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문의 한시산책] 집이 너무 머네-작자 미상
산 앵두꽃이 唐棣之華(당체지화)바람에 살랑, 살랑대고 있구나 偏其反而(편기반이)어찌 그대를 생각하지 않으랴만 豈不爾思(기불이사)집이 멀어도 너무 머네 室是遠而(실시원이) 산 앵두꽃이 바람에 살랑살랑, 살랑대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님(=그대)'의 얼굴이 난데없이 울컥, 떠오른다. 아마도 화자는 산 앵두나무 꽃 아래서 사랑하는 님과 입술을 맞대고 마음을 쏙닥거렸으리라. 생각 같아서는 그 님을 향해 들입다 내달려가고 싶다. 하지만 님이 계신 곳이 멀어도 정말 너무 머네, 아아!중국 최초의 시가선집인 '시경(詩經)'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은 고대 시가의 하나다. '논어(論語)'의 자한편(子罕篇)에 인용되어 있는데, 이 시에 대해 공자는 다음과 같이 평한 바가 있다. "생각이 간절하지 않을지언정 어찌 집이 멀다고 하겠느냐(未之思也, 夫何遠之有)". 인(仁)이 멀리 있는 것은 결코 아니므로 구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얻을 수가 있듯이, 님에 대한 생각이 정말 간절하기만 하다면 거리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 되겠다."바람도 쉬여 넘는 고개 구름이라도 쉬여 넘는 고개/ 산진이(산에서 자란 매)이 수진이(집에서 길들인 매) 해동청(海東靑: 송골매) 보라매(사냥에 쓰는 매)라도 다 쉬여 넘는 고봉(高峰) 장성령 고개/ 그 넘어 님이 왔다하면 나는 아니 한 번도 쉬여 넘으리라(작자미상의 사설시조)". "내 그대를 사랑하면 그댈 패 죽이게 되고, 아니면 그대가 나를 쳐 죽이게 된다 해도/ 그래도 어쩔 수 없네, 이 기겁할 만유인력!(이종문, 引力)" 보다시피 눈에 보이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사랑인데, 님에 대한 마음이 펄펄 끓는다면 어찌 집이 멀겠는가."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시골에 내려와서 정구지 지짐을 굽고 있어요. 내일이 할아버지 생신이거든요. 그런데 선생님, 뜨거운 철판 위에 드러누워 있는 보름달 같은 지짐 넙디기 위에 갑자기 선생님의 얼굴이 겹치는 거 있죠. 마음 같아서는 이 지짐 한 넙디기 선생님께 가져다 드리고 싶지만, 길이 너무 머니 어쩌면 좋아요" 우와! 그렇더냐! 네가 굽는 보름달 속에 나의 얼굴이 떠올랐다니,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구나. 그러나 우스개 삼아서 사족(蛇足)을 단다면, 길이 너무 멀단 말은 하지 말아라. 마음의 간절함이 부족한 게지. 얼마 전에 함께 읽었던 공자님 말씀 벌써 잊었구나. "생각이 간절하지 않을지언정 어찌 집이 멀다고 하겠느냐".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08-01 10:08:14
[기고]GMO로부터 우리 식탁을 안전하게
필자는 6개월 전부터 국제로타리와 GMO(유전자 변형 식물) 재앙에 처한 식품 섭취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시키고 홍보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GMO는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식물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것으로 식량 문제 해결에는 획기적인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생태계 교란이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사회는 유전자 조작 식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GMO는 주로 종자 형태로 유통되는데, 세계 최대 유통회사가 미국의 '몬센토'라는 기업이다. 몬센토는 1902년 화학기업으로 출발하여 세계 최초 GMO 콩을 개발하면서 최대 종자회사로 도약한 회사로 우리에겐 DDT 살충제와 월남전의 고엽제를 만든 회사로 유명하다. 현재 약 1만여 종 이상의 작물 유전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밥상에 오르는 농산물 10개 중 4개가 몬센토가 개발한 종자로 생산된다. 국내에서도 파프리카, 청양고추 등 70개 품목의 종자를 몬센토를 통해 구입하고 있다.문제는 이 GMO 식품이 그 속에 있는 물질로 인해 그것을 섭취하는 인간에게 여러 가지 심각한 피해를 준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GMO 식품이 신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①글리포세이트 ②라운드업 레디 단백질 ③Bt 독소 단백질 등을 지목하고 있다.글리포세이트는 몬센토가 생산하고 있는 제초제 '라운드업'의 주요 성분으로,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 발암성 추정 물질 2군으로 분류한 물질이다. 2010년 어느 의학 단체의 연구에 의하면 아르헨티나에서 GMO 콩을 재배하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각종 질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는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GMO 콩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다. 수집된 자료에 따르면 글리포세이트가 뿌려지고 있는 지역에서 유산, 사산, 암, 불임증, 다운증후군, 내분비 질환, 면역 체계 결핍증 등 여러 가지 질병들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GMO 콩이 재배되기 이전과 비교하면 선천성 기형아가 2~5배나 증가했다.변질된 단백질 역시 불안하다. 전문가들은 유전자 조작 식물들 속에 함유된 변질된 단백질이 신체에 치명적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며 당대뿐 아니라 그 2대, 3대로 내려갈수록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문제가 이렇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에 대한 경각심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지금 한국보다 GMO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일본뿐이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인구도 많을뿐더러 수입한 대부분의 GMO를 동물 사료 등으로 사용한다. 그렇게 봤을 때 식용 GMO 수입은 단연 한국이 세계 1위인 셈이다. 지난 15년 동안 우리나라는 선천성 기형아 급증(7년간 136.6% 증가), 불임증 급증, 자살률 세계 1위, 자폐증 발병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갖게 됐다. 또한 어린이 4명 중 1명은 정서장애를 겪고 있고, 아동 비만, 대사증후군, 성조숙 아동도 급증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유전자 조작 식품 섭취와 관련이 없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겠는가?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유전자 조작 식품은 연간 약 228만t, 1인당 약 43㎏에 해당한다.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허기'는 우리의 가장 큰 적이었고 극복의 과제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원조를 받는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도 GMO 식품은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무런 의심 없이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될 일이다. GMO 식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9-07-31 11:17:41
[최진석의 새 말, 새 몸짓] 척박한 땅에서는 거친 풀이 자란다.
매일신문을 붓 머리로 하여 전북일보, 경인일보, 광주일보 등에 "국가란 무엇인가"를 발표하고 나서 많은 지지와 격려를 받았다. 그러나 비난도 없지 않았다. 비난을 받을 때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잠깐이나마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생각은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을 수밖에 없다.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아야 할 생각이 개수가 준 나머지 몇 개의 생각으로 뭉쳐서 활력을 잃는 것이 더 위험하다. 문제는 지지나 비난이 어느 높이에서 일어나는가가 중요하다. 지지가 되었건 비난이 되었건, '곰곰이 생각'하고 하는 것과 그러지 않고 감(감각과 감성)으로만 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생각을 해야 도달할 수 있는 단계가 있다. 거기서는 지적 개방성이 최소한이나마 작동한다. 이리하여 싸움판 같은 논쟁이라도, 그것이 끝나는 곳에는 협치도 자라나고 합의도 피어나서 사회를 앞으로 미는 전진의 기운이 생겨난다. 최소한의 지적 개방성도 보장되지 않은 정도의 수준에서라면, 논쟁은 그저 비난전에 불과하다.여기서는 한 치의 전진도 없다. 그저 제자리를 뱅뱅 돌거나 과거로 퇴행한다. 내가 보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불행하게도 감각과 감성의 작동 기재에 갇혀 최소한의 지적 개방성도 허용되지 않는 매우 극단적인 양분 상태이다. 한 나라 두 국민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어느 쪽에서나 '내로남불'을 대놓고 하고 얼굴색도 바뀌지 않는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에는 마치 활시위를 당기듯이 결사적이다.이젠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차라리 장수하는 비결이 될 지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군가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들어주는 경우가 아주 귀하다. 대개는 어떤 주장을 들으면서 우선 자기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를 결정하고, 거기서 출발한다. '맘'이 과학과 논리를 앞선다. 맘에 들면 맘에 들게 논리를 만들고, 맘에 안 들면 맘에 안 들게 논리를 만든다.그러니 개념의 적용 범위를 무시하거나, 억지스럽거나, 논리적이지 않거나, 인신 공격적이거나, 프레임을 쉽게 씌운다. 국가주의니 획일주의니 패권주의니 하는 등등의 '주의'에 쉽게 갇힌다. 가치가 개입될 여지가 많은 철학이나 정치나 종교의 영역에서는 더욱 심하다.지적인 훈련이 되어 있으면, 논리로 감각을 지배하지만, 지적인 훈련이 되어있지 않으면 감각에 논리를 복종시킨다. 감각에 논리를 복종시킨다는 말은, 논리를 편의대로 만든다는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치적 주장에서 이런 경향이 매우 심하게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 지적 독립성이 훈련되지 못한 사람들은 정치의 늪을 피하지 못한다.고도로 지적 훈련을 받은 증명서를 가진 지식인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정치가 모든 지적 활력을 다 빨아드린 후 소진 시켜 버리는 블랙홀로 기능한다. 정치라는 블랙홀의 흡인력에 얼마나 저항할 수 있는가가 얼마나 높은 강도로 지적 훈련을 받았는가를 증명할 것이다.이것은 지식인이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지적 훈련을 받은 사람답게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감각과 감성을 이겨내라는 뜻이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지금 감성이 배제된(완벽한 배제란 인간에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니다) 객관적인 대화를 하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다.남북관계에서나 한일관계에서나 건강한 논쟁을 할 토양은 사라졌다. 논쟁을 통해 무슨 조그마한 소득이나마 산출할 토양이 아닌 것이다. 근본적인 면에서는 경제지표가 하락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큰 문제이다. 극단적인 이전투구 판에 있으면서도 죽기 전에 바늘 끝만 한 아름다움이나마 거두고 싶은 욕망이 남아 있다면 이 정도까지 천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어버린 내 나라가 나는 너무 슬프고 무섭다.앞에서 '지적 훈련'이라는 말을 듣고 기분 나빠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학벌 좋고 가방끈이 긴 사람들끼리의 말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지적 태도라는 것은 인간이 세계와 관계하는 가장 효율적인 한 방식일 뿐이다. 세계를 지적으로 다루는 사람은 세상을 더 넓고 깊게 접촉한다. 좁고 얕게 접촉하는 사람은 넓고 깊게 접촉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피상적인 수준에서 이기고 지는 승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의미까지도 포함하여 모든 것을 종합한 인생 전체에서의 승리 여부를 말한다. 지구는 평평한가, 둥근가? 배운 것을 즉각적으로 내뱉으며 둥글다고 아주 쉽게 말하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경험하지도 않은 것을 자신 있게 말하기란 적잖이 조심스럽다.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전혀 경험되지 않는다. 감각과 본능으로 보면 지구는 평평하기만 하다. 가만히 생각하고 자세히 따져 봐야 둥글다. 지적이라는 것은 지식의 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만히 생각하고 자세히 따져 보는 능력을 발휘하는지의 여부이다.지구를 평평한 것으로 아는 사람이 세계를 접촉하는 범위는 좁고 얕을 수밖에 없다. 가만히 생각하고 곰곰이 따져 봐서 지구를 둥근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세계를 넓고 깊게 접촉한다. 삶의 효율성이 누구에게 더 있을지는 길게 말할 필요 없다.이렇게 보면, 지적 태도는 우선 감각과 본능을 극복하는 태도이다. 감각과 본능을 극복한다는 말은 감각과 본능을 소멸시키거나 제거한다는 뜻이 아니라 곰곰이 생각하는 지적 능력으로 감각과 본능을 정련시킨다는 말이다.지적이면 가만히 생각하고 곰곰이 따지면서 반응하기 때문에 덜 감성적이고, 지적이지 못하면 생각을 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정련되지 않은 감각이 그대로 튀어나와 훨씬 더 감각적이며 감성적이다. 지적이면 생각을 하고, 지적이지 못하면 생각을 하지 않는다.학력이 아무리 높아도 지식의 양만 넘쳐나고 곰곰이 따지는 능력이 배양되어 있지 않다면, 지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 대신 학력이 낮거나 지식의 양이 적더라도 곰곰이 생각할 줄 알면 지적인 사람이다. 이것은 세계와 반응하는 기술이자 태도이다.곰곰이 생각할 줄 알면 세계를 이해하고 관리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커지는 데도 인간은 왜 곰곰이 생각하지 않은가? 생각이라는 것은 하나의 정신적인 수고이다. 힘이 든다. 감각과 감성은 정신적인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자극에 맡겨 본능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면 된다. 특정한 이념에 갇혀도 인간은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그 이념만 기준으로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념가들이 더 감성적인 이유이다. 분명한 것은 '이념'이란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는 점이다. 이념을 강하게 소유하면, 진실하고 헌신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과거를 지키거나, 거기에 자발적으로 갇힌다는 문제가 있다.'이념적이다', '과거에 갇혔다', '생각이 없다', '감성적이다'라는 표현들은 서로 매우 가깝게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만일 권력을 갖게 되면 쉽게 자기 확신에 빠진다. 자기 확신에 빠져, 자기가 만든 진실에 자기가 도취 되어 역사에 철저한 태도로 헌신한다는 느낌을 스스로 제조한다.그래서 현실을 보지 않고 자기 이념을 본다. 현실에서 이념을 생산하는 수고를 하지 못하고, 이념으로(그것이 낡은 이념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제어하려는 무모함을 행한다. 봐야 하는 대로가 아니라 보여지는 대로 보는 승리의 길을 포기하고 '자아 도취에 빠져 몽환적 정치'를 하게 되는 노정은 이와 같다.'일상'과 '현실'이 아무리 피폐해져도 오히려 그 피폐함을 진실에 접근하는 통로로 간주한다. 곰곰이 생각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점은 이렇게 중요하다. 감각과 감성에 의존하는 태도를 갖느냐 지적인 태도를 갖느냐 하는 점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든다.우리의 근대 역사에는 동학 혁명이라는 불꽃같은 기록이 있다. 우리는 동학의 정신을 잘 살피고 더욱 계발해야 한다. 동학도 없었으면,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었다. 여기서 우선 김태유 교수의 "패권의 비밀; 4차산업혁명시대, 부국의 길"이라는 제목을 단 유투브 영상을 소개해야겠다.모두 꼭 한 번 보시기 바란다. 김태유 교수에 의하면 동학 농민군이 일본군에 의해 3만명 사살될 때 일본군은 한 명 죽는다. 엄청난 격차다. 무기가 달랐다. 일본군은 전설의 소총인 스나이더 소총을 자신들의 신체에 맞게 개선한 무라다 소총을 썼고, 우리는 여전히 화승총을 들었다.무라다 소총은 엎드린 자세에서 장전하며 1분간 15발을 쏠 수 있었고, 사거리는 800미터였다. 반면 화승총은 2-3분 동안 선 채로 1발을 장전하여 쏠 수 있었고 사거리는 120미터였다. 이런 화승총에 죽창을 곁들인 무력으로는 아무리 큰 결기로 뭉쳤다 하더라도 무라다 소총을 든 적을 이길 수 없다.결국 산업화의 결과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고,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무라다 소총과 화승총의 차이는 산업화의 차이를 상징한다. 그럼 왜 누구는 산업화에 성공하고 누구는 산업화에 성공하지 못하는가?그것은 세계에 반응하는 '태도'가 좌우한다. 무엇을 '제작한다' 혹은 '개선한다'는 것은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소지'하는 태도가 아니라 불편함과 문제를 느껴서 '그 다음'을 '알려고' 하거나 '설명하려고' 하는 강력한 의지가 발현된 것들이다.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소지'하는 태도를 가지면 곰곰이 생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주로 감각과 본능이나 감성을 표하는 것으로 자기 태도의 대부분을 채운다.반면에 '그 다음'을 곰곰이 생각하는 태도를 가지면, 불편이나 문제를 발견한 후 그것을 붙들고 늘어지는 수고를 스스로 감당한다. 이것이 지적인 태도이다. 스나이더 소총을 무라다 소총으로 개선했다는 것은 일단 감각과 본능을 극복하여 지적인 태도로 문제를 대했음을 알 수 있다. 있던 화승총을 별 개선 없이 계속 썼다는 것은 우선 '곰곰이 생각'하는 지적인 태도로 세상을 대하지 못했음을 뜻한다.곰곰이 생각하는 지적인 태도를 우리보다 먼저 혹은 더 철저히 발휘했던 일본은 우리보다 더 인간적으로 살았고,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했던 우리는 우리의 '인간성'을 그들에 의해서 짓밟히는 치욕을 살았다.이런 의미에서 헤르만 헤세도 "데미안"에서 이렇게 말했는지 모른다; "세계를 그냥 자기 속에 지니고 있느냐 아니면 그것을 알기도 하느냐, 이게 큰 차이지. 그러나 이런 인식의 첫 불꽃이 희미하게 밝혀질 때, 그때 그는 인간이 되지." 알려고 하는 태도는 머무르려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향한 욕망이다. 그것이 바로 지적인 태도다.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해주는 근본적인 힘이다. '알려고 하면'(곰곰이 생각하면) 인간의 주체성을 지키며 살 것이고, '알려고 하지 않으면'(곰곰이 생각하지 않으면) 그것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동학 농민 혁명이 일어나기 약 20여 년 전, 지금 일본의 기초를 세우는 데 큰 공헌을 한 후쿠자와 유키치는 여러 저술을 통해 일본을 근대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한다. 그의 성공은 바로 우리의 고통이었다.'네이버 열린논단'에서 한 미야지마 교수의 강연 내용에 의하면, 1872년에서 1876년 사이에 후쿠자와 유키치가 출간한 "학문의 권장"이라는 계몽서가 300만부나 팔렸다. 당시 일본의 인구가 3500만명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조금 과장하여 당시 일본인 10명 가운데 한 명은 이 책을 읽었다고도 할 수 있다.후쿠자와 유키치가 우리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하는 평가는 뒤로 하고, 그의 시대에 그가 300만의 독서 인구를 가졌다는 그 사실이 부럽고 놀라울 따름이다. 독서는 '곰곰이 생각하는' 훈련이 아주 잘 된 사람들이 남긴 결과(그것이 책이다)를 접촉하여 자신도 '곰곰이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다.우리는 '무라다 소총'과 300만 독서 인구의 존재가 같은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300만 독서 인구와 후쿠자와 유키치는 따로 존재하는 두 개가 아니라 하나다. 300만 독서 인구를 가진 당시 일본 사회가 후쿠자와 유키치의 토양이다.우리가 일본에 패배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근본적인 의미에서 '곰곰이 생각하는 능력'의 차이 때문이었다. '곰곰이 생각' 해야 지식이 나오고, 또 거기서 산업이 나오고, 국력이 커지는 이치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곰곰이 생각'하는 지루한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는 미덕이 사라졌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다.그 대신 생각하는 수고를 포기한 감성의 배설과 감각적 판단이 요즘은 난무한다. 이미 소지한 각자의 신념을 지키는 일로만 세월을 보낸 지 이미 수십 년이다. 이제는 프레임 씌우기가 더 자연스러워져 버렸다. 빨갱이라는 프레임 씌우기로 고통받은 적이 있던 사람들은 위치가 바뀌자 친일파라는 프레임 씌우기에 바쁘다.이런 토양에서 건설적인 정치와 외교와 정책이 실현될 수는 없다. 척박한 땅에서는 거친 풀이 자란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에게 더 나은 사람이란 '곰곰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감각과 감성보다는 숙고와 사실에 기대는 사람이다. 최진석(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건명원 초대원장) ifston@daum.net
2019-07-29 18:00:00
[인수일 교수의 과학산책] 에너지 안보
현재 진행 중인 국가 간 무역 갈등은 한국에 심각한 경제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과학기술이 기업과 국가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고 다양한 정책과 전략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 반가운 소식은 대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성에너지가 지난 25일 적정기술 혁신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적정에너지 전략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수소에너지 등 5개 분야에 8명의 자문위원을 위촉했다.수소에너지 분야, 환경에너지 분야, 신재생에너지 분야, 에너지 신산업 분야 , 도시가스 분야 등 5개 분야다. 5개 분야에 위촉된 자문위원은 모두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문가들이다. 필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합류했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출범식에서 "적정에너지 전략위원회 출범은 대성그룹의 종합에너지 솔루션 기업 비전 달성을 위한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자문위원단과 태스크포스 간 유기적 협업과 정보 교류를 통해 지속 성장의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대성그룹은 1947년 고 김수근 명예회장이 대구시 칠성동에 연탄 회사를 창업한 것을 시작으로 1957년에는 서울 마장동에 대성연탄을 설립하였다. 김영훈 대성홀딩스(옛 대구도시가스) 회장이 이끄는 대구 지역 대성 계열은 도시가스,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 매립가스 자원화(LFG), 생활폐기물 고형연료화(SRF), 바이오가스 등의 사업과 IT, 영화, 방송 콘텐츠 등 문화 콘텐츠 개발 및 보급 사업 등을 한다. 지역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기술과 에너지 안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기술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지난 6월에 대성에너지 신성장본부 기술개발팀에서 필자를 직접 찾아와 전략위원회의 취지와 비전을 설명하고 자문위원직을 요청했다. 평소 기업 경영은 물론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으로서 국제사회를 이끄는 리더십으로 유명한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미중, 한일 무역 갈등에서 촉발된 한국 기업의 위기와 국제적인 역학관계를 과학기술로 풀어가는 데 미약하나마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자문위원을 수락했다.대성에너지는 우중본 사장을 팀장으로 5개 분야를 망라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자문위원과 각 태스크포스 간 사업 분야별 핵심기술 및 지속 성장 로드맵 수립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필자의 역할은 학문적 범주를 넘어서 한국의 대표 에너지 기업에 도움이 되는 시각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현안을 분석하고 응용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할 것이다.한반도를 위시한 강대국들의 무역과 기술 경쟁에서 에너지 안보는 모든 산업의 근간이기 때문에 이번 '적정에너지 전략위원회' 출범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경영철학과 과학기술을 산업화하고 기술 안보를 전략적 무기로 키워나갈 수 있는 산학협력이야말로 현재 어려운 국제 정세를 대비하는 일이라 하겠다.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2019-07-29 18:00:00
[세월의 흔적]33회 찜갈비
웃지 못 할 이야기 한 토막. 오래전 서울에서 점잖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동인동 찜갈비 맛이 끝내준다'며 앞장서 길잡이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막상 음식이 나오자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우그러지고 찌그러진 양재기를 보는 순간 다들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건 '개밥그릇도 아니고' 하면서 마뜩찮게 여겼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며 먹기 시작하였다. 다들 마지못해 한두 점씩 먹는가 싶더니, 그릇을 다 비우고 나자 표정들이 환하게 밝아졌다.찜갈비는 대구를 대표하는 오래된 맛이다. 동인동 찜갈비집은 먹고 살기 위해 가게를 열었다. 그게 돈벌이가 되겠다는 생각에서 하나둘 가게를 차림으로써 마침내 집단을 이루었다. 그동안 입 소문을 타고 전국적인 명물거리로 발전하였다. 이곳 가게 주인들은 이미 오래 전에 '동인찜'이란 공동상호로 특허를 받았다.1960년대 후반의 대구는 갈비와 불고기의 전성기였다. 찜갈비도 그 연장선상에서 생겨난 음식이라고 보면 된다. 그 당시 동인동 일대는 주택가였고, 도로는 포장이 되지 않았으며, 승용차가 비켜가기조차 쉽지 않은 좁은 골목길이었다. 그러다가 1975년 도로가 포장되자 한 집 두 집 가게가 들어서면서 집단을 이루었다. 이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는 1968년에 문을 연 '실비 찜갈비식당'이다.갈비찜과 찜갈비는 비슷한 이름이지만 조리법이 다르다. 갈비찜은 삶은 밤 은행 석이채 같은 재료가 들어가지만, 찜갈비에는 그런 게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고춧가루 마늘 설탕 한약재 같은 재료를 넣고 잘 버무린다. 또한 먹는 방법도 다르다. 먼저 반주 삼아 술을 한잔 곁들이면서 고기부터 먹고, 그 다음 양념에다 뜨거운 밥을 비벼서 먹는 게 좋다. 먹는 동안 입안이 얼얼해지고 이마에는 땀이 흘러내리게 마련인데, 반찬으로 나오는 물김치와 백김치로 얼얼해진 입안을 다스리면 개운해진다.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도 찜갈비가 있다. 그렇지만 동인동 찜갈비와는 딴맛이다. 그 비결은 양념에 있다. 마늘이 맛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는데, 마늘의 강한 향을 다스리자면 불의 강약을 잘 조절할 줄 알아야 된다. 불이 너무 강하면 마늘이 푹 익어서 향이 다 날아가 버리고, 너무 약하면 매운 맛이 남아 있어서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불길을 다스려야 하는데, 말이야 쉽지만 제대로 배우려면 10년은 족히 고생해야 터득할 수 있다. 다른 지역 주방장들이 몰래 숨어들어 이 집 저 집 다니며 먹어보고 물어도 보았으나 헛수고로 끝나고 말았다.우스갯소리 같지만 양재기도 단단히 한몫을 하였다. 양재기는 다른 용기에 비해 열전도율이 좋다. 빨리 달지만 쉬 식지 않고, 기름이 잘 굳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로 해서 우그러지고 찌그러져 볼품없는 양재기가 동인동 찜갈비의 대명사로 통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모두 위생적인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바꾸었지만.김종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19-07-29 18:00:00
[세계의 창] 한국은 '조선'이 아니고, 고통은 탈(脫)일본을 촉진한다
유치원생 손자가 "할아버지, 일본이 왜 우리나라를 못살게 해요" 했다. "한국이 미운가 봐"라고 하자, "왜 미워하는 데?" 더 이상 대화를 잇지 못했다. 어린아이 눈에도 일본의 급작스러운 수출규제 조치가 걱정스러운가 보다. 일본은 왜 이럴까.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누적된 불만 때문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이나 일본 정부는 아니라면서도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는다. 외교로 풀어야 할 과거사 문제를 경제력으로 덮으려니 대답이 궁색하다. 아베 총리는 한일 간의 신뢰 문제라고 했다. 신뢰가 없어도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장사인데, 일본은 아예 가게를 걸어 잠갔다. 물건을 팔지 않겠다니 누가 그 가게를 믿을까. 이제 일본은 한국에 대해서만은 '신뢰'라는 단어를 쓰지 못한다. 어쨌든 쌓인 불만을 못 이긴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서의 군사 침략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왜 물건을 팔지 않는가. 안 팔아서 생기는 손해보다 고객의 손실이 더 클 터이니 백기 투항할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필요한 물건이 그곳에만 있다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물건은 없다. 발품이 들고 질이 조금 떨어질지 모르나 못 구하지는 않는다. 가게는 어떻게 될까. 손님이 다시 찾지 않으니 폐업하게 될 것이다.(일본 전체는 아닐지라도 그 물건을 파는 가게는 그럴 것이다)일본을 분노케 한 불만은 무엇일까.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어제오늘의 것이 아니다.위안부 문제는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의 책임이 인정되었고, 강제징용에 대해 일본은 중국과 미국에 책임을 인정했고, 개인 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점은 일본도 인정해 온 것이었다. 이 때문에 과거사 문제는 이번 사태의 빌미이지 본질이 아니다. 한마디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불만은 총체적이다. 식민 지배의 연장선에서 과거에 말 잘 듣던 한국이 언제부터인가 자기 목소리를 내니 얄밉고, 분통이 터진다. 한국도 되돌아보니 과거에 당한 것이 너무 부당하고 억울해 따져야겠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래 수직적인 한일 간의 역학(力學)이 수평적으로 바뀌고 있는 전환기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한국을 '조선'이라 여기고 과거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본질이다.게다가 미래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일본은 한반도가 언젠가는 통일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에 물결이 더 빨라졌다. 그런데 자기 '관할'이었던 한반도 문제에서 일본은 닭 쫓던 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에게까지 러브콜을 보냈지만, 욕설만 돌아왔다. 일본은 핵무장을 한 통일 한반도, 그리고 중국에 경도된 통일 한국이 두려워진다. 일본에 대해 역사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통일 한국과 중국이 스크럼을 짜면 일본은 어떻게 될까. 존재감이 커진 한국과 중국이 버티는 아시아에서 일본은 미국에만 매달려 생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일본은 한국을 계속 말 잘 듣는 '착한 조선'으로 두고 싶어 한다. 75년 전에 소멸한 '대일본제국'을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말하는 영광의 일본이다.미중 무역전쟁에서도 가격을 올리겠다고는 해도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는 하지 않는다.그래서 일본의 이번 조치는 경제 행위가 아니고 '침략'이다. 물건을 팔지 않으면 고객은 잠시 힘들지 모르나 고객을 잃은 가게는 문을 닫는다. 지금 한국의 기업과 국민은 힘들다. 그러나 지금의 고통에 비례해 한국의 탈일본화가 촉진될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은 '조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자는 지금의 한일 관계가 최악의 위기라고 한다. 기존의 한일 관계 틀에서 보면 그렇다. 그러나 최악도 위기도 아니다. 과거의 조선과 일본제국의 관계가 현재의 한국과 일본의 관계로 바뀌는 산통일 것이다. 견디면 반드시 이기고, 새로워진다.
2019-07-29 11:11:51
[기고]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적 책무
언어학을 전공한 필자는 사회적 통합이 결국 언어적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집단, 집단 대 집단은 말할 것도 없고 부부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이 언어적 소통이 미비하면 큰 갈등을 겪게 되고 그 갈등은 필연적으로 폭력을 몰고 온다. 근래 우리 사회에서 겪고 있는 다문화 가정에서의 폭력 또한 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이러한 인식 아래 지난 12일 대구경북 지역 6개 사범대학 학장들은 경북대학교에 모여 다문화 가정을 비롯한 소외계층 자녀들의 의사소통, 학력 증진을 위한 노력에 상호 협력한다는 협약서를 체결하였다. 우리 지역의 모든 사범대학과 그 구성원들이 다문화 가정을 비롯한 소외계층 자녀들의 학력 증진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첫째, 현재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 기관이나 민간단체가 소외 계층, 특히 다문화 가정을 돕고 있지만 여전히 자녀들의 학업 성취도는 매우 낮다. 한 통계자료를 보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학습 부진의 정도가 일반 가정 자녀들보다 2.5배나 더 높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기초학력 미달의 비율을 보면 국어가 13.0%, 수학이 13.5%, 영어가 8.5%인데 비해, 일반 가정의 자녀들의 비율은 국어가 2.0%, 수학이 5.7%, 그리고 영어는 3.3% 정도이다. 이를 보면 국어 때문에 다른 교과 학력도 떨어진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둘째, 학교에서 실패(school failure)할 경우, 졸업 후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학력 미달은 단순한 소통을 넘어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의 저하로까지 이어진다.셋째,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사회적으로 배제된다. 사회적 배제란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연결망에서 소외되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정치 참여 기회와 교육 기회에서도 배제되어 결국은 사회의 낙오자가 된다는 의미이다.넷째, 사회에서 배제되면 누구든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못할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반사회적 경향을 띠게 되어 이것이 잠재적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외부 노동력 유입으로 인해 이미 오래 전에 사회적 문제가 된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를 교육의 문제와 연결시켜 훌륭하게 해결한 바가 있다.선진국이 겪은 사례를 외면하고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그들에게 교육과 소통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방치할 경우, 이것은 반드시 사회적 비용으로 우리 사회와 국민 모두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이에 대구경북 지역 6개 사범대학이 먼저 힘을 합쳐 좀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기초학력 증진을 도우려고 한다. 우리는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을 위한 언어교육과 문화 교육을 실시하고, 나아가 다른 소외계층 가정 자녀들의 학력 증진을 위한 사업도 펼칠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도 엄연히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이고, 그들에 대한 교육도 대한민국의 교육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사업에 많은 교육자들과 대구시교육청, 경상북도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과 동참을 기대한다.
2019-07-29 11:11:37
[기고]편향과 편견은 재앙을 부른다는데…
중국 현대사 3대 문호의 한 사람인 루쉰은 '한 모퉁이만을 알아서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멸한다'고 하였다.한 모퉁이는 편향, 편견과 같은 무리이다. 이 무리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중심을 잃는다. 지진, 해일, 산사태가 일어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이는 자연계뿐만 아니라 인간계에도 마찬가지다. 사물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되돌아온다.극단이 되어 투쟁이 일어나고 급기야는 재앙으로 이어진다. 편향, 편견, 한 모퉁이는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는 어느 한쪽만 본다. 편향과 편견은 다른 것을 수용하지 않고 자기 것만 고집한다. 흉기와 다르지 않다. 오늘날 이전(以前) 사람들이 남겨 놓은 것을 계승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때로는 이를 전면 부정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한다.자기 생각에 갇혀 있지 않아야 한다. 갇혀 있지 않고 고여 있지 않기 위해서는 우물 안에서 우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편향, 편견으로 내달리면 파멸이 오기 때문이다.권세와 이익에 대한 생각이 가슴에 가득하면 시비(是非) 판단이 흐려지고 일 처리나 주장도 제대로 되지 않을 뿐인데 하물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중심을 잡아야 한다.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편향과 편견, 한 모퉁이에서 벗어나 근원을 좇는 일이다. 나라의 생명은 미래를 이루는 데 있다.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 정치인이고 그들의 생명이자 본분이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국정의 우선순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미래는 허물어지는 것이다.루쉰이 경고한 것처럼 한 모퉁이만을 알고 하는 정책을 거둬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장 큰 용기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발견해야 할 일이 있다. 정당의 역할이다. 정당이 제대로 되었을 때 희망이 온다. 정당이 무기력하다. 더군다나 야당이 무기력하면 안 된다.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의(大義)의 길로 가야 한다. 비판도 큰 비판을 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제도권 정치가 불신당하면 나라가 낭패를 당한다. 백성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동서고금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모든 정치인들이 이를 깊이 통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의 우리나라는 과연 어떠한가? 역사에서 보기 드문 혼란기 중의 혼란기이고 난세 중의 난세이다. 고려시대 말, 조선시대 말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모든 국민은 훌륭한 지도자의 출현을 갈망하고 있다. 지도자는 과연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도자는 높은 애국심과 역사 인식, 그리고 용기,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 도덕성, 도전 정신, 창조적 정신, 개척 정신, 통찰력, 지도력, 결단력, 관찰력, 실행력, 국민 동원력을 높이 갖춘 사람을 말한다.중국의 유방, 모택동, 등소평, 일본의 하루노리, 도쿠가와 이에야스, 미국의 워싱턴, 링컨, 루스벨트, 영국의 처칠, 프랑스의 드골, 독일의 아데나워, 우리나라의 박정희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여기에다 지혜와 의(義)와 도(道)를 겸비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될 것이다. 이러한 덕목을 가진 사람을 찾아나서야 한다. 앞으로 위의 기준에서 찾아보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편향과 편견, 한 모퉁이가 아닌 크게 보고 넓게 보고 깊게 보고 높이 보는 큰 인물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2019-07-28 15:36:41
[이른 아침에] 우리가 자초한 일인가?
'배가 고파요.' 홋카이도의 한 탄광에서 발견된 한글이다. 삐뚤삐뚤하면서도 또박또박한 글씨가 까까머리 소년을 떠올리게 한다. 어두운 벽엔 '고향에 가고 싶다'와 '어머니 보고 싶어'란 글귀도 함께 써져 있다. 그는 어머니를 다시 만났을까?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8년, 일제는 이른바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했다. 말 그대로 국가는 무엇이든 동원할 수 있고 그래도 된다는 파시즘식의 전시통제법이었다. 이를 토대로 39년엔 '국민징용령'이란 걸 공포했다. 전시노동력 확보를 겨냥한 보다 구체적인 시행령이었다. 이때부터 수많은 한국인이 강제로 동원당하거나 일제의 획책에 속아 각지로 끌려갔다. 서울 사는 어떤 이의 아들은 홋카이도의 탄광에서, 또 대구 사는 어떤 이의 아버지는 오사카의 철공소에서, 그리고 또 경북에 사는 어떤 이의 남편은 사할린의 한 공장에서 노예처럼 일해야 했다. 모두 일제의 군수산업 현장이었다. 그곳에서 수많은 한국인이 혹독한 노동과 배고픔에 시달리다 죽어갔고 그 시신마저 불태워지고 버려진 이들은 죽어서조차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여운택, 신천수 두 할아버지는 지옥 같은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지도록 일했지만 임금조차 받지 못했다.지난 1997년, 두 사람은 일본 오사카의 지방재판소를 찾아 자신들을 감시하고 부렸던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보상금이 아니라, 미지급 임금이 아니라, 회사가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해 받아야 했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달라는 거였다. 내용으로 보나 소송 주체로 보나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갈음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한일 양국이 맺은 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확정했고 이들은 결국 최종 패소했다.터무니없는 판결이었지만 당시 우리는 지금의 일본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수긍되지 않았지만 한 나라의 사법부가 내린 민사소송에 관한 판결을 두고 '행정부가 나서라' '중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식의 내정간섭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반민주적이기까지 한 발언을 한 적도 없다. 물론 다른 식의 보복도 가하지 않았다.2018년, 일본의 사법부가 그들의 판결을 한 것처럼 우리의 사법부는 우리의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한·일 간 청구권협상에 강제징용 피해자의 청구권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피해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법적 근거도 조목조목 밝혔다. 뭐가 잘못되었는가?1991년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 있고 참여정부 시절 민관공동위원회가 발간한 백서에도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이 남아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더구나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는 별개의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일본인들이 우리 땅에 두고 간 재산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해도 된다. 단, 그 대상은 남의 땅이 제 것이라도 되는 양 자신들을 기망하고 오도한 그들의 황실과 정부가 되어야 한다. 만일 한국 기업에 강제로 끌려와 노동을 착취당하거나 죽임을 당한 일본인이 있다면 당연히 한국과 한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게 맞다. 그런 일이 있다면 말이다.2005년 서울중앙지법에 소를 낼 땐 김규수, 이춘식 할아버지까지 원고가 모두 4명이었다. 그러나 3명이 세상을 뜨고 이젠 이춘식 할아버지 혼자만 남았다. 지난 1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있은 다음 날 일본은 기습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했다.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키겠다며 요식행위에 불과한 절차를 일방적으로 밟고 있다. 아베 총리는 급기야 '한국은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와야 할 것'이라며 일성을 날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정도면 거의 윗사람이 아랫사람 꾸짖는 모양새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 일각에선 그래도 생존이 먼저이니 일본을 달래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한쪽에선 이번만큼은 물러서선 안 된다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렇듯 나라가 온통 난리라도 난 듯 들끓자 이춘식 할아버지가 '나 때문에…'라며 미안해 했다고 한다. 열일곱의 나이에 그 고통을 당하고도 자기를 지켜주지 못한 나라에 다시 미안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순 없다. 95세의 할아버지를 다시 고개를 숙이게 해선 안 된다. 할아버지를 지켜내야 한다. 나라가 왜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2019-07-28 15:36:07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우리가 모리사키 가즈에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조선이 자신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일본인이 있다. 바로 작가 모리사키 가즈에(森崎和江)이다. 그녀는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나서 1944년 일본으로 귀국하기까지 17년간을 조선에서 살았다. 유년기와 청소년기 대부분을 조선에서 보낸 셈이니 조선을 고향이라고 부를 만하다. 일제강점기를 기억하는 한국인치고 모리사키 가즈에의 이 발언을 달가워하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그렇지만 모리사키 가즈에는 조선은 자기 존재의 근원을 이루는 원향(原鄕)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라고 말한다. 모리사키 가즈에의 에세이 '경주는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1984)는 고향으로서의 조선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다.그 기억은 어린아이답게 담백하다. 중국인 식당과 러시아인 상점을 지나서 아버지를 만나러 대구공립고등보통학교로 뛰어가던,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는 열 살 소녀의 마음, 딱 그만큼이다. 그 마음에 제국과 식민지 간의 경계가 있을 리 없다. 글 속의 소녀는 아버지와 함께 강변을 산책하고, 어머니와 조선인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가 하면, 어머니가 만들어 준 치킨라이스를 먹고,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면 어떤 선물을 받을 것인가를 기대한다.또한 그 소녀는 조선인과 일본인이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고, 조선인 학생은 학교에서 일본말을 사용하며, 일본군인들이 대구 땅을 마음껏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별다른 이질감이나 의문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태어나면서부터 봐온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선인 여자와 일본인 남자 간에 태어난 혼혈 아이를 보면서 불쾌감이나 저항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안온한 일상에 감추어진 식민지 조선인의 증오와 분노, 슬픔, 조선인이 당하는 차별에 대해 겨우 열 살을 넘어선 어린 소녀가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경주는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가 이처럼 어린 소녀의 천진난만한 기억으로 채워져 있는 것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어른이 된 모리사키 가즈에가 유년기의 기억에 가하는 차가운 비판이 함께 들어있다.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누린 안온한 일상을 두고 "우리들의 생활이 그대로 침범인 것이었다"고 말한다. 식민지 조선 땅을 거쳐 간 일본인 그 어느 누구도 내뱉은 적이 없는 말이다. 또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서 죽어간 수많은 조선인들에 대해서 자신을 대신하여 희생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식민지 조선 땅에서 태어난 일본인 그 어느 누구도 내비친 적 없는 감정이다.이러니 모리사키 가즈에에게 있어서 조선을 기억하는 일이 어떻게 행복하기만 할 수 있었을까. 그 기억의 과정은 따뜻하지만 고통스러운 것이었음에 분명하다. 일제 강제 침탈로부터 백 년도 더 지난 이 시기, 모리사키 가즈에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그 침탈의 역사를 기억하며, 글을 통해서 속죄를 이야기 하고 있다.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 자체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원죄(原罪)라고 말하는 그녀의 마음은 암울한 한일관계에 작지만 강한 빛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2019-07-25 11:36:10
[광장] 뫼비우스의 띠
작가 조세희가 1970년대 후반에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열두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며 첫 번째가 '뫼비우스의 띠'이다. 이것은 첫 단편의 제목일 뿐만 아니라 나머지 단편들을 관통하는 주제를 나타내며 세상사 많은 시시비비가 이 띠의 성격을 닮았음을 시사하고 있다.종이를 잘라 띠를 만든 후 띠의 양 끝을 한 번 꼬아 붙이면 뫼비우스의 띠가 된다. 뫼비우스의 띠에선 어느 지점에서나 띠의 중심을 따라 한 바퀴 이동하면 출발한 곳에서 정반대 지점에 도달할 수 있고, 계속 나아가 두 바퀴를 돌면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우선 뫼비우스의 띠 각 지점에서는 안팎이 구분된다. 안이 없이 밖이 있을 수 없고 밖이 없이 안이 있을 수 없듯이 이들은 서로 다르면서도 공존한다. 이처럼 선과 악, 긍정과 부정, 옳고 그름처럼 가치가 대립되는 것들도 야누스의 두 얼굴같이 서로 다르면서도 공존함을 시사하고 있다.연작 중 두 번째 단편 '칼날'의 주인공인 주부 신애는 난장이를 불러 수도꼭지를 교체시킨다. 이때 펌프가게를 운영하는 사나이가 나타나 자신의 사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난장이에게 심한 폭력을 가한다. 이를 제지시키기 위해 신애가 식칼을 휘둘러 사나이의 팔에 상처를 입힌다. 여기서 난장이가 수도꼭지를 교체해 주는 행위는 신애 입장에선 선이고 사나이 입장에선 악이다. 그리고 신애가 칼을 휘두르는 행위는 난장이에겐 선이지만 사나이에겐 악이다. 이처럼 어떤 행위가 보는 관점에 따라 선과 악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띠고 있는 것이다.또한 뫼비우스의 띠에선 특정한 지점에서 이동함에 따라 안이 밖이 되고 밖이 안이 된다. 이동, 즉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선과 악, 옳고 그름, 강자와 약자의 역할이 뒤바뀔 수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연작 중 네 번째 단편은 연작소설과 이름이 같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아파트가 들어서는 재개발 지역에서 집을 팔아도 아파트 입주권을 살 형편이 안 되는 난장이 가족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결국 난장이가 집을 판 날 막내 영희가 가출을 한다. 영희는 자기 집을 산 사나이를 따라 가서 그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때때로 성적 유린까지 당한다. 남자로부터 신임을 얻은 영희는 잠든 남자를 마취시키고 자기 집 관련 서류와 아파트 입주에 필요한 돈을 챙겨 달아난다. 지금까지 영희는 약자이며 피해자인 선을 나타냈고 사나이는 강자이자 가해자인 악을 상징했다. 그러나 이날 밤엔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뀌었다. 영원히 약자나 강자로 살 수 없고 영원히 선하거나 악하지도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그때로부터 40여 년이 흘렀지만 세상은 여전히 시시비비가 넘치고 있고, 옳고 그름에 관한 가치관조차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립은 발전을 위한 지난한 몸부림이다. 몸부림이 긍정의 열매를 맺기 위해선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인정하고, 소통하고, 곡진하게 설득해야 한다.그러함에도 자기와 자기 집단만이 선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자신이 바라보는 동굴 밖 세계만 인정하는 사람들, 권력에 취해 '완장'(윤흥길 작)의 주인공 종술처럼 공격적이지만 없는 것은 대책이고 있는 것은 무능인 사람들도 있다. 오늘 하는 행위가 선하게 보일지라도 절대선(絶對善)은 아니며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있을 수 있음을 통감(痛感)해주길 바란다. 오늘 선을 행하여도 내일은 어쩌다 악을, 그리고 훗날엔 다시 선을 행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그래서 동과 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서로 견제하며 보듬어주는 세상을 꿈꾼다.
2019-07-25 11:23:17
[기고]웅비하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미·중·일·러 4대 강국이 북한을 지렛대로 남한을 흔들어서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고 또다시 남북한을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특히 2차대전 전범국인 일본은 전범국의 멍에를 벗어 보려고 발버둥치다가 이제 공공연히 한국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면서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 없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징용자 판결을 문제 삼아 경제보복을 자행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징용자 판결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말이다.우리 정부 관계자는 7월 17일 외신 기자단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삼성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삼성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철회하라고 밝혔다. 또 "반도체 생산라인 조업 중단으로 끔찍한 결과를 상기시키고 싶지 않다. 세계 수십억 명 소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을 비판하며 미국이 중재자로 나서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오늘날 대일관계가 한국으로선 난제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대처함이 더욱 바람직하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나 독도 문제 같은 과거사 문제는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면서 일본의 수출규제에는 온 국민의 슬기를 모아 대처해 나가야겠다.오늘날 일본을 있게 한 메이지유신도 도쿠가와 막부를 몰아낸 뒤 시작됐다. 19세기 당시 서로간 앙숙이었던 사쓰마번과 조슈번이 적과의 동맹을 맺어 메이지유신을 탄생시켜 오늘 일본 발전의 모태가 된 것이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도 글로벌시대에 걸맞게 서로 적으로만 대할 것이 아니라, 가까운 이웃으로 손을 맞잡고 서로가 윈윈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최근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 경쟁시대를 볼 때 국가와 국가 간 영토선이나 주권은 힘 있는 나라의 것임을 새삼 명심하고 국가의 힘, 즉 실력을 기르는 데 더욱 매진해야겠다. 도산 안창호 독립투사께서도 "나라를 독립시키려면 실력, 곧 힘을 길러라"고 강조하셨다.이러한 힘, 국력을 바탕으로 이승만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명언을 온 국민이 가슴에 새기고 하나로 뭉칠 때 웅비하는 대한민국은 바로 우리 모두의 것이 되리라 본다.우리는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정보화, 나노화 및 4차 산업화 시대로 너무나 빨리 한꺼번에 달려온 나머지 그 후유증 또한 있게 마련이다. 이제 온 나라가 월남 패망 때처럼 부패하고 일본 제국주의에 나라를 침탈당할 때처럼 사분오열로 분열되어 있고 천민자본주의가 판을 치고 세기말적 현상이 난무하고 있음을 볼 때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이러한 국가적 난제 앞에 우리 모두는 가슴에 손을 얹고 겸손히 반성하며,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국가와 민족 앞에 헌신하는 길만이 바로 자기 자신도 잘사는 길임을 명심해야겠다.풍전등화처럼 국가가 어려울 때는 이스라엘 민족처럼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굳은 신념과 실천이 웅비하는 대한민국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말처럼 지금이 바로 영웅이 출현해 웅비하는 대한민국을 건설하리라 믿고 확신한다.
2019-07-25 11:0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