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강규형 명지대 교수

[새론새평]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지상파 장악5공 시절 방송 장악 능가하는 수준방만 경영 적자 눈덩이 혈세로 메워시청료 납부 거부 회초리 필요할 때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방송장악을 안 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것을 여러 번 강조했다. 마치 공정한 방송을 할 것처럼 국민들을 속였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 강하게 방송장악을 해버렸다. 이런 의도는 소위 민주당의 '방송장악문건'이 공개되면서 그 모습을 완연히 드러냈다. 그리고 이들은 문건의 시나리오 거의 그대로 결행하는 무모함도 보였다. 그만큼 KBS, MBC 등 소위 공영방송 장악이 시급한 사안이었으며 무리를 해서라도 해내려는 의지를 보였다.예를 들어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의 KBS지부(자신들은 'KBS본부노조'라 부르고 회사에서는 주로 '2노조'라고 부른다)는 괴롭히기 쉬운 이사들을 주 공격목표로 삼는 야비함을 보였고, 무자비한 협박과 위협 등 여러 형태의 폭력을 썼다. 그러고도 자신들의 목적이 신성하니 수단은 좀 문제가 있어도 괜찮다는 식의 양심의 집단마비 현상을 보였다.방송통신위원회의 KBS 이사 해임청문회 주재인이었던 김경근 고려대 명예교수가 청문에서 뻔뻔하게 잘 요약했듯이 "힘 있는 놈이 먹는 게 방송이다"라는 모토로 일사불란하게 방송장악 폭거를 밀어붙였다. 정권의 방송장악 과정은 정치 권력과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그리고 언론노조와 특수관계에 있는 청부언론을 비롯한 몇몇 언론기관들이 긴밀히 공조한 것이었다. 이 과정은 지나치게 성급하고 무리하게 진행됐고 온갖 탈법이 동원됐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의 사설에 '정권의 흥신소'라고 표현된 감사원은 기관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말을 들었고, 방통위는 방송통신위가 아니라 '방송장악위원회'라는 역시 기관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논평을 듣게 됐다.결국 폭력적인 방송장악은 한국방송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됐다. 이제 KBS, MBC, SBS, EBS라는 4대 지상파 방송이 전부 언론노조의 영향권 내에 들어가게 되는 사상 초유의 결과를 낳았다. 정치권력과 언론노조의 무리한 공영방송 장악 결과 공영매체는 정권의 선전선동 방송매체화 됐다. 가끔은 JTBC같은 종편들도 여기에 가세한다. 조국 전 법무장관과 그 가족들의 비리는 은폐하고 옹호하려고 기를 쓰는 반면, 정권에 반대되는 쪽은 무조건 깎아내린다. 5공화국 정권 시절의 방송장악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거기다가 전에 없던 김정은과 북한체제 옹호하기까지 더해져서 가끔은 북한의 조선중앙TV를 보는 듯한 착각도 든다. 또한 언론노조의 상위기관인 민노총의 불법이나 폭력에는 아예 눈을 감는 민노총의 기관방송으로 전락했다.새로운 미디어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바쁜데도 내부 숙청질이나 하려는 경영진과 언론노조원들의 광기는 식을 줄 모른다. MBC와 KBS에는 완장 찬 인민위원회 식의 숙청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니 편향성은 점점 심해지고, 시청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시청률이 1%대까지 내려갔다. 2018년 MBC는 1천2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적자가 났다. 그런데도 공영방송 직원들은 엄청난 고연봉을 받는다. KBS의 경우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다. 2019년도 KBS와 MBC는 공히 천억이 훨씬 넘는 적자가 예상되지만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정권 나팔수 노릇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또한 북한 전체주의 사이비 세습 종교집단을 홍보해주는 저질 선전방송으로 전락했다.이런 방만경영의 결과는 국민 혈세로 그 적자를 메우는 것이다. 막대한 KBS시청료(약 6천500억원) 납부 거부운동이 일어나야 할 이유들이다. 이러한 사태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향후 특검 등을 통한 방송장악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정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폭거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 조직이 갖는 가공할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내야 할 것이다. 또한 편향적 방송에 대한 대응으로 시청료 강제납부 방식을 변경한다거나, 범 국민적인 납부거부 운동을 일으켜 경각심을 주고 방만경영에 대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두 방송사의 적자를 국민세금으로 메워주는 처리방식도 개선해서 비대해진 두 방송사의 규모와 지나치게 높은 연봉체계도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2020-01-08 16:24:26

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매일춘추] 예술의 의미 '카타르시스'

우주 대스타가 꿈인 펭귄 인형 '펭수'의 인기는 최근 사회적 신드롬으로까지 발전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자존감까지 높여주는 펭수의 언어는 어록이 되고, 수직적인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끌어내리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쾌감과 대리만족을 느낀다. 펭수의 인기비결이 바로 이것이다. 보는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는 것.카타르시스(Katharsis)는 '순화', '정화', '배설'이라는 뜻이 있으며, 심리학에서는 억압된 감정을 '진정시키는 것'을 뜻한다. 문학에서는 비극의 과정을 보는 관객에게 연민과 동정, 슬픔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감정을 정화·배설'시키는 효과를 의미한다.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보며 느끼는 통쾌함과 슬픈 영화를 보며 쏟아내는 눈물이 마음을 후련하게 할 때가 있다. 막장드라마를 보며 열광하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정치토론을 보며 흥분하며, 먹방 프로그램을 보고 대리만족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보며, 글을 쓰고, 여가생활을 즐기고,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를 응원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6년 전 배우로 출연하여 악극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하여 우리나라 경제의 오늘을 일군 중장년층을 위한 공연이었다. 1천 석이 넘는 극장에 백발의 머리를 한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공연에서 어머니에 대한 불효를 후회하며 무덤 앞에서 오열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을 연기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이 밀려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최대한의 감정절제와 표현의 경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순간 관객들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함께 울었다.커튼콜 때 퍼지는 박수소리는 애잔함과 먹먹함 보다는 후련함으로 다가왔다. 그날 그 무대에서 느낀 카타르시스를 잊을 수가 없다.서로 살아온 시대는 분명 다르지만 무대에서 펼쳐지는 비극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 그것을 분출하며 스스로 마음을 정화하는 것, 그것이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세상을 향해 힘겹게 메시지를 던지는 예술가의 어떤 작품이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애쓰는 가장,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 이상과 현실에서 힘겨워하는 청년들, 또는 그냥 누군가와 대화가 필요한 어떤 이에게 공감을 얻고 위로가 되어 그들의 삶에 조그마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예술가들은 자신의 존재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항상 연기를 하며 '목적'과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연출을 하면서는 '미덕'과 '사람'에 대해 고민한다. 이런 작품을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관객들을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정화하며 다시 한 번 더 잊을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날을 기대해 본다.

2020-01-08 11:40:01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종교칼럼] 경전, 산 이들의 이야기

"책을 많이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 명작으로 알려진 책들을 읽어야 하고 그중에서도 고전부터 읽어야 한다"는 말은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늘 들어온 말이고 나름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해 온 말이다. 고전 중에서도 성경, 불경, 논어, 도덕경, 장자는 독서의 최우선 순위에 해당하는 책들이다.논어와 도덕경은 문학이나 철학 서적을 읽듯이 읽고 이해하고 생각하며 실천하려고 결심하는 정도에 머물러도 된다. 그리스도교의 성경도 그렇게 읽어도 된다. 어렵지도 않아서 술술 읽어 나갈 수 있다. 불경도 한문으로 된 것은 언어문제 때문에 읽기가 어렵지, 우리말로 번역해 놓은 것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유교와 도교는 오늘날 우리에게 종교라기보다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에 굳이 신앙적 자세로 이들을 대하라고 요구하는 곳은 없다.그런데 그리스도교와 불교라는 대단히 큰 종교의 경전인 성경과 불경은 문학 서적을 대하듯 하고 만다면 아직 표면에 머무는 것이 되기에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읽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까지 언급하자면 할 말이 너무 많아지게 된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성경과 불경도 결국 살아 있던 사람들이 한 말과 행적을 살아 있던 사람들이 기록한 것이라는 사실이다.불경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35세에 깨달음을 얻은 이후 80세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살아 있던 45년 동안 한 말과 행적을 기록한 것을 기본으로 하여 이후 많은 사람들이 덧붙인 것이다. 여기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나 세상을 떠난 사람은 어떤 기여도 할 수 없었다. 그러한 것을 단순히 읽기만 한 사람, 다른 언어로 번역한 사람, 상당히 복잡했을 출판과정에 기여한 사람들. 모두 살아 있던 사람이 한 것이고, 지금도 살아 있는 사람이 읽고 해석하고 실천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성경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약성경이 기록되기 시작하여 오늘날의 모습으로 완성되기까지는 여러 단계에 걸쳐 수백 년의 시간이 걸렸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고를 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출발점으로 하여 많은 수의 편지글과 묵시록으로 구성되어 있는 신약성경이 모두 기록되는 데는 수십 년의 시간과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수고를 했다. 이 역시 당시 살아 있던 사람들이 한 것이다. 신약성경에는 십자가에서 죽음을 당한 예수가 부활했고 제자들과 만나 함께 먹기도 하고 대화를 했다는 초자연적인 사실에 대한 보도가 있지만 이 역시 당시 살아 있던 사람들이 기록했다.오늘날 내가 불경과 성경을 읽을 수 있기까지 지난 2천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수의 살아 있던 사람들의 수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가고 오늘날 살아 있는 내가 이것을 읽으면서 문학 서적으로 읽는 것을 넘어 신앙의 차원으로 읽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알려주는 내용들로 구성된 글들이다. 그리고 결국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하면 옳게 살 수 있을 것인가를 알기 위해 읽는다. 죽어서 천국 가기 위해서 바르고 착하게 살려고 하는 경우에도 결국 이 땅에서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그렇다면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것이 성경과 불경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이고 살아 있는 내가 성경과 불경을 읽는 이유다. 나는 이 땅에서 한 개인으로서 살고 있고, 또한 살아 있는 개인들로 구성된 단체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개인인 내가 혼자 있을 때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이웃 사람들과 더불어 있을 때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결국 이것이 관건이고 성경과 불경에서 하고 있는 말들도 이것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2020-01-08 09:45:35

타이거JK가 음원 사재기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SBS 캡쳐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진실한 광고는 어디에 있을까?

"사재기 좀 하고 싶다."블락비 맴버인 가수 박경이 작년 11월 24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 맨션은 순식간에 퍼져 해당 가수들은 곧바로 검색어 상위로 직행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터질만한 일이 터졌다고 탄식했다. 사람들은 평소 의심했던 일이 밝혀지는 것인지 궁금해 했다.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팀은 2020년 첫 방송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실상은 이랬다. 광고홍보업체 회사들이 가수로부터 돈을 받고 음원 순위를 올리는 작업을 대행해주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만 개의 아이디를 생성하는 방법이었다.일반 사용자들의 피해 사례도 인터뷰했다. 구입한 적이 없는 음원을 사줘서 고맙다는 메일이 바로 그 증거였다.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모두가 죽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획사에 대행을 맡기는 소속사, 가수, 작업하는 광고회사도 죽는 구조였다.필자는 광고회사를 경영하는 CEO이기도 하지만 창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타리스트 신대철의 인터뷰가 더욱 마음 아팠다. 그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퀸을 예로 들었다. 신곡 길이가 6분이나 되어 소속사 사장은 상품 가치가 없다며 크게 반대한다.하지만 퀸은 예술적 가치로 밀어붙여 세계적인 히트곡으로 만들어냈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탄식한 부분에서 마음이 아팠다.이제 광고회사들은 고민할 때가 되었다. '무엇을 팔 것인가?' 보다 '어떻게 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장인정신이 없는 이런 광고의 형태는 광고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 피해는 광고인과 죄 없는 예비 광고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광고인이 아닌 돈만 주면 알아서 대행해주는 브로커 쯤으로 전락할 것이다.슬프게도 이미 그런 시대가 온 것 같다. 포털사이트에서 추천하는 맛집은 맛이 없을 것이다. 광고 대행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이런 일을 목격하며 병원 원장님의 푸념이 떠오른다. "아주 간단한 수술인 것을 포털사이트에 쳐보고 제일 첫 번째로 나오는 병원에 가요. 그리고 간단한 수술을 아주 복잡하게 하고 치료 기간도 늘립니다. 포털사이트 노출 순위는 실력순이 아니잖아요. 돈 많이 주는 병원이 1등 하는 거잖아요"이렇게 신뢰하지 않는 광고가 판을 치는 세상에 광고 산업은 어떤 길로 가야 할까?'그알'에서 밝힌 타이거 JK의 철학 속에 광고계가 가야 될 방향이 들어가 있다."진짜 사랑해서 해야 되는데...이런 사재기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이 친구가 진짜 음악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거라고 생각해요"바로 이것이 광고가 가야 할 방향이다. 광고 속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브랜드를 사랑하는 일은 수만 개의 가짜 아이디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아이디가 매크로를 돌린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될 때 밤잠을 자지 않고 줄을 서며 기다리는 사람들은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사랑할 수 있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지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다.진실하지 않은 사랑은 상대방이 금방 눈치챈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금방 눈치챈다. 광고 아닌 광고를 만드는 것, 거짓말이 아닌 것 같은 광고를 만드는 것이 광고계가 가야 할 방향이다. 거짓은 잠깐은 이길지 몰라도 계속해서 이길 수는 없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1-08 09:09:52

[경제칼럼] 전통시장과 데이터주의(Dataism)

맛집 검색 대부분 포털 사이트 의존추천해주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선택전통시장도 못 피해가는 데이터주의정보 독점 플랫폼 기업 영향력 씁쓸전통시장은 자연 발생적으로 또는 사회적·경제적 필요에 따라 조성되고, 상품이나 용역의 거래가 상호 신뢰에 기초해 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장소로 정의된다.포털사이트에 '전통시장'을 입력하면 찾아지는 글귀이다. 명확한 듯하나 왠지 전통시장 고유의 맛깔스러움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건조한 느낌이다. 원래는 재래시장이었으나 법명으로 일컫게 된 전통시장이 현재 전국에 101개가 있다고 하니 제법 그 숫자가 만만치 않다.전통시장에는 특유의 흥정이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초로의 아낙들이 주인장이기에 가격 흥정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그 자체가 다툼인데 시장에서의 흥정은 오히려 살갑게 다가온다. 다툼의 끝이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흥정 끝에는 한 움큼 덤으로 얹어주는 넉넉한 인심이 묻어나기에 오히려 다툼을 즐길 수도 있겠다. 은퇴 후 전국의 전통시장을 모두 방문해 그 소감을 글로 남기는 것이 꿈인 가까운 동갑내기 지인이 있다. 넌지시 동행을 요청했는데 거절치 아니하여 훗날 불편하지 않은 다툼을 양껏 즐겨볼 요량이다.근자에 제주도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여행이 아닌 업무차 출장이어도 제주 가는 길은 언제나 묘한 설렘이 있다. 당연히 제주에도 전통시장이 있는데 제주시에 22개, 서귀포시에 8개를 합하여 총 30개의 전통시장이 있다고 한다. 숫자가 많은 것은 상가를 포함하기 때문인 듯하니 전통시장에 걸맞은 대표적인 상설시장은 제주동문시장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다. 두 곳 모두 방문 때마다 주차의 어려움이 있으니 가히 성업 중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마침 저녁 식사를 위해 전통시장 내 한 식당을 방문했는데 소위 소문난 맛집이다. 대기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중에 주변을 둘러보니 동일 업종 식당이 다수이다. 심지어 더 넓고 깨끗해서 특별한 목적 없이 식당을 택한다면 쉽게 선택받을 수 있는 식당일 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식당에서의 한 끼 식사를 위해 기다림과 불편함을 감내한다. 맛집을 찾는 대다수는 정보에 의존한다. 핸드폰을 이용하여 대상 맛집을 찾아 다소 멀어도 애써 찾아가기 마련이다. 그렇게 얻은 정보는 공유에 기반한 것이다.2013년 뉴욕타임스 기자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데이터주의(Dataism)라는 용어를 정의한 바 있다. 데이터주의는 실제 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를 예시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 Harari)가 그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인용해 널리 알려진 용어이다.유발 하라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유의지보다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되며, 결국 사람들은 데이터를 마치 종교처럼 신봉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유려한 문체와 논리에 비해 구체적인 해결책의 제시가 없다는 비판도 있으나, 불평등의 심화를 구체적으로 예견한 논거는 눈여겨볼 만하다. 맛집을 찾아가는 과정을 데이터주의의 전형적 예시로 제기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일 수 있다.그러나 데이터에 의존하는 선택의 빈도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데이터주의가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는 것이다. 지식의 확산을 전제로 하는 맛집 후기와 같은 공유 행위가 의도치 않은 소비 집중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자체로서 꽤나 아이러니하다.경제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고는 하나 경제적 진보는 경쟁의 산물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독점과 경쟁은 나름 사회적 가치가 있음을 전면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독점은 경쟁의 비효율을 수반하여 결과적으로 다수의 경제 주체에 피해와 사회적 불공정을 유발한다. 구글로 대표되는 정보공유를 위한 정보독점의 플랫폼 기업들의 과도 지배력에 관한 문제는 이미 낯선 이슈가 아니다.다만 일회성의 편리함보다 나누고 소통하고 다양성이 존재하는 전통적 거래 방식의 장터인 전통시장조차 데이터주의를 피해갈 수 없다는 현실이 조금은 불편하게 다가온다. 맛집 정보를 제공해 새로운 형태의 독점을 잉태하게 하는 주체가 독점의 피해자일 수 있는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이 더 불편하다. 넉넉한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 우리 일행을 맞은편 식당 주인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애써 그 눈길을 피할 수밖에 없는 몹시 어색한 시간이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다.

2020-01-07 15:41:10

이응규 EG 뮤지컬 컴퍼니 대표

[매일춘추] 뜨거웠던 대구의 여름날들

햇볕이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책가방을 멘 까까머리 한 남자아이가 동대구역 광장 앞에 서있다. 빽빽이 지어진 고층 빌딩 아래 끝없이 펼쳐진 왕복 10차로. 도심 풍경은 갓 기차에서 내린 시골뜨기 소년을 매료시킨다."이런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나중에 어른이 되면 여기서 꼭 살아볼래!"소년은 두근대는 마음을 움켜잡고 대로변에 서서 오가는 차들을 주의 깊게 응시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소리 없이 강한 레간자일까? 어디든 누비는 누비라일까? 아니야. 우리 작곡 선생님은 그랜저일지도 몰라!"'빵빵!'파란색 1t 트럭이 전조등을 켰다 껐다 하며 도로 가장자리로 들어오고 있다. 소년은 이내 트럭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 근사한 승용차들 사이에서 그가 기다리던 백마 탄 왕자님을 찾는다."학생!"해병 츄리링 바지에 목 늘어난 반팔 티셔츠를 입은 한 청년이 트럭에서 내려 소년을 부른다. 설마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보는 소년은 당황한 모습이다."서..선생님…?"고등학교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셨던, 하라는 '공부'를 한 후 좋은 대학 동아리에 들어가 음악을 배우라는 말씀이 소년에게 성경 구절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이제 와서 모른척하고 돌아서기엔 너무 늦은 듯하다.높은 빌딩 숲을 가로지르는 대로를 지나, 낮고 좁은 주택가 골목길로 트럭 한 대 들어온다. 청년은 틈새 공간을 활용해 능수능란하게 주차를 마치고서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소년을 레슨실로 이끈다. 신디와 듀얼 모니터. 근사한 믹서기와 스피커. 꿈꿔오던 스튜디오를 직접 보게 된다는 설렘에 이전의 당황스러움을 잊은 소년은 청년을 따라 주택 옆 계단을 뒤따라 오른다.뜨거운 햇살에 에워쌓인 옥탑방은 황토방 만큼이나 뜨겁다. 에어컨을 대신해 선풍기로 달궈진 온도를 달래고, 흡음재를 대신해 옷가지들이 음악소리를 방음하는 듯하다. 조율 안된 피아노 위에 오선지와 지우개 달린 2B 연필만 놓여있을 뿐 상상했던 작곡 스튜디오의 모습은 없었다. 풍운의 뜻을 품고 기차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 온 소년은 여긴 아니다 싶어 되돌아갈 길을 모색하는 찰나 청년은 얼음 섞인 주스를 소년에게 건네며 성악 발성으로 운을 던진다."음. 뮤지컬이란 말이지~"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13년 여름날.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 폐막식 어워즈 무대 위에 슈트를 입은 둘이 나란히 서있다. 1t 트럭에 무대 세트를 싣고 다녔던 꿈 많던 청년은 대상 트로피를 거머쥔 채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음악감독으로 보이는 그 소년은 스승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머금는다.

2020-01-07 14:09:26

권미강 작가

[권미강의 생각의 숲] "뭘 좀 멕여야지" 의 진실

오래전 본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기존의 분단을 다룬 영화들과는 달리 독특하고 즐겁고 인간미 넘치는 영화로 기억된다.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오로지 자연에 맞춰 순박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 짓게 했다. 그 평화로운 모습에 실제 저런 마을이 있다면 가서 살아 보고 싶었다.풀썰매를 타고 팝콘이 터지고 풍등이 날아가고 나비가 나는 즐겁고 환상적인 영상에 재미가 쏠쏠했던 영화다. 하지만 필자가 가장 주목했던 장면은 인민군 대장이 '고함 한 번 지르지 않고 마을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동막골 촌장에게 물었을 때 "뭘 좀 멕여야지" 하는 대답이었다. 정말 무릎을 치게 하는 촌철살인의 최고봉. 촌장이 말하는 지도자의 덕목은 마을 사람들을 배 곯지 않게 골고루 잘 먹이는 것이다. 어떤 이념도 중요치 않고 남이니 북이니 경계와 차이도 중요하지 않다. 사람이기 때문에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지도자로서 아는 것이다.동막골 사람들은 함께 농사짓고 함께 수확하고 함께 나눈다. 누구는 적게 주고 누구는 많이 주는 지위고하(地位高下)도 없다.얼마 전 한 방송국에서는 스웨덴의 정치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치 방향을 제시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복지국가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는 스웨덴 정치인들의 철학이 담긴 프로그램이었다. 모든 국민이 의료 혜택과 실업수당, 무료교육, 노후연금 등을 받는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로도 유명한 스웨덴에서는 78세의 원로 정치인도 국회에 온 손님에게 커피 대접을 직접 한다. 23년간 최고 권력에 있다가 임기 중임에도 스스로 물러난 '타게 엘란데르' 전 총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총리 공관을 마다하고 임대주택에서 살았다. 여러 겹 덧댄 그의 신발 밑창은 그가 얼마나 근검절약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했다.스웨덴 정치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인 전 스웨덴 총리 '잉바르 칼손'은 말한다. "권력은 중요하지만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권력은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개혁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권력은 빌린 것이라며 그는 스스로 총리를 그만뒀다. 마치 빌린 것을 제 자리에 갖다 두듯이.우리는 오랫동안 권력에 빠진 우리나라의 정치 군상들을 보아왔다. 국민들이 부여해 준 권리를 오히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으로 사용해왔다. 국회는 권력 쟁탈장이 된 지 오래고 선거는 권력을 잡기 위해 넘어서야 하는 지뢰밭처럼 생각한다. 국민들은 민주정치를 요구하며 눈높이가 높아졌는데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은 여전히 국민을 기만하고 보이는 곳에서만 굽신거리는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공자는 이상적인 정치를 백성의 믿음과 구성원들의 화합이며 부의 총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화로운 분배가 화합과 신뢰를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차별을 두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차별할 것이다. 역사를 통해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지 충분히 학습한 국민들은 이로운 정치인들이 누구인지 선거를 통해 판단할 것이다. 오는 4월 총선이 기다려진다.

2020-01-06 18:00:00

박 원 재 율곡연구원장

[삶 갈피] 발 밑만 보고 가세요

지난 세밑에 경주 답사를 다녀왔다. 근무하는 기관에서 연례적으로 진행하는 전통문화답사 행사의 일환이었다. 경주를 방문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같은 장소인데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그런 경험을 했다. 석굴암 본존불은 여전히 지금껏 보아온 부처 가운데 가장 잘생겼지만, 뭐랄까 그 잘생김 속에는 얼마간의 슬픔이 녹아 있어 보였다. 불국사에서도 다보탑의 기교보다 석가탑의 단순미에 마음이 더 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어릴 적 안방 바람벽에 해마다 한 금씩 그어가던 키높이 표시처럼, 시간의 기계적인 퇴적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변화일 것이다.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번 답사의 최대 기쁨은 경주 남산에 있는 탑곡 마애불상군을 둘러본 것이었다. 답사를 떠나기 전 경주가 고향인 지인으로부터 경주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는 말을 듣고 은근히 기대를 했었는데, 과연 그런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남산 동쪽 어귀에 있는 옥룡암이라는 작은 암자 옆에 위치한 이곳에는 높이 10여m, 둘레 30여m 정도 되는 커다란 바위 네 면에 '군'(群)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수많은 불교 관련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다.조각 내용은 주로 불상과 보살상, 비천상, 보리수, 불탑 등이었는데, 위쪽 산기슭과 붙어 있는 남쪽 면에는 3층 석탑과 1구의 석불 입상이 따로 세워져 있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답사에서 돌아와 인터넷에서 확인해보니, 조각은 23구의 인물상을 포함하여 모두 34점이나 된다고 하였다. 특히 입구에 해당하는 북쪽 면에는 9층탑과 7층탑 두 개가 양쪽으로 새겨져 있어 다른 마애불상군과 대조를 이뤘다. 조성 연대가 7세기 중엽 정도라니, 그보다 1세기 전에 건축된 황룡사 9층 목탑의 원형을 추정하는 데에도 참고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되었다.규모로 보건대, 이것을 조성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희생이 따랐을 것이다. 이름 없는 민초들이었을 1천300여 년 전 신라 석공들로 하여금 그런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마침내 불상군을 완성하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국토를 향한 염원이 아니었을까? 그 염원이 단단한 바위에 선을 내고, 그 선들이 모여 불국토의 형상을 이룬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꿈만큼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도 없는 듯하다. 꿈이 굳건할수록 떼어놓는 발걸음 또한 흔들리지 않는 것이 세상 이치다.불국토, 꿈을 향한 석공들의 염원은 힘듦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밑받침이 되었을 것이다.몇 해 전 봉화 청량산에서 열린 산사음악회에 갔을 때의 일이다. 사람이 많아 차량이 통제되는 바람에 산 아래 일주문에서부터 걸어 올라가는데, 중간쯤 도달하자 가쁜 숨소리와 함께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앞에 가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초행으로 보이는 그들에게는 절로 올라가는 가파른 길이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어 더 힘이 부쳤던 모양이었다. 그러던 중 마침 뒤에서 비구니 일행이 올라오자 반갑다는 듯이 얼마나 더 가야 되느냐고 물었다. 그 말을 들은 비구니 한사람이 걸음도 멈추지 않고 나지막이 건네던 대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발밑만 보고 가세요."어렸을 때 어머니 손을 잡고 먼 길을 갈 때가 떠오른다. 어린 걸음에 걷는 것이 지루하면 일부러 땅만 보고 걸었다. 앞을 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며 한참을 땅만 보고 가다 고개를 들면 그렇게 멀어 보이던 교회 첨탑도 어느새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는 등산길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곤 한다. 꿈이 굳건한 사람은 도달하고자 하는 곳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걷다 보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여 새해에 꿈이라도 세웠다면 그저 발밑만 보고 한 해를 묵묵히 걸어갈 일이다. 1천300여 년 전 극락왕생을 향한 신라 석공의 믿음처럼.

2020-01-06 18:00:00

[세월의 흔적]<55>창호

빛은 우리네 일상에 필수적이다. 건축물의 실내 공간에 빛을 들이는 기능은 창이 한다. 유리가 창에 도입되기 전에는 기후대와 문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창이 있었다. 그 가운데서 동양의 경우에는 창이 훨씬 더 과학적이었다. 일찍이 종이가 발명되어 그것을 발라서 창을 마감하였는데, 그 같은 창을 지창(紙窓)이라 불렀다.오늘날 '창'과 '유리창'을 동의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창문은 당연히 유리로 만들어진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실제 유리창의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처음으로 유리창을 사용한 건물은 1883년에 완공된 일본공사관 건물이다. 그 이전 우리네 전통 한옥에는 창호(窓戶)가 있었다.창호란 말은 창(窓)과 호(戶)의 복합어로, 창과 지게문을 통틀어서 이르는 말이다. 지게문은 방에 드나들기 위한 구조물로, 집에 드나들기 위한 구조물과는 서로 구별된다. 또한 호는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것으로, 한 짝으로 되어 있어서 밖으로 드나드는 두 짝인 문과 구별된다. 우리네 건축에서 창호의 구분은 애매하지만, 소목(小木)이 짠 것을 창호라 하고 대목(大木)이 짠 것을 문으로 구분하고 있다.창호의 종류로는 판장문(板長門),골판문(骨板門),도듬문,불발기,살창,교창,띠살창,용자창(用字窓),아자창(亞字窓),완자창(卍字窓),정자창(井字窓),구갑창(龜甲窓),빗살창,소슬빗살창,빗꽃창,소슬빗꽃살 같은 것들이 있다. 창호를 짤 때 울거미는 선대와 막이를 연귀로 맞대거나 직각으로 맞대어 만든다.그 가운데 판장문은 부엌이나 광의 문으로 사용되는데, 몇 장의 널판에 띠를 대어 만든 문이다. 그리고 골판문은 방이나 대청의 덧문으로 사용된다. 또한 도듬문은 다락문이나 두꺼비집에 사용하고, 불발기는 대청과 방 사이의 들어열개로 사용하며, 살창은 환기를 위해 창호지를 바르지 않고 부뚜막 위에 다는 창이다.그리고 창호를 여닫는 방법에는 여닫이,미닫이,들어열개가 있다. 여닫이는 창호와 설주에 돌쩌귀를 달아 창호를 안으로 밀어서 여는 방법이다. 또한 미닫이는 골 홈을 판 문지방을 문의 위아래로 보내고, 그 사이에 문짝을 끼워 수평으로 밀어서 여는 방법이다. 그리고 문짝을 들어 올려 들쇠에 매다는 방법을 들어열개라 한다.우리네 전통 한옥의 창은 나무로 문짝을 만들고 그 위에 창호지를 바른다. 그래서 문을 닫은 상태에서는 바깥을 볼 수 없지만, 종이를 통해 빛이 투과되기 때문에 밝다. 그리하여 환한 실내 환경과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어느 해 가을 고택에서 며칠 묵은 적이 있다. 그때 완자창을 통해 비취던 달빛의 푸근함과 그윽한 정취를 잊을 수 없다. 우리네가 창호에 문종이를 바른 것은 가히 혁신적인 발명품이라 자랑할 만하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20-01-06 18:00:00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日常중국] 종중(從中)인가 파중(怕中)인가

중국이 두려워서인가?수천 년 동안 조공을 바친 중국은 공공연한 '사대'(事大)까지는 아니더라도 극진하게 대접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죽창'을 들자고까지 한 우리 정부와 청와대의 자세는 아무래도 정상적인 외교는 아니다.미국을 따라잡으려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조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데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중국에 아주 만만해보일 것이다. 우리는 아직 사드를 공식 배치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지난 연말 한·중·일 정상회담차 베이징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보복 조치의 하나인 '한한령' (限韓令) 해제 요구를 입 밖에 꺼내지도 못했고, 중국 측이 '문 대통령이 홍콩과 위구르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인식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었음에도 청와대는 중국에 항의하거나 발표문 수정을 요청하지 않았다.일본을 만만하게 보고 지소미아 파기도 불사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할 말을 다한다는 우리 정부가 중국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굴욕적인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있어 안타깝다.이 정부 초대 주중한국대사로 부임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민대회당 방명록에 '萬折必東'(만절필동)이라고 적으며 머리를 조아릴 때부터 이 정부의 DNA에 각인돼 있는 중국 사대사상을 알아챘어야 했다. '萬折必東'은 '황허(黃河)의 물길이 수없이 꺾여도 결국은 동쪽으로 흐른다'는 뜻으로 중국(명나라)에 대한 조선의 '사대'를 의미한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안다. 문 대통령 역시 2017년 한중 정상회담차 방중해서 '소국'과 '대국'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사대 DNA'를 감추지 않았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중국 학자들이 참석한 포럼에서 '미군 철수 시, 중국의 핵우산 제공 여부 요청'이라는 황당한 언급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중국에 대한 집권 세력의 속마음을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지만 이젠 누구하나 놀라지도 않는다.지금 우리 청와대와 정부의 대(對)중 외교는 '친중'(親中)을 넘어 '종중'(從中) 수준이다. 패스트트랙을 통해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18년 3월 중국이 헌법 개정을 통해 출범시킨 '국가감찰위원회'와 판박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시 주석 집권과 더불어 법치주의를 앞세운 '부패와의 전쟁'을 지속적으로 벌여온 중국은 부패와의 전쟁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졌다. 시 주석은 그럼에도 부패와의 전쟁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헌법 개정을 통해 전 공직자로 감찰을 확대할 수 있는 국가기관을 설치한 것이다.이 감찰위는 중국 공산당 기율검사위를 확대 개편한 조직이다. 기율검사위의 감찰 대상이 공산당원으로 제한돼 있었다면 국가감찰위는 비당원인 전 공무원으로 확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두 기관은 홈페이지를 같이 쓰고 청사도 공동 사용하고 있는 쌍둥이 조직이다.기율검사위의 자오러지(趙樂際) 서기와 국가감찰위를 맡은 양샤오두(楊曉渡) 주임 모두 시 주석과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측근 그룹 '시자쥔'(習家軍)에 속하는 핵심 인사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4일 국가감찰위 홈페이지를 열자 자오쩡융(趙正永) 산시성(陕西省) 당서기가 부패 혐의로 당적을 박탈당하고 조사를 받고 있다는 등 여러 건의 당 고위 간부와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감찰 결과가 올라와 있었다. 감찰위는 지난 2년 가까운 짧은 기간 동안 62만 건의 사정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문 대통령은 중국을 보면서 국회를 통과한 우리의 공수처를 후반기 국정 드라이브의 동력으로 운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지도 모르겠다.'이니(문재인 대통령 별명) 하고 싶은 대로' 해주고 싶다는 친문, 문빠 팬덤들에게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이 정부가 따라 하고 싶은 모델로 추앙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두렵다. 이 정부 들어 종중(從中)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중국에 대한 비판이나 언급을 자제하는 것은 중국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중국이 부러운 것 아닐까?

2020-01-06 17:38:30

권혁욱 니혼대 경제학부 교수

[세계의 창] 인센티브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떤 조직에 있나→어떤 일 하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 '능력' 척도 변화 더 벌어지는 대기업'中企 임금 격차 바뀌지 않으면 한국 청년 미래 없어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달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크고, 그 격차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뿐만 아니라 최근 확대되는 경향이다.필자가 한일 기업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에 비해 평균적으로 30% 낮은 데 반해 한국은 평균적으로 40% 정도 낮다. 물론 노동자들이 받는 복리후생비, 노동환경 및 고용의 안정성까지 고려하면 임금 격차보다 더 큰 차이가 있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미국에서는 기업규모 간 임금 격차가 크지 않고, 그 격차는 교육 수준, 성별 등과 같은 노동 속성의 차이로 3분의 1 정도 설명되고, 일본에서는 노동 속성의 차이가 10분의 1 정도밖에 설명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연구 결과는 한국과 일본에서 기업규모 간 임금 격차가 대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비해서 능력이 뛰어나고,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생겼다고 할 수 없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따라서 일본과 한국에서의 임금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같은 개인의 지식과 능력보다는 '어떤 조직에 속할 수 있는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식과 능력이 높은 인재가 대기업에 취업할 확률이 높지만, 대기업에 취업을 알선해 줄 수 있는 연고 즉 '누구를 알고 있는가'와 같은 사회적 자본의 영향을 고려하면 개인의 지식과 능력이 반드시 대기업 취업과 비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기업규모 간 임금 격차는 대기업 부문에서 노동수요보다는 노동공급이 넘쳐나고, 중소기업 부문에서 만성적인 초과노동수요 문제를 야기시킨다. 쉽게 말하면 재벌 대기업을 비난하면서도 그 기업들에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고, 인재 확보에 혈안이 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수많은 보조금이 있음에도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이와 같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기초한 인센티브 시스템하에서는 자신의 능력과 오랫동안 투자해 온 교육 투자의 수익률에 맞는 대기업이나 그에 준하는 직장을 계속 찾는 취업예비군들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에 20만 명이, 삼성그룹 GSAT시험에 10만 명이 응시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인센티브 시스템은 기술 변화가 점진적이고,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경우에 유리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는 급격한 기술혁신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다.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혁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는 엄청난 자금으로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를 끌어모아 AI, IoT, 5G, Maas, 양자 컴퓨터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Google, Facebook, Paypal, Uber, Netflix, Airbnb, Tesla 등 새로운 기업을 끊임없이 탄생시키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1억4천만원의 소득자도 저소득자층으로 분류될 정도로 임금이 높고, 탁월한 인재들은 더 높은 소득을 위해서 한 기업에 계속 근무하기보다는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새로운 기업을 스스로 창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은 한국과 일본처럼 안정된 조직과 기업에 들어가 안주하기 위한 경쟁보다는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재능을 최대한 발휘해서 새로운 기술과 기업을 만들기 위한 경쟁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경쟁의 방향과 질의 차이가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낳는다는 사실은 기회의 땅이 된 현재의 실리콘밸리와 경제의 활력이 서서히 약화되어 가고 있는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면 명약관화하다.한국에서도 아직 실리콘밸리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는 분야가 K-POP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이다. 일본의 영화산업은 1960년대까지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들이 고용의 안정이 보장된 월급쟁이로 전락하면서 80세에 가까운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가 제작되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이목과 인기를 끌 만한 영화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글로벌 시장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120% 발휘하는 승리자에게 일정한 급여가 아니라 막대한 승리수당을 보장하고 있다. 그래서 재능이 넘치는 인재들이 한국에 모여서 새로운 그룹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분열하는 경쟁을 하게 되면서 한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제조업이 중심이 된 산업구조에서 유효했던 '어떤 조직에 속하는가'가 중요한 인센티브 시스템에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의미를 갖는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바꾸지 않으면 한국 경제에도, 한국의 청년들에게도 미래는 없다.

2020-01-06 16:10:12

이강호 (사) 한반도 통일연구원 고문

[기고] "공수처법, 자유민주주의 사망(死亡) 선고다"

권력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견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권력을 향한 질주는 항상 독점이라는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게 한다.특정 개인이나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면 그들은 반드시 오만의 길로 빠지게 되고 결국은 파국의 구렁텅이 속으로 떨어진다.일단 권력의 맛을 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야수가 되고 폭군으로 변하는 것을 역사에서 수없이 볼 수 있다. 그들의 속성을 그대로 두면 로마사, 프랑스 혁명사에서와 같이 그 전철을 밟게 될 것이며 이는 무수한 세계사에서 보여주고 있다.분명한 것은 그들 자신이 쳐놓은 덫에 걸리는 것은 물론 그들의 행위가 인과응보의 법칙으로 되돌아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불행의 전철을 밟지 않고 막아내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이고 그 근간이 삼권분립이다.이를 얻기 위하여 피눈물 나는 대가를 치른 것이어서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모든 나라에서 신주처럼 귀히 받들고 있다.하지만 민주화 투쟁의 역군이라고 자처해 온 사람들에 의해 그 존엄이 무너지고 있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악의 법'이다. 독일 나치의 게슈타포 같은 정치수사기관이다. 권력자가 임의대로 무한대의, 그리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기 위함이다.공수처법이 통과되던 그날 그들은 희희낙락하며 매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 국민 저항에 직면하는 가운데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헌법에 근거 없이 검찰총장보다 상위 수사기관을 두는 것은 위헌이다. 위헌적인 공수처가 헌법에 근거를 두고 수사권을 총책임지는 검찰총장 권한을 뭉개고 수사한단 말인가!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 등을 비롯해 앞으로의 정권 비리 수사를 사전에 차단해 뭉개버리려 하는 것이다. 검사, 판사, 정치인 등 자기편이 아닌 인사들을 수사, 처벌하려는 것이다.권력의 맛을 보았는지, 그들은 이제 역사도, 국민도, 민주주의도, 법치도 안중에 없다. 오직 권력독점으로 재집권만이 있을 뿐이다.그들은 지금껏 민주화투쟁의 선봉자라며 자랑으로 삼아왔다. 이제 반민주주의자로, 독재자로 전락했다. 자기모순, 자가당착에 빠졌다.지금 이 나라는 '정치도박' '정치음모'에 휩싸여 있다. 과연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많은 국민이 불안과 공포에 떨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이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권력 주변에 아첨꾼이 득실거리면 나라는 멸하게 되어 있다. 만 명의 아첨꾼이 아니라 참소리를 직언하는 한 사람이 더 중요하다. 참소리하는 직언이 절실하다. 이들의 참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더 늦기 전에 획기적인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문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그 대답은 명료하다.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 정책이다. 용기이다. 용기가 모든 것을 얻게 한다.

2020-01-06 15:06:08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경자년에는 독수다서 어떠세요?

영상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영상을 통한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상 미디어에 익숙해져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뒷전에 밀린지 오래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 이제는 푸념이 아니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평소 영상매체 보다는 책을 즐겨보는 필자에게 눈과 귀를 사로잡는 흥미로운 TV 프로그램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스테디셀러 책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이다. 소수이긴 하지만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잔잔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그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책은 쉽게! 두꺼운 책은 가볍게! 지루한 책은 재미있게!'를 모토로 다양한 분야의 독서가들과 함께 수다로 독서를 풀어낸다.책이라는 아날로그 콘텐츠와 영상이라는 디지털 매체와의 만남이 매력적이다. 징비록, 군주론, 백범일지, 넛지, 총균쇠, 사피엔스, 신곡, 이기적 유전자 등 제목만으로는 너무나 친숙한 책이지만 실제로 읽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도서를 다룬다. 이 프로그램이 매력적인 이유는 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함께 여러 사람의 다양한 경험과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인문고전 독서토론회 '리케이온'과 유사한 점이 많아 더 큰 관심이 간다. 금융, IT산업, 의료, 컨설팅,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리케이온' 독서토론회에서는 하나의 주제에도 각 분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다.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족, 직장동료 등 주변 사람들에서부터 다양한 계층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들과의 대화 주제, 소재, 내용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에 속내를 보여줄 수 있는 깊이 있는 대화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독서토론에서 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 평상시 좀처럼 꺼낼 수 없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어서 상대방과 진정으로 소통했음을 느끼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나를 스스로 들여다보기도 하고, 상대방을 통해 투영된 내 삶의 방향을 읽기도 한다. 물론 상대방과의 친밀도가 훨씬 깊어졌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책은 그저 매개일 뿐이고 궁극에는 우리 삶이 대화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독서토론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경자년 새해를 맞아 올해의 버킷리스트에 독서토론을 추가해 보는 건 어떨까? 토론이 여의치 않다면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가벼운 독서수다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2020-01-06 13:45:27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매일춘추] 다양한 문화 경험의 힘

최근 들어 부쩍 '문화'라는 단어를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많이 접하게 된다.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문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까? 매년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에게 제일 먼저 던지는 질문이 '문화'가 뭐라고 생각하냐?이다. 이러한 질문을 던질 때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 없다는 눈빛으로 나에게 대답을 대신한다.많은 사회학자, 인류학자, 철학자들이 '문화'를 정의하고 있다. 그들의 공통적인 '문화'에 대한 정의는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만들어지는 모든 것'이 '문화'라고 했다. 그러면 이렇게 광범위하고 다양한 것이 '문화'라고 할 때 우리는 어떻게 제대로 문화를 즐길 수 있을까?얼마 전 수업에서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적어서 발표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결과는 1위가 장기간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였다. 다양한 국가들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여유롭게 살기를 원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왜 그럼 실천하지 못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답은 '돈'이 없어서거나 '용기'가 나지 않아서라는 대답이 많았다. 결론은 물질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예전에 대한민국 중산층 기준에 대해서 발표한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우리의 중산층 기준은 빚없이 30평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월급은 500만원 이상, 2,000cc 이상의 중형차를 소유하고 1억 이상의 현금과 연 1회 이상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산층에 대한 기준이 물질적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그에 비해 프랑스의 경우 퐁피두 대통령이 '삶의 질'에서 중산층이란 외국어를 하나 이상 할 줄 알며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고, 하나 이상의 악기를 다루며 약자를 돕기 위해 꾸준히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미국은 자신의 주장이 떳떳한 사람, 사회적인 약자를 도울 줄 아는 사람, 부정과 불법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고, 영국은 페어플레이를 하며,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지고, 독선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줄 아는 사람,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을 중산층이라고 했다.우리나라를 제외한 나머지 문화 선진국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을 중산층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실천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물질적 '부'의 축척이 목적이 되지 않고 자신의 이상을 꿈꾸고 실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발전하고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2020년이 되기를 소망한다.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2020-01-06 06:30:00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면 된다

새해 첫 칼럼이다. 지인들과의 사이에는 아직도 새해 인사가 오가는 중이다. 뭔가 새해에 걸맞은 글을 한참 궁리하다 포기했다. 공허한 "새해 복 많이" 대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 화두를 차지하며 새해 벽두부터 화제에 오르고 있는 검찰에 관한 의견이다. 정부는 '대구 세탁소 집 둘째 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2020년을 열었다. 1월 2일 아침 7시. 문재인 대통령이 추 장관 임명을 재가한 시각이다. '이례적'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무릇 모든 정치행위에 메시지가 있다면 청와대의 뜻은 분명해 보인다. 법무부를 통한 '검찰 통제'가 너무도 화급한 과제라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권력기관 개혁'이나 추 장관 취임사의 검찰 개혁은 같은 맥락이다. 추 장관이 이번 주부터 신속한 인사를 통해 검찰을 장악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추 장관이 인사권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을 자를 것이라는 섬뜩한 표현도 볼 수 있다. 권력 핵심을 향한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도 한다. 조국 의혹 수사,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수사, 관련 수사 팀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마디로 불편하다.문 대통령 말대로 대통령은 권력기관을 통제할 수 있는 헌법상 권한이 있다. 법무 장관 또한 인사권, 감찰권, 수사지휘권 등 법률적 권한을 통해 검찰 사무를 지휘감독한다. 하지만 그 권한은 어디까지나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국민의 위임 범위 내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인사철도 아닌데 갑작스레 인사를 한다? 국민의 주목을 받는 수사 관련자들을 모두 교체한다? 이른바 윤 총장 라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인사를 한다? 언론의 관측이 사실일 경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권한 행사로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과 추 장관 모두 합리성을 중시하는 법률가들이다. '조자룡 헌 칼 쓰듯' 권한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의무이다. 수사는 검사의 권한이자 의무이다. 언제가 되었든 검사들은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의혹 수사 담당 검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 보임된 검사가 이른바 윤 총장 라인이 아니라면 사건을 유야무야 할 수 있을까. 언론의 관측이 현실화 될까. 다시 말하지만 범죄 혐의가 있다면 검사는 수사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 라인이건 장관 라인이건 '수사하여야 한다'는 법률의 명령에서 예외가 있을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가 범죄 혐의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상당수 국민들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이유를 검사들은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죽은 권력에는 맹견, 산 권력에는 충견으로 비쳐진 세월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인권 보호보다 조직의 이익 보호를 위해 권한을 남용해왔기 때문이다. 국민에게는 가혹하면서 검사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비리라는 인식조차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오죽하면 없어져야 할 조직이라는 말까지 구성원 입에서 나올 수 있겠는가. 이제 공수처 설치가 확정된 마당이다. 기존의 의식과 관행 모두 혁명적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검사와 검찰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검사들은 우선 출세의 의미부터 인식을 달리 해야 한다. 권력자의 눈에 들어 소위 요직을 독점하는 게 출세 코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는 비겁한 검찰 조직 탄생의 근본 원인이 된다. 좌천이라는 관점도 마찬가지로 달라져야 한다. 어디에 근무하든 대한민국 검사는 검사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공익을 대표한다는 명예와 자존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특정 정치 세력과 대립각을 세우라는 주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장관은 장관의 일을,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한다는 당당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헌법과 법률, 국민에게만 충성하는 검찰. 국민이 검찰에게 듣기 원하는 "새해 복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는 바로 그런 것이다.

2020-01-05 17:36:44

이광락 금오렌트카 대표

[기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매일 대화를 하면서 살아간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 간의 일상적인 대화는 서로 상대방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가끔은 상대방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여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때도 있다. 요즘 의사소통 수단으로 SNS가 대세를 이루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메일, 트윗, 밴드, 카톡 등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시대가 되었다.그러나 이러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효과적이지 못할 때도 많이 발생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화 당사자 간의 의사소통이 효과적으로 정확하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란 발신자가 의도하는 내용과 수신자가 해석하는 의미가 일치하는 것을 말한다. 효율적인 의사소통이란 최소의 비용으로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효과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희망한다. 그러나 발신자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의 의사소통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요즘 접근의 용이성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단체톡방의 모임에 관하여 예를 들어 보자. 발신자는 전달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쉽고 간단하게 톡방에 게재하여야 한다. 한편 수신자는 확인 후 즉각 댓글을 달아주면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이룰 수 있다. 소위 눈팅만 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의사소통의 경로 중에서 이러한 문서를 이용하는 것도 한계일 경우가 있다. 상황을 설명하기에 복잡하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할 때, SNS로는 예의가 아닌 경우 등에는 문서가 아닌 구두 경로가 더 유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두 가지 경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상황에 따라서 알맞은 의사소통 경로를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발신자의 생각을 문자 형태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며, 구두로 의사 표현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인지과학자 아트 마크만(Art Markman) 교수에 의하면 사람은 어떤 정보들을 한 번에 듣고 다시 기억해낼 수 있는 적정 수준이 3개뿐이라고 한다.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습득해도 기억에 남는 것은 3개밖에 없다고 한다. 수신자들은 중요한 약속을 댓글에서 참석 여부도 밝히고 본인의 일정에도 반드시 메모를 해 두어야 한다.카민 갈로(Carmine Gallo)라는 사람에 의하면 의사소통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감정적인 요소 65% 대 논리적인 요소 35%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 되어야 한다. 수신자의 피드백이 의사소통에서 정확한 과정이다. SNS 형태의 의사소통 용이성과 정확성, 신속함도 중요하지만 감정이 담겨 있는 구두 경로도 중요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기술이다.

2020-01-05 15:34:04

김현정 NH농협은행 수성동지점 PB 차장

[금융판 칼럼]퇴직(예정)자의 궁금증 이모저모

예전에 다큐로 제작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를 보고 눈물을 많이 흘린 기억이 난다. 결혼한지 7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두손을 꼭 잡고 다니는 노부부를 보며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부부간에 누구보다 예의와 사랑이 필요다는 점이다. 또 영화 마지막 할아버지가 건강 악화로 먼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겨진 할머니를 보며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됐다. 더불어 두 부부가 100세 가까이 살기까지는 경제적 안정이 받쳐져야 하기에 얼마나 노후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영화의 이면의 또 다른 현실적인 걱정이었다.대개 한 해 마지막날을 기준으로 퇴직신청을 하다보니 최근 부쩍 노후 준비에 대한 고민이 깊은 이들이 상당수일 것이다. 퇴직(예정)자들이 맞닥뜨리게 될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와 궁금증을 살펴보자.첫째,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할까 하는 것이다. 금융소득(2천만 원 초과), 근로소득(재취업), 연금소득(사적연금 1천2백만 원 초과), 기타소득(3백만원 초과), 사업(부동산임대)소득이 있다면 국민연금(공적연금)소득과 함께 매년 5월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한다. 반면 별다른 소득이 없다면 국민연금공단에서 자동으로 매년 1월에 연말정산을 실시후 연금소득을 지급하게 된다.둘째, 정년퇴직을 해도 실업급여를 받을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우선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실직하기 전 18개월중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자발적' 퇴사 신청과 직장을 그만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취업활동을 하고 있어야 하는 두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정년의 도래나 계약기간의 만료로 회사를 다닐수없게 된경우도 두 조건만 충족한다면 수급 자격이 인정된다.이 때 실업급여(구직급여) 는 퇴직 전 평균임금의 60%가 지급되며, 나이와 고용보험가입기간에 따라 최장 270일 동안 하루 최고액(6만6천원)의 제한이 있다. 실업급여는 원칙적으로 퇴직한 다음날로부터 12개월이 경과하면 급여일수가 남아 있더라도 더 이상 지급받을수 없다. 이 때문에 퇴직 후 지체없이 실업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셋째, 실업급여를 받다가 재취업할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일은 일대로 하고 실업급여는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왠지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업촉진수당제도를 두고 있다. 50%를 일시에 지급하는 제도다.퇴직전후로 재무적인 준비는 물론 비재무적인 사항들을 꼼꼼히 알아보고 미리 대비한다면 불편한 노후는 남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김현정 NH농협은행 수성동지점 PB 차장

2020-01-05 14:58:26

종이에 담채, 129×57.6㎝, 간송미술관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심사정(1707~1769) '어약영일'

예전에는 그림의 쓸모가 인생사의 굽이굽이에 무척 많았다. 탄생, 생일, 회갑 등 한 사람이 태어나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그림으로 축하하기도 했고, 병에 걸렸다 낫거나 통과의례의 기쁜 일에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었을 때는 합격을 그림으로 기원해 주었으며 합격 후의 취직, 승진, 전근, 퇴직을 축화(祝畵)로 기념해 주기도 했다. 그런 사연을 그림 속에 직접 써넣기도, 시구(詩句)로 은근히 나타내기도 했다. 지금은 화환이나 화분, 기념사진, 현금, 축하케이크, 합격 엿 등이 대신해 그림의 그런 용도는 대부분 사라졌다. 창작물로서의 존재감에 충실할 뿐 화가나 의뢰자, 소장자의 인생사와 관련되는 어떤 스토리가 스며있는 그림은 드물다.그래서 옛 그림 중에는 그릴 내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특정한 도상(圖像)의 그림이 있었다. 이 그림은 여차여차한 이야기로군, 하면서 주고받는 당사자는 물론 주변에서 다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합격 엿이 철썩 붙으라는 뜻인 것처럼. 물론 일정한 양식이 있더라도 그 주제가 어떤 방식으로 소화되고, 어떤 구도로 설정되어 어떤 작품으로 창작될 것인가 하는 것은 오로지 화가의 손에 달려 있다.'어약영일(魚躍迎日)'은 거센 물결 속에서 잉어 한 마리가 태양을 향해 솟구치는 장면을 그렸다. 중국 황하의 용문을 뛰어 넘은 잉어는 용으로 변한다는 어변성룡(魚變成龍)의 등용문(登龍門) 고사로 널리 알려진 과거급제 기원 그림이다. 화면 위쪽에 "정해 춘중(丁亥春仲) 위 삼현 희초(爲三玄戱艸) 현재(玄齋)"라고 써 넣어 심사정이 회갑 된 해인 1767년 2월 '삼현'에게 그려준 것을 알 수 있다. 삼현은 과거 준비생이었던가 보다. 과거 급제는 조선의 양반에게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과거에 합격해 관직에 진출하는 것 외에 마땅한 직업을 찾을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화제가 유달리 눈에 잘 뜨이는 것을 보면 심사정은 삼현의 급제를 각별히 축원했던 것 같다.등용문의 빤한 도상을 해돋이의 장관과 결합해 회화미 넘치는 감상화로 완성시킨 것은 역시 심사정의 실력이다. 화면 가득한 물결의 파노라마는 옅은 푸른색 선염과 어울려 강약과 농담의 스스럼없는 필치로 수평선까지 수렴되고, 자칫 촌스럽게 되기 쉬운 붉은 해는 거의 다 떠오른 우아한 둥근 모습으로 은은한 서기(瑞氣)가 감돈다. 도약에 성공한 잉어는 용이 되어 승천한다. 새해의 다짐을 담을 그림으로도 더없이 훌륭하다. 미술사 연구자

2020-01-05 06:30:00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눈보라 치는 밤 누가 돌아오는가 - 유장경

날 저물자 푸른 산 멀어져가고 / 日暮蒼山遠(일모창산원)찬 하늘, 가난한 하얀 초가집 / 天寒白屋貧(천한백옥빈)사립문 멍멍이가 멍멍 짖으니 / 柴門聞犬吠(시문문견폐)눈보라 치는 밤 누가 돌아오는가 / 風雪夜歸人(풍설야귀인)* 원제: 逢雪宿芙蓉山(봉설숙부용산: 눈을 만나 부용산에서 자다.)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폴 발레리는 노벨문학상을 타야 마땅한데 상복이 없어서 못 탄 사람이다. "내 시는 그것을 읽는 독자들이 부여하는 의미를 지닌다." 바로 그 상복 없는 시인이 남긴 명언이다. 그러니까 시의 의미는 처음부터 확고하게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 의하여 부여되는 것이라는 뜻이 되겠다.발레리의 말이 아니더라도 시는 일단 발표되고 나면, 더 이상 시인의 시가 아니라 독자들의 시다. 그 시를 읽는 독자들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양하게 읽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사 시인의 의도와 다르게 읽혔다고 하더라도 그게 큰 문제가 될 일도 없다. 오히려 다양하게 읽힐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야말로 훌륭한 작품일 가능성이 높고, 세계의 명작들도 대부분 그런 작품이다.당나라의 시인 유장경(劉長卿)이 지은 위의 시도 이해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작품이다. 대번에 그림이 떠오르지만, 독자마다 그 그림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물론 상상하기 나름이다. 실제로 이 시를 소재로 한 그림 '풍설야귀도(風雪夜歸圖)'가 많이 남아 있는데, 그들은 모두 천차만별의 다양한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마당개가 짖고 있는 초가로 누군가가 돌아오고 있는 것을 그린 것이 대부분이나, 그 초가 앞으로 나그네가 그냥 지나가고 있는 그림도 있다.조선 후기의 화가 최북(崔北)의 '풍설야귀도'가 그런 경우다. 최북의 그림 속에는 개가 대문 밖까지 쫓아 나와 맹렬하게 짖어대고 있는데, 노인과 아이가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뚫고 짖고 있는 개를 지나가고 있다. 한밤중 혹독한 추위 속에서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갈까? 이 첩첩산중에 어디 갈 데가 있기는 할까? 저러다가 혹시 얼어 죽지는 않을는지, 겁이 덜컥 나는 상황이다. 최북은 왜 그렇게 그렸을까? 가혹하고 혹독했던 그의 생애가 이 시의 이해에 은연중에 반영된 결과일 게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실제로 오랜 굶주림 끝에, 그림 한 장 팔아서 술을 퍼마시고 돌아가다가 눈보라 속에서 얼어 죽어버렸다. 새해 벽두부터 날씨가 찬데, 돌아갈 데도 없으면서 돌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자꾸 눈에 밟히는 연유다.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20-01-04 06:30:00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광장] 대구만 분지(盆地)일까?

위성사진에서 대구 지역을 살펴보면 남쪽과 북쪽에 비교적 높은 산지로 둘러싸인 '대구분지'가 뚜렷이 나타난다. 북쪽은 팔공산지(1,193m)가 동-서로 가로놓여 있고, 남쪽은 비슬산지(1,084m)가 역시 동-서로 가로놓여 있다. 분지 가운데를 금호강이 동에서 서로 흘러 화원읍 사문진교 부근에서 낙동강으로 합류한다. 자세히 보면 팔공산 자락과 비슬산 자락 사이의 평평한 공간을 볼 수 있다. 그 평평한 공간이 바로 대구분지다. 분지 동쪽과 서쪽의 잘록한 부분은 금호강에 의해 침식된 부분이다. 분지 내부 평지도 금호강과 그 지류에 의해 침식과 퇴적이 반복하여 이루어진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사전적 의미의 분지는 산지나 대지(臺地)로 둘러싸인 평평한 지역으로 설명된다. 분지(盆地)의 한자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부가 움푹하게 파인 그릇 모양의 땅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분지는 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되어 오고 있다. 평평한 땅이 산지로 완전히 에워싸여 있는 분지를 비롯해 대구분지처럼 좌·우가 열려 있는 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그릇처럼 생긴 분지로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의 해안분지가 대표적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종군기자가 화채 그릇을 닮았다 하여 '펀치볼'(punch bowl)이라는 이름을 붙여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학창 시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분지 도시가 대구라는 얘기를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분지 하면 대구를 사례로 드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왜 대구가 분지의 대명사처럼 인식되어 온 것일까? 아마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팔공산에 대한 인식이 일반인들에게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공산당의 침략으로부터 우리 영토를 끝까지 지켜낸 낙동강 방어선의 보루가 팔공산이었다. 또한 세계적 명소 갓바위가 위치한 곳이 팔공산이란 사실과 대구의 무더운 여름 날씨의 원인이 분지를 둘러싸고 있는 높은 산지라는 점이 대구를 분지 도시로 각인시키는 데 일조했을 것이라 본다. 어쨌든 대구가 분지인 것은 분명하다.그런데 대구분지와 관련하여 떠도는 허황된 루머 중 하나가 대구를 '고담도시' '수구 보수의 도시'라고 비꼬는 경우다. 하기야 전직 모 대통령조차 대구에 들러 지역민들에게 "대구 사람은 분지적 사고를 떨칠 필요가 있다"고 한 적이 있었다. '분지적 사고'란 용어 자체도 없을뿐더러 분지를 폐쇄적, 수구 보수적 개념과 연계시키는 것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학창 시절에 배운 기억을 떠올려 보자. 우리나라는 육지 면적의 70%가 산지다. 부산, 인천, 울산, 포항 등 해안가에 인접한 삶터를 제외한 내륙의 삶터는 대부분 분지다. 서울이 대표적인 분지 도시다. 서울 외에도 남양주, 여주-이천, 대전, 충주, 광주, 남원, 춘천, 밀양, 거창, 안동, 영주 등지가 분지임에도 분지라는 지형적 특성과 연관시켜 비꼬는 경우는 없다.그런데 유독 대구분지만큼은 예외였다. 아마도 먹고살기 힘들었던 1960, 70년대 후진국 상황에서 고도의 경제성장을 거치는 동안 그나마 잘나가던 도시가 대구였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 역시 지역 출신이다 보니 온갖 시샘을 받게 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분지라는 이유만으로 대구가 공격을 당할 필요는 없다. 또다시 그런 루머가 떠돌면 우리 지역민들은 이렇게 얘기해주면 어떨까?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여서 해안가를 제외하면 모두가 분지라는데, 귀하는 어디에 살고 계시는지요?

2020-01-03 19:24:01

영화 '21 브릿지:테러 셧다운'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21 브릿지:테러 셧다운', '파바로티', '피아니스트의 전설'

◆21 브릿지:테러 셧다운감독: 브라이언 커크출연: 채드윅 보스만, J.K. 시몬스뉴욕 맨해튼 다리 21개를 봉쇄를 해야 할 최악의 사건을 그린 범죄 스릴러다. 해외 파병 미군 출신의 2명의 무장 강도가 범죄조직의 마약을 강탈한다. 그 와중에 뉴욕 경찰 8명이 사살된다. 냉철하고 공격적인 강력계 형사 안드레 데이비스(채드윅 보스만 분)가 사건을 맡는다. 경찰은 도주로 차단을 위해 일부 다리를 봉쇄하지만 일부 경찰들이 죽은 동료에 대한 복수를 위해 나서면서 체포 작전은 더욱 꼬이기 시작한다. 시내 곳곳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집요한 추격과 도주가 이어진다. 21개의 다리를 모두 막았다. 이제 주어진 시간은 단 3시간, 과연 그들을 잡을 수 있을까. '블랙 팬서'의 채드윅 보스만이 주연을 맡고, '위플래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연기파 배우 J.K.시몬스가 고위경찰로 출연한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파바로티감독: 론 하워드출연: 루치아노 파바로티, 안젤라 게오르규'다빈치 코드'의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불멸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의 치열한 음악인생을 담고 있다. 파바로티가 초등학교 교사직을 접고 테너로 데뷔해 세계 최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그의 아름답고 감미로운 노래와 함께 그려내고 있다. 결혼과 불륜, 이혼과 재혼에 이르는 사생활도 담았다.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출연한 '쓰리 테너' 콘서트 무대의 뒷이야기도 펼쳐낸다. 라이브 공연 당시 무려 13억 명의 시청자가 관람했다. 이외 푸치니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 베르디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 등 주옥같은 아리아가 파바로티의 목소리로 관객을 감동시킨다. 영화 속에 흐르는 파바로티의 아리아는 22곡이다. 114분. 12세 이상 관람가◆피아니스트의 전설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출연: 팀 로스, 프룻 테일러 빈스'시네마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1998년 연출한 감동적인 영화. 새해 1월 1일 22년만에 국내 첫 정식 개봉을 했다. 1900년 새해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버지니아호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 나인틴 헌드레드(1900).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이 아이는 화부에 의해 길러진다. 크면서 처음 본 피아노를 자유자재로 치는 천재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배 안의 피아니스트가 된다. 평생 육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그의 삶이 아름다운 음악과 유쾌한 이야기들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펄프 픽션'의 팀 로스가 주연을 맡았다. 이번 국내 최초 정식 개봉에서는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상영된다. 121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01-03 06:30:00

영화 '미드웨이' 스틸컷

[김중기의 필름통] 제2차 세계대전 미·일 해전 다룬 영화 '미드웨이', 스펙터클한 영상미 돋보여

미드웨이 해전은 전쟁사에 길이 남을 기적 같은 전투였다.열세의 전력으로 네 척의 일본 항공모함을 격침시키면서 일본의 야욕을 처절하게 응징한 태평양 전쟁의 최대 승전보였다.'고질라', '인디펜던스 데이' '2012' 등 화려한 볼거리를 스크린에 펼쳐놓았던 독일 출신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가 78년 전 그 전투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영화 '미드웨이'는 그 기적의 순간과 병사들의 영웅적인 활약을 철저한 고증으로 재현한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다.미드웨이 해전은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린'(1970년 영화 '도라 도라 도라'의 대사) 일본의 오판과 '일본놈들 쓸어버려!'(1976년 영화 '미드웨이' 대사)라며 전의를 불태운 미국의 자존심이 맞붙은 전투였다.1900년대 들어 군사강국으로 급부상한 일본은 한국과 중국 등을 침략한데 이어 동남아까지 장악했다. 그러나 석유의 80%를 미국에 의존하던 일본은 미국이 금수조치를 단행하자, 인도네시아에서 석유를 조달하려고 했다. 그러자면 미국이 지배하던 필리핀이 걸림돌. 결국 미국과의 한판 승부는 불가피했다.그래서 단행한 것이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기습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성과에 도취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진주만 유류저장창고와 조선시설 등을 폭파시키지 못한 것이다. 거기에 주 목표였던 항공모함도 발견할 수 없었다.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의 이 기습은 미국의 적개심을 불러온다. 일본 도쿄 폭격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두리틀 폭격대가 성공한다. 그리고 일본 해군의 미드웨이 기습을 예견하고 잠복에 들어간다.미드웨이 해전(1942년 6월 5일)의 기적은 정보전에서 시작됐다. 일본군의 암호문에 등장한 AF라는 지명이 미드웨이란 것을 간파한 미군이 항공모함 3척으로 미리 진을 친 것이다. 일본은 미군 항공모함이 진주만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작전을 펼치지만, 어느새 하늘에는 미국 전투기가 몰려오기 시작한다.그러나 이때 일본 해군은 세계 최강이었다. 항공모함 4척에 8척의 구축함과 6척의 순양함, 함재기 250대가 미드웨이 해전에 투입됐다. 반면 미군의 항공모함은 3척이지만, 그나마 한 척(요크타운)은 수리중이었다. 초반에 하늘을 뒤덮었던 뇌격기는 '날으는 관'이라는 별명이 붙은 비행기로 불발탄 어뢰에 느리고 호위기도 없이 일본 항공모함에 달려들었다. '모닥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았다'고 당시 일본 해군이 묘사했다.그러나 병사들의 영웅적인 전투로 일본은 항공모함 4척과 유능한 제로센 전투기의 조종사를 모두 잃고 패퇴한다. 일본이 이 해전에서 승리했다면, 태평양 전쟁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며 한국 등은 일본 제국주의의 등쌀에 더욱 오래 고통받았을 것이다.에머리히판 '미드웨이'는 이 전투를 가상의 캐릭터 없이 전투에 참가한 병사들의 영웅적인 실제 모습만을 다큐멘터리처럼 엮어냈다. 1976년 찰톤 헤스턴 주연의 '미드웨이'가 기록영상 등을 활용해서 전투장면을 묘사한 반면, 에머리히는 독보적인 스펙터클 영상연출로 이 장면을 모두 그려냈다.항공모함의 웅장한 폭발과 미군 전투기의 낡은 소음과 이착륙의 마찰음, 거기에 공중전의 총격 등 관람석이 들썩이는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까지 들려준다. 특히 마지막 급강하 폭격기들의 활약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단 한발의 폭탄으로 일본 항공모함을 침몰시킨 미군 급강하 폭격기 조종사 딕 베스트 역을 '데드풀' 등에서 악역 연기를 펼쳤던 에드 스크레인이 연기하고, 미해군 총사령관 니미츠 제독에 우디 해럴슨, 일본 해군 나구모 주이치 제독에 '곡성'의 쿠니무라 준 등이 출연한다.사실에 근거한 충실한 묘사는 좋지만, 드라마의 구성 등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136분에 방대한 스토리를 다 담으려다보니 나열식 묘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차라리 진주만 공습과 두리틀 폭격대의 묘사는 기록 영상으로 대체하고, 미드웨이 해전 묘사에 더 밀도를 높였으면 좋았을 것이다.또 AF라는 지명을 둘러싼 정보전, 나구모 주이치 제독의 오판, 정찰을 허술하게 한 일본군의 자만, 연료가 바닥난 상태에서 일본 항공모함을 찾아낸 미군 폭격기의 집요함, 전멸에 가까운 미군 뇌격기 비행사들의 영웅적인 행동 등 미드웨이 해전의 기적 같은 순간에 더 강조점을 찍었으면 드라마틱했을 것이다.그럼에도 '미드웨이'는 전쟁영화 팬이라면 꼭 봐야할 전쟁영화다. 미드웨이 해전은 드라마 없이 그 자체가 이미 감동적인 기적 이야기다. 더욱 실감나는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사전 지식을 얻는 수고도 필요하다. 135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01-03 06:30:00

2019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코미디언 박나래

[정덕현의 엔터인사이트] 2020년 예능 트렌드 전망

2020년에는 어떤 예능프로그램들이 트렌드를 만들어낼까. 트렌드 전망이라는 것이 변수가 많기 마련이지만 2019년의 흐름들을 들여다보면 새해의 트렌드 역시 어느 정도는 그려볼 수 있다.◆김구라 일침, 지상파 예능도 달라질까2019년 지상파 예능들이 생각만큼 선전하지 못했다는 건 연말에 열린 방송3사의 '연예대상' 결과를 보면 단박에 드러난다. 특히 대상 수상자만큼 큰 화제가 된 김구라의 일침은 현재 지상파 예능이 처해있는 위기감을 실감하게 한다. "연예대상도 물갈이를 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KBS도 시청률이 안 나왔다. 5년, 10년 된 국민 프로가 많다보니 돌려막기 식으로 상 받고 있다. 더 이상 대상 후보 8명 뽑아놓고 콘텐츠 없이 개인기로 1~2시간 때우는 거 하면 안 된다." 김구라의 이 말은 그다지 지상파 예능프로그램들이 새로운 성취를 이룬 게 많지 않았다는 걸 공감하게 한다.지상파들은 이제 관찰카메라 형식을 예능의 중심축으로 세우고 있다. 'KBS 연예대상'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대상과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준 사실이나, SBS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최우수프로그램상을 받은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물론 거의 유일하게 MBC가 '놀면 뭐하니?'나 '같이펀딩', '구해줘 홈즈' 같은 신규 예능 프로그램을 성공시켜 성과를 냈지만, MBC도 역시 '나 혼자 산다'같은 관찰카메라가 대표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박나래 대상을 통해 입증시켰다.2020년에도 관찰카메라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중심 형식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케이블, 종편에 유튜브나 넷플릭스까지 등장해 프로그램들이 다양해지는 상황 속에서 지상파는 그 플랫폼에 가장 효과적인 형식으로 관찰카메라를 버리기가 어렵다. 가족, 친구, 자녀, 반려동물 같은 관찰카메라가 담아내는 보편적인 일상의 소재들은 그간 지상파들이 주로 보여줬던 관전 포인트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KBS가 '1박2일'을 버리지 못하고 SBS가 '런닝맨'을 못 버리는 것처럼 장수프로그램이라는 안전한 선택도 지상파는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그나마 MBC처럼 '놀면 뭐하니?' 같은 유튜브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도들이 변화에 대한 갈증을 채워줄 전망이다.◆비지상파 시즌제 예능, 그 이상의 시도 나올까사실 2019년에는 tvN이나 JTBC 같은 비지상파 강자들도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이렇다 할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tvN은 여전히 나영석표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즌을 바꿔 약간의 스토리텔링 방식 변화들을 가미하면서 등장했고, JTBC 역시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거 등장했을 뿐 신규 예능프로그램의 성취를 보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tvN은 '스페인하숙' 같은 새로운 시도가 주목받았고, '삼시세끼' 산촌편이 여성 출연자들을 세워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며 호평 받았으며 나아가 '신서유기'의 외전으로서 '아이슬란드 간 세끼'나 '라끼남' 같은 프로그램이 유튜브 버전으로 주목받았지만 전반적으로는 여행과 먹방이라는 소재를 벗어나진 못했다.그나마 JTBC는 조금 성적이 나은 편이다. '슈퍼밴드'라는 신규 프로그램과 '비긴어게인3', '슈가맨3'가 연달아 성공을 거두며 금요일 밤 JTBC만의 음악 프로그램 블록을 만들었고, 이효리는 물론이고 핑클 멤버들을 모두 끌어 모아 시도한 '캠핑클럽'은 큰 성취를 거뒀으며 '뭉쳐야 찬다'는 스포츠 스타들을 대거 기용해 스포츠 예능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특히 '슈가맨3'는 최근 뉴트로 열풍과 맞물리면서 이전 시즌보다 더 큰 화제를 불러오고 있다. 또 새롭게 런칭한 '이태리 오징어순대집'과 '막나가쇼'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JTBC 역시 몇몇 레귤러 장수 프로그램들은 종영하거나 정체된 상황이라 초창기 JTBC 예능이 해왔던 참신한 시도들이 절실해지는 시점이다.tvN은 새해를 맞아 달리기 리얼리티 'Run', 추억을 소환하는 음악 프로그램 '좋은가요', 고양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냐옹은 페이크다', 아이들을 사회생활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나의 첫 사회생활' 그리고 나영석 PD가 도전하는 숏폼 옴니버스 예능 '금요일 금요일 밤에' 등이 새롭게 시작한다. 특히 유튜브 시대의 짧아지는 콘텐츠 트렌드를 반영한 '금요일 금요일 밤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오디션 타고 온 종편 예능의 약진 계속될까올해 예능가에 가장 큰 파장은 Mnet '프로듀스' 시리즈의 조작 파문이다. 한때는 오디션의 명가로 불렸던 Mnet이 주춤하는 사이, 오디션 형식은 이제 종편의 성공 형식으로 자리해가고 있다. TV조선 '미스트롯'이 최고시청률 18%(닐슨 코리아)라는 놀라운 기록을 거두며 '송가인 신드롬'을 일으켰던데 이어, MBN '보이스퀸' 역시 8%를 넘기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과거 종편이 '황금알', '동치미' 같은 프로그램들이 화제를 모으며 이른바 '집단 토크쇼' 붐을 이뤘던 것처럼 이제는 중장년층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또 하나의 종편 트렌드로 자리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TV조선이 '미스트롯'의 성공에 힘입어 시즌2라고 할 수 있는 '미스터트롯'을 1월2일부터 방송하는 건 단적인 사례다.종편이 시도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Mnet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미스트롯'처럼 중장년층의 음악 장르를 시도하거나, '보이스퀸'처럼 주부들의 현실을 오디션 형식에 엮어 노래만이 아닌 감동적인 스토리로 그려내는 방식이 그것이다. '보이스퀸'은 마치 과거 '주부가요열창'의 종편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 플랫폼의 고정시청층과 잘 맞아 떨어져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종편 예능은 이처럼 지상파나 케이블이 해온 완성도 높고 스타일도 세련된 형식을 추구하기보다는 종편의 시청층에 맞는 눈높이를 찾아감으로써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2019년의 예능은 전반적으로 지상파, 케이블, 종편 등이 저마다의 플랫폼 성격에 맞는 효과적인 방식들을 모색했던 해였다. 거기에는 일정한 성과들도 있었지만 한계 또한 분명히 존재했다. 올해는 그 모색한 결과들이 플랫폼에 맞는 예능 형식으로 등장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과연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들이 화제가 될까.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2020-01-03 06:30:00

권경우(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 "때는 와요"

소망을 품고 때를 기다리는 새해 같은 고통이 계속된다면 절망뿐 개인이 서로 힘을 합치지 않고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새로운 해가 밝았다. 하루하루가 항상 새로운 날이지만, 해가 바뀌는 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랜 세월 인류가 '시간'과 함께해 온 까닭이다. 이렇게 새로운 해가 되면 사람들은 결심을 하거나 소망을 품는다. 결심이든 소망이든 결론은 모두 같은 지점을 향한다. 개인이나 공동체의 변화이다.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그러한 변화를 일굴 수 없을 때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절망의 영역이다. 실제로 누군가는 그럴 수 있다.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이 새해가 되었는데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은 현실이라면, 절망하는 수밖에 무엇이 있겠는가.그럼에도 인간은 꿈을 꾸고, 노래하고, 기다린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 기다림이야말로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이끌어온 가장 중요한 동력이 아니었을까. 역사 속 인물들을 보면 갑작스럽게 중요한 일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은 기다림의 연속이었음을 알 수 있다.기다림은 포기나 판단 중지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직면을 뜻하며 나아가 내일을 모색하는 일이다. 현실은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강한 비바람으로 흔들거나 적신다.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은 쉽지 않다. 기다림은 단단해지는 일이다. 딱딱해지는 것이 아니라 단단해져야 한다. 단단함은 두껍고 튼튼한 껍데기로 포장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층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이다. 기다림만이 단단함을 만들어낸다.기다림은 태도의 문제이다. 단순히 결심한다고 기다릴 수 있는 게 아니고, 소망한다고 기다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다림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과 맞닿아 있다. 태도는 그 일상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결국 개인은 어떤 목표에 한순간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통해 살아가고, 어느 순간 목표에 이르게 된다. 공동체의 변화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로 힘을 합치지 않고서 바꿀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태도가 중요한 이유이다.자칫 태도를 예의나 싸가지의 문제로 볼 수 있다. 타자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태도는 존중이자 배려이다. 어떤 태도를 갖겠다, 혹은 유지하겠다는 선언은 단순히 개인적인 결심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며, 동시에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것으로써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사람, 다른 가치 등을 무시하지 않는 자세이다. 타자와의 관계에서 태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태도를 생각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폭력을 거부하는 자세를 포함한다. 모든 폭력은 위계적이며, 어느 한쪽의 일방적 관계에서 비롯된다. 사이와 관계를 바라보는 태도는 서로를 바라보게 한다. 태도는 오히려 내면과 외면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타나며, 나와 너가 만나는 그 사이와 경계에서 드러난다.새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다시 소망을 품고 때를 기다린다. 자신의 때, 공동체의 때, 인류의 때를 생각하고 기다린다. 때는 올 것인가. 지난해 50주기를 맞은 신동엽 시인은 1970년에 발표한 '좋은 언어'라는 시에서 "때는 와요"라고 말한다."외치지 마세요/ 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버려요.// 조용히/ 될수록 당신의 자리를/ 아래로 낮추세요.// 그리고 기다려보세요./ 모여들 와도// 하거든 바닥에서부터/ 가슴으로 머리로/ 속속들이 굽어돌아 적셔보세요.// 하잘것없는 일로 지난날/ 언어들을 고되게/ 부려만 먹었군요.// 때는 와요./ 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 이야기할 때// 허지만/ 그때까진/ 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 채워야 해요."시인은 '때는 온다'거나 '때는 올 것이다'라는 단정적 표현이 아니라 '때는 와요'라고 슬며시 말을 내려놓는다. 외치지 말고, 자리를 낮추고, 기다리자고 말한다. 심지어 '그때까진 이 세상을 좋은 언어로 채우자'고 한다. '때는 와요'라는 속삭임은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사랑의 언어이다. 비난과 저주의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을 '좋은 언어'로 채우고 가장 낮은 곳에서 기다리고 단단해져야 한다. 나와 너, 우리의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위로 받는 한 해를 소망한다. "여러분, 때는 와요."

2020-01-02 17:31:49

박천 독립큐레이터

[매일춘추] from A to B

우리가 새해를 맞이하며 하는 일반적인 행동은 어떤 것들을 정리하고, 올 한 해 좋은 일들이 생기기를 소망하며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즉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올 한 해를 계획한다. 이렇게 한 해를 계획할 수 있는 이유는 '작년'이라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예술에도 이러한 기준이 되는 대상이 있는데, 작가가 작업을 할 때, 어떤 것을 보고 느꼈는지가 그 대상이 되어 작업에 투영된다. 그리고 이 작업은 '예술'이라는 매체로 우리 앞에 서게 된다. 이러한 작업들의 기준은 예술의 본질적 탐구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일련의 경험들로부터 비롯되기도 한다. 혹은 당시 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기도 하며, 스스로를 비판하거나 의심하고, 심지어 아무 의미 없음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이렇게 놓고 보니, 단어로만 '예술'이라고 포괄하지, 결국 제각각이다. 우리가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해 못 할 것들 투성이로 가득 찬 이유가 이렇듯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있는 예술의 개념과 실제로 마주한 예술과의 간극이 너무 크다 보니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전시장의 난해한 작업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한다. 그 작업이 예술적 가치가 어떠한지는 차치하더라도, 예술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들의 작업이 어디에서 출발하여 예술로 도달했는지 추적하여 들어간다면, 조금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 않을까.영천의 시안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from A to B'라는 전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찰하는 전시이다. 'From A to B'는 말 그대로 'A'지점에서 'B'지점으로의 이동을 뜻하지만, 전시에서는 장소에서 장소로의 이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아닌 'A(대상)'가 작가를 통해 'B(예술)'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전시는 시안미술관의 전관에서 진행되는데, 1관에는 이우수, 백지훈 작가의 작업이, 3관에는 이소진, 심윤 작가의 작업이 있다. 1, 3관에서는 네 작가들의 완성된 작업들을 볼 수 있으며, 2관에서는 작가들의 작업적 원형이 어디에서 왔는지, 혹은 어디로 가는지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결국 2관을 통해 전시는 끝을 맺음과 동시에 'A'가 되고, 다시 관객에게 'B'로의 이동을 제안한다.관객에게 'A(예술)'를 통해 'B(불특정 대상)'로의 사고적 이동을 제안하는 이유는 우리가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도록 유도함에 있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의 이동은 그저 하루가 지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작년과 올해를 구분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가능성을 모색하려 한다. 전시를 관람하더라도 앞서 언급된 '난해함'에 대한 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예술이 어떤 경로로 우리와 마주하는지, 그리고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각자 고민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와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박천 독립큐레이터

2020-01-02 11:35:39

김완준 대구예총 대구예술문화대학 학장

[기고] 문화가 흐르는 대구의 센트럴파크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때,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의 풍경들은 대개 멋진 공연과 함께 펼쳐진다. 반짝이는 샹젤리제 가로수가 아름다운 파리에서는 파리오페라극장 등에서 오페라와 발레 공연이 해를 넘기며 이어진다.런던에서는 새해맞이 불꽃축제와 함께 온 가족을 위한 발레 공연이 펼쳐진다. 독일에서는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 등 20개가 넘는 도시에서 훔퍼딩크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무대에 올리고, 수많은 공연장에서 '질베스트(12월 31일) 콘서트'가 펼쳐진다. 뉴욕에서는 12월 마지막 날 뉴욕 필하모닉이 모처럼 뮤지컬 음악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해서 공연을 준비한다. 같은 날 열리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송년 음악회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오페라 '라 보엠'과 '토스카', '투란도트'의 아리아를 준비한다. 새해가 시작되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세계인의 눈길은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한다. 해마다 1월 1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 때문이다. 이 음악회는 영상 중계로도 함께할 수 있는데, 전 세계에서 무려 5천만 명의 시청자가 감상한다고 한다.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얼마든지 이런 여유와 아름다운 풍경들을 가꾸어갈 수 있다. 대구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있고, 콘서트홀로는 국내 최고라고 해도 손색없는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존재하며, 각 구마다 골고루 특색 있는 공연장들이 잘 갖춰져 있다.2019년 마지막 날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유명 오페라 아리아와 와인 파티가 있는 제야 음악회를 열었고, 같은 시각 수성아트피아에서는 클래식과 탱고, 국악과 대중가요까지 음악의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제야 음악회가 펼쳐졌다. 북구의 어울아트센터에서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제야음악회가 열렸다. 대구 시민 누구나 음악이 흐르는 제야의 콘서트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여기에 또 하나, 최근 날아온 반가운 소식을 더함으로써 우리 도시의 장밋빛 미래를 그려본다. 2025년 완공될 대구시 새 청사 부지가 달서구 두류동 옛 두류정수장 터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정책적 판단으로 대구의 새 시대를 여는 중요한 결정의 권한을 시민이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결과이며, 그동안 공정한 경쟁을 펼쳐왔던 여러 구·군에서도 이제 우리 도시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마음을 모으는 과정에 있다.이곳 두류정수장 터에 기대가 더하는 것은, 이 장소를 둘러싼 외부 환경에 있다. 대구의 '허파'로 불리는 165만㎡ 규모의 두류공원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두류공원 한 자락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이 30년째 터를 잡고 있고, 공원 내 드넓은 야외음악당은 치맥축제, 보자기축제 등 대규모 관광문화축제의 현장으로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바로 그 야외음악당에서 필자는 대구시립오페라단 감독을 맡고 있던 지난 2000년, 그리고 2002년에 각각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와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를 공연한 바 있다. 매 회 2만 명의 관객이 인산인해를 이뤄 지역 최고의 야외 오페라로 이름을 올렸던 기억이 여태 생생하다.가을이면 대형 야외 오페라가 펼쳐지고, 해가 바뀔 때마다 신년 콘서트가 공연되며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는 대구시청사 잔디광장이 우리 시민에게 선사할 아름다운 시간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우리 대구는 문화가 흐르는 센트럴파크의 도시가 된다.

2020-01-01 18:05:28

임언미 대구문화 편집장

[찬란한 예술의 기억] '기록'과 '기억'에 대한 책임감

지역 예술단체 창단의 주역에 대해 언급한 지난달 신문 칼럼이 나간 뒤, 한 원로 예술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지금까지 그 단체 창단 역사에서 가려진 부분이 있다. 주역이 바로 나였다. 오랜 세월 대구를 떠나 생활하다 보니 대구에 남은 사람에 의해 주관적으로 성과가 정리된 것 같다. 이제라도 바로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어느 장르든, 예술단체가 만들어지고 수십 년을 이어오는 것이 한두 사람만의 노력으로 가능했을 리는 없다. 그분께 조만간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이런 경우는 문화예술단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월간 '대구문화' 창간(1985년 12월)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필자가 처음 '대구문화'를 맡았을 무렵, 시민회관(현 대구콘서트하우스)에 배부하러 가면 청경 아저씨들이 반기며 책자들을 소중하게 받아 올려 주셨다. 그분들은 매번 '이거 창간했을 때 우리도 같이 (배부)했는데…'라는 말을 항상 덧붙이셨다. 처음에는 반겨주시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그다음에는 '우리도 같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됐다.'같이 했다'는 사람은 그분들만이 아니었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뿌리 찾기'부터 해야겠다 싶을 정도였다. 그때부터 창간의 주역으로 언급되는 사람들을 모두 찾아가서 만났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연극인 이필동 선생님을 비롯해서 언론인 이태수 선생님, 장긍표 당시 시민회관 관장님, 행정가 김선오 선생님, 시립예술단 사무국 권혁문 국장님, 그리고 현재 대구교육박물관을 맡고 계신 김정학 관장님….그들은 모두 '대구의 문화예술'을 기록한 이 잡지가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니, 잘 이어가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셨다. 제대로 이어가겠냐는 '걱정'과 잘 이어가 주길 바라는 '당부'의 마음이 함께 전해졌다.어찌 보면 대구 문화예술계에 첫발을 내디뎠던 그때, 이미 수많은 문화예술계 선배님들이 이런 '기록'과 '기억'에 대한 책임감을 지워주셨던 것 같다. 이 글이 얼마 전 어느 예술기획자가 필자에게 "새로운 콘텐츠들이 넘쳐 나는데 굳이 과거를 자꾸 들추고 챙기려 하냐"고 질문한 것에 대한 대답이 될지 모르겠다.원고가 급할 때마다 부탁드리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단숨에 글을 써주셨던 고(故) 이필동 선생은 '대구연극사'를 두 번이나 펴내셨다. 그는 "대구의 연극이 언제까지나 서울 연극의 변방에서 한낱 지방 연극으로만 머물 것이 아니라 자기 색깔을 확보한 특성 있는 지역극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대구연극의 뿌리를 찾고 선배들의 업적을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일평생 국내외 헌책방을 다니며 자료를 모아 향토문학관에 900여 권을 기증한 고(故) 윤장근 선생은 생전에 '대구 문화사 최후의 증인'으로 불렸다. 지금의 대구근대골목에 표기된 주요 지점들은 그의 증언에 따른 것이 많다. 그는 젊은 시절 오상순, 조지훈, 최태웅, 구상 등 기라성 같은 문인들과 녹향과 르네상스 음악감상실, 백록과 백조다방 등을 오가며 어울렸고, 그들이 떠난 뒤에는 그들의 흔적을 기록했다. '대구문단인물사'를 펴냈고 작고 문인들의 시비 건립에도 앞장섰다. 그는 필자에게 대구와 작은 인연이라도 있는 예술인들은 반드시 찾아서 기록하고 기려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작은 인연이라도 먼저 '찜'하면 그가 바로 대구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2020년이 시작됐다. 대구시는 2020년 한 해 동안 장르별 원로 예술인들을 추천받아, 구술 아카이빙을 하고 그들의 소장 자료를 기증·위탁받을 계획이다. 연초에는 지역의 연구자들을 위해 지역 문화예술 관련 잡지와 기록물들을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또 지난해 개정된 문화예술 진흥 조례에 따라 문화예술 기관별 자료 아카이빙을 의무화하고 해당 매뉴얼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크게 팽창한 대구 문화예술계의 역사 정리가 짧은 기간에, 소수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개개인의 애정과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2020년, 대구문화예술 아카이브 구축의 주인공이 되어 주시길 부탁드린다.

2020-01-01 17:26:00

김태훈 대구 영남중 교사

[대구 옛 이야기] 대구 출신 의병장 문석봉

대구시 달성군 현풍읍 출신인 문석봉(1851~1896)은 별시 문과에 급제하고 1894년 진잠(현재 대전광역시 유성구 진잠동) 현감으로 부임하였다. 그해 양호소모사(전라도와 충청도 지역에서 군사를 모으는 관리)에 임명되고 동학농민군을 진압하여 큰 공을 세웠는데 인근의 유림들이 그를 위해 선정비를 건립했을 정도였다.그러다가 돌연 문석봉은 1895년 전반 공주부 관군에게 군사훈련을 시키고 의병을 일으켜서 일본을 조선에서 몰아낼 계획을 세우려다가 적발되어 '토왜죄'(討倭罪)라는 죄목으로 공주부에 구금되었다. 문석봉은 법부대신 서광범의 공초를 거쳐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를 통해 그가 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일부 유생들과 공모하여 의병활동을 계획·준비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1895년 중순에 석방된 문석봉은 을미사변 소식을 듣고, '천고(千古)에 없는 강상(綱常,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의 대변(大變)'이라고 격분하여 국모의 복수를 위해 거병해서 흉적을 토벌하기로 다짐하였다. 문석봉이 상경해서, 훗날 을사늑약 체결에 통탄하여 자정 순국하였던 민영환을 만나 자신의 포부를 밝히자, 민영환은 그에게 환도 한 자루를 풀어주며 격려하였다. 또한 문석봉은 을미사변 당시 훈련대 제2대대장으로서 일본군의 극악무도한 만행에 협조했던 우범선(농학자 우장춘의 아버지)을 처단했던 고영근과도 의견을 나누었다. 이미 고영근은 문석봉이 봉기하기 직전에 편지를 보내어 그의 결단에 힘을 실어주었던 적이 있었다.드디어 문석봉은 1895년 11월 4일에 충청도 유성으로 내려가 창의하여 유성의병을 조직하고 대장에 취임하였다. 문석봉은 지휘부를 편성한 이후 통문을 각지에 발송하였는데, '을미사변을 천고에 없는 대변'으로 규정하고 의병을 일으켜 왜적을 토벌하여 사직(社稷)을 지켜야 할 것을 호소하였다.문석봉 의병진은 먼저 회덕현을 습격하여 무기를 탈취한 후로, 1895년 12월 6일에 300여 명의 의병이 유성 장터에 모였고, 이곳에서 '아당(我黨, 유성의병)에 드는 자는 살 것이요, 들지 않는 자는 죽을 것이다'라고 외치면서 주민들의 의병 합류를 촉구하였다. 다음 날 오전에 문석봉은 의병을 이끌고 진잠으로 들어갔고, 일주일 뒤인 1895년 12월 14일에 공암을 거쳐 공주로 진격하였다. 유성의병은 공주부 관군과 공주 와야동(충남 공주시 소학동)에서 격전을 벌이다가 매복해 있던 관군의 공격으로 패퇴하였다.문석봉은 유성의병을 해산하고, 지휘부와 함께 경상도 고령·초계 일대에서 재봉기를 준비하였다. 문석봉은 고령 현감에게 원조를 요청하였으나, 오히려 고령 현감의 고변으로 순검들에 의해 다시 체포되어 대구부에 구속되었다. 문석봉은 두 차례에 걸친 공초에도 의병투쟁의 결연한 의지를 역설하며 당당하게 맞섰다. 그러다가 함께 갇혀 있던 동료들과 감옥에서 탈출하여 경기도 과천으로 피신하였다. 곧이어 문석봉은 재차 상경하여 정계 인사들과 연락을 취하였고, 원주로 이동하여 '도지휘'(都指揮)가 되어 각 지역 의병장들에게 격문을 발송하였다. 그러나 문석봉은 옥고를 치르는 동안 몸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병세가 악화되자 현풍으로 돌아왔는데, 귀가한 지 석 달 만인 1896년 11월 19일에 숨을 거두었다.문석봉은 한미한 선비 집안에서 무인으로 출세했음에도 영파재(映波齋)를 지어 후학을 양성할 만큼 문(文)에도 출중한 면모를 보였다. 문석봉의 유성의병은 '존화양이'(尊華攘夷)의 위정척사 성격보다 '주욕신사'(主辱臣死)의 근왕적 성격이 강하였다. 또한 문석봉의 유성의병은 향촌 유림 세력의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반침략 항일의병을 전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현재 문석봉 생가터는 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성하길 68-7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그 주변에는 을미사변 이후 최초의 의병봉기를 일으켰던 문석봉에 대한 표식은 찾아볼 수 없다. 그 근처에 문석봉을 기억할 수 있는 상징물이 하루속히 건립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2020-01-01 17:21:12

홍성걸 국민대 교수

[새론새평] 역사의 죄인이 되려 하는가

덕담 주고받아야 할 새해이건만 난장판 정치 피폐한 경제로 우울 발전이냐 퇴보냐 기로에 선 한국 2020년은 국민 행복한 해 되어야세상은 복잡해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2020년 새해가 되었다. 새해에는 이웃과 덕담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희망과 의지를 다지는 것이 관례지만 올해는 우울하기만 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는데도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2019년의 한국 정치는 '조국 사태'로 얼룩졌다. 많은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혹만으로 (장관직에) 임명하지 못하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면서 조국 씨를 법무장관에 임명하면서 소위 강남좌파의 위선과 불법행위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검찰이 조국 씨를 불구속기소하자 청와대는 즉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을 인용하며 '수사의 의도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국기 문란이라면서 철저한 수사를 하명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 사건에 대해 1심에서 관계자 전원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왔을 때 어떠한 논평이나 사과도 없었던 청와대와 비교하면 달라도 너무 다르다.2019년 12월, 국회는 한국 정치사에서 잊지 못할 선례를 남겼다.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이 제1야당의 참여가 없는 상태에서 수적 우위를 점한 소위 '4+1' 결사체에 의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야당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이므로 야당의 참여 없는 일방적 개정은 있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 문재인은 어디로 갔는가.공수처법은 고위 공직자, 특히 검찰의 특권적 행태를 견제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제왕적 대통령에게 수사권과 기소권까지 갖는 최고위 특수검찰을 하나 더 선물한 것이라는 심각한 문제도 있다. 공수처가 권력에 의해 어떻게 사용되느냐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라 향후 정권이 교체되었을 때, 정치권에서 공수처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할지 자못 궁금하다.이 두 사건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당이 군소 정치 세력과의 합의를 통해 제1야당을 무력화시킨 선례가 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의회정치 과정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 예상된다.정치보다 더 국민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경제다. 특히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정적 영향은 중산층에 직격탄을 날렸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을 견디다 못해 폐업하고 있고, 더 많은 청년들과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정부로부터의 이전소득에 의존하고 있다.다른 나라는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투어 법인세와 상속'증여세를 인하하고 있는데 우리만 법인세 인상과 노동 개혁 회피, 규제 강화 등 기업 투자를 막는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어려워진 저소득층을 위한다고 사상 최대인 512조원 슈퍼 예산을 통과시키고 재정자립도가 50%도 안 되는 지방정부들조차 경쟁적으로 현금 살포형 복지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은 곳간에 쌓인 쌀도 그냥 두면 썩는다는 비유로 재정이 튼튼하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재정이 튼튼해서 막대한 국채를 발행해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가.2020년, 대한민국은 발전이냐 퇴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한 주체인 보수 정치 세력은 바른 보수주의 가치와 이념 아래 과거 일시적인 잘못을 통렬히 반성하고 계속되는 정책 실패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할 역사적 소명이 있다. 보수 정치 세력이 이 소명을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잃었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가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오직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 신음하고 있는 국민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뭉쳐야 한다. 보수의 품격과 도덕성, 공동체 정신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대권을 거머쥔 이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로 지방 권력을 확보한 문재인 정부는 언론 권력, 사법 권력에 이어 공수처를 통해 검찰 권력까지 확보했다. 4월 총선에서는 마지막 남은 의회 권력을 확보하여 사회주의 인민공화국으로의 개헌을 시도할 것이다. 이를 막지 못하면 이 땅의 보수 정치인들은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된다. 보수 정치의 본산이라는 대구의 보수 정치인들이여, 그대들은 역사의 죄인이 되려 하는가?

2020-01-01 16: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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