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여상도 경북대 교수

[기고] 교수인 것이 부끄럽습니다

며칠 전 나는 대형 TV가 설치된 시내의 한 광장에서 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대학교수인 어느 장관 후보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서로 쑥덕거렸다. 나도 그것을 보고 있었기에 기다리던 지인이 멀리서 다가오는데도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그 지인은 날 향해 '교수님'이라고 크게 불렀고, 주변 사람들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모두 나를 쳐다봤다. 그 순간 나는 웬일인지 교수라고 불리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고개를 숙여버렸다.나는 일평생 스스로 떳떳하게 생각하던 교수라는 내 직업이 이렇게 힘없이 느껴질 때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교수의 논문이 고교생의 대입 준비물로 전락하고, 교수의 연구실이 어린 학생의 현장실습장으로 둔갑해 버리는 모습을 이 땅의 교수들은 지금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영어로 교수는 professor이며 논문은 thesis이다. 즉 교수는 고백하는 사람, 논문은 가설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교수가 수행하는 연구의 결과물은 새로운 사항들이 많기 때문에 감히 완벽한 사실이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이럴 것이라고 사료된다는 식으로 타인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런 출판물을 가설, 즉 논문이라 부른다. 이러한 교수의 논문은 시간이 가면서 대중에게 회자되고 검증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그 가설이 진실로 되기도 하고 가설로만 남기도 한다. 교수의 논문에는 진실, 시행착오, 오류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시행착오와 오류가 무엇인지는 그 논문을 쓴 교수는 이미 짐작하고 있을 수도 있다.그러므로 교수는 늘 부끄러움을 한 몸에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다. 교수는 행여나 자기가 고백한 것들이 오류로 판명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짊어지고 산다. 교수가 발표하는 논문은 자신의 피부에 새겨진 아물지 않은 상처와 같고, 행여나 이 상처를 누군가 건드리기도 한다면 아픈 곳을 때리는 일이 되기 때문에 사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교수가 논문의 표절, 부정 등의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면, 그 사람이 겪는 상실감은 그 누구보다 커진다.하지만 이러한 교수의 논문이 사회적 애물로 전락해 버렸다. 저자의 자격은 고사하고라도, 대학에서 생산되는 논문이라는 것의 기능과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혼돈마저 온다.지금 TV에 나오는 한 사람의 장관 후보자를 가장 원망하는 사람은 수험생과 그 부모들일 것이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분노하는 사람은 자신의 연구결과를 논문을 통해 어렵게 발표한 다음, 그 논문에 대해 숙고하고 검증을 거듭하는 교수들일 것이다. 교수에게 권력이 주어지면 그 순간 교수로서의 기능은 종료된다. 지적 부끄러움을 안고 살아야 하는 교수에게 권력이 주어지면, 그 부끄러움은 당연히 만용으로 돌변하게 된다.어느 일간지에서 '교수 카르텔'이라는 말도 했다. 대학입시에 목을 매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이끌어가는 교수들마저 지탄의 대상이 된다면 이 사회가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정말이지 참담한 심정이다. 지적 부끄러움과 세속적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껴야 하는 요즘의 교수들은 약간의 우울한 감정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여상도 경북대 교수(화학공학과)

2019-09-03 02:30:00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破釜沈舟(파부침주)- 용감한 자가 이긴다

밥솥을 깨고(破釜) 배를 침몰시킨다(沈舟)는 파부침주는 도망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각오를 나타낼 때 쓰인다. 배를 불태우고 솥을 깨서 없앤다는 손자병법의 분주파부(焚舟破釜)와 같다. 약자가 불리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쓰는 전략이다.중국 최초의 황제 진시황이 죽자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조정에서는 장한(章邯)을 파견하여 반란을 진압하게 했다. 기원전 207년 항우(項羽)가 이끄는 초나라 군대는 진나라의 40만 군사가 집결한 거록(鉅鹿)을 향해 북상했다.장수(漳水)를 건넌 항우는 배를 모두 침몰시키고 밥솥을 깨뜨렸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사흘 먹을 식량만 가지고 출발하도록 했다. 배수의 진을 친 항우의 전략은 통했다. 퇴로가 없어진 초나라 군사들은 자신들보다 몇 배나 많은 진나라 군사를 맞아 20만 명을 몰살시켰다.진나라의 장한은 나머지 20만 명의 군사들과 함께 항복했다. 진나라는 무너졌고 항우는 일약 패주(霸主)로 등장했다. 거록 대전은 중국역사에서 소수의 약자가 강자를 이긴 전형적인 전투로 파부침주를 강조할 때 자주 쓰이는 고사이다.현재 미중 무역 전쟁은 두 나라 모두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하다. 뒷걸음을 치면 파멸의 언덕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중국은 약자의 입장에서 중일전쟁 때의 지구전을 들고나와 파부침주의 결사 항전의 태도를 보인다. 한일 양국의 무역 전쟁도 이에 못지않다.한국은 미국이 강력하게 연장을 요구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도 종료시키고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일본도 찔끔 무역규제를 완화하면서도 섣불리 물러설 기미가 없다.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 모두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골목길에서 (적을) 만났을 때는 용감한 자가 이긴다(狹路相逢勇者勝'협로상봉용자승)는 중국 속담이 있다. 한국에는 아베 정권과 싸울 파부침주의 각오가 필요한 것 같다.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2019-09-02 18:00:00

구미과학관 관장

[과학둘레] 지난여름의 끝

종이를 세로로 길게 잘라 양 끝을 책 위에 걸치고 중간에 동전을 한 개 올려본다. 종이가 동전의 무게를 못 버티고 무너져버린다. 이번엔 종이 양 옆을 조금 접어 올려 동전을 올려본다. 종이가 동전 하나를 버텨낸다. 종이 아래 다른 종이를 말아 넣고, 부채처럼 접은 종이를 책 위에 걸쳐본다.'와우!' 동전이 많이 올라가고 있었다. 종이와 동전으로 무너지지 않는 다리의 비밀을 알아내는 실험은 '생활과학교실' 콘텐츠 개발을 위한 것이다.숨 돌릴 겨를 없이 바빴던 여름이 지나갔다. 휴가도 미룬 채 분주했던 이유는 9월부터 시작하는 생활과학교실 하반기 프로그램 개발 때문이다. 생활과학교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필자가 근무하는 과학관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과학교실 사업'이다.과학교실 운영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은 주로 강사들 몫이지만 그것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은 온전히 필자 몫으로 자처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질을 높여간다. 학생들이 호기심을 갖고 탐구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과학 원리를 습득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누구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데 굳이 안 해도 될 고생을 왜 사서 하느냐고 할 수도 있다. 매 학기 수고를 자청하며 힘들어도 적당히 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는 이 일이 은근히 즐겁기 때문이다. 과학관에서 근무하기 전 생활과학교실 콘텐츠 개발을 하며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필자에게는 과학이론을 실험을 통해 알려 주는 수업이 멋진 신세계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과학으로 즐겁게 소통할 수 있을 지 밤새 고민하며 그것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던 어느 날 민재라는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지금은 청년이 되었을 그 아이는 수업 시작 전 항상 교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손에 든 짐을 들어주었다.부모님이 시장에서 통닭집을 한다는 아이의 꿈은 요리사였다. 과학교실에 참여한 후로 과학자가 될까 생각 중이라던 민재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프로그램 개발을 대충 넘어갈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다.올여름 무더위와 동행한 또 하나가 있다. 신영복의 '나의 동양고전독법 강의'란 책이다. 책은 자연과학 전공자로서 생뚱맞은 선택이었지만 덕분에 무일(無逸)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무일의 사전적 의미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음, 안일하지 않음, 편하게 놀고 있지 않음을 뜻한다.책에는 군자가 편안함을 취하기에 앞서 노동의 어려움을 아는 무일에 처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군주의 도리를 설명한 서경 주공 편에 나오는 글로, 저자는 무일 편을 능력 있고 편안한 것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가치관을 경계하는 경구로 읽으라 했다. 어디서든 책임지는 자리는 편하게 누리는 위치가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고 깨어있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자리라야 된다는 의미일 듯싶다.과학은 일상의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손으로 조작해보고, 탐구하면 누구나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이다. 과학이 우리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는 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이치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는 거란 걸 함께 나누고 싶은 게 한여름 무일한 가장 큰 이유다.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다리 중 하나인 금문교가 놓여 있는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해협은 넓은 거리, 깊은 수심, 강한 해류, 짙은 안개 같은 요인으로 다리를 놓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지역이었다. 다리는 적당한 지점에 높은 탑을 세우고 강철 줄로 상판을 연결해 들어 올리는 현수교 방식으로 건설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놓았다.무너지지 않는 다리의 비밀은 획일화된 구조가 아니라 상황에 가장 알맞은 형태로 변형하여 다리를 놓는 것이다. 양옆을 세우거나, 아치구조로 받치거나, 트러스구조를 덧대거나, 줄로 당기거나 해야 한쪽으로 쏠리는 무게의 압력을 분산할 수 있다. 다리는 혼자서 갈 수 없는 곳을 스스로 건너가게 해준다는 점에서 교육에 비할 만하다. 과학 교육 또한 지식 전달 위주의 일방적인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통해 이루어져야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치열하게 보낸 여름의 끝. 그 끝의 시작은 어디일까. 풀벌레 소리 들리는 가을이다. 다리는 혼자서 갈 수 없는 곳을 스스로 건너가게 해준다는 점에서 교육에 비할만하다. 과학교육 또한 지식전달 위주의 일방적인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통해 이루어져야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치열하게 보낸 여름의 끝. 그 끝의 시작은 어디일까. 풀벌레 소리 들리는 가을이다.

2019-09-02 18:00:00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대구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

'대구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 이 카피를 쓴 지 2년이 지났다. 당시 대구 도시 브랜드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며 마지막에 방점을 찍을 강력한 한 줄이 필요한 터였다. '대구시 광고니 당연히 좋은 문장을 써야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저 입에 발린 글을 쓰기는 싫었다. 공감을 얻지 못한 광고는 그대로 버려지기 때문이다.필자는 대구시와 일하며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광고에 담고 싶었다. 사실 처음 창업을 했을 때 대구의 강한 보수성 때문에 힘들었다. 더욱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제품도 아닌 아이디어를 파는 일이라 그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철옹성 같은 대구도 변해갔다. 정형화된 광고만 선호하던 대구는 생각의 영역을 점점 넓혀갔다. 그리고 진심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이 보였다.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쓴 카피가 바로 '대구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이다.이 카피를 쓰고 칭찬도 욕도 많이 들었다. 칭찬은 공무원에게서 들었다. "소장님, 우리는 프로야구 심판과 같은 직업입니다. 잘해도 티가 나지 않고, 못하면 질타를 한 몸으로 견뎌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그들의 노고를 광고 카피에 잘 담아줘서 고맙다는 말이었다. 슬프게도 욕은 시민들에게 들었다. 열심히 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광고에서 자화자찬만 늘어놓았단 비난이었다. 이렇게 늘 광고주와 오디언스(시민) 사이에는 강한 괴리감이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그런 비난에 굴하지 않았다. 맞다고 생각한 부분에서는 끝까지 밀어붙였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광고에는 일종의 종교와 같은 힘이 있어서 세뇌 효과가 크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민원이 들어오는 문장이 입에 붙어버렸다.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대구에 관한 포스팅에 시민들이 그 카피를 댓글로 달기도 한다. 재미있는 CM송의 멜로디가 입에 붙는 것처럼 우리의 인식에 그 문장이 붙은 것이다.'소통과 혁신의 대구' 엠블럼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그 작업을 맡았을 때 시민들의 반응은 '대구가 제일 못하는 것이 소통과 혁신 아닌가요?'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수록 우리는 반드시 그 작업을 해야 했다. 그 생각을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가는 곳마다 '소통과 혁신의 대구'라는 엠블럼이 보이면 어떨까? 대구시청에서 '대구는 하루로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라는 카피를 보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시민뿐만 아니라 공무원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봤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에 임하기 때문이다. 그 문장을 품고 대구에서 일하고 살아간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 봤다. 마치 'I love New York'이라는 슬로건을 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뉴욕을 애착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최근 대구시의 도시 브랜드 홍보 활동을 살펴보면 눈부시다. 인기 유튜버와 협업을 통해 대구를 전국에 전파하고 있다. '고담 대구' '청년들이 떠나는 도시'란 이미지의 판을 뒤엎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활동이 굉장히 신선했다. 내심 기뻤다. '대구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는 카피를 비아냥댔던 사람들에게 할 말이 생겼기 때문이다.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도시를 브랜딩할 때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되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참고하되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시민들 역시 눈치를 보는 모습보다 '이 방향이 맞으니 믿고 따라오셔도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대구를 더 매력적으로 볼 것으로 생각한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2019-09-02 18:00:00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 손절매와 법무 장관 후보자의 거취

국제정세, 경제 모두 암울손절매 못하면 '깡통계좌' 전락 주식 거래에 손절매(損切賣)라는 것이 있다. 영어로는 'cut loss'인데, 손실을 잘라낸다는 뜻이다. 앞으로 주가(株價)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보유한 주식을 매입 가격 이하로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일이라는 설명이 나와 있다. 손절매 타이밍을 놓치면 깡통계좌로 전락하게 된다.우리 경제의 전망은 매우 어둡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매우 불안정하다. 한일 관계는 최악이고 한미 관계도 삐거덕거리고 한중 관계는 아직도 사드 파문에서 자유롭지 않다. 북한은 사흘이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쏴 대고 한국 정부와 대통령을 비방한다. 최근 20여 년 동안 이렇게 안보 리스크가 심각한 때는 없었다.경제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세계 경제를 지배한다. 수출 실적은 계속 추락하고 일본은 핵심 소재를 우리에게 팔지 않는다. 자영업자들은 넘어져 가는데, 노동자 처우가 개선되고 실질임금이 인상되는 것도 아니다. 달러 환율, 금값이 계속 치솟고 있다. 2014년 세월호, 2015년 메르스 파문을 넘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수준으로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그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인사청문회는 도덕성 검증'불법'이면 청문회 자격 없어정치권에서도 손절매 타이밍을 놓쳤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한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하는 이야기다. 원래 인사청문회는 불법 여부를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 불법이 있다면 인사청문회 이전에 걸러야 한다. 의혹이 제기된 초기, '불법은 없었다'고 대답함으로써, '도덕성에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시인한 꼴이 됐다.검찰이 공개 수사에 나선 지금은 도덕성이 아니라 불법성 문제로 사안은 훨씬 더 심각해졌다.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이 없으면 공개 수사를 하지 않는다. 법원은 혐의가 소명되지 않으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다. 일부 인사가 목소리를 높여 옹호하는 것을 보면서, 깡통계좌에도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2019-09-02 18:00:00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매일춘추] 예술이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

위대한 예술 작품들은 그 시대와 지역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사회적 관습이나 윤리, 도덕적 기준들에 대해 '정말로 그것이 당연한가?' 라는 질문을 던져 왔다. 필자가 올해 초 대구시립극단의 객원 연출로서 무대에 올렸던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이라는 작품도 당시에는 당연하고 올바르다고 여겨졌던 여성의 역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고 그 결과 유럽과 전 세계에서 여성운동이 일어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모두가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 일에 대해서 반성을 촉구하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자고 외치는 것도 예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지만, 정말로 그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 다각도의 질문을 던지는 것도 예술이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인 것이다.나라를 사랑해야 한다는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 관객들에게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주 훌륭한 예술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 예술은 그 이상의 논쟁적인 화두를 사회에 던져야 한다. '국가란 무엇인가?', '애국은 항상 개인의 행복에 우선하는가?', '세계 시민으로서의 책임감과 개별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애국심이 대치하는 경우에는 어떠한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가?', '애국이라는 대의를 내세워 개인의 인권을 제한할 가능성은 없는가?' 끊임없이 당대의 주된 의견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향은 없는지 경고하는 것이 예술의 사회적 책무라고 생각한다.그런데, 이러한 당대의 올바름을 넘어서는 문제제기는 그 사회가 얼마나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라는 부분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일본 정치권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상황일 때는 한일 양국의 관계에 대해 여러 각도의 주제를 다루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적반하장으로 행동할 때는 '일본의 경제 침략에 맞서 우리나라를 지키자'는 방향성 이외의 이야기는 다루기가 어렵다. 예술의 주제가 심각하게 제한되는 것이다.그래서, 예술가는 앞장서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 조금 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안 그러면 죽을 때까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이웃 간에 화목하자는 주제의 이야기만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2019-09-02 11:18:03

이상길 대구시 행정부시장

[기고]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함께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국내 최초의 피아노는 어떻게 대구에 오게 되었을까? 국내 최초의 피아노는 미국 선교사 부부에 의해 1900년 3월 대구시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에 들어왔으며 이를 계기로 대구는 한국 피아노 음악의 발상지가 되었다. 이후 대구는 전통음악과 근대음악의 역사 속에서 음악도시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해 왔다. 대구는 대한민국 1호 클래식 음악감상실인 '녹향'(綠香)이 있었으며, '공산농요'와 '날뫼북춤' 등 전통음악이 전승'발전되어 왔고, 작곡가 박태준, 현제명과 같은 근대음악의 거장을 배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대구가 품어 온 다양한 음악적 자산들은 2017년 유네스코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아 대구가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금 대구의 가을, 9월은 더할 나위 없이 다양한 음악 축제들로 풍성하다. 7일에는 역외 관람객 비율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은 '청춘힙합페스티벌'이 개최된다. 16일부터 21일까지는 수성못 일원을 중심으로 '국제재즈페스티벌'이 개최되며, 9월 마지막 주말에는 사문진 야외공연장에서 국내 최초 피아노 이야기를 모티브로 '100대 피아노 콘서트'가 성대하게 개최된다.그리고 9월 5일부터 10월 13일까지 올해 17회째를 맞는 '국제오페라축제'가 개최된다. 이번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특색은 첫째,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과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개인과 국가를 향해 거세게 다가오는 힘에 저항하는 인간의 운명과 도전의 의미를 오페라를 통해 느낄 수 있다.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 개막작을 비롯해 독일 베를린 도이체오페라극장과 합작한 푸치니의 '라 론디네'(La Rondine) 등 4편의 '메인 오페라'가 선보일 예정이다.둘째, 오페라와 시민과의 지리적'심리적 거리가 없는 제로-디스턴스 콘셉트(Zero-distance Concept)이다. '소극장 오페라' 4편은 중구, 서구, 달서구 등 대구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무대를 지역별로 각각 만들었고, 이탈리아 작은 마을을 실제 광장에 재현해 공연을 펼치는 '광장오페라'는 관객들이 작품 속으로 직접 들어와 오페라를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셋째,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DIOA)를 통해 오페라 배우를 선발하는 열린 오페라축제이다. DIOA는 본선 진출자들이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들로 캐스팅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아시아 최초 오페라 '아티스트 마켓'이라고도 평가받을 정도로 그 명성이 높다.15개국에서 지원한 성악가 92명이 비디오 심사와 유럽(오스트리아 빈, 독일 베를린), 아시아(대구) 지역 예선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한국을 비롯한 8개국 출신의 실력파 성악가 20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DIOA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도유망한 성악가들을 선발하고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지난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기간에 대구를 찾은 한 가족은 전국에서 유일한 오페라하우스에서 언제든지 멋진 오페라를 볼 수 있으니 대구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정작 우리들은 어떨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행복한 기회들을 얼마만큼 충분히 누리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즐겁고 풍성한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추석 명절에 운명을 거부하는 인간의 의미 있는 도전을 오페라 한 편을 통해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19-09-02 11:10:06

조수정 대구가톨릭대 교수

[세계의 창] 벨파스트 평화의 벽

북아일랜드의 도시 벨파스트(Belfast)에는 '평화의 벽'(Peace Walls)이 있다. 벨파스트의 여러 곳에 설치된 이 벽들은 크기가 다양한데, 몇백m에 불과한 짧은 것이 있는가 하면 5㎞에 달하는 매우 긴 것도 있다. '평화의 벽'이라는 이름 대신 종종 '평화선'(Peace Lines)이라 불리기도 하며 모양도 여러 가지여서, 아무도 넘어갈 수 없는 높고 튼튼한 콘크리트 벽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철책을 둘러치거나 또 어떤 곳은 도로표시만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밋밋한 벽도 있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벽화가 많고, 몇 해 전에는 영국의 유명한 그라피티 미술가 뱅크시(Banksy)가 이곳에 그림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근래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차츰 늘어나자 택시 관광(Taxi Tour)이라는 것이 생겨났는데, 어떤 여행객은 평화의 벽에 자신의 메시지와 서명을 남겨 놓고 가기도 한다.그런데 벽과 평화라는 두 단어는 서로 어울리기나 한 것일까? 가만 생각해보면, 벽이라는 단어에는 분리, 단절, 고립, 방어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조화, 연결, 소통, 일치를 속성으로 하는 평화와 연결되는지 의아해진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기묘하게 조합된 이 구조물은 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일까?벨파스트가 속해 있는 북아일랜드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와 함께 영연방을 이루는 영국 영토이다. 아일랜드(에이레)와 같은 섬에 있으면서도 별개의 나라가 된 것은, 수백 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가 독립할 때 북아일랜드 지역은 영국령으로 남아 있기를 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생겨났다. 북아일랜드에는 아일랜드와 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영국 정부에 그대로 소속되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치하고 있었는데, 이 상황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심각한 폭력사태로 치달았다. 특히 벨파스트에서는 1980, 90년대의 유혈 투쟁으로 무고한 많은 시민이 희생되었고, 억울함과 적개심, 폭력과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되자, 서로를 분리하기 위한 장벽이 도시 곳곳에 세워졌다. 그들의 상반된 주장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그 뿌리가 중세에까지 닿아 있는 오랜 적대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일랜드인과 영국인, 구교도와 신교도, 공화파와 왕당파, 독립파와 통합파, 민족주의자와 연합주의자로 그들은 서로를 분리하고 배척했다. 1998년의 북아일랜드 평화협정, 이른바 성금요일 평화협정 체결로 벨파스트의 무장투쟁은 벌써 20년 전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영국의 브렉시트 결과가 북아일랜드에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을 뿌리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시민들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벨파스트 곳곳에 세워졌던 벽은 아직도 허물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버티고 있다. 그리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여행의 즐거움 대신 역사의 무거운 메시지를 전해준다.시야를 조금 넓혀 보면, 평화의 벽이 북아일랜드에만 세워진 것은 아닌 듯싶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평화를 빙자한 벽 세우기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화의 시대를 사는 것일까? 정치적 갈등, 지역 갈등, 세대 갈등, 빈부의 갈등, 남성과 여성의 갈등, 북한과의 갈등, 이웃한 나라들과의 갈등. 매일 쏟아지는 갈등 뉴스의 홍수 속에서 정신이 혼미해진다.나와 너를 가르는 정체성의 기준은 참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이 기준들이 서로를 적대시해야 할 이유는 아니다. 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허무는 것이 평화다. 높은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기 위해 마주 앉는 것이 평화다. 대화를 통해 협조하고 서로를 알아가야 한다. 잘잘못을 따지고 주먹을 불끈 쥐는 것보다, 인내와 오랜 기다림으로 대화를 맞이하는 것이 훨씬 인간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평화가 찾아들어, 갈등으로 쌓아 올린 높은 벽들이 화해와 평화의 상징으로 변모하기를 희망한다.

2019-09-02 10:53:34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윤석열 검찰'의 '조국 수사' 국민이 지켜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소유주인가. 다스 수사와 재판은 우리 검찰의 민낯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200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다스 실소유주 등 논란이 불거지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선거를 2주일 앞둔 시점에서 발표된 검찰 수사 결과는 모두 아는 바대로다. 다스 등 이 전 대통령 관련 모든 의혹은 무혐의. 논란이 이어지자 이듬해에는 정호영 특검이 나섰다. 특검 수사 결과 역시 혐의 없음이었다.우리가 목격한 대로 문재인 정부 들어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후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2018년 3월 다스를 통한 339억원의 비자금 조성과 348억원 횡령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1심은 일단 검찰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와 재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임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이쯤 되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검찰과 현재의 검찰 중 어느 검찰을 믿어야 하는가. 현재의 검찰이 맞다면 과거의 검찰은 왜 무혐의 결정을 내렸을까. 능력 부족인가 다른 정치적 고려가 있었을까. 잘못된 수사 결과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자.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현재의 결론을 미래의 검찰이 뒤집지 않는다는 보장은 있을까. 정말 몰라서 묻느냐는 냉소가 답으로 돌아올 것 같다.살아 있는 권력에 굴종하고 죽은 권력에 가혹한 검찰. 정권의 향배에 따라 표변하는 검찰. 다스의 문제만도 아니고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어느덧 우리는 그런 검찰의 모습이 당연한 것인 양 길들여진 게 아닐까 싶다. '윤석열 검찰'의 '진짜 의도'에 의구심을 갖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는 가히 전격적이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 관련 수사도 초유의 일이거니와 대대적인 압수수색 또한 심상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조국 법무부장관을 임명할 게 확실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수사를 개시한 검찰의 의지를 이번에는 믿어볼 만하다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다. 반면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맹탕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중요한 이유로 든다. 조 후보자와 증인이 진술을 회피하고, 제출할 자료가 없다는 근거로 검찰 수사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어느 쪽이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조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일 수도 물론 있다. 조 후보자는 사과를 하면서도 불법은 없었다, 법과 제도를 따랐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검찰 수사로 위법은 없었다고 확인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들 사이의 재산 관계, 석연치 않은 사모펀드 투자, 자녀 논문 및 장학금 관련 문제 등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수사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예단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중요한 점은 또다시 특검 혹은 미래의 검찰 수사가 필요하지 않도록 의혹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윤석열 검찰총장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국민의 검찰"이라는 말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말대로만 하면 된다. 사람 혹은 정권을 염두에 두지 않고 수사하도록 검찰을 지휘해야 한다.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살아 있는 권력에도 엄정하라"는 주문을 한 바 있다. 본인의 언명대로 하려면 문 대통령은 여당과 청와대 일각의 검찰 비판에 제동을 걸어야 마땅하다.조 후보자는 말빚이 너무 많다. 과거의 조국이 오늘의 조국에게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느냐." 과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남긴 그의 말이다."조선 시대 언관(言官)에 탄핵당한 관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직해야 했고, 무고함이 밝혀진 후 복직했다"는 말도 있다. 역시 말한 대로 하면 된다. 언관에 탄핵당한 정도가 아니라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이 장관직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 다른 장관도 아닌 법무부장관이다. (검찰 수사로) 무고함이 밝혀진다면 다시 등장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모두가 자신이 한 말의 엄중함을 새기고 행동할 때 검찰 수사, 특검 수사, 검찰의 재수사로 이어지는 검찰의 흑역사 또한 청산의 길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2019-09-01 16:59:27

김호진 경상북도 일자리경제산업실장

[기고] 일본 수출규제의 도전과 기회

일본 수출규제 상황에 국가경제는 물론 지역경제의 어려움도 더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민선 7기 새로운 도정이 출발한 이후 어려울 때마다 역사의 중심에 섰던 경북의 자존과 정체성을 되살려 경제의 활력과 희망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지역의 우선 과제이자 국가적인 사명이 되고 있다.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발로 뛰며 국비예산을 확보하고 강소형 연구개발특구와 규제자유특구 선정, 구미형 일자리 모델 투자 유치, 5G 국가 테스트베드와 홀로그램 사업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등으로 포항, 구미를 중심으로 경북 경제의 양 엔진이 다시 힘차게 가동되려고 하는 중요한 전환점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과제이자 큰 도전이 되고 있다.경상북도의 경우 2018년 기준 대일본 수입액은 22억달러 정도로 지역 총수입 152억달러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순위로는 중국, 호주에 이어 제3위의 수입국이다.무엇보다 수입업체의 현황도 전체 1천601개 기업으로 구미시가 392개사로 가장 많고 포항 263개사, 경산 210개사에 이어서 칠곡, 경주 등에 집중돼 있다.품목별로는 기계류, 철강금속, 화학공업 제품, 전기전자부품 등 주요 품목이 전체 대일본 수입의 90% 이상에 달한다. 특히 7월 이후 수출규제 중인 전자전기 및 반도체보다 기계부품류 수입이 가장 많은 9억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41%를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부품소재 분야로 규제가 확대될 경우의 영향과 피해에 대해 더욱 긴밀히 대응하고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현실적인 사정상 개별적인 기업 정보를 공유, 파악하는 데 어려움과 한계도 있지만 다행히도 아직 우리 지역 기업들의 구체적인 피해 사례는 접수, 파악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앞으로 발생할 수 있을 이들 기업의 피해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사후적으로 확인, 지원하는 대응 체계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도정의 행정력을 집중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지난 7월 초 일본이 3개 반도체 품목 수출규제 발표 직후 구미에서 현장대책회의를 바로 개최했으며 이후 전우헌 경제부지사를 반장으로 수출입 유관기관 전체와 협력해 상황대응팀, 정책대응팀, 기업지원팀으로 구성된 종합대응반 체제를 계속 유지, 운영하고 있다.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 당일에는 이철우 도지사가 휴가까지 취소하고 복귀해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상황 점검과 피해 기업 확인과 지원 대책, 추경예산 편성 등을 직접 꼼꼼하게 챙기고 지시했다.경북도는 위기와 도전 앞에서 항상 당당히 맨 앞에 서 왔다. 우리는 이미 일본 수출규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 전략과 병행해 전자, 철강, 자동차와 기계부품 등 지역 주력산업들을 공격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세부 전략을 함께 보완하고 있다. 정부의 기술개발과 국산화, 자립화 정책 대응에도 신속히 맞춰 부품소재 분야 전략사업들을 선도적으로 정부사업화하기 위해 10여 건의 예타사업 대상 대규모 전략사업과 70여 건의 개별사업을 정비, 발굴해 정부와 적극 협의, 건의하고 있다.비상한 각오와 최선의 노력으로 이러한 대응과 준비를 하면서 현재의 힘든 경제 상황과 앞으로의 더 큰 도전과 어려움을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거나 머뭇거릴 생각도 결단코 없다. 경북도는 새로운 위기와 도전을 맞아 다시 한 번 가장 앞에서 더욱 밝은 불꽃으로 길을 밝힐 것이다.

2019-09-01 15:33:25

변화는 두렵다. 하지만 브랜드는 늘 변화해야한다. 사진: pixabay 제공 -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브랜드는 끊임없이 변해야하고 영원히 변치 말아야 한다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기를' 하상욱 시인의 시이다. 이 시는 브랜드에도 적용된다. 사실,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우리의 뇌는 예측 가능한 일을 좋아한다. 기존의 것을 바꾸거나 변화로 인한 리스크와 싸워야 한다. 이런 익숙함에 속아 브랜드가 정체되는 경우가 많다.예를 들어 브랜드 로고를 바꿔서 새로운 이미지를 준다든지, 슬로건을 변경한다든지 하는 일들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왔으니 기존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CEO들이 이런 전략을 쓰고 있다. 어쩌면 전략이기보다 시장에서 인정받았으니 검증된 방법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브랜드는 정체되는 순간 시장에서 외면 받는다. 예쁜 얼굴도 자주 보면 싫증나는 것처럼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대중의 시선은 냉정하다. 조금이라도 새로운 브랜드가 시장에 출시되면 사람들은 그 브랜드를 애착하게 된다. 헌 집, 헌 차에서 새 집과 새 차를 마련하는 기분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찾는다.스타벅스는 누가봐도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브랜드 역시 꾸준히 변화했다. 우리가 길을 걸으며 마시는 테이크 아웃 종이컵의 스타벅스 로고는 사실 꾸준히 변화했다. 처음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탄생되었을 때 로고의 아이덴티티 색상은 갈색이었다. 상상이 가지 않는다. 고급스러운 녹색의 로고가 원래는 갈색이었다니.스타벅스는 시대에 맞게 디자인을 점차 변화시켜 갔다. 생각해보자. 스타벅스 로고가 만약 여전히 갈색이었다면 우리는 이 브랜드를 그토록 사랑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들은 로고의 색상, 형태들을 변경함으로써 꾸준히 새로운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주려고 한다.'휠라'라는 브랜드를 살펴보자. 휠라는 1911년 휠라 형제에 의해 설립된 의류, 스포츠 용품 브랜드이다. 지금이 2019년인걸 감안하면 엄청난 브랜드 생명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만큼 '올드하다'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이런 단점을 휠라는 다른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이겨내고자 했다.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메로나와 협업을 통해 디자인을 산뜻하게 바꾼 것이다.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가 순식간에 산뜻하게 바뀌었다. 스포츠 용품 브랜드와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협업해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를 과감하게 버리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모습을 어필하고자한 브랜드의 노력 덕분이었다.변화는 두렵다. 하지만 두려워서 피해간다면 브랜드의 생명력은 짧아진다.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길 바라는 하상욱 시인의 글처럼 브랜드의 정체성을 남겨두고 끊임없이 변화하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브랜드가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8-31 11:15:17

남지민 작 '가을'

[내가 읽은 책]'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증보판/신영복/돌베개

매년 여름이면 가슴 깊은 곳에서 떠오르는 초심 같은 문장이 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로 시작하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의 '여름 징역살이'라는 글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글은 대학시절,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 전부이고 나의 고민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던 정저지와(井底之蛙)였던 나의 마음에 던져진 큰 돌멩이였다. 수인이었던 저자 신영복은 한 달에 한두 번 보낼 수 있는 편지와 엽서를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과 자연의 소중함을 행간 행간마다 담아냈다. 이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사람에 대한 편견 없는 생각의 결을 다듬어준 내 인생 책이 되었다.저자 신영복은 1941년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육사 경제학 교관으로 재직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20년 20일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가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 후 성공회대 교수를 역임하면서 정치경제학, 중문학 등을 강의했고 1998년 사면 복권됐다. 2006년 정년퇴임 후 같은 대학 석좌교수로 강의와 연구, 집필을 이어가다 2016년 세상을 떠났다. 1988년 출소와 함께 출간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초판에는 1976년 2월 편지부터 출소까지 지인들에게 보낸 엽서와 편지를 수신자 별로 나누어 실었다. 1998년 출판한 증보판에는 출소 후 발견한 1969년, 1997년의 메모와 편지를 더해 옥중생활 시기별로 정리해서 실었고 저자가 직접 소제목을 다시 달았다.책을 처음 읽고 난 후 25년이 지난 후인 올 여름, 증보판을 다시 펴들었다. 예전에는 갇힌 세상에서 펼쳐낸 사색의 결실을 감성적으로 읽었다면 이번에는 저자의 독서 철학과 독서 이력을 따라가며 읽었다. '독서는 타인의 사고를 반복함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생각거리를 얻는다는데 보다 참된 의의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 신영복은 옥중생활 동안 '난중일기', '맹자', '춘추', 율곡의 '공론', 허균의 '호민론', '실학', '대학', '주역', '시경' 등 동양 고전을 통해 삶에 대한 인식의 영역을 넓히고 깊이를 더했다. 더불어 '밑바닥'의 삶을 살고 있는 옥중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옥중을 삶의 훌륭한 교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독서와 관계를 통한 배움을 인식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저마다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걸음걸이로 실천의 대륙으로 걸어가길 당부하고 있다.'책이란 자기가 변하면 내용도 변하는지 다른 느낌을 받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다시 읽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또 다른 책으로 나에게 돌아왔다. '사랑이란 생활의 결과로서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그냥 입으로만 읽던 문장을 이제는 온 몸으로 공감의 전율을 느끼며 읊조릴 수 있는 까닭도 나의 지난 25년 인생수업 시간 덕분이리라. 매미의 절창이 이울고 숨을 들이 마시면 신선한 바람이 가슴 깊이 스며든다. 가을이다. 저자 신영복이 터놓은 동양 고전의 호젓한 오솔길로 가을 산책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이번 가을에는 독서와 사색이 영글어 튼실한 실천의 열매가 열리길 기대해본다.남지민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19-08-31 03:30:00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술병도 꼭 챙겨가라  姜希孟(강희맹)

호미 들고 들판 갈 때 술병도 꼭 챙겨가라 提鋤莫忘提酒鍾(제서막망제주종)호미질 열심히 했으니 술 마실 자격 있다 提酒元是提鋤功(제주원시제서공)한 해의 살림살이가 호미질에 달렸으니 一年饑飽在提鋤(일년기포재제서)호미질 하는 그 일을 어찌 게으르게 하랴 提鋤安敢慵(제서안감용)*원제: 提鋤(제서): 호미를 들다.사숙재(私淑齋) 강희맹(姜希孟: 1424-1483), 그는 유교의 나라 조선의 관인(官人)으로 살아가면서 중요한 관찬(官撰) 사업에 두루 참여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같은 시대의 여느 관인들과는 달리 여러모로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근엄한, 아니면 최소한 근엄한 척 해야 마땅할 사대부로서 '촌담해이(村談解頤)'라는 야담집을 지은 것부터가 그렇다. '촌담'은 마을에 떠도는 이야기, '해이'는 턱이 빠지도록 껄껄 낄낄 웃는다는 뜻. '촌담해이'는 마을에 떠도는 아주 노골적인 음담패설들을 모아놓은 책이니, 책장을 넘길 때마다 턱이 빠지도록 낄낄 웃지 않을 수가 없다. 그가 농촌 사회에 전승되어오는 민요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대부로서는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이다.위의 작품도 당시 농민들이 부르던 민요를 한시 형식에다 옮겨 담은 것인데, 파격적 요소가 수두룩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인 것은 이 시가 교훈시이면서도 교훈시의 상투성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교훈시는 옳은 말이기는 하지만, '~하라'거나 '~하지 말라'는 등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잔소리가 핵심 내용이다. 따라서 교훈이 되기도 전에 진절머리부터 먼저 나서 좀처럼 감동이 되지 않는 것, 이것이 교훈시가 지닌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이 시도 결국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호미질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는 교훈적 내용으로 귀착된다. 하지만 그와 같은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 자체가 매우 특이하다. 보다시피 화자는 작품의 앞부분에서 대뜸 '호미 들고 들판 갈 때 술병도 꼭 챙기라'고 말한다. 진절머리 나는 잔소리가 아니라 엔도르핀이 확 솟구치고 귀가 번쩍 뜨이는 반가운 소리다. 들판으로 나가는 발걸음에 자연 신바람이 날 수밖에 없다.'열심히 공부해야 시원한 팥빙수를 사 준다'는 것과 '시원한 팥빙수를 먹어가며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하는 것은 그 느낌의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그것은 호미만 달랑 메고 무더운 들판으로 나가는 사람과, 술병도 한 병 허리에 차고 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의 차이와도 같다. 이 차이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교훈시가 우리에게 주는 아주 소중한 교훈 중의 하나다.

2019-08-29 13:55:46

김형준 명지대 교수

[춘추칼럼]무엇이 정의고 공정인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던진 충격과 파문은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조명해 볼 수 있다.첫째,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신을 계승한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촛불 정신이 지향하는 가치는 공정, 정의, 평등이다. 조 후보자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은 이런 촛불 정신을 정면 부정한다. 조 후보자의 위선과 탐욕으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도로 아미타불 물거품이 됐다. 조 후보자의 가장 큰 과오는 현 정부의 정통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조국 교수 OUT"을 외치며 촛불을 든 서울대 학생들이 "조국 장관 되면 공정·정의 배반이다"고 했다.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23, 24일), 조국 후보자 임명에 대해 국민의 60.2%가 반대했다. 20대 젊은 세대에서는 68.6%가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는 '여러 의혹 때문에 공정·정의 등을 내세울 자격이 없어서'(51.2%)가 가장 많았다. 여론이 이런데도 대통령이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아집이고 오기다.조 후보자는 사법 개혁의 적임자라는 이유로 지명됐다. 그런데 도덕적 권위가 무너진 상황에서 사법 개혁을 완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개혁을 하려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도덕성과 언행일치, 그리고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한다.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조국 캐슬',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등의 신조어가 등장했다. 단언컨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개혁은 설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라도 '읍참조국'(泣斬曺國)을 통해 정의와 공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만이 이 정권의 촛불 정통성을 지키는 것이다.둘째, 집권 여당의 비뚤어진 '조국 지키기'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관계 기관과 협의 없이 조 후보자 주변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선 것을 "적폐" "개혁에 저항" "기관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표리부동의 전형이고 검찰에 대한 정치적 외압이다.문 대통령은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살아 있는 권력에 엄정한 법 집행"을 당부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윤 총장 인사 청문회 당시만 해도 "검찰을 이끌 적임자" "권력 눈치를 보지 않는 검사"라고 두둔했다. 압수수색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검찰이 적폐가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을 향해 외압을 가하는 집권당이 적폐다. 집권당은 검찰이 아니라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해 청와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집권 여당이 청와대 눈치만 보며 맹목적으로 충성하면 결국 정부를 죽이게 된다.셋째, '비도덕적 가족주의'(amoral familism)와 법치와의 관계다. 이탈리아 사회학자 애드워드 밴필드(Edward Banfield)는 '비도덕적 가족주의'란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는 아무리 비도덕적이어도 용인될 수 있다"는 '가족에 대한 무한 충성 감정'이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것은 법치 훼손의 주범이고 사회 불신의 근원이다. 부끄러움 없이 가족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에 빠져 있는 조 후보자는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해 법치를 완수할 수 없다.청와대에 묻는다. "각종 의혹으로 본인이 수사 대상이고 가족이 출국 금지당한 사람이 아직도 사법 개혁의 적임자라 생각하는가?" 집권당에 묻는다. "누가 적폐 대상이고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가? 검찰인가 조국인가?" 조국 후보에게 묻는다. "당신이 부르짖었던 정의와 공정은 무언인가?" 친구 원희룡 지사의 충고처럼 '386 세대를 욕보이지 말고 부끄러운 줄 알고 이쯤에서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가? 말로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고 행동은 특권과 반칙으로 점철되면 그것이 위선이고 기만이다.통상, 대통령이 오기를 부리고 특정 인물에 집착하며 집권당이 낯 뜨거운 용비어천가를 불러 대면 정부는 실패한다. 박근혜의 실패에서 보듯이 이것이 한국 정치에서 입증된 철칙이다. 조 후보자는 이제 허황된 권력에 대한 집착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에게 불철저하고 안이했던 것을 성찰할 때다. 자신이 젊은 시절 매료됐다던 사르트르처럼 자기 안에 있는 모순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해야 한다.

2019-08-29 11:18:26

장정옥 소설가

[매일춘추] 연꽃이 필 즈음에

창녕 수생식물원과 수목원에 빅토리아연이 피었더라고, 사진작가 친구가 일러주었다. 꽃 중의 여왕으로 찬사를 받는 빅토리아연의 생멸 과정을 보기 위해 수목원으로 갔다. 빅토리아연은 흰 봉우리가 열리고 왕관을 쓴 채로 스러지기까지 사흘 안에 생멸 과정을 다 한다.사진작가들이 수목원 연지를 둘러싸고 있었다. 모기 때문에 일찍 자리를 뜨지 않기 위해 긴 셔츠와 긴 바지를 입었다. 등으로 땀이 흘렀다. 사람이 올라앉아도 끄떡없을 정도로 크고 단단한 잎사귀 십여 장이 물에 떠 있고, 뜨거운 해를 받으며 연꽃 두 송이가 피어 있다. 열 송이 스무 송이도 아닌 달랑 한 송이, 인심 쓰듯이 그 옆에 또 한 송이. 그 두 송이의 꽃이 사진작가 삼십여 명을 불러 모았다. 빅토리아 연꽃 피어 있는 곳이 수목원뿐이랴. 지난 밤에 생을 마감한 꽃은 생을 다하고도 여전히 붉기만 한데.새벽에 흰색이었던 꽃이 분홍빛으로 변하다 오후부터 초벌 꽃잎을 벗기 시작했다. 연이 꽃잎을 한 겹 열고 나머지 한 겹마저 열고 있을 때 연지에 꽃의 몸 내음인 듯 향기가 가득 서렸다. 단단히 오므리고 있던 꽃잎이 손으로 젖힌 듯 발딱 일어서며 천천히 뒤로 젖혀지는 모양을 슬로우 비디오를 보듯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긴 오후가 지나고 어둠이 덮일 즈음 대관식이 가속화되었다. 한 장씩 벗겨진 꽃잎이 꽃받침인 듯 몸을 눕히자 가운데서 꽃술이 올라왔다. 소복하게 자란 꽃술 끝부분이 살짝 젖혀지고 왕관모양이 되며 절정을 이루었다. 서른 명 넘는 사람이 연지를 둘러싸고 있지만 비어 있는 듯 조용했다. 카메라는 꽃이 변하는 매순간을 잡아채어 자동접사로 저장하고, 여왕은 왕관을 쓴 채로 우아하게 스러진다.단 하루 만에 최고의 순간을 누리고 미련 없이 생을 접는 꽃, 빅토리아연은 겸손과 절제를 아는 꽃이었다. 여느 연과 달리 푸른 잎사귀는 최대한 몸을 낮춰 수면에 납작하게 깔려 있고, 물 위로 얼굴만 살짝 내민 꽃은 그 낮음으로 하여 바라보는 사람들을 고개 숙이게 만든다. 사진작가들이 빅토리아 연의 생멸을 두고 단순히 연꽃이 핀다고 하지 않고, 여왕의 대관식이 열린다고 호들갑을 떠는 이유에 공감했다. 그 찬란한 지존의 아름다움을 꽃의 자존심이라고 해야 할까. 빅토리아 연이 하루 이틀 사흘이 아니라 열흘 보름 끄떡없이 피어 있어도 그렇게 여왕이라는 찬사를 보내며 환호할까. 여름 끝자락의 후덥지근한 더위에 온몸이 땀에 젖고 모기가 극성을 부려 연신 긁어대면서도 차마 발길을 돌리기 어려웠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저물고 만 것이 아쉬웠던지, 스러진 꽃 옆에 어느새 흰 봉우리 하나가 솟아오르고 있어서 내일을 예약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꽃 또한 내일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생생하게 보여줄 터여서. 장정옥 소설가

2019-08-29 11:08:20

김광묵 대구시 산단진흥과장

[기고]성서산업단지가 나아가야 할 길

대구 성서산업단지(이하 성서산단)는 1988년 1차 단지 준공 이후 지역경제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2017년 기준 성서산단의 총생산액은 16조4천375억원으로 대구 산단 입주기업 전체의 총생산액 28조1천645억원의 58%를 차지했다.전체 면적 1천267만㎡로 국내 최대 규모의 일반산단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혁신성장의 원천인 제조업을 집적화해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그러나 올 3월 말 기준 성서산단의 가동률은 69.53%로 전 분기 대비 0.7%포인트(p) 하락했다. 6월에는 0.06%p 더 하락해 69.47%에 머물렀다. 성서산단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지역경제 상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만큼 파장이 크다.반면 테크노폴리스나 대구국가산단 등 대구시가 최근 조성한 신규 산단의 경우 가동률이 77.7%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고, 생산과 고용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정부는 4차 산업혁명과 환경규제 강화, 무역질서 재편,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등 대내외 경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주력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신산업 창출이 지연되는 등 한계에 달했다고 우려한다.조성된 지 30년 이상이 지난 성서산단도 생산설비 노후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 도로·주차장 등 기반시설 부족, 열악한 근로환경 등으로 점차 청년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구시는 산단 재생, 혁신 및 구조고도화 사업 등을 통해 인프라를 개선하고 창업공간 제공 및 근로환경 개선 등에 많은 노력을 해왔다.성서 1·2차 산단의 경우 올 연말까지 재생시행계획 수립과 설계를 끝내고 편입부지 보상 및 기반시설 공사에 착수, 2022년 말까지 493억원을 투입해 재생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지식산업센터 및 복합시설을 민간자력으로 개발하는 구조고도화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휴·폐업 공장을 개보수해 창업 기업 등에게 저렴하게 임대하고, 일부 공간은 산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더불어 대구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스마트 선도 산단 조성사업에 참여하고자 노력 중이다. 지난 5월부터 대구테크노파크와 공동으로 성서산단 스마트 선도 산단 조성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스마트 선도 산단은 기존 노후 산단을 '제조혁신' '근로자 친화공간' '미래형 산단'으로 바꾸는 게 목표다. 데이터와 자원의 연결, 공유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환경적으로도 주변 지역과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형 산단으로 만드는 것이다.현재 시행 중인 노후 산단 재생사업과 구조고도화사업의 토대 위에 스마트 선도 산단 조성사업이 추가된다면 노후 산단이 신산업 창출과 제조업 혁신의 전진기지로 대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스마트 선도 산단은 기존 산단을 스마트·친환경·융복합 혁신 테스트베드로 조성, 기업과 관련 지원시설이 집적된 제조혁신 클러스터로 조성된다. 이를 통해 창업과 혁신역량, 편의·복지시설 부족 등으로 외면받던 노후 산단을 청년이 다시 찾는 희망 산단으로 바꾸게 된다.대구에는 조성된 지 20년이 넘어 성숙 단계에 접어든 국가산단이 없다. 대구 국가산단은 1단계 구역 592만㎡가 2016년에야 준공됐을 정도로 신생 산단에 속한다.따라서 일반산단이지만 규모나 경제적 역할 면에서 국가산단에 버금가는 성서산단에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각종 정부 시책들이 우선 적용될 필요가 있다.

2019-08-29 10:27:13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매일춘추]시의 상상력으로

나는 흔히 사람들이 일컫는 연극쟁이다. 그것도 현장성을 매우 중요시 하는 현장예술인이다. 이 말인 즉, 감성과 이성 그리고 충동의 본질을 행동하고 표현하여 그것으로 인해 관객과의 소통을 바로 그 순간의 찰나를 통하여 교감하고 짜릿함을 느끼며 내가 비로서 무엇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쟁이인 것이다.이러한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굉장히 이성적이면서도 지적인 면을 갖추면서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으며 자기 스스로의 본능과 감정 그리고 자기의 억압욕구를 자아세계에 맞춰 비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전자는 이론적 무장으로 인하여 굉장히 논리적이나 약간의 딱딱함을 주며 후자는 감성적이고 창의성은 있으나 자아도취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며 전자에 대해 약간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 그것에 대한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한다.그러나 작금에 들어서는 이성적이든 논리적이든 본능적이든 감성적이든 간에 예술에 있어서는 '재미 있는' 것이 최고의 화두가 되고 있으며 재미나게 표현할줄 알아야지만 살아남는 시대가 된듯하다. 그래서 많은 쟁이들이 자기의 유형을 버리고 너도 나도 재미를 쫒다보니 각자의 색깔이 없어지고 일률적이며 보편적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그런데 '시' 라는 존재는 이러한 경향이 완전히 무시되는 그야말로 인간에 의한 자연의 예술물인것 같다. 왜냐하면 시는 느끼는 대로 말하고 인식되는 대로 표현하며 깨닫는 대로 충만해진다. 이 과정들 속에서 어느 한가지만 '의미'를 가지더라도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만족하고 흥얼거리며 묘한 자기 만족감을 준다. 시는 압축적이며 무한하여 모든 것을 만들게 해준다. 아름다운 시 한편은 미술로도 음악으로도 연극으로도 탄생될수 있다. 또 역으로 모든 예술장르를 한편의 시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그만큼 시는 우리에게 다양성을 준다. 바로 각기 다른 자기만의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어느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한편의 시를 흥얼 거렸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해 보았다. "난 네가 정말 좋은데 넌 내가 그렇게 싫어 한번 말해봐! 말해보라구! 왜 말이없지. 그래 이제와서 내가 역겹다 이거지. 날 사랑한다 말할 땐 언제고 다른 여자라도 생긴거야! 이 비열한 자식 가! 가버려! 너같은 자식 두 번다시 보기싫어 다시는 내곁에 있어 달라고 말하지도 않을거야. 어서 가버려!"시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자기 나름대로의 감정으로 느끼고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 다양성을 연극하는 나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수 있는 해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2019-08-29 10:24:34

종이에 먹, 167×266㎝, 대전 이응노미술관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이응노(1904~1989) '군상'

미술관에 걸어도 큰 그림인데 이렇게 작게 보여드리자니 민망하지만 이 작품이 가장 마음을 끌었다. 화면 가득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역동적인 인간상을 그렸다. 사람인 것은 분명하지만 성별도 노소도 미추도 구별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일 뿐이다. 이 동작은 춤이다. 몸짓으로 이루어지는 춤은 인류가 원시인일 때부터 향유한 예술일 것이다. 이들은 팔다리를 격렬하게 움직여 춤을 추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서기 2019년인 지금 지구에 약 77억 명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이 그림에 2천명은 그린 것 같다.'군상'(群像, people)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서로 다른 동작이 모여 이룬 군무이다. 집단지성의 현장 행동 광경인 것이다. 몸집도 비슷하게 그려진 이들은 서로 동등한 익명의 개성이다. 국적 불명, 시공 불명의 감각 즉 보편성의 층위를 매체의 국지성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 느끼는 것은 이응노가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작업했다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수천의 군중이 출현하는 군상 시리즈는 1980년대에 나타나는데 그가 자신의 예술을 6기로 나눈 중 마지막인 '서예적 추상' 시대에 속한다. '군상'의 메시지를 우리나라 사람들은 19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오일팔광주민주화운동이나 학생과 시민의 데모를 연상하고, 유럽 사람들은 반핵운동으로 보았지만 이응노는 양쪽 모두 자신의 심정을 잘 파악해 준 것이라고 했다. 20대부터 평생을 지치지 않고, 손을 쉬지 않으며 왕성하게 창작력을 발휘해 온 그는 80대의 나이에 민족과 민중이 생동하는 이런 꼭지 점을 이루었다. 붓이 움직이는 찰나의 순간 검은 먹이 흰 종이에 스며든 획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리퀴드 드로잉(liquid drawing)이라고 할 수 있는 수묵화 형식이어서 더욱 강력한 울림을 주는 '군상'은 지필묵이라는 매체의 전달력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모필 붓에 먹을 찍어 종이에 그리는 것은 그가 회화를 배운 처음의 방식이며 마지막에도 진행한 방식이다. 충남 홍성 출신인 이응노는 화가가 되고 싶어 1923년 19살 때 상경하여 해강 김규진의 문하에서 대나무 그림을 배우며 죽사(竹史)로 호를 받았다. 이듬해 조선미술전람회에 '묵죽'으로 입선했고, 1935년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에서 살며 미술 공부와 작품 활동을 하다 광복 후 돌아왔다. 1954년 국전의 짬짜미를 고발하며 추천작가 추대를 거절했던 그는 1958년 12월 한국을 떠나 프랑스로 갔다. 자신의 예술을 넓은 곳에서 높게 펼치고 싶었을 것이다. 고암(顧菴)이라는 이응노의 호는 중국의 화성(畵聖) 고개지에서 딴 것인데, 고암은 파리에 살며 그의 호처럼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미술사 연구자

2019-08-29 10:14:46

격추된 독일 항공기로 만든 승리의 종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격추된 독일 전투기로 만든 승리의 종

제2차 세계대전은 합계 5천500만 명의 민간인과 군인이 희생된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다. 독일은 개전 직후인 1940년 6월 프랑스의 항복을 받으며 유럽 대륙을 점령한다.동서 두 개의 전선을 마주했던 히틀러는 영국에 "제국 유지를 보장할 테니 독일의 유럽 지배도 인정하라"며 타협하려 한다. 처칠이 이를 일축하자 히틀러는 7월 영국 상륙전을 준비하며 영국 공군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두 나라의 공군은 잉글랜드 남부 바다 위에서 필사적으로 격돌했다.그러나 독일은 훈련된 영국 공군과 잘 정비된 연안 레이더망을 극복하지 못했다. 조급해진 히틀러는 런던 등 도시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명령한다. 영국과 독일은 각각 1천963대와 2천550대의 항공기를 투입하였다. 1940년 여름 3개월간의 공중전에서 영국은 승무원 500여 명과 항공기 1천500여 대를, 독일은 2천500여 명과 1천900여 대를 잃었다. 결국 영국이 승리하며 독일군의 본토 상륙을 좌절시켰고, 1년 뒤 미국이 참전할 때까지의 시간도 벌었다. 이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과 독일의 항복으로 이어진다. 연합국이 승기를 잡은 1944년, 영국은 자국 하늘에서 격추된 독일 전투기 잔해를 용해해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축하하는 '승리의 종'을 만들었다. 손잡이에는 승리를 뜻하는 'V'(victory), 몸체에는 얄타회담에 참석한 연합 3국의 지도자 처칠, 루스벨트와 스탈린의 얼굴을 조각하였다. 그리고 영국 공군 전상자와 그 가족들을 후원하는 기금을 위하여 이 종을 제작하였다고 새겼다. 둔탁한 두랄루민 종에는 오랫동안 공습을 피해 방공호를 전전하던 런던 시민들의 환호와 기쁨의 눈물이 함께 묻어 있다.매년 광복의 달 8월이 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묵직한 종소리이다.경북대 의대 교수

2019-08-28 18:30:00

영남중 교사

[김태훈의 대구 옛 이야기] 수운 최제우

수운 최제우(1824~1864)는 경주 출신으로 동학을 창시했던 인물이었다. 조선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부패로 인해 백성들의 생활이 도탄에 빠진 것을 목격한 최제우는 비참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경주로 돌아와 용담정(龍潭亭)에서 다양한 학문과 사상을 절차탁마하고 득도를 위한 명상과 수양을 이어나갔다. 결국 최제우는 1860년 5월 25일 무아지경 속에서 한울님의 말씀을 전해 듣고 동학을 창도하기에 이르렀다.최제우는 서학에 대해, 개인의 구원만을 빌며 부모 형제의 제사를 지내려 하지 않고 서양 세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종교라고 비판하였다. 또한 최제우는 시천주(侍天主) 사상을 제시하였는데, 사람은 신분고하·남녀노소·빈부격차를 막론하고 누구나 마음속에 한울님을 모신다고 주장하며 평등사상을 내세웠다.최제우는 인류 역사를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으로 구분하였는데, 조선 말기인 현재를 '선천'으로 규정하여 곧 종말할 것이고 동학이 등장한 지금을 '후천'으로 여겨 새로운 희망의 시대가 비로소 개벽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끝으로 최제우는 각자가 동학에 귀의하여 수양을 철저히 실천하면 모두가 '지상신선'(地上神仙)과 '지상군자'(地上君子)가 되어 지상천국을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조선의 지배층은 양반중심사회를 부정한 동학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탄압하고자 최제우를 체포하여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는 이유로 1864년 4월 15일 대구 관덕당에서 참형하였다. 대구에는 달성공원에 우뚝 솟은 최제우 동상, 현대백화점 앞에 세워진 동학교조 수운 최제우 순도비, 종로초등학교 안에 자리 잡은 최제우 나무를 통해 최제우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최제우의 동학은 근대화의 척도인 평등사상을 내포하였고, '개 같은 왜적놈'이라는 표현에서 훗날 2차 동학농민운동에 영향을 끼쳤으며, 3대 교주 손병희에 의해 천도교로 변경한 후에 천도구국단을 결성하고 3·1운동과 6·10만세운동을 추진하는 데 사상적 토대를 마련하였다.영남중 교사

2019-08-28 18:00:00

준비하는 미래 대표

[시대산책]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10일과 16일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며칠 전인 24일에도 동해상으로 '초대형 방사포'로 명명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하는 등 이달 들어서만 5번 미사일에 준하는 발사체 시험 발사를 했다.미국 미들베리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셰어 코튼 선임연구원은 1984년부터 올 8월 9일까지 지난 36년 동안 북한이 총 128차례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으며, 이 중 75%인 97차례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그 후 3차례 더 발사했으니 김정은 시대에 100회를 채운 셈이다.그와 동시에 29일 남측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 최고인민회의는 보통 1년에 한 번 열리는데 연 2회 개최하는 것은 5년 만이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 개정을 통해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을 확실한 공식적 국가 수반으로 명시했고 경제 관리에서 내각의 역할을 강조하고 경제주체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내용의 '국가의 경제관리 방법'을 공표했으며 대외적으로 '통미봉남'의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김정은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말한 것도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서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의 주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제자율화를 더욱 확대하고 구체화하며 기존의 대외정책을 더욱 자신감 있는 태도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연출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북한은 상반된 세 가지 모습 즉, 첫째 미사일의 개발과 성능 개선에 광적으로 매달리는 모습, 둘째 경제자율화를 중심으로 경제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 셋째 한국 정부를 적대시하고 공격적인 언사를 멈추지 않는 모습 등을 동시에 보여 우리를 무척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북한의 미사일이 무조건 방어 용도라고 주장하는 일부 논자들이 있는데 이는 지나친 주장이다. 미사일은 공격 용도로도 방어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한 일이다. 문제는 북한의 종합적인 국력이나 종합적인 군사력이 공격적인 전쟁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냐 하는 것이다.북한은 1960년대 후반부터 지난 50여 년간 정상적인 국가 발전을 해오지 못했고 한국은 그 기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발전을 지속했다. 북한은 한때는 한반도 전체의 적화를 위해, 또 그 뒤에는 생존을 위해 GDP 대비 군사비는 한국의 10배, 인구 대비 병력은 한국의 4배를 두는 등 거의 일반 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극한적인 군사국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종합 국력에서의 엄청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이 군사력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 전형적인 비대칭 전력인 핵과 미사일에 집중해온 것이다. 충분한 수의 핵무기와 정교하고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미사일만 있다면 국방 예산과 병력을 정상국가처럼 줄인다고 하더라도 안보상의 큰 위험 없이 경제 발전에 매진할 수 있다.핵과 미사일로 국가 방위를 추구한다는 것은 한국 입장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 미국을 포함하여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생각이 없으니 안심하고 핵을 포기하라'고 해서 이를 믿을 북한이 아니며 '미군이 북한에 들어가서 북한을 지켜줄 테니 핵을 포기하라'고 할 수도 없고 'F35 스텔스기 100대를 공짜로 줄 테니 핵을 포기하라'고 할 수도 없다.북한을 다른 길로 인도할 유인책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이 경제개발에 관심이 큰 만큼 현재와 같은 고강도 제재를 지속한다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북한이 이렇게 단순한 집단이었다면 그동안 걱정거리도 없었을 것이다.지난 70여 년 동안 북한이 보인 모습을 고려한다면 그런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해본다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전략을 포기할 가능성은 1%도 되지 않는다고 본다.우리가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시키기 위한 노력을 완전히 포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핵을 가진 북한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집중적으로 고민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2019-08-28 18:00:00

[종교칼럼] 꼰대 탈출기

요즘 젊은 세대에서 꼰대란 말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그 말을 들으면 새삼 옛 생각이 난다. 우리 세대가 젊은 시절 비속어로 사용하다가 한동안 사라졌던 어휘이기 때문이다. 나는 입으로 그 말을 소리내어 말한 기억이 없다. 선생님, 부모님 등 세대를 비하하는 말이라 입에 담기가 거북했다.그런 말이 한 세대를 지나 되살아났다. 그리고 과거보다 더 자주 쓰이고 있다. 드문 현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는 수직적 위계질서에 순응적이었다면 현재는 모든 것이 수평적 질서이므로 현재 20, 30대가 상명하복의 문화에 느끼는 반감은 훨씬 더 클 것이다. '세대 차이'나 '세대 갈등'이란 점잖은 표현을 마다하고 젊은 세대는 '꼰대질'이라 표현한다.최근 임홍택 저 '90년생이 온다'를 읽었다. 1990년대생의 언어 생활부터 소비 성향, 가치관까지 세상을 주도하는 90년대생을 파헤치는 책이었다. 이 책에는 두 초점이 있다. 한 초점은 '90년대생'이고 다른 초점은 '꼰대'이다.기성세대는 90년대생을 낯선 세대로 본다. 반대로 90년대생 입장에서 본 세상은 얼마나 힘들까? 달리 표현하면 기성세대가 90년대생에게 얼마나 꼰대질하기 쉬운지를 말하고, 90년대생이 그 꼰대질을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요즘 신입사원의 이직률이 전 세대와는 다르게 급상승했다. 소위 꿈의 직장, 고연봉의 대기업에 입사하고도 1년 내, 3년 내에 퇴사를 한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에 매달린다. 공무원 준비에 그렇게 몰두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회사 상관들의 꼰대질을 견디기 어려워서라고 한다.90년대생의 꿈의 직업은 공무원이다. 9급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 명이 지원하기 때문에 최종 합격률이 2%가 채 되지 않는다. 가히 90년대생을 '9급 공무원 세대'라 부를 만하다.기성세대는 90년대생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거나,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세태를 비판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꼰대'로 남는 지름길일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이 기성세대를 위한 꼰대 탈출기임을 알게 되었다.90년대생의 꼰대 세대가 누구인가? 베이비부머인 부모 세대이다. 가정에서는 자기 자녀를 민주시민으로 창조적인 인물로 금이야 옥이야 키우면서, 사회에서는 다음 세대에게 꼰대질을 하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 나 역시 베이비부머이고 90년대생 딸을 두었으니 이 책은 우리 가정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베이비부머인 나도 자칫 꼰대가 될 위험에 처했다. 임홍택의 책에 있는 꼰대 테스트를 해보니 나는 다행히 꼰대는 아니었다. 아마도 평소 20, 30대 젊은 세대의 여론, 취향, 성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해하고 수용하려 했던 노력의 결과인가 보다. 그래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나의 '탈꼰대선언'이다. 1.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 2.침묵을 습관화한다. 3.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다. 4.꼰대질을 하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다. 5.다음 세대 탓을 하지 않는다. 6.후배들을 칭찬한다.'요즘은 왜 이런가?' 하고 큰소리쳐 보아도 결국은 구시대의 연장이다. 주장하는 내용도 복고풍이다. 한 번 지나간 세월은 돌아오지 않는다.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고 떠나야 한다. 다음 세대는 여전히 우리 노년의 보험이고, 현재와 미래의 주인이다. 세대 간의 화해와 공존의 길을 열자.대구중앙교회대표목사

2019-08-28 13:37:09

최경규 경영학 박사, 스트레스 행복강연가

[광장] 마음을 가진 자는 행복하다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세상을 호령한다 하였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고양이를 잡기 위해서는 목을 잡으면 되고, 뱀을 잡기 위해서는 머리를 잡아야 한다.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목을 잡을 수도 없고 멱살을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 무엇을 잡아야만 하는가? 바로 마음을 잡아야 한다. 신은 인간에게 세상을 보라 눈을 주셨지만, 오직 사람 마음만은 눈에 보이질 않는다. 그러면 누군가의 마음을 보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답은 '오늘 자기 마음을 닦는 일'이라 말하고 싶다.필자가 강연을 하며 강조하는 말이 있다. 바로 "지금을 살아야 한다", "一日一念"이라는 말이다. 하루를 잘 살기 위해서는 지금 마음을 잘 잡아야 한다고 풀이한다. 생각 '염'(念) 자는 참 의미가 있는 한자이다. 지금을 뜻하는 '금'(今)에 '심'(心)이 합쳐져서 지금의 마음을 뜻한다. 바르게 살기 위해서는 오늘을 잘 보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때로는 사람의 눈으로도 다른 이의 마음이 보일 때가 있다. 내일 해야 할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현재 눈앞의 어떤 것도 보이질 않는 사람, 과거 속에 살고 오늘을 원망하며 어둡게 사는 사람들은 눈에 보인다.오늘을 제대로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맑고 거침이 없다. 사람들과의 만남에 숨김도 과장도 없다. 왜냐하면 지나간 화려했던 과거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포장할 필요도 없고, 미래의 계획으로 잘난 척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냥 오늘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은 향기로운 꽃처럼 늘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 들게 마련이다. 사람의 마음을 굳이 알려고 그리고 얻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람들은 마치 마음의 문을 지키는 병사가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것처럼 타인들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바닥만 보아서는 앞도 옆도 뒤도 볼 수 없다. 그래서 바닥"이라 했던 김별아 작가의 말처럼 과거라는 울타리에 갇혀 사는 사람은 바닥만 보는 사람들과 같다. 날아오는 삶의 기쁨도 바닥만 보아서는 잡을 수 없다. 과학의 발전으로 신선초가 홈쇼핑에 나오지 않는 이상, 누구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제한된 시간이란 물리적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더 이상 과거 속에서 후회로 오늘을 살지 않았으면 한다.또한 필자의 두 번째 책, '나는 행복을 선택했다'에서 말했듯이 내일만을 꿈꾸는 사람은 오늘의 상처를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내일의 행복만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내일이 된다 하더라도 오늘 자신의 소중한 것이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에 자신하지는 못한다. 즉 10년 노력 끝에 얻은 미래의 행복 앞에 이미 무너진 건강이나 가족 관계는 더 이상 행복일 수 없기 때문이다.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남이 아닌 자신의 오늘을 살아야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과 말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고 나 자신을 항상 아기 돌보듯 사랑해 주어야 한다. 오늘의 내가 존재하지 않고 내일의 나는 절대 존재할 수 없다. 행복도 불행도 타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자신의 생에 행복하고 불행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기 때문이다.

2019-08-28 11:57:39

김정하 공연예술학 박사

[매일춘추] 예술강사의 힘

학교 공교육 안에서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예술강사 지원사업에 의해 가능해졌다. 예술강사라면 보통 예술장르를 가르치는 사설 학원의 강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감수성을 기르고 바른 인성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전문 강사(이하 예술강사)를 학교로 파견·지원하는 정책 사업이다.이 사업은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및 문화예술·체육교육 활성화를 위한 교육부-문체부 공동협렵의 정부 정책에 의한 사업으로 2006년은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어 2007년은 기획재정부 사회서비스일자리 사업으로 포함되었고, 2011년은 고용노동부의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가이드라인(합동지침)이 마련되면서 체계적 지원을 받게 되었다.예술강사의 근로 신분은 기간제 근로자로 시·도 교육청 및 지방자치단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시·도 광역센터 및 국악운영단체, 공모사업에 선정된 민간운영단체에서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강사가 기간제 근로자인 이유는 매년 3월부터 10개월 간 배치 받은 학교에 출강하여 교육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필자는 26일자 매일신문 1면에 '예술강사들, 일자리일몰제에 내몰릴 위기'라는 기사를 접하면서 학교에서 예술이라는 특성의 교육으로 학생들과 교감하고 있는 전국의 5천 500여 명의 예술강사들의 열정과 패기가 가슴 뜨겁게 전해 오는 듯 했다.만약 일자리일몰제로 인해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폐지된다면 예술강사들의 일자리 박탈과 더불어 학생들이 더 이상 학교안에서 예술가(예술강사)와 함께한 국악·연극·영화·무용·만화·공예·사진·디자인의 예술교육의 혜택도 빼앗기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예술강사 지원사업에 의해 학생들은 문화예술교육을 통하여 그들의 창의성이나 적성 등과 같이 기존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잠재적 소질을 일깨우고 그로 인하여 자신감 혹은 자존감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 및 감수성의 증가, 정규 학교수업에 있어서 태도의 개선, 그리고 학생 상호간의 이해수준 증진과 그를 통한 유대감 증진 등의 경험을 가질 수 있게 된다.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와 활동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예술강사의 수업은 지식습득이나 기능의 숙달차원에 한정된 교육적 효과에만 주목하지 않고, 학생들의 정서적 태도의 환기와 각성을 유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으로 재편된 예술교육이 아닌 진정한 예술가로부터 생생한 예술적 체험을 접함으로써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이 나타날 수 있는 교육이다. 일자리일몰제로 인한 예술강사 지원사업의 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재부는 다른 일자리 사업과는 다른 예술강사의 지원사업이 우리 사회에서 교육적 역할과 공교육안에서 많은 학생들이 얻고 있는 효과성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김정하 공연예술학 박사

2019-08-28 11:33:56

박진웅 주칭다오 총영사

[기고]유학으로 한·산둥성 교류 증진 이끌자

역사적으로 19세기 중엽 이래 서양 문물이 유입되던 창구가 광둥이었다면, 한국과의 교류는 전통적으로 산둥이었다. 산둥 지역은 공자와 맹자의 고향이자, 유학의 발상지로 유학이 문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어 산둥성을 문화대성이라 부르고 있다.한·산둥성 간 교류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시황제의 명을 받은 서복이 3천여 명의 아이와 성인 남녀를 데리고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산둥반도를 출발, 제주도로 향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통일신라시대에는 산둥반도에 신라방이 형성될 정도로 교류가 매우 활발했다. 당시 신라 장수 장보고는 신라방에 신라 사찰인 적산법화원을 설립하였으며, 현재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소재하고 있다.원(元), 명(明) 시기에는 한국과 중국이 서로 자주 왕래하였으며, 정몽주는 여섯 차례 명나라로 가는 길에 세 차례나 산둥반도를 통해 명나라 수도 난징을 방문하였다.근대에는 산둥성에서 시작된 의화단 운동으로 산둥성 일대가 전란에 휘말리게 되자, 산둥성 주민들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으로 대거 이주를 하였으며, 인천으로 유입된 중국인들이 한국 거주 화교의 시초가 되었다. 한국 화교의 70% 이상이 산둥성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립운동 시기에는 안창호 선생이 중심이 된 신민회와 독립지사들이 산둥성 칭다오에 모여 칭다오회의를 개최하였고, 광복 후 한인들의 무사 귀국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화북구한교선무단칭다오분단을 설치, 운영하였다.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부터 1992년 수교 이전까지 양국 교류는 중단되거나 단절되었다. 하지만, 수교 이전인 1989년 중국 최초로 칭다오에 토프톤전자가 진출하였으며, 1990년부터는 웨이하이-인천 간 골든브릿지호가 운항을 시작하였다. 수교 이후 우리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지역도 산둥성으로, 2006년에는 1만여 개가 진출하고, 재외국민도 10만여 명까지 늘어나 전성기를 이루었다.최근에는 중국이 제조업에서 신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우리 기업이 동남아 등지로 이전하여 현재 기업은 4천여 개, 재외국민은 6만여 명으로 감소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6년 사드 문제는 한·산둥성 교류를 더욱 위축되게 하였다. 반면, 한중 관계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한·산둥성 교류를 지속적으로 이어온 것은 유학을 통한 교류이다.한중 수교 이후, 2008년 양국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으며, 2013년 양국 정상은 동 관계의 내실화를 위해 인문 교류 강화에 합의하였다. 한·산둥성은 인문 교류 강화를 위해 2014년부터 매년 한중유학교류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18년 5회까지는 산둥성에서 개최되었으나, 금년 6회 대회는 한국 유학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안동에서 11월 중 개최 예정이다. 안동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9개 서원 중 2개 서원이 있는 문화도시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여 1회 서원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2016년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어 한·산둥성 교류가 중단되거나 위축되었을 때에도 유학 교류는 지속되었다. 그만큼 한·산둥성은 유학에 뿌리를 둔 유대 관계는 매우 깊다고 볼 수 있다.앞으로 한·산둥성 교류가 유학을 매개로 한 지방정부 간 청소년,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로 확대해 나간다면, 향후 양국 관계에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한·산둥성 교류는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2019-08-28 11:24:06

민경석 대구시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새론새평]낙동강 미량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가?

낙동강 의존도가 높은 부산과 대구는 근본적으로 수돗물 불신 문제를 갖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질의 상수원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낙동강은 상수원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상수원의 역할을 넘어 수생태 건강성 확보 또한 중요하다.낙동강의 물환경 문제는 크게 2가지로 유해화학물질과 녹조이다. 산업폐수로부터 배출하는 미량유해화학물질, 의약품 폐기와 수온 상승, 강수량 부족 등으로 발생하는 녹조와 이로 인한 독성물질 및 맛·냄새 문제이다.낙동강의 유해물질 주요 사고는 1991년 페놀오염사태, 2004년 수돗물에서 다이옥산 검출, 2006년 낙동강 원수와 수돗물에서 퍼클로레이트 검출, 2009년 구미공단의 화섬업체에서 다이옥산 가이드라인 초과 배출, 2018년 구미공단 내 반도체 업체 등에서 배출한 과불화화합물 사고 등으로, 규제 대상이 아닌 미지의 유해물질로 인한 수질오염 사고이다. 정부는 유해물질 사고 발생 후, 페놀과 1,4-다이옥산은 특정수질유해물질로, 퍼클로레이트는 수질오염물질로, 과불화화합물은 감시물질로 추가 지정하는 등 사후대책으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현재 사용 중인 화학물질은 약 10만 종이고, 유통하는 화학물질은 약 4만여 종이며, 매년 약 400여 종 이상의 신규 화학물질을 개발·유통하고 있다. 산업 발전 및 고도화에 따라 화학물질 사용량은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규제관리체계는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미규제 유해물질 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는 실정이다. 수질오염물질 중에서 발암성 등을 기준으로 특정수질유해물질을 지정하고 배출허용기준을 설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04년 17종에서 2017년 32종으로 확대하였으나, 추가 지정이 필요하다. 낙동강 수계는 상류부터 하류까지 약 60여 곳의 산업단지가 위치하고 있어, 수질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있으며, 특히 특정수질유해물질 발생량은 전국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환경부는 화학물질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화평법은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계기로 2013년 5월에 제정하여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신규 화학물질 또는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하는 기존 화학물질에 대해 유해성 심사를 의무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화학물질의 등록, 화학물질 및 유해화학물질 함유 제품의 유해성 심사 및 평가, 유해화학물질 지정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생산·활용함으로써 국민 건강 및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화관법은 2012년 구미불산 사고를 계기로 2013년 6월에 제정하여 화평법과 같이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화관법은 화학물질의 체계적인 관리를 목적으로 유해화학물질의 취급기준을 강화하는 법률이다. 과거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유독물 취급 영업자 중심의 관리였다면, 화관법은 유해화학물질 관리,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관리, 유해화학물질영업자 및 취급자 관리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화학물질 통계조사 및 정보공개, 유해화학물질의 취급기준, 취급시설의 설치 및 운영, 화학사고 대비 및 대응 등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화평법은 화학물질의 유해성 심사 및 입증에 대한 책임이 기업에 있어 등록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이 과다하며, 수출제품의 화학물질 조성은 영업비밀로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의 문제점이 있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 주요 소재인 불화수소의 수출규제로 국민적 우려가 큰데, 첨단소재인 화학물질의 개발에 제한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화관법은 강력한 입지규제로 인한 부지 활용의 어려움, 설비 보완 및 교체 비용 과다, 전문인력 확보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화평법과 화관법은 화학물질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법이므로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여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낙동강은 새로운 미량유해화학물질로부터 안전성 확보, 쾌적한 친수환경 창출 및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해, 유해물질 유출 사전예방대책이 절실하다. 유해물질은 공공하·폐수처리장에서는 처리할 수 없으므로 배출원에서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산업체의 자발적인 유해물질 배출저감을 유도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강화하거나 또는 보완하여야 한다.

2019-08-28 10:23:19

이장우 경북대 교수

[경제 칼럼] 아시아 뮤지컬 메카로서 DIMF의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글로벌 뮤지컬 축제'를 표방하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은 잘나가는 국제행사에 머물러선 안 된다. 음악의 힘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이끌어야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DIMF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양한 분야들을 융합하는 핵심 콘텐츠가 될 수 있다.DIMF는 13번째를 맞아 지난 6월, 7월에 걸쳐 18일간 뮤지컬 작품 23개를 98회 공연으로 이어갔고 다양한 부대행사를 도심 곳곳에서 개최했다. 이를 통해 총 26만여 명이 DIMF를 즐긴 것으로 공식집계 됐다.그러나 DIMF가 "지금까지 뮤지컬 대중화, 활성화에 앞장서며 대구를 '뮤지컬 도시'로 브랜딩해왔고 아시아 뮤지컬 메카(Mecca)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다. 그럼에도 DIMF가 시도한 새로운 도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첫째, 관광과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 노력이다. 국내 최대 여행사이트 '인터파크 투어'와의 협력을 통해 '올여름 대구로 가자!'라는 테마의 DIMF 기획전을 운영했다. 대구시티투어와 연계한 티켓패키지 신설, 한국관광공사 후원으로 진행된 외국인 투어 및 기념품 제공 등으로 관광객 유치를 시도했다.둘째, 모바일 마케팅을 통한 청년과 수도권 수요층 확대 전략이다. 특히 가수이자 뮤지컬배우로 활약하는 글로벌 스타 '수호'(EXO)를 홍보대사로 위촉, 인지도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적극적인 SNS 마케팅으로 전년 대비 키워드 검색량이 4배 이상 증가했다.셋째, 프로듀서와 전문가 등 핵심인사 교류 및 마케팅 기능 확대로, 소위 축제의 '인텔리전스'(Intelligence) 기능 강화이다. 올해는 중국,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대거 참가해 DIMF 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참관했다. 특히 미국 뉴욕, 슬로바키아 등에서 온 해외 뮤지컬 관계자가 대구의 뮤지컬 열기를 확인하고 벤치마킹하는 등 글로벌 축제로서 DIMF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넷째, 문화와 산업 연계를 통해 신(新)성장동력 마련에 첫발을 내디뎠다. 국내 최초로 문화와 기술이 융합하는 청년문화 창업페스티벌인 '드림메이커스 어워즈'를 개최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또한 국내 한류 문화산업 성장을 주도하고 DIMF 설립에도 영향을 미쳤던 '한국문화산업포럼'이 15년 만에 DIMF 기간 중 개최돼 문화와 관광을 연계한 문화관광산업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 이런 시도는 한류 발신지와의 접목을 통해 세계문화산업포럼 같은 행사를 대구가 주도함으로써 중앙에 치우친 문화산업의 균형을 이룰 기대를 갖게 한다.하지만 산적한 과제가 아직 많다. 첫째, 뮤지컬전용극장 건립이다. DIMF는 타 도시에 비해 잘 갖춰진 공연장 인프라를 바탕으로 올해 11개 공연장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뮤지컬 공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공연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용극장 없는 세계적인 뮤지컬 도시'가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둘째, 역시 공간 문제다. 뮤지컬 인재 발굴·육성을 위해 전액 무료인 뮤지컬 전문 교육프로그램 'DIMF뮤지컬아카데미', 국내 최대 글로벌 청소년 뮤지컬 오디션 'DIMF 뮤지컬스타' 등이 해를 거듭할수록 주목받고 사업이 확장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 매년 어려움을 겪고 있다.셋째, 글로벌 축제로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참가를 희망하는 외국 공연단체의 러브콜이 잇따르지만 이를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다. 한정된 예산에 맞춰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DIMF에 대한 높아진 기대감 사이에 간격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지금껏 DIMF가 맺어온 결실과 성과를 기반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엔 인프라와 예산 측면에서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인프라 핑계' '예산 타령'만 할 수는 없다.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지혜로 돌파구를 찾는 혁신적 도전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내년 DIMF가 새로운 도전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를 통해 대구 문화산업을 이끌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동력으로서 빛을 발하기를 소망한다.

2019-08-27 14:08:39

이정호 국악작곡가

[매일춘추] 산조의 멋

국악의 대표적인 민속 기악곡 중에 '산조'라는 음악이 있다. 지난 칼럼에서 무속음악에 뿌리를 둔 '시나위'에 대하여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산조는 이 시나위 같은 민속기악합주곡에서 파생되어 독주악기로 연주되면서 기교가 확대되었고, 거기에 판소리의 진양, 중모리 장단의 선율들과 합해지면서 산조의 형식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진양조의 느린 장단에서 시작하여 중모리, 중중모리를 거쳐 점점 빨라지며 자진모리, 휘모리, 단모리의 아주 빠른 장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속도와 리듬 속에서 선율들이 자유롭게 춤을 춘다. 아주 기교적이며 깊이 있는 성음이 요구되는 이유로 대다수의 국악 연주자들이 평생에 걸쳐서 이 산조음악을 연구하고 내공을 만들어 간다. 류파에 따라 휘모리, 단모리 장단이 빠지기도 하고, 엇모리, 굿거리 장단이 추가되기도 하는데, 여기서 류파 라는 것은 그 가락을 구성하고 작곡한 이의 이름을 따른다. 예를 들어 '김윤덕류 가야금산조' 라고 하면, 김윤덕 명인이 가락을 정리한 가야금산조라는 것이다.산조의 종류는 19세기 말 김창조 명인의 가야금 산조를 시작으로 거문고, 대금, 해금, 피리, 아쟁 등의 악기가 산조로 생기며 발전하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 전해지는 산조는 각 악기에 따라 그 종류가 많은데, 가야금에는 앞서 언급한 김윤덕류 가야금산조를 비롯하여, 김병호류, 강태홍류, 최옥삼류, 성금연류 가야금산조 등과 거문고는 신쾌동류,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대금에는 김동진류, 서용석류, 원장현류, 이생강류 대금산조 등이 있고, 이 밖에도 각 악기에 따라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많은 다양한 산조들이 그 뛰어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나의 곡 '김동진류 대금산조협주곡 '은 제목에서 보이듯이 김동진류 대금산조 가락을 국악관현악과 함께 협연형태로 연주한다. 전통 민속기악독주곡인 산조를 협주곡으로 만들어 창작국악 장르로 불러들인 것인데, 이는 산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 역시도 이곡 '부활'을 통해서 김동진류 대금산조가 모든 분들의 마음에 새로운 모습으로 각인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애원성과 절도있는 가락이 돋보이는 김동진류 산조에 국악관현악의 장중함이 더해지고, 또한 산조의 민속악적 선율과 서양화성의 클래식컬한 국악관현악의 색다른 융합은 기존의 다른 산조협주곡과 차별성을 두면서 음악의 정답이 아닌 또 하나의 다양성을 부여하고자 하였다.깊이 있는 내면의 소리는 울림 또한 강하다. 지금은 '김윤덕류 가야금산조협주곡'을 새롭게 쓰고 있다. 이 곡을 통해 또 다른 하나의 다양성을 부여하며, 깊은 가야금의 울림을 더욱 극대화하여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나는 이 시대를 살면서 전통의 소리를 가치있게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아가는 숙명적 의무를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행해 가려 한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정진해 나아가서 언젠간 위의 위대한 산조의 명인들처럼 내 음악에도 어떠한 일가를 이루게 되길 바라면서…. 이정호 국악작곡가

2019-08-27 11:18:41

스트레스와 방광염은 수컷에게 배뇨장애 증상 (FLUTD)을 유발시킬 수 있다. (사진출처: https://vcahospitals.com)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우리 고양이가 매일 사용하는 화장실 모래의 진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의 고민거리는 크게 두 가지다. "우리 고양이에게 뭘 먹이지?" "모래는 뭘 쓰지?"가 그것이다.묘미(5·수컷)가 화장실을 기피하고 이불에 소변을 지린다며 내원하였다. 검사 결과 방광염과 FLUTD(고양이 하부비뇨기질환) 초기로 진단되었다.수컷 고양이는 배뇨를 참거나 물 섭취가 부족하면 소변이 농축되어 방광염이 발생하고 체형에 비해 가느다란 요도가 막혀버리는 해부학적 특성을 가진다. FLUTD가 심해져 요도가 폐색되면 고양이는 매우 괴로워하고 방광확장과 급성신부전이 발생하기 때문에 응급처치를 해주어야 한다.묘미는 요도 세척과 약물 처방으로 증상이 호전되었다가 3주 후 증상이 재발되어 내원하였고 여러 정황상 화장실을 기피하는 심인성 요인이 의심되었다.보호자는 한 달 전부터 모래를 두부모래로 바꾸었는데 묘미 입장에서 모래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화장실 가기를 꺼려한 묘미는 스스로 물을 적게 먹는 바람에 소변이 농축되면서 방광염이 진행된 것이었다.묘미에게 자연의 모래 질감과 유사한 메디컬 벤토나이트 모래를 추천해주고 화장실 청소를 자주 해주실 것을 권했다.묘미는 모래가 바뀌자 화장실을 들락거리기 시작하였고 심지어 모래 위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화장실에 대한 불편함이 사라지자 물 섭취량이 늘어나며 방광염은 재발되지 않았다.묘미는 두부모래의 질감이 싫었거나 그 속에 함유된 첨가물이 불편했던 걸로 추정된다. 예민한 고양이에게 모래 속의 유해한 성분은 후각을 자극시키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내재되어 있던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야생 고양이가 선호하는 모래는 무엇일까? 배설물을 쉽게 덮을 수 있고 자신의 발바닥을 그루밍할 때 불쾌하지 않은 고운 입자의 마른 모래다.그렇다면 집 고양이에게 적합한 모래는 무엇일까? 자연의 모래흙과 비슷한 질감의 천연 벤토나이트 모래를 추천한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메디컬모래와 휴먼그레이드 등급의 벤토나이트 모래 제품이 해당된다.벤토나이트는 천연 토양 성분으로 무해하면서도 소변을 즉각 굳혀버리는 성질을 가진다. 순도가 높은 천연 벤토나이트는 제약과 와인 제조에 이용되며 화장품과 사료 첨가제로 사용된다.토양에 버려지더라도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순도가 높은 벤토나이트는 첨가물 없이도 고양이 소변을 즉각 굳혀 버리고 성분 자체로 세균 증식을 억제시킨다. 이미 오랫동안 유럽이나 미국에서 애용되었으며 미국 와이오밍이 순도 높은 천연 벤토나이트 생산지로 유명하다.그러나 화학물질이 첨가된 벤토나이트 모래는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불순물 함량이 높은 벤토나이트는 주물공정이나 토목공사의 방수 재료로 사용된다. 저렴하지만 고양이 모래로서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탄산수소나트륨(베이킹 소다) 등의 다양한 화학물질을 첨가시킨다. 이렇게 첨가된 화학물질 중 일부는 고양이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중국에서 제조돼 국내에 수입 유통되는 원형이나 펠럿 모양의 벤토나이트 가공 모래 제품이 이에 해당된다.특별히 굳기를 강화시킬 목적으로 세제류나 경화제 등을 첨가한 벤토나이트 모래 제품이 있다. 고양이 모래는 피부에 접촉될 뿐 아니라 호흡기로도 흡입된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모래 알갱이가 매우 작으면서 굳기와 탈취력이 우수한 벤토나이트 모래 제품이 이에 해당된다.두부모래는 친환경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콩이나 옥수수, 밀, 두부 가공의 부산물을 이용한 모래는 식물 섬유질과 전분만으로 소변을 굳히기 어려우며 세균 증식이 잘 된다. 그래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조사는 탄산칼슘(석회분) 등의 기능성 화학물질을 첨가하게 된다.이렇게 첨가된 화학물질 중 일부는 고양이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두부모래, 콩모래, 밀모래가 이에 해당되며 원가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되어 국내에 수입 유통되고 있다. 굳기가 약하기 때문에 변기에 버릴 수 있어 편리하지만 공공주택에서 다수가 사용할 경우 오수정화 시스템에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목재를 톱밥으로 만들어 압착시킨 펠럿 모래는 소변을 흡수시키는 목적으로 이용된다. 소변에 오염된 부분만을 가려 청소할 수 없기 때문에 부패와 세균증식이 쉽다. 국내에서 폐목재를 파쇄하여 만든 펠럿은 화목용 용도로 유해 성분을 검증조차 하지 않고 있으므로 고양이게 사용은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실리카겔 모래는 소변을 흡수하여 말려버리는 제습기능을 이용한 제품이다. 실리카겔 자체는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지만 일부 고양이의 경우 먼지가 호흡기로 흡입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고양이 성격을 고려하여 선택하시기 바란다.현명한 집사는 모래를 구매할 때 제조사와 판매처를 확인한다. 국내에서 제조되는 고양이 모래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조 생산 법률에 근거하여 원재료와 첨가물을 명확히 표기하여야 한다. 반면 중국 등에서 저렴하게 수입 유통되는 제품들은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과 허위 광고에 현혹되어 모래를 선택하다 보면 고양이에게 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고양이 모래 때문에 눈병이 생길 수 있는지 문의하는 분들도 많다. 화장실 모래 먼지의 일시적인 접촉은 정상적인 눈물 분비와 결막의 면역 기전에 의해 방어되므로 모래가 눈병 발생의 원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잠복되어 있는 칼리시, 허퍼스 바이러스 등이 활성화되어 눈의 면역 기능이 떨어졌을 때는 부가적인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고양이가 좋아하는 모래는 있어도 집사가 만족하는 모래는 없다고 한다. 굳기 정도, 사막화 정도, 냄새, 경제성을 고려하여 각 제품은 나름의 장점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고양이가 예민하거나 눈병이나 구내염이 관찰된다면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들은 경제적 여유가 가능한 범위에서 건강에 도움되는 모래를 선택하시기 바란다.고양이가 쾌변·쾌뇨하고 항상 건강하다면 좀 더 현실적인 측면과 편의성을 고려하여 모래를 선택하되 하루 3회 이상 반드시 화장실을 청소해주는 습관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2019-08-27 10:27:53

신병주(건국대 사학과 교수)

[신병주교수의 역사와의 대화] 15세기 대일 외교 지침서, '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

'그들의 습성은 강하고 사나우며, 무술에 정련하고 배 타기에 익숙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보게 되었으니, 그들을 만약 도리대로 잘 어루만져 주면 예절을 차려 조빙(朝聘)하고 그렇지 않으면 문득 함부로 노략질하였던 것입니다.'위의 글은 신숙주(申叔舟·1417~1475)가 세종 때 일본을 다녀온 후, 성종의 명으로 1471년(성종 2년)에 완성한 '해동제국기'의 내용 중 일부이다. 600년 전을 살아간 학자의 저술이지만 최근의 한일 관계에 비추어 보아도 그 맥락은 놀랍게도 닮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해동제국기'는 당시만 해도 거의 교류가 없던 일본을 직접 답사하고 그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여 조선시대 대일 외교의 지침서 역할을 했다.1443년(세종 25년) 신숙주는 세종의 명을 받들어 일본으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이때 그의 나이 27세였다.직책은 서장관(書狀官)으로서 정사와 부사에 이어 서열 3위에 해당한다. 서장관은 외교는 물론, 특히 문장에 뛰어난 사람이 임명되는 직책으로 세종은 신숙주에게 큰 믿음을 보였다.'해동제국기' 서문에서 신숙주는 '대체로 이웃나라와 사귀어서 사신이 왕래하고, 풍속이 다른 사람들을 어루만져서 반드시 그들의 형편을 알아야 합니다.… 신은 명을 받들어 옛 전적을 상고하고, 보고 들은 것을 참작하여 그 지형을 그림으로 그리고 왕실의 세계(世系)와 풍토 및 숭상하는 것들을 대강 서술하고, 응접하는 세목에 이르기까지 편집하여 책으로 만들어 바칩니다'라고 하여 책을 편찬한 경위를 설명했다.'해동제국기'는 서문과 함께 7장의 지도, '일본국기'(日本國紀), '유구국기'(琉球國紀), '조빙응접기'(朝聘應接紀)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국기' 편에서는 일본의 풍속에 관한 내용들이 주목된다.'무기는 창과 칼 쓰기를 좋아한다.… 젓가락만 있고 숟가락은 없다. 남자는 머리털을 짤막하게 자르고 묶었으며, 사람마다 단검을 차고 다닌다. 부인은 눈썹을 뽑고 이마에 눈썹을 그렸으며, 등에 머리털을 드리우고 다리로써 이어 그 길이가 땅에까지 닿는다. 남녀가 얼굴을 꾸미는 자는 모두 그 치아를 검게 물들였다.… 사람마다 차 마시기를 좋아하므로 길가에 다점(茶店)을 두어 차를 팔게 한다.… 오직 승려만이 경서를 읽고 한자를 안다. 남녀의 의복은 모두 아롱진 무늬로 물들이며 푸른 바탕에 흰 무늬다. 남자의 상의는 무릎까지 내려오고 하의는 길어서 땅에 끌린다'와 같은 내용들로서 일본의 풍속을 객관적으로 서술하였다.사무라이 전통, 젓가락 문화, 차를 즐기는 풍속 등은 15세기 일본에도 유행했음이 나타난다. '해동제국기'는 편찬된 이후 외교 협상에서 자주 활용되었으며 후대의 학자들도 그 가치를 거듭 언급했다.16세기의 학자 김휴는 "우리나라의 외교 규범에 있어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하였으며 이수광이나 이익과 같은 실학자들도 그들의 저술에서 '해동제국기'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 보인다.신숙주는 '해동제국기'를 통해서 일본에 대한 경계와 함께 교린 외교의 중요성을 곳곳에서 피력하였으며 미구에 발생할지 모를 전란을 막기 위해서는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는 것을 우선시해야 함을 강조하였다."이적(夷狄)을 대하는 방법은 밖으로의 정벌에 있지 않고 내치(內治)에 있으며, 변방의 방어에 있지 않고 조정에 있으며, 전쟁에 있지 않고 기강을 진작하는 데 있다"고 피력한 것에는 외환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 안정의 필요성을 중시한 신숙주의 입장이 잘 나타나 있다.최근 한일 관계가 강성으로 치닫고 있다. 15세기에 이미 일본의 호전성을 간파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제시한 '해동제국기'의 기록이 던져 주는 의미들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2019-08-26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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