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뷰티클리닉] 얼굴이 울긋불긋해지는 안면홍조 고민이라면

[뷰티클리닉] 얼굴이 울긋불긋해지는 안면홍조 고민이라면

걸핏하면 얼굴이 붉어져 일상생활이 불편해지는 이들이 많다. 붉어지는 얼굴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도 꺼려지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업무 수행에도 지장을 받는 경우도 있다.'안면홍조'라 불리는 이런 증상들은 피부 속의 혈관이 확장되면서 피부 겉면이 붉어보이는 것이다. 사람의 얼굴은 어느 정도 붉어질 수 있지만 대부분 금방 색이 돌아온다. 그에 비해서 어떤 사람들은 붉어진 상태가 오래 지속되며, 이런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다.안면홍조로 불편함을 느낄 때는 먼저 혈관이 확장되는 원인을 찾아서 그것을 피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외선, 심한 온도차 등의 외부요인에 의해서도 안면홍조가 잘 생기기 때문에 항상 자외선차단제와 보습제를 사용해 외부 자극인자가 피부 속으로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 기본이다.커피, 초콜렛, 술, 뜨거운 음식, 유제품, 당지수가 높은 음식, 식초, 히스타민이 많이 함유된 음식 등에 의해서도 혈관이 확장되기 쉬어 식이습관 교정도 필요하다. 감정변화나 스트레스와 같은 내부요인에 의해서도 안면홍조가 생길수 있어 마음가짐을 편히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안면홍조와 염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항생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증상이 심한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에는 혈관수축에 도움이 되는 약물, 혹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이미 외부자극에 의해서 피부가 손상이 되어있는 경우에는 '소노스타일러'와 같은 특수초음파장비를 사용하여서 피부보호막을 복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이미 혈관들이 확장이 많이 진행되 지속적으로 피부가 붉어 보일 때는 혈관레이저가 도움이 된다. 혈관레이저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미국 큐테라사의 '엑셀브이 플러스'레이저가 효과적이다. 기존 레이저 제품보다 큰 빔 사이즈를 사용해 레이저가 보다 깊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어 확장된 혈관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깊은 곳까지 침투하는 레이저의 특성상 붉은색뿐만 아니라 검은색도 치료가 가능해 피부톤이 한층 밝아지는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다. 레이저는 일반적으로 3-4주 간격으로 평균 5회 정도의 치료가 필요하다.물론 레이저 시술 등을 받게 되면 확장된 혈관들이 개선할 수 있지만, 안면홍조가 심한 이들의 경우 혈관이 타인에 비해 잘 확장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했던 원인인자들을 최대한 피하고, 유지 치료를 위해 혈관레이저 치료를 6개월 정도 간격으로 한번씩 반복적으로 지속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이광준 클린업피부과의원 대구범어점 원장

2021-03-02 14:10:36

[의창] 엄마 때문이잖아!

[의창] 엄마 때문이잖아!

소아재활분야가 전공이다 보니 한 환자를 10년 넘게 보기도 하고, 갓난아기일 때 만나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될 때까지 만나는 환자도 있다. 그러다 보면 학교에서 상받은 얘기, 부부싸움한 얘기 등 그 가족의 속내까지 나누게 되기도 한다.현수 씨는 뇌병변을 가지고 태어난 경직성 뇌성마비 환자였다. 하지만 걸음걸이말고는 인지기능도 좋아서 좋은 대학교를 졸업한 인재였다. 아버지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분이었고,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현수 씨를 뺀 다른 자식들은 다 좋은 직업을 가진 것 같았다. 현수 씨는 성인 환자인데도 늘 어머니와 동행했었다. 현수 씨의 어머니에게 그 아들은 아픈 손가락 중의 아픈 손가락인 듯 했고, 엄마로써 그 인생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훤히 눈에 다 보이는 그런 분이었다.하루는 내가 지시한 운동을 게을리하고 보행이 불편해져 내원했었다. 어머니가 진료중에 "너 앞으론 꼭 운동해라"고 한마디를 거드시는데, 현수 씨가 갑자기 벌컥하며 "다 엄마 때문이잖아! 엄마가 나를 병신으로 낳아서 이렇게 고생하는 거쟎아!"라고 말했다.순간 나도, 현수 씨의 어머니도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다 어머니가 돌아 앉아 우시는 거였다. 나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이게 마음졸이며 나이 서른 되도록 키운 엄마가 들을 얘기인가.내 환자 중에는 부모가 게임중독에 빠져서 7살짜리 누나가 1살짜리 동생의 분유를 태웠다는 얘기도 들었고, 친아빠가 딸을 성폭행해 신고당한 환자도 있었다. 그 뿐인가. 부유하고 배운 집안인데도 아이가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니 신생아실에서 바로 입양보내는 부모도 봤다. 물론 각자의 사정이 있고 힘듬이 있겠지만 적어도 현수 씨는 어머니에게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현수 씨가 장애가 있고 불편해서 힘든 거 나는 다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해요. 하지만 현수 씨 어머니는 당신을 낳아줬고, 버리거나 포기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성인이 되었는데도 비싼 대학병원까지 찾아와서 진료받게 하고, 뭐라도 해달라고 하시죠. 이 세상에서 그게 당연한 권리는 아니예요. 자기 잘못도 아닌데 아프게 태어났다고 버림받고, 빵셔틀하고, 놀림받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도 정말 많거든요. 게다가 어머니는 현수씨를 똑똑하게 낳아줬어요. 현수 씨가 노력한 것도 있겠지만 제 환자중에는 뇌손상이 심해서 엄마 소리 한번 못하고 죽는 애들도 있어요. 현수 씨가 대학까지 간 게 100% 현수 씨의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내 친구중에는 5등하는데도 가정형편 때문에 자퇴한 친구도 있어요. 현수 씨는 이제껏 끼니걱정하며 산 적 있어요? 그게 현수 씨 노력때문인가요?"세상에는 본인의 힘듦에 늘 남탓을 하는 사는 사람이 있다. 누가 날 힘들게 하고, 그래서 나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고, 다른 사람들은 나를 배려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힘든 사람을 주위에서 돕는 게 마땅하지만 본인 스스로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좌절보다는 손톱만큼일지언정 긍정을 선택하는 것, 어차피 똑같은 상황이라면 조금이라도 좋게 생각하는 것이 본인 마음도 더 편하고 어두운 동굴을 걸어나갈 힘도 생길 것이다.이 세상의 모든 현수 씨가 어둠을 걷고 긍정을 택하길, 그리고 희망을 선택해 이룬 성공의 기억으로 이 험한 세상에 단단히 자리매김하길 기도한다.손수민 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2021-03-02 14:10:12

[경제칼럼]성공할 수 있는 부동산 대책은 없나?

[경제칼럼]성공할 수 있는 부동산 대책은 없나?

정부가 발표한 스물다섯 번째 부동산 대책이 성공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번 대책이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측면은 '엄청난 공급 물량'이다. 계획한 대로 분양만 한다면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오히려 공급과잉을 염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또 다른 측면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도심 역세권 공급의 경우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데다 상당수 사업지가 지정도 되지 않아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공 주도 사업이 과연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는 주장이다.두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먼저 주택 공급부터 살펴보자. 2018~2020년 지난 3년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서를 발행한 신규 아파트 공급은 서울 3만7천 가구, 부산 3만4천 가구, 대구 5만7천 가구 수준이다. 대구의 경우 재건축 및 LH 사업까지 더하면 실질적으로 3년간 8만5천 가구를 공급하고도 주택가격 상승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서울 지역에 공급을 증대하면 반드시 집값이 안정될까? 대구를 보면서 의문이 든다.두 번째 무주택 가구수를 보자. 주택 소유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무주택 가구는 전국에 888만 가구가 있으며 서울에는 200만이 무주택 가구다. 서울의 일반 가구 중 자가 보유 비율은 49%, 무주택 가구는 51%이다. 이번 2·4 대책에서 서울에 32만 가구를 공급한다는데 과연 이번 대책으로 서울의 주택난이 얼마나 해소될까?세 번째 공급 시기를 짚어 보자. 정부는 대도시권 공공택지 조성을 통해 공급 가구수를 확대하겠다고 하면서, 첫 분양을 2025년으로 밝혔다. 입주는 빨라야 2028년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 당장 서울의 공급 부족이 심각한데 7년 이후의 공급으로 주택가격이 안정될까? 오히려 분양이 진행되면 토지 보상이 진행될 것이고, 이는 단기적으로 인근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다.안타깝지만, 이번 공급 확대 정책으로도 주택가격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심리적인 안정은 일시적이고, 집값은 공급 부족으로 언제라도 급등하게 될 개연성은 충분하다.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다주택자의 출구전략이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2019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천145만 가구이다. 이 중 1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828만 가구(72.3%), 2주택 이상 소유한 가구는 316만 가구(27.7%)다. 이 가운데 서울은 2주택 이상 보유자가 52만 가구이다.정부 의도와는 반대로 다주택자들의 보유 주택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또한 다주택자들의 증가를 막고자 취득세를 중과하고, 팔지 않고 보유할 경우를 대비해 재산세와 종부세도 대폭 인상했지만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정권 초기 수요 억제와 더불어 공급을 확대했다면 부동산시장은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가격이 급등했다.다주택자들의 시세차익이 수억원에 이르면서 납부해야 할 양도소득세도 50%에 이르다 보니, 오히려 매도하기보다는 버텨 보겠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른 한편에는 증여 거래가 급증하며 부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들은 말한다. 집값을 자기들이 올린 게 아니라고, 또한 투자해서 손해를 봤다면 정부에서 지원해 주느냐고.현 법제도에서 다주택 보유자들은 매도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정책이 매매를 유도해 2·4 부동산 정책의 입주 공백기에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이번 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주택자들이 매매를 할 수 있게 출구전략을 열어 주어야 한다.첫째 부동산 중과세를 폐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완화해 일반적인 거래가 이루어지게 하자. 둘째 다주택자가 무주택자(조건 부합)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양도할 경우 누진세를 완화해 가격 안정을 도모하자. 셋째 정부에서 추천하는 취약계층에 저가로 장기 임대하는 다주택자에게는 보유세를 낮춰 주자.정부는 더 이상 전국 316만 다주택 가구들을 사회적 부도덕자로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이들이 지금 보유하지 않고 매도할 수 있도록 출구를 열어 주고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게 했을 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2021-03-02 14:07:27

[매일춘추] 대구 그리고 로컬시네마

[매일춘추] 대구 그리고 로컬시네마

지난주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가 주최한 '대구, 영화 만들어-보다'라는 상영회에 온라인 중계 지원을 다녀왔다. 워낙 온라인 중계 지원을 많이 다니다 보니, '아, 또 일거리' 하는 지친 마음으로 관객과의 대화 행사장을 찾았다.그 지친 마음은 감독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새 누그러들었다. 중계 오퍼레이터로서의 본분을 잠시 잊고 진솔하고 울림이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당시 오갔던 이야기 중 극히 일부를 혼자만 알기에는 아까워 이곳 지면을 통해 옮겨본다.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꿈, 열정'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섹션이었다. '그들 각자의 영화판'이라는 작품으로 초청된 김홍완 감독에게 한 관객이 "대구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어려움과 불편함"에 대해 물었다. 김 감독은 그 질문을 50번쯤 받았다며, "옛날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김 감독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대구에서 만든 독립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한국 최초로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제주도에서 만든 독립영화 '지슬'이 한국 최초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좋은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지역의 한계 때문은 아니라는 말이었다.음악을 전공했다는 김원진 감독이 마이크를 건네받아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음악을 하면서 항상 세뇌되다시피 들었던 얘기가 '대구는 힘들다. 서울로 가야한다'였죠. 서울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야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막상 그곳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제 뿌리였어요. 그 전까지 저는 제 뿌리를 너무 등한시했고 열등감만 키워왔었던 것 같아요. 젊은 세대들은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말았으면 합니다."타자, 변방, 소수, 촌스러움… 로컬 혹은 로컬리티가 내재한 관념에 나도 모르게 함몰되었던 것은 아니었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창작의 최전선에서, 그 어떤 피해의식도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녹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대구의 감독들을 보며 안도감과 함께 경외감이 일었다.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개념 중 하나가 로컬(리티)시네마이다. 지역을 공간적 소재로만 등장시켜 단순 소비하는 영화와 달리, 로컬시네마는 공간에 대한 이해, 역사적 맥락, 지역의 정서, 개인의 기억 그리고 이를 조화시키는 작가의 고민이 녹아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진정한 의미의 로컬시네마를 현실에서 실천하는 이들을 중계카메라로 담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좋은 행사를 기획해준 대구시민주간, 대구문화재단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이승우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창작지원팀장

2021-03-02 11:32:48

[종교칼럼]봄, 움직임과 멈춤을 향하여

[종교칼럼]봄, 움직임과 멈춤을 향하여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얼른 봄이 와 겨우내 얼어붙었던 우리네 마음에도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우리네 봄은 입춘과 함께 시작해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 경첩을 거쳐 절정에 이른다. 그런데 서양의 봄은 사순절과 함께 시작된다. 그래서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는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사순절을 이렇게 알렸다. "여기저기 숲과 들판의 새순에 입김 불어넣고, 젊은 태양은 (봄을 알리는) 백양 자리를 지나가고, 밤새 뜬 눈으로 잠들었던 새들도 일어나 저마다 노래를 하네."사순절은 기독교 최대의 절기다. 사순절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부활절 전날까지 일요일을 뺀 사십일 동안 진행된다. 올해 사순절 시작은 지난 2월 17일이었다. 지금은 사순절의 중심에 있다. 성탄절이 그렇듯이 사순절은 개신교, 가톨릭, 정교회를 포함해 모든 기독교회가 함께 지키는 절기다. 심지어 개신교 가운데 가장 급진적인 재세례파도 함께 한다. 그만큼 사순절은 기독교인들에게 중요하고, 큰 의미를 지니는 절기다.사순절을 뜻하는 영어는 렌트(Lent)다. 렌트는 고대 영어 lencten에서 왔는데, 그 뜻이 봄철(spring season)이란 의미다. 이 단어가 고대 독일어 langiton과 연결되는데 영어로 long이란 뜻이다. 렌트는 '봄이 되어 낮의 길이가 길어지다'는 의미가 있다. 사순절은 어원적으로 '봄'이라는 좋은 날을 기다리는 의미 또한 담고 있다. 그래서 기독교의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준비하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기독교인들은 사순절을 기도와 회개, 단순한 생활과 금식, 이웃 구제와 봉사의 생활을 하면서 기다린다. 오랜 시간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사순절은 금식과 절제,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날이었다.이때가 되면 성당이든 교회든, 강단에서 들려오는 많은 당부의 말씀이 있다. 사순절 이 기간만이라도 '절제하고, 단순하게 생활하고, 가난한 이웃을 돌보라'는 말이다. 오래전 유럽에서 생활하며 경험한 사순절이 아직도 생생하다. 영국의 부모들은 사순절이 시작되면 그 기간 동안에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먹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 당시 나는 왜 하필 초콜릿인가 했다. 요즘은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그 당시 영국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초콜릿이었다. 아이들은 유치가 다 녹아내리는 줄도 모르고 초콜릿을 먹을 정도였다. 이런 어린아이들에게 영국 부모들은 사순절 이 시간만이라도 초콜릿을 절제하라고 했던 것이다.그렇게 보면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사순절이 아닌가 한다. 미디어와 정부에서 쏟아내는 소리의 중심은 '소비'에 있는 것 같다. 물론 수요 없는 공급이 없듯이 소비 없는 생산이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소비지상주의'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에게는 단 한 번이라는 짧은 생이 주어져 있다. 그마저도 순식간에, 어쩌면 덧없이 지나갈 수 있다. 그 짧은 생이 우리의 욕망을 채우는데 쓰라고 주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동양의 고전 『대학』에 "멈춤을 안 이후에 정함이 있다(知止以後有定)"고 했다. 오늘 우리의 큰 문제는 마음의 소욕을 멈추지 못하는데 있다. 욕망을 멈추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결국에 불행해진다. 마음의 부담과 압박도 채워지지 않는 그 욕망에서 비롯되지 않는가. 행복은 끝없는 욕망을 채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절제된 습관과 소박한 생활에 달려 있다.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학 교수

2021-03-02 11:31:17

[세계의 창] 실질임금 높이고, 노동환경 개선 위한 최선의 방법

[세계의 창] 실질임금 높이고, 노동환경 개선 위한 최선의 방법

표준적인 경제학 교과서는 실질임금과 노동생산성(노동시간당 부가가치액) 사이에는 비례관계가 있다고 가르친다. 1995년 이전에는 노동생산성 상승이 실질임금에 잘 반영되어,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사이의 비례관계가 분명하게 관찰되었다. 그런데 1995년 이후에 많은 나라에서 노동생산성은 상승하는데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실질임금이 노동생산성의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는 노동분배율(새롭게 창출된 부가가치 중에서 노동자에게 배분되는 몫)의 저하와 교역조건(수출하는 재화'서비스와 수입하는 재화'서비스의 상대가격)의 악화로 설명할 수 있다.저명한 경제학자인 칼도어가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 중 하나로 노동분배율이 일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2000년 이후에 많은 선진국에서 노동분배율의 저하가 관찰되면서 그 원인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연구들이 밝힌 노동분배율 저하 원인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①값싼 수입품과 생산활동의 해외 아웃소싱 영향 ②인공지능, 로봇 등과 같은 자본이 노동을 대체한 영향 ③노동절약적인 거대 IT 기업이 급속히 규모를 확대해 시장집중도 상승 영향 ④주식 배당을 중시하는 외국인 투자가와 기관투자가의 비중 증가 영향 ⑤비정규 노동자 증가로 인한 영향이다. 이와 같은 노동분배율 저하 현상과 연구 결과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하지만, 필자가 히토쯔바시대학의 후카오 교수, 서강대 경제학부의 박정수전현배 교수와 공동으로 행한 연구에서는 한국과 일본에서 보이는 실질임금과 노동생산성 사이의 괴리가 노동분배율 저하보다는 교역조건의 악화에 있음을 밝혔다. 가격하락이 크지 않은 석유, 농산물 등과 같은 1차 산품을 주로 수입하고 기술 진보가 빠른 전자제품, 자동차, 기계 등을 수출하는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빠른 기술 진보에 따른 수출품의 상대가격 하락이 교역조건을 어느 정도 악화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그런데 노동생산성 상승분만큼 실질임금이 오르지 못하는 부분의 차이를 100%로 할 경우 한국은 80%, 일본은 70%로 설명할 정도로 교역조건이 악화되었다. 이는 한일 양국의 기업이 해외직접투자로 생산의 해외 이전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같은 품질의 제품을 해외에서 대량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생산활동의 해외 이전은 앞에서 노동분배율 저하의 주요한 원인의 하나로 들었듯이 노동분배율의 저하에도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교역조건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크게 하락시킨다.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경영자에 묻는 중대재해 처벌법을 제정하는 등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줄 수 있고 노동환경도 괜찮은 기업들은 기업활동에 대한 우대가 큰 나라에 생산 거점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교역조건은 오히려 악화되고, 국내에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생산활동을 계속하는 한계기업만 존재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길 것이다. 한국과 일본처럼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는 정보통신 제품을 많이 생산, 수출하는 나라가 실질임금과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활동을 규제하기보다는 생산 거점으로서의 매력을 높여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하지 않고, 해외의 대기업이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이러한 상황임에도 한국은 법인세 인상, 노동시간 규제, 최저임금 인상, 에너지 가격 인상, 산업재해에 대한 경영자 책임 강화 등으로 생산 거점으로서의 한국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제도와 정책의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몫을 높여주기 위한 정책과 제도들이 오히려 노동자의 몫을 낮추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자본과 노동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에는 한 나라 안에서 자본과 노동을 대립적인 관계로 보았지만, 더 높은 이익과 임금을 좇아 자본과 노동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현재에는 자본과 노동을 대립적인 관계로 보면 곤란하다. 국내에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고용, 생산, 판매하도록 하고, 기업 간에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하면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환경은 크게 개선되고,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2021-03-01 14:54:14

[기고]구 안동역과 철로에 묻힌 신라 되찾아야

[기고]구 안동역과 철로에 묻힌 신라 되찾아야

안동역사 이전으로 생겨난 철도 역사 부지와 안동 36사단 부지 이전 및 활용과 관련한 뉴스를 얼마 전 접하고, 급히 안동읍지 '영가지'(永嘉誌)를 찾아봤다. 이는 1602년에 시작, 1608년에 완성된 안동의 역사지리지로, 권기(權紀)가 찬술했다. 서애 류성룡의 권유와 안동부사 한강 정구에 힘입었다. 그는 만년에 조정에서 벼슬을 제수하였으나 부모상으로 취임하지 않았다.이러한 '영가지'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담았다. 고적 조에 법흥사와 법림사를 기록하면서 모두 '지금 세 칸만 남아 있다'고 했다. '법림사에는 흙으로 만든 부처 셋과 흙으로 만든 코끼리와 사자 각 한 개씩 있다' '지당은 길이 36척 너비 10척이다. 못 가운데 돌로 만든 코끼리와 용이 있다. 청련(靑蓮)이 한 그루 있는데 30년 만에 한 번 꽃이 핀다'고 기록됐다. 고탑 조에서 '법흥사 전탑(甎塔)은 부성의 동쪽 5리에 있다. 7층이며, 본부의 대비보이다. 성화 정미년(1487)에 고쳐 쌓았는데 위에는 금동 장식이 있었다. 이고(李股)가 철거하여 관청에 냈는데, 녹여서 객사에 사용하는 집기로 만들었다. 또 법림사 전탑은 부성의 남문 밖에 있으며 7층이다. 본부의 대비보이다. (탑) 위에는 법흥사 탑과 같은 장식이 있다. 만력 무술년(1598) 명나라 장군 양등산의 군인들이 철거했다'고 기록했다.이런 법흥사 절터에는 고성 이씨 탑동파 종택과 중앙선 철도가 놓여 있다. 종택은 탑동파 분파조 증손 후식공이 1708년에 지은 것으로, 2004년 발행 '고성 이씨 안동 전거 연원과 문화유산' 책자 중에는 이런 내용이 실려 있다. "신라시대 거찰인 법흥사 구지를 개기하여 수많은 동자 부처와 16척의 금불상을 낙동강에 버리고 기공함에 노승이 견몽하여 '이 터는 내 터이니 아무도 집을 지을 수 없다' 하여 '기어이 집을 지으면 큰 앙화를 당할 것이다' 하고 위험함이 수차였다. 그 후 어린 두 아들이 요사함에 일시 주저하였으나 망언에 굴함이 없어 사불범정(邪不犯正)의 굳은 신념으로 공사를 강행하여 완성하였다"고 기록됐다.그렇다면 일대 어딘가 동자 부처와 금불상이 묻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7층 전탑은 기단부 팔부중상 등 면석 위에서 감실 사이에 시멘트 발린 모습이 안타깝다. 석물이 있었을 것이다. 사찰의 석물과 계단석의 일부 행방을 나 나름 추정한다. 법림사 절터는 역사 부지로 쓰였다. 전탑과 2.6m 높이 당간지주 남쪽은 시멘트 옹벽이고 그 서쪽도 둑이다. 게다가 전탑은 주변 지표보다 40㎝쯤 더 푹 꺼진 자리다. 절터와 전탑 주변을 성토했다는 의미다.필자는 '영가지' 찬술자 권기의 후손이다. 안동 읍내에서 태어나 향리에서 자랐다. 초등학교는 낡고 부족한 교실을 버드나무가 대신한 그늘에서 오전 오후 부제 수업을 받았다. 4학년 때는 두 학반 교실이 임청각 군자정이기도 했다. 중학교 땐 식목일이면 안동 주산 영남산과 벌건 황토가 드러난 36사단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었다. 가물 때는 수업을 제친 학교 측의 동원으로 지금의 안동역이 옮겨간 송야천에 하천 굴착으로 물길을 찾아야 했다.앞으로 중앙선 철도와 역사 부지 용역 과정에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리라 여긴다. 중앙선은 지표조사(매일신문 3월 1일 자)와 달리 사역과 사세를 확인하는 등 발굴조사를 실시해 혹시 모를 동자 부처와 금불상을 찾아내고, 법림사에는 연당지라도 만들어 돌 코끼리·석용·토제 부처·토제 코끼리 및 사자를 세워 묻힌 통일신라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찾는 데 시계를 되돌렸으면 한다.

2021-03-01 14:53:59

[매일춘추] 들풀처럼 일어난 대구‧경북 3‧1독립만세운동

[매일춘추] 들풀처럼 일어난 대구‧경북 3‧1독립만세운동

어제는 102년 전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통치를 극복하고 나라의 자주독립을 위해 만세운동을 펼쳤던 3‧1절이다. 3월 1일 서울과 평양 등지에서 시작된 독립 만세운동은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나갔고 대구에서는 3월 8일에 일어났다. 3·1운동 직전 1월 21일 고종황제의 승하로 일제에 의한 독살설이 유포되어 온 백성이 격앙했고 어느 지역보다 선비와 충절의 고장인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마지막 황제에 대한 애도와 망국의 비애가 크게 끓어올랐다.가장 규모가 컸던 3월 8일 대구 봉기는 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인 이갑성이 2월 24일 대구에 파견되어 남성정교회(현 대구제일교회) 이만집 목사와 협의하여 시작되었다. 이만집 목사는 남산교회 조사 김대련, 계성학교 교사 김영서, 백남채와 상의하고 큰장(서문시장)날을 거사일로 정해 학생과 민중 동원에 착수했다. 거사에 참가한 학교는 대구고보(현 경북고등학교), 계성학교, 신명여학교, 대구성경학교가 중심이 되었다. 여기에 학생과 종교인, 그리고 수많은 시민이 참석했다.조선헌병대는 이 기간 대구경북 지역에서 90회 집회가 있었고 집회로 인한 사망자 25명, 부상자 69명, 수감자가 700명이었다고 축소 발표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통령을 역임한 박은식의 집계에 따르면 대구 사망자 212명, 부상자 870명, 수감자 349명이며 경북 의성에서 사망자 230명, 부상자 295명, 수감자 250명으로 두 곳만 합쳐도 사망자가 442명이나 되었다.거사일이 늦었음에도 그 기세가 격렬했고 희생자가 많았던 이유는 서구자본주의 침투에 반대하여 반제국주의 기치를 든 위정척사운동이나 의병운동 이후 확산된 민중운동의 계승이었다. 대구경북지역은 임진왜란뿐 아니라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후 부산으로 들어온 일제의 세력이 서울로 향하는 길목에 경제적‧군사적 요충지로 우선 공략, 잠식되어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5월부터 독립만세운동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으나 미리 합세하지 못했던 경북 유림은 경남·북 유림을 결집하여 파리장서운동을 펼쳤다. 주축이 된 138명 유림 중 60여 명이 경북 출신이다. 한국독립청원서가 김창숙 등에 의해 파리강화회의에 비밀리에 보내어졌는데 이 사건으로 곽종석을 비롯한 수많은 유림이 체포되고 투옥되었다. 3·1독립운동에 놀란 일제를 재차 강타한 사건이 파리장서운동이었다.이처럼 대구경북 3·1만세운동은 그 규모와 내용면에 있어서도 타 지역에 비할 바 못 되었다. 또 3·1만세운동 전 1907년부터 1908년 대한민국을 일본 경제에 예속시키려는 저의로 일제가 제공한 차관을 갚기 위해 범국민적 국채보상운동을 펼쳤던 곳도 이곳이다.일제에 일시적으로 나라가 빼앗겼다 해도 민족혼이 담긴 봄마저 저들이 빼앗아 갈 수 없었다. 기다리던 봄이 왔다. 대구 근대화 골목 3·1만세 운동길을 따라 그때의 함성을 들어보자. 국채보상운동의 주창자 서상돈 고택을 둘러보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구가 새겨진 보도를 걸으며 이상화의 마음과 동화되어 보자.유대안 대구합창연합회 회장

2021-03-01 14:05:43

[노동일의 이른 아침에]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공항"

[노동일의 이른 아침에]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공항"

대한민국 역사에 이런 일이 있었을까. 대통령과 여당이 사활을 건 역점 사업에 공무원들이 집단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낸 적이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관련 부처 모두가 우려를 표한 걸 두고 하는 말이다.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부터 가덕도 신공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사업비가 부산시 주장처럼 7조5천억원이 아닌 28조6천억원에 이른다는 추산을 비롯해 안전성과 경제성, 접근성 등 7가지 측면에서 모두 부정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신공항 추진을 위한 주무 부처의 사전타당성 검토를 거친 후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통해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사전타당성 조사를 간소화하고 필요하면 예타도 면제할 수 있도록 한 특별법에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다. 법무부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적법절차와 평등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다른 국책사업과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일부의 지적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일 수도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애먼 공무원들만 책임을 떠안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의 여파라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문제점을 알고도 이를 지적하지 않으면 '성실의무 위반'과 '직무 유기'로 처벌될 수도 있어 알리바이를 만들어 둔 것일 수도 있다.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공무원들의 일관된 반대 의견 표명을 이해하기에 부족하다. 특별법을 만들어 일사천리로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그만큼 후폭풍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공직자들이 인지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한 설명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졸속으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처리하고 말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경실련의 지적처럼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공항"이 될 게 뻔하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에게 표 외에는 보이는 게 없는 법이다.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질주하는 그들에게 역사와 국민이 안중에 있을 리 없다.2016년 영남권 5개 시도는 '동남권 신공항' 논란을 김해공항 확장으로 귀결 지은 용역 결과에 승복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수행한 용역 결과 가덕도 공항 건설안은 가장 낮은 점수로 백지화된 바 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세계적 전문가 집단이 내린 결론과 대국민 승복 다짐을 뒤집은 결과이다. 가덕도 신공항이 선거용으로만 끝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4월 보궐선거에 이어 내년 대선용으로도 가덕도 신공항은 살아 있는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여당이 공항 건설에 속도를 낸다면 반대할 수 없는 야당은 다시 곤궁한 처지에 몰리게 된다. 국가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최선의 방안은 내년 대선까지 가덕도 신공항 논란만 벌이다 흐지부지되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공약(公約)이 공허한 약속인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정치권이 선거에 이용할 수밖에 없다면 무승부로 끝낼 수 있는 방안이다. 차선책은 지금부터라도 사전타당성 검토와 예비타당성 조사를 꼼꼼히 진행하는 것이다. 가덕도 공항을 건설하려면 전체의 80%를 인공 매립해야 한다. 바다 수심이 깊고 가파른 산을 깎아야 한다. 건설 과정의 어려움과 비용이 40조원 가까이 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이다. 환경 파괴는 물론 지반 침하를 방지하기 위한 유지 비용으로만 매년 10조원 이상이 들 것이라고 한다.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되면 바다 위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항공기 이착륙 시 위험이 가중된다는 문제부터 부각될 것이라고 한다. 2030년 항공 수요 역시 희망 사항일 뿐이다.선거 국면이 지나면 결국 국토부의 지적과 같이 안전성과 경제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올 게 분명하다. 차악은 건설을 시작하더라도 중단 시 환경과 생태계 파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희망 고문을 당하는 부산 시민에게는 미안한 꼼수일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 차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짓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사의 법정에서 그나마 정상 참작이라도 받으려면 말이다.

2021-03-01 06:30:00

[매일춘추] 낭독 독서의 매력

[매일춘추] 낭독 독서의 매력

"어린애가 글을 읽으면 요망스럽게 되지 않고, 늙은이가 글을 읽으면 노망이 들지 않는다."조선시대 최고의 문장가인 박지원의 '연암집'에 실린 글이다. 우리 선조들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며 서책을 소리 내어 읽으며 공부했다. 낭독(朗讀) 학습법이다. 근대에 이르러 인쇄술의 발달로 책이 대량으로 출판되면서 소리를 내지 않고 읽는 묵독(默讀)이 보편화되었다. 즉 눈으로 책을 읽으며 의미를 음미하는 방식이 일반화된 것이다.그런데 최근 낭독 독서법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필자도 낭독을 독서모임에 활용한 경험이 있다. 독서모임에 참석자가 점점 줄어들었다. 책을 미리 읽어 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책을 읽지 못한 회원들이 모임에 오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서 모임 방식을 변경했다. 미리 읽고 오는 게 아니라 모임에 와서 회원들이 돌아가며 책을 한 장씩 낭독하는 방식으로 했다. 낭독 독서 토론으로 바꾼 후에는 책을 미처 못 읽었다는 죄책감으로 모임에 빠지는 회원이 거의 없었다.고전평론가 고미숙은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에서 낭독의 힘과 매력을 설파한다. 사람들은 흔히 '독서'라고 하면 '고적한 곳에서 눈으로만 읽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독서(讀書)의 원래 의미는 큰 소리로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냥 눈으로만 보는 것은 간서(看書)였다. 소리 내어 읽으면 우울한 이들은 명랑해지고, 기분이 들뜬 이들은 오히려 차분해진다고 한다. 고미숙은 낭독이 삶을 바꾸는 독서법이라고 강조한다.작년 4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도서관에서 초등학생 대상 온라인 낭독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첫 시간에 아이들은 책을 읽는 목소리에 힘이 없고 숨도 가빠했다. 중간중간 끊어 읽는 것도 힘들어했다. 그런데 몇 번 수업에 참여한 후에는 아이들이 변화되었다. 책을 읽을 때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낭독했고 목소리도 또랑또랑해졌고 숨도 편안해졌다.낭독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연구사례도 있다. 20대 대학생 60명을 낭독과 묵독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했다. 20분간 시집을 읽게 한 다음 10분 동안 기억력을 테스트했다. 낭독을 한 팀이 묵독을 한 팀보다 결과가 높게 나왔다. 낭독은 공부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노년층의 치매 예방과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혀졌다. 소리를 내어 책을 읽으면 뇌의 창의적 기능과 인식 기능도 발달한다고 한다.살랑살랑 봄 바람이 부는 3월, 낭독 독서의 매력에 빠져 보면 어떨까. 산책하기에도 좋은 계절이지만 책 읽기에도 좋은 때다. 혼자 읽는 것도 좋지만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어떤 책이라도 상관없지만 고전 낭독 독서를 추천한다. 혼자 읽기에는 부담되는 책이지만 함께 소리 내어 읽는다면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맛보게 될 것이다.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2021-03-01 06:30:00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순조시대 화원, ‘왕세자입학도첩’ 중 ‘출궁도’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순조시대 화원, ‘왕세자입학도첩’ 중 ‘출궁도’

새내기들이 새 배움터로 향하는 3월이라 '왕세자입학도첩'을 골라 보았다. 조선 23대 왕 순조의 맏아들 효명세자의 성균관 입학이 204년 전인 1817년 3월에 있었다. 이를 기념하는 그림이 행사의 과정에 따라 총 6점으로 그려졌다. 첫 번째 '출궁도'는 궁을 나서는 왕세자의 행렬이다. 이어지는 장면은 성균관에 도착해 먼저 공자와 제자들의 신위를 모신 대성전에 술잔 올리는 '작헌도', 참배를 마치고 명륜당으로 가서 박사(博士)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왕복도', 배움을 허락받고 폐백을 드리는 '수폐도', 입학했으므로 수업을 받는 '입학도', 절차를 마치고 동궁으로 돌아와 조정 관료와 종친들에게 입학을 축하 받는 '수하도' 등이다. 효명세자가 9살 때였다.사실 이 입학례는 상징적인 행사였다. 왕세자 교육은 별도의 관청인 세자시강원에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효명세자는 좀 이른 나이인 4세 때 왕세자로 책봉되어 5세 때부터 '천자문', '효경' 등을 배우고 있었다. 세자시강원에는 20여명이 소속되어 있는데 우두머리인 사(師)는 영의정이 겸직하고, 부(傅)는 좌의정과 우의정이, 이부(貳傅)는 찬성이 겸직하는 명예직이다. 차기 왕이 될 왕세자의 스승 직함은 조정의 고위직 뿐 아니라 산림직(山林職)에도 찬선(贊善), 진선(進善) 등으로 배분되어 있다. 실제 교육은 정2품부터 정7품까지 좌우의 빈객(賓客)과 부빈객(副賓客), 보덕(輔德), 겸보덕(兼輔德) 등이 맡는다. 입학례는 성균관에서 공부하지는 않지만 왕업을 닦고 있는 왕세자가 문묘를 배향하며 유학을 존중하고, 스승을 존엄하게 생각하는 학생의 자세를 몸소 보여주는 의례이다. 대개 8세 전후에 이루어졌는데 태종 때 시작해 고종 때까지 계속되었다.긴 행렬을 화첩에 그려 넣기 위해 'ㄷ'자 형태로 궁문을 통과하는 구성으로 그렸다. 제일 위쪽에 10명의 붉은 옷을 입은 가마꾼이 효명세자가 타고 있는 여(輿)를 메고 있는데, 관례에 따라 왕세자의 모습은 그리지 않고 앉은 자리만 그렸다. 그 앞으로 시강원의 문신관료들과 호위무사들이 있고, 그 앞으로 활, 조총, 창 등으로 무장한 세자익위사 무관들이 시위하고 있다. 제일 앞은 왕세자의 위엄을 나타내는 깃발과 부채 등 의장물을 든 좌우의 행렬과 세 마리 백마, 북과 꽹과리, 산개(傘蓋) 등이다. 세 무리 130여명이 왕세자의 행렬을 구성하고 있다.이 행렬의 목적지 성균관은 조선이 1398년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시작된 교육기관이다. 인재를 길러 완성시킨다는 '성(成)', 그 인재를 통해 사회를 골고루 조화롭게 한다는 '균(均)'에 관(館)은 국가의 공관(公館)이라는 뜻이다. 왕의 공부를 경연(經筵)이라고 했고, 왕세자의 공부를 서연(書筵)이라고 했다. 공부의 유전자야말로 한국을 이룬 힘이다.미술사 연구자

2021-03-01 06:30:00

[기고]이상정 장군의 독립운동 활동과 명예 선양

[기고]이상정 장군의 독립운동 활동과 명예 선양

오늘은 102주년 삼일절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국내외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수많은 독립유공자 중 대구 출신으로 대표적인 인물 이상정 장군은 1896년 6월 10일 대구 중구 서문로 2가 12번지에서 출생했고, 호는 청남이다.국가보훈처 공훈록에 의해 독립운동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1921년부터 1923년까지 평안북도 정주(定州)에 있는 오산학교(五山學校) 교사로 근무하면서 지하 조직을 결성해 항일투쟁을 전개하다 만주로 망명했다.1926년부터 1927년까지는 동만주(東滿洲)에서 중국 풍옥상(馮玉祥)의 서북국민부대(西北國民部隊)에서 준장급 참모(准將級參謀)로 활약했고, 장개석의 부대와 통합 후엔 국민정부(國民政府) 정규군 소장(少將)으로 항일전선에서 활동했다.1936년에 중일전쟁(中日戰爭)이 발발하자 중경(重慶)에 있는 임시정부의 의정원 의원에 선출됐으나 중국 육군 참모학교의 교관으로 계속 활동하였고 1940년 9월에 광복군(光復軍) 창설을 적극 지원했다.1941년 10월에는 임시의정원 경상도의원에 다시 선출되었으며, 1942년 제34회 임시의정원 회의에서는 최동오(崔東旿) 등 27명과 함께 연서로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최단기간 내에 중, 미, 영, 소 등 연합 각국 정부에 정식으로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 승인을 요구할 것"이라는 임시정부 승인에 관한 안을 제안하였다.1942년 8월 시정부에서는 외무부 내에 외교연구위원회를 설치하고 외교 전반에 관한 문제를 연구·제공하도록 하였다. 이에 그는 신익희(申翼熙), 장건상(張建相), 이현수(李顯洙) 등과 함께 연구위원으로 선임되어 그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1944년에는 강창제(姜昌濟), 홍진(洪震) 등과 함께 신한민주당(新韓民主黨)을 창당하였으며, 1945년 2월에는 동당 중앙집행위원에 선임되어 활동했다. 광복을 맞이할 때까지 중경(重慶)에서 중국 육군 유격대훈련학교 교관에 취임하여 후진 양성에 노력하였으며, 중국군 중장(中將)으로 진급하여 광복 후에는 북지방면(北支方面)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도왔다.이상정 장군은 보훈학적 관점에서 보면 독립운동 명문가 집안으로 국내 최초 여성 전투기 조종사 권기옥 애국지사가 아내이고, 민족저항시인 이상화의 친형으로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한 대구 출신의 영웅이다. 1947년 10월 27일 뇌일혈로 갑자기 별세하여 10월 29일 계성학교에서 가족사회장으로 하였고, 장지는 대구 달서구 대곡동 소재 상화기념관·이장가 문화관 뒤 선영 가족묘지다. 정부는 고인의 공적을 인정하여 1977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였다.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이상정 장군 등 대구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시민·학생들에게 널리 알리는 명예 선양 방안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세부적인 강구 방안을 제시하면 첫째, 대구 출신 독립유공자를 한곳에 모아 전시 홍보 및 학생들의 보훈 교육 장소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 대구시가 주축이 되어 학계, 경제계, 언론계, 시민 등을 중심으로 30인 이내 TF 추진위를 구성해 적극적인 대시민 홍보와 매칭펀드 형태의 예산 지원 등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접근성이 용이한 곳에 기념관을 짓되, 기념관 내 호국보훈인물 전시관, 학생체험장, 보훈교육 학습장, 보훈영화 상영, 보훈학술 세미나 등 맞춤형 보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국적인 보훈 테마 관광파크 형태의 기념관으로 설립해야 한다.

2021-02-28 15:59:43

[안동을 걷다, 먹다] 22. 따끈한 봄 냄새 나는 '신세동 벽화마을'

[안동을 걷다, 먹다] 22. 따끈한 봄 냄새 나는 '신세동 벽화마을'

안동에 살기 시작했다. 서울이나 대구 등 대도시에 비해 안동에 사니 편안하다. 안동은 좋다. 날마다 안동을 걷고 안동 음식을 먹는다.익숙한 그것들이 어느 날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동의 주름살이 보이기 시작했고 안동이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안동국시와 안동찜닭, 안동간고등어 혹은 헛제사밥의 심심한 내력도 내 귀에 속삭거리기 시작했다.무심했던 안동에 대한 내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졌고 투박한 내 입맛도 호사스럽게 안동을 먹게 됐다. 안동에 대한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그냥 안동이야기다.22번째 이야기. 신세동 벽화마을 이야기지금은 기차가 오가지 않는 폐쇄된 안동역. 그 안동역 건너편 영남산 아래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고즈넉한 산동네. 신세동이다.그곳에도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래선가 더 짙은 쉰내나는 삶의 냄새가 배어있는 낮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풍경이 정겹다.아버지의 시대, 할아버지의 시대가 오롯이 남아있는 우리 시대의 박물관처럼 집들마다 보물을 가득 담고 있는 보물창고 같은 마을이다.이곳에는 조선시대부터 인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새 절이 있었다고 하여 '새절골'로 불리다가 일제식민시대에는 신세정(新世町)이 되었고 해방 후 신세동이 으로 일제잔재를 털어냈다.마을 앞에 안동역이 생긴 것은 일제치하인 1931년 10월이었다. 고즈넉한 내륙 선비마을에 검은 화통을 달고 칙칙폭폭 거리는 기적소리를 내면서 검은 열차가 들어서면서 안동역 주변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상업중심지로 변했다.안동역 근처에 공설시장 신시장이 생겼고 안동역에서 신시장을 잇는 거리는 안동의 중심상업지가 됐다. 안동역 인근 평화동에는 200여채의 철도관사가 생기면서 일본인들이 몰려 사는 '1등 거주지'가 됐고 신시장을 중심으로 상업에 종사하는 조선인들은 신세동 등 산비탈 마을에 주로 모여 살았다.지금은 산동네 달동네처럼 한적한 마을이 된 처지지만 이 마을은 안동의 역사를 지켜봤다. 마을 앞으로 '신작로'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신세동도 한 때 도심의 일부가 된 적도 있다.해방후 안동사범학교가 들어섰다가 그 자리는 안동시청으로 바뀌었고, 안동세무서와 경북도콘텐츠진흥원 등이 속속 들어섰다. 안동의 도심 지역은 안동을 가로지르는 낙동강의 남쪽인 정하동과 정상동에 법원과 검찰청 등 '신행정타운'을 조성하고 옥동신도시 개발에 나서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벽화는 인류가 남긴 최고(最古)의 예술품이다. 구석기시대 최고의 벽화인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그 시대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동굴벽화와 암각화에서 시작된 인간의 벽화는 구석기시대부터 고구려와 신라의 고분벽화에 이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냥 등 수렵문화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한편 풍요와 자연에 대한 숭배 등 종교적인 벽화는 물론이고 한 시대의 삶과 사랑을 온전하게 보여주기도 한다.벽화가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도심 산비탈에 위치한 오래된 동네를 되살리기 위한 '구도심재생 공공프로젝트'로 벽화로 퀘퀘한 곰팡내나던 마을에 사람들의 숨결을 불어넣으면서였다.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과 부산 감천문화마을과 문현동안동네 벽화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죽어가던 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활력을 되찾자 전국에서 벽화마을 조성이 공공프로젝트로 추진됐다.동피랑마을과 감천마을 등의 벽화들이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위적인 냄새를 지우지 못했다면 안동 신세동 벽화마을은 삶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자연스러운 벽화들이 두드러진다.신세동 벽화마을 역시 2009년 공공프로젝트의 일환인 '마을미술프로젝트'로 조성됐다. 소외된 도심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공공미술을 통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도록 한 것이다.동부초등학교 옆길로 들어서면 '신세동 그림에 문화마을'이라고 적힌 노란 입간판과 함께 할매점빵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벽화마을이 시작된다. '할매점빵'에서는 기념품과 간단한 생필품 등을 판다. 이 마을에는 흔하디 흔한 '동네슈퍼마켓'이 없다. '슈퍼'대신 '점빵'이 있는 마을이다.'꽃보다 우리 할매'라는 점빵 오른쪽으로 난 황토색 골목길을 따라가면 한옥스테이를 할 수 있는 '그림애'가 나온다. 좁은 골목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아이고 아지매, 어디가니껴? 무슨 좋은 일이니껴?'라고 묻는 구수한 안동 사투리를 만나게 된다. '벽화마을 구경하러 왔니더..'라고 대답해주자.지붕위로 집집마다 이어져있는 전선들이 무질서하게 뒤엉켜있는 모습도 여기서는 묘하게 사랑스러워진다. 담장들은 어른정도면 폴짝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낮아서 그저 집과 집 사이를 구분하는 경계선일 뿐이다.하늘을 향해 소리쳐주고 싶은 단어였다. '사랑해 오늘도'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하던, 입속에서만 웅얼대기만 하던 사랑이 아니었던가. 오늘 여기서는 마음껏 소리질러보자. 사랑해 오늘도! 그대와 가족 그리고 세상을.그네를 타고 있는 소녀의 머리 위 지붕 위로 살찐 동네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녀석은 한 동안 나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제 갈 길을 갔다. 지붕사이를 훌쩍 뛰어서 말이다.벽화 하나하나가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벽화마을 속 삶들이 궁금해질 때쯤 할아버지 할머니가 불쑥 그림 속에서 튀어나오곤 한다. 그 길 끝에서 동부초등학교 교사에 새겨진 할머니와 손녀손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2009년의 일상이었다. 그 왼쪽 교사에는 그 후 7년이 지나 부쩍 큰 소녀와 소년이 그려져 있다. 7년이 지난 후 할머니의 부재가 두드러져, 마음이 아팠다.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비탈길이지만 마을 언덕길 중턱에는 공용주차장이 조성돼있어 혹시라도 자동차로 오는 사람들도 편하게 주차한 후에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전봇대에는 타고 오르는 나팔꽃이 선연하게 새겨져 있었고 그 옆에는 뒷다리를 번쩍 든 동네 검둥개가 진짜인 듯 눈에 들어왔다. 예전 '동네개'들은 검둥이와 흰둥이 혹은 메리와 쫑이라고 부르면 한 번씩 뒤돌아봤다. 자전거를 배경으로 한 중년의 아저씨의 얼굴이 평온하게 다가왔다. 혹시 이장님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이 동네에 있었을 법한 점박이 포인터개가 묶여있는 벽화도 있었고 스파이더맨이 처마에 매달려 익살스럽게 'kiss me'라고 하는 풍경도 눈에 들어왔다.한참 벽화를 따라 오르다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오르면 안동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높은 곳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발 아래 집안 풍경을 나도 모르게 훔쳐보게 된다. 저 건너집 할머니는 빨래를 널고 계시고 길 건너 정자아래에서는 봄바람 살랑살랑 불면서 마실 나온 아지매 두서너 명이 앉아서 이웃집 아저씨 험담을 하는 모양이다. 삿대질까지 해댄다.멀리서 볼 때는 때이른 소매없는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인줄 알았다. 전망대를 지키는 '하늘을 향해 망원경을 치켜 든 아가씨'였다.볕좋은 골목길에 매어놓은 빨랫줄에는 갓 빨아서 널어놓은 듯한 파란 이불과 내복에 줄무늬가 들어간 양말까지 가지런하다. 식구 구성까지도 짐작할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시멘트블럭 담장을 타고 넘으려는 개구리 세 마리는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궁금하고 옹벽에 다닥다닥 붙어서 벽을 타는 고양이 군상들의 모습도 눈에 확 들어온다.다시 내려오는 길에 만난 해바라기 벽화는 벌써 초여름인 듯 활짝 폈다. 난간에 앞다리를 짚고 고개를 쭉 빼고 올라선 '백구'는 마실 나간 할머니를 기다리는 모양이다.봄이 온 모양이다. 벽화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늘어나고 있다. 조금 있으면 따뜻한 봄볕 아래 마을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뒷산에서 캐내온 냉이를 다듬으며 서울로 간 큰 아들네, 부산에 시집간 딸 소식을 자랑하는 모습도 볼 수 있겠다.신세동의 봄은 그 어느 곳의 봄보다 더 반갑다.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2021-02-27 06:00:00

[광장] 정원이 있는 병원을 꿈꾼다

[광장] 정원이 있는 병원을 꿈꾼다

최근 정부는 요양병원에서 수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들 중 70세 이상의 노인 환자들이 많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요양병원은 의학적 치료뿐 아니라 환자들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과 일상생활의 수행능력 저하 등 취약한 여건을 장기적으로 보살펴서 초기 환자의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시켜 주는 곳이다. 즉 요양병원은 질병 치료와 거주라는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시설이다.일반적으로 '치유정원'이 정원을 통해 병을 고칠 수 있는 '치료정원'의 개념으로 잘못 인식되는 바람에 우리나라의 병원들은 정원 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정원 자체가 암 환자를 치료하거나 부러진 다리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말기 암 환자에게 호스피스 정원은 다시없이 소중한 명상의 장소이며, 병원 방문자와 직원들에게 정원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는 휴식의 장소다.이와 같은 치유 효과에 주목하여 치유정원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과학자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로저 울리히(Roger Ulrich) 교수는 병실 창으로 자연 풍경이 내다보일 때 환자들은 더 빨리 건강을 회복한다는 사실을 과학적 측정을 통해 입증했다. 또한 그는 환자가 나무, 꽃 또는 물과 같은 자연의 대상을 3~5분만 보아도 분노, 불안 및 고통을 줄이고 뇌의 활동을 좋게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실물이 아닐지라도 물과 나무가 있는 자연 풍경 사진을 본 환자는 추상미술을 보거나 그림을 전혀 보지 않는 환자보다 불안감이 적고 진통제가 덜 필요하다고 했다.조경가와 의료 분야 종사자들은 이처럼 의학적으로 규명된 정원의 치유 효과를 실천할 수 있는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경가 쿠퍼 마르쿠스(Cooper Marcus)는 잘 설계된 정원에서 자연과 교류하는 것이 암을 치료하거나 심하게 화상을 입은 다리를 치료할 수는 없지만, 환자의 고통과 스트레스 수준은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심각한 스트레스로부터 마음을 쉬게 하고, 정서적 회복을 위해 정원을 방문하는데 그들은 나무와 꽃이 많으며 물이 있는 정원을 선호한다.그래서 마르쿠스는 병원 정원 조성의 경우 식물이 있는 녹지 공간이 최소 7대 3의 비율로, 많은 것을 권고한다. 서구의 병원은 치유정원의 존재 여부에 따라 환자들이 병원을 결정할 정도로 치유정원은 그들의 중요 관심의 대상이다. 이는 건강관리 환경을 위해 좋은 정원설계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과학에 기반을 둔 정원설계가 자연적 치유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라는 인식이 높음을 의미한다.한국의 경우, 잘 꾸며진 정원을 가진 병원이 거의 없다. 간혹 옥상정원을 갖추고 있는 대형병원이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정원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우리 사회도 이제 병원의 형태가 종합병원이든 요양병원이든 간에 병원 내부에 치유를 목적으로 한 정원이 반드시 조성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환자들이 막힌 병실을 벗어나서 숲길을 걷거나, 휠체어에 앉아 휴식을 하는가 하면 방문객과 담소하기도 하고, 작은 폭포가 있는 물 공간 가장자리에 눕거나 기대어 햇살을 쪼이는 등 치유의 과정을 만끽하기를 바란다. 특히 요양병원은 치료와 거주가 함께 이루어지는 시설이다. 법적 규제를 통해서라도 환자에게 자연 사용 권리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2021-02-27 05:00:00

[이희수의 술과 인문학] 포도나무는 인생과 닮았다!

[이희수의 술과 인문학] 포도나무는 인생과 닮았다!

참혹한 현실은 우리를 좌절시키지만, 역풍을 이겨낸 사람들은 세월 속에서 강하다. 부족해야 지혜가 눈을 뜨고 마음이 진실해지듯이 진정한 결핍이 곧 삶의 원동력이다. 척박한 땅에서 자란 포도나무들이 더 깊숙이 뿌리를 내리면서 철분, 미네랄 등의 양분을 흡수해 풍부한 열매를 맺고 더 우수한 포도주를 만든다. 포도나무는 인생과 많이 닮았다.오늘날 우리는 의학 기술 등의 발달로 100세 장수가 보편화 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 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는 매우 드문 편이지만, 포도나무는 최대 약 120년까지 자랄 수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식견이 넓어지고 이를 통해 젊은 사람보다는 더 지혜로운 결정과 행동을 하게 되듯이, 오래된 포도나무는 어린 포도나무보다 뿌리를 뻗을수록 다양한 토양층의 양분을 흡수함으로써 더 복합적인 포도주의 풍미를 제공한다.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3가지 요소로 포도품종, 떼루아, 양조기법을 들 수 있다. 이 중 와인의 기본적인 맛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포도품종이다. 유럽종 포도나무(비티스 비니페라: V.vinifera)는 세계 와인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가장 경제성 있는 포도나무 수령에 대한 정의는 불분명하다.품종에 따라서는 포도나무 수령이 너무 오래될 경우 충분한 정도의 포도를 생산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을 30년~40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관리한다. 보통 수요가 꾸준히 높은 유명한 와인산지의 포도나무는 80~100년이 되기 전에 포도밭에서 사라진다. 사람이 세 살쯤 되면 제대로 걷기 시작하는 것처럼 포도나무도 3년쯤 되면 포도를 수확할 수 있다.사람도 나이가 들면 에너지가 떨어지듯 포도나무가 20년 이상이 되면, 점차 작은 알갱이의 포도가 열리기 시작하며 생산량은 감소하지만, 포도 한 알갱이 알갱이의 당도가 더 높아져 보다 밀도감 있는 포도주를 생산할 수 있다. 오래된 포도나무(프랑스어: vieilles vignes, 독일어: alte Reben)는 포도주 라벨에 종종 표기되는데 보통은 라벨에 V.V 라고 표시되며, 이 와인은 고령의 포도나무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 뜻이다.인생이란, 정해진 시간 동안 많은 고난을 극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행운과 고난의 연속 드라마처럼 간절함과 희망을 향해 참고 인내하며 달려가는 마라톤과 같다. 정해진 규칙도 없고 목적지도 다르지만 저마다의 길에서 자신만의 경주를 하고 있다.포도나무도 사람과 같다. 포도나무는 긴 모래땅에서 진흙땅까지, 비옥도가 낮은 토양에서 높은 토양까지 다양한 토양에 적응하여 자란다. 포도나무의 특성은 다른 나무보다도 그 가지가 가늘고 약하지만 자기 몸을 지탱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열매를 맺는다. 포도나무는 어떤 방향으로도 가지를 뻗을 수가 있으며, 포도주의 색깔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언제나 유동적이다. 1년, 2년 해가 더할수록 그 색채도 다채롭게 변한다.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진해지는 화이트 와인과 달리, 레드 와인은 산화되면 색이 점점 옅어진다. 매혹적인 색을 띠는 레드 와인은 흔치 않지만 생기발랄한 와인부터 모든 것을 품어주는 듯 부드럽고 우아하며, 복합적인 긴 여운을 남기는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찾아볼 수 있다.우리의 인생도 나만의 색깔과 향기로 변화된 삶을 살아야 한다. 환경을 탓하지 말고 노력하다 보면 반전의 기회는 언제나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존재하며, 세상은 상상 이상으로 넓고 그 위에는 얼마든지 많은 길이 만들어질 수 있다. 희망은 언제나 고통의 언덕 너머에서 기다리고, 현명한 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글 :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2021-02-26 14:39:00

[박창원의 기록여행] 만세 행진에 ‘까꾸리로 찍고 철봉으로 쑤시고’

[박창원의 기록여행] 만세 행진에 ‘까꾸리로 찍고 철봉으로 쑤시고’

'~새장(현 덕산염매시장 부근)날을 기해 군중의 집단적 제2차 만세 소동이 있었을 때는 일본소방서원까지 출동해서 소방용 까꾸리로 무참하게 허리를 찍는다. 철봉으로 넘어진 자의 안면을 쑤신다 해서 오히려 큰장보다 제2차 새장 만세 소동에는 상당한 희생자가 난 것이다.' (매일신문 전신 남선경제신문 1949년 3월 1일 자)사람들을 해칠 듯 앞발굽을 들 때마다 버적버적 소름이 끼쳤다. 말 등에는 무장 군인이 타고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종로를 돌아 나오는 길에서 맞닥뜨린 상황이었다. 바로 일제의 기마 헌병대였다. 헌병들은 사람들을 흩어지게 할 목적으로 말발굽을 치켜들며 위협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때마다 태극기를 들고 목이 터지라 독립 만세를 외쳤다.만세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일제는 대구에 주둔 중인 군대와 경찰을 투입해 폭력으로 진압했다. 새장날 만세 시위 때는 소방서 직원까지 동원했다. 소방용 까꾸리(갈퀴)로 시위대를 찌르며 무참하게 폭력을 자행했다. 게다가 철봉(쇠몽둥이)까지 진압 무기로 활용했다. 넘어진 시위 참가자의 안면을 쇠몽둥이로 때리고 쑤시는 등 잔인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새장은 덕산정 시장의 다른 이름으로 예전의 남문시장이었다.1919년 3월 8일은 맑고 따듯한 봄 날씨였다. 이날 대구의 큰 시장인 서문시장은 장날을 맞아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중에는 일제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자주독립의 만세 운동을 벌이려 모여든 사람도 적지 않았다. 서울 파고다 공원에서 3월 첫날에 시작된 독립운동의 불꽃이 대구로 전해진 터였다. 이날의 만세 시위를 주도한 종교단체와 남녀학생들은 비밀리에 소통하며 준비를 해왔다.점심시간이 지나자 서문시장에는 사람들이 더욱 불어났다. 신명학교, 계성중에 다니는 학생 100여 명도 두루마기를 입고 모여들었다. 품속에는 고이 접은 태극기가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는 이미 도착해있어야 할 대구고보(경북중)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도착하는 대로 선언문 낭독과 시가행진을 벌일 계획이었다.그렇다고 학생들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사람들의 무리 속에 있던 누군가(이만집 목사 등)가 차체 위에 올라가 선언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절반이나 읽어 내려갔을까. 일제 경찰이 들이닥쳤다. 선언문 낭독자를 무지막지하게 끌어내렸다. 돌발적인 상황에 잠시 움찔했던 만세 운동 시위자들은 곧바로 흥분했다. 치솟는 혈기를 감당치 못한 사람들은 고함을 지르며 경찰에 달려들었다. 이들의 예상치 못한 저항에 놀라 일본 경찰은 뒷걸음질 쳤다.그때였다. 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다. 뒤늦게 도착한 고보생들이 합류한 것이었다. 학생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전단을 뿌리고 행진을 시작했다. 어느새 만세 소리는 온 거리를 뒤덮었다. 이 광경에 놀란 것은 일제 경찰만이 아니었다. 부근 건물에서 광목을 파는 중국 상인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급히 점포 문을 닫고 몸을 피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이렇듯 만세운동의 열기는 순식간에 대구를 달구기 시작했다.첫머리에 인용한 남선경제신문 기사는 당시 학생으로 대구 만세 운동에 참가했던 독자의 회상기다. 그때는 덮어놓고 목이 메도록 만세만 부르면 독립이 되는 줄 알았단다. 독립만 되면 누구나 배부른 세상이 되는 줄 알았다는 해방 직후 민초들 이야기와 오버랩 된다. 올해는 3‧1운동 102주년이다. 박창원 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2021-02-26 14:30:00

[기고]102주년 삼일절을 맞으며

[기고]102주년 삼일절을 맞으며

코로나19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즈음이다.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와 상관없이 며칠 후면 102주년 3·1절이 된다. 거리엔 벌써 3·1절을 기념하기 위해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다.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삼천리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 되어 휘날렸던 태극기가 거리에 걸린 것이다. 1949년 정부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공포, 삼일절을 국경일로 지정하고 이후로 삼일절을 기념하여 기념식을 열고 순국선열을 애도, 추모하는 묵념을 올리고 민족정신을 앙양하는 각종 행사를 하고 있다.오늘의 시점에서 우리는 3·1운동 정신을 얼마나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가? 단재 신채호 선생은 그의 역저 '조선상고사'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갈파하였다. 우리 민족은 찬란한 오천 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후손들에게 면면히 이어져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바로 그 미래가 잊지 않는 역사 속에서 재현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102주년을 맞이하는 3·1절 즈음에 얼마나 잊지 않고 기억하는가를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이제 며칠 후면 3·1절이다. 1919년 3월 1일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하여 방방곡곡 독립운동을 펼쳤던 역사적인 날이다. 3·1운동이 일어나기 전, 이미 곳곳에서 독립운동을 향한 국민들의 염원이 싹트고 있었다. 1919년 2월 8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모여 독립선언문을 발표했으며, 같은 달 독립운동가들과 종교계 지도자들이 뜻을 모아 33인의 민족 대표를 선출하고 독립운동을 준비하여 이윽고 3월 1일 서울 태화관에서 민족 대표가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면서 만세운동이 곳곳으로 퍼져나갔다."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3월 1일 시작된 만세시위는 고종 장례식인 3월 4일 이후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져나가 민족 대표와 지식인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참여하게 된 비폭력 저항운동이다.경찰과 군은 총칼을 앞세워 만세운동을 진압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지만 무력 탄압에도 굴하지 않았던 순국선열들의 의지는 결국 광복의 밑거름이 되었다.우리는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마침 대구에서 독립운동계승사업회가 만들어져 3·1운동과 같은 독립운동 정신을 후손에게 이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더 구체적으로는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을 건설하자는 운동이 시민의 자발적 운동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이런 즈음에 대구에도 독립운동기념관이 만들어진다면 3·1운동과 같은 독립운동 정신을 되살리고 그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하여 나라사랑 정신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런 역사 문제와 역사의식을 시민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대구에도 독립운동기념관 같은 시설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자라나는 학생들의 역사의식에 관한 교육의 장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대구가 독립운동의 성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독립기념관이 없다는 사실은 대구 시민을 부끄럽게 만든다.독립운동기념관은 3·1운동과 같은 독립 정신을 되살리고 그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하여 나라사랑 정신을 시민에게 고취하고, 역사 문제를 시민과 함께 공유함으로서 밝은 미래를 열어 가자는 것이다.

2021-02-25 12:14:21

[춘추칼럼] 국민의힘 이제는 다를까?

[춘추칼럼] 국민의힘 이제는 다를까?

민심은 천심이다.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민심은 오늘날 주로 여론조사로 읽는다. 그리고 정치권이 민심을 얻었느냐 얻지 못하였느냐는 선거 결과로 나타난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DJ 사례와 최근 보수 야권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먼저 DJ의 경우 1987년 치러진 13대 대통령 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 진영에서는 김영삼·김대중 양김 단일화 요구가 컸다. 그러나 단일화 논쟁에서 수세에 있던 김대중은 단일화를 거부했는데 그 근거로 자신이 앞서 있다는 여론조사를 내세웠다.문제의 여론조사는 친김대중 진영의 단체가 실시한 조사였으나 엄밀한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한 김대중에게 유리한 결과였다. DJ는 이러한 여론조사 수치를 근거로 자신이 앞서 있기에 후보를 양보할 수 없다고 버텨 끝내 후보 단일화가 무산됐다.결국 13대 대선에서 노태우가 36.6%의 역대 최저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그 뒤를 이어 김영삼 28%, 김대중 27%, 김종필 8.1%로 김대중은 3위를 차지했다.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단일화를 거부한 양김 중 3위를 한 사람이 더 큰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인지라 결국 DJ는 자발적으로 정치 은퇴까지 선언한다.그 후 김대중은 1992년 14대 대선에서도 13대 대선의 정치적 책임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한다. 그러나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전략을 바꾼다. 그 유명한 뉴DJ플랜이다. 이때 뉴DJ플랜은 이미지 전략이지만, 또 한편에서는 여론을 따르는 것이다. 자신의 DJ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DJ로 스스로 바뀌어 다가간 것이다. 물론 당시 재야 세력의 반발은 컸다. 그럼에도 DJ는 여론에 대한 대전환을 했고 여론을 바로 읽고 따랐기에 대통령의 꿈을 이루게 된다.그로부터 20년이 흘러 2017년 19대 대선에서 보수 진영은 홍준표를 내세워 문재인과 대결했다. 그러나 결과는 문재인 41.1%, 홍준표 24.0%로 보수 진영이 역대 최대 참패를 한다. 당시 홍준표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여론조사에 대해 가짜 여론조사라거나 내가 이긴다는 식으로 여론조사를 무시했다.그러다 보니 홍준표는 선거 기간 동안 선거 전략을 바꿀 이유가 없었고 끝까지 홍준표 특유의 선거 캠페인을 이어 갔으며 결국은 선거에 참패한다.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미래통합당으로 그리고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꾸고 비대위 체제로 생존을 위한 변신을 시도했지만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에서 연이어 참패했다. 그리고 올 4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 등 각종 여론 지표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왜 국민의힘 관련 각종 지표가 지지부진한가? 그 이유는 여론을 대하는 보수 진영의 태도 문제다. 국민의힘이나 과거 보수당의 여론관 특징을 보면 첫째 여론을 자신의 시각으로 읽는다. 국민의 눈이나 심지어 지지층인 보수의 눈으로도 읽지 않는다. 둘째는 취사선택이다. 즉 자신의 눈으로 보면서도 다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셋째는 여론을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눈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니 여론은 아주 단순해 보인다. 그야말로 아전인수 격이다. 여론이 무섭거나 두렵지도 않다. 그러니 따를 필요가 없다. 오히려 맞서거나 바꾸려 든다.결론적으로 이러한 대중관은 국민을 객체로 본다. 기본적으로 민심을 따르기보다는 가르치거나 맞서거나 때에 따라서는 조작 통제의 대상이다. 이렇게 되는 순간 정치인은 갑이 되고 국민은 을이 된다. 즉 정치인의 갑질이다. 그것도 여당도 아닌 정권을 잃은 야당인 국민의힘이 이런 여론관을 가지면 각종 여론 지표가 낮을 수밖에 없다.곧 큰 선거가 다가온다. 선거는 여론을 정확히 읽고 시민이나 국민이 원하는 정책과 공약, 그리고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쪽이 올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의 승자가 될 것이다. 대선 3수를 한 DJ는 늦게라도 이러한 민심을 알았기에 대통령 꿈을 이루었다. 탄핵을 당하고 이어 대선, 지방선거, 총선에서 연이어 참패한 국민의힘이 이번엔 다를 수 있을는지 여부는 오로지 민심을 제대로 읽어 내느냐에 달렸다.

2021-02-25 12:12:51

[매일춘추] 호렵도 팔폭병풍과 민화

[매일춘추] 호렵도 팔폭병풍과 민화

지난 18일 국립고궁박물관이 '호렵도 팔폭병풍'을 선보여 학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한국미술 부문 최고가인 93만 달러에 낙찰받은 이 작품은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해외 문화재 환수 차원에서 추진하여 국내로 들어오게 되었다.단원 김홍도의 작품이라고 경매 당시 소개되었으나, 국내 전문가 감정 결과 김홍도의 영향을 받은 도화서 화원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18세기 후반 정조가 규장각에 설치한 자비대령화원들이 가장 많이 그린 그림이 풍속화였다. 이전까지 묵죽, 산수 등이 많이 그려진 것에 비해 획기적 변화였다. 호렵도 역시 정조 때부터 제작되었다.18·19세기는 신분제의 변화가 많았던 시기이다. 경제적 부흥과 신분제의 변화로 사대부의 문화를 동경하였고, 자연스럽게 생활 주변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이 시기 민화는 그림, 도자기, 가구, 건축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며, 민간 수요의 그림으로 자리 잡았다.선비의 삶을 동경한 서민들이나 양반들은 서재를 만들어 책가도(冊架圖)로 장식하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겼다. 초기 책가도는 책과 문방구, 석류 등의 소재로 한정되었다. 후기로 갈수록 골동품, 과실류, 화초류 등 다양한 기물로 채워졌으며, 학식과 진귀한 구경거리를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특히 원근법을 무시하고 앞에서 뒤로 갈수록 기물이 크지는 역원근법은 민화가 지니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개성적 표현을 잘 드러내고 있다.생활미술의 성격을 띤 민화는 벽사진경(辟邪進慶), 권선징악, 세태풍자 등을 표현하고 있다. 작호도(鵲虎圖, 까치호랑이)는 전형적인 민화의 해학성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다. 까치는 서민에, 호랑이는 권력에 빗대 지혜로운 까치가 힘센 호랑이를 골탕먹이는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다.1960~70년대 김기창, 이우환, 조자용 등 화가와 연구자들에 의해 민화는 수집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민화전시는 1968년 에밀레하우스(에밀레박물관) 개관 기념 '벽사의 미술'전으로, 이후 다양한 전시들이 기획되었다.2005년 9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한·일 우정의 해 기념 특별전 '반갑다! 우리민화전'을 통해 일본에 있는 우리 민화를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역원근법, 다시점(多視點), 시공간의 동시적 표현, 형태의 자유로운 변형·상호비례 무시 등 민화의 조형적 특징들은 김기창, 박생광, 장욱진, 최영림 등 많은 미술가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다.2015년 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가 독립적으로 창설되고, 해외 순회전이 기획될 만큼 최근 몇 년 동안 민화의 저변이 확대되었다. 이제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학문체계를 갖추고,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문화교류에 앞장서 나가게 되길 기대한다.최현정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학예실장

2021-02-25 12:10:47

[오정일의 새론새평] 왜 국민의 힘은 기회주의적인가?

[오정일의 새론새평] 왜 국민의 힘은 기회주의적인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고 있다. 5년 전 외국 기관 평가에서 1위는 김해공항 확장, 2위가 밀양신공항, 가덕도신공항은 3위였다. 여기서 어떤 안이 최선인지 논(論)할 생각은 없다.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이라는 평가 결과는 상식적이다. 공항 신설에 비해 기존 공항 확장이 효율적인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나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정치는 그런 것이니까.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옳다는 것이 아니라 납득이 된다는 말이다. 민주당에 대구경북은 텃밭이 아니다. 또한 여당은 선심성 공약을 실현할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다. 속된 말로 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으로 재미를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은 셈법이 복잡하다. 대구경북이 텃밭이지만 부산을 무시할 수 없다.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면 밀양신공항을 지지했던 대구경북 주민들을 배신하게 된다. 국민의힘의 속셈은 이럴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에 찬성해서 부산시장을 탈환하자. 대통령선거까지 1년이 넘게 남았다. 1년은 망각에 충분한 시간이다.' 국민의힘이 대구경북 주민들을 배신할 수 있는 메커니즘(mechanism)은 무엇인가?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양당제 국가이다. 많은 정당이 있지만 집권 가능성이 있는 정당은 두 개에 불과하다. 선거는 땅따먹기이다. 집권을 하려면 상대 정당보다 넓은 땅을 차지해야 한다. 양당제에서 더 넓은 땅을 차지하려면 정치적으로 좌나 우로 치우지지 않고 가운데에 위치해야 한다. 이 이론을 제시한 사람은 호텔링(Hotelling)이라는 경제학자다. 논리는 간단하다. A정당이 중도우파, B정당이 중도좌파인 경우 A정당은 우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B정당은 좌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다. 다만, 중간에서 멀어지면 불리하다. 대다수 유권자들은 중간에 몰려 있다. 극우나 극좌 성향의 유권자는 그 수가 적다. 상대 정당보다 한 표라도 더 얻으려면 중간으로 이동해야 한다. 두 정당이 중간으로 이동하면 정당 간 차이가 없어진다. 이 현상이 가덕도신공항 사례에서 나타난 것이다.호텔링의 이론이 성립하려면 하나의 가정이 필요하다. 중도우파인 A정당이 중간으로 이동해도 우파 유권자들이 여전히 A정당을 지지해야 한다. A정당이 중간으로 이동해도 상대적으로 우파적이면 우파 유권자들은 A정당을 지지한다. A정당에 불만이 있어도 대체할 정당이 없기 때문이다. 이 이론은 이른바 집토끼·산토끼 이론과 통한다. 잡아서 집에 가둔 토끼는 갈 곳이 없고 도망칠 힘도 없다. 주인이 없는 산토끼만 잡으면 선거에서 이긴다. 산토끼를 잡으려면 공(功)을 들여야 한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을 집토끼로 생각한다. 국민의힘에 부산은 산토끼이다. 이 생각이 가덕도신공항 사례에서 드러났다.유권자들이 어떻게 해야 정당이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그치는가? 무기력한 집토끼로 있는 한 정당의 배신은 필연적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긴장하게 만들어야 한다.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정당을 바꿀 수 있다. 이는 지지하는 정당에서 이탈(exit)하는 것이다. 물론, 이탈했다가 복귀할 수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A에서 B로 바꾸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목소리(voice)를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는 정당에 항의하는 것이다. 항의하는 경우 지지하는 정당에서 이탈하지는 않는다. 소비자가 A제품을 쓰면서 기업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과 같다.이탈과 항의는 상호 보완적이다. 이탈할 수 있어야 항의가 효과적이다. 대구경북 주민들은 국민의힘에 대한 충성도(loyalty)가 높다. 충성도가 높으면 항의가 효과적이다. 가덕도신공항과 관련해서 대구경북 주민들의 국민의힘에 대한 감정은 분노와 서운함이다. 분노와 서운함은 애정과 동일하다. 국민의힘에 애정이 없다면 화를 내거나 서운해할 이유가 없다. 지난 주말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은 통과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대구경북을 집토끼로 생각하는 한 배신은 계속된다. 이탈하거나 항의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그치지 않을 것이다.

2021-02-24 11:43:27

[기고]다시 기억하는 '대구의 품격'

[기고]다시 기억하는 '대구의 품격'

"대구에는 공황도, 폭동도, 혐오도 없다. 절제와 고요함만 있다."지난해 2월 하순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한창 불붙기 시작할 무렵 혼란과 무질서로 가득한 도시를 예상하며 대구에 온 미국 ABC 이안 패널 기자의 취재 일성이다.그는 시민들 모두가 질서를 지키며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에 놀라면서 "신종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뉴 노멀이 된 지금 대구는 이제 많은 이들에게 삶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당시 대구의 모습을 전했다.국내 한 언론은 '사람의 인격'이 오히려 위기에서 드러나듯 '도시의 품격' 또한 극한 상황에서 확인된다며 현실에서 그것을 체감할 수 있는 곳이 대구라고 했다. 그러고는 품격 있게 바이러스와 싸우는 대구는 결국 승리할 것이라며 '대구의 품격'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중국 우한에 이어 대구가 두 번째로 코로나19 진앙이 되면서 지난해 봄은 세계의 눈이 24시간 대구를 향했다. 세계인들에게 비친 대구는 특별했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사지나 다름없는 현장에서 몸을 던져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진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국내외 모든 언론들이 이러한 모습들을 전하기 위해 취재 경쟁을 벌였고 하나같이 놀라움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대구 수성구에 있는 한 의원에서 지난해 2월 18일 31번 확진자가 처음 나오면서 대구는 18일 만에 누적 확진자가 5천 명을 넘어서는 팬데믹에 빠졌다. 대구신천지교회가 진원지였다.걷잡을 수 없는 파고였지만 시민들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방역 당국에 귀를 기울이며 거리두기를 하고 이동을 제한했다. 도로와 골목, 거리는 일순간에 적막감이 들 정도로 텅 비워졌다. 정적과 함께 모든 것이 멈추었지만 무질서와 혼란은 어느 곳에서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재기도 없었고 도시를 탈출하는 사람, 두려움에 떠는 사람도 없었다.첫 확진자가 나온 지 52일 되는 4월 10일, 대구에서는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 진원지였던 대구가 다시 신규 확진자 '0명'을 기록한 것이다.이 무렵 대구가 중심이 된 'K방역'은 이미 세계인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K방역을 전수받으려는 나라들이 줄을 서는 모습이었다.K방역의 주역은 역시 시민들이었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대구의 품격을 지키며 거리두기와 이동 제한을 실천하고 모든 희생을 묵묵히 감내한 결과물이었다. 물론 전국에서 달려온 의료진과 구급 대원,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쪽잠을 자며 24시간 비상체제를 유지해 온 일선 공무원 등 방역 당국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뤄낼 수 없었을 것이다.코로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거리두기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봄 K방역을 이뤄낸 성숙한 시민의식은 모두에게 무한한 자부심이며 소중한 자산이다. 1년이 되는 지점에서 우리는 세계인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던 '대구의 품격'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대구의 정신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2월 21일 대구 시민의 날을 시작으로 대구시민주간이 이어지고 있다. K방역의 중심 '대구의 품격'을 다시 새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2021-02-24 11:43:05

[매일춘추] 라타바 신전, 내가 상상한 미래신화 2

[매일춘추] 라타바 신전, 내가 상상한 미래신화 2

여기는 달의 뒷면. 나는 달 왕복 우주선에 파견된 비밀요원 헤르메스다. 내 임무는 달의 뒷면에 라타바 신전이 건설되고 있다는 첩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라타바교는 최근 지구상에 무서운 기세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신흥종교다.라타바는 밀레니엄 100년 후인 2100년 혼돈의 도시 변두리에서 태어난 휴먼이다. 그는 탁월한 능력으로 돈을 모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뇌만 남은 사이보그가 되어 인류의 역사가 담긴 가상공간에 살았고, 그곳에서 환생을 거듭하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몸을 벗고 라타바가 되었다. 라타바(ratava)는 그가 스스로 지은 이름인데, 아바타(avatar)의 역순 스펠링으로 '테크놀로지를 입고 신이 된 인간'을 뜻한다. 그는 이제 온라인 어디에나 존재한다.수많은 사람들을 교인으로 포섭한 라타바는 막대한 헌금으로 달의 뒷면에 라타바 신전을 건설하고 있다. 그리고 교인으로 추정되는 많은 사람들이 최근 의문스런 죽음을 맞고 있다. 여기까지가 내가 임무를 시작할 때 제공받은 정보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과연 라타바 신전이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라타바가 계획하고 있는 최종목표는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내 임무다.달의 뒷면에 도착했을 때 어이없게도 신전은 거대한 규모로 버젓이 지어져 있었다. 그곳에 도착한 순간 모든 기기들은 먹통이 되었고, 나는 신전으로 잠입했다. 은빛 신전은 그 자체로 거대한 디지털 성전이었다. 벽면에는 영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써로게이트 바디(surrogate body)들이 기사처럼 도열했고, 신전 안쪽에는 라타바가 관음상처럼 서 있었다. 은빛 광채에 휩싸인 라타바가 미소를 머금은 채 나를 바라볼 때, 그녀의 손에는 놀랍게도 살아있는 붉은 꽃 한 송이가 들려있었다. 꽃을 본 순간 나는 그녀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나는 수천 개의 눈으로 지상을 내려다 보았다. 그곳은 욕망과 테크놀로지가 뒤엉킨 혼돈이었다. 오염된 자연은 시들어 가는 가이아.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때가 오니, 너희 깨어있는 자들은 몸을 벗고 휴거 할지니라. 몸은 욕망의 근원, 몸을 버리고 메모리가 되어 영생을 누릴 것이라."전 재산을 헌납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인들은 라타바 신전에 다운로드되었다. 이제 라타바 신전은 우주선이 되어 목성의 위성 유로파로 출발할 것이다. 그곳에서 새로운 인류, 노아 프로그램이 시작된다.유한한 몸을 벗고 영생을 누릴 수 있는 라타바 신전. 인간이라면 라타바를 거부하기 힘들다. 그러나 나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고장 난 통신 대신 오히려 라타바의 채널로 이 모든 정보를 송신하고 있다.젠장, 맞다. 나는 안드로이드다. 인간이 아닌 기계다. 들리는가? 나는 이 모든 첩보를 지상으로 보낸다. 인간의 뇌는 신과 같은 무게를 지녔다는 나의 신념대로 당신들이 잘 해내리라 믿는다. 이제 최종임무를 완수하겠다. 신전을 날릴 자폭 카운트다운. 3, 2, 1...리우 영상설치작가

2021-02-24 11:42:11

[관절 클리닉] 원인모를 두통 계속된다면…경추성 두통?

[관절 클리닉] 원인모를 두통 계속된다면…경추성 두통?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조금만 몸이 피로해도 쉽게 머리가 저리는 두통 증세를 느끼는 경우가 잦다. 문제는 두통은 10명 중 8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인 탓에 일시적인 증세로 치부하거나, 약 복용에만 의존하다 만성적인 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국제 두통학회 보고에 따르면 월 8회 이상 두통을 겪는다면 만성 두통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심하면 1년 이상 통증이 지속돼 일상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두통의 원인을 찾아서 치료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증가하면서 경추성 두통이 급증하고 있다. 두통이 한쪽 머리만 특히 귀 뒤쪽 후두부쪽에만 있거나, 두통이 있는 쪽의 눈에 통증 혹은 시력 감소가 동반하는 경우, 또는 원인 불명의 귀·턱·안면에 통증이 있는 경우라면 상부 경추의 문제를 의심해 볼 수 있다.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CT·MRI 검사, 경동맥 초음파·뇌파 검사 등을 받아봐도 원인불명의 스트레스성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후에는 흔히 진통제 처방을 받고, 이 약이 듣지 않으면 또 다른 진통제를 처방받는 일을 되풀이하게 된다.심지어는 마약성진통제나, 항경련제,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 받아 장기간 복용하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경추성 두통 및 안구·귀·턱을 포함한 안면통증이 의외로 간단한 엑스레이(X-ray)검사로 확인이 되는 경우가 있어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한번쯤 확인이 필요하다.경추성 두통은 생활습관이 원인이다. 일상생활에서 바른자세를 습관화하지 않는다면 쉽게 재발할 수 있다. 평소 컴퓨터 모니터와 시선을 수평으로 맞춰 일자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폰 역시 고개를 숙이지 말고 눈높이에 맞춰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작업 중 틈틈이 스트레칭으로 목과 어깨 등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경추성 두통의 치료방법으로 프롤로 주사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다. 프롤로 치료는 손상된 인대, 힘줄 그리고 관절에 주사해 손상된 조직의 치유를 촉진하고 통증을 감소시켜준다.목의 프롤로 치료는 초음파를 사용해 경추의 인대나 힘줄, 신경이나 동맥, 정맥 등의 중요한 구조물을 실제 눈으로 확인하면서 정확하게 원하는 부위에 주사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를 할 수 있다.배기윤 대구 완쾌신경과 대표원장

2021-02-23 14:14:49

[의창] 치과 임플란트와 치과의사 전문의 시대

[의창] 치과 임플란트와 치과의사 전문의 시대

치아가 빠진 자리에 새로운 치아를 만들려는 인류의 노력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치아가 빠진 자리에 치아 뿌리 모양의 매식체를 심어서 인공치아를 만들려는 시도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BC 2,000년 무렵의 고대 중국인의 유골에서 대나무를 뾰족하게 다듬어 치아가 빠진 자리에 박아 넣은 것이 관찰됐고, BC 1,000년경 고대 이집트 왕은 자기의 턱뼈에 구리 못을 심었다는 기록도 있다. AD 600년경 마야 여인의 유골에서는 조개껍질로 만든 앞니가 발견되기도 했다.1965년 오늘날 사용되는 타이타늄(티타늄·Titanium) 재질의 임플란트가 처음 소개된 후 치아 임플란트가 비로소 대중적인 치료법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타이타늄 재질의 임플란트는 잇몸뼈와의 생체적합성이 매우 좋아서 임플란트와 잇몸뼈가 단단한 골결합을 하기 때문에 90~95%정도의 높은 치료성공률을 보이고 있다.임플란트 보철치료는 치아가 빠진 곳의 잇몸 뼈에 기둥을 심어서 새 치아를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브릿지나 틀니가 가지고 있던 단점을 모두 극복함으로써 치과 보철치료의 혁신을 가져왔다.특히 우리나라는 우수한 품질의 임플란트를 생산해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임플란트 치료기술도 매우 발전해 있기 때문에 치과 임플란트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2014년부터 치과 임플란트가 국민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치과 임플란트는 대부분의 치과의원에서 실시하는 보편적 치과진료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그뿐만 아니라 임플란트 치료의 대중화는 치과의원에 CT와 같은 첨단 진단장비의 보급을 확대시켰다. 더불어 치과병의원의 대형화와 치과진료의 전문과목별 전문화를 촉진함으로써 치과의료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도심에서 대형 치과병원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구강내과, 구강악안면외과, 치과교정과, 소아치과와 같은 치과의사 전문과목을 표방한 치과의원도 종종 눈에 띄고 있어서 치과의사 전문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그러나 치과 임플란트의 보급이 긍정적 변화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지난 5년 동안 접수된 치과 분야 의료분쟁 중 임플란트와 관련된 것이 가장 많았다. 그 중에는 임플란트 수술과 관련된 신경손상이 분쟁의 원인이 된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임플란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분쟁이 발생한 경우도 다수였다.임플란트 사용자들은 임플란트 치아가 자연치아의 모든 기능을 전부 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임플란트 치아와 자연 치아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자연치아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치근막이라고 할 수 있다. 치근막은 치아에 대해 약간의 쿠션효과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치근막의 기계 수용기는 치아에 가해지는 압력을 감지해서 턱근육의 수축 정도와 교합력을 조절하는 기능도 하고 있다.반면, 임플란트 치아에는 이런 치근막 구조가 없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때 느끼는 치아의 촉감이 자연치아와는 약간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이해한다면 임플란트 치아를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2021-02-23 14:14:36

[경제칼럼] K자 양극화 해결책은?

[경제칼럼] K자 양극화 해결책은?

지난해 대구경북의 취업자는 4만7천여 명이 감소했다. 전국 취업자 감소의 21.3%를 차지한다. 올해 1월의 일자리 고용 지표 또한 상당히 악화돼 취업자 증감과 실업자 지표만 보면 IMF 때와 비슷하거나 더 어려운 상황이다.코로나19가 원인이라고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이미 여러 구조적인 문제로 일자리를 포함한 지표들은 약화되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지표 약화를 가속화했다.하지만 최근 정부와 지자체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은 여전히 '방역' 자체 현안에만 몰입되어 있다. 급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방역과 경제 사이 정부의 깊은 정책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상황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초기에 보여준 대응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단기 지원 사업은 있는데 중장기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코로나 이후 우리 경제의 회복 경로가 V자인지 L자인지를 두고 논쟁이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K(K-shaped Economic Recovery)자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도 'K자 양극화'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과 고민은 보이지 않고 뚜렷한 정책적 방향성도 없다.코로나 블루 혹은 코로나 블랙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일상의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계층 간, 지역 간, 업종과 직종 간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 회복 방안과 정책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또한,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자산, 소득, 교육 측면에서 양극화는 보다 심화되고 있다. 계층 간 양극화는 단기에 완화되지 않고, 중장기적인 경로 의존성을 가지고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벼락거지 신조어를 탄생시킨 자산 격차의 발생은 그 격차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으로 진전될 것이다. 1분위 소득계층과 5분위 소득계층 간의 격차가 심화될 것이지만 보다 우려되는 것은 소득 2분위와 3분위 소득계층의 하향평준화로 중산층인 허리 계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초중등 학생과 대학생 등 청소년 세대는 동일 교육을 받은 여타 세대와 비교해 교육 수준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중간층 학력을 가진 학생들이 줄어들어 교육에서도 세대 간 양극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정부와 지자체는 양극화 극복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에 충실하면서 혁신 성장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비상시국일수록 공공은 시장원리의 기본 원칙을 따르면서 최소한의 정책 개입과 조율이 중요하다. 정부 주도의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최소화되어야 한다.성장이냐 분배냐는 정책 논쟁에서 성장과 분배가 모두 중요하듯이, 서로 상반된 것으로 보이는 경제와 방역 사이 극단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중도 정책에 대해 시장에서의 신뢰 확보를 항상 고민할 필요가 있다.혁신성장은 산업구조 조정과 규제 혁파 및 기업가정신을 발현하는 전략으로 지역 일자리나 경제 활성화 대책과 연동될 수 있다. 생산성 증대나 일자리 창출의 긍정적 외부효과(External Effects)를 이끌어 내는 혁신 지표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성장 성과가 실제 생산성 증대나 일자리 창출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대구경북 지역의 소득 및 일자리 모두에 플러스 외부효과를 미치는 혁신지표는 특허 수, 지식제조산업 비율, 기업 집적 활성화로 분석됐다. 포스트 코로나19 시기 기업가정신을 일깨우는 정책과 기업 성장을 반영하는 제조업 분야 지역 혁신 일자리 모델 정립의 필요성을 시사한다.소득 및 일자리 증가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 대책도 중요하지만 이에 영향을 주는 혁신지표를 발굴하고, 혁신지표의 긍정적 외부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 마련이 보다 중요하다. 또한 금융과 노동 관련 규제로 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닌 기업이 혁신성장에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2021-02-23 14:02:05

[기고]한미동맹, 깨지면 어떻게 될까

[기고]한미동맹, 깨지면 어떻게 될까

북한은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75주년을 맞아 심야 열병식을 한 데 이어 지난달 14일에도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을 하면서 수중 탄도미사일 신형 SLBM과 남한 타격용 단거리미사일(사거리 400~600㎞)을 완성했다고 위협하면서 미국에 얽매이지 말고 한미동맹을 깨고 자주적으로 남북대화를 하자고 했다.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국가 방위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핵전쟁 억제력을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도 했다.그러나 우리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사에서 북한에 코로나 방역 지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가동, 남북 비대면 화상회의 등을 제의했고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UN 제재는 남북협력의 장애이며 국제적 제약 때문에 4·27판문점선언을 이행 못 한다고 아쉬워했다. 3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북과 협의 후 실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국과의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반대,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체제 편입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입)이나 한미 연합 훈련 축소 등은 우리의 안보 전략과 배치되는 것이다.최근 중국의 남지나해 인공섬 처리 문제나 중국의 패권을 봉쇄하는 전략으로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만들어 항공모함까지 배치, 훈련 중이며 여기에 영국, 독일, 프랑스 등 EU국 군함까지 가세해 중국 봉쇄를 진행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지휘체계도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의 지휘체계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한반도 상황이 급변하는 현재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동북아시아 정세 변화에 맞지 않는 우리의 안보 태세와 느슨해지는 사회 분위기가 심히 우려된다. 전쟁에서 핵 없는 나라는 핵보유국에 무릎을 꿇게 된다. 한미동맹이 깨지고 미군이 철수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한미동맹의 핵심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1953년 7월 27일 6·25전쟁을 종식시키는 휴전협정 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그해 10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 한미동맹은 일방적 시혜가 아니고 상호 방위를 약속하는 군사동맹이다. 70여 년 동안 한미동맹 시대에 살면서 6·25 남침으로 폐허가 된 이 나라를 세계경제 10위권으로 만들었다. 이는 한미동맹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한미동맹이 깨진다면 북한은 적화통일을 시도할 것이다. 또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하는 일본은 "싸우고 빼앗길래 아니면 그냥 내놓을래"라고 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에 일본을 핵심축으로 삼고 있다. 한미동맹이 깨지면 중국이 한국을 가만히 놔둘 것인가. 우리는 아시아 강대국인 중국과 관계를 유지하며 버티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종주국 행세를 할 것이며 반면 미국과 일본은 우리와 적국이 될 것이다.그뿐만 아니다. 달러가 빠져나가고 외국 기업은 물론 한국 기업, 한국 돈도 빠져나간다. 국제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주식도 폭락할 것이다. 안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60만 우리 국군보다 2만8천 명의 주한미군을 더 두려워한다. 한미동맹이 깨지면 불가피하게 우리 국방비는 지금보다 몇 배가 더 소요되며 장병 근무 연한도 북한처럼 10년으로 연장해야 할 것이다. 남북이 통일되고 우리 국력이 세계 4위나 5위가 된다 해도 우리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다. 이웃에 강대국이 있는 나라는 다른 지역의 강대국과 동맹을 맺어 국방을 하는 것이 상책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상 한미동맹은 필수적이란 것을 명심하자.

2021-02-23 12:02:09

[매일춘추] 대구는 지금 마을방송국 시대

[매일춘추] 대구는 지금 마을방송국 시대

대구에도 마을방송국이 생긴다. 달성토성마을방송국(서구), 안심마을방송국(동구), 앞산마을방송국(남구) 그리고 수성마을방송국(수성구)까지 모두 4곳이 개국을 준비 중이다. 이달 28일 2시에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첫 공동개국방송을 시작으로 대구에서도 본격적으로 마을방송국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마을방송국이라는 명칭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 잠시 부연하자면, 마을 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지역 주민 스스로 프로그램 콘텐츠를 제작하고 운영하는 비영리방송을 의미한다.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마을미디어가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이러한 시대이기에 마을미디어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소수의 주류 미디어 플랫폼이 확대되고 강화될수록 미디어 소외의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 모든 매체의 관심이 하나의 이슈와 담론에 집중되면 될수록 더욱 그렇다. 정작 실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현안과 내 이웃의 이야기는 접할 길이 없다.위기의 순간, 이런 문제는 더 극명해진다. 코로나19 확산 공포로 국가 전체가 멈춘 것 같았던 작년 봄, 내 주변의 정보와 이웃의 상황처럼 가장 필요한 콘텐츠를 빠르게 전달해 준 것은 전국방송이 아닌 지역의 언론 그리고 소규모 미디어 채널들이었다. 지역밀착, 생활밀착의 가치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값지다.마을미디어의 중요한 가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민주도형 마을미디어는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와 직접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초석이다. 마을 안에는 모든 것이 있다. 의료, 교육, 보육, 도시계획, 문화 등 해결해야 할 크고 작은 의제들이 있다. 마을방송국은 곧 내가 사는 마을의 정보공유 플랫폼이자 공론의 장이 된다. 작게는 방치된 어린이놀이터를 개선하는 문제에서부터 크게는 마을 내 특정시설의 이전에 이르기까지, 더 나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다.내가 속한 마을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은 구성원들의 참여와 소통을 전제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미디어는 마을공동체 번영의 필수조건이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마을미디어의 역할과 위상이 크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활동 중인 마을미디어는 313개에 달한다. 안타깝게도 대구의 마을미디어 숫자는 한 손으로 꼽을 만큼 적었다. 이번에 문을 여는 4곳의 마을방송국이 더 많은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한다. 마을미디어야말로 다다익선이다. 온택트(Ontact)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이승우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창작지원팀장

2021-02-23 12:01:18

[종교칼럼] 업에 대하여

[종교칼럼] 업에 대하여

업에 대해 확실한 뜻을 알지 못하고 추상적인 생각으로 말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자식이 속을 썩여도 내가 업이 많아 이런 과보를 받는구나? 내가 무슨 업이 있어 저런 사람을 만났는지? 사람들은 갑자기 큰 병이 오거나 어려움을 당하면 내가 무슨 업이 많기에 이런 고통을 받는지 모르겠다. 죄 짓지 않고 착실하게 열심히 살아 왔는데 왜 하필 내가 하면서? 회환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럴 때 보면 과거 자신의 행동과 말과 생각을 살펴보면서 원인을 알아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운명론으로 자신을 위로하곤 한다.불교의 진리로 본다면 본인이 지어놓은 것에 대한 업인의 결과를 받는 것은 당연한데 마치 짓지 않는 과보를 받는 것 같아 매우 억울해 한다.업에는 별업(개인의 업)과 공업(함께 짓는 업)의 두 종류가 있으며 선업과 악업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별업은 개인의 몸, 입, 생각의 삼업으로 내가 짓고 내가 받는 것이다. 몸으로 짓는 세 가지 업은 살생하는 것, 도둑질 하는 것, 삿된 음행이 있다. 입으로 짓는 네 가지 업은 거짓말, 남을 속이는 말, 이간질하는 말, 욕하는 습관이다. 생각으로 짓는 세가지업은 탐심, 진심(嗔心), 어리석은 마음이다. 개인의 업으로 어떠한 지나간 행위도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본인이 지은 업으로 인한 결과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이며, 앞으로 업보를 받지 않으려면 참회로서 뉘우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모르고 막연한 업이라고 생각하면 허무하기가 짝이 없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불교에서는 '삼시업'(三時業)이라 하여 업을 지어 과보를 받는 시간적 차이를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첫째는 순현업이다. 현생에 짓고 현생에 받는 것이다. 둘째는 순생업이다. 전생에 짓고 금생에 받거나 금생에 짓고 내생에 받는 것이고, 셋째는 순후업이다. 선업이나 악업이 커서 여러 생애 동안에 공덕이나 죄업을 받는 것이다. 현생에 지은 것이 아닌데 지금 받고 있는 것은 전생의 업이 지금 그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죄를 많이 지어 못 살아야 할 사람이 버젓이 잘사는 사람도 있고, 진실하고 착하게 사는 사람도 가난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바로 이것은 전생에 있었던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생의 과보는 내생에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그 예로 어린아이가 현생에 배우지도 않았는데 재능이 뛰어난 것을 종종 볼 수 있다.이것은 전생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함께 짓는 공업으로는 우리가 요즘 느끼는 미세먼지나 공해로 인한 발병이라든가, 코로나로 인해 온 국민이 괴로움을 받고 있는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개인이 짓는 업의 과보로 받은 것은 아니다. 어디선가 공동적으로 원인이 만들어져 그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산업화를 겪으면서 잘살아 보겠다고 공장들을 짓고 매연을 내뿜은 것들이 어찌 개인의 잘못이라 할 수 있겠는가? 생활은 옛보다 훨씬 편해졌지만 주변에 알지 못하는 병들의 고통은 우리가 감내해야만 하는 함께 지은 업의 결과라고 하겠다. 나 개인이 아무리 잘살고 깨끗하게 살아간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지구상에 점점 탁해져가는 공기를 볼 때마다 세계가 함께 발전하는 만큼 환경에 대해서도 함께 삶의 태도와 생활양식, 가치관에 대한 성찰이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미세먼지와 전염병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개인이 지어서 결과를 받는 업이든, 함께 지어서 함께 받는 업이든, 그 결과는 시간의 차이를 두고 나타날 뿐이지 전혀 원인이 없었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도 모두 우리가 지은 업의 과보임을 인식하여 지금이라도 후대를 위해 청정한 공기를 넘겨주려면 개개인의 삶의 가치관이 바뀌어져야 할 것이다.대현스님 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2021-02-23 11:59:55

[특별기고] ‘사투리 UCC 백일장’ 폭발적 반응

[특별기고] ‘사투리 UCC 백일장’ 폭발적 반응

김동욱 계명대 교수 작품·반응 평가계명대·매일신문 보존 노력 등 결실유튜브 동영상 활용 전국 최초 대회출품작 수준 뛰어나 웃음·감동 선사 계명대학교와 매일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사투리 UCC 경진대회는 유튜브 동영상을 활용한 전국 최초의 사투리 UCC 백일장 대회이다. 이 대회는 계명대학교가 오랫동안 가져왔던 사투리의 보존과 확산에 대한 노력의 첫 결실이며, 지역 대학이 지역사회와 함께 펼치는 의미 있는 행사라고 여겨진다. 이 대회를 통해 우리는 '정말 사투리는 촌스러우며 고쳐야 할 대상일까' '표준어를 우월하게 여기고 사투리를 열등하게 보는 생각이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고방식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나아가 대학이 사투리의 보존과 확산을 선도해 지역 사랑과 지역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면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보람이 더욱 크다 할 수 있겠다.사실 인류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의 서울과 지방, 그리고 서울말과 사투리에는 어떠한 우열도 없다. 단지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으면서 사투리는 변방의 언어로 전락했고 소멸의 길을 걷게 되었을 뿐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세상의 한계를 규정한다"고 했다. 그만큼 언어는 우리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다가올 시대의 주역이 될 우리 대학생들이 사투리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계명대학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투리 활성화에 대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던 터에 지역의 대표 언론사인 매일신문이 이 취지에 공감, 계명대학교와 공동으로 이 대회를 열게 된 것이다. 처음으로 열린 이 대회는 기대 이상의 수확을 거두었다고 자평한다. 제출된 작품의 숫자도 예상을 뛰어넘었거니와 출품작의 수준도 매우 뛰어났다. 어떤 작품은 보는 내내 웃음을 자아냈고, 어떤 작품은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사투리가 지닌 매력과 힘이었다. 유튜브 동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연세가 높은 분들의 참여가 활발했던 점 또한 의외의 성과였다. 심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의 관심 또한 뜨거웠다. 본선에 진출한 30작품을 대상으로 시민 참여 점수를 반영키 위해 개설한 유튜브 채널은 단 일주일 만에 수백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어떤 영상은 수천 번의 조회수를 기록, 사투리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과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이번 대구경북 사투리 UCC 백일장을 통해 많은 분들이 대구경북 사투리의 매력에 빠져들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또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체들도 사투리 확산에 동참해주길 기대한다.김동욱(계명대 국어국문학 교수 겸 대회 심사위원)

2021-02-22 19:10:03

[세계의 창] 반과학 운동

[세계의 창] 반과학 운동

현대인의 긴 수명과 높은 생활수준은 농업, 의료, 산업에 적용된 과학과 기술에 기인하는 바가 커다. 과학기술의 채택에는 불합리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무조건적 환경 제일주의, 충동적 백신 불신이 그 예다.지난주에 닥친 한파로 텍사스주에서 전력 수요가 급등하고 전력 생산은 급감하면서 수백만 가구가 정전을 겪고 있다. 근본 원인은 과학을 무시한 탈화석연료 정책이다. 환경운동가들의 영향으로 미국 정부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많은 보조금을 주어왔다. 그 결과 텍사스주는 풍력이 전체 발전의 42%에 이르게 되었다. 한파로 풍력발전의 93%가 중단되자 정전 사태가 난 것이다. 석탄 발전과 천연가스 발전을 각각 47%와 450%로 늘렸지만 역부족이었다.GM(유전자 변형) 기술이 농작물에 적용되면 생태계가 파괴된다면서 GM 반대 운동을 벌이는 사람도 있다. GM을 이용한 대규모 기업농은 환경을 오히려 개선한다. 미국은 GM의 도입으로 작물 생산량이 44% 증대한 반면, 화학비료 사용량은 불변이고, 살충제 사용은 44% 감소했다.백신 보급에도 반과학 운동이 있다. 안티 백서(Anti-Vaxxer)라 불리는 백신 접종 거부자는 백신의 안전성이 검증되어도 이를 불신하고 대량 접종을 반대한다.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백신을 발명한 것은 1796년이지만 천연두가 세계적으로 퇴치된 것은 1980년이다. 백신의 완전 보급에 약 200년이 걸린 것이다.천연두 백신의 종주국 영국도 천연두 백신을 대량 보급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렸다. 백신이 살을 파낸다는 등 낭설과 의학 불신 때문이다. 1867년 들어 아동의 백신 접종이 의무화되자 10만 데모대가 죽은 아동의 관을 따라 행진하면서 제너의 화형식을 행하자 정부는 의무 조항을 폐지해야 했다.미국의 경우 현재까지 화이자나 모더나가 제조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접종 횟수는 5천800만 회이다. 이미 1천600만 명이 풀 도스(2회 접종)를 받았다. 공급량이 더욱 증대한다지만 예상 밖의 변수가 있다. 연방식약청이 엄격한 안전성 검증을 통과했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인구의 31%가 백신을 맞지 않고 안전성을 더 지켜보겠다고 한다. 이 백신 유보파 비율은 흑인 43%, 히스패닉 37%로 특히 소수인종에서 높다.백신 전반에 대한 불신과 거부는 오래된 사회운동이다. 하나의 예는 미국의 라임병(Lyme disease) 백신 거부 운동이다. 라임병은 사슴에 기생하던 진드기가 풀에서 사람의 몸으로 옮겨와 전염을 일으킨다. 관절염, 만성피로증, 심장병, 신경계 질환, 그리고 사망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병이다.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진단이 늦어 시기를 놓치면 완치가 힘들므로 예방이 최선이다. 라임병은 1970년대 초 코네티컷주의 라임시 아동들에게서 발견된 이래 급격히 증가해 왔다.라임 백신은 이미 1990년대 말에 개발되었다.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의 리메릭스(LYMErix) 백신은 80%의 예방 효과가 인정돼 1998년에 식약청의 승인을 받았다. 2001년까지 투여된 140만 도스 가운데 불과 905건의 가벼운 반응이 보고되었고 관절염 발생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백신 저항 운동가와 이에 동조한 언론은 백신 부작용을 과대 선전했다. 여론 악화로 매출이 격감하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자발적으로 2002년에 판매를 중지했다. 경쟁사인 파스퇴르메리유콘놋(Pasteur Merieux Connaught)도 백신 이뮤라임(ImuLyme)을 개발했지만 식약청에 승인 신청을 취소했다.라임병은 미국에서 현재 매년 40만 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질병통제예방센터가 10대 매개체 전염병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인체용 라임 백신은 생산되지 않지만 애완동물용 라임 백신은 이미 나와 있다. 라임 백신은 사람보다 동물이 먼저라는 웃지 못할 일이다.17세기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하다 교회의 박해를 받았듯이 반과학 세력은 지금도 건재하다. 21세기 한국의 감사원장은 월성원자력발전소의 경제성을 밝히려다 탈원전 정권의 미움을 받고 있다. 일부 과격 운동가가 아니라 정권에 의한 반과학 운동이어서 충격이 더하다.

2021-02-22 11: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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