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이인문(1745-1824?), ‘송계한담’(松溪閑談)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이인문(1745-1824?), ‘송계한담’(松溪閑談)

요즘 전주 합죽선은 가로 길이 54센티미터 안팎에 부챗살은 38개 정도이다. 옛 부채그림 중에 과연 쥘부채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기가 큰 것이 간혹 보인다. 이인문의 '송계한담'이 그렇다. 가로가 77센티미터, 부챗살이 75개인 대형이다. 쥘부채, 접부채인 합죽선은 양반들의 필수품이어서 유행을 많이 탔던 것이 이유원의 『임하필기(林下筆記)』(1871년)에 나온다. "40년래 서울 사대부들은 다시는 단오선을 사용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염조대선(廉造大扇)을 숭상하다 뒤에는 심씨소선(沈氏小扇)을 숭상하고 또 곡두소선(曲頭小扇)을 숭상했다. 가지각색의 비단을 부채에 발라서 부치다가 곧 모두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또 붉은 색을 숭상하다 얼마 안가서 쓰지 않았다. 지금은 모두 소절선(小切扇)을 사용한다. 유행이 한 때를 휩쓰는 것은 비록 작은 물건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19세기 초에 오래 유행했던 단오선이 싹 사라지고 최근 40년간 염씨가 만든 큰 부채, 심씨의 작은 부채, 머리 부분이 굴곡진 작은 부채, 각색 비단 부채, 붉은 비단 부채, 작게 끊은 부채 등으로 유행이 7번 서울 상류층 사이에서 바뀌었다는 것이다. 유명 장인의 솜씨에 따라 크거나 작은 부채가 유행했고, 청나라 수입품이었을 비단을 종이 대신 바르기도 했으며, 빨간색(!) 비단부채도 유행하다 지금은 소절선만 든다고 했다. 어떤 모양이었을지 궁금하다. 이유원은 흥선대원군에게 밀려나 있을 때 양주 천마산 가오곡(현재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가곡리)에서 이 책을 엮었다. 한양에서 이 별장까지 80리를 남의 땅을 밟지 않았다는 손꼽히는 부자였으므로 유행에 민감했던 것 같다. 이유원의 많은 재산은 양자로 들어온 이유승의 둘째아들 이석영에게 상속되어 의미 있게 쓰였다. 1910년 경술국치를 당하자 이유승의 아들 6형제 건영, 석영, 철영, 회영, 시영, 호영 등은 합심해서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가족과 함께 만주로 망명했다. 이들이 신흥무관학교 개교를 비롯해 항일투쟁과 독립운동에 썼던 막대한 자금은 대부분 이석영이 물려받은 이유원의 재산이었다.이인문의 명작 부채그림을 두고 딴 이야기가 길었다. 평범하지 않은 대형 고급 부채이고 그림 또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 세필과 담채의 표현력이 넘친다. 이인문은 소나무가 무성한 물가에서 정담을 나누는 '한담(閑談)'을 즐겨 그렸다. 자연 속에서 우정을 나누는 한가로움과 정다움은 양반사대부들이 선호하는 주제였을 것이다. 소나무 그늘아래는 솔바람도 불었을 테고 계류와 작은 폭포의 물소리까지 있으니 부채그림으로도 맞춤하다. 솔숲을 이룬 소나무들의 원근, 대소, 곡직이 강약의 붓질로 노련하게 드러났고 여백으로 사라지는 담채의 유현(幽玄)한 공간감 또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다. 등장인물은 세 친구와 다동(茶童) 하나.

2020-09-13 06:30:00

[광장] 의사가 되고 싶었던 소년

[광장] 의사가 되고 싶었던 소년

지금부터 45년 전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2학년 진급을 앞두고 문과·이과를 나눌 때 나는 이과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의과대학에 진학해 의사가 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당시 학제로 이과를 선택해서 '수학2'라는 과목을 배워야 했다. 병원도 없는 산골 깡촌 무의촌에서 태어나 자란 내가 의사에 대해 무얼 알고 의대를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본 영화 한 편 때문이었다. 제목이 '청녀'(靑女, 1974년)인데 아마 영화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분들도 이 영화는 처음 들어볼 정도로 영화사는 물론이고 일반 팬들에게도 잊힌 영화이다.나는 당시 이 영화를 지금은 없어진 대구 비산동 오스카극장에서 봤다. 내용은 의사가 낙도에 의료봉사를 하러 가서 시각장애(장님)에다가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어린 소녀를 구해서 치료하고 돌봐준다는 휴머니즘이 바탕에 깔린 그런 영화였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큰 감동을 받았고, 주인공 남자 의사에 대해 너무나 강렬한 매력과 선망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 나도 의사가 되어 낙도와 같은 무의촌에 가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고쳐주는 휴머니즘 의사가 되자!' 하고 15세 소년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사실 이 영화는 1947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프랑스의 A. 지이드라는 작가의 '전원교향악'이라는 소설을 번안한 것이었다.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의사가 아니라 목사인데 주인공 목사 역시 매우 훌륭한 선행을 베풀고 헌신하는 사람으로 나온다.나중에 알게 된 터이지만 이 영화는 '만추'로 유명한 이만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당시 민청학련이라는 시국 사건에 연루돼 수배 중이던 김지하 시인이 조감독이라는 직책으로 당국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지하 시인은 영화 촬영 현장이던 서해 대흑산도에서 잡혀 서울로 압송돼 10년 가까이 징역을 살았다는 후일담도 있다.중국 근대 사상가이자 작가인 루쉰(魯迅)은 '아큐정전' '광인일기' 같은 문학작품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특히 1980, 90년대에는 경북 봉화 출신의 걸출한 산문가인 전우익 선생이나 신영복 같은 사상가들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널리 소개되고 많이 읽혔다. 루쉰은 몰락한 지주의 아들인데 의사가 되기 위해 일본 센다이 의과대학에 유학을 갔다. 당시는 중일전쟁이 한창이었는데 의과대학 실습시간에 환등기로 생체해부학을 공부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일본 군인들이 중국 민중들을 짓밟는 영화를 보고 사람의 육체를 고치는 의사가 아니라 정신을 고치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의과대학을 자퇴하고 소설가가 되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실제로 루쉰은 20세기 신문명 초기 중국 민중들뿐만 아니라 세계 지식인들에게 정신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끼친 좋은 글을 많이 썼다.아마 근래 우리 사회의 빅 데이터를 돌려본다면 아마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목사' '의사'가 아닐까 싶다. 종교 유무를 떠나 보통의 장삼이사들이 생각하기로 목사는 마음이 가난한 이들의 영성을 높이고 사랑과 평화를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의사는 몸이 아픈 이들을 치료하고 그들에게 평안과 안식을 주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내 영혼이 힘들 때 누군가가 곁에서 해주는 진실한 기도는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던가. 몸과 마음이 고단하고 아플 때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은 얼마나 큰 위안과 치유가 되었던가?오늘은 문득 중학생 때 읽었던 A. 지이드의 소설 '전원교향악'과 이만희 감독의 영화 '청녀'가 생각나면서 45년 전 잠시 의사가 되고자 했던, 분별없으나 아름다웠던 청춘의 내 모습을 회상해본다.김용락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원장·시인

2020-09-11 14:30:05

[춘추칼럼]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법

[춘추칼럼]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법

지금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기차를 타고 '코로나'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을 지나가는 중이다. 도착지는 서로 다를 수 있다손 치더라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암울한 나날이다. 잠시 출구가 보이는가 싶더니, 다시 어두운 터널이 계속되고 있다. 모든 세대, 모든 공간에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 답답한 심정만 토로할 따름이다. 남아 있는 것은 터널을 달리는 규정 속도와 안전 수칙뿐이다. 기차 객실을 나와서 돌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고, 최소한의 이동만 가능하다. 객실에서 웃거나 떠들 수도 없고, 음식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다. 자연스럽게 긴장감은 높아지고, 감정은 날카롭다.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설프게 제안하거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모두의 견제를 받게 된다.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생각할 수 있는 거라고는 '언제쯤이면 이 터널의 끝을 만날까?' 정도이다. 아무도 알 수 없고 예측 불가능한 질문만 붙잡고 하루하루 살아간다.더 큰 문제는 달리는 기차 안에도 다양한 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똑같은 상황에 있는 듯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누군가는 생존 자체가 위태롭고, 답답하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는 이도 있다. 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삶의 질적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터널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편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우리의 상태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우두커니'라는 단어가 아닐까. '우두커니'라는 단어는 사전에 '넋이 나간 듯이 가만히 한자리에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모양'으로 정의되어 있다. 처음에는 외부의 요인에 의해 우두커니 있었다면, 지금은 우두커니 있는 모습이 일상이 되고 말았다. 언제 나올지 모를 출구를 기다리면서 마냥 '우두커니' 있을 것인가. 혹여 지금 지나고 있는 터널의 끝을 만날 수 있겠지만, 만약 또 다른 터널이 그 앞에 놓여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두커니'라는 단어를 만난 시를 읽어본다."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전문(문학과지성사/1989)대부분의 사람들은 터널의 끝과 출구만 생각하고 기다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는 것은 '후회'뿐이다. 한 게 없으면 추억도 없다. 삶의 축적이라는 관점에서 '지속가능성' 개념을 떠올릴 수 있다. 처음 이 개념을 사용한 것은 임업 분야였다. '나무를 베는 만큼 나무를 심는다'는 의미에서 출발한다. 현재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심는 일은 미래를 상상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10년 후, 100년 후, 나아가 1천 년 후를 상상하는 일이다. 지금 모든 것이 멈추고 의미 없어 보일지라도,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우리의 삶은 끝을 모르는 터널의 연속이다. 코로나라는 터널이 아니라도 원래 알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게 삶이다. 시인의 말처럼,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하자'. 우두커니 앉아 있지 말자. 일어나 걷자. 홀로, 같이 걷자. 서로 안부를 묻자. 더 많이 보고, 더 자주 듣고, 더 깊이 생각하자. 누군가는 터널을 탈출해야 가능하다고 말하겠지만 속지 말자. 터널 안이든 밖이든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심자. 그 결과는 우리의 몫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만약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10년 후, 100년 후, 1천 년 후 미래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2020-09-10 14:57:19

[기고] 제4차 산업혁명과 빅 데이터

[기고] 제4차 산업혁명과 빅 데이터

컴퓨터, 인터넷,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은 우리의 생활을 과거와는 전혀 다르게 바꾸어 놓고 있다. 향후 미래 세계는 더욱 빠르고 광범위하며, 많은 영향력으로 우리들의 생활을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시킬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고, 인공지능(AI), 빅 데이터(Big Data), 로봇 기술, 사물인터넷(IoT) 등이 주도하는 새로운 산업혁명이라는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상상의 시대, 창조의 시대,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상상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시대이다.제1차 산업혁명은 약 1760년에서 1820년 사이에 일어났다. 주로 농경사회에서 산업과 도시로 전환되었다. 증기기관 기반의 기계화 혁명으로 증기기관을 활용하여 영국의 섬유공업이 거대 산업화와 함께 산업혁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제2차 산업혁명은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인 1865년에서 1900년 사이에 일어났다. 전기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 혁명으로 공장에 전력이 보급되어 벨트 컨베이어를 사용한 대량생산 보급을 위해 전력을 사용했다. 1969년에 시작된 제3차 산업혁명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IT기업의 부상으로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및 정보통신기술이 포함된다.제4차 산업혁명은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World Economic Forum Annual Meeting 2016)의 주제였다. 만물 초지능 혁명으로 사람, 사물, 공간을 초연결·초지능화하여 산업 구조와 사회 시스템에 혁신을 가져왔다.학자들 사이의 주장은 다르지만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차세대 혁명이며, 특히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자율주행자동차 등 혁신적인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오늘날 빅 데이터 기술은 방대한 데이터의 축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하여 블록체인 기술이 광범위한 분야에 이용될 것이다. 또한 금융, 행정,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의 모든 생활에 도입될 것이다.제4차 산업혁명은 한마디로 최첨단 기술의 융합을 의미하며, 기술 혁신으로 인한 사회 및 경제 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들은 제조 공정에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면서 사물인터넷, 로보틱스, 블록체인 기술 등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의 기술 혁신 속도를 고려할 때, 10년 후 직업의 약 70%가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전혀 새로운 직업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자동차 10대 중 1대가 무인자동차일 것이고, 인공지능 로봇이 법률 관련 자문과 기업 감사 업무의 상당 부분을 맡게 되며, 로봇이 약사의 일을 해내고, 3D 프린팅에 의한 간 이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흥미로운 여러 과제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문제는 새로 등장한 과학기술 혁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만들어 나갈지에 관한 것이다. 이는 인류의 변화를 수반한다. 오늘날 우리는 삶과 일, 인간관계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혁명의 문 앞에 서 있다. 문화와 국가, 소득 계층을 넘어 모두가 제4차 산업혁명과 그것이 가져올 문명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배워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0-09-10 14:56:47

[매일춘추] 삼성 창조캠퍼스에서 예술을 만나다 - 조수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 큐레이터

[매일춘추] 삼성 창조캠퍼스에서 예술을 만나다 - 조수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 큐레이터

대구 현대백화점 갤러리 H에서는 지역의 복합 문화 공간인 삼성 창조캠퍼스의 아티스트 센터 예술가들의 단체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회화, 조각, 공예,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필자는 대중들에게 복합 문화 공간을 알리고 다채로운 예술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이 전시를 기획했다. 최근 10여 년 동안 문화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크고 작은 복합 문화 공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복합 문화 공간은 누구나 쉽고 다양하게 예술과 문화를 접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소이지만 일부 복합 문화 공간은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이번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구 제일모직 부지에 위치한 삼성 창조캠퍼스에서 활동한다. 이곳은 60여 년 전 지어진 건축물을 리노베이션하여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예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열린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의 예술가들은 시민들에게 공방 체험이나 수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일상에서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번 기획은 전시에만 중점을 두었고 그들의 대표작만을 전시장으로 옮겨왔다. 이 전시는 여러 장르의 혼합으로 자칫 산만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단조롭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그것은 전시장 공간과의 조화를 이룬 작품 구성뿐만 아니라 예술가들 간의 상호 배려 덕분이었다.전시에 참여한 한 도예가는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장에서 마주하니 보다 색다르고 깊이 있게 느껴진다며 찬사를 보냈다. 또 다른 공예가는 작업의 결과물이 전시된 것에 대해 감회가 남다른 한편 보완해야 하는 부분을 발견하는 등 새로운 기대감이 생긴 모습이었다. 이 기대감은 전시장을 찾은 한 관람객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 관람객은 이번 기회를 통해 삼성 창조캠퍼스라는 복합 문화 공간에 대해 알 수 있었고 그 공간을 방문하여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접해보겠다며 관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관람객의 관심과 참여는 자연스럽게 예술가들에게 발전의 원동력과 성취감으로 이어지며 보다 풍부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토대가 된다. 이것은 기획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기회가 마련된다면 프리마켓과 아트 체험도 구성하는 등 보다 풍부한 전시를 기획할 것이다. 간혹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접하는 예술이 어렵거나 멀게만 느껴진다면 복합 문화 공간에서의 경험을 추천해본다. 삼성 창조캠퍼스의 아티스트 센터처럼 열린 공간에서의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은 관람객에게 새로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처럼 예술은 생각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으며 생각보다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제 일상에서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열린 공간과 열린 예술을 만날 때이다.

2020-09-10 14:11:26

[임언미의 찬란한 예술의 기억] 잃어버린 퍼즐 찾기

[임언미의 찬란한 예술의 기억] 잃어버린 퍼즐 찾기

솔직히 지난 2월, 1980년대 발행분 '대구예술' 잡지 수집을 공개적으로 진행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큰 기대는 없었다. 잡지 공개 수집 홍보를 통해 아카이브 사업을 알리는 데에 만족하고, 실제로는 원로 예술인들을 수소문해서 찾아볼 생각이었다. '대구예술'은 발행처인 대구예총과 산하 10개 협회를 비롯해 당대 예술가들의 활동이 게재된 잡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그런데 언론 기사가 나간 바로 그 주, 한 원로 수필가가 '전국체전 특집호'로 제작된 1984년 발행분을 사무실로 가져다 주셨다. 특집호답게 두툼한 그 책에 당대 시대 분위기를 비롯해 1940, 50년대 예술계를 회고한 작고 예술인들의 원고가 수록된 것을 보고 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뒤이어 전화도 걸려오기 시작했다. 대구 북구 읍내동에 산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어르신이 창간호부터 여러 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희망이 생겼다. 마침 1990년대 발행분 잡지들은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가 제공해주셨다.하지만 옛 잡지를 소장하고 계실 법한 원로 예술인들께 전화를 하면서 덜컥 마음을 졸이기 시작했다. 잡지를 분실했다거나 이사하면서 정리했다는 답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급해져 처음 전화를 주셨던 읍내동 어르신께 여러 차례 전화를 드렸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크게 실망하던 차에 두 번째 전화가 걸려왔다. 대구 출신으로 현재 서울 모 기업의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창간호와 제2호를 소장하고 있으니 바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반신반의하며 사무실 주소를 알려드렸다. 택배로 실물이 도착하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그것이 이인석 ㈜이랜드 고문과의 첫 인연이었다. 바로 감사 전화를 드렸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5월 말이 되어서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30년 이상 수집가로 활동하며 여러 지역에 자료를 기증해왔다고 했다. 특히 한국전쟁기 문헌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으며 대구 자료들도 꽤 있다고 했다. '대구의 문화예술 자료는 대구에 보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필자의 이야기에 공감한 그는 서울로 돌아가 자료가 정리되는 대로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남겼다.그 뒤로 두 차례 택배가 사무실로 도착했다. 일제강점기 출판물과 1950년대 한국전쟁기 출판물, 그리고 1960~80년대 대구에서 발행된 잡지 초판본들이었다. 그는 그 뒤로도 대구에 내려올 때마다 자료들을 건넸다.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감사장을 드렸지만 자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오랫동안 수집해온 그분이 기증까지 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이야기를 전해 들은 언론사 기자가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는 흔쾌히 응했다. 인터뷰 당일 그는 또 깜짝 선물을 건넸다. 남성 현대무용가 고(故) 김상규 선생의 공연 팸플릿을 비롯해 사진 자료 등 여러 유품들을 가져온 것이다. 이 대표가 대구에 예술자료들을 기증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자료를 가진 골동품상이 그에게 매입을 권한 것이다. 그는 바로 그 물건들을 구입해 대구로 가져왔다.김상규 선생이 어떤 사람인가. 한국 1세대 남성 무용가로 대구경북 현대무용의 뿌리를 닦은 인물이다. 그의 혈육 중 현대무용의 길을 잇던 딸 김소라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와 부인 최원경 선생이 잇달아 세상을 떠나면서 그와 관련한 예술자료들도 모두 소실되었다. 김상규 선생은 지역 예술사를 정리하는 필자에게는 잃어버린 퍼즐 같은 것이었다. 이인석 대표가 그 잃어버린 퍼즐을 뜻하지 않게 선물해 주었다.좋은 에너지가 전해졌던 것일까. 첫 기증 전화를 걸어왔던 북구 읍내동의 어르신에게도 다시 연락이 닿았고 그는 그 잡지들을 보자기에 곱게 싸서 내주셨다. 오랜 세월 간직한 자료를 전해주는 게 마치 자식을 시집보내는 것 같다고 하셨다.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역사 문화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을 개인이 하는 것은 지극히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수집한 자료를 공적으로 기증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인석 대표와 북구 읍내동의 노대균 선생님, 수필가 김종협 선생님, 김태곤 큐레이터, 그리고 관심을 가져주신 원로 예술인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2020-09-09 16:30:00

[홍성걸의 새론새평] 집단사고에 빠진 문재인 정부

[홍성걸의 새론새평] 집단사고에 빠진 문재인 정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고,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3년 4개월이 지난 현재, 조국과 추미애의 부모 찬스로 기회는 더욱 불평등해졌고, 집권 세력의 부정부패 의혹 수사를 담당해 온 검찰을 와해시키고 합의 없는 일방적 국회 운영으로 과정은 더욱 불공정해졌으며,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채워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로 인해 사법 판결조차 결코 정의롭지 못한 나라가 되었다.그래서 사람들은 문재인 정권을 흔히 5무(無) 정권이라고 조롱하고 있다. 무오류를 주장하면서 한없이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무관용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무례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정권 초기 이념에 치우쳐 현실을 무시한 정책들을 마구 쏟아내 그토록 위하겠다는 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폐업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세금을 천정부지로 올려 평생 애써 내 집 한 채 마련한 사람들까지 한꺼번에 죄인으로 만들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쳐 갈등을 부추기고 내 편은 무조건 옹호하는 패거리 문화 속에 자신들만 정의로운 척하는데 신물이 날 지경이다.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정책 추진을 위해 헌신적으로 검진과 치료에 임한 의료인들마저 편을 가르면서도 비판하는 사람들만 야속하다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지 못하는 청와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을 위한 부적절한 청탁 사건 수사에서 관할 서울동부지검은 8개월 넘게 미적거리다가 지검장과 관련 검사들은 모두 영전했다. 이젠 하루가 멀다 하고 증거가 쏟아져도 외면하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검찰 수사를 기다려 보잔다.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 검찰 개혁의 최고 적임자라며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울산선거 하명수사 사건을 비롯해 유재수, 조국 등 정권 실세들의 범죄 의혹을 수사하자 검찰 쿠데타라면서 인사권을 남용해 수사팀을 모두 해체시켰다. 그러고도 모자라 채널A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동훈 검사장과의 대화는 검언 유착의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유죄로 추정하고도 증거를 찾지 못해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그 근본 이유는 문재인 정권이 강한 집단사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집단사고(集團思考)란 강한 응집력이 있거나 가치를 공유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일수록 의사결정 과정에서 획일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며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한 채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선택하여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론이다. 집단사고의 위험은 집단 능력에 대한 과신, 집단의 폐쇄성, 획일성 압력 등이 높을 때 더 커진다.문재인 정부는 협치의 대상인 야당을 청산되어야 할 적폐로 간주해 왔고 친일파와 토착 왜구 프레임으로 자신들만 옳다는 사고를 강화시켰다. 그러다 보니 철석같이 믿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정반대로 나타나도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고, 그래도 안 되니 대중 영합적 퍼주기와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만 선택적으로 채택하여 정당화하려 했다. 도덕적 우월성에 빠져 집단의 폐쇄성이 극도로 높아졌고, 부도덕한 행태가 나타나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옹호한다. 그뿐만 아니라 금태섭 전 의원의 예에서 보듯 집단 내 획일적 사고에 대한 압력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다른 가능성이나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집단사고의 결과는 결국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통한 정책 실패로 이어진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집단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정책 과정에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참여시켜 다양한 가능성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집단 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역할을 수행할 사람을 두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획일적 집단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막대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과 미래 세대의 몫이 될 것이다.

2020-09-09 15:45:02

[기고] 항공모함 보유는 시대적 사명

[기고] 항공모함 보유는 시대적 사명

해양 강국인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해군의 역할이 증대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해군은 이제 연근해 작전의 해군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대양해군의 역할을 지향하고 수행해야 한다. 유사시 원해로 나아가 독자적으로 우리 상선이나 유조선을 호위‧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만 의존하거나 그 보호 아래 계속 머물 수만도 없다.늦은 감이 있지만,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해군의 경항공모함 도입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경항모 도입에 부정적이거나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임진왜란 발발 전 일본의 침입을 앞두고 다투기만 한 조선 조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나마 전쟁 14개월 전인 1591년 2월 충무공 이순신 제독은 전라좌수사로 부임해 거북선을 비롯한 판옥선 건조와 철저한 군사훈련으로 전쟁에 대비한다. 우리에게 적확한 유비무환의 교훈을 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항공모함의 필요성 논의를 넘어,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 의식을 가져야 한다.해군은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 국민과 재외동포 보호를 비롯한 안정적인 해상교통로 확보와 해양 자원 등 경제 안보의 중요성에 따라 대양해군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해군은 한반도 주변의 안정적 관리와 해상교통로를 위해서라도 강한 군사력의 상징인 항공모함이 필요하다.항모는 독도와 이어도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장기적인 해상기지나 요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2척의 중형 항공모함을 보유했고, 곧 원자력 추진 10만t의 대형 항모도 가지게 된다. 일본도 2025년이면 이즈모급 경항모 2척을 가지고 F-35B 수직이착륙기를 탑재·운용하게 된다. 우리는 현재 국방중기계획으로 최선을 다해도 2033년이 되어야 겨우 1척의 경항모를 가지게 된다. 너무 늦다는 생각이 든다.대한민국은 우리 국격에 합당한 국제적 역할 수행 등 주어진 사명을 다해야 한다. 항모 미보유로 자칫 우리의 자주국방 건설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국제적 위상에서 밀리면 우리는 해군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태국, 인도, 브라질 같은 나라들도 이미 항모를 운용 중이다. 우리는 더 이상 군사 원조로 운영되던 그런 나라가 아니다. 무엇이든 우리 힘으로 계획하여 만들고 운용할 수 있는 자주적 국력과 기술을 보유한 나라이다. 세계 1위 조선 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경항모 건조에 필요한 2조원 예산을 13년 시한으로 계산하면 연간 1천500억원씩 소요된다. 국방 예산의 2.5% 정도이다. 처음부터 중형 항모를 건조하면 좋겠지만, 전체 국방력 규모를 제고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된다.항모 건설은 첨단 과학기술과 장비의 총집결로 우리 조선 기술을 한 단계 더 높이는 역할도 수행할 것이다. 항모에 탑재할 F-35B 조종사나 정비사와 무장사는 공군이 담당한다. 상륙군인 해병대의 공격 기동 헬기도 운용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합동군으로 운용하게 된다. 따라서 항모 보유는 우리 군의 통합성 작전 개념을 충족하면서도, 국가와 국민의 품격을 높인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자부심과 우리 군의 사기 진작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항공모함 건설에 대한 국민의 큰 뜻이 모아져야 할 때이다.

2020-09-09 15:06:32

[매일춘추] 대구는 행복마을, 행복도시다 - 서성희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매일춘추] 대구는 행복마을, 행복도시다 - 서성희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우리는 대부분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그보다 작은 단위인 마을은 직접적으로 내 삶을 품어주는 삶터이자 내 가족이 살아갈 세상이다. 우리는 살기 좋은 마을과 도시를 만들고 싶어 한다. 사람은 물질적·외형적 성장과 발전만으로 행복할 수 없다. 이웃과 유대하고 서로 연결되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가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의 저자 찰스 몽고메리는 이웃끼리 서로 알고 지내고, 소통하고, 필요한 것들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으로 '행복도시'를 설명한다. 차보다 사람을 존중하고, 이웃끼리 공감과 협동하는 도시를 말한다. 옥스퍼드 대학 로빈 더바 교수는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두 가지 중요한 요소인 우정과 소속감의 형성 가능성을 마을에서 찾는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직장 동료들보다 동네에서 늘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이웃 커뮤니티의 우정과 연대가 삶의 행복감에 더 적합하다는 해석이다. 그 증거는 마을미디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마을미디어는 주민들이 소유하고 주민이 함께 운영하는 미디어다. 전국 각지에서 마을미디어 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지난 9년간 서울에서만 78곳에서 마을 TV, 라디오, 신문, 잡지가 만들어졌다. 동 주민자치회 같은 단체를 기반으로 우리 동 마을방송국 운영과 정기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사람과 마을의 네트워크 역할을 하고 있다.먼저 마을미디어는 마을의 이슈를 찾아 소통하고 마을의 문제를 같이 해결하기 위한 마을의 목소리가 되어주었다. 코로나19와 이상 기후를 계기로 마을미디어는 재난 시 전국 방송에서 담을 수 없는 마을만의 상황을 공유하고, 마을의 대처상황을 방송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새삼 주목받기도 했다. 대구도 이번 달 주민참여예산제에 '달성 토성마을'이 선정돼 비산 2, 3동에 마을 방송국이 생길 예정이다. 예산이 작아 대부분 방송국 인프라 구축에 들 예정이지만, '대구 공공미디어 지원단' 소속 단체들이 교육이나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마을미디어가 지역에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코로나19 이후 미디어 영역에서 또 하나의 특징은 비대면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온라인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럴 때 대구시는 국내 온라인 마켓과 함께 해외 온라인 시장으로의 수출 판로 개척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역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판로를 개척하기 힘들었던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아마존 같은 세계 유수의 온라인 마켓에 입점할 수 있도록 비대면 온라인 비즈니스를 성심으로 지원해 지역 자생 제품을 키워나가야 한다.의사와 치료약만으로는 내 건강을 보장할 수 없다. 내가 나의 건강을 돌보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공무원과 전문가만으로는 행복마을과 행복도시를 보장할 수 없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좋은 마을과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챙겨야 한다. 내가 사는 마을과 도시는 내가 가꿔나가야 할 '행복의 조건'이다.

2020-09-09 14:19:57

[종교칼럼]마음의 歸鄕

[종교칼럼]마음의 歸鄕

코로나19가 우리 곁에 온 지 7개월이 지나면서 일상은 통째로 바뀌었다. 당연했던 것들이 이젠 당연하지 않게 바뀌고 있다. 우리 일상의 변화는 물론이고, 생활 문화에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급기야 아름다운 우리 전통인 세시풍습까지 바꿔 놓을 태세다. 아마도 올해 추석은 몸의 귀향을 포기하는 대신 마음의 귀향이 늘어날 것 같다. 고향을 찾아도 형제자매들끼리 시차를 두고, 고향을 방문하자는 묘안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조차 '온라인 성묘'를 권고하고, 벌초도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당부할 정도다.명절은 모이는 날이고, 나누는 날이다. 멀리 있는 가족과 친척들이 모이고, 함께 명절 음식을 나누고, 마음에 품었던 사랑과 그리움을 나누는 날이다. 그런데 고향을 찾을 수도 없고, 부모님과 친척은 물론이고, 보고 싶은 얼굴도 볼 수 없는 '언컨택트(uncontact) 한가위'를 맞다니 당황스럽다. 이 모든 원인이 코로나19에 있단 말인가.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고, 치료제가 개발되면 그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세계는 코로나19 훨씬 이전부터 언컨택트 사회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배달 문화가 그것을 잘 대변해 준다. 스마트폰에 배달 앱 하나만 깔면 말하지 않고도, 음식을 배달하고 장을 볼 수 있다. 심지어 당일 배송, 새벽 배송까지 이뤄지지만 배달원과 대면할 필요조차 없다. 사람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고, 타인과 말을 직접 주고받고, 접촉하지 않아도 생활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한국은 9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정도로 초연결사회다. 요즘은 세계화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전 세계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그런데 소통의 방식이 언컨택트다.언컨택트는 시대의 흐름이다. 소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만나지 않고도 소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언컨택트는 타인과의 대면을 줄일 수 있다면 줄이고, 접촉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지, 소통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가까이 있어야 깊은 소통이 이뤄지는가.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숨겨진 차원』에서 사람 간의 거리에 따라 친소 관계를 나눴다. 가족과 연인만 들어올 수 있는 '친밀한 거리'는 0~45㎝이고, 친구나 가까운 지인이 들어올 수 있는 '개인적 거리'는 46~120㎝라고 했다. 공적인 관계인 '사회적 거리'는 120~360㎝이고, 공연이나 강의에서 만나는 '공적 거리'는 3.6m 이상이라고 했다.언컨택트의 시대에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딥컨택트(deep contact), 만나지 않고도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추석, 우리는 귀향할 수 없고, 차례를 지낼 수 없다 해도 부모님과 친지, 이웃들과 더 깊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예수님이 수가라는 동네에 도착했을 때 사마리아 여인이 질문했다. 우리가 어디에서 하나님을 예배(섬겨)해야 합니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때라 아버지께서는 자기에게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니라."(요 4: 20~23) 예수님의 말씀이 언컨택트 시대에 딥컨택트로 살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참된 섬김과 교제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정성에 달려 있다.

2020-09-09 09:45:26

[경제칼럼] 중소기업 팀장의 리더십

[경제칼럼] 중소기업 팀장의 리더십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경영환경 속에서 해답을 찾고자 얼마 전 회사의 직원들과 개별적인 면담 시간을 가졌다.현재 우리 회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들을 함께 고민하면서 도출된 과제 중 하나가 팀장과 팀원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면서 회사의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었다.리더십 분야의 대가인 박휘규 성균관대 교수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팀장 리더십이 회사의 성과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통상 대기업은 조직이 크고 세분화되어 있어 팀장 또는 팀의 역량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나, 중소기업은 하나의 팀이 다양한 분야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고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아 팀장이 회사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한다.그리고 중소기업 팀장들이 주도적이고 창의적으로 업무에 몰입한다면 대기업보다 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고, 짧은 시간에 중요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위치에 올라감으로써 개인의 성장이 더 빠른 편이라고 한다.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중소기업의 중간 리더들은 본인이 주도적으로 일하기보다 경영진이 지시하는 일만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어떤 팀장은 책임 면피용 업무를 하는 것에 상당한 시간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이처럼 중소기업의 핵심인 팀장 리더십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필자가 생각하는 올바른 중소기업 팀장 리더십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첫 번째 중소기업 팀장에게 가장 중요한 리더십 요소는 소통 능력이다. 박휘규 교수는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데 가장 필요한 리더십을 'People First Leadership'이라고 했다.이 리더십은 리더가 팀원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솔선수범, 지도, 칭찬, 경청 등 4가지 요소로 조직원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다.팀장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팀원들에게 묻고 배우기를 꺼리고, 팀원들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보다 팀장이 답을 가르쳐주거나 지시를 내려주기만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이번 면담에서 깨닫게 됐다.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팀장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서 각자의 장점을 이끌어내고 약점을 보완해 함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두 번째 필요한 요소는 통합자로서의 역할이다. 중소기업은 작은 규모여서 팀장이 팀원과 경영진의 중간 조율자이거나 다른 팀과의 업무 분담 시 최종 협상 결정자인 경우가 많다.이런 상황에서 팀장들은 경영진, 팀원, 다른 팀과의 솔직한 의견 교환을 통한 설득을 어렵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히려 아무런 변화와 결론도 만들어 내지 않음으로써 논란을 회피하거나, 팀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그들의 일을 대신 해주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하지만 회사나 팀원들이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문제점을 직시하고 한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해결해 나가는 것을 바란다는 것이다.팀장이 이해당사자들에게 수시로 솔직하게 말해주고 함께 고민함으로써 문제를 풀어나가고 배려받는다는 피드백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이 겉으로는 조직의 갈등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속에서 회사는 성숙해지고 하나로 통합돼 나아가는 것이다.세 번째 중소기업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동기부여의 리더십이다. 팀원들은 업무 지시를 하면 왜 이것을 내가 해야 하는지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아마 이것은 팀원이 자신의 역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팀장이 회사의 방향과 지시한 업무의 목적을 이해시켜 주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중소기업 팀장들은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 일의 목적과 팀장이 기대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말하고 그들이 납득하고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앞에서 말한 바와 같은 훌륭한 중소기업 팀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팀장 리더십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 경영자가 위와 같은 리더십을 발휘해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팀장들의 롤 모델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대부분의 중간 관리자 리더십 교육이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중소기업 현실과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앞으로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한 중간 관리자 리더십 연구가 더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한 교육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기를 바란다.

2020-09-08 11:47:05

[매일춘추] 선한 ‘우리나라’, 악한 ‘대한민국’

[매일춘추] 선한 ‘우리나라’, 악한 ‘대한민국’

꿈이었다. 그것은. 헛된 기대와 희망의 꿈. 집권 여당의 한 고위 인사가 TV에 나와 연설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태어난 자는 누구나 대한민국의 운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나는 선한 대한민국, 흰 옷을 입은 정의로운 대한민국이요, 악한 대한민국은 당신네 몫'이라고 선언할 수는 없습니다." 토마스 만의 1945년 5월 미 의회 강연문 '독일과 독일인'의 핵심 부분에 '독일' 대신 '대한민국'이 들어간 것이었다.지난 광복절 광복회장이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했고, 안익태는 민족반역자였다. 두 사람의 묘는 파묘하고, 애국가는 폐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념사를 했다고 한다. 아무리 막말과 궤변이 창궐하는 나라기로서니, 이런 식으로 역사를 난도질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가 흉중에 품은 메시지는 분명 이런 것이었을 게다. "나는 선한 '우리나라', 정의로운 '우리나라'다. 악한 대한민국은 당신네가 알아서 해라."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 했던가, 어쨌거나 필자로서는 한동안 잊고 있던 명문을 다시 읽게 해 준 그 광복회장에게 감사해야겠다.만이 '20세기 가장 독일적인 작가'로 꼽히는 것은 나치 파시즘에 대한 단호한 태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괴테로 대표되는 독일 인문주의의 적자로서 독일사의 긍정적·부정적 징후를 함께 읽었던 그는 인류의 화해와 통합을 모색한 보기 드문 독일 작가였다. 나치라는 악마와 계약을 체결한 조국의 사악한 면까지 자기 것으로 감싸 안아야 한다는 내면의 명령에 그는 누구보다도 충실했다. "독일사는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악한 독일과 선한 독일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독일만이 있다는 것, 악한 독일은 길을 잘못 든, 불행과 죄와 멸망 속의 선한 독일이라는 사실입니다." 국민 편가르기에 대한 준엄한 경고였다.만의 이 강연문에서 필자는 불현듯 '식민지의 회색지대'(윤해동, 2003)를 떠올린다. 일제강점기 조선에는 체제순응자만이, 혹은 체제반항자만이 있지 않았다. 식민지 인식의 회색지대가 발원하는 지점이다. 오갈 데 없는 망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었을까? 그런 그들을 반일과 친일의 이분법으로 가를 수 있을까? 오히려 "피지배 민중들은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협력하고 저항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당시 현실에 더 부합되는 설명이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친일과 반일이 아닌 협력과 저항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식민지의 회색지대는 생각보다 훨씬 더 광범위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역사란 그것이 써지는 시대의 산물이므로, 역사 속의 인물은 시대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비스마르크가 그랬고, 앞서 언젠가 살펴본 하이네가 그랬다.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의 위대한 정치가이자 냉혹한 독선가, 하이네는 19세기 독일 최고 시인이자 유대계 반체제 지식인이라는 양극을 오간다. 그러나 영웅의 전당 '발할라' 기념관에 안치된 두 사람의 흉상은 '파묘' 걱정 없이 나란히 서서 독일사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있다.이덕형 경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2020-09-08 11:09:18

[백옥경의 과학둘레] 브라보 미니멀 라이프

[백옥경의 과학둘레] 브라보 미니멀 라이프

휴대전화가 손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날이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난 시간에 풀을 발라 놓은 듯 새로 고침을 누르는 손가락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뉴스에 시선을 붙든다. 심심풀이 시간 죽이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날엔 대가가 따른다. 몸과 마음이 물먹은 솜처럼 처진다.저녁 시간을 휴대전화 들춰보기로 택한다는 건 적어도 내겐 그닥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간을 달리 보낼 방법이 줄어든 요즘 스마트기기를 사용해 디지털 서비스에 시간을 보내는 비율이 예전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다. 구현할 수 있는 모든 편리한 기능에 콘텐츠를 더해가는 휴대전화는 잘만 이용하면 일상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주지만 그만큼의 역기능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리듬감 있게 바뀌는 장면과 자막에 익숙해지는 마당에 오백 페이지 두께의 종이책을 읽으라면 어떨까. 벌레로 느껴지지 않을까. 예전만큼 상대방의 말과 표정에 집중하는 게 가능할까. 손가락 하나면 해결되는데 사무치게 그립다는 표현이 쓰일 데가 별로 있을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뒤에 느끼는 성취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무기력한 생활, 자존감 저하, 잘못된 습관에 관한 청소년 상담 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성 문제와 우울 같은 정신건강 상담도 증가하고 있다 한다. 모두 장기적인 실내 생활로 인한 부작용으로 휴대전화 사용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빈둥거리는 시간까지 놓아주려 하지 않는 휴대전화.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저자이자 컴퓨터공학자인 칼 뉴포트는 디지털기기의 일상적인 폐해는 고독을 느낄 시간을 주지 않는 거라 한다.고독이라면 물리적인 고립을 의미하지만 여기서의 고독은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정보에서 자유로운 상태를 말한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가 따로 접속되어 있다면, 즉 고독하지 않다면 물리적으로 고독하지 않아도 외롭다. 보여주기식의 랜선 콘텐츠를 보여주는 대로 보고 있는 나는 본질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내가 된다. 만일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즉 고독하다면 물리적으로 고독해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 사람에게든 자신에게든 무엇에든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디지털미니멀리즘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에 도움이 되는 소수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활동은 내려놓는 기술 활용 철학을 말한다. 그 점에서 '미니멀 라이프'와 맥을 같이한다. 주로 물건에 해당되지만 그것 또한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언지를 알고 그 외의 것을 과감히 줄이는 삶의 방식이다. 한 평 비우기 프로젝트처럼 집 안의 한구석을 정해 자주 사용하는 꼭 필요한 물건들만 남기고 나머지를 버린다.그 대상은 대부분 오지 않을 언젠가를 위해 쌓아둔 것이다. 미래를 위한 과거의 것들을 치우고 나면 꽉 찼던 공간이 넉넉해진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 마치 새소리와 물의 감촉이 명징한 휴가지에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하늘을 마주하고 물 위에 떠 있는 기분이다. 그곳에는 오로지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새털 같은 가벼움이 있다.물에 뜬다는 건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같은 부피의 물보다 가벼워야 날아갈 듯한 호사도 누린다. 숨을 크게 들이쉬면 몸 안에 빈 공간이 만들어져 물에 뜨기 위한 조건이 마련된다. 그러나 그것만이 다는 아니다. 아르키메데스가 왕에게서 의뢰받은 금관이 진짜인지 판별하기 위해 고민하다 물을 가득 받은 욕조에 몸을 담그는 순간 번개 치듯 떠오른 생각으로 알게 된 현상, 유레카라고 외치며 욕조에서 뛰쳐나오게 만든 발견, 바로 부력이다. 그가 알아낸 것은 넘쳐흐른 물의 양은 물에 잠긴 몸의 부피와 같고 물에 잠긴 부피가 클수록 더 큰 부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부력을 받기 위해 가능한 한 몸의 많은 부분이 물에 잠기도록 한다. 두려움을 버려서 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집착까지 비워 날아갈 듯한 자유로움을 얻는 부력은 버리고 또 버려서 충만함을 얻는 미니멀리즘과 통하는 데가 있다. 집착이든, 물건이든, 정보든 무언가를 채울수록 공허해지고 비울수록 충만해진다니.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랜선의 바다에서 헤어나올 비움이 어울릴 법한 가을이다.

2020-09-07 17:00:00

[석재현의 사진, 삶을 그리다] 사진으로 만나는 인류세

[석재현의 사진, 삶을 그리다] 사진으로 만나는 인류세

이제 지구상에 안전한 곳은 없는 듯하다. 인간이 만류의 영장이라고는 하나 코로나 19, 태풍, 이상기후, 물 부족까지 아무것도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질 않는다. 오히려 이런 위기들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악화할 것이라는 어두운 경고만이 가깝다. 학교와 일터로 가는 것, 여행이며 결혼도, 일상적이었던 모든 일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 '눈부시다'라는 칭송 아래 인류가 재촉해 온 발전이란 것이 우리의 발목을 단단히 낚아채고 있는 것이다.필자가 기획한 부산국제사진제 주제전은 지구촌을 장악한 자본주의와 무책임한 소비의 대가가 얼마나 큰 부메랑으로 다가오는지 보여주고자 하는 전시이다. 지구상에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민낯 그대로 직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이번 전시는 그런 절실하고 안타까운 마음, 그리고 일종의 공적 책임감으로부터 시작됐다.어떤 환경에서 인간만 쏙 빼내고 나면 다시 동물들이 모여들고 자연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인류가 지구의 기후와 생태계를 너무 많이 변화시킨 나머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지닌 새로운 지질시대, 학자들은 현재의 시기를 '인류세'라 지칭한다. 인간이 자초한 환경 변화가 지질학적으로 한 세대를 구분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위태로운 지구를 담은 기록들, 9월 19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전시는 우리 인간들이 자연을 어떻게 향유해야 옳은 것인지, 다섯 명의 사진가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지구가 보내는 SOS 신호를 표현하고 있다.벨기에 출신의 사진가 닉 하네스는 신기루처럼 기적을 이룬 두바이의 모습을 통해 과연 이 도시 속에는 진정성이란 것이 존재하며 언제까지 지속가능한 것인지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장커춘은 중국이 개혁과 개방을 지속한 지난 42년 동안 핑크빛 미래를 향한 급격한 공업화와 도시화로 치르고 있는 '환경의 희생'에 주목한다. 이란의 사진가 하셈 샤케리는 완전히 말라버린 하문 호수의 풍경을 통해 점점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물 위기에 대한 경고를 보낸다.파리에서 활동하는 한국 사진가 이대성은 급격한 사막화가 진행되는 몽골의 현실과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지는 인도 고라마라섬 주민들의 초상을 통해 비극적 현실을 표현한다. 인류세의 가장 확실한 특징 중 하나인 플라스틱을 작업의 주제로 삼은 영국의 사진가 맨디 바커는 전 세계의 바다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에 관한 작업으로 생태계를 위협하는 환경에 대한 심각한 경고를 보낸다.바다로 향하는 부푼 돛단배처럼 더 나은 미래라는 미명 아래 우리는 모래성과 같은 현실을 외면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하지만 이 위기는 실낱 같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구 환경에 불어 닥친 길고 길었던 위험 신호를 이제는 좀 무겁고 날카롭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더 쾌적하고 더 편리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멈춘다면, 우리 자신이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깨우친다면, '인류세' 그 치명적이고 회생 불가능한 미래 역시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2020-09-07 17:00:00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나의 키는 자라고 있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나의 키는 자라고 있다

나의 키는 2미터가 조금 넘는다. 더 불행한 사실은 지금도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매년 12월 31일 키를 잰다. 작년에는 2미터 3센티미터였다. 올해는 2미터 10센티를 무난히 돌파할 것 같다. 불편할 것 같지만 키가 크니 좋은 점도 많다. 세상을 더 멀리, 더 높은 곳까지 바라볼 수 있다. 아 참, 내가 빼먹은 말이 있다. 2미터가 넘는 나의 키는 내 영혼의 키를 말한다. 그리고 내 영혼의 키를 키워준 사람은 지금까지 내가 만난 CEO들이다. 내게 광고를 의뢰하고 광고인으로서 만난 기업의 대표들이 나를 성장시켰다. 다양한 분야의 대표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광고인이라는 직업의 가장 큰 축복이었다.CEO는 '쉬운 사람'이 아니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기업을 일궈온 '어려운 사람'이다. 나는 매번 그들의 끈기, 성실함, 통찰력에 고개가 숙여졌다. 얼마 전 서울에서 만난 CEO 역시 나를 성장시켰다.연락이 온 곳은 서울의 한 북카페였다. 마포에 있다기에 찾아간 빌딩 앞에서 나는 머뭇거렸다. 9층짜리 건물이 3층의 성형외과만 제외하고 모두 책을 보는 공간이었다. 미쳤다고 생각했다. 마포대교가 지키는 한강이 바로 보이는 빌딩에 왜 이런 짓을 했을까? 미팅 자리에 나온 CEO와 두 시간 남짓 얘기하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실은 그 북카페 대표가 3층 성형외과 원장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성형계에서 아주 저명한 분이셨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 빌딩 전체를 북카페로 만들었을까? 어느 날 수술을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진짜 사람을 살리는 것이 뭘까? 내가 하고 있는 수술일까? 내일 당장 사고로 죽을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인생인데….'그렇게 대표님이 찾은 답이 바로 책이었다. 책 속에 생명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이야말로 우리 영혼을 성장시키는 최고의 도구라고 말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을 모아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고 토론과 사색을 이어갔다. 만날 때마다 사람들의 영혼의 키가 자라 있었다. 그것이 진정한 생명이라고 봤다. 책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것을 가르쳐줬다. 힘든 일에서 도망치지 않는 법, 오늘 하루를 버티는 법, 칠흑같이 어두운 삶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법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더 이상 오늘 아침에 뜨는 해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삶 속에서 맞닥뜨린 문제에 책은 늘 해결책을 보여줬다. 한 CEO의 결심이 죽어 있던 사람들에게 생명을 선물한 것이다. 작은 기적들이 마포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광고인으로서 산 지난 10년은 찬란한 시간들이었다. 93센티에 불과했던 나의 키는 내가 만난 CEO를 통해 2미터가 넘게 되었다. 그들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무언가 남들과는 다른 집요함, 무언가 남들과는 다른 끈기, 무언가 남들과는 다른 어이없을 정도의 긍정적인 태도가 있었다. 커다란 문제 앞에 도망치지 않고 해결해가는 그들의 DNA에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삶은 문제를 만나고 그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다. 광고밥을 먹으며 다양한 CEO를 만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자신을 어려운 환경으로 밀어 넣으면 초능력이 생긴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기업가 정신이고 남들과는 다른 삶의 태도라고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기업의 인턴일 수도, 대리나 과장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잊지 마라. 당신은 당신 인생의 CEO라는 것을 말이다.

2020-09-07 16:50:13

[기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 친일파?  지일파?

[기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 친일파? 지일파?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자 이웃 나라 일본의 반응은 뜨거웠다.이에 앞서 이 대표가 이전 국무총리에 취임했을 때도 그랬고, 지난 4·15 총선에서 당선되었을 때도 일본 정치권과 언론은 강한 긍정 반응을 보였다.일본 언론들은 이 의원이 여당 대표가 되자 "지일파(知日派) 당 대표 당선"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도쿄특파원을 지내면서 일본어에 능통하고, 일본에 친숙한 이 대표가 한국 여당을 이끌게 된 것을 계기로 양국의 관계 개선을 기대한 것이다.그렇다면 일본 정치권과 언론이 좋아하고 자신들의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일왕 즉위식에도 참석하고 아키히토 일왕과 나루히토 일왕을 '천황님'으로 칭하기도 한 이 대표에게 '과연 친일파인가?'라는 의문이 나올 법하다. 걸핏하면 우파 쪽을 친일파, 토착 왜구로 몰아세우는 정권 속에서 '그들'의 시각대로라면 이 대표도 친일파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고심 끝에 필자가 내린 결론은 '이 대표는 친일파가 아니다'이다. 그저 우리나라의 많은 지일파 가운데 한 사람 정도로 평가된다.반면 김원웅 광복회 회장 등 여당 관련 인사들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백선엽 장군 등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에 혁혁한 공이 있는 인사들의 업적은 모두 무시한 채 친일파로 매도하고 심지어 파묘까지 주장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일은, 친일파 논쟁은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될수록 점점 격렬해진다는 점이다.일본을 쳐부수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순신의 12척'을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조국 전 수석의 '죽창가' 등 정부 핵심 인사가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여당은 '한·일 갈등이 민주당 자신들의 총선에 유리하다'는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한·일 갈등을 적극 조장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했다. 아픈 역사 속에 잠재된 반일 감정을 이용해 국민을 분열시켜 친일·반일로 갈라치기 하면 국익과는 관계 없이 선거 득표에 유리하다는 것이다.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에서 공동의 가치를 지향하는 한·미·일 간 공조 체제를 공고히 해야 우리의 튼튼한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이어갈 수 있다. 이것이 국익을 위한 외교이다.결코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국익을 위한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여야를 떠나 이낙연 대표와 같이 일본을 잘 알고 또 일본 내 인적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정·관·학계 지일파들이 모두 나서 힘과 지혜를 모아야 양국 관계 개선이 성사될 수 있다.일본과의 과거사를 쉽게 잊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일본의 만행으로 우리 민족이 입은 고통과 피해는 절대 잊어선 안 된다. 다만 과거에만 사로잡혀 주변국 중 지리적으로나 이념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북한의 위협에 맞서는 한·미·일 공조 체계가 무너진다면 결코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한·일 양국은 서로 이사 갈 수 없는 지정학적 숙명 관계에 있다. 북핵과 중국 패권의 위협 등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관계 회복이 늦어지면 양국 모두에 득이 될 수 없다. 차기 일본 총리는 '혐한 정치'를 단절해야 하고 한국도 더 이상 '반일 정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미래의 지향점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이제는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 친일에 대한 논란을 종식하고 코로나19, 경제 위기 등에 직면한 국가 대위기에 모두가 함께 혼신의 뜻을 모아야 할 때다.

2020-09-07 15:48:15

[세계의 창] 트럼프의 부활?

[세계의 창] 트럼프의 부활?

미국의 메이저 언론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탈세, 문란한 여성 관계, 거짓말, 사기 등으로 인간 이하의 쓰레기이다. 이러한 이미지와 맞지 않는 것은 트럼프의 자식들이 모두 반듯하게 잘 컸다는 점이다. 도널드 주니어, 이방카, 에릭, 타파니 모두 제 몫을 하는 성인이고 14세 배런도 축구를 좋아하는 건전한 소년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MSNBC, CNN이 연일 보도하는 트럼프의 약점은 근거가 없거나 과장된 경우가 많다.트럼프 같은 인간을 대통령으로 용납할 수 없던 민주당은 여러 혐의(러시아와 선거부정 공모, 뮬러 특검 방해,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수사 압력 등)로 탄핵을 시도했으나 증거 확보에 모두 실패했다. 좌파가 장악한 언론과 함께 대통령 발목 잡기로 3년을 허송하면서 국력 소비가 엄청났다.사실 트럼프는 비신사적이다. 여성, 소수인종,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말은 충동적이다. 사실 확인 없이 루머를 공언하기도 하고 트위터 사용이 도를 넘어 하루 10회 이상이다. 주요 발표도 트윗으로 보좌진의 점검 없이 하고는 뒷수습으로 진땀을 빼고, 아랫사람을 일회용 상품처럼 무자비하게 해고하기도 한다. 자신의 과거 세금 보고 내역은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널리 알려진 단점에도 불구하고 유권자가 트럼프를 택한 것은 민주당의 사회주의 경향이 하나의 원인이다. 다른 하나는 흑인, 성소수자, 불법이민자, 지구온난화에 반대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민주당의 '정치의견 통제'(Political Correctness) 문화에 식상한 점이다.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막말에 환호하는 이유다.트럼프의 지난 3년간 치적은 양호하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초기 대처는 느렸으나 국경 폐쇄, 의료 장비 공급, 백신 개발 지원으로 파국을 막았다. 직장 폐쇄를 풀자는 그의 주장도 인정을 받는다.외교는 미국 우선주의로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증가를 요구하며 북이라크에서 철군했다.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여 중국의 미국 기술 탈취를 견제하고 미·일·인도·호주의 4각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중동평화도 성과가 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평화협정 진전, 허점투성이였던 이란 핵협정 탈퇴, 이란의 테러지도자 술레이마니 제거, 테러단체 ISIS의 와해 등이다. 북한 비핵화가 무위로 끝났지만 대북 제재는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있다.트럼프는 선거 유세 당시부터 법과 질서의 집행을 내세웠다. 집권 초기에는 중동 테러분자의 미국 잠입을 막기 위해 회교 국민의 미국 방문을 막았으며, 불법 이민 차단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한 멕시코-미국 국경의 장벽도 일부 설치했다.트럼프의 경제정책은 (특히 중국의 부당한 무역 관행과 불법적 기술 이전에 대처한) 보호무역을 제외하고는 시장경제에 충실하다. 첫째는 감세이다. 법인세를 21%로 줄이고 개인소득세도 내리고 상속세 면세점을 1천100만달러로 올렸다. 둘째 탈규제로 국가의료보험의 강제 가입을 없애고 에너지와 환경 등의 기업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2020년 2월 실업률이 3.5%로 5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호황을 가져왔었다.코로나 사태로 2020년 4월 실업률이 14.7%로 1939년 이래 최악을 기록하면서 트럼프의 지지율도 40%로 추락했다. 그러나 코로나에 따른 폐쇄됐던 직장의 영업 재개가 늘어나면서 8월 실업률은 8.4%로 경제가 급격히 회복되고 있다.최근 경찰의 흑인 범죄 용의자 사살에 따른 항의 시위대가 폭도화한 지역은 대부분 민주당이 장악한 도시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바이든은 폭도들에 대한 비판을 아껴왔다가 며칠 전에야 성명서를 냈다. 그것도 폭도의 주체(과격파 흑인과 극좌단체 ANTIFA)를 적시하지 않은 미지근한 것이었다. 폭동 지역의 흑인 주민과 외곽 고급 주택가에 사는 중상류층이 안전을 우려하여 트럼프 표로 이탈할 수도 있다. 회복되는 경제와 좌파 폭동에 대한 피로감이 경제성장, 법질서의 수호를 내세우는 트럼프에게 유리한 국면이 될 수 있다.트럼프의 지난 금요일 지지도는 코로나 사태 이전의 최고치인 52%로 돌아왔다.(Rasmussen poll) 바이든의 대선 승리가 따논 당상은 아닌 듯하다.

2020-09-07 15:10:35

[매일춘추] 우울할 때 화장실을 청소한다 - 이쌍규 영화기획자·작가

[매일춘추] 우울할 때 화장실을 청소한다 - 이쌍규 영화기획자·작가

사람들은 저마다 '결핍'을 가지고 산다. 개인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도 있고, 국가 시스템 때문에 발생한 것도 있다. 특히 개인적 결핍은 종종 '우울증'의 단계로 나타난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사회 변화에 대해 불안과 무력감을 느끼고, 모든 것이 쓸모없다는 화병으로 변화된다. 또 아무도 자기 존재를 인정하고 않고, 소리 없이 자기 주위를 떠난다는 슬픔, 더 이상 자기 존재가 필요하지 않다는 절망감으로 표출된다. 한마디로 '존재의 결핍'에 대한 '존재의 무반응' 상태다.사실 우리는 다들 많이 지쳐있다. 아프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아픔을 이야기하지 않을 뿐이다. 우울증은 동물들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 우울증은 다르다. 우울증이 심각한 상태로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인간은 신이 준 자유의지를 오판하여 스스로 자살을 극단적으로 선택한다. 어느 누구도 OECD 1위를 기록하는 '자살 공화국'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서 하나마나한 어설픈 치유 따위를 주장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하나는 확실하다. 세상사 법칙은 틀렸다. 우울이 정상이고, 유쾌가 비정상이다. 아프면 쪽팔린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야기하자. 그냥 견디지 말고, 나 아프다고 무식하게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자. 이야기해야 치유가 가능하다. 당신이 사라지면, 세상의 가치는 다 필요 없다. 미래의 조용한 천국보다, 숨 쉬며 살고 있는 시끄러운 현실의 지옥이 더 중요하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극심한 사회 환경 변화는 인간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 재난 상황이었던 1998년의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자살률이 높아졌다. 현재 코로나19의 재난상황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 해결의 기미도 쉽게 보이지 않는다. 암담한 불안 그 자체이다. 재난상황으로 발생한 개인적 우울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특히 거리두기 2.5단계로 상당수 자영업자가 줄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매출 하락으로 인해 월세와 생활비를 대출로 돌려막고 있다. 지금 그들의 우울은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특단의 국가지원이 필요하다. 이들이 모두 사라지면, 불 꺼진 암흑의 도시거리가 된다.요즘 나도 참, 우울하다. 코로나로 인해 기획하고 있는 영화 콘텐츠 사업이 중단되었다. 최근 친구가 걱정이 되어서 전화가 왔다. "힘들지만, 버텨라 이말 말고는 할 말이 없다." 가슴 뭉클한 격려다. 친구야 걱정 말아라. 이때까지 충분히 고통 받아 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왔다. 길을 잃으면 다시 찾으면 되고, 다시 걷다보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오늘 우울한 기분을 정리하기 위해 나는 화장실을 청소한다. 모든 우울을 조금씩 깨끗이 청소한다.

2020-09-07 14:16:05

[이른 아침에] 대통령의 메시지

[이른 아침에] 대통령의 메시지

며칠 전 대통령이 SNS에 굳이 안 올려도 좋을 글을 올렸다.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 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습니까?" 간호사들을 격려하는 형식이나, 파업 중인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놓는 내용이다.행여 알아듣지 못했을세라(?) 그 아래에 발언의 의도를 더 분명히 해 두었다.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코로나19의 방역에 의료진 모두가 애를 썼는데, 굳이 대통령이 나서서 노골적으로 갈라치기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나마 사실도 아니다. 지난 6월 1일 누적 기준 코로나19 방역에 임한 의료진은 의사가 1천790명, 간호사·간호조무사 1천563명, 임상병리사 등 기타 인력 466명 등으로 의사가 가장 많았다.이것이 문제가 되자, 문제의 글을 쓴 이가 대통령이 아니라 오종식 청와대 기획비서관이었다는 얘기를 흘린다. 대통령은 그저 간호사를 격려하라 했을 뿐인데, 기획비서관이 그 뜻을 잘못 받들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계정의 트위터 글은 대통령이 직접 쓴다고 밝혀왔다. 이 또한 거짓이었던 것이다.이마저 문제가 되자, 청와대에서는 글의 작성은 기획비서관이 했으나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올린 것이라 재차 해명했다. 대통령 계정의 트위터 글을 누가 쓰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일단 그 글이 대통령 이름으로 나갔다면, 그것은 대통령이 쓴 글이며, 책임 또한 대통령이 져야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메시지의 성격이다.오종식 기획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광흥창팀의 멤버다. 정권이 출범하면서 NL 운동권 출신인 이 팀의 멤버들이 대거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국정 운영에 운동권 멘탈리티가 스며드는 것은 당연한 일. 그 결과 대통령의 메시지가 이간질로 적을 대중으로부터 고립시키는 얄팍한 운동권 전술로 악용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왜 그 메시지가 대통령의 손에서 걸러지지 않았을까? 청와대의 해명과 달리 대통령이 아예 안 봤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참모들이 대통령을 제치고 운동권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반면 대통령이 읽고 게재를 허락한 것이라면, 대통령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어느 경우든 문제다.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윤건영 의원은 청와대 상황실장 시절 대통령에게 조국 임명 강행을 권했다고 한다. 공공선에 입각해 처리해야 할 윤리적 상황을 청와대 참모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파할 군사적 상황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이 정권의 폭주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윤건영 상황실장 역시 광흥창팀 멤버였다.이 사소한 해프닝에서 통치의 패턴을 엿볼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정책의 문제를 이념화한다는 것이다. 정책을 수립해 관철시키는 것을 이들은 '이해의 조정'이 아니라 '선악의 결전'으로 바라본다. 자기들은 선이요, 상대는 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을 개혁의 '주체'로 놓고, 상대는 그저 개혁의 '대상'으로만 여긴다.대상으로 전락한 이들의 목소리가 개혁안에 담길 리가 없다. 그러니 격렬한 저항은 예정된 셈. 저들은 이를 '자신들의 실수'가 아니라 '기득권의 저항'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반란의 효과적 진압을 위해 의료진을 반으로 갈라쳐 그중 한쪽을 고립시키려 한 것이다. 이렇게 정책의 수립만이 아니라 관철 역시 군사주의적이다.문제는 대통령 자신이 이 운동권의 논리에 투항을 해버렸다는 데에 있다. 대통령은 한 정당이 아니라 온 국민의 대표다. 언제부터인가 이 나라에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여 국민을 통합하는 대통령의 역할이 사라졌다. 이번 SNS 메시지 소동이 보여준 것은 이 나라에 대통령이 부재한다는 민망한 사실이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2020-09-06 15:20:10

[기고] 포스트 코로나, 온라인 봉화은어축제

[기고] 포스트 코로나, 온라인 봉화은어축제

경북에서는 처음으로 온라인 형식으로 치러진 '제22회 온라인 봉화은어축제'가 새로운 축제 패러다임을 선보이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봉화은어축제는 1999년 축제를 시작한 이래 내성천에서 함께 즐기는 현장 축제가 아닌 온라인 축제로 처음 개최되었다.이는 온택트(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 축제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으며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역 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온라인으로 축제를 개최한다는 것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으나, 축제를 꼭 오프라인에서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조금만 뒤집어 보면 새로운 해답을 찾을 수 있다.오프라인 축제 개최는 코로나19의 대확산 우려가 크며, 자칫 확진자라도 발생하게 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봉화은어축제의 핵심 콘텐츠인 은어 반두잡이와 맨손잡이 체험은 참여자 모두가 함께 협동하며 은어를 잡는 특성 탓에 축제 개최는 아예 염두가 안 났다.그러나 단지 이러한 이유만으로 은어축제를 취소할 수는 없었다. 축제를 취소할 경우 21년간 이어져 온 은어축제의 연속성 단절과 대한민국 대표 한여름 축제로서의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특히, 올해는 봉화군의 축제와 관광산업의 전문적인 운영과 관리를 위해 봉화축제관광재단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축제 경쟁력 강화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축제를 취소할 경우 국민적 관심과 개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제22회 온라인 봉화은어축제는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라는 봉화군 슬로건처럼 봉화의 여름을 기다리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기대와 간절함 속에서 개최되었다.처음 시도해보는 온라인 축제에 걱정도 앞섰지만 막상 축제를 개최하고 보니 그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온라인 축제의 성공은 곧 다양한 콘텐츠에 있다는 원칙하에 우리 군과 봉화축제관광재단은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22개의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해 운영했다.축제 기간 동안 '봉화 은어TV' 유튜브 채널과 공식 홈페이지, SNS에 모두 310만여 명이 접속하거나 조회하며 온라인에서 축제를 즐겼다.특히, 미스터트롯 출연진의 공연 '온라인 랜선 힐링콘서트'는 무관중 온라인으로만 진행되었으나, 실시간 1만2천244명이 동시 접속해 시청할 만큼 폭발적인 관심과 성원으로 축제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았다.축제 기간 중 강원도 횡성문화재단, 전남 함평군청, 의성군 등 경북도내 시·군의 견학과 문의도 빗발쳤으며, 유튜브 실시간 방송 동안 많은 국내외 참석자들이 접속해 은어축제를 응원하고 칭찬하는 댓글도 쏟아졌다.반두잡이 체험 등 은어축제의 대표적인 체험 행사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마련된 은어 드라이브 스루 판매는 축제 기간 중 총 3천200㎏을 판매해 봉화 은어의 우수성과 인기를 실감케 했다.이렇듯 온라인 축제도 오프라인 축제 못지않게 재미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봉화은어축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단순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축제 트렌드를 넘어 새로운 축제 문화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올해 경험을 토대로 내년도 제23회 봉화은어축제에는 온라인 축제는 물론 오프라인 현장 축제 가능성도 동시에 준비해 봉화군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나라 축제관광산업을 선도하는 대표주자로 우뚝 설 것으로 기대해 본다.

2020-09-06 15:05:55

[매일춘추] 치킨의 성지, 대구

[매일춘추] 치킨의 성지, 대구

대구는 이미 '치맥 페스티발'이 열릴 만큼 치킨으로 유명한 도시다. 치킨의 기원은 미국 남부 흑인문화에서 기원한다. 노예제도가 있을 때 흑인들이 노예주인 농장주들이 선호하는, 가슴살을 제외한 닭목과 날개, 닭다리 같은 것들을 기름에 튀겨 먹는데서 연유하였다. 하지만 치킨의 본고장 미국을 넘어선 지는 오래다. 유명 치킨 브랜드의 대부분이 대구에서 출발했고 또 성행하고 있다. 그 이유를 1960~70년대 대구 근교 양계산업의 활성화로 말할 수 있겠지만 이론적으로 시대, 의미, 가치 등의 증거를 보면 역사적으로도 충분히 상관관계를 손꼽을 수 있다.대구의 옛 지명은 '달구벌'이다. '대구'라는 것은 신라 경덕왕 때 지명을 한자식으로 표기하기 위해서 '달구'를 차용해 온 것이다. '대구'라는 뜻은 '큰 언덕'을 뜻하지만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대구를 이웃한 소도시 경산의 옛 지명도 닭과 관련된 '압독'이다. 신라의 수도 서라벌에서 보았을 때 '닭의 앞에 있는 나라'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닭을 뜻하는 도시는 바로 달구벌이다. 닭의 경상도 방언이 '달구'이고 '벌'은 평야를 뜻한다. 서라벌이 '계림'이었듯이 달구벌도 닭과 평야의 합성어인 만큼 '계림'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유추해 볼 때 달구벌과 서라벌은 동물을 숭상하는 토테미즘 사상에 의해서 예전 부족국가 시대부터 닭을 숭상했던 것 같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경주 서쪽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려 그 곳에 가보니 금 궤짝과 흰 닭이 울고 있더라'고 적혀 있다. 여기 금 궤짝 안에서 김알지 왕이 탄생한다. 또 여기서의 흰 닭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봉황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닭이 의미하는 바도 크게 달라졌겠지만 분명히 대구와 닭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치킨이라는 것은 없었고 통닭이 대세였다. 통닭과 치킨은 음식조리 과정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나마 비싼 음식이어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닭다리 하나를 쭈욱 찢어서 뼈 채로 발라먹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었다. 어쩌다가 통닭을 먹게 되는 날은 아버지의 월급날이거나 요행수가 있던 날이었다. 군대 입대 전 대학 시절에, 대구 중심에 호프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그때 생맥주와 처음 접했던 치킨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이제는 치킨 정도의 음식은 간단히 먹을 수 있고 동네마다 치킨집들이 경쟁을 할 정도니 시절이 참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이렇듯 닭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자부심과 홍보,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경쟁을 위한 양심만 저버리지 않는다면 치킨은 대구 발전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시 동구청에서 평화시장 닭똥집 거리를 명품거리로 조성하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오늘 저녁에는 맥주 한 잔에 치킨을 곁들여야겠다.

2020-09-06 14:30:00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허련(1809-1893), ‘오백장군암’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허련(1809-1893), ‘오백장군암’

제주의 명소가 조선 화가의 그림으로 남은 많지 않은 예 중 소치 허련의 '오백장군암'이다. 실제 경치의 회화미보다 이 경치를 문학화한 시와 이 시를 쓴 서예가 그림과 일체로 감상되는 특이한 진경산수이다. 18세기가 지나면 진경산수가 점차 쇠퇴하는 대신 필묵 자체의 아름다움이라는 형식미를 통해 현상을 초월하는 정신미의 세계를 추구하는 문인화풍 산수화가 많이 그려진다. 19세기의 이런 유행에는 추사 김정희라는 대천재의 영향이 컸다.허련은 김정희가 가장 아낀 제자였고 허련 또한 김정희를 가장 극진히 모신 제자였다. 허련은 진도의 몰락한 양반가 출신으로 28세의 늦은 나이에 해남 대둔사 초의선사를 찾아가 서화에 입문하게 된다. 일지암에 기거하며 멀지 않은 녹우당에서 공재 윤두서의 그림과 화보를 빌려보며 그림을 익혔다. 4년째 되던 1839년 허련은 초의선사의 추천으로 서울로 올라가 김정희의 집에 기거하며 그림을 배우게 된다. 김정희의 그림 취향은 중국 원나라 때 황공망, 예찬 등의 문인화였다. '큰 바보'라는 황공망의 호 대치(大癡)에서 딴 소치(小癡)로 허련의 호를 지어준 것도 조선의 황공망이 되라는 뜻이었다. 허련이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필묵미와 정신미의 대상으로 실경을 형상화한 그림이 '오백장군암'이다.오백장군암은 제주 출신인 매계(梅溪) 이한우(1823-1881)가 영주십경(瀛州十景)을 꼽고 시로 읊은 명소 중 제7경인 '영실기암(靈室奇巖)'이다. 제1경은 물론 성산일출. 제주 조천읍에서 태어난 이한우는 운이 좋게도 23살 때부터 대정에 유배와 있던 김정희를 찾아가 그의 유배기간 내내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영실(靈室)은 곧 '신선의 거처'이고 영실기암은 한라산 정상에서 서남쪽으로 3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절벽과 바위 봉우리들이다. 지금은 영실코스로 불리며 오백장군암 근처인 해발 1,280미터 영실휴게소까지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지만 허련이 이곳을 답사했을 때는 오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백장군암을 가운데 두고 위쪽에는 멀리 한라산 봉우리들을 그려 넣었고 제일 아래쪽에는 오백장군암 근처에 있는 수직 암벽이 늘어선 병풍바위를 그렸다.허련이 이 명소를 그림으로 남기게 된 것은 제주도로 스승 김정희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1840년(헌종 6년) 병조참판을 지내고 있던 김정희는 정쟁에 휘말려 죽을 처지에서 겨우 살아나 제주도로 귀양을 떠나게 되었다. 김정희가 제주도에서 8년 3개월 동안 위리안치의 유배형을 사는 동안 허련은 세 번이나 찾아가 몇 개월씩 함께 지내곤 했다. 김정희의 제주 유배, 제자의 스승 방문으로 인해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제주의 모습이 추사화파의 문인화풍으로 남게 되었다.

2020-09-06 06:30:00

[이종문의 한시산책] 꼭두새벽 길 떠나기(조발·早發)-이병연(李秉淵)

[이종문의 한시산책] 꼭두새벽 길 떠나기(조발·早發)-이병연(李秉淵)

닭 한 마리 울어대자 덩달아 닭이 울고 一鷄二鷄鳴(일계이계명)작은 별 떨어지고 큰 별도 떨어지네 小星大星落(소성대성락)문을 열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하며 出門復入門(출문부입문)살짝이 살짝이 길 떠날 차비 하네 稍稍行人作(초초행인작)나그네 새벽 틈타 길을 떠날 요량인데 客子乘曉行(객자승효행)주인은 그렇게는 보낼 수가 없다 하네 主人不能遣(주인불능견)채찍을 손에 쥔 채 못 이긴 척 돌아서니 持鞭謝主人(지편사주인)공연히 닭과 개를 깨운 것이 미안하네 多愧煩鷄犬(다괴번계견)작품 속의 화자는 나그네로서 남의 집에 하룻밤을 묵게 된다. 다 같이 어려운 세상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 것만 해도 이만저만한 민폐가 아니다. 그러므로 나그네는 꼭두새벽에 주인도 모르게 살며시 길을 떠나려고 한다. 닭들이 덩달아 울어대고 작은 별, 큰 별이 연달아 떨어진다. 이미 새벽이 왔다는 증거다. 방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살짝이 길을 떠날 채비를 한다.이제 드디어 떠나려고 하는데, 주인이 그것을 알아채고 막무가내로 소맷자락 붙잡고 늘어진다. 우리 집에 오신 손님을 도저히 이렇게는 보낼 수가 없으니, 아침이라도 자시고 가라고. 그러지 않아도 어디서 요기를 하고 그 먼 길을 갈까 걱정이 태산 같던 나그네가 못 이긴 척 슬며시 돌아선다. 그들의 승강이에 닭들이 다시 한번 꼬꼬댁거리고, 개들이 컹컹 짖어댄다. 떠나지도 못할 거면서 공연히 닭과 개들을 귀찮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개와 닭에게도 미안할 지경이니 주인에게는 말할 나위가 없을 게다."초파일 첩첩 산골 세 칸짜리 암자에도/ 코로나 탓이라며 문을 닫아 걸어놓고/ 유턴을 하라고 하네, 아 이거야 정말 나원! // 세상에, 이러다가 첫 뽀뽀를 할 때에도/ 마스크 조여 쓰고 해야 하나 하는 생각/ 아니지, 방독면 쓰고 뽀뽀하게 될지 몰라." 지난 봄 코로나가 극성을 부릴 때 단숨에 지었던, 되다 만 시조 '이거야 정말 나원'이다. 문제는 그러한 사태가 지난봄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다는 데 있다. 미증유 파천황의 코로나가 다시 무서운 속도로 창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 3단계로 강화하게 되면 경제가 와장창 무너지게 된다.그러나 무너지는 것이 어찌 경제 하나뿐이겠는가. 인간과 인간, 세계와 인간의 상호 관계도 무너져버리기 십상이다.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개나 닭과 같은 동물들까지도 깊이 배려했던 그 순하디순한 우리들의 마음이 와장창 무너지게 되면, 아아, 정말 큰 일이다, 아아!이종문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2020-09-04 14:30:00

[광장] 지렁이

[광장] 지렁이

병원 대기실에서 비명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뛰어나갔더니, 젊은 아가씨가 벌벌 떨고 있었다. 거미가 지나갔단다. 물렸냐고 물었더니 그러진 않았단다. 과거 물린 적이 있었냐니까 그런 적도 없었단다. 그냥 생긴 것이 징그러우니까 약을 쳐서 없애 달라고 했다. 따라온 친구는 개미도 무섭다고 했다. 병원이 한옥이라 거미나 개미 같은 벌레는 자주 보이는 일이다.흙을 만지면서 인식이 가장 바뀐 것은 지렁이다. 어린 시절 지렁이는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학교 자연시간에 지렁이는 흙에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보석 같은 존재라고 배웠지만 보기만 해도 온몸에 전율이 생겼다. 비가 오면 땅속의 지렁이는 숨을 쉬지 못하니까 밖으로 나온다. 시멘트 포장이 안 된 흙으로 덮인 골목은 많은 지렁이가 돌아다녔다. 우리 집은 골목 안에 있었다. 비가 올 때마다 5형제 중 막내는 형들 명령에 따라 미리 나가서 골목에 소금을 뿌렸다. 우리는 눈을 감고 죽은 지렁이를 뛰어넘으며 학교로 뛰어갔다. 하지만 아파트 생활을 하고 흙 볼일도 없어지면서 지렁이는 내 기억에서 사라졌다.나는 채식을 하면서 마당 한구석에 음식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있다. 제대로 퇴비를 만들려면 지렁이를 키우면 된다고 누군가 권유했지만 유쾌하지 않은 기억 때문에 그냥 두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지렁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땅에서 유랑하는 지렁이라고 했다. 주위가 온통 시멘트로 덮여 있는 도심 한가운데 어디서 유랑하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음식 쓰레기를 퇴비로 하는데 키우는 지렁이는 낚시에 쓰이는 붉은 지렁이다. 작은 몸집을 가졌지만 번식도 잘하고 먹성도 왕성하다. 하지만 유랑하는 지렁이는 크기가 손가락만하게 굵다. 처음에는 무서웠다. 그런데 내가 필요에 의해서 자주 보고 시간도 지나자 어느 순간 징그럽지가 않았다. 이제는 손으로도 만진다. 길을 가다가 지렁이가 시멘트 바닥에 나와 있으면 흙이 있는 곳으로 정성스럽게 옮겨주는 버릇이 생겼다. 말도 붙인다. "너 왜 이렇게 나와 있니? 안전한 곳으로 가자."텃밭의 돌을 치우면 돌 밑에 숨어 있던 많은 벌레들이 깜짝 놀라서 난리가 난다. 벌레들을 놀라게 해서 미안하지만 지렁이를 보면 웃음이 난다. 느린 지렁이도 급한 상황에서는 빠르게 땅속으로 몸을 숨긴다. 학창 시절 항상 지각만 하다가 식당에는 가장 빨리 나타나던 친구가 생각났다.지렁이에 관심이 생기자 지렁이를 키우고 체험하는 농장에 간 적이 있다. 유치원 아이들이 견학 와서 놀고 있었다. 땅에 돌아다니는 지렁이를 가만히 쳐다보는 아이, 손바닥에 올려서 관찰하는 아이, 하지만 징그럽다고 도망가는 아이는 없었다. 어른들은 무서워하지만 편견 없는 아이들은 그냥 신기한 벌레로 보고 지렁이를 대한다고 했다. 지렁이 전문가는 유치원에 지렁이 밭을 만들어 음식 쓰레기도 처리하고 지렁이와 친숙하게 지내도록 교육시키고 싶어서 평생 이런 일을 하는데, 어른들 반대로 이 운동이 널리 퍼져 나가지 않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흙을 만지고 벌레들을 관찰하는 것이 조기 영어 교육시키는 것보다 중요할 수도 있겠다. 현대 사회는 여러 가지 편견 때문에 종교적·인종적 갈등, 이념적·국가 간 대립이 심각하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도 사라진 지 오래다. 자연을 사랑하고 주위를 넓게 보면서 이웃 사람들을 이해하고 관용하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간다. 말로만 얘기할 것이 아니다. 우선 아이들이 땅을 만지고 벌레를 관찰하는 것이 깨닫고 실천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임재양 임재양외과 원장

2020-09-04 14:29:41

[기고] 여유(餘裕)로운 나라를 위한 여유(與猶) 있는 공직 생활

[기고] 여유(餘裕)로운 나라를 위한 여유(與猶) 있는 공직 생활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는 목민심서로도 유명한 18세기 조선 최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여유당'(與猶堂)이라는 생가 서실이 있다. 다산은 정조가 서거한 후 1801년부터 시작된 긴 유배 끝에 1818년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와 18여 년 동안 후학을 양성하고 많은 저서를 집필했다. 이 서실의 당호 '여유'(與猶)는 노자 도덕경 제15장의 한 대목에서 따온 말이다."여(與)함이여 겨울에 냇물을 건너는 것처럼 신중하게 하고, 유(猶)함이여 사방에서 나를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듯 경계하라."겨울철 얼어 있는 냇물을 건널 때, 얼음이 단단한지 얇게 얼어 깨질 위험이 있는지 확인하듯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것은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몸가짐을 더욱 조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유(與猶)는 세상을 조심하고 신중하게 살아가겠다는 다산의 의지가 담긴 당호라고 볼 수 있다.신중한 몸가짐으로 부정부패를 멀리하는 공직자의 태도는 비단 체면과 위신의 차원을 넘어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시 된다. 부당한 방법으로 물질적 혹은 사회적 이득을 취하는 부패는 공적 영역으로 확산할수록 사회경제적 비용을 증대시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부패는 공공투자와 관련된 정책 결정 과정을 왜곡시키거나, 민간의 투자 활력을 저하시키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패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다수의 연구에서도 부패가 투자, 혁신, 인적 자본 등의 경로를 통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한국경제연구원은 주요 국가의 청렴지수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관료주의지수 등을 사용해 부정부패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했다. 그 결과 부정부패는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비리에 따른 불확실성도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청렴도가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이 1.3% 증가한다고 분석했다.국제투명성기구(TI)가 올해 1월에 발표한 2019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리나라가 100점 만점에 59점으로 180개 국 중 39위를 차지했다. 1위는 덴마크와 뉴질랜드로 각각 87점을 기록했다. 2016년 세계 52위였던 한국의 부패인식지수 순위는 2017년 51위, 2018년 45위, 그리고 지난해 39위로 점점 상승하고 있다.뇌물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던 명(明)나라 조정에 깨끗함을 유지한 우겸(于謙)이라는 인물이 있었다고 한다. 지방 벼슬아치였던 그가 수도를 잠시 방문하자 높은 사람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는 친구의 충고를 받았다.그러자 그는 "상관에게 바칠 뇌물은 없고 두 소매에는 깨끗한 바람뿐"이라고 했다. 옛 복장에서 폭이 넓었던 소매는 높은 이에게 바치는 뇌물을 넣고 다니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 일화는 지금까지 양수청풍(兩袖淸風)이라는 고사성어로 남아 있다.부패는 한 사람을 시한부로 살찌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청렴은 사회 전체를 잘살게 한다.국민의 삶이 여유(餘裕)로운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공직자의 깨끗한 두 소매로부터 시작하는 여유(與猶) 있는 공직 생활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2020-09-03 18:15:29

[춘추칼럼] '이낙연 정치'로 협치하고 혁신하라

[춘추칼럼] '이낙연 정치'로 협치하고 혁신하라

이낙연 국회의원이 8·29 전당대회에서 60.8%의 압도적 득표로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로 선출되었다. 결국 '어대낙'(어차피 당 대표는 이낙연) 이변은 없었다.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코로나 전쟁 승리, 국민의 삶 지키기, 코로나 이후 미래 준비, 통합의 정치, 혁신 가속화' 등 "5대 명령을 이행하는 데 역량을 쏟아 넣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시급한 건 "코로나19 극복"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에게는 이에 못지않은 중대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무엇보다 '이낙연 독자 정치'를 펼쳐야 한다. 핵심은 대통령과 당·청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민주당 정부'는 사라지고 오직 청와대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청와대 정부'만 존재했다. 청와대는 민주당을 수직 통치했고, 민주당은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으며 청와대가 집권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는 정치 적폐가 지속되었다. '엄중 낙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대표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역력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두드러진다. 통상 대통령과의 관계는 크게 일체화, 독자화, 차별화로 구별된다. 이 대표는 현직 대통령과 섣부른 차별화를 했다가 실패한 2002년 새천년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이 대표가 6개월 남짓한 임기 동안 대통령과 철저하게 일체화하면서 친문에 얹혀 가려고 한다면 이재명 경기지시와의 경쟁 구도에서 밀릴 수도 있다. 국민들은 '문재인 시즌 2'를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노무현 후보는 범주류였지만 김대중 대통령과 일체화되기보다는 독자화 노선을 걸으면서 성공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둘째, 인식의 대전환을 통해 '용기 있는 협치'를 실천해야 한다. 이 대표는 "원칙은 지키면서도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원칙 있는 협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친박 일색으로 망한 게 미래통합당인데, 민주당은 친문 일색으로,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칙 있는 협치"란 친문의 눈치를 보면서 야당이 협조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대표가 진정 통합 정치의 물꼬를 트기 위해선 야당과의 '닥치고 협치'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셋째, 시대정신에 맞는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 호남과 친문을 넘어 확장성을 확보해야 한다. 역대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는 예외 없이 자신이 추구하려는 가치를 통해 '이슈 파워'를 선점했다. 가령, 노무현 후보의 '특권과 차별이 없는 사람 사는 세상', 박근혜 후보의 '원칙과 신뢰' 등이 대표적이다.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임기를 마치면서 "지도부가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국민께 진솔하게 말씀드려야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문재인 정부와 여권 인사들에 대해 "남에 대한 비판은 잘하면서 남의 비판은 못 참는다"고 지적했다. 현 집권 여당이 안고 있는 거짓과 위선, 무능과 교만의 한계를 극복하고 향후 유력한 대권 후보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선 이 대표가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로 '정직과 소통'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이를 기반으로 '모두가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넷째, 정책 성과를 통해 혁신의 가속화를 이뤄내야 한다. 집권당이 중심이 되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효과가 없으면 혁신 성장으로,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 폭등의 주범이라면 공급 확대 정책으로, 회전문 인사가 잘못되었으면 대탕평 인사로 기조와 방향을 바꾸어 성과를 내야 한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 정책 세부 영역까지 관장한다고 '이테일'(이낙연+디테일)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으로 촉발된 의료계 파업은 국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고 협의체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향후 정책을 추진하는 데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실용과 디테일로 성과를 내야 한다. 이것이 혁신이다.

2020-09-03 15:39:00

[매일춘추] 신진작가의 오래달리기 - 조수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 큐레이터

[매일춘추] 신진작가의 오래달리기 - 조수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 큐레이터

전시를 기획하다 보면 신진작가를 비롯해 청년작가, 중견작가, 원로작가 등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 신진작가는 자신만의 확고한 작품세계가 정립된 중견작가나 원로작가에 비해 보다 실험적인 작업을 시도한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확신이 들지 않듯이 신진작가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최근 만난 신진작가들에게서 전시 활동에 대한 불안정한 미래와 작업에 대한 확신이 결여된 모습이 비쳤다.한 신진 작가는 화랑과 전속 계약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업에 대한 확신이 다소 부족했다. 화랑 측이 작품 창작활동에 깊이 관여하였던 탓에 작가는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작업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화랑은 신진 작가들의 역량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작가에게는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겸비한 신진작가의 오래달리기는 앞으로의 중견작가는 물론 원로작가에까지 이르게 된다.지난 전시에서 한 청년작가가 전시장 벽면에 테이핑 작업을 선보인 적이 있었다. 이 작가는 필자에게 오래전부터 이러한 작업을 선보이고 싶었으나 일반 상업화랑에서는 그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일시적으로 보여주고 사라지는 작품이 아닌 영구적으로 소장할 만한 작품을 선호한 경우일 것이다. 마침내 꿈꿨던 작업 세계를 보여준 작가는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그 전시는 작가에게 작업 활동의 토대를 마련해 준 계기가 되었고, 관람객에게는 일회성 전시의 흥미로움을 선사하는 등 기획자로서도 만족스러운 전시 결과였다.필자는 신진작가들이 작품 창작활동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도 처음부터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니다. 수많은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였던 것을 시작으로 화단에 입단하였고, 전시장의 문을 직접 두드리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입지를 차근차근 단단하게 굳혀간 것이다. 그 결과 김환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가로 거듭났다. 신진작가 김환기가 오래달리기에서 보여준 예술가적 기질과 의지 그리고 불굴의 도전정신이 이러한 결과를 만든 것이다.최근 만난 중견작가에게서 신진작가 시절의 에피소드를 들었다. 그가 대학생이던 시절, 어느 화랑에서는 대학생 졸업 전시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화랑 문을 향한 끊임없는 두드림과 작업에 대한 결과물로 결국 전시의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활발한 전시 활동과 풍부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중견작가, 원로작가들도 신진작가의 과정이 필수였다. 그들의 끊임없는 발전과 불굴의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작가로서의 입지가 단단히 다져진 것이다. 신진작가들도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빛을 발하는 중견작가, 풍부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원로작가에까지 이를 것이다. 지금 오래달리기 중인 신진작가들을 응원하고 격려한다.

2020-09-03 14:47:05

[유홍준의 시와 함께] 상표, 상표

[유홍준의 시와 함께] 상표, 상표

상표, 상표 엄재국(1960~ ) 검은 양말의 상표 같은 달이 뜬다루이뷔똥, 구찌, 입생, 프라다……진짜보다 가짜가 밝은세상에 붙이는 밤의 상표 오랜 세월 달빛으로 살았다어둠이 달을 상표 붙이지 않았다면나는 밤을 몰랐겠다아니밤을 알고도 어둠을 샀는지 모르겠다달빛이 던져주는 야릇한 어둠의 세상그 완제품의 밤 그동안 소비한 달빛이 참 많습니다벌레의 몸으로장수하늘소의 이름으로 살았던 밤이 깊고달빛의 양말을 신고 마을을 누볐습니다달이, 구멍난 양말의 발가락처럼 떠오릅니다 최근에 제가 사는 도시 외곽에 '세계 명품'을 파는 부스가 마련된다는 광고지가 막 나붙기 시작했습니다. '루이뷔똥. 구찌, 입생, 프라다……' 어렵지 않게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상표들입니다. 가보나마나 그 '세계 명품들'은 진짜가 아니라 짜가. 도대체 가짜인 줄을 빤히 알면서도 그것을 구매하려는 욕구는 무엇일까요?이 시는, '진짜보다 가짜가 더 밝은/ 세상에 붙이는 밤의 상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검은 양말의 상표 같은 달'이라니, 허허 자본주의가 어느새 저 하늘까지 올라간 모양입니다. 내처 문명비판으로 달릴 줄 알았더니, 그러나 이 시는, 아닙니다, '달빛으로 살았'던 날들을 이야기하네요. '그동안 소비한 달빛이 참 많'았던 걸 이야기하고 있습니다.양말이 구멍나 발가락이 달처럼 떠오를 정도로 누비고 다녔다면 알 만합니다. 우리네 장삼이사들이 다 그러하지만 시인도 젊어서는 적잖이 '야릇한 어둠의 세상/ 그 완제품의 밤'들을 쫓아다녔던 모양입니다. 가짜 명품을 입고 가짜 명품을 신고……. 그래요. 젊어서는 누구나 다 그렇지요. 대책이 없고, 그냥 재밌고 달콤한 게 좋고 그렇지요. 그것이 젊음의 특징이지요. 후회보다는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건 또 왜일까요? 시인 유홍준: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0-09-02 16:30:00

[기고] 대구독립운동기념관, 속히 성사되길

[기고] 대구독립운동기념관, 속히 성사되길

지난 7월 20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대구독립운동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발기인 대회에 참여했다. 행사장에는 독립운동 희생자 후손들과 대부분 나이 지긋한 그들의 지인들이 있었다. 나라 구하겠다고 기꺼이 희생하신 애국지사 후손이 조상들 선양작업을 손수 해야 한다는 것이 미안하게 생각됐다.10대 경제대국을 자랑하는 한국이 100년도 지나지 않은 국가 희생자들 선양작업을 그들 후손에게 맡기는 것이 정상은 아니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그들이 황혼의 나이에 가깝도록 노력해도 아직 걸음마 단계의 토대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이분들은 내빈석에 앉아서 박수를 받아도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었던가?산남의진기념사업회 회장을 맡으면서 이 또한 세속 생활의 전문가들이 맡으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이왕 맡았으니 최선을 다해볼 뿐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대구형무소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산남의진(山南義陣) 의병들을 가만히 불러본다.강봉학(1889~1914·25세), 김선일(1880~1910·30세), 김수곡(1876~1910·31세), 김일원(1880~1910·30세), 신석존(1883~1909·26세), 오두환(1881~1909·28세), 윤흥곤(1880~1910·30세), 이석이(1879~1911·32세), 이영성(1873~1909·36세·이상 9명 교수형), 남석인(1878~1907·29세·옥사).이런 통한의 역사 현장인 대구형무소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안타깝게도 우리 손으로 없애버렸다. 순국자 평균연령이 29세라 놀랍다. 나라를 위해 재산과 목숨을 버렸다. 이런 정신을 후세들이 볼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이번 행사에는 독립정신계승사업회 우대현 상임대표와 제8대 독립기념관 관장을 지낸 김능진 추진위원장 등 각계각층에서 모였고 산남의진기념사업회 회장으로 본인도 힘을 보태고자 자리했다.산남의진은 1906년 3월 고종 황제의 밀명을 받은 정환직이 아들 정용기와 영천에서 일으킨 의병조직으로, 주로 영천·영일·청송 등의 경상도 동북부를 중심으로 의성·군위 등 경북도 내륙과 경남도 일부 등을 거점으로 활동했다. 영남에서 관동지방으로 북상, 그곳 의병부대와 서울로 진격하려던 목표는 좌절됐지만 후일 13도 의병연합부대의 결성과 서울진공작전의 단초가 됐다.당시 정용기를 대장으로 삼아 의병진을 꾸렸다. 정용기가 4월 관군에 체포되자 이한구가 지휘를 맡았으나, 패전하자 7월 일단 의진을 해산했다. 이 해 9월 석방된 정용기는 1907년 산남의진을 재건했다. 재건 산남의진은 일본군을 격파하고, 우재룡(禹在龍) 지휘의 해산 군인들과 합류했다. 산남의진 선봉장 우재룡은 우대현 상임대표의 선친이다. 산남의진과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의 연결고리가 현재까지 이어져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1대 의병대장 정용기가 1907년 9월 포항 입암전투에서 전사하자 아버지 정환직은 2대 의병대장으로 항전하다 1907년 11월 일제에 붙잡혀 영천 조양각 둔치에서 총살됐다. 산남의진 참여자 여럿이 전사하고 대구감옥에서도 10명이 순국했다. 이제 대구형무소도 재현되면 산남의진 의병 희생자 위령 장소도 갖게 돼 산남의진기념사업회로서는 반가운 일이다.기념관 건립 활동에 산남의진기념사업회도 적극 나서 도울 생각이다. 기념관이 건립되는 날을 기대하니 벌써 가슴이 뛴다. 함께 분발할 따름이며 미래지향적인 대구독립운동 역사관이 속히 성사되길 소망한다.

2020-09-02 15:43:09

[오정일의 새론새평] 누구를 위한 의대 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인가?

[오정일의 새론새평] 누구를 위한 의대 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인가?

이른바 4대 의료 정책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핵심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 도입이다.정부는 2022년부터 10년 동안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 늘리겠다고 한다. 증가한 4천 명 의사 중에서 3천 명은 특정 지역에서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지역의사이다. 지역의사는 10년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된다. 정부는 지역의사가 의료 취약 지역과 응급 의료에 투입되면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비대면 진료는 말 그대로 의사가 환자를 만나지 않고 진료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비대면 진료 대신 원격 진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비대면 진료이든 원격 진료이든 환자가 의사를 만나지 않으므로 이는 온라인(on-line) 진료이다. 그동안 정부는 원격 진료를 도입하려고 시도해왔다. 그러나 원격 진료는 의료민영화를 초래한다는 반대에 부딪혔다. 현재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환자가 의사를 만날 수 없으니 비대면 진료를 하자는 것이다. 전화 진료는 이미 허용되었다.의대 정원을 4천 명 늘리면 의사 수가 대폭 증가한다. 의사 공급이 늘면 당연히 의사 급여가 감소한다. 적은 급여에도 일할 용의가 있는 의사가 많아지면 대형 병원의 규모는 더 커진다. 이렇게 되면 중소 병원 즉, 동네 병원은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게 된다. 폐업한 의사 중 다수는 대형 병원에 흡수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중소 병원은 사라지고 소수의 대형 병원만이 남는다. 이러한 현상은 법률 시장에서 나타난 바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은 법무법인 대형화의 촉매가 되었다. 병원 대형화는 의료 소비자인 국민에게 이로운가? 일반적으로 기업 규모가 커지면 생산비가 감소해서 제품 가격이 하락한다.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진료는 병원에서 이루어지므로 환자가 쉽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병원이 대형화되면 병원 수가 감소하므로 환자의 병원 접근성은 떨어진다.비대면 진료가 도입될 경우 저급여 의사를 충분히 확보한 대형 병원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중소도시나 시골에 의사가 투입되고 진료가 이루어지는가? 진료비 수가가 인상되거나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한 대형 병원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중소도시나 시골에 병원을 설립해서 오프라인(off-line) 진료를 하는 것은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대형 병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진료를 병행할 것이다. 일종의 하이브리드(hybrid) 진료이다.대다수 환자에게는 온라인 진료가 제공된다. 이들은 간단한 진료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의사는 집에서 모니터를 통해 환자를 진료한다. 병원에 출근할 필요가 없다. 2교대 또는 3교대 근무를 하면 24시간, 연중무휴 온라인 진료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진료비는 낮지만 환자 수가 많다. 박리다매의 원리가 작동한다. 진료에 소요되는 비용, 투입되는 의사의 급여도 낮다. 반면, 높은 진료비를 지불하는 환자는 일류(一流) 의사가 직접 진료한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한 환자가 의사를 만난다. 여기에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하에서는 선착순이 원칙이다. 먼저 병원에 와서 오래 기다린 환자가 의사를 만난다.결과적으로 가난한 환자는 이류(二流) 의사의 비대면 진료를, 부유한 환자는 일류 의사의 대면 진료를 받게 된다. 환자의 지불 능력에 따라 상이한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의료민영화이자 영리병원이라는 자본의 논리이다.4대 의료 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저항이 전적으로 정당하지는 않다. 첩약 급여화는 의사와 한의사의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공공의대 신설도 큰 문제가 아니다. 공공의대를 통해 배출되는 의사가 많지 않을 뿐더러 없어진 의대를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신입생 선발은 일반 대학의 절차를 따르면 된다. 의대 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 도입은 다르다. 두 정책이 시행되면 의료 시장은 대형 병원 위주로 재편되고 실질적인 의료민영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 결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 게임에서 의사와 환자는 패자이다. 승자는 누구인가? 대형 병원이다.

2020-09-02 15: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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