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박원재(율곡연구원장)

[삶 갈피] 마음의 흰자위

얼마 전 SNS 대화에 쓰이는 이모티콘 한 세트를 거금 2천원을 주고 구매했다. 지금까지 그런 데 돈을 쓰는 것은 감성팔이 상술에 넘어가는 바보짓이라고 생각해왔으니, '거금'이라 해도 결코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뀐 것은 역시 그것이 지니는 대화의 경제성 때문이다. 백 마디 말보다 한 개의 이모티콘이 더 많은 감정을 압축적으로 전달해주는 것을 누차 경험한 터에 그 매력을 끝까지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고백건대, 물론 여기에는 이미 아낌없는 투자로 이모티콘 사용에서 신공(神功)을 자랑하는 지인들에 대한 부러움도 한몫했다.기실 이모티콘 시장은 이미 3천억원을 넘어섰고, 억대 매출을 달성한 것도 1천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모티콘은 기본적으로 SNS 대화에서 감정을 전달하는 기호이다. 일상의 대화는 논리가 아니라 감정을 교환하는 행위이다. 설령 논리의 전달이 목표일지라도 그 대화의 성공 여부는 오고 가는 말들에 묻어 있는 감정의 색깔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상례이다. 상대와의 불화를 이성적으로 풀어보려고 시작한 대화가 감정의 개입으로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진 경험을 한 사람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그렇다면 이모티콘의 유행은 사람들이 그만큼 감정의 교환에 목말라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문자는 감정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엄지손가락이 아무리 불가사의한 속도로 자음과 모음을 터치하며 감정을 실어 날라도 상대에게 전달되는 것은 매양 문자의 시체들뿐이다. 그러니 호모 커뮤니쿠스(homo communicus·소통하는 인간)인 인간이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비대면(非對面) 대화가 일상이 되어버린 작금의 상황에서 감정의 허기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집 마당에 키우는 개에게서도 이따금 그런 허기를 발견한다. 어쩌다 주인을 잘못 만나 거실 소파가 아니라 마당 한 쪽 울타리 속에서 지내는 놈들이다. 모두 세 마리인데, 그중 한 놈의 행동이 재밌다. 놈은 내가 마당으로 내려서면 니가 어디로 가든 나는 관심 없다는 듯이 개집 입구 턱에 고개를 괴고는 미동도 않는다. 그러다가 내 발걸음이 자기 쪽으로 향한다는 판단이 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득달같이 쫓아 나와 울타리에 매달려 애교를 떤다. 하지만 나는 놈의 그런 행동이 무관심을 가장한 것이라는 점을 늘 먼저 알아챈다. 놈의 눈에 있는 흰자위 때문이다. 흰자위와 눈동자가 형성하는 여백의 구도가 놈의 관심이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두 놈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놈들의 눈자위는 짙은 갈색이어서 눈동자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까닭이다.동물들은 일반적으로 흰자위가 없거나 있어도 부위가 넓지 않다고 한다. 이에 비하여 사람의 눈은 인종을 불문하고 흰자위가 발달해 있다. 이유가 뭘까?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기능을 함으로써 의사소통의 중요한 보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진화의 과정에서 '머리'보다 '마음'의 전달이 생존에 더 필수적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달은 우리 조상들이 그 수단의 하나로 흰자위를 발달시켜 온 것이리라. 그렇다면 이모티콘은 상대에게 지금 자신의 마음의 방향을 암시하는 '마음의 흰자위'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이모티콘은 눈빛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지닌 호모 센티엔스(homo sentiens·느끼는 인간)의 후예들이 갈수록 일반화되어 가는 비대면 대화 문화 속에서 그것을 대신할 요량으로 개발해낸 도구라 할 것이다. 나 또한 그 종(種)의 후예이니, 앞으로 이모티콘 구매가 잦아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어쨌거나 전화비 명세서를 받아든 아내로부터 수시로 핀잔받을 일만 늘어나게 생겼다. 그나저나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라는데, 국민의 대표가 되려는 사람들도 자신의 마음의 흰자위부터 솔직하게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민의를 대변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마음이 실제로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유권자들이 알 수 있게 말이다.

2020-02-03 18:00:00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日常중국] "우한 찌아요우!"-우한인이여 힘내라

베이징에서 직장을 다니는 딸은 춘제(春節·설) 연휴가 끝났지만 아직 베이징으로 돌아가지 못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의 기세가 꺾이지 않아 중국 당국이 춘제 연휴를 2일까지 연기한 데 이어 9일까지 휴업 조치를 내렸지만 아마도 10일 이후에도 당분간은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베이징의 사정은 신종코로나의 진원지인 우한 등 후베이성(湖北省)보다는 낫지만 중국 전역이 봉쇄됐다고 할 정도로 항공편과 기차 및 시외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은 꽁꽁 묶였다. 베이징시 당국이 수도인 '베이징 봉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뒤 '사재기' 행태가 다소 주춤해진 것 같지만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하는 일은 전쟁일 것이다.베이징 사정과 다르게 후베이성 주변의 충칭시와 후난성, 저장성, 장시성 등 창장(長江·양쯔강) 주변의 분위기는 사뭇 비장하다.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당국이 감염 정보는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는 모양이다.춘제 연휴 막바지부터는 신종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한지역 중국 의료진과 봉쇄된 우한에 고립돼 있는 우한시민들을 격려하는 '우한 힘내라'(武漢 加油!) 캠페인이 중국 전역에서 펼쳐지면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한과 후베이성 출신 중국인에 대한 눈총과 차별 격리조치 등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의 공포와 정면에서 맞서 싸우고 있는 우한인과 의료진에 대한 격려는 국경과 인종을 떠난 인류애의 발현이라는 점에서 세계인의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신종코로나의 초기 정보를 축소·왜곡하면서 확산시키는 데 책임이 있는 당국에 대한 비난은 뒤로 미루자. 2002년 사스 사태 때는 '안심하라'며 감염자 수를 축소 발표했다가 뭇매를 맞고 곧바로 경질된 베이징시장과 위생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의 사례는 기시감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초기 대응에 실패한 베이징의 지도부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이 날아갈 터이니 말이다.우한 격려 캠페인은 곧바로 중국의 유명 연예인과 중국 국영기업, 외국 투자기업들의 기부 행렬로 이어지고 있다.그중 눈에 띄는 기부는 62세의 유명 코디미언 자오번산(趙本山)의 1천만위안(약 17억원), 농민 가수 주즈원(朱之文)의 20만위안(3천400만원)이다. 이미 200여 명의 스타들이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나섰다. 대부분 10만~20만위안의 성금을 기탁하는데 고작 2천위안(34만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 내느니 못할 정도로 비난을 받고 있는 사례도 있었다. 중국 내에서 청순한 이미지로 잘 알려진 '선웨'(沈月)가 그 장본인이다.자오번산의 통 큰 기부 액수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하는 주즈원의 20만위안 기부도 화제를 낳고 있다. 중국판 K팝 스타에 나왔던 농민 가수 주즈원은 TV 출연 당시 입고 나온 낡은 '인민복 외투'로 인해 '외투형'(大衣哥)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고 있다. 그는 산둥성 자신의 고향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민복 외투를 입은 채 삼륜차를 몰고 20만위안의 현금을 직접 당 서기에게 전달했다.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가수이지만 그는 여전히 농사를 짓는 농민 가수로 큰 돈을 벌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 가수에게 20만위안은 엄청난 거금이다. 그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그는 "내가 번 돈은 누구의 돈인가? 내 노래를 듣고 좋아하던 관중의 돈이며 국가의 돈이다. 사회에 보답하는 것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중국 스타들의 애국심(?) 넘치는 기부 행렬이 신종코로나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중국 공산당과 당국에 대한 비난을 비껴가는 계기로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통제와 애국심이 동시에 적절하게 작동되고 있는 곳이 오늘의 중국이다.'우한'은 중화문명의 양대 원류 중 하나인 창장(長江·양쯔강)의 중심 도시다. 청 제국을 무너뜨린 우창(武昌)봉기는 신해혁명으로 이어졌다. 문화대혁명 발동 직전 마오쩌둥 주석은 우한에서 전용열차를 멈추고 장강에 뛰어들어 30리를 수영하면서 건재를 과시한 바 있다.'우한인이여 힘을 내라'.

2020-02-03 18:00:00

[세월의 흔적] <59> 정월 대보름…온 마을이 함께 한 해 안녕·풍년 기원

'설은 나가서 쇠도 보름은 집에서 쇠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지닌 의미는 객지에 나간 사람이 부득이한 일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보름에는 꼭 돌아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월 대보름은 한 해 농사의 풍년을 소망하며 준비하는 시기로, 보름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농사짓기가 시작된다. 따라서 보름까지는 집에 와서 생계이자 생존을 위한 농사짓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정월에 드는 설과 대보름은 상호보완적이라 할 수 있다. 설날이 개인적 패쇄적 수직적인 피붙이들의 명절이라고 한다면, 대보름은 개방적 집단적 수평적인 마을 공동체의 명절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두 관념이 서로 엇갈리며 달의 생성과 소멸 주기에 따라 긴장과 이완, 어둠과 밝음, 나에서 우리로 교체 또는 확장되는 일원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둥근달을 통한 풍요 관념의 실행이라 하겠다.대보름날에는 약밥 또는 오곡밥 먹기·묵은 나물 먹기·부럼 깨기·귀밝이술 등을 먹고 마신다. 풍년을 비는 기복행사로는 볏가릿대 세우기·복토(福土) 훔치기·다리 밟기·나무 시집보내기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달집태우기·달불이·집불이·소밥주기 등을 행한다. 그리고 제의와 놀이로는 지신밟기·별신굿·안택고사·용궁맞이·기세배(旗歲拜)·쥐불놀이·오광탈놀음 등이 있다. 이 같은 행사들은 마을이라는 공동체의 이로움을 위한 집단행사라 할 수 있다.부럼 깨기는 오래 동안 광범위하게 전승되어 온 우리네 민속이다. 기록에 따르면, '옛 풍속에 정월 대보름날 호두와 잣을 깨물어 부스럼이나 종기를 예방하였다. 궁중에서는 임금의 외척들에게 견과류를 나누어 주었고, 시정에서는 밤에 불을 켜놓고 그것들을 팔았는데, 집집마다 사 가느라 크게 유행하였다.'고 적고 있다.이 같은 부럼 깨기는 이를 튼튼하게 한다는 주술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날밤·호두·은행·땅콩 같이 딱딱한 것을 이용하는데, 때로는 그보다 부드러운 무를 대용하기도 한다. 대체로 여러 가지를 함께 골고루 마련하여 가족 구성원들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였다. 이 같은 견과류는 집집마다 보름 전날 미리 물에 씻어 준비해 두었다가 보름날 아침에 저마다 어금니로 힘주어 한 번에 깨물면서 "부럼 깨물자" 또는 "올 한 해 무사태평하고, 부스럼 안 나게 해 주소서" 한다. 이 같은 의례는 정초의 세시풍속인데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뜻이 더해져 우리네 세시풍속으로 자리 잡았다.귀밝이술은 대보름날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 귀가 밝아지라고 마시는 술이다. 남자 어른부터 남자아이, 여자 어른과 여자아이까지 모두 마신다. 그러나 아이들은 술을 입술에 묻혀만 주고 마신 것으로 하였다. 그때 "귀 밝아라, 눈 밝아라" 하며 덕담을 하였다. 평소 술자리를 함께하지 못하던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도 귀밝이술을 함께 마셨다. 그리고 술을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은 벽사(辟邪)의 의미가 있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20-02-03 18:00:00

정석윤 교수

[기고] 누가 뭐래도 독도는 우리땅!

일본 정부가 22일 '다케시마(竹島)의 날'을 앞두고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자료 등을 전시한 '영토·주권전시관'을 확장·이전해 우리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20일 도쿄 미나토구 도라노몬 미쓰이빌딩에서 개관한 이 전시관은 총면적(673㎡)이 구 전시관(100㎡)보다 무려 7배나 커졌다고 한다.특히 전시관 천장에 걸린 대형 지도에는 독도부터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이 모두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들어 있다는 일방적 주장과 일본 본토와 EEZ를 합친 영역을 '일본국'이라고 표시해 피해국들의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2003년 한국으로 귀화한 일제강점기 전문가 호사카 유지(保坂祐二·61) 교수는 우리 국민들의 독도 영유권에 관한 논리적 증거 미인식에 관해 따끔한 충고를 전했다. 그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연구를 위해 한국으로 귀화를 결심했고, 현재는 일본이 자신들의 영토라 주장하는 독도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독도지킴이'로 불리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이다. '한국인'이지만 그는 '호사카 유지'라는 이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그는 "한국인은 정서적으로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인식은 강하지만 논리적인 부분과 실제 독도에서 실효적 지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국민 스스로 독도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고 실효적 지배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 독도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일본과 어떤 분쟁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우리에게 소중한 영토이며 자산이다. 또한 경제적인 측면과 지정학적인 면에서도 가치가 매우 높아 독도 주변의 바다는 명태, 오징어, 상어, 연어 등 다양한 물고기들이 많이 잡히고 바닷속에도 다시마, 소라, 전복 등 해조류가 다양하게 서식하며 상당량의 지하자원이 묻혀 있는 곳이다.그럼 실효 지배는 어떻게 더 강화해야 할까? 우리 땅 독도에는 주민이 살고 있다. 서도에 현재 3인이 거주하며 어업으로 생활하고 있고 동도에는 소대 병력의 독도경비대가 주둔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그 지배력이 미약하다는 설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어업뿐 아니라 주민들끼리의 생산자 협동조합 단체가 결성되고 경비대원들이 준조합원이나 명예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국제적으로도 실효적 지배의 국제법상 근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농업 생산성의 증진과 농가소득 증대를 통한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전국적으로 조직된 농가 생산업자의 협동 조직체인 농업협동조합 결성이 어떨까?독도에서 직접 농업인 조합원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생산하고 준조합원·명예조합원이 로컬푸드 형식으로 바로 소비하고 나머지 농축산물을 상징적으로 서울뿐 아니라 해외의 대도시에 울릉도처럼 출하도 한다면 말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협동조합 통계조사인 '2016 세계 협동조합 모니터'에 따르면 농업협동조합 부문 순위에서 대한민국의 농협이 1위를 차지할 만큼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막강하다. 심지어 개발도상국 협동조합인들은 한국 농협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현실이다.우리 국민들의 논리적 사실 인지와 교육계에서의 지속적인 교육을 병행하고 가칭 '독도농협' 개설 등을 통해 실효적 지배를 강화해 일본의 어이없는 만행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2020-02-03 15:22:31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세계의 창] 경제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문정부 소득주도성장이란 이름하에제도 변경해서는 안 되는 정책 실시기업 연구개발·설비투자 여력 약화경제성장 원천 훼손시키지 말아야가난한 국가와 부유한 국가가 왜 존재하며, 가난한 국가와 부유한 국가 간의 차이가 장기적으로 확대 혹은 축소되는지, 어떻게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는가는 경제학 분야에서 아주 중요한 연구과제이다. 이 중요한 연구과제에 답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세 가지 흐름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첫째, 경제성장이론의 연구로 처음 노벨상을 수상한 MIT대학의 솔로우(Solow)는 정치, 사회, 문화적인 조건이 주어진 상태에서 한 국가의 생산력 증가는 자본과 노동의 부존량과 이들을 결합시키는 방법인 기술에 의해 결정됨을 이론과 실증으로 보였다. 솔로우는 1인당 자본 장비율이 높고, 저축 성향이 높은 경제일수록 더 빨리 부유해진다고 보았다.2018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로머(Romer)는 기술을 주어진 조건으로 보는 솔로우의 이론과는 다르게 기술 변화는 공공재적 성질과 외부성이 있는 인적자본과 지식자본의 축적에 의해서 경제 내에서 발생한다는 내생적 성장이론으로 확장하였다. 내생적 성장이론은 교육투자와 연구개발투자로 생긴 인적자본과 지식자본이 생산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스필오버 효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로머의 이론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높고, 연구개발 투자가 큰 나라가 부유해진다고 할 수 있다.둘째, 슘페터(Schumpeter)는 그의 유명한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에서 경제 발전의 원천은 기업가 정신에 의한 창조적 파괴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슘페터를 계승한 진화경제학자들은 경제의 성장과 발전은 계속적인 기술 혁신과 끊임없는 새로운 기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시대에 뒤처진 기업의 퇴출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슘페터와 그 후계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경제의 신진대사 기능 즉 효율성이 높은 기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비효율적인 한계기업의 퇴출과 축소가 활발한 나라가 더 빨리 성장한다고 볼 수 있다.마지막으로 경제성장의 원천을 제도라고 주장하는 신제도학파의 경제성장이론이다. 애쓰모글루와 로빈슨(Acemoglu and Robinson)의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 The origins of power, prosperity and poverty)에서 정치제도와 경제제도의 존재가 경제의 지속적인 번영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지리, 기후, 문화가 같으나 국경을 사이에 두고 나누어진 미국과 멕시코 마을의 확연한 빈부 차이, 서유럽과 동유럽의 차이, 그리고 산업혁명이 스페인이나 프랑스가 아니고 영국에서 발생한 이유 등의 구체적인 사례 비교를 통해서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은 최초의 작은 제도적인 차이가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가져오는 과정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우리와 북한의 현격한 차이도 신제도학파의 경제성장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신제도학파의 경제성장이론에 따르면 민주주의 수준이 높고, 개방적이고, 규제가 적은 나라일수록 더 빨리 부유해진다고 할 수 있다.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위의 경제성장이론이 제시하는 경제성장의 방법에 철저하게 따랐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짧은 기간에 압축성장을 달성한 원천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으로 대표되는 기업가의 등장과 이들에 의한 과감한 투자와 신산업 진출, 민주화의 달성과 가장 개방적인 경제체제 등을 들 수 있다.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소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하에 입증된 경제성장이론에 배치되는 변경해서는 안 되는 제도를 변경하고, 하지 말아야 할 정책을 실시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예를 들어 산업, 지역, 직종 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의 단축 그리고 법인세 인상, 회계감사제도의 변경 등과 같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효율적인 기업의 설비투자, 교육투자와 연구개발투자의 여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반면, 비용 증가분을 견디기 힘든 한계기업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서 연명시키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성장의 원천을 훼손하지 않는 경제정책을 신중하게 실시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20-02-03 15:02:02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매일춘추] 달의 주인은 누구일까?

밤하늘에 떠 있는 달에도 주인이 있을까? 어린 시절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은 달이 환하게 비춰주었고, 정월대보름에는 보름달을 보며 두 손 모아 간절하게 소원을 빌기도 하였고, 달 속에서 옥토끼가 방아를 찧으며 살고 있다는 천진난만한 상상으로 저녁 하늘 둥그런 달을 올려다보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예로부터 동양에서의 달은 어둠을 밝히는 존재로 기원의 대상이기도 하고, 꽉 찬 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며, 이지러지고 차오르면서 변화하는 달의 모습은 자연의 순리를 보여주는 긍정의 존재이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하면서 닐 암스트롱이 퍼스트 맨으로 달에 첫 발을 내딛는 장면을 수없이 보아왔지만 여전히 달은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신비의 상징이기도 하다.세계 어디에서나 누구든지 밤이면 볼 수 있는 달에도 주인이 있다면 믿지 못하겠지만 달의 소유권을 인정받은 주인이 있다. 바로 미국인 데니스 호프이다. 달의 주인인 그는 심지어 전 세계 197개국에서 달 대사관을 운영하며 달에 있는 땅을 분양하고 있다. 대체 어떻게 그는 달을 소유하게 된 것일까?1967년 제정된 UN의 외기권 우주조약에 '우주 전체는 인류의 공동재산으로 특정국가의 소유권 주장이 금지된다'는 조항을 본 데니스 호프는 그 어디에도 '개인이 달을 소유할 수 없다'는 조항이 없음을 알고 UN 등 여러 곳에 자신이 달을 소유하겠다는 편지로 보내, 급기야 법원의 소송을 통해 달 소유권을 인정받게 되었다고 한다.달을 가지게 된 그는 24달러의 가격으로 달에 있는 땅을 분양하기 시작했다. 우주여행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볼 수 없는 땅을 살까하는 기우에도 불구하고 해외 유명 인사를 비롯한 나사 직원들도 달의 땅을 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예인들의 달 구입 뉴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570만 명이 달의 땅을 구입하였다.과학자들이 우주를 끊임없이 탐구하듯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호기심의 대상인 신비한 우주의 행성 중 하나인 달을 24달러의 돈으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이 달을 구입하는 이유였으리라 생각된다.대구예술발전소 4층 벽면에는 밤하늘에 영롱하게 빛나는 달이 3m의 크기를 자랑하며 떠 있다. 달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벽면에 그려진 '문 플라워'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는 순간만큼은 나만의 달 속에서 우주를 여행하는 행복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이다. 이번 정월대보름에는 예술발전소에 떠 있는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며 소원도 빌고 무상으로 마음껏 소유해 보는 행복한 상상을 즐겨보길 바란다.

2020-02-03 11:33:33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매일춘추] 예술이 죽어가는 사회  

예술은 창의적이고 환상적인 공상을 눈과 귀를 통해 초현실적 으로 그려내는 결과물이다.예술적 표현을 위한 창작 과정 중에서는 그들의 예술가로서 꿈꾸며 노력해온 나무의 굴곡진 나이테 같은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는 행위들이 많다. 변화하지 않는 현상을 부정하며 새로움을 찾는 탈근대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계몽주의의 철학적 이론과 현상들이 바로 예술이 만들어지는 그들의 외침이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적인 혼을 담은 예술행위를 통해 주관적이고 독창적인 집념과 열정을 드러내며 그런 과정을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다시 예술적 혼을 불태운다.현대사회의 급변하는 사회적 변화 속에 그들은 때론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의 행위자들로 지탄받기도 하지만 예술적 행위에 대한 평가는 예술의 황금시대였던 과거부터 늘 변화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현대 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19세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인 폴 세잔은 살아있으면서 인정받지 못한 대표적인 화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성숙한 양식의 발전과 입체파의 발전에 큰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사후에 평가를 받았고, 이런 평가가 절대적인 호응을 얻으며 세계적인 화가로 불려지고 있다. 이들은 부유한 삶을 살기 위한 목적보다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자신의 주관적 주장을 통해서 시대를 앞서 나간 탓에 대중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했다. 예술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런 변화 속에 우리에게 존재해왔다.'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에 대해 한스 애빙은 예술가가 가난한 이유는 예술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예술가의 열정적인 활동을 위한 사회적 착취 구조와 저조한 문화 인식 때문이라고 하였다.예술은 사회에 필요한 부분으로 인식되지만 인색한 사회적 인식 구조 및 편향적인 경제시장으로 인해 그들의 작품 활동은 정상적인 수입을 벌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예술을 죽이는 이상현상이 현대사회에서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예술시장의 승자독식 구조의 편향화를 촉진하고 지나친 상업성을 통한 예술의 변질을 촉진시킨다.그럼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지원 방식으로 '팔 길이 원칙'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팔 길이 원칙'은 예술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공공의 지원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현대사회에서 예술가들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는 이유는 예술시장 실패의 속성 때문이다.경제학적 관점에서 볼때 예술은 가치재이면서 공공재로서 인정된다. 하지만 이기적인 특정 집단의 지원금 획득을 위한 비상식적 행위로 인해 예술의 진정성이 훼손되고 있다. 트렌드라 불리는 쏠림현상의 가속화는 그들의 내적 예술혼을 변질시켰고 결국 사회가 예술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변질된 예술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예술에 대한 지나친 상품화로 인해 예술의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문화의식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2020-02-02 16:01:01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이른 아침에] 대구는 문화도시 선정에 왜 탈락했는가?

대구시 추진한 문화도시 사업 대구만의 정체성 보이지 않아 문화를 통한 균형 발전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와 맞지 않아지난 세밑, 제1차 문화도시 선정 결과가 발표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예비도시로 선정되었던 10개의 도시 중 7곳은 통과되었고 김해시와 남원시, 그리고 대구시는 탈락했다. 선정된 도시들은 최대 100억원씩의 국비를 지원받게 된다. 특이하게도 대구시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총괄할 본부장을 결과 발표 바로 직전에 공개 채용했다. 심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럴 거면 진즉에 뽑았어야 했다. 아니면 결과를 지켜본 후에 하든지, 어쨌든 대구는 떨어졌고 그 바람에 더욱 낭패를 당했다.그리고 지난주, 대구시가 문화도시 추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예비도시에만 주어지는 한 번의 재도전 기회를 포기했다는 뜻이다. 사업의 성격상 대구시가 직접 하는 것보다 구·군 단위에서 일을 추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설명도 덧붙였다. 일리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나름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왜 탈락했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먼저, 다른 도시들이 모두 기초단체였던 데 비해 대구는 광역시였기 때문에 떨어졌을 거라는 말이 있다. 즉, 부잣집(광역단체)보다 가난한 집(기초단체) 먼저 지원해주자는 정부의 심리가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대구가 너무 원칙대로 일을 추진한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사업의 취지에 맞게 시민 중심으로 일을 꾸려가다 보니 진척이 더뎌졌고 그래서 행정기관이 나서 밀어붙인 다른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민 중심을 강조해 놓고 정작 심사에는 제대로 반영을 하지 않은 문화부의 잘못이 크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지역 차별을 당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야권 지역인 대구를 홀대해서 그렇게 되었을 거라는 의미다. 차라리 이런 말들이 진짜였더라면 마음은 더 편할지 모르겠으나 모두 잘못된 이야기다.대구시가 문화도시 선정에서 떨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사업 계획과 방향이 정책 목표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의 문화도시 조성사업, '새로운 리듬을 만드는 문화도시 대구'라는 제목에서부터 '대구만의 것'이 보이지 않는다. '대구'를 빼고 다른 도시의 이름을 써 넣어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 대구의 정체성이 빠졌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시민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그렇다. 소위 활동가들만 빼곡하다. 그래서 문화도시 추진을 시민 중심으로 했다는 이야기는 시민과 문화단체를 혼동했다는 소리로 들린다. 재차 이야기하지만 대구가 문화도시에 떨어진 이유는 잘못된 답을 냈기 때문이다. 정부가 원하는 일 즉, 시와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이 사업에 참여한 소위 문화기획자, 예술가, 문화 활동가, 그리고 그 단체들에 혜택이 돌아가는 일들로 사업 내용을 채워 넣었기 때문이다.한 지역의 문화는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그 자체인 동시에 그 지역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하지만 지역 간의 소득 격차가 문화 격차를 낳고 그것이 다시 경제적 격차로 이어지는 일들이 오래도록 반복되었다. 산업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수도권의 문화 자원은 다른 모든 지역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다.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종당엔 '문화가 꽃피는 나라'의 꿈마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이런 까닭에 지난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법정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이를 기반으로 나온 지역문화진흥책 중 하나다. 그 정책 목표를 개략해 보면 '문화를 통한 균형 발전과 성장', 그리고 '문화를 통한 공동체 활성화 및 사회혁신 제고'가 된다. 지역민 스스로 문화의 생산, 공유 및 확산의 주체가 됨으로써 지역을 움직이는 새로운 시스템과 동력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잘 되려면 정부 못지않게 해당 지역 또한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시 말해 문화도시를 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는 그 정책 목표에 맞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게 먼저다. 그러니 대구시는 '문화도시 선정에 왜 탈락했는가?'를 제대로 되새겨 봐야 한다. 그런 다음, 문화도시에 도전하는 대구의 구·군들을 도와야 한다. 그래야 지난 실패가 의미 없는 손실이 되지 않는다.

2020-02-02 15:44:31

정웅기 대구경북연구원 스마트공간연구실 연구위원

[기고] 대구도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해야

대구 시내버스는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으로 시민의 발이다. 2018년 시내버스의 연간 수송 실적은 6억3천만 명으로 도시철도(4억4천만 명)보다 43% 더 많다. 시내버스는 요금이 저렴해 경제적이고, 지상에서 승하차하기 때문에 교통 약자가 이용하기에 편리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시내버스 이용자는 2011년 8억1천만 명에서 2018년 6억3천만 명으로 최근 7년 동안 22.2%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자가용 승용차 이용자의 시내버스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정책은 자가용 통행을 억제하고 시내버스에 통행 우선권을 부여함으로써 시내버스 이용 활성화를 도모하는 대표적 정책이다. 버스전용차로는 통상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와 중앙버스전용차로로 구분되며,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는 대구를 비롯해 서울, 부산, 인천, 대전, 광주 등 대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다. 중앙버스전용차로는 서울, 대전, 부산, 인천 등에서만 운영 중이다.대구의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는 20개 구간, 117.2㎞이고, 중앙버스전용차로는 동대구역 주변 매우 짧은 1개 구간(길이 0.56㎞)이 운영 중이다.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의 경우에는 우회전 차량과의 마찰로 중간 단절 구간이 많고, 운영시간도 짧아 운영 효과도 미약한 실정이다.중앙버스전용차로는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의 문제점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으로 브라질 쿠리치바'상파울루, 영국 런던, 미국 보스턴'LA, 일본 도쿄'나고야, 중국 쿤밍, 대만 타이베이 등 세계 50여 개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비교적 장거리 교통축에 적절하고, 역 주변 등 만성적 교통 혼잡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유리하다.서울의 중앙버스전용차로는 2017년 현재 12개축 117.5㎞, 부산은 1개축 6.7㎞, 대전은 4개 노선 93.6㎞(광역 85.5㎞, 도시 내부 8.1㎞)를 운영하고 있으며, 운영 효과로 버스 평균 통행 속도가 서울의 경우 81.8%, 대전은 27%, 부산은 30% 증가했고, 중앙버스전용차로 구간의 버스 이용객도 2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대구시에서도 버스전용차로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문제가 많은 기존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전용차로 연속성 개선과 공급 및 운영시간대 확대,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강력한 단속 및 홍보 강화, 전용차로 구간의 인식 증대를 위한 정보 제공 강화, 전용차로 구간에서 실선 구간 비율 확대 등의 추진이 필요하다.그리고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앙버스전용차로 확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앙버스전용차로 설치 기준에 맞는 차로 수, 버스 통행량, 노선 수, 승객 수, 연속성, 효율성 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그중 특히 버스 통행량이 많고, 교통 정체가 심각하며, 가로변이 학원차량, 불법주차 차량, 택시 등으로 인해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의 기능을 전혀 못하는 구간에 대해 우선적 도입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중앙버스전용차로에 대한 충분한 의견 수렴과 더불어 체계적인 교육·홍보 시스템 구축과 버스전용차로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관련 DB 및 관리 시스템 구축 및 운용 등도 관심을 두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을 당부한다.

2020-02-02 15:37:41

종이에 채색, 34×28.3㎝,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신사임당(1504~1551) '수박과 들쥐'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전하는 '수박과 들쥐'이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 씨는 산수, 묵죽, 포도, 난초 등 여러 종류 그림을 그렸다고 하고 전칭작도 여럿 전한다. 그러나 어느 그림이 과연 사임당의 작품인지 확정할 기준작은 없다시피 한데 이런 사실은 일찍이 동주(東洲) 이용희(1917-1997) 선생이 지적한 바다. 율곡선생은 어머니의 일대기를 쓴 「선비행장(先妣行狀)」에서 "어머님께서는 늘 묵적(墨迹)이 남다르셨다. 7세 때부터 안견의 그림을 모방하여 마침내 산수화를 그리신 것이 지극히 신묘하였고, 또 포도를 그리셨다. 모두 세상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것으로 그리신 병풍과 족자가 세상에 많이 전한다."고 했다. 병풍이나 족자로 표구해 간직할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임당의 그림이 인정받고 있었던 것이다. 사임당은 생전에 그림을 잘 그린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고, 여성으로서 화명(畵名)이 거론된 이례적 존재이다.'신사임당 초충도'는 여러 점이 전하는데 '수박과 들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8폭 중 한 폭이다. 채색법이 여성의 감각이라고 느껴지는 점이 있고, 형태 묘사는 전문적인 화가의 솜씨라기보다는 아마추어의 필치로 보이며, 소재가 일상적인 것이라 보고 그렸을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운동감이 없고 정적이며 장식적인 점도 눈에 띤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소재를 아기자기하게 구성해 보는 재미를 주는 그림임에도 묘하게 품위가 있는 점도 특징이다.'수박과 들쥐'는 수박과 넝쿨, 패랭이꽃, 나비 두 마리, 쥐 두 마리를 화면 중앙에 꽉 채워 그렸다. 커다란 수박을 파먹고 있는 들쥐 두 마리도 마주보고, 나비 두 마리도 마주보고 있어 대칭 구도의 안정감이 강하다. 수박과 함께 바닥에 있어야 할 수박넝쿨이 위로 들어 올려져 나비와 같이 공중에 그려진 것은 회화적 공간에 대한 인식과 훈련이 없기 때문에 나온 표현이다. 땅을 지평선으로 그려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사임당의 초충도가 실물을 보고 그린 사생화가 아니라 자수도안의 본(本)그림일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율곡선생은 어머니가 그림 뿐 아니라 글도 잘 짓고 글씨도 잘 썼으며 바느질도 잘하고 수놓기까지 정묘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했다.화가 사임당은 아들이 언급한 산수, 포도가 아니라 초충도로 인식된다. '신사임당 초충도'는 18세기 회화 문화의 한 양상이며, 그 연원은 송시열을 비롯한 율곡학파에 의해 초충도가 사임당을 대표하는 그림으로 설정되고 일종의 문화자본을 형성하게 된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연구가 2013년 고연희 교수에 의해 나왔다. 아들이 획득한 대학자로서의 위상으로 인해 사임당은 화명을 남길 수 있었지만 동시에 화가 사임당은 재구성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의 거의 유일한 여성화가인 사임당과 그녀의 회화사적 의미, '신사임당 초충도'를 어떻게 자리매김해야할까. '신사임당 초충도'가 역사적 합리성을 가진 의미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은 분명할 것이다. 미술사 연구자

2020-02-02 06:30:00

박진용 언론인·전 매일신문 논설실장·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역사 저술가

[2020 세상 읽기] 늙은 쥐의 시사 유감

세상을 바라보는 매일신문의 시각, 디지털에서도 쭉 이어집니다. 매일신문은 2월부터 '디지털 필진'을 통해 매일신문 홈페이지와 네이버 모바일 등을 통해서 다양한 주제의 칼럼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전달합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를 넘나들며 시니어 세대의 차분한 시선과 젊은 필진의 톡톡 튀는 시각을 함께 제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매일신문 지면이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2020 세상 읽기]를 통해 느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언론인의 가장 큰 매력은 세상을 자신의 주견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주목을 받는 공인이 아니어서 행동거지에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 나이의 장벽도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다. 필자가 70을 앞두고 칼럼 집필진에 참여하게 된 것은 언론인의 무한정년을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다. 그러나 언론 현업을 떠난 지 이미 10여년, 이제는 과거의 기억과 경험만으로 글을 채울 수 있을 뿐이다.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을까마는 늙은 쥐가 독 뚫는다는 속담도 있으니 노병의 한마디 참견 정도는 남길 수 있을 것 같다.언론 뉴스의 대부분은 지난 7일 또는 10일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보도와 논평이 주를 이룬다. 그 내용은 무슨 일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는 두 가지다. 요즘의 우한(武漢) 폐렴과 문재인 정권의 괴변들이 그런 주제라 할 수 있다. 지난 몇 개월간 대한민국은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변란기사들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사안이 너무 많고 복잡해 늙은 쥐도 주머니 뒤집듯 진상을 보여주기 어려운 형편에 이르렀다.변란기사의 출발점은 문 정권 시작부터였지만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증세가 험악해졌다. 급기야 작년 12월 새해 예산안 날치기 통과를 신호탄으로 무법천지나 다름없는 사태가 본격화됐다. 한 달에 한두 건도 감당하기 힘든 변란기사들이 밥 먹듯 잇따르고 있으니 이는 정권 파국의 조짐이 아닐 수 없다.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자유민주국가의 좌파나 우파, 보수나 진보의 문제라면 지금 같은 현상이 일어나기 어렵다. 좌우나 보진은 이념적 지향은 달라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변란기사의 근원은 문 정권이 유사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데 있다. 대통령의 아바타인 전 법무장관 조 아무개 씨가 인사청문회에서 사회주의를 시인하고, 이 정권의 역사교과서가 자유민주주의 대신 (인민)민주주의를 내세운 것으로 저간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인민민주주의는 사회주의로 가는 전 단계의 정치체제다. 추 아무개 법무장관이 지난 시절 당 대표를 할 때 토지 공개념을 언급한 것은 그 전초전이 아니었던가 싶다. 어떤 범여 위성정당 대표는 국민들은 선거법을 세세히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인민투표가 요식행위에 그치니 가재, 붕어, 개구리는 투표만 할 뿐 선거의 과정이나 결과를 알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일까. 국민 협박?에 능숙한 집권당 대표도 20년 집권을 공언했으니 그것이 사회주의 체제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면 오만한 언사가 아닐 수 없다.변란기사 다발의 상황적 이유는 민주제도의 기본인 삼권 분립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입법부(집권당 및 범여 위성정당)는 행정부의 배후세력이라는 점에서 권력분립을 잠시 망각할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그들이 지난 70년간 쌓아온 의회주의 전통을 무너트리고 의회를 무법천지로 만든 사실에 대해서는 언젠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문제는 헌정질서와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면서 민주제도 전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김 아무개 대법원장은 사조직 세력을 법원 요소요소에 포진시켜 이심전심 뇌물죄로 기업과 전 정권을 옭아매고, 부정선거를 획책한 중죄인을 풀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입법부, 사법부가 이 모양이니 행정부가 거리낌 없이 무법천지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변란기사를 막을 또 하나의 민주제도가 국민여론을 수렴해서 공표하는 언론이다. 제4부로 불리는 언론의 감시기능이 살아있다면 유사 사회주의를 제어하는 것은 물론 정권의 정당성까지 박탈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 정권은 집권과 동시에 주력언론인 공영, 민영 지상파 방송을 유사 관제방송으로 만들어놓았다. 관제방송은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나 전체주의 독재국가에서 나타나는 언론현상이다. 그 결과는 명확하게 확인되고 있다. 2019년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뉴스 시청률은 2011년의 반 토막(KBS 10.1%, SBS 5.6%, MBC 4.0%)으로 추락했다. 반 토막 시청률은 지상파 방송 신뢰도의 폭락을 의미한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 방송언론 책임자들은 언젠가 국민을 배신한 대가를 치러야할 것이다.문 정권은 입법부, 사법부, 관제언론(여기에는 여론조사회사도 포함된다)을 배후 세력으로 소수의 정론매체, 1인 매체들을 여론시장의 주변으로 내몰고 있다. 그 수단으로 동원된 것이 소위 가짜뉴스와 인권이다. 뉴스라는 것은 태생적으로 진짜와 가짜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물건이다. 진실을 지향하지만 진실을 보도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언론에 뉴스를 제공하는 측이 사악한 의도로 접근하면 적어도 일정기간은 거짓으로 진실을 덮을 수 있다. 그런 나쁜 의도를 실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부류는 주로 권력을 가진 자 또는 집단이다. 이들이 가짜뉴스의 주 생산자다.미국 시민단체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완전 가짜, 가짜, 대체로 가짜, 가짜와 사실 반반, 대체로 사실, 사실로 구분한 것은 필자의 언론 상식과 부합한다. 이런 잣대로 분석한 트럼프의 발언은 85%가 가짜였다. 문 정권의 발언을 분석해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문 정권의 가짜뉴스가 트럼프의 그것보다 훨씬 고약하고 악의적이라는데 있다. 정부여당이 소위 가짜 뉴스를 공격하는 것은 큰 도둑이 선량한 시민을 때려잡는 적반하장으로 들릴 뿐이다.유사 사회주의 세력은 가짜뉴스와 함께 인권을 언론 재갈 물리기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자유국가의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모든 공인들은 늘 국민들의 감시 아래 있어야 한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국가의 안위와 국민들의 생사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 알권리가 필요한 것이고, 그 역할을 언론이 대신하는 것이다.공인의 인권이 갖는 사적 이익은 국민의 알 권리가 갖는 공적 이익에 비해 티끌에 불과하다. 공인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막중한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윤리성, 정당성, 직무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인시켜야할 책무가 있다. 그 때문에 공인에게는 가정이라는 공간 내부의 사생활이나 약간의 명예훼손 방어권이 주어질 뿐이다. 가족 등 그 주변인물 역시 준(準)공인으로서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그런 부담을 거부하는 이들은 공인이 돼서는 안 된다.조 아무개 전 법무장관의 다중비리 사건과 이어진 각종 국기문란 사건의 처리에서 문 정권은 이런 상식을 완전히 벗어났다. 소위 인권을 명분으로 국민들의 정당한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침탈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헌법, 법치주의를 조롱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하면서 무법천지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좌파정권이 들어선 2000년대 이후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이 사태는 역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전기를 만들었다. 엄청난 수업료를 치르고 얻은 대한민국의 자각은 비뚤어진 위정자들을 더욱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헌법수호청의 신설, 대통령 감시법, 국회의장 감시법, 대법원장 감시법, 공영언론감시법, 거짓말 방지법 등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 요즘이다.박진용 언론인·전 매일신문 논설실장·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역사 저술가

2020-02-01 09:00:00

송석화 메시지 캠프 대표

[광장] 통합된 조직 정체성이 없다

커뮤니케이션은 나무와 같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나무의 몸통이 먼저냐, 가지가 먼저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몸통을 정점으로 가지치기를 해야지, 가지에서 자라난 나무는 뒤죽박죽일 수밖에 없다. 미디어의 다양화로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은 일종의 유행이 됐다. 하지만 매체별 통합을 강조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진정한 의미는 메시지의 통합임을 주지해야 한다.우리는 왜 커뮤니케이션을 통합해야 하는가. 이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시민 또는 고객들은 슬로건을 통해 행정기관이나 기업을 인식한다. 조직의 정체성(identity)을 드러내는 방법인 것이다. 예를 들면 A지방자치단체는 '아늑하고 편리한 서비스', B지방자치단체는 '맞춤형 친절 행정 서비스', C지방자치단체는 '친절은 내부 직원의 행복에서 비롯된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모두 친절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지만, 친절에 대해 미세하게 다른 관점이 스며들어 있고 실천 방향까지 담겨 있다. 또 해당 기관의 존재 목적과 타깃을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화자와 청자 간의 약속이다. 슬로건에서 말하는 목표에 따른 실천이 병행되어야 조직의 신뢰성이 담보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헷갈리지 않는다. 또한 장기간 누적된 결과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한순간에 나타나지도 않지만 한순간에 사라지지도 않는다.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성공하려면 일관성 있는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로 승부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장점이 많으면 그에 대한 평가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용가능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연구에 따르면 10개의 장점을 떠올리게 하는 것보다 1개의 장점을 답하도록 한 집단의 평가가 더 긍정적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각만 하려는 '인지적 구두쇠'의 성향이 있기 때문에, 많은 메시지를 던져봐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기관의 입장에서는 여러 개의 핵심 가치를 내세우고 싶겠지만, 장점을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고객을 설득하기 어렵다. 우선순위에 따른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브랜드들은 오랫동안 하나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 왔음을 알 수 있다.대외 커뮤니케이션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내 커뮤니케이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무자들이 핵심 가치를 내재화하고 공유할수록 조직은 한 방향을 향해 추진력 있게 나아갈 수 있다. 개코원숭이의 부하 원숭이들은 20~30초마다 두목 원숭이를 쳐다본다고 한다. 그만큼 리더는 직원들의 관심 대상이다. 리더가 보여주는 핵심 가치에 대한 말과 행동, 그에 따른 일관성은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자신의 지위만큼 보는 눈이 생긴다. 직원들은 당장 눈앞의 일을 해결하는 것이 목표지만 리더는 전체를 봐야 한다. 고급스러운 명품과 저렴한 가격처럼 개별 부서의 목표는 때때로 상충된다. 담당자들이 자기 부서만을 고려한 결과물을 가져왔을 때, 조직의 핵심 가치에 맞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도 리더의 몫이다.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리더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무 한 그루를 보기보다 전체 숲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것이 커뮤니케이션에도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다.

2020-01-31 19:11:10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춘추 칼럼] 너무 애쓰지 말자

재테크'교육'다이어트'독서까지 많은 사람들이 너무 '빡세게' 살아하고 싶은 목록을 늘리는 대신에 하고 있는 일들을 조금씩 줄이자계획 세우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을 갈 때도 꼼꼼하게 일정을 짜기보다는 일단 떠나는 것에 의미를 두는 편이다. 경자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일 년을 열두 달로 나누게 되면 벌써 12분의 1이 흐른 셈이다.작년에는 1월에 최소한의 계획 같은 걸 세웠다. 왠지 모르게 올해에는 잘 세우지 않던 계획을 그나마도 미루고 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뭔지 모를 막연함이 존재한다.한 달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조금씩 계획을 세우려 한다. 업무 차원은 일단 제외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아마도 가장 앞서는 일은 책을 꾸준하게 읽는 것과 건강을 위한 운동이 될 듯하다. TV를 거의 안 보는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책 읽기는 삶의 새로운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운동은 스트레칭과 팔굽혀펴기, 걷기, 계단 오르기, 아이들과 축구하기 등이다. 대부분 일상의 간단한 것들이지만 정작 하지 않고 있던 것들이다. 그 외에도 커피를 조금 줄이고 물 자주 마시기, 묵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을 돌아보는 시간 갖기 등도 포함해야겠다. 지면을 빌려 이렇게라도 말해 놓으면 조금 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 믿음으로 하나씩 실천해볼 생각이다. 이 정도만 잘 하더라도 성공적인 한 해가 될 것 같다.평소 잘 하지 않던 일을 습관으로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 온몸으로 경험하지 않았던가. 조금씩, 하나씩 하면서 바꿔 나가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최근에는 독서도 '빡세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잘못된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비전을 가져서 성공적인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빡세게' 하는 것은 그 하나의 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 전체를 '빡세게' 만든다. 빡빡한 삶이 아니라 조금은 헐렁한 삶이어야 타인을 대하는 것도 유연해지지 않을까.흔히 계획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할 일'과 '하지 않을 일'. 위에서 열거한 내용들은 올해 내가 '할 일'이고, 금연이나 금주와 같은 것들은 '하지 않을 일'에 해당한다. 얼핏 보면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정반대의 두 가지 특징이 동시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둘은 하나다.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은 모두 '애쓴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서로 방향은 다르지만 한쪽으로 힘껏 끌어당기는 일이다.지금 우리 주변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서로 애쓰면서 정작 승자는 없는 구조이다.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 재테크나 교육, 다이어트, 심지어 독서까지 적당히 하자는 말은 없고 '빡세게' 하는 것투성이다. 그렇게 힘쓰다 보면 또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 애쓰는 형국이다. 차라리 애쓰지 않고 가만히 두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들이 얼마나 많은가.내가 올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사소한 것들을 '계획'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에는 계획을 조금 줄여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기 위해 애쓰지 않기, 힘쓰지 않기, 이 악물지 않기 등이 필요하다. 그 대신에 그냥 가만히 바라보기, 곁에 서서 지켜보기, 충고나 참견하지 않기, 아무 말 하지 않기, 앞사람의 말을 충분히 듣기, 스치는 바람결 느끼기, 풀과 꽃의 향기 맡기, 온몸으로 햇살 받기 등은 어떨까. 누구나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충고하지 않아도 참견하지 않아도 그 나름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신경 쓰고 개입하고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필요하다.너무 애쓰지 말자. 그리고 하고 싶은 목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을 줄이자.비닐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과도하게 섭취하는 음식을 줄이고, 불필요한 물 사용을 줄이자. 습관적으로 하는 욕을 줄이고, 타인을 공격하거나 혐오하는 일을 줄이고, 다양한 이유로 차별하는 언어와 행위를 줄이자. 지금 우리는 충분히 누리고 있고, 너무 많은 것들을 갖고 있고, 너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조금씩만 줄이자.

2020-01-30 15:50:37

박신한 대구지방보훈청장

[기고] 국민이 체감하는 보훈

1961년 원호처 창설과 함께 시작된 국가보훈은 나라 경제 성장과 더불어 꾸준히 발전해 왔다. 단순히 전사상자를 구호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체계적 보상과 예우, 애국정신 선양에 이르기까지 역할을 확대했다. 나라를 되찾은 '독립유공자', 나라를 지킨 '참전유공자' 그리고 나라를 바로 세운 '민주유공자'에 이르기까지, 희생과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그러나 여전히 많은 아쉬움이 남고 국가유공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국가보훈처는 2020년 새해를 맞아 보훈 가족들이 일상에서 체감하고 국민들이 공감하는 성과 창출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아울러 올해가 봉오동·청산리전투 승리 100주년, 6·25전쟁 70주년, 2·28민주운동 60주년으로 독립·호국·민주의 10주기가 모두 어우러진 의미 있는 해임을 감안, 이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국민과 함께 기억하기 위한 '국민참여형 보훈 기념사업'을 통해 국민 통합에 기여할 계획이다.다양한 보훈정책이 올해를 기점으로 달라진다. 먼저 국가유공자와 가족에 대한 보상금을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5%로 인상하고, 복잡한 상이등급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편한다. 또 보훈가족 중 생계가 곤란한 분들에 대한 생활 지원 대책을 적극 검토하고, 보훈병원 시설을 개선하며 집과 가까운 병원을 대신 이용할 수 있도록 시·군별 위탁병원을 추가로 지정하는 등 국가유공자들의 건강한 노후를 위한 의료 지원을 개선하기로 했다.이런 보훈정책이 우리 지역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펼쳐지고 그 성과를 지역민과 보훈가족이 체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몇 가지 다짐을 해본다.첫째, 더 친절하고 더 정성을 다해 섬기는 최고의 보훈 민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둘째, 보훈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기 위해 기다리지 않고 민원 현장으로 찾아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셋째, 모든 민원을 법령과 관례에 우선시 하는 것에서 탈피해 보훈 민원인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조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넷째, 지역적 특성이 가미된 다양한 보훈 선양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용기있게 일어나 역사의 물꼬를 텄던 대구경북민의 나라사랑 정신이 지금을 사는 시민,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계승돼 대구경북의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겠다.우선 정부 수립 후 첫 민주화 운동으로 4·19의 도화선이 됐던 2·28 민주운동 기념식을 품격 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국가 행사로 만들고, 대구시, 2·28 민주운동 기념사업회와 함께 다양한 행사를 추진해 대구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민주화 운동의 의미와 가치가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것이다. 또한 6·25전쟁 70주년 기념행사는 낙동강 방어선, 최후의 보루로 나라를 지켜낸 우리 지역의 특성과 참전 용사들께서 함께하는 마지막 10주기 행사라는 의미를 담은 다양한 행사를 대구시, 경상북도와 함께 적극 추진하겠다.다섯째, 국내 유일의 독립유공자 전용 국립묘지인 신암선열공원을 그 위상과 품격에 걸맞도록 시설과 환경을 종합계획에 따라 개선, 보완해 대구시민의 긍지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보훈은 애국의 출발이자 원천이다.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보훈이야말로 국민 통합을 이루고 강한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확신을 갖고, 지역민들이 체감하고 공감하는 보훈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0-01-30 15:49:46

박천 독립큐레이터

[매일춘추] 젊은 비평가의 슬픔

예술이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17세기 이전에는 비평의 역할은 거의 없었지만, 새로운 형식의 예술이 등장하면서 비평은 예술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초기 비평의 주된 역할은 '판단' 혹은 '평가'였다. 이와 같은 요소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했고, 이에 기반하여 비평은 그 권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정치적인 문제를 비롯한 '주례사 비평' '암호문 비평' 등이 난무하며 비평의 권위는 추락하게 되었다. 이러한 비평의 위기와 함께 비평은 '판단'이나 '평가'보다는 '해석'과 '번역'에 기반을 두게 되었다. 즉 현대의 예술 비평은 판단을 통해 하나의 의미로 귀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지 못한 부분을 찾아 숨어있던 의미를 도출하여 예술을 무한하게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이와 같은 비평의 모습과 비슷한 구조가 SNS에서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SNS는 다수의 청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형태를 띤다. 게시물 작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항목은 '이미지'와 '글'인데 스스로가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어떤 이미지나 글을 함께 게재하며 불특정한 대상과 소통한다.지나칠 법한 일상이나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공유하려는 태도는 비평과 유사하다. 이렇듯 청년들은 너무나도 쉽고 자유롭게 글을 쓰며 서로 소통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예술 비평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불편해하며 기피하고 있다.자신의 생각을 표현함에 있어 익숙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청년 예술인의 비평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짧은 견해로 크게 두 가지를 들어본다면 먼저 비평가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과 글을 기고(공유) 할만한 매체가 없다는 것에 있다.청년작가들에게 늘 제기되는 경제적 불안은 비평가에게도 마찬가지로 통용된다. 오히려 비평가에 비해 청년작가는 안정되고 있는 추세이다. 각종 공모전이나 지원프로그램 등은 청년작가들에게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지만, 이에 반해 비평가를 위한 제도나 장치는 거의 전무하다. 하물며 기존의 비평가들 역시 비평만을 통한 경제적 생활은 대부분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비평의 위기가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시대가 변하면서 기존의 직업들이 사라지거나 통합되는 것을 역사를 통해 지켜봤기에, 비평가라는 직업 또한 그 형태가 변하고 있는 과도기일 것이다. 비평가라는 직업이 작가, 기획자, 갤러리스트 혹은 다른 직업군과 병합되더라도(혹은 병행할지라도) 비평은 꾸준히 예술과 함께 지속될 것이다. 근래에는 없었던 직종의 예술인들이 종종 생겨나고 있다. 이와 함께 각자만의 전략을 통해 비평을 할 수 있는 동료들이 더욱 많아져 건강한 예술계가 구축되길 기대한다.

2020-01-30 13:53:36

임언미 대구문화 편집장

[찬란한 예술의 기억] 빛바랜 지면에 담긴 찬란한 기록들

연초 서울 출장길에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 들러 '한국 미술잡지의 역사전'을 관람했다. 이곳에서는 191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창간된 미술잡지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1917년 나온 '미술과 공예' 1·2호를 비롯해 북한에서 나온 '미술' 등 희귀한 옛 잡지에서부터 최근 잡지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특집기사로는 국내 미술계 주요 이슈의 변화를, 게재된 광고들을 통해서는 국내 기업의 변천과 시각 디자인의 변화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잡지에는 발행처와 출판물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내용의 글이 실린다. 수십 년이 된 잡지를 한자리에 모아보면 시대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문화예술 잡지는 각 장르의 역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료다. 잡지의 광고를 통해서는 해당 잡지를 후원한 기업이나 단체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대구의 경우는 어떨까. 광복 이후 대구에는 '죽순'(竹筍)이라는 문학잡지가 있었다. 죽순시인구락부가 1946년 5월 창간한 '죽순'은 광복 이후 발간된 최초의 문학동인지다. 대구에서 창간됐지만, 전국의 시인들이 집필에 참여하면서 높은 위상을 자랑하기도 했다.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청록파의 박두진, 조지훈 시인도 작품을 발표했고, 김춘수, 신동집, 이응창, 이효상 등 유명한 문인들이 참여했다. '죽순' 제8집에는 달성공원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비인 상화시비의 건립 과정과 사진자료가 담겨 있다. '죽순'을 통해 해방 이후 대구 문단의 굵직한 역사를 돌아볼 수 있다. '죽순' 잡지들은 대구문학관에 보관되어 있다.또 대구가 '6·25전쟁 속에서도 음악소리가 이어지던 도시'였다는 기록은 미국 음악잡지 '에튜드' 1953년 10월호에서 찾아볼 수 있다.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병사가 쓴 기사 내용과 사진을 통해, 당시 대구 중구 향촌동에서 운영되던 클래식 음악감상실 '르네상스'의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다. 이 기사에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한국에서 진지한 음악의 잔재라 할 만한 거의 모든 것이 여기에 남아 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기사가 실린 '에튜드' 잡지는 대구음악협회가 2018년 여름, 인터넷 경매를 통해 확보해 보관 중이다.대구에서 발행된 종합 문화예술 잡지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8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함과 동시에 대구예총이 출범했다. 예술 장르별 10개 지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대구예총이 '대구예술'을 정기적으로 발행하기 시작했다. '대구예술'은 창간 초기 연간으로 발행되다가 1991년부터 월간으로 바뀌었고, 1999년 이후 폐간과 복간을 거듭하다가 2010년부터 계간지로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대구예술'을 한자리에 모아보면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대구예총과 10개 지회의 역사와 작고 예술인들의 기록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이전의 지역 예술사와 관련된 기록들도 상당히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그런데 안타깝게도 1980년대 '대구예술'이 거의 유실됐다. 1990년대 '대구예술'도 거의 유실됐다가, 최근 지역의 한 미술평론가가 개인적으로 보관하던 것을 대구시와 대구예총에 공유하기로 결정하면서 부족한 호가 상당 부분 메워졌다.1985년 12월부터 대구시가 발행해온 월간 문화예술정보 잡지 '대구문화'는 결호 없이 이어져왔고, 다행히 한 권도 빠짐없이 보관돼 있다. 2017년부터 종이 책자 외에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서도 서비스되고 있다. '대구문화'와 함께 '대구예술' 잡지가 한데 모여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서비스되면 지역의 문화예술 연구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최근 몇몇 원로예술인들에게 수소문한 결과, 1980년대 '대구예술' 3권을 찾았다. 대구예총과 함께 빠른 시일 내에 캠페인을 벌여 '대구예술' 결호를 모을 계획이다. '대구예술'이 다 모이면, 민간에서 발행된 다른 잡지들도 수집할 계획이다. 대구가 남긴 '찬란한 예술의 기억'을 간직한 잡지들, 그렇지만 어느새 숨 가쁜 사회가 흘리고 간 유산이 되어버린 문화예술 잡지 모으기에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린다.

2020-01-29 18:00:00

김태훈 대구 영남중 교사

[대구 옛 이야기] 대한광복회, 대구 달성공원서 결성

대한광복회는 1915년 8월 25일(이후 날짜 양력) 조선국권회복단의 박상진과 풍기광복단의 채기중을 중심으로 달성공원에서 결성되었던 독립운동단체였다. 조선국권회복단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군자금 조달, 유림단의 독립청원서 전달, 독립군을 양성할 청장년 모집에 힘을 기울였고, 반면 풍기광복단은 만주에 독립운동기지를 개척하고 독립군을 양성하기 위해 군자금 모금 활동을 전개하였다.대한광복회 총사령관이었던 박상진(1884~1921)은 울산시 북구 송정동에서 출생하여 백부에게 입양된 후, 경북 경주시 외동면 녹동리에서 성장하였다. 전기의병 당시 김산의진을 일으켰던 왕산 허위(1855~1908)의 제자가 되었고, 상경하여 양정의숙 전문부 법률학과에 입학하였다. 그는 중국 톈진(天津)을 방문하여 무기를 구입하였고,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의 주선으로 헤이그 특사로 파견되는 이준을 만나기도 하였다. 또한 그는 허위가 강화에서 거병하였을 때 군자금 5만원과 무기를 제공하였고, 영덕에서 영릉의진을 이끌었던 신돌석뿐만 아니라 군자금을 모으다가 발각되어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었다가 풀려났던 김좌진과 각각 의형제를 맺기도 하였다.박상진은 허위가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하자, 스승의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치렀고, 융희 황제가 남쪽으로 순행할 당시에는 동래온천에서 매국노를 처단하려다가 적발되어 실패했던 적도 있었다. 이후 박상진은 신민회에 가입하여 독립군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만주·상해·연해주 등지를 답사하는 동안 신해혁명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만주에서 돌아온 박상진은 여러 동지들과 논의한 끝에 대한광복회를 조직하였다.대한광복회는 전국적으로 8명의 지부장을 임명하였고 국내외에 연락 기관을 설립하여 대부분 곡물상 상업조직으로 위장하였다. 국내에는 상덕태상회(대구)와 대동상점(영주)을, 만주에는 안동여관(신의주)·삼달양행(단둥)·상원양행(창춘)을 통해 군자금을 마련하고 독립운동 연락 거점으로 삼았다.대한광복회 지휘장 권영만과 우재룡은 군자금을 확보하고자 1915년 12월 24일 경주 광명리에서 우편 마차를 습격하여 경주·영덕·영일 지역에서 거둔 세금 8천700원을 탈취하였다. 한편, 대한광복회 부사령관 이진룡은 1916년 10월에 운산금광 현금 수송 마차를 공격하여 6명을 사살하고 체포되었는데, 그의 후임으로 김좌진이 임명되었다. 그 밖에도 직산금광·상동금광을 습격하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이후로도 대한광복회는 1916년 9월 3일 서우순의 사위였던 김진만을 앞세워 서우순을 협박하여 군자금 모집을 시도하였으나 좌절되었는데, 이를 '대구권총사건'이라고 부른다(조선국권회복단도 참여함). 더 나아가 김좌진은 1917년 5월을 전후하여 중국 단둥에서 중국 지폐를 위조하여 이를 정화(正貨)로 바꾸어 사용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 역시 무산되었다.대한광복회는 의열투쟁에도 심혈을 기울였는데, 황해도 지부원들은 1916년 7월 무렵에 초대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를 단둥과 창춘에서 암살할 계획을 추진하였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다. 그러나 친일 부호 중에 칠곡의 장승원, 벌교의 서도현, 아산군 도고면장 박용하를 처단하였다. 박용하를 암살한 직후인 1918년 1월 말부터 대한광복회 회원들이 검거되기 시작하여 2월에는 박상진이, 8월에는 채기중이 체포되었다. 이후 채기중은 1921년 7월 9일 서대문형무소에서, 박상진은 그해 8월 11일 대구감옥에서 사형 순국하였다.현재 달성공원에는 대한광복회를 결성했던 장소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박상진의 스승이었던 '왕산 허위선생 순국기념비'가 서 있을 뿐이다. 그런데 대구시 북구 검단동에는 채기중을 기리는 '의사 소몽 채기중 순국기념비'를 찾아볼 수 있다. 대한광복회는 공화주의와 복벽주의(군주국가로 회복하려는 사상)의 상반된 이념을 가졌던 인물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협력하여 헌신했다는 측면에서, 좌우 대립 혹은 진보·보수의 대결로 양분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0-01-29 17:42:07

이상호 대구광역시 의사회 총무이사

[기고]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관한 당부의 글

최근 SNS를 통해 정확하지 않은 우한 폐렴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면서 시민들의 과도한 우려 또는 경시 경향이 있어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필요하다. 우선 우한 폐렴의 정식 명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며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모양이 코로나(스페인어로 왕관) 모양으로 생긴 바이러스를 뜻한다.코로나바이러스는 대체적으로 사람에게 치명적인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신종 변이형의 경우 병원성이 강한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로 우한 시장의 박쥐가 지목되고 있고 아마도 박쥐와의 직접 접촉으로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전염력과 사망률에 대해선 정확하지는 않지만 높은 편이라고 보고 있다. 초기에 폐렴으로 이행하며 악화가 빠르고 초반에 사망하므로 질환 초기 강도 높은 대처를 요한다.중국 당국에서는 잠복기에도 전염성이 있다고 밝혀 역학적 예방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공항의 발열 검색으로는 막을 수 없다. 이전 사스나 메르스는 잠복기에 전염성은 없어서 그나마 역학적으로 예방을 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분비물로 인한 전염이기에 공기 전염 가능성은 떨어진다. 따라서 감염자와 충분한 거리를 둔다면 전염되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는 비말 속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살 수는 있으나 거리가 떨어진 곳의 균의 역가가 감염을 일으키기에는 부족하다. 특히 격리실의 음압 시스템에서 치료를 받으면 더 이상의 전파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바이러스 질환의 기전이나 역학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며 과도한 불안감 조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은 감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밀접한 접촉을 피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으며,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여야 한다. 이것은 아주 기본적이지만 아주 중요하다. 손은 대부분 전염병의 매개이며 마스크는 감염자의 비말이 날아가지 않게 하고 공기 중의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이런 예방 활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심되는 환자들에 대한 정보 안내와 참여하는 시민의식이다.최근 원주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이 우한 폐렴 의심 환자로 인해 폐쇄되었다. 이런 식으로 지역의 거점 의료기관 몇 군데가 폐쇄되면 우한 폐렴이 아닌 일반 응급환자들의 의료 체계가 무너진다. 물론 다행히 원주의 경우 음성으로 확인되어 폐쇄가 해제되었지만 언제든지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의심 환자는 꼭 격리된 루트를 통하여 진료를 받아야만 하며 그 길을 쉽게 안내받을 수 있어야 한다.본인이 우한 폐렴으로 의심되는 경우는 공공장소나 타인과의 접촉을 금하고 무작정 의료기관을 찾으면 안 된다. 의료기관에 내원하기 전에 반드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나 관할 보건소의 상담과 지시에 따라 격리 시설이 갖추어진 진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대구의 경우 대학병원마다 격리 진료 시설이 있고 대구의료원에서도 격리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리고 다 같이 동참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지만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무작정 응급실을 찾거나 병원 쇼핑을 한다면 사태는 아주 심각해질 수도 있다.이렇듯 중요한 전염성 질병은 그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지역사회의 질환 전파 예방에 더욱 신경을 써야만 하며 정부와 의료인은 이런 사실들을 알기 쉽게 잘 홍보하여야 한다.

2020-01-29 14:43:49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의 새론새평]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바랄 뿐이다

청와대 비서관의 검찰 수사 거부 그것이야말로 특권과 반칙 행위文대통령과 주변에 바라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길검찰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꼭 필요하다던 문재인 정부였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외골수 검사였다. 그는 설 명절을 전후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라는 총장의 명령을 세 번씩이나 묵살하자 급기야 스스로 나서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자 법무부가 "검찰의 날치기 기소"라며 비난했다. 당사자인 최강욱 비서관도 "검찰권을 남용한 기소 쿠데타"이며 "명백한 직권남용으로 윤 총장과 관련 수사진을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윤 총장이 7월에 설치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1호 대상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정작 지난 12월부터 세 차례에 걸친 검찰 소환에는 전혀 응하지 않고서 말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지면서 정말 검찰 개혁이 이루어지나보다 했더니 반대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내세운 청와대에 의한 검찰 장악이 이루어진 것이다.원칙과 상식의 눈으로 이번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의 갈등을 다시 분석해 보자. 시작은 여러 불법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면서부터였다. 조국 씨 가족의 여러 불법 의혹들은 크게 자녀 입시 과정에서의 각종 문서 위조와 증거인멸, 사모펀드를 통한 불법 투자, 웅동학원 관련 비리 등이었다. 대통령과 여당은 검찰이 조국 가족에 대해 과잉 수사, 별건 수사를 통해 '탈탈' 털었고 그것이 과도한 검찰권의 남용이고 윤석열 총장의 검찰이 정치 검찰이라는 것이다. 최강욱 비서관은 변호사 시절 조국 씨 아들의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한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되었다.법무부 장관은 정의를 구현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 임명된 사람이 불법행위 의혹이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그것이 과잉 수사나 과도한 검찰권 남용인지는 재판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당사자가 직권남용이라며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고도 기소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법치주의를 무시한 행위로서 처벌받아야 한다. 일반 국민들에게 검찰 수사를 거부할 권리는 없다. 하물며 청와대 비서관이 검찰 수사를 반복해서 거부했다면 그것이야말로 특권과 반칙이다.여기에 조국 씨는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감찰 중단을 지시한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되었고 백원우, 이광철 전'현 비서관과 김경수 경남지사,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은 송철호 울산시장을 비롯한 2018년 지방선거 개입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조직적 선거 개입이라면 민주주의를 부정한 있을 수 없는 사건이다. 윤석열 검찰이 이 의혹을 수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치 검찰로서 권력에 충성한 개가 되는 것이다.수사가 계속되자 대통령은 서둘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고 추 장관은 취임 3주 만에 윤석열 총장의 손발을 모두 잘라내는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번 수사의 핵심인 서울중앙지검장과 반부패강력부장을 모두 친문 검사들로 바꾸고 수사를 지휘하는 차장 검사들도 모두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이례적으로 단행했다. 그것도 검찰청법에 따라 1년 이상 임기를 보장해야 하는 것을 우회하기 위해 직제 개편까지 단행하면서 말이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시행해야 한다는 것은 비록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나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의무화한 것인데도 이를 위반했다. 이는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남용하여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어려워졌고, 수사 방해가 검찰 개혁이 그토록 필요했던 이유인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 되었다. 그리고는 이것이 검찰 개혁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국민을 무시하지 않는다면 이럴 수는 없다.국민은 대통령과 청와대, 조국 씨, 최강욱 비서관에 대해 특별한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법치주의의 원칙과 상식에 따라 행동해 달라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을 임명한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다. 윤 총장을 임명할 때에도 문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에도 똑같이 검찰권을 행사하라고 당부했다. 취임사에서도 대통령은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켜주기 바랄 뿐이다.

2020-01-29 14:36:17

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매일춘추] '제4의 벽'을 넘어서

길고 긴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보이는 북한 신의주. 단교에 오르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다리가 보인다. 압록강단교(鴨綠江断桥)와 중조우의교(中朝友谊桥)다. 압록강단교는 1950년 미군이 중공군의 참전을 막기 위해 이 다리를 폭격하면서 중국 쪽 교각만 남고 다리가 끊어졌다. 그래서 현재 단동과 북한을 연결하는 다리는 중조우의교 하나다.압록강단교 끝자락에서 분단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 길 위에 뿌려졌을 수많은 눈물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도 단절된 보이지 않는 가상의 벽이 존재한다. 이것을 연극 용어로 '제4의 벽'이라고 불렀다. 연극이론가 드니 디드로가 주창하였다.관객으로 하여금 무대는 허구가 아닌 현실의 세계라는 믿음을 주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연기자와 관객은 서로를 의식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되며, 현실 인 것처럼 연기해야 한다. 배우와 관객 사이에도 철저하게 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관객들은 제4의 벽을 통해 연극을 관람하고, 영화와 관객 사이에는 스크린이, TV와 시청자 사이에는 화면이 제4의 벽 역할을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연기자의 시선이 직접적으로 스크린을 향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에는 존재한다. 특히, 영화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장면에서 연기자는 진짜 범인을 직시하듯 카메라 정면을 응시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연극 공연에서는 수동적이었던 관객을 공연에 적극 참여시킴으로써 제4의 벽을 허물고 관객과 교감하며 능동적으로 소통하기도 한다.극 속의 역할에서 벗어나 또 다른 환경에서 흐름을 이어나간다는 것은 배우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명확한 목적이 있다면 그 소통은 즐겁다.그렇다. 결국 그 벽은 목적과 이유에서 비롯된 '관계' 속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 관계 가운데 결코 쉬울 수 없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이며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어떠한 벽이든 그 벽을 허물어 간다는 것. 그것 또한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그 목적의 중심에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마음, '너'가 아닌 '나'의 문제임을 알아차리는 힘이 있다면 그 벽을 조금씩 허물고 열수 있지 않을까.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 비밀을 공유하고 이해하며 생각을 보완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는 인연이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큰 의미이며 행복이다. 하지만 관계에도 책임감과 노력이 필요하다. 허물이 있더라도 관계를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꾸준히 노력하며 채워 간다면 허물조차도 가려줄 수 있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풀어야 할 관계가 있다면 마음을 더 풀어보자. 만나지 못하는 혈족에 대한 그리움과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의 마음에 보이지 않는 벽과 경계가 사라지고 꽃이 피는 날까지. 문을 활짝 열고 상쾌한 바람이 채워질 때 까지 환기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2020-01-29 14:08:35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종교칼럼] 일기예보와 종교

공영방송에서 일기예보를 하는 기상캐스터는 우리나라 전체와 주변국 일부가 보이는 인공위성 사진으로 구름의 모습과 이동 경로를 알려주면서 오늘과 내일 그리고 한 주간 날씨를 예보한다. 기상캐스터 뒤에는 이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관계자들이 정확한 예보를 위해 슈퍼컴퓨터에 쌓아 놓은 많은 자료와 그동안의 경험들을 동원한다.일기예보의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그 예보를 보는 시청자 모두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일기예보를 준비하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고 많은 경비가 들 것이다. 이 때문에 시청자인 우리는 세금과 각종 상품 구매 행위를 통한 광고비 부담으로 그것이 가능하도록 협조하고 있다.종교가 담당하는 영역은 우리의 삶에서 일기예보가 차지하는 영역에 비해 훨씬 더 깊고 넓으며 대단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에 등록된 종교 단체 수는 수백 개인데 그중 3대 종교만 헤아려 본다면, 우리나라 개신교 교회 수는 약 6만 개, 성직자의 수는 12만 명을 넘어선다. 불교 절은 약 1만5천 개, 스님의 수는 2만 명에 가깝다. 천주교 성당은 공소를 포함하여 약 3천 개, 성직자 수는 5천 명에 가깝다. 이들 세 종교 단체에서 수고하는 수도자와 평신도들의 수는 다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지면의 제한으로 여기서 언급할 수 없는 각종 종교 단체들을 다 합친다면 그 수가 대단하고 이것을 유지하는 데 드는 경비 또한 대단할 것이다. 일기예보를 위한 경비보다는 훨씬 더 많을 것은 틀림없다.일기예보는 그것을 보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든 국적이 다른 사람이든 모두에게 해당되고 의미 있는 도움을 준다. 이제 우리 종교도 자신의 단체에 속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고 도움이 되는 선을 넘어 일기예보와 같이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일기예보만이 아니라 날마다 첨단과학을 동원하여 알려주는 온갖 자료들을 손쉽게 사용하여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만 들고 있어도 대단히 많은 가능성들을 손안에 들고 있는 것이다.나이 든 사람들은 긴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현재 신봉하고 있는 신앙생활이 몸에 익어서 자신이 속한 종교 단체 안에서 불가피하게 존재하는 웬만한 불편은 어렵지 않게 견디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기서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들은 종교적 진리도 일반 진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이해할 수 있고 동의할 수 있어야 비로소 받아들인다.우리 기성세대는 삶의 현장에서 이러한 것을 종종 체험한다. 그들이 그러한 태도를 취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 그렇게 해야만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것들이 계속 발생해서 엄습해 올 그들의 앞날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 바뀌어야 할 것은 그들이라기보다 기성세대의 의식구조와 생활 형태이고 종교에 대한 생각과 신봉 방식일 것이다.기성세대가 이 문제에 대해 현명하게 생각하여 옳은 선택을 해나가지 않는다면 새로운 세대는 기성세대의 신앙생활 내용과 방식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하고 외면할 것이다. 이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길을 찾으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찾았다고 생각하는 길을 주저하지 않고 걸어갈 것이다. 기성세대는 이들이 걸어가는 새로운 길이 엉성해 보일지라도 막아내지는 못할 것이고 그럴 여력도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흐르는 세월만이 그 엉성한 길을 수정할 것이고 이어지는 새로운 세대에 의해 교체되는 것을 허용할 것이다.

2020-01-29 09:58:52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우한 폐렴의 원인균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길고양이에게 상재되어 있는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는 전혀 다른 그룹의 바이러스다. 고양이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병을 전파하지 않는다. 사진 출처 셔터스톡.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우한 폐렴, 개·고양이도 감염될까?

동물병원을 찾아오신 손님이 자신의 고양이가 우한 폐렴(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걸렸는지 물으셨다. 자신의 고양이가 코로나바이러스 항체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보호자에게 우한 폐렴의 원인균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길고양이에게서 검출되는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는 관련성이 없다고 설명드리니 그 후에야 안심을 하셨다.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우한 폐렴의 원인체는 코로나바이러스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자연계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다양한 동물마다 상재하고 있으며 그 종류는 무한하다. 그런데 자연계에 분포돼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왜 인간에게 치명적인 병원성을 가지게 되었을까?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RNA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생존 환경이 불리해지면 굉장히 빠르게 변이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능력이 뛰어나다. 적절하게 변이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숙주의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키거나 오히려 면역체계를 이용하여 증식하기도 한다.우한 폐렴을 유발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자 분석 결과 박쥐에서 유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추정한다. 박쥐를 먹거나 접촉한 야생동물을 인간이 접촉하는 과정에서 어떤 특별한 조건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변이되면서 인간에게 감염, 치명적인 병원성을 가진 전염병으로 발전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선례는 사스와 메르스에서 확인됐다.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은 유례없이 병원성이 강하고 증상없는 잠복기 환자들이 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다.개와 고양이에게도 종 특이성을 유지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한다. 개 코로나바이러스는 약한 장염을 유발하며 자연 면역이 되기도 하고 예방백신을 통해 건강한 면역을 갖출 수도 있다. 개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질병을 유발한 사례는 보고되어 있지 않다.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는 약한 장염을 유발하지만 어린 고양이에게 감염되면 위험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길고양이들(70%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으며 자연 면역으로 건강하게 생존한다. 특이한 점은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가 특정 환경에서 변이가 발생하면 고양이전염성복막염(FIP)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개와 마찬가지로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질병을 유발시킨 사례는 보고되어 있지 않다.개와 고양이에게 상재되어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왜 인간에게 질병을 초래하지 않을까?오랫동안 인간과 밀접하게 공생해온 개와 고양이는 인간에게 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지 않았음을 검증받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종의 장벽을 넘어 개와 고양이에게 늘상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어 질병이 유발됐다면 이미 인간이나 동물 둘 중 하나는 도태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는 1만년 이상을 생물학적으로 교류하며 개와 고양이에게 상재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병을 유발시키지 않는다는 안전성을 검증받은 셈이다.2003년의 사스, 2015년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이번 우한폐렴의 종숙주는 박쥐로 추정한다. 사스는 중간 숙주라 할 수 있는 사향고양이를 통해 인간에게 감염되어졌고, 메르스는 낙타, 우한폐렴은 뱀 등의 식재료로 이용된 야생동물이 매개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사스와 우한 폐렴은 야생동물을 가학적으로 다루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변이되면서 인간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발전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바이러스의 역습이라 할 수 있다.야생동물을 먹는 문화는 중국만의 문화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보신이라는 명분으로 야생동물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동물 구조를 위해 산에 오르다보면 여전히 야생동물을 잡는 올무와 뱀을 잡으려는 그물망이 수시로 발견된다. 개와 고양이도 기호성이나 보신 목적으로 가학적으로 희생시키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수요가 있는 한 야생동물을 공급하는 사람들은 사라질 수 없으며, 돈벌이가 급급한 사람들이 동물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와 위생 따위를 안중에 둘 리가 없다.특이한 동물을 키우겠다는 바람도 야생동물을 남획하는 수요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하자. 야생동물을 남획하고 전시하거나 동물에게 고통주는 행위들은 생명 보호와 공중보건학적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개선되어야할 악습임을 명심하자.개와 고양이와 인류는 1만년 이상 공존하며 질병학적으로 인간에게 가장 안전한 파트너임을 검증받아 왔다. 개와 고양이에게 상재되어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종의 경계를 유지하며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음이 밝혀져왔다. 개와 고양이를 반려동물이 부르는 생물학적 근거인 셈이다.신종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가 개와 고양이에게 감염된다는 보고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예방적인 측면에서 국내에 질병이 확산되어 질병의 전파 가능성이 높게 예보된 지역에서는 당분간 산책을 미루어 주실 것을 권고드린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20-01-29 09:51:52

김기환 (주)대홍코스텍 대표이사

[경제칼럼] 중소기업엔 희망이 필요하다

경영 힘들다는 많은 중소기업인 사업 그만두는 것도 심각히 고려인기 위주의 단기적 정책이 아닌 기업 환경 개선에 장기적 투자를요즘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런 말을 듣고 어떤 분이 기업인들이 언제 안 힘들다고 한 적이 있냐면서 비판을 하셨다.맞는 말이다. 기업인들은 매년 힘들다고 말한다. 그만큼 오늘날의 경영 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오늘 조금 좋다고 내일 기업이 좋으리라는 장담을 아무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언제나 기업인들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고 두렵다.IMF,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힘든 상황에서도 많은 중소기업이 포기하지 않고 피나는 노력으로 지금까지 생존해 왔다. 그것은 기업인으로서 나라 경제에 일조한다는 자부심 그리고 미래에는 나의 기업과 경제 환경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의 많은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사업을 그만두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고 대한민국 사회에서 기업인의 노력에 대해 폄하하면서 기업인으로서 자괴감마저 들기 때문이다.중소기업 정책은 이렇게 힘이 빠진 중소기업인들에게 다시 도전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실제로 중소기업 정책을 입안하거나 실행하는 분들을 만나 보면 중소기업과 경제에 대하여 정말 많은 고민들을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뛰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러한 노력에도 중소기업들은 희망을 점점 잃어 가고 있는 걸까?먼저 정부가 중소기업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을 중소기업 시각이 아닌 정책 담당자 시각에서 해결책을 찾아서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중소기업 입장이 되어 선입견 없이 들어봐 주기를 바란다. 그저 앓는 소리, 불만 불평으로 치부하지 말고 정말로 중소기업의 입장이 되어 봐 주셨으면 한다.밤잠을 설쳐가며 회사의 생사를 고민하고, 회사가 어려울 때 월급날이 다가오는 두려움을 알며, 대기업만큼 충분한 급여와 복지를 해 주지 못해 직원들에게 미안해해 봤던 중소기업 경영자분들이 함께 의견을 내고 정책을 만들어 가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또 지금까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열심히 일해 온 다수의 보통 중소기업인들을 존중해 주는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얼마 전 정부가 주 4일 근무에 신입 사원 연봉이 4천만원인 중소기업을 좋은 일자리로 언론을 통해 소개하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소개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를 접하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한 번쯤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기업은 정당한 경제 활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그 결과로 세금과 고용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근본 목적이다. 기업의 사회 환원, 직원들의 복지 혜택 증진 등은 근본 목적이 달성된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한 가정에서 부모님이 열심히 일하여 번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을 기르는 것 자체로 우리는 그분들을 존경한다. 부모님이 번 돈으로 사회에 기부하지 않거나 가족들에게 부유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우리는 그분들을 존경하지 않거나 비난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기업이 근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루어 낸 성과에 대해 존경과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마지막으로 정부는 진정 중소기업과 함께 가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이 빠른 시간 내에 일시적으로 고용, 성장, 수출 등의 결과 지표를 좋게 하는 인기 위주의 단기 정책에 비중을 너무 많이 두면 정부의 의도를 오해할 수도 있다.한 예로 청년 취업, 신규 고용을 얼마 하면 얼마 지원해 주는 정책은 필요는 하지만 이것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은 신규 채용률과 실업률 감소라는 보여주기 위한 지표를 만드는 것에 더 치중하는 것처럼 비친다.기업의 고용은 결국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되고 투자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에 들어가게 되면 자연스러운 결과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중소기업 정책은 당장 효과가 나오지 않아 인기가 없더라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기업 환경 개선에 더 많은 투자와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0-01-28 13:09:25

이응규 EG 뮤지컬 컴퍼니 대표

[매일춘추] 선택과 책임은 제몫

좋은 대학에 들어가 음악동아리 활동을 권하던 고교 선생님의 말씀도, 딴따라를 업으로 삼으면 빌어먹고 산다는 친척 어른들의 말씀도, 소년의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수능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예체능으로 돌연 방향을 틀어버린 고집쟁이 시골 소년은 벼룩신문에 적힌 온갖 음악 학원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꿈을 향한 길을 모색한다."영화음악 안합미데~이. 우리 학원은 체르니 합미데~이."매주 월요일은 벼룩 신문이 재발행되어 길에 비치된다. 하굣길에 신문을 빼 들고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광고에 올라온 피아노 학원에 어김없이 전화를 걸어 보지만, '영화음악…' 이야기만 들리면 다들 대꾸도 없이 끊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매번 똑같은 전화를 받아 온 학원 선생님들도 귀찮을 만도 하겠지만 매주 발행되는 신문에 똑같은 광고가 주를 이룬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소년은 아랑곳없이 다음 학원으로 다이얼을 누른다."안 그래도 전화 기다렸어요. 학생."목소리에 낯이 익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 전화를 걸었을 때 소년의 꿈에 대해 귀 기울여 준 선생님인 듯하다. 그 친절한 피아노 학원 선생님은 영화음악을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을 찾았다며 소년에게 전화번호를 건넨다. '노력하니 되구먼.' 싶었을 거다."음. 뮤지컬이란 말이지~"그렇게 사부자기 시작된 첫 제자 - 스승의 인연도 벌써 몇 해가 흘렀다. 소년은 스승이 졸업한 음대 작곡과로 입학했다. 제대 후에도 스승을 따라 뮤지컬팀에 합류했다. 그토록 꿈꿔오던 영화음악 관련 일은 아니라도 뮤지컬 보조원으로 일하며 공연 분야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었다.이젠 버럭 호탕 치는 극장 감독님으로 인해 주눅 드는 일도, 집에 데려다준 배우가 손이 아닌 발을 사용해 무례하게 차 문을 닫는 일도, 사람들 앞에서 바보처럼 무시당하는 일들도 "그려~러니" 한번 속삭이면 자연 치유가 가능해질 만큼 짬밥을 먹었다. 더 정확히 말해 어깨너머로 뮤지컬 제작을 배운지 어느덧 3년이다. 더 정확히 말해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 더 정확히 말해,'소년, 홀로서기를 결심한다.'이듬해 인기상을 받으며 쾌거를 이룬 작품이 상업 뮤지컬로 거듭나기 위해 제작사와 한창 협의 중이다. 몇몇 인터뷰들이 지면에 실리면서 지역 연극 단체로부터 작곡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하고, 서울에 있는 대형 뮤지컬 회사의 음악팀으로 합류를 앞두고 있다. 준비해오던 차기 작품은 한국 뮤지컬 공모전에 시범 공연까지 선정되면서 드디어 25살 예술 인생 첫 황금기를 맞이하는 듯하다.소년 스스로 선택한 이 길에 막상 와보니 '쉽지 않겠다.' 싶었겠지만 '다시 돌아가기엔 가오 상한다.' 싶었을 거다. 홀로선 소년에게는 '이 약진이 참 다행이다." 싶었겠지만 내심 '나만큼 노력한 사람 없었을 거야.' 싶었을 거다.모르긴 몰라도, 자만심은 그때 오는 법이라 하더라.

2020-01-28 11:18:22

석재현 전 대구미래대학 사진영상미디어과 교수,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

[사진, 삶을 그리다] 간절한 기원이 영그는 곳

건강과 입시 그리고 취업까지 해마다 새해가 되면 간절한 기원의 마음들이 무르익는다. 우리 지역 대구에서 그런 기원의 마음이 쌓이고 쌓인 곳은 팔공산이 아닐까. 대학 시절, 팔공산에서 잠깐 굿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신이 인간에게 내리는 현장은 강렬한 경험으로 내 모든 세세한 감각들을 곤두세운 기억이 있다. 하늘을 향한 기도와 절절한 인간의 염원이 담긴 굿판은 고대 원시사회부터 이어져 내려온 한국의 문화적 유전자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올 3월 헝가리에서는 한국의 '굿'을 주제로 한 대형 사진전이 열린다. 이 전시를 기획하면서 상처가 많은 한국의 굿을 만났다. 그 옛날에는 지배층의 종교 때문에 서민의 종교로 밀려나기도 했고, 일제강점기에는 혹독한 탄압을 받기도 했다. 이런 핍박은 미신 타파를 중요 과제로 삼았던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까지 계속됐다. 상처만 안은 채 그 원형이 점점 사라져가는 한국의 '굿'에 주목한 이들이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다.사진가의 입장에서 볼 때 삶과 죽음, 희망과 좌절, 신과 무당과 인간의 기운이 극렬하게 피어나는 굿판은 완벽하게 매력적이다.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김수남, 김동희, 이한구, 안세홍, 이규철, 박찬호 등 6명의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함께한다. 총 1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일 이번 전시는 1970년대부터 2020년 현재까지 한국의 무속신앙을 연대기처럼 마주할 수 있다. 사실 굿 작업은 실로 오랜 시간의 '노력'과 '애정'이라는 묘약이 필요하다. 매서운 갯바람을 맞으며, 한겨울 산 정상에서 폭설과 마주하며 인류의 무형유산인 굿판의 속살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뭐랄까, 가장 마음이 내려앉는 작업은 고 김수남의 작업이다. 1980년대부터 한국을 누비며 굿판을 촬영해 온 김수남은 국내는 물론 시베리아에서 적도까지 샤머니즘의 흔적을 앵글에 담은 사진가다. 검푸른 바다에서 해풍과 파도에 맞서 삶을 개척하는 이들의 섬, 제주의 굿판을 담은 김수남의 작품들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틋함이 숨결처럼 스며들어 있다. 평생 굿판을 누비며 굿판에서 울고 웃던 그는 평소에 늘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현장에서 죽어야 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그는 태국에서 새해 축제를 취재하던 중 카메라를 든 채 세상을 떠났다. 하늘과 땅이 만나고, 신과 인간이 만나고, 삶과 죽음이 만나고, 그 모든 만남이 펼쳐지는 곳이 굿판이요, 무당들이 '굿'을 시작할 때, 한 편의 다큐멘터리는 시작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 개개인의 삶은 자신이 주인공인 한 편의 다큐멘터리와 같다. 간절한 기원을 비는 대상은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말이다. 세종실록을 보면 흰 쥐는 길하고 좋은 일이 생기는 상서로운 동물이라 하니, 경자년 새해에는 사람들의 간절한 기원이 하나쯤은 이뤄지는 해가 되길 바란다.

2020-01-27 18:00:00

백옥경 구미과학관 관장

[과학둘레] 존중의 법칙

친구들 중에 그런 친구가 있다. 차림새에서 돌봄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알고 보면 불우한 처지에 놓여 있는 놀림감이 되기 좋은 친구. 그럼에도 친구들로부터의 은근한 따돌림을 특유의 성격 좋음으로 넘길 줄 아는 결코 싫어할 수 없는 친구. 그런 친구도 버틸 수 있는 한계란 있다. 그것은 잠재해 있던 집단의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와 그에게로 향하는 때일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감정의 펀치 백 역할을 하던 한 소년은 어느 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로부터 친구들이 그룹에서 그를 제외하기로 했다는 잔인한 통보를 받게 된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눈물방울을 매단 채 입술만 달싹이던 그는 말없이 그들을 떠난다.수십 년 전 읽은 책을 넘기다 접혀 있는 페이지를 발견하고 다시 읽어 본 글의 내용이다. 그것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보거나 들어봤을 법한 흔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또다시 가슴속에서 공명하는 이유는 살아가며 만나는 불우한 처지의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년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는 글쓴이의 감성이 전해져서다. 우리는 살면서 누구라도 어디서건 또 다른 모습의 그 아이였을 수 있고, 그에게 상처를 준 친구들 중 한 명이거나, 때론 그 장면을 방관하고 있던 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어느 누구도 남들이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존중받지 못하거나 상대를 존중하지 않을 권리는 없다. 오래된 책 속의 글은 다시금 양심의 호수를 툭 건드려 작은 파문 하나를 일으키는 느낌이었다.존중이란 단어는 존경이란 말과 비슷한 어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존경은 상대의 인격, 사상, 행위 등을 받들어 공경함을 의미하는 데 반해 존중은 그것과 크게 상관없이 상대를 높여 귀중하게 대함을 뜻한다. 다시 말해 존중은 내가 타인에게서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를 대우하는 마음 자세를 뜻할 것이다. 존경이 일방적일 수 있는 데 반해 존중은 상호적이다. 상대를 존중해야 자신도 존중받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 자신도 존중받지 못한다.우리는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하고 며칠 전 일을 기억해내고 해결책을 고민하다 빨간불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는다. 이러한 일들이 가능한 것은 우리의 뇌가 뉴런이라는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통해 외부와 내부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가지와 뿌리가 드러난 나무처럼 생긴 뉴런의 신호 전달 역할은 그것을 둘러싼 세포막에서 출발한다. 뉴런은 세포막을 경계로 전기를 띤 원자, 즉 이온의 불균등한 분포를 갖는다. 이것으로 세포 안쪽은 전기적으로 음의 상태, 바깥쪽은 양의 상태가 된다. 이것은 생명 활동을 위해 필요 불가결한 조건이다. 이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세포막에 있는 나트륨-칼륨 펌프라는 것이다. 펌프는 세포막에서 문지기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세포 안팎을 경계로 전위차가 음에서 양으로 유지되도록 한다. 그런데 뉴런이 자극을 받으면 닫혀 있던 세포막의 이온 통로가 열리면서 이온이 확산되고 이온의 불균형이 깨진다. 통로는 바로 닫히지만 이것이 옆에 늘어선 이온 통로를 차례로 자극해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온의 불균형이 깨지면 세포가 활성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도 펌프다. 펌프는 나트륨 양이온 세 개를 내보내고 칼륨 양이온 두 개를 들여보내는 식으로 세포의 음 전위를 회복한다. 이것으로 다시 우리는 산책을 하며 꽃향기를 맡다가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도 뒤에서 자전거가 달려오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긴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냥 대충 반응하는 것 같던 우리 몸속에 이렇게 정밀한 장치가 들어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몸 안에 과학 한 채를 안고 사는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존중받을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왕따와 갑질 같은 단어들은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 나온 신조어다. 그러한 현상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진 않았지만 최근 들어 그 양상이 심각해지고 사회 전체로 퍼져가고 있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존중받길 원하는 심리 상태는 내부와 외부 간에 적당한 주고받기를 통해 인간의 존엄을 지켜나가는 세포의 생명 법칙에도 어긋나는 일인 듯싶다.

2020-01-27 18:00:00

영천시장내 돔배기

[세월의 흔적]<58>비린내 없어 제사 음식에 제격…돔배기

'제사상에 돔배기가 빠지면 제사를 못 지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중요한 제수품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포항․경주․영천 그리고 안동을 비롯한 북부지역에서는 명절이나 제사 때 빼놓지 않고 제사상에 올리는 중요한 제수가 바로 돔배기다. 전국의 상어고기 판매량 가운데 90퍼센트 이상이 이들 지역에서 소비되고 있다. 시장에서 주로 판매되는 상어고기는 청새라상어․귀상어․백상아리․청상아리 등이다.'돔배기'라는 이름은 어떻게 해서 붙여졌을까. 상어고기를 '돔박 돔박 네모나게 토막'을 내었다. 그리고 '포개다'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인 '동개다'라는 의미와 '동개 주면 부자가 된다'는 뜻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토막 낸 상어고기에 소금 간을 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인류는 돔배기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하였을까. 그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2015년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상어, 그리고 돔배기'라는 주제로 열렸던 전시 자료를 살펴보았다. 전국 각지 40여 곳의 유적에서 출토된 상어 뼈․이빨․가시 등이 한자리에 전시되었다. 바닷고기인 상어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살펴보는 의미 있는 전시회였다.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처음 먹기 시작하였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도 상어가 새겨져 있다. 삼국시대 고분 가운데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 먹으라는 의미로 귀한 상어고기를 바쳤다. 특히 경산의 임당동 고분에서 가장 많은 상어 뼈가 출토되었다. 또한 상어를 약으로 복용하였고, 가죽을 이용해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였다.'돔배기 하면 영천장이요, 영천장 하면 돔배기'라 하였다. 그 같은 말이 생기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이렇다. 상어는 동해의 먼 바다에서 잡히는 귀한 어종이다. 그 고기를 상하지 않도록 해서 경상도 북부지역까지 운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이야 고속도로가 개설되었고, 냉동 차량도 개발되어서 빠르게 운송할 수 있다. 하지만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직접 운반하는 수단밖에 없었다.냉동시설이 없던 시절이라서 중간쯤에 있는 교통의 요충지 영천에서 소금으로 손질을 하였다. 먼저 적당한 크기로 토막을 내어 포를 뜨고 소금을 뿌려 간간하게 염장하였다. 먼 곳 사람들은 영천장에 와서 염장한 고기 즉 돔배기를 사갔다. 당시 영천장은 5일장이 열리던 전통시장이었는데, 영남지방 3대 전통시장 가운데 한 곳이었다. 지금은 상설시장으로 발돋움하여 농수산물을 비롯한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주변 지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해서 성시를 이루고 있다.돔배기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 귀한 고기다. 그로 해서 제사상에 오르게 되었는데, 꼬챙이에 꿰어서 산적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장만한다. 그리고 육질이 담백하고 부드러우며, 특유의 감칠맛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런가 하면 인체의 간이며 폐 기능을 보하는 효능이 있을 뿐 아니라, 피부질환이나 눈병 치유에도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20-01-27 18:00:00

[최진석의 새 말, 새 몸짓] 혁신은 상승 운동이다

2020년, 새해가 밝았다. 보통은 새해를 '새로운 해'나 '새로워진 해'라고 이해하지만, 난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고 본다. '새로운'이나 '새로워 진'은 상태를 형용하는 것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명사를 사는 것이 아니다. 삶 자체는 동사다. 모든 존재가 동사적 형태의 특별한 양태일 뿐이다. 돌도 집도 나무도 해까지도 모두 다 사실은 동사다. 삶은 명사적 상태로 정지하려는 것을 동사화 하는 노력이라고 해도 된다. 그래서 나는 '새해'를 '새롭게 하는 해'로 받아들인다. 새로운 상태를 소유하는 것보다 새롭게 하는 동적 활동이 삶의 진실일 것이다. 새롭게 하려는 노력이 없이 느끼는 '새로움'은 다 허구다. 허구를 피하고 진실에 참여하자. 리더는 보통 사람들보다 진실의 양을 크게 가져야 할 뿐 아니라 진실의 폐활량이 더 커야 한다. 리더의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이런 요구는 더 크고 강해진다. 중국의 고대 은나라 탕왕이 그랬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이 매일 사용하는 세숫대야에다 진실의 폐활량을 키우거나, 최소한 줄어들지 않게 할 요량으로 각성제를 새겨 넣었다. "대학"에서는 그것을 이렇게 전한다. "일신일일신우일신"(日新日日新又日新) 인간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새로워진다는 것이다.삶이란 새롭게 하는 일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우선 자신에게 각성시키려 애쓰는 통치자의 면모가 보인다. 수준이 높은 통치자의 자세다. 최고의 위치는 최소한 이 정도가 되는 사람이 차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각성제는 찾지 않고 하나의 의견만을 붙잡고 멈춰선 채 고집스럽기만 하면 세상이 엉망진창이 된다. 새로워지려는 노력에 부가한 자신만의 진실의 양, 이것이 공적 자리의 높낮이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여기서 나는 '진실'이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쓰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내가 이 단어를 이리 자주 쓰는 데에 이유가 없지 않다. 이 정도의 각성제는 진실의 양이 얼마인가로 약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는 탕왕이 세숫대야에 이 문장을 기록하면서 실제로 '진실'이라는 글자를 가장 앞에다 새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로 '구'(苟)라는 글자다. '진실로'를 의미한다. 그래서 이 문장은 이렇게 완성된다."구일신일일신우일신"(苟日新日日新又日新) "진실로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새로워지는 일에는 거짓이 없이 착실하고 철저해야 한다는 뜻이다. 왜 이렇게 새로워지는 일에 진실해야 할까? 새로워지는 일이 생명 현상이고, 그 생명 현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쪼그라들거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하는 일이 '혁신'(革新)이다. 자기를 가두고 있는 가죽이나 껍질을 벗고 새로워진다는 뜻이다. 이것이 생명 현상인 한에 있어서 새롭게 하는 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이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탕왕이 세숫대야에 새긴 '진실로'(苟)의 의미이다. 당연히 '혁신'은 어느 단계에서 수행해야 하는 하나의 과업이 아니다.그런 과업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유기체적 조건 같은 것이다. 혁신은 생명을 가진 유기체나 조직이 움직이는 생명 활동이지, 생명 활동과 달리 따로 하는 특수한 과업이 아니다. 니체는 뱀을 들어 이 점을 알려준다. "허물을 벗을 수 없는 뱀은 파멸한다. 의견을 바꾸는 것을 방해받는 정신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정신이기를 그친다." 뱀은 일 년에 한두 번 허물을 벗으며 생명 활동을 한다.그러나 뱀이 가시에 찔리거나 해서 상처를 입고 거기에 염증이라도 생기면 허물을 벗을 수 없게 되는데, 이런 뱀은 바로 다음 해에 죽는다. 껍질을 벗을 수 없게 되면 죽는 것이다. 구태의연한 생각에 갇혀서 사고와 의식의 신진대사가 멈춘 것을 니체는 '의견을 바꾸는 것을 방해 받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생명 활동을 활발히 하는 정신으로서는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그렇다면, 정신력은 분명히 사유의 활발한 신진대사 능력을 말함에 다름 아니다. 사고의 신진대사가 막혀 있을 때, 그것을 과격하게 뚫어서 다시 생명력을 복원시키는 일이 혁명이다. 사고의 신진대사가 막힌 상태 안에 갇힌 채 이리저리 수선만 피우는 일은 혁명이라 불리지 못하고 겨우 반항으로 취급될 뿐이다. 답답한 껍질을 벗어던져 새로운 생명 현상을 출현시키면 혁명이고, 답답한 껍질은 벗지 못하고 그 안에서 무엇인가 소란만 피우면 반항이다. 혁명은 새로운 생명력을 주지만, 반항은 구태의연한 생명력으로 죽음의 시간을 아주 조금 연장시킬 뿐이다. 혁명은 진실의 언어가 채우지만, 반항에는 거짓말이 난무한다.모든 생명 현상에 혁신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동물과 인간의 혁신 사이에는 큰 차이가 크다. 동물의 혁신은 반복하는 혁신이다. 할아버지 뱀이 허물을 벗듯이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방법으로 아버지 뱀도 허물을 벗는다. 아버지 뱀이 하던 그대로 아들 뱀이 허물을 벗는다. 손자도 다르지 않다. 같은 것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동물의 혁신에 혁신이라는 간판을 달아주기는 매우 아깝다.인간의 혁신은 상승하는 운동이다. 더 나아지는 것이다. 인간의 문명적이고 의도적이며 인위적인 혁신이 혁신이다. 정부수립(건국)의 단계에서 산업화 단계로 상승하고, 산업화 단계에서 민주화 단계로 상승하는 것이 혁신이었다. 정부수립(건국)의 단계를 맴돌거나 산업화를 맴돌거나 민주화를 맴도는 일은 혁신이 아니다. 혁신할 실력이 안 돼서 껍질을 벗지 못하면 맴돌게 된다. 덧셈과 뺄셈을 할 줄 아는 학생이 다양한 형태의 덧셈과 뺄셈만 하고 있으면, 덧셈과 뺄셈의 껍질 안에서 맴도는 것이다.이 학생이 곱셈과 나눗셈을 할 줄 알게 되는 것이 혁신이다. 덧셈과 뺄셈을 하던 학생이 방정식을 풀 줄 알게 되어야 혁신이 지속되는 것이며, 방정식을 풀 줄 알게 되었다고 또 이런저런 방정식 안에서 맴돌면 혁신이 멈춘 것이다. 방정식을 넘어 기하학의 세계로 진입하면 또 이것을 혁신이라 한다. 우리는 덧셈과 뺄셈을 넘어 나눗셈과 곱셈을 거쳐 방정식을 지나 기하학까지 부단히 상승해야 한다. 이것이 자연스런 혁신적 생명활동이다. "일신일일신우일신"(日新日日新又日新)이 진실로[苟] 진행되는 모습이다. 부단 혁신만이 혁신이다. 혁신이 생명활동이기 때문이다. 탕왕은 새로워져야 한다는 뼈대만 말했지만, 니체는 탕왕보다 조금 더 친절하게 살도 붙여 말해준다. 좀 더 구체적인 언급이 있어서 내용과 방향을 가늠하기가 더 쉽다. 니체는 뱀의 생명 활동을 껍질을 벗는 것으로 말하면서 바로 '의견을 바꾸는 것'과 연결시켰다. 또 '의견을 바꾸는 것'을 정신 활동의 근본으로 본다. 정신이라면 최소한 정해진 곳에 붙박이처럼 멈춰있지 않다.이미 있는 지식이나 이론을 그대로 먹어서 누가 요구할 때 원래 모습 그대로 뱉어내는 일인 대답은 정신 활동의 근본에 닿지 못한다. 껍질을 벗는 일이 아니라 정해진 껍질 안에 머무는 일이다.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무장하여 지금 아는 것, 지금 멈춰 있는 곳의 '다음'으로 이동하려는 욕망인 질문이 정신의 근본을 구현한다. 질문에는 부단히 껍질을 벗으려는 욕망이 작동한다.대답에 익숙하도록 훈련된 사람들은 혁신에 쉽게 나서지 못한다. 질문에 익숙하도록 훈련된 사람들만 혁신에 훨씬 부담을 덜 느낀다. 질문 자체가 혁신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긴 시간동안 질문보다는 대답에 익숙하도록 훈련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을 해야 할 때 혁신을 주저하며 제자리를 맴돈다. 혁명을 해야 할 때 혁명 대신에 반항만 하면서 그것을 혁명이라고 포장하며 제 자리를 맴돈다.지적 훈련을 대답으로만 하다 보니, '의견을 바꾸는 일'보다는 한 번 가진 의견을 지키는 것이 더 편하다. 그래서 대답에 익숙하도록 훈련된 인재들은 과거를 살지 미래를 살지 못하는 것이다. 혁신이 바로 미래를 사는 연습에 다름 아니다. 사실 우리의 현실은 혁신보다는 제자리를 맴도는 일을 하느라 멈춰선지 이미 오래다. 새롭게 하는 일이 멈추면, 생명 활동이 멈추고 생명력이 고갈된다. 비효율이 쌓이는 것이다. 비효율의 두께가 효율의 두께를 넘어서면서 국가든 생명유기체든 늙고 병들고 죽어간다. 낡은 사고의 껍질에 갇혀 있는 정신은 의견을 바꾸는 것을 방해받고 정신이기를 포기하며 파멸한다는 니체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 인간의 혁신을 동물의 그것과 달리 상승하는 운동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지금 혁신은 무엇이어야 할까? 산업화의 단계에서 혁신에 성공하여 도달한 곳이 민주화인데, 민주화에 도달한 이래로 여태 민주화를 맴돌고 있다. 혁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가 단단한 껍질로 변질된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최소한이나마 '의견을 바꾸는 것을 강요받지 않는' 활동 능력을 가진 정신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역할이다. 더 이상 민주화 시대에 젖은 굳은 의견을 바꾸는 일에 주저하면 안 된다.혁신의 정신을 차리지 않고 껍질에 갇혀 시간을 보내면 그대로 죽는다. 늦었지만, 민주화 다음을 도모해야 한다. 선진화의 길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것이 혁신이다. 뱀보다는 높은 수준의 인간적인 혁신인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전혀 새로운 문명이 기존의 모든 구조를 뒤틀며 새로운 틀을 짜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이렇게 판이 뒤틀릴 때 상승하는 혁신에 성공한 나라는 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지위에 올라서고, 그렇지 못하면 종속적 지위에 머무른다. 선진화를 향한 혁신다운 혁신을 도모하는 혁신적 도전 이외에 더 큰 일은 없다. 반항을 혁신이나 혁명으로 착각하지 않는 일부터 시작하자. 새해가 밝지 않았는가. 헌 말 헌 몸짓을 벗고 새말 새 몸짓으로 상승하자. 최진석(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건명원 초대원장) ifston@daum.net

2020-01-27 17:57:32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글에도 그릇이 있다.

대구시의회에서 광고 의뢰가 들어왔다.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그 표현이 잘 안 된다는 것이었다. 모든 광고주가 그렇듯 브랜드의 문제점을 자신들이 잘 알고 있다. 특히 경상도 사람들은 표현에 약하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잘 표현하지 않는다. 닭살 돋는다는 핑계로 말이다. 여기에서 광고인의 역할이 시작된다. 그 마음을 낭만적으로 표현해주는 것, 같은 한국말이어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꿔주는 것에서 우리의 일은 시작된다.사설 기관과는 다른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사실 공무원들과의 작업은 재미있는 동시에 힘든 경험도 많았다. 늘 바꿔야 하는 광고인의 입장과 바꾸면 힘든 시스템인 공무 기관의 싸움이었다. 그 속에서 큰 희열을 느낀 적도 많았다. '내가 공무원을 설득시켰어!'라고. 하지만 나쁜 버릇이 생겼었던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공무원들과 일할수록 그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을 너무 잘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이 문제였다. 고객(의회)의 고객(시민). 즉, 시민들의 마음을 만질 생각을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공무원 마음에 드는 광고를 할까 고민하던 때도 있었다. 나중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민의 혈세로 만드는 광고인데 내가 왜 공무원 비위만 생각하고 있나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소비자(시민)가 보였다. 그렇게 되니 공무원이 좋아하면서도 시민도 좋아할 만한 메시지를 찾게 되었다. 작업 노트에 공무원이라는 큰 동그라미와 시민이라는 큰 동그라미를 겹치게 그렸다. 그리고 교집합된 부분의 메시지를 찾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렇게 찾은 메시지가 '시민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겠습니다'라는 문장이었다. 보통 시청이나 의회의 광고를 보면 지키지 못할 달콤한 말만 하는 경우가 많다. '시민의 삶을 바꾸겠다. 시민이 행복한 사회로 만들겠다'가 바로 그런 광고다. 그러나 모두에게 어필하려는 메시지는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건 역시 예산 낭비이다. 작은 약속이라도 지킬 수 있는 말을 해야 팔린다고 생각했다. 카피를 쓰고 어떤 그릇에 담으면 좋을지 고민했다. 큰 고통 없이 답이 보였다. 시민이 아주 작은 말을 하더라도 크게 듣겠다는 것을 표현하면 되었다. 즉, 문장의 시작은 아주 작게 쓰고 점점 글이 커지는 디자인을 한 것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누군가 오디오 볼륨을 높인 것처럼 점점 글이 커지는 모습이었다. 사실 '시민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라는 워딩은 굉장히 식상할 수 있다. 누가 봐도 시청이나 의회에서 할 법한 말이다. 하지만 모든 글에는 그에 맞는 그릇이 있는 만큼 그릇을 잘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렇게 글에 꼭 맞는 그릇을 찾으니 단순한 글이 소비되기 시작했다.글쓰기는 정말 고통스럽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돈을 받고 글을 파는 필자의 경우 더욱 그렇다. 아이디어 발표일까지 글이 나오지 않으면 상당히 괴롭다. 그렇다 보니 재능이 없는 사람도 잘 쓴 것처럼 보이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었다. 말을 담는 그릇의 발견은 그 고통의 산물이었다. '어떻게 하면 소비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같은 글이어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보일까?'라는 질문의 결과였다. 귀한 손님에게 주는 음식을 못난 그릇에 담는 때는 없다. 음식 맛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예쁜 그릇으로 만회하려 한다. 세상을 상대로 마케팅을 할 때 끝까지 고민해봐야 한다.글은 물고기와 같다. 물에서 건져 그릇에 두면 어떤 그릇은 담아내지 못하고 물고기가 떠나버린다. 어떤 그릇은 신선한 물고기를 잘 가두어 놓는다. 좋은 카피를 썼더라도 고민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 카피의 향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그릇(디자인)을 꼭 찾아야 한다.

2020-01-27 16:35:02

손태룡 대구문화재단 이사

[기고] 이철우 콘서트하우스 관장에게 바란다

최근 새로운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이 선임되었다. 신임 이철우 관장은 외유내강의 작곡가이다. 작곡가는 건축가이기도 하다. 건물을 지을 때 건축에 대해 설계를 하듯이, 작곡가는 곡을 창작할 때 음과 음, 음과 쉼, 쉼과 음, 쉼과 쉼 등의 연결 관계를 고려한다. 그러므로 건축가가 기둥을 세울 때와 같이 작곡가는 악절이라는 형식의 뼈대를 마련한다. 모든 건축가가 훌륭한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듯, 모든 작곡가가 좋은 악곡만을 창작하지는 않는다.작곡가 이철우는 음악 분야에 많은 악곡을 창작하여 국내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곡에서부터 오페라까지 전 분야의 악곡을 창작한 경험이 있다. 특히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여성독립운동가 김락의 삶을 다룬 (권오단 대본) 창작오페라를 작곡하여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초청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또한 2018년 11월 15~17일 러시아 우파시에서 열린 국제현대음악제에 공식 초청되어 대구시립교향악단에 의해 최초로 선보였던 발레음악 '아사달과 아사녀'(우파국립교향악단)를 발표하여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더욱이 학술대회에서는 그의 음악적 사고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예술문화연구소(소장 전정임)에서 주최한 발표회에서의 '한국적인 창작오페라 작곡을 위한 고민과 시도', 대구음악 발전을 위한 한국음악문헌학회(고문 손태룡)의 음악문헌학(제10집) 학술지에서의 '공연예술문화도시로서의 대구의 미래' 등의 발표를 꼽을 수 있다. 우리 지역 음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지향하는 그의 생각에서 앞으로 대구콘서트하우스의 발전적인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앞으로 대구콘서트하우스의 순수 음악적 발전을 위하여 몇 가지 당부 및 부탁을 하고자 한다. 이러한 필자의 조언은 대구는 역사적으로 문화도시이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악창의도시로서 계속 발전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대구콘서트하우스는 순수 클래식 음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이 때문에 순수예술의 이상을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기고, 배우고, 배출하는 공간으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여러 가지 기대를 적어본다.대구콘서트하우스는 첫째,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허브 역할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둘째, 공연장의 시설이 국제 수준에 다다라야 한다. 셋째,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의 글로벌적 위상 정립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 넷째, 대구 지역의 작품 공연을 정착시키는 작업이 포럼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솔라시안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더 활성화하면서 청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정착시켜야 한다. 여섯째,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를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교류의 방식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 일곱째, 실내악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구체적인 계획과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여덟째, 비수기의 공연장 활성도를 높여야 한다. 아홉째, 예산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연구와 실행이 필요하다. 열째, 모든 구성원들이 주인 의식과 사명감을 지니고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공유해야 한다는 신임 관장의 의견과 그 맥을 함께한다.

2020-01-27 15: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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