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이성재 대구 서부소방서 행정안전팀장

[기고] 작은 관심, 큰 안전

바야흐로 한 해 계획을 구상하는 1월이다. 이맘때면 사람들은 새해를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야심 차게 목표를 세울 것이다.필자 역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보람 있게 할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바로 독서와 운동이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바쁘고 귀찮다는 핑계로 미루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었네", "피곤하니까 운동은 내일 해야겠다" 하는 식이다.'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사흘만 지나도 목표는 조금씩 잊힌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덧 새로운 해를 덜컥 맞이하면서 후회에 휩싸이기도 한다. 하지만 하루 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잠깐 책을 읽거나 운동할 시간 정도는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일종의 핑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우리의 생활 속 안전 점검도 이와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앗아가는 화마(火魔), 그 불씨의 시작은 아주 작은 무관심에서 시작된다. 귀찮아서 혹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아주 잠깐의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겨울철이 되면 화기 사용과 실내 활동이 증가하게 되면서 화재의 위험 요인도 함께 증가한다.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철에 화재 발생 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특히 겨울철에는 난방용품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화재가 늘어난다.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2014~2018년 전국적으로 겨울철 난방용품에서 발생한 화재 중에서 전기장판·전기히터가 1천603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열선 1천207건, 화목보일러 1천184건의 순이었다.특히 전기장판, 전기히터 등의 난방용품은 온갖 전선과 발열체들로 이루어져 전선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고, 그 전기를 열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화재 발생의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또한 장기간 보관하는 과정에서 접혔던 부분의 열선 피복 손상으로 발열되거나, 전기장판 위에 천연고무 침구류를 장시간 놓아둘 경우 혹은 전기장판 자체의 노후화로 열선이 단선이 되어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이러한 위험 요소들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작은 관심'들은 무엇이 있을까?우선 겨울철 난방용품은 가급적이면 같은 시간대에 1개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옷장이나 이불, 소파 등 가연성 물질 가까이에서는 난방용품을 자제하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난방용품은 반드시 고장 여부를 확인해야겠다.그리고 전기장판은 KC마크와 EMF마크가 있는지 확인하고, 사용하기 전에는 전선의 파열 여부나 장판이 파손되거나 마모된 곳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온도 조절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작동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애프터서비스(AS)를 받아야 한다.화재 예방을 위한 작은 무관심. 이처럼 너무 당연한 것들이지만 우리가 매년 세웠던 야심 찬 새해 목표와 마찬가지로 '바빠서' 혹은 '귀찮아서'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작은 무관심들이 쌓이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데,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부주의'이다.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간 2천107건으로 이는 대구에서 발생한 약 4천375건의 화재 중 48%를 차지하는 높은 수치다. 곱씹어 생각해보면 지난 한 해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4천여 건의 화재 출동들이다.경자년 새해, 우리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며 한 해를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쥐꼬리만큼' 작은 관심이 커다란 화마를 이겨낼 수 있다는 것도 함께 명심하자.

2020-01-13 15:18:56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매일춘추] 시간이 만들어낸 공간 '교차된 시선'전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다. 인생을 걸쳐 매일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속에서 우리는 삶의 이야기를 쓰면서 살아간다.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의 소설 '태고의 시간들'은 20세기 폴란드 역사를 관통하여 탄생에서부터 성장, 결혼, 출산, 노화,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여성들의 삶의 여정을 그리는 소설이다. 태고라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시간이 하나씩 이야기되는데 그들이 살아가는 인간적인 모습과 사건들로 태고라는 마을의 시간들이 채워지는 이야기이다.작가의 시선에서 이해하고 풀어낸 시간의 흐름은 태고의 마을이라는 하나의 공간이 되고, 소설은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태고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크워스카의 시간, 플로렌티카의 시간, 루타의 시간, 게임의 시간 등 누구누구의 시간이 촘촘히 엮여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게 되고, 태고마을은 그들의 시간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공간이 된다. 그렇게 '시간은 공간이 된다'라는 것이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으로 기억된다.대구예술발전소에도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예술가에게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이들 간의 네트워킹으로 각자의 활동영역을 넓히고 예술의 깊이를 더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레지던시에 선정된 작가들은 매일같이 1년 365일 동안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작업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작가들과 만나게 된다.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게는 무용수를 만나본 적이 없어 처음 만나는 시간이 어색하기도 하고, 전통악기 연주자에게는 영상작가, 설치작가가 생소하기만 했다. 같은 장르의 작가에게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작업한다는 것이 그리 자연스럽지만은 않았다.하지만 스튜디오 복도에서 매일같이 굿모닝 인사를 나누고, 점심에는 무엇을 먹었고,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상의 이야기를 종종 나누면서 자연스레 서로의 예술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나와 다른 장르의 작가와 함께 작업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했다.작가들의 수많은 시간이 엮여서 그들의 예술 세계가 만들어지고, 그들만의 예술세계가 모여 하나의 공간이 되어 태고의 마을과 같은 대구예술발전소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입주작가들이 지나온 시간 동안 함께 만들어 낸 특별한 공간을 엿볼 수 있는 전시인 '교차된 시선'이 오는 14일부터 열린다.대구예술발전소에서의 1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들이 던지는 다양한 시선들이 조우하고,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면서 공존하며 대립하는 공간을 창조해냈다면, 그 공간에서 평면, 사진, 영상, 설치, 무용 등의 방식으로 다양한 그들의 생각과 움직임을 예술작품으로 보여주는 전시이다.예술가들의 시간으로 엮어진 작품과 그들이 만들어 낸 대구예술발전소에서의 특별한 공간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제안해 본다.

2020-01-13 11:19:43

권은태 (사)대구콘텐츠플랫폼 공동대표

[이른 아침에] 공멸할 것인가 공존할 것인가

지난 한 해 시종일관 싸워댄 정치권사회 전체가 온통 싸움판으로 보여지도자라면 모두가 싸우자고 할 때공존의 길 찾아 보여 줄 수 있어야 '킹덤 오브 헤븐'은 십자군 전쟁을 다룬 영화다. 리들리 스콧이 감독한 이 영화의 막바지쯤 이런 대사가 나온다. "예루살렘은 무엇이오?" 발리안(올랜도 블룸 분)이 불현듯 묻는다. 그러자 살라딘(가산 마소드 분)이 태연스레 "아무것도 아니오" (Nothing)라고 답한다. 그런 다음 씩 웃으며 "모든 것이기도 하고"(Everything)라며 한마디를 덧붙인다. 예루살렘은 기독교와 이슬람 양쪽 모두의 성지다. 발리안은 그 예루살렘을 지키는 십자군의 대장이고 살라딘은 자신들의 성지를 되찾으려 군대를 몰아온 이슬람의 왕이다. 양측은 몇 날 며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하지만 승부는 나지 않고 계속되는 싸움에 병사들의 희생만 늘어 갔다. 게다가 도시마저 점차 파괴되자 두 사람은 결국 얼굴을 마주한 채 협상을 시작한다. 발리안은 예루살렘을 내어주고 살라딘은 기독교인들의 안전한 철수를 보장할 것, 둘은 그렇게 합의함으로써 상황을 타결한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살상과 파괴도 막을 내린다. 위의 장면은 협상을 막 끝내고 돌아가던 살라딘을 향해 발리안이 혼잣말처럼 던지는 질문으로 시작된다.사실, 종교적 또는 상징적 의미를 제외하고 나면 예루살렘이 그리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땅은 아니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이교도를 모조리 멸해야 한다는 생각 같은 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발리안은 기독교인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으로, 그리고 살라딘은 이슬람의 자존심을 지켜낸 것으로 충분했다. 그들은 그들과 그들 세상의 평화와 번영을 원했고 그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할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둘은 서로 통했고 의표를 찌르는 질문과 절묘한 답변이 그래서 나올 수 있었다. 비록 영화 속 이야기지만 천 년 전에도 그랬다. 상대를 쳐서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상을 덮을 때도 그렇게 하면 결국은 공멸하고 만다는 이치를 깨닫고 실천하는 지도자들이 있었다.조금 뜬금없을지 모르겠으나 올해는 우리 정치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 지난 한 해 국회는 문 연 날 치고 안 싸운 날이 없다시피 했다. 심지어 문을 열기 전에도 싸웠고 문을 닫은 후에도 싸웠으며 급기야 문을 어떻게 열 것인가와 어떻게 닫을 것인가를 두고도 싸웠다. 물론 국민을 대신해 싸움도 하라고 국회로 보낸 국회의원들이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였다. 그들은 등 뒤로 수천 만의 국민이 지켜보고 있거나 말거나 한 번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저 자기들끼리만 웃다가 삐치고 화내고 비난하더니 결국엔 몸싸움까지 해가며 시종일관 싸워댔다. 예전에 한 초선 국회의원이 그랬다. 그 안에 들어서면 그곳이 마치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고.여론조사기관들과 미디어도 한몫했다. 눈만 뜨면 정당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이 보수 대 진보, 몇 대 몇으로 나뉘어 흘러나왔다. 마치 격투기 선수들이 매 라운드 상대를 가격해 따낸 점수처럼 말이다. 때론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체가 온통 싸움판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더구나 보수와 진보는 실체조차 모호하다. 정치적 이념이 실제적 의미를 지니려면 그것에서 그 사람의 정치적 행위가 비롯되고 그것으로 그 사람의 정치적 선택이 매듭지어져야 한다. 하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 이념에 따라 정치적 선택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정치적 선택에 따라 이념이 달라진다. 그러니 누가, 무엇 때문에, 왜 그 편에 서서 싸우는지 설명이 안 된다. 심지어 보수 정치인도 보수의 가치를 모르고 진보 정치인 또한 진보가 뭔지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여론조사기관들은 새해에도 변함없다. '당신의 이념적 성향은 무엇입니까?'를 무슨 인적사항 묻듯이 반복한다. 다른 결괏값들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고 그게 아니라면, 그리고 굳이 그게 필요하다면 그 값을 구해내는 건 자기들 몫의 일일 텐데 말이다.올해는 총선까지 있는 해라 더 난망하지만 그래도 어지간히 좀 하자. 그까짓 이념, 배고플 때 밥 한 그릇만도 못 한 것 아닌가? 역사에서 증오와 저주, 대결과 적개심이 시대정신을 대신했던 적은 없다. 적어도 지도자라면 모두가 싸우자고 할 때에도 협상하고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 공존의 길을 찾아내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올해는 그렇게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한다.

2020-01-12 15:43:27

박창원 문화도시 심의위원

[기고] 대구는 문화도시에 재도전해야 하나

'모든 도시는 특별하다.'문화도시 추진의 모토였다. 지역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살려 도시 브랜드를 만들고 사회경제 활성화로 연결되어야 하는 당위성과 맞닿아 있다. 그렇다 한들 모든 도시를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꺼내 든 것이 문화도시 지정이었다. 지원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재정이었다. 적지 않은 돈을 그것도 5년 동안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의 도시들은 솔깃했다. 게다가 단체장들은 덤으로 업적 홍보를 할 수 있으니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2018년 5월 문화도시가 첫발을 내디뎠다. 문화도시의 지정 근거는 2014년 만든 지역문화진흥법에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예비사업자로 19개 지방자치단체가 신청을 했다. 서류와 현장 평가를 거쳐 10개의 예비도시가 선정됐다. 대구와 포항이 포함됐다. 작년에 이들 도시는 1년 동안의 예비도시 성과와 사업의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받았다.지난 세밑에 발표된 전국 7곳의 문화도시 선정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친 결과였다. 대구경북에서는 포항이 선정된 반면 대구는 탈락했다. 포항처럼 문화도시로 선정되면 앞으로 5년간 재정 지원을 받는다. 올해는 국비 100억원으로 선정 도시에 균등 지원한다. 국회에서 50억원의 예산 증액이 막판에 무산되어 액수가 늘지 못했다. 매칭 사업이므로 각 도시별로 평균 30억원 정도의 예산은 마련되는 셈이다. 내년에는 도시에 따라 차등 지원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포항과 달리 문화도시에서 탈락한 대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문화도시에 재도전하는 길이 있다. 말하자면 기존의 문화도시 추진 계획과 과정을 새롭게 고치고 보완해 재수를 하는 것이다. 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탈락하면 한 번 더 예비사업을 연장하고 심의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번 문화도시에서 탈락한 3개 도시 모두 재신청을 할 경우 경쟁은 그만큼 치열해진다.기초단체가 아닌 광역단체로 심의를 받은 도시는 대구가 유일했다. 지난해 예비도시 신청에서 3개의 기초단체를 묶어 문화도시를 신청한 광역시는 있었지만 탈락했다. 무엇보다 예산 규모 면에서 광역시가 추진하기에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문화도시 선정을 위한 최종 발표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언급이 있었다.대구처럼 광역시가 조성할 수 있는 문화도시의 장점은 적지 않다. 구군 전체를 아우르며 소외 지역이나 기초단체가 손대기 힘든 콘텐츠를 찾아 주민들의 문화 향유와 참여를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를 지역적 공간으로 뚜렷이 나눌 수 없는 마당에 구군을 고르게 배려하고 함께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번에 대구는 이 같은 광역시로서의 고유성이나 장점을 다 보여 주지 못해 탈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따라서 문화도시 재신청을 포기하는 것 또한 고려할 수 있다. 대구시가 재도전하면 구군은 문화도시 신청 기회조차 없다. 문화도시에 도전하려는 기초단체는 대구시의 탈락을 반겨야 하는 우스운 상황이 된다. 문화도시는 앞으로 해마다 한 차례씩 3번의 예비도시 신청 기회가 남아 있다. 이론적으로는 대구의 2, 3개 구군이 문화도시로 지정되어 예산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전국 30개 안팎, 광역시도별로는 2, 3개의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도 일치한다. 대구시의 선택과 집중을 주시하는 이유다.

2020-01-12 15:30:31

[금융칼럼]2020년, 자산배분투자로 시작해보자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지난해는 한결같이 힘든 시간이었고 수익보다는 손실이 큰 한 해 였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 미중 무역분쟁, 일본과의 무역마찰, 바이오산업 이슈, 그리고 지난 8월 코스닥 시장 사이드카 발동 등 크고 작은 사건들로 변동성이 매우 큰 시장이었다.그런데 실제 2019년 주식시장 성적표를 살펴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연초 대비 1년동안 코스닥 지수는 0.86% 소폭 하락했지만 코스피 지수는 7.67%상승했다. 1년 내내 이슈를 만들면서 투자자들을 힘들게 했던 미중 무역분쟁 당사국인 미국 S&P500지수 28.88%, 중국 상해지수 22.30% 으로는 등 주식시장에서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물론 연초 낮은 주가에서 출발한 기저효과도 있지만, 한 해 동안 불안한 뉴스들로 시장을 어둡게 만들었던 상황들을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다.항상 투자를 시작할 때는 장기 투자할 것이고 급락이 발생하면 꼭 용기를 내서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만약 작년에 그 다짐을 지켰더라면 분명히 충분한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하지만 현실에서는 예상치 못한 큰 하락 장이 펼쳐지면 그 굳은 다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용기를 내기는커녕 겁에 질려 시장에서 도망치고 손실을 보는 일을 반복한다. 지나고 나면 항상 때늦은 후회를 하지만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해도 잘 개선되지 않는다.우리는 위협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도망가고 군중과 함께 집단으로 행동 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선조들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용기 내어 투자해야 한다는 원칙을 잘 알고 있더라도 행동하기는 매우 어렵다.그럼 어떻게 하면 본능을 거슬러서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까? 답은 자산배분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을 투자를 할 때 채권이나 달러처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에도 일정 부분 배분해서 투자를 해보자.주식이 급격하게 떨어질 때 다른 자산이 상대적으로 상승하면서 하락폭을 상쇄시켜 손실률과 심리적 불안감을 상당부분 완화 시켜준다. 이때 상승한 자산을 팔아서 하락한 주식을 살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자산배분 덕분에 폭락장에서 도망치지 않고 버틸 수만 있어도 투자에는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역사를 돌아보면 폭락장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결국 자산배분은 파도(변동성)에 흔들리는 배 위에서 목적지(성공투자)까지 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좋은 수단이 된다.올해도 늘 그래왔듯이 주식시장은 여러가지 예상치 못한 이슈들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것이다. 지금까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잘 견디지 못하고 투자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면 2020년은 투자원칙을 지키겠다는 굳은 다짐과 함께 적절한 자산배분으로 한 해를 시작해보기를 추천한다.대구은행 본점PB센터 서창호 PB팀장

2020-01-12 14:36:45

비단에 채색, 118.2×60.9㎝,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정홍래(1720~?) '욱해창응'

영조시대에 활동한 화원화가 정홍래의 작품으로 전하는 그림이다. 정홍래는 매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하는데 이 '욱해창응(旭海蒼鷹)'과 비슷한 그림이 국립중앙박물관에 2점 더 있고, 간송미술관에도 '해응관일(海鷹觀日)'이라는 제목으로 1점 소장되어 있다. 본(本)이 있어서 되풀이 그려진 수요가 많은 그림이었던 것이다. 모두 값비싼 화견(畵絹)의 비단 바탕인데다 규모도 커서 왕실을 비롯한 최상류층이 수요처였을 것이다. 붉은 색과 청록색, 갈색과 흰색 등 짙은 채색의 화려함, 섬세하고 치밀한 붓질의 정교함, 매의 깃털과 파도 묘사에서 보이는 도식화된 정연함과 규칙성이 주는 정돈된 맛 등이 특징이어서 장식성과 사실성이 적절히 조합된 화원화풍의 세련미를 잘 보여준다.솟아오르는 해를 배경으로 바다 가운데 솟은 바위에 앉아 있는 매를 그린 이 그림의 쓸모는 삿된 것이 범접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벽사(辟邪)의 용도이다. 매는 해안가 절벽에 서식하는 우리나라 텃새여서 바다의 일출과 잘 어울린다. 세시풍습의 그림으로 세화(歲畵)가 있었다. 세화는 새해를 맞이하며 불행을 사전에 예방하고 한 해 동안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하는 그림이다. 고급한 감상화도 있었고, 부적처럼 문에 붙이는 일회용 문배(門排), 문화(門畵)로도 그려졌다. 중국에서는 연화(年畵)라고 하는데 중국 사람들은 지금도 인쇄로 된 장군 그림 등 연화를 정초에 문에 붙인다.매는 사람을 해치기도 하는 사나운 새임에도 죽은 고기를 먹지 않고, 새끼 밴 것을 잡지 않는다 하여 영물(靈物)로 여겨지며 한국인에게 경외와 사랑을 받았다. 높이 떠 있다 날쌔게 낙하해 조류와 들쥐, 토끼 등을 사냥하는 것을 보며 매가 인생사의 삼재팔난(三災八難) 또한 그렇게 낚아채기를 바랐던 것이다. 매는 부적에도 애용되었는데 부적에서는 몸통 하나에 머리가 셋인 삼두매로 그린다. 삼재가 든 해에는 이 삼재부(三災符)를 집 기둥이나 문에 붙이기도 하고 몸에 지니기도 했다.그림과 풍속으로까지 매가 스며든 것은 낯설지 않으면서도 쉽게 접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 같다. 유능한 사냥꾼인 매는 몸집이 작아 거추장스럽지 않았고 길들일 수 있어서 삼국시대이전부터 사냥에 활용되었다. 매사냥은 고급 스포츠였다. 길들인 매를 어깨에 앉히고 산과 들로 말을 달리며 토끼를 잡고 꿩을 사냥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신난다. 매와 연관되는 말도 많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시치미와 보라매, 송골매, 산지니, 수지니, 수알치, 매받이 등 순 우리말은 그만큼 매와 함께한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알려준다. 문(文)보다는 매 사냥을 즐긴 무(武) 성향의 소장자들에게 매 그림 인기가 더 높았을 것 같다. 미술사 연구자

2020-01-12 06:30:00

박민경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조사관

[광장] 인권의 시대

2020년 새해가 희망차게 밝았지만 새해를 전후한 우리의 뉴스는 여전히 어둡다. 한 가족은 빈곤과 빚 독촉에 몰려 삶을 마감하고, 살해의 위협을 피해 한국으로 온 한 인도 가족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 또다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지구 한쪽에서는 국가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쟁으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하고 있다.지난해만 해도 세상을 얼마 살아보지도 못한 아이는 친부모 손에 고통을 당하다 목숨마저 잃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건물 옥상에는 여전히 사람이 노동하게 해달라고 소리치고 있다. 주거의 안정을 잃어버린 이들은 철거를 앞둔 건물 앞에 주저앉아 있다.학생들의 성적과 두발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증명은 여전히 힘들어 보이는 데도 각 학교에서는 성적 향상을 위한 두발 단속이 실시되고 있다. 조사한 사건 중에는 흡연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소변검사를 강제하는 학교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기본권인 학생 인권을 논의하면 교권이 갑자기 같이 등장하기도 한다.수많은 청년들은 '수저'라는 신종 계급론에 의해 각자의 고귀한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었다. 가정을 꾸리려던 이들도 벌이로 감당할 수 없는 집값의 무게에 행복을 미루어야 했다.여성들의 삶 역시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여성은 아름다움이 미덕인 듯 칭송하고 있다. 남녀평등한 세상이고, 여성상위시대가 도래했다는 뉴스 아래에 여성은 아직 밤길이 두렵다. 한국의 취업률과 평등지수 역시 OECD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노동하는 이들도 노동에 의해 자유로운 삶이 아닌, 노동에 예속된 삶을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다. 내가 가진 휴식의 권리를 행사함에도 사측의 눈치가 보이고, 쉬는 동안에도 울려대는 핸드폰 메시지를 무시할 수가 없다.올 한 해 조금씩 인권에 대해 이야기해 볼 것이다. "저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인사할 때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이 아직 편하지만은 않다. 인권은 낯설고 힘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배어 있다. 인권은 아직도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고, 인권을 이야기하면, 먹고살기도 힘든데 배부른 소리라는 이야기가 아주 오래전부터 있기도 했다. 앞서 세상 살기 고단한 이야기를 나열한 것들은 바로 이 인권이라는 영역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례들이다. 즉,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면 오히려 먹고살기 편해지는 세상이 된다.우리의 삶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발생하는 사소한 불편함부터, 끔찍한 인간 존엄의 훼손까지 인권의 가치는 두루 작동한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고 대중교통으로 출근해 일을 한 후 장을 보고 퇴근해서 가족과 저녁을 함께 하는 평범한 일상에도 인권의 원리는 작동한다. 저 멀리 멕시코의 국경과 중동의 전쟁 난민 혹은 과거의 대량학살과 인종차별에도 인권의 가치가 논의된다. 인권은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기본 원리이자 가치 기준이다. 어렵고 낯선, 배부른 소리가 아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사람답게 잘살기 위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로 인식해야 한다.덧붙여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고, 인간의 존엄이 말살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1948년 만든 약속이 세계인권선언문이다. 선언문 중에는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해 타국에 피난처를 구하고 그곳에 망명할 권리가 있고(14조),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 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22조). 7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우리 사회는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고 이야기해야 하는 인권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2020-01-10 15:11:43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매일춘추] 값진 선물 '추억'  

세상이 힘들어짐을 느낄 때 사람들은 추억을 회상한다. 사람이 그리워하는 이유는 '추억' 때문이고, 세상이 미워지는 이유도 치유받지 못한 상처에 대한 아픈 '추억' 때문이다.늘 해가 바뀌면 나는 과거에 대한 '추억'과 새로운 날에 대한 '희망'이 교차하는 행복한 감성으로 세상에 나를 맡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과거 학창 시절 새 학기 노트에 첫 장을 펼치는 느낌으로 새해에는 '추억'과 '희망'에 대한 감사함에 마음이 넉넉하기 때문이다.요즘은 트렌드라는 말로 '추억'을 재생산하고 이를 통해 물질적 풍요를 얻는 세상이 되었다.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감을 주는 단어가 '추억'이 아닐까 한다.최근 TV를 보면서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서 자신의 '추억'을 얘기하시는 분을 본 적이 있다. 새벽에 일찍 무거운 몸을 이끌고 택시를 타고 가고 있었던 그는 자신이 나름 경제력도 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어 택시 기사에 대한 내면적 우월감이 있었다고 했다.조용하고 상쾌한 새벽 공기와 그 분위기를 느끼며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그에게 택시기사는 계속 말을 걸어왔다. 불편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성의 없이 답변해야 하는 그 시간이 불편하게만 느껴진 것이다.그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택시에서 내리며 택시비 6천900원을 결제하면서 7천원을 주고 내렸다. 그런데 그때 그의 인생이 바뀌게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갑자기 차에서 내려 그를 부르며 환한 웃음을 짓고 다가온 택시기사가 한 행동과 말이 그의 인생의 소중하고 값진 '추억'이 된 것이다.그 택시기사는 따뜻한 온기가 있는 손으로 자신의 손을 잡으며 동전 200원을 환한 웃음과 함께 쥐어주며 따뜻한 자판기 커피 한잔 하시고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내라고 했다. 그는 그 순간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한 느낌으로 한참 서있었다고 한다.자신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택시 기사에 대한 자신의 잘못된 편견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삶을 깨닫는 순간을 경험한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값지고 소중한 '추억'의 기억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자신이 부끄러운 듯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자판기 커피 가격이 300원이라서 100원 모자라 커피를 마실 수는 없었다고 자신의 값진 선물 '추억' 이야기의 끝을 맺었다.사람들은 이렇게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미래를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또한 사람들은 경험과 체험을 통해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 '추억'은 인간의 지친 삶의 단비와 같은 귀한 '기억'이 된다.고단한 우리 세상살이가 앞으로 나아가는 전진밖에 없는데도 늘 뒤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추억에 대한 기억은 자신을 바꾸는 귀한 힘이 된다.

2020-01-10 06:30:00

[기고] 겨울왕국을 꿈꾸는 시골 간이역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는 여우천이 흘러 내려와 갈라진다 하여 '분천'(分川)이라는 지명을 갖게 되었다. 이곳 분천리에 1956년 1월 영동선 개통과 함께 생긴 분천역은 봉화와 울진 등지의 목재를 전국으로 운송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아 몰려들었고 1970년대 큰 호황을 누리다가 벌목업의 쇠퇴와 정부의 석탄합리화 정책에 따라 열차가 줄면서 분천역 간이역이 있는 이곳은 하루 10여 명이 이용하는 조용한 산골 작은 마을이 되었다. 그러던 1991년 어느 봄날, 분천역 앞에는 거대한 바위산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길을 지나던 점쟁이가 이를 보며 "저 산 모양이 호랑이를 닮아, 사람들이 무서워 이곳에 오지 않는다. 저 산을 잘라 깎아내리면 이곳에 천호가 들어설 것이다"라고 하였다. 때마침 얼마 지나지 않아 자갈공장이 들어서게 되어 산을 깎아 자갈을 채취하였고 호랑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되었다.20여 년이 흐른 2013년에는 V-Train과 O-Train 관광열차가 개통되었고, 다음 해인 2014년 12월 20일에는 산타마을과 산타열차가 생겨나면서, 불과 50여 일 만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 전설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올해로 6회째를 맞은 분천 한겨울 산타마을의 실제 이야기다.봉화군을 가로지르는 영동선은 분천역을 비롯해 13개의 간이역이 있으며, 낙동강 상류를 따라 전국 유일의 천혜의 협곡을 안고 있다. 봉화군 발전의 걸림돌이 될 것만 같았던 영동선을 활용해 지역 발전의 기회로 만들어 보자는 의견들이 모여 코레일, 산림청, 경북도청과 함께 힘을 합쳐 2014년 산타마을을 만들게 되었다.조성 첫해에만 10만6천여 명이 찾아왔고, 이후 매년 여름, 겨울마다 1, 2개월간 산타마을을 운영하여 78만여 명이 다녀갔다. 핀란드가 있는 유럽 관광객들도 산타마을 유명세를 듣고 찾아왔으며, 2016년에는 산골마을로선 이례적으로 한국관광공사의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지로도 선정되어 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기도 하였다.이에 만족하지 않고 분천 산타마을을 국제적인 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해 '분천 산타마을 관광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겨울왕국 분천 산타마을의 관광명소화는 산타마을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산타마을뿐만 아니라 산타마을을 통해 봉화군의 미래 먹거리인 관광산업의 교두보를 만드는 중요한 사업이다.이 사업은 분천 산타마을을 지나가는 관광지에서 체류형 관광지로 탈바꿈시키는 데 강조를 두고 있다. 중점 콘텐츠로는 산타스퀘어(광장), 산책로, 북유럽형 레스토랑, 루돌프 미니기차, 옹달샘 물놀이장, 요정마을 조성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다. 이미 도비 50억원을 지원받아 준비 중이고 2022년까지 사업이 마무리되면 산타마을은 국내 유일의 산타 이미지 확보와 함께 놀이시설뿐 아니라 휴식하고 먹고 즐기는 가족 체류형 관광 장소로 인기를 얻게 될 것이며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할 수 있는 겨울왕국이 될 것이다.올해 한겨울 산타마을은 지난해 12월 21일 개장식을 시작으로 2월 16일까지 58일간 운영된다. 매일 산타썰매, 알파카 먹이주기, 산타딸기 핑거푸드 만들기, 전통 민속놀이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운영되고 있으니 경자년 올겨울은 가족과 함께 이색적인 겨울 추억을 만들며 겨울왕국을 꿈꾸는 시골 간이역의 새로운 변화도 응원해주길 바란다.

2020-01-09 17:11:12

나태주 시인

[춘추칼럼] 빨라도 너무 빠르다

서두르고 조급해하는 한국 사회그러다 보니 집단 어지럼증 앓아자신을 느긋하게 좀 살펴야 한다그래야 문제에 대한 해답이 나와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서두르고 조급해하는 사람들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오늘날 우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속도 제일주의, 조급증이다. 도무지 진득하지 못하다. 무엇이든지 빠르게 뚝딱 해치워야 직성이 풀린다. 참지를 못한다. 기다리지 못한다. 특히 남의 일에 관한 한 더욱 그렇다. 그러고는 쉽게 결론을 내리고 돌아서 버린다.우리가 예전에도 그랬을까? 내가 살기 이전 세상은 모르겠거니와 내가 어려서 보아온 세상은 조금은 여유가 있고 그윽한 정취가 있었던 세상이었다. 궁핍한 가운데서도 타인에게 좀 더 너그러웠으며 자신의 문제에 있어서도 오늘날 우리들처럼 과격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이렇게 조급한 사람들이 된 것이다.우선 자동차가 달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번 서울서 저녁 행사를 마치고 후배 시인이 운전하는 자동차 편으로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귀가한 적이 있다. 마침 밤이었고 그 운전자가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사람이라서 한껏 속도를 낮추어 한참을 달렸다. 많은 차들이 비켜서 달려갔을 것이다. 그런데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에 차를 세웠을 때 경찰 한 사람이 다가와 후배 시인을 불러세우는 거였다."지나가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신고해서 왔습니다. 혹시 약주를 잡수셨습니까?" 그러더니 음주측정기를 들이댔다. 결과가 술을 먹지 않은 것으로 나오니 다시 물었다. "혹시 몸이 아프신 건 아닙니까?" 후배 시인이 그렇지 않다고 하니까 경찰은 몇 마디 조언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고속도로에서는 어느만큼은 속도를 내어 달려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자동차 운전자들이 신고를 합니다."나는 옆에서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착잡했다. 내가 보기론 정상적인 속도로 달리는 것 같던데 그것이 신고의 대상이라니! 그러니까 이것은 정상적인 것이 비정상으로 통하고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으로 통하는 실례라 하겠다. 우리들 사는 세상이 모두 이렇다. 착한 사람, 정직한 사람은 바보 취급을 당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자동차가 웬만큼 달려서는 달리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갑갑하다. 너나 할 것 없이 그건 마찬가지다. 날마다 사용하는 컴퓨터도 그렇다. 컴퓨터가 얼마나 빠르고 좋은 기계인가. 그런데도 컴퓨터가 느리다고 불평한다. 도대체 얼마나 빨라야 빠른 것이 될 것인가. 이는 속도 불감증 수준이다. 일 처리 하나하나가 그렇고 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대응 방식이 모두 그렇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자신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도 모르고 빨리만 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지 모르겠다.그렇다고 속도를 아주 내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빠르다는 것을 알고나 빨리 가자는 말을 하고 싶다.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공자님의 말씀이다. 우리가 지금 충분히 빠르다는 걸 알게 되면 저절로 속도가 조절될 것이다.무엇보다도 자신을 좀 살필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음의 방책이 나오고 문제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무조건 서두르고 빨리만 가자고 재촉할 일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참으로 잘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부족감을 느끼고 불만을 말한다. 심한 경우는 화가 나 있기도 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우리들의 속도감에 있지 않나 싶다.'인생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이것은 괴테의 충고다. 방향을 잘못 정하고 속도만 낸다면 망하는 길이 빠를 뿐이다. 속도를 좀 줄이자. 쉽게 줄어들지 않겠지만 지금 내가 빠르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조절을 해보자. 그러다 보면 보이지 않던 풍경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 빨라도 너무 빠르다. 그러다 보니 어지럼증을 앓는 것이다.

2020-01-09 16:20:39

박천 / 독립큐레이터

[매일춘추] peel – 그 경계를 상상하다

"나는 선을 넘는 사람들, 제일 싫어하는데…."지난해 개봉한 영화 '기생충' 대사의 한 대목이다. 영화 '기생충'은 장면 장면마다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 가능한 메타포를 심어뒀다.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직접적인 답안은 배제하고, 다양한 여지를 넓게 두었던 영화였다. 때문에 한국을 배경으로 진행되지만, 세계적인 공감을 얻어내며 각종 권위 있는 국제적 영화제에서 우수한 상들을 수상하게 되었다.그런데 심사위원들은 한국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본 것일까? 아니다. 그들의 상황과 개인적 지식을 통해 영화를 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러한 프로세스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일까?인간은 일련의 사건이나 사물에 대해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대상을 두고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인종, 언어, 문화, 국가, 성별 등 다양한 요소로부터 기인한다. 이러한 난해함 속에서도 인간은 늘 공통된 본질, 즉 진리를 찾고자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이러한 진리와 마주하여 늘 새로운 상상과 시도를 탐구하는 영역이 바로 예술이다.예술은 사냥이나 주술적 목적 등을 위한 삶의 방식으로 시작되어 비례와 형식을 통해 아름다움의 구조를 이해하려 했고, 이러한 이성적 패러다임에 반하는 형식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이런 질문의 연장선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전시가 있다. 수성구 범어역에 위치한 021갤러리에서 박동삼, 이병호, 이환희 작가의 작업들을 선보이는 'peel – 그 경계를 상상하다'라는 전시이다. 제목에서부터 내용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전시는 '형(形)의 현상과 본질을 구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어떤 대상에서 껍데기를 벗겨내고 남은 알맹이는 구분되어 인식해야 하는지 혹은 구분된 두 요소가 어쩌면 같은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봄에 있어 피상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지, 혹은 그 속에 숨겨진 맥락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인간은 선을 긋고 나눔으로써 세계를 인식한다. 하나의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비교 대상을 둠으로써 비교적 쉽게 인식하지만, 비교 대상이 명확하지 않게 되는 지점에서 인식의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인간은 각자만의 가치관과 지식을 통해 대상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인식함에 있어 인상 깊을수록 바라보는 입장은 획일화되고, 평범하거나 소소한 것들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해진다. 전시를 통해 드러내는 작가들의 본질에 대한 접근 방식이 모두 다르듯이, 우리 역시 각자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전시를 보며 자신의 시야를 객관적으로 구분지어보는 것은 어떨까.

2020-01-09 12:45:34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같이&따로] 경자년 새해 운세 어떠신가요?

"나는 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 했다. 내 인생에는 기회와 선행의 운이 있었는가 하면, 한평생 팔자를 고쳐볼 행운이 허용되지 않았던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는 잔인한 운이 있다는 것이다."컬러 오브 머니, 스팅, 타워링 등 수많은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폴 뉴먼의 말이다. 그는 '내일을 향해 쏴라'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골든 글로브상 등 여러 상을 수상하면서 배우로서 화려한 성공을 거두었다. 56년간 60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40회가 넘는 수상 경력을 가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였다. 그는 배우로서 멈추지 않고 영화감독으로서, 카레이서로서도 활동하였다.2008년 폐암 투병 중 83세로 사망한 그에게는 특이한 이력이 또 하나 있다. 사회적기업가라는 이력이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만든 샐러드 드레싱을 먹어본 친구가 그 맛에 반해 샐러드 드레싱 사업을 제안하였고, 1982년 뉴먼스 오운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제품을 출시하였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자본금 1만2천달러로 시작하여 창업 10년 만에 총매출 1억달러에 수익 1천200만달러를 달성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사업을 시작하기 몇 년 전, 자신의 외아들을 약물 남용으로 잃었던 그는 사업의 성공이라는 행운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일을 시작하였다. 비영리재단을 설립하고 청소년 약물 오남용 방지와 치유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도록 회사의 이익을 기부하였다. 1985년에는 늘어난 수익금 전액을 어린이 무료 캠프 운영에 기부하였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 나오는 비밀 은신처 이름에서 따 온 '벽 속의 구멍 갱단'(Holl in the Wall Gang) 캠프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난치병이나 희귀병으로 병마와 싸우는 어린이들을 무료로 캠프에 초대하여 추억을 만들어주는 활동을 전개하였다.그렇게 아픈 아동을 위해 시작한 캠프는 이후 미국 전역과 해외까지 지부가 설립되는 국제아동기구로 성장하게 된다. 그의 삶은 행운과 불운의 간격이 그리 멀지 않음을 보여준다. 아들을 잃은 불운에 허우적거리며 인생을 낭비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인 부와 명예를 사회적인 선한 영향력으로 승화시켰다.그의 드레싱 회사가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이 4천억원이 넘는다고 하니 재미 삼아 시작한 일치고는 그 결과가 가져온 사회적 영향력은 엄청나다. 폴 뉴먼은 흔히 미국의 부호들이나 셀럽들이 하는 단순한 일회성 차원의 기부금 납부로 그치지 않고 회사 설립 초기부터 회사의 수익금을 기부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자신의 재단과 기업을 통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사업을 운영하였다.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으로서 폴 뉴먼의 사례는 사회적기업 교재에서 자주 인용된다.그렇게 돈 많은 사람이니 자신이 가진 것의 일부를 환원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 정도의 부, 명예가 있다면 할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다. 아직 필자도 폴 뉴먼 정도의 부와 명예를 누리지 못해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가 보여준 행동과 실천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는 "나는 운이 무척 좋았고 나와 같이 행운을 타고난 사람들은 불운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자신이 가진 것을 행운으로 인식하고 행운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사회적기업이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세밑이나 연초가 되면 우리는 항상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새해 운세를 보면서 행운을 바란다. 하지만 때로는 기대치 않던 불운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내 인생에 찾아온 행운도, 타인에게 찾아온 불운도 우연히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나의 우연한 행운이 누군가의 불행을 포용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가진 행운에 대해서 조금은 겸허해지고 타인의 불운에 대해서 배려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까.독자 여러분, 2020년 행운 가득하시고 그 행운을 나누어주는 한 해 되길 바랍니다.

2020-01-08 18:00:00

이도수 경상대 명예교수

[불가사의 인도] 인도인들의 행동심리를 옥죄는 두 가지 사슬 이도수

예전 하와이대학 도서관에서 친해진 동갑내기 인도인 친구와 하찮은 일로 서로 얼굴을 붉힐 만큼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었다. 도서관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같이하기 위해 인도 음식점에 들어갔다. 식당 주인과 상의하여 메뉴를 정하기 위해 카운터에 다가가며 그의 가방을 내 발 옆 바닥에 두었다. 그가 돌아와 맞은편 자리에 앉기에 내가 무심코 그의 가방을 내 발로 밀어 그의 곁으로 보내주었다. 그 순간 그가 발끈하며 "아니, 저주의 발로!"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에 내가 "뭐, 저주의 발이라고?"라며 대꾸했다.그는 곧 이민족 간의 문화충돌 사건임을 깨달은 듯, 그가 화낸 이유를 조곤조곤 설명했다. 그의 설명 요지는 악명 높은 인도 신분제도를 인체에 상응시켜 해설하는 내용이었다. "인체의 발은 불가촉천민 달라트에 해당한단 말이야. 친구가 발로 내 책가방을 밀친 행위는 불가촉천민이 최상층 신분 브라만에게 발길질을 한 행위에 비견할 수 있어." 이에 어안이 벙벙해진 내가 무슨 근거로 그런 억지 이론을 펴는지 따져 물었다.이에 대한 그의 설명은 이러했다. 약 3천500년 전까지 중앙아시아 초원지대를 떠돌며 유목생활을 하던 서양 혈통 아리아족이 인도에 쳐들어와 온순한 동양 혈통 정착 농경민족 드라비다족을 정복했다. 서양 혈통의 백인 아리아족이 동양 혈통 황갈색 드라비다족을 지배하기 위해 내세운 통치 이념이 인체 구조에 상응시킨 계급 구분이었다.아리아족의 고대 문어인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된 아리아 고대 경전 "베다"를 해설할 줄 아는 극소수인들에게 '브라만'이라는 최상층 계급을 부여하고, 이들을 사람 머리에 해당된다고 가르쳤다. 그 바로 아래 계급인 '크샤트리아'에게는 백성들을 관리하는 권한을 허용했다. 국왕을 비롯해 행정관료, 치안을 유지하는 군인, 경찰 등이 이 계급에 속하는데 인체로는 심장과 폐가 들어 있는 흉부에 해당된다고 가르쳤다. 그 아래 다수를 차지하는 평민 '바이샤'는 인체 복부에 상응한다고 가르쳤다. 그 아래 피정복민족 드라비다족은 '수드라'라는 천민계급에 처했다. 이들은 발로 뛰면서 지배계층과 평민들의 손발 노릇을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중 최하 신체부위인 발은 신체 접촉도 금기시하는 불가촉천민에 상응한다고 가르쳤다.이렇게 친절한 해설을 한 인도 친구가 자기의 해설에 수긍하느냐고 묻는 듯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이렇게 응답했다. "그 따위 견강부회적인 논리에 속아 3천 년 이상 동안 굴종적인 삶을 살아온 인도인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해." 그가 뜨악한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기에 내가 이런 말로 한 방 더 먹였다. "모든 인간이 무지몽매하던 원시시대에 선각자인 체하며 자기 논리를 무지막지한 대중들에게 주입시킨 원시사회 규범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3천 년 이상 준수해 온 인도인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해. 인도인들은 왜 모든 인간, 심지어 신체부위까지 차등의식으로 바라보는지 모르겠어. 인도인들의 심리를 옥죄는 두 개의 사슬을 벗어던지지 않으면 인도는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 이에 그가 "인도인들의 행동심리를 옥죄는 두 개의 사슬이 뭔데?"라고 반문하기에 내가 이렇게 답했다. "인도인들의 행동심리를 옥죄는 첫째 사슬은 인체 구조에 비유하여 규정한 신분제도라 생각해. 이 신분제도의 기본 가정은 인체의 발이 영원히 머리가 될 수 없듯이 주어진 신분에서 영원히 탈피할 수 없다는 체념에 빠지게 하거든. 인도인들의 행동심리를 옥죄는 또 다른 사슬은 인과응보에 근거한 윤회사상이라 생각해. 이승의 수난은 전생의 업보라며 순종해야 하고, 내세에 더 나은 존재로 태어나기 위해서도 현세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논리이니 이거야말로 인도인들의 행동심리를 옥죄는 이중 사슬이 아니고 뭔가? 한국 역사에서도 그런 차별적 신분제도가 있긴 했어. 하지만 18세기부터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 평등사상이 확산되었거든." 이렇게 하여 토론에는 지는 일이 없는 인도인 친구가 그날은 웬일인지 반격하지 않았다.

2020-01-08 18:00:00

강규형 명지대 교수

[새론새평]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지상파 장악5공 시절 방송 장악 능가하는 수준방만 경영 적자 눈덩이 혈세로 메워시청료 납부 거부 회초리 필요할 때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방송장악을 안 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것을 여러 번 강조했다. 마치 공정한 방송을 할 것처럼 국민들을 속였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 강하게 방송장악을 해버렸다. 이런 의도는 소위 민주당의 '방송장악문건'이 공개되면서 그 모습을 완연히 드러냈다. 그리고 이들은 문건의 시나리오 거의 그대로 결행하는 무모함도 보였다. 그만큼 KBS, MBC 등 소위 공영방송 장악이 시급한 사안이었으며 무리를 해서라도 해내려는 의지를 보였다.예를 들어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의 KBS지부(자신들은 'KBS본부노조'라 부르고 회사에서는 주로 '2노조'라고 부른다)는 괴롭히기 쉬운 이사들을 주 공격목표로 삼는 야비함을 보였고, 무자비한 협박과 위협 등 여러 형태의 폭력을 썼다. 그러고도 자신들의 목적이 신성하니 수단은 좀 문제가 있어도 괜찮다는 식의 양심의 집단마비 현상을 보였다.방송통신위원회의 KBS 이사 해임청문회 주재인이었던 김경근 고려대 명예교수가 청문에서 뻔뻔하게 잘 요약했듯이 "힘 있는 놈이 먹는 게 방송이다"라는 모토로 일사불란하게 방송장악 폭거를 밀어붙였다. 정권의 방송장악 과정은 정치 권력과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그리고 언론노조와 특수관계에 있는 청부언론을 비롯한 몇몇 언론기관들이 긴밀히 공조한 것이었다. 이 과정은 지나치게 성급하고 무리하게 진행됐고 온갖 탈법이 동원됐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의 사설에 '정권의 흥신소'라고 표현된 감사원은 기관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말을 들었고, 방통위는 방송통신위가 아니라 '방송장악위원회'라는 역시 기관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논평을 듣게 됐다.결국 폭력적인 방송장악은 한국방송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됐다. 이제 KBS, MBC, SBS, EBS라는 4대 지상파 방송이 전부 언론노조의 영향권 내에 들어가게 되는 사상 초유의 결과를 낳았다. 정치권력과 언론노조의 무리한 공영방송 장악 결과 공영매체는 정권의 선전선동 방송매체화 됐다. 가끔은 JTBC같은 종편들도 여기에 가세한다. 조국 전 법무장관과 그 가족들의 비리는 은폐하고 옹호하려고 기를 쓰는 반면, 정권에 반대되는 쪽은 무조건 깎아내린다. 5공화국 정권 시절의 방송장악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거기다가 전에 없던 김정은과 북한체제 옹호하기까지 더해져서 가끔은 북한의 조선중앙TV를 보는 듯한 착각도 든다. 또한 언론노조의 상위기관인 민노총의 불법이나 폭력에는 아예 눈을 감는 민노총의 기관방송으로 전락했다.새로운 미디어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바쁜데도 내부 숙청질이나 하려는 경영진과 언론노조원들의 광기는 식을 줄 모른다. MBC와 KBS에는 완장 찬 인민위원회 식의 숙청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니 편향성은 점점 심해지고, 시청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시청률이 1%대까지 내려갔다. 2018년 MBC는 1천2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적자가 났다. 그런데도 공영방송 직원들은 엄청난 고연봉을 받는다. KBS의 경우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다. 2019년도 KBS와 MBC는 공히 천억이 훨씬 넘는 적자가 예상되지만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정권 나팔수 노릇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또한 북한 전체주의 사이비 세습 종교집단을 홍보해주는 저질 선전방송으로 전락했다.이런 방만경영의 결과는 국민 혈세로 그 적자를 메우는 것이다. 막대한 KBS시청료(약 6천500억원) 납부 거부운동이 일어나야 할 이유들이다. 이러한 사태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향후 특검 등을 통한 방송장악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정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폭거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 조직이 갖는 가공할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내야 할 것이다. 또한 편향적 방송에 대한 대응으로 시청료 강제납부 방식을 변경한다거나, 범 국민적인 납부거부 운동을 일으켜 경각심을 주고 방만경영에 대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두 방송사의 적자를 국민세금으로 메워주는 처리방식도 개선해서 비대해진 두 방송사의 규모와 지나치게 높은 연봉체계도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2020-01-08 16:24:26

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매일춘추] 예술의 의미 '카타르시스'

우주 대스타가 꿈인 펭귄 인형 '펭수'의 인기는 최근 사회적 신드롬으로까지 발전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자존감까지 높여주는 펭수의 언어는 어록이 되고, 수직적인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끌어내리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쾌감과 대리만족을 느낀다. 펭수의 인기비결이 바로 이것이다. 보는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는 것.카타르시스(Katharsis)는 '순화', '정화', '배설'이라는 뜻이 있으며, 심리학에서는 억압된 감정을 '진정시키는 것'을 뜻한다. 문학에서는 비극의 과정을 보는 관객에게 연민과 동정, 슬픔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감정을 정화·배설'시키는 효과를 의미한다.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보며 느끼는 통쾌함과 슬픈 영화를 보며 쏟아내는 눈물이 마음을 후련하게 할 때가 있다. 막장드라마를 보며 열광하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정치토론을 보며 흥분하며, 먹방 프로그램을 보고 대리만족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보며, 글을 쓰고, 여가생활을 즐기고,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를 응원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6년 전 배우로 출연하여 악극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하여 우리나라 경제의 오늘을 일군 중장년층을 위한 공연이었다. 1천 석이 넘는 극장에 백발의 머리를 한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공연에서 어머니에 대한 불효를 후회하며 무덤 앞에서 오열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을 연기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이 밀려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최대한의 감정절제와 표현의 경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순간 관객들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함께 울었다.커튼콜 때 퍼지는 박수소리는 애잔함과 먹먹함 보다는 후련함으로 다가왔다. 그날 그 무대에서 느낀 카타르시스를 잊을 수가 없다.서로 살아온 시대는 분명 다르지만 무대에서 펼쳐지는 비극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 그것을 분출하며 스스로 마음을 정화하는 것, 그것이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세상을 향해 힘겹게 메시지를 던지는 예술가의 어떤 작품이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애쓰는 가장,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 이상과 현실에서 힘겨워하는 청년들, 또는 그냥 누군가와 대화가 필요한 어떤 이에게 공감을 얻고 위로가 되어 그들의 삶에 조그마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예술가들은 자신의 존재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항상 연기를 하며 '목적'과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연출을 하면서는 '미덕'과 '사람'에 대해 고민한다. 이런 작품을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관객들을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정화하며 다시 한 번 더 잊을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날을 기대해 본다.

2020-01-08 11:40:01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종교칼럼] 경전, 산 이들의 이야기

"책을 많이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 명작으로 알려진 책들을 읽어야 하고 그중에서도 고전부터 읽어야 한다"는 말은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늘 들어온 말이고 나름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해 온 말이다. 고전 중에서도 성경, 불경, 논어, 도덕경, 장자는 독서의 최우선 순위에 해당하는 책들이다.논어와 도덕경은 문학이나 철학 서적을 읽듯이 읽고 이해하고 생각하며 실천하려고 결심하는 정도에 머물러도 된다. 그리스도교의 성경도 그렇게 읽어도 된다. 어렵지도 않아서 술술 읽어 나갈 수 있다. 불경도 한문으로 된 것은 언어문제 때문에 읽기가 어렵지, 우리말로 번역해 놓은 것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유교와 도교는 오늘날 우리에게 종교라기보다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에 굳이 신앙적 자세로 이들을 대하라고 요구하는 곳은 없다.그런데 그리스도교와 불교라는 대단히 큰 종교의 경전인 성경과 불경은 문학 서적을 대하듯 하고 만다면 아직 표면에 머무는 것이 되기에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읽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까지 언급하자면 할 말이 너무 많아지게 된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성경과 불경도 결국 살아 있던 사람들이 한 말과 행적을 살아 있던 사람들이 기록한 것이라는 사실이다.불경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35세에 깨달음을 얻은 이후 80세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살아 있던 45년 동안 한 말과 행적을 기록한 것을 기본으로 하여 이후 많은 사람들이 덧붙인 것이다. 여기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나 세상을 떠난 사람은 어떤 기여도 할 수 없었다. 그러한 것을 단순히 읽기만 한 사람, 다른 언어로 번역한 사람, 상당히 복잡했을 출판과정에 기여한 사람들. 모두 살아 있던 사람이 한 것이고, 지금도 살아 있는 사람이 읽고 해석하고 실천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성경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약성경이 기록되기 시작하여 오늘날의 모습으로 완성되기까지는 여러 단계에 걸쳐 수백 년의 시간이 걸렸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고를 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출발점으로 하여 많은 수의 편지글과 묵시록으로 구성되어 있는 신약성경이 모두 기록되는 데는 수십 년의 시간과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수고를 했다. 이 역시 당시 살아 있던 사람들이 한 것이다. 신약성경에는 십자가에서 죽음을 당한 예수가 부활했고 제자들과 만나 함께 먹기도 하고 대화를 했다는 초자연적인 사실에 대한 보도가 있지만 이 역시 당시 살아 있던 사람들이 기록했다.오늘날 내가 불경과 성경을 읽을 수 있기까지 지난 2천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수의 살아 있던 사람들의 수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가고 오늘날 살아 있는 내가 이것을 읽으면서 문학 서적으로 읽는 것을 넘어 신앙의 차원으로 읽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알려주는 내용들로 구성된 글들이다. 그리고 결국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하면 옳게 살 수 있을 것인가를 알기 위해 읽는다. 죽어서 천국 가기 위해서 바르고 착하게 살려고 하는 경우에도 결국 이 땅에서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그렇다면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것이 성경과 불경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이고 살아 있는 내가 성경과 불경을 읽는 이유다. 나는 이 땅에서 한 개인으로서 살고 있고, 또한 살아 있는 개인들로 구성된 단체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개인인 내가 혼자 있을 때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이웃 사람들과 더불어 있을 때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결국 이것이 관건이고 성경과 불경에서 하고 있는 말들도 이것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2020-01-08 09:45:35

타이거JK가 음원 사재기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SBS 캡쳐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진실한 광고는 어디에 있을까?

"사재기 좀 하고 싶다."블락비 맴버인 가수 박경이 작년 11월 24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 맨션은 순식간에 퍼져 해당 가수들은 곧바로 검색어 상위로 직행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터질만한 일이 터졌다고 탄식했다. 사람들은 평소 의심했던 일이 밝혀지는 것인지 궁금해 했다.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팀은 2020년 첫 방송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실상은 이랬다. 광고홍보업체 회사들이 가수로부터 돈을 받고 음원 순위를 올리는 작업을 대행해주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만 개의 아이디를 생성하는 방법이었다.일반 사용자들의 피해 사례도 인터뷰했다. 구입한 적이 없는 음원을 사줘서 고맙다는 메일이 바로 그 증거였다.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모두가 죽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획사에 대행을 맡기는 소속사, 가수, 작업하는 광고회사도 죽는 구조였다.필자는 광고회사를 경영하는 CEO이기도 하지만 창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타리스트 신대철의 인터뷰가 더욱 마음 아팠다. 그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퀸을 예로 들었다. 신곡 길이가 6분이나 되어 소속사 사장은 상품 가치가 없다며 크게 반대한다.하지만 퀸은 예술적 가치로 밀어붙여 세계적인 히트곡으로 만들어냈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탄식한 부분에서 마음이 아팠다.이제 광고회사들은 고민할 때가 되었다. '무엇을 팔 것인가?' 보다 '어떻게 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장인정신이 없는 이런 광고의 형태는 광고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 피해는 광고인과 죄 없는 예비 광고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광고인이 아닌 돈만 주면 알아서 대행해주는 브로커 쯤으로 전락할 것이다.슬프게도 이미 그런 시대가 온 것 같다. 포털사이트에서 추천하는 맛집은 맛이 없을 것이다. 광고 대행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이런 일을 목격하며 병원 원장님의 푸념이 떠오른다. "아주 간단한 수술인 것을 포털사이트에 쳐보고 제일 첫 번째로 나오는 병원에 가요. 그리고 간단한 수술을 아주 복잡하게 하고 치료 기간도 늘립니다. 포털사이트 노출 순위는 실력순이 아니잖아요. 돈 많이 주는 병원이 1등 하는 거잖아요"이렇게 신뢰하지 않는 광고가 판을 치는 세상에 광고 산업은 어떤 길로 가야 할까?'그알'에서 밝힌 타이거 JK의 철학 속에 광고계가 가야 될 방향이 들어가 있다."진짜 사랑해서 해야 되는데...이런 사재기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이 친구가 진짜 음악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거라고 생각해요"바로 이것이 광고가 가야 할 방향이다. 광고 속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브랜드를 사랑하는 일은 수만 개의 가짜 아이디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아이디가 매크로를 돌린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될 때 밤잠을 자지 않고 줄을 서며 기다리는 사람들은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사랑할 수 있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지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다.진실하지 않은 사랑은 상대방이 금방 눈치챈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금방 눈치챈다. 광고 아닌 광고를 만드는 것, 거짓말이 아닌 것 같은 광고를 만드는 것이 광고계가 가야 할 방향이다. 거짓은 잠깐은 이길지 몰라도 계속해서 이길 수는 없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1-08 09:09:52

[경제칼럼] 전통시장과 데이터주의(Dataism)

맛집 검색 대부분 포털 사이트 의존추천해주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선택전통시장도 못 피해가는 데이터주의정보 독점 플랫폼 기업 영향력 씁쓸전통시장은 자연 발생적으로 또는 사회적·경제적 필요에 따라 조성되고, 상품이나 용역의 거래가 상호 신뢰에 기초해 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장소로 정의된다.포털사이트에 '전통시장'을 입력하면 찾아지는 글귀이다. 명확한 듯하나 왠지 전통시장 고유의 맛깔스러움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건조한 느낌이다. 원래는 재래시장이었으나 법명으로 일컫게 된 전통시장이 현재 전국에 101개가 있다고 하니 제법 그 숫자가 만만치 않다.전통시장에는 특유의 흥정이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초로의 아낙들이 주인장이기에 가격 흥정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그 자체가 다툼인데 시장에서의 흥정은 오히려 살갑게 다가온다. 다툼의 끝이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흥정 끝에는 한 움큼 덤으로 얹어주는 넉넉한 인심이 묻어나기에 오히려 다툼을 즐길 수도 있겠다. 은퇴 후 전국의 전통시장을 모두 방문해 그 소감을 글로 남기는 것이 꿈인 가까운 동갑내기 지인이 있다. 넌지시 동행을 요청했는데 거절치 아니하여 훗날 불편하지 않은 다툼을 양껏 즐겨볼 요량이다.근자에 제주도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여행이 아닌 업무차 출장이어도 제주 가는 길은 언제나 묘한 설렘이 있다. 당연히 제주에도 전통시장이 있는데 제주시에 22개, 서귀포시에 8개를 합하여 총 30개의 전통시장이 있다고 한다. 숫자가 많은 것은 상가를 포함하기 때문인 듯하니 전통시장에 걸맞은 대표적인 상설시장은 제주동문시장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다. 두 곳 모두 방문 때마다 주차의 어려움이 있으니 가히 성업 중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마침 저녁 식사를 위해 전통시장 내 한 식당을 방문했는데 소위 소문난 맛집이다. 대기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중에 주변을 둘러보니 동일 업종 식당이 다수이다. 심지어 더 넓고 깨끗해서 특별한 목적 없이 식당을 택한다면 쉽게 선택받을 수 있는 식당일 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식당에서의 한 끼 식사를 위해 기다림과 불편함을 감내한다. 맛집을 찾는 대다수는 정보에 의존한다. 핸드폰을 이용하여 대상 맛집을 찾아 다소 멀어도 애써 찾아가기 마련이다. 그렇게 얻은 정보는 공유에 기반한 것이다.2013년 뉴욕타임스 기자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데이터주의(Dataism)라는 용어를 정의한 바 있다. 데이터주의는 실제 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를 예시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 Harari)가 그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인용해 널리 알려진 용어이다.유발 하라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유의지보다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되며, 결국 사람들은 데이터를 마치 종교처럼 신봉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유려한 문체와 논리에 비해 구체적인 해결책의 제시가 없다는 비판도 있으나, 불평등의 심화를 구체적으로 예견한 논거는 눈여겨볼 만하다. 맛집을 찾아가는 과정을 데이터주의의 전형적 예시로 제기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일 수 있다.그러나 데이터에 의존하는 선택의 빈도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데이터주의가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는 것이다. 지식의 확산을 전제로 하는 맛집 후기와 같은 공유 행위가 의도치 않은 소비 집중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자체로서 꽤나 아이러니하다.경제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고는 하나 경제적 진보는 경쟁의 산물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독점과 경쟁은 나름 사회적 가치가 있음을 전면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독점은 경쟁의 비효율을 수반하여 결과적으로 다수의 경제 주체에 피해와 사회적 불공정을 유발한다. 구글로 대표되는 정보공유를 위한 정보독점의 플랫폼 기업들의 과도 지배력에 관한 문제는 이미 낯선 이슈가 아니다.다만 일회성의 편리함보다 나누고 소통하고 다양성이 존재하는 전통적 거래 방식의 장터인 전통시장조차 데이터주의를 피해갈 수 없다는 현실이 조금은 불편하게 다가온다. 맛집 정보를 제공해 새로운 형태의 독점을 잉태하게 하는 주체가 독점의 피해자일 수 있는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이 더 불편하다. 넉넉한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 우리 일행을 맞은편 식당 주인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애써 그 눈길을 피할 수밖에 없는 몹시 어색한 시간이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다.

2020-01-07 15:41:10

이응규 EG 뮤지컬 컴퍼니 대표

[매일춘추] 뜨거웠던 대구의 여름날들

햇볕이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책가방을 멘 까까머리 한 남자아이가 동대구역 광장 앞에 서있다. 빽빽이 지어진 고층 빌딩 아래 끝없이 펼쳐진 왕복 10차로. 도심 풍경은 갓 기차에서 내린 시골뜨기 소년을 매료시킨다."이런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나중에 어른이 되면 여기서 꼭 살아볼래!"소년은 두근대는 마음을 움켜잡고 대로변에 서서 오가는 차들을 주의 깊게 응시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소리 없이 강한 레간자일까? 어디든 누비는 누비라일까? 아니야. 우리 작곡 선생님은 그랜저일지도 몰라!"'빵빵!'파란색 1t 트럭이 전조등을 켰다 껐다 하며 도로 가장자리로 들어오고 있다. 소년은 이내 트럭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 근사한 승용차들 사이에서 그가 기다리던 백마 탄 왕자님을 찾는다."학생!"해병 츄리링 바지에 목 늘어난 반팔 티셔츠를 입은 한 청년이 트럭에서 내려 소년을 부른다. 설마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보는 소년은 당황한 모습이다."서..선생님…?"고등학교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셨던, 하라는 '공부'를 한 후 좋은 대학 동아리에 들어가 음악을 배우라는 말씀이 소년에게 성경 구절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이제 와서 모른척하고 돌아서기엔 너무 늦은 듯하다.높은 빌딩 숲을 가로지르는 대로를 지나, 낮고 좁은 주택가 골목길로 트럭 한 대 들어온다. 청년은 틈새 공간을 활용해 능수능란하게 주차를 마치고서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소년을 레슨실로 이끈다. 신디와 듀얼 모니터. 근사한 믹서기와 스피커. 꿈꿔오던 스튜디오를 직접 보게 된다는 설렘에 이전의 당황스러움을 잊은 소년은 청년을 따라 주택 옆 계단을 뒤따라 오른다.뜨거운 햇살에 에워쌓인 옥탑방은 황토방 만큼이나 뜨겁다. 에어컨을 대신해 선풍기로 달궈진 온도를 달래고, 흡음재를 대신해 옷가지들이 음악소리를 방음하는 듯하다. 조율 안된 피아노 위에 오선지와 지우개 달린 2B 연필만 놓여있을 뿐 상상했던 작곡 스튜디오의 모습은 없었다. 풍운의 뜻을 품고 기차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 온 소년은 여긴 아니다 싶어 되돌아갈 길을 모색하는 찰나 청년은 얼음 섞인 주스를 소년에게 건네며 성악 발성으로 운을 던진다."음. 뮤지컬이란 말이지~"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13년 여름날.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 폐막식 어워즈 무대 위에 슈트를 입은 둘이 나란히 서있다. 1t 트럭에 무대 세트를 싣고 다녔던 꿈 많던 청년은 대상 트로피를 거머쥔 채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음악감독으로 보이는 그 소년은 스승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머금는다.

2020-01-07 14:09:26

권미강 작가

[권미강의 생각의 숲] "뭘 좀 멕여야지" 의 진실

오래전 본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기존의 분단을 다룬 영화들과는 달리 독특하고 즐겁고 인간미 넘치는 영화로 기억된다.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오로지 자연에 맞춰 순박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 짓게 했다. 그 평화로운 모습에 실제 저런 마을이 있다면 가서 살아 보고 싶었다.풀썰매를 타고 팝콘이 터지고 풍등이 날아가고 나비가 나는 즐겁고 환상적인 영상에 재미가 쏠쏠했던 영화다. 하지만 필자가 가장 주목했던 장면은 인민군 대장이 '고함 한 번 지르지 않고 마을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동막골 촌장에게 물었을 때 "뭘 좀 멕여야지" 하는 대답이었다. 정말 무릎을 치게 하는 촌철살인의 최고봉. 촌장이 말하는 지도자의 덕목은 마을 사람들을 배 곯지 않게 골고루 잘 먹이는 것이다. 어떤 이념도 중요치 않고 남이니 북이니 경계와 차이도 중요하지 않다. 사람이기 때문에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지도자로서 아는 것이다.동막골 사람들은 함께 농사짓고 함께 수확하고 함께 나눈다. 누구는 적게 주고 누구는 많이 주는 지위고하(地位高下)도 없다.얼마 전 한 방송국에서는 스웨덴의 정치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치 방향을 제시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복지국가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는 스웨덴 정치인들의 철학이 담긴 프로그램이었다. 모든 국민이 의료 혜택과 실업수당, 무료교육, 노후연금 등을 받는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로도 유명한 스웨덴에서는 78세의 원로 정치인도 국회에 온 손님에게 커피 대접을 직접 한다. 23년간 최고 권력에 있다가 임기 중임에도 스스로 물러난 '타게 엘란데르' 전 총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총리 공관을 마다하고 임대주택에서 살았다. 여러 겹 덧댄 그의 신발 밑창은 그가 얼마나 근검절약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했다.스웨덴 정치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인 전 스웨덴 총리 '잉바르 칼손'은 말한다. "권력은 중요하지만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권력은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개혁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권력은 빌린 것이라며 그는 스스로 총리를 그만뒀다. 마치 빌린 것을 제 자리에 갖다 두듯이.우리는 오랫동안 권력에 빠진 우리나라의 정치 군상들을 보아왔다. 국민들이 부여해 준 권리를 오히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으로 사용해왔다. 국회는 권력 쟁탈장이 된 지 오래고 선거는 권력을 잡기 위해 넘어서야 하는 지뢰밭처럼 생각한다. 국민들은 민주정치를 요구하며 눈높이가 높아졌는데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은 여전히 국민을 기만하고 보이는 곳에서만 굽신거리는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공자는 이상적인 정치를 백성의 믿음과 구성원들의 화합이며 부의 총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화로운 분배가 화합과 신뢰를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차별을 두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차별할 것이다. 역사를 통해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지 충분히 학습한 국민들은 이로운 정치인들이 누구인지 선거를 통해 판단할 것이다. 오는 4월 총선이 기다려진다.

2020-01-06 18:00:00

박 원 재 율곡연구원장

[삶 갈피] 발 밑만 보고 가세요

지난 세밑에 경주 답사를 다녀왔다. 근무하는 기관에서 연례적으로 진행하는 전통문화답사 행사의 일환이었다. 경주를 방문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같은 장소인데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그런 경험을 했다. 석굴암 본존불은 여전히 지금껏 보아온 부처 가운데 가장 잘생겼지만, 뭐랄까 그 잘생김 속에는 얼마간의 슬픔이 녹아 있어 보였다. 불국사에서도 다보탑의 기교보다 석가탑의 단순미에 마음이 더 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어릴 적 안방 바람벽에 해마다 한 금씩 그어가던 키높이 표시처럼, 시간의 기계적인 퇴적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변화일 것이다.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번 답사의 최대 기쁨은 경주 남산에 있는 탑곡 마애불상군을 둘러본 것이었다. 답사를 떠나기 전 경주가 고향인 지인으로부터 경주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는 말을 듣고 은근히 기대를 했었는데, 과연 그런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남산 동쪽 어귀에 있는 옥룡암이라는 작은 암자 옆에 위치한 이곳에는 높이 10여m, 둘레 30여m 정도 되는 커다란 바위 네 면에 '군'(群)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수많은 불교 관련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다.조각 내용은 주로 불상과 보살상, 비천상, 보리수, 불탑 등이었는데, 위쪽 산기슭과 붙어 있는 남쪽 면에는 3층 석탑과 1구의 석불 입상이 따로 세워져 있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답사에서 돌아와 인터넷에서 확인해보니, 조각은 23구의 인물상을 포함하여 모두 34점이나 된다고 하였다. 특히 입구에 해당하는 북쪽 면에는 9층탑과 7층탑 두 개가 양쪽으로 새겨져 있어 다른 마애불상군과 대조를 이뤘다. 조성 연대가 7세기 중엽 정도라니, 그보다 1세기 전에 건축된 황룡사 9층 목탑의 원형을 추정하는 데에도 참고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되었다.규모로 보건대, 이것을 조성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희생이 따랐을 것이다. 이름 없는 민초들이었을 1천300여 년 전 신라 석공들로 하여금 그런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마침내 불상군을 완성하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국토를 향한 염원이 아니었을까? 그 염원이 단단한 바위에 선을 내고, 그 선들이 모여 불국토의 형상을 이룬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꿈만큼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도 없는 듯하다. 꿈이 굳건할수록 떼어놓는 발걸음 또한 흔들리지 않는 것이 세상 이치다.불국토, 꿈을 향한 석공들의 염원은 힘듦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밑받침이 되었을 것이다.몇 해 전 봉화 청량산에서 열린 산사음악회에 갔을 때의 일이다. 사람이 많아 차량이 통제되는 바람에 산 아래 일주문에서부터 걸어 올라가는데, 중간쯤 도달하자 가쁜 숨소리와 함께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앞에 가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초행으로 보이는 그들에게는 절로 올라가는 가파른 길이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어 더 힘이 부쳤던 모양이었다. 그러던 중 마침 뒤에서 비구니 일행이 올라오자 반갑다는 듯이 얼마나 더 가야 되느냐고 물었다. 그 말을 들은 비구니 한사람이 걸음도 멈추지 않고 나지막이 건네던 대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발밑만 보고 가세요."어렸을 때 어머니 손을 잡고 먼 길을 갈 때가 떠오른다. 어린 걸음에 걷는 것이 지루하면 일부러 땅만 보고 걸었다. 앞을 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며 한참을 땅만 보고 가다 고개를 들면 그렇게 멀어 보이던 교회 첨탑도 어느새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는 등산길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곤 한다. 꿈이 굳건한 사람은 도달하고자 하는 곳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걷다 보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여 새해에 꿈이라도 세웠다면 그저 발밑만 보고 한 해를 묵묵히 걸어갈 일이다. 1천300여 년 전 극락왕생을 향한 신라 석공의 믿음처럼.

2020-01-06 18:00:00

[세월의 흔적]<55>창호

빛은 우리네 일상에 필수적이다. 건축물의 실내 공간에 빛을 들이는 기능은 창이 한다. 유리가 창에 도입되기 전에는 기후대와 문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창이 있었다. 그 가운데서 동양의 경우에는 창이 훨씬 더 과학적이었다. 일찍이 종이가 발명되어 그것을 발라서 창을 마감하였는데, 그 같은 창을 지창(紙窓)이라 불렀다.오늘날 '창'과 '유리창'을 동의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창문은 당연히 유리로 만들어진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실제 유리창의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처음으로 유리창을 사용한 건물은 1883년에 완공된 일본공사관 건물이다. 그 이전 우리네 전통 한옥에는 창호(窓戶)가 있었다.창호란 말은 창(窓)과 호(戶)의 복합어로, 창과 지게문을 통틀어서 이르는 말이다. 지게문은 방에 드나들기 위한 구조물로, 집에 드나들기 위한 구조물과는 서로 구별된다. 또한 호는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것으로, 한 짝으로 되어 있어서 밖으로 드나드는 두 짝인 문과 구별된다. 우리네 건축에서 창호의 구분은 애매하지만, 소목(小木)이 짠 것을 창호라 하고 대목(大木)이 짠 것을 문으로 구분하고 있다.창호의 종류로는 판장문(板長門),골판문(骨板門),도듬문,불발기,살창,교창,띠살창,용자창(用字窓),아자창(亞字窓),완자창(卍字窓),정자창(井字窓),구갑창(龜甲窓),빗살창,소슬빗살창,빗꽃창,소슬빗꽃살 같은 것들이 있다. 창호를 짤 때 울거미는 선대와 막이를 연귀로 맞대거나 직각으로 맞대어 만든다.그 가운데 판장문은 부엌이나 광의 문으로 사용되는데, 몇 장의 널판에 띠를 대어 만든 문이다. 그리고 골판문은 방이나 대청의 덧문으로 사용된다. 또한 도듬문은 다락문이나 두꺼비집에 사용하고, 불발기는 대청과 방 사이의 들어열개로 사용하며, 살창은 환기를 위해 창호지를 바르지 않고 부뚜막 위에 다는 창이다.그리고 창호를 여닫는 방법에는 여닫이,미닫이,들어열개가 있다. 여닫이는 창호와 설주에 돌쩌귀를 달아 창호를 안으로 밀어서 여는 방법이다. 또한 미닫이는 골 홈을 판 문지방을 문의 위아래로 보내고, 그 사이에 문짝을 끼워 수평으로 밀어서 여는 방법이다. 그리고 문짝을 들어 올려 들쇠에 매다는 방법을 들어열개라 한다.우리네 전통 한옥의 창은 나무로 문짝을 만들고 그 위에 창호지를 바른다. 그래서 문을 닫은 상태에서는 바깥을 볼 수 없지만, 종이를 통해 빛이 투과되기 때문에 밝다. 그리하여 환한 실내 환경과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어느 해 가을 고택에서 며칠 묵은 적이 있다. 그때 완자창을 통해 비취던 달빛의 푸근함과 그윽한 정취를 잊을 수 없다. 우리네가 창호에 문종이를 바른 것은 가히 혁신적인 발명품이라 자랑할 만하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20-01-06 18:00:00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日常중국] 종중(從中)인가 파중(怕中)인가

중국이 두려워서인가?수천 년 동안 조공을 바친 중국은 공공연한 '사대'(事大)까지는 아니더라도 극진하게 대접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죽창'을 들자고까지 한 우리 정부와 청와대의 자세는 아무래도 정상적인 외교는 아니다.미국을 따라잡으려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조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데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중국에 아주 만만해보일 것이다. 우리는 아직 사드를 공식 배치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지난 연말 한·중·일 정상회담차 베이징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보복 조치의 하나인 '한한령' (限韓令) 해제 요구를 입 밖에 꺼내지도 못했고, 중국 측이 '문 대통령이 홍콩과 위구르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인식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었음에도 청와대는 중국에 항의하거나 발표문 수정을 요청하지 않았다.일본을 만만하게 보고 지소미아 파기도 불사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할 말을 다한다는 우리 정부가 중국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굴욕적인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있어 안타깝다.이 정부 초대 주중한국대사로 부임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민대회당 방명록에 '萬折必東'(만절필동)이라고 적으며 머리를 조아릴 때부터 이 정부의 DNA에 각인돼 있는 중국 사대사상을 알아챘어야 했다. '萬折必東'은 '황허(黃河)의 물길이 수없이 꺾여도 결국은 동쪽으로 흐른다'는 뜻으로 중국(명나라)에 대한 조선의 '사대'를 의미한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안다. 문 대통령 역시 2017년 한중 정상회담차 방중해서 '소국'과 '대국'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사대 DNA'를 감추지 않았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중국 학자들이 참석한 포럼에서 '미군 철수 시, 중국의 핵우산 제공 여부 요청'이라는 황당한 언급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중국에 대한 집권 세력의 속마음을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지만 이젠 누구하나 놀라지도 않는다.지금 우리 청와대와 정부의 대(對)중 외교는 '친중'(親中)을 넘어 '종중'(從中) 수준이다. 패스트트랙을 통해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18년 3월 중국이 헌법 개정을 통해 출범시킨 '국가감찰위원회'와 판박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시 주석 집권과 더불어 법치주의를 앞세운 '부패와의 전쟁'을 지속적으로 벌여온 중국은 부패와의 전쟁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졌다. 시 주석은 그럼에도 부패와의 전쟁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헌법 개정을 통해 전 공직자로 감찰을 확대할 수 있는 국가기관을 설치한 것이다.이 감찰위는 중국 공산당 기율검사위를 확대 개편한 조직이다. 기율검사위의 감찰 대상이 공산당원으로 제한돼 있었다면 국가감찰위는 비당원인 전 공무원으로 확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두 기관은 홈페이지를 같이 쓰고 청사도 공동 사용하고 있는 쌍둥이 조직이다.기율검사위의 자오러지(趙樂際) 서기와 국가감찰위를 맡은 양샤오두(楊曉渡) 주임 모두 시 주석과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측근 그룹 '시자쥔'(習家軍)에 속하는 핵심 인사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4일 국가감찰위 홈페이지를 열자 자오쩡융(趙正永) 산시성(陕西省) 당서기가 부패 혐의로 당적을 박탈당하고 조사를 받고 있다는 등 여러 건의 당 고위 간부와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감찰 결과가 올라와 있었다. 감찰위는 지난 2년 가까운 짧은 기간 동안 62만 건의 사정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문 대통령은 중국을 보면서 국회를 통과한 우리의 공수처를 후반기 국정 드라이브의 동력으로 운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지도 모르겠다.'이니(문재인 대통령 별명) 하고 싶은 대로' 해주고 싶다는 친문, 문빠 팬덤들에게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이 정부가 따라 하고 싶은 모델로 추앙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두렵다. 이 정부 들어 종중(從中)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중국에 대한 비판이나 언급을 자제하는 것은 중국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중국이 부러운 것 아닐까?

2020-01-06 17:38:30

권혁욱 니혼대 경제학부 교수

[세계의 창] 인센티브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떤 조직에 있나→어떤 일 하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 '능력' 척도 변화 더 벌어지는 대기업'中企 임금 격차 바뀌지 않으면 한국 청년 미래 없어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달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크고, 그 격차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뿐만 아니라 최근 확대되는 경향이다.필자가 한일 기업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에 비해 평균적으로 30% 낮은 데 반해 한국은 평균적으로 40% 정도 낮다. 물론 노동자들이 받는 복리후생비, 노동환경 및 고용의 안정성까지 고려하면 임금 격차보다 더 큰 차이가 있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미국에서는 기업규모 간 임금 격차가 크지 않고, 그 격차는 교육 수준, 성별 등과 같은 노동 속성의 차이로 3분의 1 정도 설명되고, 일본에서는 노동 속성의 차이가 10분의 1 정도밖에 설명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연구 결과는 한국과 일본에서 기업규모 간 임금 격차가 대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비해서 능력이 뛰어나고,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생겼다고 할 수 없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따라서 일본과 한국에서의 임금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같은 개인의 지식과 능력보다는 '어떤 조직에 속할 수 있는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식과 능력이 높은 인재가 대기업에 취업할 확률이 높지만, 대기업에 취업을 알선해 줄 수 있는 연고 즉 '누구를 알고 있는가'와 같은 사회적 자본의 영향을 고려하면 개인의 지식과 능력이 반드시 대기업 취업과 비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기업규모 간 임금 격차는 대기업 부문에서 노동수요보다는 노동공급이 넘쳐나고, 중소기업 부문에서 만성적인 초과노동수요 문제를 야기시킨다. 쉽게 말하면 재벌 대기업을 비난하면서도 그 기업들에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고, 인재 확보에 혈안이 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수많은 보조금이 있음에도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이와 같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기초한 인센티브 시스템하에서는 자신의 능력과 오랫동안 투자해 온 교육 투자의 수익률에 맞는 대기업이나 그에 준하는 직장을 계속 찾는 취업예비군들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에 20만 명이, 삼성그룹 GSAT시험에 10만 명이 응시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인센티브 시스템은 기술 변화가 점진적이고,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경우에 유리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는 급격한 기술혁신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다.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혁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는 엄청난 자금으로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를 끌어모아 AI, IoT, 5G, Maas, 양자 컴퓨터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Google, Facebook, Paypal, Uber, Netflix, Airbnb, Tesla 등 새로운 기업을 끊임없이 탄생시키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1억4천만원의 소득자도 저소득자층으로 분류될 정도로 임금이 높고, 탁월한 인재들은 더 높은 소득을 위해서 한 기업에 계속 근무하기보다는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새로운 기업을 스스로 창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은 한국과 일본처럼 안정된 조직과 기업에 들어가 안주하기 위한 경쟁보다는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재능을 최대한 발휘해서 새로운 기술과 기업을 만들기 위한 경쟁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경쟁의 방향과 질의 차이가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낳는다는 사실은 기회의 땅이 된 현재의 실리콘밸리와 경제의 활력이 서서히 약화되어 가고 있는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면 명약관화하다.한국에서도 아직 실리콘밸리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는 분야가 K-POP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이다. 일본의 영화산업은 1960년대까지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들이 고용의 안정이 보장된 월급쟁이로 전락하면서 80세에 가까운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가 제작되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이목과 인기를 끌 만한 영화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글로벌 시장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120% 발휘하는 승리자에게 일정한 급여가 아니라 막대한 승리수당을 보장하고 있다. 그래서 재능이 넘치는 인재들이 한국에 모여서 새로운 그룹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분열하는 경쟁을 하게 되면서 한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제조업이 중심이 된 산업구조에서 유효했던 '어떤 조직에 속하는가'가 중요한 인센티브 시스템에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의미를 갖는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바꾸지 않으면 한국 경제에도, 한국의 청년들에게도 미래는 없다.

2020-01-06 16:10:12

이강호 (사) 한반도 통일연구원 고문

[기고] "공수처법, 자유민주주의 사망(死亡) 선고다"

권력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견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권력을 향한 질주는 항상 독점이라는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게 한다.특정 개인이나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면 그들은 반드시 오만의 길로 빠지게 되고 결국은 파국의 구렁텅이 속으로 떨어진다.일단 권력의 맛을 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야수가 되고 폭군으로 변하는 것을 역사에서 수없이 볼 수 있다. 그들의 속성을 그대로 두면 로마사, 프랑스 혁명사에서와 같이 그 전철을 밟게 될 것이며 이는 무수한 세계사에서 보여주고 있다.분명한 것은 그들 자신이 쳐놓은 덫에 걸리는 것은 물론 그들의 행위가 인과응보의 법칙으로 되돌아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불행의 전철을 밟지 않고 막아내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이고 그 근간이 삼권분립이다.이를 얻기 위하여 피눈물 나는 대가를 치른 것이어서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모든 나라에서 신주처럼 귀히 받들고 있다.하지만 민주화 투쟁의 역군이라고 자처해 온 사람들에 의해 그 존엄이 무너지고 있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악의 법'이다. 독일 나치의 게슈타포 같은 정치수사기관이다. 권력자가 임의대로 무한대의, 그리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기 위함이다.공수처법이 통과되던 그날 그들은 희희낙락하며 매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 국민 저항에 직면하는 가운데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헌법에 근거 없이 검찰총장보다 상위 수사기관을 두는 것은 위헌이다. 위헌적인 공수처가 헌법에 근거를 두고 수사권을 총책임지는 검찰총장 권한을 뭉개고 수사한단 말인가!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 등을 비롯해 앞으로의 정권 비리 수사를 사전에 차단해 뭉개버리려 하는 것이다. 검사, 판사, 정치인 등 자기편이 아닌 인사들을 수사, 처벌하려는 것이다.권력의 맛을 보았는지, 그들은 이제 역사도, 국민도, 민주주의도, 법치도 안중에 없다. 오직 권력독점으로 재집권만이 있을 뿐이다.그들은 지금껏 민주화투쟁의 선봉자라며 자랑으로 삼아왔다. 이제 반민주주의자로, 독재자로 전락했다. 자기모순, 자가당착에 빠졌다.지금 이 나라는 '정치도박' '정치음모'에 휩싸여 있다. 과연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많은 국민이 불안과 공포에 떨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이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권력 주변에 아첨꾼이 득실거리면 나라는 멸하게 되어 있다. 만 명의 아첨꾼이 아니라 참소리를 직언하는 한 사람이 더 중요하다. 참소리하는 직언이 절실하다. 이들의 참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더 늦기 전에 획기적인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문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그 대답은 명료하다.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 정책이다. 용기이다. 용기가 모든 것을 얻게 한다.

2020-01-06 15:06:08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경자년에는 독수다서 어떠세요?

영상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영상을 통한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상 미디어에 익숙해져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뒷전에 밀린지 오래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 이제는 푸념이 아니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평소 영상매체 보다는 책을 즐겨보는 필자에게 눈과 귀를 사로잡는 흥미로운 TV 프로그램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스테디셀러 책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이다. 소수이긴 하지만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잔잔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그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책은 쉽게! 두꺼운 책은 가볍게! 지루한 책은 재미있게!'를 모토로 다양한 분야의 독서가들과 함께 수다로 독서를 풀어낸다.책이라는 아날로그 콘텐츠와 영상이라는 디지털 매체와의 만남이 매력적이다. 징비록, 군주론, 백범일지, 넛지, 총균쇠, 사피엔스, 신곡, 이기적 유전자 등 제목만으로는 너무나 친숙한 책이지만 실제로 읽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도서를 다룬다. 이 프로그램이 매력적인 이유는 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함께 여러 사람의 다양한 경험과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인문고전 독서토론회 '리케이온'과 유사한 점이 많아 더 큰 관심이 간다. 금융, IT산업, 의료, 컨설팅,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리케이온' 독서토론회에서는 하나의 주제에도 각 분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다.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족, 직장동료 등 주변 사람들에서부터 다양한 계층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들과의 대화 주제, 소재, 내용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에 속내를 보여줄 수 있는 깊이 있는 대화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독서토론에서 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 평상시 좀처럼 꺼낼 수 없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어서 상대방과 진정으로 소통했음을 느끼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나를 스스로 들여다보기도 하고, 상대방을 통해 투영된 내 삶의 방향을 읽기도 한다. 물론 상대방과의 친밀도가 훨씬 깊어졌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책은 그저 매개일 뿐이고 궁극에는 우리 삶이 대화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독서토론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경자년 새해를 맞아 올해의 버킷리스트에 독서토론을 추가해 보는 건 어떨까? 토론이 여의치 않다면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가벼운 독서수다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2020-01-06 13:45:27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매일춘추] 다양한 문화 경험의 힘

최근 들어 부쩍 '문화'라는 단어를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많이 접하게 된다.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문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까? 매년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에게 제일 먼저 던지는 질문이 '문화'가 뭐라고 생각하냐?이다. 이러한 질문을 던질 때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 없다는 눈빛으로 나에게 대답을 대신한다.많은 사회학자, 인류학자, 철학자들이 '문화'를 정의하고 있다. 그들의 공통적인 '문화'에 대한 정의는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만들어지는 모든 것'이 '문화'라고 했다. 그러면 이렇게 광범위하고 다양한 것이 '문화'라고 할 때 우리는 어떻게 제대로 문화를 즐길 수 있을까?얼마 전 수업에서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적어서 발표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결과는 1위가 장기간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였다. 다양한 국가들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여유롭게 살기를 원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왜 그럼 실천하지 못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답은 '돈'이 없어서거나 '용기'가 나지 않아서라는 대답이 많았다. 결론은 물질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예전에 대한민국 중산층 기준에 대해서 발표한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우리의 중산층 기준은 빚없이 30평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월급은 500만원 이상, 2,000cc 이상의 중형차를 소유하고 1억 이상의 현금과 연 1회 이상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산층에 대한 기준이 물질적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그에 비해 프랑스의 경우 퐁피두 대통령이 '삶의 질'에서 중산층이란 외국어를 하나 이상 할 줄 알며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고, 하나 이상의 악기를 다루며 약자를 돕기 위해 꾸준히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미국은 자신의 주장이 떳떳한 사람, 사회적인 약자를 도울 줄 아는 사람, 부정과 불법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고, 영국은 페어플레이를 하며,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지고, 독선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줄 아는 사람,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을 중산층이라고 했다.우리나라를 제외한 나머지 문화 선진국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을 중산층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실천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물질적 '부'의 축척이 목적이 되지 않고 자신의 이상을 꿈꾸고 실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발전하고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2020년이 되기를 소망한다.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2020-01-06 06:30:00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면 된다

새해 첫 칼럼이다. 지인들과의 사이에는 아직도 새해 인사가 오가는 중이다. 뭔가 새해에 걸맞은 글을 한참 궁리하다 포기했다. 공허한 "새해 복 많이" 대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 화두를 차지하며 새해 벽두부터 화제에 오르고 있는 검찰에 관한 의견이다. 정부는 '대구 세탁소 집 둘째 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2020년을 열었다. 1월 2일 아침 7시. 문재인 대통령이 추 장관 임명을 재가한 시각이다. '이례적'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무릇 모든 정치행위에 메시지가 있다면 청와대의 뜻은 분명해 보인다. 법무부를 통한 '검찰 통제'가 너무도 화급한 과제라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권력기관 개혁'이나 추 장관 취임사의 검찰 개혁은 같은 맥락이다. 추 장관이 이번 주부터 신속한 인사를 통해 검찰을 장악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추 장관이 인사권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을 자를 것이라는 섬뜩한 표현도 볼 수 있다. 권력 핵심을 향한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도 한다. 조국 의혹 수사,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수사, 관련 수사 팀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마디로 불편하다.문 대통령 말대로 대통령은 권력기관을 통제할 수 있는 헌법상 권한이 있다. 법무 장관 또한 인사권, 감찰권, 수사지휘권 등 법률적 권한을 통해 검찰 사무를 지휘감독한다. 하지만 그 권한은 어디까지나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국민의 위임 범위 내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인사철도 아닌데 갑작스레 인사를 한다? 국민의 주목을 받는 수사 관련자들을 모두 교체한다? 이른바 윤 총장 라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인사를 한다? 언론의 관측이 사실일 경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권한 행사로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과 추 장관 모두 합리성을 중시하는 법률가들이다. '조자룡 헌 칼 쓰듯' 권한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의무이다. 수사는 검사의 권한이자 의무이다. 언제가 되었든 검사들은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의혹 수사 담당 검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 보임된 검사가 이른바 윤 총장 라인이 아니라면 사건을 유야무야 할 수 있을까. 언론의 관측이 현실화 될까. 다시 말하지만 범죄 혐의가 있다면 검사는 수사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 라인이건 장관 라인이건 '수사하여야 한다'는 법률의 명령에서 예외가 있을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가 범죄 혐의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상당수 국민들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이유를 검사들은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죽은 권력에는 맹견, 산 권력에는 충견으로 비쳐진 세월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인권 보호보다 조직의 이익 보호를 위해 권한을 남용해왔기 때문이다. 국민에게는 가혹하면서 검사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비리라는 인식조차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오죽하면 없어져야 할 조직이라는 말까지 구성원 입에서 나올 수 있겠는가. 이제 공수처 설치가 확정된 마당이다. 기존의 의식과 관행 모두 혁명적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검사와 검찰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검사들은 우선 출세의 의미부터 인식을 달리 해야 한다. 권력자의 눈에 들어 소위 요직을 독점하는 게 출세 코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는 비겁한 검찰 조직 탄생의 근본 원인이 된다. 좌천이라는 관점도 마찬가지로 달라져야 한다. 어디에 근무하든 대한민국 검사는 검사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공익을 대표한다는 명예와 자존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특정 정치 세력과 대립각을 세우라는 주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장관은 장관의 일을,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한다는 당당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헌법과 법률, 국민에게만 충성하는 검찰. 국민이 검찰에게 듣기 원하는 "새해 복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는 바로 그런 것이다.

2020-01-05 17:36:44

이광락 금오렌트카 대표

[기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매일 대화를 하면서 살아간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 간의 일상적인 대화는 서로 상대방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가끔은 상대방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여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때도 있다. 요즘 의사소통 수단으로 SNS가 대세를 이루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메일, 트윗, 밴드, 카톡 등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시대가 되었다.그러나 이러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효과적이지 못할 때도 많이 발생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화 당사자 간의 의사소통이 효과적으로 정확하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란 발신자가 의도하는 내용과 수신자가 해석하는 의미가 일치하는 것을 말한다. 효율적인 의사소통이란 최소의 비용으로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효과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희망한다. 그러나 발신자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의 의사소통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요즘 접근의 용이성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단체톡방의 모임에 관하여 예를 들어 보자. 발신자는 전달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쉽고 간단하게 톡방에 게재하여야 한다. 한편 수신자는 확인 후 즉각 댓글을 달아주면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이룰 수 있다. 소위 눈팅만 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의사소통의 경로 중에서 이러한 문서를 이용하는 것도 한계일 경우가 있다. 상황을 설명하기에 복잡하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할 때, SNS로는 예의가 아닌 경우 등에는 문서가 아닌 구두 경로가 더 유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두 가지 경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상황에 따라서 알맞은 의사소통 경로를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발신자의 생각을 문자 형태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며, 구두로 의사 표현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인지과학자 아트 마크만(Art Markman) 교수에 의하면 사람은 어떤 정보들을 한 번에 듣고 다시 기억해낼 수 있는 적정 수준이 3개뿐이라고 한다.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습득해도 기억에 남는 것은 3개밖에 없다고 한다. 수신자들은 중요한 약속을 댓글에서 참석 여부도 밝히고 본인의 일정에도 반드시 메모를 해 두어야 한다.카민 갈로(Carmine Gallo)라는 사람에 의하면 의사소통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감정적인 요소 65% 대 논리적인 요소 35%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 되어야 한다. 수신자의 피드백이 의사소통에서 정확한 과정이다. SNS 형태의 의사소통 용이성과 정확성, 신속함도 중요하지만 감정이 담겨 있는 구두 경로도 중요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기술이다.

2020-01-05 15:34:04

김현정 NH농협은행 수성동지점 PB 차장

[금융판 칼럼]퇴직(예정)자의 궁금증 이모저모

예전에 다큐로 제작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를 보고 눈물을 많이 흘린 기억이 난다. 결혼한지 7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두손을 꼭 잡고 다니는 노부부를 보며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부부간에 누구보다 예의와 사랑이 필요다는 점이다. 또 영화 마지막 할아버지가 건강 악화로 먼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겨진 할머니를 보며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됐다. 더불어 두 부부가 100세 가까이 살기까지는 경제적 안정이 받쳐져야 하기에 얼마나 노후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영화의 이면의 또 다른 현실적인 걱정이었다.대개 한 해 마지막날을 기준으로 퇴직신청을 하다보니 최근 부쩍 노후 준비에 대한 고민이 깊은 이들이 상당수일 것이다. 퇴직(예정)자들이 맞닥뜨리게 될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와 궁금증을 살펴보자.첫째,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할까 하는 것이다. 금융소득(2천만 원 초과), 근로소득(재취업), 연금소득(사적연금 1천2백만 원 초과), 기타소득(3백만원 초과), 사업(부동산임대)소득이 있다면 국민연금(공적연금)소득과 함께 매년 5월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한다. 반면 별다른 소득이 없다면 국민연금공단에서 자동으로 매년 1월에 연말정산을 실시후 연금소득을 지급하게 된다.둘째, 정년퇴직을 해도 실업급여를 받을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우선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실직하기 전 18개월중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자발적' 퇴사 신청과 직장을 그만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취업활동을 하고 있어야 하는 두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정년의 도래나 계약기간의 만료로 회사를 다닐수없게 된경우도 두 조건만 충족한다면 수급 자격이 인정된다.이 때 실업급여(구직급여) 는 퇴직 전 평균임금의 60%가 지급되며, 나이와 고용보험가입기간에 따라 최장 270일 동안 하루 최고액(6만6천원)의 제한이 있다. 실업급여는 원칙적으로 퇴직한 다음날로부터 12개월이 경과하면 급여일수가 남아 있더라도 더 이상 지급받을수 없다. 이 때문에 퇴직 후 지체없이 실업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셋째, 실업급여를 받다가 재취업할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일은 일대로 하고 실업급여는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왠지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업촉진수당제도를 두고 있다. 50%를 일시에 지급하는 제도다.퇴직전후로 재무적인 준비는 물론 비재무적인 사항들을 꼼꼼히 알아보고 미리 대비한다면 불편한 노후는 남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김현정 NH농협은행 수성동지점 PB 차장

2020-01-05 14: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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