 책 사지 않으면 상을 안 준다고 하여 책 300권을 샀으니 친구들에게 나눠주라고 하였다. 숟가락 놓으며 방송에 소개되는 맛집 돈 주고 내는 집이 많다더니 맛이 없다며 입맛을 쩝쩝 다셨다. 메뉴판 깨알 글씨 고등어 50% 민물 잡어 50%였다. 미꾸라지 한 마리도 안 든 추어탕 먹고 나온 식당 앞 가을바람이 여름바람처럼 후텁지근하였다. 엄마는 책 300권 우짜노 하며 걱정이었다.」문예지를 사고파는 일을 넘어 문하생에게 대신 써 준 작품으로 신인상을 받게 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시인이 되고 싶은 욕망과 시인을 많이 등단시켜 유명 시인으로 군림하고 싶은 욕망들이 얽혀 고치는 정도를 넘어 대작(代作)을 주는 검은 커넥션은 시라는 아름다운 호수를 시궁창으로 만들 것이다.기성 시인이 대신 써 준 작품으로 신인상을 받는 시인이 늘어나고 그런 문예지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시단은 병들고 시는 사라지고 독자도 사라질 것이다. 시는 시인이 읽는 것이 아니고 시를 사랑하는 독자가 읽는 것이다. 등단한 시인이 되기를 바랄 일이 아니라, 시를 사랑하는 진짜 시인이 되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2018-10-22 11:18:28

[에세이 산책] 우리들의 축제

주말마다 축제다. 마침 작업실에서 나오는 길에 축제가 있다는 면민운동장으로 가 보았다. 한데 어울려야 할 축제가 왠지 연출자와 구경꾼이 나누어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축제 마당을 둘러보면서 여행 중에 만났던 한 도시를 떠올렸다. 찾아간 그날도 마침 축제일이었다. 작은 시골 도시 페르덴을 만든 알러강은 크지 않았다. 형산강보다 훨씬 작았다. 그러나 그 강을 따라 펼쳐진 숲과 들녘은 정말 탐이 났다. 해 질 무렵, 말 등에 앉아서 강가를 거니는 아이들의 모습은 동화의 장치들이었다. 그들이 바로 백조의 왕자였으며, 착한 한스였다. 이 도시의 중심 번화가는 보행자 전용도로였다. 포항의 중앙상가와 비슷하였다. 성장을 하고 차분하게 앉아 있는 아가씨를 보는 듯하였다.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축제를 위하여 준비된 배우처럼 그 자리에 꼭 어울렸다. 그만큼 연출되지 않은 축제였다.인간이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곳에는 전통문화에 그 기원과 뿌리를 둔 축제가 있었다. 오늘날에는 종교적인 의미보다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장이 되고 있다. 현대 사회는 '우리'라는 통합적 개념보다는 '나'라는 해체적 개념 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를 회복하고 구성원의 동질성과 정체성을 확인하려면 문화적 기제로서 축제의 활용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페르덴 사람들은 바로 그런 축제를 만들어 대대로 이어온 자신들의 원형, 바로 그 동화의 세계를 지켜가고 있었다.여행 생각에서 벗어나 어릴 때 보았던 우리 마을 놀이를 떠올렸다. 벼를 베 낸 넓은 논배미에다 대나무 기둥을 박고 얼기설기 무대를 만들었다. 아마 농사일을 끝낸 뒤에 노동의 피로감과 일제 수탈에 대한 분노를 떨쳐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힘으로 경쟁하던 경기가 어느 정도 지칠 때면 무대에서 노래자랑이 펼쳐졌다.그런 마을 고유의 전통과 일제에 대한 저항과 단합이라는 정신에 따라 펼쳐지던 마을 놀이는 언제부터인가 사라지고 말았다. 자연 부락이라는 공동체 인식이 사라지면서 마을 놀이 문화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새로 등장했다는 축제마저 특산품 판매장터로 변하고 말았다.축제에서 혼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는 얼굴을 만났다. 점심 전에 왔다면 점심밥까지 제공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러고는 본부석으로 달려가더니 기념품까지 안겨 주었다.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가 횡재한 셈이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축제 모습이 아쉽기만 했다.동화작가

2018-10-22 10:22:56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