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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경제칼럼] 청와대의 위험한 경제 인식

경기 예측 과도한 낙관-비관 금물통계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평가를경제가 위기수준으로 추락하는 때대통령 판단 잘못되면 참담한 결과'경제란 심리'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경제정책에서 기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도 하고 기대가 자기실현적인 속성도 있다. 예를 들어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경제주체들이 기대하고 있으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가계들은 소비를 덜 하게 되어 정말로 경기가 좋지 않게 되기도 한다. 반대로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면 기업들은 투자를 많이 하고 가계들도 소득이 늘 것을 예상하고 소비를 많이 하게 되어 정말로 경기가 좋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투자와 소비를 많이 하였는데 정작 경기가 좋지 않으면 많이 투자한 기업은 가동률이 떨어지고 심할 경우에는 투자할 때 빌린 투자금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나게 된다. 가계도 마찬가지다.문민정부 시절 신경제 5개년 계획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1993~1996년 중 평균투자증가율 10.8%, 경제성장률 8.3%를 기록했지만 원화가치 절상 등으로 1996~1997년 중 수출이 크게 둔화되면서 가동률이 하락하고 기업 부도가 증가하면서 1997년 위기를 맞았다. 따라서 경기는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평가해서도 안 되고 비관적으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특히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통계를 바탕으로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요즘 한국 경제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6개월 넘게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5월을 정점으로 장기간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정상적일 경우 82% 수준인 제조업 가동률은 72%까지 하락하고, 실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30만~40만 개 증가해 오던 취업자 수 증가는 3천 개까지 떨어졌다가 공공 부문의 급조된 단기 알바 등에 힘입어 겨우 4만~6만 개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하루에만 3천500여 개가 폐업하는 등 완전히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과 통계청도 한국 경제가 하강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고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위기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고 한국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하기까지 했다. 기업들은 내년도 투자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최근 청와대 일각에서 나오는 의외의 진단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주요 정책담당자의 진단이라는 점에서 위기감마저 느끼게 한다.이달 22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위기라고 하면서 개혁의 싹을 미리 자르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하면서 "더욱더 개탄스러운 것은 위기론을 반복하면서 계속 요구하는 것은 기업 기 살리기라는 점"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기를 살리지 않고 어떻게 경제를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21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자동차 조선업이 회복되고 있다며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근년 들어 주력산업이 추락하고 있는 환경에서 기업투자 확대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중국의 '제조 2015' 같은 규제혁파, 노동개혁, 법인세 인하 등 투자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수도 없이 강조되어 왔다. 노조는 파업을 지속하고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 협력이익공유제 등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기업들이 어떻게 노를 저을 수 있겠는가.대통령은 얼마 전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역점을 둔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얼마 전에는 고용악화가 인구구조 탓, 자영업 대란은 대기업 진입이 원인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대통령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않고는 모든 경제동향을 다 꿰뚫을 수는 없다. 경제가 위기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판단이 오도되어 더 이상 참담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정확한 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2018-11-27 16:24:53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비밀의 진정한 의미

당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다른 면모를 본 적이 있는가? 이때 우리는 아주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당혹스러움, 혼란스러움, 배신감, 분노, 좌절, 절망감 등일 것이다. 그리고 점차 강한 의구심이 들거나 부정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상대방을 이해하기도 한다.최근 5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완벽한 타인'은 비밀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다. 34년이나 알고 지냈던 동창생들은 어느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색다른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그 아이디어는 바로 식사 시간 동안 각자의 핸드폰으로 연락 오는 내용을 모두 공유하자는 제안이다. 주인공들의 거북스러운 마음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느껴지지만, 주인공들은 서로 태연한 모습으로 제안을 받아들인다. 점차 서로의 비밀이 하나둘씩 파헤쳐지는 긴장감 속에서 비밀을 숨기고자 일어나는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재미를 더해주며 영화는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숨기고자 애써왔던 각자의 면모가 서로 뒤엉킨 채 드러난다.우리의 삶과 너무나 닮아서 공감하면서도 왠지 모를 씁쓸함은 나만 느끼는 걸까? 드러난 비밀을 마주한 주인공들처럼 관객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영화는 이런 마음을 눈치챈 듯, 식탁 위 반지가 돌아가는 장면으로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한다. 그리고 동창생들이 처음 만났던 시간으로 되돌려진 영화는 평소처럼 지극히 평범한 저녁 식사와 무탈한 헤어짐으로 끝난다. 영화는 완벽한 타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척, 아니 어쩌면 부인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를 비추는 듯하다.이처럼 비밀은 때때로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이 된다. 이러한 비밀을 대하는 자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밀이 되어버린 과정이나 이유보다는 비밀의 내용에 너무나 당혹스러워한다. 둘째, 그 당혹스러움으로 잡고 있던 상대방의 손을 그만 놓친다. 셋째, 자신의 손이 놓쳐진 것을 본 상대방은 상처를 받고 뒤돌아선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타난 비밀 앞에 연결된 손을 놓고 각자의 제자리로 되돌아가 버리는 영화처럼 말이다. 이때의 비밀은 우리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지 말아야 할 존재이며, 죽을 때까지 숨겨져야 할 존재가 된다. 결국 우리를 더욱 완벽한 타인으로 만들 뿐이다.그러나 때로는 이와 다른 비밀도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배우자의 비밀을 알게 되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그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그러나 그 당시 그는 비밀을 다르게 대했다. 바로 비밀 앞에서 도망가지 않고, '왜 비밀을 만들 수밖에 없었을까?' 하며 배우자의 삶을 궁금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궁금증은 배우자의 삶을, 그리고 자신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로 변했다. 이때의 비밀은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기회를 주는 존재이다. 그리고, 변화된 나와 네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창조의 존재, 회복의 존재이다.어쩌면 비밀은 비밀의 내용보다 비밀을 만들게 된 역사와 함께 바라볼 때 비밀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지 않을까?

2018-11-27 10:33:46

마호(8살·페르시안). 출처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얌전한 고양이가 스트레스 더 많이 받는다?…질병으로 이어질 위험↑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 얌전한 고양이를 실속 차리는 사람에 비유한 속담이 있다. 하지만 수의사로서 얌전한 고양이를 관찰해보면 사실은 다르다. '얌전한 고양이는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마호(8살·페르시안)가 혈뇨와 배뇨장애로 내원했다. 순하고 먹는 걸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화낼 줄 모르는 얌전한 뚱냥이였다.낯선 수의사가 채혈을 위해 앞발을 잡아당겨도 너그럽게 내밀고 바늘이 찔리는 순간에도 거부하지 않았다. 마호의 싫다는 표현은 그저 애잔하게 간호사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돌리는 정도였다.마호의 병명은 수컷 고양이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고양이 특발성 배뇨 장애증(FLUTD·feline lower urinary tract disease)'이었다. 주된 증상은 방광염과 요도협착에 의한 배뇨장애다. 수컷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라면 꼭 알아두어야 하는 질병으로 방치될 경우 급성 신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 긴급을 필요로 하는 질병이다.마호는 요도협착이 심각해 요도 카테터를 장착하여 배뇨를 유도하며 4일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수의사와 간호사는 입원 기간 내내 마호를 매우 조심스럽게 대하였고 입원실 주변의 소음과 조명조차도 신경 써야 했다. 마호의 얌전한 이면에는 두려움과 소심함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 수컷 생식기는 체구에 비해 작고 요도가 가늘어 방광염 또는 요도염이 발생하면 요도협착이 잘 생기는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스트레스로 인한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FIC·Feline Idiopathic Cystitis)이 10세 이하의 고양이에서 FLUTD가 발생하는 가장 흔한 원인(60~70%)으로 밝혀져 있다. 방광 결석은 FLUTD를 발생시키는 원인의 10~20%를 차지하고, 세균감염에 의한 비뇨기 감염증은 신장 질환을 가지는 10세 이상의 나이 많은 고양이에서 다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FLUTD의 주원인인 FIC가 발생하는 이유는 불안, 두려움 등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지속될 경우 방광염이 유발되는 고양이의 생리학적 특성 때문이다. 결국 스트레스에 민감한 고양이가 FIC(고양이 특발성 방광염)가 잘 발생하며 FLUTD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할 수 있다.즉 얌전한 고양이가 외향적인 성격의 고양이에 비해 스트레스 민감도는 월등히 높으므로, 얌전한 고양이가 FLUTD 발생 확률이 더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얌전한 고양이를 돌보는 집사들이 더 주의해서 고양이를 관찰하여야 하는 이유이다.얌전한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실내 환경의 변화, 집안 가구의 재배치, 사료의 변경, 다른 고양이의 간섭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또 화장실이 맘에 들지 않거나 가족의 생활 패턴이 달라지거나 느닷없이 야단 듣게 되는 등 다양한 상황들이 소심하고 얌전한 고양이에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보호자가 스트레스의 원인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호자가 얌전한 고양이의 불안 상태를 감별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고양이의 생활 패턴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얌전한 고양이가 일상 패턴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보호자는 고양이가 이미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이해하고, 평상시 고양이가 가장 편안 해하는 조건들을 하나하나 되짚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얌전하고 소심한 수컷 고양이가 배뇨 습관이 달라지거나, 화장실의 소변량이 줄고, 배뇨 시 통증을 호소하고, 생식기를 자주 핥는 모습이 보인다면 FLUTD를 강하게 의심하고 신속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 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8-11-27 10:11:14

오정근(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청와대의 위험한 경제인식

'경제란 심리'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경제정책에서 기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도 하고 기대가 자기실현적인 속성도 있다. 예를 들어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경제주체들이 기대하고 있으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가계들은 소비를 덜 하게 되어 정말로 경기가 좋지 않게 되기도 한다. 반대로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면 기업들은 투자를 많이 하고 가계들도 소득이 늘 것을 예상하고 소비를 많이 하게 되어 정말로 경기가 좋아지기도 한다.그런데 만약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투자와 소비를 많이 하였는데 정작 경기가 좋지 않으면 많이 투자한 기업은 가동률이 떨어지고 심할 경우에는 투자할 때 빌린 투자금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나게 된다. 가계도 마찬 가지다.문민정부 시절 신경제5개년 계획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1993~1996년 중 평균투자증가율 10.8% 경제성장률 8.3%를 기록했지만 원화가치 절상 등으로 1996~1997년 중 수출이 크게 둔화되면서 가동률이 하락하고 기업부도가 증가하면서 1997년 위기를 맞았다. 따라서 경기는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평가해서도 안되고 비관적으로 평가해서도 안된다. 특히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된다. 통계를 바탕으로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요즘 한국경제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6개월 넘게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5월을 정점으로 장기간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정상적일 경우 82% 수준인 제조업가동률은 72%까지 하락하고 실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30~40만 개 증가해 오던 취업자 증가수는 3천 개 까지 급락하다 공공부문의 급조된 단기 알바 등에 힘입어 경우 4~6만 개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하루에만 3500여개가 폐업하는 등 완전히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과 통계청도 한국경제가 하강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고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위기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고 한국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하기까지 했다. 기업들은 내년도 투자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이런 가운데 최근 청와대 일각에서 나오는 의외의 진단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주요 정책담당자의 진단이라는 점에서 위기감마저 느끼게 한다.이달 22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위기라고 하면서 개혁의 싹을 미리 자르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하면서 "더욱 더 개탄스러운 것은 위기론을 반복하면서 계속 요구하는 것은 기업 기살리기라는 점"이라고 했다. 지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기를 살리지 않고 어떻게 경제를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21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자동차 조선업이 회복되고 있다며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근년 들어 주력산업이 추락하고 있는 환경에서 기업투자 확대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중국의 '제조 2015' 같은 규제혁파, 노동개혁, 법인세 인하 등 투자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수도 없이 강조되어 왔다. 노조는 파업을 지속하고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 협력이익공유제 등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기업들이 어떻게 노를 저을 수 있겠는가.대통령은 얼마 전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역점을 둔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했다.얼마 전에는 고용악화가 인구구조 탓, 자영업 대란은 대기업 진입이 원인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않고는 모든 경제동향을 모두 꿰뚫을 수는 없다. 경제가 위기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판단이 오도되어 더 이상 참담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정확한 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2018-11-26 16:11:33

홍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

[세계의 창] 어린이를 위한 뉴스

독일 공영방송 'LOGO!' 프로그램어린이에 어려운 뉴스 용어와 내용사진 삽화 그래픽 곁들여 쉽게 설명우리도 아이들 알 권리 충족해줘야평소 뉴스와 시사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지금도 독일 TV와 라디오를 꾸준히 듣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ZDF 프로그램 중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LOGO!'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1989년에 처음 방송되었는데, 8세부터 12세까지의 어린이를 주 타깃으로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는 뉴스이다. 어린이들에게 어려운 뉴스 용어와 내용을 사진·삽화·그래픽을 곁들여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어른들의 일반 뉴스 방송처럼 LOGO 프로그램 역시 정치, 역사, 교육, 환경, 문화, 스포츠, 날씨 분야의 뉴스를 전하고, 어린이들이 자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또래 친구)과 이야기하고 궁금해 할 수 있는 모든 주제를 다루고 있다.LOGO 방송 프로그램에서 흥미로운 것은 어린이가 직접 방송 리포터가 되어 실제로 정치인, 축구선수, 유명 연예인 등을 만나 인터뷰하는 코너이다. 어린이는 주체가 되고, 정치라는 단어를 자신의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LOGO 프로그램은 어린이의 시각과 생활세계를 담으려는 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LOGO 방송에서 예컨대 정치인과 인터뷰하는 코너는 어린이들이 딱딱한 정치 주제에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은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다루었던 뉴스 내용과 연관된 배경 지식을 방송 홈페이지에서 심화할 수 있고, 블로그를 통해 제작진과 시청자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또한 LOGO 방송에서 필자의 눈에 띄는 점은 어린이가 주체가 되어 어른을 인터뷰하는 장면과, 어린이 리포터를 그저 보호해야 하고 길들여야 하는 존재가 아닌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어른들의 시선과 태도이다. 그러한 자세에는 어린이는 경험이 적어서 판단 능력이 부족하고 아동기는 성인기의 준비에 불과하다는 견해와 달리, 어린이의 자기 결정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인식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이에 반해 한국의 대중매체 속에 비쳐진 어린이의 이미지는 필자의 과대 해석일지 모르지만, 세상에 당당하게 질문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어른 흉내(예컨대 성인가요, 아이돌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행동)를 내거나 퀴즈를 잘 푸는 영재 어린이의 모습을 자주 접한다. 대중매체에서 재현되는 이러한 어린이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 하고 즐거워하는 어른들의 반응에는 아마도 어른들의 기대와 욕구를 어린이에게 투사함으로써 어른들의 지배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유엔 아동권리협약 17조에 의하면, 어린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으며 각자가 마주한 세계에 많은 질문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들은 세상을 알고 싶고 스스로 탐색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어린이를 위한 뉴스는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듣고 보는 경험을 바탕으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으며 세상을 보는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이런 점에서 필자는 우리 사회에 어린이를 위한 TV 뉴스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 물론 어린이 뉴스를 위한 화제 선별에는 제한이 없지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과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이 담긴 콘텐츠를 어린이에게 그대로 노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어린이 뉴스는 복잡한 세상과 사회의 연관성을 단순화시켜 재구성함으로써 문제 상황을 축소시키는 것은 아닌지 지속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디지털기기를 접하며 자라난 디지털 세대 어린이들에게 흥미와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뉴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오늘날 어린이를 위한 뉴스의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8-11-26 11:20:03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미니멀 라이프 지향

지난 주 필자는 '매일춘추'를 통해서 자발적 '퇴사'를 감행하고 오히려 행복해졌다는 일본 작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어느 때보다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역시 우리 시대 이슈였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빼먹은 부분이 있다. 그 작가는 퇴사를 앞두고, 최대한 돈을 쓰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시켰다는 점,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검소하게 먹고, 입고, 지내고 있다는 점이다.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퇴사' 트렌드의 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미국에서 뜨고 있는 '신(新) 자린고비족' 소식이다.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라고도 부른다. 경제적 자립을 토대로 자발적 조기 은퇴를 추진하는 사람들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으며, 40대 초반쯤 은퇴할 것을 목표로 회사생활을 하고 수입의 70% 이상을 저축해서 나중을 대비한다는 특징이 있다. 당연히 극단적으로 절약하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현직 변호사로 일하는 30대 여성의 경우, 11평정도 되는 아파트에 살면서 한 달 식비로 75달러(8만5천원 정도)를 쓰되, 유통기한이 다 돼서 할인된 식품만 골라서 산다. 어떤 이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먹을거리를 스스로 재배하기도 한다. 이들은 대개 걸어서 출퇴근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익숙하다.일본이든 미국이든, 또 우리나라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맥락의 사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각 지역 젊은이들은 그들의 부모, 또는 조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뒤처져있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사회안전망은 오히려 축소되는 현재를 살고 있다.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방법이라면,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는 조기은퇴든 절약이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이들의 생활혁명이 현명해 보인다.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어제까지 단풍을 즐겼는데, 오늘 다시 보니 잎사귀는 간데없고 나무의 골격만 남았다. 박수근의 그림 속 나목(裸木)들처럼 오롯이 있는 모습 그대로 당당하며, 꽃이나 잎이 없어도 충분히 아름답다. 언제까지 자산을 늘리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자연이 가르쳐주는 방식대로, 이제는 좀 덜어내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가진 것을 덜어냄으로써 생활을 단출하게 하고, 스케줄이든 물건이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줄임으로써 본연의 것에 더욱 집중하는 삶에 마음이 기운다. 세간에 화제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다.

2018-11-26 11:19:23

이두환 경주문화엑스포 사무처장

[기고] 세계인의 가슴에 새겨질 '신라의 미소'

신라의 돌멩이 하나가 될 뻔했던, 혹은 고향 땅을 밟지도 못했을 뻔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관한 이야기가 큰 관심을 끈다. 바로 '신라의 미소'라 잘 알려져 있는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이 수막새의 보물 지정을 예고했다.'얼굴무늬 수막새'는 일제강점기 경주 영묘사지(현재 사적 제15호 흥륜사지)에서 출토됐다. 1934년 일본인 의사 다나카 도시노부가 경주의 한 골동상점에서 이 수막새를 사들이면서 일본으로 넘어갔으나 고(故) 박일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1972년 우리나라로 돌아왔다.수막새는 추녀나 담장 끝에 기와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용한 둥근 형태의 와당이다. 이 수막새는 와당 제작 틀에 찍는 일반적인 제작 방식과 달리 손으로 직접 빚었다. 이마와 두 눈, 오뚝한 코, 잔잔한 미소와 두 뺨의 턱선이 조화를 이룬 모습에서 숙련된 장인의 솜씨가 엿보인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알려진 삼국시대 얼굴무늬 수막새이다. 신라인들의 염원을 구현한 듯한 높은 예술적 경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신라의 우수한 와당 기술이 집약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이런 수막새를 보물로 지정하겠다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20년 전 이 수막새의 진가를 알아보고 이를 모티브로 한 심벌마크를 제작해 경주와 엑스포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오고 있었기에 이 소식이 더욱 반갑다. 경주엑스포는 1998년 첫 행사를 앞두고 1997년 공모를 통해 수막새와 태극문양을 형상화한 엑스포 공식 심벌마크를 정했다. 리플릿, 포스터, 영상 등 각종 홍보 매체에 이 심벌을 널리 사용했다. 엑스포 정문 지붕은 물론 직원들의 명함, 공중전화카드, 기념주화 등 수막새가 새겨진 기념품을 제작해 경주와 신라를 알려왔다.수막새의 매력적인 모습과 엑스포의 이러한 노력은 경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강하게 다가갔고, 명실공히 '신라의 미소'는 경주의 대표 상징물 중 하나가 됐다. 더욱 의미 있는 일은 신라의 정신이 담긴 엑스포 로고와 행사의 가치가 세계에서도 통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국외 행사였던 캄보디아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6'에서는 '신라의 미소'(얼굴무늬 수막새)와 '앙코르의 미소'(바이욘사원 사면상)가 어우러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터키, 베트남 등 모두 아홉 차례 엑스포에서도 얼굴무늬 수막새는 물론 첨성대, 신라 금관과 엑스포 개최국의 스토리, 문화유산과 함께 형상화한 새로운 엠블럼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1998년 첫 경주엑스포 선포식에서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가 간직한 천년의 미소를 통해 인류의 꿈을 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주엑스포가 우리 국민들에게는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드높여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주는 출발점이 되기를, 세계의 다채로운 문화를 공유해 세계인의 문화축제가 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얼굴무늬 수막새'의 보물 지정은 '한국문화의 세계화, 21세기 세계문화의 중심'에 서겠다는 경주엑스포에 새로운 힘과 용기를 주고 있다. 경주엑스포는 신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더욱 풍부한 스토리로 엮어 새롭고 특별한 가치를 창출해 나갈 것이며 글로벌 문화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2018-11-26 10:12:34

박시윤 수필가

[에세이 산책] 억새 숲에서

이 무렵, 억새 군락에 가보라. 모든 것을 상실한 이의 허망한 자취를 보게 되리. 바람이 웅웅 울고, 마지막까지 남아 은둔할 채비를 하는 이를 만나게 되리. 착실하게 다가오는 계절은 더욱 가깝고, 맨살로 부대끼는 이의 처절한 몸부림이 큰 기척으로 들려올 테니, 태초에 너의 싹이 배양되었던 그 땅을 정독하여 읽어보라. 부풀어 하얀 깃털을 한낮의 환한 반딧불이라 착각하지 마라. 빛은 멀어지고, 몸뚱어리는 가벼워졌으니 이제 불 지를 날도 다 갔다. 사리처럼 엉겨 붙은 저 결정체가 다 날아갈 때까지, 바람은 또 얼마나 잘게 부서져 불어오고 불어갈 터인가. 건들면 순간에 베어버릴 듯했던 시퍼런 오기가 가고, 이제 조금은 누그러진 나를 만날 텐가. 이제 말하리, 나는 무한한 분출의 시간을 갖는 것일 뿐이라고. 너무 오랫동안 너를 향해 있던 내 침묵을 지루하게 여기지 마라. 여기, 버려진 허망한 영토에 나는 뜨거웠던 여름 동안 확확 치밀어 오르는 화기를 누르느라 숨이 막혔다. 끝없는 침묵이었다. 그만큼 나는 몰아적 이상을 만나고 싶었고, 또 영원한 세계의 문턱을 기웃거릴 수 있게 되었다.뒤돌아 생의 공허와 모순을 은닉하고 은폐했다. 모든 것을 빼앗긴 이 끝없고 먼 계절 또한 홀연히 떠나고 나면, 백주에도 환히 날아올라 잃어버린 것들의 이름을 부르리. 모든 것을 빼앗긴 이의 허망한 자취를 따라 더 침묵할 터이고, 나는 감당해낼 수 없는 절망에 울 테지. 누가 나를 연민할 것인가. 침묵을 걷는 이여, 침묵을 대변하는 이여, 부디 이 잔상의 뒷자락에서 영혼을 잃게 하라. 그리하여 끝없이 멀고 그리운 이에게 전해 다오. 우리는 공허와 모순을 안고도 질긴 생명적 진실을 육골 속에 새겨 넣는 그런 사이였음을.그리하여 사랑하는 모든 이여, 이제 우리의 절정은 멀어졌고, 지금 내 눈으로 목격하는 저 가벼운 흩날림을 너무 오랫동안 바라보지 마오. 버려진 영토에서 비로소 처연히 서정을 쓰노니, 이제 우리 영원한 세계의 문턱을 함께 넘을 수 있겠소. 저벅저벅 다가오는 발소리, 저 빈 들에서부터 겨울이 오노니, 이제 가련한 겨울의 난민들이 맨발로 바람을 걸어갈 것이오.억새의 군무가 아름답소. 무심한 풍경이라오. 내 그대를 앞세워 겨울을 맞이하노니, 폐허의 지경에서 이상스럽게도 호젓하오. 바람이 잦아들면 가장 먼 곳에서부터 대지가 언다오. 나는 이제 발아래 내려앉은 만감의 그리움을 읊을 것이오. 나는 오랫동안 부재할 것이고, 나의 부재를 그리워하지 마오. 그리하여 내 안에서 환히 비추던 이여, 이제 이 계절에 당신을 봉인하오.

2018-11-26 10:08:56

조희수(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기고] 4차산업혁명, 혁신창업 기회로

4차 산업혁명으로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 클라우스 슈밥이 4차 산업혁명의 화두를 던진 게 2년 전의 일이다.그사이 벌써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해 6월 인공지능의 난공불락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바둑에서 구글(Google)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작년에는 중국 광군제(11월 11일) 할인 행사에서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봇기술 등을 활용하여 하루 동안 우리나라 돈으로 약 28조원의 물건을 팔았다. 초당 30여만 건의 주문량을 감당하기 위해 챗봇이 고객과 상담하고, 200여 대의 로봇이 포장과 운송에 투입되었다고 한다.4차 산업혁명은 개인의 삶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필자도 1년 전부터 휴대전화에 탑재된 인공지능을 시켜 음악도 듣고 간단한 톡도 한다.이처럼 이제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한 번씩 기술혁명이 일어날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에 처할 수도 있고, 큰 성장의 기회를 가지기도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이다.올해 국내 스타트 업계의 큰 이슈 중 하나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로 널리 알려진 '스타일난다'가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매각된 것이다. 정확한 인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분 70%가 4천억원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스타일난다와 같은 창업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창업 시장에 뛰어들면 뻔한 결말인 '실패'밖에 없을 것이다. 기술변혁의 시기에 혁신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창업선도대학 등 전국에 여러 창업지원 기관들이 활동하고 있다.특히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경일대학교를 비롯한 다수의 대학에서 (예비)창업자를 선발하여 시제품 개발비 등에 최대 1억원을 지원하고 책임멘토, 투자자들을 연결하여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또 경일대와 연세대 등 '입소형 창업선도대학'은 창업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동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창업자에게는 마케팅 자금을 최대 3천만원까지 지원하는 후속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차트 200' 1위에 오르고 세계 청년들의 우상이 된 남성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UN 연설 한 구절이 생각난다. "무엇이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나요?"향후 펼쳐질 세상에서는 근로자의 평균 직장 근속기간이 5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10년 후 어떤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를 고민하고 상상해보라. 충분히 준비된 창업은 우리의 꿈을 이뤄주는 평생직장이 될 수도 있다.독자 여러분 중에서 혁신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지역 소재 창업지원 기관의 문을 과감히 두드려 꿈을 마음껏 펼쳐 나가길 바란다.

2018-11-26 05:30:00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아침에] 생활 적폐 청산? 문 정권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가성비 높은 원자력발전 세우고왜 비효율 태양광으로 대치하나운동권 정치인 앞다퉈 사업 진출넘쳐나는 의혹도 생활 적폐 대상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어 '생활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이는 '적폐 청산 시즌 3'에 해당되며 박근혜, MB에 이어 더 이상 청산할 이전 보수 정권이 없자 이제 생활 적폐 청산을 강조하며 밑으로 내려왔다.이전 많은 정권들이 정권 지지율이 추락하고 민심을 상실하면 슬그머니 부패 척결 명분의 사정 수사를 전방위로 했던 것이 상투적 수법이었다. 이런 부패 척결 수사치고 제대로 그 목적을 달성한 사례는 어느 정권에도 없었다.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 목적 사정의 당연한 귀결이었다.문 정권은 취임 후 1년 반 동안 1차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2차로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와 기무사 계엄 문건, 사법 농단 의혹 사건 수사를 집요하게 밀어붙여 왔다. 최근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 또한 문 정권이 취임 초 야당 의원들을 겨냥해 거세게 밀어붙였던 사안이다. 10만 명이 넘는 전수조사를 하면서 부산을 떨었지만 그 결과는 '태산명동서일필' 수준이었다.모든 부패 척결은 특정인 또는 특정 세력의 처벌을 목적으로 할 때 절대로 기대했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진정한 부패 척결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합의를 통한 제도적 개선이 목적이 되어야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관하며 학사 비리, 요양병원 비리, 재개발재건축 비리, 공공기관 채용 비리, 지역 토착 비리 등을 그 해법으로 지적했다. 또 생활 적폐 발굴을 위한 TF 격인 협의회를 구성한다고 했는데 이제 비리를 '파다 파다가' 적폐 사례 발굴을 위한 TF까지 구성해야 할 정도인가 실소를 불러일으켰다. 부패와 적폐를 다 파헤쳐 세상을 맑게 하겠다는 정의감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먼저 돌이켜 보는 성찰이 없다면 적폐 청산은 정치 보복적 기술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역대 모든 정권이 부패 척결을 외쳤지만 결국 그 정권 스스로가 부패의 온상이 되어 무너지고 정권이 교체된 후 처벌의 대상이 되기를 반복했다. 역대 한국의 대부분 대통령들이 자신, 형, 동생, 자식, 친인척, 측근의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퇴임 후 온갖 오욕을 뒤집어썼다. 새 정권이 출범하면 마치 정의의 사도인 양 전 정권의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서슬이 퍼렇다가 결국 후임 정권에 의해 부패 척결의 대상이 되기를 반복해왔다.문재인 대통령의 부패 척결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문 정권도 부패에서 자유로운 '면죄부'를 받은 양 처신해서는 안 된다.문 정권이 정권 초부터 '탈원전'을 주장해 원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즉 태양광, 풍력을 향후 2030년까지 2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물경 90조원이나 되는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환경운동가, 토호 운동권,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다는 풍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를 앞서 집중 추진하는 서울시 산하 주요 태양광 사업자들의 면면에서 여실히 이런 소문이 사실임이 확인되었다. 전국 곳곳에 산을 깎고 저수지 위에 빈 공간만 보이면 태양광이 설치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평당 백만원짜리 새만금 매립지도 태양광을 설치한다고 직접 대통령이 현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갑자기 주력 사업이 태양광으로 바뀐 농어촌공사는 특히 자신들이 관리하는 새만금 간척지와 전국 수천 개 저수지 안에 태양광을 설치한다고 앞장선 대표적 기관이다. 그런데 농어촌공사 사장이 취업 직전까지 태양광 회사를 경영했고 지금도 가족, 측근들이 경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자기 돈 하나 없이 운동권 백수가 어느 날 거의 100% 보증기관의 보증과 은행 대출을 통해 태양광 사업자가 되려는 일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들 은행이나 보증기관에는 도대체 누가 압력을 넣은 것인가? 최고 권력 실세와 같은 학교 교수 출신인 전임 산자부 장관은 태양광 전문가로 알려진 사람이다.이렇게 태양광 붐을 일으켰지만 태양광 사업에서 이미 한국은 뒤처져 있고 경쟁력도 없어 중국산 등이 판을 치고 있다. 나아가 한국은 태양광 효율이 기후상 뒤떨어지는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다.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가성비와 효율이 높은 원전을 세우고 비효율적인 태양광으로 이를 대치하려 하는가? 곳곳에 의혹이 난무함에도 왜 생활 적폐 대상에 태양광 의혹은 빠져 있는가?넘쳐 나는 태양광 의혹은 제외한 채 생활 적폐 청산을 외치면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자신부터 돌아볼 일이다.

2018-11-25 15:46:54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불수능 국어를 대하는 자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나면 언론에서는 물수능, 불수능 하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온다. 올해는 근래 가장 어려웠기 때문에 불수능이라는 불만과 함께 특히 어려웠던 31번 문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았다. 문제가 어려웠다는 뉴스만 있고, 정답 오류에 대한 의미 있는 이의제기가 없었던 것을 보면 출제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뉴스에서는 점수가 폭락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강조하지만, 상대평가인 이상 원점수가 떨어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예로 9월 모의고사에서 국어 90점을 맞은 학생이 이번 수능에서 80점을 맞았다고 하면 등급은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오르고, 상대적 점수인 표준점수, 백분위는 모두 상승한다. 원점수는 폭락했지만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더 높은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최근 국어가 어렵게 출제되는 이유는 영어가 절대평가가 된 후로 국어와 수학에 상위권 변별의 책임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는 하위권 학생들도 찍지 않고 풀 수 있는 쉬운 문제와 상위권 학생들의 실력을 변별할 수 있는 소위 킬러 문항 몇 문제를 둔다. 그런데 킬러 문항도 검토의 과정에서 논란이 없도록 답을 명료하게 만들다 보면 킬러 문항으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이번에 어렵다고 불만이 많은 31번 문항의 경우 "만유인력은 점과 점 사이에 작용하는데, 구인 지구와 태양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은 어떻게 구해?", "구를 이루는 얇은 껍질들을 적분하면 돼."라는 내용으로 구성했으면 답이 훤히 보이는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같은 요소를 묻더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크게 달라진다. 올해 국어가 불수능이 된 가장 큰 이유는 킬러 문항이 나름 성공한 데다 쉬어갈 수 있는 쉬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시간이 부족하게 되고, 중간 난도의 문제 일부도 킬러 문항이 된 것이다.수능 문제가 어렵게 출제되어도 모든 학생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상대평가 체제 하에서는 이익과 손해를 합해 보면 0이 된다. 단지 손해를 본 사람들의 목소리는 크고, 이익을 본 사람들의 목소리는 작기 때문에 손해가 큰 것처럼 보일 뿐이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국어가 불이라고 두려워하거나 내년에는 쉬울 것이라고 기대할 필요는 없다. 그런 계산을 하기 전에 많이 읽어 보고 문제를 많이 풀어 보면서 잘 대비를 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하면 된다.

2018-11-25 15:46:40

[종교칼럼]따뜻한 온돌

자연에 의탁해 사는 우리는 추위와 가난을 견디고 이겨 내어야 했다.11월은 모든 것이 나무색으로 검어지고 사유의 시간은 고독한 바위가 된다.산 길에 쌓이는 솔가리를 모아다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굴뚝에 저녁 연기가 뭉글뭉글 구름처럼 피어 올랐다. 겨울 안거가 시작되고 미뤄둔 숙제와 약속을 지킨 홀가분함 때문일끼? 나그네의 숙소를 정비하고 산중생활의 겨울 준비를 했다.보일러 방을 해체해서 아궁이가 있는 온돌방을 만들었다.어느 때 누군가 불편하고 그럴 듯 했는지 멋 없는 기름보일러가 놓여져 있었다. 흰개미에 부식된 삼성각 해체 불사가 마무리 되어서 미장일과 흙벽을 수리하고 담장을 축성하는 한 씨와 박 씨 노인을 만났다. 두 사람은 한조가 되어 문화재 보수 전문 장인으로써 40년 동안 일을 하는 베테랑들 이었다.작업은 네 사람이 작업복과 마스크를 쓰고 흙먼지 속에서도 능숙하게 진행되었다. 먼저 비닐장판과 시멘트바닥을 걷어내는 공정이 용이 하지 않았다. PVC관과 깨진 돌을 제거하니 옛날 구들이 온전하게 잘 보전되어 있었다. 망가진 구들과 받침돌을 정리하고 그 위에 새 흙을 두텁게 깔았다. 흙을 펴고 다진 다음 긴 자로 수평을 맞췄다. 황토흙을 얼기미로 걸어내서 물과 섞어 몰탈을 바르니 완벽한 온돌방이 되었다. 없어진 굴뚝도 옛 방식되로 큰 돌 위에 흙과 기와로 켜켜이 시루떡처럼 키 높이로 쌓았다.새집에 좋은 그림을 걸어두면 그대로 부적이 된다. 편안하고 텅빈 작은방은 어머니처럼 나를 태어나게 한다. 문을 열고 가만히 그 방에 앉아만 있어도 행복해진다. 아궁이가 있는 흙방은 신비롭다.한 겨울에 아랫목이 철철 끓도록 장작을 지피고 자리에 누우면 따뜻한 열기에 편안하고 새벽녘이면 따스한 정도로 식어버린다.봄날의 화려한 꽃들도 여름의 무성한 나뭇잎이, 가을에 단풍되어 사라지고, 하얀 눈 펑펑 내리는 날은 아궁이가 친구가 된다. 청산도, 바람도, 구름도, 새소리도,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어두워지면 그림자는 산을 감추고 집과 마당을 애워싸며 아궁이에 저녁기도가 내린다.존재하라!풍성하고 온유하게 덜 갖고도 많이 존재하고, 더 겸손하게 작은 마음으로 기쁨을 유지하라.문명의 잡다한 기계로부터 장치로부터 하루 한 순간이라도 홀로 있는 시간을 만끽하라.그리고"살아 숨 쉬는 모든 이웃들은 모두 행복하고 안락하라."이 보다 더 큰 기도는 없을 것이다. 기도는 아침으로 하루를 열고 저녁으로 하루의 빗장을 닫는다.누구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간절한 기도는 종교적인 의식이나 형식보다 먼저이다. 간절할 때 기도는 침묵이 된다."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 바람처럼 부드러워라. 네 마음에 여름날의 따뜻함을 간직하라."임제록에 "살 때는 삶에 철저해서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서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그러면 위대한 혼이 언제나 너와 함께 있으리"나는 여기 있다. 두려움도 외로움도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다. 여름 그 뜨거웠던 기억과 빛났던 마음은 지금은 어디에 머물었을지?11월은 모든 것이 사라진 달이 아니다. 계절과 시간은 숫자로 표시 할 수 없다.'작은 기도는 위대한 마음이다. 위대한 성취는 사소한 그 무엇이다.'청련암 암주

2018-11-23 10:24:41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장] 음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 

최근 김광석 길 끝자락에 있는 '김광석 스토리하우스'를 방문했다. 2년 전 홋카이도를 여행하면서 들렀던 '이시하라 유지로 기념관'이 생각났다. 인터뷰집 '배우 신성일, 시대를 위로하다'에서 영화박물관과 함께 언급된 곳이다. 일본의 국민배우이자 가수였던 이시하라 유지로(1934~1987)는 고(故) 신성일 자서전 '청춘은 맨발이다'에도 등장한다. 1991년 개관한 기념관은 방문객의 감소와 건물 노후화로 작년 8월 폐관했다.10월 27일 제1회 대구 레코드 페어가 열린 김광석 길을 찾았다. '제5회 방천아트페스티벌'과 함께하는 축제였다. 대구 레코드 페어는 음악 애호가들과 교류하면서 귀한 음반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신성일, 엄앵란 부부가 다정스럽게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실린 앨범을 챙겼다. 영화배우 윤정희 씨의 사진이 포함된 1968년 음반도 구했다.작년 여름 일본 오사카에서 '세계를 변화시킨 레코드전'을 참관하면서 엘피(LP)음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수준 높은 재킷 디자인의 음반은 눈으로 감상하기 위해 구입하게 된다. 1989년 제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기념 음반에는 서도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서도호 작가는 백남준, 이우환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로 주목받고 있다.27일 저녁 경북대 대강당에서 '이은하 대구콘서트 with 프레스리'를 관람했다. 이은하 특유의 매력 넘치는 허스키 보이스가 인상 깊었다. 대구에서 경험하기 힘든 최고의 공연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공연 직전 대구 팬들과 함께 이은하 씨를 만나서 음반에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우리나라에서 발매된 음반에는 제작 날짜가 표기되어 있다. 뮤지션의 친필 사인에도 대개 날짜가 함께 적혀 있다. 음반에 적힌 날짜를 바라보면서 그 시기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가족과 친지들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되돌아본다.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는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에서 '자기 역사 연표' 만들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좋아했던 아티스트가 발표한 음반의 역사를 함께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한국 포크블루스 거장인 이정선 동덕여대 명예교수가 11월 16일 대구에서 박강성, 김희진과 함께 '7080 낭만콘서트' 공연을 펼쳤다. 이정선 선생이 작사, 작곡한 '뭉게구름'은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려 있다. '쇼! 음악중심' 프로에서 걸그룹 '여자친구'(GFriend) 유주, 은하, 신비가 불렀던 곡이다.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정선 선생은 김광석 길을 언급하면서 김광석이 다시 불렀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을 들려줬다. 이정선 선생이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된 이정선 7집 앨범 '30대'에 수록되어 있다.7080 낭만콘서트 공연이 열린 웃는얼굴아트센터 청룡홀은 이은하 콘서트가 열린 경북대 대강당과 마찬가지로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곳이라 음향시설이 뛰어났다. 중장년층을 위한 유익한 음악 프로그램이었던 KBS '콘서트7080'이 11월 3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TV로 만나기 힘들어진 7080 가수의 라이브 콘서트가 공연문화도시 대구에서 더 자주 열리면 좋겠다.

2018-11-23 06:30:00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 전파사

깡통차기, 딱지치기, 막대놀이, 고무줄놀이, 구슬치기, 말 타기 등이 아이들의 주된 놀이였던 1950~60년대 큰 동네에는 전파상이 한두 개 있었다. 주된 업무는 라디오를 고치는 일이었다. 라디오가 귀한 시절이라 기술자들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동성로의 점포들은 수리보다는 라디오, 축음기를 주로 판매하였으니 주인들의 자부심이나 사회적 위상도 높은 편이었다.중앙통이나 교동시장, 서문시장 주변 같은 번화가가 아닌 약간 후진 동네 전파상은 큰 돈은 벌지 못했다. 매매할 물건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깟 중고 라디오 몇 대 팔아봐야 남는 게 적었기 때문이다. 라디오나 축음기 수리가 주업이었지만 축음기 음반을 팔아 버는 수입이 더 많았다. 날이 밝고 출근시간 무렵이 되면 음악이 시작된다. 하루 종일 길가를 향한 스피커는 악을 쓰듯 큰 소리를 내었다. 생계가 걸렸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노래는 밤에 가게문을 닫을 때까지 계속되었다.요즘 같으면 소음공해의 주범으로 고발을 당하여도 여러 번 당했을 것이다. 특히 12월이 오면 크리스마스 케롤이 유난스럽게 소란을 떨었다. 전파상마다 조금씩 버전을 달리하는 크리스마스 케롤을 경쟁하듯이 크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이 전파상을 통해 음악감상도 하고 최신곡도 배우는 덕에 소란을 참고 견디었다.싱싱싱, 유아마이 션샤인. 다이아나, 오캐롤, 세드무비 같은 서양 노래도 전파상을 통하여 접하던 시절이었다. 클리프 리차드의 디영원스, 탐 존스의 고향의 푸른잔디, 딜라일라 등도 주 메뉴였다. 조영남이 이 무렵 탐 존스의 딜라일라를 번안곡으로 불러 많은 인기를 얻었다. 대개는 우리 가요를 내보내지만 주인의 취향에 따라 외국 곡을 가끔 내보내는 전파사도 있었다. 자신이 최신 음악의 전도사라는 사명감으로 동네 디스크자키 노릇도 했다. 봉봉 사중창단, 뚜아에 모아, 김세환, 송창식, 윤형주 등의 가수들도 전파상 덕에 유명세를 타게 된다. 처녀뱃사공, 이별의 종착역, 외나무다리, 꽃집 아가씨, 사랑을 하면 예뻐져요 등이 전파상의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남진의 가슴아프게, 최희준의 하숙생과 맨발의 청춘, 대구출신 남일해의 빨간구두 아가씨와 오기택의 아빠의 청춘, 김상희의 대머리 총각, 한명숙의 노란샤쓰의 사나이, 문주란의 동숙의 노래,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잔 등이 이 무렵에 인기를 끌었던 노래들이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에는 행진곡 같은 빠른 템포의 곡을 틀어주는 재치있는 전파상 주인도 있었다.메이저급 전파사들은 TV가 나오면서 시민소리사는 삼성, 신광소리사는 금성 판매전문점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아세아, 서라벌, 대지, 지구 한일 소리사는 레코드판만 전문으로 팔았다.이 무렵 김광석의 아버지도 방천시장에서 번개전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어린 김광석은 아버지가 틀어주던 노래를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던 것이다. 방천시장에 있던 광석이네 전파상은 서울로 이사를 갔다. 부자가 모두 고인이 되었지만 오늘날의 방천시장은 번개전파사의 아들 김광석이 부른 노래의 힘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8-11-23 05:30:00

송숙 작 '시 똥누기'

[내가 읽은 책]낯설고 불편해서 더 매력적인/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민음사

세상 모든 일이 순리대로 흘러가는 평범한 진리가 뒤집어질 때 우리는 익숙한 모든 것들로부터 깨어난다. 그것이 소설일 때는 무거우면서도 매력적이다. 20세기 후반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도리스 레싱은 2007년 여든여덟 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1988년 발표한 『다섯째 아이』도 레싱의 저력을 보여주는 낯선 인간의 또 다른 경험이다.데이비드와 해리엇은 평범하면서도 정상적인 청춘 남녀이다. 그들에게 행복이란 결혼해서 '적어도 애는 여섯 명 혹은 여덟 명' 이상 낳고, 또 그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넓고 큰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런던에서 떨어진 소도시에 거대한 빅토리아풍의 집을 발견하고는 행복한 미래를 위한 완벽한 공간이라고 확신한다. 보증금도 마련할 처지가 못 되지만 아버지의 도움으로 그 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이어 루크, 헬렌, 제인, 폴, 네 자녀를 낳으며 그들은 스스로 행복한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행복은 너무나 완벽해서 그 누구도 깰 수 없다고 여겼다.그러나 다섯 째 아이, 벤을 임신하면서 그들의 완벽한 행복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벤은 배 속에서부터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처럼 세상으로 뛰쳐나오려고 몸부림친다. 결국 열 달을 기다리지 못하고 태어난 벤은 괴이하고 난폭한 작은 괴물이다. 한 살도 안 된 벤은 온갖 폭력을 휘둘러 가족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벤에게서 가족과 어떤 교감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 부부는 벤을 요양소로 보낸다. 벤을 버림으로써 가족 모두를 얻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해리엇은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엄마라는 이유로 다시 벤을 데려온다. 벤의 등장은 온가족을 다시 두려움에 빠지게 했고, 결국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다. 오직 해리엇만 남아 벤의 엄마로만 살기로 작정한다.모성애의 지극함이 벤을 네 아이와 같이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오게 했다면 이 소설은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여전히 벤은 그 안에 넘치는 힘으로 살기를 띠고,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과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그녀는 그를 통하여 인간성(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던 간에)이 무대를 차지하기 수천만 년 전에 정점에 도달했던 종족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다. 벤의 종족은 위 쪽 땅 위에서는 빙하시대가 진행되는 동안 땅속 동굴 속에 살면서 어두운 심연의 강물로부터 생선을 먹거나 냉혹한 눈 위로 몰래 나가 곰이나 새를 잡았을까? 어쩌다 그들의 씨가 여기 저기 인간의 모체에 남겨졌다가 벤처럼 다시 나타나는 것일까?"(176쪽)해리엇은 벤이 자기와 같은 종족을 찾으려고 뭉툭한 눈을 희번덕거린다고 생각한다. 해리엇의 마음이 헤아려질 땐 엄마인 그녀가 안타까워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오늘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하는 수많은 사건과 비상식적인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어쩌면 벤처럼 그들의 세상을 뛰어넘어 오늘로 온 것은 아닌지……. 그들을 보고 고개 젓는 우리의 판단이 사실은 오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벤이 자기 세상에 안착하지 못하고 이 세상에 와서 포악한 괴물로 대접받는 것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그를 대해야 할까? 작가도 독자도 고민에 빠지는 부분이다.익숙한 모자 관계를 벗어난 해리엇의 아픔과 벤의 충격은 생각보다 여운이 깊다. 벤과 해리엇의 불완전한 행복이 어떻게, 얼마나 지속될지 다른 독자들과도 이야기 하고 싶다.

2018-11-22 11:26:20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날다람쥐 양식으로 좀 남겨두네 [摘果(적과)] 김창협

산 속 과일, 가지 수도 참 많은데 山果非一種(산과바일종)서리를 맞고 나자 달고도 향긋하네 霜餘溢甘芳(상여일감방)나무꾼 따라다니며 그걸 따가지고 와서 行隨樵子覓(행수초자멱)숲 속 스님과 앉아 함께 맛을 보네 坐共林僧嘗(좌공임승상)높은 넝쿨 달린 것까지 다 따오진 아니하고 高蔓摘未盡(고만적미진)날다람쥐 양식으로 좀 남겨두네 留作鼪鼯糧(류작생오량) 조선 후기의 시인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 1651-1708)의 작품이다. 작품 속의 화자는 잘 익은 산 속 과일들을 고생스럽게 따가지고 와서, 숲 속 스님과 함께 앉아 먹는다. 그러니까 이 시에는 나눔의 문화가 깃들어 있다. 작품 속의 화자는 또한 산 속 과일들을 몽땅 싹쓸이해 오지 않고, 날다람쥐 양식으로 좀 남겨둔다. 그러니까 이 시에는 자연에 대한 배려의 문화가 깃들어 있다.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시인의 시 '옛 마을을 지나며'의 전문이다. 자연을 위하여 배려도 좀 할 줄 아는 마음, 그것이 바로 '조선의 마음'이었던 것이다.그런데 요즈음은 어떤가? 봄철이 되면 우리나라 산에는 몸에 좋다는 산나물을 뜯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나라 산에는 산나물의 씨가 마를 지경이다. 가을철이 되면 우리나라 산에는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나라의 다람쥐들은 눈보라 휘몰아칠 겨울철을 앞두고 그야말로 전전긍긍(戰戰兢兢)이다."아득한 옛날의 무슨 전설이나 일화가 아니라 요 근년에 비구니스님들이 모여 공부하는 암자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노비구니스님이.... 다람쥐 두 마리가 도토리를 물고 돌담 속으로 뻔질나게 들락거리는 것을 보게 되었지요. "옳거니! 돌담 속에는 도토리가 많겠구나. 묵을 해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먹어야지. 나무아미타불." 이렇게 중얼거린 노비구니스님이 돌담을 허물어뜨리고 보니 과연 그 속에서는 도토리가 한 가마는 좋게 나왔지요. 그런데 그 한 가마나 되는 도토리를 몽땅 꺼내어 묵을 해 먹었던 다음날 아침에 보니 그놈의 다람쥐 두 마리가 노비구니스님의 흰 고무신을 뜯어먹고 있었답니다. 그 흰 고무신을 뜯어먹다가 죽었답니다" 시조시인 조오현 스님의 '절간 이야기 3'의 일부다. 흰 고무신을 뜯어먹다가 다람쥐가 두 마리나 죽는 나라, 그런 나라는 국민소득이 제아무리 높아도 선진문화국가는 아니지 싶다. (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8-11-22 11:20:54

김원구 (재)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장

[기고] 대구 안경 산업의 부흥을 위해

한국 안경 산업은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손기술이 중요하고 노동집약적인 안경 산업은 1970, 80년대 국가 주도 수출 정책에 힘입어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저가를 무기로 한 중국 기업에 밀려 해외시장의 대부분을 내주었다. 그러던 중 다시 기회를 잡고 있다. 한류 열풍과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에 부합하는 디자인 능력, 그렇게 디자인한 제품을 출시하는 속도 등에서 앞서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기회를 다지기 위해 할 일이 많다.첫째 브랜드 제품의 확장이다. 그동안 대구 안경은 소위 OEM(주문자 생산 방식)이 주종이었고, 브랜드 판매는 미미했다. 그러다 젠틀몬서터(Gentle Monster)라는 브랜드가 등장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과 '강남스타일'의 가수 싸이 등이 드라마와 뮤직비디오에 착용하고 나온 후 독특하고 과감한 디자인, 화려한 매장 조성 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7년 외국계 사모펀드가 이 회사 주식 7%를 600억원에 구매해 회사 가치가 1조원에 달하는 것을 보여줬다. 이야말로 브랜드의 힘이다. 제2, 제3의 Gentle Monster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 시급해졌다.둘째는 IT와의 융합이다. 소위 스마트 글라스의 개발이다. 아직 스마트폰처럼 표준화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등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블루투스, 맥박체온측정, 광선량에 따른 변색 자동조절 등 스포츠와 관련된 기능성 안경, 온도 센서를 이용해 빛이 없는 곳에서도 열 감지로 볼 수 있는 군사용 혹은 구조용 안경 등 다양한 스마트 글라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수의 미래학자가 머잖은 장래에 스마트 글라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우리도 엄청난 블루오션을 눈앞에 두고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은 변화하는 미래 안경 산업 생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펴고 있다. 매년 국내 유일의 국제안경전시회(Diops)를 대구에서 개최하고 국제 안경전에서 '한국 단체홍보관'을 운영한다. 1년 2차례 '해외시장개척단'을 구성해 해외로 나가 한국제품을 소개할 기회도 갖는다. 이뿐만 아니다. 국내 안경 제조업체의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제조업체와 안경원이 직거래하는 B2B몰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약 1만여 개 안경원 중 50% 정도가 이 쇼핑몰을 이용한다. 안경원으로선 소량구매가 가능하고, 제조업체는 현금거래로 영업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국내 최대 B2B몰이다. 최근에는 블루투스 기능은 물론 센서를 이용한 원터치 변색 기능, 김서림 신속 제거 기능 등을 갖춘 자전거 전용 고글을 개발했다.안경테와 렌즈에 대한 국제시험인증기관 지위도 얻었다. 지금까지 안경테, 렌즈를 전문적으로 시험 평가하는 기관이 없어 안경 제조업체들이 시험 종류에 따라 여러 기관, 심지어 외국에까지 시험을 의뢰해왔다.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이 8월 국제시험인증기관 지위를 획득함에 따라 안경 제조업체들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정받는 모든 시험 검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국내 안경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구안경 산업 특구에 표면처리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연마, 코팅, 도금 등 표면처리는 안경 제조 마지막 공정이면서 가격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2021년 표면처리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안경 제조업체는 쾌적한 환경에서 최고 기술의 정밀 코팅과 도금을 할 수 있게 된다. 최고 품질의 안경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철저히 대비하면 대구 안경 산업의 재도약이 머지않았다.

2018-11-22 11:20:11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춘추칼럼] '5무(無) 정치'에서 벗어나야 국정 성과가 보인다

文대통령 내각·여당에 힘 실어주고국정 운영 동반자로 야당 수용해야잘못된 정책 혁신 성장으로 바꾸고계도 민주주의도 과감한 결별 필요우리 사회가 '5무(無) 정치'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첫째, 공학만 있고 철학이 없다. 정치권은 '민주당 20년 집권론' '반문 연대' 등 정권을 잡기 위한 정치 공학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오직 표를 얻기 위해 주저 없이 전략적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을 구사한다. 철학이란 "습관적으로 살아온 삶에 대해 변화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철학의 빈곤 속에서 대화와 타협보다는 상쟁과 대립, 포용과 협치보다는 독식과 배제, 합의와 소통보다는 투쟁과 불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둘째, 통치만 있고 정치가 없다. 집권 세력은 이념과 코드에 맞춰 통치를 하고 종종 정치를 무시한다. 정치로 풀어야 할 것을 힘으로 밀어붙인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는 자신들이 의식하지 못한 채 군림하고 통치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에 빠져 있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 추구가 아니라 갈등 조정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셋째, 리더는 있지만 리더십은 없다. 물리적 강제력을 통해 지시하고 통제하는 권력에만 의존하면 리더십은 발휘될 수 없다. 리더십은 설득을 통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권력에만 의존했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넷째, 투쟁만 있고 대안은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 투쟁에만 매몰되어 국민들이 공감하는 대안을 적시에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다섯째, 대표만 있고 책임은 없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는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지금까지는 국정 과제를 설계했다면, 이제부터는 국정의 성과를 정부와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하지만 '5무 정치'가 판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다 함께 잘사는 포용 국가의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망가지면 경제도 망가지고 사회 갈등도 증폭된다.문 대통령이 분열과 갈등의 '5무 정치'를 극복해 국정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담대한 정치를 펼쳐야 한다. 무엇보다 '청와대 중심의 통치'를 장관에게 전권을 주는 '내각 중심의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청와대 정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권력을 폭넓게 분산하고 집권당에 자율성을 부여하며 국회와 야당을 존중해야 한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통합과 공존'의 정신과 함께 야당을 적폐 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야당과 되돌이킬 수 없는 뜨거운 협치를 하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문 대통령은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국정 과제 설계가 끝났다고 성과가 저절로 나오진 않는다. 한국갤럽이 향후 1년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11월 6~8일), '나빠질 것'(53%)이라는 응답이 '좋아질 것'(16%)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문제는 6개월 연속 비관이 낙관을 앞섰다. 상황이 이렇다면 아무리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이 옳더라도 잘못된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이 정답이다. 지금부터는 시장과 기업이 반응할 수 있는 혁신 성장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대통령과 정부가 모든 것을 끌고 간다는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인 계도 민주주의와 행정 독주적 사고와도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의 미래'라는 책에서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다. 운동도, 촛불도, 정권도 이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고 했다.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겸손한 대통령이 되라는 주문이다.

2018-11-22 10:31:18

장준석 작품.

[갤러리 탐방]자갈마당아트스페이스 장준석 '별 없는 밤, 헤는 별'(~2019년 3월 17일)

세 명의 장씨 성을 가진 화가가 있다(이렇게 시작하는 글이 있었다. 영화 평론이었는데, 따라한 글이란 걸 들켜 망신당하기 전에 미리 고백하자. "세 명의 철학자 쟈크가 있다. 라캉, 데리다, 랑시에르." 식이었나.). 그들은 장승택, 장재철, 장준석이다. 세 장 씨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미니멀리즘 계열의 추상화가라는 점이다. 캔버스에 붓질하는 그림 대신 특별한 수를 쓴다는 점도 있다. 장승택 작가는 플라스틱 위에 여러 색의 물감을 끝도 없이 뿌려서 밍밍한 단색 면을 창출하고, 장재철 작가는 캔버스를 울퉁불퉁한 모양새로 바꾼 것 같은 틀에 울긋불긋하게 자동차 도색한 듯 작품을 구워낸다. 여기 장준석 작가는 품목이 더 다양하다. 시리즈 설명을 작업지시서처럼 쓰면 대충 이렇다.1.글자 모양의 입체를 조각처럼 캐스팅해낼 것 2.아주 자잘한 모양을 만들고, 평면 위에 붙여 액자로 덮어씌울 것 3.글자 낱개를 오브제나 상징물과 함께 두어서 새로운 상황을 연출할 것 4.낱개를 보도블록처럼 짜 맞추어 입체로 혹은 평면으로 설치할 것 5.글자가 가진 뜻에 맞게 퍼포먼스도 하고 사진도 찍어서 기록을 남길 것 #모든 것은 과정일 뿐 새로운 도상과 기법 실험에 끝없이 힘쓸 것.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꽃을 피우고, 숲을 가꾸고, 볕을 들이고, 별을 빛낸다. 꽃과 숲과 볕과 별. 그 낱낱의 글자는 종이 위에 찍힌 이차원으로부터 삼차원의 입체로 넘어간다.이번에는 그 아이디어가 한꺼번에 공개되었다. 특히 별 시리즈가 새롭게 나왔다. 꽃도 꽃밭을 이루고, 숲도 생태 군락이지만, 그건 사람의 손길이 닿기도 한다. 하지만 밤하늘의 별은 다르지 않나. 별들은 보는 우리 입장에서 별자리나 은하수의 패턴으로 확인된다. 그 어떤 별들도 가령 군대 열병식처럼 횡대 종대를 맞춘 법이 없는데, 거기에 장준석 작가는 강박적인 질서를 잡아둔다. 꽃과 숲 연작과 달리 이번에 등장한 별은 삐딱하다. 행진 중에 지휘관에게 고개 돌려 경례하듯 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 귀엽다. 기준 선이 되는 한쪽 열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야 되는데, 작가가 그런 유머까진 부리지 않았다. 그건 모를 일이다. 전시 공간 칸칸이 놓인 작품엔 이런저런 뜻이 숨어있으니 말이다. 특히 장 작가의 모친이 키운 풀들의 보금자리를 보자. 거기엔 아버지를 보내고 남은 어머니를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어머님, 늘 건강하세요.'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

2018-11-22 10:25:02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새론새평] 정개특위의 딜레마

'연동형 비례대표제'엔 암묵적 동의국회 의석수 늘리자니 민심 무섭고지역구 의원수 줄이자니 반대 거세여건 잘 살펴 선거법 개정안 발의를현재 국회에서는 선거법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달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개특위)가 설치되어 현재 선거법 개정안이 준비 중이다. 정치개혁의 최대 현안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이지만 그동안 국회마다 설치된 정개특위는 특별한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따라서 정개특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지만, 지금의 정개특위는 다른 때와는 좀 달라 보인다. 이번에는 선거제도 개편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가장 어려운 것이 개편 방향에 관한 정치권의 합의인데, 이미 끝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지난달 초에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정개특위에 합의하면서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세운 것은 정치권이 이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암묵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법 개정을 주문했는데, 여야 정당들이 이를 미루다가 마침내 여론에 밀려 수용한 것이다.현행 선거제도는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오랫동안 비판받아왔다. 실례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25%의 정당지지를 받고서 41%의 국회의원 의석을 확보했고, 그전의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42%의 지지로 50%의 의석을 얻었다. 이 때문에 선거 후에는 어김없이 '승자 독식'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거대 정당들이 담합하여 기득권을 지켜왔는데, 이번에는 바뀔 모양이다.물론 연말까지 정개특위가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국민 여론이 의석수를 늘리는 데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국민 다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하면서도 국회의원의 수를 늘리는 데는 반대한다. 그런데 의석수를 묶은 상태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하면 국회 표결에서 부결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시행을 위해서는 지역구 의원의 숫자를 대폭 줄여야 하는데, 당장 지역구를 잃게 되는 국회의원들이 거세게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여기에서 진퇴양난(進退兩難)에 처한 정개특위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국민들에게 별로 존경받지 못하는 국회의원의 수를 늘리자니 민심이 무섭고, 현재의 의석수에 맞춘 개정안은 국회에서 부결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정개특위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어쩌면 그래서 소수당 의원에게 선심 쓰듯 위원장직을 맡겼는지도 모르겠다. 더 나아가 국민들은 비례대표 의원을 더 싫어한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앞장서서 막말로 정치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다.사실 대한민국의 발전 정도를 생각하면 국회의원의 절반은 비례대표로 뽑아 그들에게 정책개발을 맡기는 것이 합당하다.이미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의견이 모아졌는데, 그 이유는 공정한 대의와 더불어 정책정당의 필요성 때문이다. '독일 통일의 아버지'라 불리는 헬무트 콜(Helmut Kohl) 총리도 비례대표 의원이었다.이제 도로포장이나 마을회관 건설 같은 지역현안은 지방의원들에게 맡겨도 된다. 국가정책을 고민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지역사업에 몰두하다 보니 국정은 공무원들에게 맡겨져 변화와 발전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주에 571개 시민단체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의석수 확대를 주장하여 정개특위에 힘을 실어주었다. 아무쪼록 정개특위가 그 시한인 다음 달까지 국민 여론과 정치 여건을 잘 살펴서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발의해 주길 바란다. 과거 한나라 대장군 한신(韓信)이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배수진을 쳐서 조나라를 함락시켰던 것처럼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 큰 지혜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2018-11-21 11:31:25

한만수 대구시문화체육관광국장

[기고] 대구간송미술관, 대구문화브랜드로

영국의 석학 로저 스크러턴(Roger Scruton)은 사회를 '우리 조상과 우리와 우리 자손이 이루는 파트너십'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또 "좋은 것은 허물기는 쉽지만 쌓기는 쉽지 않다"고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치를 보전하여 후손들에게 돌려줄 의무가 있다. 특히 좋은 것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책임이 포함된다.간송미술관은 국내 최고 수준의 아름다운 가치와 철학을 실천해 왔다. 간송 전형필 선생은 전 재산을 출연(出捐), 일본으로 반출됐거나 반출 직전의 국보급 문화재를 우리 품으로 돌아오게 했다. 전성우 선생 등 후손들은 작품을 팔기는커녕, 보존과 수복을 반복하면서 더욱 귀하게 만들었다. 가헌 최완수 선생과 그 제자들은 수천 점에 이르는 간송 작품들에 대한 학술적 논문과 에세이로 그 권위를 배가시켰다. 그들은 작품 보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보존에 대해 높은 수준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미술품 보존, 수복 사업은 이제 블루오션 사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들이 세월을 거치면서 체득한 노하우도 이제 곧 대구에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간송미술관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명칭을 '대구간송미술관'으로 확정 짓는 일이었다. 간송미술관은 정치적 의미가 아닌, 높은 수준의 보수적 가치와 이념을 지닌 자존심이 매우 강한 집단이다. 다른 곳으로 간다는 생각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간송미술관이 대구로 오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대구가 문화예술의 도시이면서 대구 시민들이 장시간에 걸쳐 형성해온 가치와 이념에 잘 부합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사회는 당대인의 것만이 아니다. 돌아가신 우리 조상들 것이기도 하고 커가는 아이들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간송미술관을 유치하면서 그림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이념과 가치, 그림을 통한 새로운 문화콘텐츠의 창의적 발상까지 가져오는 것이다. 이는 대구의 문화 품격을 끌어 올리는 한편, 수많은 문화예술인과 문화 관련 기관들도 간송미술관과의 교류와 친선을 통해 자신들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 돌이켜보자. 1967년 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 발표 당시 논란이 일었다. 반대한 사람들도 있었다. 만일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아마 산업국가로 발돋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필자는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문화예술의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라고 부르고 싶다.개발도상국에는 2차 산업 공장을 짓는 것이 좋지만, 선진국이나 그 대열에 합류하려는 사회는 첨단산업과 미술관을 지으려 노력한다. 뉴욕은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때문에 품격을 얻었다.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 역시 '굴뚝 없는 공장'의 대명사다. 아부다비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한 데 이어 루브르 미술관 분관 유치에도 건립 비용을 제외하고 12억6천700만달러가 넘는 거액을 프랑스 정부에 지불하기로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대구간송미술관 건립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멀리 보자고 제안 드린다. 사랑과 이해로 응원해 주시는 대다수 시민들에게 꼭 보답하겠다고 다짐한다. 아직 미심쩍어하는 분들도 진심으로 지지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할 것이다.

2018-11-21 11:26:34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장하빈의 시와 함께] 어느 나뭇잎의 노래/ 여 정(1970~ )

햇살이, 햇살이 내리쬘 때마다나는 너무 미안했다너도 나도 다 같은 초록인데내 등 뒤로 흘려보낸큐티클층(層)의 그 은빛 환희만큼의 그늘이나는, 나는 너무 미안했다들풀들의 그늘진 얼굴이 떠올라, 이 서러운 광합성겨울이 닥쳐오면 모두 무너져버릴 헛된 꿈인 것을차라리, 햇살이 내 살에 구멍을 뚫고숭숭숭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뚫린 구멍으로 들려오는 들풀들의 밝은 웃음 속에서나 그렇게 서서히 죽어갈 수 있다면……―시집 '벌레 11호' (문예중앙, 2011)* * *온몸에 햇살을 받을 때마다 나뭇잎은 왜 그토록 미안해했을까? 생명현상의 꽃인 광합성을 왜 서럽다고 했을까? 그건 다름 아니라 자신으로 인해 햇볕을 쬐지 못하는 들풀들의 그늘진 얼굴이 눈에 아른거려서다. 나뭇잎은 들풀에 대해 "너도 나도 다 같은 초록"이라며 동류의식을 드러낸다. 아울러 "겨울이 닥쳐오면 모두가 무너져버릴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며, 자신의 햇빛바라기 삶에 대한 반성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은빛으로 반짝이는 나뭇잎이 선택받은 자라면, 그늘진 생애가 드리워진 들풀은 소외된 자를 표상한다. 따라서 "차라리, 햇살이 내 살에 구멍을 뚫고/ 숭숭숭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고 하는 나뭇잎의 끔찍한 희망사항 속에는 들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소외와 불평등으로부터 해방시켜 주고자 하는 숭고한 희생심이 깔려 있다. "뚫린 구멍으로 들려오는 들풀들의 밝은 웃음 속에서/ 나 그렇게 서서히 죽어갈 수 있다면……"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상상 속에 얼마나 거룩한 순교적 정신이 깃든 것이랴? 늦가을 오후 비낀 햇살에 실려 오는 '어느 나뭇잎의 노래'가 우리의 심금(心琴)을 울린다.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2018-11-21 10:34:54

3D 프린터로 만든 두개골 임플란트(한국생산기술연구원/인천국제기계전시회)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3D 프린터로 몸의 일부를 프린트한다!

"나도 이제 공을 던질 수 있어요!" 라고 말하며 소년이 활짝 웃었다. 손에 장애가 있어서 친구들과 공놀이를 맘대로 못했었는데 모양의 보조기구를 끼고 공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이 소년의 영상을 보면서 소년이 친구들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과 앞으로는 좀 더 자신 있게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잔잔한 감동이 마음에 밀려왔다. 과학기술이 단순히 무언가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주는 것 이상으로 한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요즘 3D 프린팅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일반 복사기를 사용해서 문서를 복사하는 것처럼 3차원 형태를 가진 물건도 3D 프린터로 프린트할 수 있다니 참 신기한 기술이다. 복사하고 싶은 물체를 올려놓고 3D 스캐너로 스캔한 후에 3D 프린터로 프린트내면 똑 같이 생긴 복사물이 즉석에서 만들어진다. 또한 기존에 존재하는 물체를 똑같이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물체를 그려서 3D 스캐너로 3차원 입체를 가진 물체를 만들 수도 있다. 최근에는 우리 몸의 일부를 프린트해서 만드는 기술이 한창 개발되고 있다는데 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몸의 일부를 만들어주는 3D 프린팅3살 중국 소녀가 수두증에 걸려서 보통 아이보다 머리가 4배나 커졌다. 이 소녀의 머리 속에 뇌척수액이 차올라 머리가 커졌는데 실명의 위험과 혈액순환 장애도 심각했다. 의료진이 소녀의 뇌척수액을 제거하고 머리뼈 전체를 3D 프린터로 만든 보형물로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하여 성공했다. 이것이 2015년에 세계 최초로 머리뼈 전체를 3D 프린터로 제조한 보형물을 이식한 수술이었다. 이와 비슷한 일이 네덜란드에서도 있었다.보통사람보다 3배나 두꺼운 두개골을 가지고 있어서 위험한 환자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의료진은 3D 프린터로 만든 두개골을 이용해 치료했다. 그리고 코가 없이 태어난 7살 어린이에게 3D 프린터로 코를 만들어준 일이 2013년 미국에서 있었다. 또한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귀를 만들었다.지금까지 의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3D 프린터로 치과 보철물, 정형외과용품, 대체 두개골, 보청기 등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미래에는 혈관조직, 심장판막, 뼈, 인체장기, 인공피부, 환자 맞춤형 기구 등 보다 다양한 우리 몸의 일부를 3D 프린터로 만들어서 환자에게 사용할 것이다.◆인체 장기도 3D 프린터로만약 심장, 간, 신장과 같은 장기를 3D 프린터로 제조할 수 있다면 장기이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을 보다 빨리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코나 손 모양 보조기구는 모양을 비슷하게 만들어 쓰면 된다. 그렇지만 심장이나 간은 모양만 비슷하다고 장기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다. 3D 프린터로 인체 장기를 프린트해서 만들 때에 모양도 비슷해야 하지만 각 장기의 고유한 생물학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몸에 이식해 넣었을 때에 제대로 작동한다. 최근 과학자들이 멋진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살아있는 세포를 3D 프린터로 프린팅해서 인체 장기 모양으로 만들면 어떨까? 그러면 그 세포가 살아서 장기로서의 고유한 기능을 할 것이다. 좀 황당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실 살아있는 세포들만 모아서 3D 프린팅하기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살아있는 세포들이 잔뜩 들어있는 생체친화성 폴리머용액을 만들어서 그 용액을 3D 프린터로 프린팅해서 장기 모양으로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살아있는 세포는 점점 더 증식해서 진짜 세포들로 만들어진 장기로 변하고 그 동안 폴리머 물질은 점점 분해되어 없어진다. 결국 살아있는 세포들로만 이루어진 진짜 장기가 만들어져서 그 장기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최근에 미국 인공장기 전문업체인 오가노보가 사람 세포를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로 인공장기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더욱이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한다. 이와 같은 기술이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좀 더 개발되면 언젠가 실제 환자에게 3D 프린터로 만든 장기를 이식할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의료용 3D 프린팅이 급성장하는 이유세상에 3D 프린터가 등장한 것은 1984년이다. 아주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건축, 자동차, 의료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의료분야에서 3D 프린팅 기술이 급성장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왜 의료분야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바로 기존 기술로는 할 수 없었던 것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기존에 물체를 가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조, 압출, 사출 등과 같은 기술로는 복잡한 3차원 형태를 정교하게 만드는 데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3D 프린터는 매우 복잡한 3차원 형태도 척척 만들어낸다. 게다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복잡한 3차원 형태를 만들면 시간과 금전적 비용도 적게 든다.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해서 소비하던 시대였지만 앞으로는 개인에게 딱 맞춘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서 사용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했다. 특히 병원에서 환자에게 사용하기 위한 제품은 환자 개인에게 딱 맞는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머리 두개골이나 귀 모양을 3D 프린터로 만들어서 환자에게 사용할 때에 그 환자 개인에게 딱 맞는 것을 맞춤형으로 만들어서 사용해야 한다.이처럼 높은 인기는 국내외 시장 전망을 보면 피부로 와 닿는다. 의료용 3D 프린팅의 세계시장은 2015년에 5,900억원에서 2021년에 1조4,200억원으로 연평균 15.4% 성장할 것으로 전문 리서치기관에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의료용 3D 프린터 시장은 2015년 87억원에서 2021년 403억원으로 연평균 29.1% 성장할 것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전망하고 있다.3D 프린터로 의료기기 제품을 만들면 환자에게 사용하기 전에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시험을 거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된다. 따라서 최근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의료기기 제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였다.최근 3D 프린터로 다양한 의료기기들이 개발되고 있다. 환자 개인에게 딱 맞는 맞춤형 의료기기 제품을 개발하여 사용하기 위한 기술이어서 앞으로 정형외과와 치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용으로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의료용 3D 프린터 기술은 단순히 환자의 불편한 부분을 해결해주는 것을 넘어서 삶의 질을 향상시켜 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으로 기대된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1-21 06:30:00

이정호 변호사

[경제 칼럼] 회계 부정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

고의적 분식회계는 자본시장 적폐제도·규정 악용한 화이트칼라 범죄당국 심사 과정 명확한 법해석 기대기업 임원 성찰 반면교사로 삼아야세계 5대 자동차 제조 기업인 르노-닛산 자동차의 회장이 거액의 회사 자금 유용 혐의로 체포되어 수사를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의 조성과 투자 과정에서는 이를 주도한 전 총리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 펀드를 자문한 세계적 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의 뇌물 공여 등 비리를 수사 중이며, 당연히 대규모 자산 손실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부패 방지를 위한 외부 감사나 내부 콤플라이언스 시스템이 비교적 잘 구축된 세계 굴지의 기업들에서 중대한 범법 행위가 발생한 것 자체가 너무나 놀라운 일이다.최근 국내에서는 대기업 계열사인 상장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처리 문제가 상당한 시장 변수가 되고 있다. 해당 회사는 지분을 가진 계열회사의 회계 처리를 수년간 '종속기업'으로 보아 연결재무제표로 처리하였다가 이후 '관계회사'로 변경하였으나, 처음부터 '관계회사'로 지분법 처리를 하여야 할 것을 의도적으로 잘못 처리해 왔다는 것이다. 시중에서는 국내 최대 대기업의 계열사이므로 금융 당국이 그동안 봐준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고, 예외 없이 단호해야 할 금융 감독기관 본연의 자세가 회복된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자본시장에서 투자자를 기망하고 현혹시키는 각종 법령이나 규정 위반 행위들은 철저히 사전 감시와 사후 제재 대상이 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은 그 나라 경제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고 하여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의도된 시세 조종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투기성 투자를 유발하는 과장된 사업 공시나 고의적 분식회계 등은 자본시장의 적폐이다. 기업의 실제 가치를 훨씬 상회하는 시가 총액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상장 유지에만 애쓰는 기업의 앞날은 뻔하다. 따라서 분명한 위반 행위에 대하여는 금융 관련 법규의 적용에 있어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혹자는 향후 나라의 경제를 끌고 나가야 할 중요 바이오산업의 성장에 철퇴를 가하는 금융 당국의 조치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물론 상장 폐지는 해당 기업의 영업과 자금 조달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선의의 투자자들에게까지 엄청난 손실을 일으킨다.이와 같이 골을 이룬 두 가지 시선에서 결국 남은 과제는 해당 기업의 손에 쥐여 있다. 수년간 전문 외부 감사인의 감사를 적절히 받아 왔고, 공시 과정을 통하여 내외부의 올바른 검증을 거쳐 왔다면 상장 폐지의 예고나 심사, 검찰 고발 건에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금융 당국도 상장 과정에서 취한 입장과 최근의 해석과 조치 사이에서 태도가 번복된 것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사안인 점도 아마 위안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마저 지분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5%에 육박하는 꽤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니, 향후 검찰이나 금융 당국의 조사나 심사 과정에서는 철저히 중립된 관점에서 명확한 금융 법규 해석의 선례가 내려지길 바란다.기업의 비리나 분식 등과 같은 행위는 전형적인 전문가 내지 화이트칼라 범죄에 해당한다. 이는 전문 지식을 활용하고 일반의 신뢰를 거꾸로 악용하기 때문에 적발이 어려운 반면 범죄 행위의 파장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중대하다. 사회정의에 관한 철학적 담론이 유행하고, 파렴치한 신문 사회면의 범죄에 대한 여론의 감성적 공감은 손쉽게 달아오르나, 정작 제도와 규정을 교묘히 악용하는 화이트칼라의 염결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 국제적 변수들로 세계 경기 침체의 우려가 커져 가는 와중에 특정 기업으로 인한 자본시장 불안 요소가 커져 안타까우나, 금번 사태가 자본시장이 더 선진화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기업 임원이나 전문가들이 이를 도덕적 자기 성찰의 반면교사로 삼기를 희망한다.

2018-11-20 16:40:43

콩이(7살·푸들) (사진제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반려동물 의료 첨단화의 명과 암…"CT·MRI 검사로 완치되거나 높은 치료비 탓에 유기되거나"

콩이(7세·푸들)는 4년 전 슬개골 탈구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 수술받은 다리를 딛지 않아 내원하였다. 여러 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 등을 받았지만 명확한 통증의 원인을 감별하기 어려웠다.약물 처방에도 호전되지 않아 보호자와 상의하여 CT 검사를 결정했다. 동물의 경우 CT·MRI 검사는 호흡 마취 상태에서 촬영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CT 검사는 수의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 진행한다.양측 다리의 CT 3D 영상 이미지를 비교하면서 우측 무릎관절이 연골 손상과 중증의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콩이는 통증의 원인을 제거하는 보정 수술을 받고 잘 회복되고 있다.반려인은 반려동물이 아프면 신뢰감 있는 동물병원에서 최선의 치료를 받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혈액진단 장비, 심장 검진이 가능한 초음파, 디지털 엑스레이 등은 이미 동물병원의 기본으로 갖춰져 있고, 최근에는 첨단 CT·MRI 영상진단센터가 지역별로 공동 운영돼 반려동물 임상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노령동물의 증가, 종양 질환, 뇌혈관계 질환, 심장 질환, 퇴행성 관절 질환 등에서 CT·MRI 영상 정보는 질병 진단과 예후 판단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반려동물 임상수의사도 내과, 외과, 영상학 등의 전문 학위를 수료하고 해당 임상 분야의 전문의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러한 반려인의 바람과 반려동물 임상의학의 변화로 반려동물 의료의 전문화와 첨단화가 확산돼 반려동물의 질병 치료와 수명 연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동물 의료의 전문화와 첨단화는 동물 의료비의 증가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동물의 CT·MRI 검사는 호흡 마취가 필요하다. 사람은 검사에 필요한 자세를 취해주면 촬영이 가능하지만 동물은 검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마취상태로 자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마취 안정성 확인을 위한 혈액검사와 건강검진이 선행되어야 한다.또 동물의 CT·MRI 검사는 사람보다 훨씬 복잡하며, 첨단 영상 장비를 관리하는 전문 기술인력과 영상판독 전문의가 상주하면서 제 역할을 다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수의사는 반려인에게 최선과 차선의 치료와 최소한의 처방을 제시하며 보호자가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지만, 현실은 여러 이유로 아픈 동물을 방치하거나 버리는 과정을 지켜봐야 할 때도 있다. 동물 의료의 전문화와 첨단화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반려인의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반려동물 의학의 발전이 다수의 반려인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동물 의료보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정부 또한 이를 인식하고 보험사들이 동물 의료보험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있음은 다행이다.한발 더 나아가 정부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 마이크로칩을 이용한 동물등록을 의무화시키고, 동물 의료보험을 사회적 책임보험처럼 가입을 독려해주길 바란다. 해마다 적잖은 국비가 동물 구조와 유기동물 관리사업에 사용되지만 유기동물이 줄지 않는 것은 그만큼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반려인이 동물을 등록하고 동물 의료보험을 가입한다면 동물을 유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정부가 반려동물 의료 산업을 지원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사회적 취약계층과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가정에 동물 의료보험료를 대납하는 방식으로 반려동물 의료비를 간접 지원해주는 것이다. 선진화된 반려동물 의학의 발전이 동물의 건강 행복권을 지키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 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8-11-20 14:27:47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퇴사하겠습니다

상당히 재미있게 시청했던 모 방송사의 TV다큐멘터리가 있다. 타이틀은 '퇴사하겠습니다'.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에 다녔지만 원치 않은 자리에 배치된 후 그만둘 결심을 하고 용감하게 실행에 옮긴 이나가키 에미코라는 일본인의 스토리를 뼈대로 한다. 모르긴해도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꽤 높게 나왔을 것같다. 흔한말로 제목이 섹시하기도 했지만, '워라밸'이니 '저녁이 있는 삶'이니하면서 그동안 당연시됐던 '월화수목금금금' 또는 장시간근무에 대한 직장인들의 저항감이 잔뜩 커져있는 시기이기도 해서이다. 최근 서점가에 퇴사를 내용으로 하는 신간서적이 쏟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 등등. 물론 숨김글자는 모두 같은 단어이다.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퇴사'가 매력적인 소재로 떠오른 것은 역설적이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다시 그 일본작가의 경우로 돌아가면, 막상 퇴사를 결심하니 윗사람이나 동료들에게 잘 보여야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게 되었고, 점차 직장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오히려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해졌으며, 오랜기간 지겹게 해오던 일이 끝내는 재미있어졌다고 한다. '필사즉생(必死則生)'에 빗대어도 어색하지 않은 결말이다. 물론 그는 직장을 떠났고, 스스로의 시간표대로 삶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행복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작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나를 의존해 가는 곳이 아니다.'최근들어 주변에서 직장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그만두고싶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대부분 근원을 따져보면 인간관계의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직장이 일만 열심히 한다고 만사형통인 곳이 아니라는 것쯤은 상식이다. '사내정치'라는 말이 괜히 생겼을까. 어떤 통계를 보니, 사내정치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사람이 10명 중 7명이나 되었다. 전문가들은 상명하달 방식의 우리 조직문화에서 원인을 찾으며, 구성원간의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수평적이고 소통하는 조직문화로 바꿔나가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가까운 동료가, 어쩌면 나 자신이 퇴사를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 당장 갚아야할 신용카드대금이 발목을 잡아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좀 더 완성된 스스로를 만들고 그 다음 단계를 고려해보는 게 진정한 행복에 다가가는 일이 되지않을까 생각해본다. 누구든 언젠가는 퇴사를 하게된다.

2018-11-20 06:30:00

장동희 경북대 겸임교수

[세계의 창]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을 반추한다  

한국 사법부 내린 판결 거칠게 비난일본 외무상의 행동 너무나 편협해양국 지도자 국수주의 언동 삼가고자국민 설득할 용기·결단 보여줘야대법원이 지난달 30일 내린 일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반응이 격렬하다. 판결이 나오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일한 우호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판결로…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한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고노 외상은 심지어 이 판결에 대해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 '폭거'라는 거친 용어까지 사용했다.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은 이미 1965년 체결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는데 왜 또 합의를 뒤집느냐는 것이다.타국 사법부가 내린 판결을 두고 이런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비난을 하더라도 우리 정부 입장이 나온 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일제강점기 동안 자행한 온갖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눈감고, 협정 문안 하나하나에 집착하여 우리 사법부의 판단을 비난하는 것은 너무나 편협한 행동이다.그러나 사법부가 외교 사안에 대하여 이렇게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외교 활동에 관해서는 사법적 판단을 자제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반적 경향이다. 쿠바의 카스트로 혁명 정부가 미국인 소유 설탕 공장을 무단 국유화한 데 대해, 미연방 대법원은 1964년 "외국 정부가 그 영토 안에서 재산을 수용한 경우 비록 그 수용 행위가 국제관습법을 위반했다고 해도… 미국 법원은 그 수용 행위의 효력을 사법적으로 검토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국가행위이론'을 적용하여 외교 사안에 대한 사법부 관여 자제를 언명한 것으로 유명한 '사바티노 사건'이다.이번 대법원 판결은 강제징용이라는 일제의 불법행위에 기한 배상 청구권이 1965년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지만, 일제 식민 지배의 법적 성격에 대한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불러냈다. 대법원 판결은 일제 강점은 불법이며, 따라서 강제징용도 불법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일본 입장은 아베 신조 총리가 강제 징용자들을 당시 '국가총동원법 국민징용령'에 따른 징병이라고 말하는 데서 잘 나타난다. 일본의 조선반도 지배는 한일합방조약에 따른 합법적 조치이며, 일본 법령에 따라 행한 징집 조치도 합법적이라는 것이다.외교 협상에서는 '의견을 달리 하기로 합의'(agree to disagree)하는 경우가 있다. 특정 사안 하나 때문에 전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사안에 대하여는 각자 자기 식으로 해석하도록 묵시적 양해를 하는 것을 말한다."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규정된 한일기본조약 2조가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 정부는 1910년의 한일합방조약이 강박에 의한 조약이므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1948년 대한민국 수립과 더불어 동 조약이 무효화되었다고 주장했다. 외교적으로 남겨둔 의도적 모호성(intentional ambiguity)에 사법부가 개입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이번 대법원 판결은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사법 거래 의혹의 사회적 파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전 대법원은 강제징용 사건의 경우, 한일 양국 간 외교 관계에 미칠 파장을 감안, 판결을 가능한 한 뒤로 미룬 것으로 추정된다. 사법부가 외교 사안에 관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음을 법리적으로 당당히 천명하지 못하고, 판결을 미룸으로써 관여를 자제한 결과를 가져오도록 한 것은 비겁하다. 그러나 판결은 이제 내려졌다. 이제는 이 판결을 전제로 양국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양국 정치 지도자들은 국수주의에 호소하는 언동을 삼가고, 자국민들을 설득할 용기와 결단을 보여주어야 한다. 등지고 살기에는 두 나라가 너무나 많은 가치와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2018-11-19 11:27:37

전재원 전 동북아시아 자치단체연합 사무총장

[기고] 한·러 지방협력 포럼에 대한 소고(小考)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개최된 '제1차 한·러 지방협력 포럼'은 우선 환동해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포항에서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대통령을 비롯한 중앙정부뿐 아니라, 극동 러시아와 국내 각 지방정부에서도 많은 고위인사들이 참석하는 등 나름대로 국제 행사다운 면모를 보여 주었고 주최 측에서도 좋은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한 모습이 역력하였다.이번 포럼 중에서 최대 성과라면 역시 호혜적 협력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포항선언'을 채택한 것이고 그중에서 한러 지방협력 포럼을 위한 상설 사무국 설치가 눈에 띈다.극동 러시아는 우리와 오랫동안 역사를 공유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유라시아 진출의 길목이고 천연가스, 석탄 등 무한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에겐 지정학적,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그래서 현 정부가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북방정책의 핵심 지역이다.러시아 정부 또한 극동 러시아 개발을 통해 아태 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을 갖고 있어 우리의 기술과 자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와 극동 러시아 간 상호 협력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현재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는 두 가지 교류협력의 중심축이 있다. 바로 우리의 신북방정책을 중심으로 한 남·북·러 삼각협력이 하나의 축이고 다른 하나는 북·중·러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한 북·중·러 삼각협력이다. 이 두 가지 협력의 축이 앞으로 동북아시아 교류 협력의 중심이며, 바로 환동해권 교류 협력의 핵심 부분이 될 것이다.그런데 현재 극동 러시아의 허브 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 인구가 약 60만 명이고 극동 러시아 전체 인구가 약 630만 명에 불과한 데 비해, 중국의 동북 3성 인구는 1억 명이 넘는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은 지리적 이점을 이용, 현재 극동 러시아에 대한 외국의 교역과 투자 중 약 80%를 차지하는 등 극동 러시아 진출에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또 동북 지역 생산 물자를 동해를 통해 상하이 등 중국 남부와 동남아로 수송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이런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앞으로 우리가 극동 러시아 진출에 있어 넘어야 할 경쟁 상대이면서 협력 파트너로 삼아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물류 관광산업을 비롯한 환동해권 교류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동북 3성을 빼놓을 수는 없으며, 한·러 지방협력 포럼도 언젠가는 중국 동북 3성, 북한, 일본, 몽골까지 포함하는 '환동해 지방협력 포럼'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이번 한·러 지방협력 포럼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좋은 출발은 성공의 반이다'라는 말처럼 앞으로 우리 신북방정책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며, 극동 러시아와의 교류 협력에 있어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경제 분야뿐 아니라 교육, 문화 등 다른 분야도 함께 다루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2018-11-19 10:33:50

김일광 동화작가

[에세이 산책] 가을바람

간밤에 잠을 설쳤다.가을바람치고는 제법 세게 불었다. 나뭇가지를 흔드는 소리도 그랬지만 바람이 몰고 다니는 낙엽 구르는 소리에 문득문득 잠을 깨곤 했다.일찌감치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텃밭 구석에는 바람이 몰아다 놓은 낙엽이 자욱했다. 아직 묶지 않은 배추들을 들여다보았다. 찬바람과 맞서서 더욱 푸른 얼굴을 하고 있다. 그 곁에는 아직 가녀린 양파가 줄기를 바람에 맡기고 있다. 바람 찬 겨울을 이기고 나면 더욱 매운맛으로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나뭇가지는 눈에 띄게 앙상했다. 키 낮은 가시오가피 빈 가지 사이로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손바닥 하나를 오므린 크기의 작은 새집이었다. 일 미터 남짓한 높이에 새집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의심을 알아챘다는 듯 아기 새 깃털 한 점이 바람을 타며 파르르 손짓을 보냈다. 얼마 전까지 살았음이 분명했다. 가만히 손을 얹어 보았다. 고물고물 아기 새의 움직임과 체온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 나무 밑은 길고양이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었다. 길고양이가 마음만 먹으면 큰 힘 들이지 않고도 앞발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지점이었다. 그런데 용케도 그곳에 터를 잡고 오가피의 잔가지와 가지를 끌어당겨서 집을 매달았다. 그곳에서 작은 어미 새는 알을 낳고, 품어서 새끼를 얻었다. 어미 새는 사람과 길고양이와 매들의 눈을 피하여 몰래몰래 드나들며 새끼를 키웠으리라. 드나드는 것도 조심스러웠을 것이며, 소리조차 감추어야 했을 것이다. 무성한 잎에 집을 숨기고, 오가피의 잔가시를 울타리 삼아서 예쁜 새끼들을 먹이고 지켜냈다. 새집을 들여다보니 어미 새와 아기 새 사이에 이루어졌을 아름다운 동심의 교류가 그림처럼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 모두는 제각기 가슴 밑바닥에 흐르는 동심을 잊고 있다. 하찮게 여기는 동심이 어쩌면 우리에게 다시 인간다운 삶을 돌아볼 용기와 힘을 줄지도 모른다.찬바람이 불어 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어미 새는 아기 새를 데리고 겨울을 보낼 따뜻한 곳으로 거처를 옮겨 갔다. 나뭇잎이 찬바람에 떨어지듯이 지난 계절 동안 생명을 품어준 새집도 바람에 흩어져 갈 것이다. 자연의 신비다. 자연은 가르치려 들지 않아서 좋다.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게 참 좋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기 새들은 어느 하늘에서 날고 있을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시간의 운행이 느껴진다. 바람이 음악처럼 흐른다. 바람과 시간의 흐름이 가슴을 적신다. 아기 새가 되어 엄마의 육아낭에서 잠들고 싶다.동화작가

2018-11-19 10:32:00

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

[기고] 지방자치의 비극을 넘자

우리 모두가 그토록 갈망하던 풀뿌리 민주주의 즉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인 막을 올린 지도 어언 20여 년이 훌쩍 지났다.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주민의 삶을 바꾸는 변화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전한 지방자치제는 없으며 아직도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현행 지방자치제는 무늬만 지방자치이다. 주권재민의 원칙에 의하여 지방자치의 주인은 주민임에도 주권이 없다. 지방자치제는 있으나 주권 없는 지방자치이며, 또한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된 분권 없는 지방자치이다. 이는 지방자치의 2대 비극이라 할 수 있다.먼저, 주권 없는 지방자치이다. 현행 지방자치제는 지역 주민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고, 지역 주민의 관심과 참여, 감시가 없는 지방자치이다. 이는 헌법이나 법령으로 주민 발안권, 주민 소환권, 주민 감사권 등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주민 소환권, 주민 감사권은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으나 요건이 엄격하여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 지방의회는 자신들의 이해와 당파적 득실만을 따지고 전문성의 결여로 비판만 있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여 지방정부의 거수기 또는 시녀 노릇을 함으로써 행정의 불합법성을 인정해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방의회는 지방의원과 공무원만의 회의이며 그들만의 잔치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 민선 단체장은 각종 비리에 연루되거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임기 동안 활동에 제약이 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지역 주민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다음으로, 분권 없는 지방자치이다. 지방분권은 국가의 권력을 중앙정부에 집중시키지 않고 지방정부에 이양하여 지방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토록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그럼에도 중앙정부는 입법권, 재정권, 행정권, 조직권 등의 실질적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이 권한을 지방정부에 대한 간섭과 통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중에서 입법권은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하여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에 예속하도록 함으로써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의 하급기관으로 만들고 있다. 재정권은 대다수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도가 50% 이하인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중앙정부는 국민이 낸 세금을 이용해 지방정부의 목줄을 죄고 있다. 이로 인하여 지방정부는 정책의 연속적 추진은 물론 제대로 정책을 추진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지방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방자치는 사상누각과 같다. 행정권은 중앙정부의 업무를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자치권은 물론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조직권의 전국적인 획일화로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 양극화, 청년 실업 등 당면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다 함께 힘을 모을 때 가능한 일이다. 진정으로 주민자치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분권 개헌과 법령 정비를 통해 지역 주민의 참여를 활성화함과 동시에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여야 한다. 이것이 지방자치의 비극을 넘어 풀뿌리민주주의인 주민자치시대를 꽃피우는 길이다.

2018-11-18 16: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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