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김종성 한국예술인총연합회 대구지회 회장

[기고] 코로나19로 대구 예술계 휘청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공포에 빠졌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가짜 뉴스들이 나돌고 있고, 이 소식들은 국민을 더욱 불안케 하는 요소다. 질병관리본부와 방역 당국의 전달 사항을 믿고 국민들이 따라야 하건만 지역에서는 괴소문들이 많이 떠돌아다닌다. 확진 환자가 판정을 받기 전에 어느 곳을 돌아다녔다는 등 미확인 정보들이 흘러나와 그곳 주민들이 동요하고 불안하다는 것이다.대구시에서는 코로나19로부터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대책에 여념이 없던 대구 지역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17번째 확진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대구를 다녀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로나19 청정지역'이 무너질 우려가 생긴 탓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심하고 있던 대구 시민들 사이에서도 감염에 대한 공포가 높아졌다.대구시가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여러 가지 방도를 내놓은 가운데 심지어 예술 공연마저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강수를 두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시립교향악단 등에서 계획했던 공연들이 4~11월로 미뤄지고, '대구 시민의 날' 선포 축하 기념음악회도 잠정 연기되는 등 문화예술 공연이 된서리를 맞았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공연장이나 소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지역의 크고 작은 공연들 중 상당수가 연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문화계 종사자들이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겨울철 비수기를 어렵게 견디고 나서 2월부터 본격 활동을 하려던 대구의 문화예술계가 타격을 받아 휘청거리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지금까지 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예술공연까지 큰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이 됐으니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필자 입장에서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메르스 사태 등 국가적 악재가 찾아올 때마다 문화예술계는 쪼그라들었지만, 피해를 토로하거나 보상받을 길이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코로나19로 국민이 불안한 이때, 당국의 철저한 대책은 당연하지만 전염병에 대한 우려를 과도하게 확산시켜 국민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실제로 확진 환자가 하나둘 완쾌하고 있고, 또 정부 당국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연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국내 확진자의 임상 면역학적 특성을 연구하고 치료용 항체 개발을 위해 광범위하게 항원과 항체를 발굴하면서, 백신 항원 전달체와 불활성화 백신 등 다양한 형태의 백신을 개발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다행스럽게도 정부는 최근 예정돼 있던 축제나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며 일상생활로 돌아가 달라고 당부했다.행사 주최 기관이 방역 조치를 충분히 하면서 행사를 진행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노인과 임산부 등 취약계층이 밀폐된 공간에서 집결하는 행사는 대상을 줄이거나 행사를 연기하라고 권고했다. 정부의 이런 결정이 대구 문화예술계에도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0-02-16 16:27:37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이른 아침에] '많이 본 뉴스'

포털 제공 '연령별 많이 본 뉴스' 1020과 5060 관심 완전히 달라세대 간의 공감은 관심에서 생겨 한 번씩 서로 곁눈질이라도 하길하루 몇 번은 휴대폰으로 뉴스를 본다. 실은 포털 사이트가 차려주는 대로 읽는 거지만 꽤 장점이 있다. 우선, 언제 어디서고 주요 뉴스를 한눈에 훑을 수 있다. 그리고 뉴스 정보를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한 결괏값, 즉 실시간으로 생산되는 부가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뉴스포털 'N'사의 '연령별 많이 본 뉴스'는 그렇게 제공되는 서비스 중 하나다.지난달 24일, 역시나 폰으로 뉴스를 뒤적이다 이곳에 눈길이 꽂혔다. 한 종류의 뉴스가 화면 가득 줄지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닌데 1020세대가 '많이 본 뉴스'의 헤드라인이 모조리 '신종 코로나' 아니면 '우한 폐렴'이었다.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사람도 잘 없을 때였고 첫 번째 환자가 발생했다고는 하나 분위기가 그렇게까지 심각하진 않았다. 그건 바로 옆, '3040세대가 많이 본 뉴스'만 눌러 봐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코로나 관련 뉴스가 단 한 건도 순위에 올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러다 바이러스보다 괴담이 더 빨리 퍼질 수도 있겠다.' 그리고 다음 날도 그랬다. 아래 세대의 관심은 여전히 '신종 코로나'에 있었고 위 세대의 관심은 역시 다른 곳에 있었다.그런데 1월 말을 지나며 상황이 급전직하 나빠졌다. 감염 지역과 의심 환자 수가 대폭 증가하고 감염 환자 수도 두 자리로 늘었다. 사람들은 부랴부랴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찾았다. 수요가 폭증하자 물품은 금세 동나고 화면에 뜨는 '품절' 표시는 다시 불안과 공포를 증폭시켰다. 상황을 설명하는 정부 관계자들 얼굴에도 긴장이 묻어 났다. 사태의 추이를 전하는 속보가 이어졌고 확인을 하려면 더 자주 휴대폰을 꺼내 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5060세대의 '많이 본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1위에서 5위까지를 남김없이 정치 관련 뉴스가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사회 공통의 관심사로 떠올랐음에도 그곳은 그야말로 '코로나 무풍지대'였다.이 '많이 본 뉴스'를 확인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슬며시 궁금해졌다. '세상이 온통 난리인데 여긴 언제쯤 순위에 올라올까?' 하지만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5060세대는 끄떡하지 않았다. 그날, 50대가 '많이 본 뉴스' 1위에서 5위까지의 모든 헤드라인은 '추미애 아들 군 휴가 미복귀'였고 60대 이상은 여기에 '조국 아들 인턴 증명서'가 하나 더 있었다. 그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런 일은 전에도 있었다. 태풍 '링링'이 왔을 때도, 고성에 산불이 났을 때도, 화성연쇄살인의 범인이 잡혔을 때도 이들 세대가 '많이 본 뉴스'는 언제나 '정치'였다. 그리고 지난주,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 꿈같은 일어 벌어졌을 때도 이들 세대가 제일 많이 본 뉴스의 헤드라인은 '사법 농단 폭로자라던 이수진의 두 얼굴'이었다.그런데 같은 맥락에서 보면 아래 세대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나라의 중대사보단 언제나 '연예인 스캔들'이 먼저이고 자신이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고 모르는 것을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듯 말하기 일쑤다. 이토록 위 세대와 아래 세대의 관심이 한 번을 겹치지가 않는다. 나라가 휘청거릴 만한 일이 생겨도 그런다. 대신 '꼰대'니 뭐니 하는 부박한 말들은 일상에 잦아들었다. 영국의 BBC는 '본인이 늘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을 '꼰대'라고 소개했지만 그건 나이 어린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이에 공감대란 없다. 심지어 나와 다른 세대의 사람 또한 같은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조차 잊은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어쩌면 이게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세대 간의 공감과 연대가 사라지면 사회가 황포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회를 유지 존속하게 하는 힘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연령별 많이 본 뉴스'를 쉽게 보아 넘기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가 지닌 내력은 이렇지 않다. 국채보상운동 때도, 2·28민주운동 때도 세대와 세대가 공감하고 연대하며 서로를 지켜주려 애썼다. 이해는 관심에서 생기고 공감과 연대는 이해의 바탕에서 자란다.오는 21일은 국채보상운동의 '그날'을 기려 새롭게 제정된 '대구 시민의 날'이다. 그런 만큼 다른 세대가 '많이 본 뉴스'에 한 번씩 곁눈질이라도 해보자.

2020-02-16 15:08:43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매일춘추] 봉준호와 문화콘텐츠

우리는 문화콘텐츠가 세상을 바꾸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문화콘텐츠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힘은 점점 커지고 있다.문화콘텐츠산업이 21세기 신 성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언하면서부터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은 바로 '연결'이다. 사람과 기계가 연결되고 기계와 기계가 연결되는 초연결의 시대가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인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정보를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기반의 빅데이터와 플랫폼이다.이러한 연결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환경적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이유도 물질적 경제 성장 기반에서 문화콘텐츠 생산의 필요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가 수반되고 있고 인간 삶과 콘텐츠의 가치를 우리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칠 전 전 세계 영화인들이 세계 최고의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이 시상식에서의 수상은 최대 영예의 영화상이며 우리들에게는 '오스카상'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총 11개 부문의 시상에서 대한민국 대구 출신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하며 전 세계인에게 주목받고 있다.영화산업이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신 성장 산업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상 발표와 함께 수많은 정치권에서 영화산업 관련 공략들을 쏟아 내는 것도 지역혁신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문화콘텐츠산업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기생충의 배경이 되는 '반지하'가 새로운 대한민국 문화로써 외국인들의 관심을 얻고 있고, 영화에서 소개된 '짜파구리'는 우리의 다양한 음식문화 중 하나로 세계인들이 관심 가지고 있지 않는가! 문화콘텐츠가 가지는 힘은 이러한 핵폭탄과도 같은 '창구효과'가 경제적 가치로 환원되기 때문이며, 빠르게 확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식과 함께 대구에 쏟아지는 다양한 정치적 문화공략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협소한 관련 시장 환경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장을 주도할 만한 전문 기획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이 적고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가 있다. 하지만 문화콘텐츠의 시장은 우수한 콘텐츠가 생산되는 곳에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확장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이러한 시장을 만들고 이를 통해 다양한 '창구효과'를 이끌어내며 주도권을 잡는 것이 필요한 주요 전략이다.기획과 체계적인 전략수립을 통한 빠른 시장 점유를 위해서는, 결국 문화를 이해하고 콘텐츠 개발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기획 인력양성을 위해 민간과 기관, 대학, 시민들이 지역사회 발전과 혁신을 목표로 함께해야만 할 것이다.

2020-02-16 14:30:00

종이에 담채, 16.6×21.7㎝,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조희룡(1789-1866) '홍매'

아래쪽으로 드리워진 가지를 포착한 도수식(倒垂式) 구도로 홍매를 그렸다. 매화가지는 옅은 먹색의 시원한 단 붓질로 이리저리 뻗어냈고, 매화꽃잎은 크고 작은 붉은 점으로 점점이 찍었다. 윤곽선이나 세부 묘사 없이 형태와 농담, 색과 질감을 단번에 드러낸 몰골법(沒骨法), 무골법(無骨法)으로 그렸다. 필과 묵의 활용에서 필법의 기(氣)보다 묵법의 운(韻)이 장점인 기법이라 조희룡의 '홍매'는 붉은 꽃과 간결한 가지가 어울려 화사하면서도 우아한 그림이 되었다.조희룡은 김정희 문하를 출입하며 영향을 받았다. 화가로서, 이론가로서, 지식인으로서의 역량이나 당시 미술계에서의 영향력 또한 김정희 못지않았지만 김정희파로 묶이며 제자 급에서 벗어나지 못해 조희룡은 좀 억울할 것 같다. 나이도 세 살 차이 날 뿐인 동년배다. 조희룡이라는 이름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그림은 매화이다. 조희룡의 매화그림은 지극한 매화 사랑에서 나왔다. 그는 자신의 매화 사랑을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매화를 몹시 좋아하여 내가 그린 매화대병(梅花大屛)을 침실에 둘러놓았다. 벼 루는 매화시경연(梅花詩境硏)을 쓰고, 먹은 매화서옥장연(梅花書屋藏煙)을 쓴다. 앞으로 매 화시 일 백 수를 지으려고 하는데 매화백영(梅花百詠)이 완성되면 매화백영루(梅花百 詠樓)로 편액을 달아 내가 매화를 좋아하는 뜻에 통쾌하게 보답할 것이다. 시가 빨리 지어 지지 않아 괴롭게 읊조리다 갈증이 나면 매화편차(梅花片茶)를 마신다. 매화병풍 아래서 잠들고, 일어나면 매화 먹을 매화 벼루에 갈아 매화그림을 그리고 매화시를 쓰다가 매화차를 마시고 다시 매화병풍 아래에서 잔다. 만약 매화의 정령이 있다면 어떻게 조희룡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정도의 벽(癖)과 몰입이 있었기에 조희룡은 매화그림의 신기원을 이룰 수 있었나 보다. 그가 매화그림에서 이룬 혁신은 당시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조희룡은 백매, 홍매, 홍백매, 전수식(全樹式) 홍백매 등 다양한 유형의 매화그림을 남겼다. '매화서옥도'(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는 탐매도(探梅圖), 심매도(尋梅圖)의 전통을 계승하여 산수화와 결합시킨 걸작이다. 조희룡은 김정희풍 묵란으로 그림을 시작했고, 묵죽도 잘 그렸다. 그러나 김정희의 묵란, 신위의 묵죽은 그가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청나라 중기 동심(冬心) 금농이 묵죽으로 그림을 시작했으나 판교(板橋) 정섭을 도저히 능가할 수 없게 되자 매화로 방향을 바꾸어 유명해지게 되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매화그림을 이야기할 때 청나라에서는 금농을, 조선에서는 조희룡을 빠트릴 수 없다. 조희룡은 매화에 몰입하여 성공했다. 미술사 연구자

2020-02-16 06:30:00

이미자 '저 강은 알고 있다' 매일신문 DB

[2020 세상 읽기] 우리들의 소울 송

지난해부터 가열된 트롯(trot) 가요 열풍이 가히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연히 TV의 트롯 경연 프로를 접한 뒤로 나 또한 속절없이 그 속으로 휘말려드는 참이다. 시도때도 없이 트롯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된다. CD도 몇 개나 구입했다. 오래간만에 조우했음에도 세월의 간격이 느껴지지 않고 여전히 정겹기만한 옛동무같은 느낌이랄까.선풍적인 트롯 인기는 아스라한 옛 기억들도 불러낸다. 중학 1,2학년때쯤 집에 처음으로 라디오가 생겼다. 이렇다 할 오락거리가 없던 그 시절, 직육면체의 작은 상자는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열심히 땀 흘리던 서민들에게 살가운 그 무엇이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유행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달래주었고,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실감나게 펼쳐지던 연속극은 일상의 즐거움이자 화젯거리였다.유행가에 얽힌 기억의 편린들도 모자이크처럼 떠오른다. 사춘기의 우리 또래들은 이따금 함께 모여 어른들의 노래인 유행가를 몰래 불러보곤 했다. 내 생애 첫 유행가는 이미자의 '저 강은 알고 있다' 였다. 젖살 덜 빠진 단발머리 소녀가 "~한많은 반평생에 눈보라를 안고서 모질게 살아가는 이 내 심정을 저 강은 알고 있다" 라는 한맺힌 노래를 의미도 모른채 불러댔으니….그러고보니 '노래자랑 대회'도 있었다. 그 무렵 내가 살았던 면(面) 소재지에서는 1960년대와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 노래자랑 경연대회가 열리곤 했다. 장터에 가설무대가 만들어지고 노란 알전구가 불을 밝히면 삼삼오오 초저녁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무대 주변에 모여들었다. 대다수는 한창 가슴 달뜬 청춘남녀들이었고, 여드름쟁이 십대들도 더러 섞여 있었다.마을의 양조장집 오빠가 시골서는 보기드문 드럼을 치기 시작하면 우리는 경이에 찬 눈빛을 보냈다. 또 아마추어 기타리스트가 '당당당 당 다앙 다앙~' 하며 신명나게 트위스트 리듬을 연주하면 무대 위아래 관객들은 팔다리를 움찔거리며 흥겨워했다. 훗날 알았지만 1960년대 전세계를 휩쓸었던 미국 벤처스 악단의 빅히트곡 '상하이 트위스트' 였다. 마이크를 잡은 동네 가수들의 노래와 춤이 끝날 때마다 터지는 박수소리와 휘파람 소리…. 밤이 이슥하도록 요란벅적했지만 마을의 그 누구도 시끄럽다며 삿대질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윽고 가설무대의 불빛이 꺼지고 모두가 돌아간 뒤에도 노랫소리는 여진(餘震)처럼 남아 밤새껏 귓가에 맴돌았다. 문주란의 '동숙의 노래', 한명숙의 '노란샤스 입은 사나이',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오기택의 '고향무정'….그렇게 친숙해진 나와 트롯의 관계는 언제부터인가 사이가 벌어졌다. 노랫말이란게 온통 뻔한 사랑타령에 눈물, 이별, 고향타령 뿐인데다 멜랑콜리한 곡조 또한 사람 마음을 스멀스멀 염세적으로 물들인다고 여긴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트롯은 나의 관심 밖이었다.그런데 요즈음 불꽃 튀는 트롯 경연대회를 다시금 접하면서 트롯의 진화를 느끼게 됐다. 형식만 해도 전통적인 엘레지를 비롯해 발라드풍, 댄스풍, 국악풍, 락(rock)풍에 힙합 스타일까지 스펙트럼이 한결 다채로워졌다. 애조(哀調) 띤 노래 일색이던 과거와 달리 밝고 서정적이고 흥 넘치는 멜로디에 시(詩)적이고 심지어 철학적인 가사들도 적지 않다. 아기같은 얼굴의 초등생부터 20대 전후의 말끔한 청년세대까지 트롯 애호층이 부쩍 확장된 것도 놀랄만하다. 이참에 '슬픈 노래'에 대한 나의 편견도 교정했다. 슬픈 영화를 보고 한바탕 눈물 흘린 뒤의 개운함처럼 애달픈 가사와 곡조의 트롯에도 그런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한국의 트롯처럼 세계 각국에는 저마다의 고유한 대중음악들이 있다. 프랑스의 샹송이나 이탈리아의 '칸초네', 포르투갈의 '파두(fado)', 그리고 일본의 '엔카'와 중국의 '민꺼(民歌)' 등등. 모두가 제각각 민족 특유의 체취나 서정이 깊숙이 배어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네 트롯이 좀 더 독특한 색채를 지니고 있지 않나 싶다. 일본의 '엔카'와는 원조를 따질만큼 비슷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엔카'가 대개 항구, 술, 눈물, 여자, 비, 눈(雪) 등 애상(哀傷)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틀에 박힌 표현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비해 우리 트롯은 훨씬 그 폭이 넓고 활달하고 자유롭다. 게다가 트롯 노래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특유의 꺾기 창법은 그 어떤 나라와도 차별화되는 필살기라 할만하다.한국인의 애창곡 순위에는 예외없이 대중가요가 상위 순번에 오른다. 높은 사회적 지위의 고관들도, 으리으리한 부자들도, 유명짜한 셀럽들도 마음 편한 자리에서는 트롯을 부른다. 확실히 트롯이야말로 우리 한국인의 '소울 송(soul song)'인 것 같다.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마침내 아카데미상을 휩쓸면서 변방의 한국영화가 난공불락의 장벽을 시원스레 허무는 쾌거를 이루었다. 세계 팝뮤직계에 돌풍을 몰고 다니는 방탄소년단(BTS)과 K팝, 해외 여성들을 사로잡는 K뷰티, 건강식의 다크호스 K푸드에 이어 바야흐로 K무비가 지구촌을 열광시키고 있다. 한국문화의 파워가 빛을 뿜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한국산 트롯이 세계인들을 매료시킬 날도 오지 않으려나. 금발의 독일 출신 트롯 가수 로미나가 이미자의 '울어라 열풍아'를 감정에 몰입돼 부르는 모습을 보니 문득 그런 기대감을 갖게 된다. 마침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도 날로 급증하는 추세 아닌가. 피부색도, 눈동자색도 다른 지구촌 남녀들이 '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 트롯을 꺾기 창법을 구사해가며 한국말로 멋들어지게 부르는 광경을 상상해 본다.전경옥 언론인

2020-02-15 15:00:00

박민경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조사관

[광장] 기생충이 풍기는 시대의 불편한 냄새

냄새에도 계급이 있다. 우리 사회 모든 요소에는 계급이 존재한다. 아파트, 자동차, 살고 있는 동네, 지역, 학교, 하물며 가방이나 옷에도 계급이 스며 있다. 아파트 브랜드를 기준으로 생활 수준의 계급을 정하면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휴거'(휴먼시아 거주), '엘사'(엘에이치에 사는 사람)라는 계급으로 비하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자동차는 배기량이나 수입 여부에 따라 계급이 매겨진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강남과 강북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지역 계급도 있다. SKY 대학과 수도권 대학 그리고 지방대의 구분은 '지잡대'(지방의 잡스러운 대학)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취업 상황의 기준 계급이 된다. 이러한 차이는 드러나지는 않지만 냄새를 풍긴다. 우리가 계급을 느끼는 요소는 수도 없이 많다. 모든 사람을 갑과 을로 교묘하게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모두 알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계급 요소들에 배여 있는 냄새들이다. 냄새에는 계급이 숨어 있다. 이 냄새는 혐오와 차별을 동반하기도 한다.'기생충'이 아카데미까지 휩쓸었다. 기왕이면 영화 '기생충'의 흥행에 숟가락을 하나 얹어보자면 계급이라는 것이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이를 주제로 한 영화가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모든 시민이 평등을 얻어내게 된 대표적 역사적 사건은 프랑스 대혁명(1789)이었다. 우리나라는 갑오개혁(1895)이었다. 아래로부터 혁명이든, 위로부터 개혁이든 18세기 이래 신분제는 꾸준히 폐지되어 왔다. 결국 1948년 세계인권선언을 통해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며(1조)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으며(2조) 법 앞에 평등하다(7조)까지 수도 없이 평등함과 차별받지 않아야 함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 헌법 11조를 통하여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고,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렇듯 역사와 전통에 권위까지 가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바로 평등권인데도 영화는 차별과 계급에 대한 이야기로 전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방증일 것이다.사실 과거에는 적은 자원을 나눠서 비슷하게 살다 보니 서로의 냄새는 비슷했다. 어린 시절에 같은 반 친구 중에 가장 잘사는 친구는 슈퍼집 아이였고, 해외여행을 다녀오거나 외제차를 가진 집도 드물던 시절에는 서로 비슷비슷한 삶을 공유했다. 모두가 반지하에 살고 있다면 차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반지하뿐 아니라 넓은 정원을 가진 채광 좋은 집과 반지하 아래 어두운 지하실도 같이 공존하며 계급이 된다.지금 한국 사회는 모든 영역에서 자원이 늘어난 상황이다. 문제는 이 늘어난 자원이 적당히 분배되어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한곳으로 치중되는 데서 불평등이 발생하고 계급을 생성한다. 계급제가 폐지된 사회인지라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우리 삶을 나누고 있다. 냄새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더라도 희석하거나, 그 냄새가 혐오와 차별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평등권에 기초한 국가의 제도 마련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대구 출신을 이유로 봉준호 감독 생가 복원이나 기생충 조형물 설치를 논하기 전에 영화 '기생충'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인권정책 마련을 지역 정치의 장에서 우선 논의하길 바란다.

2020-02-14 14:30:00

박소득 전 경상북도농업기술원장

[기고] 기후변화와 위기의 한반도 농업

올겨울은 유난히 따뜻하다. 예년에 비하면 겨울다운 날씨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인들은 날씨 변화에 다소 둔감하지만 농촌지역, 특히 농민들은 날씨와 기후에 따라 생산 활동 전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이 꾸준히 상승하고 강수량이 증가하는 동시에 집중호우와 가뭄이 심화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진, 가뭄, 폭우, 폭설 등의 기상이변을 가져오며 세계적으로 막대한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야기한다.기후변화는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어 전통적으로 기후 의존적 산업인 농업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농가가 침수되고 폭염이나 가뭄으로 인한 농산물 생산 저하는 세계적으로 농산물 가격을 상승시킨다.기후변화는 기후 의존도가 높은 농업에 전반적인 영향을 끼쳐 안정적 생산에 위기를 초래한다.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되고 지구 표면 온도가 상승되는 기후변화로 이어져 재배 적지가 변화되거나 병해충 잡초의 확산으로 수량과 품질이 저하되는 등 상당한 변화와 피해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정책적·기술적 전략이 필요하다.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가뭄, 토양이 유실되고 물 부족으로 농업 기반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기온은 작물의 재배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개화, 결실 시기와 재배 지역까지 결정한다. 제주도에서만 생산하던 밀감, 한라봉은 전라도·경상도 내륙 남쪽까지, 녹차와 무화과도 내륙 중앙까지, 포도는 강원도까지 재배 지역이 북상해간다.금후 2090년경에는 대구에서만 생산하던 사과는 재배 적지가 자꾸 북쪽으로 이동하여 급기야는 한반도 1% 지역에서만 생산 가능하다고 한다. 또 의성, 단양 등지에서 추운 겨울을 나는 한지형 마늘은 쭉 밀려 올라가서 백두대간 고산지역 일부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대부분 지역의 따뜻한 곳에서 재배되어 왔던 난지형 마늘로 대체될 전망이다. 온난화로 인하여 여름철 주산지인 고랭지채소의 재배도 면적이 감소되는 추세이고 겨울철 기온 상승 등의 기후변화는 새로운 병해충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었으며 피해 지역은 점점 확산하고 있다.최근 여치, 메뚜기, 꽃매미 등의 해충이 확산되고 외국서 유입된 잡초 및 토종 잡초의 이상 발생 확대로 유기농, 친환경농업에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축산물에서도 소, 돼지, 닭 등 가축에서 치사율이 높은 고병원성 병들이 발생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문젯거리인 구제역의 발발 확산과 치사율이 굉장히 높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고병원성 세균, 바이러스가 기류와 공기를 타고 확산한다. 동식물바이러스 모두 기후, 기상과 깊은 관계가 있다. 식물바이러스의 경우는 기온이 낮은 겨울에 다발하며 동물바이러스는 봄가을에 주로 유행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 산란계의 경우 고온 시 고온 스트레스로 인하여 산란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국가식량안보체제의 확립을 위하여 기후변화 감시 예측, 조기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연구지도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농업의 정보화, 자동화 등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제 협력을 통한 정보 공유, 녹색성장에 대한 국가 전략 수립 등 기후변화에 대한 종합대책을 수립,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0-02-13 15:22:12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시대산책] 북한의 방역 수준

고도로 통제된 사회 인식과 달리 북한의 전염병 감시는 매우 허술코로나19 한번 퍼지면 제어 불능 관광 포기하고 국경 봉쇄를 선택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의 양돈산업을 초토화시키고 한국의 양돈농가를 공포에 떨게 했지만 전 세계의 양돈산업 중 돼지 사육 마릿수당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북한이다. 북한의 ASF 피해는 북한 당국이 한 번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북한 내부 소식통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혹한 수준이다.한국과 중국에서 감염된 돼지와 그 주변 돼지를 살처분하는 것과 달리 북한에서는 주변 돼지뿐만 아니라 감염이 확인된 돼지도 먹거나 내다 팔아 문제를 더 크게 키웠다. 중국에서 ASF 여파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한 것과 반대로 북한에서 ASF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사람들이 워낙 돼지고기를 많이 내다 팔아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했다는 것은 북한의 방역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다. 북한의 돼지 감염이 워낙 광범위해서 야생 멧돼지까지도 널리 감염되었고 이것이 휴전선을 뚫고 남한에까지 내려온 것이다.흔히 북한을 고도로 조직되고 감시되고 통제된 사회로 인식하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허황되고 잘못된 인식인지를 강연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 번 고정된 이미지를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북한 사회는 10가지 영역 중 8, 9개 영역에서 조직 수준이나 감시통제 수준이 대단히 낮다. 전염병에 대한 감시통제, 마약에 대한 감시통제, 절도강도강간 등 일반 범죄에 대한 감시통제, 부정부패에 대한 감시통제, 지하시장경제나 시장 교란에 대한 감시통제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감시통제 수준이 매우 떨어진다.한국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으로 감시통제 수준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른 개도국에 비해 그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에이즈(AIDS)에 대한 북한의 통계는 접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다른 것에 비춰봤을 때 에이즈에 대한 북한의 감시통제도 아주 허술할 것으로 보인다.반체제 세력에 대한 북한의 감시통제는 매우 철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 한국의 경우 반체제 세력의 발언이나 활동이 아주 극단적인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허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안 당국에서는 반체제 세력 내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지를 거의 다 알고 있다.그러나 북한에서는 반체제 활동에 대해 워낙 잔인하게 처벌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철저히 자신의 성향을 숨기고 누가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알기가 어렵다. 보위원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엉뚱한 사람을 고문하여 간첩으로 만드는 경우도 허다하고 보위원에게 뇌물을 주고 위험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대단히 많다. 그리고 체제를 지지하건 반대하건 똑같이 김일성 3대에 대한 찬양가를 부르는 일이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 있다 보니 겉모습에서 반체제 성향의 사람을 적발하기는 극히 어렵다. 이런 측면들을 고려해 볼 때 북한에서 아무리 반체제 발언이나 활동에 대한 처벌이 잔혹하다고 하더라도 반체제 세력에 대한 종합적인 감시통제 수준이 한국에 비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최근에 북한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대한 우려 때문에 중국과의 국경을 완전 폐쇄해 버렸다. 일반인들의 왕래는 당연히 불가능하고 대형 국영 무역회사 간부나 외교관들도 국경을 넘는 허가 얻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최근 몇 달간 줄줄이 북한으로 귀환하던 중국 체류 북한 근로자들도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비자 기한이 곧 만료되는 사람들은 영락없이 불법체류자가 될 신세다. 중국에서 잡힌 탈북자들의 북한 송환도 전면 중단시켜 버렸다. 최근 3년 동안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진행 중이고 북한의 무역적자도 매년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그에 대한 돌파구의 하나로 관광산업을 선정하고 금강산-원산 지구와 백두산 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개발을 진행해왔고 중국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받기도 했다.북한의 현재 처지가 그렇다 보니 북한의 마지막 생명줄인 관광을 포기하고 국경을 완전 봉쇄하는 고강도 조치를 취한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ASF를 처리하는 북한 당국의 능력을 볼 때 일단 코로나19가 북한에 퍼지기 시작하면 통제가 불가능하고 차라리 국경을 전면 봉쇄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20-02-13 15:18:20

박천 독립큐레이터

[매일춘추] 대구⋅경북의 목마

얼마 전,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졸업식과 입학식이 취소되었으며 개강도 2주 미룬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언론매체나 SNS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식을 들었지만, 이렇게 학교 측의 직접적인 통보를 받으니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최근 두어 달간은 코로나19가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의심 환자 및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는 추세이다.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의 공포는 확산 속도만큼 빠르게 퍼져 우리의 생활 방식과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람이 많은 곳은 기피하고, 어쩔 수 없이 외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여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한다. 이러한 불안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당초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나고 있고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종식될 때까지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짧으면 봄, 최악의 경우에는 내년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2020년 대구⋅경북 문화예술계에 커다란 비상이 걸리고 있다. 대구⋅경북은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로 지정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오히려 관람객의 수는 예년보다 70% 이상의 감소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각종 공연과 전시는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적신호가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사업은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물론 최악의 경우까지 갈 확률은 매우 적다고 말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마련해둬야 하겠다.이러나저러나 해도 결국 문화예술 사업에서는 관람객의 유치가 가장 큰 사안이다. 어떤 장르의 예술이든, 특히 동시대의 예술에서 최종적으로 예술을 완성하는 것은 관객이다. 다시 말해 동시대 예술에서 관객의 역할은 단순히 '구경꾼'의 수동적 역할을 넘어 '해석가'의 능동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의 작품을 보더라도 관객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작품이 가지는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다양하게 해석된 이야기는 예술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관객들의 관점과 경험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객들에 힘입어 현재 대구⋅경북 문화예술의 발전 양상은 분명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코로나19가 아킬레스건을 노리고 있다.세계 각국의 보건 당국은 코로나19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지만 하루 빨리 현사태가 진정되고 종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잠시만 목마 속에서 조심하며 웅크리고 있으면 곧 대구⋅경북의 여러 축제와 공연, 전시 등을 즐겁게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다.

2020-02-13 11:36:02

대구 영남중 교사

[대구 옛 이야기] 단종 복위 사육신, 박팽년과 육신사(六臣祠)

문종의 유일한 왕자인 단종이 12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등극하자, 종친 세력인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이 부상하면서 권력을 차지하려는 야욕을 드러내며 경쟁 관계에 놓였다. 동시에 어린 군주를 보필하던 영의정 황보인과 좌의정 김종서의 대신 세력들도 권세를 강화하였다.수양대군은 권람·한명회·신숙주 등을 심복으로 삼은 뒤에 의정부 대신과 안평대군을 제거하고자 거사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하였다. 그러던 중, 1453년 황보인과 김종서 등이 장차 단종을 폐위하고 안평대군을 추대하려는 반역을 도모했다고 일을 꾸며 계유정난(癸酉靖難)의 명분으로 삼았다. 곧바로 수양대군 일파는 역모의 올가미를 씌워, 김종서와 황보인 등을 척살하고 안평대군을 강화도로 귀양 보냈다가 교동도에서 사사하였다.단종은 군국사무를 수양대군에게 맡김으로써 수양대군은 정치권력의 실세가 되어 수양의 공신과 다를 바 없는 정난공신을 자신의 일파들로 채웠고, 조정의 요직에 앉혔다. 급기야 수양대군 세력은 1455년 단종을 위협하여 양위를 받아내고 수양대군을 즉위시켰다.세조가 즉위한 지 1년 뒤인 1456년에 집현전 학사 출신인 성삼문·박팽년·하위지·이개·유성원 등과 무관이었던 유응부·성승·박쟁 등이 단종의 복위를 다짐하던 중, 성승과 유응부가 창덕궁에서 명나라 사신을 환영하는 연회에 참석할 별운검(別雲劍·임금의 신변을 호위하는 무사)으로 선발되었는데, 이를 기회로 세조와 의경세자를 처단하고 상왕으로 쫓겨난 단종을 복위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그러나 거사 당일 별운검이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성삼문과 박팽년 등은 후일을 기대하며 거사를 미루었다. 이에 탄로 날 것을 두려워한 김질이 그의 장인 정창손에게 이 거사 계획을 알렸고, 정창손이 이를 다시 세조에게 고변함으로써 사육신을 비롯한 반왕 세력들은 극형에 처해지고, 그들의 가족들은 처형되거나 공신들의 노비로 전락하였다.사육신 중에 한 사람인 박팽년(1417~1456)은 1434년에 문과에 합격하여 무려 18년 동안 집현전에서 재직하였는데, 경학과 문장 실력은 집현전 학사 중에서 단연코 으뜸이었다. 박팽년은 탁월한 재주를 바탕으로 의방유취(醫方類聚)·동국정운(東國正韻)·고려사(高麗史) 등의 서적을 편찬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그러다가 박팽년은 단종 복위 운동의 주모자로 국문을 받게 된다. 그때 세조가 그의 능력을 아껴 자신의 편에 설 것을 권유하였으나,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팽년이 세조를 '나으리'라고 부르자, 격분한 세조는 "그대가 이미 나에게 '신'(臣)이라고 칭하였는데, 이제서야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비꼬았다. 이에 박팽년은 "내가 상왕의 신하이지 어찌하여 나으리의 신하입니까? 충청도 관찰사로 있던 시절부터 1년간 작성했던 보고서에는 한 번도 '신'(臣)이라고 칭한 적이 없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반박하였다.세조가 울분을 토하며 박팽년이 올렸던 상소문을 살펴보니 '신'(臣)이라는 글자가 단 한 자도 보이지 않았다. 먼 훗날인 1691년 숙종은 사육신의 관직을 회복하였고, 영조는 1758년에 박팽년을 이조판서에 추증하고 충정(忠正)의 시호를 내렸다. 박팽년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했을 무렵 그의 둘째 아들 '순'(珣)의 아내 이씨가 친정인 묘골에서 마침 아들을 출산하였다.공교롭게도 그 집 여종은 딸을 낳았는데, 여종이 자신의 딸을 이씨 부인의 아들과 맞바꾸는 바람에 그 사내아이는 박팽년의 유일한 손자가 되었다. 그는 성종의 특명으로 사면되어, '일산'(壹珊)이라는 이름을 갖고 1497년에 하빈현 묘골 용산 아래에 사당과 정자를 지어 박팽년의 위패를 모시며 제사를 지냈다. 그의 후손들은 나머지 5인에 대해 추가로 제사를 받들다가 정구(1543~1620)의 건의로 육신사(六臣祠)를 세워 6인의 신위를 모시고 봄·가을로 그들을 기렸다. 현재 육신사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 육신사길 64'에 있는데 사육신의 굽히지 않았던 충절을 느낄 수 있다.

2020-02-12 18:00:00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의 아침놀] '뒤돌아보는' 힘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 외부와 격리되는 요즘, 빈둥거리며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서 좋다. 보들레르의 말처럼 "마침내! 혼자가 되었군!…이제 나는 어둠의 늪 속에서 휴식할 수 있게 되었다! 먼저 자물쇠를 이중으로 잠그자…인면(人面)의 폭력은 사라지고…나를 외부로부터 격리시키는 바리케이드가 더욱 단단해지는" '새벽 1시'의 고요도 누릴 수 있다.안팎으로 얽힌 번뇌를 항복받는(降伏其心) 그 시간, 상처 주는 언어나 싫어지는 얼굴들과 아득히 멀어진 지점에, 내 생각의 거처가 마련된다. 읽지 못했던 책장이 넘어가고 먼 곳의 강물이 가만 다가와 뒤척인다. 예전에 갈피갈피 휘갈겨뒀던 허접한 낙서나 그림들이 눈동자에 머무는 동안 잊고 살았던 '뒤돌아보는' 힘이 솟구친다.류시화는 "새는 날아가면서/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라고 하였으나, 글쎄, 사람 사는 곳이 꼭 그렇기만 하랴. "그대 슬픈 눈에 어리는 이슬처럼 맑은 영혼이/ 내 가슴에 스며들어와…"로 시작하는 조용필의 '슬픈 베아트리체'를 들으면 엘리사베타 시라니가 그린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화가 떠오른다. 애비를 잘못 만나 성폭력과 맞서다 의연히 사라지는 여인. 그녀는 단두대에 오르기 전 힐끗 뒤돌아본다. 그 슬픈 눈동자를 잊긴 어렵다. 쿨하게 앞만 보고 갈 순 없고, 이쪽에 더 남아 있고 싶은 미련을 어쩌겠는가.'뒤돌아보는' 모습은 베아트리체에 그치지 않는다. 머리에 청금색 터번을 두른, 헤이그 마우리츠호이스의 베르메르 작 '진주 귀고리의 소녀'도 있다. 네덜란드(북유럽)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이 그림을 나는 좋아한다. 짙푸른 바다색을 이고 '뒤돌아보는' 눈동자에서 인간다움의 희망을 느껴서이다. 돌아섰다가 다시 '뒤돌아보는' 이중성에서도 그렇다.윤동주의 시 '자화상'은 인간으로 사는 애증과 연민을 잘 담고 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 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처럼, 한 마음에 두 생각이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하며, 미망을 떠돈다. "돌담길 돌아서며 또 한 번 보고/ 징검다리 건너갈 때 뒤돌아보"는 게 인간의 맨 얼굴 아닌가. 자꾸 '뒤돌아보며' 살아도 괜찮다.이렇게 문득 '뒤돌아보는' 마음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과 타자를 향한 애증이 아닐까. 눈은 전면을 응시하고 바깥만을 증거 삼는다. 눈을 감아야만 내면의 문이 열리고 그 심연에 다가설 수 있다. 뒤돌아볼 '고'(顧)자에는, 봄에 강남 갔던 제비가 되돌아오듯이 '뒤돌아보는' 생명을 보살피는 마음씨가 들어 있다. 교토의 절 에이칸도(永觀堂)에는, 자신을 뒤따라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뒤돌아보는 아미타불'이 있다. 물론 '절대 뒤돌아보지 마라, 그랬다간 망해!'라며 경고하는 그리스나 아시아의 신화, 설화도 있다.이렇듯 삶은 뒤돌아봄의 은유로 가득하다. 십자가에 못 박혀, 오랜 수모와 박해의 삶을 마감하고 죽음으로써 천상의 하느님 그 영광의 시간으로 진입하던 예수는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했다. 누군가가 남을 위하여 죽어야만 하는, 인류의 죄를 대속하는 측면에서 예수는 모든 것을 성취했고 하느님의 등 돌림을 전적으로 수긍했을 터다. 그래서 지상을 뒤돌아보고 싶은 미련은 없었겠으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인간적 현실 긍정마저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닐 것이다.뒤돌아봄은, 자신에겐 이성적 성찰과 회고의 눈짓이고, 타인에겐 감성적 구원과 배려의 손짓이다. 잘 산다는 것은 물질적 풍요만이 아닌 사유의 수준까지 포함한다. 앞만 보고 달려온, 상처 많은 우리 사회가 점점 흉흉해지고 있다. 우한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발이 묶이는 이때 '뒤돌아보는' 자아 성찰과 타자 배려의 이중 면역체계로 건강해졌으면 좋겠다.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2020-02-12 18:00:00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신세돈의 새론새평] 국민은 쪼들리고 나라는 풍요롭다?

올해도 불황으로 세수 부진 누적 땐국세청 체납징세과 본격 가동 밝혀어려운 때일수록 국민·기업 주머니두둑해지도록 하는 것이 참된 정치유약(有若)이라는 공자의 제자가 있었다. 노나라 애공(哀公)이 유약에게 국가 재정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금년에는 흉년이라 세금도 잘 걷히지 않아 국고 사정이 매우 안 좋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유약에게 재정 확충 방안의 묘방을 물은 것이다. 그런데 유약은 엉뚱하게도 현행 20%를 낮추어 10% 세율(徹稅法)을 채택하라고 권했다. 세율이 20%인데도 모자라는데 세율을 낮추라니 노공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노공이 이렇게 물었다. "20%의 세율로도 부족한데 어찌 10% 세제를 택하라고 하시오?" 유약은 이렇게 대답했다. "국민이 풍족하면 어찌 나라가 풍족하지 않겠습니까. 국민이 부족하면 어찌 나라가 풍족하겠습니까?"(百姓足君孰與不足 百姓不足君孰與足). 논어 안연 편 9장에 있는 말이다. 세율이 낮을수록 세수가 늘어난다는 래퍼 가설을 주장한 미국 경제학자 래퍼(A. Laffer) 교수를 연상시키는 것같이 들리지만 유약이나 논어의 참뜻은 세수 확대가 아니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실질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지 나라 세수 증대가 아니라는 것이다.올해에도 국세청은 중점 추진 업무 제일 순위로 '안정적 세수 조달'을 내세웠다. 지난 1월 29일에 있었던 올해 첫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 배포한 '2020 국세행정 운영 방안' 자료를 보면 총 7개 항목 중에서 첫머리가 '안정적 세입예산 조달로 튼튼한 국가재정 뒷받침'으로 되어 있다. 정부가 확정한 올해 총예산은 481조8천억원인데 이 가운데 총국세수입은 292조원이다. 총국세수입 가운데 국세청 소관 세입예산은 282조2천억원으로 약 97%에 달한다. 이 금액은 지난해 세웠던 목표 284조4천억원에 비해 2조2천억원 줄어든 것이다.최근 국세수입 환경은 빠르게 악화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세입 목표액을 초과 달성하던 징수 실적이 2019년을 기점으로 목표를 밑돌기 시작했다. 금년에는 지난해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도 주력 제조업 업황 회복으로 세수 개선이 예상되지만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이 상존해 세입 여건이 녹록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가격 회복으로 반도체 업황이 성장세로 반전할 것이라는 세계반도체무역 통계기구의 전망이 있기는 하나 세계 경기 하강에 따른 무역 둔화가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해 핵심 서비스업과 제조업 침체가 더욱 걱정스러운 형편이다.지난해 침체된 경제로 세수가 부진했는데 올해마저 경기 불황에 따라 세수 부진이 누적될 경우 국세청은 가용 가능한 모든 역량을 투입하여 안정적 세수 확대에 나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국세청이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체납징세과를 본격적으로 가동하여 징수 활동을 강화하고, 탈세 혐의가 높은 납세자를 정밀하게 선정하는 고도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덧붙여 ERP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누수되는 세금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했다. 말로는 자발적 신고 세수를 극대화하여 세수 달성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우선 목표라고 하지만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국민들은 세입 목표 달성을 위한 국세 당국의 무리한 과세를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사실 지난 몇 년 동안 국민과 기업의 조세 부담은 크게 늘었다. 조세 총액으로 보면 2016년 318조원에서 2018년 378조원으로 무려 18.9%나 증가했고 국세는 같은 기간 242조5천억원에서 293조6천억원으로 21.1% 폭증했는데 그중에서도 소득세는 23.3%, 그리고 법인세는 36.1%나 크게 올랐다. 지난 2년 동안 명목 GDP가 14.7% 늘어난 것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늘었다. 그만큼 국민들이 느끼는 세금 압박은 커졌다는 말이다. 장사가 잘되면 늘어난 세 부담 정도는 어떻게든 소화할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이 경기가 나쁘면 현금 강요나 매출 누락 혹은 위장 폐업 등 세금을 줄이기 위한 각종 편법이 난무하는 것은 물론 강한 조세 저항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금년에도 완고한 목표 세수를 가지고 국민과 기업의 얇은 주머니를 압박한다면 설혹 세수 목표를 달성한다고 한들 어떻게 나라가 풍족하다고 하겠는가. 어려운 때일수록 국민과 기업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도록 하는 것이 참된 정치의 목적이 아니겠는가.

2020-02-12 14:30:00

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매일춘추] 무대 뒤 숨은 주인공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감독상·국제영화상·각본상에 이어 작품상까지 4관왕을 기록하며 전 세계에 한국 영화의 파워를 보여주었다. 한국영화 역사의 쾌거를 보여준 이 시상식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 외롭게 사투를 벌였을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돌아가는 영광스러운 상인 것 같아 더더욱 감동으로 다가왔다. 무대 위에 선 그들은 누구 보다 빛났으며, '최고'라는 영예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했다.보이지 않는 곳에서 괴로운 싸움을 하는 감독과 스태프들. 그들은 무대 뒤에서 보이지 않게 불철주야 노력하는 숨은 조력자들이다. 영상매체이건 공연예술이건 표현 방식이 다른 장르의 차이는 있어도 창작의 한계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그들의 열정은 한길을 달린다.뮤지컬과 연극,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오가며 많은 감독과 스태프들을 만나게 된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상상으로 던진 말에 개인적인 욕심은 안중에도 없이 흥망성쇠의 기로에서도 '함께'라는 의리로 기운과 영감을 채워주는 제작자와 기획자들, 헌신과 노력으로 텅 빈 무대를 미학과 철학을 담아 실현시켜주는 감독들은 참 고마운 존재들이다.무대 위의 배우들은 최첨단의 기술로 기교를 부려 날개 달린 작품의 큰 그림을 볼 수 없어 아쉬워하고, 연출가는 좋은 무대를 완성하기 위해 최상의 기술력을 동원해 현란한 마술을 부려주는 감독들의 노고에 보답할 길이 없어 더 아쉽다.수개월 동안 함께 고민하고 창작의 열정을 불태웠던 땀 냄새 그득한 연습실 일정을 마무리하고 발걸음을 극장으로 옮길 때 밀려오는 떨림은 미니어처나 도면으로만 보던 디자인들이 어떤 구조물로 어떻게 무대화 될지에 대한 설렘 때문이다. 배우들의 발걸음 또한 기대감으로 분주한 것은 창작의 고통을 이겨낸 해방감과 그 예술을 펼쳐낼 무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겠지.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들 뒤에는 그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 위해 위험하고 고된 작업에도 끊이지 않는 열정으로 마음을 다해주는 감독과 스태프들이 있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늘 검정색 옷만 입고 다니는 그들의 숨은 노력에 항상 감사하고 고맙다.무대 뒤에서 연주자가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주는 조율명장 이종열 선생이 없었다면 어떤 피아니스트도 완벽한 무대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최고의 무대를 위해 보이지 않게 노력하고 집중하는 그들의 삶은 무대 위에 보이는 그 어떤 화려함 보다 더 찬란하고 아름다우며 위대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을 보이지 않는 숨은 주인공들의 열정과 수고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2020-02-12 14:30:00

도제헌 중부소방서 예방안전과

[기고] 전통시장의 소방안전 대책

소방청은 지난해 전통시장 화재 발생 통계를 발표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화재 발생 시간이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가 46.6%로,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집중됐다. 화재 원인은 전기적인 요인이 45.3%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2016년 11월 30일 서문시장 4지구에 839개 점포가 전소되고 460여억원의 재산 피해를 낸 화재도 인적이 드문 오전 2시 8분쯤 발생했다. 당시 화재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된다.소방청은 전통시장에 대해 2018년 2차에 걸쳐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화재안전등급을 A등급에서 E등급까지 분류하고, 특히 화재 위험이 높고 큰 피해가 우려되는 불량 수준인 E등급(60점 이하)은 소방청의 직접 관리를 받고 있다. 대구중부소방서 관내 26개 전통시장은 대부분 1980, 90년대 이전에 형성돼 건축물이 낡아 스프링클러, 옥내소화전 등 고정 소화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곳도 있다. 남문시장을 비롯한 D등급은 8개소, E등급(60점 이하)도 4개소에 이른다. 이들 시장은 여전히 영업 중이어서 화재나 재난 발생 가능성을 늘 안고 있다. 전통시장의 제도적, 구조적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아내는 일이 절실하다.첫째, 전통시장은 대규모 또는 50개 이상 점포로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한 곳이나, 일부는 점포가 수개 이내로 사실상 시장 기능을 상실했음에도 전통시장 등록을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시장 상인들이 정부 지원금, 재개발 등의 지원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등록권자가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이러한 실정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둘째, E급 전통시장은 소규모이거나 영세 점포로, 관리 주체가 제 역할을 못하거나 소방안전관리자가 없어도 되는 대상으로 화재 등 안전관리가 매우 취약하다. E급 전통시장도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대상으로 정하는 등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고 자율소방대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셋째, 시장 상인의 안전의식을 제고해야 한다. 시장 관계인은 소방시설을 설치, 유지 관리 의무가 있으나 일부 상인은 소화기, 자동화재탐지설비 및 옥내소화전 설비 등의 유지에 정부 지원을 당연시하고 안전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다. 안전의식 강화를 위한 교육 이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넷째, 전통시장은 소방차의 신속한 진입 등 화재 대응 여건 조성이 필수적이다. 주택단지 내 시장의 경우 진입로가 협소하고, 불법 주정차와 고정형 진열 및 천막 등으로 신속한 소방차 진입이 쉽지 않다. 소방차 진입 공간 확보를 위한 예산이 필요하며, 소방관서와 시장 관계인이 협력하여 화재진압 대책을 논의하고, 중장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다섯째, 전통시장 전기시설 노후가 화재의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특별관리가 필요하다. 비닐 전선 및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감전사고 방지를 위한 전기기기의 미접지, 누전차단기 미설치 및 용량 초과 등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주기적인 전기 안전점검이 필요하다. 기타 가스 누설 탐지 장치 설치와 용기, 배관 등의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또 비상구 폐쇄, 불법 가설건축물 사용, 철근 노출,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화재 예방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안전관리가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운영주체 및 사용자 모두 관심을 갖고 불조심을 생활화한다면 반복되는 화재나 재난을 지금보다 훨씬 줄일 수 있다.

2020-02-12 14:30:00

새롭게 개발된 딤프의 CI.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브랜드도 화장해야 팔린다

'브랜드도 사람과 똑같구나'.브랜드를 맡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얼굴은 강력한 이미지가 된다. 그 이미지로 그 사람의 성격을 추측하기도 한다. 안성기씨를 보면 어떤 고민도 들어줄 것 같은 따뜻한 사람일 것 같다. 반면 마동석씨를 보면 강한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안성기씨가 마동석씨의 이미지를, 마동석씨이 안성기씨의 이미지를 갖는 일을 죽었다 깨어나도 힘든 일이다.우리가 브랜드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 브랜드의 얼굴을 보고 그 브랜드를 판단하게 된다. 이때 우리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얼굴은 바로 CI(Coporated Identity)이다.자, 지금 머릿속에 어떤 브랜드를 떠올려보자. 나이키, 스타벅스,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생각해보자. 그 순간 가장 먼저 머릿속을 차지하는 것이 CI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업은 브랜드 로고에 목숨을 건다. 삼성 역시 브랜드 로고에 수억을 들였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혁신적인 정신이 들어가 있다. 그 로고에 그 브랜드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딤프라는 브랜드가 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의 약자인데 지금은 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다. 2006년에 시작해 전 세계의 프로덕션과 공연관계자, 시민을 아우르는 아시아 최초의 국제 페스티벌이 매년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셈이다.작년의 경우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회장님은 엑소의 수호를 홍보대사로 보내 아시아 팬들에게 어필하기도 했다. 그만큼 딤프 페스티벌은 국내 잔치용의 브랜드가 아니다. 특히 대구 중심가에 있는 노보텔에는 딤프 축제 동안 더 많은 외국인이 숙박한다. 대구에서 딤프가 차지하는 브랜드 파워는 강력하다.하지만 명성에 걸맞지 않게 CI가 너무 올드했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것이 CI를 개발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벅스, 애플의 현재의 로고도 처음 디자인에서 조금씩 변형된 것이다. 디자인 트랜드는 변하는데 한 가지 로고를 너무 오래 쓰면 당연히 올드하게 보인다. 카페베네 역시 위기를 겪고 다시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이 로고를 교체한 것이다. 이토록 로고는 소비자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로고의 중요성을 설명하다 보니 잠시 얘기가 다른 곳으로 흘렀다. 다시 딤프로 돌아가면 외국인이 찾는 브랜드인만큼 시각적인 어필이 필요했다. 딤프의 로고만 봐도 '아! 뮤지컬 축제구나!'라는 느낌을 줘야 했다. 즉, 글이 없이도 시각적인 언어를 전달 할 수 있어야 했다.하지만 수년 전에 개발한 딤프의 로고는 그 점이 부족했다. 필자는 애플 로고를 볼 때마다 스티브 잡스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애플 로고는 성경 속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빗댄 것이라는 설이 있다. 즉, 인간이 취해선 안 되는 것을 한 입 베어 무는 것을 표현해 혁신을 이야기 한 것이다. 그 로고 하나에 애플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사람들이 나이키 로고를 보면 달리고 싶고 맥도날드 로고를 보면 배고픈 것도 이런 이유다.필자는 CI 작업의 영감을 얻기 위해 딤프 뮤지컬에 참석했다. 운 좋게도 세계적인 작품인 투란도트를 두 눈으로 확인할 기회를 얻었다. 난생처음 본 뮤지컬의 흥분은 대단했다. 불이 꺼지고 조명이 켜질 때 흥분은 영화관과는 또 다른 묘미였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조명이 뭐라고 사람을 이토록 흥분시키나?' 어둠을 뚫고 나오는 빛은 우리에게 큰 임팩트를 준다는 느낌이 들었다.바로 그거였다. 아이디어는 바로 거기에 숨어 있었었다. '사람들은 조명에 흥분하고 박수치니 로고에 그 모습을 담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로고를 만드니 누가 봐도 뮤지컬이 연상되었다. 외국인이 봐도 이해되는 브랜드가 완성된 것이다.아이디어 발표일 찾은 딤프의 사무실을 보고 많이 당황했다. 국장님께만 발표하면 될 줄 알았던 시안이 스무 명 정도 되는 딤프의 직원들이 사무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큼 간절했다는 뜻이다. 그들은 로고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준비한 몇 가지 시안 중 아니나 다를까 딤프 팀 역시 조명 시안에 애착을 뒀다. 기존의 딤프 로고에는 시각언어를 담지 못했는데 그 문제가 해결된 것 같다고 기뻐했다. 필자도 덩달아 행복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이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으니까.딤프는 분명 매력적인 브랜드다. 하지만 세상에는 매력적인 브랜드가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손님을 맞이할 때 세수를 하지 않거나 화장도 하지 않은 채로 나간다면 그 결과는 뻔할 것이다. 매력적인 브랜드도 그 보이지 않는 매력을 시각화시켜야 한다. 이제 브랜드도 화장해야 팔린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2-12 12:01:09

유재경 영남신학대 기독교 영성학과 교수

[종교칼럼] 사소한 것의 가치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는 "지금 이 순간에 충만하고 강렬하게 집중하고 있을 때만이 진정한 '존재' 상태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진정한 존재의 상태인 자유와 기쁨은 '지금 이 순간을 살 때'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삶의 참된 가치가 순간에 있듯이 삶의 소중함도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것'에 있다. 우리 인생에서 사소한 것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속담이 생겼겠는가.우리는 사소한 것 때문에 웃고, 사소한 것 때문에 상처받는다. 어린아이의 환한 미소는 우리의 어두운 마음을 밝게 한다. 거실에 핀 한 송이의 작은 난은 온 집을 향기로 가득 채우고, 마음에 그윽한 기쁨을 머금게 한다. 한편 우리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는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큰 상처로 남을 때가 한두 번인가. 우리는 사소한 것 때문에 불안해하고, 사소한 것 때문에 친구와 이웃 사이, 심지어 형제 사이가 멀어진다.공감 능력도 사소한 얼굴 표정 하나, 놓치기 쉬운 문장 부호 하나에 주목할 때 생긴다. 독서를 내적 수행이라고 생각해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읽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독서가는 행간을 읽고, 문장과 단어보다 쉼표를 눈여겨 읽는다. 공감에 뛰어난 사람은 말보다 그 사람의 몸짓과 얼굴 표정을 먼저 읽는다. 사소하게 보이지만 글자 없는 여백을 읽어내고, 말하지 않는 말을 듣는 사람이 진정으로 공감하는 사람이다. 노자의 〈도덕경〉 41장에 '큰 소리는 소리가 없으며'(大音希聲)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도 고통이 크면 클수록 소리를 낼 수 없다. 서툰 몸짓 하나, 사소한 얼굴 표정과 침묵 속에 그 사람의 소중함이 담겨 있다.우리 영혼이 갈망하는 진리도 사소한 자연 속에 있다. 예수님은 새 한 마리, 들에 핀 꽃 한 송이를 보며 진리를 노래했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태복음 6:26) 우리가 찾는 소중한 것들은 위대한 시인의 정신에 있는 것도, 탁월한 철학자의 언어 속에 갇혀 있는 것도 아니다. 진리는 과거의 지혜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미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오늘 우리가 만나는 일상의 사소함 속에 있다.중국 우한의 의사 리원량((李文亮, 1985~2020)에 대한 추모 글이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의사로서 그의 삶은 '슬픔'과 '감동'을 넘어 '숭고함'과 '경외심'이다. 리원량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처음 알렸을 때만 해도 그것을 통제할 수 있었다. 지금 중국은 어떤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하루 사망자가 100명이 넘고, 누적 사망자 수가 1천 명을 넘었다고 한다. 젊은 의사의 충고를 귀담아들었어야만 했는데,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불행은 작은 소리를 가볍게 여기는 데서 시작되지 않았는가. 그저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들 속에 소중함이 깃들어 있음을 기억하자.

2020-02-12 11:16:54

헌혈견 달순이(그레이트 피레니즈,7년생). 달순이는 매년 정기건강 검진을 받으며 헌혈을 한다. 달순이의 건강 피는 수혈이 필요한 반려견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헌혈견, 공혈견에겐 휴식을 친구에겐 새생명을

반려견도 과도한 출혈로 빈혈이 심해지면 수혈을 해야 한다. 대부분 급한 상황이지만 사람처럼 혈액공급망이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동물혈액은행에서 혈액을 구입하거나 주변의 큰 개 보호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실정이다.우리나라에도 1960년대 전후 전쟁과 가난으로 궁핍한 시절에는 혈액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던 가장들이 있었다. 당장의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이 자신의 혈액과 장기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받는 사례들이 드러나면서 혈액을 사고파는 행위는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다. 이제 헌혈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만 이루어지고 있다.반면 동물의료에 필요한 혈액은 아직도 공혈견에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동물혈액은행은 공익적인 목적을 지향하지만 공혈견에게서 혈액을 채취하여 동물병원에 혈액을 판매하고 있는 영리 사업체이다. 공혈견은 동물혈액은행의 자산이며 공혈견에게 혈액을 채혈하고 공혈견을 처분하는 권리도 회사가 가지고 있다. 현행법상 동물의 생명권은 보장되지 않으며 소유자의 물건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다행히 동물혈액은행도 생명 윤리를 바탕으로 공혈견의 복지를 배려하고는 있지만 공혈견의 선별 과정에서 배제되는 개, 나이가 들어 공혈견으로 부적합해진 개의 노후 보장은 충분히 배려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사람의 헌혈이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듯이 이제는 반려견 수혈도 반려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헌혈견은 공혈견의 희생을 줄여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이미 선진국에서는 공혈견에 의한 혈액 공급 비중 보다 헌혈견에 의한 혈액 공급 비중이 커지고 있다.하지만 여전히 고민하게 되는 딜레마가 있다. 헌혈견은 개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 견주의 결정이다. 헌혈견 또한 헌혈을 강요받고 고통스러워 하진 않을까? 이러한 딜레마를 줄이기 위해 헌혈견으로 참여하는 개의 성격과 체형을 고려하고, 헌혈견이 보다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연계동물병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헌혈견은 건강한 2살 이상 8살 이하의 반려견으로 체중이 25kg 이상이 되어야 한다. 채혈 과정이 편안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 온순한 성격이 중요하다. 채혈 과정은 30분 정도로 200~400cc의 혈액이 채집된다. 채혈 횟수는 일년에 1회로 한정한다.헌혈견은 채혈하기 전 건강 검진을 받는다. 연계동물병원에서 건강상태를 평가해주며, 개의 혈액형을 알려주고, 심장사상충과 진드기매개 감염을 예방하고, 정기예방 접종과 구충을 해준다. 헌혈견이 건강해야 건강한 피가 수혈되기 때문이다. 뜻을 함께하는 여러 후원업체의 후원 물품들도 나눠드린다. 헌혈견과 견주의 헌신에 대한 작은 보상인 셈이다.헌혈은 생명을 살리는 숭고함이 담겨져있다. 그 숭고함을 강요하다 보면 공혈견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헌혈견은 공혈견의 희생을 줄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대안이며 반려동물문화의 가장 원숙한 단계라 할 수 있다. 헌혈견과 견주를 존경하고 응원하는 시민 문화가 하루 속히 정착되기를 소망한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를 연재한다.

2020-02-11 18:00:00

장현우(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경제칼럼] 다시 현장에 집중하고 소통해야 할 때

막힌 곳 뚫을 뛰어난 아이디어는 점원과 창고 직원들로부터 나와경제 위기 해결책 안 보이는 요즘 어려울수록 현장과 소통이 중요현장이란 사전적 의미는 '일이 생긴 장소나 실제 진행하거나 작업하는 곳'을 의미한다. 경영진이나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현장경영이라고 한다.경영진이 현장을 방문해 직원과 의사소통을 늘리고, 빠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경영 기법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톰 피터스 교수는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는 점원과 창고 직원들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일류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 내용이다.문제 해결 방법도 동일하다. 기업 현장을 돌아다니며 막힌 곳을 찾는다. 원활한 흐름이 멈추는 지점에서 장애를 직접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점이 발생한 곳을 떠나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한 기업에서 새로운 생산 방식 문제로 많은 노력을 했으나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국내외 논문을 검색하고,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그때 임원과 식사 자리에서 생산 직원이 "전에 있었던 작은 공장에서 그 방식으로 생산했던 적이 있어요"라고 한 말 한마디에 기술을 이전받아 해결했다고 한다. 직원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두려움으로 직원과 소통하지 않았다면 해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또한 법조에서 현장이란 사건이 발생한 곳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법정도 그 대상이다.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확인한 경험이 변론의 방향을 결정하고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법정에서 상대방 측 증인을 신문하다 반전이 필요하던 중, 확인서 이름 옆 한자(漢字)에 대해 묻자, 당황하며 답변을 전혀 못하는 게 아닌가. "한글은 아세요"라고 질문하자, 한글도 모르며 사실 내용도 모르고 그냥 서류에 도장만 찍었다는 증언과 함께 극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힌 경우가 있었다. 법정에서 해결 방법을 찾은 것이다.요즘 많은 회사와 자영업자들이 경제적 위기라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두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매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비용과 세금은 늘고 있어 경영하기 두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일단 버티고 있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미국 중국 일본과의 무역 분쟁,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등 경험하지 못한 복수의 상황이 겹치며 다가오고 있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현장과 소통이다.중국 우한의 젊은 의사가 신종코로나 발생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환자들의 증세가 사스와 유사하다는 경고를 하였으나 이를 무시하고 은폐한 것이 현재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소통 부재가 현재의 위기를 발생하게 한 시작점이 된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이러한 경우는 없는지, 현장과 소통을 하고 있는지 되짚어보아야 한다.위기가 닥칠 때마다 '임자 해보기나 해봤어'라고 꼬집은 모 회장님의 말처럼, 우리 기업과 국민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고, 그 저력은 아직도 건재하다. IMF 외환위기 때 금을 모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과거 일본의 전자제품들이 수입될 때 국내 회사들은 다 망할 것이라고 했으나, 현재 반도체, TV, 세탁기 등 세계 시장은 일본이 아닌 우리가 장악하고 있다.어려움이 있을 때 소극적으로 버틴다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용기와 도전이 필요한 때이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거친 풍랑을 만나듯 어려운 위기가 올 때도 있는 법이다. 광야에서 혼자 걸어가는 위기를 도전과 용기로 맞서 싸워야 한다.문제가 발생한 현장에 나가 그곳에서 소통해야 한다. 막힌 곳이 어디이고 왜 발생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소비자와 만나 문제점을 찾는 순간 해결 방법도 함께 다가온다.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우리들의 힘을 믿고 희망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장을 다시 둘러보자. 그곳에 해결책이 있다.

2020-02-11 14:15:48

이응규 EG 뮤지컬 컴퍼니 대표

[매일춘추] 쓸모를 증명할 시간

8가에 위치한 뉴욕대학교 티쉬스쿨 입구를 황급히 빠져 나와 매디슨 스퀘어 공원이 있는 23가까지 브로드웨이를 따라 한참을 달렸다. 거친 소방차들의 사이렌 소리와 성격 급한 운전자들의 경적소리, 마약에 취한 방랑자들과 길 바닥에 앉아 적선하는 히피들, 커피를 들고 어디론가 바쁘게 지나는 뉴요커들을 곁눈에 품고 청년은 숨을 몰아 쉬며 무작정 달렸다.그렇게 오랜 시간을 달려 어느덧 보자르 양식의 '플랫 아이언' 빌딩 앞에 다다랐다. 19세기 후반 여기엔 거리 세 곳이 교차하며 생긴 삼각형 모양의 좁고 쓸모 없는 땅이 있었는데 건축가 다니엘 번햄은 이런 핸디캡을 역이용해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들어냈다. 청년은 잠시 숨을 고르며 다리미 모양의 플랫 아이언 빌딩을 바라본다."세상에 쓸모 없는 것은 단 하나도 없는 것 같아."이 건축이 주는 철학이다.빌딩 건너편 광장으로 들어서서 아무도 없는 벤치에 앉아 책가방을 내려놓고 사과가 그려진 얇은 노트북을 꺼내 열어 젖힌다. 느려터진 3G 인터넷 대신 남의 집에서 와이파이를 잽싸게 끌어당긴 후 스카이프를 연결해 화상 전화를 건다. 그간 미드 타운의 통 큰 사장님 집을 청소하며 눈치껏 연결시켜둔 와이파이 연결망은 오늘같이 아주 중요한 날 제 몫을 한다."저예요 저! 얼굴 잘 보여?" /"아이고. 그래. 그래. 밥은 잘 먹고 다니니?"낯선 땅에서 오랜만에 엄마 얼굴을 보니 가슴도 뜨거워지고 눈시울도 뜨거워진다."엄마! 방금 막 최종 시험 끝났는데…. 나 합격이래! 이제 뉴욕에서 뮤지컬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구!"새벽기도를 막 다녀오신 어머니는 멀리 떠나 보낸 아들의 희소식을 듣고도 아무 말이 없다. 이뤄야 할 것들을 이루지 못한다면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제 자식의 성질머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까?한국에서의 작은 성과 뒤에 따라온 무거운 실패와 좌절감. 이후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무작정 날아온 뉴욕에서의 1년은 그에겐 한없이 낮아지는 자존감과의 싸움이었다. 세상에 쓸모있는 사람이기 위해 청소용품 꾸러미를 메고 5번가와 브로드웨이, 23가를 돌아다니며 이 공원을 중심으로 빌딩 곳곳에서 청소부로 일해온 지 어언 1년, 이 공원에서 파는 할랄 음식을 좋아하게 된지도 1년이 지났다. 뉴욕대 주변을 서성이며 재학생들을 곁눈질 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드디어 청년은 자신의 쓸모를 증명할 기회의 열쇠를 받아 들게 된 것이다.울컥 밀려드는 눈물을 삼키기 위해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뉴욕의 하늘을 등지고 우뚝 솟아 있는 플랫 아이언 빌딩이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좁았던 너의 세상이 이제 얼마나 넓어질 지 지켜보라고 말하는 듯 했다.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뜨거움을 느끼고 있을 즈음, 화면 속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수고했다."충분한 대답이었다.

2020-02-11 14:05:05

박창원 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박창원의 기록여행] 콜레라균 하천서 세수‧빨래

'가. 환자의 가족으로 교통차단선을 넘어 탈출한 자, 나. 경관, 방역원, 기타 정동회장, 반장 등 지시에 반항하거나 불복종하는 자, 다. 불결한 야채를 팔거나 가두에서 음식물을 판매하는 자, 라. 환자의 대소변 기타 병독에 오염된 의심 있는 물건을 함부로 버리는 자. 이상과 같은 사실이 발견될 때에는 계급지위의 여하를 불문하고 단호 체형처분으로 처단할 방침이니~.'(매일신문 전신 남선경제신문 1946년 9월 12일 자)대구경찰서장은 이날 다급히 담화를 발표했다. 방역에 비협조하면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경고였다. 왜 그랬을까. 해방 이듬해 초부터 천연두와 발진티푸스 등의 전염병이 번졌다. 엎친 데 덮쳐 봄부터는 콜레라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콜레라는 호열자(虎列刺)로도 불렸다. 호열자는 호랑이가 살점을 뜯어내듯 고통을 준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경상북도에서는 5월 중순 청도에서 첫 호열자 환자가 발생한 이후 순식간에 영천과 봉화, 경산, 군위 등으로 확산됐다. 더구나 그해 여름 대구에는 폭우로 인해 오염된 물이 넘쳐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경북도청이나 대구유치장, 대구역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으레 환자가 발생했다. 30명이 거주하는 달성의 한 마을에서는 집단으로 감염되어 13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당국은 전염병이 나돌면 머리와 몸에 뿌려서 이를 잡던 흰 소독약인 디디티(DDT)의 수입을 늘렸다. 하지만 콜레라에는 소용이 없었다. 먹는 음식과 식수 관리도 쉽지 않았다. 당시 대구의 하천에는 미나리꽝이 흔했다. 그런 하천에는 콜레라균이 득실거렸다. 일부 주민들은 병원균이 있는 미나리꽝의 미나리를 베어 팔았다. 또 걸레를 헹구고 옷가지를 가져와 빨래를 했다. 땀이 나면 어른들은 세수를 했고 아이들은 물속에 첨벙첨벙 뛰어들어 더위를 식혔다. 거기에 대소변을 보는 것은 예사였다.대구부의 경찰 책임자가 이런 행위에 형벌을 가하겠다고 나선 이유였다. 이와 함께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요량으로 환자가 있는 집안의 가족들 이동을 제한했다. 이른바 격리에 해당했다. 하지만 이를 어기고 탈출하는 일이 잦았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지역 간 교통차단으로 그러잖아도 부족한 쌀의 공급이 막혔다. 쌀 한 말이 1년 만에 300원에서 1천200원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콜레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일도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이렇듯 전염병은 주민들의 생존 자체를 무너뜨렸다.경북도의 콜레라는 찬바람이 불자 잠잠해졌다. 그해 12월까지 7천5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4천4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은 뒤였다. 일상을 위협하는 전염병은 세상이 바뀌어도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전염병에 대한 대비와 백신 개발 등은 전염병이 닥쳤을 때 불이 붙었다가 이내 사그라지는 일이 반복됐다. 눈앞의 이익만 좇는 인류의 고질병이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충격 이후에는 달라질까.

2020-02-10 18:00:00

이재태 경북대 의대 교수

[세상속의 종소리] 인도여인의 발 사랑

14억 인도인의 대부분은 따뜻한 지역에 거주하고, 많은 사람들은 맨발로 다닌다. 일생을 청빈하게 살았던 성자 간디의 모습에서도 맨발이 먼저 떠오른다. 맨발이 가난과 청빈함의 상징만은 아니다. 그들이 힌두 사원에서 신을 배알할 때는 존경, 겸손, 복종의 의미로 반드시 맨발로 들어선다. 인도인들은 발이 신성한 어머니와도 같은 땅에 신체가 접하는 곳이며 동시에 생동하는 우주의 에너지가 그들의 몸으로 들어오는 곳이라 믿는다. 필연적으로 거친 발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씻은 후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치장하였다, 상위층 여성들은 발 관리에 많은 시간을 썼고, 발찌와 발가락 반지로 치장하였다. 서민들도 발을 씻은 후 향기 나는 오일을 바르고, 헤나나 락 곤충에서 추출한 붉은 염료로 발바닥을 곱게 염색하였다.인도 북서부의 신성한 고대 힌두도시 바라나시 여행자들의 기행문에는 인도인들이 신성시하는 갠지스 강가에서 목욕하는 사람들이 소개되고 있다. 윤회사상을 신봉하는 그들에게 목욕은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였는데, 강가에서 죽음과 환생이 이루어진다는 신화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태양왕조의 샤가르왕은 신에게 희생제를 지내기 위하여 말을 키웠다. 왕이 백번 째 제사를 지내기 직전 인드라 신은 이 제사를 지내면 인간들이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오르게 될까봐 불안했기에, 제물로 쓸 말들을 지하세계의 있는 카필라 성자의 명상처에 숨겼다.왕의 아들들은 카필라 성자를 범인으로 생각하여 처벌하려했으나 오히려 분노한 그의 저주를 받아 재로 변했다. 아버지를 찾아 지하세계로 온 왕의 손자인 안슈만이 이 사실을 알고는 성자에게 진심으로 경배하며 용서를 구하였다. 성자는 천상을 흐르는 강가 여신의 물을 땅으로 내려 정화의식을 치르면 재가 된 조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한다. 후일 왕이 된 안슈만의 손자 바기라트는 조상을 구하기 위해 왕위를 버리고 히말라야에서 천년동안 고행하며, 강가 여신에게 내려와 달라고 간청했다.결국 강물은 시바신의 머리타래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바기라트는 강가에서 영혼의 재를 씻고 정화시켜 조상들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힌두인은 강물에 일상의 죄를 씻어내고, 사후 갠지스 강가에서 육신을 화장한 재를 뿌려 현세의 윤회를 벗어나 영원히 천상으로 올라간다고 믿게 되었다. 강가의 목욕은 산 자의 회개와 죽은 자의 환생을 기원하는 인도인의 일상이 된 것이다. 여성들의 목욕용품 중 바즈리(vajri)라는 각질 제거 기능을 가진 발 화장 용구가 있다. 처음에는 돌이나 금속으로 만들었으나 이후 황동으로 주조되었다. 둥근형, 사각형, 마름모의 몸체 바닥면에 거친 격자 빗금이 있어, 발꿈치나 발바닥을 문지르면 자극이 되며 굳은살이 제거된다. 손잡이에는 코끼리, 말, 몽구스, 공작, 사자 등의 동물이나 전통 여인의 평범한 생활상이 조각되었다. 금속 통은 작은 구멍으로 통기되어 있고, 그 내부에 돌이나 금속 조각이 들어 있어 발을 문지를 때 '따르륵따르륵' 하는 음이 난다. 과거 인도 북서부 지방의 여성들이 강가에서 목욕할 때는 작은 종을 패용하였다. 근처를 지나던 다른 사람들에게 이 소리가 들리면 감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계의 표시였다. 여성들의 바즈리에 종소리가 추가된 이유이다. 바즈리가 내는 낮은 음에는 발을 씻으며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던 힌두 여성들의 경건함이 들어 있다.

2020-02-10 18:00:00

[세월의 흔적] <60>추녀 끝 덮은 와당, 연꽃·금수 무늬…기와집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대중가요의 한 토막이다. 내 어릴 적 소원은 '기와집에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 시절 대다수 민서들은 나지막한 초가삼간에서 살았는데, 마을에는 기와집이 딱 한 채뿐이었다. 그 집 아들은 마을에서나 학교에서나 늘 으스대며 젠체하고 다녔다. 그 시절 기와집은 부자의 상징이었다.목조건물의 지붕은 이엉이나 볏짚, 그리고 나무껍질 같은 식물성 부재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내구력이 약해서 자주 교체해야 되기 때문에 방수효과가 좋고 강도가 높은 기와가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목조건물에 기와를 사용하여 지붕을 덮는 풍습은 고대 동양건축의 주요한 특징이었으나, 그 정확한 기원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기와집을 와가(瓦家) 또는 와옥9瓦屋)이라고도 하였다. 또한 기와가 엄청 비쌌기 때문에 민서들은 감히 기와집을 지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높은 벼슬을 살거나 만석꾼 부자라 하더라도 아흔아홉 칸이 넘는 기와집은 지을 수 없었다. 오로지 궁궐에서만 그 이상의 큰집을 지을 수 있었는데, 그 시절 법도가 그랬었다.기와는 눈이나 빗물의 침수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와 함께 건물의 경관과 치장을 위하여 사용되기도 하였다. 가장 기본적이며 많은 수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수키와와 암키와이다. 그 모양이 평평한 기와를 암키와, 둥근 기와를 수키와라 한다. 지붕을 덮을 때 산자 위에 진흙을 이겨서 얇게 편 다음, 위아래로 암키와를 걸치고 좌우의 이음매에 수키와를 덮는다. 그리고 처마위에 비아무림으로 막새를 붙이는데, 암키와 끝의 것을 암막새 수키와 끝의 것을 수막새라 한다.지붕마루는 기왓골에 맞추어 수키와를 옆으로 세워서 막고, 그 위에 수키와를 한 줄로 세워서 댄다. 앞에 것을 착고(着高), 뒤에 것을 부고(付高)라 하며, 그 위에 마룻장을 3~7겹 덮고 제일 높은 부분에 수마루장을 덮는다. 그리고 용마루의 양쪽 끝에 높게 장식된 용머리기와를 세워 장식을 겸한다. 또한 각 마루 끝에 벽사(辟邪)의 의미로 사용되는 귀면(鬼面)기와, 각 마루의 추녀 밑 네모난 서까래에 사용되는 사래기와 등이 있다.흔히들 와당(瓦當)이라 하는데, 추녀 끝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기와를 달리 이르는 말이다. 암막새와 수막새는 여러 가지 무늬가 오목새김 된 나무나 도자기로 된 틀로 찍어낸 것이다. 거기에는 연꽃․당초(唐草)․보상화(寶相華)․귀면(鬼面)․금수(禽獸) 같은 다양한 무늬가 새겨져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채로운 변화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제작기법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고고학이나 미술사 연구에 중요시되고 있다.황룡사지에서 출토된 대형 용머리기와는 그 옆면과 뒷면에 얼굴무늬와 연꽃무늬를 번갈아 장식하고 있다. 그로 해서 특수한 의장을 보여주는 고대 신라의 대표적인 기와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막새에 나타난 여러 가지 무늬들은 평안과 번영을 소망하던 당시 사람들의 정신적 이상을 반영한 것이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20-02-10 18:00:00

서성희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특별기고] 불가능의 가능성

대구 출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총 4개 부문을 수상하며 101년 한국영화 역사뿐만 아니라 92년 아카데미의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갔다.후보작이 발표되던 지난 1월 봉준호 감독은 미국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상은 로컬(지역) 시상식"이라고 말하며, 미국 영화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함을 꼬집는 재치와 여유를 보여주기도 했다.하지만 아카데미상은 92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영화상임에 분명하다. 아카데미상의 권위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약 9천500명의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투표로 뒷받침된다. 한국인 회원은 박찬욱, 이창동 감독, 이병헌, 최민식, 홍경표 촬영감독 등 약 40명이며,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이 자신이 속한 부문에 투표를 할 수 있다. 특히 작품상이 남다른 의미가 있는 건 각 부문의 회원들의 표를 모두 집계한 순위로 9개 작품이 후보에 오르고 다시 순위를 정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작품상을 선정하기 때문이다.'기생충'은 아카데미상 92년 역사에서 최초로 비영어권 영화로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되었다. 더 나아가 지난해 예술영화에 손을 들어주는 유럽의 엘리트주의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가장 대중적인 영화상인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두 번째 작품으로 세계영화사에 남게 되었다.사실 많은 사람들이 작품상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던 '1917'을 보고 난 후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리적인 작품성을 비교하기보다는 70%가 넘는 백인으로 구성된 아카데미 회원들이 지금까지 보수성과 안정성이라는 선택을 해왔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한국의 아카데미상 수상이라는 불가능의 영역을 가능성의 영역으로 이끈 힘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그건 바로 불가능은 동전의 양면처럼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며,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 사람들의 인식의 전환에서 시작되었다. 결론적으로 이미 '기생충'은 불가능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인식이 그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불가능의 가능성을 보여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켜보면서 대구에서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가능하다'라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 출신인 영화인 봉준호를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대구에서도 영화인의 삶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토양 위에 대구에서 "가장 개인적인 영화로 가장 창의적인 영화를 만들겠다"라는 가능성을 가슴에 품은 영화인을 길러내야 한다. '불가능의 가능성'이야말로 대구가 가장 창의적인 영화 제작 도시로 한 걸음 성큼 다가설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주문이라 믿는다.서성희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2020-02-10 17:52:31

김문환 문명사 저술가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삼한시대 '소도'와 21세기 '청와대'

사슴뿔 쓴 켈트족 드루이드모차르트와 왈츠의 나라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 공항에 내려 급행전철을 타면 30분도 안 돼 시내 중심가에 내린다. 근세 유럽 최대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들이 즐비하다. 고풍스러운 비엔나 자연사 박물관에 들어서면 으르렁거리는 공룡 화석들 너머로 앙증맞은 뿔 하나가 탐방객을 맞는다. B.C 5세기 사슴뿔. 그냥 스쳐 지나기에는 뒤에 걸린 그림이 예사롭지 않다. 사슴뿔을 머리에 쓴 신관의 모습. 로마제국 이전 중서부 유럽을 장악했던 켈트족 신관 드루이드이다. 김경수 경남지사 관련 '드루킹 사건'의 드루킹은 드루이드 왕이란 의미다. 사슴뿔 쓴 삼한의 천군무대를 가야 유적의 보고 김해로 옮긴다. 경전철을 타고 해반천을 따라가다 박물관역에서 내린다. 대성동 고분박물관 전시 유물을 흥미롭게 훑어보며 흠칫 놀란다. 비엔나 자연사 박물관에서 보던 켈트족 드루이드 사슴뿔과 닮은 삼한시대 사슴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사슴뿔도 삼한시대 신관(제사장)이 쓰던 것일까? 답을 찾아 빛고을 광주로 간다. 전남대 박물관에서 유물을 토대로 복원한 그림에 눈이 번쩍 뜨인다. 사슴뿔 관을 쓴 삼한시대 신관이다. 그랬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 한반도에서 시베리아 동토와 중앙아시아 초원을 거쳐 서유럽까지 고대 신관은 머리에 사슴뿔을 쓰고, 신의 뜻이라며 백성 머리 위에 올랐다. 삼한시대 소도(蘇塗) 전통유물로 남은 켈트족 드루이드 신관은 로마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에 잘 묘사된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의 카이사르가 B.C 58~B.C 51년 갈리아(프랑스 일대) 총독으로 켈트족과 전쟁을 치르며 기록한 책이다. 삼한의 신관 기록은? 아쉽게 우리 역사책에는 없다. 중국 진(晉)나라 진수가 289년 완성한 위(魏), 오(吳), 촉(蜀) 3나라 역사책 「삼국지」(三國志) 속 삼한의 역사를 다룬 한전(韓傳)에 고대 한국과 관련한 귀한 대목이 나온다. 소도(蘇塗).소도(蘇塗), 죄인 처벌 안 해내용을 읽어보자. "…국읍(國邑)에서는 한 사람을 뽑아 천신에 대한 제사를 주관시켰는데, 이 사람을 천군(天君)이라 부른다." 사슴뿔 관을 쓴 삼한 신관은 '천군'이었다. 켈트족 '드루이드'다. "…각각 별읍(別邑)이 있는데 이것을 소도(蘇塗)라 한다. 큰 나무를 세우고 거기에 방울과 북을 매달아 놓고 귀신을 섬긴다. 도망자가 그 속에 들어가면 모두 돌려보내지 않아 도둑질하기를 좋아한다." 마지막 구절이 마음에 걸리지만, 핵심은 천군 주재 성역 소도에는 범죄를 저지른 자가 있어도 처벌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백성 위에 선다.범죄 혐의자 소굴 청와대검찰이 1월 29일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13명을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송 시장을 부당하게 당선시킨 혐의다. 추미애 장관은 공소장 공개를 거부했다. 국회법 위반이자 '공개 재판' 원칙은 물론 헌법 21조 언론 자유 정신을 찢어버린 '법무'(法無) 장관이다. 청와대 사람들은 잘못이 없다며 한결같이 어둠 아래 숨는다. 조국 아들 인턴 문서 위조 혐의를 받는 청와대 민정비서관 최강욱은 자신을 기소한 검찰에 변호사 입을 빌려 "공수처를 통해 검찰의 범죄행위가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고 겁박하며 공수처가 권력의 사적 도구임을 드러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는 이로써 거짓 인증을 마쳤다. 국민을 한 번은 경험한 나라로 이끌었으니 말이다. 2천 년 전 삼한시대 소도의 나라로.

2020-02-10 17:49:35

이희주 경북도 축산정책과장

[기고] 경북축산, 제2 도약을 준비하자

정부는 축산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동물복지형 축산, 친환경축산물인증제, 깨끗한 축산농장 지정 등 안전한 축산물 생산과 환경오염 최소화 등에 노력 중이다.친환경축산물과 환경오염 최소화를 위해서는 축산 환경 개선이 우선이며 그 핵심이 가축분뇨의 적정한 처리다. 소비자들이 가축과 분뇨가 함께 공존하는 축사 실태를 눈으로 본다면 어떨까. 이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우리도 변해야 한다. 그것은 축분 처리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부와 축산농가의 핵심 과업이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 절감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직 하나 '분뇨 처리'다. 분뇨 처리는 축산농가에는 수익의 문제를 떠나 '생존'의 문제이다.도내 3만3천 호 축산농가에서 소 74만 두, 돼지 150만 두, 닭 3천500만 수가 사육 중이며 여기서 배출되는 가축분뇨량은 연간 800만t에 이른다. 이 중 80% 이상이 퇴액비화 과정을 거쳐 토양에 환원되고 있다. 문제는 충분히 부숙시켜 양질의 퇴비를 만들려니 퇴비사 공간이 부족하고 퇴비사 공간을 늘리자니 인허가 등과 추가 설비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이에 따른 민원도 만만치 않다. 주변 민원으로 양질의 퇴비를 생산하지 못하니 미부숙 퇴비가 농경지로 나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토양오염, 수질오염, 악취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된다. 공공처리장으로 보내려니 처리 용량 부족 등 사정이 여의치 않다. 한마디로 '가축분뇨의 수난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금부터라도 축분 처리의 다양성 확보를 고민해야 한다. 일본의 육계업체와 농가에서는 축산분뇨의 에너지 가치를 확인하고 축분을 소각해 전기를 생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처리 과정에 악취로 인한 민원도 전혀 없고 분뇨를 발전소에서 수거해 처리해 주니 축분 처리 고민 없이 사육에 전념할 수 있다고 한다. 경북도는 경북형 축산분뇨 에너지화사업의 추진으로 축분 처리의 다양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 내용은 크게 축분 고체연료 생산 인프라 구축, 가축분뇨 열병합발전소 유치, 축산정보 빅데이터 관제센터 건립 등 3가지로 구분된다.첫째, 축분 고체연료 생산 인프라 구축이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4년간 360억원의 자금을 투입, 200개소의 농가와 2개의 공동자원화센터에 축분고속건조발효기, 펠렛성형기, 저장 창고, 포장기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농가에서 48시간 내에 수분 20% 이하 부피가 75%까지 감소된 악취 없는 축분연료 분말이 생산되면 도내 공동자원화센터에서 수거해 펠렛 형태의 고체연료로 가공된다.둘째, 축산분뇨 열병합발전소 유치이다. 경북도는 도내 축분 고체연료로 전소발전하는 발전용량 10~50㎿급 발전소 4기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발전소가 가동되면 공동자원화센터에서 생산된 30만t의 고체연료가 발전연료로 활용된다. 대규모 고정 수요처가 생기는 것이다.셋째, 축산정보 빅데이터 관제센터 건립이다. 기존의 경험 축산에서 스마트 축산으로 축산정보 관리체계를 전환하고 노동생산성 향상을 도모해 나갈 예정이다. 2021년 센터 운영을 목표로 올해 100억원의 자금을 투입, 정보 수집 플랫폼 및 분석 알고리즘 개발과 빅데이터 관리요원 육성 등에 나설 계획이다. 경북은 축분 처리의 새로운 접근과 축산정보 빅데이터 활용으로 경북이 한국 미래 축산을 선도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함몰될 것인가, 아니면 변화의 물결을 탈 것인지, 우리의 현명한 선택과 결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0-02-10 16:17:56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계의 창] 국회의원 선거구제도 유감 - 김인현 교수

주민등록 주소지 근거한 선거구 총선 출향인의 표심 반영 어려워고향 선거구에 유권자 등록하면 부재자 투표 가능하도록 보완을나는 경북 영덕 출신이다. 내가 어릴 때에는 우리 군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이 배출되었다. 몇 해 지나니 청송·영덕이 같은 선거구로 조정되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울진·영덕에서 이제는 영양영덕봉화울진이 한 선거구가 되었고, 이번에는 여기에 울릉군이 포함된다는 말도 나온다.이런 선거제도에 대하여 나는 최근 큰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과연 한 명의 국회의원이 이렇게 넓은 지역을 어떻게 관리하며 각 지역 주민의 뜻을 수용 반영하고, 그 지역의 현안을 해결할 것인가? 더구나 유엔해양법 체제하에서 경북 동해안은 해안에서 200마일(322㎞)까지가 우리 영토와 같은 개념으로 포섭이 되어서 수산 쪽의 업무도 엄청 늘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서울이나 부산의 선거구를 보자. 영덕군과 같은 땅의 크기보다 작은 구에도 국회의원이 2, 3명 있다.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국회의원 선거구는 인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부산에는 인구밀도가 높다. 젊은 이들이 상당수 도시로 이주한 시골에는 인구가 매우 적다. 영덕군의 경우 1950년대 10만 명이던 것이 현재는 4만 명이다. 반면에 서울이나 경기도에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경북의 국회의원이 한 군에 한 명씩 있던 때인 1950년대 그 수는 수십 명이었다. 지금은 13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 대신, 서울, 부산, 대구는 급격히 국회의원의 숫자가 늘었다. 2014년 11월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획정 인구수 편차를 3대 1로 한 것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2대 1로 하라고 했다. 지역 대표성보다 국민주권주의에 따른 1표의 등가성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선거구 하한선인 약 12만 명 유권자를 맞추다 보니 4개의 군이 하나의 선거구가 된 것이다. 경북의 여러 선거구가 영덕군의 사정과 같다.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제도가 현실에 맞는지, 출향인의 뜻에 맞는지,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목표에 맞는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현재 제도의 기본이 되는 인구는 주민등록의 주소지를 근거로 한다. 경북 사람들이 서울 등 도시에 주소지를 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출향인들의 일상을 보자. 그들은 각종 향우회와 동문회 모임에 한 달에도 2, 3차례 참석한다. 고향의 각종 행사는 물론이고 각종 길흉사에 고향 까마귀를 찾아다닌다.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누가 되는지 관심이 별반 없다. 그보다는 자신이 태어나 자랐고, 부모님이 살고 계시고, 정년퇴직 후 자신이 여생을 보낼 고향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선거일에는 주민등록을 이전할 수 없으니,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주소지의 후보자에게 투표하게 된다.바다를 항해하던 선원은 사실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는데, 선박에서 부재자 투표를 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선거제도가 개선되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 제도의 이와 같은 문제점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출향인들은 주민등록부상 주소지를 이동시키지 않고도 선관위에 신고를 하면 자신의 고향 선거구 유권자로 지정되어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지 않을까?인구 비례를 기본으로 하고 농어촌 지역의 입장을 고려하여 인구 편차를 2대 1로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바다와 관련된 요소가 추가적으로 고려되길 희망한다. 국가가 존속하기 위하여는 국민이 있어야 하지만, 국민이 살고 있는 영토도 필요하다. 그 영토에는 육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도 포함된다. 3해리(5.5㎞)가 우리 영해일 때가 있었다. 1982년 유엔해양법이 발효된 다음에는 해안선에서 200해리(약 380㎞)까지가 우리 땅이 되었다. 이 바다에서 다양한 생산 활동이 일어나 소득을 얻기도 하고 해상사고들이 발생한다. 이런 바다 관련 일들도 지역 국회의원이 담당해야 할 일들이다. 그렇다면, 해안가를 끼고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은 유엔해양법 발효 이후 오늘날에 일이 더 늘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오징어 조업 문제가 국회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해안을 끼고 있는 지역구에는 인구 편차를 3대 1 혹은 4대 1 등의 유연한 기준을 주어 국회의원들을 한 명이라고 더 배당해 주어야 한다. 바다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이다.상원 의원을 주당 1명씩 배정하고 하원 의원은 인구 비례에 따라 인구가 많은 주는 많도록 하는 미국 건국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부럽다.

2020-02-10 16:11:54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매일춘추] 기후 위기에 맞서는 열여섯살 그레타

16살의 그레타 툰베리. 2019년 타임지에서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스웨덴의 환경운동가이다. 92년의 역사를 가진 타임지 '올해의 인물' 중에서 역대 최연소 주인공으로도 이슈가 되었다. 소녀는 세계 정상이 모이는 UN기후행동정상회의의 연설을 위해 비행기로 한나절이면 갈 거리를 태양광 요트를 타고 15일이나 걸려 대서양을 횡단했다.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위기를 경고하려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툰베리는 UN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제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우린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릴 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습니다."경제성장만을 목표로 하는 세계정상을 비판하는 툰베리의 외침에 세계 270여 지역의 청소년들이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기후행동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가 미래를 잠식할 문제임을 청년들이 체감하기 때문이다.게리트 드 피어의 '빌렘 바렌츠와의 세 차례 북극지역 탐험'이라는 작품은 1596년 아시아로 가는 해상교역로를 확보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북극해를 뚫고 새 항로 개척에 나선 빌렘 바렌츠와 그 일행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후에도 수많은 희생을 낳은 북서항로 개척사는 1906년 노르웨이 청년 로얄 아문센에 의해 마침표를 찍게 된다.하지만 북극항로는 개척된 후에도 빙하로 인한 사고 위험으로 무역에 이용되지 못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항로가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인류를 위협하는 지구온난화가 북극항로 활용 가능성이라는 부수효과를 낳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기후 온난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기후 온난화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팬데믹'은 기후변화가 극심한 시기에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감염병이 4.7% 늘어난다며 경고한다. 지구 온난화, 환경변화로 발생하는 문제, 국제 교역과 여행 증가, 고밀도 인구 분포 등으로 나타나는 현대화 문제를 해결할 대책은 환경, 동물, 사람을 하나의 개념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한다.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는 공동체이다. 환경운동가 툰베리는 생명과 공생으로 지구가 지속가능하기를 소망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서 빼앗은 미래를 되돌려주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공생할 수 있는 실천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2020-02-10 14:24:18

노동일 경희대 교수.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이른 아침에] 법무부 장관은 무엇으로 사는가

2018년 11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을 갑자기 경질하였다. 형식은 사임이지만 사실상 해임임을 모두 알고 있었다. 세션스 장관 본인이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사임한다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세션스는 2016년 대선에서 상원의원 중 최초로 트럼프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트럼프 내각 초대 법무장관은 당연한 포상이었다. 세션스 장관은 그러나 대통령의 수족 역할을 거부하였다. 그는 이른바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을 수사하는 특별검사를 해임하거나 예산 지원을 중단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수사 불개입 입장을 공개한 후 실제로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법무장관이 없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의 경질이 사임이 아닌 해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장관 시절 세션스는 이런 성명을 낸 바 있다. "내가 취임한 뒤 연방 법무부가 미국 시민의 안전과 권리 보호, 경제성장 촉진, 범죄 경감, 이민정책 강화, 그리고 종교자유 증진 등 대통령 정책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내가 장관직에 있는 동안 연방 법무부는 정치적 고려에 부적절하게 영향 받지 않을 것이다. 나는 훌륭한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대통령의 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은 것은 장관으로서의 소신이 뚜렷한 게 큰 이유일 수 있다. 정치적 고려에 부적절한 영향을 받지 않아야 오히려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 여론의 분위기도 한몫했을 수 있다. 권력자나 외부 세력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심각한 사안이라는 인식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 결정과정을 왜곡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하는 중차대한 범죄라는 것이다.법무부의 영어 명칭(Ministry of Justice)을 직역하면 '정의부'이다. 우리뿐 아니라 미국 등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법에 관한 일'(Legal Affairs)을 다루는 부서가 아니라 '정의 실현'을 담당하는 부서라 해석할 수 있다. 대통령의 참모 이전에 한 국가의 법치와 정의를 수호하는 부서 책임자가 법무부 장관이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우리 법무장관의 행태는 걱정스럽다. 조국 전 법무장관에 이어 추미애 장관 역시 취임 직후부터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 힘 빼기에 전력을 기울였다. 전 정권을 수사할 때 검찰에 보내던 박수와 환호가 미처 잦아들기도 전이다. 자신들을 수사하는 검찰을 향한 증오와 분노의 언사는 참으로 낯설다. 며칠 전 공개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을 보면 현 정권이 왜 그토록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찰 수사 방해에 집착하는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공소장에는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내용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경찰이 권력의 수족처럼 하명수사 정도가 아니라 청부수사를 한 정황도 담겨있다. 아직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로 확정되지는 않았기에 사실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실로 엄청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권력이 선거에 직접 개입했다면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하는 것으로서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이다. 미국과 한국이 다를 바 없다. 추 장관이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파적 고려에 따라 공소장 비공개를 고집한 것은 한마디로 자충수를 둔 것이다. 공개재판의 원칙상 공소장은 어차피 공개될 수밖에 없다.공소장 비공개 결정은 오히려 내용에 대한 관심만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홈페이지에 공소장을 실명까지 공개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범죄사실을 기록한 공소장은 사생활 영역이 아닌 공적 사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프라이버시를 상실함으로써 더 이상 사생활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론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정파적 이익 수호에 매달리는 법무부 장관이 정의실현 부서의 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추 장관은 이른바 '큰 꿈'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욱 달라져야 한다. 이제라도 특정 정파의 전위대 역할을 거부하고 대한민국의 정의를 실현하는 부서의 수장이 되어야 마땅하다. 법무부가 왜 '정의'를 표방하는 부서인지 본질부터 숙고하기 바란다.

2020-02-09 15:39:56

김희달 영어교수법(TESOL) 박사

[기고] 4차 산업혁명과 종이 시험의 미래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 영어학계는 언론 보도에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이병민 교수와 미국의 메타메트릭스사가 한국의 수능시험과 초·중·고 영어 교과서들을 출판사별로 렉사일 평가(미국의 메타메트릭스사가 개발한 Lexile 인공지능 글 난이도 평가 엔진)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글의 수준이 비슷해야 하는 학교 교과서들의 글 난이도가 천차만별인 데다, 중·고등학교 교과서 난이도의 차이도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7세 영어유치원 교과서가 중학교 교과서보다 어렵다는 내용도 기사화되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물론 범세계적으로 영어 글에 대한 객관적인 난이도 평가가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건 이후로 영어 독서지수 사용이 삽시간에 확대되었고, 렉사일 없이는 객관적인 평가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예를 들어 ETS는 물론이고, MAP Test(미국 학력평가의 일종), SAT/ACT(미국 수능), TOEFL(미국 대학 진학을 위한 외국인 영어시험)마저도 렉사일을 기준으로 따른다. 전 세계의 많은 유명 출판사들도 도서나 교과서를 출시하기 전에 렉사일 평가를 받는다. 이제 우리나라도 영어 평가 면에서는 적어도 피해갈 수 없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앞으로 우리나라 교육부나 출판사들도 렉사일 지수에 발맞춰 각종 어학 시험을 준비하거나 계획할 것이다. 렉사일이라는 글 난이도 평가로 시작한 미국의 메타메트릭스사는 최근 미국 내에서도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던 듣기 점수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듣기는 물론 에세이 평가까지 인공지능 개발 및 평가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의미는 영어는 물론 전 과목 모든 시험이 문제은행이나 인공지능 평가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토플과 토익에서는 인공지능 평가가 상용화된 지 오래이다.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평가 개발이 활발하다. 최근 몇 년간은 AI 면접은 물론, AI 영어 면접이 관심을 크게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850여 개 회사가 한 회사에서 개발한 AI 면접을 보고 있다. 물론 AI 영어 면접도 개발되어 있다.영어 인공지능 평가 면에서는 일본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이미 일본영어검정회는 2020년부터 인공지능 영어 말하기와 글쓰기 평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분명히 다가올 미래형 시험이다.영어 교육 선진국이고,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는 왜 수능을 비롯한 많은 학교 시험들을 아직도 종이로 칠까? 그리고 왜 예전에 개발된 NEAT라는 실용성 있는 국가 영어시험은 소식이 감감한가? 우리나라는 입시가 불필요하게 자주 변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적어도 일 년에 단 한 번뿐이라는 비효율적인 종이시험이라는 '틀'은 반드시 깨어져야 한다.먼저 기준점인 다양한 국가 공인 시험들이 실용성과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평가 항목도 바뀌고, 평가 방법도 컴퓨터나 모바일로 바뀌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불완전하다면 완전해질 때까지, 사람과 인공지능이 함께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 초·중등기관이나 학원, 사회도 자연스럽게 바뀐다.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다가온 시험도 진화해야 한다. 인간과 대화하는 AI 스피커, 인공지능 학습, 자율주행 자동차와 비행 자동차도 이미 상용화 단계인 시대에, 유독 시험만 종이 시험일 필요는 없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시기가 문제이다. 우리나라도 세계 추세에 맞춰 영어 독서지수 개발은 물론, 한글 독서지수 개발을 시작으로 모든 면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2020-02-09 15:25:20

종이에 수묵, 21.5×62.5㎝,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최북(1712-1786?) '설중귀려'

겨울산수이다. 하늘은 흐리게 먹으로 바림하고 산과 집은 윤곽선으로 형태를 잡으며 희게 남겨 설경임을 나타냈다. 찬 겨울 숲을 그린 한림(寒林)산수는 중국 북송 때부터 그려졌다. 겨울산수는 메마르고 삼엄한 나뭇가지 뿐 아니라 깨끗하고 차가운 눈과 추위 때문에 저절로 세상과 멀어지는 느낌이 있어 고인일사(高人逸士)의 뜻을 담기 적합했다. 설경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특유의 경관이다. 수묵화에서 눈 그리는 법은 차지위설(借地爲雪), 곧 종이나 비단의 '바탕을 빌려 눈으로 삼는' 유백법(留白法)을 가장 격조 있게 여겼고, 불투명 흰색 물감인 호분을 산봉우리에 칠하기도 하고, 호분을 퉁겨내 눈발이 날리는 광경을 나타내기도 했다. 바람에 날리는 눈인 풍설(風雪), 강 위에 내리는 눈인 강설(江雪), 밤에 내리는 야설(夜雪), 봄눈인 춘설(春雪), 저녁에 내리는 모설(暮雪), 눈 개인 모습인 제설(霽雪) 등으로 설경을 다양하게 구분해 그렸다.설경은 계절의 변화를 주제로 시리즈로 그려지는 사계산수, 사시산수에 항상 들어간다. 8폭으로 그려질 때는 사시팔경(四時八景)이 되어 한 계절을 초동(初冬), 만동(晩冬) 식으로 나눈다. 관동팔경처럼 특정지역의 명승을 뽑아 그리는 경우에도 계절이 결합되고, 보통의 산수병풍에도 설경을 넣어 끝 폭을 삼는 예가 많다. 사시산수는 자연을 씨줄로, 계절을 날줄로 하여 시간과 공간을 함께 직조한 회화이다. 자연의 네 계절을 어떻게 산수로서 인식하고, 그림으로 나타낼 것인가를 고민한 화론이 일찍이 나왔다. 북송 때 산수화론인 『임천고치(林泉高致)』(1117년)에서 겨울산수를 이미지화 한 몇 줄 뽑아보면 이렇다. 자연의 운기(雲氣)은 네 계절이 같지 않아 겨울에는 어둑어둑하고 침침하다.자연의 연람(煙嵐)도 네 계절이 같지 않아 겨울산은 침침하니 쓸쓸하여 잠자는 듯하다.겨울산은 어둡고 흐리며 가려지고 막힌듯하여 사람들 마음이 외롭고 쓸쓸해진다. '설중귀려(雪中歸驢)'는 해질녘 모설(暮雪)의 어둑한 풍경 속을 나귀 탄 한 남자가 산 아래 외딴 집을 향해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 그림이다. 그 뒤를 짐을 매단 작대기를 어깨에 걸친 동자 하나가 따른다. 산수를 잘 그려 '최산수'로 불렸던 최북은 설경을 많이 그렸다. 오행(五行)에서 북(北)은 계절로는 겨울이다. 최북과 동갑인 신광수는 「최북설강도가(崔北雪江圖歌)」를 지어주며 겨울산수를 그려 달라고 했고, 동생 신광하는 삼장설(三丈雪)의 눈 속에서 얼어 죽은 최북을 「최북가(崔北歌)」로 기리며 그 이름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했다. 겨울산수의 주제는 외로움과 쓸쓸함이다. 미술사 연구자

2020-02-0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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