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천영식 kbs이사

[새론새평] 광주가 하면 '전략적 선택'이고, 대구는 '꼴통'인가?

갈라치기 어법 구사하는 文대통령TK를 남북관계 발목잡는 사람 취급정권이 짜놓은 프레임에 갇힌 TK좀 더 자신있게 행동하고 당당해야문재인 대통령의 레토릭이 최근 표독스러워졌다. 그 레토릭 가운데 특히 문제는 갈라치기 어법이다.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개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발목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색안경을 던지고 우리에게 다가온 기회를 붙잡는 데 전력을 다하자는 말씀을 드립니다"고 말했다. 길지 않은 모두 발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발목 잡는 사람'을 비난하는 데 있었다.하노이 회담은 예기치 않게 결렬됐다. 문 대통령의 어법대로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중 한 명이 발목 잡은 사람이다. 색안경을 끼고 다가온 기회를 던져 버린 사람이다. 누구일까?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다음 날 3·1절 기념사에서 '발목 잡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따끔한 충고를 할 줄 알았다. 문 대통령은 그런데 정작 그날 "지금 우리 사회에는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느닷없이 '빨갱이 타령하는 사람'을 적으로 몰았다.문 대통령의 레토릭에는 분명한 목적과 타깃이 있다. 발목 잡는 사람이나 빨갱이 타령하는 사람이나 모두 문 대통령에 대한 반대파를 의미하는 것으로 들렸다. 대통령 연설이라는 소중한 레토릭이 항상 갈라치기 어법을 통해 반대파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더 문제는 인식의 오류이다. 남북관계의 과속을 걱정하는 사람을 발목 잡는 사람들로 매도할 수 없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서도 나타났듯, 미덥지 않으면 판을 깨야 하는 게 정상이다.정치적 경쟁 세력을 빨갱이로 표현하는 사람은 더더욱 지금 없다. 그 대신에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과 과도한 유착을 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즐비하다. 그들을 겨냥한 건가.지난해 9월 평양에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때, 유독 대구경북(TK) 사람들만 반대 여론이 높았다. 용감한 선택이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골고루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걱정하고 있지만, 당시만해도 그렇지 않았다.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서 TK 민심은 지난해 8월과 9월부터 문 대통령 지지 여론보다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데드크로스(dead-cross)가 벌어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TK는 유일하게 냉정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지금의 하노이 회담 결렬을 내다봤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상황을 홀로 차분히 바라본 '앞서간 TK 민심'이 문 대통령에게 발목 잡는 사람들이고 빨갱이 타령하는 사람들일 수 있다.당시 광주·전라 지역은 문 대통령에 대해 82%의 긍정 지지로 뜨거운 신뢰를 유지했다. 광주가 하면 서울이 따라가고 전국적 현상이 된다고 보는 게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의 세계관이다. 이것이 이른바 광주의 여론을 '전략적 선택'으로 미화하는 일로 발현되는 것이다. 호남의 찰떡 같은 지지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게 TK 고립화 전략이다.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 선출을 마치 태극기부대의 선택이나 극우 정당, 박근혜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것도 마찬가지 뿌리에서 발생하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하면서 처음으로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누른 곳은 호남지역 경선이었다. 호남에서 노무현이 승리하자, 전략적 선택 운운하며 치켜세웠고, 이 힘이 경선 승리로 이어졌다.TK 민심은 왜 호남과 같은 취급을 받지 못할까. 황교안의 한계는 앞으로 본인이 풀어야 할 과제일 뿐이며, TK의 선택은 정당한 권리 실현이다. 나는 매사에 TK도 전략적 선택이라고 과감히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자신 있게 행동하고 당당해야 한다.정치권에서 TK는 여전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짜놓은 프레임의 밥이다. 그리고 갈라치기의 대상이다. 이런 기울어진 분위기하에서는 '광주형 일자리'가 만들어질 뿐 '대구형 일자리' '구미형 일자리'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2019-03-06 11:38:34

윤재현 대구시선관위 사무처장

[기고] 조합의 미래, 조합원 스스로 지켜야

13일 실시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지난달 26, 27일 이틀간의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전국 1천344개, 대구 관내에서는 26개 조합에서 조합장을 새로 선출하게 된다. 이번 선거는 조합장의 임기인 조합의 4년뿐만 아니라 장차 조합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다.조합장선거 때마다 5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그 이하를 쓰면 선거에서 떨어진다는 일명 '5당 4락'이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이번 선거에서도 언론에 거침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불법탈법 선거운동으로 조합장선거가 혼탁하다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장선거를 관리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여 년이 흘렀지만 조합장선거에서 아직까지도 금품 선거가 완전하게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선관위는 위탁선거법 위반으로 총 867건을 조치하였고, 이 중 매수기부행위 등 돈 선거 관련 조치 건수가 349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번 조합장선거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선거에서 주는 사람이 있으면, 받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정작 금품을 받은 사람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그 이유인즉 자수 또는 신고를 하게 되면 그 지역에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신고·제보자는 공익적인 부분에서 분명 긍정적으로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선거에 있어서는 배신자 또는 변절자 등으로 치부하는 엉터리 같은 나쁜 통념이 자리 잡고 있다.금품을 쓰고 당선된 자는 당선 후 자신이 선거에서 사용한 많은 금품과 차기 재선에 필요한 금원을 모으기 위해 과연 또 얼마나 많은 부정을 저지르고, 편법 등을 통해 금원을 축적하려고 할까. 모두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합리적인 의심은 할 수 있는 부분이다.선거권을 가진 조합원들은 자신이 속한 조합의 선거에서 금품 등에 의한 선거운동을 자발적으로 배척하여야 마땅하고, 신고·제보 또는 자수를 통하여 자신이 속한 조합의 경영이 투명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그것은 자신이 속한 조합의 발전을 위한 길이며, 궁극적으로 투명한 조합 경영으로 발생한 이윤이 조합원 자신들의 이윤 배당과 조합의 발전 경비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조합의 금품·불법 선거는 공직선거를 비롯한 다른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합장선거의 유권자가 곧 공직선거의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공직선거의 공명선거 분위기가 조합장선거의 영향을 받아 후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이번 선거에 있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품을 받는 것도, 요구하는 것도 할 수 없다. 기부행위 제한 규정을 위반하여 금전·물품 등을 제공받은 사람에게는 3천만원 범위 내에서 제공받은 금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조합이 투명할수록, 그리고 깨끗할수록 조합의 가치가 올라간다. 결국 조합의 밝은 미래는 조합의 구성원이자 주인인 조합원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금품 선거 배격을 간절히 응원한다.

2019-03-06 11:22:59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매일춘추]말의 힘

말하는 대로 된다, 말대로 살아진다는 말이 있다. 사토 도미오는 입버릇은 일종의 자기암시로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변한다고 이야기한다. 말은 하는 순간 뇌에 98% 각인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내가 무슨 말을 주로 하는가는 내 삶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가령 '다 때려 치우고 싶다'는 말을 하는 순간, 뇌는 '때려 치우자' 모드가 되어 일이 그런대로 잘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때려 치우고 싶은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부정적인 말을 타인이나 상황에 내뱉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말을 글로 쓰거나 입으로 뱉는 순간, 가장 먼저 읽고 듣게 되는 것은 본인이 되어버린다. 즉, 내가 하는 말이 나 스스로의 뇌에 상처를 입히게 된다는 것이다. 말과 관련된 연구들에서도 욕은 다른 단어보다 4배나 강하게 기억되고, 분노, 공포 등을 느끼게 하는 감정의 뇌를 강하게 자극하여 통제력을 잃어버려 이성의 뇌를 막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강한 욕설을 듣거나 하는 순간 침이 만들어내는 '분노의 갈색 침전물'을 쥐에게 투입한 실험에서는 쥐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이렇게 무서운 부정적인 말의 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부정적인 말을 하고 살고, 실제로 평상시 욕을 자주 한다고 응답한 초중고생의 비율은 73%에 달하고 있다.인생은 그 사람의 생각의 결과이다. 이것은 우리가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부터의 긍정적인 말 없이는 긍정적인 미래도 야기하기 어렵다. 긍정적인 말은 단어 자체가 발전적이고 장애를 뛰어넘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어 뇌세포를 최대한 활성화시켜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낸다.'난 잘 할 수 있을거야.' 라는 말을 반복하면 평소보다 더 에너지를 가지고 노력하게 되고, 진짜 잘 해낼 수 있다. 긍정적인 말의 암시가 자기조절력을 상승시켜 결국은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에모토 마사루는 고맙다는 말을 들은 물이 입자가 더 아름답고 물맛도 좋아진다고 했는데, 하물며 몸의 70%가 물로 이루어진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말의 힘이 얼마나 크겠냐는 글을 보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말이 나로부터 나가는 순간, 그때부터 그 말은 나를 만들어 간다. 지금 내가 자주하는 말과, 무심결에 던지는 일상적인 반응이 '짜증난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아닌가? 한번 쓱 뱉으면 어떤 쾌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자꾸 반복하다보면 뇌에 각인되어 때려치우고 싶은 인생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모든 상황에서 긍정적인 말들을 나누어 보길 바란다.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펼쳐질 나의 미래를 위해!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3-06 11:19:47

각정스님 청련암 암주

[종교칼럼] 따뜻한 종교 이야기?

아침에 공양을 마치고 암자에 오면 대문을 열어놓는다. 새싹을 틔우기 위해서 나뭇가지에 물이 통통하게 오르고 바람에 묻어오는 온기는 봄기운을 완연하게 느끼게 한다. 얼었던 땅이 녹고 부풀어 오른 틈새로 녹색의 생명을 본다. 땅으로부터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쫑긋 솟아오른 수선화는 봄이 오는 게 궁금한지 땅 위로 초록색 촉수를 안테나처럼 밀어 올린다. 땅에 낮게 붙어서 피는 작은 풀꽃들의 활동이 먼저 시작되었다. 나뭇가지들은 새잎이 아직 돋지 않아 겨울잠이 든 것처럼 보이지만 땅속 뿌리들은 이미 깨어서 가지 끝으로 물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3월의 봄은 대지로 허리를 낮추고 보는 사람에게 먼저 보인다. 그래서 '밀라레파'는 가장 낮은 곳을 차지하면 높은 곳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3월의 숲은 갈색의 수묵화 같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들어가면 이미 초록색으로 바림질하며 아주 작고 귀여운 봄꽃들이 숲 바닥을 바느질하듯 수(繡)를 놓고 있었다. 특히 복수초가 곳곳에 피어서 숲을 장엄하게 했다. 아직 키 큰 나무들은 잎이 나지 않아서 숲의 지붕은 열려 있었다. 그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은 바닥까지 내려간다. 식물학자들은 이 순간을 '기회의 창'이 열리는 시간이라고 한다. 작은 풀꽃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는다.이 시간의 봄은 낮은 데서 피며 꿈틀대는 이끼와 제비꽃처럼 눈에 잘 띄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지 않으면 그냥 밍밍하게 후르륵 지나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3월이 지나면 새잎과 꽃잎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그 양도 많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져서 그만 봄 속에 갇히게 된다. 자연은 종교다. 3월의 숲은 황량하지만, 자세히 보면 구석구석에서 봄이 오고 볼을 스치는 바람에 음악이 있었다.가객 강권순이 부르는 정가(正歌) '산천초목'을 들으면 신비롭다. 정좌하고 무릎에 손을 얹고 허공을 바라본다. 소나무에 부는 바람처럼 읊조리는 가곡은 남자의 소리도 좋지만, 공기를 안고 나비처럼 솟아오른다. 소리의 너비와 마음의 평화가 우리의 서정을 극점으로 끌어올린다. '루미'는 음악과 시는 신에게 가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따뜻한 종교는 친절한 마음이다. 거기에 자비와 지혜가 있어야 한다. 종교를 가진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훨씬 행복하다.물론 무종교인도 있지만 연민이 있으면 다행이다. 믿음에는 건강한 믿음과 불신도 있다. 바른 믿음은 자신과 남을 지키며 자신과 남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는다.우리나라 불자들이 불교를 어려워할 때 서구의 일반인들은 행복과 성공을 부처님 말씀에서 발견하고 있다. 다종교 사회에서는 종교 간 이동이 빈번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해탈, 열반이라는 목표 이전에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대안을 불교에서 발견했다.부처님 말씀은 대체로 쉽고 선문답은 어렵다. 가장 쉬운 게 가장 어려운 것이다. 자비심이 없는 지식은 마른 지혜이다. 가짜 뉴스가 가짜 부처님을 만든다. 티베트 속담에 "만약 두 철학자의 의견이 일치한다면 둘 중 하나는 철학자가 아니다"라고 한다. 지금은 봄이다. 봄은 어디서 오는가?

2019-03-06 11:18:34

서영완 작곡가

[매일춘추]악기레슨의 중요성

많은 어린 학생들이 피아노를 배운다(물론 대학입시가 시작될 쯤에는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레슨을 멈추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 더욱이 학교수업에서도 음악이 그렇게 큰 비중이 없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이다).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 우리 아이들은 피아노와 같은 악기를 배우며 처음으로 음악과 접하게 된다는 것, 결국 이 시간을 통해 인생을 통해 표현되어질 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형성되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린 시절 음악을 접하게 되는 계기를 살펴보면, 많은 경우 자녀들에게 악기 하나정도는 연주 할 수 있는 문화적인 여유를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의 기대가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그러나 어떤 악기를 통해서건, 음악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레슨선생을 통해 연주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익히는 과정 이상의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먼저 레슨과정을 살펴보면, 학생들은 정해진 레슨시간을 위해 한주간의 시간을 보내며 연습한다. 레슨시간이 다가올수록 꾸준히 준비한 학생은 레슨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대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어떻게든 그 시간을 모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리고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 여러 가지 잘못된 연주법이나 자세, 그리고 음악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을 얻게 된다. 그리고 레슨은 그 다음 주로 이어진다. 사실 악기라는 것이 단시간 안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너무나 단순하고 지루한 시간의 연속일 수 있다. 일주일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선생님'과 진행되는 끝이 없는 도전의 연속, 이러한 과정이 레슨이라고 하겠다.그럼 이 레슨이라는 과정이 음악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아니라 피아노를 취미로 연주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과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위에서 말한 '정해진'이란 점은 레슨에서 너무나 중요한 요소이다. 꾸준히 같은 상황이 반복한다는 점에서 그러한데 이렇게 본다면 레슨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술의 전수과정일 뿐만이 아니라 인내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얻어지는 아주 작은 기쁨을 맛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노력을 쏟고 그 결실을 맛보는 동안 학생은 음악 이상의 인격적 소양이 길러지게 된다. 많은 경우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진도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느리다는 것을 걱정하지만 그건 너무 기술 습득적인 면만을 보기 때문에 그렇다. 어떠한 과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하고 많은 것을 참고 인내해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레슨을 바라본다면 진도라는 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매주 다가오는 레슨시간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준비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 아주 작은 약속이라도 정해진대로 지켜지는 사제간의 관계가 기술전달보다 더욱 중요하다 하겠다.

2019-03-05 14:10:12

독도를 위해 자발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한 아이들.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메시지와 아이디어를 가깝게 하라

글의 제목이 어렵다. 메시지와 아이디어를 가깝게 하라니. 메시지와 아이디어 둘 다 똑같은 말이 아닌가? 개념도 헷갈리는데 이 둘을 가깝게 두라고 한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필자와 함께 알아보자.메시지는 하고 싶은 말을 뜻한다. 즉, 행위의 의도이다. 예를 들어 매일신문을 가장 발 빠른 신문사로 인식시키고 싶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메시지는 "매일신문은 가장 빠른 언론사입니다"가 메시지가 된다.그렇다면 이 메시지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바로 여기에서 아이디어의 힘이 필요하다. 표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발 빠르다'라는 메시지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일신문에 과속딱지 과태료 스티커를 붙여 보자. 너무 빨리 뉴스를 전하려다 보니 딱지가 끊겼다는 것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할 수 있다. 또는 신문을 손으로 집었는데 잉크가 묻어 있는 것처럼 표현해보자. 활자의 잉크가 마르기 전에 독자들에게 찾아간다는 아이디어가 성립된다.이렇듯 하나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좋은 광고와 나쁜 광고의 성패는 여기서 차이가 난다. 좋은 광고일수록 메시지와 아이디어의 거리가 가깝다. 나쁜 광고는 두 개념이 한없이 멀어서 부작용을 낳는다. 즉, 사람들이 광고를 이해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삼일절을 맞이해서 매일신문과 ㈜빅아이디어 연구소는 독도 수호 게릴라 캠페인을 펼쳤다. 여기서 메시지란 '독도를 수호하자'로 설정했다. 그렇다면 이 메시지를 표현하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필자는 또다시 메시지와 아이디어를 가깝게 두는 방법을 고민했다. 사실, 대구에서는 독도가 보이지도 않는다. 지역에서 볼 수도 없는 독도의 수호를 표현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생각의 꼬리는 이렇게 이어졌다.수호하자. 〉 지켜보자. 〉 지켜보는 것은 눈. 〉 눈 옆에 독도를 두자. 〉 눈 옆에 작은 점 하나를 찍자.'눈 옆에 독도를 상징하는 작은 점을 찍자'라는 아이디어는 이렇게 탄생했다. 아이디어가 잘 빠졌을 때는 카피도 쉽게 써진다. "독도에서 눈 떼지 않겠습니다."사실 이 캠페인을 준비하는 데에는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워낙 급작스럽게 진행된 캠페인이라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캠페인 시작 시간도 유동인구가 적은 오전이었다. 하지만 필자의 예상은 빗나갔다. 메시지와 아이디어를 가깝게 두다 보니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광고에 친절하지 않은 시대에 광고가 살아남는 법칙이 통한 것이다.오늘도 자신의 브랜드를 알려야 사람들은 여전히 광고를 어려워하고 아이디어를 두려워한다. 아이디어 노트를 채울 때 떠오르는 것이 없어 지레 겁먹기도 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선 우선 펜을 들어야 하는 것처럼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광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종이에 말하고 싶은 내용을 써봐라(메시지). 그 다음에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끄적여봐라(아이디어). 그리고 그 둘의 개념을 조금씩 가깝게 두는 연습을 해봐라. 그런 훈련을 할수록 빅아이디어는 당신 앞에 나타날 것이다. 메시지와 아이디어를 가깝게 한 광고는 십중팔구 상대방의 가슴에 꽂힌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3-05 11:31:30

고양이 하마종 Ranula (이미지출처: https://www.justanswer.com/dog-health/)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침샘 폭발' 간식 먹다 침샘 수술받은 개, 해피

'침샘 폭발'은 맛있는 먹거리를 일컫는 젊은이들의 언어다. 공교롭게도 '침샘 폭발'하는 맛있는 간식이 개의 침샘 질병을 유발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먹성 좋은 해피(5·말티즈)가 며칠 전부터 목이 붓고 침을 흘리며, 좋아하는 간식도 씹다 흘리는 행동을 반복해 견주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반려견이 음식을 먹으려다 씹거나 삼키는 데 불편을 호소한다면 치아 문제 또는 구강 내의 이물이나 종양을 의심한다.자세한 구강검사를 위해 진정이 이루어졌고 혀 아래 침샘낭종(salivary mucocele)이 발견됐다. 이어진 영상진단검사에서 우측 경부의 침샘에 염증이 생겨 크게 부어있는 상태로 판명됐다.해피는 몇달 전 육포 간식을 먹다가 입안에 걸려 고생한 적이 있다고 했다. 딱딱한 육포 간식을 먹다 입 안에 상처가 생겨 창상감염에 의해 침샘 도관이 막힌 것으로 추정됐다.해피는 침샘낭종 치료와 더불어 연결된 우측 악하선(mandibular gland)과 설하선(Sublingual gland)을 적출하는 수술을 받고 회복됐다.해피는 침샘 2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개는 양쪽에 각 3개의 침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은 침샘에서 소화에 필요한 침을 충분히 분비하기 때문이다.개와 고양이의 침샘 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가능성이 높다. 해피처럼 상처가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치석과 치주염으로 인한 불결한 구강 상태, 종양, 결석, 면역질환 등이 침샘낭종을 만드는 주원인으로 알려졌다.반려동물의 입에서 냄새가 나거나, 끈적한 침이 입 주변에 묻거나, 입 안 이물감을 표현한다면 혀 밑을 관찰하고 목 부위를 세심히 만져볼 필요가 있다. 혀밑 침샘낭종이 형성되는 초기에는 도관을 열어주는 구강 내 수술이 적용되지만, 경과가 진행돼 침샘이 염증화되면 침샘을 적출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일시적인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뿐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으며, 진단이 이루어졌다면 수술이 필요하다.예방을 위해서는 평상시 구강관리와 치아관리가 중요하다. 7세 이상의 노령동물은 일 년에 1회 이상 구강 및 치아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고, 치석 예방과 잇몸질환 예방에 노력할 것을 당부드린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3-05 10:05:18

김구철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게임이론과 집합론

현대 수학에는 일반인의 생각으로는 수학 느낌이 별로 안 드는 분야가 꽤 많다. 게임의 당사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 때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게임이론이 그 하나다. 서로를 믿지 못해 최악의 결과를 떠안게 되는 '죄수의 딜레마', 서로가 끝까지 고집을 피우는 '치킨 게임' 등이 잘 알려진 사례다. 우리에게 익숙한 제로섬(zero sum·零合) 게임은 한 당사자가 이익을 보면 상대방은 그만큼 손실을 보는 게임이다. 동서양의 카드 놀이, 화투나 트럼프는 본질상 제로섬 게임이다. 상대방의 손해 없이 일방이 이익을 보는 난제로섬(non zero sum·非零合) 게임도 있다. 최상의 게임은 게임 참여자 모두 이익을 보는 윈윈 게임이다. 여야 협상, 노사 협상, 국가 간 협상은 제로섬 게임, 난제로섬 게임, 윈윈 게임 모두 될 수 있다. 게임 당사자가 서로 최선의 선택을 해서 전략을 바꾸지 않는 상태를,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내쉬의 이름을 따서 내쉬 균형이라고 한다.집합론(集合論)도 있다. 어떤 조건을 가진 요소의 모임을 '집합'이라 하고 집합의 성질을 연구한다. 분명히 전체와 부분은 다른데, 집합 A의 '부분집합'에는 집합 A 자체도 포함되며 A를 제외한 부분집합은 '진부분집합'이라 한다. 일상의 언어 관념 때문에 부분집합과 진부분집합은 항상 혼란스럽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그런 문제가 벌어졌다. 북한이 비핵화 대상을 내놓을 때는 극히 작은 몫을 '부분집합'으로서 제시했고, 요구할 때는 매우 큰 몫을 '부분집합'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당연히 집합의 전체 '원소'끼리 맞교환하자고 맞받아쳤다.두루뭉술한 집합개념으로 협상하려던 북한의 전략이 통하지 않은 셈인데, 앞으로 협상은 부분집합의 크기를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북한과 미국이 하노이에서 드러내 보인 카드로 '내쉬 균형'이 이뤄지는 일만은 벌어지지 않기를, 그래서 윈윈 게임으로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9-03-04 19:30:00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親覽萬機(친람만기) - 대통령이 어찌 다 할 수 있는가.

친람만기는 임금이 모든 정사(萬機)를 친히 살핀다(親覽, 혹은 親攬)는 뜻이다. 때로는 군왕이나 어린 왕을 대신해 정사를 보는 태후나 권신의 노심초사를 높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한국어의 어순에 따라 만기친람이라 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친람만기라는 말은 사라지고 대신 매일 많은 일을 처리하는 공직자들의 노고를 가리켜 일리만기(日理萬機)라는 말을 많이 쓴다. 중국에서 친람만기하면 삼국시대 촉나라의 승상(丞相, 재상)이며 지략으로 유명한 제갈량(諸葛亮)을 떠올린다. 제갈량은 선제 유비(劉備)의 뜻을 받들어 그의 무능한 아들을 황제로 모시고 촉나라의 모든 정사를 떠맡아 노심초사한다.제갈량은 오장원에서 위나라의 사마의(司馬懿, 사마중달로 더 잘 알려져 있음)의 군대와 대치했다. 사마의의 군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사마의는 제갈량의 친람만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갈량은 사마의를 도발하기 위해 사자를 보냈다. 사마의는 제갈량이 잘 먹고 잘 자는지,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는지만 물었다. 사자는 "저희 승상께서는 늦게 주무시고 일찍 일어나시며, 병사에게 벌로 곤장 20대를 치는 일부터 친람만기하십니다. 그리고 식사도 아주 적게 하십니다"고 답한다. 사자를 돌려보내고 사마의는 웃으며 말했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휴식도 못 하고 사소한 일까지 도맡아 한다니 제갈량이 죽을 날이 머지않았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갈량은 과로로 숨을 거두었고, 그가 이끌던 촉나라 군대는 물러갔다.대통령도 인간이고 체력에도 한계가 있다. 야당은 모든 것을 대통령에게 따진다. 국민청원도 하루 수십 건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이미 만기친람하고 있다고 한다. 모두 한심하다. 대통령이 만기친람하면 그 많은 공직자들은 다 어디에다 쓸지 궁금하구나.

2019-03-04 19:30:00

박창원 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박창원의 기록여행]70년 전의 'SKY캐슬'

'금전으로 입학하는 예는 과거 왜놈들이 하였으니 해방 후 조선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구체적인) 실례가 있다면 철저 적발 처단하겠다. 돈으로 입학하는 것은 소위 유지신사(有志紳士) 자제들이 많으나 그자들은 두뇌가 학습 불량하다고 본다.'(남선경제신문 1948년 6월 30일)실력 대신 돈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일본 사람을 업신여겨 낮잡아 부르던 이름이 왜놈이다. 감독관청의 담당자가 오죽했으면 왜놈이라는 단어로 빗댔을까. 일제 잔재로 연결지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돈으로 입학하는 것은 유지신사의 자제들이라는 대목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지역에서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이 유지신사다. 하지만 그들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불법이든 반칙이든 두 눈 딱 감았다. 1948년의 경우 전국적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19만여 명이었다. 반면에 중학교의 수용 인원은 고작 7만 명이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아예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도 많았다. 그런 걸 감안해도 입학 인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일제강점기 때의 초등학교 입학 경쟁보다 나을 바 없었다. 1939년 대구부 내 초등학교 입학생이 3천200명이었다. 7개 초등학교 입학 정원은 2천300명이었다. 900여 명은 처음부터 학교 문턱을 넘지 못했다.돈으로 학교와 거래가 수월했던 것은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한몫했다. 입학금 외에 학교서 정한 기부금을 내지 못하면 입학을 허락하지 않는 학교도 있었다. 학교 입학과 편입이 어렵다 보니 이를 둘러싼 금품수수 사건도 심심찮게 불거졌다. 그렇다고 학교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열악한 재정이 문제였다. 돈이 없다 보니 교실 증축이나 학교운영비도 학부형들의 주머니에 의존해야 했다. 이러니 교육 당국이 학교의 강제 기부를 금지하고 요릿집 등에서 향응으로 교사를 매수하면 합격을 취소한다고 밝혀도 빈말로 들릴 뿐이었다. 당시는 공립중등학교라도 입학금이 1만~2만원이었다. 보통 월급쟁이는 한 달 월급을 다 털어 넣어야 했다. 공부는 실력이 아니라 돈으로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서민들은 높은 입학금에다 각종 기부금 등으로 자녀가 어렵게 합격해도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다. 부담스러운 입학금을 기일 내에 내지 않으면 입학이 취소됐다. 그런 학생의 빈자리는 수십만원 이상의 거액을 내는 보결생으로 채워졌다. 말하자면 보결생은 부자들의 손쉬운 입학 통로였다.1958년에 드러난 경북여고 학생의 합격 취소 사연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대장간 일을 하는 아버지가 병석에 눕자 극심한 생활난으로 입학금을 제때 내지 못했다. 겨우 돈을 구해 학교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20명 가까운 보결생이 그 자리를 메운 뒤였다. 입학금이 없어 학교를 포기한 학생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대학은 어땠을까. 해방 이듬해 대구의과대학 학생들이 지역 유지의 정실 입학과 부정 입학을 비판한 데서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공부는 돈으로 한다"는 말은 70년 전에 이미 유행했다. 그들만의 리그인 '스카이(SKY) 캐슬' 또한 드라마 이전에 존재했던 것처럼. '스카이 캐슬'의 주역은 그때도 학생은 아니었다. 막 시작된 새 학기에도 그럴 것이다.

2019-03-04 19:30:00

필리포스2세 금관

[김문환의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금관은 왕이 쓴 것일까? 유라시아 금관문화

"산 위에 저게 뭐꼬?" 고령군청에서 동북쪽 지산동 대가야 박물관 뒤 해발 311m 주산(主山) 능선의 거대 봉분들을 보고 1560년경 합천 출신 유학자 남명 조식이 남긴 말이다. 유라시아 대륙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능선 위 고분군의 32호 묘에서 1978년 출토된 금동관이 지난해 12월 보물로 지정됐다. 이 금동관은 누가 쓰던 것일까? 유라시아 금관문화를 살펴본다.◆황남대총 왕비릉 금관국립중앙박물관 신라전시실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는 경주 황남대총 금관(국보 191호)은 높이 27.5㎝, 무게 1㎏이니 소고기 두 근 가깝다. 관의 테두리, 즉 원형 대륜(臺輪) 위로 조형물을 붙였는데 2종류다. 하나는 얼핏 한자 '출'(出) 자에 '산'(山) 자가 붙은 형태의 나뭇가지다. 이런 나뭇가지 3개 사이로 사슴뿔 장식 2개를 세웠다. 신라의 왕이 쓰던 것일까? 황남대총 금관은 왕의 능인 남분이 아니라 왕비의 능인 북분에서 출토됐다.◆신라 금관 6개, 가야금관 2개1921년 금관총, 1924년 금령총, 1926년 서봉총, 1970년대 도굴품 교동금관, 1973년 황남대총과 천마총까지 신라금관은 6개다. 이 가운데 금령총과 교동금관은 지름이 16.5㎝와 14㎝로 작아 성인이 쓸 수 없다. 소년 무덤이라면 왕이 아니고, 왕의 무덤이라면 머리에 쓰지 않는 부장품이란 얘기다. 가야금관은 국립도쿄박물관, 용인 에버랜드 리움박물관에 전시 중인 2개다. 고구려는 만주 집안박물관에 일부 금관 유물이 전시된 점으로 미뤄 금관도 만들었으나, 모자에 새 깃털 등의 금 장식을 붙이는 소골 풍습이 주를 이뤘다. 백제는 금관을 만들지 않고, 고구려의 관모 금장식 문화를 받아들였다. 무령왕릉에서 확인된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가야금동관 같은 금동관은 각지에서 출토된다. 호족들도 금동관을 부장품으로 묻었음을 말해준다.◆기마민족의 여성용 사슴금관북경 천안문광장 국가박물관에는 내몽골 포두에서 출토한 4, 5세기 선비족의 머리 금장식을 전시 중이다. 사슴뿔과 나뭇가지 형태다. 호화호특 내몽골 박물원에는 B.C 3세기~1세기 훈(흉노)족의 찬란한 금관이 탐방객을 맞는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이식쿠르간의 B.C 4~B.C 3세기 사카(스키타이 일파)족 관모 금장식도 사슴뿔이다, 아프가니스탄 틸리야 테페의 1, 2세기 월지족 쿠샨제국 금관은 20대 초반 여성 무덤에서 나왔다. 기마민족의 원류 스키타이 금관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라브라박물관에서 만난다. 뛰어난 세공기술을 자랑하는 B.C 4세기 스키타이 금관 모티프는 여신과 사슴이다. 주로 여인 무덤에서 출토된다. 스키타이가 여신을 숭배한다는 B.C 5세기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의 기록과 일치한다.◆정복왕 알렉산더도 금관을 썼을까?그리스 북부의 과거 마케도니아 수도였던 베르기나, 필리포스 2세 무덤에서 1977년 금참나무 잎 313장으로 만든 금관(Wreath사진)이 출토됐다. 알렉산더의 부왕이던 필리포스 2세가 B.C 336년 암살됐으니 소유주가 밝혀진 가장 오래된 금관이다. 왕비금관도 같이 출토됐다. 알렉산더의 유복자로 태어난 알렉산더 4세 추정 인물 금관도 1978년 출토됐으니 알렉산더 무덤에도 금관을 넣었을 게 틀림없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그의 무덤은 로마시대 멸실돼 아쉽게도 확인할 길은 없다. B.C 4세기~B.C 2세기 헬레니즘 문명권에서는 참나무, 올리브, 도금양 소재의 화려한 초화형 금관이 여성 무덤에서 다수 출토된다. 터키 앙카라 아나톨리아문명박물관에 전시 중인 알라자회윅 출토 B.C 2500년경 금관들은 금관의 유구한 역사를 말해준다.

2019-03-04 19:30:00

장동희, 경북대 초빙교수/전 주핀란드 대사

[세계의 창]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남긴 것

아무런 합의 보지 못하고 끝났지만사전조율 없는 회담의 위험성 각인북핵문제 올바르게 이해한 트럼프제대로 된 북핵협상 시작할 모멘텀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를 보지 못하고 끝났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소위 빅딜로 끝날지, 스몰딜로 끝날지 의견이 분분하였지만, 이렇게 아무런 결과 없이 끝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미·북 합의를 계기로 대북 경협을 본격화해보려던 우리 정부로서는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포기와 영변 핵시설 동결 정도의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를 볼까 걱정하던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내쉰다. "잘못된 합의보다는 무합의가 낫다"(No deal is better than bad deal)는 것이다.그러나 금번 하노이 정상회담을 마냥 실패라고 할 필요는 없다.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에게 사전 조율 없는 정상회담의 위험성을 잘 깨우쳐 주었다.외교가에서 흔히 하는 말로 "실패하는 정상회담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정상회담은 협상하는 자리라기보다 외교관과 전문가들이 이미 협상을 완료한 사항을 확인, 공표하는 자리라는 의미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가 마지막까지 실무협상을 하고, '정상회담 합의문 초안'까지 마련하는 등 싱가포르 회담 때보다는 톱다운 방식의 문제점을 상당히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무협상을 제대로 가동하기도 전에 정상회담 날짜까지 미리 잡아 놓고 시작한 것은 문제가 있다.다음으로, 하노이 정상회담은 양 지도자에게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김정은은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 때 팔아먹은 적이 있는 '영변'이라는 말(馬)을 세 번째로 팔아먹으려 했다.김정은은 대가로 유엔 제재 '일부 해제'를 요구했다. '영변'이라는 말이 안보리 제재 결의 11건 중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의 해제 값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러나, 트럼프는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 정도로는 불충분하다며, 북한의 제안을 걷어찼다.이는 트럼프가 북핵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2005년의 9·19 공동성명과 2007년의 이행합의서를 통하여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과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 그리고 "검증"까지 약속한 바 있다.그리고 이행 초기 조치로 "재처리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을 약속하였다.이 당시만 하더라도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시설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하노이에서 트럼프는 '영변+알파'를 요구했다. 즉, 영변 이외 숨겨둔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와 미사일, 탄두 등이 포함된 신고 리스트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트럼프는 또한 북한이 "인민생활에 영향을 준다"며 해제 요구한 안보리 결의 5건이 사실상 북한의 기름과 돈줄을 옥죄는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이라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트럼프는 영변에 있는 낡은 핵시설 해체와 가장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자는 김정은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하노이 회담은 이제 제대로 된 북핵 협상을 개시할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하여 미·북 양측은 상대방이 생각하는 거래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확인했다. 또한, 대북 협상의 가장 유용한 지렛대가 북한의 기름과 돈줄을 막아버린 5개 제재 결의임을 재확인한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2017년 말 최대의 압박을 통한 극적인 북핵 해결 기회를 놓친 것은 아쉽지만, 이번 회담이 10여 년간 중단되었던 제대로 된 북핵 협상을 되살릴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종종 실패한 정상회담으로 치부되는 1986년의 레이건-고르바초프 간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이 이후 실무협상을 거쳐 이듬해인 1987년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을 탄생시킨 계기가 되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19-03-04 13:42:23

김태형 신부·영남 교회사 연구소장

[기고] 대구 3·5 독립만세운동

"뜻있는 분들이여! 한국의 부모들은 그들의 아들들을 바칠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신학교를 마련하게 도와주십시오." 1914년 드망즈 주교는 신학교를 만들기 위해 세계 각지의 은인들에게 후원자가 되어줄 것을 이렇게 애타게 호소하였다. 그 결과 여러 은인들의 도움을 받아 개교한 성유스티노신학교, 그곳은 한국인 사제 양성을 위한 터전으로 착한 목자가 되려는 꿈을 안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수련하고 교육을 받는 곳이었다.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1919년 3월 5일 바로 그곳에서 대구에서 가장 먼저 대한독립을 위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미 3·1 독립만세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었지만 대구경북 지역엔 그 함성이 아직 울려 퍼지기 전이었다. 성유스티노신학교, 학교 특성상 외부와의 소식이 차단된 곳. 그곳을 드나드는 교사로부터 3·1 독립만세운동의 소식을 전해 들은 신학생들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아직은 착한 목자로서의 길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민족의 아픔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그들은 결의하였다. 3월 9일 시내 약전골목에서 있게 될 만세운동에 합류하여 조국의 독립을 위한 외침으로 다른 이들과의 연대성을 드러내고 조국의 독립에 조금의 힘이라도 보탤 것을. 그리하여 독립선언문을 등사하고, 태극기를 수작업으로 준비하였다. 하지만 며칠을 더 기다리기에는 조국을 사랑하는 그들의 가슴이 너무 뜨거웠다. 그들은 그날 저녁 학교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목이 터져라 독립을 위한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이 노래에 그들이 추구하는 희망을 담았다.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다고, 사람을 그렇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인권을 말살하고 인간을 그렇게 짐승 취급하면 안 된다고…. 초대 한국교회의 신앙 선조들이 스스로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이며 가졌던 그 정신으로, 목숨을 버릴지라도 결코 버릴 수 없었던 그 정신으로, 불의한 세상을 만들고 부당하게 사람들을 억압하는 일본제국주의자들을 향해 저항의 소리를 높여 외쳤다. 대한독립만세!하지만 내부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프랑스 선교사였던 교장신부는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먹었다. "너희들이 왜 이러느냐. 나라가 독립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너희들의 소명은 독립되는 너희 조국 동포들의 영혼을 구하는 일이다. 독립운동은 너희들이 하지 않아도 잘될 것이다"라면서 간곡히 만류하는 교장신부로 인해 3월 9일 신학교 밖으로 나가 만세운동에 합류하려 했던 계획은 좌절되고 말았다. 그러나 신학생들의 열정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4월 3일 신학생들은 다시 한 번 만세운동 참가를 계획했으나 실행하지는 못했다. 수업을 계속할 경우 신학생들의 만세운동 참여를 막을 수 없다고 우려한 신학교 교장신부가 방학을 앞당겨 달라고 주교에게 건의하여 그해 방학은 5월 1일부터 시작되었다.3·1운동에 대한 한국 교회 선교사들의 미온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3월 5일부터 시작하여 대중들과 함께 연대하고자 했던 대구 성유스티노신학교의 만세운동은 조국의 아픔을 결코 외면할 수 없었던 신학생들의 고귀한 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3·1 만세운동 100주년을 지내며, 대구에서 최초로 울려 퍼진 독립만세운동, 불의에 맞서고 부당한 억압에 저항하고자 했던 대구 3·5 성유스티노신학교 신학생들의 만세운동을 새롭게 재조명하면서 그들의 정신을 오늘 우리들이 되새기고 계승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9-03-04 11:47:24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 문화·예술·체육계 갑질은 필요악인가?

갑질이란 갑을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의 인권을 무시하고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제멋대로 구는 짓을 말한다. 정·관·재계에 범람하는 갑질은 이미 조롱의 대상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문화·예술·체육계의 갑질도 만만찮다. 잦은 갑질이 미투로 확산되고 마치 태풍이 할퀴고 간 자국처럼 깊은 상처만 남아 있다.사제 간, 선후배 간의 규범이 엄격해 진즉에 드러나지 않았으나 피해자들이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이다. 이른바 도제식(徒弟式) 트레이닝 탓이다. 하지만 건전한 사고를 가진 지도자들은 그런 트레이닝이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필요악'이라고 주장한다.연극·영화나 뮤지컬은 출연진의 연기가 작품의 흐름과 관객의 호응도를 좌우한다. 따라서 한 사람의 뛰어난 배우를 발굴하기 위해 연출자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체육계 역시 국가대표 선수를 양성하고 세계대회의 메달권에 도전하기 위해 지도자와 선수가 동심일체가 돼 혹독한 훈련을 쌓아가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한다.미술계는 어떤가? 한때 작가 지망생들이 화단의 최고 선배인 원로화가나 중견작가들에게 사사(師事)하는 과정을 원칙으로 삼았다. 하여 평생을 화업(畵業)에 천착해온 선배들의 조수로 들어가 잔심부름과 궂은 일부터 자청하며 화풍(畵風)이나 기법(技法)을 어깨 너머로 배우는 수련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예술이란 어느 분야든 올곧은 장인(匠人)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평생을 걸고 피나는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다 보면 스승이나 선배들의 광기에 가까운 갑질을 당하기 일쑤이고 당장이라도 내칠 듯 쏟아지는 폭언도 약(藥)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제자는 그런 간난(艱難)과 뼈를 깎는 수련을 거쳐야만 비로소 한 사람의 작가로서 자기 위치에 떳떳하게 오를 수 있다.최고의 선배가 최고의 제자를 양성하는 필연적인 '갑을' 관계다. 쓰디쓴 맛을 본 다음에야 비로소 단맛을 알게 된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사자성어가 새삼 생각나는 이유다.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3-04 11:11:20

전재원 전 동북아 자치단체연합 사무총장

[기고] 크루즈 관광산업과 환동해 시대

2월 21일 포항에서 동북아시아지역자치단체연합(NEAR) 주최로 개최된 크루즈관광 국제포럼은 동북아 크루즈관광 벨트 형성을 통한 새로운 동북아시대의 크루즈관광 산업 발전 방안을 모색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또 이번 포럼을 통해 크루즈관광 산업이 새로운 환동해시대를 맞이하여 우리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크루즈 산업은 경제적 파급효과와 부가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관광객 수요도 매년 증가(2017년 아시아 20.5% 증가)하는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산업이다.특히 환동해 지역은 한·중·러·일 간 연계가 가능하고 앞으로 북핵 문제 해결 진전에 따라 북한과도 연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크루즈 산업의 발전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본다.환동해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포항은 현재 제주, 부산, 인천 등지에 비해 크루즈 산업의 후발주자이긴 하나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살려 극동 러시아지역 캄차카, 사할린을 포함하는 북방 크루즈 상품을 개발하는 등 타 도시와의 차별화된 전략을 세워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앞으로 대북 제재 해제 추이와 함께 북한 그리고 중국 동북 3성과도 긴밀히 협력해 관광 수요 창출과 관광시장 다변화를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많은 전문가들이 21세기 세계의 중심은 점차 아시아의 동북아시아로 이동하고 있고 동북아시아의 중심은 바로 환동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세계지도를 90도 정도로 살짝 돌려서 보면 환동해가 마치 하나의 호수처럼 보인다.호수를 중심으로 호수와 접해 있는 우리나라와 북한, 일본, 러시아 그리고 호수와 직접 접해 있지 않은 중국과 몽골 등 최근 들어 이 지역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환동해가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지정학적,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그만큼 환동해를 둘러싼 이해 당사국들이 현재 각자 나름대로 대책과 전략을 세우느라 부심하고 있다. 따라서 머지않은 장래 펼쳐질 본격적인 환동해시대에 대비, 미리부터 철저한 연구와 전략을 세워나가야 하며 유리한 위치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선점 전략이 필요하다.새로운 환동해시대의 개막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교류 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NEAR 같은 다자 협력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 NEAR도 이제 단순히 지자체 간의 교류 협력 플랫폼을 마련하는 역할을 넘어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운영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또한 그동안 주로 양자 간 교류 협력에 치중되어온 지자체도 NEAR 같은 다자협의체를 적극 활용하여 교류 협력의 효율성을 더 높여 나가야 한다.우리 미래의 먹거리가 되어 줄 크루즈관광 산업의 활성화와 함께 희망과 협력의 환동해시대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2019-03-04 02:30:00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자유한국당 황교안 호의 과제

제1야당 당권 거머쥔 황교안 대표가시밭길 헤쳐 나가는 시험대 올라자신 안위보다 자신 희생할 각오로당·보수세력 바로 세우기에 나서야'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 정답은 결국 달라지지 않았다. 세간의 관측대로라면 황교안 대표 출마를 부추긴(?) 당내 조직의 탄탄함을 보여준 결과이다. 오세훈, 김진태 후보의 순위도 같은 맥락이다. 자유한국당 내 세력 분포도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정치 신인 황 대표는 단숨에 대한민국 제1야당의 당권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황 대표의 앞날이 탄탄대로일 것으로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가시밭길을 홀로 헤쳐 나가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고 보는 게 맞다.황 대표는 왜 이 시점에 자유한국당 당권에 도전했을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갖는 부분이다. 황 대표 당선에는 이른바 '신상효과'가 한몫했다. 때 묻지 않은 정치 신인에게 쏠리는 관심이다. '안철수 현상'이나 '반기문 돌풍' 등이 대표적이다.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가 보수 진영 1위를 달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황 대표나 주변 인물들이 이를 의식했다면 당 대표 출마는 너무 이르다. 대선으로 직행했어야 마땅하다. 당 대표는 잘해야 본전이다. 자칫하면 당내 계파 갈등으로 상처만 입기 십상이다. 대선 국면쯤 되면 만신창이가 되어 대선 후보조차 기약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지금 황 대표를 끌어낸 사람들의 가장 큰 목적은 자신들의 공천 기득권 지키기였다고 보아야 한다. 황 대표나 한국당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다."에이, 나쁜 X들 같으니." 지난해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씁쓸한 한마디였다. 반 전 총장의 '대통령 출마' 에피소드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준 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와 출마를 부추겼다고 한다. 그들의 말은 한결같았다. "총장님이 나서기만 하면 저희들이 모든 걸 책임지고 돕겠습니다." '모든 것'이란 말 속에는 돈 문제도 물론 포함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깃발을 들자 그들은 완전히 표변했다. 모든 걸 책임지기는커녕 현실은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더라는 것이다. 평생 공무원 생활로 일관한 반 전 총장이다. 배신과 식언을 일삼는 정치권에서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만난 황 대표가 같은 '공무원'이었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반 전 총장 사례가 황 대표에게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황 대표의 자세이다. 자신을 찾아와 공언한 '직업 정치꾼'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거나 그들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검사부터 장관,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이른바 '늘공'(직업공무원)은 모범생으로 충분하다. 틀을 벗어날 수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정치인은 때로 변칙 플레이도 필요하다. 링컨의 말처럼 북극성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진흙탕 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소문이겠지만 '공천 약속'도 혹시 했다면 잊어야 한다. 당 대표가 된 이상 모든 결정에 있어 대의(大義)를 우선한다면 소리(小利)를 앞세우는 자들은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황 대표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가 동력이 된 점이나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아 그럴 것이라 짐작해 본다. 황 대표의 목표가 대선에 있다면, 아니 그럴수록 우선순위가 자신의 안위에 쏠려서는 안 된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당과 보수 세력을 바로 세우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당권 경쟁 과정에서 황 대표는 "과거보다 미래에 초점을 맞추자"는 말을 무수히 반복했다. 어쩔 수 없이 탄핵 등 논란에 끌려 들어갔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함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과감한 화법으로 과거를 정리하고 당과 보수의 미래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미래도 열릴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대위가 부활할지 모른다는 냉소도 흐른다. '어대황'이 대표로 끝날지, '어차피 대세는 황교안'으로 굳어질지 여부는 다름 아닌 황 대표 본인에게 달려 있다.

2019-03-03 14:55:54

김계희 서양 화가

[광장] 영화로 가르치라

감성 교육에 있어서 나는 부모님들께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편씩 영화 보기를 권하곤 한다. 일 년 동안 꾸준히 영화 보기를 진행한 아이들은 상황 해석력이나 미묘한 감정에 대한 이해의 폭이 여느 아이들과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탄탄한 스토리와 영상, 음악이 합쳐진 종합 예술인 만큼 그 체험이 아이의 몸에 수년 동안 쌓여서 발휘하는 힘은 어마어마할 것이지만, 영화를 보여주는 더 중요한 이유는 감정을 다루고 이해하는 교감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교감 능력이 사회생활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듯, 상황의 맥락을 해석하는 이해력과 깊은 교감 능력은 행복한 관계를 형성하는 바탕이 된다.부모님의 각별한 관리를 받으며 공부로 대부분의 활동을 채우는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상황을 몸으로 체험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자신의 체험을 정서적으로 환원하는 폭 또한 점점 좁아지고 있는 듯하다.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의 영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에, 상대방의 감정의 깊이 또한 자신이 체험한 감정의 제한된 무게로밖에 다룰 수 없을 것이다.아이들에게, 교감의 능력을 만들어 주기 위한 대안이 있다면 바로 영화 보기일 것이다. 간접적인 체험이긴 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실제처럼 자신에게 이입시킬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바로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스토리가 있는 관계의 구조 속에서 자신이 어렴풋하게 체험한, 스스로 정의 내릴 수 없었던 감정에 대해 명확한 이해를 가능하게 만들어 줄 때도 있고, 또한 이해할 수 없었던 타인의 감정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 체험은 사유를 일으키고, 사유는 스스로와의 토론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이다. 거기에 감동이라는 파도가 마음을 휘젓고 지나간다면 커다란 마음의 재산이 생기는 셈이다.개인들의 역량이 더 중요했던 지금까지의 흐름과는 달리, 앞으로의 직업들은 지금보다 더 다양한 분야로부터 온, 능력 있는 개개인들이 팀을 구성하여, 보다 나은 결과물을 협업으로 만들어 내는 형태로 변화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팀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소통 능력이 매우 중요하게 평가될 것이고, 결국 팀원들의 가려진 마음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교감 능력을 갖춘 리더가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교육이 감성의 리더십을 기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고, 예술과 인문학 등의 교육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감성 교육에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에서 일주일에 한 편씩 오랜 기간 꾸준히 좋은 영화를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기존의 교육이 줄 수 없는 놀라운 효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영화를 고를 때는 아이들의 선호도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어느 정도 영화를 접하게 한 후에는 좋은 내용의 영화라면, 다양한 분야와 소재를 가진, 연령대가 높은 영화들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 잠시도 한눈팔 수 없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익숙한 아이들은 조금 지루한 장면에서 집중력이 흐려져 이야기의 맥을 놓치는 경우가 많지만, 몇 달만 꾸준히 영화를 보게 하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상황과 감정에 대한 해석력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 조금만 노력한다면 아이들에게 상상 이상의 값진 마음의 재산을 만들어 줄 수 있다.

2019-03-02 04:30:00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보다 공정한 심사를 바라며

자의적인 계량화는 숫자 놀음일 뿐심사위원 개인의 잣대 공정성 의문3·1운동 100주년 사업 활발 문화계국민 혈세 옳은 일에 옳게 사용하길심사는 결코 신뢰받지 못한다. 계량화도 대책이 안 된다. 모두가 인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점 없이(그런 기준점이 불가능하다) 다분히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계량화는 딱한 숫자 놀음일 뿐이다. '판단'이나 '감상'을 수치화하는 것부터가 신뢰받기 어려운 일이고, 사람마다 판단과 감상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심사위원을 결정하는 누군가가 있다. 사실 이분이 모든 심사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분이 어떤 영향력 있는 자의 청탁이나 압력을 받지 않고, 자신의 혈연·학연·지연 등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알아서 뭐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이 정한 합리적인 기준에 의거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분들을 선택했다면 일단 최상의 심사위원 구성일 테다.그런데 이 단계부터 절대적인 의심을 받는다. 실무자의 기준이 과연 공정했는가. 저 무수한 철밥통 심사위원들은 뭔가? 왜 누구나 예상할 만한 사람이 되겠는가. 불특정다수의 심사위원 풀에서 심사 임박 때마다 랜덤으로 뽑기도 하는데, 그 심사위원 풀은 누가 또 어떻게 선정해서 구성했는가? 의심하기로 들면 한없이 의심스럽다.아무튼 그렇게 해서 심사위원들이 정해졌다. 심사위원들이 어떤 로비도 받지 않고 어떤 인연에도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의 공정한 잣대로 심사했다고 하자. 그게 가능해? 역시 엄청나게 의심받는다. 여러 가지 의심을 받지만, 가장 큰 의심은 그 심사위원 개인의 잣대가 과연 공정할 것이냐는 것이다.누가 봐도 공정한 심사위원이 누구나 인정할 수 있게 공정하게 심사를 보았다 하더라도 결과는 신뢰받기 힘들다. 왜냐하면 혼자 심사 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이상한 일인지 당연한 일인지 아리송하지만 만장일치가 거의 없다. 합의점을 찾으려고 한다. 두어 분이 '최고'라고 강력히 주장하면 될 확률이 아주 높다. 다섯 사람이 '보통'이라고 본 작품이, 한두 사람이 '최우수'라고 주장한 작품들을 이기기도 한다. 다른 이들은 우수하다고 보지도 않았는데, 한 사람이 죽어도 이것이라고 우겨서 1등이 결정되는 때도 있다. 결국 다수결을 자주 한다. 합의가 이루어질 때 최선의 방법은 다수결밖에 없으니까. 하도 의견 일치가 안 돼 '당선작 없음'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심사위원부터가 만장일치하지 못한 작품이 대중 사이에서 두루 신뢰받기는 어려울 테다. 심사위원이 만장일치했다고 해서 대중에게 무조건 신뢰받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판단해서 아니면 대중은 아무렇지도 않게 심사위원을 욕한다. 보는 눈이 꽝이네!즉 제아무리 공정하게 위촉된 심사위원이 제 양심과 상식과 체면을 걸고 제아무리 공정하게 심사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최고'이거나 다수결이나 합의상으로는 '최고'일 수 있지만, 모두에게 '최고'인 작품'사업은 절대로 뽑힐 수가 없는 것이다. 딴은 공정하기 위해 예심이나 본심, 1·2차로 나누어진 심사는 더욱 불공정할 수 있다. 본심에서 최고였을 작품이 예심이나 1차에서 탈락하는 일이 왕왕 있다. 대중에게 최고였을 경우가 심사위원에게 무시당할 수도 있다.비교적 객관·공정하다는 문학판 심사에서도 그럴진대, 지연에 학연에 사제연에 사적 인연에 권력에 백에 로비에 알아서 기는 경우에 작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의심받는 각계 각 분야 허다한 각종 심사 결과를 대중이 신뢰하기란 대단히 어렵다.자기(네) 돈 쓰겠다는 데는 그래도 좀 공정하게 주면 안 될까, 바랄 수밖에 없겠다. 하지만 국민 세금 들어가는 데는 세금 들어가는 것이 의미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공정해야 한다. 보다 공정한 심사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겠지만, 어떻게 해도 제도상 불가능하다면 결국 심사자 개인의 상식과 양심에 달린 것일까? 역지사지라고 심사받는 마음으로 심사를 봐야 할 테다.3·1 만세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리기 위해서 상당한 돈이 문화예술계에 투여될 모양이다. 아무려나 보다 공정한 심사가 이뤄져 대중이 문화예술에 국민 혈세가 쓰이는 것이 옳은 일이며 옳게 쓰였다고 수긍할 만하게 행사가 이뤄지고 수작이 탄생하기를.

2019-02-28 11:52:04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예술은 습관에 반대한다

지인들과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가끔 시를 쓰는데 그럴 때마다 동행했던 지인들에게서 받는 질문이 있다. 너는 어떻게 그것을 보았느냐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보고 왔지만 사실은 다른 공간에서 다른 것을 본 셈이다.예술은 습관을 거부한다. 흔하디흔한 소주병 뚜껑으로 러브 기호를 만들어 놓은걸 본 적이 있다. 소주병 뚜껑으로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나 싶어서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았는데, 예술이란 이런 것이다. 주변의 흔하디흔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건져 올리는 것은 탁월한 예술가의 예에서만은 아니다. 예술가란 위대한 예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사물들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이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루스트는 섬세하고 긴 문장으로 유명하다. 현학적인 그의 문장은 '전 잉글랜드 프루스트 요약 경연대회'가 열릴 정도로 유명하다. 그는 "우리는10시에 모였습니다"라고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사소한 것들, 가령 어느 역에서 누구와 악수하고, 어떤 소리가 들렸으며, 날씨의 느낌은 어땠는지, 상점에서 파는 빵 냄새는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기를 원한다. 그는 사태에 대해서 대충 설명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섬세하고 세밀하게 상황과 대면하기를 원했다.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기차역의 풍경, 봄날 아침의 날씨, 바람의 살랑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등에서 예술가는 예술을 만든다. 그러므로 예술가는 습관을 반대한다. 예술가에게 습관보다 더 무서운 적은 없으며, 그들은 날마다 반복되는 것에서 새로운 느낌,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으면서 예술가는 다른 것을 보고 느낀다. '본다'라는 말은 무엇보다도 습관적이면서 무엇보다도 창조적이다.매화가 피기 시작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탐매에 나서는데 해마다 보았던 곳의 매화를 차례대로 순례하듯이 탐방한다. 그럼에도 매화는 해마다 다르고, 지난해와는 다른 기분으로 다가온다. 섬진강변의 소학정 백매를 시작으로 통도사 홍매,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 산청3매, 화엄사 홍매를 끝으로 탐매의 길은 막을 내린다. 해마다 거의 돌아보는 매화지만 해마다 색이 다르고, 향이 다르며, 스치는 바람의 느낌이 다르다. 매화는 때마다 다르게 보여지고, 나는 늘 다른 매화를 본다.같은 곳을 여행하면서도 다른 것을 보는 이유이다. 예술은 그 지점에서 꽃을 피운다. 천영애 시인

2019-02-28 11:31:43

이상철 자유기고가

[기고] 3대 도시 이야기

세계 최초의 도시는 이스라엘 지역의 '예리코'라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예리코' 지역은 다른 부족이 침입해, 먼저 살던 부족의 도시를 파괴하고 그 위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계속 반복되면서 형성되었다. 그 결과, 고대 도시가 있던 자리는 점점 높아져 커다란 언덕이 되었다고 한다.근대 이전의 도시들은 주로 정치 중심지인 도읍(都邑)을 중심으로 성장한 반면, 근대 이후 도시들은 제품의 대량생산과 대량수송에 유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또, 도시의 성장은 고용 기회를 증대시켜 더 많은 사람들을 도시로 이입(移入)하게 만들어 대도시를 출현시켰다. 이렇듯 고도의 사회적 분화와 지역적 이동의 산물인 도시들을 경험할 때면, 다르지만 꼭 닮은 듯 많은 공통점을 가진 도시들을 발견한다. 그 예로 대한민국의 대구와 일본의 나고야를 들 수 있다.우리나라 3대 도시를 흔히 서울-부산-대구라고 말한다. 비록 인구는 인천이 대구보다 많지만, 광역시 건제(建制) 순으로는 분명 대구가 3대 도시이다. 나고야도 인구수는 요코하마에 밀리지만, 공식적으로 도쿄-오사카와 더불어 3대 도시로 인정받고 있다.이 외에도 대구와 나고야는 많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세계적인 기업을 배출했다. 대구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업인 삼성을 배출했고, 워런 버핏이 투자한 대구텍이 있는 도시이다. 나고야는 도요타, 린나이 등 세계 굴지의 기업 본사가 있는 도시로서 일본 최고의 기업도시로 손꼽힌다. 또, 흥미로운 것은 양 도시가 과거 섬유업으로도 유명했다는 점이다.두 번째로는, 국가적인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다. 대구는 알려진 대로 대통령 등 많은 국가 지도자와 이상화, 현진건 등 많은 예술인들의 고향이다. 나고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오다 노부나가의 출신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아직까지 막부 시대의 향수가 남아 있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도시로 인식된다고 한다. 대구 또한 상대적으로 보수적 도시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은 양 도시의 교집합을 더욱더 크게 만든다.세 번째로 커피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대구는 이미 스타벅스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부터 드립커피를 선보인 '커피명가'를 비롯하여 다빈치, 핸즈커피, 봄봄 등 토종 커피 브랜드의 탄생지이다. 나고야는 카페왕국이라 불릴 만큼 전체 음식점 중 카페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국 평균의 2배라고 한다.마지막으로 세계적 관광도시로서의 성장 가능성이다. 먼저, 양 도시 모두 유명한 역사적 관광지가 많지 않으나 천년 고도로 유명한 도시인 경주, 교토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또, 지하철과 도로 선형이 우수할 뿐 아니라 고속철도 노선과 국제공항을 가지고 있어 교통이 매우 편리하다. 또한 인구도 대구가 246만 명, 나고야는 230만 명으로 엇비슷하다. 이렇듯 많은 공통점을 가진 대구와 나고야라는 도시가 더욱더 궁금해진다. 올해 여름휴가는 한국과 일본의 '3대 도시'인 대구와 나고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여행 작가인 다카하시 아유무는 이렇게 말했다. "소중한 것을 깨닫는 장소는 언제나 컴퓨터 앞이 아니라 파란 하늘 아래였다." 이번 여름은 대구와 나고야의 파란 하늘을 꼭 보자. 인생의 소중한 것을 깨달을 수도 있을 테니….

2019-02-28 11:24:00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올해는 3·1일 만세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맡는 뜻깊은 해다.누가 뭐라 해도 남과 북뿐만 아니라 세계 145개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매개로 아리랑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오늘날 세계인이 알고 있는 우리가 즐겨 부르는 아리랑은 다른 아리랑들과는 조금 다른 과정을 통해 이러한 자리매김을 했다고 할 수 있다.이 아리랑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로 알려진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곡으로 소개된 노래이다. 1926년 나운규는 무성영화 아리랑을 제작하며 서울(경기)아리랑을 변용하고 새로 편곡하여 영화의 주제곡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져 전국에 퍼져 당시 일제의 핍박에 고통받던 우리 민족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역할을 했다. 또 각 지역에서만 유행하던 다른 지역민요 아리랑들과 달리 같은 멜로디와 가사로 전 국민에게 알려지게 됨으로써 지금처럼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이 아리랑만큼은 함께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이 아리랑은 순수 전통음계의 음악은 아닌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 시대적 상황들과 맞물려 서양음악이 유입되고 또 많은 음악적 변화를 겪던 변혁기에 내적으로는 우리의 전통적 정서와 음계를 기초로 하여 서양음악의 음계를 사용한 체계로 만들어졌으며, 또 변화되어 현재의 모습을 이루게 된 것이다.이러한 얘기를 할 때 너무도 안타까운 점은 이 아리랑이 주제가로 쓰인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아리랑을 지금은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1926년 단성사에서 개봉한 나운규의 아리랑은 일제에 핍박받던 농촌의 현실과 참혹상을 그대로 담아 당시 우리 국민들과 그 설움을 함께 하여 왔으나, 그러한 이유로 일제는 상영을 중지시킴과 동시에 전국의 필름을 다 강탈하여 훼손하고 없애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1980년대에 우연히 일본의 한 인물이 아리랑의 필름을 소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어 온 국민들이 반환에의 희망을 가졌지만, 그 아베라는 인물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반환을 거부하다가 끝내 정확한 소재도 알려주지 않은 채 아베라는 인물은 세상을 떠나 버렸다.필자는 2011년 아리랑 유네스코 등재를 염원하며 아리랑을 극화(劇化)하여 매년 공연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위의 권유로 2013년 원작 나운규의 아리랑을 각색한 2차 저작물로 저작권 신청을 하였지만, 원작을 확인할 수 없어, 별도의 창작물인 1차 저작물로 저작권 신청이 된 것이다. 이제 3·1만세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맡는 이 시기에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아리랑을 탄생시킨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2019-02-28 11:09:38

정경상 작.

[갤러리 탐방]정경상 오오극장 자연+생명'

신문의 미래는 어떠할까. 그게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닐거다. 예상은 깨지라고 있는 거지만, 내 예측으로 신문은 모바일 전자기기와 클라우드 안에 자리를 잡을 것 같다. 현재의 신문지 크기지만 가볍고 접을 수 있는 태블렛 기기를 통해 새로운 기사가 전해진다. 정기구독 요청이나 보증금을 내면 기계를 받을 수 있다. 종이신문 또한 사라지지 않고 공존할 것이다.회화의 미래는 어떠할까. 회화의 종말 같은 언술은 절반은 팩트며, 나머지 절반은 엄살이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미술잡지들을 펼쳐놓고 기사가 다루는 내용을 살펴보면 여전히 회화의 빈도수가 크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미술이라고 생각하는 전통적인 그림그리기는 이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믿기 싫으면 부정해도 된다. 예술은 주관적인 자기 신념이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회화는 단순히 똑같이 그리는 시대를 지나서 여러 시도를 통해 화가 개인의 독자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예술성이 매겨진다.정경상은 주로 신문지에 그림을 그려왔다. 이는 신문에 대한 모독일까 찬미일까, 알쏭달쏭하다. 그는 신문지 위에 도시 일상을 그린다. 작가는 그림 도구를 챙겨서 시내로 나간다. 그는 길거리 서점 버스 전철을 스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빨리 잡아낸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심의 사람이 아니라 산 언덕배기에 자란 들풀을 그렸다. 신문지도 아니다. 이 전시는 말하자면 작가에겐 일탈이다. 하지만 그의 필선은 사람을 그리건 화초를 그리건 차이가 없다. 그림을 완성하는 시간만큼 전시 관객들이 머무는 시선도 짧다. 모든 예술이 영상의 지배를 받는 이 시대에, (예술)영화관에서 벌어지는 회화는 한편으로 역설이다.지금까지 나는 이 지면에 실리는 글을 굉장히 빨리 썼다. 짧게는 10분, 길어도 3,40분이었을 거다. 이 글을 쓰는데 10분이란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정경상의 전시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도 10분이다. 10분 안에 이루어지는 일은 많다. 내가 투자한 10분이 예컨대 학생들과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10분의 휴식 시간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정경상이란 화가는 속도감 있게 뒤쳐진 사람이다. 짧은 순간을 포착해 온 이 작가는 재빠른 손놀림과는 달리 세상을 느리게 산다. 핸드폰이나 이메일 계정 하나 없이 오직 그림 그 자체로써 자신을 알려온 그가 지금은 뒤쳐져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이 도시의 속도를 틀어쥐는 그의 필력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

2019-02-28 10:58:24

안규철 작 '단 하나의 책'. 2013년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출품작.

현대미술은 무엇일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마르셀 뒤샹'전이 4월7일까지 전시중이다. 뒤샹(프랑스계 미국인, 1887~1968)은 현대미술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다. 뒤샹이 자신의 노트에 쓴 질문, "'예술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없을까? CAN WORKS BE MADE WHICH ARE NOT 'OF ART'"는 현대미술이 왜 어려워졌는지를 짐작케 하는 태도이다. 1913년, 뒤샹은 최초의 움직이는 조각품(Kinetic Art), '자전거 바퀴'를 만들어 평범한 기성품의 원래 쓰임새를 배제하고 예술적 맥락에 배치하여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의미를 얻게 하는 '레디메이드'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다. 그리고 1917년에는 남성용 소변기에 R.Mutt라는 서명을 한 '샘Fountain'이라는 논쟁적인 오브제를 전시회에 출품하면서 예술에 부여된 여러 관습적 정의들을 완전히 뒤집었다.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일상과 예술의 위계적 구별 위에 서있는 근대적 예술 제도를 공격하기 위한 반反미학의 정치적 실천이었던 것이다. 관습적인 전통 예술에 대하여 다른 가능성을 발굴하려는, 지금, 이곳 동시대예술가의 태도에 관해서는, 봉산문화회관의 기획전시 '또 다른 가능성-드로잉'에서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전시는 전통적 미술의 거부에 관한 역사적 기억들을 상기하려고 한다. 1874년 봄, 모네, 피사로, 시슬레, 드가, 르누아르 등을 중심으로 프랑스 관선의 살롱에 대항하여 최초로 화가 자생의 단체전시를 열었던 회화운동으로서 '인상주의'의 혁신을, 1905년의 '야수주의'의 분방함을, 1916년 2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작가 겸 연출가인 휴고 발이 카바레 볼테르를 개점하고, 시인인 트리스탕 차라, 리하르트 휠젠벡 등과 함께 과거의 예술형식과 가치를 부정하고 비합리적, 반도덕적, 비심미적非審美的인 것을 찬미했던 '다다'의 예술정신을, 1974년 가을, 서울 중심의 중앙집권적인 예술 활동에 대응하여 김기동, 김영진, 김재윤, 김종호, 이강소, 이명미, 이묘춘, 이향미, 이현재, 최병소, 황태갑, 황현욱 등이 추진하였던 '대구현대미술제'의 실험성을 기억하려는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과격하고 혁신적인 미술운동이 지향하고 나선 것은 대부분 르네상스 이래 존중되어온 전통적 미술의 거부였다. 20세기후반 혹은 넓게는 20세기 미술을 지칭하는 현대미술은 이미 체화된 관습적인 것들과 분리하고, 예술의 높은 위계를 끌어내려 평범한 인간 활동으로 재통합시키며, 지금 우리 시대에 대하여 새롭게 지각하고, 반응하고, 논평하려는 시각예술 행위의 변화 과정이라 말해야하지 않을까? 미술가 안규철은 컨템포러리 아트에 대한 글에서, "이제 미술은 시대를 초월해서 영원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에 한정된다. 미술이 생산하는 가치는, 이제까지 우리가 믿어 온 것처럼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소비되고 소멸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 작가도, 작품도, 미술사조도 시대와 함께(con-) 한시적(temporary)으로 머물다 사라진다."고 했고, 또 미술가 김홍석은 "다다이스트들은 기존 미술의 변화를 위해 기이한 제스처를 했다면, 현대미술가들은 관람자들의 인식과 미술공간의 풍경이 달라지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동시대미술의 지향이 새로운 형식과 창조적 상상력을 통한 우리의 인식과 미술 풍경의 변화・향상에 있으며, 이것은 지금 이 시대에 관련한 소재, 대상, 기술, 태도의 시각예술 행위를 통하여 당연히 실천될 수밖에 없으리라 믿고 있다. 봉산문화회관큐레이터 정종구

2019-02-28 10:56:59

김주영 소설가

[새론새평] 누가 염소가 가는 길을 두려워하는 가

지자체 갖가지 명분 현금복지 혈안곳간 바닥나 이도저도 못하게 될 때국민이 겪을 금단 현상에 가슴 답답어떤 핑계대며 책임 회피하려는가상거래의 패턴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커피 한 잔을 위한 거래에도 카드를 쓰거나 모바일로 처리하는 것이 생활화되었다. 이런 시대에 지난날과 같이 현금 거래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 있다. 첫째는 도박판이고, 그다음은 오일장의 쇠전마당이다. 이들 두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현금 박치기'란 거래 관행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원매인(願買人)이 점퍼 안주머니에서 현금다발을 꺼내 들고 흔들어대면, 멱살잡이까지 하며 살벌하게 다투던 흥정은 순식간에 결판난다. 도박판 역시 묵직한 현금다발을 호기 있게 판돈으로 던지는 순간, 밑천이 쪼들려 전전긍긍하던 상대는 기가 팍 죽어 판세는 금방 뒤집힌다. 시쳇말로 현금 박치기란 그처럼 머리 없는 닭처럼 우왕좌왕하던 흥정에 치명적인 결정력을 안긴다. 흥정 과정에서 치닫기만 하던 갈등을 단숨에 무력화하는 살상력을 갖는다. 결말은 언제나 돈다발을 손에 쥔 사람의 기선잡기로 끝난다.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이 갖가지 명분을 만들어 도박판처럼 현금 복지를 펌프질하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혹은 자기 과시욕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일수록 이런저런 명분을 내건 현금 복지에 혈안이 되어 있다.몇 해 전 중국 이웃에 있는 나라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나라는 광산 채굴권을 외국 회사에 넘겨주고 받은 거액의 보상금을 그대로 국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다. 그때 만났던 그 나라의 한 교수는 위정자를 가리켜 한심하고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상스러운 말로 폄훼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위정자가 당장은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칭송을 들을 만하다. 그러나 한 잔의 우유를 마시기 위해 소를 잡는 실수를 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절하로부터 비켜나지 못했다. 그것처럼 무분별하게 현금을 뿌려대다가 나중에 곳간이 바닥나서 이도저도 못하게 되었을 때, 국민들이 겪는 금단 현상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그때는 또 무엇을 핑계하며 누구에게 책임을 돌릴 것인가. 누가 그건 내 탓이오 하고 나설 것인가. 쏟아지는 질책과 비난에도 필경 시치미를 떼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꿀 먹은 벙어리처럼 남의 등 뒤에 숨어 먼산바라기를 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 빈약한 재원 때문에 현금 복지의 생색을 낼 수 없는 대다수 지자체의 책임자는 가만히 앉아서 무능력한 행정가라는 지탄을 받게 되었다.사막에서 양떼를 기르며 살아가는 유목민들이 터득한 지혜를 기억하자. 목초지에서 풀을 뜯고 있는 수백 마리의 양떼를 유심히 관찰해보면, 그 가운데 몇 마리의 염소들이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양떼는 그냥 두면 한자리에서만 맴돌며 풀을 뜯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염소는 새로운 식량원이 기다리는 싱싱한 목초지를 찾아 계속 자리를 옮겨 다니는 습성을 가졌다. 양떼는 습관적으로 염소의 뒤를 따라다닌다. 결국 양떼들을 좋은 목초지로 데려가는 것은 뒤를 따르는 목동이 아닌 앞장선 염소들이다.그냥 두면 목초지는 얼마 가지 않아 황폐화되어 목초지로서의 역할을 끝장내고 말 것이다. 뿌려대고 있는 지자체들의 현금 재원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세금임이 분명하다. 양떼들처럼 손쉬운 세금만을 파먹다 보면 머지않은 장래에 곳간은 거덜나고 말 것이다. 물고기가 먹고 싶으면 냇가로 가지 말고 집으로 달려가 그물을 짜라는 말이 있다. 현금 복지에 앞서 그 재원이 고갈되지 않는 방도부터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세금은 어디서 발생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기업체에 성장 동력을 실어줌으로써 재원의 지속성이 유지되리라 믿는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현금 살포만 계속할 것이 아니다.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내는 염소의 지혜에 주목할 일이다. 쌓여 있는 돈 바가지로 퍼 나르기는 삼척동자나 철부지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범람하는 강물은 빠르고 거칠다. 그래서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2019-02-28 03:30:00

임성호 임성호한의원 원장

[임성호의 매일보감] 안면홍조

지구온난화로 사흘은 춥지만 나흘은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반복된다는 의미의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초등학교 시험 문제로 출제되지 않은 지 십수 년 지났다.남녘의 꽃소식들로 날씨가 많이 풀렸다지만 아직은 아침저녁의 찬 공기로 두꺼운 겨울 외투를 벗어버리기에는 이르다. 자칫 꽃샘추위에 자만하다가는 겨울철 못지않은 계절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수입이 변변치 않은 홀몸노인들이나 저소득층 서민 어르신들이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 병원을 찾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처음에는 '화병(火病)인가?' '조열(潮熱)인가?' '갱년기의 허열(虛熱)인가?' 고민하게 된다. 치료를 위해 문진을 하다 보면 대부분 어르신들은 전기장판과 옷으로만 체온을 유지해, 온기가 없는 차가운 공간에서 생활하여 안면의 혈관이 수축해 있다가 따뜻한 곳에 들어서면서 혈관이 확장되어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홍조를 앓고 있었다. 체온 관리를 못 하면 몸이 더 차가워져 혈액 순환이 약해지고 면역력의 약화가 심해져 감기, 폐렴 등이 생기고 통증도 더 심해질 수 있다. 안면 모세혈관이 지나치게 확장되어 피부가 붉어지면서 열감과 함께 땀이 나거나 심장박동이 빨라져 가슴이 답답하고 숨 막히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안면홍조는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라 인체의 내부적인 질환이므로 근본적인 치료를 하여야 한다.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니, 소득주도성장이니 정부는 정권이 바뀔 적마다 새로운 국정지표를 내놓지만 아직도 변변치 않은 전월세에 기대어 사는 많은 국민들은 가슴 벅찬 희망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아니라 얼음장 같은 경제에 안면홍조를 앓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서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근로자들은 오늘도 일자리 찾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겉으로 포장된 지표보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제정책으로 서민들의 군불을 지피는 것이 안면홍조 치료법일 것이다.임성호한의원 원장

2019-02-27 19:30:00

정순희 작 '청산도'

[내가 읽은 책]내 안의 황금 깃털/ 황금 깃털/정설아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

시간을 넘나드는 능력과 후회스러운 과거의 한 지점을 지울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면 인간은 어떠할까? 이런 상상이 날개를 펼쳐 영화나 소설이 되기도 하고, 흥미로운 동화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정설아의 동화 '황금 깃털'은 시간 이동의 판타지를 통해 어린이들이 겪는 삶의 갈등을 어른들의 세계까지 확장 시키는 의미 있는 이야기이다.정설아는 EBS 방송작가로 활동하다가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으로 동화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누군가를 위하는 용기, 미운 사람을 해하지 않을 용기, 시간을 견딜 줄 아는 용기를 어린 친구들과 나누고자 쓴 작품 '황금 깃털'이 제8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하며 독자들을 만났다. 그동안 '나 오늘 일기 뭐 써?' '폭탄 머리 내 짝꿍' '생각이 커지는 철학동화' 등도 발표했다."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했다."는 동화의 첫 문장과 "잿빛 구름은 보이지 않았다"는 맨 마지막 문장까지 시간의 섬이라는 판타지 공간과 현실을 오가는 구성 덕분에 이야기 속으로 쑥 빠져든다.주인공 해미는 경아를 괴롭히는 지수와 친해지기 위해 지수와 한편이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를 같이 헐뜯으면서 친밀감을 느끼고, 그 친구를 해함으로써 지수와 우정이 깊어진다. 부모에게 착한 딸로, 지수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서 한 일이 결국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자 해미는 일기장을 통해 시간의 섬에 간다. 그곳에서 과거를 고칠 수 있다는 황금 깃털을 가지고 부끄러운 지난 일들을 지운다."다시 가탈의 성을 찾았다. 가탈은 웃으며 해미를 반겼다.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다시 사는 거, 꽤 편하지?' 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로 돌아가니 싫었던 기억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미리 짐작할 수도 있어 좋았다." -p150가탈의 얘기대로 하자 해미는 모든 게 완벽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건 잠시 뿐, 새롭게 시작한 일들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들며 더 복잡하게 꼬여든다. 그러자 해미는 과거로, 더 과거로 가서 문제되는 일을 지우는 데만 급급해한다. 시간의 섬에서 해미를 이끌어준 보짱은 가탈의 말처럼 과거를 지우는 것이 시간을 갖는 것도, 과거를 고치는 것도 아니라고 설득한다. 하지만 해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결국 해미를 가장 진실하게 대해주었던 할머니를 통해 후회스런 과거를 지운다고 해서 삶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어둠이 무섭다고 자꾸만 불을 껐다 켜면 어떻게 될까? 불을 끄는 순간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겁을 먹게 되지. 하지만 어둠을 견디다 보면 금세 익숙해져서 눈앞의 것이 서서히 보이게 되잖니? 시간도 마찬가지야. 당장 눈앞에 놓인 어려움이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두렵고 무서워도 조금만 견디다보면 모든 것이 보이게 되어 두려움과 무서움을 이겨 낼 수 있게 되는 거란다." -p203과거를 지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독자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지점이다. 누구나 가슴속에 황금 깃털을 가지고 있다. 현재가 즐겁지 않아서 과거를 고치고 싶은 유혹이 있을 때 황금 깃털을 꺼내 과거를 지우고 새로 살지, 지나온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의 그 자리를 견뎌낼지, 그것은 우리 각자의 몫이 아닐까.

2019-02-27 11:35:29

김은혜

[매일춘추]건강한 의사소통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와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역기능적 의사소통을 하는 부모-자녀관계를 살펴보면 두 가지 공통적 특성을 지닌다. 첫째는 부모가 아이를 정말 사랑하고 있지만, 막상 자녀는 전혀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 둘째는 부모의 말치고 틀린 말이 없는데 전달은 전혀 되지 않는 것이다. 왜 다 자녀가 잘 되라고 하는 말인데 전달이 안될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청소년기가 되면 원래 말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청소년기는 정체감이 발달하는 시기이면서, 자신의 성장과 성숙에 혼란과 궁금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공감받길 원하는 때이다.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의사소통에서 언어적인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7%정도밖에 되지 않고, 그 외 목소리, 음조, 억양, 크기 등의 표현같은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 90% 이상에 달한다고 말한다. 즉 의사소통에는 실제적인 음성 이외에 많은 것이 오고 가며,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서로 눈을 맞추고, 언어적인 것과 비언어적인 것이 일치할 때, 대화는 비로소 시작된다. 무엇보다 대화 시의 눈 맞춤은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한 첫 걸음이며,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심리학자 자크 루빈 교수의 실험에서는 오랫동안 눈을 쳐다보는 커플일수록 애정 설문에서 높은 수치가 나와 눈 맞춤은 호감도와 비례한다고도 보고한다. 자녀의 뒷통수에 대고 하는 잔소리가 먹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다음으로는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가'에 대한 점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소통에 있어서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이럴 것이다!'라는 착각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인 경청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으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공감적 반응이다. 적극적인 경청이 이루어질 때에서야 비로소 상대로 하여금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신뢰감을 주게 되고 감정의 표출이 가능해진다. 즉, 그제서야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대화의 기본은 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된다. 자녀가 자라면서 점점 멀어지는 부모-자녀관계를 좁히길 원한다면 부모의 옳은 말을 잠시 내려놓고 먼저 자녀의 말을 편견 없이 듣고, 충분히 공감하여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때 대화는 시작된다. 나아가 존중과 신뢰를 보여주는 부모의 모습은 거울뉴런효과에 따라 자녀가 사회에 적응하고 문화를 배워나가며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아는 공감의 힘을 키우고 감정을 이해하는 감성 능력을 키워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할 것이다.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2-27 11:17:56

동성로에서 진행한 독도수호 게릴라 캠페인.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창의성은 15도 비트는 것이다

매년 삼일절만 되면 동성로에서 진행한 '독도 수호 게릴라 캠페인'이 생각난다. 벌써 6년이 지난 작업이다.광고인으로서 삼일절을 뜻깊게 보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그러던 중 독도 광고를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대단한 애국심이 발동해서 하고자 한 광고는 아니었다. 다만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말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광고인으로서 가장 뜻깊게 삼일절을 보낼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자연스럽게 태극기와 일장기가 떠올랐다. 이 두 가지 이미지를 재료로 활용하면 괜찮은 광고가 나올 듯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해봤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상황이 마치 태극기의 건곤감리 중 하나를 자기들 것이라 우기는 것 같았다. 태극기의 '곤'을 일장기에 붙여봤다. 굉장히 자극적인 이미지가 탄생했다. 태극기에 '곤'이 없어도 마찬가지였다. 고백하자면 필자는 태극기의 '곤'이 의미하는 것이 뭔지 몰랐다. 광고를 만들며 찾아보니 '곤'이 땅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도가 땅이니 이보다 더 맞아 떨어지는 표현법이 없었다.드디어 찾아온 삼일절, 나는 그 광고를 대형 현수막으로 제작해 동성로로 나갔다. 좋은 취지의 캠페인에 고맙게도 후배들이 힘을 보태주었다. 현수막을 들고 캠페인에 동참해준 것이다.우리는 대구백화점 앞에 태극기와 일장기를 마주 보게 하고 세웠다. 그 순간 공기가 멈춘 것 같은 정적이 흘렀다. 그렇게 큰 현수막을 들고 동성로에서 게릴라 광고를 한 사례도 없었고 더욱이 공익 광고여서 그랬을 것이다.이내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아이들은 광고를 배경으로 엄마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광고 기획자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광고가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바로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일본인들을 본 순간이었다. 카피를 영어로도 적어두어서 분명히 이 광고의 의미를 그들은 알았을 것이다. 인터뷰라도 하고 싶어서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소형 마이크를 들고 뛰어오는 내 모습이 부담스러웠던 건지 그들은 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했다. 아쉬웠다. 왜 독도수호 광고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지 물어보고 싶었다.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성은 더욱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사람들은 창의성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늘 강조하듯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없었던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드는 건 창조이다. 즉, 신의 영역이다.우리는 세상에 있던 것을 조금 비틀거나 섞어두기만 하면 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필자가 제작한 독도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건곤감리 중 '곤' 하나만 일장기에 붙여둔 것이다. 하지만 그 임팩트는 대단했다. 우리가 익숙한 이미지에서 조금만 바뀌었는데도 굉장히 다른 이미지가 탄생한 것이다.6년 전 독도 캠페인을 했던 날, 이 광고를 보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이 총각, 왜 김 한장을 일장기에 붙여 놨노?" 창의성은 바로 이런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2-27 10:15:51

박용욱 신부 대구가톨릭대 의대 윤리학교실 주임교수

[종교칼럼]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몇 해 전에 졸업한 제자가 문자로 안부 인사를 보내왔다. 타 지역의 이름난 병원에서 소아과 전공의로 일하고 있는 제자다.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것보다 소아과 특성상 마음 아픈 일이 많아서 보호자랑 엉엉 울기도 하고 당직 서다 울기도 하면서 지냈단다.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의사로 성장하는 것 같아 내심 고맙고 흐뭇했다. 한편으로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소아과는 앞으로 환자 수가 계속 줄어들 텐데, 괜찮겠니?'곳곳에 병원이 늘어가고 있지만 유독 산부인과와 소아과는 고전 중이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2014년부터 17년까지 전체 병의원 사업자 수가 7.4%포인트(p) 증가했지만, 13개 진료과 중에서 산부인과만 3.7%p 줄어들었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5만원만 내면 2박 3일간 1인 특실과 가족분만실, 무통분만, 산모 고급식, 초음파비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저출산 문제가 워낙 심각해서다. 그런 와중에 신경정신과는 17.2%p가 늘었고 심지어 동물병원도 13.8%p나 늘었단다. 거칠게 말하자면 아기는 안 낳는 대신에 반려동물에 공을 들이는, 제정신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말이다. 최다 출생수를 기록했던 1960년에 108만 명쯤 태어났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연령층인 1971년생이 약 102만 명 태어나서 현재 94만 명쯤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해 30만 명대로 떨어진 출생자 수는 국가 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우리보다 먼저 인구절벽에 다다라 고령사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도 합계출산율이 1.44명은 되는데, 지난해 우리나라는 0.97명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더 내려갈 것이라는 예측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일을 할 청년도, 군대 갈 청년도, 세금으로 노인 세대를 부양할 사람도 모두 부족해질 것이다. 그나마 파국을 늦추거나 피해갈 수 있는 요인으로 남북 관계 회복과 경제 교류 같은 변수가 있겠지만, 아직도 대결을 부추기고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는 한 그마저도 요원하다.이런 가운데 예수께서 하신 말씀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마르코 9.37)원래 이 말씀은 작고 겸손하며 보호받아야 할 약자들을 돌보라는 뜻인데, 그 작고 겸손한 처지의 약자 중에 태어나야 할 아기들을 포함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태어날 생명을 하느님의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 테고, 태어나기 전부터 그 생명의 행복과 불행을 미리 재단하면서 출생의 기회마저 포기하는 사회에 미래와 희망이 있을 수 없다.결혼과 출생의 당사자가 되는 젊은이들이 출산을 축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인생과 생명을 보는 눈을 달리하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생명은 하느님 은총의 산물이며, 모든 생명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돌보신다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다.

2019-02-27 10:02:39

이창재 경북도 감사관

[기고]청렴이 경쟁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사상 최초로 수출 6천억 달러를 달성하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어 세계 6위 수출국이 됐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 경제 강국임을 알려주는 '30-50클럽'에도 가입했다. 경제성장률도 경제발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삶이 고단한 국민이 여전히 많으며 국제적 청렴 수준도 경제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지난 1월 말에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우리나라는 57점을 받아 180개국 중 45위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6단계 상승했으나 OECD 36개국 중 30위 수준이다.부패인식지수는 국제투명성기구가 '공무원 및 정치인들에게 부패가 존재하고 있다고 인식되는 정도'에 기초해 각국 부패정도를 수치화한 뒤 순위로 나타낸 지표다.국민권익위원회도 우리 사회에 대한 국민의 '부패 인식도'를 조사해 발표한다. 지난해 이 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가 시행한 반부패 정책을 국민 79.4%가 인지하고 있으며 가장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반부패 정책으로 '채용비리·갑질·부당출장 지원 등 불공정 행위 대책 마련'(57.9%)을 꼽았다. 채용비리 대책마련 등 정부 반부패 정책으로 사회전반에서 청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문제는 공직사회 부패수준 조사결과를 보면 일반 국민의 40.9%가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한 반면 공직자는 7.7%만이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한 점이다. 이러한 격차는 공무원의 부패 개념이 금품 수수·횡령 등 전통적 부패에 머물러 있고 국민이 요구하는 '청렴'이란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념으로 변한 탓이다.공직자가 업무지연·책임회피와 같이 소극행정을 해도 국민은 청렴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일선 공무원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이에 경북도는 지난해 7월 이철우 도지사가 취임하면서 경북을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우뚝 세우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경북의 자긍심을 되찾기 위해 경주하고 있다. 특히 청렴을 대외에 천명하고 실천해 권익위 청렴도 평가결과가 5등급에서 3등급으로 상승, '청렴경북'의 새 전기를 만들고 있다.공직자와 공공기관의 신뢰와 품격은 청렴에서 나온다. 청렴은 공직자가 지켜야 하는 기본 책무이며 도민은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한다. 생각에만 머물지 않고 조그만한 것부터 직접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여기에는 기관장의 의지와 모든 조직 구성원들의 참여가 필수 조건이다.다산 정약용 선생은 "청렴은 세상에서 가장 이익이 많은 장사"라며 "참으로 욕심이 큰 사람이라면 청렴해야 한다. 청렴하지 못한 사람은 그 지혜가 짧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정직하고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경북도는 행정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다.도청 공직자들은 '환골탈태'의 각오로 그동안 부당하고 불합리했던 관행을 과감히 없애는 '대변혁'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동참하고 실천할 각오다. 그것이 도민에 대한 도리이며 역사적 소명이라고 본다.

2019-02-26 19: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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