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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매일춘추]먼저 태어난 사람 '선생'(先生)

선생님이란 존재를 삶의 대부분에서 잊고 지낸다. 미디어를 통해 교권추락을 접하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는 비단 외부환경의 탓만은 아닐 것이라 여겨진다. 지나온 선생님들 중에는 수줍은 성격을 탓했던 사람도 있었고, 마음의 그늘에 호기심을 보인 이도 있었으며, 수능만이 존재의 이유인 것 같은 사람도 있었다. 다행인 것은 내 글재주를 알아본 선생님 덕에 이렇게 살고 있다는 점이다. 학창시절 선생님은 모든 것을 알아야 했다.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모든 상처를 포용하고 위로하는 '굿 윌 헌팅'의 로빈 윌리엄스 같은 선생님은 영화나 드라마에나 있었다. 나 또한 사회와 같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시간이 지나서 내 친구들이 선생님이 됐다. 어쩌면 '선생'(先生)이란 말 그대로 먼저 태어났을 뿐. 그 시절의 나는 우리나라 입시제도에 썩 부합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서툰 이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대했다. 하지만 어엿하게 자라지 않았는가. 그들이 보는 건 아주 단편적인 시간이니까. 교사의 역할론에 대한 의문도 든다. 항상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배웠지만, 당신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줬어야 했다. 그렇게 믿었기에 지금 더 아프니까. '정의에는 힘이 없어 정의력이라는 말이 없지만, 권력과 금력에는 그 자체에 힘이 있어 권력과 금력이라 쓴다'는 홍세화 선생의 말을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래도 일부 교사들은 부조리를 방관하거나 일조하는 쪽이기에 전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선생들은 타인을 사랑하기 전에 자신부터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 '접인춘풍 임기추상'(接人春風 臨己秋霜)이 좋은 것만이 아니다. '타인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나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냉엄하게'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측면이 있다. 내 안에 자리잡은 아픔이 나를 더 아프게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정욕구 만큼이나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법을 몰랐듯이. 이 유난스러운 우울과 좌절이 누군가의 동의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려줬어야 했다. '죽는 것만 생각해 버리고 마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에 너무 성실하기 때문'이라는 나카시마 미카의 가사처럼 자신과의 자존심 싸움에서 질 줄도 알아야 하니까. 성적이 전부인 줄 알았던 세상은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무너졌다.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와 선택이 버거울 때가 있다. 교사란 성장기에 합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니까, 비단 지식에만 그 역할이 있지 않으리라. 이 세상을 버티는 법, 중간에서도 행복해지는 법,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할 때 그것을 감당하는 법을 배웠더라면….

2018-09-10 12:00:52

곽수동 K-water 낙동강권역이사

[기고] 물관리 일원화 100일을 돌아보며

사람들은 100일을 기념한다. 태어난 아이는 생일부터 100일이 기념 대상이고, 단군신화에서 환웅은 사람이 되고 싶은 곰과 호랑이에게 100일간 햇빛을 보지 말라고 했다. 백(百)이란 숫자의 의미와 상징은 우리와 오랫동안 같이해 왔다. 이달 15일은 우리나라의 물관리 주체를 환경부로 일원화환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긴 산고(産苦)를 거쳐 수량과 수질을 통합해 관리하는 새로운 틀이 만들어져 적용 중인 지금 그간의 문제점 등을 살피고, 물관리 일원화를 통한 새로운 지원 분야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마침 지구촌 물 관련 이슈를 모아 우리 물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국제행사가 대구에서 열린다. '제3회 대한민국 국제물주간'(12~15일) 행사이다. 환경부와 대구시,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공동 주최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국내외 약 1만6천여 명의 관계자가 참여한다. 물산업 전시회, 학술토론회, 비즈니스 상담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K-water는 이번 국제물주간에서 통합물관리기술을 소개하고 물 분야 중소기업의 해외 비즈니스 미팅 지원 등에 힘쓴다. 물관리 일원화 100일을 기념해 '통합 물관리 정책 콘퍼런스'도 국회 물관리연구회와 함께 개최한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정부와 국회 관계자, 국제수자원협회 등 세계적인 물 전문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물산업 발전, 거버넌스, 통합 물관리의 미래 등을 주제로 논의한다. 지난해 글로벌 물시장 규모는 약 870조원에 이르렀고, 2020년까지 연평균 약 4%대의 지속 성장이 전망된다. 말 그대로 '블루골드' 시장이다. 하지만 우리 물산업 경쟁력은 주요 선진국보다 미흡하다. 약 1만7천 곳의 물기업 중 97.9%가 중소기업이어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점이 특히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K-water는 사회적 가치 창출의 하나로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물 분야 스타트업 허브를 조성, 벤처기업 창업을 후원하고,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스마트 물관리 시장 개척단'을 구성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각국 물시장을 타진하며 국부 창출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공포된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물기술산업법)의 연말 시행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관리 일원화 100일'은 새로운 물의 시대 개막을 여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확고한 기반 구축과 실행이 이제부터 중요하다. 물기술산업법 하위 법령에 물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담는 게 시급하다. 지속적으로 국제협력사업을 발굴하고, 관련 기업 간 교류 촉진을 위한 플랫폼 활용도 필요하다. 또 우리 지역의 가장 중요한 수원은 낙동강이다. 녹조 문제와 수질 사고 등 다른 유역과 비교해 열악한 환경요인은 관련 신기술 개발, 테스트베드 활용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이를 제대로 활용해 '신기술 개발-현장적용-수질개선-물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물관리 일원화 100일을 맞아 위기가 기회가 되도록 지역민 모두 물에 대한 더 큰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

2018-09-10 11:33:09

최희경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세계의 창] 중소기업강국 덴마크의 다른 길

中企 기술혁신 중심의 덴마크 경제 정부역량·정책대응이 기업에 호재 한국 中企 근로자 비중 OECD 최고 불공정거래·기술도용 등 개선해야 코펜하겐의 도심 상가는 다른 수도에서처럼 세계적인 명품매장으로 가득하다. 입구에는 쇼핑객을 줄 세워 통제하는 양복차림의 가드들이 서 있는데 기묘한 조화랄까 부조화랄까. 그들 뒤로 오래된 수제 모자점, 개인 양장점, 중고 옷가게 등이 개성 있는 간판을 걸고 꼿꼿이 성업 중이다. 소상공업체를 비롯한 덴마크 중소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거리 풍광이다. 덴마크는 수년째 호경기를 이어오고 있고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경쟁력 지수에서 6위에 올랐다.(한국은 27위) 덴마크 경제의 중심에는 강한 중소기업이 자리하고 있는데 기업 수로는 전체 기업의 99%, 근로자 수로는 64%, 부가가치에서는 60%의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2년 중소기업의 고용증가율과 부가가치 성장률은 각각 4%, 9%이다. 덴마크 기업의 제일 장점은 현장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실용 위주의 기술 혁신이다. 현재의 대기업도 혁신을 거듭하여 성장한 어제의 중소기업이며, 지금의 중소기업도 혁신 끝에 변신할 내일의 대기업이다. 예를 들면, 라슨 회사(Larsen Strings)의 창업주는 오케스트라의 첼로 주자였는데 현재는 20여 명의 직원과 세계 최고의 현악기 줄을 생산, 99%를 수출하고 있다. 리낙(LINAK)은 세계 최초로 수평 전동모터를 개발한 업체인데, 부모의 농기계공장을 물려받은 한 기술자가 직원 7명으로 시작하여 오늘날 2천 명 직원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현재 2만7천 명의 직원에 매출액 7조5천억원을 기록하는 댄포스(Danfoss) 역시 농부의 아들이 기술학교를 졸업하고 다락방에서 혼자 기계부품을 만들며 시작한 에너지 기계기술업체이다.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과 성장에 정부가 주된 공신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특히 부러운 대목이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유럽연합은 '중소기업 우선정책'(Think Small First)을 법제화했는데 덴마크는 이를 자국에 모범적으로 안착시켰다. 모든 분야, 모든 부처의 정책에서 중소기업 관련 규제를 대폭 줄이고 법규를 실용화하며, 신설 정책의 초기부터 작은 기업을 우선 배려, 보호하고 있다. 2017년 유럽연합위원회(EC)는 덴마크의 중소기업 친화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높이 평가하며, 그 근거로 창업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행정과 규제의 부담이 적으며 공무원의 역량이 뛰어나고 정부가 효과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덴마크 중소기업의 출발점은 초'중학교부터 진행되는 창업교육이다. 기업은 학교에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교사들을 교육하여 어린 학생들이 창업을 꿈꾸고 기업가 정신을 배우도록 지원한다. 실용적인 직업교육은 국제적으로도 정평이 있는데 교육 과정이 현장실습과 훈련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총리의 점심 샌드위치를 인턴 요리사가 만든다는 이야기는 이미 수십 년 전에 회자되었을 만큼 현장훈련이 일반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기업 근로자 가운데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이 OECD 국가 중 그리스와 함께 가장 높다. 구조적으로는 분명 중소기업형 국가이지만 사업 환경과 운영 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어려서부터 창업기술보다 대학 진학 위주의 교육을 받아 중소기업 진로를 희망하기 어렵고, 대학생들은 대기업공직 취업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수요독점적 상하구조는 불공정 거래와 기술도용을 낳고 그 부담과 피해는 차례로 떠넘겨져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종착되고 있다. 이러한 틀과 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자금지원 등은 단발성 휘발 정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거리는 덴마크보다 더욱 촘촘히 자영 중소업체로 채워져 있다. 중소기업이 설자리를 잃으면 대기업도 경제 전체도 길을 잃는다는 생각에, 오랜만의 익숙한 거리가 반가우면서도 내딛는 발걸음이 편치 않았다.

2018-09-10 10:16:22

수필가 박시윤

[에세이 산책] 봉숭아

섬마을 외딴집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장대비가 쏟아지면, 붉은 양철 지붕은 참 요란하였지요. 빗소리에 밤새 잠을 설치고, 다음 날 비가 그치면 방문을 활짝 열었어요. 시야를 멀리 뻗으면 파도 소리와 보이는 건 망망대해뿐이었어요. 큰 바다와 집 사이에 자그마한 폐교가 있었어요. 온통 잡초가 자리를 튼 운동장을 나는 천천히 걷곤 했죠. 녹슨 그네며, 화단이며, 뒤란이며 구석구석 살피는 걸 즐겨 했지요. 주인 없는 고양이가 뒤란 어느 틈에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비에 젖은 유기견이 바들바들 떨며 나를 경계하다 달아났죠. 나는 종종 개에게 먹을 것을 덜어주곤 했지요. 나는 알아요. 그 개가 내 집 앞을 서성이다 가곤 했다는 걸요. 화단에서 만나는 꽃들은 참 반가웠습니다. 기름지게 핀 수국이며, 해국이며, 과꽃, 채송화가 앞다투어 피고 졌습니다. 돌배가 혼자 주렁주렁 열리고, 버찌 열매는 흑비둘기가 수시로 날아와 먹고 갔습니다. 나는 가족이 그리울 때면 더 자주 폐교를 서성였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봉숭아였습니다. 여름이 떠나갈 이맘때쯤 봉숭아는 그리움, 그 자체였습니다. 어렸을 적 우리 집 마당에, 옆집 마당에, 건넛마을 집집마다 마당에, 내 발길 닿는 곳곳마다 피어 있던 그 봉숭아입니다. 나는 섬에서 봉숭아를 보며 육지를 그리워했고, 그리고 지금 봉숭아를 보며 육지에서 다시 섬을 그리워합니다. 흙 한 줌 없는 이 삭막한 도심의 집에서 섬 기슭 빨간 양철 지붕 그 집을 그리워합니다. 봉숭아 몇 닢 따다 곱게 짓이겨 손톱 위에 올려놓고, 풀 냄새 속에 고향을 그리워하고, 청춘의 도심을 그리워하고, 그리고 마흔의 섬을 그리워하고, 여리기만 했던 지나간 모든 시간을 그리워합니다. 봉숭아는 그리움의 꽃일까요? 고려시대 충선왕(忠宣王)이 몽골에 끌려갔을 때, 함께 간 시녀가 조국을 그리워하며 봉숭아물을 들인 것을 보고, 마음을 다스리며 견뎠다 합니다. 짓이겨 쥐어 짜낸 그 새빨간 꽃물을 작은 손톱에 올려 두고 내 유년은 참 곱게도 부유했지요. 더 바랄 것도 없던 딱 그만큼의 행복이 봉숭아 꽃물 발갛게 든 작은 손톱 위에 오래오래 머물렀다는 걸 기억합니다. 스물이 되던 해엔 새하얀 첫사랑을 기다리며 오지도 않을 누군가를 뜨겁게 기다려도 보았지요. 봉숭아 꽃물을 들인 사람을 만날 때면 어떤 그리움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 괜스레 반가웠지요. 어느 집 화단에 봉숭아가 피었기에 몇 송이 얻어서 돌아온 저녁입니다. 곱게 찧어 손톱 위에 올려 두고 밤새 지나간 것들을 그리워할 참입니다.

2018-09-10 10:10:55

남종경 대구가톨릭대학교 교무처 직원

[독자 기고] 피자집 양극화 시대

조만간 피자집 창업을 하나 해야겠다. 서울 말고 지방에. 홀은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고, 배달도 엄청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소득주도성장'이 뜨거운 감자라 소득분배율만 최악인 줄 알았으나, 부동산 양극화도 심각하다. 애꿎은 지방은 집값이 내려가 대규모 미분양, 마이너스 프리미엄, 전세가 하락이 속출하고 있는데 반해 서울과 인근 수도권 지역은 집값 올라가는 모양새가 심상찮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집값 잡으면 피자 쏜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지방을 위해 추경 때 따로 '피자 예산'을 편성해야 할 정도다. 서울 강남의 전용면적 84㎡(구 34평) 아파트가 29억 5,000만원에 실거래 됐다. 자그마치 평당 1억이다. 평당 1억 원 시대의 도래, 강남불패가 다시 한 번 증명 됐다. 강남이 '필승'하니 덩달아 강북도 들썩인다. 서울 전역에 집값이 불타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전국 주택가격 평균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2016년 대비 전국 주택가격 평균상승률이 2.4%인데 반해 서울의 상승률은 8.6%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2.4%라는 수치도 결코 상승한 것은 아니나 더욱 심각한 점은 상승은커녕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지역이 모두 지방에 쏠려 있다는 현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 집계에서도 서울과 지방의 디커플링이 심각하다. 지난 30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총 6만3천132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80% 이상은 지방 미분양 물량이며 서울 지역은 감소추세에 있지만, 지방은 오히려 더욱 증가하고 있다. 서민가구 자산의 대부분이 사는 집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가 자산양극화로 이어지고 서울-지방 간 계층격차로 심화할지 큰 우려가 된다. 자치분권, 지방분권 시대를 강조하는 정부임에도 지방과 지역민의 삶은 역으로 더욱 힘들어져 가고 있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 했다. 실생활이 안정되지 않는데 분권이니 개헌이니 하는 것이 일반 서민들에게 얼마나 와 닿을지도 의문이다. 국가균형발전, 지방자치 활성화를 외치지만 소득감소, 자산가치 하락, 지방소멸, 인구감소 등 지방민의 현실은 더욱 초라해져 가고 있다. 이런 정부가 최근 또 특단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연소득 7천만원이상(부부합산) 가구는 전세대출을 금지한다는 것. 논란이 일자 보도 자료를 통해 무주택자로 한정한다고 번복했지만, 정책의 숙의가 아쉽다. 예를 들어 고가도 아닌 저가 주택 보유자가 직장의 이직, 타지역 발령, 거주지 변동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여 주거지를 단기적으로 이동할 수도 있는 것인데, 기존 집을 팔지 않고서는 전세대출이 어렵다면 급매로라도 보유주택을 내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손해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 혼선의 피해를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하는 꼴이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도 역대 최고치로 높아져가고 있다. 열심히 벌어 빚을 내더라도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집값은 못 잡을망정 금리인상, 대출규제로 옥죄면서 전세대출까지 금지하면 사글세라도 얻어야 하는가. 이쯤 되면 국가에서 맞벌이하지 말라는 것인지, 떨어진 지방 아파트를 지금이라도 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가 헷갈린다. 꽃도 향기가 나야 벌들이 모여들 듯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하다. 떨어지는 지역보다 오르는 지역에 눈길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 와중에 경매시장도 양극화되고 있다. 2018년도 1,2분기 전국 법원 경매사건 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경매물건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겠지만, 다른 이에게는 재기하기 어려운 경제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지방경기침체, 주택시장 입주물량 증가, 금리부담 가중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고 하지만 정부의 정책 실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국가균형발전을 외쳤지만 서울과 지방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소득주도성장을 외쳤지만 소득은 떨어지고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소득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포용적 성장으로 간판을 바꾼 정부의 '포용'에 지방은 빠져 있는지 묻고 싶다. 당분간 서울 사람들은 누가 사주는 피자 구경하긴 어렵겠다. 지방 피자집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관련부처 장관도 집값이 안 잡혀 잠이 안 온다고 한다. 피자집 주인은 잠이 잘 올까,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매일신문 디지털 시민기자 남종경

2018-09-10 09:34:34

신순식 군위군 부군수

[기고] 육지의 섬 군위, 하늘을 꿈꾸다

"fly me to the moon(날 저 달로 날려주세요), let me sing among those stars(내가 저 별들 사이에서 노래하게 해주세요)." 1969년 7월 16일.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는 달 표면에 착륙했다. 그리고 닷새 후 닐 암스트롱은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 발을 딛는 순간 인류는 '지구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우주인'이 되는 경이로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날의 위대한 순간을 함께했던 곡이 바로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곡 'fly me to the moon'이다. 나는 지난 9월 5일 군위군의 문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문화의 밤 행사에서 'fly me to the moon'을 피아노로 연주했다. 과거 인류의 불모지였던 달 그리고 대도시를 지척에 두고도 개발되지 못한 육지의 섬 군위, 그 사이의 묘한 연결고리를 생각하며 우리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에 맞춰 기분 좋은 상상에 빠져들었다. 지금 군위군에는 '세기의 한 걸음'으로 기억될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공항 이전이다. 지난해 대구공항 통합이전 예비후보지로 군위군 내 2곳이 선정된 데 이어 올 3월 이전 후보지로 군위군 우보면과 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 2곳이 확정되면서 공항의 군위 이전은 분명한 사실이 되고 있다. 대구공항의 확장 이전은 시대의 요구다. 폭발적인 성장으로 적자공항의 오명을 일찌감치 벗어던지고 국내 4대 공항으로 우뚝 선 대구공항은 이미 수용 한계치를 넘어 조만간 이용객 4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화로 인한 소음피해와 고도제한은 도시의 발전을 저해하며 대구시의 오랜 숙제가 되어 왔다. 게다가 물류 기능이 취약하다는 사실 역시 큰 한계로 작용해 지역의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 수요를 충족하고 경제 기능이 가능한 열린 공항, 그야말로 대구공항의 새 판 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는 공항 중심으로 산업이 발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제 공항은 단순히 여객 기능을 넘어 공항경제권으로서 그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 현재 해외 비즈니스 확대가 기업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국내외 기업 역시 항공이 편리한 배후산단에 입지하려는 경향 역시 이를 증명한다. 공항 이전에 따른 경제효과는 12조원, 일자리 창출효과는 6만 명에 이른다. 인구 유입은 최소 1만 명 이상이다. 이뿐 아니라 연결도로망과 철도, 항공산업과 물류기능 확충으로 대구경북에는 새로운 활력이 넘칠 것이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우리에게 '더 큰 대구'와 '열린 경북'을 선물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육지의 섬 군위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스피드'라는 광고 카피처럼 그 어떤 정치적 계산이나 절차의 지연 없이 과감하게 속도를 내야 한다. 군위군의 '가장 의미 있는 한 걸음'이 '위대한 역사'로 완성되는 순간에 오늘을 추억하며 'moon'(달)이 아닌 'sky'(하늘)를 넣어 'fly me to the sky'를 멋지게 불러보고 싶다. 그날 하늘에서 내려다본 군위는 세상 그 어느 곳보다 희망으로 빛날 것이다.

2018-09-09 15:48:15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천고마비(天高馬肥)

요 며칠간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파란 하늘이 보였다. 하늘이 파랗고 높아 보이는 것은 공기 중에 공기 이외의 입자들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가시광선이 아주 작은 공기 입자와 부딪히면 파장이 짧은 보라색이나 파란색 쪽이 더 많이 산란이 되기 때문에 푸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지루한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파란색 가시광선이 산란이 잘 되는 아주 맑은 가을날을 이야기할 때 흔히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런데 아주 맑은 가을날을 이야기하려면 하늘이 높다는 뜻을 가진 '천고'만 이야기하면 될 텐데 말이 살찐다는 '마비'를 함께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여름에 잃었던 식욕이 돋으니까 말이 살찌듯 사람도 살이 찔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을 해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예상과는 달리 천고마비는 원래 흉노족들과 접경하고 있었던 변방 중국인들의 공포를 이야기할 때 쓰던 말이었다. 흉노족들은 기마병이 주력 부대였기 때문에 말이 활동하기 좋은 시절에 집중적으로 중국 본토를 침략했었다. 가을날에는 날씨가 적당하기 때문에 말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고, 말들마다 적당히 살이 올라서 충분히 뛸 수 있는 체력도 비축해 둔 상태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왔다는 것은 흉노족들에게는 전쟁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는 것이고, 중국 변방 사람들에게는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절이 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천고마비와 연관이 있는 사자성어로 넓적다리에 살이 찐 것에 대한 탄식이라는 뜻의 '비육지탄'(髀肉之嘆)이라는 말이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가 말을 타고 전쟁을 나갈 때는 넓적다리에 살이 없었는데, 오랫동안 말을 타지 않아 넓적다리에 살이 찐 것을 보고 탄식했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유비의 탄식은 자기가 한 일이 없이 세월을 헛되이 보냈다는 생각에서 온 탄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전쟁에서 공을 세우는 것이 제일 중요한 업적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을 수 있다. 아무튼 유비도 천고마비의 계절에 열심히 말 타고 전쟁을 했으면 살이 빠졌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흔히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독서와 연관을 많이 시킨다. 앉아서 독서를 하면 살이 찌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천고마비는 독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살이 찌는 것과는 더더욱 관련이 없다. 반대로 야외에서 활동하기에 적합한 계절이어서 살을 빼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2018-09-09 15:45:12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올해 내 종전선언, 국민의사 안 묻는가?

여론조사 지지율 추락 문재인 정권 비밀 군사작전처럼 종전선언 추진이제 국민도 알 것은 알아야 할 때비공개 사항 공개하고 동의 구해야 3차 남북 정상회담과 교착에 빠진 북미 대화를 협상하러 간 방북 특사단이 귀국했다. 비핵화에 대해선 김정은이 트럼프 첫 임기 내 비핵화 의사가 있고 미국 측이 동시적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늘 하던 류의 모호한 수사적 표현 외에 종전선언을 촉구하며 미군 철수와 연계하지 않는다는 발표가 있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 18~20일 평양에서 개최되고 그 전에 개성공단 남북 연락사무소를 개통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개된 발표 내용 외에 종전선언 도출용 비장의 카드(?)로 살라미식 단계적 비핵화 리스트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계획이 미국 측에 비공식적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선 4·27 판문점 합의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남북 기본 협정'을 합의해 이 속에 향후 남북 간의 평화 드라이브 로드맵을 담고 이를 국제조약처럼 대한민국 국회 비준을 시켜 돌이킬 수 없는 대못을 박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북에 대한 '한반도 신경제 지도'라는 명분의 향후 철도, 도로, 가스관 연결, 개성공단 같은 다수의 경제특구 신설, 관광 재개 같은 대북 경제협력 구상을 합의 발표한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은 몇몇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50%대 초반과 40%대 후반의 지지율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추석 민심 여론조사가 나오기 직전 18~20일 사이의 평양 정상회담을 절호의 여론 호전 기회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역시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안팎에서 악재가 터지고 있는 마당에 북한 김정은의 동향이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 관련 정치적 득점 포인트는 6·12 미북 싱가포르회담에서 이미 다 땄고 중간선거까지 남은 기간에 위협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정치적 이단아라 당 안팎 입지가 취약한 트럼프는 중간선거에서 실패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암울해질 수밖에 없고 그때까지는 북한이라는 변수를 적절히 관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로서는 정치적으로 가장 취약할 수 있는 9, 10월에 북한이라는 리스크가 최대 위험 요인이다. 김정은은 한국의 문 정권 지지율 하락과 추석 민심, 트럼프의 중간선거 등을 노리고 11월 6일 전에 종전선언을 가장 싼 가격(?)으로 취득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취약점은 핵 리스트를 결코 정직하게 신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가짜 리스트를 내면 금방 미 군부와 정보기관이 지적해 낼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핵 리스트를 여러 차례 나누어 단계적으로 제출하겠다며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1차 핵 리스트를 낸다면 누구도 문제를 지적할 수 없는 매우 '안전한 장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남북미 간 합의가 도출되어 종전선언이 체결된다면 이는 서로가 적당히 알고도 속아주는 대사기극이 통한 셈이 된다. 이제 국민들도 알 것은 알아야 한다. 만약 대통령선거 전 비핵화 이전에 종전선언과 대전차 방호벽, 해안 철책선, DMZ 내의 군부대와 GP 철수 등 안보 해체가 군축이라는 명분하에 이루어진다면 국민들이 동의할지 의문이다. '종전선언'과 관련된 비공개 사항을 공개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 종전선언 시한을 못 박은 채 군사작전처럼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2018-09-09 15:38:52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 정말,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정부의 '생활SOC' 투자 정책주민 편의 밀착형 사업에 예산 투입지역 현장 누비며 공동체 이끌어 갈작은 동네 기반의 활동가 더 나와야문재인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 투자 정책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핵심은 '생활 SOC' 개념이다. 지금까지의 SOC 투자, 즉 4대강 사업과 같은 대형 토목공사와의 차별화를 통해 지역밀착형 생활 부문에 다양한 사업을 통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등을 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장 2019년도에 국비 8조7천억원과 지방자치단체 매칭 예산을 합치면 12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10분 내 체육시설' 등 편의시설 확충에 1조6천억원,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 개선과 같은 생활안전 인프라 확충에 2조3천억원, 취약지역 도시재생 사업에 1조5천억원이 투입된다.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역밀착형 생활 SOC' 개념은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기존의 도로, 철도, 건설 등 개발 위주의 사업이 아니라 체육센터, 박물관, 도서관, 어린이집, 공공의료기관 신설, 전통시장 등 실제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생활문화시설 중심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사람들이 정책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자신들의 일상적 삶의 과정에서 느끼는 체감도와 맞닿아 있다. 단순히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대단한 변화나 발전은 더 이상 개인은 자신의 삶의 변화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생활 SOC는 그러한 구체적인 삶의 과정에서 작동하는 다양한 공간과 시설 등을 통한 정책의 개입을 가능하게 만드는 작용을 할 것이다.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도 "그동안 우리는 대규모 SOC 위주의 정책을 펼쳐 경제를 발전시켰지만 상대적으로 우리 일상에서 필요한 생활기반시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앞으로는 공공투자도 지역밀착형 SOC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하면서, "생활 SOC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며 지역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구산동도서관마을에 대해 "지역 주민이 주도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지원하는 주민 참여와 협치의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이번 '지역밀착형 생활 SOC' 정책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도로나 철도 건설에서 생활편의시설로의 사업 방향이 전환되었다는 점만 강조하게 되면, 결국에는 비슷한 '건설'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번 정책과 예산이 정말 지역에 대한 투자가 되려면 지역에서 생활편의시설 등이 어떻게 기능하고 운영되는지를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금 많은 지역에서 절대적 공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생활문화시설이 예산 부족과 운영 관리 등의 문제로 인해 개점 휴업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런 문제가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업은 단기적으로 예산이 투입되는 여타의 사업과 크게 구별되지 않을 것이 뻔하고 인구절벽과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 앞에서 향후 발전적인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문제는 결국 사람이다. 실제로 지역사회에서 현장을 누비면서 활동할 수 있는 활동가가 얼마나 많은가의 문제이며, 공간을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주체들이 얼마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 지점에서 정부가 '생활 SOC' 사업의 중요한 방향을 설정해 두지 않으면 지역과 동떨어진 형태로 남아 소수 정치인의 업적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지금 지역에는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부족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작은 동네 기반의 지역사회 활동에 등장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책을 썼다. 사람이 중요하다. 이제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사람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진짜 실생활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을 어떻게 발굴할 것인지에 국가의 미래뿐만 아니라 지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2018-09-06 16:05:21

권은태 사)대구콘텐츠플랫폼 이사

[광장] 청년이 안 보인다

한때 그런 적이 있었다. 어떤 교수가 새로 산 컴퓨터를 두고 "왜 야후가 안 깔려 있느냐?"며 역정을 냈다. 막 설치를 끝내고 자리를 뜨려던 컴퓨터 기사는 말문이 막혔다. 그런 게 아니라고, 웹사이트는 소프트웨어와는 다른 거라고 잘 설명해야 하는데 하다 보니 자꾸 변명처럼 되고 말았다. 결국 하릴없는 사과와 함께 웹브라우저의 초기 화면을 '야후'로 바꿔 놓고서야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1990년대 말, 포털 사이트 '야후'의 위상이 그랬다.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야후는 삼위일체처럼 거의 동급에 가까웠다. 그때쯤이었다. 대한민국의 한 청년 기업이 좀 별난 광고를 냈다. 광고의 헤드카피가 '이순신 장군님, 야후는 다음이 물리치겠습니다'였다. 사실 그걸 처음 본 순간 피식 웃고 말았다. 가당찮은 만용이나 치기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조금씩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야후코리아는 그들에게 밀리고 또 다른 한국의 청년기업 N사에도 계속해서 시장을 빼앗겼다. 그리고 2012년 말, 검색 시장 점유율 0.25%라는 초라한 성적을 끝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렇게 말도 안 돼 보이던 일이 진짜 일어난 것이다. 현재 이 토종 기업에는 2천 명이 넘는 청년들이 일하고 있다. 또, 그런 적도 있었다. 미국 B사가 출시한 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세계적인 대박을 터뜨렸다. 혁신적인 콘텐츠와 기술로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고 스스로 e-스포츠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군림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PC방이라는 새로운 업종의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동시에 프로게이머라는 직업도 각광을 받았다. 그런데 '스타'로 시작하는 이름의 이 게임대회를 한국의 청년들이 모조리 석권하다시피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청년들은 그걸 능가하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겠노라며 덤벼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B사의 독점적 지위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의 청년 기업들은 게임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고 B사가 지배하던 게임 시장은 군웅할거의 각축장이 되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현재 이 청년 기업들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다. 한때,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인터넷과 콘텐츠 산업에 뛰어든 적이 있다. 막강한 자본과 조직으로 게임 퍼블리싱 분야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없다. 그들이 자랑하던 포털 사이트들은 이제 이름조차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살아남은 기업은 오직 그때의 그 청년들이 세우고 끌어온 회사들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야후와 맞장 뜨던 그런 청년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꽤 오랫동안 그랬다. 미국의 청년들이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중국의 청년들은 새로운 커뮤니티를 구축했지만 한국의 청년들은 내내 아프고 힘들기만 하다. 미국의 청년 기업 알파벳(구글의 모기업)에 대항하는 이도 여전히 '그때의 청년', 지금의 장년들이다. '오늘의 청년'들은 대신 '구글 입사'를 꿈꾼다. 정부는 날마다 혁신성장을 말하지만 늘 그랬듯 혁신은 청년정신과 도전에서 비롯된다. 공무원시험과 대기업의 문만 두드리는 절대다수의 청년들에게 몇 달 더 버틸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는 청년도 구하지 못할뿐더러 성장의 새로운 동력 또한 얻지 못한다. 청년을 가르는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정신이다.

2018-09-06 15:47:49

강두용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장

[매일춘추]사형수의 사형집행 전 마지막 5분 발언

사형을 집행하던 날, 형장에 도착한 사형수에게 마지막으로 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 사형수는 마지막으로 주어진 최후의 5분을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별기도를 하는데 2분 ▷28년간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곁에 있는 다른 사형수들에게 한마디씩 작별인사를 나누는데 2분 ▷눈에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지금 최후의 순간까지 서 있게 해준 땅에 고마움을 표현하는데 1분으로 나눠썼다. 5분 발언 도중에 기적이 생겼다. 계획한대로 눈물을 삼키며 가족들과 친구들을 생각하며, 작별인사와 기도를 하는데 벌써 2분이 지났다. 그 다음 2분 발언에서는 지나가버린 28년이란 세월을 소중하게 쓰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인생을 살 수만 있다면….'하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 기적적으로 사형집행 중지명령이 내려와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구사일생으로 풀려난 그는 그 후, 사형집행 직전에 주어졌던 그 5분 동안의 시간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마지막 순간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았다고 한다. 그 사형수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였다. 영화 '버킷리스트'(Bucketlist)로 화제를 돌려보자. 불치병으로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두 사람이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들(버킷리스트)을 실행하기 위해, 병원을 뛰쳐나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희망목록들을 실천하고, 세상과 이별하게 되지만 그들이 겪어내는 죽음을 향한 여정이 코믹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그려진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일,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일, 잠시 잊고 있는 일들이 우리의 버킷리스트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는 35세에 요절하기까지 수많은 작품들을 우리에게 남겼다. 한 백작이 먼저 간 아내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모차르트에게 '레퀴엠'(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을 의뢰했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을 쓰며 '이것은 날 위한 음악이 될 것이다'라며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다. 그리고는 혼신을 다하여 창작에 매달렸으나, 그가 불길한 미래를 예측한대로 이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다. 제자가 나머지 부분을 완성시킨 이 '레퀴엠'은 불후의 명작으로서 진혼곡 중 단연 최고로 손꼽힌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날들, 도스토예프스키가 사형집행 전 마지막 5분 발언을 한 것처럼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도 기적처럼 달라질거라 생각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를 후회없이 살아야한다.

2018-09-06 14:21:58

[종교칼럼]사회적 뮌하우젠 증후군

사회적 뮌하우젠 증후군 올 봄에 세상을 떠난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명석한 두뇌만큼이나 강렬한 삶의 의지를 불태운 사람이었다. 평생 동안 그를 따라다닌 루게릭병을 처음 진단받고 한두 해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호킹의 나이는 스물 하나였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박사 학위를 받고 여러 업적을 남기며 쉰다섯 해를 더 살았으니 강철 같은 정신력이라 부를 만하다.그런 호킹 박사도 감당하기 어려워 한 사람이 있었는데, 재혼한 아내 일레인 호킹이 그랬다. 일레인은 호킹 박사의 간호사였다가 부부의 연을 맺었고, 혼자 힘으로는 고개도 채 가누지 못하는 호킹 박사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모습을 통해 많은 이들의 관심과 동정을 받았다. 그러나 호킹의 아들과 이웃의 고발로 드러난 일레인의 숨겨진 모습은 전혀 딴판이었다. 남들이 보지 않는 데서 호킹을 학대하고 폭행한 다음, 다친 상처를 치료하고 돌보는 헌신적인 모습만을 대중 앞에 노출하는 가증스런 이중생활은 결국 폭로되고 말았고, 일레인은 '대리인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Münchausen Syndrome By Proxy·MSBP)으로 진단받아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뮌하우젠 증후군은 신체적인 징후나 증상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타인의 관심과 동정을 이끌어 내는 정신적 질환을 말한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꾀병을 부리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과는 달리,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는 구체적인 목적 없이 타인의 관심을 끌고자 아픈 척하거나 허언을 내뱉는다. 일레인 호킹이 진단받은 '대리인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은 예컨대 자신의 아이나 애완동물이 아프다며 타인의 관심과 주목을 끌려는 것을 말한다. 정도가 심하면 자신이 돌보는 대상을 실제로 아프게 만든 후에 극진히 간호하는 모습을 연출하는데, 속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그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했다가 훗날 사실이 밝혀진 후에 머쓱해지곤 한다.조지아 주립대학의 네이트 베넷 교수는 뮌하우젠 증후군이 조직과 단체를 파괴하는 사회적 형태로 출현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조직과 단체 내에서 이간질과 모략을 통해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키고 난 다음에 자신이 해결사로 나서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경우가 그러하다. 베넷 교수가 'Münchausen at Work'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 따르면 조직 내에서 뮌하우젠 증후군은 다음과 같이 발현한다. 먼저 누군가가 다른 조직원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한 후, 자신이 해결사로 나서는 척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상사나 동료는 그 사람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실은 이런 갈등을 거치면서 조직의 사기는 떨어지고 결속력이 약화되며 효율성은 침식당한다는 것이다.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뮌하우젠 증후군을 통해서 일종의 방어기제를 발동시키듯, 타인의 인정을 정도 이상으로 갈망하는 이들이 갈등과 분열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고자 하는 것이다.뮌하우젠 증후군이든, 사회적 뮌하우젠 증후군이든 그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충족되지 않은 욕망인 셈인데, 끝 간 데 없이 욕망을 채우라고 부추기면서 정작 그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 불친절한 오늘의 우리 사회가 이런 증후군을 배태하고 있는 듯하다. 욕망은 스스로 다스리지 않으면 결국 자기 자신을 잡아먹을 수 있는 무서운 힘이다. 종교적 영성이 강조하는 겸양과 절제가 요청되는 까닭은 여기에도 있다.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윤리학 교실 주임교수

2018-09-06 14:14:46

[지상갤러리] 장승업의 동자세동

장승업 동자세동(童子洗桐) 오원(吾園) 장승업은 비상한 기억력과 함께 타고난 그림 재주를 바탕으로 청나라의 여러 화풍을 수용하여 산수, 인물, 영모(翎毛), 절지(折枝) 등 모든 그림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인 화원(畫員)이었다. 장승업이 활동했던 시기는 중국과 한국의 화단에서 모두 복고주의와 작가의 창의성을 동시에 표방했기 때문에 앞 시기 대가들의 화법이나 필의를 모방하거나 고사(故事)를 주제로 하는 그림들이 크게 유행했다. 이 그림은 중국 원나라 문인이자 화가였던 예찬(倪瓚, 1301-1374)이 자신의 집에 온 손님이 무심코 뱉은 침이 오동나무에 묻자 손님이 돌아간 후 동자로 하여금 오동나무를 깨끗하게 씻도록 했다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조금의 더러움도 용납하지 않았던 예찬의 성품을 보여주는 일화인데, 이후 중국 고사인물화의 인기 있는 소재가 되어 많은 화가들에 의해 그려졌다. 중국 고사를 즐겨 그렸던 장승업 역시 이 소재를 여러 차례 그렸는데, 이 작품도 그 중 하나이다. 동자는 탁자를 딛고 올라 오동나무를 닦다가 주인을 바라보고, 주인은 평상에 걸터앉아 이를 지켜보고 있다. 예찬의 모습을 상상으로 그린 것이지만 갸름한 몸집과 마른 얼굴에서 그의 기벽(奇癖)하고 개결한 성품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평상에 놓인 책과 서화 두루마리, 다관(茶罐)에서는 그의 품격 있는 일상을 읽을 수 있다. 화면 구성, 인물 묘사, 세련된 색채 감각 등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다. 세련되고 능숙한 구도와 구성, 선묘와 채색에서 장승업 인물화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대표작이다. 사람들이 장승업을 '조선왕조 최후의 거장'(巨匠)이라 부르는 이유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러나 도상이나 기법의 측면에서 임웅(任熊, 1823-1857), 임이(任頤, 1840-1895)와 같은 청나라 말기 상해파(上海派) 화가들의 인물화풍과 닮아있어 신선함이 부족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은 장승업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시대의 미감과 취향으로 해석할 부분이다. 오세현(간송미술문화재단 연구원)

2018-09-06 12:01:35

이지선 살롱 드 메이페어 대표

[매일춘추]웃음은 '마음의 조깅'

인도 켈커타를 중심으로 소외된 이들을 보살펴 온 테레사 수녀가 이들을 돕기 위해 함께 일할 사람을 선발하는데, 아주 간단한 기준을 정했다. 바로 '잘 웃고 잘 먹고 잘 자는 사람'이었다. 단순히 잘 먹고 잘 자는 사람은 대충 이해가 가겠는데, 굳이 잘 웃는 사람을 뽑고자 했던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아마 잘 웃는 사람은 자신의 삶도 행복하면서 어려운 이들에게도 웃음을 나누어 줄 수 있는 긍정에너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웃음은 '마음의 조깅'이다. 정신적 건강 뿐 아니라 육체적인 활력에도 도움을 준다. 웃음생리학 연구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기뻐서 배꼽을 잡고 크게 웃는 사람은 육체적 운동과 비슷한 강도의 효과와 모르핀보다 200배나 많은 엔돌핀을 분비시켜 각종 질병을 예방한다고 했다. 문학에서도 유머와 해학은 좋은 작품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불난 데 부채질 하기, 초상난 데 춤추기, 도와달라고 찾아온 흥부에게 '난 동생이 없다'고 능청떨기 등 놀부의 못된 심보를 묘사한 재밌는 표현들은 주체의 행동이 상황과 맞지 않아 '저러면 안되지' 하면서도 웃음을 유발시킨다. 이처럼 웃음은 의미있는 문학의 스토리를 끌고 다닌다. 웃음은 건강학 또는 행복학이라 불리기도 한다. 과거에 우리는 많이 웃는 사람들을 가리켜 '헤프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우리말의 '헤프다'라는 의미는 '말이나 행동 따위를 삼가거나 아끼는 데가 없이 마구 하는 듯 하다'라고 되어 있다. 더불어 '약간 모자란 듯한 말과 행동'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그래야만 웃음이 주위에 맴도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사회 엘리트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IQ가 높고 똑똑하지만 웃음이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평범한 사람일수록 작은 것에 감격하고, 감성이 풍부해 웃음에도 익숙하다. 하지만 드물게 똑똑하면서도 웃음이 몸에 배여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어느 순간 어떤 계기를 통해 웃음에 대한 깨달음을 경험한 사람이다. 우리는 팍팍한 일상 속에서 웃음을 발견한다. 멍청한 자신을 보며 허탈웃음을 짓지만, 가끔씩은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결점을 보고 기뻐하는 개살스런 웃음을 짓기도 한다. 이러한 웃음은 자칫 잘못하면 웃음거리가 된 사람의 입장에서는 비하될 수도 있어, 가능한 한 우월한 입장에서의 비웃음은 삼가야 할 것이다. 인간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자연적인 정서, 친절한 본능에서 나오는 웃음은 상대방을 행복하고 사랑하게 만들어 준다. 웃음은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관계에서 비롯되는 현대인들의 고질병인 스트레스에 특효약이다. 도처에 행복하게 웃기는 사람들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2018-09-06 11:23:17

김용진 대구 서부소방서장.

[기고]통계로 보는 안전한 가을산행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다. 더위를 피해 계곡이나 바다를 찾던 사람들이 이제는 배낭을 메고 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단풍이 우거진 산길을 따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을 오르면 그동안 스트레스에 지쳐 무거워진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지친 마음이 '가벼워지는' 등산이지만 등산을 '가볍게' 생각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아주 많다. 산행을 준비하기 전 산악사고에 대해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대구소방안전본부에서 집계한 대구 지역 산악사고 구조 건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211명, 2016년 200명, 2017년 197명으로 매년 200명 정도의 등산객이 구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통계를 살펴보면 9, 10월에 구조 인원이 급증해 이 시기에 구조된 인원은 143명(9월 68명, 10월 75명)으로 전체 산악사고 구조 건수의 23%를 넘어섰다. 최근 3년간 산악사고에서 구조된 608명의 사고 유형을 보면 일반조난이 237명으로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실족추락 98명, 개인 질환으로 인한 구조 인원이 67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족추락 및 일반조난 산악사고의 경우가 335명으로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실족추락 사고는 평소 큰 활동이 없다가 주말에 갑자기 무리한 등산을 하게 되면서 산을 오를 때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하산 중 근육에 긴장이 풀리면서 많이 발생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산행 전 반드시 스트레칭을 충분하게 해야 한다. 특히 발목과 종아리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고 등산 시에는 1시간 산행 후 10분 정도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발에 맞는 등산화를 착용하고 뒤로 넘어지거나 추락할 경우 척추를 보호하기 위해 적당한 무게의 배낭을 메는 것도 좋다. 하지만 산행은 항상 위험이 존재한다. 평소 걷던 환경과 다르고 돌이 많아 한눈파는 순간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주위를 살피며 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실족 사고가 발생하여 이동이 불가능할 때는 119 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등산 중 자신의 위치를 국가지점번호판을 통해 확인하면서 오르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위치가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될 때는 스마트폰 GPS를 작동시켜 본인의 위치 좌표를 확인하는 방법을 알아두면 조금 더 빠른 시간 안에 구조될 수 있다. 지난해 산악 구조 인원 197명 중 18명(9.1%)이 위치표지판을 이용하여 구조 요청을 했다는 통계가 있는데 비중이 더 높아져야 한다. 소방 당국은 주요 등산로 입구에 '등산목 안전 지킴이'를 운영해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 및 산악사고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한 대구 내 19개 산악지역에 있는 608개의 위치표지판과 63개 구급함을 분기별로 점검하는 한편, 산악사고 통계의 결과를 분석해 실족추락 및 일반조난자 발생 상황을 가정한 집중 훈련을 함으로써 산악사고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산에 오르기 전 안전수칙을 꼭 준수해 땀 흘려 오른 정상에서 느끼는 기쁨과 함께 가을 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산행이 되기를 바란다.

2018-09-06 10:19:59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 문정권의 북한핵 폐기 방해

대화 불가능한 폐쇄 독재국가에경제적 지원 제공하려 계속 시도국제사회 대북제재 그물망 약화핵무기 폐기 이행에 역효과 초래국가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대화(외교적 협상), 제재, 군사력 사용 등이다. 이 세 가지 방법들은 갈등 당사국들의 정치체제와 갈등 사안에 따라 통하기도 하고 통하지 않기도 한다.대화는 개방적 민주국가들 사이에서는 거의 모든 갈등 사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갈등 관계에 있는 어느 일방만이라도 폐쇄적 독재국가이면 갈등 사안을 해결하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 더구나 갈등의 사안이 폐쇄적 독재국가의 핵무기 개발 저지 같은 비밀성과 휘발성이 높은 군사적 문제이면 대화는 그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전혀 될 수 없다.대화가 폐쇄적 독재국가의 핵무기 개발 저지와 같은 군사적 문제를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의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러한 국가와는 진실한 정보를 토대로 한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대화에 의해서 갈등을 해결하려면, 주고받는 말들이 진실해야 하고, 대화 쌍방이 상대방의 말이 진실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약속(합의)한 사항이 반드시 이행되어야 하고, 상호 간에 상대방의 약속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폐쇄적 독재국가는 자기 영토 내에서 진행된 일을 비밀에 부치고 협상에서 거짓말을 다반사로 한다. 대화 상대방은 독재국가의 발언들이 진실인지 아닌지나 독재국가가 약속한 사항을 이행했는지를 효율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바로 이러한 이유로 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20년이 넘는 국제적 대화는 손톱만큼의 효과도 보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방조한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과 유엔은 그런 점을 반성하여 2016년부터는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는 방법으로 제재와 무력사용 위협을 적극 동원하고 있다.국제정치에 있어서 제재의 방법은 격투기에서 사용하는 목조르기와 본질이 같다. 제재의 방법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상대방이 숨을 쉴 수 없도록 있는 힘을 다해서 '인정사정 보지 않고' 목을 조르는 것과 같은 태도와 강도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상대방이 질식사할까 우려하여 목을 조르는 팔에 힘을 약간이라도 빼게 되면 목조르기는 실패한다.이러한 사리에 비추어볼 때 문재인 정권의 평화지상주의 대북정책은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한 것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과 동시에 한반도에서의 전쟁 반대를 천명하여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북한에 군사력 사용을 위협하는 방법의 약효를 크게 약화시켰고, 북한 독재정권과 화친하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나아가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의 그물을 피하여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려고 시도해왔다.그 연장선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고 비핵화 합의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장막 속에서 비약적으로 진전되었다는 사실과 배치되는 주장이며,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유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북한 목조르기를 방해하는 행위이다.문 정권이 취해온 대북정책 노선이 그들의 선전처럼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하면서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유도하려는 선의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선의는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한 적대성을 버리지 않은 폐쇄적 독재국가라는 사실을 외면한 순진한 선의이고,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유일한 비군사적 대안인 북한 제재를 실패하도록 만듦으로써 불가피하게 미국의 군사력 사용을 초래할 사고력이 부족한 선의이다.

2018-09-05 11:41:50

최현묵 대구문화예술회관장

2018 대구사진비엔날레에 부쳐

어쩌면 세상의 모든 갈등은 프레임에서 비롯된다. 자기만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가치를 판단하고, 또 방향을 정한다. 그런 까닭에 다른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가치를 판단하고 또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나 세력과 만나게 되면, 충돌하고 다투고 이기려 한다. 흔히 보수와 진보가 그렇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그렇다. 요즘 부각되고 있는 남성과 여성의 성 대결은 더 그렇다. 프레임이 다르면 똑같은 상황을 두고도 해석이 다르고, 해결 방안도 다르다. 그래서 다르다는 이유로 싸우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또 그 싸움의 양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프레임은 성숙한 사람이 당연히 가져야 할 가치관이며, 모든 판단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로 치자면,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 의식이며, 문화와 역사일 수 있다. 사회의 프레임은 구성원들을 서로 연대하게 하고, 그 힘으로 그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개인이나 사회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은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원천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프레임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서로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즉 장님이 코끼리의 다리, 배, 꼬리를 만지며 코끼리를 정의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맞지만 결코 옳은 답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 각각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면 코끼리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즉 서로 다른 프레임은 각기 다른 부분의 진실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때에 따라선 프레임 자체를 벗어던질 수도 있어야 한다. 자칫하면 프레임이 선입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귀고 알아갈 때, 섣부른 선입견은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낯선 문화를 접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시대와 환경이 변화했음에도 과거의 프레임을 계속 고집한다면 퇴행과 퇴화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즉 프레임은 필요하되, 자유롭게 벗어던질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고, 또 다른 프레임과 어울려 지낼 수도 있어야 한다. 바로 'Frame Freely'이다.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가장 큰 특징인 융복합이 의미하는 바, 역시 'Frame Freely'이다. 장르와 영역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총합할 뿐 아니라, 존재 방식을 교환하기도 한다. 오늘날 예술은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발전하고 있고, 그 진화의 속도 역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특히 예술로서 가장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진의 존재방식 역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오늘날의 사진 예술은 전통적인 표현 방식에 구속되지 않고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2018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비전, 'Frame Freely'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시대의 화합과 조화를 소망하는 메시지로서 작동할 뿐만 아니라, 이 시대 사진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7일 개막하는 2018대구사진비엔날레를 통하여 우리 모두 'Frame Freely'의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8-09-05 11:18:34

조정웅 극단 마인 대표

[매일춘추]이제 우리는 놀아야 할 때

연극은 영어로 'Play'.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영어로 쓸 때에 'Theatre'를 사용하거나 'Drama'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극을 'Play'라고 불러야 할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Theatre는 고대 그리스의 무대에서 객석을 뜻하는 Theatron이 어원이기 때문에 Theatre를 연극이라고 부르기에는 타당성이 부족하다. Theatre는 극장이라는 의미가 더욱 강하기 때문이다. 둘째, Drama는 문학적 형태로 분류하자면 총체적인 연극을 다 담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연극의 형태는 다양함으로 문학적 형태를 보이지 않는 연극이 많기 때문이다. 셋째, 연극의 발단은 기록상으로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제의와 놀이의 형태로 시작됐다. 이런 이유는 나는 연극을 'Play'로 해석한다. 연극은 놀이의 성향이 다분하다. 가끔 강단에 서게 되면, 학생들에게 연극의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연극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극은 문학적이며 예술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그저 논다'는 것이 한국사회에서 금기시 되어왔기 때문이리라 여겨진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는 '욜로족'(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 현재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만큼 '노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미래를 위해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조소와 야유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회가 경직되어 있다는 반증이며, 이 속에서도 경직된 문화에서 벗어나고픈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무미건조한 사회는 연극에서도 보여 진다. 특히나 배우들에게서 많이 보여지는데, 자신이 하고 싶은 행위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하지 못하는 것이다. Play 안의 Player는 바로 Actor(배우). Act는 '행동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행동하지 못하는 Actor들이 너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를 주변의 시선을 너무 많이 의식하는 것. 연출가 혹은 작가들의 힘이 너무 강해서 배우들의 행동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 연기 테크닉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일반인들도 인생이라는 Play 안의 Player 즉, 배우다. 하지만 연극에서 배우가 행동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도 사회라는 무대에서 맘껏 놀지 못하고 있다. 노동에도 자신만의 '놀이' 혹은 '여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노동'을 강요하고 '놀이'에는 비뚤어진 시각을 보내기가 일쑤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놀이 테크닉을 잊어버리고, '놀지 못하는' 성인들이 생겨난다. 그 결과는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사회다. 자! 우리는 놀아야 한다. 예전의 유명한 광고가 있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놀아라!"

2018-09-05 11:18:02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떠돌이 악사

떠돌이 악사   둘만 모여도 노래방에 간다. 이 덕에 전국노래자랑 출연자들은 애고 어른이고 멜로디 좋고 리듬 좋다. 담임선생이 점심 도시락을 검사하던 무렵 우리나라 술집은 막걸리가 주된 종목이었다. 우리말에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다. 말 타면 마부 잡히고 싶고, 한잔 술이라도 여자가 따르는 술을 마시고 싶고, 취하면 노래 부르고 싶고, 반주가 있으면 더욱 좋은 게 인지상정이다. 옛 서민들의 술좌석 노래는 유행가였다. 노래도 생물이라 시기에 따라 형식이나 가사도 달라진다. 일제 강점기 유행가는 눈물 젖은 두만강, 울며 헤진 부산항, 북국은 5천키로, 나그네 설움, 애수의 소야곡, 추억의 백마강 그리고 감격시대가 인기 곡목이었다. 해방이 되면서는 가거라! 삼팔선, 귀국선, 신라의 달밤, 꿈에 본 내 고향이 유행하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단장의 미아리 고개, 전선야곡, 굳세어라 금순아, 이별의 부산정거장등이 주당들의 인기곡들이 된다. 서양군인들이 들어오면서 우리 유행가에 서양 버터 냄새가 섞인다. 샌프란시스코, 홍통아가씨, 아메리카 차이나타운, 아리조나 카우보이가 나오고 댄스곡으로 댄서의 순정, 비의 탱고, 도라지 맘보가 등장한다. 이때까지 성인들은 같은 취향의 노래를 부르다가 60년 대 부터는 '노론소론'으로 갈린다. 나이든 축은 여전히 트롯으로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과 돌아와요 부산항을 부르는데 젊은이들은 세노야, 친구, 아침 이슬 등의 새로운 감각의 노래를 부른다. 70년 대 이후 술집 노래는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고유의 유행가에다 샹송, 칸초네, 팝송 등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초창기 가요의 악기는 젓가락이었다. 주점의 작부와 수작(酬酌)을 할 때도, 친구들끼리 노래 부를 때도 장단은 젓가락이다. 60년 대 막걸리에서 맥주로 주종이 변할 때 악기가 등장한다. 아코디언이 나왔다. 대구 최고의 아코디언 주자 '조경제'가 60년 초 만경관에서 최무룡의 '외나무다리'를 반주한 뒤 서민들의 주점에도 서서히 젓가락이 살아지고 악기가 등장한다. 오입쟁이 한량들은 오비카바레, 대화카바레, 대안카바레, 남남카바레를 누비며 주색잡기, 가무음주를 즐겼다. 70년대 까지 향촌동 술집에는 떠돌이 아코디언 악사들이 많이들 다녔다. 이들이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호객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안쓰러웠으나 능력 있는 악사들은 요정을 다니며 전두환, 노태우대통령 술자리에도 불려가고 봉급쟁이의 10배 넘는 돈을 벌었다고 한다. 박대통령이 서거하는 무렵 떠돌이 악사들도 뜸해진다. 대신에 방석집이나 룸살롱에 기타 치는 전용 악사와 양주가 등장한다. 일본에서 가라오케가 들어왔다. 나중에 노래방이란 이름으로 명칭을 바꾸고 술 마시거나 안마시거나 전 국민 애용 악사 노릇을 하게 되었다.떠돌이 악사들은 없어졌다. 그러나 그들이 연주하던 가요는 여전히 살아 남아있다. KBS 전국노래자랑, 가요 무대에 온 국민이 열광하고 지방의 소규모 축제에도 가요는 기세등등하다. 일본의 NHK에서도 일요일 전국노래자랑을 하며 가요무대도 있다. 가요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원조타령을 한다. 자동차는 미국에서는 다임러, 독일에서는 벤츠가 거의 동시에 발명했다. 가요도 같은 시대 같이 탄생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떠돌이 악사가 아코디언을 메고 술집을 기웃거리거나 혹은 기타와 반주기를 끌고 술좌석에 오던 가슴 짠한 풍경이 사라져 한편으로는 잘 되었다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객이 살아진 향촌동이 삭막하게만 느껴진다. 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8-09-04 16:21:48

김지혜 영남대 성악과 외래교수

[매일춘추]오후 3시, '검은 악마'를 만나는 시간

오후 3시의 커피 한잔. 어느덧 일상의 작은 즐거움으로 자리잡고 있다. 친구들과 수다자리, 장거리 운전에도 기꺼이 함께 해 준다. 이렇듯 대한민국 대표 음료이자 문화로 자리잡은 커피는 한국전쟁 후 미국의 영향으로 전해졌다. 이에 비해 유럽의 커피역사는 1천년이나 됐다. 1천년 전 아라비아 제국으로부터 유럽에 전해져, 처음에는 약용으로 쓰였다고 한다. 커피가 막 전해졌을 무렵, 이슬람교의 음료를 그리스도 교도가 마신다는 것에 대한 찬반양론도 있었다. 당시의 교황 클레멘스 9세는 커피의 마력에 깊이 빠져, 이렇게 맛있는 것을 이교도들만이 마신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리스도교는 커피에 세례를 행하여 자신들의 음료로 받아들였고, 이후 커피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전 지역에 급속도로 퍼졌다. 18세기 독일 라이프치히에서는 커피중독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었고, 이는 "하루에 3번 커피를 거르면, 메마른 염소처럼 시들어버린다"라는 가사에서도 알 수 있다. 커피가 얼마나 좋았으면,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인 샤를 모리스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아름답고, 사랑처럼 달콤하다'라고도 표현해, 커피CF에 인용되기도 했다. 음악가로서 독일의 3대 'B'로 불리는 바흐(Bach), 베토벤(Beethoven), 브람스(Brahms)도 커피광이었다. 먼저 바흐는 그의 작품 '커피 칸타타'(BWV211)로 유명하다. '칸타타'는 이탈리어로 칸타레 '노래하다'라는 뜻이다. 칸타타는 아버지가 딸의 커피중독을 걱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부모들은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딸의 임신에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딸은 '1천 번의 키스보다 사랑스럽다'며 커피에 대한 사랑노래를 부른다. 원래 해학적인 작품이지만, 그 뒷이야기도 재미있다. 아버지는 '커피를 끊지 않으면 결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엄포를 놓는다. 이에 딸은 일단 커피를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실은 결혼상대의 조건으로 "원할 때 언제든지 커피를 마시게 해주는 것"을 걸었다. 결국 아버지는 딸의 고집에 두 손을 든다. 작곡가 바흐는 하루에도 수십 잔의 커피를 마셨다고 전해지며, 그 증표로 1750년 65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의 유산목록에는 악보, 악기와 함께 5개의 커피주전자와 컵세트가 포함되어 있다. 베토벤은 모닝커피를 위해 커피콩 60개를 세는 것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브람스도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자신만의 아주 진한 커피를 즐겼다고 한다. 오늘도 나른한 오후 3시. "자~, '검은 악마' 커피를 노래해 볼까. 아니면 그가 나를 노래하는 것일까…."

2018-09-04 11:50:16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의창] 지혜로운 일꾼

국민연금이 변화하는 인구경제 구조를 반영하지 않고 지금의 씀씀이를 유지하면 곧 바닥을 들어낸다는 보도가 온 국민을 들끓게 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게 두려워 쉬쉬하며 폭탄돌리기를 해온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가가 보증한다"며 간신히 불만을 잠재웠다. 국민이 낸 세금이나 연기금이 목적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시민들은 경제기사에 불안하기만 하다. 외국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각종 연기금의 운용을 감시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우리나라도 논쟁 끝에 올해 7월부터 도입하게 되었다. 스튜어드십의 우리말 사전 뜻은 집사 또는 청직(廳直)이 정신이다. 신약성서에 지혜로운 청직이 예화가 나오면서 신앙을 떠나서 기독교 영향권 하에 있는 서구인들에게는 직업의식으로서의 청직이론이 일상에서 작동하고 있다. 주인의 신임을 잃은 청직이가 주인의 재산으로 빚진자들의 빛을 탕감해 주고, 그들로부터 후일의 일자리를 보장받는다는 내용이다. 앞날을 준비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자들을 보고 답답한 마음에서 탐욕스럽지만 그래도 지혜로운 청직이라도 본받으라는 예수님의 경종의 메시지였다. 모든 공직자나 전문가들은 주어진 일에서 제대로 된 청직이직을 수행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공무원 복무규정에는 임용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감염학 교과서에는 의료진은 항생제를 처방할 때 스튜어드십을 발휘하라고 서술되어 있다. 특효약을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만 쓰면서 아끼라는 미션을 수행하라는 것이다. 항생제에 듣지 않는 세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쓸 항생제가 없어져서 항생제 도입 이전 시대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내성균에 연간 2백만 명이 감염되어 2만3천명이 사망하고 있고, 2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 2050년에는 세계적으로 연간 1천만명이 내성균주에 의해 사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항생제 내성을 범국가적 과제로 정하여 공동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호응하여 항생제의 바른 활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의사의 처방전에 의한 항생제 복용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에 앞서 잘못된 문병문화도 점검해 보고, 기침예절을 준수하고, 무엇보다도 손씻기를 생활화하여 균의 전파를 근본에서 차단하는 것이 고군분투하는 의사나 정부의 무거운 짐을 한층 가볍게 해 주는 것이리라 여겨진다.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2018-09-04 11:03:45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기고] 찜통 지구, 식단을 바꾸자

최근 8개국 국제공동연구팀이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2℃ 상승하면 온실가스 방출이 없더라도, '피드백'이라고 불리는 지구시스템으로 인해 지구의 자정작용이 멈춰 인류가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찜통 지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과연 해결책이 없을까?과학자들은 온실가스의 온난화 영향을 이산화탄소(CO₂) 평균수명인 100년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런 평가는 CO₂만 중요해 보이게 하고 메탄과 블랙카본, 대류권 오존 같은 단기성 온실가스의 전략적 효용성을 간과하기 쉽다.첫째.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구하려면 CO₂ 감축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나와 내 자식 세대를 위해 지구를 구하려면 단기성 온실가스 감축에 역점을 둬야 한다. CO₂를 반으로 줄이는 데 75년이 걸리는 반면 메탄은 단지 8, 9년, 블랙카본은 단 며칠이 걸릴 뿐이다. 즉 단기성 온실가스를 줄이면 지구 온도를 급속도로 냉각해 임계점에 임박한 기후변화의 국면을 빠르게 되돌릴 수 있다.특히 CO₂ 감축은 인류가 워낙 화석연료에 의존해 와 저항이 만만치 않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세계 정상들은 '지구 온도 2도 상승 억제'를 약속했는데, 보도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과 석유와 가스에 대한 투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둘째, 단시간 내에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대규모의 신규 탄소 수용능력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인 산림회복에 집중하는 것이다. 단기성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산림회복을 위해서도 식단 변화가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메탄의 최대 원천은 축산업이고 메탄은 또 다른 단기성 온실가스인 대류권 오존의 생성에도 영향을 준다. 메탄과 오존을 합하면 이산화탄소의 절반에 가까운 영향력을 갖는다. 유엔에 따르면 육류 생산으로 인해 아마존 열대우림의 91%가 불태워졌다고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인 그을음이 남극 블랙카본의 60%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그리고 축산업은 지구 표면의 3분의 1과 전 세계 농지의 80%를 차지한다. 선진국들이 채식 위주로 전환하면 기존의 소 방목지와 사료용 삼림 파괴도 멈추고 그 토지가 숲이 되는 이중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난다. 세계적인 월드워치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품의 25%를 대체품으로 바꾸기만 해도 5~10년 내에 기후변화를 예방할 뿐 아니라 세계 곡물 생산량의 40%를 다른 용도로 활용되게 한다.문제의 원인이 된 사고방식으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음식은 우리 생명이 많은 생명의 헌신적 희생으로 뒷받침되며 자연의 힘으로 살려지고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게 한다. 인간을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두는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이 우주 전체 질서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이 자각은 두려움보다는 사랑, 경쟁과 결핍보다는 풍요의 시각으로 지속가능성 위기와 그 문제점에 대처하게 한다. 채식으로의 전환은 사고방식의 전환이자 문화의 전환이다.분명이 말하지만 현재의 식량 생산방식과 축산업의 확장은 식습관과 선택에 따른 것이지 결코 '자연적'인 게 아니다. 이제 인류는 담대하게 음식과 인간, 지구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역사적 순간을 직면해야 한다. 찜통 지구에서 벗어나는 단 한 번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2018-09-04 11:02:59

고선윤 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겸임교수

[세계의 창] 책방에서 공부하기 '션샤인 학당'

차 마시고 담소 나누는 책방의 학당타임머신 타고 19세기 말 역사 탐험당시 일본이 가장 자랑스럽기보다평범한 일본인들은 아파하는 시대 책방이 바뀌고 있다. 책을 손으로 만지고 직접 구매하는 공간에서, 차도 마시고 담소를 나누며 세상을 향해 소통하는 그런 공간이 되고 있다. 경복궁 영추문 앞 '역사책방'도 그 하나다. 매주 1회 이상 글쓴이들이 강연하고, 글쓴이를 만나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인다. 전시회도 음악회도 한다. 책방 주인이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미스터 션샤인'에 빠진 탓일까. 화요일 밤마다 '션샤인 학당'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어 19세기 말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는 '악령이 출몰하는 조선의 바다', 두 번째는 '아메리카 유진초이의 탄생', 세 번째는 '구동매, 김희성이 본 일본'이라는 주제로 각각 19세기 말의 조선의 역사, 미국의 역사, 일본의 역사를 공부한단다. 일본의 역사를 공부하는 날에는 나에게도 참석해주기 바란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역사학자가 아니니 할 말이 없다고 했지만, 학자가 아니라 평범한 일본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그 시대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 화요일은 야간 수업이 있어서 가지 못한다고 정중하게 거절하자, 수화기 너머 책방 주인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19세기 말이야말로 부국강병을 지향하는 일본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시대가 아니었을까"라는 말에 나는 "NO"라는 답을 하고, 그들도 이 시대를 아파하고 피해자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을 더했다. 19세기 말 일본을 이야기하면서 '피해자'라는 위험한 발언을 했다. 내뱉은 말이니 그럴싸하게 설명을 더할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책방 주인을 위해서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가 1972년에 완결한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NHK 대하드라마 '언덕 위의 구름'을 들먹였다. NHK는 이 소설을 2009년 13부작 드라마로 만들어 3년간 방영했다. 시바 료타로는 의화단 사건을 빌미로 비롯된 러시아의 만주 지배에서 러일전쟁의 직접 원인을 찾는다. 러시아가 만주를 지배한다는 것은 대륙으로 이어진 조선반도까지 진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반도에 러시아 세력이 진출하면 일본 역시 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 방어를 위해서 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러일전쟁은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일본을 구하기 위한 애국적 전쟁, 국가적 위기에 맞선 일본의 자위적 노력이었다고 합리화한다. 이른바 먹히지 않기 위해서 먹어야 했다는 러일전쟁에 대한 설명은 러일전쟁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희석하고, 이후 계속되는 근대 일본의 전쟁에 대한 역사관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역사관'이라고 했지만, 러일전쟁에 대한 이런 인식은 어떤 특별한 사학자에 의한 것이 아니다. 안방극장을 장악한 대하드라마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갔고, 이것이 평범한 일본인의 머릿속에 그렇게 그려졌다. 시바 료타로의 기본 생각은 '당시 일본에는 조선이 러시아의 영토가 될 것이라는 공포가 있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일본인들은 최선을 다했다. 이것이 메이지 유신이고, 러일전쟁이다'. 이 생각은 '언덕 위의 구름'을 통해서 평범한 일본 사람들의 역사가 되었다. 그러니 우리에게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전쟁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뻔뻔한 자기변명뿐이다. 그렇다고 일본 사람 모두가 양심이 없는 악한 사람들이라 역사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들의 양심을 건드리지 않는 역사관이 어디에 있는가를, 이른바 전쟁을 해야만 했고 제국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를 알기는 해야 할 것 같다. 화요일 오늘밤에도 션사인 학당에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를 항해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벼슬보다 더 좋은 총 쏘는 것보다 어렵고 그보다 더 위험하고 그보다 더 뜨거워야 하는 '러브' 그런 것이나 이야기하고 싶은데 말이다.

2018-09-03 12:54:40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매일춘추]인생의 정답과 오답 사이를 오가며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말을 흔히들 한다. 정답 고르기에 심혈을 기울였던 학창시절을 마치고 사회에 나오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단다.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정답이 있지 왜 없나.모두가 마음으로는 알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인정하지 못할 뿐. 이 순간에도 정답에 비추어 타인의 삶을 평가하고 있지 않나. 가슴 깊숙한 곳이 아리겠지만, 그나마 버티던 희망의 빛 한 줄기마저 사라질지라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남들이 가는 길을 나도 가면 안 되나, 많은 사람들이 가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지나고 나서야 아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가끔은 당신을 인도해줄 나침반이 필요하다. '누구나 겪는다'는 흔해 빠진 이야기, 그러니 '순응하며 살라'는 조언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다. 경험적으로 습득된 확률은 쉬운 길, 행복한 길,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길이라는 정답을 만든다. 물론 사회가 모범답안같은 삶을 강요하는 면도 없지 않다. 사람들이 던지는 참견이랄까, 간섭이랄까. 그것이 당사자에게 입히는 내상이 깊은 데도 말이다. 그에 대한 치기 어린 반항은 대가도 크다. 로버트 프로스트처럼 '가지 않은 길'을 가다가 가시덤불에 베이고 넘어질 수 있으니까.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만 톡 튀어나온 것 같은 두려움이 따라다닐 테니까. 세상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지금 당장은 괜찮은 선택을 했다 싶어도 나중에 후회할 때가 있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다고 해서, 좋은 직장을 선택하고 결혼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와 달리 현실의 문제들은 문제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복잡하거나 답이 변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업가의 방식이 회자되다가도 그가 실패하면 그것은 정답이 아니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되돌아보면 선배들이 늘어놓았던 조언이 꼭 맞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매일 처음을 살아가니까.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그렇지 못한 자들이 똑똑하게 살지 못한 탓이라 하겠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는 오히려 줄을 잘 서고, 잘 찍는 것이 실력일지도 모르겠다. 수능을 많이 틀렸어도 인생이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망설이는 것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는 법륜 스님의 말이 아픈 곳을 찌른다. 남들이 좋다는대로 사는 것은 스스로 위안을 삼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수한 경험을 통해 정립된 사회적인 정답에도 합리적인 의심은 필요하다. 믿지만 검증하라는 말처럼. 정답같은 인생이어도 나름의 고민은 있다. 하지만 나도 내 몫의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정답과 오답 사이를 오가면서.

2018-09-03 12:21:01

김일광 동화작가

[에세이 산책] 나들이

영양으로 나들이를 떠났다.몇 년 전부터 아내는 영양 현지에 가서 고춧가루를 구입하였다. 식품만큼은 믿을 수 있는 것을 구하려는 아내의 고집에서 비롯되었지만 나는 시골 풍광과 공기를 마시는 즐거움에 기꺼이 따라나섰다. 그곳 산채 정식도 맛있고, 외씨버선길이라는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서 아내와 느긋하게 걷는 재미도 쏠쏠했다.아내가 굳이 먼 길, 영양으로 향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듯했다.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현지 상품을 구하기 위한 나들이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런데 정작 고춧가루를 산 뒤에 특판장 뜰에서 쉴 때 아내는 고춧가루보다 판매원의 친절을 입에 올리곤 했다.지금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말았는데 올해는 아내의 그 말과 흐뭇해하는 표정이 떠올라서 넌지시 판매원과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손님이 아니라 마치 친언니를 대하듯 조곤조곤 상품을 설명하는 모습이 내가 보기에도 남 같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가격이 올랐다며 안타까워하며 설명하는 모습은 오른 가격을 잊게 했다. 아내는 고춧가루보다 친절이라는 보너스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물론 고춧가루의 품질도 믿을 수 있지만 아내의 발걸음을 수년째 영양으로 향하게 한 것은 바로 그 친절이었다.외씨버선길을 쉬엄쉬엄, 느릿느릿 걸어보라는 말을 미련처럼 남겨 놓고 읍내로 들어갔다.시골 식당에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싶었다. 약간 짭조름하지만 맛깔스러운 묵나물 반찬을 곁들인 시골 인심을 먹고 싶었다. 차를 몰면서 아내에게 맛집 검색을 재촉했다. 군청 옆에 좋은 집이 있단다. 일단 관공서 옆이면 깨끗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살기 좋은 세상이다. 맛집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가는 길까지 안내를 맡아주었다.'휴대전화 없던 시대에는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었다. 그때도 사람살이는 똑같았던 것 같다. 오히려 길을 모르면 내려서 물어보고, 손가락으로 일러주고, 조금만 가면 된다고 용기를 주며 살았다. 어떻게 보면 요즘은 사람보다 기계에 의지하는 일이 많아진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해졌다.그래도 시골 밥상이 주는 인심은 살아 있었다. 밥맛도 좋았다. 일을 하는 분들이 모두 이주여성이었다. 그런데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그들의 손길에도 이미 우리네 시골 맛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아내에게 물었다. '당신 친절 한 자루 사러 다닌 거 맞지?' 아내는 대답대신 알 듯 말 듯한 웃음을 보였다. 그래, 사람살이란 게 바로 이 맛이 아닐까.동화작가

2018-09-03 10:12:18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이해찬 대표에게 바란다

취임 행보 이승만 박정희 묘소 참배 기존 진영논리와는 다른 모습 보여 야당과 싸우는 대신 국민 행복하게 초심 끝까지 견지하는 대표 되기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인물평은 다양하다. 그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치밀하고 탁월한 기획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데 거의 일치한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두 번의 대선에서 모두 기획본부장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쉽지 않은 선거를 용의주도한 전술로 치러낸 냉철한 승부사였다. 반면 이해찬 대표의 인간적 면모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장관과 총리 시절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전투적 자세를 잃지 않았다. 훈계에 가까운 국회 답변도 마다하지 않았다. 날카롭게 생긴 외모와 함께 '버럭' '핏대'라는 별명이 어울려 보인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보수세력 궤멸' '20년 집권' 발언이 퍼지기도 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해찬 대표 당선 시 정치권 파열음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은 그 때문이다. 당선 후 이 대표의 행보는 그런 걱정을 조금은 덜어준다. '최고 수준의 협치'가 이 대표의 일성이었다. 취임 후 첫 공식행사로 국립서울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묘소를 패스하는 게 진보의 상징인 양 여겨왔던 진영논리와는 다른 행보이다. 그는 "이제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평화 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두 분에게도 예를 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경북 구미시청에서 열기도 했다. "민주당이 전국적 국민정당으로서 대구경북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역 요구에도 부응하기 위해 첫 번째로 찾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제를 살리는 데 좌우가 없고, 동서 구분도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전국적 국민정당'을 만들기 위한 이 대표의 과제는 본인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전히 적대 관계인 남과 북이 화해를 추구하는 시대이다. 정치의 상대를 궤멸시켜야 할 적으로 생각하는 이상 협치와 공존은 불가능하다. "상대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버럭' 이미지에 대한 이 대표의 해명이다. '터무니없는 주장' 여부는 국민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여당 대표는 그런 주장까지 수렴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의 바람대로 보수 정치 세력은 궤멸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세력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궤멸시킬 수 없다. 이미 야당을 이기고 집권한 마당이다. 굳이 현재의 모든 문제가 과거 정권의 잘못 때문임을 부각시킬 필요도 없다. 과거 정권보다 잘하는 결과를 보여주면 되는 일이다. "역대 가장 행복한 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에 대해 덕담을 했다고 한다. 재임 시절 정권 교체와 지방선거 압승을 이룬 추 전 대표이다. 가장 행복한 당 대표였음에 틀림없다. 이 대표는 다음 총선과 대선 승리를 이끌어내는 행복한 당 대표를 꿈꾸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이해찬 대표가 본인이 아닌 국민을 가장 행복하게 한 당 대표로 기억됐으면 한다. 정치의 세계에서 상대를 배려할 여유는 찾기 어려운 일이다. 상대를 괴물로 만들고 척결 대상으로 만들어야 손쉽게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싸우면서 싸움의 상대를 닮는다는 사실이다. 괴물과 싸우다 보니 어느새 괴물이 되어 있더라는 고백은 새로운 게 아니다. 상대와 싸우는 대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여당의 승부를 걸기 바란다. 민주당이 여당인 동안 국민이 행복하다면야 20년 집권이 대수겠는가. 이 대표의 초반 행보에 대해 의구심부터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초심을 끝까지 견지하면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 동과 서, 좌와 우 모두를 아우르는 여당 대표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18-09-02 15:41:21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훈수(訓手)

여름날 그늘 아래 평상에서 어른들이 장기판을 벌이는 모습은 도시나 시골이나 할 것 없이 매우 익숙한 장면이다. 그럴 때 장기판 주변으로는 으레 구경꾼들이 둘러서기 마련이다. 구경꾼들은 고이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한마디씩을 한다. 이렇게 구경하던 사람이 끼어들어 수를 가르쳐 주는 것을 '훈수'라고 하는데, 대결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점잖은 조언이 아니라 이래라저래라 하는 정신 사나운 간섭으로 들린다. 그래서 가끔은 대결에서 지고 마음 상한 사람과 훈수꾼의 멱살잡이가 일어나기도 한다. 훈수를 두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대결의 외부에 있고, 승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책임이 없기 때문에 기발한 수를 내놓을 수도 있으며, 외부에서 대결을 바라보기 때문에 대결을 하는 사람보다 넓게 바라볼 수도 있다. 그래서 대결을 하는 사람이 위기에 빠져 있을 때 훈수꾼의 조언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책임감이 없기 때문에 훈수꾼들의 소리는 요란하지만 실속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번 아시안 게임 축구대표팀의 황의조 선수는 경기에 황의조 혼자만 보인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했었다. 그런데 황의조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뽑았을 때, 일부 언론이나 누리꾼들은 노련한 수비수가 부족한데 왜 이름도 없는 공격수를 뽑느냐, 감독의 인맥으로 뽑은 것은 아니냐 하는 말이 많았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황의조 선수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해 김학범 감독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훈수꾼들은 자신이 잘못된 판단을 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훈수꾼은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있고, 짧은 지식을 가지고도 전문가처럼 말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훈수꾼이 되는 길은 매우 쉽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면 훈수를 둘 때만큼 일이 쉽지 않고, 말도 조심을 해야 한다. 한편으로 훈수를 너무 안 듣는 것도 문제지만 자기가 일의 책임자로서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훈수꾼들에게 휘둘리는 것도 큰 문제가 된다. 당나귀를 타고 가든, 끌고 가든 자기 소신대로 하면 되는데, 소신 없이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다 보면 결국 당나귀를 메고 가는 최악의 수를 택하게 된다. 여론을 의식하느라 자신의 교육관이나 정책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하는 전임 교육부 장관의 모습을 신임 교육부 장관은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다. 물론 이 말도 훈수이기는 하지만.

2018-09-02 14:44:29

이승호 대구시 경제부시장

[기고] 도시에서 농부를 꿈꾸다!

'삼시 세끼' '식량 일기' '풀 뜯어 먹는 소리'.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생소할 수도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이다. 도시다움을 상징하는 연예인들이 이름도 모르던 채소와 동물을 키우며 결실의 기쁨과 먹거리의 소중함을 배워간다. 이는 농업과 자연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이 미디어에 반영된 결과다.우리는 왜 이렇게 전원생활에 대해 향수와 호기심을 느끼는 것일까? 1983년 항공사진에 대구 황금동, 산격동, 이현동의 농경지에 일렁이는 황금 물결이 보이는 것처럼, 불과 2세대 만에 압축적으로 진행된 근대화는 그 이유 중 하나다. 농업사회를 경험한 중장년층은 자연 속 삶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갖기 마련이다. 또한 환경문제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대한민국 3대 대도시인 대구도 농업을 품기 시작했다. 도시농업이란 도시에 있는 토지, 건물 또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하여 농작물을 경작 또는 재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 도시농업 참여자는 2010년 15만3천 명에서 2016년 160만 명까지 급속히 늘었으며, 정부도 그에 발맞추어 2011년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대구시 또한 '도시농업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다양한 육성 정책을 시행 중이다.그 대표시책이 지난 4월 고모동과 죽곡리에 조성된 도시공영농장(도시텃밭)이다. 17.5㎡(약 5평)의 텃밭에서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나누며 이웃의 정을 확인하는 것은 도시농업에서만 느낄 수 있는 큰 행복이다. 한번은 농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분께 힘들진 않은지 물어본 일이 있다. "내가 키우니 안심할 수 있고, 다른 농작물과는 맛이 달라 뿌듯하다" "농산물이 비싸다는 불평이 사라졌고,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되었다"는 대답은 도시농업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일각에서는 도시농업이 지역 농산물 수요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대구에도 8천593가구, 4만3천743명(인구의 1.76%, 2016년 기준)이 깻잎, 미나리, 벼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며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시는 미나리, 연근, 체리 등 전략작물을 집중 육성하는 한편,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도시 수요자를 연결하는 등 전업농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염려와는 달리 도시농업 활성화는 지역 농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도시농업으로 높아진 농업에 대한 이해도는 더 많은 국산 농산물 소비로 이어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전업농에도 이득이 된다.다산 정약용은 두 아들에게 전하는 교훈이 담긴 '하피첩'에서 "형편이 힘들면 서울 근교에서 과수와 채소를 재배하며 생계를 꾸리라"고 권유했다. 실로 실학자다운 시각이자, 도시농업의 경제적 가능성까지 내다본 충고라 생각된다. 오늘날 도시농업은 단순한 힐링을 넘어 도시민과 농민을 잇는 가교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산업단지, 상가, 아파트로 가득할 것이라 여겨지던 대도시가 그 땅 한쪽을 도시농부에게 내어주고 있는 것이다.6일 대구농업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제6회 도시농업박람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복잡한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도시텃밭에서 만들어가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대구시민들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길 바라본다.

2018-09-02 14:36:58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종교칼럼]비닐 라떼 한 잔 드실래요?

비닐 라테 한 잔 드실래요?'손님 여러분, 우리 카페에서 새롭게 선보일 메뉴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퍼 올린 35년산 비닐 폐기물을 주성분으로 하는 비닐 라테랍니다.' 하면서 신메뉴를 소개하는 카페가 있다면….우리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이름은 올리브나무카페다. 우리 동네에서는 주민들로부터 꽤나 사랑받는 카페다. 메뉴를 보면 커피와 케이크를 포함하여 63가지나 된다. 라테만 해도 카페 라테, 바닐라 라테, 녹차 라테, 고구마 라테, 홍차 라테, 오곡 라테, 팥 라테, 민트초코 라테 등 8가지다.대표목사인 내가 사장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운영은 매니저에게 일임했다.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내가 명실상부한 사장이 되어 이 많은 메뉴를 직접 주문받고 만들어 서빙하겠다는 다부진 꿈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는 나만의 새로운 메뉴도 개발하겠다는 소망도 있다. 그 꿈의 하나가 '비닐 라테' 개발이다. 아니 당장 메뉴에 첨가할 수 있는 라테도 하나 있다. '낙동강 표 녹조 라테'가 그것이다.바닷가에서 죽은 채 발견된 갈매기의 위에서 플라스틱 조각들이 나왔다. 플라스틱 장난감, 일회용 라이터, 음식물 포장지가 가득 차 있었다. 이제 자연은 경고가 아닌 재앙을 통해 사람에게 반격과 보복을 시작했다. 그동안 자연의 신음을 무시하고 흘려버렸던 사람에게 이제는 도저히 흘려버릴 수 없는 고통으로 갚아주고 있다.인류는 연간 3억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한다. 그중 8백만톤 이상이 바다로 유입된다. 현재까지 인류가 생산한 플라스틱의 누적량은 8조kg 이상이고, 현재 거의 전량이 쓰레기의 형태로 지구상에 쌓여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연 216억개의 플라스틱 제품을 소비한다. 국민 일인당 연 460개의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고 버린다.이 중에서 1억 5천만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바닷속에 이미 유입되었다. 하와이 인근에 남한 면적 14배 되는 쓰레기 섬이 형성되었다. 전 세계 해안에 30m 높이의 쓰레기 벽을 쌓을 수 있는 양이다. 진작 알았다면 이 폐기물들을 집적하여 웬만한 쓰나미도 막을 수 있는 해안 방어벽이라도 만들 것을 그랬다.바다는 정직하다. 바다는 침전물의 마지막 저장소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대로 간직한다. 바닷속으로 오랜 시간 흘러 들어간 많은 양의 비닐이 분해되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바다의 생명체가 바다 공해 물질의 정화기가 될 것이다. 바다의 생물이 공해의 피해자로서 죽임당하듯, 사람 또한 자신이 버린 공해 물질을 자신의 세포 속에 가득 담으며 죽게 될 것이다.사람은 생명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렸다. 자연을 착취하고 학대했다. 사람과 자연이 피조물로서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원수가 되었다. 우리가 자연에 자비를 베풀지 않으면, 자연도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다.오늘날 인류는 공감 능력을 잃어버렸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 동물, 식물, 땅과 바다, 우주 공간을 마구잡이로 사용, 이용, 과용, 오용, 악용, 학대한다.우리가 생명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렸다. 자연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관심사가 경제적인 이용 가치에만 머물러 있다. 이제 그동안 무시되었던 생명의 관점에 무게를 두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긴급한 상황이다.지금이라도 카페 메뉴에 태평양 비닐 라테, 낙동강 녹조 라테를 넣으면 어떨까? 우리 후손들이 비닐 라테에 고문당하듯 매일 마시게 될 날이 곧 올 것 같다. 후손들이 마시게 될 음료를 조상인 우리가 미리 맛이라도 보아야 하는 것이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2018-08-31 13:35:56

남종경 대구가톨릭대학교 교무처 직원

[독자 기고] 국가주의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국가주의 논쟁이 여전히 뜨겁다. 개인, 자유, 민주화 시대 국가주의라니, 해묵은 논쟁일까 지나치려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견이 분분한 만큼 살펴보게 됐다. 국가주의의 사전적 의미, 사상과 이념에 따른 다양성, 역사적 유래까지는 논외로 치자. 요즘 우리 사회의 현실과 논의의 쟁점을 갈음해 볼 때, 야당 비대위원장이 '국가주의'를 꺼내든 배경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국가가 없어도 될 곳엔 있고, 있어야 할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비단 이 정권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나, 사회 각계각층에서 줄기차게 이어지는 논쟁을 보며 오래전 발표된 소설 속 이야기가 생각났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저). 소설 속 엄석대와 무리는 시골 읍 작은 학교를 주 무대로 등장한다. 그곳에서 본인들의 힘으로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의 단단한 성을 쌓고 모든 것을 그들만의 방식대로 좌지우지한다. 아주 사소한 학급의 일까지도 엄석대 체제의 시스템 안에서 돌아간다. 말할 것도 없이 학교는 학교답지 못했다. 건전한 문제의식도, 비판도 사라진 교실. 학교는 그렇게 오랜 시간 적체된 수많은 문제로 고이고 썩어들어 갔다. 다수의 학생도 신규 담임교사가 부임하기 전까지 엄석대와 잔당의 위력과 횡포 앞에 속수무책이었고, 스스로부터의 반성과 문제의식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소설 속 이야기를 반추하며 국가주의가 다시 떠올랐다. 어딘가 모르게 소설 속 작은 학교는 2018년 대한민국의 시국과 많이 닮았다. 이전 정권 적폐청산에 날이 새고 지더니 어느덧 정권 2년 차가 되었으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은 촛불 정권에 걸었던 기대만큼 우려가 크다. 특히나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은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롭다. 의도한 바와는 달리 저소득층 일자리와 소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소득분배는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으며, 체감실업률도 역대 최고조의 상황을 보여준다. 정부가 바라는 것이 '소득'과 '성장'없는 소득주도성장, '일자리'가 없는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면 지금쯤 경로수정을 해야 마땅하나, 26일 발표된 청와대 정책실장과 기자간담회 내용을 살펴보면 염려가 된다. 고용᠊소득분배 지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 정확한 원인 규명과 그에 맞는 처방이 요원함에도 정책 기조 변화 없이 더욱 과감하게 속도를 내겠다는 것, 포장은 재정확대지만 실상은 세금 때려 붓기 수준의 땜질식 대처에 급급한 것이 실정이다. '한강의 기적' 이라 불릴 정도로 급속한 산업화를 이루며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이룬 대한민국 경제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도 모른 채, 고장 난 철로를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가 된 형국이다. 정확히 1년 3개월이다. 일자리 늘린다고 쓴 국가 예산이 54조원이 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악화를 넘어 참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낙제를 받은 정책을 지금처럼 끌고 갈 수는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명약관화일 것이다. 스스로 성역을 허물어야 한다. 모든 것을 국가가 관장할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큰 정부는 필연적으로 시장의 왜곡을 초래하고 자생적 선순환 경제시스템을 교란한다. 망국적 포퓰리즘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심심찮게 목도할 수 있다. 이것 아니면 저것,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이분법적 사고로도 문제해결은 소원하다. 소득주도 성장에 문제를 제기하는 야당과 국민들에게 이전 정권을 탓하고 그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회귀하자는 거냐고 되묻는 수준은 뛰어넘어야 한다. 좌우 날개 양쪽의 균형점이 맞아야 새도 날 수 있다. 정치도, 경제도, 국가운영도 마찬가지다. 야당과의 협치가 중요한 이유다. 국가가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고, 또 잘해야 한다는 국가 만능주의로는 또 다른 일그러진 영웅을 만들 뿐이다. 경기선행지수를 포함해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일단 멈추라는 신호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수출주도 성장형의 대한민국 경제에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외무역 파트너인 미국, 일본은 이미 완전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일자리가 넘쳐 때아닌 경제호황 국면을 맞고 있다. 총체적 난국 속 밥상머리 물가조차 심상치 않다. 경제는 불황인데 물가는 저 혼자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민생경제 파탄이 따로 있지 않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무서운 덫이 두려운 이유다. 군주민수(君主民水), 강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 불과 1년 전 경험한 사실이다. 큰 정부는 크게 망한다는 말이 그저 누군가의 기우이길 빈다. 시간이 없다. 매일신문 디지털 시민기자 남종경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18-08-31 10: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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