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박민경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조사관

[광장]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것들

코로나19는 '전파력은 강하고 치사율은 낮다'는 바이러스만 가지고 온 것이 아니었다. 박쥐가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 중국 우한이 어딘지 모르고 살다 죽어도 되는 정보들과 사회적 거리, 비말 감염, 자가 격리, 검체 검사, 정례 브리핑, KF94와 KF80, 팬데믹, 코호트 같은 전문 용어까지 두루 알게 되었다. 문제는 혐오와 차별,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등 여러 가지 인권 문제들도 같이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확진자 동선과 관련해서도 과도한 개인정보 누출이 논란이 되었다. 시간대별로 기재된 특정인의 동선은 좁은 지역사회에서 누구인지 금방 특정될 수 있었다. 가짜 뉴스도 신나게 퍼져나갔다. 특정 확진자의 얼굴이라며 공개된 사진은 모두 다른 인물이었다. 또 어느 확진자의 동선이라며 공개된 내용은 숙박업소, 노래방, 안마방 같은 곳이었으며 특정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남성이라고 했지만 그 번호의 확진자는 초등학교 여학생으로 밝혀졌다. 외신조차 대한민국의 과도한 확진자 정보가 오히려 신상 털기와 가짜 뉴스 생산을 초래하고 있다며 적절한 검토가 필요하다고까지 지적하고 있었다. 사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치료제도 없이 완치를 기다려야 하는 고통보다 나의 동선과 개인정보 혹여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난이 걱정됐다. 넘쳐나는 가짜 뉴스와 신상 털기의 대상이 되기는 싫었다.신체의 자유나 혐오 차별과 관련해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대구 지역이 여행 제한, 금지 지역으로 지정이 되고 대구발 항공기는 연달아 취소되었다. 즉, 제도적 금지를 넘어 사람들의 시선이 대구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다. 대구 지역이라는 이유로 혐오적인 시선과 차별까지 받아내어야 했다.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병원 진료를 거부당하고 숙박 투숙을 거절당했다는 사례가 무수히 올라온다. 상세한 개인정보 공개와 엄격한 자가 격리, 통제가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그렇게 했듯이 대구 사람들이 받는 혐오와 차별의 시선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공공의 복리를 위해 개인의 권리는 제한될 수밖에 없고 특히 감염병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지만, 최대한 각자 인간의 권리가 최소한으로 침해되는 방법을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전 세계의 이동이 용이하지 않던 100년 전 스페인 독감도 2천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제는 감염병을 피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과 물류는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전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확산 역시 문을 걸어 잠그는 것만이 대답은 아닐 것이다. 꾸준한 백신 개발과 감염병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위생보건 정책 수립이 대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나면 역사가 되고, 교훈으로 남는다고 한다. 부족했던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감염병이 이제 피할 수 없이 반복되어야 한다면 우리는 같은 존엄함을 가진 인간에 대한 존중과 연대를 먼저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우한 교민들이 집으로 돌아가던 날 천안과 진천 주민들은 "꽃길만 걷기 바랍니다"며 손을 흔들었다. 캄보디아 총리는 "코로나19보다 차별이 더 나쁜 것"이라며 크루즈 선박을 받아들였다. 광주는 가장 먼저 마스크를 지원해 주고 의료지원단을 대구에 파견해 주었으며 병상을 지원했다. 이렇게, 코로나는 바이러스와 함께 여러 인권 문제도 가지고 왔지만 사람들의 연대와 존중의 소중함도 우리는 곳곳에서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2020-03-13 19:09:11

제주에서 첫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21일 오전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 첫 확진자 발생에 따른 위기극복 내용이 담긴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지사 특별기고] 원희룡 지사, '힘내라, 대구경북'

친애하고 존경하는 대구·경북민들께!제주의 상황을 챙기는 와중에도 날마다 대구·경북을 봅니다. 스스로에게 감옥 같은 격리생활을 강요해야 하는 시민들, 자신의 안위는 아랑곳 않고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다 쪽잠을 청하는 의료진들, 활기를 잃고 텅 빈 거리…그 얼마나 힘이 드십니까? 또 얼마나 외로우십니까?제주에서 네 분만 아파도 이토록 긴장되고 속이 타들어가는데, 대구·경북민들이 겪는 그 고난에 얼마나 큰 상처가 남았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대구시장님 말씀대로 이렇게 사면이 초가지만,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대구·경북민들의 절제되고 결연한 모습이 바다를 건너 전해집니다. 제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그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입니다.부디 힘을 내십시오. 여러분 곁에는 우리 모두의 존재이유이자 희망인 가족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을 걱정하며 함께 싸우겠다는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늘 그러했듯이 대구·경북은 지금 당당하고 용감하게 어려움을 이겨내고 계십니다. 대구·경북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열어왔습니다. 암울한 일제강점기, 애국독립운동의 불꽃이었습니다. 1960년 2월 28일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나라의 운명을 개척하기도 했습니다. 산업화의 위대한 성취, 그 또렷한 주역이 대구의 시민, 경북의 도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힘으로 자신과 타인을 지키는 성숙함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이 고통과 슬픔을 이겨낸 대구·경북의 용기는 대한민국 재도약의 든든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대구·경북민들의 분투를 보며 저도 용기를 내고 우리 도민들도 힘을 냅니다. 안부가 걱정되고 또 조금이라도 응원이 될까하여 대구의 지인에게 가끔 전화를 합니다. 그 지인 또한 스스로 자가격리 하여 2주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좀 답답하기는 하지만 잘 이겨낼 것이라고 오히려 저와 제주를 걱정해 줍니다. 애써 쾌활한 웃음을 제게 보내줍니다.아무리 어둡고 기나긴 터널에도 반드시 끝은 있기 마련입니다.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시면 곧 그 터널의 끝이 보일 겁니다. 더 안전하고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은 언제나 대구·경북민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희망은 태양과도 같습니다. 눈에 보일 때만 태양을 믿으면, 밤을 견디기 어려운 법입니다. 이 밤을 견뎌내고 내일의 태양을 맞이하는 대구·경북은 어느새 더 성숙하고 강한 대구·경북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봄이 왔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어김없이 왔던 그 봄이 성큼 찾아들었습니다. 봄 햇살은 대지의 응원가입니다. 한라산에 쏟아지는 햇살을 70만 제주도민의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대구·경북의 전쟁은 승리할 것입니다. 그 걸음걸음, 대구·경북의 동맹군, 우리 제주가 할 수 있는 모든 마음을 다하겠습니다.힘내라 대구·경북! 힘내라 대한민국!제주에서 원희룡 드림.

2020-03-12 18:09:32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시대산책] 코로나19가 북한의 풍토병이 되지 않기를

동아시아 전역 최대 방역 블랙홀 北 재정·장비·인력 모든 영역에 문제점 광범위하게 격리자 퍼졌다는 소문 선전 활동 치중 절박함 표현일 수도코로나19 사태가 중국에서 처음 터질 때부터 제기된 우려 중 하나가 만약 코로나19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개도국으로 확산된다면 코로나19가 사멸하지 않고 계절마다 유행하는 질병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에 종합적인 관리 통제 능력이 가장 취약한 나라들이 모여 있지만 여기 모여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1년 내내 더운 나라들이며 코로나 바이러스는 더위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운 나라들에서 크게 확산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과거에도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나 독감 바이러스가 더운 지역에서 크게 유행한 사례는 많지 않다.코로나19 사태에서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란이다. 이란은 중국처럼 잘 조직된 사회가 아니고 국가의 투명성도 많이 떨어진다. 3월 11일 기준으로 이란의 확진자가 9천 명, 사망자가 354명이라고 이란 정부가 발표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감염자는 3~10배 정도, 사망자는 2, 3배 정도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란 정부가 정직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란의 능력으로 감염자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이란 정부가 정직하다고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현재 카타르와 바레인을 비롯한 다른 중동 국가로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며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로 옮기는 것도 시간문제다.아시아의 동쪽은 1년 내내 더워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좋지 않은 동남아시아와 사회 전반이 잘 조직되어 있는 동북아시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중국과 한국이 가장 크게 홍역을 치르고 있고 일본도 초기에는 소극적 방역 태도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태세로 전환해서 장기적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방역에 사용할 재정, 개인의 방역 장비, 국가 차원의 방역 장비, 방역 전문 인력, 방역 매뉴얼, 행정 투명성 등 모든 영역에 문제가 많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서 방역에 집중해왔다. 중국과의 국경을 단번에 봉쇄해버려서 중국인들이 북한에 들어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들의 입국도 막았다. 비자가 만료되었건 말건 상관없이 입국을 못 하게 했다. 중국에서 잡힌 탈북자들의 입국도 막았다. 국제 제재 속에서 묵인해주던 밀수도 철저히 막았다. 군대의 운영도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도록 지시했으며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장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징계를 내렸다.북한은 모든 것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관련한 문제도 북한의 사정이 어떤지 알기가 어렵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희망대로 철저히 방역이 되고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2월 1~10일 사이에 격리되었던 사람들이 30일이 지나서 최근에 격리해제되었는데 그 수가 강원도에서 1천20여 명, 자강도에서 2천630여 명이라고 한다. 전체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중국과 국경을 접한 평안북도, 양강도, 함경북도 등에서도 꽤 숫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람들이 격리된 이유가 단순히 중국에 다녀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어떤 증세를 보인 사람들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이렇게 광범한 격리자가 있다는 것은 북한이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방역 전선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징표라고 볼 수도 있다.3월 7일 선전선동부에서는 TV 방송이나 확성기 방송, 기타 선전선동 활동에서 최근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와 관련된 내용을 많이 보냈는데 이를 코로나19(북한식 표현으로는 코로나비루스) 방역에 관한 것을 중심으로 바꾸라는 지시가 내려갔고 이는 3월 9일부터 실행되었다. 김여정의 지시로 알려졌다. 이런 것도 방역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좀 더 절박해진 상황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동물을 매개로 전염되기 때문에 휴전선 남북을 오가는 멧돼지로 전염되었지만 코로나19는 사람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휴전선으로 꽉 막힌 남북 간에 상호 전염될 위험이 높지 않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남북 관계다. 그리고 전염병이라는 것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구멍이 뚫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부디 북한에서 코로나19가 장기적인 풍토병으로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2020-03-12 17:16:33

정승필 영남대 교수

[기고] 인증제와 배급제 유감(遺憾)

지난 2월 22일 이스라엘이 한국 관광객의 입국 금지를 발표한 후 14일 만에 한국발(發) 여행 제한 국가는 102개를 넘어섰다. 이에 당황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해외 입국을 돕겠다는 취지로 '무감염 인증제' 검토를 발표하였다. 이후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되어 도입을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미증유의 국가적 재난을 맞이하여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당국자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고,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는 제도를 즉흥적으로 제기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고려했다는 정책치고는 너무나도 허술하고 문제가 많다. 우선 '무증상 인증제'와 '무감염 인증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무증상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주관적인 표현인데,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무감염 인증제'도 바이러스 감염이 없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방법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현행 RT-PCT 방식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99%인데, 검사의 정확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1%의 검사 오류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즉, 10만 명을 검사했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데도 검사상 음성으로 나올 확률이 1천 명이나 된다. 이 중에 실제로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무감염 인증을 거쳐 외국을 방문하는 경우, 감염원이 될 수도 있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마스크 배급제' 혹은 '마스크 5부제'도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현재 전국의 2만4천 개 약국 대부분이 약사 1, 2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루 250장 정도의 마스크를 판매하기 위하여 약 125명의 주민등록증과 공인신분증을 확인해야 하고, 중복 구매를 막기 위해 약국 간 정보망인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와 요양기관 업무 포털까지도 확인해야 한다.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해야 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트에 이용자가 폭주하여 접속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약사들은 이러한 수고 말고도 대기자들에 대한 관리와 질서 유지 등의 업무까지 감안하면 복약 지도와 약품 조제 업무는 뒷전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 환자들이 정확한 복약 지도를 받지 못해 부작용이 야기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환자의 복약 정보와 주민등록번호 등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현재 본인 여부 확인이 가능한 전국의 무인 인터넷 민원 발급기가 4천160대 있고,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본인 인증도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하여 개인이 직접 접속하여 본인 인증 후 마스크 구입 쿠폰을 발급받아 가까운 편의점이나 동사무소, 보건소, 은행, 우체국 등에서 편한 시간에 구입할 수 있다.전국의 동사무소는 약 2천700곳이 있고, 전국의 보건소 254곳, 보건지소 1천332곳, 보건진료소 1천905곳이 있다. 이들 국가 시설과 공무원들을 활용하여 마스크를 배부하거나 판매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이다. 국민들은 비효율적인 정책으로 인해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2020-03-12 14:47:26

박천 독립큐레이터

[매일춘추]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다

1999년, 세계 사람들의 뒤통수를 쳤던 영화가 있다. 그 영화는 반전의 교과서가 될 정도로 큰 흥행을 일으켰고, 이후 영화의 많은 포스터에서 '식스센스를 능가하는 최고의 반전'과 같은 수식어는 질리도록 보게 되었다.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먼저 영화를 보고 난 어떤 관객이 영화를 보기 위해 줄 서 있는 관객들을 지나치며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다!"라고 소리치고 사라졌다는 괴담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스포일러는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줄거리나 내용을 예비 관객이나 독자들에게 미리 밝히는 행위, 혹은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최근 방송에서 출연진이 먼저 스포일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동료 출연진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한다. 이러한 스포일러는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킨다.하지만 스포일러의 영역이 분명하지 않은 것이 사람들 간 의견을 분분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이 왕이 된다'라는 스포일러(?)는 이미 역사적으로 분명한 사실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비약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분명하지 않은 경계로 인해 종종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최근에는 이러한 스포일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관객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생기고 있다. 지난해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라는 영화는 관객 및 네티즌 등 서로를 위해 결말을 얘기하지 않는 분위기가 생겨났고, 이어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직접 스포일러를 자제해달라고 하며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굳어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도 이어지며 긍정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미술계에서도 스포일러는 존재한다. 기획자라는 직업 특성상 작가들과 작품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여기서 작가들에게 직접적으로 스포일러를 당하게 된다. 곧 출품할 작품뿐만이 아닌, 다음에 할 작품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하며 의견을 나눈다.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작품을 기다리는 입장이라서 관객들만큼 신선한 충격을 받지는 못한다. 한편으로는 작가와의 만남뿐만 아니라 전시기획을 해야 하기에 스스로 스포일러를 자중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입이 간질간질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처럼 스포일러의 경계가 모호한 것은 홍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모든 작품들이 그러하듯, 작가들이나 기획자들도 전시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며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시를 선보이지 못하고 스포일러를 자중할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준비하고 있던 전시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봄이 찾아옴과 함께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하루빨리 안정화가 되어서 스포일러를 가진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관객들과 마스크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2020-03-12 13:46:00

김태훈 대구 영남중 교사

[대구 옛 이야기] 대구상업학교와 한지성의 항일운동

대구상원고등학교의 전신인 대구상업학교는 1923년에 개교하였다. 6·10만세운동 이후 대구상업학교 학생 이월봉과 장원수는 장적우가 마르크스주의적 혁명전술의 함양을 목적으로 결성한 신우동맹(新友同盟)을 비롯해 이에 영향을 받은 혁우동맹(革友同盟), 적우동맹(赤友同盟), 일우동맹(一友同盟)에 각각 참여하였다. 또한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영향에 힘입어 1930년 3월 4일 대구상업학교와 대구농림학교 학생들이 연합시위를 추진하려다가 경찰의 제지로 불발된 적도 있었다.그해 12월 무렵 서오룡과 이동우 등은 대구상업학교 내에 지하조직으로 현재의 사회제도를 타파하고 공산주의 사회의 건설을 목적으로 프로과학연구소 조선 제1지국을 조직하였다. 이 단체는 동맹 휴학, 야학 강연, 반전 선전 등을 통해 조선인과 일본인 학생 차별 대우를 배척하였고, 일제가 일으킨 만보산사건·동양척식주식회사의 착취·만주사변 등을 규탄하였다. 중일전쟁이 터지자, 대구상업학교 정문택은 중일전쟁이 반드시 세계 전쟁으로 확대될 것을 예측하여 1937년 9월부터 5명과 함께 몇 차례에 걸쳐 비밀결사를 구성하려다가 1938년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되었다.태평양전쟁 발발 이후, 대구상업학교 4학년 이상호는 김상길·서상교와 뜻을 나누고 태극단(太極團)을 결성하였는데, 조선 민족의 이상적인 단결과 능률로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세계 인류의 영원한 평화·자유·평등을 찾는 것을 강령으로 채택하였다. 학생들은 체력을 단련하고 과학을 연구함으로써 심신을 기르고 항일 의식을 고취시켜 조선 독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일반 조직으로 육성부의 1부와 관방국(비서관·부관·회계관)·체육국(무도부·군사부·경기부·등산부·씨름부)·과학국(박물부·이화부·항공부)의 3국을 두었다. 단장인 이상호가 육성부감과 체육국장을, 김상길이 관방국장을, 이준윤이 과학국장을 맡았다.태극단은 다른 학교 및 다른 지역의 학생들을 가입시키고 건아대원(중학교 1·2학년 학생과 국민학교 상급반 학생)을 모집하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간디와 쑨원 관련 서적을 읽으며 민족 의식을 드높였다. 항공부장 최두환은 '항공소년' 잡지를 구독하며 항공 연구에 몰두하였다. 심지어 일제 패전, 조선 독립 가능성 등의 내용이 적힌 전단을 살포하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1943년 5월 결성식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단원 1명의 밀고로 인해 조직이 발각되어 대거 체포되었다. 이 중에 이준윤, 이원현, 이상호가 혹독한 고문에 의해 늑막염으로 순국하였다.한편 경북 성주 출신으로 1931년 대구상업학교를 졸업한 한지성(韓志成)은 중국으로 망명하여 조선의용대에 참여하였다. 한지성은 각 지역을 순회하며 선전 활동과 포로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후 한지성은 정치조 선전주임과 대본부 편집위원회 중문간 주편을 역임하며 '조선의용대통신'에 여러 편의 글을 기고하였다. 한지성은 1941년 5월 외교주임에 선임되어 동남아 지역에서 반일운동을 강화하여 동방 피압박 민족과의 연대를 꾀하려고 홍콩에 파견되었다.그러던 중 조선의용대가 1942년 한국광복군 제1지대로 합류하여 김원봉이 제1지대장이 되었다. 이후 영국군이 일본군과 미얀마-인도 전선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 영국군 총사령부의 군사 지원 요청에 의해 한국광복군 총사령부는 '인면전구공작대'('印'은 인도, '緬'은 미얀마)를 편성하여 한지성을 대장으로 9명을 인도 콜카타로 파견하였다. 인면전구공작대 부대장 문응국과 김상준·나동규 3인은 임팔에서 대적 방송, 문서 해독, 포로 심문 등의 공작을 펼쳤으며, 영국군 제17사단 전원을 일본군 제33사단의 포위를 뚫고 임팔로 무사히 귀환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후로도 인면전구공작대는 만달래이 전투에 참전하여 영국군이 양곤을 탈환하는 데 기여하였다.현재 대구상원고등학교 건물 뒤편에는 '태극단독립운동기념탑'이 있다. 탑에 새겨진 학생들의 빛나는 항일정신을 계승하고, 아울러 영국군에 배속되어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첩보전에 동원되었던 인면전구공작대와 이를 이끌었던 한지성을 기억한다.

2020-03-11 18:00:00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의 아침놀]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희망가'의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는 구절도, 신흥종교 '이불교'에서 왔다는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도 왠지 새롭다. 불안 속에서 왜 희망, 구원 같은 말에 빠져드는지 알 만도 하다.공적 마스크 배급도 못 받고 칩거 중, 며칠 전 함성호 시인이 보냈던 문자를 본다. 글쎄, 다른 말은 없고 달랑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시 한 편뿐. 그래도 고마워서 새겨 읽는다.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시작해서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로 끝나는데,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라는 대목에선 멈칫한다. '가르마'는 이마에서 정수리까지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갈랐을 때 생기는 금으로, 길을 은유한다.'내 졸음의 통통배는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멀어져 간다.(…)/ 밖에는 바람 많아 배가 못 뜬다는데/ (…)나는 이렇게 환한 자부럼 사이로 물길을 낸다'며 김사인은 시 '목포'에서 말했다. 배가 못 뜰 때는 졸음 사이라도 '물길'을 쳐다보는 법이다. 남인수는 1942년 '낙화유수'를 불렀다.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세월의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 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일제강점기의 암흑에도 꽃 같은 삶을 생각하며 '고개를 넘자'고 했다. 언제나 '길'은 희망의 부표로 꿈-기획이며, 미래를 뜻했다. 반면, 기억은 회상-추억이며, 과거를 말했다. 삶은 늘 우리를 속이나 '기억'과 '희망'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헤맨다.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이 작금의 일상이다.코로나19로 대구 사람들은 이래저래 불편하다. 폐렴-신천지-대구-보수-위험-골치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합체해 '대구 사태'로 요약해서 '손절'하잔다. 손절이란 '손해를 끊어버리는 매매'이다. 정치적 손익 계산에 따른 '차별→코호트'의 전략적 마타도어이다. 가증스럽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언제나 싸구려 입들은 권력에 기생충처럼 빌붙어 우아한 척 프로파간다로 썩어갔다. 앉아 있어도 가벼운 두뇌는 권력에 치달아 '좌치'(坐馳)한다.이럴 때 '길 도'(道) 자를 떠올린다. 자꾸 '머리'가 어른대서 그 나름 불온한 글자다. '쉬엄쉬엄 걸을 착'(辶) 자 위에 얹힌 '머리 수'(首). 전쟁 때 베어서 쥔 적군의 머리[首級]인가. 고대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게 목숨을 건 여정이었다. 적장의 목을 장대 끝에 걸고 전진하는 비장한 행군이었다. 정치도 이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일이다. 잘해봤자 3류다. 거기에 희망을 몰방(沒放)하는 관종들은 5류 이하가 아닐까. 아둔한 송나라 사람이 벼가 빨리 자라게 하려고 고갱이를 쑥쑥 뽑아놓는다는 송인알묘(宋人揠苗) 대목에서 함석헌은, "세상 정치가 곡식 고갱이 뽑는 짓 아닌 것이 없지!"라고 쿡 찔렀다.다른 데선 더 비꼰다. "천하에 정치한다는 것들 제(齊)나라 놈같이 제 처, 제 첩들이 몰래 울지 않을 것들 없지!"라고. 어느 시대나 정치 수법은 비슷했다. 민초들의 생명 그 고갱이를 쑥쑥 뽑아놓고는, 곡비(哭婢)라도 불러 속을 다스려도 모자랄 판에, 거기다가 거듭 비수를 꽂아 피눈물을 쏟게 한다. 그래 봤자 세월 가면 다 끝난다. "(다른 사람들은) 선배와 스승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무덤이라는 것만 아주 확실하게 알고 있다"던 노신(魯迅)의 말에 끌린다. 이어서 말한다. "누가 안내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여기서 거기까지 가는 길에 달려 있다"고. 살다가 저 무덤까지 '가는 길' 그게 인생의 전부 아닐까. 문제는 '어떻게' 갈 건가이다.살면서 각기 제 무덤을 판다. 능력·전문이니 하나 사실 그 '잘난 것=잘하는 것'이 곧 무덤 파는 기술이다. 그런 공적·깜냥의 크기에 그것도 제 발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묻힌다. 물론 못난 자들은 콩밥 좀 먹고 업보를 세탁하는 특권(?)도 있긴 하다. 다시 묻지만, 이 풍진 세상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그냥 울고 웃으며, 사람답게 사는 일상이 그립지 않은가.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2020-03-11 18:00:00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

[기고]'일류시민'의 품격과 긍지로!

그리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지만,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은 여전히 낯설다. 한산한 도로, 문을 닫은 식당, 개학을 연기하고 집에만 머물러 있는 학생들, 약국 앞 마스크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까지….발병 초기만 해도 사스나 신종 플루, 메르스 등 유사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대처할 것이라 믿었는데,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코로나19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허술한 국가였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어려울 때마다 위기 극복의 DNA로 어려움의 최전선에서 맞섰던 대구경북인이다. "공황은 없다. 폭동도 없고,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만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미국 ABC방송 이언 패널 특파원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대구에서 현장 취재 후 보도한 기사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는 외국과 대비해 너무도 차분한 대구의 대응 모습에 세계도 놀라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우리, 일류 대구 시민이 있다. 국채보상운동이 펼쳐졌을 때 일반 백성은 물론 기생, 노비, 걸인에 이르기까지 온 국민이 하나였고, 2·28민주운동을 이끈 주체도 대구 지역의 고등학교 학생이었다. 항상 위기 극복의 중심은 백성과 민초였다.그리고 그 전통을 고스란히 지금의 대구 시민이 계승하고 있다. 시민들이 앞장서 자신의 고통보다는 주위의 어려움을 먼저 살피고, '일류 시민'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자기도 부족한 마스크를 택배기사와 어르신들께 먼저 나눠 주고, 감염과 과로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대구를 찾아준 의료인들에게 보답하고자 숙박업소들이 자진해서 무료로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코로나19로 자신들도 영업을 못 하는 상황임에도 사랑의 도시락을 만들어 의료진들에게 전달한 칠성시장 상인들의 이야기가 우리 가슴을 뜨겁게 한다. 건물주들이 먼저 나서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임대료를 할인해 주면서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준비한 음식을 미처 다 팔지 못한 식당들을 위해 SNS나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연계시켜 주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이러한 선진 시민의식이 바로 오늘날 OECD 회원국이자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을 있게 한 저력이다.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냉정하게 말해서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입국이 금지되거나 제한되고 있는 기피 국가다. 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키리바시, 모리셔스 같은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들로부터도 거부당하고 있다는 현실이다.더 걱정스러운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고 나서의 우리나라 위상이다. 국가 신인도라는 것은 그 나라의 정치, 외교뿐만 아니라 국민의 품격, 기업 신뢰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지금처럼 대한민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IT 강국' '한류'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앞으로는 '코로나19의 국가'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이러한 걱정을 한낱 기우(杞憂)로 끝내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조속히 코로나19를 박멸하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움츠리지 말고 대구경북이 중심이 되어 '일류 국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 세우자.우리는 이미 세계가 극찬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라는 기발한 생각과 뛰어난 진단 기술로 새로운 대응법을 제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중심지가 아니라 위기 극복의 모범 해법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혁신적인 생각과 뛰어난 기술로 대구와 대한민국을 결코 만만히 볼 수 없음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자. 전 세계에 '대구'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를 느끼게 해주자! '일류 대구 시민'의 긍지로!

2020-03-11 15:33:55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새론새평] 코로나19와 국제금융 위기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금융시장 변동주식 폭락·환율 불안·외자유출 발생거시적 정책보다 미시적·핀셋 처방국민 심리 안정 위한 세심한 배려도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확인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맹렬히 번져가고 있다. 전 세계 확진 감염자가 11만3천 명, 사망자는 3천900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탈리아, 이란, 미국 등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역적인 양상(엔데믹·endemic)에서 전 세계적인 양상(팬데믹·pandemic)으로 옮겨간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과거에도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혹은 변종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2002년의 사스(SARS), 2009년 신종 플루(swine flu), 2012년 메르스(MERS),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그리고 2019년 코로나19까지 거의 5년에 한 번씩 큰 질병 확산이 있었다. 확진자의 숫자나 사망자의 경우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를 훨씬 뛰어넘는다. 2009년 신종 플루의 경우 한국 확진자가 10만 명이었고 사망자가 250명이었으니 질병의 강도에 있어서는 신종 플루가 코로나19보다 더 강했다고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는 아직 진행 중이라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사스의 불안과 공포로 민간소비에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하다. 민간소비(실질) 증가율을 보면 2002년 4분기 6.2%에서 다음 분기 1.4%, -0.7%, -1.1%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사스 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인 때문이다. 즉, 2002년 10월 2차 북핵위기(북한의 고농축우라늄 개발 인정)가 발발한 데다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고, 그 위에 2002년 카드 사태에 따른 대대적인 가계신용 축소가 있었던 때문이다. 따라서 사스 때문만으로 서비스업 생산이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2015년 5월 메르스 확진자는 전 세계에서 1천200여 명이었고 사망자는 490명이었는데 한국에서 확진자 186명, 그리고 사망자가 38명으로 나타났다. 당시 거시경제지표를 보면 2015년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2.5%에서 2.0%로 떨어진 다음 곧바로 3분기에 3.3%로 반등했다. 메르스에 따른 거시경제성장률 하락 효과는 미미했다. 게다가 민간소비는 2015년 2분기 1.8%에서 다음 분기 2.0%, 그리고 그다음 분기 3.4%로 꾸준히 상승했다. 소매판매액 총지수도 2015년 5월부터 약 3개월간 백화점, 대형마트, 전문소매점의 판매가 둔화되었지만 곧바로 회복되었다. 다만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메르스 사태 이전인 2014년 내내 어려웠다. 도매업, 소매업은 2014년 8월 이후, 그리고 숙박업과 음식주점업은 2014년 12월 이후 계속 부진했다. 그런 와중에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2016년 2월까지 도매업, 소매업, 운수창고업, 숙박업 및 음식주점업 등 서비스업 전반의 생산이 크게 부진했다. 즉,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어려웠던 백화점, 대형마트, 전문소매점의 소매판매액이 크게 둔화되었고 도매업, 소매업, 운수창고업, 숙박업 및 음식주점업 생산에 큰 타격을 준 셈이었다.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우려는 거시적인 경제성장률 충격보다도 세계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다. 금년 들어서 3월 10일까지 미국 다우는 –16.1%, 나스닥은 –10.4%, 일본 닛케이는 –16.0%나 추락했다. 주식시장 폭락 강도는 과거 어떤 질병 사태보다도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세계주식시장이 폭락한 것이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실물투자는 오래전부터 부진했고 중국을 포함한 세계 실물경제도 둔화 조짐을 보여 왔다. 그 위에 각국이 동원할 수 있는 금융통화정책 수단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이 모든 내부 불안 요인을 외부적으로 터뜨린 것이 코로나19 사태였다.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된다면 대규모 디레버리징(deleveraging)과 외자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주가의 추가적인 폭락과 환율 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따라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경제대책은 금리 인하나 혹은 기본소득 지급과 같은 광범위하고 거시적인 정책보다는 타격을 입은 업종, 지역, 기업에 집중하여 지원하는 미시적 혹은 핀셋 정책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그에 더하여 세계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준비해 둬야 할 것이다.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에 대한 대비책, 환율 급등에 대한 대비책, 주가안정화 대책, 충분한 외환 유동성 보유 및 관리 등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에 정부는 물론 언론과 정치인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불안감을 선동적으로 조장하기보다는 침착함과 꼼꼼함과 정확함을 가지고 대처해가야 할 것이다.

2020-03-11 15:28:51

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매일춘추] 위기 속의 진정한 영웅들  

매화가 꽃을 피운 것을 보니 봄이 오나 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일상은 잠시 멈춘 상태이지만 만물의 꽃들은 새 생명의 시작을 알리며 부지런히 꽃을 피운다.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 볼 겨를도 없이 주위는 온통 바이러스와 관련된 이야기로 산란하지만, 청아한 봄과 함께 찾아온 응원의 손길은 무기력해진 마음을 희망으로 녹인다.대구경북을 향해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와 기부 행렬은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동스러운 일이며,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를 굳건하게 하는 고마운 일이다. 위기의 상황에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 준 연예인들의 통큰 기부에 기업들도 동참했고, 이 기부행렬은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마스크 대란에도 불구하고 착한 가격을 유지하는 업체, 침체된 경기로 인해 힘들어하는 상인들의 임대료 부담을 함께 나누는 착한 건물주, 마스크가 부족한 택배기사들을 위해 현관 문고리에 마스크를 걸어둔 시민들,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위해 200인분의 도시락을 기탁한 칠성야시장의 청년들 등등. 시민들의 아름다운 선행이 곳곳에서 이어지면서 위축된 도시에 감동과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또 가짜뉴스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중학생들이 만들어 낸 '코로나나우'는 코로나19 발생현황이 정리되어 있는 사이트로, 배너 광고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을 기부할 것이라는 기특한 마음이 더해지면서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특히 자신들의 안위는 뒤로한 채 목숨을 내어놓고 봉사하는 의료진들과 전국에서 와준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에 감동받은 시민들은 마음을 담은 손편지와 생필품으로 감사함과 존경을 표하며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있다.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모인 국민성금이 530억원을 넘었고, 기부 물품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도움의 손길이 원활하게 사회곳곳에 잘 전달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막막해진 생계에 눈물 흘리는 상인들과 잠정 폐쇄 된 무료급식소로 인해 끼니해결이 어려워져 갈 곳을 잃은 노숙인과 노인들. 사각지대에 걸린 저소득계층을 위한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우리는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펼쳤던 국채보상운동에도, IMF 외환위기에도 함께 힘을 모아 지혜롭게 이겨낸 민족이다. 선행을 베풀고 나눔의 미학을 실천으로 옮기는 높은 시민의식은 아름다운 나라를 만드는 진정한 힘이며 원동력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강인한 의지와 용기로 사회 곳곳에서 용기를 건네고 희망의 등불이 되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야말로 이시대의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 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주는 그들과 늦은 봄일 지라도 햇살 가득한 봄 향기 가득한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20-03-11 14:15:42

슬링키 장난감을 이용해 요가 학원 홍보물을 만들었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와 놀게 하면 팔린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광고를 어떻게 하면 좋아하게 만들까?'광고 회사를 창업하고 이 문제를 숱하게 고민했다. 필자가 찾은 답은 '광고와 놀게 하자'였다. 그 점에 착안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광고'가 우리의 모토가 되었다. 그러던 차에 한 요가 학원에서 의뢰가 들어왔다. 뻔한 요가 광고에서 탈피해 색다른 이미지를 찾는 원장님이셨다."김소장님, 기발한 방법이 없을까요? 광고는 하고 싶은데 다른 학원은 전부 7kg 책임 감량이라고 하고...이런 광고들이 너무 싫증 나거든요" 수화기 너머로 사장님의 간절한 목소리라 흘러나왔다. 필자는 7kg 감량이라는 워딩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학원들 모두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7kg 감량이라고 쓰는 순간 다른 브랜드와 다를 바 없는 브랜드가 되어 버린다.요가의 핵심은 활동성이라 생각했다. 거칠지 않고 우아한 움직임이 요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봤다. 광고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광고를 가지고 놀게 하자' '사람을 활동하게 만드는 광고를 만들자'라고 기획한 것이다. 그래서 찾아낸 도구가 바로 슬링키였다. 우리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그 신기한 장난감, 계단에 떨어뜨리면 아랫칸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재미있었던 바로 그 장난감이었다.아이디어는 이렇다. 슬링키를 그냥 세워두면 다소 몸집이 있는 사람이 물구나무를 하고 있다. 그 슬링키를 움직이면 그 사람의 몸이 U자를 뒤집어 놓은 형태로 구부러진다. 그러면서 아주 날씬하고 유연한 모습이 보인다. 남들이 몸무게 감량, 체지방 감소와 같이 달콤한 말을 할 때 우리는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꾸며내는 말보다 이미지가 더 신뢰감을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이 슬링키를 통해 요가 학원은 팔리기 시작했다. 슬링키를 가지고 놀면서 사람들이 소비자가 되기 시작했다. 광고와 놀면서 자연스럽게 요가 브랜드에 애착심이 생긴 것이다. 광고를 좋아하게 만들자 브랜드도 좋아하게 되었다. 이후 요가 학원 원장님께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엔 등록을 주저하는 사람들도 슬링키를 받고서는 등록하게 되었다는 얘기였다.슬링키 작업 이후로 우리는 '장난감 광고'에 꽂혔다. 슬링키 요가 광고로 재미를 봤으니 이번엔 공익적인 일에도 적용해보고 싶었다. 때마침 광복절이 다가오는 시기여서 독도 장난감을 기획한 것이다.독도는 우리나라에서 워낙 민감한 이슈라 자칫 장난감으로 만들었을 때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기획 의도에 오해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비난받기 쉬운 주제니까. 그러던 중 대구 중앙도서관 근처의 한 찜닭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진행하는 마케팅이 꽤 흥미로웠다. 주문하고 찜닭이 나오기 전까지 섞여진 큐브를 맞추면 음료 서비스를 주는 이벤트였다. 바로 그때 독도 광고를 큐브에 넣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큐브는 정확성을 요구하는 장난감이다. 한쪽이 완벽하게 맞아도 다른 한쪽이 맞지 않으면 꽝이다. 즉, 한 면이 다른 면에도 영향을 크게 끼친다. 자연스럽게 독도 생각이 났다. 독도가 일본의 지도에 있으면 이상하다. 바로 한국 지도에 있어야 올바르게 보인다. 그 사실을 큐브를 통해 알리고 싶었다. 큐브의 한 면에는 대한민국의 지도가, 다른 옆면에는 일본의 지도를 뒀다. 독도가 일본 면에 있으면 당연히 어색해 보인다. 그리고 한국 지도에 독도가 없으면 이상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아이디어가 딱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였다. 광고 장난감의 힘은 이토록 강했다. 혐오하는 광고에서 가지고 노는 광고로 바뀌니 사람들도 바뀌었다. 사람에서 소비자가 되었다. "제가 당신 돈을 노리고 있으니 지갑 열 준비하세요!"라고 말하는 광고는 사람들이 도망쳐 버린다. 대신 먼저 친구가 되어라. 친구가 될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서 사람들 손에 쥐여주어라. 광고를 가지고 놀수록 브랜드 애착심이 생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처럼 행동해라. 처음부터 사랑을 말하면 상대는 달아나버린다. 먼저 재미있고 편안한 친구가 되어라. 그러면서 사랑도 싹튼다. 브랜드도 사람과 똑같다. 소비자가 나를 피하지 않을 방법을 궁리하라. 어떻게 우리 브랜드를 가지고 놀게 할까, 우리 브랜드로 인해서 어떻게 소비자를 미소짓게 할까 고민하라. 어느새 소비자들은 당신의 브랜드가 없이는 살 수 없도록 길들어 있을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3-11 14:02:50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종교칼럼] 진세(塵世)를 버렸어라

수도자나 사제가 되려는 첫 출발점은 세속적 욕망들을 끊는 큰 결단을 내리는 일이다. 이 결심을 옳게 하지 않고는 다음으로 나아가는 일에서 많은 곤란을 겪게 된다. 다른 어떤 숨은 의도를 지니고 있으면 자신도 괴롭고 주변 사람들도 괴롭히는 일들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길로 들어서기 전에 속세에 대한 마음을 싹 비워야 하고 덜 비워진 것이 있다면 그것을 알아내는 대로 비워야 한다.이 길에 들어설 것인지 다소 긴 기간 고심하면서 모든 욕망들을 비우려는 노력을 한다고 한 후 신학대학에 입학했다. 어리고 미숙했던 그 당시 그렇게 마음먹는 것으로 모든 세속적 욕망들이 정리될 수 있는 것이고 정리된 것으로 생각했다. 모든 것이 미숙했지만 마음만은 생기 있고 순수한 새내기로 첫 학기를 지내고 방학을 맞이할 시기에 이르렀다. 이 길에 이미 10년 전에 들어선 최고참부터 새내기였던 우리에 이르기까지 모두는 방학에 앞서 9일 기도를 하면서 날마다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다졌다."진세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라. 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바쳤어라…."그런 과정을 마치고 드디어 맞이한 방학은 참으로 달콤할 것 같았다. 학기 중에 아침 6시 일어나서 밤 11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꽉 짜인 규칙들을 어김없이 지켜내느라 몸과 마음은 언제나 긴장 상태였고 엄격히 제한된 외출 규정에 매여 바깥세상과는 거의 담을 쌓고 살던 삶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로부터의 해방은 좋았지만 가야 할 곳은 다름 아닌 이 길에 들어서면서 떠난다고 여기는 어려운 결심을 했던 부모님 집이었다. 당시 그곳 말고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방학 동안 기거할 수 없었다.진세를 버리는 삶을 추구하든 진세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삶을 추구하든, 우리는 지구가 제공하는 삶의 조건에 따라 지구 표면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다. 살고자 하는 수많은 생명체들로 둘러싸여 살아가는 생명체이고, 생명체들 중 일부를 희생시키며 날마다 먹어야만 유지할 수 있는 목숨이다.물리학, 천문학, 지리학 등 이과를 좋아한 나는 공부란 모두 명백한 결론에 이르는 것인 줄로 알았다. 그런데 인간의 삶과 의식 세계를 다루는 문과는 달랐고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예를 들어 '하느님은 존재하시는가?'를 정확한 논리로 확실하게 알고 싶은데, 신학개론 강의는 '하느님은 존재하신다'로 시작했다. 마치 수학에서 공리와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공부를 계속하기도 힘들었고 그만두지도 못했다. 그만두고 달리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 나은 곳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오랜 기간 지속된 혼란과 고통 그리고 서서히 회복되어 평화와 기쁨을 누리고 있는 지금까지의 과정들을 자세하게 기록하자면 긴 시간과 지면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종합하여 짧은 글로 '이 모든 것은 은유이고 믿음, 희망, 사랑의 삶을 위한 한 편의 시다'로 정리하고 싶다. 진세를 버린다는 것도 글자 그대로가 아니라 은유로 알아듣고 해야 하는 것이고 이 세상을 위한다는 것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일 것 같다. 이것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여 그대로 실천하겠다고 애를 썼던 초년생 시절, 얼마 못 가서 완전히 번아웃 상태로 빠져들었다. 회복하기까지 길고 긴 시간이 걸렸던 그 엄청난 고통은 나에게 언제나 강력하게 말하고 있다.'너는 지구 환경의 조건들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이고 이웃을 배려하며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 가능성과 한계를 지닌 생명체다.'

2020-03-11 11:36:04

WHO는 현재까지 반려동물에게서 코로나19가 전파되어 증상을 유발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셔터스톡 제공.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코로나19, 반려견에게 마스크 착용은 스트레스

하니(푸들·4년) 보호자분이 물으셨다. "홍콩에서 확잔자 가족의 반려견에게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던데 반려동물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나요?"나는 "아니요"라고 답변드렸다.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까지 반려동물에게서 코로나19가 전파되어 증상을 유발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홍콩에서 확진자가 돌보던 개의 입, 코, 항문 등에서 샘플을 수집해 검사한 결과 코로나19에 대한 약한 양성(weak positive) 반응이 나왔다는 보도는 있있다. 하지만 이는 확진 사례가 아니며, WHO는 반려동물이 확진자와의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를 재전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사중이라고 밝히고, 지나친 불안감을 가지지 말라고 충고했다.두부(닥스훈트·6년) 보호자분이 물으셨다. "산책할 때 반려견 마스크를 해줘야 하나요?"역시 "아니요"라고 답변드렸다.뉴스에서 반려견에게 마스크를 착용 시킨 이미지들은 코로나19 와 반려견의 연관성을 설명하고자 연출된 이미지들이 대부분이다. 개가 산책하는 과정에서 운동량이 증가하면 체온이 상승하는데 호흡을 통해 열을 발산한다. 사람들이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는 것처럼 개는 혀를 길게 내밀고 빠른 호흡을 통해 체열을 방출시킨다. 그래서 산책을 하거나 움직이는 반려견에게 마스크 착용시키는 것은 호흡 곤란과 고체온증을 유발하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대구시는 3월 현재, 인구대비 코로나19 확진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 중의 하나가 되었다. 확진자들의 발생이 높은 구역에서는 반려견의 산책이 조심스러워지게 마련이다.WHO, 세계소동물병원협회(WSAVA),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모두 반려견을 통한 인체 감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누구든 반려동물을 만지고 난 후에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려견이 산책을 마친 후에는 발바닥을 소독제가 포함된 물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세계소동물수의사협회(WSABA)는 확진자와 함께 있었던 반려동물이 아프다면 먼저 보건당국에 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건당국(질병관리본부)의 허가없이 동물병원을 먼저 방문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한다. 치료에 급급하여 동물병원을 먼저 내원하게 되면 동물병원의 수의사와 의료 스태프들의 진료 업무가 중단되고 다른 반려동물들이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확진자가 돌보는 반려동물의 관리와 치료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과거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막연한 편견으로 인해 반려동물들이 집단 유기되는 사태들이 있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반려동물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를 줄이고 산책 전 후 위생관리에 더 많은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을 포함한 우리 가족의 건강 뿐 아니라 이웃의 건강도 배려하는 사회적 의무라 할 수 있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를 연재한다.

2020-03-10 18:00:00

광주광역시장 이용섭

[광주시장 특별기고]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했습니다. 대구 확진자들을 광주에 모셔서 치료하겠다는 '광주공동체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고 10일이 지난 지금, 광주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 '병상연대'를 실천하며 대구‧경북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 간 달빛동맹은 더욱 견고해졌고, 영호남의 화합과 통합 없이 국가균형발전도 어렵다는 메시지는 더욱 명확해졌습니다.'병상연대'의 시작이었던 광주공동체의 결단에 많은 분들이 박수를 보내주셨고 한편으로는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광주와 대구는 물리적 거리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결코 가까운 사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자체마다 확진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었고, 광주도 집단감염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대비를 해야 하는 실정에서 '병상연대'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하나는 코로나19 사태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재난이므로 지역간 경계를 뛰어 넘어 모든 국가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또 하나는 1980년 5월 독재정권의 탄압 속에 고립되었던 광주에 국내외 수많은 분들이 뜻을 함께 해주셨고,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주셨습니다. 40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와 맞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대구에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실천하는 것이고 광주가 가야할 길이며 광주다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저의 뜻을 광주지역사회에 알린지 하루만에 43개 시민사회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셨고, 101주년 3‧1절에 광주공동체 특별 담화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날 아침 전화통화에서 "2천명이 넘는 확진자들이 치료받을 병상이 없어 집에서 방치되고 있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비통한 심정에 제 결심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광주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지켜내는 일이 광주광역시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고 책임이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적 재난이고, 우리는 큰 틀에서 한 가족, 하나의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담화문 발표 이후 일주일만에 대구 확진자 19분이 광주로 오셨습니다. 부부, 모녀, 자녀 등 총 7가족이 빛고을전남대병원 격리병상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 또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전남대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를 비롯해 의사 12명과 간호사 51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또한 광주시를 비롯한 민간 단위에서 마스크와 손소독제, 생필품 세트 등 대구 지원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오월어머니집 등에서는 대구시민들을 위한 주먹밥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이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코로나19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큰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지역 확진자 증가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태풍이나 폭우 등 자연재해는 정부나 지자체 노력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감염병은 시민들의 도움 없이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되어 서로를 지켜주고 계시는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께 진심어린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당연히 해야될 일을 했는데도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우리 광주는 대한민국에서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결집하여 대응하겠습니다.한 사람 한 사람이 힘과 지혜를 모아 엮어내는 희망의 연대가 가장 안전한 방역망입니다. 광주는 항상 어렵고 정의로운 분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 힘내십시오!광주광역시장 이용섭

2020-03-10 17:54:42

이응규 EG 뮤지컬 컴퍼니 대표

[매일춘추] 기억을 걷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기억을 걷다'는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작품으로, 먼 미래의 달콤함을 위해 현재의 소중함을 망각하며 살아가는 어리석은 현대인들을 꼬집는 작품이다. 귀국 후 야심 차게 준비해 온 이 작품은 이미 지난해 공모전에서 쓰디쓴 실패를 맛보았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청년은 1년을 기다려 다시 도전 했고 그 결과 창작 지원작에 선정되어 마침내 2017 어워즈에서 후보로 오를 수 있는 영애를 얻게 되었다.시상식장에 참석한 청년은 동료들과 함께 자리에 나란히 앉아있다. 수많은 뮤지컬 스타들과 관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무대 위 LED 화면을 통해 노미네이트 작품들이 하나씩 소개되고 있다. 청년은 초조한 마음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가운데 선정작을 발표하는 팀파니 소리가 극장을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 짧은 찰나의 순간, 청년은 유학시절 일어난 그의 강렬했던 기억 속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도와줘!!"친구의 다급한 목소리에 놀라 잠에서 벌떡 깨어나 보니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요 며칠 뉴욕으로 오고 싶다고 주야장천 연락을 해오던 한국 친구의 전화번호다. 뉴욕대 졸업 논문 발표를 코앞에 앞두고 있던 청년은 자신을 만나러 뉴욕으로 온다는 친구의 요청을 한사코 거절해왔다. 잠자는 것조차 아까운 이 시간에 한국에서 온 친구를 데리고 센트럴파크를 걷는다는 건 사치였다."말했듯이 너무 바쁘니깐…" 그런데 소화기 넘어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친구분이 2015년 2월 15일 오후 10시에 사망하셨습니다…"청년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믿기 어려운 소식에 멍한 눈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뉴욕은 15일 밤 10시가 아닌, 14일 오전 8시를 지나고 있었다. 어쩌면 14시간 안에 한국에 도착할 수 있는 제트기가 있다면 지금 당장 한국으로 날아가 친구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2017년 창작뮤지컬상은…"팀파니 소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마침내 수상 작품의 제목이 발표되었다.'실패!'결과를 인지한 찰나 블랙홀에서 빠져나온 청년은 수상의 실패에 대한 큰 상실감에 숨을 쉴 수 없었다. 작품의 성공만을 바라보며 수년간 경주마처럼 달려온 지난 세월이 야속하기만 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던 친구마저 차갑게 외면했던 유학시절의 기억들, 보이지 않을 달콤한 미래를 위해 지금의 행복을 사치라고 생각했던 지난 시절. 그렇게 기억을 걷다 보니 뮤지컬 '기억을 걷다'에서 던지는 메시지가 이제야 비로소 청년 자신에게 하는 말임을 깨닫게 되었다.주위를 둘러보니 동료들이 그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현재 주어진 이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함을 결심한 순간 상실감이 기회로 바뀜을 느낄 수 있었다. 청년은 동료들을 향해 외친다."다시 도전!"

2020-03-10 14:23:55

박재율 경북대의대 총동창회장

[기고] 코로나19 과도한 공포 백해무익

청도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이비인후과를 개원하고 있는 의사입니다.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산자수명의 아름다운 고향 청도가 좀비 도시 취급을 받고, 대구를 다녀오면 2주간 격리되며 서울의 대학병원에서는 대구 환자를 받지도 않는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에 화를 참지 못합니다.과연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정상적인 것인지, 아니면 공포에 의한 과민 반응인지 생각해 봅니다.청도에서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병하고, 사망자도 많이 나온 것은 대남병원의 정신병동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정신병동의 특성상 전국 각지의 환자들이 5~20년씩 장기 입원한 경우가 많고, 이에 따른 기저 질환으로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치명타를 날린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신병동의 특성상 집단 폐쇄된 환경도 한몫을 하겠지요.청도는 코로나19 공포로 인하여 도시의 기능이 올스톱되고 텅 빈 유령 도시가 되었다고 합니다.대구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보입니다. 식당가는 대부분 문을 닫고, 자영업자들은 종업원을 내보내며 처절한 생존 몸부림을 칩니다. 모든 정상적인 일상생활은 사라졌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굶어 죽게 생겼다고 자조하십니다. 과연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이 옳은지 반문하게 됩니다.대구가 이렇게 코로나19의 집단 발병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것은 신천지 발병자에 의한 급속한 전파가 주원인인 듯합니다. 그러나 다시 돌이켜보면 이것이 전부는 아닐 겁니다. 신천지 신자 전수조사, 무증상자에게도 검사 실시, 그리고 대량의 검사가 가능한 대구의 첨단 의료와 이를 가능케 한 헌신적인 의료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라 생각됩니다. 전 세계에서 단시간 내 이렇게 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한 나라는 오로지 대한민국 우리나라뿐이라고 확신합니다. 또한 너무나 투명한 검사 결과 공개 등도 확진자가 많은 이유지만 그러나 또한 우리의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일본이나 미국에서 이런 대량 검사와 신속한 결과 공개가 가능한지, 혹시 의도적으로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서 확진 환자가 적은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저는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하루에도 수많은 감기 몸살 환자의 입과 코를 들여다보고 치료를 합니다. 그러나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킴으로써 수차례 감기에 걸린 적은 있지만, 개원 20년간 단 한 번도 독감에 걸린 적이 없습니다. 물론 행운이 따라서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감기나 독감,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이 모두 전염성 질환이며,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환임을 방증하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손 씻기와 마스크 사용,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킨다면, 코로나19에 걸리지도 않겠지만, 설령 걸린다 해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모든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기 전에, 시민들이 너무 떨지 말고 대범하게 대처하여 불황에 죽어가는 시민들부터 살립시다.병에 대한 적절한 경각심은 이 엄중한 시기에 꼭 필요한 습관이겠지만, 지나친 공포심은 오히려 공멸의 길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우리 대구경북 사람들은 마치 세균 덩어리 취급을 받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대량의 검사, 빠른 검사 속도, 투명한 환자 공개, 뛰어난 의료 시설과 헌신적인 의료진, 시민들의 의연한 대처 등으로 세계인의 칭송을 받는 메디시티의 시민으로 거듭날 것을 믿습니다.대구경북의 위대한 시민들은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고 자랑스러운 대구경북을 다시 빛낼 것입니다.

2020-03-09 18:53:45

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시장 특별기고] 오히려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대구경북

"오히려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대구경북입니다."대한민국 전체가 두 달 가까이 코로나19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소중한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아직도 하루하루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마음은 무겁고 불안과 고통은 커집니다. 전국의 산과 들엔 봄꽃이 피었건만 지하철과 거리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굳게 입을 다문 침묵이 무겁게 흐릅니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토닥토닥하는 즐거운 시끄러움이 소망스럽고 그리워집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하루하루 늘어가는 확진자 수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저의 뿌리가 경북 의성이라서 더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 서문시장이 사상 처음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자가 격리되는 바람에 노모의 임종을 못 지켰다는 어느 분의 소식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왜 하필이면 대구경북인가 하고 안타까웠습니다.그렇지만 대구경북 분들의 대처는 남달랐습니다.마스크 공급이 타 지역보다 절박한 상황이면서도 참을성 있게 줄을 서고, 수많은 감염 환자들을 수용하고 치료하는 데 반대하며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대구를 취재했던 미국 ABC방송의 이언 패널(Ian Pannell) 기자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대구경북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이 버티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대구경북인들은 삶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구에 계신 부모님을 걱정해 타 지역에 사는 자녀들이 자기 집으로 모시려 해도 "대구에는 얼씬도 하지 마래이. 나도 안간데이"라며 묵묵히 대구를 지키는 분들…. 기사를 읽고 마음속이 뜨거워졌습니다. 우리가 "대구경북 힘내라!"고 응원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대구경북이 부산을, 대한민국을 온 몸으로 응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별은 밤이 깊고 어두울수록 비로소 더 밝게 빛난다고 했던가요? 대구경북은 6·25때 낙동강 전선의 보루였고, 조국 근대화를 이끈 인재들을 많이 배출한 대한민국의 저력이 있는 고장입니다. 그런 자존심과 자부심, 문화적 저력이 이런 시련기에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지요. 대구경북 분들이 큰 고통 속에서 미국의 언론도 감동할 정도로 의연하게 잘 버텨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다행히 대구경북에서 서서히 안정화되고 있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대구에 상주하며 코로나19 대응 지휘를 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전국에서 대구로 달려가 주신 의료진들, 대구경북 힘내라고 많은 성원을 해주신 국민께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부산시민들도 대구경북이 외롭지 않도록 그 고통을 모두의 아픔으로 품어 안았습니다. 대구의 중증 환자들을 수용하여 치료했습니다. 병상 부족 문제를 겪는 대구에 병상을 제공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안전과 생명에는 경계가 없다고 믿습니다.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여 마셔봅니다. 깨끗하고 맑은 시원한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옵니다. 온 국민이 마스크를 벗고 맑은 공기를 함께 호흡하면서 거리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시장과 동네 가게마다 웃음꽃을 피우는 소중한 일상을 하루라도 빨리 되돌려 드리겠습니다.대구경북민 여러분, 오히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힘내세요. 부산이 함께 하겠습니다.

2020-03-09 18:26:48

이재태 경북대 의대 교수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여성 노동자의 빵과 장미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여성 의류노동자 1만5천 명은 열악한 작업장의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시위에 나섰다. 노동 조건 개선, 여성 지위 향상과 참정권을 외쳤다. "우리가 행진할 땐 남자들을 위해서도 싸우네. 남자는 여성의 자식이고 우린 그들을 다시 돌보지. 그런 우리는 몸과 마음이 모두 굶주리네. 우리에게 빵을 달라, 또한 장미도!"라는 노래를 불렀다.빵은 생존권, 장미는 참정권을 뜻한다. 당시 여성들은 최악의 노동 현장에서 저임금으로 하루 12시간 이상 일했으나,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는 허용되지 않았다. 시위는 의류노동자연합 창설과 남녀 차별 철폐, 여성의 자유, 참정권을 촉구하는 여성 운동으로 이어졌다. 1977년 유엔은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하였고, 이날 빵과 장미를 나눠주는 행사가 열린다.여성에게 선거 참정권이 부여된 것은 불과 한 세기 남짓하다. 민주정치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지적 능력이 낮고, 가정을 지키는 본분에 충실하면 그들의 이익은 남성에 의해 대변될 수 있다는 논리로 참정권이 거부되어졌다. 여성 참정권 운동은 프랑스 혁명 시기에 처음 시작된다. 여성을 단두대에 보낼 수 있다면, 투표 참여 권리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은 여성들과 자유주의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18세기 말에 시작되었다. 1870년경 무려 300만 명이 서명한 청원서가 의회에 제출되었으나 빅토리아 여왕의 반대로 좌초된다.계속되는 청원에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자 좌절한 여성들은 여성 참정권 연맹의 에머린 팽크허스트(1858~1928)의 선도하에 전투적인 투쟁에 돌입한다.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자유당과 의회의 회합을 방해하고 경찰에게도 맹렬하게 대항하며 체포된다. 그녀는 법정에서도 "우리는 범법자가 아니라, 새 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기에 섰다. 나는 노예가 되느니 반란자가 되겠다"며 당당했다. 과격한 시위에도 정부의 반응이 없자 여성들은 남성들의 상징적인 건물들의 방화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1년에 12차례나 투옥과 단식을 반복하였고, 경찰서마다 여성 시위자로 넘쳐났다.그러던 중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남성이 전쟁터에 투입되자 여성들이 그들을 대체하여 중요한 산업 인력이 되었다. 에머린과 동료들도 참정권 운동을 일절 중지하고 전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제야 국민들과 의원들은 이들 여성운동가들의 애국심을 진심으로 이해하며 그녀들을 받아들였다. 전쟁이 끝난 1918년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고, 1928년 에머린이 죽기 직전에는 21세 이상의 영국 여성은 남성과 동일한 참정권을 얻었다.이 도도한 표정의 황동종의 인물이 딸 크리스터벨과 함께 여성의 존엄성을 찾아주는 참정권 운동에 일생을 바친 에머린 팽크허스트다. 그녀를 마치 당당한 어느 외계인 같이 묘사했다. 1930년 이 종을 조각한 장인은 한 사람의 위대한 인류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남성 위주의 독점적 사회구조의 종말을 알린 그녀의 족적에 대한 질시를 함께 담은 것 같다. 그녀는 "우리들은 인류의 절반을 해방시키는 세상에서 가장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고, 결국 그 숭고한 목적을 달성했다.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장미를 안겨준 거인이었다.

2020-03-09 18:00:00

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박창원의 기록여행] 절도‧강도보다 큰 죄 '매점매석'

'사건의 내용은 8‧15 전 김성재가 생필품으로 배급받은 광목 등을 작년 11월, 12월 소매상에 배급치 않고 자유처분으로 폭리의 일부인 138만7천원 상당 무단 횡령하였다는 것~.'(매일신문 전신 남선경제신문 1946년 8월 29일 자)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다. 일제강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는 찰나에도 예외는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무리들이었다. 이름하여 모리배로 불렸다. 남선경제신문의 기사 속에 등장하는 김성재도 꽤나 악명 높았던 모리배였다. 지금의 경상감영공원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던 그는 생필품으로 배급받은 광목 3천여 필을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매점매석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15만원을 선고받았다. '해방의 선물은 기근'이란 말이 떠돌았고 주민들은 이내 체감했다. 식량난과 경제적 궁핍으로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버거웠다. 모리배들은 이런 주민들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레 돈벌이의 기회로 여겼다. 물자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사재기나 빼돌리는 수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쌀이나 의료품 같은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매점매석해 폭리를 취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포도주나 심지어 마른 명태 등 돈이 된다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창고로 거둬들였다.주민들이 써야 하는 생필품은 모리배 창고 속에서 잠잔다는 말이 유행했다. 대구와 부산에서 적발된 창고 속의 생필품이 경상도의 1년 소비량에 해당한다는 발표가 있을 정도였다. 일상을 피폐하게 만든 이들 모리배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당국은 들끓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못 본 체할 수 없었다. 검찰은 개인에게 해를 끼친 강도나 절도 범죄보다 모든 민중을 상대로 독을 퍼뜨린 폭리행위의 죄가 더 무겁다고 단죄 의지를 밝혔다. 그 뒤 모리배들이 받은 처벌은 거의 용두사미로 끝났지만 말이다.도대체 폭리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당국이 밝힌 폭리는 소매상이 생산비의 3할 이상을 초과해 물건값을 받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1천원에 만든 물건을 1천300원 이상으로 소비자에게 팔면 폭리에 해당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폭리라고 말하기도 무안할 지경이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이용해 마스크를 기존 가격보다 3, 4배 부풀려 파는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 시절 매점매석은 폭리 여부로 판가름했다. 월평균 판매량의 1.5배 이상, 닷새 넘게 팔지 않고 가지고 있는 마스크 업자를 처벌하기로 했다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첫머리에 인용한 기사에서 다만 품목을 바꿔봤다. 소리 내어 한 번 읽어보시라. 70여 년이 흘렀지만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사건의 내용은 8‧15 전 김성재가 생필품으로 배급받은 마스크 등을 작년 11월, 12월 소매상에 배급치 않고 자유처분으로 폭리의 일부인 138만7천원 상당 무단 횡령하였다는 것~.'

2020-03-09 18:00:00

김문환 문명사 저술가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지록위마…진시황과 현대판 환관 정치

서귀포 지명의 기원 서복제주 남단 서귀포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거리의 정방폭포가 쪽빛 바다로 하얀 물줄기를 쏟아낸다.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육지 물이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23m 폭포 위에 서복 전시관이 눈에 들어온다. 낯익은 한옥 건물에 낯선 이름 '서복'. 누구일까? 이를 알자면 서귀포라는 지명을 봐야 한다. '서쪽으로 돌아간 포구', 서귀포(西歸浦). 전시관은 "진시황의 명령을 받은 서복(서불)이 한라산에서 불로초를 구해 '서불과지'(徐市過之·서불이 지난 곳)라는 문구를 폭포 절벽에 새기고 서쪽으로 돌아가 서귀포가 생겼다"고 소개한다.서복을 보낸 진시황 송덕비서복은 서쪽 어디로 갔을까? 산동성 성도 제남의 산동성 박물관을 찾으면 서복 초상화와 서복이 떠난 장소 산동성 낭야(琅琊)를 그린 지도를 볼 수 있다. 한국인이 많은 청도 남쪽 100여㎞ 지점 교남시 바닷가 낭야대(琅琊台) 유적에는 진시황의 항해 명령과 이를 받드는 서복 조각이 새물내를 물씬 풍긴다. 안내판은 진시황의 방문과 이를 기념한 비석 건립 내용까지 전한다. 비석이 남아 있을까? 북경 천안문 광장 국가박물관으로 가자. 승상 이사가 BC 219년 세운 진시황 송덕비 낭야대 각석(刻石)을 옮겨 전시 중이다. 지금까지 발굴된 중국 비석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서복이 서귀포에 왔다 갔는지 알 수 없지만, 진시황이 서복을 동방에 보낸 것은 역사다.능과 병마용에 스민 진시황 위업진시황의 본거지인 황하문명의 중심지 섬서성 서안 시가지에서 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1시간 거리에 진시황릉이 나온다. 동서 485m, 남북 515m, 높이 76m로 산처럼 솟았다. 여기서 동쪽 1.5㎞ 떨어진 곳에서 수만 점의 병기로 무장한 8천여 명의 실물 크기 병사 도용이 발굴돼, 진시황의 위세를 드러냈다. 진시황의 최대 업적은 춘추전국시대(BC 770~BC 221년) 500년의 분열을 끝내고 통일을 일군 점이다. 중국 역사 최초의 황제로 불린 그는 문자, 도량형, 수레, 화폐 규격을 통일하며 문화와 경제를 활성화시킨 것은 물론 만리장성 시대도 열었다.진시황 사후 환관 조고의 전횡진시황은 제국 전역을 다니며 순행 정치를 펴다 50세이던 BC 210년 마차 안에서 순직한다. 절대 권력에 길들여진 사회는 또 다른 형태의 기형적인 절대 권력을 낳는다.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가 전권을 쥔다. 진시황의 뜻을 어기고 태자를 죽인 뒤, 만만한 아들 호해(胡亥)를 황제로 세운다. 법가 사상으로 부국강병을 일군 승상 이사를 비롯해 유능한 신하들을 죽이고 모든 권력을 한 손에 넣는다. 무능한 황제 호해는 꼭두각시였다.사슴을 말이라며 황제를 넘어선 조고이때 나온 유명한 사자성어가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조고가 황제와 신하들 앞에 사슴을 놓고 황제에게 무슨 짐승이냐고 물었다. 어리석은 황제라도 사슴을 모를까. "사슴"이라고 답하자 조고는 "말"이라고 우긴다. 황제 호해가 주변 신하들에게 묻지만, 황제보다 환관의 권력을 더 두려워한 신하들은 "말"이라고 답했고, "사슴"이라고 진실을 아뢴 신하들은 참혹하게 처형당했다. 환관에 반기를 들면 의로운 신하도 숙청되는 거꾸로 된 나라가 오래갈 수 있을까? 진시황 통일 14년, 진시황 사후 4년 만인 BC 206년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에게 무너진다.비례용 위성정당과 현대판 환관들울산시장 하명 선거 의혹 임종석 전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 하명 선거 의혹으로 기소된 백원우 전 민정 비서관, 조국 아들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 혐의 최강욱 공직기강 비서관, 여권에서 비례용 위성정당을 처음 제안한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 비례용 위성정당이 필요하다며 민주당 공천을 지휘 중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 정의를 참칭하는 현대판 환관들은 비례용 위성정당을 야당이 하면 '악', 자신들이 하면 '선'으로 둔갑시킨다. 선거의 본질은 '정권심판'인데, 민주정치사에 유례없는 '야당심판' 궤변을 들먹인다. 금태섭 사태에서 보듯 자신들을 따르지 않으면 공천학살에 나선다. '사슴'을 '말'이라며 충신을 죽이던 조고와 다르지 않다. 환관에 휘둘리던 황제와 정부는 오래가지 못했다. 절대 권력 진시황이 세운 나라도 그랬다. 총선이 눈앞에 닥쳤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2020-03-09 18:00:00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인현의 세계의 창] 크루즈 선의 바다에서의 법적 지위

선박, 공해상 항해의 자유 가지지만 영해 내에선 연안국 법령에 따라야'크루즈선 전염병 피난처 제공 조약'해양강국 한국 제정 앞장 국격 제고국가는 자신의 영토에 대한 배타적 관할권을 가지기 때문에 외국인이 자국에 입국할 때에는 사전에 허가를 득하도록 한다. 선박도 이와 같다. 특정 국가의 항구에 선박이 입항하기 위해서는 연안국은 영해 내에서는 배타적 관할권을 가지므로 연안국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한편, 선박은 바다에서 항해의 자유를 누린다. 기국(旗國)만이 원칙적으로 그 선박에 대한 관할을 가진다. 선박은 공해에서는 완전한 항해의 자유를 가지지만, 영해 내에서는 무해통항을 할 경우에만 자유롭다. 항구에 입항하면 선박 내부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선박은 그 연안국의 관할에 복종된다.크루즈선에서 전염병이 발생한 경우 선장은 입항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가? 유엔해양법에 의하면 선박은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연안국의 영해 내에서 닻을 놓을 수 있다. 다만, 닻을 놓을 수 있을 뿐이지 항구 내에 들어갈 권리는 없다. 반대로, 영해 내에 있는 선박은 연안국의 항해 안전, 오염, 위생 관련 법령에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최근 여러 국가들이 크루즈선의 입항을 거절한 것이 유엔해양법의 위반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조난이나 표류당한 선박이 연안국에 들어온 경우 이를 받아들여 선원들을 본국으로 송환시켜주는 것이 오랜 국제적인 관행으로 자리 잡아왔다. 국제사회는 해난구조 조약 등을 만들어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선박과 선원을 지원해왔다. 그런데, 1990년경부터 유류 오염의 위험을 가진 선박이 피난을 원하는 경우 입항을 거절한 사례들이 늘어났다.스페인에서 발생한 유조선 프레스티지호 사건이 대표적이었다. 2002년 스페인 정부는 입항을 거부하였고 큰 오염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에 각국은 유류 오염사고의 위험이 있는 유조선이라도 피난처를 제공할 의무를 연안국에 부과하고 연안국을 보호하는 제도를 포함한 국제조약을 만들려고 시도하였지만, 실패했다. 연안국들은 그러한 선박이 자국에 입항할 시 자국의 피해를 염려하여 입항을 거부하는 입장을 보인다.크루즈선에서 전염병이 발생한 경우도 위 유류 오염사고의 경우와 유사하다. 크루즈선에는 4천여 명의 여객과 승조원이 승선하고 있지만, 자체 의료시설 등만으로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는 없다. 연안국으로서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입항을 거부할 필요도 있다. 선박도 항구에 입항이 되지 않으면 전염병을 처리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충돌하는 이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인 규범이 필요하다. 해운강국이면서 이번 코로나19 전염사태를 경험한 우리나라가 가칭 '크루즈선에 전염병 발생 시 피난처 제공에 대한 국제조약'을 제정함에 앞장서면 국격도 높아지고 좋을 것이다.전염병은 하루가 급한 비상사태이기 때문에 선장은 현 지점에서 가장 먼저 도달이 가능한 항구에 입항할 수 있어야 한다. 전염병이 발생한 크루즈선을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국가는 기국이다.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연안국이 1차적으로 피항지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다음, 운항자의 모항(母航)이 있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운항자는 여객과 운송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조약에 가입하는 체약국은 최소한의 방역과 치료가 가능한 피난항을 지정하고 공표해야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전염병 관련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는 연안국이 크루즈에 대한 입항을 거부하지 않아야할 원칙도 명기해야 한다. 연안국이 방역과 치료 조치를 취했다면 그 비용은 크루즈 선사에서 지급되어야 한다.장차 크루즈선은 선상에서 전염병 발발 시 입항이 허용되어 방역과 치료 및 여객송환이 가능한 절차가 갖추어진 항구와 입항계약을 체결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연안국의 항만 당국은 관광수입을 얻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번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크루즈선을 위한 방역, 치료 및 송환제도를 선보이면, 크루즈 선박 유치와 크루즈 운항사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코로나19 극복과 시민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2020-03-09 16:20:59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매일춘추] 프리마베라에 숨겨진 은밀한 코드

14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탄생한 수많은 명화 속에 감추어진 이야기는 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매력을 준다.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대표적 화가인 보티첼리는 메디치 가문의 후원으로 르네상스의 가장 위대한 성과를 낳은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메디치 가문을 위해 그림을 그렸고, 메디치 가문이 추구하는 고매한 정신과 리더십에 매료되었다.이탈리아어로 봄을 의미하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명작 '프리마베라'에 숨겨진 은밀한 코드는 무엇일까? '프리마베라'명화를 상상해보자. 완전한 겨울 숲의 모습인 오른쪽 끝에는 우울함으로 가득하지만, 바람을 입에 문 제피로스가 봄의 전령사인 클로리스를 겁탈하여 꽃의 계절인 봄을 잉태시킨다. 제피로스가 일으킨 바람으로 클로리스의 입에서는 봄의 꽃이 피어나고, 클로리스는 마침내 봄의 여신인 플로라로 변신한다. 봄의 꽃으로 장식된 옷을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 플로라로부터 겨울이 가고 드디어 봄이 온 것이다.그림 중앙에는 봄의 주인공이자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가 우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봄의 정원에 바람이 불면 매력, 아름다움 그리고 창조성이 샘물처럼 솟아난다는 것을 비너스의 왼쪽에 있는 삼미신을 통해 보티첼리는 그려내고 있다.보티첼리가 숨겨 놓은 은밀한 코드는 명화의 왼쪽에서 찾을 수 있다. 왼쪽에 우뚝 서 있는 남성은 상업의 신인 메르쿠리우스로, 작대기로 하늘의 먹구름을 휘젓고 있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지만, 보티첼리는 이 남성을 통해 작품 속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드러내고 있다. 두 마리의 뱀이 새겨진 카두세우스의 지팡이로 봄의 하늘을 휘젓고 있는 메르쿠리우스는 봄 하늘에 몰려든 먹구름을 휘저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바람이 불면 비가 오듯 메르쿠리우스는 봄의 정원에 비를 부르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보티첼리는 상업 가문이었던 메디치 가문을 위해 이 그림을 그리면서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리더로서의 역할과 임무를 은밀한 코드로 그려 넣었다. 상업과 교역의 신인 메르쿠리우스가 먹구름을 휘저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듯, 메디치 가문도 르네상스 시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피렌체 시대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를 프리마베라에 숨겨 놓은 것이다.시대를 이끌어 갈 진정한 리더는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인재의 마음에 바람을 일으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보티첼리의 의미를 알아챈 것일까? 메디치 가문은 이탈리아 천재 예술가들을 후원하여 역사상 빛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였고, 피렌체가 이탈리아의 문화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는 시대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문화예술 부흥의 바람을 일으킨 메디치 가문의 리더십은 보티첼리의 코드처럼 프리마베라에 숨겨진 채 피렌체에 이어져 오고 있다.

2020-03-09 14:30:00

대구지역 '코로나19' 감염 사태 극복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자원봉사 의료진이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서울시장 특별기고] "대구경북이 서울입니다"

참 시린 봄입니다.매일 너무나 평범해 권태롭게까지 느껴졌던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대한민국 국민 모두 50일 가까이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폭풍우 속에서 불안과 고통 그리고 불편함을 감내하며 이 혼란의 시간들이 하루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서울시장으로서 저 역시 하루하루 늘어가는 확진자수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의 상황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그 어떤 곳보다 대구경북지역이 겪고 있는 피해와 고통을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픕니다.대구경북 지역에서만 확진자수가 6천명이 넘어가고, 신천지교에서 불거진 대규모 집단감염이 일반인들의 감염으로 이어지면서 지역주민들이 체감하는 공포와 불안은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습니다.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당연히 백신이 없고, 병의 특성과 진행과정 및 전파력에 대해서도 일정기간 진행이 되어야 파악이 되는 고약한 질병입니다.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지역사회를 감염시킬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에 최전선에 있는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초기부터 과하리만치 선제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그러나 감염병의 불확실성은 또한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먹고 자랍니다. 때문에 아무리 선제적 대응을 잘한다 해도 비밀주의와 폐쇄성 안에 숨어 있으면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신천지교가 지역사회 확산의 진원지가 된 이유, 대구경북이 가장 큰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그 집단이 가지고 있는 비밀주의와 폐쇄성이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서울에서든 경기도에서든 그 어느 지역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저 대구에서 폭탄이 되어 터진 것입니다. 대구시민, 경북도민들은 그야말로 최대 피해자일 뿐입니다.대구경북의 고통은 서울의 고통이고 대한민국의 고통입니다. 대구경북의 슬픔은 서울의 슬픔입니다. 대구와 경북이 서울인데 함께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대구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서울시는 그동안 중증환자를 우선으로 받는 지원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지원규모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특히 확진판정을 받은 뒤에도 입원대기를 해야 하고, 그러다가 병이 갑자기 악화돼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더 이상 없도록 있는 힘껏 지원하겠습니다.코로나19가 지금 우리를 할퀴고 지나가며 큰 생채기를 남기고 있지만, 코로나19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대한 국민을 보유하고 있는지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의료진이 부족하다는 호소에 열 일 제치고 대구경북으로 달려간 의료진들의 눈물겨운 사투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 답지하고 있는 성금과 물품들, 그리고 50일 가까이 최일선 현장에서 비상체제로 근무하다 쓰러지는 공무원들, 그리고 불안 속에서도 차분하게 위생수칙을 지키며 2주간의 '잠시 멈춤'을 실천하고 있는 국민들 모두 강력한 희망의 증거들입니다.또한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확진검사가 이루어지고, 그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 선진적인 공공의료시스템은 세계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우리에게는 시련을 뚫고 이겨내 온 역사가 있습니다. 가깝게는 작년에 급작스럽게 닥쳤던 일본과의 무역 분쟁도 위기였고 시련이었지만,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과 실천으로 똘똘 뭉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코로나19 역시 분명 위기이지만,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백신이 되어 이겨내고 있고 끝내 이길 것입니다.대구경북민 여러분, 힘내십시오. 시련도 고통도 그리고 재도약도 서울시민들이 함께 하겠습니다.서울특별시장 박원순

2020-03-08 15:57:32

이재수 대구한의대 총동창회장

[기고] 코로나19 유감(遺憾)

한 장의 사진이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 '국민소득 3만달러 국가의 마스크 구매 행렬'이라는 제하에 "이날 오전 대구 북구 이마트 칠성점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시민들이 수백m까지 줄지어 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서 '코로나19'의 전염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금주 휴진하는 한의원이 많네요"라는 후배의 문자까지 받았다. 예약 환자의 취소가 눈에 띄게 늘어 평상시와 다른 분위기를 절감했다. '코르나19'로 대로의 자동차 행렬도 확연히 차이가 나 도시의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한때 '코로나19' 31번 확진 환자로 인해 대구는 벌집을 쑤셔 놓은 듯 패닉 상태에 빠지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었다.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은 휴점하고 임시 휴업을 하는 곳도 눈에 띄게 늘었다. 도시의 기능을 잃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보도 자료에 '대구 코로나19'라고 표현해 지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정부가 '우한 폐렴'은 중국 혐오를 조장한다며 '코로나19'로 쓰라고 하면서 정작 '대구 코로나'라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대구는 안팎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자존심 상실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지난해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하여 처음에는 '우한 폐렴'이라고 하였으나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렸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공식 명칭을 'COVID-19'로 정했다. 'CO'는 코로나(corona), 'VI'는 바이러스(virus), 'D'는 질환(disease), '19'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이 처음 보고된 2019년을 뜻한다. 이에 우리나라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약칭은 '코로나19'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코로나19'의 전염 속도는 가공할 정도다. 치사율은 2%로 사스 10%, 메르스 30%보다 낮지만 전염력이 강하다는 특징을 알 수 있다.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는 현재 아시아 중동 유럽 북미 대륙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연구 결과는 "중국 환자들의 코로나19 감염 데이터 분석 결과, 환자의 14%만 감염 경로가 확인됐고 나머지는 알 수 없는 만큼 전염력이 강하다"고 발표했다.그러나 WHO는 '최고 수준의 전염병 경보 단계'일 때 팬데믹(범유행)을 선포한다. 경보는 위험 정도에 따라 6단계로 구분되는데 코로나19는 5단계로 규정돼 있다고 한다. WHO는 팬데믹에 대해 "진짜 문제는 중국 외에서 지역 감염이 나타나고 있느냐는 것인데 아직 우리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혀 유보한 상태다.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지역이 증가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린다. 한편 SNS에는 "#힘내요 대구경북" "#힘내라-경북 #힘내라-대구" 등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챌린지에 동참하는 등 일선 의료진과 공무원을 향한 따뜻한 사랑과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확하고 신속한 대응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와 지혜로운 해결을 기대한다. 우리 각자는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 등 개인적인 위생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지금 곳곳에 봄꽃 향기가 새봄을 알리지만 도시의 에너지는 숨을 고르는 듯 조용하다. 대구경북은 일어설 것이다. 대한민국 파이팅!

2020-03-08 15:48:32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절망의 늪, 희망의 늪

제 밥값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은절망의 늪이 아닌 희망이 가득한 늪대구여! 경북이여! 대한민국이여!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힘을 냅시다!'밥값'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밥을 먹는 데 드는 값'이 본디 뜻이겠지만 '밥을 먹은 만큼의 일이나 대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더 많이 쓰입니다. 밥값을 해라. 밥값 좀 했다. 밥값을 하고 있다. 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말입니다. 말 그대로 밥값은 하며 사는지 묻는 것이지요. 강의 등으로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는 내가 선생으로서 밥값 하며 살고 있는지 느끼기 쉽지 않습니다. 마음이 많이 힘들었는데 나 덕분에 용기를 얻어 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는 학생의 고백을 들을 때 그래도 밥값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따분하지만 아주 드문 이런 경험을 통해 그나마 밥값과 삶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겠지요."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정호승, '밥값') 시인은 밥값을 하기 위해 지옥에 다녀와야겠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지옥은 종교와는 관계 없는 인생의 바닥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나를 한번 성찰해 보기 위해서는 인생의 바닥에 다시 가봐야 한다는 게 시인의 생각입니다.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어 보이는 절망의 늪이 곧 바닥이요 지옥일 것입니다.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마찬가지겠지요.작금의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바닥이요 지옥입니다. 누가 원해서 이런 바닥에 이르렀겠습니까. 시인의 비유처럼 아무리 '밥값'하는 사람이 된다 해도 일부러 경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특히 대구경북 주민들에게는 정말 날벼락이지요. 외환위기와 같이 모든 국민이 겪는 위기라면 다를 수 있습니다. 대구경북 지역과 주민들에게만 유독 가혹한 시련은 더 견디기 힘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런 바닥의 경험을 통해 더욱 성숙한 사람들로 거듭난 전력이 있습니다. 외환위기를 함께 극복해낸 경험이 그것입니다. 상식적으로는 감추기 바빠야 할 금붙이를 꺼내든 대한민국 국민들을 보고 외국인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도 그랬습니다. 시커먼 기름에 전 바위를 맨손으로 닦아내다니. 미친 거 아닌가라는 게 외부 관찰자들의 솔직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전국에서 달려온 수많은 국민이 함께 자갈과 바위의 기름을 닦아낸 태안은 놀랄 만큼 빠르게 자연을 회복했습니다. 대구도 그럴 것입니다. "대구에는 공황도, 폭동도, 혐오도 없다. 고요함만 있다." 대구가 조용한 가운데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는 날, "대구가 코로나19 극복 모델이 될 것"이라는 외신의 관측은 과장이 아닙니다. 이제 바이러스와의 공존은 인류의 일상이 될 것입니다. 그때 대구는 집단적 인생의 바닥을 경험한 시민들 모두가 밥값을 해내는 지역의 모델이 될 것입니다.의료진과 공직자들의 헌신 역시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히포크라테스 선서).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나이팅게일 선서). 의료진이 멘 십자가는 피하려 했으면 피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순간순간 감염의 위험을 느끼며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는 전신 방호복을 그들은 기꺼이 입었습니다. 인류에 대한 봉사와 헌신이라는 숭고한 첫 맹세를 지키고 있는 것이지요. 생명을 구했다는 보람, 밥값을 제대로 했다는 충만함은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의료인이 된 것은 바로 '이때를 위함이' 아니겠습니까.다시 시인의 말입니다. "지금부터/ 절망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지 않겠다/ 남은 시간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희망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겠다…만일 절망의 늪이 있다면/ 희망에도 늪이 있다/ 희망의 늪에는/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가득 빠져 있다."(정호승, '늪'). 아무리 어둡고 힘들어도 절망의 늪이라고 하지 맙시다. 모두가 제 밥값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희망의 늪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여! 경북이여! 대한민국이여! 힘을 냅시다!

2020-03-08 15:38:32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매일춘추] 위기가 만든 새로운 문화

요즈음 오가는 거리의 풍경은 사람들의 무거운 발걸음과 지나가며 서로를 경계하는 걱정 어린 눈빛이 가득하다.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힘겨운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도심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공동주거형태로 이미 바뀌어 버린 세상에서 3월의 대구는 더욱 외롭고 쓸쓸한 분위기가 뼈 속 깊이 스며든다. 따뜻한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들의 인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차갑게 만들고 산속 수풀 울창하고 상쾌한 공기 한 모금이 절실한 듯 하루하루 허덕이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많이 사라져 버렸다. 이미 산봉우리를 넘어 버린 따사로웠던 햇살과 집 앞 골목길에 외롭게 서 있는 가로등 불빛은 내가 살고 있는 대구시민들의 외로운 기다림같이 느껴진다.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연히 이웃을 만난다. 마음속으로 잠시 몇 초간의 시간이 더욱 어색하게 느껴진다. 가볍게 어색한 인사를 건네며 서로 벽면에 층수를 표시하는 숫자만 쳐다보며 아무런 말이 없다. 예전엔 안녕하세요~!라는 진정성 없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풍경마저 사라지고 없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적막감과 바쁘게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소리만 가득하다. 무거운 발걸음은 힘겨운 하루의 무게를 빨리 내려놓고 싶은 마음으로 대문을 열며 마무리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불안감을 가지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 하루의 삶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고 거리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오래 전 내가 어릴 적 뛰어놀던 집 앞 골목길의 풍경을 그려본다. 모퉁이를 돌아 저녁시간이 되기 전 마주치는 이웃에게 인사하는 소리, 아이들이 노는 소리와 저녁시간까지 놀던 아이를 야단치며 빨리 집으로 오라고 손짓하던 어머니들의 일상 모습들이 그립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정겹게 인사를 주고받던 골목길의 풍경 또한 그립다.요즈음 하루하루 대구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다양한 표정을 짓던 사람들의 모습은 마스크로 인해 더욱 삭막해지고 있다. 웃음소리와 한마디 짧게 건네던 이웃들과의 인사도 더욱 적어졌다.최근 이러한 변화들은 또 다른 문화를 만들고 있다. 정겹게 인사하며 악수하던 모습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지금까지 이어온 다양한 그들만의 인사법도 코로나19라는 위기로 인해 악수는 먼발치에서 목례 또는 팔꿈치, 주먹, 발로 하는 새로운 인사법으로 대신하고 있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무심코 악수를 청했다 거절당하는 모습을 보며 위기는 빠르게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세상이 변하고 문화가 바뀌는 위기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래도 따뜻한 위로의 눈빛과 서로를 응원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닐까? 어서 빨리 따뜻한 봄날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삶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래본다.

2020-03-08 14:30:00

[2020 세상 읽기] 호구와 친구

흔히 세간에 자주 회자되는 말들이 그 사회의 거울이자 현실을 대변한다고 말들 한다.오래 된 친구의 배신, 믿었던 동료의 험담, 상사가 뒤통수를 친 얘기 등은 SNS나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술자리 단골안주이다. 또, 싸게 싼 줄 알았던 휴대폰이 알고 보니 노예계약이었고, 애국심마케팅으로 구입한 상품이 수출용보다 내수용 가격이 비싼 걸 알게 되면 여간 분한 일이 아니다.이런 경우를 '호구잡혔다'고 말한다. 요즘 '호구'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는 듯하다. 그 만큼 현실세계에서 스스로 호구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는 뜻이다."이 판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으면 네가 바로 호구다"라는 모 드라마 대사와 "세 번 참으면 호구 된다"고 말한 개그맨 박명수의 멘트는 명언이 되어 특히 젊은 층에 큰 호응을 받았다.흔히 사회생활 성공요인 중 하나로 인맥을 손꼽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인간관계를 맺어야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진심으로 베푼 '호의'가 '호구'라는 이름으로 돌아올 때 그 참담함은 말할 수 없다. '호구'라 불리는 사람들은 대체로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 계산 빠른 사람에게 당하기를 반복하며 막상 '호구'가 되면 '속앓이'하며 자책한다.요즘 시대 직장인들은 업무보다 인간관계로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곤 한다.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직장인의 기본자세지만 주위 사람들이 얕은 수를 쓰며 승승장구하는 모습들을 볼 때면 혼자만 정직하게 일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자신의 희생이 자신의 손해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며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 계산적이고 약삭빠른 인간으로 변해간다. 그 결과 아무도 호의를 베풀 지 않게 되어 '공유지의 비극'처럼 개인의 사리사욕은 극대화되고 경제학자 그레샴이 말한 것처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여 사회나 조직은 결국 파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호구 잡히는 사회'가 횡행할수록 모사꾼들이 득세한다.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더 많은 호구들을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진정한 친구가 더 간절하게 느껴진다.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친구란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며 토마스 풀러가 정의한 것처럼 '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좋게 말하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이다. 하지만 진정한 친구를 얻기란 쉽지 않다. 경쟁적 사회환경, 이기주의, 결과지상주의가 팽배한 현실사회에서 의리니, 우정이니, 정의니, 하는 단어를 쉽게 입에 올리기는 어렵다.국제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우방국가라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선 과감하게 국가 간의 우정을 내팽겨치며 배신을 밥 먹듯 한다. 나라 없이 떠도는 세계 최대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나 수많은 나라들로부터 외교 단절을 당한 대만의 예를 보면 국제관계의 냉정한 현실을 알 수 있다.역경은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 가르쳐 준다는 말이 있다. 최근 '코로나19' 전염병은 국내외적으로 큰 혼란을 일으키고 큰 희생을 낳았지만 한편으로는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를 알게 해줬다.피해가 극심했던 대구를 도와 달라는 호소문은 전국의 의료진들을 대구로 몰려오게 만들었고 대구와 어떤 인연도 없는 스타들의 기부 행렬은 끝이 없었다. 14년만에 69억원의 빚을 최근에서야 겨우 갚은 방송인 이상민 씨의 기부와 대구에 직접 와서 트럭을 타고 마스크를 대구시민에게 나눠준 배우 김보성의 의리는 감동 그 자체였다. 또, 충남 서산의 80대 할아버지가 보낸 98만6990원과 세뱃돈을 모아 기부한 광주 학생들의 100만원은 결혼패물까지 팔며 국채보상운동을 벌인 1907년, 그 당시의 아녀자들을 생각나게 만들었다.하지만 어려운 시기, '대구경북 힘내라'라는 SNS 해시태그는 못 달더라도 지역혐오의 망언을 쏟아낸 일부 몰지각한 지성인들과 수준미달의 정치인들은 어느 나라 국민인지 의심케 했다. 또, 마스크 한 장 못 구해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35조를 무색하게 만들었다.진정한 친구란 어떤 것일까?학연, 지연, 혈연이 없어도 내가 아프면 너도 아프고, 너의 아픔은 나의 아픔이 될 수도 있다는 공감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친구관계는 제갈량의 말처럼 송백(松柏)과 같아서, 따뜻하다고 하여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고 춥다고 하여 잎을 갈지 않는다. 사계절을 거쳐도 쇠하지 않고 온갖 어려움을 겪음으로써 더욱 단단해진다.흔히들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의 기본은 '신뢰'라고 말한다.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신뢰를 민주주의 작동의 가장 큰 원동력인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핵심이라고 했으며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신뢰'이며 '신뢰 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선진국의 문턱에서 좌절한다'고 말했다. 즉 신뢰 없는 국가는 선진국이 될 수도 없고 민주주의의 원동력인 사회자본을 가질 수 없다는 얘기다.호의를 베푼 자를 '호구'로 만들지 말고 어려울 때 도와 준 친구의 뒤통수 치지 말자.역설적으로 착한 호구들이 많아지고 출세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고 국민들도 행복할 수 있다.잊지 말자! 어려울 때 누가 친구였고 누가 호구 잡았는지를….이상철 자유기고가

2020-03-07 16:18:44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학과 교수

[광장] 달구벌에서 대구로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예로부터 대구는 달벌(達伐), 달구벌(達句伐), 달구화(達句火), 달불성(達弗城), 대구(大丘) 등으로 다양하게 불려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언어학자들은 '불'과 '벌'은 평야나 취락을 뜻하며, '달'은 넓은 공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대구의 옛 이름인 달구벌을 큰 언덕, 넓은 평야, 넓은 촌락으로 해석할 수 있어 현재의 대구 지명과 같은 의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달구'가 '닭'이 연음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대구를 닭과 연관 지워 해석하기도 한다. 특히 경주의 계림(鷄林·닭 수풀), 월성(月城)을 달구벌(대구)의 닭(달구)과 달성(達城)에 연계하여 경주와 대구의 연관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경덕왕 16년(757년)에는 신라의 모든 행정 지명이 당나라 지명체계 방식을 본받아 바뀌게 돼, 달구벌도 현재의 지명인 대구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당시에는 지금의 한자어인 대구(大邱)와는 다른 한자어인 대구(大丘)였다.결국 달구벌에서 '벌'을 버리고 대구로 개칭했지만, 지명 속에 녹아 있는 의미는 변하지 않았다. 큰 언덕(산)과 들판, 즉, 팔공산과 비슬산으로 둘러싸인 대구 분지를 아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어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대구의 지형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구(大丘)의 한자어가 지금의 한자어인 대구(大邱)로 바뀌게 된 것은 조선 후기에 와서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처음 대구(大邱)라는 한자어가 등장한 시기는 정조 3년(1779년) 5월부터이다. 현재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구(大邱) 지명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알면 다소 기분이 씁쓰레하다. 대구 한자 지명의 변경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어 '조선왕조실록'(영조: 26년 12월 02일: 신미)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을 소개한다.대구(大丘)의 유학(幼學) 이양채(李亮采)가 글을 올렸다. "저희들은 영남의 대구부(大丘府)에 살고 있습니다. 국초부터 대구부 향교에서 공자님께 제사를 지내왔습니다. 춘추의 석전제(釋奠祭)에는 지방관이 초헌(初獻)을 올리며, 축문식(祝文式)에 별 생각 없이 '대구 판관'(大丘判官)이라 씁니다. 그런데 '대구'(大丘)의 '구'(丘)는 공자의 이름자인데, 신령 앞에서 축문을 읽을 때, 공자의 이름자를 범해 민심이 불안합니다." 그때, 상소문을 묵묵히 듣고 있던 영조 임금은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고 한다. "지금 상소문 내용을 들으니 대구 유생이 고을 이름과 관련하여 글을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근래 유생(儒生)들은 왜 이렇게 생각이 깊지 못한가? 300여 년 동안 대구부에 많은 선비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이양채 한 사람만 못해 말 없이 살아왔겠는가? 더군다나 우리 조선에는 상구(商丘)와 봉구(封丘)란 지명들이 아직도 있지 않느냐? 어찌 옛 선현(先賢)들이 이를 깨닫지 못해 그러한 지명들을 그대로 두었겠는가?" 하면서 그 상소문을 돌려주라고 하였다. 당시 영조 임금의 자주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 유생들의 다소 사대주의적인 사고로 인해 정조 임금 당시에는 대구(大丘)와 대구(大邱)가 혼용되다가 철종 이후부터는 대구(大邱)로 고착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필자가 생각하기에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구(大邱) 지명을 신라 경덕왕 때 달구벌에서 개칭된 한자 지명인 대구(大丘)로 복원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것은 대구 지명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할 뿐만 아니라 대구 지명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확보하는데 있어서도 필요하다. 또한, 한글이 같아 큰 혼란이나 어려움이 없을 것이므로 옛 한자 지명으로 복원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2020-03-06 20:06:48

함인석 포항의료원장

[기고]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되는 환우여러분께!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기세 오름이 좀처럼 꺾이질 않고 있다.5일 오전 8시 기준, 경북 지역 확진자는 805명으로 전날 같은 시각에 비해 80명 늘었다. 이렇게 하룻밤 새 수십 명씩 추가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경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병실 마련이 제대로 따라주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특히, 자가 격리 중인 확진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최근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하는 사례도 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돼 왔다. 다행히 경북도가 4일부터 도내 확진자 가운데 경증 환자를 선별해 생활치료센터로의 이송을 시작했다. 이는 병실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중증 환자들을 위해 국공립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경증 환자들을 생활치료센터로 옮기는 작업이다. 쾌적한 환경에서 면역력 향상과 치료를 병행하기 위한 매우 바람직한 조치로 높게 평가하고 싶다.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된 경증 환자들은 의료진이 상시 대기하면서 수시로 환자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응급 시 전담 치료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때마침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조기 회복을 위해 재정 부족에 허덕이는 대구경북의 절박한 호소를 받아들였다. 이번 추경에 특별히 대구경북 지역만을 위해 6천억원 규모의 별도 예산을 편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제는 '코로나19'의 파고를 넘기 위해 하나 된 국민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다. 필자가 원장으로 있는 포항의료원도 서울 국립의료원을 비롯해 대구, 부산 등 전국 34개 의료원과 연합체를 구성하고 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상호 공유하며 긴밀히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SNS를 타고 급속히 퍼지는가 하면 생활치료센터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등 경증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경북대 의대 교수와 신경외과 과장, 경북대병원 건강검진센터장 등 40년 이상 진료 현장을 지킨 전문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환우 여러분께 생활치료센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1차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경증 환자들의 증세는 일반 감기와 비슷해 약간의 미열이 있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당뇨병, 암, 간염, 신장질환 등 기존 질환이 있는 경우는 감염 후 중증으로 발전하기 쉽지만 증세가 아주 미약하고 건강한 경증 환자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번 '코로나19'의 사망률은 현재 평균 약 1% 미만 정도로 사스(약 10%), 메르스(약 30%), 신종 플루(약 3%)에 비해서도 훨씬 낮다. 알려진 것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경증 환자는 처음부터 생활치료센터로 입소시키고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라도 1주일 이상 경증인 경우에는 생활치료센터로 옮겨지게 된다. 따라서 자가 격리 중인 중증 환자들이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국가 지정 생활치료센터 이외에 도내 21개 시군에 33개소 881실 규모의 생활치료센터를 준비하는 등 경북도의 발 빠른 대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도 더 많은 생활치료센터 확보를 통해 경증 환자들과 중증 환자들이 차별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음으로써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기대한다.필자를 포함한 모든 의료진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정보와 대책을 공유하고 환자 치료에 매진해서 빠른 시일 안에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환우 여러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2020-03-05 15:04:27

나태주 시인

[춘추칼럼] 슬럼프에 대하여

일단은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물러서 그 나름 궤도 수정도 필요하다눈앞에 보이는 유익이나 편리보다먼 날의 성공을 가슴에 안고 살아야가끔 문학 강연을 하면서 젊은 친구들로부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글쓰기에 대해서, 독서에 대해서, 더러는 인생에 대해서. 한결같이 쉽게 대답해줄 수 없는 무거운 문제들이다. 가장 까다로운 질문은 사랑에 관한 것이고 그다음은 슬럼프에 관한 것이다.나이가 많은 사람이니 경험도 있고 그런 경험 가운데 사랑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알고 있겠고 슬럼프 극복에 대해서도 무언가 묘안을 갖고 있지 않겠나 싶어서 하는 말일 것이다. 사랑에 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고 있으니 다음으로 미루자고 얼버무리지만 슬럼프에 대해서는 나 나름대로 답을 내놓기도 한다.슬럼프.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일종의 고난이고 고통이겠다. 슬럼프가 뭐 별것일까. 내내 잘 굴러가다가 주춤주춤하는 것이 슬럼프다. 그러다가 심해지면 가속도가 떨어져 아예 제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막막한 일이고 답답한 일이다. 이러한 절망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각자 나름대로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냥 모든 걸 포기해버리고 마는 것인데 우리가 살아있는 한은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제대로 된 답이 아니다. 어찌해야 좋은가? 이쯤에서 나는 나의 지난날 경험을 불러내야만 한다. 그러한 때 나는 어찌했던가?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젊은이들도 나에게 묻는 것이리라.그러하다. 나에게도 몇 차례 슬럼프가 있었다. 인생의 슬럼프가 있었고 시인으로서 시가 제대로 써지지 않는 슬럼프가 있었다. 처음엔 무척 당황해하고 답답해하고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던 기억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다.우선은 기다려야 하고 생각을 좀 더 느슨하게 가져야 했다. 단기전으로 생각하지 말고 장기전으로 접근해야 했다. 거기에 첫 번째 항목이 기다림이고 느긋함이다. 시간의 은택을 입어야 한다. 시간이란 참으로 은혜로운 존재이다. 많은 상처를 치유해주고 새로운 능력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가 있다. 사막에 사는 전갈의 이야기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전갈은 사막의 맹독성 절지동물이다. 생김새도 흉측하지만 꼬리 부분에 치명적인 독침이 있어 이 독침으로 먹잇감을 공격하고 나서 그 대상이 죽기를 기다렸다가 식량으로 삼는다고 한다. 때로는 그 먹잇감 가운데 제법 큰 동물도 걸려든다고 한다.그런데 이 천하무적 같은 전갈도 잡아먹히는 때가 있다고 한다. 바로 독침으로 먹잇감을 쏘았을 때이다. 그 순간을 노려 사막여우 같은 짐승이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전갈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갈은 일단 상대방을 쏘고 난 다음에는 재빨리 모래 속으로 몸을 숨긴다고 한다. 한참 동안 있다 몸에서 빠져나간 독이 새로 생겼을 때 슬그머니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바로 이것이다. 기다림이고 물러섬이고 인내이고 시간에 호소하는 방법이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 안에서 새롭게 생기는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비록 작은 동물이지만 우리 인간도 이러한 전갈에게서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하겠다. 이것이 하나의 지혜요 현명이다.나에게 문제가 있는가? 슬럼프에 빠졌는가? 그렇다면 일단은 참을 줄 알아야 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그 나름 궤도 수정도 필요하다. 터닝 포인트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힘을 비축할 때 새로운 출구가 열린다.나 자신만 해도 여러 차례 슬럼프가 있었고 위기도 있었다. 인생의 위기, 시인의 슬럼프. 그 슬럼프와 위기가 그 이후의 나의 인생과 시를 새롭게 좋은 쪽으로 바꾸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고마운 일이고 다행한 일이다.오늘날 우리는 너나없이 성급하다. 기다릴 줄 모르고 참을 줄 모르고 물러날 줄 모른다. 그러니 나날이 고달프고 지치고 답답한 것이다. 목전의 유익이나 편리보다는 보다 먼 날의 성공을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한다. 인생은 의외로 길고 지루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답고 찬란한 것이기도 하다.

2020-03-05 14: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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