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김태선의 디자인, 가치를 말하다] 넘어서야 할 선(線), 이루어야 할 선(善)

[김태선의 디자인, 가치를 말하다] 넘어서야 할 선(線), 이루어야 할 선(善)

3월이다. 개학 시즌이지만 난데없이 몰아닥친 코로나19 사태로 학교들이 개학을 늦춘 까닭에, 아직도 교실에서의 첫 대면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디자인을 가르치는 일을 10년 넘게 하면서도, 내게 수업은 많은 한계를 넘어야 하는 일이다. 이제 수업은 특정 세부 영역 간의 경계선(線)을 넘나들며 융합할 수 있어야 하고, 세대가 다른 학생들을 이해해야 하는 선(善)함도 요구한다. 이것은 디자인 작업도 마찬가지다. 디자인 작업은 의뢰받은 디자인 과제에 대한 최적의 해결안 도출을 위해 상품의 외관, 기능성, 경제성 등 영역 간 선(線)을 넘어서야 하고 고객의 이익은 물론 사회적 책임도 담아낼 선(善)함이 필요하다.수업과 디자인이 선(線)을 넘고 선(善)을 갖춰야 하는 이유에는 학생, 고객, 사용자, 결국 '사람'이 있다. 정현종 시인은 '방문객'이라는 시에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했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고 "한 사람의 일생이 함께 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누군가'의 일생이 압축된 현재를 공유하는 것이다. 학생을, 사용자를 혹은 소비자를 진정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때, 수업도 디자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디자인에서 '공감과 이해'의 중요성은 2012년 진행된 '생명의 다리'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한다. 이 프로젝트는 한강 다리 중 투신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마포대교의 자살률 감소를 목적으로, 투신방지벽 같은 물리적 방법이 아닌 감성적 접근을 시도했다. 난간대에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시원하게 한번 얘기해봐요" 등 위로 메시지를 쓰고, 보행자의 움직임에 따라 불이 들어오게 했으며, '생명의 전화'를 설치해 대화형 접근을 시도했다. 참신했다.효과가 있었다. 'SOS 생명의 전화'가 설치된 한강 다리 5곳에서 자살을 시도했지만 다시 삶으로 돌아간 사람은 163명으로 이 중 70%는 '생명의 다리'가 설치된 마포대교에서 전화를 걸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생명의 다리' 소식은 빠르게 확산되며 자살 방지 여론도 형성했다. 또한 세계 유수의 광고제들을 휩쓸며 '생명의 다리'는 성공적 디자인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얼마 후, 마포대교의 자살자 수는 다시 증가했다. 2012년 15건이었던 마포대교 자살 시도는 2013년 96건, 2014년 128건이 되었다.무엇이 문제였을까? 사람들은 "수영 잘 해요?" "하하하하하하하" 등 위로의 메시지가 산책하는 사람들에겐 힐링이 되어도,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엄중한 현실엔 맞지 않는 가벼운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참신함에 감탄했던 내 입장에서 보면, 시간이 흘러 해결안이 노출되면서 참신함을 잃은 것도 한 요인인 듯싶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막다른 길에 선 사람에 대해 전문적 조언을 할 수 있는 심리학자나 상담사 등과 밀도 있는 융합이 이루어졌다면 한계선(線)을 넘어, 누군가의 삶에 에너지를 주고,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선(善)한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수업이든 디자인이든 사람이 하는 일은 사람을 향하기 위해 결국 선(線)을 넘고 선(善)을 갖춰야 한다.

2020-03-16 18:00:00

[신병주 교수의 역사와의 대화] 학을 떼게 했던 질병, 학질

[신병주 교수의 역사와의 대화] 학을 떼게 했던 질병, 학질

코로나19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공황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12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Pandemic) 즉,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마마와 더불어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흔하면서도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질병은 학질(瘧疾)이었다. 학질은 사람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포악스러운 질병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19세기 후반 조선에 온 의료 선교사 알렌이 1885년부터 1년간 제중원에서 진료한 후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학질 환자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난다.학질은 말라리아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면 모기의 침샘에 있던 말라리아 원충이 사람의 핏속으로 들어가 감염되는 질병이다. 학질에 걸리면 설사, 구토, 발작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열이 심하게 나면서 땀을 많이 흘렸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학질에 대해 '처음 발작할 때에는 먼저 솜털이 일어나고 하품이 나고 춥고 떨리면서, 턱이 마주치고 허리와 등이 다 아프다. 춥던 것이 멎으면 겉과 속이 다 열이 나면서 머리가 터지는 것같이 아프고 갈증이 나서 찬물만 마시려고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학질은 시간 간격을 두고 증상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를 '직'(直)이라고 표현했다. 임진왜란 시기 피란 상황을 일기로 남긴 오희문의 '쇄미록'에는 '아들의 처도 학질에 걸려 지금까지 10여 직을 앓았다'고 표현하고 있다.병에 걸렸을 때도 고생이 심할뿐더러 그 병이 낫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기에, 지금도 괴롭거나 힘든 일에서 벗어나느라고 진땀을 뺄 때 '학을 떼다'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쇄미록에도 '이각'(離却)이라고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에도 학질에 대해서는 '떼고 물리친다'는 표현을 했음을 알 수가 있다.쇄미록에는 오희문 본인을 비롯해 가족들이 학질로 고생한 모습이 나타나 있으며, 막내딸 단아가 학질로 사망했음을 기록하고 있다. 단아는 1593년 5월 학질에 감염됐고, 1597년 2월 결국 사망했다. 오희문은 "아들이 앉아서 단아를 안고 내가 양손을 잡고 있는데, 잠시 뒤에 기증(氣證)이 위로 올라오고 가래까지 끓어 말도 하지 못한다.…약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고 가래가 끓어서 소리가 나더니 끝내 내려가지 않고 콧구멍으로 도로 나온다. 결국 말 한마디도 못하고 훌쩍 떠나 버렸다"고 하며 딸을 잃은 아픔을 표현했다.조선시대 학질의 치료법으로는 의학적 처방과 함께 주술, 제사와 같은 방법들이 시도됐다. 동의보감에서는 학질이 음과 양이 뒤섞이고 오한과 열이 번갈아 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단 음과 양을 갈라지게 하는 처방법을 썼다. 음과 양을 가르는 약으로 시령탕 등을, 세게 치는 약으로 불이음 등을, 위기(胃氣)를 보하는 약으로 노강양위탕 등을 처방했다.학질 치료에는 주유(呪由), 양법(禳法), 불양(祓禳) 등의 기도나 푸닥거리가 행해지기도 했다. 주술에 의지하는 경향은 왕실에서도 행해졌다. '세종실록'에는 양녕대군이 학질에 걸리자 어의(御醫)와 주문(呪文) 읽는 승려를 보내어 치료하게 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효종 대에는 세자가 학질을 앓았는데 침이나 약, 부적도 효험이 없었다. 옹이 '놀라게 하면 학질을 떨어지게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세자 옆에 질그릇을 떨어트려 놀라게 하려다가 궁녀가 떨어져 죽은 사례가 '공사견문록'에 기록돼 있다.쇄미록에도 '밤에 사내종을 시켜서 학질 귀신을 잡게 했다'는 기록이 보이는데, 얼마나 답답했으면 주술이나 귀신의 힘으로 학질을 물리치고자 했을까? 과학과 문명이 발전한 현재도 코로나19의 공포로 각종 민간요법이 전파되고 가짜뉴스까지 횡행하는 것을 보면, 옛사람들의 행위들이 이해되기도 한다. 질병이 쉬이 물러가 소중한 인명이 보호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조선과 오늘날의 사람들 모두 같을 것이다.학질의 극복이 '학을 떼다'라는 말로 이어졌듯이, '코로나를 떼다'라는 말이 과거의 이야기로만 남을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2020-03-16 17:02:06

[기고] 마스크 대란

[기고] 마스크 대란

마스크가 일상에 등장한 것은 변장의 목적이나 방한의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존재의 가치가 별로 없던 마스크가 대구 시민들의 생명줄이 되면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사람과의 대화 주제가 마스크로 시작해서 마스크로 끝나고, 타지에 살고 있는 친인척들은 스스럼없이 마스크를 보내주기도 하고, 손재주 있는 사람은 재봉틀을 돌려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나누기도 한다. '왜 중앙정부는 처음부터 중국인을 전면 차단하지 않았느냐?' '왜 대구시는 처음부터 신천지를 전격 조사하지 않았느냐?' 시민들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가릴 것 없이 분노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결과를 가지고 과정을 비판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초기부터 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미처 닿지 못한 가정의 오류도 있을 수 있겠고 정무적 판단도 있을 수 있다. 통치행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정치의 영역이 사라지고 정치의 영역이 사라지면 즉시적 대응이 힘들어진다. 통치행위의 잘잘못은 투표를 통해서 결정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일반적 원리이다.지방정부든 중앙정부든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데는 실패한 듯하다. 시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사이에 가짜 뉴스는 안방을 점령하고 마구 쏟아져 나왔다. 마스크 대란은 이 과정에서 태동하고 전파되었다. 정부에 대한 비난과 불신까지는 괜찮았는데 이 불안과 공포의 시기에 시민들이 믿을 곳을 잃게 된 것이다. 코로나19의 위험에서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유일한 무기로 마스크를 믿기 시작한 것이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순간 우리 가족은 코로나19 전염으로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마스크를 졸지에 신격화하고 말았다.물론 마스크가 전쟁을 치르는 종족들 사이에 좀 더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 사용된 시절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원시시대의 이야기다. 현대에 와서 전투에서 마스크를 사용한 예는 없다. 가스전을 대비해 방독면을 사용한 정도가 전부이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19와의 전투는 원시적인 싸움이다. 물론 전염병 창궐로 몇천만 명이 죽었다는 기록도 있고 공동체가 몰살당한 예도 있고 왕조가 사라진 예도 있었을 것이다.현대에 와서 전염병으로 공동체 사회가 붕괴된 예는 없다. 공포의 재생산과 확산이 사회를 마비시키고 공동체를 파멸로 몰고 가는 것이다. 잘 진화된 도시의 허점을 파고든 감염병과의 힘든 싸움 과정에 마스크를 정부보다 더 신뢰하게 된 작금의 현실이 참으로 슬프고 안타깝다.이번 마스크 대란이 끝나면 어떤 방향으로든 이 사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거라는 사실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 난국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함께'라는 공동체 의식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나 때문에 더 위급한 이웃이 곤경에 처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혼자만 살아남을 재간이 없고 혼자만 전염병의 전파에서 안전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늘 재난영화에는 영웅이 등장한다. 하지만 진짜 영웅은 공동체 의식으로 뭉친 조연들이고 영화가 끝나는 순간의 환호는 조연들의 몫이다. 하지만 재난영화를 보면 혼자 살겠다는 욕심으로 자신의 수명을 단축시키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는 등장인물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의 시점에서 어떤 배역을 맡을지는 전적으로 우리들의 몫이고, 얼마나 열연할지 또한 전적으로 출연진인 우리 시민들의 몫이다.

2020-03-16 15:25:02

[세계의 창] 국경폐쇄가 아니라 협력이 중요하다

[세계의 창] 국경폐쇄가 아니라 협력이 중요하다

日, 한국인 입국자 2주간 격리 조치강제 징용·수출규제 문제와 관련성방역 이외 감정 섞으면 관계 더 악화물리적 단절 재고 관계 개선 도모를한동안 잊고 있었던 중국과 일본의 지인에게서 메일이 왔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외신으로 전해지는 대구의 상황을 보고 안부가 궁금했단다. 중국 지인은 생필품이나 마스크가 부족하면 알려 달라고 했다. 코로나19의 위기를 넘겼다는 약간의 안도와 함께 한국을 걱정하는 뉘앙스였다. 항저우의 대학에 근무하는 그는 방학 중 고향에 왔다가 돌아가지 못하고 인터넷 수업을 하고 있었다. 아직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 학교는 대부분 원격 수업 중이라고 한다.연락이 온 일본인 가운데 어느 정도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있다. 그가 속한 단체는 필자의 책을 일본에 번역 출간하는 데 도움을 주었었다. 그 역시 대구를 걱정하면서 일본은 마스크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지금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은 최대한의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는데, 일본은 "미지(未知)의 위협에 대한 매뉴얼이 없고, 병원에 입원할 정도가 아니면 검사를 하지 않는데, 어느 쪽이 방역에 효과적일까를 관찰하고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덧붙였다. 신종 감염병의 방역에는 정해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이처럼 위기가 때로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연대와 유대감을 싹틔운다. 반면에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세계 각국이 한국에 대해 문을 걸어 잠그듯이, 물리적 단절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상황을 보면,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구호가 떠오른다. 국경 폐쇄나 봉쇄가 보건과 질병예방 등 이른바 인간 안보(human security)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효과가 있어도 일시적, 부분적이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1월 30일 "여행 또는 무역제한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지난 13일에는 팬데믹(pandemic·세계 유행)을 선언하면서도 극복을 위한 연대를 강조했다. 감염병 통제를 위한 국경 폐쇄 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일찌감치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이탈리아는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낼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으나,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거나 왕래가 자유로운 프랑스와 독일 등은 국경 폐쇄보다는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탈리아의 상황은 팬데믹에 편승한 국경 폐쇄보다는 국내의 에피데믹(epidemic·지역 유행) 방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보건 강국이라는 일본이 지난주부터 한국인 입국자를 2주간 격리시키는 사실상의 국경 폐쇄 조치를 취했다. 한국은 대응 조치로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했다. 입국과 여행의 자유를 보장하니, 일본보다 훨씬 여유가 있는 조치이다. 법무부 집계로는 입국 제한 첫날 일본에 입국한 한국인은 3명, 한국에 입국한 일본인은 5명이라고 한다. 왕래가 불가능하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 온 정부 간 정책대화도 화상회의를 하는 지경이다. 전쟁 중에도 최소한의 왕래는 있고, 근대 이전의 쇄국시대에도 표착민과 밀수꾼들이 있어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선진' 문명국가에서는 보기 드문 폐쇄성이다. 현재 국경 폐쇄는 대체로 의료체계가 취약한 국가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Jim Rogers)는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2019)라는 책에서 "일본은 50년 내에 국가의 존폐를 논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빠져들 것이다"고 했다(p.6). 저출산, 국가부채 그리고 폐쇄성을 그 이유로 꼽았다.(한국은 통일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고, 곧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 했다)문제는 일본의 국경 폐쇄 조치가 코로나19의 방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도 하지 않은 데에는 강제징용 문제와 국내 정치용의 한국 때리기가 작동했다고 전해진다. 작년 7월의 수출규제 조치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전염병은 보건문제로, 강제징용 문제는 역사의 보편적 정의의 문제로, 국내 문제와 국제 문제는 분리해서 풀어야 한다. 물감을 온통 섞으면 검은색이 되고, 빛은 섞으면 흰색이 된다. 문제를 섞어버리면 양국 관계는 더 암울해진다.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협력할 때이며, 이를 계기로 관계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2020-03-16 15:13:25

[매일춘추] ‘1-3(일상) Hello; 어떻게 지내’

[매일춘추] ‘1-3(일상) Hello; 어떻게 지내’

"재택근무가 좋을 줄 알았는데, 집과 직장이 불분명해지니 답답하네요.", "이제는 누구라도 붙들고 얼굴 마주 보며 이야기하고 싶어요." 코로나로 변화된 일상을 대변하듯 내뱉는 말이다.코로나 국면이 길어지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와 영어단어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를 합성한 신조어인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사회활동 위축 등으로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일상 변화로 생활 속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2018년 모 기업에서 세계 주요국가 23개국을 대상으로 '건강과 웰빙' 전반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는 '시그나 360°웰빙지수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웰빙지수는 조사국 중 꼴찌인 51.7점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웰빙지수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바로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외래어 중 1위가 '스트레스'라는 말이 빈말이 아닌 셈이다.일상생활 속 스트레스 요인을 찾아내고 디자인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트레스 프리 디자인'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역은 '스트레스 프리 디자인'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시민들의 이용률도 높고, 출퇴근 시간대 혼잡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는 공간인 지하철에서의 스트레스 개선을 위해 적용된 사례이다.멀리서도 환승구간임을 알 수 있도록 각 노선 색으로 이동 방향을 화살표로 표시하고, 출구 근처 바닥엔 출입구까지 가는 화살표 방향과 예상 소요시간도 표기한다. 지하철 플랫폼엔 승하차하는 이용객들의 충동을 방지하기 위해 노란색 선으로 대기라인을 그리고, 혼잡구간임을 알리는 문구를 스크린 도어에 새겨 이용객들의 배려 있는 행동을 유도한다.물론 안전사고 예방의 의미도 상당하다. 광고판과 손잡이 등 지하철 곳곳에는 지하철에서 흔히 겪는 타인의 민폐 행위와 지켜야 할 에티켓을 소개하는 캠페인 '에티켓과 모르쥐' 만화광고도 실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한 것이 '스트레스 프리 디자인'이다. 디자인 적용 후 이용객들은 헤매는 시간이 감소하고, 올바른 위치에서 대기하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스트레스 프리 디자인'이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것이다.코로나로 지친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는 심리면역으로 이겨내면 어떨까?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소통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평소에 미뤄두었던 영화나 책 읽기도 좋은 방법이다. 그 중에서도 하루 3명의 지인에게 메신저, 영상통화 등으로 안부를 전하고 SNS로 건강한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심리방역 캠페인인 '1-3(일상) Hello; 어떻게 지내'의 실천으로 서로 따뜻한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2020-03-16 14:11:18

[일상중국] 우한봉쇄령 해제(?)되는 중국

[일상중국] 우한봉쇄령 해제(?)되는 중국

중국 베이징에서는 1월 23일 전격 봉쇄된 지 두 달여가 되는 3월 23일 자로 '우한(武漢) 봉쇄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우한 봉쇄만 풀면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셈이다.이제 중국은 오히려 세계로 열린 문(門)에 빗장을 닫아걸고 외부 유입에 의한 코로나 사태 재발에 역량을 쏟는 분위기다.중국 내 코로나 사태는 종식 선언만 앞두고 있는 듯, 속속 정상화 채비를 갖추고 있다. 휴교와 휴업 상태의 각급 학교는 일부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개학을 했거나 개학 준비를 마쳤다. 칭하이와 신장, 티베트 등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생활은 일상으로 돌아갔다.코로나19 발병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 주석이 10일 우한을 전격 방문한 것은 사실상 우한 코로나 사태의 종식을 대내외에 선언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우한이 속한 후베이성 정부는 시 주석이 돌아간 다음 날인 11일 자로 우한시 소재 주요 기업들에 대해 '조업제한령'을 완전 해제했다. 도시 봉쇄 해제에 앞서 우한의 주요 기업들에 대한 조업 재개를 승인함으로써 코로나 사태 극복 수순에 나선 것이다. 실제 공장 재가동은 추가방역조치를 완료하고 직원들의 출근 준비 등이 마무리될 즈음, 봉쇄령 해제와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공식 발표된 3천여 명의 사망자, 6만8천 여 명의 확진자, 1천여 만 명에 이르는 우한 시민들의 두 달여간 감금과 다름없는 격리생활이라는 엄청난 희생 속에 이뤄낸 값비싼 대가가 중국의 코로나 사태 조기 종식이다.중국이 코로나 사태를 일사불란하게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초기 방역 실패에 대한 민심 이반을 적시에 차단하는 선제 조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시 주석의 조치나 중국에 대해 '용비어천가'를 부르려고 하는 게 아니다. 춘절 당일임에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소집, '전염병 대책 영도소조'를 설치하고 권력 서열 2위 리커창 총리에게 사태 수습의 총괄을 맡긴 시 주석이다. 리 총리는 곧바로 우한으로 날아가 며칠간 상주하면서 공포에 휩싸인 우한과 후베이 민심을 살피면서 방역대책을 총괄하는 악역을 자임했다. 연일 확진자가 2천여 명씩 폭증하는 봉쇄된 우한은 지옥과도 같은 상황이었다.우한시 당 서기와 우한 시장 등이 "초기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우한을 빨리 봉쇄하지 못한 점 등을 지적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며 초기 방역당국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고 실토하고 나서자 시 주석의 조치는 더욱 단호했다. 감찰에 착수, 2월 10일 후베이성 위생건강위 당서기와 주임을 면직시킨 데 이어 13일에는 장차오량 후베이성 서기와 우한시 서기를 경질했다. 대내외적으로 통계 의혹이 일고 있던 확진자 기준도 바꿔 핵산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폐 CT 촬영에서 폐렴이 확인되면 확진자로 합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던 '장수'의 목을 친 셈이다. 전투 중에는 장수를 교체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깬 파격적인 조치였다.우리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도 일견 중국을 따르는 모양새였다. '우한 봉쇄령'처럼 '대구 봉쇄령'을 검토했으나 여당 대변인의 '입방정' 때문에 실행하지 못한 것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을 제치고 정세균 총리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에 임명한 것은 중국의 '영도소조'를 흉내낸 것과 다르지 않다.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격전지 후베이성과 우한시의 책임자인 당서기를 경질하면서 '우한 사태' 수습의 물꼬를 돌린 중국의 조치를 기대해볼 만하다.우리 정부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실질적인 코로나 사태 지휘관이다. 그는 코로나 사태의 확산 원인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원으로 중국에서 입국한 한국인을 지목, 교민은 물론 온 국민의 공분을 샀지만 꿋꿋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의료계의 의료용 마스크 부족 호소에 대해 '의사들의 마스크 사재기 때문'이라고 국회에서 답변하면서 의사들을 '마스크 사재기꾼'으로 몰았다.이런 자가 정부의 코로나 사태 수습을 지휘하는 사령탑이라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해서라도 온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사령탑을 교체한, 중국의 선제 조치를 제대로 배우고 따르는 게 어떤가?

2020-03-16 06:30:00

[기고] '함께'라는 마법을 걸자

[기고] '함께'라는 마법을 걸자

중학교 때 '나의 연대기 쓰기'라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고 할아버지의 손자이며 형의 아우 등을 써 내려가다가 깜짝 놀랐습니다.'나'는 한 개인이지만 개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나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로서 서로 연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나의 불행이 나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고 나의 행복이 나에게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불행하게도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더욱 깨닫게 됐습니다. 이웃과 이웃, 학생과 선생님, 대구와 전국, 더 나아가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하루하루 새로운 확진자 중에서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몇 명인지를 챙기는 경북교육청의 시계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경북교육청도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우리 지역의 아이들만큼은 우리 손으로 살피고 챙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경북 교육 가족들의 지갑을 열게 했습니다. 이미 아이들이 없는 개학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버린 슬픔이, 한 아이의 불행은 우리 모두의 출구 없는 불행이라는 마음이 함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20여 년 이어온 '난치병 학생 돕기 캠페인' 경험도 한몫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경북의 교육계와 학생들이 백혈병이나 심장병 등 희귀 질환을 앓는 도내 저소득가정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랑의 온도계입니다.경북교육청은 우리 아이들의 아픔뿐 아니라 교육적 소외 국가의 아픔도 보듬고자 했습니다. 2006년부터 시작된 마야문명이 있는 과테말라공화국과의 정보통신기술(ICT) 우정이 그것입니다. 정보화 관련 인프라 기술과 기자재 활용, 현지 교원 연수 등 이러닝(E-Learning)과 ICT 분야의 멘토 역할을 하는 것도 피부색이 다르고 말도 다르지만 서로 아름다운 배움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해야 더 행복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미래 인재에 필요한 것은 로봇과 차별화되는 사람의 역량입니다. 감성과 인성, 협력과 협업, 배려와 공감과 같은 인간의 영역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경북 교육은 코로나19 극복이나 난치병 학생 돕기와 같은 캠페인 활동과 해외 지원 사업을 통해 '함께'의 저변에 배려와 존중도 심으려 합니다. 서로 다른 빛깔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성장의 시간을 배려해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성장과 결실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경북 교육의 희망입니다.잔디 씨앗은 듬성듬성 뿌려지면 잘 자라지 못합니다. 씨앗이 서로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을 때 더 잘 자랍니다. 오밀조밀 붙은 씨앗이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양분을 나눠 가지며 더불어 자라야 더 튼실해진다는 것을, 공존의 반대는 경쟁이 아니라 공멸이라는 것을 아는 듯합니다.그러고 보면 잔디가 자라는 모습이 사람살이와 똑 닮았습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 힘든 이웃을 방치하면 곧 그 어려움이 나에게로 되돌아옵니다.인류는 세균과 바이러스 전쟁을 여러 번 겪으면서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한 번도 굴복한 적이 없습니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퇴치했고 이겨냈습니다. 모여 자라는 잔디처럼 공존하려면 모두가 함께 더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코로나19 최전선에서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조금만 더 '함께'의 마법을 걸어 봅시다.함께 이겨낸 이번 봄에는 봄꽃들도 더 향기로울 것입니다.

2020-03-15 16:28:57

[이른 아침에] 마스크가 민심이다

[이른 아침에] 마스크가 민심이다

정부가 마스크 문제를 다뤄온 우왕좌왕 과정들을 보면 답답 이제 와서 천 마스크 쓰라거나 사용 줄이자는 소리는 참 민망앞산 자락의 한 산책 길이다. 탁 트인 데다 바람도 잘 분다. 전문가의 말대로면 이런 곳에선 마스크를 안 해도 된다.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벗는 사람이 없다. 침방울이 튄다는 2미터보다 훨씬 더 뚝뚝 떨어져 걷는데도 그런다. 혹여 벗고 싶다 해도 눈치가 보일 정도다. 마스크가 그냥 마스크가 아니게 된 셈이다. 그걸 하지 않고선 외출을 못 하는 사회적 상규, 그러니까 조선 양반의 갓이나 여인의 쓰개치마처럼 되었으니 말이다.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대책이란 게 마스크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산꼭대기에서조차 쓰고 있다 한들 오죽하면 그럴까 싶다. 마스크 수급이 고민인 정부로서야 말리고 싶겠지만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건 정부가 미리 더 잘했어야 할 일이었다.물론, 그렇다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정부를 무턱대고 비난하자는 건 아니다. '코로나19가 곧 종식될 것이다'라고 전망한 대통령을 무슨 죽을죄라도 지은 것처럼 욕하고 싶지도 않다. 그땐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전망을 그렇게 한 것과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부는 코로나19가 잠시 숙지고 있을 때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진단 시약을 추가로 승인하는 등 상당한 대비를 해왔다.사태 초기에 우리가 '대구의 아들'이라며 찬양해 마지않던 봉준호 감독과 대통령이 일정대로 '짜파구리' 먹은 걸 가지고 옹졸하게 물고 늘어질 생각도 없다. 이 글로벌한 세상에서 일찌감치 중국인들을 막았더라면 이리 되지 않았을 거라는 주장 또한 그리 타당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될 일이었으면 처음부터 중국인 입국을 막았던 이탈리아와 지금 유럽의 상황은 설명이 안 된다. 그리고 가정이긴 하지만 정부가 진짜로 중국과의 모든 출입을 금지했더라면 방역에 별 효과도 없는 보여주기식의 조치로 경제만 망하게 했다는 비난에 직면했을지도 모른다.아무튼 투명한 정보 공개, 공격적인 검사, 적극적인 격리 및 치료 등으로 우리가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건 맞다. 미국 하원의 코로나 청문회에선 '우리는 왜 한국처럼 못하느냐?'는 의원들의 항의성 질문이 잇따랐다. 캐럴린 멀로니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은 '우리가 두 달 넘게 검사한 사람보다 한국의 하루 검사 인원이 더 많다'며 미 행정부의 분발을 촉구했다. 해외 언론과 각국의 전문가 그리고 정상들도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우리 국민과 정부의 놀라운 역량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마음이 뿌듯해지는 순간이다.하지만 여기까지다. 마스크 문제로만 돌아오면 그런 마음은 금세 식어버린다. 지금까지 정부가 마스크 문제를 다뤄온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마스크를 중국에 갖다 바쳤다는 등의 무작한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질책이 다섯 차례나 있을 동안 바뀐 게 없었고 내일 모레쯤이면 해결될 거라던 총리의 말은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하게 된 지금의 마스크 5부제는 진즉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시행 첫날 서버에 과부하가 걸린 것도 충분히 예상하고 미리 조치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노약자와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 또한 마찬가지다. 사전에 조정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국민들에게 천 마스크를 쓰라거나 사용을 줄이자고 하는 것도 참 민망한 일이다. 그건 정부가 국민보다 앞서 할 소리가 아니다.국민들은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해 집 밖을 나서고 그것으로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하루를 버틴다. 마스크가 단순히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예방적 보조 장치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약자를 위한 마스크 양보까지 국민들은 정부가 하라는 걸 다 하고 있다. 그리고 바라는 게 겨우 하루에 마스크 한 장이다. 그러니 정부는 코로나19와 싸우는 일을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다 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기 전에 마스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걸핏하면 호소만 할 게 아니라, 그리고 우왕좌왕할 게 아니라 단호하고도 비상한 노력과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드라이브 스루'처럼 정부가 세계 각국의 칭찬을 받을진 몰라도 정작 국민의 칭찬을 받기는 어렵다. 마스크가 곧 민심이다.

2020-03-15 15:42:02

[매일춘추] 삶의 끝자락의 생각

[매일춘추] 삶의 끝자락의 생각

우리들의 마음을 가장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마도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 바로 '연민과 사랑' 일 것이다.'연민과 사랑'은 우리의 삶 속에서 행복하고 즐거웠던 '좋은 기억'들과 슬프고 가슴 아팠던 소소한 삶의 기억들로 이루어져 있다.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가장 쉽게 움직이고 감동받을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바로 '연민과 사랑'이다. 이것 없이는 우리에게 짠한 감동과 같은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이렇게 '연민과 사랑'은 우리 모두가 가슴으로 겪어본 가장 일상적인 경험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소소한 기억들을 가슴속 기억 저장고에 차곡차곡 쌓아놓고서 때로는 기억 저장고에 의지하여 행복한 삶의 흔적을 찾고 회상한다. 이러한 기억은 나와 가장 가깝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바로 가족들을 통해 가장 많이 생산된다. 또한 서로 사랑을 나누며 즐거움이 배가 되고 슬픔은 반으로 나누며 서로에게 힘을 주고 의지하며 다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간다.우리들은 버킷리스트라는 것으로 나의 인생에서 가장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내가 생을 마감할 때 어떠한 것들이 생각이 나며 어떠한 것이 후회로 남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으로 스티브 잡스를 떠올린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부의 상징의 대표적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죽기 전 세상에 던진 말들이 우리에게 많은 삶의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그는 비즈니스로 세상의 끝을 보았으나 엄청난 사회적 부가 병상에 누워있는 자신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단지 내가 살아 있음을 알리는 기계음은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두려움과 과거 부의 축적만을 위해 살아온 자신의 삶의 방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부는 나를 위해 많은 것을 대신해 주었지만 정작 죽음 앞에선 나의 고통은 대신할 수 없었다. 또한 그는 생을 유지할 적당한 부가 있다면 돈을 버는 일 이외의 더 소중한 다른 것을 위해 실천하라고 했다. 돈은 죽을 때 가져갈 수 없고 오로지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넘쳐나는 소소한 '사랑의 기억들'이라고 하였다.곧 죽음을 맞아야 하는 한 노인이 있었다. 그는 죽기 전 병상에 누워 소박한 소원을 말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 그가 원한 소원은 태양이 지는 석양을 잠시라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사람들은 죽음이 다가옴을 느낄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다든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소중한 추억을 회상할 것이다. 그는 아마 석양을 보며 과거의 많은 기억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만약 그가 행복한 삶의 기억을 많이 가졌다면 아마 편안하게 눈을 감았을 것이다.모두 자신의 삶을 뒤돌아볼 여유가 있는 오늘을 살기를 바라며….

2020-03-15 14:30:00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조희룡(1789-1866), '괴석'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조희룡(1789-1866), '괴석'

조선 말기 주요 화가 중 한 명인 조희룡의 작품이다. 구체적 묘사가 없어 모르고 보면 무얼 그렸는지 알기 어렵다. 연한 먹의 윤곽선과 쐐기 같은 선으로 울퉁불퉁한 형태와 표면의 질감을 나타냈고, 짙은 먹의 상큼한 검은 점들을 물방울이 튀듯 찍어 그려낸 것은 돌이다. 원추형 모필 붓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필획의 묘미를 먹색의 농담으로 활용해 그렸다. 19세기 들어 돌 그림이 유행했다. 추사체를 잘 배운 필치로 그림 위쪽 여백을 모두 글자로 채워 글씨가 그림에 부속되는 화제라기보다 서예로서 그림과 병렬되며 화면을 구성했고, 이 글씨의 내용은 곧 문학이라 시서화가 하나로 융합된 작품이다.거기다 성명인(姓名印)이나 자호인(字號印)이 아닌 예술성 높은 두 방의 인장을 화제의 처음과 마지막에 찍어 인장예술인 전각까지 포함하고 있어 시서화인(詩書畵印)이 사절(四絶)을 이룬다. 시정화의(詩情畵意)의 문학성, 서화일치(書畵一致)의 서예성은 식자층이 그림에서 중요하게 여긴 가치인데, 그들의 차별적 취향은 이렇게 괴상한 돌덩이, 돌멩이를 그리는 괴석화(怪石畵) 장르를 출현시켰다. 명나라 말에는 돌 그리는 법을 따로 모은 '석보(石譜)'도 나왔다.하나의 취향이나 유행에는 선구자가 있게 마련인데 많은 자연물 중 돌에 각별히 감정을 이입해 애석가(愛石家)의 원조가 된 인물은 북송의 서예가이자 화가인 미불이다. 미불은 멋진 돌을 보면 의관을 차리고 절을 했다고 해서 고사인물화인 '미불배석도(米芾拜石圖)'의 주인공이 되었다. 미불이 애호한 것은 장대한 기암괴석이었다고 하는데 애석의 역사는 정원의 조경석으로, 실내의 수석(壽石)으로 이어졌다. 수석은 자연의 영원성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바탕으로 돌의 불변하는 성질이 장수(長壽)의 길상과 결합하여 고상한 애호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인장은 '천초(川艸)', '범부시화(凡夫詩畵)'이고 화제는 이렇다. 동원의 마피준, 범관의 우점준, 이장군의 소부벽준, 이당의 대부벽준, 거연의 단필마준·이 리발정준, 미원휘의 타대준, 예운림의 절대준 등은 이 돌 그림에 어울리지 않는다. 혹 사용한다면 우점준과 타대준을 쓸 수 있지만 또한 거기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동원마피준(董源麻皮皴) 범관우점준(范寬雨點皴) 이장군소부벽준(李將軍小斧劈皴) 거연단필마준(巨然短筆麻皴) 니리발정준(泥裏拔釘皴) 미원휘타대준(米元暉拖帶皴) 예운림절대준(倪雲林折帶皴) 불여어차석(不與於此石) 혹가용자(或可用者) 우점타대(雨點拖帶) 역불가니야(亦不可泥也) 원래 붓을 다루는 용필법 훈련에는 바위를 그려보는 것 이상이 없다는 화론이 있었다. 조희룡은 중국 역대 대가들의 이름과 그들의 고유한 필치인 준법(皴法)을 나열하며 자신의 돌 그리는 법은 이와 다르다고 했다. 대단한 자부심이 아닐 수 없고, 이 '괴석(怪石)'의 시서화인이 결합한 지적인 품위와 미니멀 한 추상미를 보면 그의 자부가 과장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미술사 연구자

2020-03-15 06:30:00

[2020 세상 읽기] 늙은 쥐의 時事유감(3) 달 코로나

[2020 세상 읽기] 늙은 쥐의 時事유감(3) 달 코로나

중국 코로나 사태가 50여 일간 지속되면서 나라의 민생과 경제가 파탄 직전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이 세계 120개국으로부터 입국제한을 받는, 중국 다음의 민폐국가가 되고 말았다. 대만, 몽골, 베트남보다 못한 정부의 위기관리 대응이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위기관리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라'는 것을 기본지침으로 한다. 위기가 끝나기 전에는 그 추이나 전모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객관적 대응도 아닌 낙관적 대응으로 일관하다 유례가 없는 국난을 부르고 말았다. 대통령 1인의 광신적 믿음이 인재 즉 달 코로나 사태로 비화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몇 가지 위기관리 원칙만 지켰다면 일이 이처럼 흉악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① 초기 대응이 위기관리의 열쇠다.위기는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 한다. 지금의 현실이 딱 그 짝이다. 초기 대응에 성공한 대만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는 50명 언저리인데 비해 한국은 그 200배인 8000명에 가깝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중국이 우한(武漢)을 봉쇄한 1월 23일을 위기 시발점으로 선포했어야 했다. 그때 대만은 마스크 수출금지조치를 내렸고, 몽골(확진자 11명)은 중국 국경을 봉쇄했다. 의사협회가 2월 1일 중국인 등의 입국제한을 요구했을 때가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대통령은 공산 종주국(?)의 눈치를 보느라 입국제한을 귓등으로 흘려들었고, 비축해야 할 마스크들을 중국으로 대량 진상했다.코로나가 확산된 2월 13일에도 대통령은 곧 사태가 종결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잘못된 신호를 내보냈다. 정부와 여당은 이런 미신적 전망에 일제히 맹종했다. 신천지도 걱정 없이 예배를 봤다. 의사협회의 입국제한 경고는 그 뒤 6차례나 이어졌지만 정부는 마이동풍이었다. 그 결과가 지금 보는 생활과 경제의 총체적 파탄이다. 5000만 국민의 안위를 뒷전으로 돌린 이번 위기대응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국민생명권 침해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2월 25일 대통령은 사태의 진원지인 대구를 방문해 국가자원을 총동원해 대구·경북을 지원하라고 말했다. 그뿐이었다. 그날 당장 1000억을 정부 지원금으로 내놨다면 수천억의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대구·경북에서 사태 종결이 하루라도 앞당겨지면 국민생활과 경제가 그만큼 나아지기 때문이다. 간절한 초기대응 예산을 아끼고, 안 써도 될 12조원의 추경을 선거 선심용으로 집행하는 것은 집을 다 태우고 바깥마당에 물을 뿌리는 꼴이다.② 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라.코로나 확진자 발생이 본격화된 2월 20일 대통령 부부는 청와대에서 짜파구리 앙천대소로 전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나라에 재앙이 닥쳤으나 대통령은 기생충 놀이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 때 야당 대표이던 자신의 온갖 정부 비난 발언과 의혹 제기를 누워서 침 뱉기로 만든 사건이었다. 대통령의 이런 허술한 인식은 이후 당정청의 대구 봉쇄, 대구 코로나, 대구 사태 같은 잔인한 발언들로 뒷받침됐다. 민주당을 찍지 않아서 그런 험한 꼴을 본다는 요설, 괴변들이 그 뒤를 이었다. 코로나 진원지가 광주·전남이었다면 정부가 이런 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대통령은 코로나 사태로 나라 전체를 불안과 공포에 빠트렸다면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고 진정 어린 사과를 했어야 했다. 필요하다면 몇 차례나…. 그것이 난국에 처한 국민과 공감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사태 발생 이후 단 한 번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소련의 스탈린이나 중국의 모택동 같은 공산주의자들은 수천만의 인민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낯 색깔 한 번 바꾸지 않았다. 인민은 정권의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고 오직 마스크(?)에게만 사과를 했다.③ 위기관리의 실력을 보여주라.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해 위기를 폭발시켰다면 국민들이 정부의 위기관리 실력을 믿게 만들어 그 파괴력을 잠재워야 한다. 다소간의 희생이 있더라도 정부가 조직력과 판단력을 보여주면 국민들의 동요나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사태 발생 50일 가깝도록 마스크 하나도 관리를 못해 우왕좌왕이다. 마스크 수요와 공급의 시장 문제를 자신들의 특기인 권세 부리기로 해결하려다 혼란을 키우기도 했다. 이 한 가지만으로 정부의 위기관리 실력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에 충분하다.국민들의 우려와 공포가 증폭되고 분노가 끌어올라 청와대 대통령 탄핵청원이 산을 이루고, 국회 탄핵청원 10만의 요건이 3일 만에 완성(3월 3일)된 것은 이런 무능의 결과다. 촛불로 일어선 정권이 마스크로 무너지게 생겼다. 선전선동으로 정권을 전복시키기는 쉬워도 집권능력을 보여주기는 어렵다는 역사의 교훈을 입증시킨 셈이다.이런 실력의 한계를 정부는 자화자찬과 책임 회피로 땜질하고 있다. 대통령은 입국금지를 하지 않고도 방역에 성공한 한국의 위업(?)을 대대적으로 자랑하고 있다. 달나라 대통령다운 궤변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인 입국보다 중국을 다녀온 한국인이 더 문제라는 요설을 내뱉어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정부 책임을 국민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과 그 추종세력이 신천지 공격에 혈안이 된 것도 책임을 덮어보자는 꼼수 이상으로 해석하기가 어렵다.학문으로서의 위기관리는 자유민주국가라는 문화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인민이 정권의 수단에 불과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위기관리의 개념이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의 거짓과 궤변으로 가득 찬 선전만이 있을 뿐이다. 유사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권에게 개구리, 가재, 붕어들의 생명권은 선거에 지장이 없는 한 부차적 문제일 수 있다. 그러니 위기관리의 기본원칙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다음 편이 무엇일지 몸이 오싹해진다.박진용 언론인/역사저술가

2020-03-14 08:05:35

[광장]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것들

[광장]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것들

코로나19는 '전파력은 강하고 치사율은 낮다'는 바이러스만 가지고 온 것이 아니었다. 박쥐가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 중국 우한이 어딘지 모르고 살다 죽어도 되는 정보들과 사회적 거리, 비말 감염, 자가 격리, 검체 검사, 정례 브리핑, KF94와 KF80, 팬데믹, 코호트 같은 전문 용어까지 두루 알게 되었다. 문제는 혐오와 차별,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등 여러 가지 인권 문제들도 같이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확진자 동선과 관련해서도 과도한 개인정보 누출이 논란이 되었다. 시간대별로 기재된 특정인의 동선은 좁은 지역사회에서 누구인지 금방 특정될 수 있었다. 가짜 뉴스도 신나게 퍼져나갔다. 특정 확진자의 얼굴이라며 공개된 사진은 모두 다른 인물이었다. 또 어느 확진자의 동선이라며 공개된 내용은 숙박업소, 노래방, 안마방 같은 곳이었으며 특정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남성이라고 했지만 그 번호의 확진자는 초등학교 여학생으로 밝혀졌다. 외신조차 대한민국의 과도한 확진자 정보가 오히려 신상 털기와 가짜 뉴스 생산을 초래하고 있다며 적절한 검토가 필요하다고까지 지적하고 있었다. 사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치료제도 없이 완치를 기다려야 하는 고통보다 나의 동선과 개인정보 혹여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난이 걱정됐다. 넘쳐나는 가짜 뉴스와 신상 털기의 대상이 되기는 싫었다.신체의 자유나 혐오 차별과 관련해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대구 지역이 여행 제한, 금지 지역으로 지정이 되고 대구발 항공기는 연달아 취소되었다. 즉, 제도적 금지를 넘어 사람들의 시선이 대구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다. 대구 지역이라는 이유로 혐오적인 시선과 차별까지 받아내어야 했다.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병원 진료를 거부당하고 숙박 투숙을 거절당했다는 사례가 무수히 올라온다. 상세한 개인정보 공개와 엄격한 자가 격리, 통제가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그렇게 했듯이 대구 사람들이 받는 혐오와 차별의 시선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공공의 복리를 위해 개인의 권리는 제한될 수밖에 없고 특히 감염병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지만, 최대한 각자 인간의 권리가 최소한으로 침해되는 방법을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전 세계의 이동이 용이하지 않던 100년 전 스페인 독감도 2천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제는 감염병을 피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과 물류는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전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확산 역시 문을 걸어 잠그는 것만이 대답은 아닐 것이다. 꾸준한 백신 개발과 감염병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위생보건 정책 수립이 대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나면 역사가 되고, 교훈으로 남는다고 한다. 부족했던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감염병이 이제 피할 수 없이 반복되어야 한다면 우리는 같은 존엄함을 가진 인간에 대한 존중과 연대를 먼저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우한 교민들이 집으로 돌아가던 날 천안과 진천 주민들은 "꽃길만 걷기 바랍니다"며 손을 흔들었다. 캄보디아 총리는 "코로나19보다 차별이 더 나쁜 것"이라며 크루즈 선박을 받아들였다. 광주는 가장 먼저 마스크를 지원해 주고 의료지원단을 대구에 파견해 주었으며 병상을 지원했다. 이렇게, 코로나는 바이러스와 함께 여러 인권 문제도 가지고 왔지만 사람들의 연대와 존중의 소중함도 우리는 곳곳에서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2020-03-13 19:09:11

[제주도지사 특별기고] 원희룡 지사, '힘내라, 대구경북'

[제주도지사 특별기고] 원희룡 지사, '힘내라, 대구경북'

친애하고 존경하는 대구·경북민들께!제주의 상황을 챙기는 와중에도 날마다 대구·경북을 봅니다. 스스로에게 감옥 같은 격리생활을 강요해야 하는 시민들, 자신의 안위는 아랑곳 않고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다 쪽잠을 청하는 의료진들, 활기를 잃고 텅 빈 거리…그 얼마나 힘이 드십니까? 또 얼마나 외로우십니까?제주에서 네 분만 아파도 이토록 긴장되고 속이 타들어가는데, 대구·경북민들이 겪는 그 고난에 얼마나 큰 상처가 남았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대구시장님 말씀대로 이렇게 사면이 초가지만,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대구·경북민들의 절제되고 결연한 모습이 바다를 건너 전해집니다. 제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그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입니다.부디 힘을 내십시오. 여러분 곁에는 우리 모두의 존재이유이자 희망인 가족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을 걱정하며 함께 싸우겠다는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늘 그러했듯이 대구·경북은 지금 당당하고 용감하게 어려움을 이겨내고 계십니다. 대구·경북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열어왔습니다. 암울한 일제강점기, 애국독립운동의 불꽃이었습니다. 1960년 2월 28일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나라의 운명을 개척하기도 했습니다. 산업화의 위대한 성취, 그 또렷한 주역이 대구의 시민, 경북의 도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힘으로 자신과 타인을 지키는 성숙함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이 고통과 슬픔을 이겨낸 대구·경북의 용기는 대한민국 재도약의 든든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대구·경북민들의 분투를 보며 저도 용기를 내고 우리 도민들도 힘을 냅니다. 안부가 걱정되고 또 조금이라도 응원이 될까하여 대구의 지인에게 가끔 전화를 합니다. 그 지인 또한 스스로 자가격리 하여 2주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좀 답답하기는 하지만 잘 이겨낼 것이라고 오히려 저와 제주를 걱정해 줍니다. 애써 쾌활한 웃음을 제게 보내줍니다.아무리 어둡고 기나긴 터널에도 반드시 끝은 있기 마련입니다.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시면 곧 그 터널의 끝이 보일 겁니다. 더 안전하고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은 언제나 대구·경북민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희망은 태양과도 같습니다. 눈에 보일 때만 태양을 믿으면, 밤을 견디기 어려운 법입니다. 이 밤을 견뎌내고 내일의 태양을 맞이하는 대구·경북은 어느새 더 성숙하고 강한 대구·경북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봄이 왔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어김없이 왔던 그 봄이 성큼 찾아들었습니다. 봄 햇살은 대지의 응원가입니다. 한라산에 쏟아지는 햇살을 70만 제주도민의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대구·경북의 전쟁은 승리할 것입니다. 그 걸음걸음, 대구·경북의 동맹군, 우리 제주가 할 수 있는 모든 마음을 다하겠습니다.힘내라 대구·경북! 힘내라 대한민국!제주에서 원희룡 드림.

2020-03-12 18:09:32

[시대산책] 코로나19가 북한의 풍토병이 되지 않기를

[시대산책] 코로나19가 북한의 풍토병이 되지 않기를

동아시아 전역 최대 방역 블랙홀 北 재정·장비·인력 모든 영역에 문제점 광범위하게 격리자 퍼졌다는 소문 선전 활동 치중 절박함 표현일 수도코로나19 사태가 중국에서 처음 터질 때부터 제기된 우려 중 하나가 만약 코로나19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개도국으로 확산된다면 코로나19가 사멸하지 않고 계절마다 유행하는 질병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에 종합적인 관리 통제 능력이 가장 취약한 나라들이 모여 있지만 여기 모여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1년 내내 더운 나라들이며 코로나 바이러스는 더위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운 나라들에서 크게 확산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과거에도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나 독감 바이러스가 더운 지역에서 크게 유행한 사례는 많지 않다.코로나19 사태에서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란이다. 이란은 중국처럼 잘 조직된 사회가 아니고 국가의 투명성도 많이 떨어진다. 3월 11일 기준으로 이란의 확진자가 9천 명, 사망자가 354명이라고 이란 정부가 발표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감염자는 3~10배 정도, 사망자는 2, 3배 정도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란 정부가 정직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란의 능력으로 감염자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이란 정부가 정직하다고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현재 카타르와 바레인을 비롯한 다른 중동 국가로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며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로 옮기는 것도 시간문제다.아시아의 동쪽은 1년 내내 더워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좋지 않은 동남아시아와 사회 전반이 잘 조직되어 있는 동북아시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중국과 한국이 가장 크게 홍역을 치르고 있고 일본도 초기에는 소극적 방역 태도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태세로 전환해서 장기적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방역에 사용할 재정, 개인의 방역 장비, 국가 차원의 방역 장비, 방역 전문 인력, 방역 매뉴얼, 행정 투명성 등 모든 영역에 문제가 많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서 방역에 집중해왔다. 중국과의 국경을 단번에 봉쇄해버려서 중국인들이 북한에 들어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들의 입국도 막았다. 비자가 만료되었건 말건 상관없이 입국을 못 하게 했다. 중국에서 잡힌 탈북자들의 입국도 막았다. 국제 제재 속에서 묵인해주던 밀수도 철저히 막았다. 군대의 운영도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도록 지시했으며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장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징계를 내렸다.북한은 모든 것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관련한 문제도 북한의 사정이 어떤지 알기가 어렵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희망대로 철저히 방역이 되고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2월 1~10일 사이에 격리되었던 사람들이 30일이 지나서 최근에 격리해제되었는데 그 수가 강원도에서 1천20여 명, 자강도에서 2천630여 명이라고 한다. 전체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중국과 국경을 접한 평안북도, 양강도, 함경북도 등에서도 꽤 숫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람들이 격리된 이유가 단순히 중국에 다녀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어떤 증세를 보인 사람들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이렇게 광범한 격리자가 있다는 것은 북한이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방역 전선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징표라고 볼 수도 있다.3월 7일 선전선동부에서는 TV 방송이나 확성기 방송, 기타 선전선동 활동에서 최근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와 관련된 내용을 많이 보냈는데 이를 코로나19(북한식 표현으로는 코로나비루스) 방역에 관한 것을 중심으로 바꾸라는 지시가 내려갔고 이는 3월 9일부터 실행되었다. 김여정의 지시로 알려졌다. 이런 것도 방역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좀 더 절박해진 상황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동물을 매개로 전염되기 때문에 휴전선 남북을 오가는 멧돼지로 전염되었지만 코로나19는 사람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휴전선으로 꽉 막힌 남북 간에 상호 전염될 위험이 높지 않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남북 관계다. 그리고 전염병이라는 것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구멍이 뚫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부디 북한에서 코로나19가 장기적인 풍토병으로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2020-03-12 17:16:33

[기고] 인증제와 배급제 유감(遺憾)

[기고] 인증제와 배급제 유감(遺憾)

지난 2월 22일 이스라엘이 한국 관광객의 입국 금지를 발표한 후 14일 만에 한국발(發) 여행 제한 국가는 102개를 넘어섰다. 이에 당황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해외 입국을 돕겠다는 취지로 '무감염 인증제' 검토를 발표하였다. 이후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되어 도입을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미증유의 국가적 재난을 맞이하여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당국자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고,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는 제도를 즉흥적으로 제기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고려했다는 정책치고는 너무나도 허술하고 문제가 많다. 우선 '무증상 인증제'와 '무감염 인증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무증상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주관적인 표현인데,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무감염 인증제'도 바이러스 감염이 없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방법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현행 RT-PCT 방식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99%인데, 검사의 정확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1%의 검사 오류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즉, 10만 명을 검사했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데도 검사상 음성으로 나올 확률이 1천 명이나 된다. 이 중에 실제로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무감염 인증을 거쳐 외국을 방문하는 경우, 감염원이 될 수도 있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마스크 배급제' 혹은 '마스크 5부제'도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현재 전국의 2만4천 개 약국 대부분이 약사 1, 2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루 250장 정도의 마스크를 판매하기 위하여 약 125명의 주민등록증과 공인신분증을 확인해야 하고, 중복 구매를 막기 위해 약국 간 정보망인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와 요양기관 업무 포털까지도 확인해야 한다.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해야 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트에 이용자가 폭주하여 접속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약사들은 이러한 수고 말고도 대기자들에 대한 관리와 질서 유지 등의 업무까지 감안하면 복약 지도와 약품 조제 업무는 뒷전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 환자들이 정확한 복약 지도를 받지 못해 부작용이 야기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환자의 복약 정보와 주민등록번호 등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현재 본인 여부 확인이 가능한 전국의 무인 인터넷 민원 발급기가 4천160대 있고,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본인 인증도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하여 개인이 직접 접속하여 본인 인증 후 마스크 구입 쿠폰을 발급받아 가까운 편의점이나 동사무소, 보건소, 은행, 우체국 등에서 편한 시간에 구입할 수 있다.전국의 동사무소는 약 2천700곳이 있고, 전국의 보건소 254곳, 보건지소 1천332곳, 보건진료소 1천905곳이 있다. 이들 국가 시설과 공무원들을 활용하여 마스크를 배부하거나 판매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이다. 국민들은 비효율적인 정책으로 인해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2020-03-12 14:47:26

[매일춘추]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다

[매일춘추]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다

1999년, 세계 사람들의 뒤통수를 쳤던 영화가 있다. 그 영화는 반전의 교과서가 될 정도로 큰 흥행을 일으켰고, 이후 영화의 많은 포스터에서 '식스센스를 능가하는 최고의 반전'과 같은 수식어는 질리도록 보게 되었다.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먼저 영화를 보고 난 어떤 관객이 영화를 보기 위해 줄 서 있는 관객들을 지나치며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다!"라고 소리치고 사라졌다는 괴담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스포일러는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줄거리나 내용을 예비 관객이나 독자들에게 미리 밝히는 행위, 혹은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최근 방송에서 출연진이 먼저 스포일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동료 출연진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한다. 이러한 스포일러는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킨다.하지만 스포일러의 영역이 분명하지 않은 것이 사람들 간 의견을 분분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이 왕이 된다'라는 스포일러(?)는 이미 역사적으로 분명한 사실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비약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분명하지 않은 경계로 인해 종종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최근에는 이러한 스포일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관객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생기고 있다. 지난해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라는 영화는 관객 및 네티즌 등 서로를 위해 결말을 얘기하지 않는 분위기가 생겨났고, 이어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직접 스포일러를 자제해달라고 하며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굳어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도 이어지며 긍정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미술계에서도 스포일러는 존재한다. 기획자라는 직업 특성상 작가들과 작품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여기서 작가들에게 직접적으로 스포일러를 당하게 된다. 곧 출품할 작품뿐만이 아닌, 다음에 할 작품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하며 의견을 나눈다.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작품을 기다리는 입장이라서 관객들만큼 신선한 충격을 받지는 못한다. 한편으로는 작가와의 만남뿐만 아니라 전시기획을 해야 하기에 스스로 스포일러를 자중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입이 간질간질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처럼 스포일러의 경계가 모호한 것은 홍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모든 작품들이 그러하듯, 작가들이나 기획자들도 전시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며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시를 선보이지 못하고 스포일러를 자중할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준비하고 있던 전시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봄이 찾아옴과 함께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하루빨리 안정화가 되어서 스포일러를 가진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관객들과 마스크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2020-03-12 13:46:00

[대구 옛 이야기] 대구상업학교와 한지성의 항일운동

[대구 옛 이야기] 대구상업학교와 한지성의 항일운동

대구상원고등학교의 전신인 대구상업학교는 1923년에 개교하였다. 6·10만세운동 이후 대구상업학교 학생 이월봉과 장원수는 장적우가 마르크스주의적 혁명전술의 함양을 목적으로 결성한 신우동맹(新友同盟)을 비롯해 이에 영향을 받은 혁우동맹(革友同盟), 적우동맹(赤友同盟), 일우동맹(一友同盟)에 각각 참여하였다. 또한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영향에 힘입어 1930년 3월 4일 대구상업학교와 대구농림학교 학생들이 연합시위를 추진하려다가 경찰의 제지로 불발된 적도 있었다.그해 12월 무렵 서오룡과 이동우 등은 대구상업학교 내에 지하조직으로 현재의 사회제도를 타파하고 공산주의 사회의 건설을 목적으로 프로과학연구소 조선 제1지국을 조직하였다. 이 단체는 동맹 휴학, 야학 강연, 반전 선전 등을 통해 조선인과 일본인 학생 차별 대우를 배척하였고, 일제가 일으킨 만보산사건·동양척식주식회사의 착취·만주사변 등을 규탄하였다. 중일전쟁이 터지자, 대구상업학교 정문택은 중일전쟁이 반드시 세계 전쟁으로 확대될 것을 예측하여 1937년 9월부터 5명과 함께 몇 차례에 걸쳐 비밀결사를 구성하려다가 1938년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되었다.태평양전쟁 발발 이후, 대구상업학교 4학년 이상호는 김상길·서상교와 뜻을 나누고 태극단(太極團)을 결성하였는데, 조선 민족의 이상적인 단결과 능률로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세계 인류의 영원한 평화·자유·평등을 찾는 것을 강령으로 채택하였다. 학생들은 체력을 단련하고 과학을 연구함으로써 심신을 기르고 항일 의식을 고취시켜 조선 독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일반 조직으로 육성부의 1부와 관방국(비서관·부관·회계관)·체육국(무도부·군사부·경기부·등산부·씨름부)·과학국(박물부·이화부·항공부)의 3국을 두었다. 단장인 이상호가 육성부감과 체육국장을, 김상길이 관방국장을, 이준윤이 과학국장을 맡았다.태극단은 다른 학교 및 다른 지역의 학생들을 가입시키고 건아대원(중학교 1·2학년 학생과 국민학교 상급반 학생)을 모집하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간디와 쑨원 관련 서적을 읽으며 민족 의식을 드높였다. 항공부장 최두환은 '항공소년' 잡지를 구독하며 항공 연구에 몰두하였다. 심지어 일제 패전, 조선 독립 가능성 등의 내용이 적힌 전단을 살포하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1943년 5월 결성식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단원 1명의 밀고로 인해 조직이 발각되어 대거 체포되었다. 이 중에 이준윤, 이원현, 이상호가 혹독한 고문에 의해 늑막염으로 순국하였다.한편 경북 성주 출신으로 1931년 대구상업학교를 졸업한 한지성(韓志成)은 중국으로 망명하여 조선의용대에 참여하였다. 한지성은 각 지역을 순회하며 선전 활동과 포로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후 한지성은 정치조 선전주임과 대본부 편집위원회 중문간 주편을 역임하며 '조선의용대통신'에 여러 편의 글을 기고하였다. 한지성은 1941년 5월 외교주임에 선임되어 동남아 지역에서 반일운동을 강화하여 동방 피압박 민족과의 연대를 꾀하려고 홍콩에 파견되었다.그러던 중 조선의용대가 1942년 한국광복군 제1지대로 합류하여 김원봉이 제1지대장이 되었다. 이후 영국군이 일본군과 미얀마-인도 전선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 영국군 총사령부의 군사 지원 요청에 의해 한국광복군 총사령부는 '인면전구공작대'('印'은 인도, '緬'은 미얀마)를 편성하여 한지성을 대장으로 9명을 인도 콜카타로 파견하였다. 인면전구공작대 부대장 문응국과 김상준·나동규 3인은 임팔에서 대적 방송, 문서 해독, 포로 심문 등의 공작을 펼쳤으며, 영국군 제17사단 전원을 일본군 제33사단의 포위를 뚫고 임팔로 무사히 귀환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후로도 인면전구공작대는 만달래이 전투에 참전하여 영국군이 양곤을 탈환하는 데 기여하였다.현재 대구상원고등학교 건물 뒤편에는 '태극단독립운동기념탑'이 있다. 탑에 새겨진 학생들의 빛나는 항일정신을 계승하고, 아울러 영국군에 배속되어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첩보전에 동원되었던 인면전구공작대와 이를 이끌었던 한지성을 기억한다.

2020-03-11 18:00:00

[최재목의 아침놀]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최재목의 아침놀]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희망가'의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는 구절도, 신흥종교 '이불교'에서 왔다는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도 왠지 새롭다. 불안 속에서 왜 희망, 구원 같은 말에 빠져드는지 알 만도 하다.공적 마스크 배급도 못 받고 칩거 중, 며칠 전 함성호 시인이 보냈던 문자를 본다. 글쎄, 다른 말은 없고 달랑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시 한 편뿐. 그래도 고마워서 새겨 읽는다.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시작해서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로 끝나는데,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라는 대목에선 멈칫한다. '가르마'는 이마에서 정수리까지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갈랐을 때 생기는 금으로, 길을 은유한다.'내 졸음의 통통배는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멀어져 간다.(…)/ 밖에는 바람 많아 배가 못 뜬다는데/ (…)나는 이렇게 환한 자부럼 사이로 물길을 낸다'며 김사인은 시 '목포'에서 말했다. 배가 못 뜰 때는 졸음 사이라도 '물길'을 쳐다보는 법이다. 남인수는 1942년 '낙화유수'를 불렀다.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세월의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 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일제강점기의 암흑에도 꽃 같은 삶을 생각하며 '고개를 넘자'고 했다. 언제나 '길'은 희망의 부표로 꿈-기획이며, 미래를 뜻했다. 반면, 기억은 회상-추억이며, 과거를 말했다. 삶은 늘 우리를 속이나 '기억'과 '희망'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헤맨다.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이 작금의 일상이다.코로나19로 대구 사람들은 이래저래 불편하다. 폐렴-신천지-대구-보수-위험-골치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합체해 '대구 사태'로 요약해서 '손절'하잔다. 손절이란 '손해를 끊어버리는 매매'이다. 정치적 손익 계산에 따른 '차별→코호트'의 전략적 마타도어이다. 가증스럽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언제나 싸구려 입들은 권력에 기생충처럼 빌붙어 우아한 척 프로파간다로 썩어갔다. 앉아 있어도 가벼운 두뇌는 권력에 치달아 '좌치'(坐馳)한다.이럴 때 '길 도'(道) 자를 떠올린다. 자꾸 '머리'가 어른대서 그 나름 불온한 글자다. '쉬엄쉬엄 걸을 착'(辶) 자 위에 얹힌 '머리 수'(首). 전쟁 때 베어서 쥔 적군의 머리[首級]인가. 고대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게 목숨을 건 여정이었다. 적장의 목을 장대 끝에 걸고 전진하는 비장한 행군이었다. 정치도 이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일이다. 잘해봤자 3류다. 거기에 희망을 몰방(沒放)하는 관종들은 5류 이하가 아닐까. 아둔한 송나라 사람이 벼가 빨리 자라게 하려고 고갱이를 쑥쑥 뽑아놓는다는 송인알묘(宋人揠苗) 대목에서 함석헌은, "세상 정치가 곡식 고갱이 뽑는 짓 아닌 것이 없지!"라고 쿡 찔렀다.다른 데선 더 비꼰다. "천하에 정치한다는 것들 제(齊)나라 놈같이 제 처, 제 첩들이 몰래 울지 않을 것들 없지!"라고. 어느 시대나 정치 수법은 비슷했다. 민초들의 생명 그 고갱이를 쑥쑥 뽑아놓고는, 곡비(哭婢)라도 불러 속을 다스려도 모자랄 판에, 거기다가 거듭 비수를 꽂아 피눈물을 쏟게 한다. 그래 봤자 세월 가면 다 끝난다. "(다른 사람들은) 선배와 스승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무덤이라는 것만 아주 확실하게 알고 있다"던 노신(魯迅)의 말에 끌린다. 이어서 말한다. "누가 안내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여기서 거기까지 가는 길에 달려 있다"고. 살다가 저 무덤까지 '가는 길' 그게 인생의 전부 아닐까. 문제는 '어떻게' 갈 건가이다.살면서 각기 제 무덤을 판다. 능력·전문이니 하나 사실 그 '잘난 것=잘하는 것'이 곧 무덤 파는 기술이다. 그런 공적·깜냥의 크기에 그것도 제 발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묻힌다. 물론 못난 자들은 콩밥 좀 먹고 업보를 세탁하는 특권(?)도 있긴 하다. 다시 묻지만, 이 풍진 세상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그냥 울고 웃으며, 사람답게 사는 일상이 그립지 않은가.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2020-03-11 18:00:00

[기고]'일류시민'의 품격과 긍지로!

[기고]'일류시민'의 품격과 긍지로!

그리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지만,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은 여전히 낯설다. 한산한 도로, 문을 닫은 식당, 개학을 연기하고 집에만 머물러 있는 학생들, 약국 앞 마스크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까지….발병 초기만 해도 사스나 신종 플루, 메르스 등 유사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대처할 것이라 믿었는데,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코로나19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허술한 국가였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어려울 때마다 위기 극복의 DNA로 어려움의 최전선에서 맞섰던 대구경북인이다. "공황은 없다. 폭동도 없고,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만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미국 ABC방송 이언 패널 특파원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대구에서 현장 취재 후 보도한 기사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는 외국과 대비해 너무도 차분한 대구의 대응 모습에 세계도 놀라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우리, 일류 대구 시민이 있다. 국채보상운동이 펼쳐졌을 때 일반 백성은 물론 기생, 노비, 걸인에 이르기까지 온 국민이 하나였고, 2·28민주운동을 이끈 주체도 대구 지역의 고등학교 학생이었다. 항상 위기 극복의 중심은 백성과 민초였다.그리고 그 전통을 고스란히 지금의 대구 시민이 계승하고 있다. 시민들이 앞장서 자신의 고통보다는 주위의 어려움을 먼저 살피고, '일류 시민'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자기도 부족한 마스크를 택배기사와 어르신들께 먼저 나눠 주고, 감염과 과로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대구를 찾아준 의료인들에게 보답하고자 숙박업소들이 자진해서 무료로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코로나19로 자신들도 영업을 못 하는 상황임에도 사랑의 도시락을 만들어 의료진들에게 전달한 칠성시장 상인들의 이야기가 우리 가슴을 뜨겁게 한다. 건물주들이 먼저 나서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임대료를 할인해 주면서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준비한 음식을 미처 다 팔지 못한 식당들을 위해 SNS나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연계시켜 주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이러한 선진 시민의식이 바로 오늘날 OECD 회원국이자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을 있게 한 저력이다.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냉정하게 말해서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입국이 금지되거나 제한되고 있는 기피 국가다. 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키리바시, 모리셔스 같은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들로부터도 거부당하고 있다는 현실이다.더 걱정스러운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고 나서의 우리나라 위상이다. 국가 신인도라는 것은 그 나라의 정치, 외교뿐만 아니라 국민의 품격, 기업 신뢰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지금처럼 대한민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IT 강국' '한류'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앞으로는 '코로나19의 국가'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이러한 걱정을 한낱 기우(杞憂)로 끝내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조속히 코로나19를 박멸하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움츠리지 말고 대구경북이 중심이 되어 '일류 국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 세우자.우리는 이미 세계가 극찬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라는 기발한 생각과 뛰어난 진단 기술로 새로운 대응법을 제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중심지가 아니라 위기 극복의 모범 해법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혁신적인 생각과 뛰어난 기술로 대구와 대한민국을 결코 만만히 볼 수 없음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자. 전 세계에 '대구'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를 느끼게 해주자! '일류 대구 시민'의 긍지로!

2020-03-11 15:33:55

[새론새평] 코로나19와 국제금융 위기

[새론새평] 코로나19와 국제금융 위기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금융시장 변동주식 폭락·환율 불안·외자유출 발생거시적 정책보다 미시적·핀셋 처방국민 심리 안정 위한 세심한 배려도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확인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맹렬히 번져가고 있다. 전 세계 확진 감염자가 11만3천 명, 사망자는 3천900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탈리아, 이란, 미국 등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역적인 양상(엔데믹·endemic)에서 전 세계적인 양상(팬데믹·pandemic)으로 옮겨간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과거에도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혹은 변종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2002년의 사스(SARS), 2009년 신종 플루(swine flu), 2012년 메르스(MERS),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그리고 2019년 코로나19까지 거의 5년에 한 번씩 큰 질병 확산이 있었다. 확진자의 숫자나 사망자의 경우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를 훨씬 뛰어넘는다. 2009년 신종 플루의 경우 한국 확진자가 10만 명이었고 사망자가 250명이었으니 질병의 강도에 있어서는 신종 플루가 코로나19보다 더 강했다고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는 아직 진행 중이라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사스의 불안과 공포로 민간소비에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하다. 민간소비(실질) 증가율을 보면 2002년 4분기 6.2%에서 다음 분기 1.4%, -0.7%, -1.1%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사스 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인 때문이다. 즉, 2002년 10월 2차 북핵위기(북한의 고농축우라늄 개발 인정)가 발발한 데다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고, 그 위에 2002년 카드 사태에 따른 대대적인 가계신용 축소가 있었던 때문이다. 따라서 사스 때문만으로 서비스업 생산이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2015년 5월 메르스 확진자는 전 세계에서 1천200여 명이었고 사망자는 490명이었는데 한국에서 확진자 186명, 그리고 사망자가 38명으로 나타났다. 당시 거시경제지표를 보면 2015년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2.5%에서 2.0%로 떨어진 다음 곧바로 3분기에 3.3%로 반등했다. 메르스에 따른 거시경제성장률 하락 효과는 미미했다. 게다가 민간소비는 2015년 2분기 1.8%에서 다음 분기 2.0%, 그리고 그다음 분기 3.4%로 꾸준히 상승했다. 소매판매액 총지수도 2015년 5월부터 약 3개월간 백화점, 대형마트, 전문소매점의 판매가 둔화되었지만 곧바로 회복되었다. 다만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메르스 사태 이전인 2014년 내내 어려웠다. 도매업, 소매업은 2014년 8월 이후, 그리고 숙박업과 음식주점업은 2014년 12월 이후 계속 부진했다. 그런 와중에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2016년 2월까지 도매업, 소매업, 운수창고업, 숙박업 및 음식주점업 등 서비스업 전반의 생산이 크게 부진했다. 즉,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어려웠던 백화점, 대형마트, 전문소매점의 소매판매액이 크게 둔화되었고 도매업, 소매업, 운수창고업, 숙박업 및 음식주점업 생산에 큰 타격을 준 셈이었다.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우려는 거시적인 경제성장률 충격보다도 세계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다. 금년 들어서 3월 10일까지 미국 다우는 –16.1%, 나스닥은 –10.4%, 일본 닛케이는 –16.0%나 추락했다. 주식시장 폭락 강도는 과거 어떤 질병 사태보다도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세계주식시장이 폭락한 것이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실물투자는 오래전부터 부진했고 중국을 포함한 세계 실물경제도 둔화 조짐을 보여 왔다. 그 위에 각국이 동원할 수 있는 금융통화정책 수단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이 모든 내부 불안 요인을 외부적으로 터뜨린 것이 코로나19 사태였다.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된다면 대규모 디레버리징(deleveraging)과 외자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주가의 추가적인 폭락과 환율 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따라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경제대책은 금리 인하나 혹은 기본소득 지급과 같은 광범위하고 거시적인 정책보다는 타격을 입은 업종, 지역, 기업에 집중하여 지원하는 미시적 혹은 핀셋 정책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그에 더하여 세계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준비해 둬야 할 것이다.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에 대한 대비책, 환율 급등에 대한 대비책, 주가안정화 대책, 충분한 외환 유동성 보유 및 관리 등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에 정부는 물론 언론과 정치인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불안감을 선동적으로 조장하기보다는 침착함과 꼼꼼함과 정확함을 가지고 대처해가야 할 것이다.

2020-03-11 15:28:51

[매일춘추] 위기 속의 진정한 영웅들   

[매일춘추] 위기 속의 진정한 영웅들  

매화가 꽃을 피운 것을 보니 봄이 오나 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일상은 잠시 멈춘 상태이지만 만물의 꽃들은 새 생명의 시작을 알리며 부지런히 꽃을 피운다.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 볼 겨를도 없이 주위는 온통 바이러스와 관련된 이야기로 산란하지만, 청아한 봄과 함께 찾아온 응원의 손길은 무기력해진 마음을 희망으로 녹인다.대구경북을 향해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와 기부 행렬은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동스러운 일이며,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를 굳건하게 하는 고마운 일이다. 위기의 상황에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 준 연예인들의 통큰 기부에 기업들도 동참했고, 이 기부행렬은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마스크 대란에도 불구하고 착한 가격을 유지하는 업체, 침체된 경기로 인해 힘들어하는 상인들의 임대료 부담을 함께 나누는 착한 건물주, 마스크가 부족한 택배기사들을 위해 현관 문고리에 마스크를 걸어둔 시민들,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위해 200인분의 도시락을 기탁한 칠성야시장의 청년들 등등. 시민들의 아름다운 선행이 곳곳에서 이어지면서 위축된 도시에 감동과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또 가짜뉴스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중학생들이 만들어 낸 '코로나나우'는 코로나19 발생현황이 정리되어 있는 사이트로, 배너 광고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을 기부할 것이라는 기특한 마음이 더해지면서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특히 자신들의 안위는 뒤로한 채 목숨을 내어놓고 봉사하는 의료진들과 전국에서 와준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에 감동받은 시민들은 마음을 담은 손편지와 생필품으로 감사함과 존경을 표하며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있다.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모인 국민성금이 530억원을 넘었고, 기부 물품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도움의 손길이 원활하게 사회곳곳에 잘 전달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막막해진 생계에 눈물 흘리는 상인들과 잠정 폐쇄 된 무료급식소로 인해 끼니해결이 어려워져 갈 곳을 잃은 노숙인과 노인들. 사각지대에 걸린 저소득계층을 위한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우리는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펼쳤던 국채보상운동에도, IMF 외환위기에도 함께 힘을 모아 지혜롭게 이겨낸 민족이다. 선행을 베풀고 나눔의 미학을 실천으로 옮기는 높은 시민의식은 아름다운 나라를 만드는 진정한 힘이며 원동력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강인한 의지와 용기로 사회 곳곳에서 용기를 건네고 희망의 등불이 되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야말로 이시대의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 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주는 그들과 늦은 봄일 지라도 햇살 가득한 봄 향기 가득한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20-03-11 14:15:42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와 놀게 하면 팔린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와 놀게 하면 팔린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광고를 어떻게 하면 좋아하게 만들까?'광고 회사를 창업하고 이 문제를 숱하게 고민했다. 필자가 찾은 답은 '광고와 놀게 하자'였다. 그 점에 착안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광고'가 우리의 모토가 되었다. 그러던 차에 한 요가 학원에서 의뢰가 들어왔다. 뻔한 요가 광고에서 탈피해 색다른 이미지를 찾는 원장님이셨다."김소장님, 기발한 방법이 없을까요? 광고는 하고 싶은데 다른 학원은 전부 7kg 책임 감량이라고 하고...이런 광고들이 너무 싫증 나거든요" 수화기 너머로 사장님의 간절한 목소리라 흘러나왔다. 필자는 7kg 감량이라는 워딩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학원들 모두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7kg 감량이라고 쓰는 순간 다른 브랜드와 다를 바 없는 브랜드가 되어 버린다.요가의 핵심은 활동성이라 생각했다. 거칠지 않고 우아한 움직임이 요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봤다. 광고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광고를 가지고 놀게 하자' '사람을 활동하게 만드는 광고를 만들자'라고 기획한 것이다. 그래서 찾아낸 도구가 바로 슬링키였다. 우리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그 신기한 장난감, 계단에 떨어뜨리면 아랫칸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재미있었던 바로 그 장난감이었다.아이디어는 이렇다. 슬링키를 그냥 세워두면 다소 몸집이 있는 사람이 물구나무를 하고 있다. 그 슬링키를 움직이면 그 사람의 몸이 U자를 뒤집어 놓은 형태로 구부러진다. 그러면서 아주 날씬하고 유연한 모습이 보인다. 남들이 몸무게 감량, 체지방 감소와 같이 달콤한 말을 할 때 우리는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꾸며내는 말보다 이미지가 더 신뢰감을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이 슬링키를 통해 요가 학원은 팔리기 시작했다. 슬링키를 가지고 놀면서 사람들이 소비자가 되기 시작했다. 광고와 놀면서 자연스럽게 요가 브랜드에 애착심이 생긴 것이다. 광고를 좋아하게 만들자 브랜드도 좋아하게 되었다. 이후 요가 학원 원장님께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엔 등록을 주저하는 사람들도 슬링키를 받고서는 등록하게 되었다는 얘기였다.슬링키 작업 이후로 우리는 '장난감 광고'에 꽂혔다. 슬링키 요가 광고로 재미를 봤으니 이번엔 공익적인 일에도 적용해보고 싶었다. 때마침 광복절이 다가오는 시기여서 독도 장난감을 기획한 것이다.독도는 우리나라에서 워낙 민감한 이슈라 자칫 장난감으로 만들었을 때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기획 의도에 오해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비난받기 쉬운 주제니까. 그러던 중 대구 중앙도서관 근처의 한 찜닭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진행하는 마케팅이 꽤 흥미로웠다. 주문하고 찜닭이 나오기 전까지 섞여진 큐브를 맞추면 음료 서비스를 주는 이벤트였다. 바로 그때 독도 광고를 큐브에 넣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큐브는 정확성을 요구하는 장난감이다. 한쪽이 완벽하게 맞아도 다른 한쪽이 맞지 않으면 꽝이다. 즉, 한 면이 다른 면에도 영향을 크게 끼친다. 자연스럽게 독도 생각이 났다. 독도가 일본의 지도에 있으면 이상하다. 바로 한국 지도에 있어야 올바르게 보인다. 그 사실을 큐브를 통해 알리고 싶었다. 큐브의 한 면에는 대한민국의 지도가, 다른 옆면에는 일본의 지도를 뒀다. 독도가 일본 면에 있으면 당연히 어색해 보인다. 그리고 한국 지도에 독도가 없으면 이상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아이디어가 딱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였다. 광고 장난감의 힘은 이토록 강했다. 혐오하는 광고에서 가지고 노는 광고로 바뀌니 사람들도 바뀌었다. 사람에서 소비자가 되었다. "제가 당신 돈을 노리고 있으니 지갑 열 준비하세요!"라고 말하는 광고는 사람들이 도망쳐 버린다. 대신 먼저 친구가 되어라. 친구가 될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서 사람들 손에 쥐여주어라. 광고를 가지고 놀수록 브랜드 애착심이 생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처럼 행동해라. 처음부터 사랑을 말하면 상대는 달아나버린다. 먼저 재미있고 편안한 친구가 되어라. 그러면서 사랑도 싹튼다. 브랜드도 사람과 똑같다. 소비자가 나를 피하지 않을 방법을 궁리하라. 어떻게 우리 브랜드를 가지고 놀게 할까, 우리 브랜드로 인해서 어떻게 소비자를 미소짓게 할까 고민하라. 어느새 소비자들은 당신의 브랜드가 없이는 살 수 없도록 길들어 있을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3-11 14:02:50

[종교칼럼] 진세(塵世)를 버렸어라

[종교칼럼] 진세(塵世)를 버렸어라

수도자나 사제가 되려는 첫 출발점은 세속적 욕망들을 끊는 큰 결단을 내리는 일이다. 이 결심을 옳게 하지 않고는 다음으로 나아가는 일에서 많은 곤란을 겪게 된다. 다른 어떤 숨은 의도를 지니고 있으면 자신도 괴롭고 주변 사람들도 괴롭히는 일들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길로 들어서기 전에 속세에 대한 마음을 싹 비워야 하고 덜 비워진 것이 있다면 그것을 알아내는 대로 비워야 한다.이 길에 들어설 것인지 다소 긴 기간 고심하면서 모든 욕망들을 비우려는 노력을 한다고 한 후 신학대학에 입학했다. 어리고 미숙했던 그 당시 그렇게 마음먹는 것으로 모든 세속적 욕망들이 정리될 수 있는 것이고 정리된 것으로 생각했다. 모든 것이 미숙했지만 마음만은 생기 있고 순수한 새내기로 첫 학기를 지내고 방학을 맞이할 시기에 이르렀다. 이 길에 이미 10년 전에 들어선 최고참부터 새내기였던 우리에 이르기까지 모두는 방학에 앞서 9일 기도를 하면서 날마다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다졌다."진세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라. 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바쳤어라…."그런 과정을 마치고 드디어 맞이한 방학은 참으로 달콤할 것 같았다. 학기 중에 아침 6시 일어나서 밤 11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꽉 짜인 규칙들을 어김없이 지켜내느라 몸과 마음은 언제나 긴장 상태였고 엄격히 제한된 외출 규정에 매여 바깥세상과는 거의 담을 쌓고 살던 삶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로부터의 해방은 좋았지만 가야 할 곳은 다름 아닌 이 길에 들어서면서 떠난다고 여기는 어려운 결심을 했던 부모님 집이었다. 당시 그곳 말고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방학 동안 기거할 수 없었다.진세를 버리는 삶을 추구하든 진세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삶을 추구하든, 우리는 지구가 제공하는 삶의 조건에 따라 지구 표면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다. 살고자 하는 수많은 생명체들로 둘러싸여 살아가는 생명체이고, 생명체들 중 일부를 희생시키며 날마다 먹어야만 유지할 수 있는 목숨이다.물리학, 천문학, 지리학 등 이과를 좋아한 나는 공부란 모두 명백한 결론에 이르는 것인 줄로 알았다. 그런데 인간의 삶과 의식 세계를 다루는 문과는 달랐고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예를 들어 '하느님은 존재하시는가?'를 정확한 논리로 확실하게 알고 싶은데, 신학개론 강의는 '하느님은 존재하신다'로 시작했다. 마치 수학에서 공리와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공부를 계속하기도 힘들었고 그만두지도 못했다. 그만두고 달리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 나은 곳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오랜 기간 지속된 혼란과 고통 그리고 서서히 회복되어 평화와 기쁨을 누리고 있는 지금까지의 과정들을 자세하게 기록하자면 긴 시간과 지면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종합하여 짧은 글로 '이 모든 것은 은유이고 믿음, 희망, 사랑의 삶을 위한 한 편의 시다'로 정리하고 싶다. 진세를 버린다는 것도 글자 그대로가 아니라 은유로 알아듣고 해야 하는 것이고 이 세상을 위한다는 것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일 것 같다. 이것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여 그대로 실천하겠다고 애를 썼던 초년생 시절, 얼마 못 가서 완전히 번아웃 상태로 빠져들었다. 회복하기까지 길고 긴 시간이 걸렸던 그 엄청난 고통은 나에게 언제나 강력하게 말하고 있다.'너는 지구 환경의 조건들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이고 이웃을 배려하며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 가능성과 한계를 지닌 생명체다.'

2020-03-11 11:36:04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코로나19, 반려견에게 마스크 착용은 스트레스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코로나19, 반려견에게 마스크 착용은 스트레스

하니(푸들·4년) 보호자분이 물으셨다. "홍콩에서 확잔자 가족의 반려견에게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던데 반려동물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나요?"나는 "아니요"라고 답변드렸다.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까지 반려동물에게서 코로나19가 전파되어 증상을 유발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홍콩에서 확진자가 돌보던 개의 입, 코, 항문 등에서 샘플을 수집해 검사한 결과 코로나19에 대한 약한 양성(weak positive) 반응이 나왔다는 보도는 있있다. 하지만 이는 확진 사례가 아니며, WHO는 반려동물이 확진자와의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를 재전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사중이라고 밝히고, 지나친 불안감을 가지지 말라고 충고했다.두부(닥스훈트·6년) 보호자분이 물으셨다. "산책할 때 반려견 마스크를 해줘야 하나요?"역시 "아니요"라고 답변드렸다.뉴스에서 반려견에게 마스크를 착용 시킨 이미지들은 코로나19 와 반려견의 연관성을 설명하고자 연출된 이미지들이 대부분이다. 개가 산책하는 과정에서 운동량이 증가하면 체온이 상승하는데 호흡을 통해 열을 발산한다. 사람들이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는 것처럼 개는 혀를 길게 내밀고 빠른 호흡을 통해 체열을 방출시킨다. 그래서 산책을 하거나 움직이는 반려견에게 마스크 착용시키는 것은 호흡 곤란과 고체온증을 유발하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대구시는 3월 현재, 인구대비 코로나19 확진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 중의 하나가 되었다. 확진자들의 발생이 높은 구역에서는 반려견의 산책이 조심스러워지게 마련이다.WHO, 세계소동물병원협회(WSAVA),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모두 반려견을 통한 인체 감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누구든 반려동물을 만지고 난 후에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려견이 산책을 마친 후에는 발바닥을 소독제가 포함된 물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세계소동물수의사협회(WSABA)는 확진자와 함께 있었던 반려동물이 아프다면 먼저 보건당국에 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건당국(질병관리본부)의 허가없이 동물병원을 먼저 방문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한다. 치료에 급급하여 동물병원을 먼저 내원하게 되면 동물병원의 수의사와 의료 스태프들의 진료 업무가 중단되고 다른 반려동물들이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확진자가 돌보는 반려동물의 관리와 치료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과거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막연한 편견으로 인해 반려동물들이 집단 유기되는 사태들이 있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반려동물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를 줄이고 산책 전 후 위생관리에 더 많은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을 포함한 우리 가족의 건강 뿐 아니라 이웃의 건강도 배려하는 사회적 의무라 할 수 있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를 연재한다.

2020-03-10 18:00:00

[광주시장 특별기고]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

[광주시장 특별기고]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했습니다. 대구 확진자들을 광주에 모셔서 치료하겠다는 '광주공동체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고 10일이 지난 지금, 광주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 '병상연대'를 실천하며 대구‧경북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 간 달빛동맹은 더욱 견고해졌고, 영호남의 화합과 통합 없이 국가균형발전도 어렵다는 메시지는 더욱 명확해졌습니다.'병상연대'의 시작이었던 광주공동체의 결단에 많은 분들이 박수를 보내주셨고 한편으로는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광주와 대구는 물리적 거리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결코 가까운 사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자체마다 확진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었고, 광주도 집단감염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대비를 해야 하는 실정에서 '병상연대'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하나는 코로나19 사태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재난이므로 지역간 경계를 뛰어 넘어 모든 국가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또 하나는 1980년 5월 독재정권의 탄압 속에 고립되었던 광주에 국내외 수많은 분들이 뜻을 함께 해주셨고,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주셨습니다. 40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와 맞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대구에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실천하는 것이고 광주가 가야할 길이며 광주다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저의 뜻을 광주지역사회에 알린지 하루만에 43개 시민사회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셨고, 101주년 3‧1절에 광주공동체 특별 담화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날 아침 전화통화에서 "2천명이 넘는 확진자들이 치료받을 병상이 없어 집에서 방치되고 있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비통한 심정에 제 결심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광주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지켜내는 일이 광주광역시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고 책임이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적 재난이고, 우리는 큰 틀에서 한 가족, 하나의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담화문 발표 이후 일주일만에 대구 확진자 19분이 광주로 오셨습니다. 부부, 모녀, 자녀 등 총 7가족이 빛고을전남대병원 격리병상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 또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전남대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를 비롯해 의사 12명과 간호사 51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또한 광주시를 비롯한 민간 단위에서 마스크와 손소독제, 생필품 세트 등 대구 지원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오월어머니집 등에서는 대구시민들을 위한 주먹밥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이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코로나19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큰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지역 확진자 증가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태풍이나 폭우 등 자연재해는 정부나 지자체 노력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감염병은 시민들의 도움 없이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되어 서로를 지켜주고 계시는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께 진심어린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당연히 해야될 일을 했는데도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우리 광주는 대한민국에서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결집하여 대응하겠습니다.한 사람 한 사람이 힘과 지혜를 모아 엮어내는 희망의 연대가 가장 안전한 방역망입니다. 광주는 항상 어렵고 정의로운 분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 힘내십시오!광주광역시장 이용섭

2020-03-10 17:54:42

[매일춘추] 기억을 걷다

[매일춘추] 기억을 걷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기억을 걷다'는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작품으로, 먼 미래의 달콤함을 위해 현재의 소중함을 망각하며 살아가는 어리석은 현대인들을 꼬집는 작품이다. 귀국 후 야심 차게 준비해 온 이 작품은 이미 지난해 공모전에서 쓰디쓴 실패를 맛보았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청년은 1년을 기다려 다시 도전 했고 그 결과 창작 지원작에 선정되어 마침내 2017 어워즈에서 후보로 오를 수 있는 영애를 얻게 되었다.시상식장에 참석한 청년은 동료들과 함께 자리에 나란히 앉아있다. 수많은 뮤지컬 스타들과 관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무대 위 LED 화면을 통해 노미네이트 작품들이 하나씩 소개되고 있다. 청년은 초조한 마음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가운데 선정작을 발표하는 팀파니 소리가 극장을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 짧은 찰나의 순간, 청년은 유학시절 일어난 그의 강렬했던 기억 속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도와줘!!"친구의 다급한 목소리에 놀라 잠에서 벌떡 깨어나 보니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요 며칠 뉴욕으로 오고 싶다고 주야장천 연락을 해오던 한국 친구의 전화번호다. 뉴욕대 졸업 논문 발표를 코앞에 앞두고 있던 청년은 자신을 만나러 뉴욕으로 온다는 친구의 요청을 한사코 거절해왔다. 잠자는 것조차 아까운 이 시간에 한국에서 온 친구를 데리고 센트럴파크를 걷는다는 건 사치였다."말했듯이 너무 바쁘니깐…" 그런데 소화기 넘어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친구분이 2015년 2월 15일 오후 10시에 사망하셨습니다…"청년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믿기 어려운 소식에 멍한 눈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뉴욕은 15일 밤 10시가 아닌, 14일 오전 8시를 지나고 있었다. 어쩌면 14시간 안에 한국에 도착할 수 있는 제트기가 있다면 지금 당장 한국으로 날아가 친구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2017년 창작뮤지컬상은…"팀파니 소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마침내 수상 작품의 제목이 발표되었다.'실패!'결과를 인지한 찰나 블랙홀에서 빠져나온 청년은 수상의 실패에 대한 큰 상실감에 숨을 쉴 수 없었다. 작품의 성공만을 바라보며 수년간 경주마처럼 달려온 지난 세월이 야속하기만 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던 친구마저 차갑게 외면했던 유학시절의 기억들, 보이지 않을 달콤한 미래를 위해 지금의 행복을 사치라고 생각했던 지난 시절. 그렇게 기억을 걷다 보니 뮤지컬 '기억을 걷다'에서 던지는 메시지가 이제야 비로소 청년 자신에게 하는 말임을 깨닫게 되었다.주위를 둘러보니 동료들이 그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현재 주어진 이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함을 결심한 순간 상실감이 기회로 바뀜을 느낄 수 있었다. 청년은 동료들을 향해 외친다."다시 도전!"

2020-03-10 14:23:55

[기고] 코로나19 과도한 공포 백해무익

[기고] 코로나19 과도한 공포 백해무익

청도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이비인후과를 개원하고 있는 의사입니다.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산자수명의 아름다운 고향 청도가 좀비 도시 취급을 받고, 대구를 다녀오면 2주간 격리되며 서울의 대학병원에서는 대구 환자를 받지도 않는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에 화를 참지 못합니다.과연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정상적인 것인지, 아니면 공포에 의한 과민 반응인지 생각해 봅니다.청도에서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병하고, 사망자도 많이 나온 것은 대남병원의 정신병동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정신병동의 특성상 전국 각지의 환자들이 5~20년씩 장기 입원한 경우가 많고, 이에 따른 기저 질환으로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치명타를 날린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신병동의 특성상 집단 폐쇄된 환경도 한몫을 하겠지요.청도는 코로나19 공포로 인하여 도시의 기능이 올스톱되고 텅 빈 유령 도시가 되었다고 합니다.대구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보입니다. 식당가는 대부분 문을 닫고, 자영업자들은 종업원을 내보내며 처절한 생존 몸부림을 칩니다. 모든 정상적인 일상생활은 사라졌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굶어 죽게 생겼다고 자조하십니다. 과연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이 옳은지 반문하게 됩니다.대구가 이렇게 코로나19의 집단 발병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것은 신천지 발병자에 의한 급속한 전파가 주원인인 듯합니다. 그러나 다시 돌이켜보면 이것이 전부는 아닐 겁니다. 신천지 신자 전수조사, 무증상자에게도 검사 실시, 그리고 대량의 검사가 가능한 대구의 첨단 의료와 이를 가능케 한 헌신적인 의료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라 생각됩니다. 전 세계에서 단시간 내 이렇게 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한 나라는 오로지 대한민국 우리나라뿐이라고 확신합니다. 또한 너무나 투명한 검사 결과 공개 등도 확진자가 많은 이유지만 그러나 또한 우리의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일본이나 미국에서 이런 대량 검사와 신속한 결과 공개가 가능한지, 혹시 의도적으로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서 확진 환자가 적은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저는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하루에도 수많은 감기 몸살 환자의 입과 코를 들여다보고 치료를 합니다. 그러나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킴으로써 수차례 감기에 걸린 적은 있지만, 개원 20년간 단 한 번도 독감에 걸린 적이 없습니다. 물론 행운이 따라서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감기나 독감,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이 모두 전염성 질환이며,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환임을 방증하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손 씻기와 마스크 사용,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킨다면, 코로나19에 걸리지도 않겠지만, 설령 걸린다 해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모든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기 전에, 시민들이 너무 떨지 말고 대범하게 대처하여 불황에 죽어가는 시민들부터 살립시다.병에 대한 적절한 경각심은 이 엄중한 시기에 꼭 필요한 습관이겠지만, 지나친 공포심은 오히려 공멸의 길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우리 대구경북 사람들은 마치 세균 덩어리 취급을 받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대량의 검사, 빠른 검사 속도, 투명한 환자 공개, 뛰어난 의료 시설과 헌신적인 의료진, 시민들의 의연한 대처 등으로 세계인의 칭송을 받는 메디시티의 시민으로 거듭날 것을 믿습니다.대구경북의 위대한 시민들은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고 자랑스러운 대구경북을 다시 빛낼 것입니다.

2020-03-09 18:53:45

[부산시장 특별기고] 오히려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대구경북

[부산시장 특별기고] 오히려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대구경북

"오히려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대구경북입니다."대한민국 전체가 두 달 가까이 코로나19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소중한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아직도 하루하루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마음은 무겁고 불안과 고통은 커집니다. 전국의 산과 들엔 봄꽃이 피었건만 지하철과 거리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굳게 입을 다문 침묵이 무겁게 흐릅니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토닥토닥하는 즐거운 시끄러움이 소망스럽고 그리워집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하루하루 늘어가는 확진자 수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저의 뿌리가 경북 의성이라서 더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 서문시장이 사상 처음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자가 격리되는 바람에 노모의 임종을 못 지켰다는 어느 분의 소식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왜 하필이면 대구경북인가 하고 안타까웠습니다.그렇지만 대구경북 분들의 대처는 남달랐습니다.마스크 공급이 타 지역보다 절박한 상황이면서도 참을성 있게 줄을 서고, 수많은 감염 환자들을 수용하고 치료하는 데 반대하며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대구를 취재했던 미국 ABC방송의 이언 패널(Ian Pannell) 기자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대구경북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이 버티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대구경북인들은 삶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구에 계신 부모님을 걱정해 타 지역에 사는 자녀들이 자기 집으로 모시려 해도 "대구에는 얼씬도 하지 마래이. 나도 안간데이"라며 묵묵히 대구를 지키는 분들…. 기사를 읽고 마음속이 뜨거워졌습니다. 우리가 "대구경북 힘내라!"고 응원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대구경북이 부산을, 대한민국을 온 몸으로 응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별은 밤이 깊고 어두울수록 비로소 더 밝게 빛난다고 했던가요? 대구경북은 6·25때 낙동강 전선의 보루였고, 조국 근대화를 이끈 인재들을 많이 배출한 대한민국의 저력이 있는 고장입니다. 그런 자존심과 자부심, 문화적 저력이 이런 시련기에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지요. 대구경북 분들이 큰 고통 속에서 미국의 언론도 감동할 정도로 의연하게 잘 버텨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다행히 대구경북에서 서서히 안정화되고 있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대구에 상주하며 코로나19 대응 지휘를 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전국에서 대구로 달려가 주신 의료진들, 대구경북 힘내라고 많은 성원을 해주신 국민께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부산시민들도 대구경북이 외롭지 않도록 그 고통을 모두의 아픔으로 품어 안았습니다. 대구의 중증 환자들을 수용하여 치료했습니다. 병상 부족 문제를 겪는 대구에 병상을 제공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안전과 생명에는 경계가 없다고 믿습니다.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여 마셔봅니다. 깨끗하고 맑은 시원한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옵니다. 온 국민이 마스크를 벗고 맑은 공기를 함께 호흡하면서 거리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시장과 동네 가게마다 웃음꽃을 피우는 소중한 일상을 하루라도 빨리 되돌려 드리겠습니다.대구경북민 여러분, 오히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힘내세요. 부산이 함께 하겠습니다.

2020-03-09 18:26:48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여성 노동자의 빵과 장미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여성 노동자의 빵과 장미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여성 의류노동자 1만5천 명은 열악한 작업장의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시위에 나섰다. 노동 조건 개선, 여성 지위 향상과 참정권을 외쳤다. "우리가 행진할 땐 남자들을 위해서도 싸우네. 남자는 여성의 자식이고 우린 그들을 다시 돌보지. 그런 우리는 몸과 마음이 모두 굶주리네. 우리에게 빵을 달라, 또한 장미도!"라는 노래를 불렀다.빵은 생존권, 장미는 참정권을 뜻한다. 당시 여성들은 최악의 노동 현장에서 저임금으로 하루 12시간 이상 일했으나,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는 허용되지 않았다. 시위는 의류노동자연합 창설과 남녀 차별 철폐, 여성의 자유, 참정권을 촉구하는 여성 운동으로 이어졌다. 1977년 유엔은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하였고, 이날 빵과 장미를 나눠주는 행사가 열린다.여성에게 선거 참정권이 부여된 것은 불과 한 세기 남짓하다. 민주정치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지적 능력이 낮고, 가정을 지키는 본분에 충실하면 그들의 이익은 남성에 의해 대변될 수 있다는 논리로 참정권이 거부되어졌다. 여성 참정권 운동은 프랑스 혁명 시기에 처음 시작된다. 여성을 단두대에 보낼 수 있다면, 투표 참여 권리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은 여성들과 자유주의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18세기 말에 시작되었다. 1870년경 무려 300만 명이 서명한 청원서가 의회에 제출되었으나 빅토리아 여왕의 반대로 좌초된다.계속되는 청원에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자 좌절한 여성들은 여성 참정권 연맹의 에머린 팽크허스트(1858~1928)의 선도하에 전투적인 투쟁에 돌입한다.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자유당과 의회의 회합을 방해하고 경찰에게도 맹렬하게 대항하며 체포된다. 그녀는 법정에서도 "우리는 범법자가 아니라, 새 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기에 섰다. 나는 노예가 되느니 반란자가 되겠다"며 당당했다. 과격한 시위에도 정부의 반응이 없자 여성들은 남성들의 상징적인 건물들의 방화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1년에 12차례나 투옥과 단식을 반복하였고, 경찰서마다 여성 시위자로 넘쳐났다.그러던 중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남성이 전쟁터에 투입되자 여성들이 그들을 대체하여 중요한 산업 인력이 되었다. 에머린과 동료들도 참정권 운동을 일절 중지하고 전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제야 국민들과 의원들은 이들 여성운동가들의 애국심을 진심으로 이해하며 그녀들을 받아들였다. 전쟁이 끝난 1918년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고, 1928년 에머린이 죽기 직전에는 21세 이상의 영국 여성은 남성과 동일한 참정권을 얻었다.이 도도한 표정의 황동종의 인물이 딸 크리스터벨과 함께 여성의 존엄성을 찾아주는 참정권 운동에 일생을 바친 에머린 팽크허스트다. 그녀를 마치 당당한 어느 외계인 같이 묘사했다. 1930년 이 종을 조각한 장인은 한 사람의 위대한 인류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남성 위주의 독점적 사회구조의 종말을 알린 그녀의 족적에 대한 질시를 함께 담은 것 같다. 그녀는 "우리들은 인류의 절반을 해방시키는 세상에서 가장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고, 결국 그 숭고한 목적을 달성했다.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장미를 안겨준 거인이었다.

2020-03-09 18:00:00

[박창원의 기록여행]  절도‧강도보다 큰 죄 '매점매석'

[박창원의 기록여행] 절도‧강도보다 큰 죄 '매점매석'

'사건의 내용은 8‧15 전 김성재가 생필품으로 배급받은 광목 등을 작년 11월, 12월 소매상에 배급치 않고 자유처분으로 폭리의 일부인 138만7천원 상당 무단 횡령하였다는 것~.'(매일신문 전신 남선경제신문 1946년 8월 29일 자)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다. 일제강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는 찰나에도 예외는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무리들이었다. 이름하여 모리배로 불렸다. 남선경제신문의 기사 속에 등장하는 김성재도 꽤나 악명 높았던 모리배였다. 지금의 경상감영공원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던 그는 생필품으로 배급받은 광목 3천여 필을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매점매석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15만원을 선고받았다. '해방의 선물은 기근'이란 말이 떠돌았고 주민들은 이내 체감했다. 식량난과 경제적 궁핍으로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버거웠다. 모리배들은 이런 주민들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레 돈벌이의 기회로 여겼다. 물자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사재기나 빼돌리는 수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쌀이나 의료품 같은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매점매석해 폭리를 취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포도주나 심지어 마른 명태 등 돈이 된다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창고로 거둬들였다.주민들이 써야 하는 생필품은 모리배 창고 속에서 잠잔다는 말이 유행했다. 대구와 부산에서 적발된 창고 속의 생필품이 경상도의 1년 소비량에 해당한다는 발표가 있을 정도였다. 일상을 피폐하게 만든 이들 모리배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당국은 들끓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못 본 체할 수 없었다. 검찰은 개인에게 해를 끼친 강도나 절도 범죄보다 모든 민중을 상대로 독을 퍼뜨린 폭리행위의 죄가 더 무겁다고 단죄 의지를 밝혔다. 그 뒤 모리배들이 받은 처벌은 거의 용두사미로 끝났지만 말이다.도대체 폭리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당국이 밝힌 폭리는 소매상이 생산비의 3할 이상을 초과해 물건값을 받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1천원에 만든 물건을 1천300원 이상으로 소비자에게 팔면 폭리에 해당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폭리라고 말하기도 무안할 지경이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이용해 마스크를 기존 가격보다 3, 4배 부풀려 파는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 시절 매점매석은 폭리 여부로 판가름했다. 월평균 판매량의 1.5배 이상, 닷새 넘게 팔지 않고 가지고 있는 마스크 업자를 처벌하기로 했다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첫머리에 인용한 기사에서 다만 품목을 바꿔봤다. 소리 내어 한 번 읽어보시라. 70여 년이 흘렀지만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사건의 내용은 8‧15 전 김성재가 생필품으로 배급받은 마스크 등을 작년 11월, 12월 소매상에 배급치 않고 자유처분으로 폭리의 일부인 138만7천원 상당 무단 횡령하였다는 것~.'

2020-03-09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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