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책마담] 잇다, 있다, 잇다

"신나는 예술여행, 어린이청소년문학순회 '잇다'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5월의 작가, 권정생을 되살려 생생하게 만나는 시간! 권정생 작가의 삶터, 안동으로 달려온 어린이책 작가들이 권정생을 잇는, 지금 어린이 문학을 이야기합니다."지난 토요일, 떨리는 입술을 마이크에 갖다 대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시각, 안동 강남어린이도서관 강당에서였지요. 한가운데 넓게 깔아놓은 매트를 꽉 채운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와 더불어 눈을 깜빡였습니다."반가운 인사도 나눌 겸 곁에 있는 분들과 손을 한번 잡아볼까요? 잇는다는 건 이렇게 닿고 만나는 거겠지요. 어제의 작가-권정생과 곳곳에서 달려온 오늘의 작가, 그리고 여기 모인 미래의 작가인 어린이들이 만나 서로 닿고 이어지는 이 자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주최로 마련되었습니다. 첫 순서로 권정생 작가 소개가 있겠습니다."마이크를 건네받은 서정오 작가는 권정생 작가 글씨가 담긴 원고지를 보여주었어요. 두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였지요. 원고지에 적힌 글자가 마음에 훅, 들어와 꿈틀거렸습니다. 그림책 '훨훨 간다' 옛이야기 한 자락이 펼쳐지고, 서정오 작가의 옛이야기 책 '멍서방과 똑서방'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김정미 작가가 신나는 노래와 몸짓으로 '엄마 까투리' 그림책과 자신의 책 '유령과 함께한 일주일'을 잇고, 김태호 작가가 권정생 선생님의 '비나리 달이네 집' 달이 이야기와 자신의 단편 동화집 '네모 돼지'에 나오는 단편 '기다려' 이야기를 엮어 들려주었습니다. 기타를 들고나온 김성민 동시 작가는 권정생 동시집 '삼베 치마'와 자신의 동시집 '브이를 찾습니다'를 이어, 동시 노래를 불러주었고요.나는 '강아지똥' 동화를 낭독했습니다. 애니메이션 '강아지똥'에는 나오지만 조금 다른, 그림책 '강아지똥'에는 빠진, 강아지똥이 감나무 가랑잎과 만나는 장면과 바로 이 장면을요."강아지똥은 눈부시게 쳐다보다가 어느 틈에 그 별들을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아름다운 불빛'/ 이것만 가질 수 있다면 더러운 똥이라도 조금도 슬프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강아지똥은 자꾸만 울었습니다. 울면서 가슴 한 곳에다 그리운 별의 씨앗을 하나 심었습니다."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물결치듯 흔들렸습니다. 하마터면 울음이 터질 뻔했지요. 문장마다 작가 권정생의 삶이 어려 있었습니다.뒤이어 펼쳐진 '시야, 동화야, 놀자!' 시간에는 앞서 소개한 작품 속 단어와 문장이 담긴 색색의 종이를 아이들에게 내어주고, 무대 위 벽면에 마음껏 붙이게 한 다음, 흰 도화지를 한 장씩 나눠줬어요. 그리고 단어와 문장 종이를 떼어와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했지요. 단어와 문장을 잇는 아이들의 솜씨는 대단했습니다. 좀처럼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단어와 문장도 뚝딱뚝딱 매만져 하나로 꿰어내고 이어 붙였어요. 이렇게요. "달팽이가 있다. 밤에 있다. 무섭지도 않나보다. 최고다." "오늘은 안동에서 문제를 풀었어요. 벅차오르는 기쁨에 숨이 막혔다."단어와 문장 종이를 징검다리 삼아 '나'의 이야기로 건너가는 아이들 모습에 잇는다는 건, 마음 길 내어 또 다른 시간으로 한걸음 내딛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조금씩 나아가며 끝없이 이어지는 것, 그리하여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내내 머물러 있도록 하는 것. 순간, '있다'로 다가오는 잇다! 여기, 잇다, 있다, 잇다….돌아오는 길, 권정생 생가에 들렀습니다. 자그마한 흙집 마당에 들어서 맑은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았어요. 권정생 선생님,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 잘 계신지요? 아이들이랑 놀면서 선생님 생각 많이 났어요. 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이숙현 동화작가.구미금오유치원 원장

2019-05-15 18:00:00

[전영평의 귀촌한담] 풍수와 귀촌

시골에 살다 보면 저마다 마을, 집터, 묏자리 풍수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대부분 해석이 달라서 반풍수 사람 잡는 모양새다. 풍수는 '바람을 막고 물을 얻는다'는 뜻인 장풍득수(藏風得水)를 줄인 말로, 생명을 불어넣는 지기(地氣·땅 기운)를 살피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서양에서도 풍수 인테리어가 유행이라고 한다. 주거지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사람들의 건강 발복 기원이다. 중국 전국시대부터 유행한 풍수는 산세(山勢), 지세(地勢), 수세(水勢)를 인간의 길흉화복과 연결시키는 고대 입지론이다. 북풍을 막아주는 뒷산이 떡 버티고 있고, 앞은 툭 터져서 먼 산이 줄지어 보이고, 농사짓기 좋도록 논밭과 강이 어우러져 있는 곳은 당연히 살기 좋은 곳일 수밖에 없다.사실 풍수는 농경시대 프레임에 맞는 명당 입지론이다. 귀촌은 농경 프레임에 맞추는 행위이기 때문에 귀촌인은 풍수를 염두에 두게 마련이다. 문제는 풍수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다 보니 그런 땅을 찾기가 어렵고, 찾더라도 교통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풍수 선생이 와서 하는 말이 '잠 잘 오고 깰 때 개운하면 명당'이라는데, 남의 땅에서 먼저 자보고 땅을 고를 수도 없으니 참 낭패스럽다.이참에 내가 체득한 풍수를 알려드릴까 한다. 대도시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 햇빛이 온종일 잘 드는 곳, 되도록 산과 인접한 곳, 가축 농장과 소음이 없는 곳, 함께할 마을 주민이 있는 곳이면 될 것 같다. 귀촌 귀농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땅덩어리는 좁은 데 무슨 명당자리가 그리 많이 남아 있겠는가. 악취와 소음을 피하고 바람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면 된다. 지인들과 파티를 할 수 있는 멋진 별장, 가족과 편히 지낼 수 있는 집도 좋지만 혼자서 조용히 휴식·명상·농사짓기에 편한 곳이 우선이어야 할 것 같다.요즘은 산골에도 TV와 인터넷이 잘 보급되어 전 세계 소식과 실시간 연결이 가능하다. 세계화와의 기술과 귀촌이 병존하는 '세귀화시대'가 확 열려 있다. 좌청룡 우백호의 기존 풍수 관념에 너무 묶이지 말자. '자연과 인간을 관찰하면서 조그만 지혜를 얻어가는 귀촌, 세속적 탐욕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질 수 있는 귀촌, 세계와 연결되고 해외여행도 가끔 꿈꿀 수 있는 귀촌'을 상상해보자. 소망이 영글 수 있다고 느껴지는 곳이 바로 자기만의 명당이며 귀촌 풍수의 행복이 발현되는 곳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구대 명예교수

2019-05-15 18:00:00

[종교칼럼] 가족사랑

사람에게는 첫 경험이 중요하다. 생후 처음 부모와의 만남, 처음 어린이집에 간 경험, 입학식, 첫사랑, 첫 입사 경험, 초보 엄마와 초보 아빠의 경험은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첫 경험은 그 이후의 모든 경험과 기억을 방향 지우는 결정적인 요소다.사람은 가정에서 모든 것을 처음으로 경험한다. 생명의 태어남과 만남, 성장과 쇠퇴, 죽음과 이별이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가정에서의 경험은 가장 중요하다. 사람에게는 사회생활이 중요한데, 사회생활은 대부분 가정에서의 경험 확대다.매스컴에서 가정폭력 사건을 들으면 마음이 섬뜩해진다. 희생당한 어린이가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한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배우 김혜자 씨가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녀는 시상식에서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마지막 대사를 읽었다."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모든 사람은 태어난 이상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인생을 사랑 안에서 마무리하려면 아이들이 가정에서 사랑받아야 한다. 사랑받는 아이가 자라서 사랑하는 어른이 되기 때문이다.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이 중요하다. 사람은 교육을 통해서 비로소 온전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동물은 성장 기간이 짧다. 태어나자마자 걷고 금방 성숙한 동물이 된다. 동물들은 본능과 약간의 경험으로 환경에 온전하게 적응한다. 그러나 사람은 육체적으로도 오래 성장해야 하고 배워야 한다. 축적된 문명을 이해해야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사람은 교육의 양과 질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우리 한국처럼 교육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부러워했다. 우리는 빚을 내서라도 아이를 가르치는 나라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엄청난 양의 지식과 정보를 교육받으며 자라난다. 그런데 교육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의 방향 즉 목적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시대 사람들의 행동은 돈을 많이 버는 목적을 향해 있다. 교육의 목적도 돈을 많이 버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사람들은 가족보다 직업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옥동자, 마빡이 캐릭터로 유명한 개그맨 정종철 씨는 수년간 전업주부를 한 후에 '옥주부' 캐릭터로 변신하였다. 그가 인기 절정에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우울증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아내를 본 그는 아내 곁에 있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세 자녀를 양육하며 가장 행복한 인생의 순간을 맛보고 있다.우리는 직업보다 가족, 아내, 자녀를 더 사랑해야 한다. 행복한 삶을 가정에서 경험하고 행복한 삶의 방법을 가정에서 익혀야 하지 않을까?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을 가족과 함께하면 기쁨이 더욱 커지고, 고통의 순간도 가족과 함께하면 소중한 시간이 된다. 인생의 감격적인 순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2019-05-15 10:34:14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남다른 가치와 믿음

신대륙 발견의 쾌거를 이루고 돌아온 콜럼버스에게 몇몇 이들은 그의 업적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이라며 폄훼했다. 그러는 그들에게 콜럼버스는 달걀을 책상위에 세워 볼 것을 제안한다. 한참동안 아무도 해내지 못하자, 콜럼버스가 달걀의 끝을 살짝 깨뜨려서 책상위에 세웠다. 사람들은 "그건 누구나 다 할 수 있지 않은가?"라며 비아냥거릴 때 콜럼버스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보기 전에는 누구도 하지 못했다. 처음이 어려운거다. 그 후에는 그저 아무나 하는 일일뿐이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필자가 대표로 있는 지트리아트컴퍼니에서 지난 주 재단의 공식지원비 없이 단독으로 오페라 '춘향전'을 제작하여 아양아트센터에서 올렸다. 거기다 날짜나 환경마저 불리한 상황에서 올리는터라 다들 "대단하다!"고 격려는 했지만 걱정과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던게 사실이었다. 관객 동원마저 쉽지 않은 상태에서 공연의 결과는 우려와는 달리 공연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로 성황리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필자는 무모하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그도 그럴것이 때론 무모하리만큼 끝을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공연들을 나의 고집에 의해 추진될 때가 있다. 내가 공연을 올리는 기준은 그 공연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확신이 들면 그대로 밀어붙였다. 지금까지는 다행히 좋은 성과를 내며 성장하고 있다. 성공한 모험가들의 공통점은 가치의 발견과 그것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필자는 결국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현대그룹의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가장 유명한 일화인 다리건설에서 당시의 기술로는 모두가 불가능했을 시기에 사람들과 직원들에게 그는 "해봤어? 해보구선 하는 이야기야?"라고 호통을 치며 특유의 뚝심 하나로 밀어붙인 결과 다리가 기적적으로 완공되고 그는 "거봐, 해보니깐 되잖아!"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된다는 믿음 하나로 기업을 키운 정주영 회장의 믿음의 결과가 아닐까.처음에는 길이 아니지만 그 곳을 걷고 또 걷다보면 언젠가 사람들이 그 곳을 길이라 부르게 된다는 말처럼 지나고나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그 뻔한 길을 만들기위해 남다른 가치관과 믿음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가치를 좇아 비포장길 위에서 잡초와 돌뿌리를 일일이 걷어내는 수고로움을 기꺼히 감당하며 꿋꿋이 걸어가고 있는것이 아닐까.현동헌 테너

2019-05-15 10:23:40

이정호 변호사

[경제칼럼] 공유경제의 바람직한 방향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원리나 그에 기한 각종 설비, 재화, 서비스 거래 체계가 사회적으로 제법 익숙한 현상이 되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출퇴근 시간에 차량을 나눠 타거나, 차량과 기사를 즉석에서 함께 호출해 운전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에 쏠쏠한 만족을 느낀다. 그런데 기왕이면 트렌드로 여겨지는 공유경제가 시장에 더 정착하기 전에 그 의미나 경제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는 게 좋을 듯하다.공유경제란 말의 의미 자체는 사실 새로울 게 없다. 내가 가진 유무형 자원을 보편적 거래 조건보다 유리하거나 효과적으로 타인이 빌려 사용하도록 제공하는 거래일 뿐이다. 기업가가 판매하거나 전문적으로 대여하는 물건이나 서비스에 관해 특정한 공급자와 수요자가 적절한 시스템을 통하여 연결되도록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임대라는 법률상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공유경제는 물건을 여러 사람이 나눠 쓸 수 있도록 하는 협력 소비를 기반으로 한다. 경제 침체기에 소비자가 갖는 구매력의 한계를 나눠 쓰기로 해결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공급자 측면에서는 수요자에게 필요충분한 최적의 물건을 제공하도록 해 공급의 불균형이나 과잉을 해소하고, 동시에 수요자로서는 구매 비용을 임대로 대체하거나 종래의 임차 비용을 절감시켜 준다는 데 그 편익이 존재한다.기업 간 거래이든, 소비자 대상의 거래이든, 수요자 측에 적절한 소비 혜택을 주는 것 이외에도 보편적 시장에서는 단순 소비자에 불과하지만 공유경제의 틈새시장을 통해 소비자에게도 공급자의 기회를 부여하고 거래의 부가가치를 얻도록 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유휴자원이나 설비를 공유하게 됨으로써 민감한 수요를 충족시켜 주고, 가계가 때로는 기업처럼 부가가치와 이윤을 창출해 내도록 한다는 측면은 대단히 긍정적이다.그러나 공유경제는 필연적으로 수요 공급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을 필요로 하고, 이러한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이나 거대한 무선통신 체계를 기반으로 한다. 즉, 공유경제에 해당하는 정보 시스템의 속성상 시장지배력을 가진 플랫폼을 이미 확보한 거대 기업에 의존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공유경제라 하지만 그 면면을 보면 직거래를 알선하는 방식과 다를 바 없고, 따라서 서비스 플랫폼업체만이 안정적이고 확실한 수익을 가져가는 측면은 거의 유사하다.또한 개인의 유휴자원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영세한 자산가나 개인 소비자들이 더 공급을 주도하게 함이 적절할 것이나 실상은 대기업이 보유 자산을 보다 전문적으로 가격 차별의 경우처럼 틈새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시장을 확충해 주는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예를 들어 이른바 공유오피스는 겉으로는 공유경제의 이름을 쓰고 있지만 어떤 점에서는 가격 차별을 통해 임대 수요를 더 흡수하고 확보하려는 방법의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공유오피스 기업들에 글로벌 거대 기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GM과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카셰어링' 사업 전략을 펼치려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나아가 이러한 공유경제 개념이 소득 이동과 재분배를 가져오면서 오히려 경제성장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 공유경제는 상당 부분 전통적 임대나 리스 시장, 관련 법령들과 연관돼 있다. 최근 크게 문제로 대두된 것처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 강행법규와의 충돌 이슈가 있다.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법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개정하고, 경제 트렌드를 반영하자는 단순 논의 속에 갇혀서는 안 된다. 공유경제의 확장으로 인해 영향 받는 기업은 대체로 전통적 산업에 속해 있고, 성장 침체로 기업가와 근로자 모두 어려움을 겪는 추세다. 소득이 소비로 연결돼 경제 선순환 구조에 주는 영향을 중요시한다면, 전체 근로자 임금을 최저임금제 등으로 안정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 산업에 속한 근로자 소득을 안정시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공유경제는 분명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 효용이 보다 큰 대상에 소비를 집중할 기회를 보장하는 매력이 있다. 공유경제 원리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향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그러나 공유경제에 의해 역설적으로 또 다른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강화시키는 부작용이 없으리라는 법이 없다. 전통산업이 무너져 경제 전체가 진통을 겪게 될 우려도 있다. 시장 원리를 통해 자연스레 도입되거나 정착되지 않은 공유경제는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나 장기적으로 볼 때 그 효과가 어떠할지 여러 각도에서 신중히 검토되길 기대한다.

2019-05-14 16:42:44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참된 스승

참된 스승이란 무엇일까? 단순한 지식과 앎의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인격체로서의 길을 제시해주는 스승이 참된 스승일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참된 스승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과도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펙과 점수를 쌓기 위한 지식의 전파자로서의 선생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학문을 흔히 공부라고 바라본다면 보통 사람들은 신분 상승을 위한 도구나 부의 창출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학문'은 단순한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재물을 축적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올바르게 설 수 있게 하는 것이 학문이 지닌 몫이라 본다. 때문에 학생에게 스승의 역할은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감사하게도 나에게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삶의 관점을 제시해주신 스승님이 계신다. 거대 담론과 지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소박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학생들을 맞이해주셨는데 당시 선생님의 강의 방식은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의 질문과 대답이 설령 다르거나 틀려도 끝까지 경청하시고 문제점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길러주셨으며,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지식의 전달이 아닌 책을 읽고 가치관을 공유하여 건전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주셨다. 이러한 그의 가르침은 글과 멀었던 나를 서점으로 인도하게 하였고, 언제나 책을 가까이 하는 작은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새롭게 시작된 나의 습관은 연기에 대한 관점에서 변화를 주었다. 배우로서 인물창조를 할 때 연출자가 요구하는 수동적 방식에 익숙해져 단조로웠다면 선생님을 만난 이후 스스로 배역에 대해 질문을 던져봄으로써 능동적이고 입체적으로 구축하려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예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있었기에 변화할 수 있었고, 책이 가져다주는 앎의 의지와 미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가끔 선생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선생님께서는 스스로에 대해 이렇게 자문하신다. '내가 평상시 학생들에게 말하고 주장하였던 것을 나는 몸소 실천하며 살고 있는가?' 그리고 이에 대해 '말과 허울뿐인 가르침이라 책임지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고 말씀하신다.진정으로 자신의 언행에 대해 책임지려는 그의 자세를 나는 공경할 수밖에 없다. 배움에 있어서도 책임지지 못하는 가르침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게 되겠지만 만약 그때가 된다면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닌 선생이라는 사명의식을 가지고 내가 한 주장에 대해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고 싶다. 고단할 것임을 알지만 나는 그것이 스승이 지녀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스승의 날(5월 15일)이다. 나에게 더 나은 인격체로서의 변화를 이끌어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안부전화 드려야겠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5-14 11:27:40

개와 고양이 방광결석의 종류(출처: https://www.semanticscholar.org)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소변 볼 때 아파해요"…개와 고양이의 방광결석

아라(치와와·8)의 소변에서 피가 나고 통증을 호소하여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보호자는 감짝 놀랐다. 방광 전체에 돌(방광 결석)이 가득차 있었다.아라는 수술로 방광 결석을 제거했지만 방광염이 심해 장기간 방광염 치료와 결석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처방식 사료를 처방했다.방광 결석의 발생 원인은 식습관, 배뇨습관과 관련이 높다. 영양은 과다 섭취하면서 상대적으로 수분 섭취가 부족해지면 소변은 농축된다. 농축된 소변에 과량의 무기질이 정체되면서 세균과 방광슬러지와 응결하는데 이는 결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방광 결석 중 스트루바이트 성분의 결석은 처방식 사료를 급여하면 예방할 수 있지만 최근 발생율이 증가하고 있는 옥살레이트 성분의 결석은 식사 습관과 배뇨 습관이 개선되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방광 결석을 예방하기 위한 식생활 습관을 알아보자.1.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수분 섭취가 많아지면 소변은 묽어지고 자주 배뇨하므로 방광 결석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에게 강제로 물을 먹이기는 쉽지 않다.사료를 물에 불려서 잘 먹는다면 효과적인 수분 공급 방법이 될 수 있다. 불린 사료를 기피한다면 풍미를 자극하는 최소량의 고기나 간식을 섞어 야채를 먹도록 유도한다. 야채는 95% 이상이 수분이며 포만감을 지속시켜 간식을 줄이는 데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 야채는 살짝 데쳐 주는 것이 좋지만 생야채를 잘 먹고 소화를 잘 시킨다면 생야채를 급여해도 된다.고양이의 경우 수분함량이 높은 습식 사료를 추천한다. 사료를 물에 불려주거나 좋아하는 습식 사료에 물을 첨가할 수도 있다. 기호성이 높은 간식을 물에 담가 주는 방법도 권장된다.고양이마다 독특한 식습관을 가지므로 보호자는 여러 가지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고양이가 받아들이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2. 소변을 참지 않아야 한다.산책 시에만 배뇨하는 개의 습관을 개선시키기는 어렵다. 이러한 개는 산책 횟수가 줄어들면 스스로 수분 섭취를 줄여 소변을 참는다. 산책 배뇨 습관이 잡힌 개는 최소한 하루 2회 이상 산책을 시켜주어야 한다.또 실내 배뇨를 유도하기 위해 집안 곳곳에 신문지나 패드를 자주 교체해준다. 개는 새로운 패드나 신문지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고양이는 통증이 있거나, 불결한 화장실 스트레스가 배뇨를 참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화장실 가기를 기피하는 고양이에게는 자연의 모래 촉감과 유사한 천연 벤토나이트 모래를 넓은 박스에 부어 화장실을 만들어 주면 좋다.고양이 배뇨장애증(FLUTD)의 원인이 되는 플러그 또한 스트루바이트 성분이 많으며 수분 섭취와 건강한 배뇨습관이 질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3. 과영양 대사(미네랄 과잉섭취)를 개선하여야 한다.사료, 간식, 개껌 등을 많이 먹으면 신체 내 무기질이 많아지면서 신장에서 방광으로 걸러보내지는 노폐물도 많아진다. 개의 경우 고구마, 개껌, 육포, 간식, 과일 등이 과영양대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사에너지가 줄어든 성견에게 과영양 섭취는 비만을 초래하며 대사성 질환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수의사와 상담하여 적절한 체중 감량과 식이 다이어트를 반드시 실행하여야 한다.가정에서 관찰할 수 방광결석 초기 증상은 아래와 같다.▷소변의 색이 짙고 냄새가 많이 난다.▷소변이 마르면 반짝이는 결정체가 발견된다.▷배뇨 끝에 혈액이 보인다.▷소변을 볼 때 통증을 호소한다.▷소변을 여러 번 나눠 배뇨하는 경향이 있다.마지막으로 미네소타 수의과대학 방광결석센터(Minnesota Urolith Center)에서 2018년 한해 동안 분석한 개와 고양이의 방광결석 성분을 소개한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5-14 09:55:29

[최진석의 새 말, 새 몸짓]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높이에서 새로 살자

멈춰야 하는가, 달려야 하는가. 버려야 하는가, 가져야 하는가.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 그만 내려놓아야 하는가. 쉼 없이 근면해야 하는가, 이제 그만 소위 힐링을 구해야 하는가. 지지부진한 삶 속에서도 이런 질문들은 종횡무진 파고든다. 이 질문다발은 결국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로 합쳐진다. 참 어려운 일이다. 누구는 이렇게 해야 옳다 하고, 다른 누구는 또 저렇게 하라고 한다. 이렇게 살라는 사람이나 저렇게 살라는 사람 모두 틀리지 않아 보이니 선택은 더욱 어렵다. 모두 틀리지 않아 보이는 이유는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 맞아서라기보다 필시 자기만의 각성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뭘 모르기 때문인 것이다. '무명'(無明)에 빠져있으면 돌고 도는 윤회의 틀을 못 벗어나는 것과 같다. 당연히 삶의 무대를 알아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말하기 전에 어디서 사는지를 알아야 한다. 연극배우도 연기를 잘하려면 자기가 서는 무대의 정체에 밝아야 한다.인간이 사는 무대는 두 덩어리로 되어 있다. 하나는 인간이 만든 덩어리, 다른 하나는 인간이 안 만든 덩어리. 이 세계의 모든 존재는 인간이 만든 것 아니면, 안 만든 것이다. 인간이 안 만든 덩어리는 인간과 별 관계없이 자기가 가진 원칙에 따라 자기 알아서 스스로 돌아간다. 자기 알아서 스스로 돌아가는 것을 '자연'(自然)이라고 한다. 다른 한 덩어리는 인간이 만들었다. '문명'(文明)이다. '문명'(文明)이라 할 때의 '문'(文)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다 인간의 손이 닿았다는 뜻이다. 인간이 만든 것이다. 문자(文字)는 인간이 '만든' 기호이고, 문학(文學)은 인간이 '만든' 이야기에 관한 지적 활동이다. '문명'은 '문화'(文化)라고 하는 인간의 독특한 활동이 만든 결과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하거나 만들어서'[文] 변화를 야기[化]한다. 이런 의미로 인간은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화적 존재다. 인간으로 존재하는 한 무엇인가를 하거나 만들어서 변화를 야기하는 일을 가장 근본적인 사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만년필을 만들었다 치자. 만년필이 없던 세상과 만년필이 새로 등장한 세상은 다르다. 어찌 되었건 이제 세상은 만년필이 있는 세상과 없던 세상으로 갈라진다. 달라진 것을 변화라고 한다. 만년필을 만든 사람은 이 세상에 변화를 야기한 격이다. 변화를 야기함으로써 인류의 삶은 더 넓어지고 편리해진다. 인류에게 하는 중요한 공헌이다. 만년필을 만든 사람은 인간 삶에 변화를 야기하였고, 만년필을 만들지 않고 사용만 하는 사람은 야기된 변화의 결과를 그저 수용했다. 물론 만년필을 수용하여 사용하면서, 자신만의 다른 변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것도 문화적 활동이다.인간은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화적 존재다. 즉 무엇인가를 하거나 만들어서 변화를 야기하는 존재다. 이 정의가 내려지는 순간, 인간은 두 층으로 격이 나뉜다. 누군가는 변화를 야기하고, 누군가는 야기된 변화를 받아들인다. 변화를 야기하는 문화적 활동을 하는 사람을 '자유롭다', '주체적이다', '독립적이다'고 표현하고, 야기된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을 '종속적이다'고 칭한다. 인간이 근본적인 의미를 잃지 않고 활동하면, '자유롭다-독립적이다-주체적이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 이것은 결국 문화적인 높이로 산다는 뜻이다. 만년필을 만든 사람은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이고, 누군가 만든 만년필을 수용하기만 하면 종속적이다.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이 하는 활동이 창의적 활동임은 매우 자명하다. 그래서 '자유-독립-주체-창의'는 같은 차원에서 하나로 모여질 수밖에 없다.문명은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낮은 층을 이루는 것이 물건들이다. 물건은 보이고 만져지는 것들로서 분명하고 구체적이다. 대포, 컴퓨터, 군함, 연필 등등이다. 물건은 물건 자체의 역량으로 그냥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는 길과 돌아다니는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야 좋은 물건이 나온다. 물건이 나오고 돌아다니는 길을 제도라고 한다. 도시, 농촌, 민주제, 공화제, 사회조직 등등이다. 이것은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이다. 좋은 제도는 좋은 물건이 등장하도록 보장한다. 그런데 제도는 또 좋은 세계관이나 생각의 방식, 즉 철학에서 비롯된다. 철학은 추상적이다. 좋은 철학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구체적인 일상의 삶은 좋은 물건으로 보장되고, 구체적인 좋은 물건은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좋은 제도가 만들며, 좋은 물건들과 좋은 제도는 추상적인 좋은 철학이 책임진다. 한 사회 구성원들의 시선이 '물건'에만 가 있으면 후진국, 물건과 제도에 가 있으면 중진국, 물건과 제도와 철학에 모두 가 있으면 선진국이다.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선진국이라 불러도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단계에 와 있지만, 아직은 중진국이다. 우리 사회의 격렬한 논쟁들은 여전히 제도의 차원에 머물러 있다. 공수처를 만드느냐 안 만드느냐, 내각제로 바꿔야 하나 아니면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해야 하는가, 대학입시에서 수능을 몇 퍼센트로 하고 자사고를 폐지하느냐 유지하느냐, 선거제를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재벌을 개혁해야한다 말아야 한다 등등 수준 높은 거의 모두가 제도와 관련된 것들이다.의식도 매우 제도 의존적이다. 자녀들을 교육 시키고 싶은 방향은 이런데, 교육 시스템 때문에 그렇게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고 하는 말이나 나는 이렇게 살고 싶었는데 내 삶이 사회구조 때문에 이리 되었다고 하는 한탄들도 결국은 모두 제도에 깊이 의존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은 자신과 사회를 독립적으로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다. 여기서는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가, 어떤 사람을 만드는가가 당연히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교육은 입시 제도에 함몰되어 있다. 고등학교라는 제도에서 대학이라는 제도로 이동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대학이나 고등학교라는 제도를 이용해서 어떤 사람을 만드는가나 어떤 사람이 되는가는 옆으로 밀쳐져 있다. 교육 현장의 황폐화는 교육의 정신과 철학이 사라지고, 제도를 지키려는 종속적 습관에서 비롯된다.우리 사유의 높이는 제도까지는 도달했으나 문화나 철학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는 중진국 상위 단계까지는 왔으나 선진국으로 진입은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종속적 단계로는 가장 높지만 자유롭고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모든 말들을 다 묶으면 결국 우리는 아직 문화적이지 않다는 말로 귀결된다.우리는 어느 단계에 사는가. 자유롭고 독립적인가. 아직 아니다. 우리 삶을 채우며 편리와 풍요를 제공하는 거의 모든 물건 가운데 우리가 만들기 시작한 것은 거의 없다. 우리가 독립적으로 만들어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한글'이 거의 유일하다. 우리는 제조업 강국이라 물건을 잘 만들고 또 수출해서 먹고 산다. 그러나 아무리 잘 만들어 수출까지 하는 물건이라 해도 우리가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만들기 시작한 것을 들여와 따라 만들었을 뿐이다. 물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 삶을 지배하는 제도를 우리가 만들어서 쓰고 있는가. 그렇지도 않다. 우리 삶의 구체적 구성물인 물건과 제도 모두 외부에서 들여왔다. 독립적이기 보다는 종속적인 구조 속에서의 번영과 발전이다.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시도해야 할 새로운 도전은 매우 분명하다. 제도적인 차원이 아니라 문화적인 차원에서 진정한 독립을 쟁취하는 일이다. 정치적이고 감성적인 독립이 아니라 삶의 독립, 생각의 독립,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높이의 독립이다.인간을 규정하는 말들은 적지 않다.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수, 호모 파베르, 호모 루덴스, 호모 이코노미쿠스 등등. 무엇인가를 하거나 만드는 일을 기준으로 한 분류들이다. 이런 모든 분류를 하나로 통합하여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말하면, '인간은 문화적 존재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무엇인가를 하거나 만들어서 변화를 야기하는 도전에 나서지 않는 인간은 인간적이지 않다. 문명은 인공적이고 조작적인 것이며, 이런 문명을 쌓는 인간은 인공적이고 조작적인 활동을 하는 존재라는 것을 철저하게 인식해야 한다. 인공과 조작을 거부하고, 그냥 아무렇게 하거나 내버려 두는 것을 자연이라고 하면서 높은 차원의 것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있는데, 이는 인간적이라기보다는 패배적인 자세일 뿐이다. 문명을 건설하는 사명을 가진 인간에게 '자연적'이라는 말은 인위와 조작적 활동의 결과를 원래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경지까지 끌어올린 것이지, 인위와 조작을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가장 인간적인 삶은 무엇인가를 하거나 만들어서 변화를 야기하는 삶이다. 다시 말해,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이고 창의적으로 사는 삶이다. 이런 삶의 태도는 있던 곳에서 없던 곳으로 나아가게 한다. 즉 변화를 야기한다. 아직 인식되지 않은 곳, 아직 경험된 적이 없는 곳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근본적인 의미에 닿아있는 인간이라면 머무르지 않는다. 혁명의 깃발을 완장으로 바꾸지 않는다. "지속 부정"과 "새말 새몸짓"으로 무장한다. 지금 우리에게 "새말 새몸짓"은 무엇인가. 제도의 높이에서 멈춘 상태를 넘어서서 삶의 태도와 관점의 혁신을 감행해야 한다. 철학과 과학과 문화적인 높이로 상승하는 일이다.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 높이로 올라서는 도전을 감행해야 한다. 바로 문화적이고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단계로 상승하는 일이다.건국과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신화는 물건과 제도의 높이에서 이룬 발전이다. 후진국과 중진국 정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제 이런 성공 신화를 뒤로 물리치고 한 단계 더 높고 새로운 신화를 써야 한다. 산업화 세력이 건국 세력을 도태시키고 새로워졌듯이, 민주화 세력이 산업화 세력을 밀어내며 나라를 새롭게 했듯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새말 새몸짓'으로 무장한 새로운 세력이 민주화 세력을 도태시키는 도전이다. 민주화 단계까지 올라서면서 하던 얘기와 주장을 아직도 계속하면서 그것을 지키려고만 하고 있다면, 당신이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다하더라도 아직 인간적이지 않다. 권력과 재력으로는 어쩔지 모르지만, 인간으로는 미성숙 상태에 있다. 깃발을 완장으로 바꿔 차고 그저 그렇게 살고 있는 사소한 사람일 뿐이다. 건명원 초대원장·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2019-05-13 18:30:00

[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 희박한 확률을 극복한 스포츠의 기적

스포츠에는 수학적 확률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우리는 이런 사건을 기적이라 부른다. 바로 며칠 전 유럽축구 챔피언스리그,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영국의 토트넘이 기적을 연출했다. 네덜란드의 아약스에 0대2로 뒤지고 있다가 후반에 3골을 연속으로 넣어 3대2로 역전승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영국의 리버풀도 현존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평가되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4대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토트넘이나 리버풀이나, 0대3으로 뒤져 '확률, 사실상 0'인 상태에서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지난 4월 PGA 골프 마스터스대회, 타이거 우즈가 우승할 것이라고 전 재산 8만5천달러를 베팅했다가 119만달러를 챙긴 우즈 팬이 있었다. 참가선수 87명이니 우즈의 우승 확률은 단순 계산하면 87분의 1, 즉 1.15%. 내친김에 그는 라스베이거스의 스포츠 도박회사를 찾아 10만달러를 베팅했다. 우즈가 올해 PGA챔피언십, US오픈, 브리티시오픈의 3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 1천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확률은 '사실상 0'다. 우즈가 전성기에도 달성한 적 없는 '사건'이니. 그래도 그는 우즈를 믿는다.8일 류현진 선수의 완봉승도 수학적 확률만으로는 불가능한 사건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2015년 어깨 관절와순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 재기한 투수는 16%에 불과하다고 한다. 류현진도 지난 3년 동안 겨우 12승에 그치는 등 악전고투 했다. 완봉승은 언감생심, 확률 '사실상 0'이였다. 하지만 32세의 류현진은 2천170일 만에 완봉승을 이뤄냈다. 희박한 확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의지와 노력으로 기적을 일군 영웅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렵다 어렵다 하며 좌절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인생과 사회에서도 수학적 확률보다 인간의 의지와 감정, 노력이 더 중요하다. 난관에 봉착한 북한 핵 문제와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 아닐까?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2019-05-13 18:30:00

[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疑隣盜斧(의린도부)-이웃이 도끼를 훔쳤다고 의심함

한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다. 이웃집 아들을 의심했다. 그 애의 걸음새나 얼굴 표정, 말투도 꼭 도둑놈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있던 도끼를 찾았다. 다시 이웃집 아들을 보았다.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 어디를 봐도 도둑 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인간의 눈에는 보고자 하는 대로 보인다. 마누라를 예쁘게 보면 처갓집 말뚝도 아름다워 보인다. 눈이라는 렌즈는 보이는 대로 비추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의 조종을 받는 것이다.의린도부(疑隣盜斧)는 이웃(隣)이 도끼(斧)를 훔쳤다(盜)고 의심(疑)한다는 말이다. 실부의린(失斧疑隣도끼를 잃어버리고 이웃을 의심한다)과 같은 말이다. 중국 춘추 전국시대의 '여씨춘추'(呂氏春秋), '열자'(列子) 등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현재는 근거도 없이 의심하는 것을 빗대 이르는 말로 쓰인다. 따져보면 이야기의 주인공이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왜 이웃집 아들을 의심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아마 항상 가까이 보는 이웃이기 때문일 것이다. 멀리 있는 모르는 사람을 의심할 수는 없으니까. 그는 의심의 눈초리로 이웃집 아들을 관찰했을 뿐 섣불리 찾아가 야단을 치거나 소문을 내지는 않았다. 도끼를 찾은 뒤에는 이웃집 아들에 대한 생각도 바꾸었다.이유 없는 의심이 집단적으로 나타나면 마녀사냥이 된다. 판결도 받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그를 범죄자 취급한다. 무죄 추정이라는 합리적인 사고가 작동을 멈추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꼭 2년이다. 출범 초기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던 대통령이 요즘은 미워 보이는가 보다. 하기야 백성이 대통령 욕이라도 실컷 해야 살 맛이 날지 모른다. 대통령이 치매 환자라는 둥 뜬금없는 말들도 있다. 치매 장모를 둔 대통령은 치매 환자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대통령이 치매 환자다"고 등식화하는 것은 왜곡된 의린도부가 아닐까.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2019-05-13 18:30:00

이지선 살롱 드 메이페어 대표

[뷰티라이프] 행운을 부르는 얼굴

노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운'(運)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어떤 시대에, 어떤 땅에서 태어나느냐,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는 문제에 당사자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나마 자신이 어찌해볼 여지가 있는 얼굴 가꾸기(관상적 요소)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잘생긴 얼굴이 아님에도 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생겼지만 호감보다는 꺼림칙한 느낌을 주는 사람도 많다. 이는 우리가 단순히 어떤 사람의 이목구비가 아니라 얼굴 전체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통해 그 사람을 파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통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혹은 연인이나 상대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지 알아내고 싶어 한다. 몇몇 과학자들도 얼굴이 성공의 열쇠라는 증거를 제시한 바 있는데 1996년 시라큐스대 마져(Mazar) 교수는 사관학교인 미국 육군웨스트포인트 졸업생이 20년 뒤 장성으로 진급하는지 여부를 얼굴의 돌출성으로 추적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이마에서 눈썹 윗부분이 돌출되면 될수록 장군으로 승진할 확률이 높다는 상관관계를 밝혀냈다.얼굴은 신체적 능력이 중요한 군인뿐만 아니라 정치인, 기업인, 심지어 일반인들에게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특히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이나 연예인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얼굴이 성공을 가져오는지 아니면 인생에서 성공이 얼굴 모습을 미묘하게 변하게 하는지는 정확하게 판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본다면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정보를 얼굴에서 추론한 뒤 이를 토대로 그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짓고 대화한다. 하루에도 수십~수백 명의 얼굴을 보는 사람이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자기 얼굴에 호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그래서인지, 요즘은 좋은 관상을 얻기 위해 '관상성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잘생기고 예쁜 얼굴을 넘어 재물운, 관운, 수명, 배우자운 등 운이 좋은 얼굴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몇 해 전 한재림 감독의 '관상'이라는 영화가 흥행했는데 그중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다.남자에게 인기가 없어 고민하는 기생에게 "둥그스름한 것이 고운 얼굴이나 남들에 비해 눈에 띄지 않으니, 이러면 사내들이 줄줄 따를 것이니라"며 기생의 코 위에 수박씨 하나를 뱉는 장면이다.굳이 여기서 해석을 하자면 코에 있는 매력점은 얼굴을 또렷하고 작아 보이는 효과를 준다.그리고 점의 위치에 따라 콤플렉스를 커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휜 코를 바르게 보이게 한다거나 짧은 코를 길게 혹은 긴 코를 짧게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관상을 바꾸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것도 방법이기는 하겠지만, 수박씨의 예처럼 생활 속에서 간단한 메이크업이나 스타일 연출만으로도 평범한 얼굴을 매력 있는 얼굴로 바꿀 수 있다. 필자는 고객으로 오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단점으로 나타나는 부위를 포커스로 잡아 헤어스타일을 연출하고 직업과 분위기에 따라 헤어컬러를 권장한다. 행운을 부르는 얼굴에서 메이크업도 예외는 없다는 말이다.행운을 부르는 얼굴은 아마 좋은 인상일 것이고, 정확히 따지자면 따뜻한 느낌을 풍기기에 내가 다가갔을 때 상처를 받지 않을 법한 얼굴일 것이다. 얼굴은 그 사람의 심성과 감정, 생각과 욕구 등 내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므로 일단 '마음밭'을 곱게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우선이고 긍정적 마인드를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영혼부터 맑아 있어야 한다.매일 아침 세심하게 외모를 가꾼다는 것은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다. 정성을 다하면 내가 변하고, 내가 변하면 상대도 변한다. 행운을 초대하고 싶다면 일상의 작은 것부터 가꾸어 나가야 한다. 먼 곳에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매일 만나는 가족들, 출근하면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먼저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행운의 열쇠일 것이다.

2019-05-13 18:30:00

[김차진의 분필과 지우개] 정규수업이 답이다.

우리 학생들은 주당 34시간 내외를 학교에서 생활한다. 거기다가 방과 후 수업에 2시간가량 참여한 후 학원으로 달려간다. 온종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공부에만 매달리다 보면 지칠 법도 하지만 각자 미래의 꿈을 개척하기 위해 힘든 나날을 참아낸다.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서 배워야 할 개념이나 원리를 사교육을 통해 미리 학습해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공교육정상화법에서는 초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교육 관련 기관의) 선행 교육 및 선행 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그렇다면 이러한 수업 간 우선순위를 학교 수업 내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은 정규 수업과 방과 후 수업 중에서 어느 것에 힘을 쏟아야 할까? 정규 수업은 모든 학생이 필수 과목이든 선택 과목이든 참여하여 수강하게 된다. 그에 비해 방과 후 수업은 학생이 들을 수도 있고 안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학생도 교사도 당연히 정규 수업에 온 힘을 다 쏟는 것이 공정성 측면에서 더 타당할 것이다.왜냐하면 지금은 정규 수업 이후에 이루어지는 수업은 대부분 학생 선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선생님의 정규 수업이 부실하면 방과 후 수업 자체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규 수업에서 가장 많은 개념과 원리를 익혀야 하고, 또래들과 협력 학습을 열심히 하도록 선생님도 수업을 학생 중심으로 설계하고, 그들을 수업 주체로 내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공교육과 사교육을 비교해보아도 별반 크게 다르지 않다. 내신 성적 대비나 난이도 측면에서 살펴보자. 가르치는 사람은 분명 학교 선생님인데 학원 가서 학교 내신 성적에 대비한다는 학생이 많은 까닭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교사들이 정규 수업 시간에 가르칠 것을 빠뜨렸거나, 평가 문항이 어려운 경우일 것이다. 또 수능 고난도 수학 문제를 학교 수업만으로는 지도가 어렵다면 누구나 학원에 가는 것이 맞다.그런데 학생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는 교육 과정 교과별 성취 기준과 수업 평가와 기록이 일치하도록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공교육 기관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고, 학원 보충 수업이 더 필요하다면 굳이 선행 학습을 시킬 것이 아니라 배운 내용 위주로 복습을 통해 학생이 자기 실력을 향상시켜 나가는 균형 잡힌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또 모든 학생이 학원에 가서 비싼 돈을 내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수능 수학 4점짜리 문제는 학원에 가서 단순히 수업을 많이 듣는다고 해결할 수가 없다고 한다. 결국 공정성 및 타당성 측면에서 살펴봐도 개념과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응용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 학생이 그 문제를 풀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학교 선생님들께서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수업을 개선하여 사고력을 신장하는 것이 답이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그때 학원에 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대구 수성고 교장

2019-05-13 18:00:00

채형복 경북대 로스쿨 교수

[세계의창] 한반도선언을 남북평화체제의 출발점으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염원하는 '한반도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을 계기로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개성에 공동연락사무소가 설치되는 등 남북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 통일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하지만 평화의 길은 멀고 더디기만 하다. 남한은 보수와 진보로 갈려 여야 정치권의 입장이 다르고, 북한은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엇박자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타개하고,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대안적 모델을 유럽 통합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오늘날 EU로 대변되는 유럽 지역 공동체 설립을 통한 평화 체제의 구축은 '장 모네 구상'에서 시작된다. 만약 국가 주권의 기반 위에 국가를 재건설한다면 유럽에 평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 유럽의 국가들은 공동경제를 중심으로 한 단일 통합체를 건설해야만 한다는 것이 그 요지다.세계대전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1945년 모네는 먼저 프랑스와 독일의 협력을 요구한다. 양국이 석탄 철강 분야에서 협력함으로써 더 이상 전쟁이 없는 유럽 지역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그의 구상은 로베르 슈망을 비롯한 유럽 통합론자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쳤고, 급기야 유럽 공동체의 결성으로 이어진다.1950년 5월 9일 슈망은, "유럽은 한순간에, 또 한꺼번에 건설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은 우선 핵심 사항에 대해 연대함으로써 확고하게 실현될 것이다"라며 유럽 통합을 실행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선언을 발표한다(슈망선언). 이 선언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6개국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1953년), 유럽경제공동체 및 유럽원자력공동체(1958년)를 설립한다. 그 결과 유럽 대륙에서는 더 이상 서로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총칼로 죽고 죽이는 전쟁 위험이 사라지고, 평화롭게 상호 공존하고 협력하는 유럽 공동체가 출범하였다.유럽 통합 과정에서 회원국들은 철저히 기능주의적 접근 방법을 선택하였다. 슈망은 "행위의 연대를 창설하는 경제적 관계를 통한 정치적 관계를 준비함으로써 유럽의 기능적 건설에 주력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를 수용한 유럽은 이념적으로 전쟁 없는 평화 체제 구축을 지향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사람과 상품, 자본과 서비스의 자유 이동이 보장되는 경제 중심의 지역 공동체를 설립하였다. 이 전략은 주효하여 유럽은 점진적·지속적인 통합과 확대를 거듭하였고, 자유무역지대'관세 동맹'단일시장(공동시장)'경제 통합을 거쳐 현재 연방 설립을 향한 정치 통합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일 년 전 남북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지금 읽어도 가슴 벅찬 한반도 선언이 그저 꿈이나 바람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남북 통일과 평화 정착으로 실현될 수는 없을까? 유럽 통합은 그 현실적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다.역사적으로 유럽은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간의 갈등과 분열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 공동체가 출범한 1958년부터 6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오늘까지 적어도 EU 회원국 간에는 한 차례의 전쟁이나 내전도 일어나지 않았다.이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반도에도 남북경제공동체를 넘어선 정치평화공동체가 필요하다. 현실이 아무리 어려울지라도 평화를 향한 꿈마저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남북은 문호를 활짝 열고 우선 경제 협력을 위한 정치 대화를 전격 재개해야 한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의 장 모네와 로베르 슈망이 되기를 바란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한반도의 미래를 여는 그의 역사적 역할을 기대한다.

2019-05-13 11:04:59

양진오 대구대 교수

[기고]대구 원도심, 이런 골목은 없다

대구는 골목의 도시이다. 그 골목의 뿌리는 원도심이다. 원도심에서 발원한 대구의 골목들이 대구 종로를, 진골목을, 북성로를 탄생시켰다. 이 원도심 골목들은 대구를 부흥시킬 도시재생의 상징들이다.필자는 수년 전부터 지역 원도심을 답사하고 있다. 직전 겨울에는 향촌동 골목을 수차례 답사했다. 향촌동은 한국 전시문학의 산실이다. 피란 문인들이 우정과 눈물로 전쟁의 공포를 달랜 휴머니즘의 장소가 바로 향촌동이다. 학교 지원으로 향촌동 맵북을 발간했다. 학생들과는 전국 최초로 '북성로대학'이라는 제호로 원도심 기반 매거진을 발간했다. 대구 원도심의 매력은 이렇게 크다.대구 원도심은 보행 친화적이다. 경사지가 거의 없다는 말이다. 대구 원도심의 장점이다. 대구 원도심은 남녀노소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나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다. 부산은 원도심을 문화적인 장소로 기리는 기획력이 대구보다 한 수 위이다. 그런데 부산의 원도심은 산복도로를 왕래하거나 계단을 오르는 경사가 제법 있다. 이에 비해 대구의 원도심은 경사가 거의 없다. 대구 원도심의 경쟁력은 이렇게 분명하다. 대구 원도심은 더 성장할 수 있다.대구 원도심은 사통팔달의 세계이다. 대구 근대골목은 동서남북으로 이어져 있다. 어디든 출발점이 될 수 있고 어디든 도착점이 될 수 있다. 이런 원도심은 없다. 대구 원도심의 장점이다. 북성로 꽃자리다방에서 출발해 달성공원을 경유, 서문시장을 구경하고 청라언덕으로 오를 수 있다. 아니면 반월당에서 출발해 종로를 거쳐 향촌동으로 향할 수도 있다. 이도 아니면 청라언덕에서 출발해 계산성당과 약전골목을 거쳐 남산동으로 향해도 괜찮다. 보행의 창의성을 허락하는 자유로운 조합은 무궁무진하다. 대구 원도심은 오전에 출발해 어딘가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 전에 답사를 마무리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대구 원도심의 이러한 장점이 당장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서울 부산 대전 전주 군산 인천의 원도심을 다녀오고 나니 대구 원도심의 장점이 뚜렷했다.장점은 살려야 한다. 살리지 않는 장점은 결국 단점이 되고 만다. 대구 원도심이 보행 친화적이라고 해서 걷기에 용이하다는 말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보행을 끊는 차량들이 원도심에 수시로 출몰하는 까닭이다. 아직은 차량들이 원도심의 주인공 같다. 보행 친화적인 차량 흐름 유도, 원도심의 장소성을 구현하는 앵커 마련, 경상감영공원의 특단적인 재창조, 도심 빈집의 문화적 재활용, 장소와 골목에 축적된 스토리 발견과 재구성 등 과제도 만만치 않다. 과제는 해결할 수 있다. 원도심 보행이 지역 문화와 지역 경제를 그리고 궁극적으로 대구를 살린다는 마음을 우리가 잊지 않는다면 과제는 해결된다.대구 원도심이 동아시아의 명품 원도심이 될 그날을 상상한다. 대구시·구청·지역 대학·지역 시민 모두 이 즐거운 상상과 프로젝트에 동참하면 좋겠다. 오는 10월에는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일본인 문학 독자들이 향촌동을 방문한다. 준비를 착실히 해 이분들에게 향촌동의 빛나는 스토리를 말씀드릴까 한다. 그리고 그분들과 함께 가을이 물든 대구 원도심을 걷고 싶다.

2019-05-13 11:04:06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텅장이어도 좋아

5월 달력은 빨갛다. 올해는 일요일이랑 겹쳐 덜하지만.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부처님오신날. 기념일 총출동이다.주식 호가 창과 직장인은 빨간색이 많으면 좋지만 가계는 적신호가 켜지면 팍팍해진다. 시집 장가가는 사람도 많다. 필자는 딸 생일에 자동차 보험 갱신일도 5월이라 통장이 텅장(텅빈 통장)이란 말이 실감난다. 오죽하면 '메이(5월) 포비아(공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까.그래도 이왕 쓰는 김에 만족한 지출을 하려니 선물 품목이 늘 고민이다. 여기저기 '잇템' '꿀이득' 등을 내세우며 고민을 덜어주는 척 마케팅들이다. 받는 사람의 심장을 저격할 선물 찾기가 쉽지 않다. 기념일마다 센스 있는 이벤트로 감동을 줬던 딸아이의 노력이 새삼 가상하다. 최근 몇 년간 뉴스 보도나 인터넷 매체의 설문자료 결과를 보면 어버이가 선호하는 부동의 선물 1위는 '현금'이었다. 반면 올해 빅데이터에는 어버이 날 싫은 선물 1위가 '책'으로 조사됐다. 어르신들은 돈을 쥐고 있어야 힘이 난다더니. 책 선물을 기피하는 것은 의외였지만 노안으로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선물이라는 것은 받으면 기분이 좋다. 값비싼 선물은 뇌물이 될 수 있지만 부담없는 선물은 새록새록 정을 만든다. 더군다나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선물은 감동이 배가 된다. 선물을 고를 때도 받는 사람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상상을 더한다. 주는 기쁨을 아는 사람이 늘 기분 좋게 산다는 말이 맞는 말 같다.지난 달 '나훈아 콘서트' 티케팅을 부탁받아 시도했다가 4분만에 매진되는 바람에 실패한 일이 있었다. 관련 보도기사에 '엄마 미안해' 같은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지극한 효심이 빚은 티케팅 전쟁이었다. 콘서트 티켓을 선물하는 것도 훌륭하다. 이왕이면 우리 지역 예술인들과 관련된 거라면 더 좋겠다. 어린이날에는 어린이 손을 잡고 공연을 관람하거나 아트 투어는 어떨까? 어릴적 문화적 체험은 창의력과 감성지수를 팍팍 올려 줄 것이다.가정의 달은 버겁긴 하다. 하지만 내 시계 속도보다 부모님 시계는 더 빨리 간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는 걸 부모님들도 아신다. 그래서 딱히 특별한 걸 원하지는 않는 느낌이다. 영화 어벤저스의 명대사 "3000만큼 사랑해"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충분할 지도 모른다. 거기에 보태어 함께 공연장을 찾아도 반기실 듯하다. 받고 싶은 선물이 용돈이라고 답한 부모들에게는 민망하지만. 고기는 금방 소화되고 돈은 어디론가 새어나가 버리지만 자식들과 함께 한 예술 작품의 감동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고마운 스승에게도, 부부와도. 어찌하다보니 늘 기승전 예술이다. 인생은 독한 술, 그래서 예술이라고 노래한 가수 싸이처럼 말이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5-13 11:03:01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 박정희 작사·작곡, 새마을 노래

영천 임고면 우황리에 가면 포은 정몽주 선생의 고향이라고 적혀 있는 팻말이 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사람들은 그곳이 포은 선생의 고향이라고 한다. 원조 국밥집 싸움과 흡사하다. 대구 따로 국밥집 원조가 '벙글벙글'이다, '진고개 식당'이다. 아니다 '실비 식당'이다며 서로가 원조 타령을 한다. 중앙통 네거리에 오면 계네들은 다 짝퉁들이고 '국일 따로', '대구 따로', '교동 따로'야 말로 진짜다. 우리끼리 진검승부를 해야 된다고 기염을 토한다.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이라는 말이 있다. 옛날에는 애를 친정에 가서 출산한 뒤 좀 키우다가 시댁으로 돌아오던 풍습을 일컫는 말이다. 포은 선생은 포항시 남구 오천 사람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포은문집', '연보고이'를 보면 포은은 1337년 외가인 영천 임고면 우항리에서 출생하고 고향 오천으로 잠시 돌아갔다가 다시 영천 외가로 돌아와 살았다고 되어있다. 양쪽이 서로가 고향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겠는데 영천이 선점하여 영천이 고향인 것으로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목화 이야기도 비슷하다. 삼우당 문익점 선생이 1363년(공민 왕때)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와 경남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에서 그의 장인 정천익과 함께 시배를 하였다. 그러나 남평 문씨네들은 경북 의성군 금성면 제오리가 목화시배지라고 주장한다. 삼우당 선생의 손자 문승로 선생(조선 태종 때)이 금성면에서 현령으로 근무할 때 목화씨를 뿌려 재배에 성공하였다는 것이다. 산청 시배는 첫해는 단 한그루가 살아나고 그 후 3년 동안 애를 먹으며 목화재배를 시도하였다는 기록을 보면 금성면 시배지 주장도 영 엉뚱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새마을 운동 발상지도 시비가 있다. 대체로 경북 청도군 신도1리가 발생지로 굳혀져 있는데 포항시 북구 기계면 문성동 사람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실제로 기계면에 가면 그곳에도 기념관을 만들고 발상지임을 주장하는데 들어 보면 별로 억지스럽지 않다.1969년 8월 4일 박 대통령이 경남의 수해지역을 현장시찰 갔다 오던 중 청도를 지나게 되었는데 그 마을에서 스스로 지붕도 개량하고 담장도 정리하고 마을길도 넓히며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여기서 박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의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1971년 9월 박대통령이 전국 시·군수 '비교행정회의'를 하고 귀경길에 기계면에 들려 동네를 시찰한 뒤 이 마을 사람들이 자조, 자립, 협동하며 사는데 이 것이 내가 구상하고 있는 새마을 운동 정신의 원형이라고 지적해주었다고 한다.1972년 4월 21일 새마을의 노래가 발표되었다. 처음에는 박정희 대통령 작사, 작곡으로 알려졌으나 작곡은 박대통령의 둘째 딸 근령(서울음대 작곡과 졸업)이 하였다는 학설도 있다. 새마을 노래는 새마을 운동의 배경음악이다."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 동산 만들어/ 알뜰살뜰 다듬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서로서로 도와서 땀 흘려서 일하고 소득증대 힘써서/부자 마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우리 모두 굳세게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워서/ 새 조국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박정희 대통령은 생전 두 곡을 작곡하였는데 또 하나의 노래는 '나의 조국'이다. 우리 오천년 역사 이래 이 나라를 처음으로 반석 위에 올린 지도자, 문무를 겸비한 매력적인 독재자였다.전 대구적십자 병원 원장

2019-05-12 20:53:42

권영세 시장

[기고] 영국 왕실의 대를 이은 안동사랑

1999년 4월 21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안동을 찾았다. 한국의 작은 도시 안동을 향한 영국 여왕의 발걸음에 세계의 언론이 주목했고, 여왕은 이에 화답하듯 아름다운 미소로 안동에 머무는 내내 '원더풀'을 연발하며 감탄했다.'조영수호통상조약'으로 시작된 한-영 수교 116년 만에, 영국 국가원수로서는 첫 한국 방문이었고 방한 사흘째, 자신의 73번째 생일을 맞은 여왕은 그 특별한 여정으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안동을 택했다.올해는 여왕이 방문한 지 꼭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20년 전 영국 여왕의 방문 이후 안동을 찾는 관광객은 1999년 110만 명에서 240만 명으로, 2018년에는 770만 명으로 증가했다. 영국 여왕이 방문했던 하회마을과 봉정사는 인류를 위해 보전해야 할 세계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여왕의 생일상이 차려졌던 하회마을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마을로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2005년 조지 부시(아버지) 미국 전 대통령, 2009년 조지 부시(아들) 미국 전 대통령, 고 김대중 대통령, 고 노무현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방문했다.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하회마을을 방문하였으며, 2018년에는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방문하기도 했다. 국가의 원수 내지는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 바로 안동이고 하회마을이다.영국 여왕 방문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5월 15일까지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점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이어 차남 앤드루 왕자가 14일 안동을 찾는다.20년 전 어머니가 걸었던 길을 걷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몸소 체험해 보며, 그 길을 'The Royal Way'로 명명하게 된다. 이를 기념하는 로열 웨이 표지판을 충효당 마당에 설치해 앤드루 왕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다.안동의 전통문화, 특히 하회마을을 중심으로 한 양반문화는 종가(宗家)를 중심으로 한 주거문화, 접빈객과 봉제사를 위한 음식문화, 지역 공동체의 지성을 담은 유교책판과 같은 교육문화 등이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다.영국의 왕실 문화 또한 오랫동안 영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현재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안동의 양반문화와 영국의 왕실문화는 한국과 영국의 정통성이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점을 시사한다.'영국 신사와 안동 선비의 만남'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걸었던 길이 아들에 이어진 영국 왕실의 안동 사랑으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안동의 가치와 브랜드가 세계화된 것이다.과거와의 온전한 대화가 살아 있는 안동. 세계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은 세계유산 도시 안동에 꿈틀대는 수많은 유무형의 자산이 세계의 가치로 구현해 가는 자리가 될 것이기에, 또 다른 20년을 기약할 오늘의 만남이 매우 가슴 벅차다.

2019-05-12 15:35:09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

헬렌 토머스. 언론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다 아는 전설적 이름이다. 1961년 여성 최초로 백악관 출입 기자가 되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10명의 대통령을 취재하며 50여 년간 백악관 기자실 맨 앞줄을 지켰다. 백악관 기자회견의 첫 질문과 마지막 인사는 항상 그녀의 몫이었다.토머스 기자는 특히 직설적인 질문으로 유명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이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을 집요하게 물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는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는 이란 인질 사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는 그라나다 공격과 이란-이라크 전쟁,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는 성추문에 대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질문했다. 이라크 침공에 대한 비판적 질문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출입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귀 후에도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을 추궁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토머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진실을 캐기 위한 질문과 무례한 질문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물음에 "무례한 질문이란 건 없다"고 답했다. "기자는 질문하는 것이 특권이고, 대통령은 기자의 질문에 답할 의무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도 남겼다. 대통령을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대통령이 '왕'이 되기를 원하는가?"2013년 토머스 기자가 별세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했다. "헬렌은 민주주의를 향한 집요한 신념으로 미국 대통령들을 항상 긴장하게 만들었다." 토머스의 일화나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이 말하는 바는 같다. 기자는 무례해도 좋은 특권을 누려야 한다는 게 아니다.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권력에 대한 기자의 질문은 기자 개인이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 묻는 것이라는 확고한 의식이다.지난 9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혹은 대담)에 대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문 대통령의 답변 내용이 화제가 되어야 한다. 취임 2주년의 소회와 향후 국정 운영의 비전이 조명을 받아야 한다. 엉뚱하게도 대담을 진행한 송현정 한국방송(KBS) 기자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인상을 쓰며' '답변에 끼어들고' '독재자'라는 표현을 쓰는 등 무례했다는 인신 공격이 가해지고 있다. 본인뿐 아니라 사촌 동생인 가수에게까지 이른바 신상털이가 진행 중이다. 한마디로 어이 없는 반응이다. 대담 진행을 잘 했는지, 질문 내용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딜 감히"라거나 "박근혜 시절에는 찍소리 못하더니"라는 식의 비판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그런 '비정상의 정상화'가 문재인 정부의 목표 아닌가 말이다.관점에 따라 지지자들에게 불편해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이 물론 있었다. 하지만 송 기자의 다소 공격적인 자세가 오히려 대담을 살렸다고 생각한다. 처음 접하는 방식 때문이었을까. 회견 중반까지 문 대통령은 긴장감을 벗어나지 못해 보였다. 말이 꼬이고 답변은 겉돌기 일쑤였다. 만약 송 기자가 웃음 띤 얼굴로 답변을 그냥 듣고 있었다면 오히려 비난이 빗발쳤을 것이다. 역시나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고. 무엇보다 당사자인 문 대통령이 불쾌해 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전언이다. 좀 더 공세적인 대화가 오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반응도 전해진다.해법은 간단하다. 이런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이다. 대통령도 언론도 국민도 처음 접하는 생소한 광경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이다. 문 대통령만이 아니라 그동안 대통령 기자회견은 연례행사였다. 행사 기획이 필요한 거창한 이벤트 성격이 강했다. 민감한 현안을 놓고 대통령이 기자들과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먼 나라'의 일일 뿐이었다.대통령이 청와대 기자실에도 자주 들르고, 현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언론을 만나야 한다. 자연스레 민주주의 훈련이 되면 '무례' 운운하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 마음속 '제왕적 대통령'을 없애는 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헬렌 토머스의 말을 상기해야 한다.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

2019-05-12 15:33:34

최경규 행복강연가·작가

[광장] 행복을 채울 수 없는 욕심의 그릇

욕심(慾心)이라는 그릇은 채워도 채워도 넘치지 않는다. 분명 넘치도록 채웠음에도 채울수록 부족하다. 온전히 이기적으로 채우려 하기에 욕심의 무딘 존재는 채움으로 끝이 없다. 욕심이 없어야 행복이 담긴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다.중국 명나라 시대 묘협 스님은 보왕삼매론에서 10가지 금언을 말하였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병고(病苦)로써 양약(良藥)으로 삼으라'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제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성인의 말씀이다.그렇다. 살아가면서 모든 일들이 잘되기만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일 뿐 아니라 그것은 정말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살면서 힘든 일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행복하였는지를 깨닫고 그 차이를 느끼고 다시금 내일을 살아간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고통 총량 등가의 법칙이 있다고들 한다. 이 말은 살면서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너무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품고 살다 보면 반드시 좋은 일들이 온다는 말이다.욕심의 반대말은 무엇인가?만남의 반대는 이별이고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행복의 반대말은 무엇일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우연히 행복의 반대말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불행이라 쉽게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나는 욕심이라 생각한다. 즉 불행 역시 그 근원은 욕심에서 발원(發源)한다고 볼 수 있다.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취업 분위기에서 입사만 하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이 시작될 거로 생각하지만 그 생각도 1년이 채 가지 않아 새로운 환경 속에 다른 이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야근에 주말 출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대리, 과장을 지나간다. 쉴 새 없이 자신을 경쟁 사회에 내미는 동안 우리 명함의 직함은 더 그럴싸하게 보이고 통장의 잔고는 더 늘어날지 모르지만 이러한 욕심이란 독이 수십 년 흐르다 보면 그 욕심이란 포장에 감추어진 스트레스는 우리 몸과 마음을 서서히 병들게 한다.지금 가장 소중한 사람을 떠올려보라. 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한번 계산해 보라. 얼마나 될 것 같은가? 10년, 20년 될 것 같은가? 어쩌면 그보다 짧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가? 내일의 성공만을 외치며 오늘의 욕심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사랑하는 이와의 소중한 시간은 점차 사라져가고 심지어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소중함을 깨달았을 때는 그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수 있다.과연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속에 살면서도 정말 무엇이 소중한지를 잊고 사는 듯하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돈을 좇고 명예를 바라다 보면 가장 소중한 자신의 건강과 소중한 사람은 멀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꼭 새겨야 한다. 조건만 보고 살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까? 조건에 갇혀 있지 말고 햇빛을 보러 나와야 한다. 뒤늦게 깨닫는다. 늦게 멀어진 행동에 대해 후회하는 비율이 높고 세상은 내 생각과 다르게 돌아갈 때가 많다. 행복의 볼륨을 높이는 방법을 배우자.

2019-05-10 06:30:00

이정웅 전 달구벌 얼찾는 모임 대표

[기고]국민화가 이중섭·소설가 최태응과 대구

국민화가 이중섭(李仲燮·1916~ 1956)이 대구에 머문 기간은 1955년 2월 24일부터 1955년 8월 26일까지 6개월에 불과했다.하지만 그 짧은 기간에도 대구와의 특별한 인연을 맺었으니 생애 마지막 개인전이 열렸고, 작품 '복숭아밭에서 노는 아이들' '낙원의 아이들' '신문을 보는 사람들' 3점의 은지화가 맥타가트(Mctaggrt)에 의해 세계적인 미술관 '모마'(MoMA) 즉 뉴욕현대미술관에 소장되면서 그의 명성이 서양에 알려지는 계기가 된 곳이다.그럼에도 많은 대구시민들은 경복여관에 묵으며 전시회 준비를 했거나 백록다방에서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거나 정신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서울로 간 것 정도로 알고 있다.이중섭의 내구(來邱)는 구상의 권유였다고 한다. 서울 미도파화랑의 전시회가 만족스럽지 못하자 대구에서 만회하려 했다고 한다.소설가 최태응, 시인 구상, 화가 정점식 등의 노력과 미국 공보원장 맥타가트의 장소 제공으로 1955년 4월 11일부터 16일까지 6일간 개인전이 열렸다. 이때 맥타가트는 5점의 그림을 구입하여 '싸우는 소' '환희' 2점은 본인이 소장하고 3점은 앞서 말한 것처럼 모마에 기증했다.이 전시회에는 '봄' '아동' '새벽' '달밤' '길떠나는 가족' '닭' '달밤 B' '고기잡이' '그림 조각' '무제 A' '피란민의 첫눈' '바닷가' '실제'(失題), '두 마리 소' '소'(素), '무제' '동'(童), '옛이야기' '씨름하는 소' '제주도' '동심' '무제 C' '씨름하는 소 B' '왜관 풍경 A' '왜관 풍경 B' '이조 때 초롱' 등 26점과 그 이외 대구에서 그린 10여 점, 서울에서 가져온 20여 점을 합하여 모두 60여 점을 출품했다.곧바로 상경할 예정이었으나 외상 그림값을 수금해야 했고, 지친 심신을 추슬러야 했다. 왜관 구상 집과 태전동 최태응 집을 왕래했다. 그러나 왜관에서의 활동은 '왜관 성당 부근' '구상 네 가족' 등 5점의 그림을 통해 드러나 있는 데 비해 태전동의 생활은 특정할 만한 그림도 확인되지 아니하고, 마을 이름도 매천동(梅川洞)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서규수(대구시 중국어문화해설사)의 그동안의 연구와 배석운(팔거역사문화연구회장), 도성탁(대구보건대 교수), 필자 등이 최태응의 아들 최수철의 학적부(매천초등학교 소장)를 살펴보고 현장을 확인한 바 이중섭이 머물렀던 최태응 집은 처음은 북구 학정로 82-52이고, 두 번째 집은 같은 학정로 102였다. 이중섭은 두 번째 최태응 집에서 더부살이했다.북구 태전동은 그때와 달리 상전벽해로 변했다. 최태응과 이중섭이 살던 집도 헐리고 가끔 그림을 그렸다는 연못은 고층 아파트단지가 되었다. 제주도가 이중섭미술관을 짓고 각 도시가 순회전을 앞다투어 유치해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데 비해 대구는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국민화가 이중섭과 한국 휴머니즘 문학의 기수 최태응을 다시 대구(북구 태전동)로 불러들이는 작업을 시도해 봄직하다.

2019-05-10 03:30:00

김형준 명지대 교수

[춘추칼럼]5무(無) 늪에서 벗어나야 성공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이했다. 5년 단임제 국가에서 국민들은 집권 2년이 되면 초기에 갖고 있던 새 대통령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접고 정부의 능력과 성과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심판한다.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45%로 김대중 전 대통령(49%)에 이어 2위였다. 그러나, 취임 직후 80%대의 높았던 지지가 40%포인트가량 급락했다. 역대 대통령처럼 처음엔 화려했지만 종반에는 초라하게 전락하는 '시화종빈'(始華終貧)의 정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급락했을까? 치명적인 다섯 가지의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첫째, 약속만 있고 실천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 "국민 모두의 대통령의 되겠다"고 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지지층만 챙기고 반대층은 배제함으로써 통합과 공존의 길을 잃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아 자신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탕평 인사 대신 코드 인사가 판을 쳤다.둘째, 의욕만 있지 성과는 없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저소득층의 지갑을 채워주겠다고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73조8천억원의 일자리 예산을 편성·집행했지만 국민이 원하는 일자리는 창출하지 못했다. 핵심 노동력인 30, 40대 취업자는 25만 명이나 감소했다. 작년 4분기 소득 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은 37%나 줄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62%가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잘 못한다'고 평가한 반면, '잘 한다'는 평가는 23%에 불과했다.셋째, 적폐청산만 있고 협치는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사회 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적폐) 청산이 이뤄진 다음, 협치하고 타협도 할 수 있다"면서 "살아 움직이는 적폐 수사를 정부가 통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야당과 보수 세력을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에 동조한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삼으면 협치는 연기처럼 사라진다. 대통령이 '선 적폐청산 후 협치'를 주장하면 이는 정치를 포기하고 힘으로 통치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럴 경우, 분열과 갈등의 정치는 심화되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넷째, 자기 확신만 있고 책임은 없었다. 현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것에 대해 무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정의롭고 공정한 자신들만이 국민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잘못된 확신 속에서 '계도 민주주의'에 도취되어 있다. 더구나 도덕적 우월주의에 빠져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 관대하다. 드루킹 댓글 조작 연루,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민주노총의 법치 훼손 방치, 인사 검증 실패 등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또한 '편의주의적 정의'에 매몰돼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는 정의를 내세우고 불리하면 관행을 들먹인다. 이것은 '내로남불'의 전형이고 위선이다.다섯째, 이념만 있고 실용은 없다. 경제, 외교안보, 고용노동에서 현실을 외면한 채 좌파 이념에 치중하면서 실리를 추구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 남아 있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과감하게 실천하고, 성과가 없는 경제 정책 기조를 바꾸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 야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삼아 뜨거운 협치를 하고, 내각과 집권당에 책임과 권한을 주어 청와대 중심의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불어 노선과 코드를 뛰어 넘는 대탕평 인사를 단행하고, 이념 과잉에서 벗어나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실리적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대통령은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을 바꾸고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인정하며 정책과 검증에 실패한 인사들에 대해선 추상같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앞으로 국정 운영에서 성과, 실천, 협치, 책임, 실용 등의 가치가 살아 숨 쉬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2019-05-09 13:20:40

손상호 경북대 교수

[매일춘추]정신의 황폐화, 이대로 둘 것인가

지금 우리사회가 얼마나 정신적 황폐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중에서 언론에 오른 것만 간추려 보기로 하자.엄하게 다스리겠다고 해도 좀체 줄어들지 않는 음주운전과 보복운전, 울거나 용변을 못 가린다고 자식을 굶어 죽이거나 때려죽이는 부모, 훈계한다고 부모를 목 졸라 죽이거나 흉기로 찔러 죽이는 자식,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살인, 제 편을 안 들어 준다고 경찰관에게 황산을 뿌려대는 여자, 이별 통보를 받고 분을 참지 못해 여자 친구를 해치는 남자, 자신의 딸을 살해하고도 11개월 동안이나 살아나기를 기도한 목사, 밥을 흘린다고 어린 아이를 내동댕이친 보육교사, 교사에게 욕하고 대들고 주먹으로 때린 초중학생과 학부모, 가출소녀를 꾀어 성매매를 시키고 돈을 갈취한 무서운 10대들, 마약에 중독된 연예인, 조현병 환자의 살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의 황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4명중 1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정도라니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정신의 황폐!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전쟁보다도 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개인에게는 불행이지만 가족과 사회 국가에게는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살가운 이웃은 간데없고 사람이 무서운 시대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부모와 사회와 국가가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 제 역할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가정과 직장과 국가가 너무 경제적인 것에 매달리다보니 자식이나 직장인이나 국민이 너무 많은 경쟁을 강요받게 되었다. 당연히 스트레스는 나날이 쌓여가서 가슴에 화가 남게 되었고, 살아남기에 급급하다보니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볼 마음(mind)의 여유가 없어 영혼(soul)과 정신(spirit)이 말라버렸다.그러므로 마음과 영혼과 정신을 복원할 수 있도록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내어야한다. 불통과 무관심의 원인을 찾아내고 잘못된 제도와 교육을 바로 잡아 상처 입은 마음이 치유되고 무너진 정신이 복원되어 우주와 생명과 인간과 나 자신에 대한 가치를 되찾을 때 우리는 행복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사회 구성체가 노력해서 기계적인 삶을 벗고 인간성을 중시하는 따뜻한 세상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가장 행복한 나라는 가난하고도 작지만 국민의 행복을 정책의 제일로 삼는 '부탄'이라는 나라라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5-09 11:39:20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실패는 없다

될 듯 말 듯. 그만하면 포기 할 법도 하지만 이틀 삼일을 내리 시도한 끝에 마침내 뒤집기에 성공하는 딸을 보며, 그리고 잘했다고 박수치며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나를 보며 생각했다. 실패는 없다.아기를 낳기 전이었다면 아기가 눈을 맞추고 엎드리고 기는 일을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쯤으로 여겼을 것 같지만 세상에 나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배우고 익히고 또 익히는 아기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어느 것 하나 당연한 일로 그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이지 않는다. 뒤집어질 듯 하다가 도로 반듯하게 누워져 버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다시 일어나려 애쓰던 그 수많은 도전들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경험이고 또 경험이 쌓이고 쌓여 성장에 이르는 것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누구하나 예외 없이 걷고 뛰기까지의 도전을 거듭하며 자라왔고 경험을 쌓아가며 지금의 자리까지 성장해 온 것이다.나의 그 동안을 돌아보면 판소리를 하며 실력이 향상되기도 하고 슬럼프를 만나 한참을 방황하기도 했다. 크고 작은 대회를 경험하며 좌절을 맛보기도 하고 새로운 음악과 무대에 도전하여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가시지 않는 부끄러움에 밤새 이불킥을 날린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들이 결코 실패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겪는 일마다 느끼는 바가 있었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었고 더불어 용기를 얻어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슬럼프와 방황, 좌절과 실망. 어찌 생각해 보면 나를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만든 것은 실패인 것 같기도 하다. 실패를 거울삼아 다음을 대비하고 준비했던 것. 기쁘고 보람된 경험만이 좋은 경험은 아니란 말이다. 받아들이는 이 나름이겠지만 필자는 그랬다. 다행히 좌절과 슬픔, 패배와 분노 속에서도 더 나은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늘 함께 했다. 겪어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었다.어른이 된 우리는 다시 도전할 용기와 시간이 없어서 일까. 경험을 통해 얻는 성취 혹은 좌절 등 다양한 모습의 결과와 감정을 그저 성공과 실패라는 이름으로 단정지어 버리는 것 같다. 실수는 목표로 향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으며 실패만 남기는 실패는 없다.미국의 영화감독인 게리 마샬은 "다른 사람의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은 늘 유익한데, 그래야만 다른 사람의 실수가 가치 있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비단 다른 사람의 실수만이 배우는데 유익할까. 나의 실수와 실패도 가치를 가지도록 해주자. 실패의 원인을 탓하지 않고 다음을 위한 기회로 삼자. 도전하는 나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잘하고 있다고 용기를 주자.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5-09 11:31:59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기다리는 마음[대인(待人)] 최사립

천수사 절문 앞에 버들 솜이 날리는 봄 天壽門前柳絮飛(천수문전유서비)술 한 병 들고 왔네, 벗이 오면 마시려고 一壺來待故人歸(일호래대고인귀)눈 빠지게 보는 사이 날도 이제 저무는데 眼穿落日長程晩(안천낙일장정만)가까이 와서 보면 다 내 벗이 아니구려 多少行人近却非(다소행인근각비)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落水) 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앞의 것은 육당 최남선의 시조 [혼자 앉아서]의 전문이고, 뒤의 것은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일부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을 참으로 절묘하게 묘파(描破)한, 기다림 시의 절창들이다. 하지만 앞의 경우는 일방적인 기다림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그만둘 수도 있다. 뒤의 경우도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이 지나가면 그냥 돌아가도 무방하다. 그런데 약속은 분명히 했지만 약속 시간이 확실하지 않은, 정말 막연하고 하염없는 기다림도 있다. 고려의 시인 최사립(崔斯立:?-?)이 지은 위의 시가 바로 그런 경우다.버들 솜이 이리저리 휘날리는 봄날, 화자는 개성 사람들의 이별과 만남의 현장이었던 천수사 문 앞에서 돌아오는 벗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 오기로 약속을 하기는 했지만, 몇 시에 도착할지는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약속 시간이 하루 종일이기 때문에, 화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지 않는 벗을 눈알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다. 벗과 함께 마실 맛좋은 술 한 병을 손에 들고서.이제 땅거미가 짙어온다. 멀리서 다가오는 사람들이 죄다 내 벗으로 보이기 시작하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와서 보면 내가 기다리는 그 벗이 아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꽝'하고 닫히는 순간이다. 그래, 그 마음 나도 알 것 같다. 이등병 시절 전방에서 보초를 서다가 보면, 저 멀리 면회 오는 아가씨들은 말할 것도 없고, 면회를 오시는 할머니까지도 내 사랑 '그녀'로 보이지 않았던가.

2019-05-09 11:31:07

장석수 작 '무제', 캔버스에 유채, 204x154cm, 1965년

[김영동 시대와 미술]대구화단의 추상화 과정

1953년 휴전협정으로 전쟁은 끝났으나 물자난으로 인한 생활고는 극심했다. 하물며 그림물감이나 화구재료야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런 와중에도 예술가들의 창작적 열정은 식지 않아서 전시회는 이어졌고 오히려 전쟁 이전보다 작품발표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강우문, 정점식, 변종하 등의 개인전이 있었고 함대정, 박동현, 이정구 제씨의 양화 개인전과 3.1 기념전, 6.25 종군작품전, 미국문화원 5주년 기념전 및 제3회 '대구화우회' 전까지 그야말로 전전을 능가하는 많은 전시가 이루어졌다고 화가 백락종은 '문화계 회고와 전망'에 썼다. (영남일보 12월 30일)그는 전쟁을 겪고 난 대구화단에 일어난 변화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비자연주의적 회화의 진출이 자연주의적 매너리즘이라고 부르는 사진적 사실주의 회화를 작년보다 더욱 힘차게 몰아내었다는 것과 중앙화단이 내려와 지방화단과의 교류가 활발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비자연주의'를 "회화사적 시대조류와 진보적인 조형 정신"으로 보고 현대미술이 숙명적으로 계승해야 할 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표현상의 허영과 무자각한 부화뇌동식의 망동으로써 피상적인 모방은 삼가야 하며 어디까지나 창조의 고뇌와 진지한 노력이 개재해야만 된다"고 일갈했다.1955년 4월에는 이중섭의 대구전과 장석수의 개인전이 연이어 열렸다. 특히 장석수는 '광녀'에서 표현주의 화풍이 분명했는데 그로부터 3년 뒤 1958년 '조선일보 현대미술전'에 초대된 작품 '사정'(射程)은 격정적인 추상화로 바뀌었다. 화면에는 뿌리고 부은 듯 보이는 물감 자국만 남아있어 마치 전쟁터 같다. 화면 위에 얼룩과 두터운 마티엘은 미국의 액션페인팅이나 다른 추상표현주의 보다 유럽의 엥포르멜 작품의 영향이 크다. 비대상 추상작품의 전형을 성취했다. 당시 한국현대미술을 선도하던 조선일보 현대미술전에는 정점식, 서석규, 이복 등도 함께 초대됐는데 이들에 의해 대구화단의 추상화 경향은 더욱 확고해졌다.그러나 대구미술가협회를 결성해 같은 목소리를 내던 작가들 가운데 정점식을 비롯한 일부가 경북미술가협회를 따로 조직하자 장석수는 그 동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들의 창립전 작품들도 "묘사적이며 우리 생활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상도 비판 정신도 없을뿐더러 그 조형화조차 모호하다." 했다. 그는 혼자서 추상 의지를 더욱 가혹하게 몰아세워 1960에 접어들면서는 독자적인 자신의 방법을 개발해 전혀 새로운 화면으로 차별화했다. 회화가 내용 대신 방법을 추구하고 붓의 기능을 신체적 행위로까지 확대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던 시대였다. 재료도 방법도 획기적이지 않은 면이 없다.미술평론가

2019-05-09 10:13:26

민경석 대구시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새론새평]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정책은 바뀌어야

하천 수질을 개선하고 국민 위생을 위해 공공하수처리시설을 보급했는데 도시 지역에 우선했고 농어촌 읍면 단위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다. 농어촌 지역에서도 하수 발생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처음으로 행정안전부가 농어촌 마을의 하수도정비사업을 진행했다.이후 농림축산식품부 및 환경부에서도 부처 간 협업 없이 무분별하게 마을 하수도를 설치해 전국적으로 처리시설이 난립하게 되었다.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각 부처에서 추진하던 마을 하수도 사업인 행안부의 '농어촌 주거환경개선사업'과 농식품부의 '농어촌 정부 생활권개발사업'을 모두 2007년도에 환경부로 이관하였다.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전국에 가동 중인 500㎥/일 이상 공공하수처리시설은 661개소이며, 500㎥/일 미만의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은 전국에 3천375개소이다.소규모 시설은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많고 정확한 운영 현황과 방류 소하천의 수질 개선 효과 등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지금까지 파악한 주요 문제점으로는 하수 관로 불량으로 인한 불명수 유입, 시설의 노후화로 인한 오작동, 처리 공법의 난립으로 인한 운영 관리의 어려움, 운영비 과다, 사업의 낮은 효과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비록 늦었지만 환경부는 2018년도에 전국적으로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운영실태 정밀조사 연구' 용역을 수행했다. 용역보고서에 의하면, 10년 이상 된 시설은 전체의 약 55%로 시설 노후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하수도법 규정에 따라 공공하수도 시설은 5년마다 기술 진단을 한다. 50㎥/일 미만 시설은 소규모 시설의 약 45%를 차지하지만 기술 진단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문제점 파악과 개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하수 관로의 기술 진단 시행률도 약 5%에 불과하다.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하수 관로와 처리 시설을 포함한 전체 시설에 대한 전문 기술 진단이 절실하다.전체 평균 운영 비용은 개소당 연간 약 1천800만원으로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상당한 부담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데 하수도요금 현실화를 통한 재정 확보와 같은 지자체 자구 노력에 따라 선별 지원하는 정책으로의 전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농어촌 지역 특성상 축산 분뇨의 유입, 인구 감소로 인한 하수 발생량 감소, 강우 시 유입량 증가, 주말 및 관광객에 의한 일시 유입량 증가 등의 원인으로 유입 유량과 수질 변화가 크므로 이에 맞는 적정 기술을 적용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소규모 시설에는 환경 신기술인 60여 가지의 다양한 처리 공법을 적용하고 있는데 지자체마다 적용한 공법이 난립해 전문가라 하더라도 운영 기술이 제각각인 시설을 적정하게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또한 지금까지는 정부 지원 아래 지자체별로 개별사업으로 추진했는데 공법의 난립으로 운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산재해 있어 하천의 수질 개선 효과도 미미하며 투자 대비 사업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웠다.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유역별 통합 물관리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중 통합오염원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유역별 통합오염원관리계획을 수립할 때 특히 소규모 시설은 개별사업이 아닌 유역별 통합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전국에 산재해 있는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유역 단위의 종합적인 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인근 시설의 통·폐합 및 연계 처리 검토, 노후화 시설과 관로 개선, 원격제어 시스템 구축, 정기적인 순회 점검 계획, 적정 운영 인원 관리 계획 등 관리 체계의 제도적 수립도 시급하다.

2019-05-09 03:30:00

[이창호의 찻잔을 씻으며] 행복은 개인취향

차를 마시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다. 건강에 좋다고 해서, 찻자리의 정취가 좋아서, 차 맛에 매료되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즐긴다. 그 즐거움을 찾지 못한 사람에게는 단지 귀찮은 일의 하나일 뿐이지만, 좋아하는 이에게는 찻잔을 준비하고, 마시고, 정리하는 것까지도 취미 생활이 된다. 차를 마시는 것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위생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개취존중'하는 것이 맞다.'인생에 정답이 있는가?'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듯이, 자신의 답을 기준으로 타인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나이, 선후배, 기타 여러 관계를 떠나 현대에서는 바른 매너가 아니다. '뚱뚱하다. 운동하라'는 식의 지적은 비록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있어도 올바른 조언이 되지 못한다.삶의 길에는 '입신양명' 공맹의 길도 있고, '무위자연' 노장의 길도 있다. 행복해지는 방법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행복도 있고,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는 행복도 있다. 건전하고 이타적인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태도로 여겨지지만, 누군가가 이타적이지 않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지속적인 행복을 추구하지만, 순간적인 쾌락도 거부하기는 힘들다.대부분 시간을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균형 잡힌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다가도, 때때로 음주가무, 늦잠, 쇼핑과 같은 순간적인 일탈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건전한 삶의 태도는 삶의 보람을 주지만 자칫 지겨워지고 무료(無聊)하여 모두가 항상 그렇게만 살기는 힘들다.아무런 기대 없이 행하는 취미는 우리에게 건전한 일탈이 되어 팽팽한 활의 시위를 잠시 느슨하게 풀어주듯 균형 잡힌 삶의 한 면이 된다. 취미를 가지는 것은 행복에 다가서는 지름길이다. 또한, 개인의 취향에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스스로 체면을 깎는 일이다. 행복한 찻집 대표

2019-05-08 22:00:00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

[기고]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작년 10월 베트남 하노이 출장 중에 한 대기업 협력업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2천여 명의 현지인과 10여 명의 한국 주재원이 근무하는 전자부품 조립 사업장이었다. 라인 투어 도중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국 주재원에게 근황을 물었다.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왔다.베트남에 온 지는 5년 정도 되는데 퇴직할 때까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모기업이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베트남으로 거의 이전해 버린 터라 귀국하더라도 일할 자리가 없어서라고 했다. 법인장으로부터 이면에 숨겨진 현실을 듣고 나니 섬뜩한 생각마저 들었다.법인장의 이야기가 현재 근무 중인 주재원들이 퇴직하면 한국에서 올 인력이 더 이상 없어져 관련된 제조기술이나 노하우가 현지인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게 생겼다는 것이었다.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제조업의 뿌리가 흔들리다 못해 무너지는 소리이기도 했다. 필자는 대기업 제조 사업장에 근무하면서 제조 라인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완성되는지를 지켜봤다. 그런데 그렇게 애써 쌓아온 기술이 이제 우리 것이 아니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제조업의 공동화 우려는 어제오늘 일어난 일이 아니다. 1987년 6·29 선언 이후 민주화 과정을 통해 급격한 임금 인상이 이루어지고 많은 기업이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제기되었던 문제다. 당시에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전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국내 생산 비중이 줄어들어 제조업이 무너지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권토중래의 심정으로 이런 제안을 할까 한다.우리나라에 모기업을 두고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의 총생산 물량 중 최소 10% 이상은 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것을 법제화하자는 것이다.그렇게 되면 해외에서 근무하다 귀국해도 일자리가 있고 국내 제조 라인에서 새로운 생산기술을 연구하여 해외 법인에 공급할 수도 있게 된다. 또한 국내에서 양성된 인력들이 새로이 주재원으로 근무함으로써 해외 사업장의 생산성이 올라가게 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국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 투자와 인력 양성이 활발해지는 선순환적인 사이클을 형성하게 된다.무엇보다 우리의 최대 강점인 제조기술이 해외로 넘어가지 않게 되고 기술 발전도 이루게 된다.현재 해외로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약 300만 명의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다. 10% 국내 생산의 원칙을 지켜준다면 30만 개에 달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10% 국내 생산으로 제조기술도 지키고, 일자리도 늘어나고,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제조업의 역할이 컸다.경제의 뿌리인 제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번 기회에 최소 10% 이상 국내 생산 의무화를 법제화하여 국가 경제,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방 경제를 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2019-05-08 18:29:07

허영철 공감씨즈대표

[북한 들여다보기] 평양택시

대북 사업가들의 평양 방문 동선을 재구성하면 보통 2개의 루트가 나온다. 첫째는 베이징 공항에서 평양 순안공항까지 가는 고려항공 여객기를 이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평양행 철도가 연결된 단둥을 통해 평양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다.이 가운데 고려항공을 통한 방문은 주로 북경 쪽의 사업가들과 유럽인들이 이용하는 북한 입국 루트라고 보면 된다. 단둥에서 만난 대북 사업가들은 대부분 철도를 이용해 북한으로 들어간다.북한으로 향하는 열차는 오전 10시 단둥역을 출발한다. 미리 도착해 단둥세관의 검사를 거쳐 출국 수속을 받고 출발한 기차는 단둥역 인근 압록강 철교를 넘어 북한 신의주역에 도착해 또 한 번 세관의 검사와 입국 신고를 거친다. 이 과정에는 무려 2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이후 오후 1시 조금 못 미쳐 신의주역을 출발한 기차는 평양을 향해 달린다. 신의주에서 평양까지는 약 230㎞, 한국의 고속철도라면 동대구역에서 천안아산역까지 정도의 거리이다. 정차 역들을 고려해도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반면 일반적인 북한 열차의 운행 속도는 시속 40㎞에 불과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 특별 열차는 60~80㎞로 운행되지만 그 열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반 열차는 북한 철도 시설 낙후에 따라 느리게 운행한다.그래서 오후 1시경 신의주를 출발한 열차는 기차역 폭발 사건이 있었던 룡천을 지나, 우리에게 익숙한 평북 정주에 이르고, 또 안주를 거치고, 북한의 과학기술자들을 양성하는 최고의 대학인 평성이과대학이 있는 평성시를 거쳐, 평양역에 저녁 6시 반쯤 도착한다.평양에 도착한 대북 사업가들은 이곳에서 북한 담당자를 만나 함께 숙소로 이동하거나 바로 회의 장소로 이동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평양역에 북한 담당자가 나오지 않고 대북 사업가들이 각자 택시를 타고 호텔 숙소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때 특별 수행원으로 평양을 다녀온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의 경우도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평양역과 대동강을 다녀오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제지하지 않아 택시를 타고 다녀왔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평양에서 택시를 이용한 방문객들에 따르면 평양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하는데 평양 택시의 기본요금은 2달러라고 한다. 평양역에서 가까운 고려호텔이나 창광산호텔까지는 기본요금이면 갈 수 있고, 조금 먼 청련호텔이나 양각도호텔은 4달러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2013년 3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보도에 따르면 평양시 내 택시는 400여 대가 운행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인 2019년 2월호 위클리공감 북한 전문가 인터뷰에 따르면 6, 7곳 사업소 단위로 총 8천~1만 대의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증가 속도가 놀랍다.이에 따라 평양 중심가인 창전거리와 만수대거리가 만나는 네거리를 비롯해 주요 거리에서는 출퇴근 시간 교통 체증이 심해졌다. 대신 북한 거리의 명물이었던 여자 안내원의 네거리 수신호가 차츰 사라지고 신호등 시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평양 택시를 통해서도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작은 변화를 통해 시장경제로 내딛는 북한 사회의 변화 징후를 알 수 있다. 요즘 북한에서 택시기사가 되는 것은 북한 남성 주민들의 꿈이라고 한다. 그만큼 수입이 좋다는 뜻이다.이런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변화들이 거대한 변화로 이어지는 그 임계치 시점이 바로 북한이 틀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그날이 될 것이다. 북한이 변화의 임계점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게 만드는 북미 회담의 조속한 재개와 그 회담의 성과를 기대해본다.

2019-05-08 18:00:00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지극한 사랑으로 만든 뉘른베르크 결혼 컵

중세 독일 바바리아 지방의 뉘른베르크 영주의 딸이 금세공사와 사랑에 빠졌다. 영주는 미천한 청년과의 교제를 허락하지 않는다. 딸이 귀족 가문의 청혼을 계속 거절하자, 분노한 영주는 청년을 성의 깊은 동굴 감옥에 가두었다. 단식으로 아버지에 저항하던 딸은 점점 쇠약해갔다.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자, 영주는 매우 어려운 제안을 하여 금세공사 청년이 스스로 포기하게끔 한다. "두 사람이 하나의 잔으로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동시에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잔을 만들라. 성공하면 결혼을 허락할 것이나 실패하면 성에서 추방될 것이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제안이었으나 청년은 이를 받아들인다.청년이 혼신을 다하여 만든 것이 뉘른베르크의 결혼 컵이다. 미소를 띤 사랑하는 그녀를 조각하고, 치마 속의 빈 공간은 컵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들어 올린 두 팔은 자유롭게 흔들리는 작은 컵을 잡고 있다. 전체를 거꾸로 들면 위로 선 통치마 안에 와인을 부을 수 있고, 위의 작은 컵도 상하가 유지된다.아래위 두 잔에 와인을 채워 수평으로 기울이면 양쪽에서 같이 마실 수 있다. 결국 아버지는 두 사람을 받아들였고, 이 컵은 지극한 사랑의 상징이 되었다.이후 바바리아 지방의 결혼식에는 남녀가 이 컵으로 와인을 마시며 사랑과 성실한 결혼 생활을 다짐하는 낭만적인 전통이 생겼다. 사진은 19세기 뮌헨 지역에서 만든 금도금 유리컵이다.종 모양이고 치마에 추가 달린 것도 있어 종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사랑이 충만한 가정의 달 5월이면 생각나는 물품이다.경북대 의대교수

2019-05-08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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