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개와 고양이는 사람과는 달리 비타민C를 별도로 공급받을 필요가 없다. 개와 고양이는 정상적인 신체대사를 통해 비타민C가 합성되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iloveadog.com.au)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비타민C는 동물에게 약일까? 독일까?

탄이(4·슈나우저)가 소변을 못 보고 힘들어 해 내원했다.검사 결과 탄이는 방광에 결석이 있었고 결석 중 일부가 요도를 막아 소변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배뇨장애는 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방광이 팽창되어 소변이 신장으로 역류되면 급성신부전이나 요로감염증으로 악화되기도 한다.탄이는 급하게 수술을 받았다. 방광을 절개해 방광 내 결석을 제거하고, 요도에 막힌 작은 결석도 수압을 이용하여 방광으로 역류시켜 제거했다. 탄이는 4일 동안 방광 카테터를 장착한 채 입원 치료를 받고 나서야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었다.탄이의 방광 결석을 성분 분석한 결과 옥살레이트 계열의 결석으로 확인됐다. 결석의 발생 원인을 찾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자와의 상담이 이루어졌다. 탄이 보호자는 탄이에게 자신이 즐겨먹는 비타민C를 자주 나눠 주었으며 귤과 사과도 즐겨 먹였다고 하셨다.탄이 보호자에게 옥살레이트계열의 방광 결석이 비타민C와 관련성이 높다고 설명드렸다. 비타민C는 아스코르빅산(ascorbic acid)으로 불리기도 하며 체내에서 아미노산 글리신과 결합하여 결정체가 형성된다. 슈나우저를 비롯하여 다수 품종의 개와 고양이에서소변이 약산성일 때 잘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탄이 보호자분이 "비타민C가 개에게 해가 되느냐"고 물었다. 비타민C는 항산화 효과로 질병 예방, 노화·종양예방에 있어서 사람에게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와 고양이도 비타민C가 질병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개와 고양이는 사람과는 달리 비타민C를 별도로 공급받을 필요가 없다. 개와 고양이는 정상적인 소화대사와 신체대사를 통해 비타민C가 합성되기 때문이다. 해적이나 선원들이 과일이나 비타민C를 공급받지 못해 발생하는 괴혈병이 개와 고양이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이처럼 비타민C를 개와 고양이이게 별도로 급여할 필요는 없으며, 비타민C는 개와 고양이의 혈액 내에 일정 농도가 존재하면서 건강 유지와 질병 예방에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개와 고양이가 질병이 생기면 혈중 비타민C 농도가 급속히 소실된다고 한다.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개와 고양이에게 투여할 수있는 비타민C의 함량을 어린이에 비교하여 급여량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반려동물은 옥살레이트계열의 결석 발생이 높음을 염두에 둔다면 비타민C 급여는 동물병원에서 소변검사와 건강 상태를 검진을 받은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특히 슈나우저, 요크셔테리어, 푸들, 시츄, 비숑 등의 품종은 옥살레이트 계열의 방광결석이 다발하므로 비타민C 급여와 과일 급여는 자제해야 한다. 또 과일은 당도가 높아 비만과 영양과잉이 의심되는 반려견에게는 급여를 자제해 주셔야 한다.야채에도 비타민 C가 많이 들어있다. 그렇다면 야채도 위험할까? 그렇지 않다.식탐은 있고 수분 섭취가 적고 간식을 자주 먹는 반려견의 경우 결석 발생 위험성이 훨씬 높다. 과잉 섭취된 미네랄이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소변이 농축되거나 방광염이 있으면 결석이 형성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반려견에게는 포만감을 유도하고 수분 섭취를 증가시키는 목적으로 야채(브로컬리, 양배추, 파프리카, 오이, 당근 등) 식이를 권하기도 한다.야채식이는 비타민C로 인한 결석 형성 위험보다는 소변이 묽어져 자주 배뇨함으로써 결석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비타민C 외에도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포함돼있는 점도 야채식이를 권장하는 이유다.비타민C는 개와 고양에게 영양제로 급여할 필요가 없다. 질병 치료와 예방의 목적으로 비타민C를 급여하고 싶다면 수의사의 진단하에 처방받길 바란다. 급여량이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12-10 09:37:21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惻隱之心(측은지심), 乘人之危(승인지위)와 공보사수(公報私讐): 인간의 삶

사람들은 물에 빠진 아이를 보면 본능적으로 구하려 든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이 위험이나 불행에 처했을 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일까. '맹자'(孟子) 고자(告子) 상편에서는 이러한 마음가짐이 측은지심(惻隱之心)이며, 곧 인(仁)이라고 했다.자신과 이해 충돌이 있는 사람이 물에 빠졌을 경우에도 측은지심이 발휘될까. 중국 후한(後漢·25∼220) 때 양주(涼州)라는 곳에 개훈(蓋勳)이라는 젊은 관리가 있었다. 당시 양주에는 무위태수(武威太守)라는 자가 횡포를 부려 소정화(蘇正和)라는 관리의 감사를 받게 되었다. 그러자 무위태수의 배후 세력을 두려워하고 있던 이 지역의 감찰관(刺史)인 양곡(梁鵠)은 오히려 소정화를 죽여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친구이자 부하인 개훈에게 의견을 물었다. 소정화에게 원한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개훈에게 이 기회에 공보사수(公報私讐), 즉 공권력(公)으로 사(私)적인 복수(讐)를 하(報)라고 부추겼다. 그러나 개훈은 "남의 위급한(人之危) 상황을 틈타(乘)는 것은 어질지 못하다"며 양곡을 설득해 소정화를 죽일 마음을 거두게 했다. '후한서'(後漢書) 우부개장열전(虞傅蓋臧列傳)에 나오는 이야기로 타인의 위급한 상황을 틈타 해치는 행위를 비꼴 때 쓰는 승인지위(乘人之危)의 유래이다. 개훈은 나중에 고위직에 오르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듯, 인생은 직간접적인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 사람들은 측은지심보다는 승인지위나 공보사수를 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맹자는 측은지심이 없는 인간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非人). 한 해를 보내며 나는 인간다운 사람이었던가를 묻게 된다. 사람에 따라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 시비가 갈린다. 측은지심, 승인지위, 공보사수 가운데 나는 어느 마음일까 궁금하다.

2019-12-09 19:17:41

김문환 세명대 교수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진영논리 내 편 지키기와 도편(陶片)추방제

그리스 아테네에는 2천500년 전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현대 건물과 오순도순 키를 잰다. 고대 유적을 간직한 상징적인 장소가 아고라(Agora)다. '너른 광장'을 가리킨다. 현대 철학의 비조 소크라테스가 거닐었을 아고라 판아테나이카 도로 서쪽 끝 지점에 기둥이 죽 늘어선 웅장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아탈로스 스토아(Stoa)다. 스토아는 지붕을 갖추고 한쪽이 야외로 트인 복도식 건물을 말한다. 경주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을 둘러싼 회랑이나 경복궁 근정전 주변 회랑을 생각하면 쉽다. 여름에는 햇빛을 가리고 비를 피할 수 있어 물건도 팔고 정치 토론도 벌였다. 아탈로스 스토아 전시 유물 가운데 '테미스토클레스'(ΘΕΜΙΣΘΟΚΛΕΣ)라는 이름이 적힌 도자기 접시가 눈길을 끈다. 무슨 사연일까?◆BC 480년 페르시아 전쟁 승리 주역 테미스토클레스영화 '300'은 그리스 아테네 북방에서 BC 480년 펼쳐진 테르모필레 전투를 그렸다. 당대 세계 최대 제국 페르시아가 아테네에 쳐들어왔을 때 스파르타가 보낸 300명의 지원군 전원이 죽음으로 대항했던 전투다. '테르모'(Thermo)는 '열기'라는 뜻이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BC 480년 상황을 떠올려봤다. 스파르타 레오니다스 왕 결사대가 페르시아 대군을 일시 막아주는 사이 아테네는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를 궤멸시킨다. 주역은 테미스토클레스 장군. BC 483년 은광을 발굴해 번 돈을 시민들에게 무상 배분하지 않고, 최신 3단 갤리선 100척을 건조해 전쟁에 대비한 테미스토클레스의 선견이 아테네를 구한 거다. ◆테미스토클레스를 내쫓은 도편추방제전쟁 영웅 테미스토클레스의 운세가 기운다. 아테네는 당시 정치 지도자 선출은 물론 정책 결정. 재판을 국민이 맡았다. 아고라에 모여 개최하는 회의를 에클레시아(Eklesia)라고 불렀다. 민회다. 전쟁 승리 8년 뒤 BC 472년 민회는 테미스토클레스에게 추방령을 내렸다. 조국을 배반한 혐의다. 조국을 구한 영웅이라도 민심을 거스르면 배반자로 낙인찍혀 한순간에 명예를 잃고 추방당한다. 도자기 접시나 파편을 오스트라콘(Ostrakon)이라 부르고, 여기에 추방하고 싶은 정치인의 이름을 적어낸 제도를 도편(陶片)추방제, 오스트라키스모스(Ostrakismos)라고 부른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주민소환제, 혹은 탄핵제도다.◆도편추방 결정나면 10일 내 출국, 10년간 입국 금지아테네 민주주의에 도편추방제를 도입한 인물은 아테네의 민주개혁가 클레이스테네스다. BC 504~501년 사이다. 보통 2만여 명 가까이 모인 민회에서 6천 명 이상 찬성하면 해당 인물은 10일 이내에 아테네를 떠나야 했으며 10년간 민회의 번복 없이는 귀국할 수 없었다. 과거의 공적이나 진영, 파벌, 명망 가문을 가리지 않고 죄를 물었다. 전쟁 영웅 테미스토클레스가 8년 만에 민심을 잃고 쫓겨난 것은 물론 BC 490년 마라톤 전투 승리의 주역 밀티아데스 장군의 아들 역시 민심의 탄핵을 받고 추방됐다. 심지어 도편추방제를 만든 클레이스테네스의 조카도 도편추방제에 걸려 쫓겨났다. 아테네 민주주의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페리클레스의 부친 크산티포스도 BC 484년 인기 있는 정치 지도자에서 하루아침에 도편추방당했다. 아테네 주권자인 국민들은 BC 5세기 13명의 정치 지도자를 그렇게 권력에서 몰아냈다.◆정치 명망가나 영웅도 한순간에 국민 이름으로 탄핵'그리스 로마 문명'에 대해 멋진 문구를 지어낸 미국의 19세기 작가 애드가 앨런 포. 1849년 40세에 의문사로 생을 마감하기 전인 1845년 '헬레네에게'(To Helen)라는 제목의 시에서 "영광은 그리스의 것이요, 위대함은 로마의 것"(To the glory that was Greece, And the grandeur that was Rome)이라고 읊조린다. 포가 찬미한 '그리스의 영광'은 바로 이런 민주주의다. 국가에 기여한 점이 있더라도 명망가라도 민심을 거스르면 가차 없이 단죄했던 아테네 도편추방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비롯돼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사건,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사건 등에서 정치권이 보여주는 내편 지키기 꼼수들은 2천500년 전 아테네 도편추방제에서 보여준 추상같은 신상필벌과 사뭇 다르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비록 공이 있어도 내편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춘풍추상(春風秋霜)에서 더욱 빛난다. 집무실에 액자로만 걸지 말고, 실천할 때 국민의 감동을 얻는다.

2019-12-09 18:30:00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 정부 개입 줄여야 경제가 산다

1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3% 감소하는 등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품 수출이 10.2%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 상태다. 미중 무역 분쟁에 한일 무역 분쟁이 겹쳤고, 결국 세계 수출에서 한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10년간 지켜온 3% 선이 무너졌다. 내년에도 수출이 크게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월부터 9개월 연속으로 우리 경제에 대해 '부진' 판정을 내렸다. KDI는 "수출 부진으로 광공업 생산이 감소하고 서비스업 증가세도 낮아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低)성장이 저물가를 낳고, 저물가가 저성장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1월 말 "2%대 성장을 위해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1970년대 연말 실적을 위해 밀어내기 수출을 하던 것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지난해 4분기에도 정부가 막바지 쏟아붓기를 했다가 올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4%를 기록했다. 환율도 하루 만에 10원이나 급등해 금융 시장에 대혼란을 불렀다. 그런데도 올해 다시 막판 쏟아붓기를 반복한다니, 내년 1분기도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된다.수출과 건설, 투자 부진에 따른 성장 둔화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또 경제가 어려울 때 재정이 적극 개입하는 것은 현대 국가의 의무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성장률 1.9%에 대해 민간 기여도는 0.5%, 정부 기여도가 1.4%라 한다. 정부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경제활동을 주도해야 할 민간 부문의 창의성이나 적극성은 사라지고 재정 의존도만 높아질 것이다. 인위적 단기 처방은 경제주체의 의존 심리를 심화하고 경제의 기초 체력을 해친다. 탈규제, 감세로 민간 활력을 높여야 경제가 산다.

2019-12-09 18:00:00

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박창원의 기록여행] 서민들의 애환, 연탄

'연탄에 관해서는 약 만t가량 확보될 것인데 현재 원료 6천t을 받아 방금 제조 중이니 나머지는 곧 대구연료조합이 확보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 부언해 둘 것은 일반 부민 각자가 당국의 월동 연료의 배급만 의존하지 말고 각자가 자력으로 확보에 노력하기를 바라는 바이다.'(매일신문 전신 남선경제신문 1946년 9월 24일)찬바람이 불면 부민들의 걱정은 하나둘 늘었다. 추위가 몰아치는 엄동설한을 무사히 넘기려면 그만큼 준비할 게 많았기 때문이다. 당국은 가을이 시작되자마자 각자 알아서 겨울 준비를 하라고 다그쳤다. 부민들은 우선 겨우내 먹을 식량을 준비해야 했다. 곡식을 미리 챙겨두지 않으면 보릿고개 훨씬 이전부터 굶주릴 게 뻔했다. 무엇보다 추위를 견디려면 월동 연료가 필요했다. 그 시절에는 땔나무인 장작이나 목탄, 연탄 등이 주요한 겨울 연료였다.당시 대구의 사회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해방 3년이 지나도록 문전걸식을 하는 부민들이 2만여 명에 이르렀다. 전재민과 이재민들이었다. 이들은 대구역 앞이나 길거리에서 행상을 하며 입에 풀칠하기조차 버거웠다. 집이 없어 천막이나 움막, 길거리에서 한뎃잠을 자기 일쑤였다. 문제는 겨울이었다. 그들은 땔나무를 주워 오거나 산에 가서 나무를 구해 와 불을 붙이고는 언 몸을 녹였다. 이렇듯 장작 같은 땔나무는 그나마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월동 연료였다. 밥을 짓고 방을 데우는데 장작불은 그만이었다. 아궁이에 장작불이 활활 타는 장면을 떠올려 보라.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땔감은 시장에서 사고팔았다. 신탄상(시탄상)으로 불린 장사꾼은 장작이나 목탄인 숯을 팔았다. 대구의 경우 칠성시장 인근에 땔감을 팔러오는 땔나무꾼이 낯설지 않았다.땔나무를 대표하는 장작은 통나무를 베어 잘라 쪼갠 나무다. 이러다 보니 장작으로 인해 산림 훼손이 뒤따랐다. 일제강점기 때 무분별한 나무 베기로 벌거숭이산이 된 데는 땔감 채취도 한 원인이었다. 산림 훼손을 줄이는 데는 장작 대신에 석탄이 제격이었다. 하지만 석탄은 채취나 수송 등의 문제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게다가 값마저 비쌌다. 부산에서 대구로 석탄을 수송하는 도중에 도난당하는 일이 잦았던 이유다.시간이 흐르면서 석탄가루로 만든 원통형의 연탄이 난방 연료로 자리 잡았다.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새해가 되면 정부는 서민들을 위해 생활필수품의 가격 안정을 발표했다. 쌀과 보리, 밀가루, 소금 등 먹을거리와 고무신, 비누, 등유, 무명과 비단 따위의 천이 포함됐다. 여기에는 연탄이 빠지지 않았다. 연탄은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었다.연탄은 구공탄(구멍탄)으로도 불렀다. 불이 잘 타게 하려고 아래위로 구멍이 뚫려 있어서다. 연탄은 오래 타고 다루기 쉽고, 화력이 좋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반면에 연탄가스로 인한 희생자도 적지 않았다. 지금이야 연탄은 북성로 석쇠불고기를 맛있게 익혀주는 연료로 익숙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연탄은 여전히 이 겨울에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다.

2019-12-09 18:00:00

김기수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세계의 창]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

쉽게 쓰고 마구 버려지는 일회용품몇백 년간 썩지 않고 환경 재앙 야기식음'호흡 통해 사람 몸에 대량 흡수사용 줄이고 대체품 개발 서둘러야최근 미국 CNN방송은 스코틀랜드의 한 섬으로 밀려와 숨진 무게가 20t인 향유고래의 위에서 어망의 일부, 플라스틱 컵 및 빨대 등으로 이루어진 약 100㎏의 쓰레기 덩어리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전했다. 지난 8월에는 북극에서 내리는 눈에도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 BBC방송에 보도되기도 했다.또한 지난 5일 영국 데일리 메일 등에 따르면 약 58만 마리의 소라게들이 인도양과 태평양 섬 두 곳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죽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들 보도는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플라스틱이 사용된 지는 100년이 조금 넘었으나 수천가지의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의 개발과 생산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속화해 지금은 플라스틱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 플라스틱은 생명을 구하는 장치들로 의학 분야에 혁신을 가져왔고,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했고, 자동차와 비행기를 경량화해 연료와 대기오염의 절감에 기여했고, 헬멧, 인큐베이터, 정수 장비 등을 통해 많은 생명을 구했다.그러나 플라스틱이 제공하는 편리성으로 인해 플라스틱의 어두운 면인, 쉽게 버리는 문화가 생겨났다. 오늘날 일회용 플라스틱이 매년 생산되는 전체 플라스틱의 40%를 차지한다고 한다. 플라스틱 봉투와 음식 포장용기 등과 같이 많은 플라스틱 제품은 사용 기간이 불과 몇 분에서 몇 시간 밖에 되지 않지만 몇 백 년 동안 썩지 않고 우리 환경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플라스틱 오염은 주로 재활용이 잘 되지 않고 매립지에 버려지거나 자연에 방치되는 개인 및 가정 폐기물로부터 온다고 한다. 이들 폐기물은 바람과 비에 의해 하수구, 소하천, 강을 거쳐 해양으로 흘러간다. 80%의 해양폐기물은 육지로부터 온다고 추정되고, 이는 매년 약 8백만t에 이른다고 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더 많아진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해양에 도달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햇빛, 바람 그리고 파도에 의해 작은 입자로 부서진다. 많은 경우 5㎜ 이하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이 돼 해류와 기류를 타고 해양과 육지로 확산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더욱 작게 부서져서 극세 플라스틱 입자가 되고 이들은 상수도에서도 발견되고 공기 중에도 떠다닌다.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플라스틱으로 인해 조류, 육지 포유류 그리고 물고기와 해양 생물에 이르기까지 매년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이 사망하고 있다. 또한 우리 식탁에 오르는 물고기, 새우, 홍합을 포함한 100개 이상의 수생 종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 이로 인해 동식물의 개체 수 감소와 이에 따른 식량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먹이 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사람은 식음과 호흡을 통해 다량의 미세 및 극세 플라스틱 입자를 섭취하고 있다. 결국 플라스틱의 편리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비용으로 돌아오고 있다.일단 플라스틱 폐기물이 해양에 도달하면 제거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들이 강이나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선된 플라스틱 폐기물의 관리 및 재활용과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과 소비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이제 우리는 이와 같은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우선 각 개인은 불편을 감수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나아가 기업들에게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사용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들 대체 제품이 조금 비싸더라도 기꺼이 구매하며, 정부에 대해서는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은 규제하고 이를 대체하는 제품의 생산과 소비는 장려하는 제도와 법규를 제정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교육기관과 언론도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시민 의식을 전환하는데 동참해야 할 것이다. 개인은 행동하지 않으면서 기업과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다려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개인의 의식 전환과 작은 행동이 가장 효과적인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김기수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2019-12-09 11:19:21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매일춘추] 선생에게

대학 졸업 후, 아르떼 예술 강사(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선발과정에서 운 좋게 최후 2인으로 남게 되었다. 평소 연극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부푼 마음으로 대구 소재의 어느 고등학교에 수업을 나가게 되었다. 나는 '어떤 선생님일까?' 수업 준비를 하며 과거 학창시설 좋아했던 선생님들을 모두 섞어놓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나만의 롤모델 선생님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학생들에게 화내지 않기,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어가기, 명령하지 않고 설득하기….몇 가지 다짐을 하며 사전 답사를 위해 학교로 찾아갔을 때,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담당선생님을 보자마자 어쩌면 상처받은 청소년들을 연극으로 위로하고 싶었던 나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담당선생님은 굉장히 협조적이었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중앙계단만 이용하세요." "바로 옆 반에 이어서 강의가 있더라도 쉬는 시간에는 교무실로 내려오세요."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첫 수업을 앞두고 있는 외부강사에게는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충고였다.어느 날, 나는 수업 시간에 늦어서 무심코 교문에서 가까운 계단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담당선생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게 되었다. 그 계단은 외부에 노출된 계단이었는데 그곳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계단에 줄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오르기 시작한 계단을 다시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최대한 태연한척하며 계단을 오르는데 한 학생이 나를 가로막았다. "선생이에요?" "아마 그럴걸?" "아, 선생이구나." 그제서야 길을 비켜주었다. 이 외에도 날 당황하게 만드는 경험은 계속되었다. 쉬는 시간에 내가 앞에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학생들, 수업 중에 울리는 경찰차의 사이렌소리…. 학교선생님들에게는 그런 일이 일상인 듯 개의치 않았다. 속상한 마음에 담당선생님께 울분을 토했다. "어떻게 선생이 학생을 포기할 수 있느냐고." 선생님도 처음엔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개도하려면 선생님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회의감이 몰려왔다. 소득수준으로 계층을 구분하는 국가,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가정, 맞벌이를 해야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 교권은 누가 무너트린 것인가?먼저 선(先), 날 생(生). 선생님의 한자 풀이는 먼저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이다. 먼저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뜻일 것이다. 부모를 포함, 누구나 누구에게는 선생이다.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던 학생을 욕할 수 없다. 나는 그 학생보다 선생이므로 그 학생이 내뱉은 담배연기에 책임이 있다.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2019-12-09 11:18:21

최주원 대구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시민추진위 위원

[기고] 3․1운동 100주년 한해를 뒤 돌아 보며

대한민국 역사상 유난히 뜻깊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한 해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저물어 가고 있다.우리 대구에서는 일제의 삼엄한 감시와 예비검속 등에도 불구하고 3월 8일 토요일 오후 1시, 종교계와 학생, 일반 시민 등 약 1천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문시장(현 섬유회관 맞은편 실 골목)에서 첫 만세시위가 시작되었다.이어 3월 10일 오후 4시경 약 200명과 3월 30일 오후 2시 무렵 2천여 명이 남문 밖 시장인 덕산정 동문시장(현재 염매시장)에서 두 차례 시위를 펼쳤다. 4월 15일에는 50여 명이 모여 남구 대명동(당시 달성군 수성면 대명동) 공동묘지 옆 도로에서 네 번째 시위를 가졌다.특히 4월 26일 밤 10시경에 팔공산 자락 동구 미대동(당시 달성군 공산면 미대동)의 채갑원, 채희각, 채봉식, 채학기 등 네 사람이, 28일 밤에는 네 사람 외에 미대동 채경식, 채송대, 채명원, 미곡동 권재갑 등 19세부터 26세까지 젊은 여덟 청년들이 미대동 여봉산(礪峯山)에 올라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두 차례 만세시위를 하였다. 이는 대구 유일의 마을 단위 독립만세운동이다.3·1운동 100주년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대구시는 지난해 100주년 기념사업 시민추진위원회를 각계각층으로 구성하고 올해 시와 구·군별로 대규모 3·1절 기념식 및 만세 재현행사를 개최했다. 호국보훈대상 제정, 국가유공자 명예의 전당 조성, 독립정신 계승·발전 국제 세미나 등 기억과 기념, 발전과 성찰, 미래와 희망 등 3개 분야에 30여 개 사업을 계획하여 완료하거나 추진 중에 있다. 구·군에서는 뮤지컬 공연, 태극기 동산 조성, 청소년 그림 그리기 등을, 대현도서관 등에서는 3·1운동 발자취 인문학 강연도 수차례 있었다. 그리고 각 단체에서 대구 독립운동 유적 100곳 답사여행, 대구의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구 여성 독립운동 등 책자 발간은 매우 뜻있는 일이다.대구에는 특별한 기념사업이 있었다. 동구 팔공산 자락에서 민간단체 주도로 100년 동안 묻혀 있던 '미대마을 애국지사·여봉산 유적지 재조명' 사업을 벌인 것이다.먼저 '광복소나무사랑모임' 봉사단체에서 지난 1월부터 미대마을 만세시위 자료 조사, 8인 애국지사 생가 및 유족 찾기, 마을 전체에 태극기·꽂이 기증 및 달기, 마을에서 여봉산까지 약 2㎞를 '여봉산 독립만세 운동길'로 명명 선포하고 안내석도 설치하였다.2월에는 지역 주민 10여 명이 뜻을 모아 '기념비건립위원회' 발족에 이어 7개월 동안 건립비 확보, 대구시 조형물 심의, 비 제작 등 건립 절차를 거쳐 8월 15일 광복의 날에 여봉산이 바라보이는 미대마을 앞에서 역사적인 '미대 여봉산 3·1 독립만세운동 기념비'를 제막하여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했다.한 해 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3·1운동 100주년, 뒤돌아보면 아쉬움도 있다. 동구 미대 여봉산과 남구 대명동 만세시위 자료 발굴 집대성, 애국지사 예우, 기념비 현충시설 지정과 홍보를 통한 학생과 시민들의 애국심 고취 등 할 일이 남아 있다. 또 대구 지역 3·1운동과 애국지사의 발자취와 정신을 기리는 일들을 찾아 수행하여야 한다. 애국지사 유족, 각급 민간단체, 보훈청, 행정기관의 관심과 노력으로 3·1운동 기념사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2019-12-08 15:49:24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필리버스터가 아니라 무제한 토론이다

국회선진화법 일환으로 만들어 의제와 무관한 발언 허용 안 돼 다음 회기 때 첫 번째 안건 표결 제대로 된 무제한 토론 봤으면모두가 필리버스터라고 한다. 언론은 물론 심지어 국회의장과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이 199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결과 국회가 마비되었다고 말한다. 국민들이 이를 필리버스터라고 아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틀렸다. 자유한국당이 신청한 것은 필리버스터가 아니라 무제한 토론이다. 두 가지는 전혀 다르다. 필리버스터와 달리 무제한 토론은 긍정적인 제도이다. 무제한 토론의 내용을 잘 알지 못하거나 본질을 외면한 채 필리버스터라고 부르는 것이 좋은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일 수 있다.필리버스터(Filibuster)는 미국 상원의 독특한 의사 진행 모습이다. 하원에서는 엄격한 발언 시간 제한이 있지만 상원의원의 발언 시간은 원칙적으로 무제한이다. 한 의원이 단상에서 발언을 계속하는 경우 재적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없이는 중단시킬 수 없다. 동화책, 요리책, 헌법전 낭독 등 의제와 관련 없는 발언도 무한정 허용된다. 그 결과 의원의 발언 중 회의가 지연되는 '의사진행방해'가 된 것이다. '해적'을 뜻하는 단어가 어원이라는 말처럼 회기를 넘겨 특정 의안을 폐기시키려는 게 필리버스터의 목적이다.무제한 토론은 다르다. 관행적으로 인정된 필리버스터와 달리 국회선진화법 일환으로 우리 국회법 제106조의 2에 명확히 규정된 제도이다. 한 사람에 의한 단상 점거 발언인 필리버스터와 달리 무제한 토론은 재적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의원들이 발언을 이어간다. 의제와 무관한 발언이 허용되지 않는 점도 다르다. 필리버스터는 시간을 끌어 회기를 넘기면 해당 의안이 폐기돼 버린다. 회기불계속의 원칙 때문이다. 반면 회기계속의 원칙이 적용되는 우리 국회에서는 회기가 끝나도 해당 의안이 폐기되지 않는다. 회기 종료 후 다음 회기 첫 번째 안건으로, 무제한 토론 종결 즉시 해당 안건을 표결해야 한다.필리버스터는 '의사진행방해'를 통한 법안 폐기에 목적이 있는 반면 우리는 말 그대로 쟁점 사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무제한 토론은 본질적으로 "쟁점 안건의 심의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건이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심의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이유이다.문제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가 무제한 토론 제도를 정쟁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데 있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테러방지법'에 대한 무제한 반대 토론을 실시한 바 있다.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총 38명 의원이 192시간 27분 동안 발언을 이어나갔다. 세계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이라지만 그런 기록은 의미가 없다. 여야의 '토론'이 아닌 야당의 일방적 연설로 그쳤기 때문이다. 여당과 야당의 의견이 함께 표출될 때만이 국민이 진실을 알 수 있다. 무제한 토론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 반쪽짜리로 그친 것이다.현재 문제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당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법안 상정을 마치겠다고 한다. 한국당이 무제한 토론을 신청하더라도 정기국회 후 바로 임시회를 소집, 법안을 처리하려는 것이다.문 의장과 여야 모두에게 호소하고 싶다. 제대로 된 무제한 토론을 한번 해 보라고.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좌파 독재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 주장한다. 민주당과 일부 야당은 국회와 검찰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고 한다. 최종적으로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법안 내용도 아직 확실치 않거니와 솔직히 국민들은 진영을 갈라 싸우는 각 당의 주장에 동조할 뿐 그 내용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대화와 타협을 위해' 국회의원들 스스로 도입한 제도가 무제한 토론이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치열한 토론을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엄청난 성능의 최신 스마트폰을 가지고도 전화기 정도로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의외로 많다. 사용설명서를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거나 사용법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가 그런 사람들을 그대로 닮았다. 무제한 토론이라는 스마트폰급 제도가 있음에도 여전히 돌멩이 싸움 수준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 지금이라도 무제한 토론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읽어보기 바란다.

2019-12-08 15:48:55

채명 무용평론가

[매일춘추] 개는 훌륭한가? 

요즘 개 헌혈 공익광고가 전파를 타고 있다. "헌혈 한번이 반려견 4마리를 살린다"고 하며, '아임 도그너(I'M DOgNOR)'를 써 붙인 차가 헌혈 제공견을 찾아가는 광고다. 'DOgNOR'는 개(DOG)와 제공자(DONOR)를 합한 표현이다. 2~8세까지 몸무게 25kg 이상인 대형견이어야 헌혈 할 수 있고, 헌혈하면 '아임도그너'라고 적힌 노란색 스카프와 조끼, 헌혈증을 제공해 준다.개와 상관없이 사는 사람들은 의아해 할 수도 있고,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사람들도 얼마나 공감할지 미지수다. 그러나 개가 아파서 수혈을 해봤던 사람들은 공혈견의 존재와 수혈용 개를 사육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반려견 천만 시대'가 되었다는데, 이번 광고로 참여자가 늘어나길 바랄 뿐이다.또 TV프로그램 중에 '개는 훌륭하다'가 관심을 끌고 있다. 매주 한 번 방영하는데, 반려견 키우는 사람들이 문제해결을 요청하면, 남녀 진행자, 애완동물 상담사가 현장으로 출동한다. 스태프들이 상황을 점검하다 새끼를 지키려는 엄마 개에게 물리는 등 쉽지 않은 진행이지만 잔잔한 감동을 준다.식용으로 키워지는 여러 마리 개를 외국으로 입양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도 하고, 같이 자라던 동료 개가 다른 곳에 입양될 때, 그들의 슬픈 이별장면 등을 세밀하게 담아내기도 한다. 어린 새끼들이 잘 적응하도록 양육법을 가르쳐 주며, 새 식구가 된 개와 키우던 개와의 영역싸움 갈등을 해결해 주는 등 다양한 문제점들의 대안을 모색해준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필자도 시골집에서 대형견 삽살개와 함께 살고 있다. 종교단체에서 키우던 개인데, 주변 아파트 공사로 스트레스를 받아 털이 빠지고 몸도 고달파 괴로워했다. 치료를 해도 소용이 없어 안타까워하다 시골집으로 데려와서 치료하면서 돌보게 되었다.지금은 건강해지고, 자기 뜻도 많이 표현한다. 비 오는 날은 배변도 참으며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하고, 나가고 싶으면 버티고 서서 주인이 나오길 압박하기도 한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 온 후에 좋아하는 뒷산 오르기를 거부해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습할 때 생기는 나무 냄새를 싫어한다고 한다. 감정이 서로 통해서 마음이 아련할 때가 많다.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오랜 교감으로 가족애를 갖게 된다. 알고 보면 개 뿐 아니라 대다수 반려동물은 훌륭하다. 단지 관심도가 낮아서 이해할 수 없을 뿐이다.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실천이 배려하는 삶의 출발이고, 그것이 기본임을 깨달아 가는 사회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개가 훌륭하려면 인간이 훌륭해야 한다!채명 무용평론가

2019-12-08 06:30:00

종이에 담채, 155.5×4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김용준(1904~1967) '수화소노인가부좌상'

근원 김용준은 자화상도 그렸고 지인들도 그렸다. '수화소노인가부좌상(樹話少老人跏趺坐像)'은 아꼈던 후배 서양화가 김환기(1913-1974)를 그린 소조(小照)식 인물화이다. 최근 한국 미술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바로 그 김환기이다. 김용준은 『근원수필』에서 김환기를 애정 어린 어조로 여러 번 언급했고 '키 장다리', '항아리에 미친 사람'이라고 부르며 인물 스케치를 곁들여 대중매체에 「키다리 수화 김환기론」(『주간서울』57, 1949.10.17)을 발표한 일도 있다. 김환기는 6척 장신에 마르고 목이 길어 학 같았다고 하는데 큰 키와 어울리는 장축(長軸)으로 화면을 구성했다.'수화소노인가부좌상'을 세로로 큼지막하게 써넣어 조선시대 초상화에서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전서나 예서로 써넣는 표제 양식을 제목으로 활용한 것이다. 조선회화를 연구한 김용준의 미술사학자로서의 식견과 그 식견을 지인을 그린 인물화에 멋지게 적용시킨 화가로서의 역량을 잘 보여준다. 글씨는 조형성이 풍부한 김정희 고예(古隸)의 영향을 받아 자기화한 서풍이다. '상(像)'자를 전서로 쓴 것 또한 한 작품에 다른 서체를 섞음으로서 파격의 생동감을 준 김정희의 방식을 응용한 것이다. 그려진 인물로 보나 입고출신(入古出新)으로 고전을 체화한 양식으로 보나 김용준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색이 없다.조선 도자를 애완(愛翫)한 김환기의 모습도 드러난다. 김환기가 오른쪽 팔을 기댄 책상 위에는 책 4권과 붓 3자루가 꽂힌 필통이 있는데, 필통은 순백자로 보인다. 가부좌하고 앉은 김환기의 무릎 앞에 물고기가 그려진 큰 그릇은 이 날 근원과 수화의 담소(談笑)거리였던 철화 분청사기일 것이다. 김환기는 온 집안에 항아리가 가득한 '항아리광(狂)'이었다. 김용준은 그런 김환기를 "삼도화기(三島畵器)에까지 발을 뻗쳐서 항아리 열(熱)로 말미암아 탕진가산을 하다시피"한다고 했는데, 삼도화기는 그림이 그려진 분청사기이다. 김환기의 손가락 사이에서 담배연기가 꼬불꼬불 올라가고 있어 유머러스한 현장감이 생생하다.화면의 왼쪽 아래에 두 줄의 작은 글씨로 "시 정해 불탄절 후일(峕丁亥佛誕節後日) 근원 점오선생 목수 사(近園點烏先生沐手寫)"라고 쓰고 '취중락(醉中樂)'으로 보이는 유인(遊印)을 찍었다. 1947년 초파일은 양력 5월 27일이므로 바로 뒷날이라면 28일 그린 것이다. 이 때 김용준은 44세, 아홉 살 아래인 김환기는 35세였다. 제목에서 김환기를 '소노인(少老人)'이라고 한 역설적 조어 또한 그림과 글씨만큼 멋스럽다. 30대 중반인 김환기가 마치 노인네인양 골동을 좋아하므로 노인이라고 하면서 아직 젊은 나이이므로 '어린 노인'이라고 한 것이다. 미술사 연구자

2019-12-08 06:30:00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정약용(丁若鏞)

곡식이 많은 집엔 그걸 먹을 사람 없고 / 有粟無人食(유속무인식)자식이 많은 집엔 꼭 배고파 걱정일세 / 多男必患飢(다남필환기)높은 벼슬하는 놈은 어리석은 놈들이고 / 達官必憃愚(달관필준우)재주 있는 사람들은 통 등용이 안 된다네 / 才者無所施(재자무소시)온갖 복 다 갖춘 집 찾아봐도 거의 없고 / 家室少完福(가실소완복)지극한 도가 항상 쇠퇴하기 마련일세 / 至道常陵遲(지도상능지)아비가 아껴본들 자식들이 펑펑 쓰고 / 翁嗇子每蕩(옹색자매탕)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꼭 바보라네 / 婦慧郞必癡(부혜랑필치)달이 둥글고 나면 구름이 자주 덮고 / 月滿頻値雲(월만빈치운)꽃이 피었다 하면 바람이 떨궈놓네 / 花開風誤之(화개풍오지)이 세상 만물들이 모두 다 이 꼴이라 / 物物盡如此(물물진여차)나 혼자 웃는 마음 아는 사람 없을 거야 / 獨笑無人知(독소무인지)* 원제 : 혼자 웃어봄(독소, 獨笑)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먹을 것 많은 집엔 그걸 먹을 사람 없고, 식구가 많은 집엔 배고파서 죽을 지경.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높은 벼슬하는 놈은 바보 천치 등신이고, 재주 있는 사람들은 다 내버려지고 있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청복 홍복 다 갖춘 집 '못 찾겠다 꾀꼬리'고, 지극한 도가 항상 쇠퇴하고 마는구나.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아비가 아껴본들 자식들이 펑펑 쓰고, 아내가 똑똑하면 남편은 얼간이라.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달이 둥글고 나면 구름이 냅다 덮고, 꽃이 피었다 하면 세찬 바람 불어오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이 세상 만물들이 모두 다 이 꼴이라, 나 혼자 웃는 마음 아는 사람 없을 거야.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여당은 야당 보길 무슨 벌레 보듯 하고, 야당은 반대 외엔 하는 일이 전혀 없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여야가 서로서로 실수하기 시합하며, 그 실수 꼬리 잡고 내동댕이치려 하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아파트 값 잡는다고 정책을 쏟아내도, 강남의 아파트값 하늘 끝을 모른다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다 같이 잘 살자고 그렇게 외쳐대도, 빈부간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네.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개혁의 나팔수가 이미 엉망진창이라, 적폐청산 외치면서 적폐를 쌓아가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이게 나라냐며 촛불 든 사람들께, 이게 나라냐며 다시 촛불 들고 싶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이 세상 온갖 일들 모두 다 이 꼴이라, 나 혼자 웃어보네, 아는 사람 없을 거야.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12-07 06:30:00

우남희 작 '계산성당에서'

[내가 읽은 책]시대의 소음/줄리언 반스/2017. 다산북스

씩씩거리며 언덕배기로 올라오는 차 소리에 잠을 깼다. 소리의 주범은 다름 아닌 쓰레기 수거차다. 이틀이 멀다하고 고요를 깨우는 생활의 소리는 분명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소음이라고 할 수 있다.허나 줄리언 반스의 '시대의 소음'은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이런 소음이라기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폭력과 부조리라는 소음으로 탄압받은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레닌 사후, 정권을 잡은 스탈린은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대대적인 탄압과 숙청을 단행하게 되는데 일명 '피의 숙청'이 그것이다. 이 소설은 그 시대를 주 배경으로 하고 있다.쇼스타코비치는 빅토르 쿠바츠키가 이끄는 지역 오케스트라와 함께 생애 첫 피아노 콘서트를 해 달라는 초청을 받는다. 그래서 세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러시아식으로 번안한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공연하는데, 그 공연을 본 최고 실권자인 스탈린은 '음악이 아니라 혼돈'이라고 혹평하며 금지 및 탄압을 한다.스탈린 정권의 눈 밖에 벗어난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여행 가방을 들고 승강기 옆에서 매일 밤을 지새우며 과거를 생각하며, 미래를 두려워하며, 짧은 현재의 시간동안 담배를 피우면서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들이 내 양손을 자른다 하더라도 나는 입에 펜을 물고서라도 작곡을 할 것이다."(p74)라며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진정한 작곡가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삶의 무게 앞에 굴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음이다.하지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타협 없이는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의 세계를 펼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스탈린에게 헌정하는 '숲의 노래'와 같은 선전용 음악과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작곡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예술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쇼스타코비치의 이중적 태도를 두고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잣대로 권력층의 그늘 아래서 산다고, 기회주의자라고 감히 돌팔매질을 할 수 있을까. 친일 행적을 한 예술인들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들의 행적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그들이라고 인간으로서의 내면적 갈등과 번민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영국에서 태어난 줄리언 반스는 역사와 진실, 사랑이라는 주제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을 발표했는데 영국 소설가로는 유일하게 프랑스의 메디치상을 수상했으며 포스터상, 쿠텐베르크상 등을 수상했고,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수상한 맨부커상을 그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수상했다."예술은 모두의 것이면서 누구의 것도 아니다. 예술은 모든 시대의 것이고 어느 시대의 것도 아니다. 예술은 시대의 소음 위로 들려오는 역사의 속삭임이다."(p135)에 밑줄을 긋고 머뭇거리니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피아노 반주가 은은하게 흘러나온다.우남희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19-12-07 05:30:00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광장] 천연기념물 제435호 달성 비슬산 암괴류

2019년 기해년도 이제 12월 달력 1장을 남겨 두고 있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 지난 10월과 11월에는 빙하기와 관련하여 대구 선사시대 인류를 얘기했다. 내친김에 빙하기 얘기 하나 더 해보자.빙하기와 관련한 대구의 소중한 이야기는 비슬산 암괴류다. 대구에는 천연기념물이 2곳에 있다. 하나는 천연기념물 제1호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이고, 다른 하나는 천연기념물 제435호인 달성 비슬산 암괴류다. 제1호가 대구에서 탄생했고 세월이 한참 흘러 달성 비슬산 암괴류가 제435호로 지정되었다.대구에는 천연기념물은 물론 국보·보물급, 더 나아가 세계유산급에 해당하는 중요한 문화재가 있음에도 지역민의 성향 탓인지 별 관심이 없다. 비슬산 암괴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계기는 2000년대 초반 본인의 연구와 언론의 노력 결과다. 암괴류는 일본식 지형 용어라서 별로 부르고 싶지는 않지만, 학술용어로 굳어져 있어 달리 방법이 없다. 필자는 여기에서 암괴류라는 용어 대신 '돌강'(바위강)으로 부르고자 한다. 돌강은 영어로 'block stream' 'boulder stream'으로 표시한다. 말 그대로 돌이나 바위가 강물처럼 흘러가는 모습에서 붙여진 명칭이다.비슬산 돌강은 원래 길이가 약 2㎞에 달했지만 현재 남아 있는 부분은 1㎞를 조금 넘어가는 정도다. 실제로 천연기념물 지정 당시에도 현재의 상태만 보고 세계 최장(最長)이라 하지 않았다면 천연기념물 지정이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 돌강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 채 개발에만 목맨 결과다.돌강 곳곳에 개발로 인한 상처가 생겨 안타깝다. 소재사 입구 다리 아래 있었던 돌강의 바위를 모두 걷어내 조경석으로 장식한 일이나, 인공폭포를 만든 것이 그렇다. 돌강 중간에는 작은 사방댐을 조성했고, 연못까지 만들어 놓아 참으로 가관이다. 무지에서 비롯된 결과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이 지금 생각해도 잘된 일이라 생각된다.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난개발이 있어 여러 차례 얘기를 했음에도 신통치 않다. 최근에는 케이블카도 설치하려 한다니 가슴이 답답하다. 돌강 최고 전문가가 지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 허가만 바라보고 있는 지자체가 안쓰럽다. 비슬산 돌강은 최종 빙하기(10만 년 전〜1만 년 전) 때 거대한 기반암에서 분리되어 만들어진 돌들이 산지 상부에서 아래로 조금씩 이동하여 형성된 지형이다. 2017년 세계적 학술지에 필자와 공동연구진은 비슬산 돌강을 연구논문으로 게재하였다. 지역의 지형과 관련하여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된 경우로는 첫 사례다.비슬산 대견사 주변 스님바위, 코끼리바위 등으로 이루어진 기반암은 7만9천 년 전에 노출되어 풍화를 받았고 이때 기반암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들이 아래쪽으로 느리게 이동하였다. 즉, 산 정상부인 대견사에서 아래쪽인 비슬산관리사무소로 갈수록 나이가 많은 돌이 위치한다. 예를 들면, 대견사 주변 돌강의 바위들은 빙하기가 끝나가던 시기인 약 9천700년 전에 형성된 가장 젊은 돌인 반면 비슬산관리사무소 부근에 위치하는 돌강의 바위들은 대견사 부근 기반암에서 약 6만5천 년 전에 떨어져 나온 바위들이 이동한 것이다. 돌강의 바위들이 1천 년에 26m의 아주 느린 속도로 이동한 것임을 알 수 있다.비슬산 돌강의 바위들이 주빙하적 기후환경(알래스카와 비슷한 기후)에서 한창 이동하고 있을 무렵, 2만 년 전 백두산 일대에서 대구로 이주해 온 대구 최초의 인류인 구석기 인류도 이 광경을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2만 년이라는 긴 시간조차 짧게 여겨진다.

2019-12-06 19:37:54

권경우 본부장

[춘추칼럼] 무엇을 남길 것인가  

지역 공공 문화 행사'예술 한 해 성적프로그램 개수로 평가받는 시대 끝나도시 공간은 수년 만에 변화 가능하나문화를 바꾸는 데는 수백 년 세월 걸려열두 달 기준으로 올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맘 때가 되면 대부분 한 해를 정리하거나 마무리한다. 개인은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면서 얼마나 최선을 다해서 살았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조직은 다양한 방식으로 성과를 살필 것이다. 조직도 그 성격에 따라 수익을 따져 평가하거나 성과라는 이름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이때 수익은 수입과 지출 항목의 비교를 통해 객관적 자료가 추출된다는 점에서 그 나름 명확한 기준을 갖게 된다. 하지만 '성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평가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일을 많이 한 사람과 가치 있는 일을 한 사람 중에서 어떤 사람을 더 높게 평가할 것인가. 이러한 기준은 조직이나 기관의 목표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그런 점에서 공공기관, 특히 수익을 주로 창출하지 않는 곳에서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 기준에 따라 조직 운영과 사업 방식 등이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공공의 문화 행사나 프로그램은 가능하면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전국노래자랑'와 같은 행사를 떠올리면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므로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그 결론은 유명 연예인을 불러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지금도 지역축제에 연예인이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물론 주민 참여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행사와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활동이 있을 수 있으며, 그러한 활동이 지역의 문화/예술 영역에서 중요한 성과가 측정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실제로 정책 차원에서도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과거 '행사'나 '프로그램' 중심에서 '일상' 혹은 '활동'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광역단체의 문화정책이 생활문화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처럼 주민들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문화/예술을 창조하거나 생산하는 주체로 드러나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필요한 것은 다양한 주민들이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와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일종의 플랫폼 조성이다. 공공의 방향은 이렇게 가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플랫폼이 주민들이 이용할 때 불편하거나 여러 제한을 겪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과 규정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주민들이 직접 공간을 운영하거나 기획하는 자산화 단계가 될 것이다. 이는 주민들이 단순히 관람객이나 소비자가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는 생활예술인, 동네예술가, 마을활동가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적어도 지역의 문화/예술 영역에서 '성과'로 경쟁해야 할 것은 사람과 경험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맞닿아 있으며 같이 움직인다.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과 행사를 진행했는가 하는 것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끝났다. 아무리 많은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사람을 남기지 못하고, 그 사람의 경험을 남기지 못한다면 그 지역의 문화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도시의 공간을 바꾸는 것은 몇 년 만에 가능할지 모르지만 도시의 문화를 바꾸는 것은 수 십 년, 아니 수 백 년이 쌓여야 한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이윤주 작가의 '나를 견디는 시간'(행성B, 2019)을 읽다가 오랜만에 만난 구절이다."단 하루의 무상한 삶을 영위하는 하루살이들의 눈에는, 우리 인간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지겹게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존재로 보일 것이다. 한편 별들의 눈에 비친 인간의 삶은 어떤 것일까? 아주 이상할 정도로 차갑고 지극히 단단한 규산염과 철로 만들어진 작은 공 모양의 땅덩어리에서 10억분의 1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매우 하찮은 존재로 여겨질 것이다."(칼 세이건, '코스모스')

2019-12-05 17:16:08

박소득 경남농업기술원 양파연구소 전문경력관

[기고] 지역특화 '브랜드'를 지켜라

우리나라 농업은 1970년대 후반 쌀 3천600만 석 생산으로 자급자족이 달성되어 소위 녹색혁명이 완수되고, 1980년대는 비닐생산으로 인한 시설하우스로 백색혁명 완성, 1990년대 들어서는 정밀농업, 스마트농업으로 발전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정부는 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자 전국 각지에 있는 특화작목에 대해 중점적인 연구로 우량품종 개발, 신기술 농가 보급으로 농가 소득을 극대화하고자 1994년 대통령령으로 전국 32개소에 특화작목연구소를 설치하였다. 주 작목은 전국의 돈이 되는 모든 특화작목으로, 지역 현지에서 신품종을 육성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지역 농업의 기반을 탄탄히 하면서 농가 수익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로 전국에 농업연구소를 설립한 것이다.경남도는 농업기술원 산하에 창녕양파연구소, 진영단감연구소 등 5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경북의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청도복숭아연구소 외 인삼, 고추, 감, 약초 등 9개 연구소는 농업인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농가 소득 증대에 앞장서 오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품종을 개발하여 보급하였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노동력과 생산비를 줄이는 등 지역 농업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우수한 농산물은 대부분 상표로 등록하여 그 지역의 농산물을 유통시킨다. 우수한 품종과 신기술에 가치를 더하는 것이 소비자가 신뢰하는, 소위 '브랜드'의 탄생이다. 일찌감치 쌀 브랜드가 각 도마다 양산되어 1978년 녹색혁명 완수로 쌀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이르렀고 사과, 배, 복숭아, 포도, 자두 등 과수 분야 브랜드화가 확산되었으며, 1980년대 들어와서는 소위 백색혁명으로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성공적인 주년 생산이 가능해져 채소와 과채류에서 작목반 혹은 농가 개인 단위로 많은 브랜드가 생겨났고 상표등록도 늘어났다. 1990년대에는 유통되는 모든 농산물에 작목반 혹은 농가 개인이 브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한동안 브랜드가 난립하다가 소비자들의 신뢰도 저하로 1개 시군에 1개의 성공한 브랜드로 통일해보자는 움직임으로 진영단감, 창녕양파, 성주참외, 고창복분자, 의성마늘, 청송사과, 영양고추, 이천쌀, 횡성한우 등이 만들어졌다. 이들 브랜드들이 성공한 단일 브랜드로 손꼽히고, 소비자들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 평가해 계속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지금까지 수많은 브랜드가 탄생했지만 실패로 끝나 도태된 브랜드가 부지기수다. 브랜드가 오래 지속되고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신뢰를 증진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명품 농산물을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마인드를 가진 농업인과 우리의 농업을 끌고 가는 연구지도기관, 그리고 농산 정책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그 지역의 특화작목을 육성하기 위해 새로운 품종 육성, 신기술 개발로 우수한 농산물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때 브랜드 가치는 높아지게 된다.이제는 특화작목연구소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국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적 지원, 재정적 예산 지원을 기대해 본다. 좋은 품종,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교배하여 전개하는 시험포가 그만큼 많이 필요하다. 경남, 경북의 경우는 지형상, 기후상 이점이 많다고 본다. 양파, 마늘 등 채소, 딸기, 파프리카 등 과채류와 화훼, 과수 분야 브랜드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높일 수 있는 유리한 지역으로 확신한다.

2019-12-05 11:36:07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매일춘추] 여행을 떠나요

공연 예술가들은 연말이 되면 상당히 바빠진다. 송년 음악회나 크리스마스 특별 공연 등 각종 행사와 공연에 출연할 일이 많다. 어떤 예술가들은 동시에 여러 작품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공연계에서는 연말이 공연 성수기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신없는 연말을 보내고 년 초가 되면, 그 많던 행사와 공연은 신기루였던 듯 사라지고 온 세상이 겨울잠에 빠진 듯 공연계가 조용해진다. 공연계의 비수기가 찾아오는 것이다.이 공연 비수기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우울감에 빠진다.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정신없이 공연을 하던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일이 없는 상태로 홀로 지내다보면 깊은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올해 과연 일이 생기긴 할지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어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도 생긴다.조금만 생각해보면 년 초에 일이 없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직 예산이 집행되지 않았고 지원사업도 발표 전이고 여러 기관이나 단체들이 계획을 세우는 기간이라 공연이 많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안다고 해도 일 없이 홀로 집에 있으면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필자는 다행스럽게도 이 우울한 시기를 극복해 나가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여행이다.딱 작년 이맘때이다. 필자는 홀로 2주간 해외여행을 떠났다.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위험하다. 안 된다. 무슨 일이 있냐고도 물었다. 특히나 홀로 떠난다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필자는 기필코 혼자 여행을 가겠다고 하고 떠난 것이다.그냥. 혼자 가고 싶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내가 살고 있는 익숙한 곳에서 떨어져 새로운 곳에서 나를 보고 싶었다. 일상에 갇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며 오롯이 나를 느끼는 경험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여행에는 여러 가지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떠나는 여행도 있고,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한 여행도 있다. 세계의 명소를 탐방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도 있고, 자기 자신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도 있다. 이렇듯 여행은 그 목적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무언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여행을 떠나는 이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며 가끔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것을 발견 하게 된다. 마치 인도를 찾아 떠났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처럼.새해가 밝아오면 일이 없다는 생각에 우울해하기 보다는 시간이 생겼다는 점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것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이다.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2019-12-05 11:33:17

동진스님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종교칼럼] 강산(江山)은 둘러두고 보리라

서리 내린 울 밑의 황국화는 소설(小雪)이 지났건만 아직도 절개를 지키려는 듯 꽃이 향기롭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시를 읊조려 본다. 이성계에게 나라를 뺏긴 고려 말의 충신 이곡(李穀)은 정신적으로 기댈 곳 없을 때 찬 기운에 핀 국화로부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계절은 낮이 짧고 밤이 긴 동지로 달린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진다. 자연도 사람도 휴식이 길어지며 기운을 얻는다. 농부들은 가을 추수를 곳간에 쌓아두고 안정과 여유를 찾는다. 낮보다 밤이 긴 시간 속에 가족을 살피며 내면이 충만하다.'세상의 모든 것은 한쪽으로 무한정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달도 차면 기울게 하고 기울기가 극에 달하면 다시 차오르도록 한다.올라가면 내려가야 하고 내려가면 올라가야 한다.잘 간다고 경거망동하지 말고 못 간다고 기죽지 말아야 한다.늘 그대로 변하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세상의 모든 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한다.'내가 다니는 보이찻집 주인이 며칠 전 이사를 했다. 수십 년을 고민하다가 거처를 옮겼다. 남들은 시골에서 대구로 나오는데 이분은 반대로 시골로 갔다. 집 앞 둥근 연못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뒷산을 배경으로 터를 닦고 축대를 쌓고 집을 새로 지었다. 산 공기와 마시는 차와 커피가 훨씬 맛있다고 했다. 수돗물을 계곡물에 견줄 수 없듯이, 도시의 탁한 공기가 시골의 맑은 공기를 따라갈 수 없듯이 더 맑은 산과 물 그리고 공기를 찾아 숲을 찾는다. 산이나 들이나 바닷가에서 마시는 음료나 음식은 집 안에서 먹을 때보다 더욱 맛이 있다. 자연에서 맑은 산소와 햇볕이 음식과 같이할 때 몸이 활성화되므로 침샘을 자극해 맛을 돋운다.조선 중기의 문신 송순은 이렇게 읊었다.'십 년을 경영하여 초려삼간(草廬三間) 지어내니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淸風) 한 칸 맡겨두고강산(江山)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초가집 한 채 지어놓고 세상을 다 들여놓았다. 내가 묵을 방 한 칸, 달이 들어올 방 한 칸, 청풍명월(淸風明月) 방 한 칸, 모두 가까이 불러들여 벗할 수 있게 되었으니 자기 자신은 남들이 보는 것처럼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다.더 들여놓을 데 없는 강산(江山)은 집 밖에 병풍처럼 둘러놓고 보니 남부러운 것 없는 집이다. 20년을 경영하여 왜관 금남리로 떠난 라온커피, 보이찻집 주인과 성향이 비슷하려나?금강경 야부송에 이런 말이 나온다.'竹密不防流水過(죽밀불방류수과) 대나무가 아무리 빽빽해도 흐르는 물을 막을 수 없고山高豈碍白雲飛(산고기애백운비) 산이 아무리 높다 해도 떠가는 구름을 막을 수 없다.'인생과 자연은 물과 구름처럼 막을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집은 초려삼간보다 크고 화려하니 위로받고 이 정권이 하수상하여도 자꾸만 자살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어떤 역경이라도 뚫고 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네 삶의 흐름이다. 어제의 결과는 오늘에 있고 오늘의 결과는 내일에 있다. 오늘을 성실히 보내야 내일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자연의 진리이다."산은 커다란 생명체요, 시들지 않는 영원한 품속이다. 산에는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일만이 아니라 거기에는 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종교가 있다.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나 종교가 시멘트로 된 교실이 아니라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숲속에서 움텄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법정 스님의 말씀이다.맑은 산 공기와 청풍명월 가득한 시골집에서 탈속(脫俗)한 풍류를 그리는 그분을 보고 싶다.

2019-12-05 06:30:00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새론새평] 공유(共有) 비즈니스는 허구(虛構)

언제부턴가 공유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국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공유의 사전적 의미는 "공동으로 소유한다"이다. 경제학에 공유의 비극(悲劇)이라는 개념이 있다. 공유의 결과는 비극이다. 이기적인 사람들이 희소한 자원을 공유하면 고갈(枯渴)된다. 다른 사람을 위해 공유 자원을 아끼는 인격자는 드물다.공유의 비극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예술박물관은 금년부터 25달러의 입장료를 받는다. 그동안은 관람객이 자율적으로 입장료를 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입장료를 내지 않아서 입장료를 징수하게 되었다. 서울시는 공유 자전거에 도난 방지와 위치 추적을 위한 기기를 부착하기로 하였다. 공유 자전거를 반납하지 않는 이용자에게 5분당 200원의 요금도 부과된다.전 세계적으로 공유 비즈니스도 유행이다. 공유 비즈니스는 경제민주화, 평화경제만큼 이상한 단어이다. 우버는 자동차, 에어비앤비는 주택, 위워크는 사무실을 공유하는 비즈니스이다. 공유 비즈니스의 결과는 비극이다. 우버는 금년에 1천 명 이상을 해고하였고 금년 3분기에 1조4천억원의 손실을 냈다. 에어비앤비의 금년 1분기 손실은 3천600억원이다. 위워크의 작년 손실은 약 1조9천억원이다. 향후 4천 명을 해고한다고 한다.공유 비즈니스의 실패는 당연하다. 거창하게 공유나 혁신을 말할 필요가 없다. 택시, 숙박, 사무실 임대 시장은 레드 오션이다. 블루 오션이 아니다. 공유 비즈니스는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공유 비즈니스의 고객은 자산은 적으나 소득이 높은 사람이다. 자동차나 부동산을 살 수 없지만 빌릴 수 있는 사람이 수요자이다. 경기가 불황이면 공유 기업이 낮은 가격에 자동차나 부동산을 확보하지만 소비자의 소득이 낮아서 수요가 적다. 경기가 호황이면 소득이 높아서 수요가 많지만 자동차나 부동산 가격이 높다. 어느 경우이든 공유 기업의 수익성은 낮다.공유 비즈니스는 공유가 아니다. 우버, 에어비앤비, 위워크에는 설립자와 투자자가 있다. 철저한 사유(私有) 비즈니스이다. 이들 기업의 설립자와 투자자의 전략은 단순하다.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늘린 후, 자신의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上場)해서 자본이득을 얻는 것이다. 공유 기업은 혁신적이지도 않다. 이들은 브로커이다. 자동차나 부동산 소유자와 사용자를 연결하고 받는 수수료가 주된 수익이다. 복덕방이 집주인과 세입자를 연결하는 것과 유사하다. 앱을 개발하고 대형 서버를 구축하는 것이 혁신은 아니다.우리나라에도 외국의 공유 비즈니스를 모방한 기업이 다수 설립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타다 택시이다. 타다 택시는 우리나라의 우버이다. 검찰은 타다 택시를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지위를 넘어서 면허 없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하였다. 타다 택시는 렌터카가 아니라 택시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대표적인 벤처사업가가 레드 오션인 택시 사업에 진출한 이유는 무엇인가? 신라젠이 힌트를 준다. 신라젠은 암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뉴스로 투자자들을 모집한 후 상장에 성공하였다. 한때 주가가 15만원을 넘었으나 임상 3상이 중단되면서 폭락하여 현재 주가는 1만4천원이다. 이 과정에서 신라젠의 최고책임자와 임원들은 주식을 매각하였다.전통적인 대기업은 작은 기업으로 시작하여 매출과 이익이 늘어남에 따라 기업을 공개하고 상장되었다. 이들의 목표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대기업의 오너(owner)는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을 보유할 뿐, 주식을 매각해서 자본이득을 챙기지 않았다. 대다수 스타트업 기업은 별다른 수익 모형이 없음에도 그럴듯한 사업 계획을 발표해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손실을 감수하면서 매출을 늘린다. 그들의 목표는 상장을 통해 자본이득을 얻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이바구 비즈니스'라고 부른다. 다수의 공유 비즈니스 기업은 스타트업이다. 나는 이들은 예외일 것이라 믿고 싶다.

2019-12-04 19:09:53

[찬란한 예술의 기억]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내셨어요?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내셨어요?" 필자는 요즘 원로 예술가들을 만나면 이렇게 묻곤 한다. 자칭 '원로 전문가'라며 여러 예술가들의 이력을 줄줄 읊곤 하지만, 요즘처럼 그들의 '업적'이 놀랍게 되돌아봐질 때는 없었던 것 같다.문화예술만이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경쟁력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분야가 바로 문화예술이기도 하다. 현장 기획자들은 문화예술 사업을 기획하면서 '기대 효과'를 수치로 계량해야 할 때 특히 막막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해서 성과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은 아닐 텐데, 가끔은 그 가늠하기 힘든 수치 앞에서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있다.'문화의 시대'라고 하는 요즘의 실정이 이런데 근대기 예술가들, 그리고 원로예술가들의 활동 시대는 어땠을까. 그들이 지향하는 예술적 가치가 당장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 그 어려운 시절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근대기 예술가들은 만나 볼 수 없으니, 반갑게도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원로 예술가들을 만나 우문(愚問)을 던져본다."어떻게 그 시대에 대구시립합창단 창단을 이끌어내셨어요?" 대구시립합창단 장영목(86) 초대 지휘자는 필자의 새삼스러운 질문에 그저 허허 웃어보였다. "합창의 힘을 믿었지요. 그리고 주변에 도와주는 분들이 많았어요." 대구시립무용단 김기전(85) 초대 안무자의 대답도 비슷했다. "춤이 전부였어요. 한 가지 목적만을 향해 달려가니 어느 순간 가까이 와 있더라고요. 물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어요." 이들의 짧은 대답 속에 긴 여운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1982년 12월 6일 자 매일신문 문화면에는 '대구의 오페라단-음악인의 역량 집결체로'라는 제목의 기사가 큼지막하게 보도되어 있다. 대구오페라단 창단 10주년을 맞아 기획한 이 기사는 '시립' 오페라단 창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면에는 인터뷰에 응한 당시 지역 4개 음악대학 학장들(김원경, 김금환, 김진균, 홍춘선)의 사진도 함께 실려 있다.이처럼 이 땅의 여러 '선배' 예술가들은 후배들의 안정적인 활동을 돕기 위해서 뜻을 모았다. 기사가 나간 후 10년이 흐른 뒤에야 대구시립오페라단이 창단됐지만, 우리 지역의 예술가들은 후배들이 '돈' 걱정 없이 예술 활동에만 오롯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시립' 예술단 창단은 그중 대표적인 사례다.1964년 12월 전국에서 세 번째 시립교향악단으로 이름을 올린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창단된 것도 1950년대 한국전쟁기 이후 교향악 운동에 힘쓴 예술가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1981년 대구시립합창단과 시립무용단, 시립국악단이 창단된 것도 1960년대부터 각 분야 예술 활동의 터전을 탄탄히 다진 뒤에 이뤄낸 성과다. 1998년 시립극단이 창단되기까지 연극인들이 기울인 노력은 또 얼마 만큼이었던가.'시립'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예술단체의 사정은 이제 많이 나아졌다. 긴 세월 민간 예술단체를 이끌어온 예술가들의 의지는 더 존경스럽다. 1984년 창단된 영남오페라단을 1994년부터 이어받아 현재까지 이끌고 있는 김귀자 단장, 1991년 전국 최초로 민간 직업 오케스트라로 출발한 대구필하모닉의 박진규 이사장…. 이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민간 예술단체 대표들은 사재를 털어 단체를 이끌며 그들이 꿈꾸던 예술적 가치를 실현해왔다.이 땅을 살아온 수많은 예술가들의 노력의 결실로, 우리는 연중 1천여 회의 공연이 펼쳐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곁에 당연히 있는 것 같은 예술가들, 예술단체들, 그리고 수많은 공연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이달에도 수많은 예술행사들이 펼쳐진다. 특히 이달로 창단 55주년을 맞은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가 13일(금)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다. 19일(목) 펼쳐지는 대구시립합창단의 송년음악회에서는 장영목 초대지휘자가 객원 지휘를 맡아 오랜 연륜을 펼쳐 보인다.연말을 맞아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원로 예술가로부터 들은 현답(賢答)을 나눠본다. "당당하라. 인연을 소중히 여겨라. 될 일은 되게 마련이다."

2019-12-04 18:00:00

대구 영남중 교사

[김태훈의 대구 옛 이야기] 우강 송종익-도산 안창호와 흥사단 창립

대구광역시 중구 계산1가 출신의 송종익(1887~1956)은 안창호와 함께 미주 한인 사회를 이끌었던 독립운동가였다. 그는 부산·고베 등지에서 활판술과 제약법 등을 익히고 회사에서 서기로 근무하였다. 송종익은 1907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 안창호가 창립했던 공립협회에 가입하여 샌프란시스코 지방회 서기를 담당하면서 '공립신보'에 한국민이 단결하여 국권을 회복할 것을 호소하는 글을 실었다.그러할 때에 1908년 3월 23일 전명운·장인환이 친일 미국인 대한제국 외교 고문 스티븐스를 처단하자, 송종익은 현지 지도자들과 협력하여 한인공동회를 결성해서 두 의사의 석방을 요구하였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전명운·장인환의 의거는 자유전쟁 곧 독립 쟁취를 위한 독립전쟁이라고 선언하고 두 의사의 재판에 우리가 승리할 수 있도록 협력해 줄 것을 열변하였다.이후 송종익은 미주 한인단체들을 통합한 대한인국민회에서 북미지방총회 서기에 선출되었고, 안창호와 함께 흥사단의 창립 단원이자 경상도 대표로 활동하였다. 동시에 그는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에 군자금을 조달하여 임정 사무실을 새로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1932년 윤봉길의 의거로 인해 안창호가 체포되자, 대한인국민회와 흥사단을 중심으로 도산 구원운동을 전개하였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그 후로도 송종익은 1941년 4월 29일 미주 한인 독립운동단체의 통일전선운동체인 재미한족연합위원회 집행부 재무를 역임하였고, 해방 이후 귀국하여 신진당을 결성해서 조국 재건을 위해 자주통일정부 수립운동과 흥사단 부흥운동에 주력하다가 재차 미국으로 돌아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생을 마감하였다.현재 흥사단 대구지부(수성구 동원로1길 5)에는 1999년 대구 흥사단 창립 35주년 기념사업으로 송종익의 흉상이 건립되었다. 그곳을 방문하여 그가 미주에서 펼쳤던 독립운동의 행적을 살펴봄으로써 그의 빛나는 항일정신을 체득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2019-12-04 18:00:00

이도수 경상대 명예교수

[ 불가사의 인도] 인도의 조혼 관습

인도의 특이한 조혼 관습은 힌두교 법전에서 유래한다. 힌두교 법전은 기원전 1세기에 '마누'라는 힌두성인이 산스크리트어로 기록한 '마누법전'이다. 마누법전에는 결혼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초경 전 여성을 신성시하여 부모가 딸이 초경 전에 결혼시키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30세 남성과 12세 여성의 혼인을 가장 이상적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세상 물정 모를 나이에 부모 간의 합의로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관습인 것이다.초경 전 여성을 신성시한다는 말은 얼핏 들으면, 여성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듯 들리지만, 엄밀히 따져 보면 여성을 극히 비하한 조항이다.남자 평균수명이 30세에도 못 미쳤던 2천 년 전에 30세 노령남자에게 미성년 여성을 결혼대상으로 여긴다는 발상 자체가 믿기 어려웠다. 현재의 관점으로는 불합리하고 비인도적인 조혼 관습이 인도인들이 신성시하는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되어 있다. 대다수 인도인들이 이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었다. 딸을 가진 부모는 신성불가침의 종교적 계율에다 세속적 의무인 결혼지참금까지 준비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딸을 결혼시킨 부모는 행여 딸이 쫓겨 올까봐 노심초사하며 살아야 했다.그러기에 인도에서는 걸인에게 동냥 주는 데 인색한 사람에게 걸인은 저주의 말로 "줄줄이 딸을 열이나 낳아라!" 했다고 전해 온다. 이런 여성 비하 풍조 때문에 최신 인도 여성들 사이에서는 임신부가 성감별을 하여 태아가 여아로 감별되면 낙태시키는 풍조가 유행하여 법으로 태아감별금지법을 제정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인도 정부에서는 이처럼 불합리한 조혼 관습을 근절시키고자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효과가 극히 미미하다고 한다. 그 원인은 오랫동안 인도인들에게 내려오는 관습 속에 뿌리 깊이 박힌 힌두교 교리에 대한 맹신과 산스크리트어를 무조건 신성시하는 태도 때문일 것이다. 첨단산업화와 교육수준 향상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인도에서도 조혼 풍습이 점점 줄어드는 사회현상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2019-12-04 18:00:00

박경수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

[기고]65세 노인?

현행 65세로 돼 있는 노인 나이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5세 이상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서도 본인들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2.5세 정도이다.19세기 독일 총리 비스마르크가 처음으로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노령연금을 받는 나이를 65세 이상으로 정한 것이 시초가 되어 이후 여러 국가들이 UN이 정한 고령 인구 기준을 근거하면서 더욱 굳어지게 되었다.고령화사회(Aging Society): 65세 이상 인구 7% 이상, 고령사회(Aged Society): 65세 이상 인구 14% 이상,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 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이다.우리나라 65세 이상이 '노인'이라는 기준은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세워졌다. 그러나 건강수명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지속됐고 더 이상 '65세 이상'이 노인이라는 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올해 2월 대법원은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동 연한'(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상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서 보듯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이가 현행 '65세 노인'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노인의 나이도 현행 65세보다는 높아 보인다.작년부터 인터넷에 올라온 'UN이 정한 새 연령분류표'에 의하면 0~17세 미성년자, 18~65세 청년, 66~79세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 노인이라는 분류표는 현행 65세 노인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 즉 국가 세금 지출을 걱정하는 마음에 누군가 올린 것으로 보이지만 필자가 조사한 바는 근거 없는 가짜 뉴스로 보인다.이제는 우리나라도 노인 기준을 70세로 상향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2017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 진입과 2015년 기준 평균 기대수명(남성: 79세, 여성: 85.2세)의 연장, 사회경제적 여건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반영하여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물론 보건복지법을 고치는 데에는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표를 의식하는 국회의원, 복지를 중시하는 현 정권의 속성을 볼 때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그러나 대구 도시철도의 경우 노인 무임승차는 2017년 전년 기준 3천만 명에서 4천400만 명으로 46.6%나 증가했으며 순손실도 448억원에서 547억원으로 22%나 불어났다. 그러나 직장인이 출근하고 학생들이 등교하는 교통이 혼잡한 시간에 노인에게 요금을 50% 징수하면 무임승차가 26.6%까지 감소한다고 한다.노인 기준 변경이 기초연금, 노령연금 등 복지체계도 함께 고려할 사항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나 세계적인 변화 추세, 노동력 확보, 노인 세대의 자존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효과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대구시가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 후 도시철도만이라도 70세로 단계적으로 상향한다면 무임승차 손실률이 20.9%나 줄어들어 긍정적인 예산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2019-12-04 11:23:56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 수필가

[매일춘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필자는 군 시절 위병소에서 근무를 했다. 위병소에서는 경비업무 외에도 면회객을 안내하고 신청도 접수하는 등 관련 대민업무도 보고 있었다. 전방 교육사단 중에서도 정예 연대였고 드물게도 연대 병력이 한 울타리 안에 있는 부대였기 때문에 주말이면 면회객이 100명 가까이나 되었다. 위병은 군기가 세기로 유명해 고달프기도 했지만 민간인을 만날 수 있는 주말이 있어 근무할 만 했다. 위병소는 토요일이면 축제 분위기가 된다. 면회객이 몰려오기 때문이다.바리바리 싸 온 부모님은 우리에게도 먹을 것을 나눠 주셨기 때문에 입이 즐거웠고, 여자 구경을 거의 못하는 오지에서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예쁜 아가씨들을 볼 수 있어서 눈이 호강을 하였다. 면회객은 부모님과 애인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강원도까지는 먼 길이었다. 그럼에도 자식을 향한 무한 사랑과 연인을 향한 뜨거운 연모의 정은 천리 길도 한걸음에 내달리게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리운 이와의 상봉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뭉클했다.애인을 면회 온 아가씨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나이가 어리다는 점이다. 피면회자도 갓 입대한 신병에게 몰려있다. 그러나 일 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고 상병 계급장을 달 때면 대부분 결별을 한다. 그리고 또 새로 전입해 오는 신병에게는 여전히 여자 친구가 많이 찾아온다. 더러 고참병에게도 애인이 면회를 신청하는데,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다. 오래된 연인 특유의 권태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그러면 도대체 졸병시절의 그 많던 애인들은 어디로 갔을까.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 격리된 채 사랑을 잃고 울던, 그 쓰라린 기억을 많은 청춘들이 경험 했을 것이다. 떠나는 사람이야 잡지를 않으니 오히려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었지만 보내는 사람은 매인 몸이라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더 야속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떠나간 사람도 다 사연이 있었으리라. 원래 남녀 간의 사랑이란 인화성이 강한 휘발유와 같아서 불이 붙기는 쉬워도 오래 타기는 어렵다. 실제로 사랑의 유통기한은 2년 정도라고 하지 않던가. 사랑의 콩깍지를 심리학 용어로 '핑크 렌즈'라고 한다는데, 군대가 둘을 갈라놓지 않았더라도 대부분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핑크 렌즈 효과가 다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떠나간 이의 변심만 원망할 일도 아닌 것이다.'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양희은이 부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란 노래의 일부분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이 쓸쓸한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먼 인생 여정으로 보면 젊은 날 한때의 로맨스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 것만 같지만, 사랑은 또 찾아온다. 망설임 없이 사랑할 일이다.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수필가

2019-12-04 11:12:11

임창아 시인, 아동문학가

[매일춘추] 사과를 먹고도 사과하지 않는 계절

사과의 계절이 왔습니다. 사과를 먹고도 해야 할 사과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하지 않은 사과를 빨강이라고 둥글다고도 할 수 있지만, 단맛이라고 신맛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값이 싸다고 비싸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냥 사과였으면, 사과여야 합니다. 의미로 분류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먹는 것이 사과였으면, 아침이면 의무적으로 사과가 먹고 싶어집니다. 사과를 먹지 않으면 시작될 것 같지 않은 하루.'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과가 셋 있는데, 첫째는 이브의 사과요, 둘째는 뉴턴의 사과요, 셋째는 세잔의 사과다.' 프랑스 상징주의 드니의 말입니다. 이브의 사과로부터 기독교가 시작되었고, 뉴턴의 사과로부터 근대과학이 시작되었고, 세잔의 사과로부터 현대미술의 꽃이 피었습니다. 세 사과는 각각 자연에서 종교로, 종교에서 과학으로, 과학에서 인간 감성으로의 전환을 이끌어 내었습니다.평생 사과를 바라보며 질문했던 세잔은 바구니 속 사과를 백번 이상 그렸다고 합니다. 드니는 "다른 화가가 그린 그림은 먹고 싶지만, 세잔이 그린 사과에게는 말 걸고 싶어진다"고 하였지요. 말 걸고 싶어진다니! 없는 입으로 말하는 사과를 상상해 봅니다. 그러니까 세잔이 그리 오랜 시간 골몰한 것은 한 알의 사과를 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과의 모든 것을 화폭에 담기 위함이었겠지요.'어디쯤에서 잘못한 일로 발갛게 익어 가는/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사과해야 할 일들과 사과 받을 주소들이 많다 (…)잘못한 일이 많아서 풍년이 들었다는 사과가/ 북상 중이라는데/ 부담 없게 사과할 때는 한 상자를/ 해묵은 사과를 할 때는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식목일 전에 보내는 것도 좋은 사과지만/ 추신으로 단맛을 적어 보내면 더 좋은 사과' 이담하 시인의 시 '사과는 용서받을 때까지' 일부입니다.주먹을 꽉 쥐고도 사과나무는 펀치를 날리지 않습니다. 사과나무에 앉은 사과가 자꾸만 붉어지기 때문입니다. 사과에게도 하지 못한 사과가 있을까요? 단맛을 '추신'으로 보낼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꽃을 버린 기억으로 스스로 붉어진다는데, 꽃에 대한 사과의 마음에서 비롯된 걸까요? 해질 무렵 사과나무에 걸터앉은 하늘도 더불어 붉게 물듭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의미의 사과와 사과나무 열매를 뜻하는 사과는 시의 마지막에서 하나가 됩니다. 사과하고 싶다면 '용서받을 때까지 늦가을 사과나무처럼 서 있어야 한다'고.사과나무에서 울던 새들이 사과를 더 붉게 하고, 붉은 사과에 떨어지던 빗방울이 사과나무를 어루만지고, 그리하여 물어볼 수 없었거나 대답하지 못했던 사과가 있다면, 물어보기 전에 대답을 마련하고, 대답하지 않아도 사과는 그냥 사과였으면 좋겠습니다. 임창아 시인, 아동문학가

2019-12-03 11:24:54

권오성 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기고] 검찰에 계신 선배님께

최근 정치권 등에서 광장의 광풍 같은 민심을 빌미로 주장하는 여러 가지 검찰 개혁에 대하여 우군 하나 없이, 반듯한 수사기관으로서 검찰을 지키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하면서 고심이 많으시겠습니다. 많은 국민들께서도 선배님을 위시한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려는 진정성을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선배님께서 고심하시는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 몇 가지 고언을 드리고자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먼저 가장 어려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관련해서 말씀 드리자면, 공수처는 국민들의 반부패와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를 해야 한다는 열망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염려가 되는 바는 공수처를 견제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 논의나 공수처의 수사 독립성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옥상옥의 설치로 귀결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옥상옥 기구의 설치보다는 현재의 검찰과 권력 관계에 대한 재검토와 검찰 내부의 혁신을 깊이 있게 생각하는 것이 보다 나은 방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만약 공수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안이 국회나 국민 여론에서 지배적이라면, 어떤 공수처를 만들지 공수처의 권한과 구성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인 고려가 필요할 듯합니다.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공수처 설치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수사 대상 중 검사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에서 전담하고, 나머지 수사 대상에 대하여는 검찰에서도 병립적으로 수사권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의 전문 수사 능력은 단순히 폐기의 대상이 아니라 반부패 수사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모 국회의원이 주장하는 '수사·기소 분리론'은 1950년대 일본에서 나왔던 공판전담론과 유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사·기소 분리론은 제 단견으로는 수사 내용에 대한 기소자의 인지가 부족할 수 있다는 데 문제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국민, 여론 지도층, 심지어 대부분의 의원들도 검찰의 수사 능력, 청렴성, 인권 의식을 사장시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의원들조차도 수사는 기소를 위한 전제이고, 검사가 적정한 기소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수사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는 공수처에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고 있는 공수처 검사를 두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검찰도 공수처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나아가, 보다 나은 사법 서비스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고려하면, 대폭적인 검사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약 검사의 증원이 불가능하다면, 경찰의 주장인 전건송치주의 폐지를 받아들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검사의 증원이 없는 상황에서는, 고소 고발인 및 피의자, 피해자 등 이해관계인이 불복할 때에는 검찰청에 이의 제기하는 불복 절차를 전제로, 경찰에서 혐의 있다고 판단한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고 그 이외의 사건은 자체 종결하게 하는 것이 대안이 아닐까 합니다.유사 이래로 검찰에 언제 하루 조용한 날이 없었고, 그때마다 그 격랑을 헤치며 고심의 나날을 보내면서도 검찰 구성원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그 자리를 굳건히 잘 지켜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 구성원 모두가 그러하리라고 믿음을 주시는 선배님에게서 힘을 얻고,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진정한 검찰 개혁을 위한 노력에 절대적인 응원과 신뢰를 보태겠습니다.

2019-12-03 03:30:00

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심리치료사

[이은주의 잉여현실] 회복적 생활교육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몰라,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학교폭력은 점점 더 늘고 학교와 우리 사회는 형식에 매여 진짜 아이들과 부모, 교사들인 '사람'은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주 한 초등학교 3학년생과 중학생 아이들을 만났다.초교 3학년생 아이들 20명 중 17명이 엄마 아빠한테 맞은 경험이 있다고 했고, "나는 매일 맞아요"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동생과 싸운다고 방에 데리고 가서 손으로, 나무 막대기로 욕을 하며 때려요"라고 했다. 다른 친구들에게 "그때 마음이 어떨까?" 하고 물었더니 열 살 아이들은 "우울해요, 속상해요, 슬퍼요, 화나요, 짜증 나요, 죽고 싶어요,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한다.지난주 만난 중학생 9명 중 7명은 손목을 그은 적이 있다고 했고 그중 한 친구는 '엄마가 매일 때린다. 집 이야기를 누구한테 말하지 말라고 한다. 나는 엄마를 위해 태어났으니까 참는다. 손목의 통증이 정신의 고통을 사라지게 한다. 피를 보면 전 기분이 좋아져요' 했다. 아이들은 분노와 죄책감이 뒤엉켜 정신적 혼란으로 분열에 이를 수도 있다.교실에서나 집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은 갈등이 일어나고 다툼이 일어났을 때 혼내기보다, 옳거니 바로 지금이야! 하고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잡으면 된다. 갈등이 왜 일어났는지, 내 마음은 무엇인지, 상대의 마음은 어떠한지를. 저항과 도전을 해올 때, 그 순간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고 대안 행동을 찾아나가면 빠른 시간 안에 아이들의 행동이 바뀌어져 가는 것을 본다.기적처럼.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세상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이해하면서. 회복한다는 것은 웅크린 몸을 활짝 펴고 마음의 두려움과 불안을 털어내고 내 목소리를 냄으로써, 따뜻하고 밝은 기운으로 환기하는 것이다.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평화와 따뜻함이 깃들기를!

2019-12-02 18:00:00

강판권(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나무와 창의성] 은행나무: 세계문화유산 서원의 싱징 나무

은행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은행나무는 우리나라 서원을 상징하는 나무다. 올해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대구의 도동서원,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 경주의 옥산서원, 안동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경남 함양의 남계서원, 충남 논산의 돈암서원, 전북 정읍의 무성서원, 전남 장성의 필암서원을 비롯해서 전국의 서원에는 거의 예외 없이 은행나무가 살고 있다. 우리나라 서원의 은행나무는 조선 성리학의 상징 나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울의 성균관과 각 군의 향교 및 양반의 주택과 정자, 성리학자들의 공간인 서당 등에서도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1707~1778)가 붙인 은행나무의 학명(Ginkgo biloba L.)에는 원산지 표시가 없지만 대부분의 식물학자들은 중국 절강성 천목산을 은행나무의 원산지로 꼽는다. 은행나무가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를 알려주는 자료는 없지만 현장에 있는 나이 많은 은행나무가 주로 사찰 주변에 있는 점으로 보아 불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은행나무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1천150살의 은행나무도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용문사에 있다.우리나라에는 성균관에서 보듯이 성리학 공간에도 나이 많은 은행나무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 성리학 공간에 은행나무를 심은 것은 공자가 제자를 가르친 행단(杏壇) 때문이다. 행단의 '행'은 살구나무의 한자 이름 중 하나이다. 은행나무와 살구나무는 전혀 다른 나무인데도 우리나라 성리학 공간에 살구나무 대신 은행나무를 심은 이유는 관련 자료가 없어서 확인할 수 없다. 중국에서는 행단의 나무가 살구나무이다. 공자를 모신 산동성 곡부의 행단 앞과 송나라 3대 서원 중 하나인 하남성의 숭양서원 앞에 살구나무가 있다.나는 우리나라에서 살구나무 대신 은행나무를 성리학 공간의 상징 나무로 선택한 사실을 문화변용이라 해석한다. 이 같은 현상은 은행나무의 이름이 성리학을 지배 이념으로 삼은 중국 송나라 때부터 본격 사용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송나라 이전 은행나무의 대표적인 이름은 '오리 다리를 닮은 잎'을 의미하는 '압각수'(鴨脚樹)였다.압각수가 은행나무의 잎을 강조했다면 은행나무는 열매를 강조한 이름이다. 은행은 은빛 살구, 즉 열매의 과육을 벗긴 모습이 살구나무의 열매를 닮았다는 뜻이다. 은행나무의 또 다른 이름은 공손수(公孫樹)다. 공손수의 '손'은 '손자'를 의미하고, '공'은 은행나무를 공작 벼슬에 비유한 것이다. 이는 은행나무의 암수가 수정한 후 손자대에 이르러 열매를 맺는다는 뜻이지만 반드시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은행나무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열매를 맺는다.대구의 도동서원 앞에도 400살의 은행나무가 있다. 세계문화유산 도동서원은 성리학자이자 조선의 동방오현 중 수현인 한훤당 김굉필을 모신 곳이다. 도동서원 앞의 은행나무는 대구시에서 '김굉필나무'라 이름 붙였다. 도동서원과 인접한 한훤고택 앞에도 400살 정도의 은행나무가 있다. 두 곳의 은행나무는 이른바 행단에 해당한다.경상남도 창녕군 고암면에 위치한 행동재(杏東齋) 앞에도 두 곳의 은행나무와 나이가 비슷한 한 그루 은행나무가 있다. 행동재의 '행'은 살구나무를 의미하지만 실제는 은행나무이다. 행동재의 은행나무도 문화변용에 해당한다. 행동재의 은행나무는 도동서원의 은행나무를 심은 한강 정구가 창녕 현감 시절에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구가 행동재 앞의 은행나무를 심은 것은 행동재의 주인공이 김굉필의 둘째 아들이고, 그가 김굉필의 외증손이었기 때문이다.도동서원의 김굉필 선생 신도비 옆에도 한 그루 은행나무가 있다. 신도비 옆의 은행나무는 김굉필나무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은행나무를 두 그루 심는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 성리학 공간에 은행나무를 두 그루 심는 것은 이 나무가 암수 딴그루이기 때문이다.이 같은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의 성균관, 충남 아산의 맹씨행단, 경북 청도의 자계서원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서원은 물론 전국 서원의 은행나무는 그 자체로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전국 서원에 있는 은행나무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다. 이는 성리학의 상징 나무를 중요한 문화재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9-12-02 18:00:00

배상식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배상식의 여럿이 하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아십니까?

오래전의 일이다. 대구 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신규 교사가 어려움을 호소하며 필자에게 전화를 하였다. 이유는 현재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학급에 다문화학생이 있는데 치통으로 급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부모의 보살핌도 부족하여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주저 없이 인근에 있는 남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문의해서 도움을 받으라고 권하였다.얼마 지난 후, 평소 친분이 있던 결혼이민여성이 전화를 해서 또 다른 문의를 하였다. 자신과 가까운 결혼이민여성 중에 중도 입국 자녀가 있는데 그는 현재 중학생이지만 한국어가 부족하여 학교에 진학해도 학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도 서구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연락해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였다. 이렇게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안내하고, 또 함께 다문화사업들을 추진하면서 보낸 시간이 벌써 10년이 지났다.원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006년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로 출발하여 현재 전국에 218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 지역인 대구에도 8개 구(區)에 모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으며, 경북에도 23개 시·군에 모두 설립되어 있다. 이 센터는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다문화가족을 위해 한국어 교육, 가족상담, 통번역 지원, 자녀교육 지원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얼마 전, 대구지역의 센터 중 한 곳에서 '가족운동회'를 학교체육관에서 실시했다. 행사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 조금 일찍 도착해 참여하는 가족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행사장으로 오는 가족들의 얼굴에 미소와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것을 보면서 센터 관계자들의 열정과 노고가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필자는 경북지역의 많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도 친분을 맺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북 거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의 인연은 너무나 소중하다. 우리 대학의 다문화교육센터장을 맡으면서 맺었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해외봉사활동, 경북 다문화가족지원정책 10년사 발간, 전국 이중언어대회, 이중언어캠프 등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늘 감사한 마음이다. 아마도 이러한 인연이 없었다면 아직도 다문화교육과 관련된 서적만 뒤적이고 있었을 것 같다.경북 거점센터를 비롯하여 우리 지역의 센터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센터장들의 헌신과 열정이 남다르다. 가끔 이들을 보면 본인의 가정보다도 센터 운영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 그리고 센터 팀장들의 전문성이나 담당 직원들의 업무 처리 능력을 보면 놀라울 때가 많다. 이들은 다문화가족을 너무나 반갑게, 그리고 친근하게 대한다는 점이다.사실, 아무리 좋은 다문화가족지원정책을 입안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현장에서 추진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현재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대부분 건강가정지원센터와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의 업무나 지원 내용이 바뀐 것은 전혀 없지만 이들의 헌신과 노고로 다문화가족들이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을 맞이할 것이라 기대한다.

2019-12-02 17:14:02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隱惡揚善(은악양선) 허물은 숨기고 선행은 드러내기

요 임금과 순 임금이 다스린 요순(堯舜) 시대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태평성대였다. '중용'(中庸)에는 "순 임금은 크게 지혜로운 사람이다. 묻기를 좋아하고 사소한 말이라도 잘 살펴 은악양선했다"(舜其大知也歟 舜好問而好察邇言 隱惡而揚善)는 구절이 있다. 상대방의 허물은 숨겨 주고(隱惡) 선행은 드러내는(揚善) 것으로 백성을 다스려 태평성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은악양선은 덕치의 요체인 것이다. 당(唐)나라의 정치가 한유(韓愈)는 사대부들이 서로 헐뜯기를 일삼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글인 '원훼'(原毁)에서 순 임금과 같은 점은 좇고, 순 임금과 같지 않는 것은 멀리해야(就其如舜者 去其不如舜者) 정치가 안정되고 백성들의 다투는 마음이 없어진다(政平而民無爭心)고 했다. 정치가들의 은악양선이 정치를 안정시켜 백성을 편하게 한다는 뜻이다.조선의 명재상 황희(黃喜)의 일화도 있다. 하루는 소 두 마리를 몰고 밭을 가는 농부를 보고 "어느 소가 일을 더 잘 하오"라고 물었다. 농부가 황희의 귀에 대고 "누렁소가 더 잘 합니다"고 했다. 황희가 농부에게 "왜 귓속말로 하오?"라고 하자 농부는 "말 못하는 짐승도 욕하고 흉을 보면 기분을 상하게 됩니다"고 했다. 황희는 다시는 남의 장단점을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不言長短)태종이 양녕대군을 세자에서 폐위하려 하자 황희는 반대했고, 남원으로 유배되었다. 양녕대군을 대신해 즉위한 세종은 자신을 반대했던 황희를 다시 불러들여 24년이나 삼정승으로 삼았다. 정치에는 소신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배려와 관용으로 인간관계에서는 두루 원만했기에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요즘 정치에 네 탓 공방이 난무한다. 어린이 안전에 관련한 법마저 외면하고 서로 네 탓이라 헐뜯고 있다. 그래 놓고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한다. 정치가 상대의 약점을 물어뜯는 양악(揚惡)이라 해도 금도는 지켜야 백성이 편하다.

2019-12-02 17: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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