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이숙현 동화작가·구미 금오유치원 원장

[책마담] 새로운 길 내기

이야기 숲이 사라졌습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 걸음으로 십 분 남짓이면 만날 수 있었던 숲, 갈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난다고 아이들이 이름 붙인 우리들의 자람터, 이야기 숲이 하루아침에 뻥 뚫린 벌판, 민둥산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야기 숲에 맞닿아 있던 '신난다 숲' '자연의 숲'도 모두 사라졌습니다."여기가 진짜 이야기 숲이에요?"아이들은 믿지 못하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나마 높은 곳에 자리한 바람 숲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라진 숲 터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숲 터 사이, 예전부터 있던 좁다란 길 위에 서서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바라보다 소리 없이 비어져 나오는 눈물을 훔쳤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이야기 숲과 함께했던 수많은 추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아, 이제부터는 함께할 수 없다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그런데, 신기하지요? 이야기 숲을 잃어버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마음에 그림책 '삶'(북극곰)이 찾아왔습니다. 선물처럼 도착한 택배 비닐봉투에서 책을 꺼내 앞표지를 만져 보았습니다. 동그란 보름달 아래 얇게 파여 있는 제목 글자 '삶'과 달을 둘러싼 매끈한 밤하늘 둘레로 무광택의 어둑한 것들이 손끝에 닿았습니다. 풀과 나무, 살아있는 동물들의 눈동자… 이야기 숲에서 마주했던 생명들이 떠올랐지요."삶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코끼리도 태어날 때는 아주 작습니다./ 그리고 점점 자라납니다./ 햇빛을 받으며/ 달빛을 받으며// 모두모두 자라납니다." 시작부터 와 닿는 글. 맞아요, 이야기 숲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모두 작았습니다.십여 년 전이었으니까요. 그동안 아이들은 점점 자라났지요. 온갖 생명들도 날마다 모두모두 자라났습니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의 작가, 신시아 라일런트의 글과 어우러지는 그림 가운데 동물들이 저마다 또렷한 눈동자로 나를, 독자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눈동자들이 내게 묻는 것만 같았거든요. 이야기 숲 생명들은 어찌 되었느냐고….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산다는 게 늘 쉽지는 않습니다." 비바람 몰아치는 깜깜한 어둠 속을 헤치며 날아가는 작은 새 한 마리, 거기 박힌 한 문장을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가끔은 길을 잃기도 하지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만난 다음 장면. 작은 새는 터널 같은 시간을 빠져나왔습니다. 구름 사이로 해가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고 힘든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갑니다.// 그리고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뒤이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문장이,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펼쳐져 있었습니다.그래서일까요. 우연히 라디오에서 테드 창의 책 '숨'(엘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묻고 있다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지요. 사라진 이야기 숲을 되돌릴 수 없다면,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궁리해야 하는 순간이구나, 싶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는 계속되어야 하니까요.그래 어찌 되었냐고요? 이야기 숲에서 쓰러진 나무들을 유치원 마당에 데려왔어요. 뒤늦게 간 까닭에 남아 있는 거라곤 작고 가느다란 나무들뿐이었지만 이것들을 얼기설기 세워 엮었습니다. 모래밭 귀퉁이에 그럴듯한 공간이 생겼지요. 이제 여기에, 아이들과 이야기 숲에서 행복하게 누렸던 추억들 되새길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 보태며 소중한 마음들 모으려고 해요. 새로운 길 내어 만나게 될 시간들 헤아리니 다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변하는 삶 가운데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실까요? 어쩌면 '새로운 길'에 다다라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께 그림책 '삶'의 마지막 문장을 전해 드립니다. "그러니 매일 아침/ 부푼 마음으로 눈을 뜨세요."

2019-06-12 18:00:00

대구대 명예교수

[전영평의 귀촌한담] 해인사가 부른다

집 뒤 매화산 너머에는 가야산 해인사가 있다. 십리 남짓 홍류동 소리길을 따라 솔바람 소리 들으며 계곡 사이를 걷다 보면 금세 해인사에 다다른다. 천년고찰에는 고려 팔만대장경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어 빛을 발하고 있다.한국 불교를 지켜낸 수많은 고승들의 공부 요람이었으며 신라 최치원의 흔적이 여러 군데 명칭이 되어 남아 있는 곳이다. 해인사의 뜻풀이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바다가 고요해지면 삼라만상이 물 위에 찍힌 듯 그대로 드러난다'는 해석에 한 표 드린다.탐욕이 분노로, 분노가 어리석음으로 이어지는 우리 마음이 언제나 고요해질 수 있을는지. 산중 도량의 한량함, 쾌적함, 고요함, 무관심 속에서 평온, 하심, 참회, 감사, 자비의 마음을 갖게 될 때 우리는 언뜻 해인을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으리라. 고찰 해인사에는 그런 마음을 갖게 만드는 암자가 20여 개나 있다.해인사는 어느 암자에 가더라도 역사, 전통, 평온, 그윽함을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이를테면 산중 불교 캠퍼스이다. 일본 고야산 진언종 총본산과 비슷하다. 수많은 절에서는 기도와 수행,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었으며, 일본인이 죽어서 가장 가고 싶어하는 불교 묘지공원도 거기 있었다.광활한 산사에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만 있고 모든 것이 고요하고 청정하게 있는 그대로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저절로 경건함을 느끼게 하였다. 가야산과 고야산은 서로 닮아 있었지만 다른 점도 있었다.일전에 해인사 포교국장 스님과 한국 불교 발전 방안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한국 불교의 쇠퇴 현상 극복 얘기였다. 불법승 삼보 중에서 누가 분발해야 하겠는가를 물으셨다. 나는 승단이 앞장서서 분발해야 한다고 했다.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은 수행의 단계적 진화를 향기로 은유한 것이다.수행의 좋은 향기가 진동하면 대중은 나비처럼 운집할 것이라 믿는다. 유월이 깊어가는 가야산 계곡에는 초여름의 수목 향기가 가득하여 심신이 공중에 뜨는 듯 경쾌해진다. 며칠 전 아주 더운 날 해인사 공양간에서 먹은 열무냉면 맛이 잊히질 않는다. 비구 스님이 땀을 뻘뻘 흘리며 설거지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해인사가 우리를 부르는 듯하였다. 대구대 명예교수

2019-06-12 18:00:00

[종교칼럼] 길 위에서

버스를 탄다. 뒷문 앞쪽으로는 교통약자석이라 앉을 일이 없으니 눈길을 줄 필요가 없다. 다행히 두 명씩 앉는 뒤쪽 좌석들에는 한 사람씩만 있어서 앉아가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자리에 앉느냐는 것. 2인용 좌석에 죄다 복도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창가 쪽으로 앉아 있으면 뒤에 탄 사람이 쉽게 앉겠는데, 굳이 복도 쪽에 앉는 것은 어지간하면 내 옆에 앉지 말라는 뜻일까. 뒷사람에 대한 배려 따위는 기대하지 말라는 투다. 운동하는 셈 치고 차라리 서서 가는 편이 마음 편하다.늦은 시간, 버스가 학원 앞을 지난다. 학원 문 앞에는 자녀를 데리러 온 차량 행렬이 늘어서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황색 실선을 끼고 있다. 운전면허를 따려면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 중의 하나가 차선의 용도인데, 황색 실선은 아시다시피 기본적으로 주정차 금지 구역이다. 물론 황색 실선 구역이라도 장소에 따라서 주정차가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시간이 있기는 하다.그렇지만 절대적으로 주정차가 금지되는 복선의 황색 실선 옆까지 정차하는 것으로 봐서, 줄지어 선 저 행렬들 중에서 도로 규칙을 신경 쓰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비상등만 켜고 있으면 '짐이 곧 법이요 국가'라는 왕실의 일족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사랑하는 내 자녀가 이 경쟁사회의 살벌함 속에서 상승의 사다리를 타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끼고 편안해지는 것이 중요하지, 그깟 규칙쯤이야 안중에도 없다는 태세다. 그렇게 버스 정류장까지 점령한 승용차들 때문에 버스 기사님은 오늘도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선보인다.스페인의 가톨릭 성지 산티아고 데 캄포스텔라로 향하는 한국인들의 발길도 범상치 않다. 성지를 찾는 외국인 그룹 중에서 동양인으로서는 독보적이고 세계적으로도 아홉 번째로 많은 이들이 야고보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가톨릭 국가도 아닌데 왜 그리도 많은 한국인들이 그곳을 향하는지 의아한데, '자아'를 찾아서 가는 것이란다. 그 '자아'가 왜 하필이면 머나먼 스페인에 있는지 더 궁금하다.그런데 자아를 찾아갔다는 사람들 중에서 여전히 남들이 맛있다는 맛집과 남들이 편하다는 알베르게를 찾아다니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는 소식이다. 심지어는 순례객들이 공동으로 써야 할 부엌조차도 한국인이 나타나면 마비될 지경이란다. 남들은 달랑 냄비 하나로 단출한 파스타를 준비하는데, 우리 순례객들은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전까지 부치니 도무지 다른 나라 사람들은 부엌을 쓸 재간이 없다. 어디 그뿐이랴. 지친 순례객이 쉬어야 할 밤 시간에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푸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은 어쩔 것이며, 스페인의 시골길에 굴러다니는 빈 소주팩과 컵라면 용기는 또 어쩔 것인가.그리스도교 영성은 인생을 하느님께 가는 순례길로 여겼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길 위에서 하느님을 만났다. 그러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언제나 외롭고 정처 없는 발걸음일 필요는 없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배려를 베풀고 정을 주고받는 가운데 우리는 하느님을 만난다. 우리가 걷는 모든 길이 하느님께 가는 길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다른 이들과 함께 동반하고 동행하는 지혜와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2019-06-12 12:50:57

스타트업은 가장 작은 존재이지만 가장 힘이 센 집단이다. 사진 제공: pixabay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성공한 브랜드의 공통점, 슈퍼 빅아이디어

세상은 사람의 본능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을 보자. 모두가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일들이다. 자정까지 학교에 갇혀 있는 고3 수험생,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기 위해 앉아 있는 공무원 학원, 월요일 출근을 걱정하며 잠 못 드는 일요일 밤. 모두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일들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세상은 인간의 본성대로 변할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따라 변화할 것이다. 인간은 지식으로 인공지능을 절대 이길 수 없기에 시험 점수로 얻는 타이틀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출근하기 싫은 '회사'라는 개념은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다. 2016년 한국은 이미 프리랜서 인구 120만명을 돌파했다. 일본의 경우 인구의 6분의 1이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고 있다. 카페에 가면 프리랜서들이 가득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프리랜서, 1인 창업가들에게 사무실을 대여해주는 비즈니스의 인기는 당연해졌다. 더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며 골머리를 앓는 시대가 아니다. 월요일은 오지 않으면 좋은 요일이 아니라 그저 일요일 다음 날이 될 것이다.똑똑해진 사람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회 시스템에 맞춰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슈퍼 빅아이디어'(SUPER BIG IDEA)라고 부른다.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들이 바로 스타트업(START-UP)이다. 잘 닦여 있는 길을 거부하는 이들은 필자는 '변종'이라 부르고 싶다.기존의 시스템은 열심히 돈을 벌어 소유하라 했다. 열심히 돈 벌면 가질 수 있다고 우리를 채찍질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소유할 수 없다면 공유하게 했다. 제품 없이도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소유의 개념이던 차를 공유의 대상으로 바꿔 놓았다. 굳이 좋은 차를 타기 위해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었다.스타일쉐어의 윤자영 대표는 자신의 패션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1천200억 원 매출을 만들어냈다. 하루 평균 25만 명이 스타일쉐어에서 자신의 패션을 공유한다. 공유된 패션을 검색하고 바로 살 수 있는 쇼핑 비즈니스로 사람들을 모은 것이다.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지긋지긋한 공인인증서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켰다. 돈을 주고받는 방식이 한국만큼 보수적인 국가도 드물었다. 특히 어르신들은 ATM기를 가지 않고 송금하는 일이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공인인증서를 집어삼킨 토스는 시장을 파괴했다. 더치페이 문화가 만연해진 직장인들은 토스로 밥값을 해결했다.기존의 시스템에 불응하고 슈퍼 빅아이디어를 낸 이들에겐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경쟁하려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비즈니스는 늘 제품에 집중했다. "우리 브랜드의 자동차가 타사보다 좋습니다" "우리 옷은 다른 브랜드가 흉내 낼 수 없습니다"라고 광고했다.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제품의 질에 대해서 강조한 적이 없다. 아이템에 집중하는 대신 어떻게 사람들이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결과 그들은 플랫폼이 되었다.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구글은 광고보다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준다는 본질에 집중했다. 그런 철학으로 구글은 플랫폼이 되어 100조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페이스북은 콘텐츠 없이도 22억 명의 가입자를 만들어냈다. 세상 모든 사람을 연결한다는 철학 아래 가입자들이 알아서 콘텐츠를 생산해낸 것이다.경쟁하면 할수록 비즈니스의 실패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그래서 변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으라는 기존 시스템에 반기를 들었다. 변종들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변화시킨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혜택은 그대로 인류에게 전해졌다. 공유형 숙박 비즈니스 덕분에 해외여행도 편해졌다. 호텔 부킹 플랫폼은 뉴욕 여행 시 펜 스테이션에서 가장 값싼 호텔을 순서대로 나열해준다. 그들은 상품 하나 없이 돈을 번다. 상품 판매로 수익을 내는 시스템을 파괴한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6-12 12:02:24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대북 인도적 지원의 非인도성

11일 문재인 정부는 대북한 인도적 지원 사업에 쓰일 800만달러를 해당 국제기구에 송금했다. 문 정부가 지원한 자금은 세계식량계획의 '북한 영양 지원 사업'과 유니세프의 '북한 모자 보건 사업'에 투입된다. 이 조치는 명분만 확보되면 북한에 돈과 물자를 제공하려고 애써 온 문 정부의 의지가 관철된 최초의 대북 지원이다. 이제 대북 지원의 물꼬가 터졌으니 문 정부는 앞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대북 지원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문 정부와 여당 사람들은 자기들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사업에 열을 내는 이유는 그것이 식량과 의약품이 부족한 북한의 취약 계층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고 남북한 간의 평화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북한이 전체주의적 독재국가이고 대한민국 국민을 몰살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는 현실을 외면한 잘못된 것이다.외부에서 제공된 돈과 물자가 그것들을 수납한 국가에서 어떤 효과를 나타낼 것인가는 그것들을 제공하는 측의 공여 의도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수납한 측의 사용 의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칼을 제공한 사람은 주방에서 요리하는 데 사용하라는 인도적 취지에서 칼을 제공했지만, 칼을 받은 사람은 그 칼로 사람을 죽이는 비인도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인도주의적 동기에서 돈과 물자를 북한에 제공하더라도 북한에서 그 돈과 물자가 인도적인 사업에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북한과 같은 폐쇄되고 잔인한 전체주의 독재국가에서는 외부에서 제공되는 모든 물자가 독재세력의 수중으로 들어간 다음 그들의 마음대로 처리된다. 우리가 북한 취약 계층의 생활 개선을 돕기 위해 돈과 물자를 제공하면 북한의 독재세력은 그것들을 취약 계층에 분배해 주지 않고 북한 독재세력과 그 주변의 충성 분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분배한다. 정작 취약 계층에는 독재세력과 그 주변의 충성 분자들에게 분배하고 난 나머지가 분배된다.대한민국 정부나 민간단체들이 북한 취약 계층의 건강과 생활 개선을 지원한다는 인도주의적 동기에서 북한에 보낸 돈과 물자는 북한 취약 계층에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그보다 훨씬 심각한 비인도적 결과를 초래한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보낸 돈과 물자가 북한에서 초래할 심각한 비인도적 결과는 두 가지이다.첫째, 북한에서 주민들의 인권을 무지막지하게 탄압하는 김정은 독재정권으로 하여금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는 악행을 계속하도록 도와주는 비인도적 결과를 초래한다.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려면 주민들을 감시하고 처벌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감시와 처벌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비용이 든다. 남한에서 인도적 목적으로 넘어온 돈과 물자가 없다면 비용 부족으로 인해 주민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없을 터인데, 남한에서 넘어온 돈과 물자가 감시와 처벌을 수행할 수 있는 비용을 충당해 주는 것이다.둘째, 김정은 독재정권으로 하여금 남한 국민을 몰살시킬 핵무기를 개발하는 비인도적이고 반평화적인 악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적 독재국가에서는 누가 무슨 목적으로 보냈건 일단 자기들의 영토에 들어온 돈과 물자는 독재정권의 마음대로 처분된다. 김정은의 수중에 들어간 돈과 물자는 김정은의 의도에 따라 핵무기 제조를 직간접적으로 도와주는 데 투입될 것이다.남한에서 인도적 목적으로 제공되는 돈과 물자가 이처럼 북한 정권의 비인도적 악행을 지원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은 북한이 전체주의적 독재국가이고 그 통치자가 비인도적 악행을 자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고 싶다면 김정은 정권이 자행하는 북한 주민의 인권 탄압을 중단시키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2019-06-12 11:47:22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 선택과 집중의 원리

탈무드의 한 예화이다. 한 부자가 중병에 걸려 생명이 위독해졌다. 멀리 있는 아들을 보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아 그는 다급함에 다음과 같이 유서를 남겼다. "내 모든 재산은 노예에게 물려준다. 내 아들은 내 재산 중 한 가지만 그가 원하는 것으로 가질 수 있다." 아버지는 유서를 공증받고 결국 아들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노예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멀리 있는 아들을 찾아가 사실을 알렸고 아들은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아들은 모든 재산을 노예에게 준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랍비를 찾아가 물었고 랍비는 "자네 아버지는 돌아가면서 혹 노예가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자네에게 알리지 않고 재산을 가지고 도망치지는 않을지 몹시 염려하신거야. 그래서 재산을 모두 노예에게 상속한다고 유서를 남긴 것이네. 그 결과 노예는 자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지금 모든 재산을 차지한 것이네. 단 자네 아버지는 재산 중 한 가지를 자네에게 주었네. 그게 과연 무엇이겠나." 그 질문에 아들은 바로 깨닫고 아버지의 재산 중 하나인 그 노예를 택했다는 이야기다.이 예화에는 선택과 집중의 원리가 들어있다. 아들에게 재산을 상속해야하는 아버지의 집념과 지혜로 노예를 선택해서 모든 재산을 집중시킴으로써 아들에게 유산을 물려줄 수 있게 된 것이다.필자가 인생에 가장 중요하게 선택의 요소는 바로 가치와 행복이다. 나를 가장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일이 무엇인지 행복할 수 있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고 그것이 그 때에는 성악이라 생각하고 거기에 내 모든 재정과 모든 노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이 직업에 대한 후회없이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연주활동 뿐만아니라 지트리아트컴퍼니 대표로서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필자는 공연을 기획하는 일에 있어서 생각하는 중요한 선택의 기준은 바로 관객이다.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석하고 그 가운데서도 의도한 작품의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을 찾으려는 집념이 있다.집중할 때 탈무드의 예화처럼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지혜가 생기게 된다. 무슨 일을 하다가 막혔을때 다시한 번 선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택이 맞다면 그것에 집중하는데 있어서 불필요한 요소들이 없는지 검토하고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걸러내게 되면 비로서 방법이 보이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선택은 책임을 동반하고 집중은 그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옳은 가치에 대한 분별력을 갖출 때 높은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되고 나 뿐만아니라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현동헌 테너

2019-06-12 11:16:11

조성제 대구한의대 교수

[기고]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권 조정

최근에 국회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 등의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증대되고 있다.수사권 조정 논의는 국민들의 수사 절차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사기관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하여 권한의 남용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1차적 수사권을 경찰의 권한으로 하는 이번 신속처리안건의 내용은 견제와 균형 원리라는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에 신속처리 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이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인정하게 되면 사실상 경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사건을 축소·은폐하여 국민이 제대로 수사를 받을 권리를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학회 또한 경찰에 불송치 결정이라는 일종의 불기소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법절차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으로 남용될 위험이 크다는 입장을 표시하였다.현재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경찰과 검찰 간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협력관계로 설정하고,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도록 하여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있고,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에 대한 통제를 위하여 불송치 결정한 사건 기록을 검찰에 보내 검사는 60일 동안 수사 내용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불송치 결정 사건의 고소인 등 이의 신청이 있는 사건은 검사에게 송치토록 하고 있고, 검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한 때에는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 놓는 등 사실상 전건 송치에 가까운 통제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한 기관이 집중된 권한을 행사하는 제도와 여러 기관이 일련의 절차상에서 적정하게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운영되는 제도 가운데 어느 것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적 원리에 부합하는지는 자명한 일이다.나아가 경찰에는 독립된 수사기관으로서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영장청구권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헌법개정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영장 청구에 대하여는 법원의 심사 절차를 거치므로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도 없을뿐더러 경찰이 수사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필수적이다.반면에 개정 법안에 따르더라도 검찰수사에 대한 통제제도는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검찰의 불공정한 수사나 공소권의 남용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기가 어렵다. 수사권 조정 논의의 본래 취지가 수사·기소 분리의 사법민주화 원리가 작동되는 '선진 수사구조'로 변화라는 데 있었다고 본다면 향후 국회의 논의에서 검찰권 남용의 통제방안에 대하여 각고의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앞으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대원칙 아래, 수사 절차에 있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관계되는 피의자와 범죄피해자의 인권 보장이 보다 강화될 수 있는 방안을 입법자와 관련 전문가들이 논의를 통하여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2019-06-12 11:11:53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껌 씹는 사람들

"껌을 씹는 유쾌한 씨를 보라/ 껌을 씹는 유쾌한 씨를 보라/ 번득이는 눈 커다란 입술/ 약간 삐뚤어진 코털/ 껍 씹는 방법도 여러 가지/ 앞니로 씹기, 어금니로 씹기, 송곳니로 가르기/ 풍선도 불고, 소리도 내고, 밥 먹은 후엔 항상./ 유쾌한 씨는 유쾌도 하지/ 유쾌한 씨는 유쾌도 하지/ 유쾌한 씨는 유쾌도 하지/ 유쾌한 씨는 유쾌도 하지.-1996년 7월 20일 삐삐밴드의 '유쾌한 씨(Mr. Simpatico)의 껌 씹는 방법'우리나라 껌은 1956년 해태제과에서 최초로 만들었다. '해태풍선 껌', '설탕 껌', '또뽑기 껌'이 생산되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사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에도 껌은 있지만 국산 껌은 해태가 최초로 만들었다. 나중에는 롯데가 끼어들어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껌의 대량 생산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해방 때 미군을 따라 들어 온 껌은 당시 일반인들이 즐기기에는 귀한 물건이었다. 키네마 극장 앞이나 동성로, 중앙통에서 애들이 미군들의 뒤를 따르며 '기브 미 어 껌'이라며 제법 영어를 쓰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우리말로 외쳤다.-'할로야 껌 좀 도고'라고.미군들이 껌을 던져주면 모이 쪼는 닭 모양 애들이 머리를 박고 껌을 주웠다. 어떤 애들은 껌이 생기면 1박 2일도 씹기도 했다. 낮에 씹던 껌을 벽에다 붙여 놨다 다음 날 아침에 떼서 다시 씹었다. 점방에서 껌을 팔기도 했는데 전부 불량품이었다. 너무 단단해서 씹을 수가 없는 것도 있고 어떤 껌은 씹다 보면 건더기가 없어지기도 해 복불복 심정으로 껌을 씹기도 했다. 밀 한 웅쿰 입에 털어 넣고 씹다가 나중에 덩어리가 생기면 그 것을 껌처럼 씹었다. 양초도 씹었다. 어떤 것은 한 참 씹으면 찌꺼기가 남아 씹히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유교 풍습이 짙게 남아 있던 시절이라 껌이 미군 병사나 양공주(洋公主)등을 통해서 시중에서 거래된 것들인데다가 짝짝 소리를 내며 껌을 씹는 모습이 경박스럽다고 껌 씹는 사람은 깔보았다. 1947년경에 '국치낭(國恥娘)'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나라를 치욕스럽게 하는 여성이란 뜻인데 당시 껌은 화류계 여성들이나 미군 위안부들이 많이 애용해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구찌베니(빨간 입술) 화장, 빠마(퍼머넨트)머리, 종아리 노출, 빼딱구두(뒷 굽 높은 구두), 길거리에서 껌 씹는 여자"는 나라를 망신시킨다고 그런 말이 나왔다. 2018년 12월 27일 서울 봉천동에서 시흥동 가는 서울시내 버스 안 안내판에 다음과 같은 글이 붙어져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음식물을 먹거나 껌 소리를 내는 것은 흉한 행동이다. 껌은 천박하고 넉살 좋은 늙은 여자가 씹는 것이다"는 내용이다. 너무 거친 내용이라 광고는 몇 시간 뒤 삭제되긴 했다. 이런 일화를 보면 껌 씹는 여자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일부 사람들에는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문물이 발전하면 그에 따르는 문화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 그들의 예의범절도 배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 껌 씹는 행동을 보면 옛날 껌 씹는 사람을 조롱하는 말이 다시 등장해야 할 것 같다. 중앙로나 동성로의 보도는 물론이고 큰 거리 버스 정류장 부근에는 온통 뱉어 논 껌투성이다. 바닥에 다닥다닥 붙은 검은 반점을 외국인들이 보면 대구 시민들이 무슨 전위 예술하는 줄 착각할 정도이다.껌 씹고 종이에 싸서 버리는 사람보다 아무 데나 뱉어 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런 인간들이 큰 광장에서 종교모임을 하면 쓰레기 하나 버리지 않는다. 정말 얄밉다. 때와 장소에 따라 행동을 달리하니 말이다. 젊은이들은 길바닥에 껌을 뱉는 갑질을 하고 가난한 그들의 엄마들은 자식들의 껌 값을 보태주기 위해 주걱 칼로 인도에 눌어붙은 껌을 떼느라 오늘도 허리가 휜다. 누구는 인삼 뿌리 먹고 누구는 무 뿌리 먹는 세상이다.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9-06-12 11:10:35

종이에 담채, 26.9×81.2㎝,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김홍도 작 '서원아집도'

부채에는 별별 그림이 다 들어갔다. 정선은 금강산을, 김홍도는 서원아집이라는 자신의 주제 중 하나를 부채에도 그렸다. 둘 다 인기 많은 그림이었다. 금강산도 그렇지만 서원아집도 부채에 만만한 내용이 아니다. 그런데 역시 대가는 달라서 김홍도는 등장인물이 많고 배경도 쉽지 않은 이 그림을 화제까지 넣고도 부채꼴에 빠짐없이 다 그렸다. 정선이 '정양사'에 일만이천봉을 다 넣은 것처럼.22줄로 빽빽하게 쓴 화제는 김홍도의 스승 표암 강세황이 썼다. 내용은 '서원아집도기'(西園雅集圖記)로 북송 영종의 부마인 왕선이 주최한 서원의 아취 있는 모임을 서술한 것이다. 등장인물은 집주인 왕선, 소식과 동생 소철, 미불, 이공린, 황정견, 조무구, 원통대사 등 16명이다. 모두 중국의 역사적 대가들이다. '서원아집도기'에는 이들이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비파를 연주하고, 담론하는 광경이 자세와 옷차림, 모자 모양까지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바위에 글씨를 쓰는 미불의 모습이 특히 잘 알려져 있다.서원아집도는 이 글의 내용에 따라 그려진 그림이다. 불세출의 인물들이 동시대에 한꺼번에 모인 서원아집이야말로 한자문화권 지식층이 동경하는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주제는 명나라 청나라의 유명화가들에 의해 계속 그려졌고, 17세기 후반 조선에도 수입되었다. 18세기에는 무척 성행했던 듯 강세황은 자신이 본 아집도만 해도 수십 종이라고 했다. 많은 문인들이 서원아집에 자신들의 모임을 빗대며 풍류를 자랑했다.그런데 1990년대에 대만 학자에 의해 미불이 지었다고 믿었던 '서원아집도기'가 사실은 16세기 명나라 때 처음 나타난 위작이며 서원아집은 후대의 상상임이 밝혀졌다. 이 16명이 북송의 수도 개봉에서 모두 만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서원아집도기'는 나타난 이후 최고의 모임을 묘사한 준거 자료로 중요하게 읽혀지며 서원아집도로 그려졌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이 부채그림은 김홍도가 역관인 이민식에게 그려 준 것이다. 이민식은 그림을 좋아한 수장가로 김홍도가 '신선도 8폭 병풍'(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을 그려주었던 대단한 재력가였다. "여름 생색은 부채요 겨울 생색에는 달력이라"는 향중생색(鄕中生色)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는 말이 있었다. 더위가 시작되는 단오에는 부채 선물이 제격이었던 것이다. 지난 7일이 단오였다. 미술사 연구자

2019-06-12 09:56:59

이정호 변호사

[경제 칼럼] 음원 등 지적 자산 거래의 공정성

얼마 전 음원시장 1위 업체인 모 음원 플랫폼 업체가 유령 음반사를 만들어 저작권자에게 돌아가야 할 저작료 상당 부분을 편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저작료 징수와 배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플랫폼 업체가 저작료를 편취한 것은 지적 재산권 시장의 기본적 신뢰를 깨뜨리는 중차대한 일이다.음원이나 프로그램과 같은 지적 자산 시장의 공정성 보장은 관련 기술이나 권리의 보호 이상의 경제적 의미를 지닌다. 지적 자산은 어느 영역보다 올바른 가격이 형성돼야 하고, 그 거래 대가는 적정하게 권리자들에게 귀속돼야 한다. 이러한 시장의 공정을 위한 몇 가지 전제가 있다.무엇보다 저작료 등 대가의 책정이 적정해야 한다. 저작물은 음반이나 서적 등의 유형물로 발간되기도 하지만 최근 추세는 대부분 음원이나 전자책 등으로 디지털화되고 전송이 용이하게 만들어진다. 전자적 신호 내지 프로그램화된 저작물은 보관이나 전송이 용이하고 무한한 복제나 보관이 가능하다.그렇다면 그 이용 대가는 저작물 소유자나 공급자가 갖는 이점이나 경비 절감을 반영해 산정돼야 한다. 특히 음악 저작물의 경우 저작권의 위탁 관리 시스템으로 인해 저작권자 전체가 마치 하나의 단일 공급자처럼 기술적으로 독점화된 상태이다.프로그램 시장과 관련해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영세한 중소기업 중에는 해외 소프트웨어 업체의 업무용 프로그램 복제판을 우연히 입수, 사용했다가 형사고소를 당하고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일이 잦아졌다.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지적 자산 시장에 특수한 불공정 요소가 반영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일반적으로는 복제 저작물을 일회적으로 취득하거나 이용했다는 점만으로 책임을 질 이유는 없다. 타인이 만든 복제물을 취득하는 행위 자체로는 저작권자 권리를 당장 침해한 게 아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저작물같이 업무에 사용하는 저작물은 복제물을 취득, 업무에 이용하게 되므로 그 순간 저작권 침해로 간주된다.사실 그에 앞서 복제물을 제작하거나 유통시킨 자들을 적발해 그 유통 수량에 상당한 배상책임을 물리면 될 것인데도 프로그램 업체의 주된 타깃은 복제품을 우연히 입수했다가 몇 차례 사용한 영세 업체들이다. 복제 프로그램이 웹하드 업체 사이트에 게재되지 못하도록 필터링 시스템을 적용, 사전 규제하는 게 불가능할 리 없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도 의아하다.문제는 적발된 업체들은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현실적 대가 이상의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다. A/S나 프로그램 교육도 받을 수 없는 복제 프로그램임에도 시장에서 적용되는 각종 할인이 배상책임 산정의 기준이 될 정상가격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로그램 복제품은 각종 모듈들이 총망라된 패키지들만 돌고 있어서 배상 과정에서 불필요한 모듈을 강제 구매하는 효과까지 생긴다.지적 재산의 대가가 적정하게 형성됐다면 그다음으로는 이용 대가가 권리자들에게 적정하게 배분되도록 모니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저작물은 저작자를 판정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저작료 배정을 할 수 없어 분배되지 못한 저작료, 이른바 미분배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놓고 관련 단체에서 내홍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저작권법에 의한 저작권 위탁 기구들의 위탁 업무 처리의 기술적 정확성, 저작료 징수와 분배 절차 공정성 등도 플랫폼 업체들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감사나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최근 LP판으로 노이즈 섞인 음악을 감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단순히 날카로운 디지털 음향에 지쳐서가 아니라 대량 음원 소비 구조에 숨어 있는 시장의 모순에서 잠시 벗어나려는 시도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지적 자산 소비에 있어 소비자들의 주권이 내실 있게 보장되고, 올바르게 그 대가가 권리자에게 분배돼 시장 신뢰가 높아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2019-06-12 06:30:00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광장] 고운(孤雲) 최치원과 대구 호국성(護國城)

신라를 대표하는 학자로 고운 최치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신선이 되어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지는 최치원의 마지막 흔적이 대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최치원은 강수(强首), 설총(薛聰)과 더불어 '신라 3문장'(新羅 三文章)의 한 분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는 신라의 주도 세력인 진골 출신이 아닌 6두품 출신으로 868년 12세 때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874년 18세에 빈공과(賓貢科)에 합격할 정도의 수재였다. 876년 당나라의 선주(宣州) 율수현위(漂水縣尉)를 시작으로 여러 관직에 올랐고, 885년 귀국할 때까지 많은 글을 남겼다. 역사에 잘 알려진 일명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으로도 불리는 '격황소서'(檄黃巢書)는 명문으로 유명하다.29세에 신라로 돌아온 최치원은 헌강왕으로부터 시독 겸 한림학사 수병부시랑 지서서감사(侍讀兼翰林學士守兵部侍郎知瑞書監事)로 임명된다. 그런데 당시 신라는 지방의 호족세력이 등장하면서 혼란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894년(진성여왕 8)에는 최치원이 개혁의 청사진을 담은 시무책(時務策) 10여 조를 왕에게 올리고 6두품 최고의 관직인 아찬(阿飡)이 되었지만 진골 귀족들의 극심한 반발로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진성여왕 후임으로 효공왕이 즉위하자 최치원은 40대 초반 나이에 벼슬을 버리고 산천을 두루 다니다 가야산 입산 후 속세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걸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신선이 되었다고 믿는다. 그런데 최치원이 사라진 후 그의 나이 52세에 남긴 마지막 글이 바로 대구 수창군과 관련된 글이어서 대구로서는 큰 의미를 가진다.908년(효공왕 12) 최치원이 지은 '신라 수창군 호국성 팔각등루기'(新羅壽昌郡護國城八角燈樓記)가 바로 그 작품이다. 수창은 대구 수성의 전신에 해당하는 신라시대 지명이다. '수성'(壽城)이 신라 때는 '위화'(喟火), '수창'(壽昌)으로 불렸다. 수창군 속현으로 대구현(달구화현), 화원현(설화현), 하빈현(다사지현), 팔거현이 있어, 대구 전신인 달구벌보다 수성구 전신인 수창이 상위 행정구역이었다.'팔각등루기'에 의하면 대구지역 상류층인 호국의영도장(護國義營都將) 중알찬(重閼粲) 이재(異才)가 남령(南嶺)에 팔각등루를 세웠고 그의 부탁으로 최치원이 기문을 쓴다고 기록되어 있다. 앞산 대덕산성을 호국성으로 보는 경우도 있으나 아래 기문 내용을 고려한다면 앞산 용두토성이 호국성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험한 산을 등지고 높은 언덕 위에 있으며, 절벽 아래 강물이 흐르고, 성곽 형태가 구름처럼 길쭉하다."그러나 기문 내용의 지리적 위치를 고려한다면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 "호국성을 중심으로 서쪽에 불좌(佛佐)못, 동남쪽으로 불체(佛體)못, 동쪽에 따로 천왕(天王)못이 있고, 서남쪽에 고성(古城)이 있는데 이것을 달불(達佛)이라 하며, 호국성의 남쪽에 산이 있는데 불(佛)산이라 한다." 즉, 달불성은 달성토성을, 불산은 앞산(성불산)을 의미한다. 이런 내용을 고려한다면 금호강변의 검단토성이 호국성이 될 수도 있다.아무튼 신라 3문장의 한 분인 최치원이 남긴 마지막 글이 대구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구로서는 엄청난 홍보거리를 얻은 셈이다. 차제 교육도시 대구의 이미지 제고와 도시 브랜드 홍보에 적극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9-06-11 17:20:02

김동훈 연극배우

[매일춘추] 배우의 논문

대학원에 진학한 목적은 세 가지였다. 첫째. 연기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 둘째. 훌륭한 스승에 대한 갈증, 마지막 세 번째로는 같은 길을 걷는 동지들과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가 성장하고 싶었다. 학교생활을 되짚어보면 이러한 목적들을 일부 이루었으나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석사과정의 졸업을 위한 피날레, 논문이었다.대학원의 꽃은 학위 논문이다. 논문은 전문성을 갖춘 논리적 근거와 객관성을 통한 주장과 설득의 글이기에 독자의 초점은 그 분야의 종사자나 학문적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전문 단어를 구사하여 구체적으로 저자의 견해를 개념화한다. 특히 예술에서의 개념화는 작품 감상과 체험에 머무는 감각적 사유를 글이라는 수단으로 전문화시켜 나가기에 더욱 쉽지 않다. 왜냐하면 작품을 감상하는 수용자의 입장은 작품에서 느껴지는 자신만의 경험을 "좋았다." "아름답다." 등의 비교적 간략한 단어로 표현하기 때문이다.이와 같은 성격의 논문은 현장에서 배우로 활동을 하는 나에게 현실적 괴리감을 느끼게 하였다. 현장에서의 개인적 경험을 학술적으로 분석하고 정의한다는 점에서 다양하게 수용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하나로 단정 짓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논문을 통해 현장에서의 예술과 이론의 영역을 융합하여 제작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자 하였으므로 이러한 괴리는 논문작성에 있어 큰 어려움이었다.비록 논문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나 학문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였다. 논문을 만나기 전에는 연극 전공에만 국한된 학습을 해왔다면, 논문을 통해서는 연극 이외의 인문, 철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가 예술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결국 인간이 수용할 수 있는 모든 예술세계는 당대의 사회와 환경 등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예술작품을 다각도에서 수용하는 방법을 배웠다.더구나 창작자의 관점에서도 저변을 높일 수 있게 되었는데, 이전에는 배우의 역할에만 집중했다면, 논문 이후로는 창작자의 입장에서 관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그에 따라 장면들을 어떻게 구성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도 알게 되었다.한 작품의 연출방식을 면밀히 연구하며 동시대의 관객과 소통하는 형식들, 고전작품의 현대적 해석을 논문에 담는 작업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나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또한 배우로서 관객과 어떤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지 이를 위해 연출자를 포함한 다른 창작자들은 각자 자리에서 무엇을 창조했는지에 대한 분석은 또 다른 연극제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연구는 한국연극예술 발전에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6-11 12:53:41

개가 똥을 먹는 습관(식분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사진 출처: www.dogsnaturallymagazine.com )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반려견이 똥을 먹어요"…식분증 고치는 가장 좋은 방법

반려동물 건강을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해보면 반려인들이 자주 질문하는 개의 문제행동이 있다. "우리 개가 똥을 먹어요." 바로 식분증이다.개가 똥을 먹는 습관을 식분증(coporphasia)이라고 한다. 주원인은 후각에 의존되는 식탐 때문이지만 영양결핍, 이식증(이물을 먹는 이상행동), 지방 소화 장애, 기생충 감염증, 호르몬 질환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으므로 수의사의 면밀한 검진이 필요하다."우리 개는 입맛이 까다로워요."개가 맛을 느끼는 미각 능력은 사람과 비교하자면 유아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맛있는 음식을 잘 가려낼 수 있는 이유는 뛰어난 후각 능력이 지방과 단백질, 단내를 감별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음식에 집착하지만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빨리 씹어 삼키는 이유이기도 하다.개의 식욕은 후각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통해 똥을 먹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높은 사료나 간식을 먹으면 똥 속에는 미처 소화되지 못한 단백질과 지방이 남아있다. 따끈한 똥일수록 단백질과 지방의 냄새 분자(지방취)가 잘 휘발되어 개의 후각을 자극한다. 킁킁거리며 개가 똥을 탐색하는 이유는 똥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식욕이 왕성한 성장기와 식탐이 강한 품종에서 식분증이 잘 나타나는 이유이다.개가 똥을 먹는 모습에 화들짝 놀란 가족들은 개를 야단치거나 똥을 치우기 급급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개는 보호자의 눈치를 보며 보호자가 보지 않을 때 더 빨리 똥을 먹어버리는 행동을 보인다.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똥에 대한 애착을 자연스럽게 감소시켜주는 것이 식분증 개선의 핵심이다.개가 똥을 누면 개가 좋아하는 간식이 들어있는 봉투를 바스락거려 보자. 개는 즉각적으로 좋아하는 간식에 관심을 보인다. 가족들은 똥을 치우지 말고 똥이 식을 때까지 개가 다른 관심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똥이 충분히 식었을 때 개가 똥을 탐색하는 과정을 지켜보자.똥을 먹는 대부분의 개는 식고 마른 변은 먹지 않는다. 똥이 따끈할 때 스멀스멀 후각을 자극하던 지방취가 확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조적으로 똥에 쓴맛이 강한 고미제(인진쑥 끓인물)를 살짝 스프레이 해주면 식분증을 고치는 데 효과적이다.실외 배변도 식분증 개선에 도움 된다. 모든 동물은 자신이 먹고 잠자는 공간에서 최대한 멀리 배변하는 본능을 가진다. 위생적인 면도 고려되지만 다른 경쟁자들에게 자신의 안식처를 들키지 않으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실외 배변 본능이 있는 개에게 실내에서 배변을 유도하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실내 배변을 강요하다 보면 변비로 고생하거나 개가 자신의 똥과 오줌을 먹는 경우도 볼 수 있다.하루 1회 이상 규칙적인 산책은 원활한 배변 활동에 큰 도움이 되며 식분증을 고치는 데도 효과적이다.개가 산책 시 부패한 똥이나 오물을 탐하는 경우도 있다. 후각적인 호기심이 일차적 원인이지만 이미 부패한 오물의 비릿한 식감을 경험한 경우도 있다. 이는 개의 건강과 가족의 위생을 위해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나쁜 습관이다.이런 습관이 있는 개는 산책 시 주인이 목줄로 제어하여야 하며, 필요하다면 입마스크(Muzzle) 착용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개와 고양이가 한집에 사는 경우 개가 고양이 똥을 먹는다는 문의도 많다. 고양이 사료는 단백질 함량이 개 사료에 비해 월등히 높다. 소화가 덜 된 고양이 똥일수록 개에게 후각적인 식욕을 자극한다. 해결책은 똥에 대한 애착을 자연스럽게 감소시켜주는 것이며, 고양이 화장실에 개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펜스를 치거나 높은 곳에 비치하는 방법도 권장한다.동물 세계에서 어미가 새끼의 똥을 먹거나 토끼가 아침마다 자기의 똥(식변)을 먹는 것은 건강한 일상이다. 똥이 더럽다는 선입견을 잠시 내려두고 개의 습성을 이해하다 보면 식분증도 유쾌하게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6-11 10:14:12

김구철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 셈법의 차이

미국, 북한에 "생각을 바꾸면…."북한, 미국에 "'셈법'을 바꾸라."생각을 바꾸면 좋은 일이 많다는 미국의 충고에 대해, 북한이 셈법을 바꾸라고 맞섰다. 셈법은 종류가 많다. 가장 기본적인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의 사칙연산이 있다. 제곱, 세제곱 같은 거듭제곱이 있고, 그 역에 해당하는 거듭제곱근이 있다. 자연수 N에 대하여, N 이하의 모든 자연수를 곱하는 팩토리얼(N!, 계승)도 있다. 10!은?1×2×3×…×8×9×10=3,628,800이다.아주 큰 수 또는 소수점 아래 극히 작은 수를 편리하게 계산하게 해주는 로그(Log)도 있다. 산이나 알칼리의 농도를 말할 때 쓰는 pH가 수소이온의 농도를, 밑을 10으로 하는 로그로 잡은 결과다. pH는 1 차이에 10배씩 농도가 달라진다. 이처럼 많은 셈법이 있는데, 북한과 미국은 어떤 셈법을 쓸 것인지도 합의하지 않고 협상을 한 것이다. 우리가 너무 성급한 기대를 했는지도 모른다.공무원의 셈법, 납세자의 셈법.국비 펑펑, 지방비라고 아낄까?셈법의 차이는 꼭 북미 협상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김제동 씨의 강연료가 큰 논란이 됐다. 나는 김제동 같은 훌륭한 연사라면 강연료 1천만원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비기 때문에 괜찮다'는 논리는 엉터리 셈법이다. 문제가 된 대전 대덕구의 재정자립도가 16%에 불과하다면 전체 예산의 84%가 국비다. 국비와 지방비를 구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국민의 혈세임은 마찬가지인데….필자는 연전에 중앙정부의 교육사업에 참여했다가 대여섯 차례 강연료 몇 백만원을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행사업체가 세금 제때 못 냈다는 이유로 시행부처가 사업비를 사업체에 주지 않았고, 사업체는 강연자들에게 강연료를 주지 않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줘야 할 돈도 안 주고 아끼고 아껴 지방정부를 지원하는데, 지방정부는 펑펑 쓰고도 아까운 줄 모른다.

2019-06-10 18:00:00

이지선 살롱 드 메이페어 대표

[뷰티라이프] 보이지 않는 두려움

인간인 이상 우리가 두려움을 완전히 밀어낼 수는 없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며 두려움이 많은 생명체다. 하지만 지능이 뛰어나 정신과 육체의 나약함을 극복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세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예측불허의 상황들 속에서 혹시 내가 불리한 입장에 놓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낄 때가 많다.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시험 결과가 안 좋으면 어쩌나, 그가 나를 안 좋아하면 어쩌나, 내가 산 주식들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등 쓸데없는 걱정과 염려들은 현실이 아니며 단지 내가 그려내는 부정적인 상상력의 결과다.심장이 뛰는 그 무게와 초조함, 해일에 휩쓸리듯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우리는 전진도 후퇴도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가보지 않는 길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의 변화를 막고 걸음조차 내딛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이렇듯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오직 내 마음이 키워낸 두려움이 인간을 천국에서 지옥으로 인도한다. 하지만 바로 그 두려움과 나약함이 인간을 강하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대개의 사람들은 두려움에 굴복해 자포자기하지만 반대로 이것을 연료로 삼아 감정의 반전을 일으키고, 힘을 얻어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도 있다.작은 부족에서 시작하여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한 테무친, 칭기즈칸이 그런 인물이다. 그는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내 안에 있는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는 나를 극복하는 순간 칭기즈칸이 되었다"며 고난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몽골 초원의 지배자에서 동서남북으로 뻗은 유라시아 대륙의 절대자가 되었다.살다 보면 우리가 뜻한 대로,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게다가 책임감과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외로움, 상처, 자격지심 등 슬럼프는 도처에 널렸다. 내가 꿈꾸는 삶과 실제 인생이 큰 괴리를 보일 때가 많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낙담하거나 슬픔, 분노 혹은 자괴감에 사로잡힌다.이상과 현실의 괴리.먼저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것은 내게 내려진 천형이 아니며,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내게 호의도 적의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이 뜻대로 풀리거나 풀리지 않는 것은 '그럴 만하기에 그런 것'이지 세상이 내게 베푼 호의나, 내게 드러낸 적의가 아니다.쓸데없는 걱정과 두려움은 정신을 흐릿하게 하여 우리 얼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눈동자의 초점을 잃게 만들고 얼굴에서 화색을 빼앗아 간다. 또 육체 피로로 이어져 피부는 건조해지고 눈 밑에는 거무스름한 다크서클을 만들어 초췌하고 우울한 인상을 만든다.과거에는 단순히 이목구비의 아름다움이 미의 척도였다면 이제는 밝은 표정과 얼굴의 전반적인 생기가 중요시되면서 뷰티 트렌드 역시 바뀌고 있다. 생기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 식습관, 마인드가 접목된 미의 최종 결과물이며 그 사람의 삶 자체이기도 하다. 마음을 가꾸지 않고는 피부와 건강, 나아가 삶을 가꾸기 어려운 것이다.나 이외에는 아무도 나의 행복을 책임지지 않는다. 나의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지 말아야 하며, 나를 남의 잣대에 맞추어 판단하지도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내가 직면한 곤란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편안하게 바라보는 습관을 길러 지나친 긴장에서 벗어나야 한다.특별한 계기가 삶을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이끌어주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불쑥불쑥 올라오는 후회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멀리하고, 한발 한발 나아가다 보면 내가 바라던 위치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2019-06-10 18:00:00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煮豆燃箕(자두연기): 콩깍지를 태워서 콩을 삶는다

난세의 간웅이라 불렸던 조조(曹操)에게는 문학적 소양이 뛰어난 두 아들이 있었다. 둘째 아들 조비(曹丕)와 넷째 아들 조식(曹植)이다. 중국 문학사에서는 이들 셋을 삼조(三曹)라 한다. 둘은 아버지의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조비가 아버지를 이었고 나중에 위나라의 초대 황제가 되었다. 그리곤 동생 조식을 늘 괴롭혔다.어느 날 조비는 동생을 불러 즉석에서 현 상황을 묘사한 시를 지으라 했다. 칠보 내에 시를 짓지 못하면 죽인다고 했다. 조식은 그 자리에서 후일 칠보시(七步詩)라 불리는 시를 읊었다. "콩을 삶아 죽을 만들고(煮豆持作羹), 메주를 걸러 즙을 낸다(漉豉以爲汁). 가마솥 밑에서 콩깍지가 타오르니(箕在釜下燃), 솥 안의 콩은 우네(豆在釜中泣). 본래 한 뿌리에서 태어났거늘(本自同根生), 어찌 이리 급하게 볶아대느뇨(相煎何太急)." 이 시를 듣고 조비는 자책하며 울었다. 동생을 죽일 생각도 거두었다고 한다. 콩깍지를 태워서(燃箕) 콩을 삶는다(煮豆)는 자두연기(煮豆燃箕)의 유래이다. 지금은 친족 상잔이나 동족상잔, 골육상쟁을 비유해서 쓴다.예나 지금이나 권력 쟁탈을 위한 형제간의 처절한 싸움은 있다. 김정남 암살사건을 보고 혹자들은 자두연기를 생각하며 슬퍼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좋은 낯으로 대한다. 그러나 동족을 찾아온 중국 동포인 조선족이나 북한 동포인 탈북자들에게는 어떻게 하는가. 무시하고, 차별하고, 속이지 않는가. 그들은 가슴속으로 칠보시를 읊고 있을지 모른다. 동족에 대한 관용마저 없는 사회가 다문화, 세계화를 논할 수 있을까. 6·25전쟁이 끝나고 65년이 지나도 이념 논쟁으로 자신들의 공동체를 콩 삶듯이 한다. 한국은 가장 가까운 타자도 품지 못하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고립의 섬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2019-06-10 18:00:00

김차진 대구 수성고 교장

[김차진의 분필과 지우개] 고교학점제라 적고, 과목 선택권 확대라고 읽는다

고교학점제는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 이수하여, 누적 학점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교육과정 이수 운영제도이다. 이는 입시 중심에서 학생 성장 중심으로, 경직되고 획일적인 교육에서 유연하고 개별화된 교육으로, 수직적 서열화에서 수평적 다양화로 옮겨간다는 의미이다.고교학점제는 2, 3차례 학생 수요 조사를 통해 단위 학교별로 과목을 개설하게 된다. 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하고, 수업이 이루어진 다음에 평가 절차를 밟는다. 평가 결과 이수를 하게 되면 학점 취득을 하여 졸업을 하게 되며, 미이수한 학생들은 보충 프로그램을 수강한 다음에 학점 취득을 통해 졸업시키는 제도이다.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2, 3차례 학생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거친다는 점이다. 수요 조사 결과에 따라 기존에 개설되던 과목도 학생들이 원하지 않으면 줄여야 하고, 개설해보지 않은 과목도 학생 수요가 많아지면 개설해야 할 것이다. 줄여야 하는 과목의 교사, 늘려야 하는 과목의 교사 자격증 간에 불일치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상당수의 교양 과목, 전문 과목의 경우 현재 교원양성대학에서 자격증 자체가 발급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기존의 교사를 담당 과목 수업이 개설되지 않는다고 다른 교사와 교체하기도 쉽지 않다.지금도 학생 수요를 고려하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문제점 때문에 교사를 염두에 두고 수업 과목을 편성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학생의 선택 과목 수요와 학교의 교원 수급 간에 차이가 발생할 경우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이 우선 개설될 수 있도록 학교에서 가용한 교사와 교과 교실을 활용하되, 학교 자체로 과목 개설이 어려운 경우에는 인접 학교와의 공동 교육과정 운영, 온라인 교육과정 개설, 특성화고 직업교육 프로그램 수강 등의 방법을 검토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필자가 프랑스에서 근무하면서 둘러본 고등학교에서는 공통으로 듣는 수업 이외에는 학생마다 시간표가 다 다르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런 선진국 사례들을 통해 우리나라도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여 맞춤형 수업을 개설해줘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사회 제도에 반영한다면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교육에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어떤 분은 미이수한 학생들을 어떻게 졸업시킬 것이냐에 관심을 두지만 정부가 현 평가 제도와 다른 급격한 방안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미래사회는 지금과 같은 경쟁 구도의 획일적 평가 방식으로는 타당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기 삶과 연계된 공부, 배움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는 교육의 장이 열리기를 소망해본다.고교학점제의 바람직한 정착을 위해서는 교원들부터 과거의 관행을 내려놓고 학생 중심의 새로운 교육과정 운영 요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할 것이며, 학교 안에서 해결 가능한 과제, 교육부나 교육청이 해결해야 할 과제, 교원양성대학 등과 협의해야 할 과제 등으로 나누어 장·단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9-06-10 18:00:00

김도엽 변호사 법무법인 (유한) 태평양

[특별기고]데이터 경제 시대,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데이터 경제의 시대다. 데이터는 대부분 개인화되어 있어 개인정보가 요즘 시대의 화두다. 이러한 개인정보 보호에 한발 앞서 대응한 곳은 EU다. EU에서는 4년간의 합의 과정, 3천여 건 이상의 수정안 제출, 2년간의 유예기간 끝에 1년여 전에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되었다.GDPR은 상당히 넓은 적용 범위와 막대한 과징금을 규정하고 있어, 발효 당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EU와 미국 간의 세이프 하버(Safe Harbor)를 무너뜨린 슈렘스는 GDPR 발효일에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을 상대로 GDPR 위반 사항에 관한 신고를 접수하기도 하였고, 일본은 올해 1월에 EU와 일본 간의 자유로운 데이터 전송을 위한 유럽 집행위원회의 적정성 평가 결정을 받기도 하였다.국내에서도 인터넷진흥원을 비롯한 여러 유관 기관에서 우리 기업을 위한 GDPR 가이드북을 발간하고, 세미나 및 강의 등을 마련하는 노력을 해왔고, 민간에서도 GDPR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하는 다수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GDPR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미국, 브라질, 인도, 태국 등에서는 GDPR을 반영한 개인정보 법제의 제·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며, 향후 이러한 추세는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GDPR의 집행과 관련하여, EU 규제기관의 신고 건수는 약 20여만 건이며, 올해 2월 기준으로 프랑스 규제기관(CNIL)이 구글에 부과한 5천만유로의 과징금을 포함하여, 약 5천600만유로의 과징금이 부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규제기관의 수장은 향후에도 다양한 GDPR 집행 사례를 예고하기도 하였다.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엄격한 GDPR 규정의 해석에서도 투명성, 책임성 이외에 '비례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데이터 항목, 법 위반 행위의 성질 및 사고 발생 시 대응 조치에 따라 규제기관의 제재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각 기업이 처리하는 데이터에 따라 위험 기반의 접근 방식(risk based approach)을 통해 GDPR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한다면, '글로벌 매출'의 2~4%에 달하는 GDPR의 과징금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한편, EU에서도 데이터 이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다수의 기업이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는 대량의 데이터 확보로 이어져,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와 기술 발전이 가능했다. 이에 GDPR에서는 가명화된 데이터의 활용, 개인정보의 추가 처리 등을 일정한 제한하에 허용하고 있다. 또한, EU는 HORIZON 2020에서도 데이터를 통한 연구와 혁신이 EU의 번영과 시민의 웰빙에 직결된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제산업성도 데이터∙AI 가이드라인을 통해 데이터 이용을 위한 표준계약 구조를 마련하여,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고 있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정보 주체의 권리가 산업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희생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수준의 보호 조치가 된 데이터에 대해서는 이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에는 GDPR의 가명화, 이동권, 프로파일링 등을 반영한 다양한 개인정보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다. 이러한 법안들의 개정 논의를 통해 기업이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우리 기업, 나아가 우리나라가 데이터 경제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2019-06-10 15:02:31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기고] 댐물식수는 헌법적 권리다

대한민국에 1등 국민, 2등 국민이 있을 수 없다. 서울 사람은 댐물 마시고 대구 사람은 강물 마셔서는 안 된다. 이것이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이다.댐물 식수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마땅히 보장되어야 한다. 댐물은 댐물이고 강물은 강물일 뿐이다. 정수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한계가 있다. 안전한 물을 마시는 것은 건강권, 나아가 헌법상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해당한다.한 사회가 가치의 우선권을 어디에 두느냐는 시대에 따라 다르다. 농업국가 시대에는 농업용수가, 산업화 시대에는 공업용수가 우선권을 가졌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은 70여 년간의 개발연대를 지나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1991년 페놀 사고 이후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수질오염 사고로 대구 시민들은 수돗물을 믿지 않고 있다. 약수터로, 생수로, 정수기로 시민들 스스로 깨끗한 물을 찾아 나서고 있지 않은가. 그 비용은 고스란히 개개인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이는 더 큰 불평등을 야기한다. 한강과 낙동강은 수계법의 명칭부터가 다르다. 한강 수계법은 상수원 수질 개선, 낙동강 수계법은 물 관리로 시작되는 법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두 강의 수질 차이로 귀결된다.한강은 서울의 상수원인 팔당댐 상류 북한강과 남한강 일대까지를 수변 구역으로 묶어 1급수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낙동강 또한 상수원인 댐의 상류 지역은 수변 구역으로 묶어 수질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낙동강 본류에는 생활하수, 공장폐수, 축산폐수에 농업용 비료까지 흘러들어 섞여서 흐른다. 그런 물을 중·하류 지역에서는 수돗물 원수로 쓰고 있다. 오폐수의 처리 기준이 있다고 하지만, 그 물로 만든 수돗물의 수질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치 요리에서 식재료의 차이가 맛의 질적 차이를 내듯이.그래서 선진국에선 가능한 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물을 수돗물 원수로 쓴다. 상수원과 오폐수의 배수로를 분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1800년대 런던과 시카고는 상수원 오염으로 콜레라, 장티푸스가 발병하여 수만 명이 희생된 후 근본적인 처방을 했다.런던은 템스강의 취수원을 지류인 리강으로 옮겼고, 시카고는 미시간호를 상수원으로만 쓰기로 했다. 운하를 파서 시카고강의 물길을 거꾸로 돌려 오폐수는 미시시피강으로 버리고 있다. 그들의 이러한 선택에 주목해야 한다.원칙이 없으니 대구의 취수원 이전이 10년이 되도록 답보 상태다. 안동댐도 아니고 구미 상류 이전인데도, 현실은 그렇다. 환경부의 주장대로 구미 산업단지에 기술적 한계가 분명한 무방류 시스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대구의 취수장은 그대로 두자는 것이다.중앙정부는 미봉책이 아니라 댐물 식수의 원칙부터 세우라. 국격에 맞게 먹는 물에 물 이용의 우선권을 확고하게 하자. 댐물 식수는 헌법적 기본권이라는 대원칙부터 밝혀야 상하류 지역 간 상생의 지혜도 가닥이 잡힌다. 큰 지도자, 살아 있는 리더십이 국민을 행복하게 한다.

2019-06-10 11:10:10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 유튜브에 빠지다

딸아이의 행동 중 도통 이해 안되는 게 있다. 먹방 동영상 시청이다. 그것도 살과의 전쟁을 선포해 놓고는. 딸아이의 대답은 대리만족이란다. 이제껏 성장 과정을 지켜봐 온 결과 결코 참을성이 뛰어나다 할 수 없는데. 솔직히 짜장면 먹는 장면만 봐도 동공이 확장되고 침이 분비되지 않는가.요즘 보이는 매체는 거의 먹방이다. 옛날엔 남 먹는 거 쳐다보고 있으면 없어 보인다고 나무랐었다. 삼겹살을 썰지 않고 통으로 뜯질 않나, 한 자리에서 단체회식을 해도 족할 분량을 혼자서 해치우고 별풍선이라든가 좋아요, 하트를 받는다. 나 또한 볶음밥을 디저트로 먹는 식성이나 식도락이라고 하기엔 과한 먹방이다. 가장 멍청한 내기가 먹는 내기라는데 빨리 먹기에 도전한 푸드 파이터들의 속이 어떨지 걱정이 된다. 실제로 살아있는 문어를 먹다가 물려 피를 보고 주먹밥을 먹던 일본 유튜버가 질식사하는 뉴스도 보도된 바 있다.방송도, 홍보도, 정치도 온라인 영상 시대다. 책과 같은 종이 매체보다 영상 반응이 빠른 시대이니 뭐라 할 수는 없다. 사용자가 직접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유튜브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의 월활성이용자 수는 올해 4월 3천271만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유튜브는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 쉽게 이용이 가능하다. 어린이부터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사용하는데 큰 장벽이 없다.영상은 텍스트와 이미지만으로는 부족한 것을 보완해 전달해 준다. 1인 방송이 활성화되면서 영상 제작도 척척이다. 필자도 방송제작 쪽 직업을 가졌던지라 편집 프로그램을 배워보겠다고 끙끙댔던 적이 있었다. 요즘은 초보자도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이 지원되는 영상편집 프로그램이 많이 출시되어 1인 미디어들의 수고를 덜어 준다.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 걸까. 유튜브 같은 1인 미디어가 늘어나니 자극적인 콘텐츠도 증가했다. 어린 연령의 시청자가 따라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병폐가 문제다. 어떤 부작용에 대한 경고도 없이 성형 수술 후기를 알려주는 영상을 보고 부모를 조르는 청소년들, 교복을 입은 채 흡연하는 영상, 심지어 마약을 은어로 숨긴 광고까지도 있다. 유튜브의 자동 맞춤형 추천 기능은 진실과 상관없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소비하게 만든다. 가짜 뉴스의 온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온 국민이 애용하는 유튜브가 불법적인 정보의 바다로 빨간 불이 켜졌다.순기능에 반해 악용되는 역기능에 대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동시에 어린 학생들에게는 과다한 시청을 조절하는 능력과 그에 맞는 윤리 교육도 뒤따라야 한다. 잘 쓰면 득, 잘못 쓰면 독. 결과는 사용자 본인의 몫이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6-10 11:03:11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문 대통령, 김원봉에 헌사 적절치 않았다

'에밀'은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소설이다. 형식은 소설이지만 자연주의 교육론을 펼친 교육철학서로서 교육학 분야의 필독서로 꼽힌다. 루소는 에밀을 통해 유아기, 아동기, 소년기를 거쳐 청년기와 성년기까지 각 단계의 이상적인 교육이 무엇인지 설파한다. 그는 당시 프랑스의 억압적인 교육체계를 비판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책에는 현대적 관점으로 보아도 주옥같은 말들이 가득하다. "자기만을 위해 교육받은 사람은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쓸모없는 사람이 된다."젊은 시절 주마간산 격으로 읽었던 에밀에서 솔직히 큰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다. 단순히 고전이라는 이유로 책을 접한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고, 결혼도 안 한 터에 자녀 교육론이 피부에 와 닿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루소의 진면목(?) 때문이다. 루소는 단순히 키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이 5명을 모두 고아원에 맡겨 버렸다. 일부러 아이와 연관된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해도 이상적인 자녀 교육론을 펼친 위대한 사상가의 이미지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자신도 실천하기 어려운 공허한 이론이라는 생각이 들자 좋은 말도 감동이 있을 리 만무했다.나이가 드니 생각이 또 달라진다. 인간은 너무 다면적인 존재여서 하나의 잣대로 재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단 철학자뿐이랴. 정치, 종교를 막론한 사회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깨달음이 있었다. 그들이 말한 대로 살면 성공하지만 그들이 사는 대로 살면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이다. 다층적이고 복잡한 인간 존재를 단순한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전 생애에 걸쳐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도 느끼게 된다.다소 엉뚱하지만 요즘 논란이 되는 상황을 보며 에밀과 루소의 관계가 생각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간적이고 겸손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집권 후 행보를 보면 그 같은 평가로 일관하기는 어렵다. 진면목이 무엇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인간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보다는 집요하고 고집스러운 면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특히 북한과 관련된 사안에서 그렇다. 말로는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야 한다거나 통합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편 가르기 하는 언행이 더 크게 들린다.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사실만 해도 그렇다. 해방 후 북한에서의 행적보다 일제강점기 시대 독립운동을 기리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함께 국민의 뜻을 모아 가자는 말을 할 수도 있다.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에게 굳이 헌사를 바칠 필요는 없었다. 전체 맥락은 물론 시기와 장소 역시 적절하지 않다.문 대통령의 언급을 기다렸다는 듯 김원봉 영웅 만들기가 봇물을 이루는 것도 마찬가지다. 객관적인 조명이 아니고 문 대통령이 감명을 받았다는 영화식의 역사적 허구들이 넘친다. 노덕술에게 뺨을 맞은 김원봉이 화가 나서 월북했다는 투의 단순화는 빨갱이라는 한마디로 모든 비판을 잠재우는 단순화 방식과 너무 닮았다.권력자가 역사 해석에 앞장서면 어떤 폐해가 있는지 바로 직전 정권 혹은 그 이전 정권에서 신물 나게 목격한 바 있다. 인간이나 역사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너무도 다면적이고 복잡한 존재여서 한 가지 잣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 더구나 자신의 눈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본다면 사물의 진면목을 보기는 불가능하다.

2019-06-09 15:51:37

김일곤 경상북도 대변인

[기고]'쫌' 괜찮은 뉴미디어 콘텐츠 만나다

'당신은 뉴미디어 또는 SNS라 일컫는 문명에 얼마나 친화적인가?'누구나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받거나 혼자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로 세계 1위, 소셜미디어 사용률은 76%로 세계 2위라는 통계가 있다. 아침에 눈 뜨면 페이스북으로 뉴스와 지인의 소식을 확인한다. 식사 중에도 구독 중인 유튜버 콘텐츠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인스타그램이 보여주는 여행지 정보로 휴가 계획을 세운다. 뉴미디어와 밀접하게 연결된 익숙한 삶의 모습들이다.특히 유튜브는 월간 순 사용자 수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며 전 연령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50대의 유튜브 사용 시간이 전 세대를 아울러 1위라는 재미있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심지어 초등학생 장래 희망 상위에 유튜버가 등장할 정도이니 뉴미디어와의 초(超)연결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큰 파급력을 갖게 된 SNS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정보의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면서 다양한 의견 표출과 실시간 소통, 공유가 가능해지고 여론의 형성과 사회 변혁의 모습을 목도했기 때문이다.이에 거의 모든 기업, 공공기관은 물론 개인까지도 자체 브랜드와 인지도 강화, 긴밀한 소통을 위해 뉴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아니면 대중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현실이다.연예인, 유명인 등 이른바 셀럽 또는 먹방, 여행, 뷰티, 게임 등을 다루는 1인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대세다.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영상은 중장년층에게도 인기다. 연령과 관심사에 따라 열광하는 콘텐츠가 명확한 만큼 콘텐츠 소비자를 고려한 기획이 필요하다.공공 분야의 콘텐츠는 어떠한가?정책을 다루기에 지루하고 운영자가 공무원이기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콘텐츠 자체에 눈길이 가지 않고 트렌디하지 못하다는 선입견도 여전하다. 각급 기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를 타파하기 위해 B급 감성, 유튜버 협업, 패러디, 라이브 등 콘텐츠의 다양화와 디자인의 세련미, 감성, 공감 요소를 발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경상북도도 예외는 아니다.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6개의 뉴미디어를 통해 도민의 삶과 경상북도 브랜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공식 유튜브는 '경상북도TV 쫌'이라는 이름으로 도민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쫌'이 가진 중의적인 의미를 통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구독 및 재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이다.실제로 지난 2개월 동안 재미나고 관심을 끌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 구독자 수가 7천여 명 증가했다. SNS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층의 도민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이다.앞으로 모든 뉴미디어 채널에 '쫌'을 활용한 이벤트는 물론 유튜버와의 협업, SNS기자단을 통한 도민 눈높이의 콘텐츠, 파격적인 형식과 재미를 가미한 멀티콘텐츠로 공공기관 뉴미디어 콘텐츠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아울러 포항지진 피해배상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동참 캠페인, 소방본부 등 유관 조직과 협업으로 도민 삶과 공익 증진에 기여하는 뉴미디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각오다.

2019-06-09 15:31:04

최경규 행복강연가·작가

[광장] 구글(Google)은 출근하면 무엇을 하는가?

시간의 효율적 사용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기업 구글에서는 요즘 새로운 업무 방식이 도입되어 화제이다. 바쁜 하루 일과 중, 그것도 아침에 30분이나 직원들에게 명상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구글이라는 현시대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기업이 동양에서 주로 연구하는 분야인 명상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명상 자체가 직원들에게 주는 이로운 점은 집중력 향상과 창의성 증대라는 점을 먼저 손꼽을 수 있고, 이러한 내용은 실제 리서치 결과를 보더라도 약 91%가 명상을 한 후, 업무 성과가 좋아진 것으로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은 눈이 파란 외국인들이 회사에서 눈을 감고 명상한다는 것을 말하는 데 있지 않다. 바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우리나라는 1970, 80년대 고속 성장에 이어 아직도 주위를 둘러보기보다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향이 많다. 물론 사회적 환경 자체가 다른 나라와 차이가 있음도 무시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잔디 깎는 기계 몇 대만 있고, 부지런하기만 하다면 고등학교 선생님보다 수입이 더 좋을 수 있다. 그러기에 굳이 대학에 가려 하지도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고 진로도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고속 성장이라는 이면 아래 우리나라는 비교와 편견이라는 두 단어로 심한 성장통을 국민 전체가 겪고 있다.필자가 행복 강연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지만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을 자주 들여다본다는 사실이다. 굳이 명상이 아니더라도 기도를 통해서도 오늘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고,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부족한 행동을 수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행복한 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거울을 자주 들여다본다. 얼굴에 무엇이 묻어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에 근심이나 스트레스가 묻거나 얼룩져 있는지 보는 것이다. 소위 요즘 잘나간다는 기업체 대표를 만나보면 너무 바빠서 거울 볼 시간도 없다고 한다. 그러는 그의 얼굴 위에는 어느새 근심과 화병의 씨앗이 보이고 있었다. 즉 거울을 보지 않았고 자신을 살피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다.모든 병에 예방이 최고의 약이듯 마음의 병 역시, 미리 자신을 돌보고 살피는 예방 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괜찮다. 우리 자식만 행복하다면 또는 우리 부모님만 좋으시다면. 물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자신의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세상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이 보는 세상이 삐뚤어져 있다면 아무리 좋은 세상도 아름답게 보일 리가 만무하다.하루는 24시간이며, 1천440분이 매일 우리에게 주어진다. 매일 되풀이되는 삶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행복과 희열을 로또처럼 꿈꾸는 건 아닌가? 어제와 같은 행동을 하면서 내일 새로움을 바란다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내일이 새롭기 위해서는 오늘 새로운 씨앗을 반드시 뿌려야 한다. 그렇지만 녹록지 않은 삶에 여건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구글의 명상하는 아침처럼 우리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다독이며 위로하고 살아야 한다.

2019-06-06 16:20:30

김형준 명지대 교수

[춘추칼럼] 김·민·조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가?

미사일 공격 당하고도 대북 쌀 지원법 위에 멋대로 군림 민노총에 뒷짐인사 검증 수차례 실패한 조국 옹호대통령의 신성한 권위가 무너진다문재인 정부가 정치 실종, 경제 부진, 외교 고립, 사회 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사면초가 상황 속에서 이른바 '김·민·조 왜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민주노총,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에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11일에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조선 당국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정부는 북한이 5월 초 두 차례에 걸쳐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금지된 '탄도미사일'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이런 저자세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 여론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한국갤럽 조사 결과, 작년 5월 1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잘한다'(83%)가 '잘 못한다'(7%)를 압도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올해 5월 조사에선 긍정(45%)이 거의 반 토막 났고, 부정(43%)은 6배 이상 많아졌다. 평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의 대통령을 무시하면서 마치 은혜를 베푸는 듯한 '굴욕적이고 시혜적인 평화'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많다.정부가 5일 국제기구의 대북사업에 8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이라는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차갑다. 한국갤럽 조사(5월 14~16일)에 따르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모든 대북 지원 중단'(54%)이 '인도적 지원은 유지'(38%)보다 훨씬 많았다.민주노총의 폭력성과 무모함이 도를 넘었다. 현대중공업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 수천 명이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주주총회장을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하며 경찰관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전국 건설현장이 멈췄다. 일용직 근로자 상당수가 공사 중단으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생계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런데 법을 집행해야 할 공권력이 민노총의 눈치를 보고 관련 부서는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 민노총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법 위의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다.노조의 임금 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합법적 투쟁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경영상의 문제에 노조가 개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민노총의 폭력 시위는 권력과 강자를 향한 저항에서 멀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익단체를 넘어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으로 변한 민노총의 불법과 폭력에 대해 원칙과 결기로 법 집행의 엄격함을 보여야 한다.지난 2년 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인사 검증 실패와 조직 기강 해이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작년 1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단 10명이 부적절한 골프 접대에 연루되어 모두 교체됐다. 조국 민정수석의 책임론이 거세게 제기되었지만 문 대통령은 "특검반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조 수석 경질론을 일축했다. 최근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물러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안 맞는 인사가 있어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이라면서 사과했다. 그동안 조 수석과 함께 인사 검증 실패 논란의 당사자로 비판이 제기됐던 조국 민정수석은 이번에도 유임됐다.아무리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고 하더라도 잘못을 했으면 공평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 기본이고 상식이다. 그래야만 기강이 선다. 국민이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위는 어느 누구 앞에서도 작아져서는 안 된다. 단언컨대, 대통령의 신성한 권위가 작아지고 무너지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코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2019-06-06 13:57:44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마녀의 가시

마술을 부리는 못된 여자를 '마녀'라고 하고 유명한 작품 속에도 종종 마녀가 등장한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는 어느 마녀의 부엌에서 약을 마시고 난 후 처음 만난 순진무구한 그레첸의 순결을 빼앗고 방탕을 즐기게 된다. 유명한 '오즈의 마법사'에는 마녀가 여럿 나온다. 자기가 지배하는 동쪽 마을에서 깽판 부리다가 하늘에서 떨어진 도로시네 판잣집에 깔려죽는 마녀, 도로시에게 오즈의 마법사를 만날 수 있는 길을 소상하게 알려주는 착한 마녀, 도로시가 동쪽마녀의 마법구두를 가진 걸 알고 뺏으려고 공격하다가 물을 뒤집어쓰고 죽는 마녀, 도로시가 캔자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은구두 뒤축을 세 번 땅에 부딪치고 소원을 말하면 된다고 가르쳐 주는 마녀. 소설 속에서 마녀는 곤경에 빠진 주인공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대개가 사악하거나 불길한 존재로 나타난다.마녀는 본래 사악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공동체 내에서 출산이나 질병치료 같은 일을 하거나 점을 치고 묘약을 만드는 주술적인 일을 수행하는 신비로운 존재였으나, 교회의 이단자를 처벌하기 위해서 혹은 십자군 전쟁의 실패로 교회의 위상이 추락한데다 흑사병이 창궐하여 민심이 불안과 공포에 싸이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모든 일을 악마의 소행이라고 떠넘기고자 한다. 이른바 마녀를 잡아다 화형시키는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마녀사냥의 대표적인 예는 잔 다르크다. 영국과의 '백년전쟁' 중 잔 다르크는 프랑스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정작 그녀가 영국의 포로가 되자 프랑스 왕은 그녀를 버렸고 영국은 잔 다르크가 악마의 힘을 빌려 전투에서 이겼다며 마녀 혐의를 씌우고 19살 처녀를 화형에 처했다.마녀 사냥을 돌아보며 인간의 우매함을 부끄러워하면서 마녀에 대해 들은 이야기 하나를 하고자 한다. 마녀가 정말 사악하다면 그럼 왜 마녀가 나쁜 짓만 골라 할까? 궁금해서 몰래 마녀의 집에 숨어 마녀가 하는 행동을 살펴봤더니 마녀의 등에는 마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가시가 박혀 있었고 마녀는 어떻게든 그 가시를 뽑아내려고 발버둥이었지만 매번 허사였다. 가시가 박혀 등은 쑤시고 뽑아야하는 가시는 손에 닿지 않더니 마녀의 등 뒤에 박힌 가시를 뽑아주자 마녀는 천사의 행동을 하더라는 것이다. 당신의 등 손닿지 않는 곳에 가시가 박혀 있다면 그리고 아무도 그 가시를 뽑아주지 않는다면 당신도 신경질을 부릴 것이고 결국은 마녀처럼 심술을 부리게 될 것이다. 한번쯤 주변의 사람들을 둘러보고 그들의 등에 가시가 박혀있지나 않는지 살펴보시라. 마녀가 따로 없다. 당신도 마녀가 될 수 있고 당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박혀 있는 가시가 마녀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6-06 13:41:46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책벌레만 되려하오 송덕봉

봄바람 좋은 풍경 예로부터 큰 볼거리 春風佳景古來觀(춘풍가경고래관)달 아래 거문고도 그 운치가 어떠한가 月下彈琴亦一閑(월하탄금역일한)술 마시면 근심 잊고 마음 확 트이는데 酒又忘憂情浩浩(주우망우정호호)그대는 어찌하여 책벌레만 되려 하오 君何偏癖簡編間(군하편벽간편간) 예의와 법도가 펄펄 살아 뛰던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도 진정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오순도순 살았던 부부들이 있었다.{미암일기(眉巖日記)}의 저자로 유명한 미암 유희춘(柳希春: 1513-1577)과 그의 아내 송덕봉(宋德峰: 1521-1578)이 바로 그런 경우다. 그들은 서로 시를 지어 보여주기도 하고, 보여준 시에다 맞장구질 치는 화답시를 지으면서 놀기도 했다.한번은 유희춘이 [지락음(至樂吟):지극한 즐거움에 대해 읊음]이라는 한시를 지어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꽃이 흐드러져도 꼭 볼 것 까진 없고/ 음악이 좋다 해도 내게는 시들하네/ 좋은 술 예쁜 여자 모두 다 흥미 없고/진짜로 즐거운 것은 책 읽는 일 뿐이라네(園花爛熳不須觀원화난만불수관/ 絲竹鏗鏘也等閑사죽갱장야등한/ 好酒妍姿無興味호주연자무흥미/ 眞腴惟在簡編間진유유재간편간)" 이 시에 의하면 유희춘은 봄날의 몽환적인 꽃구경이나 아름다운 음악, 맛있는 술과 어여쁜 여자들에 대해서는 영 흥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그는 인생의 지극한 즐거움이 오로지 책 읽는 데 있다고 생각한 '딸깍발이 선비님' 이었을 게다.남편이 보여준 이 시를 읽고, 아내 송덕봉이 답장하는 시를 지어 맞장구질 쳤다. 위에서 소개한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보다시피 아내는 '예쁜 여자에게도 영 흥미가 없다'고 말한 것만을 제외하고는, 남편의 견해에 대해서 낱낱이 다 반론을 펴고 있다. 다른 것들도 그 나름대로 아주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오로지 책만 읽는 바보가 되어서야 되겠느냐는, 이유가 있는 문제 제기다. '인생의 스펙트럼을 확 넓혀서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보라'고 이렇게 넌지시 충고를 하고 있는 아내의 조언이 정말 따습다.이 두 사람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할까? 물론 사람마다 그 답이 다를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송덕봉의 손을, 그야말로 '번쩍!' 들어주고 싶다. 물론 우리가 늘상 읽고 있는 책도 책이 아닌 것은 아니므로 당연히 열심히 읽어야 할 터. 하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야말로, 꽃피고 새우는 자연이야말로, 음악이야말로, 술이야말로, 연애야말로 우리가 붉은 색연필로 밑줄을 굵게 그어가면서 정말 자세히 읽어야 할 진정한 의미의 살아 있는 책이 아니던가.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06-06 13:40:36

문영백 경북테크노파크 지역기업육성실장

[기고] 커지는 '구독경제', 지역경제 새 엔진

신문, 잡지, 우유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구독'이라는 점이다. 최근 구독이라는 이 단어가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물건을 산 만큼 지불하는 '소유경제'를 넘어 쓴 만큼 지불하는 것이 '공유경제'였다면 서비스 가입을 통한 일정액만 지불하는 '구독경제'가 기업 마케터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이러한 변화는 특히, 제품을 소유하고 과시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고 유행에 민감해 쉽게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경기 침체에 따른 만성적 경제 불안에 시달리는 세대가 안정적인 미래 설계가 어렵고 장기적으로 쌓아야 얻을 수 있는 행복 대신 조금이라도 당장 누릴 수 있는 작은 만족을 택하는 소비 행태도 '구독경제'의 출현 배경이다.대표적 기업이 바로 월정액제로 무제한 스트리밍 영상을 제공하는 '넷플릭스'사다. 버거킹은 월 5달러만 내면 매일 커피 한 잔씩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커피 한 잔으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늘어난다면 타 메뉴의 매출도 증가할 수 있고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인 '와이즐리'는 면도날을, 아모레퍼시픽은 '스테디', 미미박스는 '뷰티박스'를 통해 화장품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여기에 명품, 자동차와 같이 빌려 쓰고 반납하는 '렌털진화형 모델'도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 리포트'는 2020년 구독경제 시장 규모를 5천300억달러(594조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소모품, 고가품 분야에서 구독경제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이나 온라인 유통 업체들이 이 비즈니스 모델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측면에서 구독경제 모델에 대한 개념 이해와 산업 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구독경제 시장이 활짝 열린다고 해도 지역 기업들은 당장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구독경제가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새로운 사업 형태로 부상하는 것에 대응하여 중소기업지원 혁신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소비 행태의 변화와 관련 산업에 대한 현황 분석이 필요하다. 기업 측면에서는 현재의 비즈니스가 구독경제 모델 도입에 적합한지 고민해보자. 혁신자원이 부족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들에는 구독경제 플랫폼에 기반이 되는 디지털 인프라 전환 지원도 정책적으로 필요할 것이다.최근 들어 최저임금제,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 중소기업인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일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카테고리의 홍수 속에서 동일함이 지배하는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시대마다 그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 패러다임이 있듯이, 이제 구독경제가 우리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성장엔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사실 애초에 구독경제 모델의 원조는 신문이 아니었던가? 이제 신문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 중소기업들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새로운 구독경제 플랫폼에 올려 보자! 대구·경북 경제를 구독경제 플랫폼에 탑승시켜 보자!

2019-06-06 13:37:55

Cartoon by Sergio Drumond

[영어속담속 삶의 지혜] Cleanliness is next to holiness.

Cleanliness is next to holiness.청결함은 신성함에 버금간다. 말풍선: 조세프 사제, 그 정도면 충분히 깨끗해. 오늘 예배에 온 신자들 눈이 멀겠어.cleanliness: 청결함next to: (위치상)~옆에,(중요도 면)~다음에holiness: 신성함congregation: 신자들 사제가 예배에 쓸 성배를 황금빛이 날 정도로 잘 닦고 있습니다. 눈부신 성배처럼 예배가 빛이 날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며 정성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해설 김인환 박사 라이크 테스트 프랩 어학원 제공(053-424-2244)

2019-06-06 12:47:09

정선(1676~1759) 작 '정양사' 종이에 먹과 담채 22.1X61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겸재 선생, 일만이천봉을 한 컷에

조그만 부채꼴 선면(扇面)에 금강산 경관이 전부 들어 있다. 겸재(謙齋) 선생에게 이 부채를 그려 받은 그 사람은 자랑스럽게 쥐고 다니며 금강산 바람을 훨훨 상쾌하게 부쳤을 것이다. 그 가 누구였는지 모르지만 정말 부럽다. '정양사'(正陽寺)로 제목을 쓴 옆에 늙은 겸재인 '겸로(謙老)'로 서명했고 '원백(元白)'으로 자를 새긴 인장을 찍었다.정양사는 고려 태조가 담무갈보살을 친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절이다. 금강산의 주봉인 비로봉 정맥에 자리 잡아 정양사라 했고, 내금강이 한 눈에 들어오는 명당이어서 금강산 답사의 필수 코스였다. 담무갈보살이 거느린 권속의 숫자인 일만이천의 봉우리는 우뚝우뚝 솟았는데 팔만구암자는? 기암괴석 사이 드문드문한 숲 아래 꼭꼭 숨은 지붕들이 있다. 헐성루 앞 천일대 언덕의 갓 쓰고 두루마기 입은 탐승객 두 분은 답사 일정을 의논하시는 듯.....정선은 금강산그림을 '금강전도'(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처럼 전도로 그리기도 했고, 이름 난 명소를 부분도로 그리기도 했다. 그런데 '정양사'처럼 부분도에 전도를 다 담은 그림도 많다. 단발령, 장안사, 불정대, 벽하담, 만폭동, 해산정 등 명소 그림에도 일만이천봉을 다 그려 넣었다. "한 입 먹어보면 솥 안의 고기 맛을 다 알 수 있다"는 상정일련(嘗鼎一臠)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실력이다. 발로 누볐던 금강산이 가슴 속에 언제나 들어있었기 때문이다.한양 북악산(백악산) 아래 청운동에 살았던 정선은 세 번 금강산을 다녀왔다. 기록이 있어서 알 수 있는 것이 그렇다. 36세 때인 1711년(숙종 37년)과 이듬해인 1712년, 그리고 72세 때인 1747년(영조 23년)이다. 정선은 84세까지 장수하며 부지런히 그림을 그렸고 만년에도 필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선생은 조선 화가들 중 금강산을 가장 많이 그렸고, 가장 잘 그렸다. 그림 지도의 전통을 소화한 위에 직접 체험한 실경의 박진감을 자신만의 구도로 요약하고, 푸른 담채와 여백을 조화시키며 칼칼한 선과 부드러운 점으로 골산(骨山)과 토산(土山)이 어우러진 금강산그림의 영원한 전형을 남겼다.대구는 올해도 벌써 대프리카를 영접하는 중이라 시원한 부채그림으로 이 기회를 감당해 보려 한 것이 글쓴이의 고심이었다. 우리나라 쥘부채인 접첩선(摺疊扇)은 중국에서도 유명해 북송의 '도화견문지'에 고려 사신이 가지고 있던 부채 그림 이야기가 나온다. 예찬이 마땅한 옛 그림으로 이 코너를 이어가려 한다. 한 더위 동안 시원한 부채그림과 함께 해 주실 독자 분들께 먼저 감사드린다.미술사연구자

2019-06-06 10:38:59

허영철 공감씨즈대표

[북한 들여다보기] 오보 프레임

필자는 지난 다섯 번의 칼럼을 통해 독자들에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북한의 일상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는 지난 20여 년간 알고 지낸 중국 내 대북 사업가들의 방문기록과 그들이 찍어온 북한 내 사진들을 분석하고, 그리고 다양한 루트를 통한 크로스체킹으로 검증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최근 국내 한 신문사에서 북한 권력층 숙청설과 관련한 오보를 냈다.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사안에 대한 '지르기식 보도'는 왜곡된 정보일지라도 보도가 된 순간부터 기정사실화한다.이 같은 오보는 정보가 통제된 북한에 대해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전달함으로써 많은 독자들이 북한에 대한 잘못된 가치판단을 갖도록 유도한다는 문제가 있다. 더구나 북한과 분단 상태에 있으면서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평화를 지켜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 관련 오보는 상당히 치명적이다.필자는 2002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이탈주민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 일을 하면서 2천 명 이상의 탈북자를 만났다. 지금 현재도 북한이탈주민 청년들과 대구청년들을 고용한 사회적기업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의 80%는 함경도 출신이다.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기본적인 행위는 상담이다. 탈북자들은 경기도 안성에 있는 통일부 하나원에서 정부의 기초교육과 조사 과정을 마친 후 매달 퇴소해 전국으로 흩어진다.이들 중 대구지역에 정착하기로 한 인원들을 데리러 가는 과정부터 상담은 시작된다. 낯선 곳으로 이주한 이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경험한 일을 과장해서 얘기하기도 하고 도움이 될 만한 일은 자신이 겪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힘든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이 외부의 지원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표현하는 기본적인 방식이다.이러한 특성은 우리가 만나왔던 탈북자들만의 특성이 아니며,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이다. 상담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에 깔고 탈북자들과 수많은 상담과 관계를 통해 이들의 삶을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한 사람의 북한이탈주민 말이라 할지라도 현장에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최근 많은 언론에서 런던의 한 북한인권관련 단체 발표를 인용해 '중국 내 탈북여성들의 25%가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다' '중국으로 간 탈북여성의 60%가 인신매매에 노출되어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중국 내 탈북여성들의 25%라는 통계는 현재를 기준으로 중국 내 탈북자들의 수를 추정해서 나온 듯하다.하지만 오랜 시간 탈북자 상담 과정을 통해 중국 거주 기간 동안 탈북여성들이 겪었던 고통스러운 사례들을 잘 알고 있고, 경험에 비춰봐도 그 모든 상황을 인신매매라고 단언하고 발표 및 보도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한다.그 북한인권단체는 45명의 피해여성을 상담해 작성한 보고서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런 보도로 인해 여성탈북자들에게 씌워질 낙인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우려하지 않는다. 전수조사가 아닌 일부의 조사를 통한 추정 통계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북한주민과 탈북주민의 인권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해결하고자 한다면, 통계 결과를 과장해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잘못된 프레임을 씌우는 행위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더구나 이 잘못된 통계와 오보로 피해를 입는 이들 중에는 중국에서 열심히 돈을 벌거나 나름 괜찮은 직장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건너온 선량한 이들도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허영철 공감씨즈대표

2019-06-05 16: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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