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이종문 시조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전원은 즐거워[田園樂(전원락)] 王維(왕유)

복사꽃 붉은데다 밤비를 머금었고 桃紅復含宿雨(도홍부함숙우)버들잎 푸른데다 아침 안개 몽롱하네 柳綠更帶朝烟(류록갱대조연)꽃이 지나마나 아이 놈은 쓸지 않고 花落家僮未掃(화락가동미소)꾀꼬리 우나마나 은자는 잠자는 중 鶯啼山客猶眠(앵제산객유면) 봄날도 환한 봄날, 갓 피어난 복사꽃을 보노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가슴이 뛴다. 살짝 다가가서 내 입술을 슬며시 맞춰보고 싶다. 물론 그렇게 했다가는, "하, 할아버지, 저, 정말 왜, 왜 이러세요. 저는 지금,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 하는, 숨 넘어 가는 비명소리가 연달아 튀어나오겠지만... 그런데 바로 그 고혹적인 복사꽃이 밤비를 머금고 더욱더 촉촉하고 짙은 선홍빛 교태를 뽐내고 있다.봄날도 환한 봄날, 봄바람에 너울대는 수양버들은 긴 머리카락을 나부끼면서 동화사로 가는 76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스물네 살 처녀와도 같은 모습이다. 때문에 바람에 낭창대는 수양버들 처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공연히 마음이 이상해진다.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녀를 슬며시 안아보고 싶다. 그런데 그토록 아름다운 수양버들 처녀가 아침 안개의 신비하기 짝이 없는 베일에 싸여 더욱더 아련하고 몽롱하다.모두 다 금상첨화(錦上添花)의 실로 아름다운 봄 풍경이다. 그런데 바로 그 금상첨화를 배경으로 하여, 꽃이 떨어져도 쓸지도 않는 천하태평의 게으름뱅이 아이 놈이 하나 등장한다. 하지만 그 아이의 게으름을 너무 지나치게 탓하지는 말라. 그가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피어있는 꽃만 꽃이 아니라 떨어진 꽃도 꽃이라는, 떨어진 꽃이라고 하여 차마 함부로 싹싹 쓸어다 버릴 수는 없다는, 꽃에 대한 절절하고도 아픈 사랑 때문일 수도 있으니까. 요컨대 그 아이의 마음은 다음과 같은 시조를 지은 정민교(鄭敏僑)의 심정과 같았을 게다. "간밤에 불던 바람 만정도화(滿庭桃花) 다지거다/ 아희는 비를 들고 쓸으려 하는고야/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하더니, 이윽고 그 아이 놈에 퍽도 잘 어울리는 은자가 등장한다. 그는 우는 꾀꼬리를 울도록 버려두고 이 아름다운 봄 풍경 속에서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곤다. 저 은자의 엄청난 자유와 절대적인 평화가 정말 부럽다. 2박 3일 쯤 월차를 내고 작품 속의 전원으로 슬며시 들어가서, 은자 옆에 큰 대 자로 드러누워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고 싶다. 이 세상 힘들고 지친 친구들아, 같이 갈 사람 아무도 없나? 있으면 마카 다 요오 요오 붙어라. 시조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04-11 11:41:55

손상호 경북대 교수

[매일춘추] 인공지능(AI)도 인간이 만든 것이다

몇 년 전,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바둑시합이 있었다. 시합을 앞두고 바둑계에서는 이세돌이 전승을 할 것이라 예상했고, 이세돌 본인도 '알파고가 아직은 나의 상대는 아니다'라고 여유 있게 웃어가며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알파고가 완승(4승1패)을 거두었으며 이세돌 본인도 '놀랍다, 알파고는 완벽했다'라고 실토했다. 대국 결과, 알파고로 대변되는 인공지능의 위력에 전 세계가 두려워했으며 앞으로의 미래를 매우 불안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그러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쓴 이스라엘 사학자 하라리는 '감정이란 인간이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생화학적 알고리즘일 뿐이며 신기한 현상은 아니며, 인공지능은 인간의 얼굴 표정, 목소리만 가지고 감정을 알아차리고, 분석하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하면서도, '마음은 과학이 이해하는 데 실패한 주제이기도 하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도 인간의 의식을 가질 수 없다. 알파고는 시합을 하면서도 불안과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지능은 높지만 의식은 없는 하나의 상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나는 알파고가 어떤 기작으로 바둑을 두는지는 잘 모른다. 그래서 이들의 대국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의미를 읽어내야 할 지 힘들었지만, 알파고의 입장이 아니라 인간의 입장에서는 이세돌의 1승(알파고의 1패)이 가지는 의미가 대단한 것으로 보였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것도 완전할 수 없다. 법도 종교도 인공지능도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안전과 위안과 편리함을 얻고자 하는 인간이기에 존재로서의 필요성을 갖는다. 제행무상이라 했으니 자연(우주)은 변화를 거듭할 것이고 그 속의 인간도 인간의 사고도 시간과 더불어 변할 것이며, 인간과 인간이 만든 것에 대한 이해는 시간을 두고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아무리 완전하다고 해도 변화하는 우주 속에서 완전성을 유지할 수 없는 법이다.따라서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인간의 감정이나 의식까지 침탈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부분적인 침탈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인간 스스로의 변화가 더 큰 몫을 할 것이다). 인간의 감정과 의식은 당분간은(어쩌면 영원히) 어떠한 과학으로도 알아낼 수 없는 불가지의 영역으로 남게 될 것이므로 인공지능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인간과 인간이 만든 것의 비교보다 더 필요한 것은 우주와 인간 모두를 아우르는 성찰일 것이다. 세상과 세상의 모순과 인간과 인간의 고통에 천착하는 '나'를 바로 알고자 하는 수행이 필요한 이유다. 나 아닌 것과 비교하지 말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자.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4-11 11:34:01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사는 게 예술이다.

'예술은 누구의 마음에서도 생긴다' 는 프랑스의 속담이 있다.전통음악을 익히고 현재는 업으로 하며 수많은 무대에 서오고 있지만 그렇게 예술가로서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것은 이 프랑스 속담처럼 정말 예술은 누구의 마음에서도 생기는구나 하는 것이다. 예술과 예술을 하는 사람의 특별함, 남다름에 매료되었던 때도 있었지만 오랜 훈련을 통해 구현해 내고 표현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는 것이 달라 조금 특출나는 것이지 예술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무언가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무대를 위한 무대가 따로 있기도 하고 따로 있지 않기도 하다. 세상이 무대고 인생이 캔버스가 되고 각자의 길에서 기로, 선택, 개척, 도전, 성취, 만남, 헤어짐, 계획, 휴식 등의 수도 없이 많은 구도와 기술을 펼쳐가며 그야말로 '삶' 이라는 예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세상의 일상은 무대를 만든 이, 무대를 비추는 이, 무대에 선 이, 어떤 작품을 볼까 고민하며 티켓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 객석에 앉은 이, 갤러리에 걸린 그림을 그린 이, 그 그림을 감상하는 이, 글을 쓰는 이, 책을 만드는 이, 작가와 세상을 이어주는 이, 글을 읽는 이 등 다양하다. 또 뭉클하거나 기쁘거나 그렇게 함께 공감하고 감동받는 일, 감동의 여운을 짧은 기록으로 남기는 일, 사소한 일상과 소회를 글로 정리하고 일기를 쓰는 일,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 인화하여 부엌 냉장고 자석에 끼우는 일 등도 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며 계절을 느끼고 달라진 공기와 풍경을 만끽한다거나, 흘러가는 구름, 붉게 변하는 해질녘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까지도 무척 일상적이고 평범할지 모르나 그 속에서 생겨난 감정의 교류, 폭발하거나 잔잔히 스미는 감흥, 반복되고 익숙해진다는 것 자체, 이 모든 것이 예술의 한 일부이지 않을까. 그렇게 누구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작품은 그려지고 또 아름다운 노래로 지어지고 그 마음 속에서 예술은 생겨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판소리를 전공하는 학생으로, 소리꾼으로, 한 연주단체의 대표로, 한 가정의 주인으로 그리고 이젠 엄마로, 새로운 역할을 맡아 낯설음을 익히고 후회하기도 유연해지기도 했던 지난 과정을 되돌아보며 생각한다. 희게도 검게도 참 다양한 색을 칠해왔구나. 다른 이들도 각자의 그림판에 많은 색을 덧칠하고 있겠구나. 세상을 사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응원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지금 우리는 어떤 색을 칠하고 있나.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나. 그야말로 사는 게 예술이라는 말을 실감하며 오늘도 나만의 무대, 나만의 인생, 후회 없는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4-11 11:18:46

정점식 화백의 1946년 작 '바다풍경'-캔버스에 유채, 44x37cm

[김영동의 시대와 미술]정점식 화백의 북만주 시절 작품

지난 하노이 북미회담 때 북한 지도자의 열차여행도 화제가 되었는데 평양에서 출발한 기차로 베트남까지 그것도 논스톱으로 갈 수 있다는 게 뜻밖의 뉴스였다. 어쩌면 전혀 놀랄 일도 아닌데 경이로웠던 것은 분단 이후 우리 육로가 그렇게 대륙과 연결된다는 점을 일상에서 별로 실감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대한 지리적 공간적 상상력마저 위축된 채 좁은 시야로 각종 편견에 갇혀 살지는 않았는지. 그것이 분단시대의 예술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리 없겠다.1941년 겨울 정점식 화백은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대구역에서 기차를 타고 하얼빈을 거쳐 소만 국경인 흑하로 긴 여행을 했다. 약 4년 반 그곳에 머무는 동안 북만주 일대의 풍광을 대하며 제작한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 에세이로 쓴 적이 있다. 그러나 이역 풍물들을 소략하게 스케치한 드로잉 몇 점 외엔 당시 그림들을 하나도 남기지 못했다 한다. 하지만 이홍식 선생 소장의 이 '바다풍경'(1946) 한 점은 그 무렵 만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일본의 패망 소식을 듣고 이듬해 6월경 그곳 망명지를 떠나면서 그린 것 같은 이 작품은 너른 강이나 바다를 다소 벅찬 기분으로 조망한 듯하다. 감개무량함에 물빛과 흰 돛배, 하늘의 구름 등에 활기차고 신비한 기운이 서려있다. 당시 그의 조형적 시각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이 그림의 현저한 특징은 즉흥적인 기분을 전달하는 자유로운 붓질에서 야기된 데포르마시옹(왜곡) 조짐이다. 희망 섞인 들뜬 기분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려는 분명한 의도에서 전형적인 초기 모더니즘의 양식 감각이 읽힌다.정점식은 북만에 머무는 동안 그 지역의 드넓은 자연환경이 자신으로 하여금 초월적이고 비현실적인 추상화 과정을 받아들이게 했다고 기술했는데 그것은 미술사적으로도 대단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20세기 초 독일표현주의나 추상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는 미학적 가설들을 잘 안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미학자 텐느가 말한 환경적 요인이나 특히 빌헤름 보링거의 논저인 '추상과 감정이입'에서 주장한 바를 상기시킨다.그런데 추상화로의 방향 전환에 결정적 요인이 어디 물리적 환경뿐이랴. 독일의 표현주의가 1차 세계대전의 암운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나치의 엄습이 예고되고 있던 때였다면 우리의 근대미술은 일제의 가혹한 탄압 아래 수용되었다. 그래서 자연주의를 수용하고 극복 못한 것을 두고 식민지배에 대한 순응이자 동화라는 비판을 했다. 그러나 양식 일변도의 잣대만 가지고 하는 재단도 이제 삼가고 그 시대에 어떤 게 가능했을지 재고해볼 일이 아닌가 싶다.미술평론가

2019-04-11 10:12:43

김태원 대구시의원

[기고]대구도 심야 버스 운행해야

서울과 부산에서는 시민들의 심야 이동권을 위해 자정부터 새벽까지 심야 버스 운행으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서울의 경우 24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 30분까지 17개 노선에 70대의 심야 전용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다.필자는 최근 경산에 위치한 5개 대학교 학생들과 대화 중에 대구에서 통학하는 대학생으로서 가장 필요한 게 안전하고 편리한 귀가를 위한 심야 버스 운행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대구 인근 경산은 가히 대학촌이라 부를 만하다. 영남대, 대구한의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경일대 등 5개 종합대학에 9만2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그중 대구에서 통학하는 학생 수는 약 3만 명이다. 5개 대학교 전체 학생 수의 32.4%가 매일 대구와 경산을 오가는 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대구에 집을 둔 학생들은 통학을 위해 가고 오는 데 하루 2시간에서 4시간을 버스 안에서 보내야 한다. 버스 막차 시간이 23시 30분이며 대학 도서관 운영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이거나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오후 수업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6시이며 대부분 7시쯤 저녁을 먹는다. 도서관 개방 시간과 버스 운행 마감 시간이 다르다 보니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3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취업 준비로 공부할 일이 많아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학교 앞 자취방 구하기라고 한다. 그런데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면서 드는 비용이 만만찮다.학생들의 말에 따르면 방값 월 30만~40만원, 학교 식당을 주로 이용한다고 해도 식대가 45만원, 전기, 수도, 가스 등 각종 공과금 10만원 등 집에서 통학을 할 때보다 90만원 정도의 비용이 더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대학 등록금 외에 추가로 드는 비용으로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심야 버스 운행은 위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사례들의 개선책으로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심야 버스를 운행하게 되면 첫째, 시민들이 더 늦게까지 바깥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도서관 운영 마감 시간까지 학교에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자영업자들이나 관광객들에게도 편리한 교통수단이 되어줄 수 있다.둘째, 심야 버스 운행은 지역 축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대구는 매년 여름 치맥 페스티벌을 개최하여, 전국의 관광객들과 젊은이들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축제가 비교적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는 것에 비해 버스 막차 시간은 턱없이 이르다. 몇 년 전, 서울에 사는 지인이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를 방문했던 경험이 있다. 축제 분위기를 즐기다 밤늦게 숙소로 돌아가려고 보니, 버스는 이미 끊겨 운행되지 않았고 급하게 지하철 막차에 올라타 겨우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구에는 치맥 페스티벌 이외에도 청춘힙합 페스티벌, 들안길 먹거리 축제, 풍등 축제 등 밤늦게까지 행사를 진행하는 축제들이 있다. 심야 버스 운행은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 줄 것이다.학생과 시민들에게 심야 이동권을 보장하는 심야 버스 운행으로 시민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시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담아내는 대구시 행정을 기대한다.

2019-04-11 03:30:00

민경석 대구시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새론새평] 공공하수처리시설의 에너지 자립화

환경부 국가하수도정보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말 기준 전국에 가동 중인 500㎥/일 이상 공공하수처리시설은 661개소이며, 시설 용량은 2천552만3천㎥/일이다. 대구시에는 7개소가 있으며 전국 대비 7.3%인 1천874㎥/일로, 지역별로는 경기, 서울, 부산에 이어 네 번째 규모이다.공공하수처리시설은 환경기초시설 중에서도 에너지 다소비 시설의 하나로, 전체 500㎥/일 이상 공공하수처리시설 운영으로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75만 TOE(Ton of Oil Equivalent·석유 발열량으로 환산 톤)에 달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매우 큰 데 비해, 에너지 회수율은 낮다. 2006년 기준 미국 환경청 자료에 의하면, 미국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의 전기에너지 사용량은 미국 전체 전기에너지 사용량의 약 3% 정도에 달하며, 우리나라 경우는 약 1% 내외로 에너지 소비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하수처리시설에서의 에너지 자립률은 에너지 사용량 대비 자체 생산량 비율인데,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에너지 사용량은 75만TOE이며, 에너지 생산량은 10만5천TOE로 에너지 자립률은 약 14% 정도이다. 시·도별로는 서울시가 26.8%로 가장 높았고, 울산시 24.9%, 부산시 20.7%, 인천시 0.1%, 광주시 19.8%, 대전시 11.9%, 경기도 9%인데, 대구시는 23.4%로 평균 대비 비교적 높은 에너지 자립률을 나타내고 있다. 선진국 경우 에너지 자립률이 100%를 상회하는 처리시설이 많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에너지 생산량은 주로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를 혐기성 발효 미생물을 이용하는 소화조에서 생산하는 바이오 메탄가스에 의한 전기 생산이다. 혐기성 소화조는 규모가 큰 처리장에서 주로 도입하는데, 전국 68개 처리장에 설치하였으며, 61개가 운영 중에 있다. 따라서 에너지 생산량은 소화조 설치 유무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규모가 큰 대도시가 크다. 국내 소화조 운영 효율은 하수관로 정비 부실로 인한 불명수 유입으로 낮은 유입 하수 수질, 소화조 운영관리 기술 부족 등으로 인해 선진국에 비해 약 4분의 1 수준이다.대구시 달서천하수처리장의 경우 염색공단에서 배출하는 색도를 제거하기 위해 에너지 소모가 큰 오존처리시설을 도입하였는데, 이것이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약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처리 비용과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최신의 혁신적인 하수고도처리 공법을 적용하여 재구축할 필요성이 크다.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효율 기기 도입과 혁신적인 처리 공정으로의 개선이 필요한데, 현재 국내에서는 유입 펌프 인버터 제어 운전, 공기 공급 최적화 시설 도입, 고효율 탈수기 도입 등 고효율 기기 도입에 국한하고 있다. 대구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한 슬러지펌프 인버터 설치, 소화조 교반기 개체, 총인처리시설 펌프장 수위 운전 방식 개선 등 16건(3천786㎿h)의 운영 방법 개선으로 에너지 절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부하수처리장은 2009년에 생물반응조 공기 공급을 위한 초미세 포기장치 교체사업으로 소요 에너지양의 약 절반 정도를 절감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일부 시설은 장기 노후화로 인해 에너지가 과다하게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재구축 시기가 도래하였다.에너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바이오가스 생산 혐기성 소화조의 고효율화가 가장 중요하다.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도입인데, 하수처리시설의 침전지, 반응조, 각종 시설물 지붕 등의 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 풍력, 소수력, 냉난방 열원 이용 등이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부지 면적에 대한 생산 효율이 매우 낮아 한계가 있다.서대구 고속철도 역세권 개발계획과 맞물려 달서천 및 북부 하수처리장·염색공단폐수처리장의 통합 지하화 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이를 위한 기술개발과 사업화는 대구에 조성하고 있는 물산업클러스터와 함께 해야 한다. 더불어 에너지 절감을 위한 고효율 기기 및 저에너지 생물처리공정 개발 등 이와 연관된 에너지 자립화 프로젝트도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곧 국내외 물산업 경쟁력 제고이다.

2019-04-11 02:30:00

[이창호의 찻잔을 씻으며] 균형잡힌 삶의 모습

홍차, 커피, 와인을 수입, 제조, 판매하고 관련하여 강의와 글을 쓰며 살아간다. 매년 한두 번은 해외 출장을 가고, 그중 한 번은 꼭 가족과 함께해서 평소에 못 딴 점수를 채우려 노력한다. 주위에서는 출장을 겸한 여행을 부러워하며, 살면서 여행가기가 힘들다, 연휴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공항은 남 이야기처럼 들린다고 한다.여행에 필요한 3대 조건이 돈, 시간, 체력인데, 살면서 이 3박자가 동시에 잘 갖추어지기는 매우 어렵다. 젊어서는 체력이 되지만 나이가 들면 체력이 부족해지는 것 같이 항상 한둘이 결핍되는 것이 일상이다. 그렇지만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만 하다가 결국에는 어떤 것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젊음과 건강을 잃고 여행을 꿈으로만 남겨두게 된다.행복한 삶은 균형 잡힌 삶이다. 삶의 균형은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부분을 인정하고 주어진 조건에 맞는 삶을 살아가며 여행과 같은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가는 모습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른 삶의 조건과 모습이 있어 바꾸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대다수 부모는 자식에게 자신보다 나은 삶의 조건을 주기 위해 희생한다. 그런데 시대의 변화는 자식을 위한 부모의 희생을 고운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식에게 바람직한 삶의 모범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부모가 행복한 삶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균형 잡힌 삶의 모습을 자식에게 보여주는 것만큼 훌륭한 교육은 없을 것이다.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란 노래의 가사처럼 지난날에 대한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과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용기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자신의 삶에 대한 용서와 이해를 함으로써 행복에 성큼 다가선다. 행복한 찻집 대표

2019-04-10 18:30:00

허영철 공감씨즈대표

[북한 들여다보기] 북중 국경도시 단둥이야기

2주 전 출장으로 중국 단둥을 다녀왔다. 5년 만에 방문한 단둥은 도시가 크게 발전한 것처럼 보였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동북 3성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그보다 더 놀라게 된 것은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신의주의 풍경 변화였다. 5년 전의 신의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도시는 컬러풀해졌고 많은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북한의 변화가 국경 도시 신의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우리 일행이 머무른 호텔은 압록강 철교 바로 앞에 위치한 곳이었다. 창문으로 신의주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자정 무렵 북한에서 단둥으로 압록강 철교를 넘어오는 기차를 볼 수 있는 위치다. 얼마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열차가 압록강 철교를 지나 단둥을 거쳐 베트남까지 갔던 바로 그곳이었다.당시 상황을 호텔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김 위원장이 탄 열차가 통과하던 그 시점을 전후로 호텔은 전면통제가 되었으며, 숙박 중인 손님들은 다른 호텔로 이동해야 했다고 한다.다음 날 아침, 일행과 함께 압록강 상류 쪽의 수풍댐을 보러 갔다. 우리 민족이 분단되기 전 한반도 전체의 전기를 공급하던 수풍댐이다. 수풍댐에서부터 단둥까지 압록강 하구에는 많은 섬이 있는데 그중에는 조선 건국과 관련한 위화도, 북중경협 관련으로 언론 보도가 된 황금평 등도 있다.북중협정을 통해 압록강은 공동관리구역으로 정해져 있다.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북한과 중국의 국경협정에 따라 압록강 안에 있는 여러 섬의 80%는 북한 소유이고 나머지 20%는 중국 소유라고 한다. 이로 인해 압록강 유람선을 타면 압록강 너머 북한 땅과 북한 소유 섬 사이를 지나게 되어 양쪽 지역에 모두 인공기가 걸려 있는 곳을 지나가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강을 사이에 둔 북한과 중국의 국경 개념은 서로 오고 감을 통해 각자의 생활환경이 경계를 넘나드는 개념이다. 우리 의식에 각인된 국경은 휴전선과 비무장지대로 감히 접근하거나 교류를 할 수 없는 개념이라 압록강을 사이에 둔 국경을 통해 살아가는 단둥과 신의주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인식하는 국경 개념이 너무나 낯선 것이다.긴 세월 국경을 사이에 두고 함께 살아온 두 도시의 사람들은 중국과 북한이라는 국가 개념보다는 강 건너 마을에 다니러 간다는 개념으로 살아오고 있는 듯했다. 매일 두 도시 간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감으로써 경계를 함께하는 일상생활을 목도할 수 있었다.북한과 연결된 압록강 철교 근처를 거닐다 보니 압록강 철교에 쭉 늘어선 북한 차량들이 눈에 들어왔다. '묘향산려행사'라는 로고를 붙인 버스 20여 대가 중국 단둥으로 입국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그 버스들은 아침 일찍 단둥으로 가서 북한을 관광하려는 외국인들을 태워 북한으로 돌아간다고 한다.요즘 북한을 관광하는 외국인들은 하루 1천8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강력한 대북 제재로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으리라 상상했지만 UN의 대북 제재에 관광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제재하는 국가 때문에 다른 국가 시민들의 거주 이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압록강 철교를 통해 기차를 타고 평양까지 여행하는 중국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그 여행길이 너무나 부럽다. 필자는 남쪽의 한국에서 나고 자랐고, 북쪽의 한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던 곳을 아직도 가볼 수가 없다.단둥 압록강 철교 앞에 서서 강 건너 신의주 땅을 바라보며 먼 옛날 의주를 거쳐 압록강을 넘어 열하일기를 썼던 연암 박지원을 떠올리고, 일제에 맞서 압록강을 넘나들며 목숨을 걸고 조국의 독립을 소망했던 지사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고향 땅을 다시 못 밟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생각하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하는 그 길이 못내 아쉬웠다.

2019-04-10 17:30:00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끝나지 않은 전쟁

"일본 군인 옷 만드는 데 가서 미싱도 배우면 돈벌이도 좋고, 집에서 가마니 짜는 것보다 낫다." "전장이 커지는데 여자들도 도와야 한다." 할머니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앞잡이를 따라 부산에 가서 '아사마 마루'(淺間丸)라는 배를 탔다.('김화자'의 증언, 시사인 2016. 1.) 위안부 소녀를 대만으로 실어 나른 아사마 마루는 일본 NYK선박이 영국에서 들여온 큰 디젤 여객선이었다. 일본 요코하마를 출발하여 홍콩, 상하이, 하와이와 미국 서부로 항해하였다. 전쟁 중이던 1941년 미국 내 일본 자산 동결과 무역 금지가 시행되자, 배는 일본으로 귀환하였다. 해군에 징발되어 사이판, 싱가포르, 마닐라로 군인, 화물, 연합군 포로를 운송한다.연합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하여 선체와 일장기는 검은 칠로 가렸다. 이 배가 부산에 정박한 기록은 찾을 수 없었으나, 김화자는 이 배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사마 마루는 1944년 10월 동남아시아로의 마지막 항해에 나섰다. 상하이 앞바다에서도 공격을 받았으나 필사적으로 탈출한다. 그러나 11월 2일 마닐라 근처에서 미군 어뢰에 피습되어 많은 화물과 474명의 젊은 수병들을 함께 안고 태평양 깊은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아사마 마루'라고 새겨진 작은 청동종(사진)을 우연히 만났다. 1929년 10월 7일 첫 항해를 기념하여 탑승객들에게 주었던 것이다. 당시 초고속으로 태평양을 횡단하던 기선을 처음 타본 승객들의 기쁨이 담긴 물품이다.그러나 나에게는 종소리에 스며든 위안부 소녀의 아픔이 먼저 다가왔다. 학병과 징용으로 먼 남태평양으로 던져진 식민지 청년들의 절망도 보였다.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의 절규도 들린다.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누가 끝났다고 말하는가?" 이재태 경북대 의대교수

2019-04-10 17:30:00

사랑하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아이디어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 나타난다

'아이디어를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으면 좋겠다.'기업 홍보 담당자, 브랜드 광고 책임자의 머릿속은 이런 생각으로 가득하다. 구글에서 '기발한 광고'라고 검색해보면 상상치 못한 광고들이 쏟아져 나온다. 과연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지 미치도록 알고 싶다. 광고인의 머릿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었길래 이런 생각이 가능한지 따지고 싶다. 어떻게 하면 아이디어 뱅크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남들이 아이디어 때문에 머리를 쥐어짤 때 무심한 척 아이디어를 던져 길고 지루한 회의 시간을 끝낼 수 있을까? 필자의 경험을 써본다.아이디어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에게 온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는 말은 비단 성경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아이디어를 낼 때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만나게 된다.필자가 창업하기 전, 광고주를 구하지 못해 공익 광고만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돈 주는 광고주에게는 늘 거절만 당하니, 거절할 수 없는 광고주를 구하자는 생각이었다. 세상을 광고주로 삼아 공익 광고를 만들면 거절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건축 현장을 지나가게 되었다. 높은 건물 사이를 얇은 사다리로 건너는 모습, 안전장치도 없이 난간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한눈에 봐도 위험해 보였다. 사람의 목숨을 의지하기엔 너무 부실한 현장이었다. 순간 광고인의 끼가 발동했다. 나의 재능으로 건설현장의 소중한 생명을 구해보자는 생각이 스쳤다. 그때부터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안전 상태는 어떤지, 하루 몇 명이 사고를 당하는지 통계를 살펴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무려 하루 6명의 인부가 건설현장에서 추락사고를 당하고 있었다. 맙소사. 저들도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일 것이다. 가장이 죽고 나면 남겨진 가족이 감당해야 할 몫은 뻔하다.자료 수집이 끝난 후 관찰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공사판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노동자의 행동을 잘 파악하면 그 속에 아이디어가 있을 것 같았다.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꼭 담배를 빼 물고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즉, 몸에 나쁜 걸 둘 다 했다. 아마 고된 노동의 스트레스를 그렇게 푼 것이 아니었을까.'자판기 종이컵에 안전에 대한 광고를 그려 넣자!'아이디어가 스쳤다. 쉬는 시간마다 커피를 마시니 계속 광고를 노출해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전략이었다. 우리는 흔히 '가까이 있다'라는 표현을 '코앞에 있다'라고 얘기한다. 자판기 커피를 마실 때 종이컵에 가려 코가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코를 합성하고 맞은편에 다친 코를 그려 넣어 '사고는 늘 당신 코앞에 있습니다'라는 카피를 썼다. 늘 당신 가까이에 위험이 도사리니 조심하라는 공익 광고였다. 광고가 그려진 종이컵을 들고 무작정 현장소장님을 찾아갔다. 처음에 부동산 영업인 줄 알고 피하던 소장님을 붙잡고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소장님 입장에서는 종이컵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소장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명을 살리는 종이컵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그 뒤로 현장에서 사고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필자는 진심으로 그 문제를 사랑했다는 사실이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사람이고 생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돕고 싶었다. 그 결과 저런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었다고 믿는다.부정적이고 염세적인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 내더라도 누군가의 삶을 이롭게 하는 아이디어는 낼 수 없다. 옛말에 '씨도둑은 못 한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는 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을 닮기 마련이다. 그러니 사랑하라. 사랑스러운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4-10 15:11:52

[종교칼럼] 더 어렵게 읽기(Lectio difficilior)

그리스도교의 성경은 긴 세월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오늘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누구 한 사람 책상에 앉아서 앞뒤를 딱딱 맞춰 써낸 글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손을 탄 책이다. 먼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내용을 채록한 다음, 그것을 읽고 전파하는 가운데 다시 여러 번의 편집을 거치고, 이렇게 탄생한 다양한 사본을 교회 공동체가 거르고 걸러 정제한 결과가 오늘의 성경인 셈이다.그래서 성경을 연구하자면 다양한 성경 사본들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원문에 가까운가를 알아내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본문 비평(Textual criticism)이라 한다. 본문 비평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더 어려운 본문 우선의 원칙'(Lectio difficilior potior)이다.사람들이 말을 전할 때는 대체로 자기가 이해한 바대로 쉽게 기억하고 전할 수 있도록 내용을 다듬는 경향이 있으니, 덜 다듬어지고 어려운 내용일수록 원문에 더 가깝지 않겠느냐는 상식적인 추론이다. 그런데 이 '더 어렵게 읽는' 방식은 비단 성경 본문만이 아니라 세상사를 관찰하고 판단하는 데도 무척이나 필요한 것 같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어렵고 복잡한 일을 너무 쉽고 단순하게 뭉그러뜨려 버림으로써 오히려 문제 해결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매사를 강자-약자의 구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그러하다.카를 마르크스 이래로 세상을 근본적으로 강자와 약자의 권력 관계로 치환해서 설명하는 사회 이론들이 수없이 등장했다. 마르크스는 경제적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관계에 주목했지만, 이 도식에 착안한 이들은 사회의 온갖 영역을 강자와 약자의 이분법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 때와 요즘 것들, 강대국과 약소국, 남성과 여성, 기득권자와 소외된 사람들, 자연과 인간, 수도권과 지방' 등등 단순화된 범주들의 목록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 범주 안에서 누군가를 판단하고 저주하는 성난 목소리들도 멈출 줄 모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릴 것 없이 '혼내 주세요' '조리돌림해 주세요'라는 손가락질이 난무하는 이전투구의 상황이다. 한 줌 안 되는 강자를 끌어내리기만 하면 대다수 약자들이 빛을 보는 정의로운 세상이 저절로 올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매사가 그렇듯이, 한 가지 해답으로 풀릴 문제라면 애당초 심각한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때의 약자가 강자가 되기도 하고, 약자가 더 약한 자들에게 강자로 군림하기도 하며, 강자의 끄트머리에 애매하게 매달린 이들이 애써 강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요컨대 어떤 피조물을 막론하고 절대 악과 절대 선일 수 없으며, 인간은 맥락에 따라 강약의 입장을 바꾸어가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러므로 가톨릭 교회도 부활 직전의 한 주간, 곧 성주간(聖週間)을 시작하면서 긴 수난복음을 읽으며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묵상과 성찰 거리로 제시한다. 때로는 예수를 그리스도, 곧 세상을 구원할 분이라며 환호하다가 어느새 그분을 십자가에 매달라고 소리치는 인간 군상 속에서 내 자리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어렵고 어렵게 읽어야 할 세상사다.

2019-04-10 13:22:27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쌀독에서 인심 난다

내가 대표로 있는 지트리(G-Tree)아트컴퍼니는 사람을 세우는 기업이라는 모토로 Grape Tree(포도나무)의 줄임말로 음악을 통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사람들에게 그늘과 같은 쉼과 싱그런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다. 단원들이 뛰어난 기량을 갖춘 해외유학파 정상급 성악가와 오페라 뮤지컬 전문가수들로 이루어져 다양한 레퍼토리의 음악으로 대중들은 물론 소외계층에 까지 관심을 기울이며 재능기부를 통한 다양한음악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그 노력의 대가로 대구광역시지정 전문예술인단체로 선정되기까지 했다.그 가운데 수 년 동안 인연을 맺고 지도하고 있는 동구에 위치한 저소득층 아이들로 구성된 고우리(고운우리소리)합창단과 음악교실을 운영하는 일도 하고 있다. 프로연주자들이 강사로 거의 재능기부에 가깝게 헌신하며 소년소녀합창단과 아이들로 구성된 연주팀을 구성해 요양원, 재활시설 등 해마다 후원이나 지원의 유무를 떠나 찾아가는 문화공연을 하고 있다. 보통 공연과 달리 아이들과 프로연주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이다. 아이들의 공연을 보며 기뻐하며 감격하는 환우들과 어르신들을 뵐 때면 우리의 수고로움은 눈 녹듯 사라지고 아이들까지 보람을 찾아 서로 위로가 되는 기회가 되었고 다양한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 줄 수 있어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하지만 난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소속된 연주자들에게도 먼저 재능기부를 강요한 적이 없다. 그 뜻과 가치는 나에게 있는 것일 뿐 강요되어선 안된다는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나의 자존심이자 신조이다. 그렇게 지켜온 덕분에 처음엔 직접 사비를 들여 음향장비와 연주자들을 세워 시작된 것이 지금은 여기저기 후원과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이어지고 있음에 감사한다.비록 나에게 외적인 여유는 없을지라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높은 가치와 자부심이 있었기에 나는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았고 보다 넉넉한 마음으로 그 일들을 기꺼이 할 수 있었다. 부자라 할지라도 늘 결핍을 가지고 산다면 그 마음의 쌀독에 쌀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과 제작 일을 하면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발견했다. 바로 사람들의 마음의 결핍으로부터 그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일깨워 주고 이어주는 일이었다. 내가 힘과 영향력이 있다면 사람들을 저울질하며 힘이 있는 쪽에만 줄서기보다 기울어져있는 저울의 반대쪽에 서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나의 노래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것을 음악적 용어로 하모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모습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앙상블의 소리를 만들어 내듯 어느 것 하나 천하게 취급받지 않는 세상을 나는 꿈꾼다. 아무리 경기가 좋지 못 하다할지라도 마음의 쌀독마저 비워진 채로 살지 않기를 바란다. 현동헌 테너

2019-04-10 11:18:28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 기적소리

칠성동 꽃시장에 굴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후미끼리(踏切-철로 건널목의 일어)'를 건너 칠성시장 장보러 다녔다. 이 철길은 여름밤에는 바람 쐬러 동네 사람들이 놀러 나오는 곳이다. 개 중에는 철로를 베고 자는 사람도 있었고 애들은 운동장처럼 뛰어 놀았다. 낮에는 철로에 귀를 대고 있다고 기차오는 소리가 울리면 대못을 철로위에 두고 기차 오기를 기다리는 애들도 있었다. 기차가 지나가고 나면 못은 납작하게 모양이 변해있다.남자 애들은 못을 지남철 만든다고 이런 모험을 하지만 또 다른 목적은 이 정도 간 큰 행동을 해야 동네 애들 앞에 뻐기고 다닐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험은 신성극장 앞에 있는 경부선 '푸른 다리 위'에서도 성행하였다. 기차 오는 소리를 잘못 계산하면 못을 두고 나오기도 전에 저승으로 갈 수가 있고 못의 위치가 잘못 놓여 지면 튕겨 나와 큰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철로 건널목은 간수와 차단기가 있어 기차가 오면 차와 사람을 못 가게 막는다. 하지만 차단기 밑으로 기어서 넘어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차단기가 고장이 나서 내려오지도 않는다. 무단횡단 하는 이, 못을 놓고 기다리는 애, 술 마시고 철로를 베개 삼아 베고 자는 주정뱅이를 보면 기관사는 목 쉰 듯 한 기적소리를 길게 여러 번 크게 울린다."기차 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 기차 길 옆 옥수수 밭 옥수수는 잘도 큰다. 칙 폭 칙칙폭폭 칙칙폭폭"-'기찻길 옆(윤극영 작곡, 윤석중 작사)'이 노래 가사는 문학적인 내용이지 현실적이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끄러운 기차소리에 어떻게 간난 애가 잘 잘 수 있단 말인가?.대학 다닐 때 서울 이문동 하숙집이 철로 바로 옆에 있었다. 기차가 지나 갈 때는 집이 흔들흔들했다. 처음에는 집 무너질까 두려웠다. 기적소리 요란하고 월남전이 한참일 때는 군가소리 등천했다."자유통일 위해서 조국을 지키시다/조국의 이름으로 임들은 뽑혔으니/그 이름 맹호부대 맹호부대 용사들아/가시는 곳 월남 땅 하늘은 멀더라도/한결 같은 겨레마음 님의 뒤를 따르리다/한결 같은 겨레마음 님의 뒤를 따르리다." '신탄리'에서 '청량리'가는 군용열차에서 파월 맹호 부대 장병의 군가소리 요란했다. 그래도 잠만 잘 잤다.1814년 영국에서 G.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차를 발명하고 1825년에 로커 모션호가 최초로 실용화 되었다. 한국에서는 1899년 서울-인천을 오가는 모걸형 탱크기관차가 최초의 상업용 기차로 등장한다.대구는 1904년 대구역사가 세워지며 본격적인 기차운행이 시작된다. 1945년 9월 29일 대구 역 구내에서 열차끼리 충돌하는 대 참사가 일어났다. 73명이 죽고 120여명이 부상을 입는다. 나라가 못 살 때는 철도 주변은 담이 없었다. 철로를 건너다 죽고, 놀다가 치어죽고, 여름밤 바람 쐬러 나왔다가도 비명횡사했다. 가끔은 스스로 뛰어 들어 죽기도 했다.증기기관차의 기적소리는 늘 애조를 띤다. 야간열차가 토하는 경적소리는 슬프다. 특히 비오는 밤에 들리는 그 소리는 무서웠다. 철로 주변에서 황천 행한 객귀(客鬼)들의 울음소리 같았기 때문이다.세월이 흐르자 철로 연변에는 담장이 둘러지고 소음벽도 세웠다. 1967년에는 증기기관차 운행도 중단했다. 열차 머리에 '미카', '파시'라고 써 다니던 열차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망자의 목쇤 울음 같던 기적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또 하나의 대구소리가 없어졌다.

2019-04-09 11:45:01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무명배우의 현실

며칠 전 연극을 하는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새벽 4시가 넘은 시간 적막을 깨고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는 마음을 덜컥 내려앉게 하였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곧이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선배 너무 힘들어요. 배우로 활동하는 건 진짜 힘든 것 같아요…" 그는 오열하며 자신이 맞닥뜨린 현실을 토로하였다. 나는 뭐라 말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그러한 밤을 숱하게 보냈기 때문이다.그가 그렇게 토로하는 음성과 단어의 파동은 곧 나의 현실이었다.연기자로 산다는 것은 매번 남에게 선택 받아야하는 비정규직 삶의 연속이다. 물론 스스로 좋아서 시작했지만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선택을 일상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고통스럽다. 치열한 오디션의 경쟁, 오디션을 넘으면 작품 안에서의 갈등, 작품이 관객과 만날 때 그들을 만족시켜야한다는 심리적 부담감 그리고 막이 내리면 언제 또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이 쳇바퀴 돌 듯 반복적으로 맞이한다. 어디 그뿐일까. 오디션과 작품을 대기하기 위해 생계수단 마저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현실은 부가적으로 뒤따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선(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체로 관객에게 유희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을 묘사하거나 풍자하여 일상에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삶의 단면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아름답고 가치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것이 예술가가 관객에게 건네는 조그마한 위로와 위안이라 생각한다.선(善)의 길이 고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과 거짓이 없는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삶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자세와 마음이 관객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철학자 몽테뉴도 선(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한 바 있다. "선(善)은 확실하고 한정된 것이며 악(惡)은 무한(無限)하고 불확실한 것이다. 천 갈래의 길은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한 개의 길은 목표에 이른다."고 자신의 저서 '수상록'에서 언급한다. 결국 나를 포함한 많은 무명배우들은 지금도 고독한 길을 걷고 있지만 선의 가치를 믿고 묵묵히 나아간다면 언젠가 관객의 큰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될 것이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4-09 11:15:50

고성 산불 현장에서 줄에 묶인 채 화상 입은 개. 연합뉴스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산불 나서 대피할 때 우리 개는 어떡하지?

4월 강풍을 동반한 산불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강원도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 등의 재난 발생 시 위험에 처한 반려동물을 위한 재난 대처 요령을 소개한다.1. 묶이거나 갇혀있는 개는 이동시키거나 풀어주어야 한다. 최소한 자의적으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배려한다.2. 동물이 안전한 장소로 이송되었더라도 만일의 고립 사태를 고려하여 2, 3일 정도 먹을 수 있는 물과 사료를 제공한다. 3. 연기를 흡인한 동물은 폐 손상이 심각하다. 시원한 물을 급여하면서 빨리 동물병원으로 이송한다. 집중 산소 공급과 혈관 수액 치료가 필요하다.4. 화상 입은 동물은 통증이 심하며 서서히 화상 부위가 괴사한다. 구조자가 갑작스럽게 물림 사고를 당할 수 있으므로 담요를 이용하여 동물을 안거나, 케이지나 종이 박스를 이용하여 동물병원으로 이송한다. 산소공급과 혈관수액치료, 집중 화상 치료가 필요하다.5. 장시간 고온에 노출되면 저온 화상이 발생한다. 화상 흔적이 없더라도 특정 부위를 자주 핥거나 긁는다면 주의 깊게 관찰하고 피부 발적이 발견된다면 수의사에게 검진을 받길 바란다.6. 뜨거운 열기가 각막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눈을 비비고 눈꼽이 자주 낀다면 수의사의 검진을 받아야 한다.7. 재해 지역 수의사회와 동물 구호단체를 통해 구난과 동물 의료지원 정보를 확인한다.대부분의 국가는 재난 구조 시 어린이, 노약자, 여성 순으로 사람을 구조하며 여력이 된다면 반려동물 또는 야생동물의 구조도 병행한다.소방관이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 속에서 동물을 구조하는 모습이 보도되면 시민들은 감동하고 그 소방관을 존경한다. 작은 생명이라도 구하려는 소방관은 인명 구조에도 더 헌신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 소방관이 동물을 구조한다면 국민들은 그 소방관을 존경할까? 오히려 동물을 위한 희생을 개인적 집착으로 폄하하거나 축산 동물과의 형평성에 위배된다며 비난받는 상황이 생길까 염려스럽다. 우리나라의 국가 재난 안전포털(https://safekorea.go.kr)에는 재난 시 동물을 구조하라는 지침이 없다. 정부는 2018년 4월부터는 119 구조 업무에서 동물 구조를 제외했다.국가가 인도주의적인 동물 구조 활동조차 공무상 해서는 안 되는 업무로 명시한 것이다.재난 상황에서 위급한 동물을 책임지는 일은 개인의 몫이지만, 개인이 돌보지 못하거나 방치한 동물의 구조를 공무상 지원하지 못하게 한 정부의 정책은 매우 심각하다.미국은 2006년 '반려동물 대피와 운송기준법'을 통해 재난 대응 계획에 반드시 동물을 포함하고 있으며, 일본은 2011년 대지진 이후 환경성의 '반려동물 재해대책'을 통해 재난 대피소 내 동물 동반을 허용하고 있다.반려인 1000만 시대,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위험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려는 인간 본연의 미덕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4-09 10:09:05

이상철 대구시 문화콘텐츠과 주무관

[기고]미래 뮤지컬 스타들의 도시, 대구

과거에는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기획사 대표의 눈에 띄어, 혹은 친구 오디션에 따라갔다가 데뷔를 했다는 예기를 종종 듣곤 했다.그러나 이제 한국에서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멤버들과 합숙은 기본이고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각종 레슨부터 영어 등 어학 공부까지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또, 트레이닝이라는 이름으로 몇 년씩, 심지어 10년 이상 연습생 시절을 겪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스타가 되는 것이 정말 어려운 길이 되어버렸다. 한때는 이런 길을 걷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타가 될 수 있는 길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MBC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 등을 들 수 있다. 대학의 활기찬 분위기 조성과 창작가요 발굴을 위해 시작한 대학가요제는 신해철, 배철수, 노사연, 전람회(김동률) 등 많은 스타들을 배출하였다. 또 강변가요제는 이선희, 장윤정, 박미경 등을 배출하며 신인 가수들의 등용문으로서 역할을 하였다. 특히 현재 뮤지컬 배우로서 큰 활약 중인 박은태도 2001년 강변가요제 출신인데 그가 모 방송에서 한 인터뷰를 소개할까 한다."정말 노래하고 싶은데 자리가 없어서 뮤지컬 오디션을 봤다. 운 좋게 붙어서 앙상블부터 시작했다."박은태가 뮤지컬 오디션을 본 시대보다 지금의 한국 뮤지컬 시장은 눈부시게 발전하였고 뮤지컬 전공학과도 많이 생겼다. 또 종합예술인 뮤지컬의 특성상 연기, 노래, 춤 등 인접 예술 분야와의 협업 및 동반 성장도 어느 정도는 이뤄냈다. 그러나 현재 뮤지컬에 대한 관객들의 눈높이는 매우 높아졌고, 뮤지컬 시장은 좀 더 뮤지컬에 특화된 전문 배우들을 원하고 있다.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연기, 노래, 춤은 기본이고 직접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감정을 전달해야 하고, 춤을 추는 격렬한 움직임과 함께 안정적인 발성과 호흡으로 완벽하게 노래를 소화해야만 한다. 전국에 많은 뮤지컬 배우 지망생과 전공 학생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우리나라 뮤지컬계의 희망이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뮤지컬을 좋아하고 배우가 되고자 하는 이유가 뭘까?스타가 되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싶은 이도 있을 것이고, 가슴속에 뜨거운 열정을 무대에서 쏟아내고 싶은 이도 있을 것이다.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춤도 잘 춰야 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만능 엔터테이너인 뮤지컬 배우라는 어려운 길을 가는 자들에게 대구시는 DIMF 뮤지컬 스타 경연대회라는 이름으로 기회를 주고 있다. 올해는 특히 중국 상해 현지에서 글로벌 오디션을 개최하여 명실상부한 아시아 뮤지컬 스타 경연대회로 우뚝 서려고 한다.아시아 유일의 뮤지컬 축제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과 뮤지컬 스타 경연대회 개최로 뮤지컬 도시 대구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모든 아시아인들의 '꿈의 도시'가 되고 있다. 또한 꿈을 향해 노력하는 자들을 위한 '희망'의 도시가 될 것이다. '뮤지컬 스타'란 결코 경연대회의 1등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뮤지컬을 사랑하고 뮤지컬 배우의 꿈을 위해 피땀 어린 눈물과 노력으로 도전하는 자들이야말로 '진정한 뮤지컬 스타'라고 생각한다.뮤지컬 도시 대구는 당신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는 당신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도전하시라.

2019-04-09 02:30:00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신병주교수의 역사와의 대화] 태종과 영조의 청계천

도심을 흐르는 하천에는 봄이 먼저 온다. 시원한 물소리와 하천 주변의 녹음, 그리고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들이 봄소식을 알린다. 대부분의 도시는 큰 하천을 끼고 있다. 최근 들어 도심을 흐르는 하천 주변에는 산책로와 체육공원 등이 조성돼 여유도 안겨다 준다.전통시대 도시를 흐르는 하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물류 교통과 하수 배출이었다. 1394년 10월 한양이 조선의 수도로 결정된 것도 낙산, 인왕산, 남산, 북악산 등 네 곳의 산이 동서남북으로 감싸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한강을 끼고 있어서 사방의 물산이 통하는 도시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점 속에도 약점은 있었다. 산에서 내린 물이 지대가 낮은 도심으로 흐르면서 물길이 남산에 막혔고 바로 한강으로 빠지지 못했다. 특히 홍수가 심할 때는 도성 안 전체가 물에 잠기는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었다.주민들 의견 구한 후 공사 진행이를 간파한 태종은 도심을 관통하는 개천(開川)의 준설 사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인식하고 청계천 공사에 착수했다. 태종 시대의 청계천 공사는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1412년에는 공사 주관 본부인 개천도감(開川都監)을 설치해 보다 체계적으로 공사를 진행했고 삼남 지방의 역군(役軍)까지 동원하여 1개월여 만에 공사를 끝냈다.주요 다리는 돌로 만들었다. 그해 2월 15일 실록을 보면 '하천을 파는 공사가 끝났다. 장의동부터 종묘동까지 문소전과 창덕궁의 문 앞을 모두 돌로 쌓고, 종묘동 어귀로부터 수구문(水口門)까지는 나무로 방축을 만들고, 대소 광통교와 혜정교 및 정선방(貞善坊) 동구(洞口)와 신화방(神化坊) 등의 다리를 만드는 데는 모두 돌을 썼다'고 했다.태종의 뒤를 이어 청계천 준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왕은 영조였다. 영조가 준천에 관심을 보인 데는 사회적인 변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상업의 발달에 따라 농촌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면서 이들이 버린 오물이나 하수로 청계천은 점차 하수 배출의 기능을 잃어 갔다. 인구의 증가로 성 안의 벌채가 심해지면서 토사가 청계천을 메워 홍수 피해의 우려는 한층 심각해졌다.영조는 준천 공사를 통해 홍수 피해를 방지하는 한편 도시화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자 했다. 영조는 공사의 시작 과정에서부터, 신하들은 물론이고 재야의 선비와 백성들까지 만나 의견을 구했다. 1752년에는 광통교에 행차하여 주민들에게 준천에 대한 의견을 직접 물었고 1758년 5월에는 준천의 찬반 여부를 물은 후 구체적인 방안들을 계획해 나갔다.본격적인 준천은 1760년 2월 18일 시작되어 4월 15일에 종료되었다. 57일간의 공사 기간 동안 21만5천여 명의 백성이 동원되었다. 도성의 방민(坊民)을 비롯하여 각 시전의 상인 등이 포함됐다. 지방의 자원군(自願軍), 승군(僧軍), 모군(募軍) 등 다양한 계층의 백성들도 참여했다.실업 상태의 백성 6만3천여 명은 품삯을 받기도 했다. 대략 공사 기간 동안 3만5천 냥의 돈과 쌀 2천300여 석의 물자가 소요되었다. 영조는 청계천 공사 완료 후 수표교(水標橋) 표석에 '경진지평'(庚辰地平) 네 글자를 새겨 개천 준설의 표준을 삼도록 했다. 1760년에 공사가 완성되었음을 표시함과 함께 한 글자라도 흙에 파묻히면 후대의 왕들이 준천을 실시할 것을 당부한 것이었다.민심 보듬는 4대강 물길 사업을봄이 무르익고 있다. 왕과 백성이 소통하며 대규모의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청계천 공사의 기억을 떠올리며 4대강 물길 사업도 태종과 영조 등 역대 왕들이 펼친 치수 사업처럼 국민을 위하고 민심을 보듬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심 속 휴식 공간인 강과 하천으로 봄나들이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

2019-04-08 18:30:00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심리치료사

[이은주의 잉여현실] 공감의 법칙1

한 왕자가 자신을 수탉이라고 하며 입으로 음식을 먹고, 닭장에 들어가 잠을 자고, 횃대 위에 올라가 꼬끼오 하면서 울었다.왕은 왕자의 병을 고쳐줄 수많은 의사를 찾았지만 아무도 고치지 못했다. 그러다 현자 라즈니쉬를 모셔왔다. 라즈니쉬는 왕자와 똑같이 입으로 음식을 먹고, 닭장에 들어가 잠을 자고, 횃대 위에 올라가 울었다. 3일이 지나자 왕자는 수탉 흉내 내기에 싫증이 났고 사람으로 돌아왔다.수탉이 된 왕자의 이야기는 공감에 대한 한 가지 길을 알려준다. 만약 라즈니쉬가 왕자에게 "당신은 수탉이 아니라 사람이오!" 했더라면 왕자는 마음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수탉인 왕자를 인정하고 수용했기 때문에 함께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렇게 누군가를 공감한다는 것은 손을 내밀어 상대를 이곳으로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있는 그곳으로 가서 함께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고통과 열망, 슬픔과 기쁨으로 들어가 손을 잡고 함께 날아오르는 것이다.공동체사회가 해체된 현대사회에서 '공감'은 중요한 화두다. 공감은 마음과 몸의 감각들을 함께 느끼고 알아차리는 것을 말한다.공감할 수 있어야 관계를 잘 맺을 수 있고, 사랑도 우정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공감을 잘 하기는 쉽지 않다. 공감에도 길이 있기 때문이다. 고통당하는 이를 공감한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고 그 고통의 결들 사이에 함께 있는 것이다.누군가 울고 있을 때, 위로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면, 그럴 때는 그저 가만히 그 곁에 앉아 있어라.괜찮다면 등에 손을 얹고 도닥이거나, 함께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읽어주라. 눈물을 닦아주며 희망을 속삭이는 것은 그다음 차례다.

2019-04-08 18:30:00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시사로 읽는 한자] 교왕과정(矯枉過正)작은 흠을 고치려다 일을 그르친다.

굽은 것을 바로잡으려(矯枉)다가 오히려 반대로 굽게 되었다(過正)는 의미로, 잘못이나 흠을 고치려다 그것이 지나쳐 일을 그르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 말은 남조(南朝) 범엽(范曄)의 "후한서"(後漢書) '중장통전'(仲長統傳)에서 처음 쓰였다. 후한 말기 학자 중장통은 "정치가 잘 이루어지려면 사람들은 부정한 기풍과 혼란이 바로 고쳐지기를 바라지만 구부러진 것을 바로잡을 때 지나쳐 다시 올바른 정도를 넘기도 한다"(復入于矯枉過正之檢)고 했다. 한 경제(景帝)는 제후의 세력이 날로 커져서 중앙집권이 약화되는 국면이 올까 두려워 조착(晁錯)의 건의를 받아들여 빌미를 만들어 제후의 영지를 삭감했다. 이러한 삭번(削藩: 제후국의 세력을 약화)책은 오히려 유비(劉濞) 등 제후들의 강렬한 반대를 불러와 결국 일곱 제후국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를 가리켜 '칠국지란'(七國之亂)이라 했다.이와 비슷한 말로 소뿔을 곧게 하려다가 소를 죽인다고 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있다. 곽박(郭璞: 중국 풍수학의 시조)이 지은 현중기(玄中記)에 기록이 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도성(都城)의 종루(鐘樓)에 설치할 새 종을 만들면 먼저 하늘에 제사를 올렸는데, 이때 소(牛) 피를 종의 겉면에 바르는 풍습이 있었다. 종제(鐘祭)에 제물로 바쳐지는 소는 잘생기고 털빛도 좋으며 특히 양 뿔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어야 했다. 이런 소는 찾기 쉽지 않은 만큼 귀했다. 한 사람이 종제에 사용할 소를 얻기 위해 휘어져 있는 소뿔을 잘라서 고르게 하려다가 결국 소를 죽이고 말았다.일전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박지원 국회의원은 '교각살우'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보호하려다 헌재소장을 낙마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 협치(協治: 정치를 함에 여당과 야당이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여 중요 현안들을 처리하는 것을 말함)의 모습을 촉구한 것이다.

2019-04-08 18:30:00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인수일 교수의 과학산책] 유일한 용사(Only the Brave)

미국 서남부 지역에서는 산불이 자주 일어난다. 미국에서 산불에 맞서는 최정예 엘리트 소방관들을 '핫샷'(Hotshots)이라고 한다. 이들은 산불이 발생하면 초기에 투입되어 바람의 방향을 살핀 뒤에 불이 난 곳과 반대 방향으로 가서 맞불을 놓아 진화한다. 2013년 6월 애리조나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축구장 1천100여 개 크기의 땅을 화마가 휩쓸었다. 초기 진화 작업에 나선 '그래닛 마운틴 핫샷'(Granite Mountain Hotshots) 대원들은 산불 진화를 위해 사투를 벌이다 19명의 소방대원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들의 영웅적인 이야기는 '유일한 용사'(Only the Brave)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었고 이들이 산불 속에서 함께 죽음을 맞이한 장소는 그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공원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소방 장비가 좀 더 개선되었더라면 인명피해를 줄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며칠 전 강원도에서 발생한 큰 산불은 축구장 740개에 달하는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고 해당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우리나라는 봄이면 강풍이 불고 건조해서 대형 산불이 나기 쉽다. 발화의 가장 큰 원인은 건조한 날씨다. 건조하면 나무, 종이뿐만 아니라 쌓인 먼지도 땔감이 된다. 산소와 발화점 이상의 온도 그리고 땔감이 있으면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사용되는 모든 진화 작업은 불의 온도를 낮추고 산소와 땔감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물을 뿌리면 불의 온도가 급감하고 물은 수증기가 되면서 산소와 땔감의 접촉을 막아준다.최근에는 물보다 소화 능력이 좋은 인산암모늄 수용액과 계면활성제 혼합약재의 사용량이 늘고 있다. 여기 사용된 계면활성제는 거품을 만들어 물보다 빨리 온도를 낮추고 수증기보다 효과적으로 산소와 땔감의 접촉을 차단할 수 있다. 유류 화재의 경우에는 기름이 물 위에 떠서 화재를 더 확산시키기 때문에 온도를 낮추는 방법은 지양하고 담요를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소화약재의 주성분인 인산나트륨은 열을 받으면 기체가 되어 불을 둘러싸면서 산소를 차단하는 것으로 담요와 같은 효과가 있다. 인산나트륨은 물보다 1.5배 빠른 진화 속도를 낸다.최근 과학계에서는 대형 산불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연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용소방대원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필자도 예전부터 관련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예를 들면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소방 로봇'과 '인명구조 로봇'의 개발이다. 드론, 인공지능(AI), 기상위성 등을 활용한 산불 방어선의 효과적인 구축과 확산 예상 경로의 시뮬레이션 등도 개발되어야 한다. 고립된 소방관의 위치 추적 시스템이나 자욱한 연기 속에서 시야를 확보하는 장비의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소방 업무가 국가적 재난 대응 영역으로 확대됨에 따른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지역과의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형 산불과 같은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방직인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오늘도 목숨 걸고 우리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9-04-08 17:30:00

이성환 게명대 일본학과 교수

[세계의창] 연호(年號)에 집착하는 일본

1980년대는 일본의 시대였다. 하버드대 교수 에즈라 보겔(Ezra F. Vogel)의 '세계 최고의 일본: 미국을 위한 교훈'(Japan as Number One: Lessons for America, 1979)과, 소니 회장 모리타 아키오와 우익정치가 이시하라 신타로가 함께 쓴 '노(no)라고 할 수 있는 일본'(1989)이라는 두 권의 책이 이를 상징한다(한국에 모두 번역 출간됨). 시차는 있지만 두 권은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전자는 부제가 말하듯이, 추락하는 미국경제는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며, 후자는 미국의 무역흑자 해소 압력에 대해 할 말은 하자는 것이다. 이 일본 예찬론을 배경으로 일본 배우기 열풍이 일었으며, 팍스 니포니카(pax-nipponica, pax-japonica)의 도래를 예견하는 시나리오도 등장했다. 지금의 중국몽(中國夢, pax-sinica)과 미중 무역전쟁과 닮은 구석이 있다.일본 예찬론은 일본 이질론(특수론)과 다름이 없었다. 일본의 성장은 일본만의 이질적이고 특수한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논의다. 자민당 장기집권, 일본적 경영, 천황제, 일본 문화론 등이다. 일본은 일당 장기집권과 균등한 소득분배, 저항하지 않는 국민을 가진 세계 유일의 성공한 '공산국가'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에 대해 일본 연구자들은 일본 보편론을 주장하며, 경제대국이지만 세계에 통용되지 않는 국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자 했다. 일본 이질론은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일본을 '국화와 칼'(1946)이라는 정반대의 이중 상징으로 논했듯이, 일본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나라(enigma of japan)라고 설명한다. 나아가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1996)에서 세계 문명을 지역별로 8개로 분류하면서 유독 일본만은 하나의 특수문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이질론은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에 걸쳐 일본과 미국 사이에 '구조장벽협의'(Structural Impediments Initiative)의 갈등을 낳았다. 무역 장벽이 되고 있는 일본의 이질적인 사회 경제구조를 보편적 기준으로 바꿔 무역 흑자를 개선하라는 미국의 압력이었다. 그 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의 장기불황을 맞는다.일본과 가장 가까운 한국인들도 '가깝고도 먼' '알 수 없는 일본' 등으로 표현한다. 외국인에게 일본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천황제이다. 천황제의 특수성은 어느 나라에도 통용되지 않는 연호 사용에서 잘 드러난다. 세계적으로 보면 이슬람력, 북한의 주체력, 대만의 민국력 등이 있긴 하나 일본처럼 군주 교체 때마다 새 연호를 사용하는 나라는 없다. 일본의 연호 사용은 오랜 관습이나, 현재의 연호 사용의 법적근거는 일본의 우경화와 함께 제정된 1979년의 원호법이다. 이 법은 천황 계승 때 정령(政令: 대통령령에 해당)으로 새 연호를 정한다고 되어있으며, 사용을 강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문서의 서식에는 연호만 있고 서력을 쓰는 공간이 없어 실제로는 연호 사용을 강제한다. 기독교 단체에서는 이를 국가가 천황의 지지를 강요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4월 1일 일본 정부는 '레이와'(令和)라는 새 연호를 발표했다. 지금의 천황이 퇴위하고 5월 1일부터 새 천황의 즉위와 함께 사용한다. 레이와는 겨울 추위를 견딘 매화처럼 내일을 향한 희망을 꽃피우는 나라이기를 소망한다는 뜻이란다. 평화를 명령한다는 뜻으로도 해석한다.지금까지 연호는 중국의 동양 고전에서 따왔으나, 이번에는 아베 신조 총리의 의지를 담아 처음으로 고대 일본의 시가집인 만엽집(萬葉集)에서 발췌했다. 동양의 보편성이 아니라 일본의 이질성을 강조하는 것일까. 아베와 일본의 국수주의가 아니기를 바란다.계명대 일본학과 교수/국경연구소장

2019-04-08 11:55:19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아름다운 순간, 화양연화

괜히 좋은 단어가 있다. 화양연화.꽃 '화'자가 들어가서일까? 우리 엄마 이름과 비슷한 음절이어서인가?처음 이 단어를 알게 된 것은 방탄소년단의 연작 앨범명에서였다. 그 뜻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의미했다. 또한 왕가위 감독이 19년 전에 제작한 영화 제목이기도 했다.요즘처럼 만개한 벚꽃들을 볼 때면 이 화양연화라는 한자어가 더욱 와닿는다. 그대여 그대여~빠밤빠 빠밤 벚꽃엔딩의 전주가 한 차례 내 맘을 흔들고 자꾸만 늘어지고 있는 턱살들이 또 나를 울린다. 인간의 젊음은 한번 피고 나면 끝인데 꽃들은 해마다 다시 펴서 사랑을 받는다. 물론 화무십일홍이라고 열흘 가는 꽃이 없긴 하다. 꽃의 생의 주기가 인간에 비해 무지 짧고 요즘엔 미세먼지로 분칠까지 해야 하지만 매년 피어나는 꽃은 경이롭다. 흰머리를 숨기려고 염색이라는 몹쓸 짓을 자행하면서 나일론 빗자루가 되어 버린 내 머릿결. 나의 재생력에 비해 여리여리한 꽃잎들의 결은 여전히 보드랍고 아름답다.많은 독자들이 보는 지면을 고작 나의 넋두리로 채우면 안되겠다는 강박관념이 생긴다. 나이는 숫자일 뿐 위로하며 나의 화양연화는 언제였나 소환해 본다. 저마다 가슴 속에서 정의하는 화양연화의 순간이 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절절히 사랑했던 순간이라고 말했고 방탄소년단은 청춘의 시절로 표현했다. 어쩌면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꽃같은 이팔 청춘들은 현재의 아름다운 시절을 알지 못하고 아파하고만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일흔다섯 우리 엄마의 화양연화가 궁금해졌다. "엄마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였어?" 여쭈니 "니들이 학교 들어가고 잘 되는 거 볼 때"라고 했다. 나를 낳았을 때라고 하지는 않을까 김칫국 마시며 조금은 기대한 대답이었지만 막상 들으니 먹먹했다.봄은 짧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도 봄만큼이나 휘익 지나갈지도 모른다. 짧아서 귀한, 인생에서 가장 빛난 순간을 정의하는 데는 스스로가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일에 가치를 두었는지가 힌트가 된다.꽃처럼 아름다운 시절, 화양연화의 기억이 작금의 현실과 비교해 우리를 비관하게 하거나 슬프게 하지 않았으면 싶다. 누구에게나 기쁨과 고통은 믹스 커피처럼 뒤섞여 있기 마련이다. 제 때를 찾아오는 이 계절처럼, 스스로를 반추하면서 좀 더 행복한, 좀 더 나은 우리가 되어 가면 참 좋겠다. 현재 아름다운 순간을 보내고 있거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기억을 가진 이들은 내일의 삶에 큰 용기가 될 것이다. 설령 아직 화양연화가 없었다고 말하는 자들은 힘을 내길. 지금 이 순간 당신의 화양연화가 예고없이 와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4-08 11:12:09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 창조경제와 혁신성장

'아무도 모르는 3가지'가 있었다. 2013년 3월경부터 시중에 돌던 우스갯소리로 안철수의 새 정치, 김정은의 생각, 박근혜의 창조경제를 이르는 말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창조경제는 시대의 화두였다.그때 막 출범했던 정부는 이것으로 경제를 살리고 나라도 발전시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막상 그래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가 잘 보이지 않아 그걸 빗댄 유머까지 등장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잘될 거라 믿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라는 데 반대할 이유도 없었을뿐더러 창조경제는 이미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대세로 떠올라 있었다.정부의 손길이 미치는 곳마다 창조경제의 복음이 전파되었고 언론도 덩달아 창조경제만이 '우리의 나아갈 길'이며 그 끝에는 선진국 반열에 우뚝 선 대한민국과 행복한 우리가 있을 거라 전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신을 부정하면 안 되는 것처럼 창조경제가 뭔지 잘 안 보인다고 해서 그 권능까지 의심해선 안 될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지난 정부가 처음 창조경제를 들고나왔을 때부터 의문은 들었다. 이미 알려진 '문화산업', 같은 의미로 쓰이는 영국의 '창조산업'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전전(前前) 정부의 '창의한국', 즉 '창의산업'과는 또 무엇이 다른지 의아했다. 다만 취임 직후 있은 3·1절 기념사에서 당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 개개인의 행복이 국력의 토대가 되도록 만들 것입니다"라고 하니 그저 좋은 마음으로 지켜볼 뿐이었다.하지만 갈수록 배가 산으로 갔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만들어지는 광역단체의 장들은 '대통령 먼저 모시기'와 '대통령 눈에 들기'에 온 힘을 다했다. 모든 빛은 대통령을 향했고 거기서 창조경제를 짊어지고 갈 청년과 기업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창조적이지 않기로 제일가는 대기업들을 순서대로 불러 하나씩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맡겼다. 삼성이 끌어주니, SK그룹이 밀어주니 여기 있는 청년과 기업들이 얼마나 잘되겠냐며 박수 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그게 다가 아니었다. 대통령은 수시로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될 것을 강조했고 정치권을 향해서는 한마음 한뜻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창조경제도 성공하고 나라의 미래도 있을 것이라 했다. 창조경제를 가장 반(反)창조적인 말로 독려한 셈이다. 압권은 2016년 어린이날, 청와대에서 있은 질문과 대답이었다. "발명가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 어린이에게 대통령은 전국 17곳에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 거기에 가면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고 수출까지 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창조경제는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그게 뭔지 모른 채 껍데기만 남기고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졌다.지난달 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 벤처 붐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이제 와서 벤처 붐이라니?' 할 거면 진즉 했어야 했다. 내용도 규제완화, 금융지원의 또 다른 버전인 데다 6개에서 20개까지 늘리겠다는 '유니콘 기업'은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그야말로 미국식 기준일 뿐이다.출범 당시 현 정부는 새로운 경제 전략으로 혁신성장과 4차 산업혁명을 내세웠다. 하지만 처음 1년은 비트코인 논쟁에 끌려 다녔고 그 후로는 기억나는 게 없다. 내놓겠다던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모델은 소식이 없고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존재감이 없다.지금까지 '클라우스 슈밥'의 명성을 드높이고 기업들의 제안서 내용을 '창조경제 구현'에서 '4차 산업혁명 선도'로 바꿔 놓은 것 말고 또 무슨 성과를 냈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을 목 놓아 부르짖는 나라도 우리밖에 없다. 구글의 검색 횟수 기준으로 보면 2위인 미국의 100배에 달한다.혁신성장을 하려거든 말이 아니라 일을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소리도 이제 그만해야 한다. 이대로면 문재인의 혁신성장 또한 아무도 모르는 한 가지가 될 판이다. 그렇게 되면 그 부담은 다시 국민이 지게 된다.

2019-04-08 02:30:00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위도일손(爲道日損)

노자의 도덕경 48장에 이런 말이 나온다.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 取天下常以無事, 及其有事, 不足以取天下'(위학일익, 위도일손. 손지우손, 이지어무위, 무위이무불위. 취천하상이무사, 급기유사, 부족이취천하). 원문에 충실해서 번역하면 이렇다 한다. '배움이라 함은 나날이 더하는 것이고 도라 함은 날마다 던다는 것이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게 된다. 무위란 하지 못하는 것(불위)이 없다. 천하를 얻으려 한다면 아무 일도 없어야 한다. 일이 있으면 그것 때문에 천하를 얻을 수 없다.' 노자의 무위란 개념은 도에 이르는 방법이긴 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개념이다. 그래서 문장 전체의 뜻은 접어두고 맨 앞의 두 문장, 爲學日益, 爲道日損에만 국한해서 살펴보고 이 두 문장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자 한다.우리는 삶의 경쟁 속에서 어린 시절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줄곧 '爲學日益'의 세상에서 힘들게 살아왔다. 국어, 영어, 수학뿐만 아니라 역사, 경제, 과학, 컴퓨터 등 지식과 정보로 머리가 꽉 찰 정도로 지식인이 되어야했다. 그래서 성공은 할 수 있을지언정 마음의 평화가 있었을까? 영혼은 지식의 수레바퀴 밑에 깔려 날마다 신음하지 않았을까? 나도 그렇게 살아왔으므로 나의 이 질문이 우문일 수도 있고 자가당착일 수도 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드니 저절로 지식보다는 마음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말 중에 하나가 '爲道日損'이 아닐까 한다.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젊은 날에는 실천이 쉽지 않았던 말이지만 나이가 들면 몸도 마음도 괴롭게 되어 실천해야할 덕목으로 자리 잡게 되는 말이 '爲道日損'일 것이다.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을 하루에 하나씩만 덜어내자. 집안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하루에 하나씩만 버리면 금세 집안이 말쑥해지듯 머릿속의 잡다한 지식이나 상념 쪼가리를 하루에 하나씩만 내던져 버리자. 불가의 8가지 고통인 팔고에는 '오음성고(혹은 오온성고)'가 들어있다. 내 존재(몸과 마음)를 구성하는 지표인 오온(色⋅受⋅想⋅行⋅識) 즉, 몸의 감각, 느낌, 생각, 의욕, 인식이 너무 발달하면 오히려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아마도 성철스님이 '나돌아 다니지 말고 책 읽는 일을 삼가라'고 일갈했다고 본다. 세상을 너무 알려고 하고 그것도 머리로 살피면 결코 평화를 얻지 못한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머리를 비우고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좀 더 편해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머리로 하는 배움(學)은 더하는 것이지만 마음으로 구하는 도(道)는 더는 것이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4-08 02:30:00

서하 시인

[기고] 새 시대를 여는 대구시청사 이전

꽃샘추위에도 지금의 대구는 뜨겁다. 대구시가 올해 안으로 신청사 건립 부지를 확정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구군 간 유치 경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대프리카로 유별한 대구의 2019년 여름은 시청사 유치 열기로 더욱 뜨거워질 것 같다. 자랑스러운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나친 경쟁에 따른 갈등과 분열의 후유증 걱정이 앞선다.하지만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듯이 시청사 이전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고 시민의 뜻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여 대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대구시는 3월, 신청사추진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위해 시의회 동의를 거쳐 4월 5일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 구성·운영, 신청사 후보지 신청 및 선정 기준 등 시청사 이전 전반에 걸쳐 의결권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공론화위원회 구성 과정을 시민들이 충분히 공유할 수 없었던 아쉬움은 있었으나, 지금부터라도 미래 후손들을 위한 사명감으로 임무를 다해주길 바란다. 시청사 건립에는 시민들의 혈세인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대구의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서 저비용고효율을 이끌어 내는 부지로 선정했으면 좋겠다. 또한 새 시대 새 정신에 맞추어 시청사를 사무적 공간이 아닌 시민과의 친숙한 소통 공간으로 건립하여 덴마크 코펜하겐 시청처럼 많은 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이 찾아왔으면 좋겠다.요즘 서민들의 최고 교통수단은 도시철도이다. 앞으로 미세먼지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을 감안해서 도시철도 이용을 늘리고 싶다. 이런 측면에서 시청사 이전지를 도시철도 이용이 편리한 곳으로 선정한다면 시민들의 만족도는 한껏 높아질 것이다. 시청사 때문에 새로운 도시철도 노선을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생각한다.지금 우리는 4차 산업 발달로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동안 대구는 많은 성장을 했고 대구의 중심도 바뀌고 있다. 시청사 이전 관련 전문가 집단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 인구 이동에 따른 대구의 중심이 어디가 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렇게 다양한 부분을 전문가 집단은 물론 대구시민 모두가 고민하여 누가 보아도 공감할 수 있는 최적의 시청사 이전지를 선정했으면 좋겠다.경쟁이란 '함께 추구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경쟁의 논리가 인류 발전을 위해 크게 기여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대구시 신청사 입지 경쟁은 자칫 대구를 분열시킬 수 있기에 공론화위원회는 물론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시민들이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사실에 근거한 자료를 널리 알려주어야 한다. 특히 영향력이 큰 정치인의 논리에 편승되거나 특정집단의 의견을 반영하여 시민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시청사 주인은 시민이기에, 시민의 시각에서 출발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시청사 이전지는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결정이 되어야 한다. 누구나 편리하게 찾을 수 있고 찾아와서 힐링하고 팍팍한 살림살이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곳이라면 분명히 자자손손 자랑이 되는 최적지가 될 것이다.

2019-04-08 02:30:00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나만의 더늠을 찾자

지난 주말 거리거리마다 꽃은 만발하고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하늘은 파랗고 또 파랬다.따사로운 햇살에 봄은 부지런히 무르익고 푸르고 흰 봄이 주는 설레임을 만끽하기에 제격인 날이었다. SNS에는 꽃놀이로 바쁜 주말을 보내는 주변인들의 꽃 사진, 하늘을 담은 사진, 행복한 웃음이 담긴 사진으로 가득했다. 이따금 봄날을 시샘하는 찬 기운이 옷을 여미게 만들었지만 고개를 들기만 해도 슥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온 천지에 꽃비가 내리는 그야말로 완연한 봄이다.해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봄 가면 여름이 오는 사계절의 이치에 아, 벌써 때가 그렇게 되었나보다 하고 당연한 듯 지내오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볕과 비를 온몸으로 감내하고 싹과 꽃을 맺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가감 없이 그 절경을 뽐내는 봄과 그 계절이란 것이 마치 필자가 하고 있는 판소리의 더늠과 닮았기 때문이다.더늠은 판소리 명창이 독창적으로 소리와 사설 및 발림을 짜서 연행한 판소리의 한 대목으로서 그 명창의 장기로 인정되고, 또 다른 창자들에 의해 널리 연행되어 후대에 전승된 것을 말한다. 더늠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견해가 있는데 하나는 '더 넣다'에서 왔다는 견해로서, 판소리 전승에서 없던 것을 독창적으로 짜 넣었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겨루다'라는 뜻의 고어 '던다(더느다)의 명사형 '더늠'에서 왔다는 견해로서, 창자가 다른 창자와의 판소리 경쟁에서 자신 있게 내 놓는 대목으로 보는 것이다.어떤 특정한 대목이 더늠이 되기 위해서는 독창적이면서 예술적으로 뛰어나야 하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더늠 역시 무척이나 독창적이고 또 형언하기 힘들도록 완벽한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 봄의 더늠은 두꺼운 가지를 뚫고 올라오는 세상 무엇보다 강한 여린 초록색, 노란빛과 분홍빛으로 수놓는 찰나의 고움이 있다. 여름의 더늠은 타는 햇살로 대지를 데워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고, 푸르름으로 우거지는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과 쏟아지는 장마의 시원함이 있다. 가을의 더늠은 선선한 바람과 함께 붉게 붉게 타들어가다 하릴없이 떨어지지만 그 또한 가을만이 뽐낼 수 있는 운치이다. 겨울의 더늠은 시리도록 차갑지만 오히려 따듯한 정이 넘치지 아니한가.이렇듯 하물며 철마다 제 멋을 뽐내는 더늠이 있는데 우리에게도 분명 비교할 필요도, 같을 필요도 대단할 필요도 없는 나만의 색깔, 개성, 가치관, 정체성, 재주, 재능의 더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4-05 03:30:00

김문오 달성군수

[기고] '대구시 신청사 건립 최적지는 달성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대구의 길도 달성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로마의 길을 통해서 걷기 시작하면 결국 로마를 거쳐 세계로 나가듯 달성군을 걸어야 대구시, 나아가 대한민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 갈 수가 있는 것이다. 대구시 전체 면적 중 절반인 426㎢라는 방대한 땅이 달성군이다. 뿐만 아니라 테크노폴리스, 달성국가산업단지, 단지 내 물산업클러스터 조성 등 대구시의 역점사업장들이 대거 몰려 있다는 점에서도 대구의 길은 달성군을 비켜갈 수가 없다.달성군이 왜 대구시 신청사 건립의 최적지로서 당위성을 갖는지 논리적으로 언급하고자 한다.첫째, 대구시 신청사 이전은 단순한 이전이 아닌 '도읍의 이동'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지리적으로도 대구의 중심부인 달성군 화원에 위치해야 한다. 대구의 지리적 중심은 바로 화원읍 설화리 지하철 1호선 설화명곡역 출구 인접자리이다.둘째, 대구시 신청사는 8개 구‧군 250만명의 인구를 아우를 수 있는 지역이어야 한다. 대구의 4개 구‧군(달성군 25만, 달서구 59만, 서구 19만, 남구 15만) 118만명의 시민이 달성군 신청사 건립 후보지를 중심으로 인접해 거주하고 있다.셋째, 신청사는 편리한 교통인프라로 전국 어느 지역에서든 접근이 수월해야 한다. 달성군은 사통팔달 편리한 교통접근성이 최고의 장점이다. 지하철1호선 설화명곡역, 중부내륙고속도로, 광주대구고속도로, 국도5호선, 그리고 대구 외곽을 연결하는 순환도로, 테크노폴리스 진입로와 인접해 있어 접근성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또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예타면제 사업인 서구지역권과 국가산단, 테크노폴리스를 잇는 '대구산업선철도'가 개통되면 대구발전에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지역이다.넷째, 지난 1월 정부는 인근 대구교도소 후적지를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으로 선정하였고 화원읍사무소도 공공복합청사 리뉴얼사업 선도지구로 선정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달성군은 대구의 신 성장 허브도시로 대구 미래 발전을 이끌어 나갈 최적의 도시임을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가산단 사업 등이 마무리되면 대구지역 전체 경제의 70%를 차지하게 되어 대구를 먹여 살리는 미래요 희망인 셈이다.다섯째, 달성군 화원읍 일대는 신청사 이전부지로서도 최고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부지면적 20만㎡, 최대 35만㎡까지 확장이 가능한 지역이며, LH소유 부지, 개발제한구역 내 부지, 임야가 있어 도심 일반 대지에 비해 땅값이 크게 저렴하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다. 부지 마련을 위한 경제성 측면에서도 신청사 건립 최적지는 달성군이다.여섯째, 다른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화원지역은 천혜의 녹지공간을 활용하여 도시공원으로 연계 개발이 가능하다. 대구시민의 휴식공간으로서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시청사가 될 유일한 지역이라고 자부한다.엄청난 비용을 들여 기존 시설을 철거하기보다는 빈 땅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지 않은가?그러니 부지확보나 교통 인프라 구축, 신청사로 인한 주변 개발 등을 고려할 때 화원읍 설화리는 대구시 신청사 부지로서 최적지다. 앞으로 충분히 대구의 최중심지로 탈바꿈 할 수 있다. 특히 달성군의회에서도 달성군의 땅값지원에 대해 적극 검토를 약속하고 있어 부지매입 전망은 매우 밝다. 도시의 확장성 등 대구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내다볼 수 있다면 대구시 신청사 부지 주변에 공원과 산업·주거·문화시설을 복합적으로 조성, 관광과 연계한 개발도 고려가 필요하며, 그런 점에서 본다면 또한 화원지역이 최적일 것이다.지난 한 세기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온 달성군은 국가발전의 심장부로서 숨 가쁜 도약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의 달성은 해마다 문화와 관광,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며 대구를 먹여 살리는 대구의 중심도시로 우뚝 섰다. 앞으로 미래 100년을 내다보며 새로운 대구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달성군! 대구시 신청사 최적입지는 역사적으로 대구의 뿌리인 달성군이 그 답이다.지난 26일 대구시에 따르면 신청사 건립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대구시 신청사 건립 공론화위원회도 구성됐다. 신청사 입지 선정과 관련해서 어떠한 정치적 논리나 편견에 휘둘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공론화위원회는 대구시 미래 100년을 내다보며 신청사 건립 최적지가 결정될 수 있도록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그렇게 최선의 결과가 도출될 때 비로소 신청사 건립 유치에 뛰어든 지역에서도 기꺼이 공감하고, 다함께 축하해 줄 수 있을 것이다.

2019-04-05 02:30:00

[내가 읽은 책] 시계가 셈을 세면/최춘해 동시집/ 브로콜리숲 2017

진달래꽃 피었다. 진달래로 산이 홍조를 띠면 대지는 술렁인다. 새봄이 궁금하여 씨앗이 눈을 뜨고, 사방으로 꽃불 번진다. 나뭇잎들도 쏟아져 나와 재잘댄다. 모두가 처음이 아니지만 처음인 듯 새롭다. 진달래꽃 역시 어릴 적 고향 마을 앞산과 뒷산에 피던 진달래와 같은 모양과 빛깔이지만 분명 그때의 그 꽃은 아니다. 작년에도 보았던 바로 앞의 진달래도 오늘 처음 조우하는 새 꽃이다. 봄마다 설렘으로 다가오는 꽃처럼 최춘해 선생님의 첫 동시집 '시계가 셈을 세면'도 오래된 새 책이다.이 동시집은 1967년에 세상에 처음 나왔던 모습 그대로 2017년에 새로 나왔다. 최춘해 선생님께 동시를 배운 제자가 보은의 선물로 복고 판으로 펴낸 것이라 의미가 더 아름답다. 동시는 단순히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누구도 어린이였던 때가 없지 않았음을 상기하게 한다. 결국 어른들도 호기심과 꿈으로 순수했던 동심의 초석을 딛고 오늘을 산다. 동시는 우리 마음 속 순수를 건드리는 들숨이다.그래서일까 시집은 독자를 타임머신에 태워 친구들과 진달래꽃 따 먹던 시골 마을, 산과 들, 학교 운동장과 교실에서 마냥 신나게 뛰놀던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매끄럽지 못한 인쇄술, 오탈자, 한글맞춤법의 변화도 경험하게 한다. '새끼 한 가닥으로/ 기차를 만'들어 달리는 아이들이 보이고, '비가 오는데… 그네가 내 차지다'고 책보를 맨 채 그네를 타는 분이도 있다. '몽당연필', '뻐스' 등의 정다운 시어가 미소 짓게 한다.봄의 대지처럼 시가 살아 움직이며 미래를 꿈꾸던 순수하고 아름다운 때를 기억하게 한다. 섬세하고 다정하게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로 이끌며 나를 반성하게도 한다. '새싹이 눈을 감고/ 강아지처럼 젖줄을' 빠는 '이른 봄'. '쪼록 쪼록/ 가지에 물오르는 소리/ 토독 토독 눈트는 소리를' 듣는 '봄비'. '오월 아침' '지구의 맥박 소리.'는 '산마루에 선 나도/ 한 마리 새가' 되게 하고, '시계'가 셈을 세면 '지구가 돌지 않곤/ 배겨나질 못합니다.'시집은 겨울마저도 힘차고 따뜻하게 한다. 평생 교육자의 삶을 산 작가의 인자한 미소도 보인다. '엎치락 뒤치락 / 뛰고 궁굴고.' '눈치를 살피지 않는… 자라는 교실'이 흐뭇하다. 시인은 천성이 봄의 대지(흙)와 같아서인지 시인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어머니와 자라는 아이들로 살아난다. 또, 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병아리가 자라고,/ 아기가 자라고/ 새싹이 자라는 건/ 정말은 시가 자라는 것,//시를 만들려고/ 지구가 돈다,'고 한다.진달래꽃 깨물면 쌉싸래하고 달짝지근한 향기가 입안 가득히 퍼진다. 봄맛이다. 있는 그대로는 향기도 없는 듯 그저 순한 진달래꽃이 떼어져 화전이나 술 등으로 거듭나면 매혹적인 본래의 향을 발한다. 여운이 감미롭다. 흙의 시인 최춘해 선생님의 첫 마음이 담긴 이 책이 진달래꽃 맛과 닮았다. 참 스승의 모습을 동시로, 삶으로 보여주는 작가와 존경을 표현한 제자의 마음에 필자는 저절로 발그레했다.강여울 학이사 독서아카데미회원

2019-04-04 14:39:46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광장] '생각하다'의 참 의미

사람을 '생각하는 갈대'에 비유했던 파스칼은 '팡세'에서 "사람은 생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생각은 사람의 모든 존엄성이고 모든 가치이다"라며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 '방법서설'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했던 데카르트는 생각 또는 의심을 극한까지 실천한 학자였다. 의심할 여지 없는 확실한 것을 찾으려고 자신의 존재조차 의심했지만 그가 도달한 결론은 '의심하고 있는 그 무엇'이며 '그 무엇이 자신'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라고 했을 때 '무엇을 생각한다'라고 그 '무엇'을 밝히지 않았다. 그 무엇은 무엇일까? 앞에서 밝혔듯이 생각은 사람됨의 전부이지만, 생각의 대상이 되는 그 '무엇'에 대한 규명은 부족했다.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필자가 다다른 결론은 '개체들의 속성과 개체들 간의 관계'이다. '개체'는 흔히 '대상'이라고도 하는데 이름이 붙여진 '책'과 같은 물건, '태풍'과 같은 현상 및 '미'(美)와 같은 상태를 말한다.가령 세 개의 개체가 그려져 있는 도화지에 주의를 기울여 보자. 첫눈에 3개의 개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세 개체에 차례로 주의를 쏟으면 세모(△), 네모(□) 및 동그라미(○)임을 알게 된다. 주의를 색상에 쏟으면 세모는 파랑, 네모는 노랑, 동그라미는 붉은색임도 알게 된다. 주의를 세 개체의 위치 관계에 기울여 보면 네모 위에 세모가, 네모 오른쪽에 동그라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지금껏 우리가 생각한 것은 세 개체의 형태와 색상의 속성, 그리고 세 개체의 위치 관계였다.눈앞에 있는 두 그루의 나무를 볼 때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가? /두 그루의 버드나무가 서 있다. 왼쪽 것이 오른쪽 것보다 더 크다. 나뭇가지들이 머릿결처럼 출렁인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한 것은 개체인 버드나무들의 속성(서 있는)과 또 다른 개체들인 나뭇가지들의 속성(머릿결처럼 출렁이는), 그리고 두 나무의 관계(왼쪽 것이 더 큰)이다. 결국 개체들의 속성과 그것들 간의 관계를 생각한 것이다. 나무를 쳐다보며 온종일 생각해도 결국 나무와 관련된 그것들 외엔 생각할 것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생각의 본질이다.이제 이것을 수업 현장에 적용해 보자. 각 과목, 각 단원에 나오는 모든 명사는 개체들의 이름이다. 모든 개체는 그 나름의 속성이 있고 존재 이유가 있다. 그리고 각 개체들 간에는 모종의 관계가 있다. 속성과 존재 이유, 그리고 관계를 끝까지 규명하라. 이것이 공부의 전부이다.30년 전 미국 브라운대학의 교양수학 문제 중에 '자연수 5가 3보다 큰 것을 증명하시오'가 있었다. 5와 3의 속성과 그것들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문제였다. 그 강의를 청강했던 필자는 아직도 정확한 답을 모른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공자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정확한 답을 해주는 분은 만나지 못했다. 이것이 이 나라 교육의 실상이다. 모래 위에 바벨탑을 짓고 있는 격이다.나와 울산바위도 존재 이유가 있고 모종의 관계가 있다. 나뭇잎이 피고 지는 데도, 그리고 각각의 색깔로 변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이유가 없다"거나 "관계가 없다"라고 함부로 결론짓지 마라. 단지 현재로선 그 이유와 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뿐인 것이다.

2019-04-04 14:24:20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한반도 평화의 봄은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지난 9·19 남북공동선언의 합의로 열린 DMZ가 일반인에게 개방된다고 한다. 모든 구역이 개방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비무장지대가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분단 70여 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 평화와 개방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비무장지대의 평화적 활용에 있어 독일의 '그뤼네스 반트' 사례는 한국에도 이미 잘 소개되어 있다. 먼저 온 통일로서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교훈을 준다. 독일은 통일 직전과 직후부터 국경 개방에 대비하여 동서독의 환경운동가들이 국경지역을 어떻게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줄지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하였다.환경이나 인권운동의 역사가 깊은 유럽에서는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동서독 국경을 보존하는 문제에 대해 팔을 걷고 나섰다. 통일과 함께 진행된 이러한 환경보호 운동이 없었더라면 과거 동서독 국경지역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이번에 열린 DMZ 평화안보 체험길도 궁극적으로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방안과 연계되고 국민들의 평화 요구와 환경보호 등 다른 가치들이 잘 조화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아직 완전한 분단 해소를 경험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하며 향후 비무장지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남북 간 진지한 협의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지난해 독일의 한 통일 인사는 자신들의 그뤼네스 반트에 비해 우리 비무장지대의 상징적 가치는 훨씬 더 광범위하다고 귀띔해 주었다. 독일은 동서독 장벽이 건설된 지 30년 만에 통일을 했지만 한국의 분단은 70년을 넘어섰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생태적 측면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비무장지대는 지금 우리에게는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지만 앞으로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는 평화와 번영의 산 교육장이 될 것이다.이처럼 한반도에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년 만에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역사적으로도 상상할 수 없었던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다. 물론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내주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고 비핵화 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다시 전개되고 있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 간 서로가 원하는 것이 분명해진 만큼 이를 절충하기 위한 우리의 중재 노력이 다시 가동되어야 할 것이다.언제 다시 열릴지는 모르지만 다시 열리게 되는 북미 회담에서는 더 이상의 지연과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북미 간 포괄적인 로드맵을 합의하고 구체적인 조치들을 배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북미 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들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이제 곧 1주년을 맞는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른 남북 간 합의 사항 이행도 다시 탄력을 받아야 할 것이다. 지난 남북 관계사에서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는 늘 서로 영향을 받았다. 비핵화 협상이 더디면 남북 관계도 더디었지만 그런 국면에서도 남북 관계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또한 전개되었다. 남북 관계의 자율성 확보는 지금 국제사회가 취하고 있는 대북 제재의 틀을 훼손하기 위함이 아니다. 국제사회의 규범은 준수하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한 연결 고리들이 있어야 남북 관계에서 우리의 레버리지가 확보될 수 있다.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자주 보고 소통한 사람들끼리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와 과정들을 인정하지 않는 시도도 있다.며칠 전 "한미동맹 공조의 틈을 벌리고 한반도 평화의 물길을 되돌리고 남북미의 대화 노력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갈등과 대결의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그런 점에서 이해할 만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비무장지대 평화안보 체험길의 기회를 우선 주었으면 한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변화를 폄하하고 사회 갈등을 부추기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는 무책임하다. 틀린 것이 있으면 건설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비판을 위한 비판, 맹목적인 비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꽃샘추위도 있는 봄이지만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왔는데 봄을 맞이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2019-04-04 14: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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