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박선우 변호사

[알쏭달쏭 생활법률] 이혼소송에서 권리금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까요?

Q : 갑은 배우자인 을과 이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갑과 을은 번화가에서 큰 음식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 음식점의 권리금이 부부가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의 가격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경우 갑은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음식점의 권리금을 이혼 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포함시킬 수 있을까요? A : 권리금(영업권)은 새로운 형태의 재산으로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권리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탓에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다뤄지기보다는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는데 있어 참작사유 중 하나로 고려되어 왔습니다.그러나 최근 하급심 판결 중에는 영업권의 가치가 권리금이라는 구체적인 금액으로 산정된 경우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포함한 경우가 있고, 구체적인 가치가 산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독자적인 감정을 통해 권리금을 구체화시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은 경우도 있어, 권리금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다룬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권리금이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인정되고,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이혼소송에 있어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박선우 변호사(sunnnw@nate.com)

2018-12-05 22:42:41

[권영재의 대구음악 유사]거지떼

한국 전쟁이후 몇 년 동안 대구 시내에서는 "중앙, 중앙 거지 떼들아! 깡통의 옆에 차고 부잣집으로 달려라, 달려라 부자 집으로."라는 미국 가요응원가 곡에다 가사를 붙인 노래가 유행하여 많은 대구 시내 국민 학교 아이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 특히 대구국민학교나 수창국민학교 남자 아이들은 중앙국민학교 교문 앞에 와서 이 노래를 대놓고 합창했다. 싸움을 걸기 위한 전주곡으로 이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그 시절 중앙국민학교(현 중앙초등학교) 아이들을 왜 '거지 떼'라고 불렀을까? 대구서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도 모르고 문헌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답을 찾을 수가 없다. 한동안 잊혀 가던 이 노래가 다시 기억에 떠 오른 건 얼마 전 서양 교향악단의 연주 중에 '중앙 거지 떼'의 전곡이 연주되었기 때문이다. 행진곡 형태로 신나게 연주되었다. 그 시절 이런 고급 음악에 왜 이상한 가사를 붙여 노래를 했을까?공평동 중앙국민학교 담 너머에 법원과 검찰청이 있었다. 형무소, 육군본부, 도지사 관사, 경찰국장 관사, 시청이 부근에 있었다. 학교의 서쪽에는 동성로 가게골목과 양키시장이 있었다. 동인동, 공평동, 주택가에는 양키시장, 동성로에서 금은방, 카메라 상회, 전자 상회를 경영하는 부자들이 살았다.중앙학교는 고급공무원과 부잣집 아이들과 피난 온 가난한 집 아이들이 같이 학교에 다녔다. 빈부의 차이가 이렇게 심한 학교는 없었다. 피난민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오면서 중앙국민학교는 학교 건물은 전처럼 그대로 있어도 알맹이는 팔도조선 축소판 학교로 변질되었다. 여태 보지 못한 아이들의 돈벌이가 시작되었다. 북쪽에서 내려 온 아이들은 주로 신문배달이나 신문팔이를 했다. 구두닦이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극장 포스터 붙이기, 미군들의 사택에서 '하스 뽀이(하우스 보이)'도 했다. 밥 굶고 돈벌이를 하는 초라한 아이들을 보면 분별없는 아이들 눈에는 거지로 보였을 것이다.전쟁이 끝나고 피난민 학교가 없어지며 북쪽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아이들은 중앙국민학교에 편입되어 대구 사람이 되었다. 전쟁 중에는 공평동 학교가 미군에게 징발되고 경북의대 부속병원 앞에 있는 공터에 판잣집(나중에 동덕국민학교가 됨.)을 지어 놓고 저학년은 거기서 공부를 하고 고학년은 신천에서 노천 수업을 하였으니 이들이 거지가 아니겠는가!고급공무원 그리고 부잣집 아이들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심 그리고 피난민이 주축 되어 거지와 다름없이 겨우 먹고 사는 빈민촌 아이들에 대한 측은지심과 경멸의 감정이 거지 떼라는 단어로 분출되었다고 생각이 된다. 이 노래를 부르던 축들은 어는 덧 노인들이 되었다.'중앙, 중앙 거지 떼' 노래가 어린 시절 들어도 무감동이고 지금 들어도 화가 나지 않는다. 잘 사는 집 아이들은 자신이 거지가 아니었으니 감정이 생기지 않고 못사는 아이들은 자신들이 거지와 다름없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별 화날 것도 없었다.당시의 거지는 요즘은 거지와 달리 야비하거나 추악하지 않았다. 거지라는 말은 다만 하나의 존재에 대한 명칭이지 멸시의 대상은 아니었으므로 노래 또한 기분상할 일이 되지 못했다. 미스 코리아 손미희자, 가요왕 손시향, 남일해 그리고 야구의 신 이만수와 이승엽등이 거지 떼의 후손들이다. 언제 선후배 모두 모여 '중앙 중앙 거지 떼'들아 크게 합창 한 번했으면 좋겠다.전 대구적십자병원원장

2018-12-05 16:42:49

조종수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장

[기고]대구시의 지역건설 활성화 대책 시의적절

대구는 과거 전국 건설 현장을 누비면서 전국 주택 건설 경기의 호황을 이끌었다. 지역 경제에 있어서도 대구 건설업계는 지역 인프라 확충 및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해왔으며 지역사회 공헌에도 많은 노력을 해왔다.대구의 종합건설업체 수는 현재 407개사로 전국 1만2천607개사 중 3.2%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마다 업체 수,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역 건설 경기는 2015~2017년 역대 최고 수준의 3조원대 계약 실적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다.특히, 대구 건설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건설의 경우 최근 지역 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수주에서 대부분 외지 대형업체가 독식함에 따라 지역업체가 소외되고 있어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자본의 역외 유출로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우려가 되고 있다. 2017년 이후 최근까지 외지업체들은 13개 단지 1만6천131가구, 3조738억원어치 공사 수주를 싹쓸이했는데, 3조원은 대구 건설협회 전체 회원사의 한 해 동안 수주 금액과 맞먹는 수준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따라서 지역 건설업체 살리기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이러한 때에 대구시에서 건설협회의 건의를 통 크게 수용하여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지역 건설업체 참여율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20%까지 지원하고 설계에도 지역 설계업체가 참여할 경우 가점을 3% 지원하기로 했다. 이로써 대구지역 정비사업장에서 지역 건설업체와 지역 설계업체를 파트너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최대 23%까지 용적률 인센티브를 지원받게 되는 유례없는 혜택을 받게 되었다. 참고로 20%는 전국 최고 수준으로 대전 17%, 부산 15%, 광주 10%, 울산 5%, 서울인천 0% 등 전국 주요 도시보다 높다.이러한 대구시의 대단히 시의적절하고 적극적인 지원 대책에 대구 건설업계를 대표하여 환영과 감사의 뜻을 표하며, 이를 계기로 지역 정비사업에 지역 건설업체 참여 확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민의 관심과 협조도 부탁드리고 싶다. 지금처럼 지역 정비사업을 외지 대형업체가 계속 독식한다면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정비사업에는 사회간접자본과 기반시설 등 대구시 공공재원이 대규모로 투입되는데 그에 따른 사업 부가가치와 지역 자본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건설업은 타 산업에 비해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기 때문에, 지역 정비사업을 지역 건설업체가 시공할 경우 하도급사, 자재장비업자 기타 연관 산업과 함께 동반성장 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며 그로 인한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그뿐만 아니라 조합원 입장에서도 용적률 인센티브 지원을 통해 사업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어 조합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되므로 지역 건설업체가 수주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지역민의 지역사랑이야말로 지역 건설산업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므로 지역민의 애정 어린 협조와 지원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당부드린다.

2018-12-05 10:31:00

[장하빈의 시와 함께] 반지/ 이 향(1964~ )

끼고 있던 반지를 벗었다희미한 자국이조금 슬픈 듯 자유로워 보였다 처음,반지를 끼던 날이 생각났다당신 때문이라고 밀어붙이지만내 스스로 테두리를 만들었다는 걸 빠져나와 보면 너도 알겠지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다는 걸, 이제조금은 알 것 같다 저 강기슭 너머까지 우리를 옭아매던 그때도꼭 나쁘지만은 않았지 반지는 반지대로 손가락은 손가락인 채로가끔은 공유했던 외로움을 서로에게 끼우며 반지는테두리를 더 고집하게 될지도 모른다 ―시집 『희다』 (문학동네, 2013) * * * 손가락에 대한 '반지'의 사랑을 통해 만남과 헤어짐의 의미를 되짚고 있다.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자,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둥근 테두리! 그것을 보고 슬픔과 자유로움을 함께 느끼는 건 만남과 헤어짐이 동시에 뇌리를 스쳐 가서인가? 때때로, 만남은 억압과 복종을 요구하고, 헤어짐은 해방과 자유를 허락한다. 억압과 해방, 복종과 자유, 옭아맴과 벗어남은 사랑과 결별이 갖는 각각의 속성이다.따라서 사랑은 해방과 자유보다는 억압과 복종에 더 가까운 것! 그렇지만 "저 강기슭 너머까지 우리를 옭아매던 그때"의 황홀한 사랑의 순간을 떠올려 보라! 만해(萬海)의 시구처럼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한"게 아닐까? 그래서 "반지는 반지대로 손가락은 손가락인 채로" 하나의 테두리를 남기듯, 연인은 연인끼리 "외로움을 서로에게 끼우며" 그렇게 사랑하고 공존해야 할 터!시인 · 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2018-12-04 17:17:06

정우창 교수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학연관의 역할(1)

(정우창 대구가톨릭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KAIST 공학박사)경상북도는 민선 7기 "새 바람, 행복 경북"의 역동적 추진을 위해 도지사, 부지사, 실국장, 과장 등 간부 60여 명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오전 7시에 전문가를 초청하여 특강을 실시하는 조찬 포럼을 실시하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의 아이디어다. 11월 30일에는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학연관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필자가 특강을 했다.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모든 간부가 간식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특강에 열중하는 모습에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 뿌듯함을 느꼈다. 그 날의 특강 내용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이번 지면에는 산학연관 역할 중 중 기업과 대학의 역할, 다음 지면에는 연구소와 관의 역할에 대해 소개한다.먼저 기업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기업은 학연관으로 부터 지원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산학협력이 아니라 산학지원인 셈이다. "대학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겠다", "신입사원을 처음부터 새로 가르쳐야 한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대학 교육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받기만 하는 시스템을 주고 받는 산학협력 관계로 바꾸어야 한다. 먼저 강소 기업, 지역 스타 기업, 프라이드 기업, WC300 기업, 중견 기업 등 지역의 우수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바쁘지만 기업의 작은 봉사가 산학연관 협력을 극대화시키고 기업은 더 큰 이익을 가져 갈 수 있다.다음의 대학의 역할이다. 대학은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으로 구분된다. 한국의 연구중심대학은 논문 쓰기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많다. KAIST 박종욱 교수에 따르면 신소재과 교수 1인당 연평균 SCI 논문 수는 약 10편, MIT 재료공학과는 5.4편이다. KAIST가 2배나 많다. "매달 1편씩 논문을 쓴다는 것은 연구 없이 글쓰기 만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지난 정부 산업부 R&D전략기획단장을 지내고, 중견기업 규모의 학교기업을 탄생시킨 서울대 박희재 교수는 "공대 교수들조차 산학협력엔 뒷전", "논문만 신경, 대학연구가 산업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했다.지난 10월 30일 중앙일보가 2018년 대학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와 교육여건이 각각 100점, 학생교육 및 성과 70점, 평판도 30점을 합해서 순위를 정했다. 경북대학은 20위 안에 없었고, 영남대학은 3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지역 대학은 대부분 교육중심대학이다. 우수한 논문을 쓰기보다는 학생을 잘 교육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중앙일보는 교수연구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 3개를 합해 교육중심대학 순위도 발표했다. 천안에 있는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학)이 탄탄한 산학협력 시스템을 기반으로 취업률 1위, 창업지표 1위 등을 차지하면서 2009년부터 10년째 1위를 차지했다. 10위 이내에 지역대학은 역시 없었다. 지역 대학의 분발이 요구되고, 코리아텍을 벤치마킹해야 한다.산학협력은 대학 생존과 지역기업을 위해 연구/교육중심대학 모두에게 필수다. 산학협력의 중심은 교수다. 이론으로 무장된 교수가 기업을 열심히 학습하면 기업을 선도할 수 있다. 기업 선도 능력이 있는 교수는 지역기업과 다양한 형태의 산학협력 구축을 통해 교육, 연구, 봉사 등 교수능력 향상, 학생 취업이나 현장실습 기회 제공, 링크 플러스나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등 국책사업 수행을 통한 대학 경쟁력 향상, 애로기술 자문이나 교육, 우수한 인력 공급 등 다양한 형태로 지역기업에 기여할 수 있다. 산학협력은 대학과 지역 기업이 윈-윈 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이다. 모든 교수는 산학협력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2018-12-04 11:45:26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미역, 세대를 연결시켜주는 인연의 끈

딸 아이가 미역국을 찾는 걸 보니, 보양식이 필요한가 보다. 맛있는 것을 먹고 힘내고 싶을 때, 딸은 친정엄마가 만드신 미역국을 찾는다. 다행히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는 나의 음식 솜씨에 안도하면서, 찬물에 미역을 불려본다. 미역은 참 재미나게 생겼다. 물 속에서 자란다는 점도 신기한데, 긴 지느러미를 닮은 모양마저 특이하다. 이런 미역을 왜 우리 선조들은 아이를 출산하거나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생일날 끓여 먹었을까.나도 여느 산모와 마찬가지로 첫 딸을 낳았을 때, 미역국을 먹었다. 한 여름에 태어난 우리 딸 덕분에 광어를 넣은 시원한 미역국을 맛봤다. 평소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를 위한 친정엄마의 특별한 메뉴였다. 딸 아이는 마치 그 때 맛본 친정엄마의 미역국 맛을 기억하듯, 격려와 지지가 필요할 때 이렇게 미역국을 찾는다.나 또한 엄마의 첫 딸이다. 엄마도 나를 낳고 외할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 한 그릇을 비웠을 것이다. 그리고 넘쳐나는 젖을 내게 물렸을 엄마의 모습은 마치 나의 육체에 생명수를 공급하는 성모 마리아와 닮았을까. 딸 아이와 달리 외할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 맛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외할머니의 사랑이 엄마를 통해 전달되었던 그 탄생의 순간을 생각하면, 탯줄을 통해 전달된 그 무언가가 있는 것만 같다. 어쩌면 미역은 긴 모양만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인연의 끈일지도 모른다. 마치 탯줄처럼 말이다. 또 그 인연의 끈은 매년 다가오는 생일날을 기점으로 다시 연결된다. 운동장의 길게 널려진 만국기처럼 한 해의 추억이 깃든 사진을 남기면서 말이다.미역국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온 나는 지인이 초대한 가요제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가요제에 참석한 대부분이 60대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40대 초반인 뭔가 모를 부적절함을 느끼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짧은 영상이 소개되면서 가요제는 시작됐다. 영상의 내용은 우리 부모세대가 지금까지 한국이라는 땅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영상이 끝난 직후, 가요제의 분위기는 다소 경건함이 맴돌았다.불과 몇분 전의 부적절함 대신 감사와 존경심이 가득 차올랐다. 너무나 당연해서 가끔은 잊고 있었던 마음이었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살았을 엄마의 삶은, 어쩌면 한순간 한순간 지탱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만큼 힘겨울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순간의 고비를 넘기며 나를 낳아준 엄마가 없었다면, 지금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그 때였다. 미역국을 보면서 느꼈던, 내 안에 전달된 그 무언가가 다시 느껴졌다. 나와 엄마가 다시 연결되는, 엄마와 외할머니가 다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이제는 안다. 추운 겨울에 인력거를 끌면서 살아가는 노인에게도 삶의 빈곤함을 탓할 수 없는 이유는 그도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서도 사랑과 생명력, 삶의 지혜가 있다는 것을. 오늘도 삶의 고비마다 그들은 어떻게 헤쳐 나갔을지 궁금해하며, 그들의 지혜를 듣는다. 맛있는 미역국을 먹으면서 말이다.

2018-12-04 11:44:55

김주영 소설가

[새론새평] 지나간 것에 대해 되새김질하기

전통 뒷간 배설물 농사 거름으로 써마사이족은 집 벽에 소 배설물 발라냄새 나지만 빛나는 가치 숨어 있어지나간 것들 무작정 버리지 말아야조선시대 후기에 외국인이 촬영한 사진 중에 똥장군을 지고 서 있는 한국인 농사꾼의 사진이 있다. 그 사진이 인상적인 것은 사람의 배설물이 담긴 용기를 등에 지고 있으면서도 카메라를 향해 전혀 민망한 기색 없이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문명 세계로 진입한 지금은 그런 모습이 사라지고 볼 수 없게 됐다. 중세 유럽에서도 거리에 변기통을 가지고 다니며 빌려주고 돈을 받는 장사꾼이 있었다. 심지어 새벽이면 너도나도 배설물을 거리에다 내다 쏟아 도시 전체에 악취가 진동했다. 루이 14세가 즐겨 신었던 굽 높은 구두의 동기도 당시 길거리에 흩어진 오물을 피해 다니기 위한 것이었다는 기록도 있다.그런데 배설물을 처리하는 우리의 역사는 그렇게 미개하거나 허술하지 않았다. 절제와 효용성의 묘미에서 이탈한 적이 없었다. 궁중에서는 왕이 매일 아침 내놓는 배설물을 맛보는 어의가 있었다. 그 맛과 빛깔로 왕의 건강 상태를 검사하기 위함이었다. 배설물 속에 모든 병증의 원인과 진행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 알고 있었다. 조선시대 건축의 백미로 일컫는 병산서원의 만대루 왼쪽에는 우리나라 뒷간의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만대루가 개방된 공간으로서의 건축미를 자랑하듯 이 뒷간 역시 개방된 열린 공간을 자랑한다. 주거 공간과 멀리 떨어져 있어 지붕 없이도 악취가 주거 공간 주변까지 미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간 가옥에 존재했던 뒷간 대부분이 만대루 뒷간이 가지는 이러한 공간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을 재활용하는 현명함을 가지고 있었다. 화학비료가 없었던 조선시대 때 농사에 쓰였던 거름의 효용성도 동물의 배설물이 섞이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그때는 우리의 농토가 지금처럼 황폐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름졌다.우리가 미개한 사람들로 꼽는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은 기르는 소가 배설한 똥으로 그들 가옥의 벽을 바른다. 해충의 침입을 막고 맹수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동남아에선 코끼리와 짐승의 배설물을 거쳐 얻어낸 커피콩을 거두어 고품질의 커피를 얻어낸다. 우리가 반딧불이로 부르는 개똥벌레는 낮에는 습하고 따뜻한 소똥이나 말똥 속에 숨어 지내다가 밤이 되면 밖으로 나와 암수를 찾아 활동한다. 그 개똥벌레는 급기야 반딧불이라는 명칭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지방자치단체에선 축제도 열어 관광객들이 반딧불이를 보려고 전국에서 모여들어 밤이 되기를 기다린다. 냄새 나고 혐오스럽다고 내다버려야 할 것들에 대한 빛나는 가치를 되새김함으로써 얻어내는 성과다.과거에 새마을사업의 성과에 집착하다가 모든 것들을 버리고 새 출발하자는 슬로건 때문에 우린 아주 소중하고 값어치 있는 민속 자산을 많이 잃어 버렸다. 프랑스의 베르사유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은 루이 14세가 파리의 궁전을 버리고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화려하고 거대한 궁전에는 화장실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다. 궁전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파티가 열렸고 왕의 환심을 사려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 들었다. 먹고 마시고 춤추며 환락의 밤은 연일 계속되었다. 그런데 그들 왕족과 상류층도 어차피 사람이었고, 먹고 마셨으니 당연히 배설 욕구가 뒤따랐다. 궁전 주변은 그들이 내놓는 배설물 장소로 활용되었고, 낮이 되면 그들 배설물에서 풍기는 냄새로 가득 찼다. 왕이 의도했던 대로 궁전 자체는 깨끗해졌지만, 주변 환경이 배설물로 오염되는 비관적인 결과를 맞았다.지나간 것, 그리고 버려진 것들 속에도 빛나는 보석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놓치고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지나간 것이라 해서 무작정 버리거나 혐오스러운 눈길을 주지 말자.

2018-12-04 10:33:13

수술 직전 삼돌이(사진제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16세 탈장 노령견 삼돌이를 살린 정성

안타까운 모습의 노령견이 내원하였다. 악취를 마다 않고 꼬옥 안으신 보호자의 표정에도 그늘이 가득했다. 삼돌이(16·스피츠)는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수컷이었다.기력이 현저히 약화된 것도 문제지만, 가장 심각한 부분은 회음부 탈장이었다. 복강 내에 있어야 하는 장기가 항문 옆으로 탈장된 지 1년이 넘었고, 최근 일주일 전부터는 밥을 먹지도 않고 배변과 배뇨도 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이었다. 삼돌이는 인근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상담했지만 탈장의 정도가 심하고 나이와 건강이 나빠 수술을 미뤘다고 했다.삼돌이의 엑스레이 검사 결과는 참으로 놀라웠다. 복강에 있어야 할 소장과 방광과 전립선이 항문 옆으로 탈장돼 엉덩이에 커다란 혹을 달고 다니는 상황이었으며, 반면에 아랫배는 유난히 가늘었다.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이 이루어진 후 보호자에게 삼돌이의 상황을 정확히 알려줘야 했다. 급성신부전 등은 치료를 통해 회복될 여지가 있었지만, 탈장된 장기의 경우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는지, 배변과 배뇨가 조절될는지, 긴 시간의 수술 과정을 이겨낼 수 있을는지, 탈장부가 재발할는지 등 수술 예후에 대해 매우 회의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보호자의 삼돌이에 대한 애착은 대단했다. 어려운 수술이며 위험성과 재발의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에도 보호자는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됐다. 4명의 외과 수의사가 교대로 참여하며 장기들을 복원하고 방광과 전립선을 골반강 내로 고정시켰다. 비교적 무난히 진행되던 수술은 마지막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고령에다 일 년 이상 탈장이 지속되며 골반강을 감싸주는 근막이 소실되어 탈장을 메워 줄 근막 조직이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항문 주변의 근육조직과 골반뼈의 골막들을 이중 삼중으로 봉합하며 수술을 마쳤다.수술 후에도 삼돌이는 4일간 집중적인 약물 치료와 항문 주변에 압박 붕대를 교체하는 과정을 수 없이 반복했다. 의료진의 노력 못지않게 삼돌이 보호자도 아침저녁으로 삼돌이를 면회하며 물과 죽을 먹이고 삼돌이와 곁을 지켰다.삼돌이의 건강이 서서히 회복돼 퇴원을 앞둔 시점에 또다시 위기가 닥쳤다. 입원 6일차 삼돌이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식사량이 늘면서 복압이 증가하고, 배변과 배뇨 시에 힘을 주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수술한 탈장 부위에 창액이 고이기 시작했다. 창액량이 많을수록 삼돌이는 급속히 쇠약해져 갔다.동물병원의 모든 스태프들이 초 긴장하며 삼돌이를 보살폈고 집중적인 치료 과정이 되풀이되었다. 다행히 4일간의 집중 치료 후에 수술 부위가 안정되며 삼돌이의 기력도 회복되어갔다.동물을 치료하다 보면 의료적인 역할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배려가 병행되면 예후가 좋아지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삼돌이의 경우 역시 치료 과정과 더불어 아침저녁으로 보호자가 방문해 음식을 먹이고 곁에서 대화하고 보듬어 주신 배려들이 16살 고령의 삼돌이에게 큰 위안이 되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삼돌이는 퇴원 후에도 나날이 회춘하고 있으며, 매주 검진 차 내원하는 삼돌이를 이제는 은근히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한 생명을 입양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함께하는지를 삼돌이 가족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유기 동물들이 많다. 동물이 나이 들거나 아플 경우 책임감이 결여된 주인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경우가 특히나 많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무엇인지를 삼돌이 가족들을 통해 잠시나마 느껴보았으면 한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 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8-12-04 09:07:10

이근자 소설가

[기고] 중앙도서관과 국채보상운동 아카이브

얼마 전 언론에서 대구 중앙도서관의 존립 방식에 관한 소식을 읽었다. 국채보상운동기념회 측은 도서관을 리모델링하여 국채보상운동 아카이브관(박물관)으로 건설하고, 그 안에 도서관 기능을 유지한다고 했다. 도서관 측의 설명으로는 기능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도서관을 축소하는 것이라고 했다.어떤 기능을 중심에 두느냐의 문제다. 나는 도서관이 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념관이란 공간은 그것을 연구하는 학자나 관계자 또는 시험문제를 풀기 위해 학생들이 견학 가는 곳이란 선입견을 버릴 수 없다. 마치 고인 물처럼 정체된 분위기를 풍긴다. 자료를 아무리 풍성하게 전시했다 하더라도, 현재적 시간을 담지 않은 과거 공간의 재현 혹은 그 시간의 제자리걸음 같아서일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알고자 하는 것은 그곳에서 현재의 답을 구하고 그걸 바탕으로 미래가 발전하기를 바라서이다.나는 국채보상운동이란 단어를 들으면 절로 몸이 들썩여진다. 110여 년 전의 그 옛날, 나랏빚을 갚기 위해 의롭게 일어선 힘없는 백성이 된 기분이다. 유일한 재산인 금가락지를 빼서 아이들 손을 잡고 길을 나선 가난한 촌부. 백성들이 내놓은 수북이 쌓인 패물과 곰방대들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 어미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이었을 것이다.내년에 100주년이 된다는 대구 중앙도서관. 나는 고등학생 때 도서관에 처음 갔다. 이후 오랫동안 그곳을 무척 애용했다. 시험 기간에 친구들과 들락거렸고, 혜윰회라는 독서클럽 회원이었으며, 시민과 함께하는 작가세미나를 열었다. 내게 아이가 생기자 어린이자료실을 들락거렸으며, 수시로 책을 빌렸고, 시청각실에서 영화를 봤으며, 책 나눔 행사에도 참여하는 등 열거할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도서관과 국채보상운동기념관. 두 기관이 합쳐진다면 문화콘텐츠가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나를 비롯해 시민들이 향유할 프로그램도 다양해질 것이다. 또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중앙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많이 알려질 테니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겠다.내겐 도서관과 국채보상운동기념관 사이 공간에서의 소중한 추억도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중계방송을 시청한 일이다. 커다란 전광판 앞, 잔디밭에서 시민 수백 명과 함께 붉은악마가 되어 대한민국을 외치던 그 시간, 짝짝 짝 짝짝. 익숙한 장소에서 한 색다른 경험이었다.한 장소에서 시간의 힘은 어떻게 발휘될까. 누군가에겐 100년의 속도가 저장돼 있을 것이고, 어떤 것은 하루의 속도를 110여 년 동안 쌓았으리라. 그 시간의 가로 겹과 세로의 켜들. 개인적인 기억은 한공간에서의 체험이 누적되다가 특별한 시간과 만나 특정한 사람과 관련한 이야기가 결합되면 영원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나는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의 속도에 관심이 많다. 그것이 역사의 수레바퀴라 부르는 우리의 이야기일 것이다.이제 국채보상운동기념관과 도서관 주변은 새로 단장을 하려 한다. 그 변모가 상실이어서는 곤란하다. 공간과 시간을 허물지 않고 더 첨가해, 더욱 생동감 있고 깊이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시간의 겹이 더욱 풍성해지겠다. 좋은 일일 것이다.

2018-12-03 11:22:21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판타지를 좋아하세요?

사람은 누구나, 어느 부분에서든 조금씩 양면성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항상 일탈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현실을 도외시하지 못하고 삶에 천착한다는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말이다. 두 마음이 늘 함께 있으면서 다만 밀물썰물처럼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점점 더 현실적 감각을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어느 날 매사에 유불리를 따지면서, 셈법에 익숙해져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면 누가 뭐래도 어엿한 생활인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간혹 그런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유난히 꿈에 대해 얘기하거나, 비현실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를 만나면 그에게 몽상가라는 라벨을 붙이게 된다. 이 때, 몽상가라는 표현에 웬일인지 크게 호의가 느껴지지는 않는다.하지만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대단히 현실적인 사람도 때때로 몽상가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1년 중 11개월을 현실이라는 건조한 전쟁터에서 먼지 일으키며 치열하게 살았다면, 12월 한 달 만이라도 판타지에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판타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망들이 성취되는 장소이자 양식 또는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예술은 기본적으로 판타지와 다름없다. 특히 극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예술은 완벽하게 현실과 단절되는 판타지의 세계이다. 객석의 조명이 꺼지며 무대의 막이 열리는 그 순간, 우리는 현실을 떠나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겠지만 그 때는 마음이 훨씬 말랑말랑해져 있을 것 같다.오늘(4일)과 내일(5일),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국립발레단을 초청해서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다. 차이코프스키 3대 발레 명작 중 하나며, 달콤한 선율의 음악도 좋지만 그 내용은 판타지 그 자체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은 소녀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펼치는 환상의 세계. 왕자는 장난감 병정들을 이끌고 생쥐들과 전쟁을 벌이며, 소녀와 왕자는 마침내 승리해서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에서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린다. 스페인과 인도,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프랑스 인형들이 춤추는 환상적인 무대를 누가 현실이라고 받아들일까.12월의 초입, 어느 저녁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여러분에게 판타지의 세계로 가는 초대장을 보낸다. 두 시간 남짓 몽상가가 되어 판타지에 빠져있는 동안 누구라도 마음에 물기가 돌고 마침내 꽃 한 송이 피우기를 기대하면서.

2018-12-03 11:19:21

고선윤 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겸임교수

[세계의 창] 마스크로 숨긴 내 마음, 다테 마스크

日 젊은이 '멋 부린' 마스크 패션 유행타인에게 본심 들킬까 두려워하고상처받지 않으려고 미리 방어막 쳐여드름이 싱그러운 얼굴 보고 싶어한 학기 내내 마스크를 한 학생이 있어서 "감기가 오래 가네"라고 했더니, "화장을 안 해서"라는 대답에 황당했다. 중국발 스모그에 황사까지 겹쳐 국내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는 날이 늘어나면서 외출을 삼가라, 불가피하게 외출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는 말을 한다. 그러니 마스크를 하고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무엇이라 할 말은 없지만, 외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학생들의 입 모양도 보고 표정도 읽고 싶으니 안타까울 따름이었다.'마스크' 하면 일본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거리를 걷다 보면 마스크를 착용한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시작은 2009년 신형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서부터다. 당시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그래도 그때는 마스크를 보고 "아직도 감기입니까?" "아니, 알레르기입니다"라는 인사말이 오갔다. 그런데 1, 2년 후 '다테 마스크'(伊達マスク)라는 용어와 함께 일본 젊은이들의 마스크 집착에 대해서 염려하는 소리가 일 정도로 마스크가 많아졌다. 마스크 시장은 날로 확대되었고, 후지경제마켓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가정용 마스크 시장 규모가 약 280억엔을 돌파했다. 10년 사이에 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얼마 전 도쿄를 방문해서 친구네 가족이랑 여행을 갔는데, 그 집 딸아이에 대한 기억은 검은색 마스크밖에 없다. 사진을 찍을 때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으니 얼굴을 기억할 수가 없다. "이 아이는 우리랑 같이하는 시간이 싫었던 걸까" 사진을 보면서 살짝 섭섭한 마음에 내뱉은 말을 듣고, 우리 딸 왈 "마스크 하니 눈이 반짝반짝 크게 보이면서 예쁘네. 얼굴도 작아 보이고. 이게 신세대 패션이야".마스크가 패션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김이 서려 안경이 뿌옇게 되어도, 숨 쉬기가 답답해도 감기라서 어쩔 수 없이 착용하는 마스크가 아니라 패션의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단다.'다테 마스크'의 '다테'는 멋을 부린다, 호기를 부린다는 뜻이다. '마스크를 하면 20% 더 귀엽다'는 일본 잡지 문구에 물음표를 달면서도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보인다면 인정해야 할 거라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다테 마스크를 하는 이유 중에는 '마음이 안정된다' '시선을 피할 수 있다' '사람과 말하지 않아도 된다' '얼굴에 자신이 없다' 등이 있으니 마냥 패션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다.어른에게는 보이지 않는 지금의 젊은이들의 본질을 이해하고 라이프 스타일 연구와 각종 마케팅 솔루션 개발을 한다는 '하쿠호도 젊은이 연구소'(博報堂若者硏究所)에서 지금의 젊은이들의 문제점으로 다테 마스크를 지목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소통을 한다는 것은 말투나 상대의 표정도 함께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문자만으로 소통하면서 이런 요소가 없어지고 서로 본심을 숨기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본심이 들킬까 두려워한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한다"는 지적을 했다.마스크 속에 얼굴을 가리고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고집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관계가 서툴고, 인간관계를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성가신 관계를 싫어하고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 미리 방어막을 치는 그런 행동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사실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보다 더 어려운 게 있겠는가. 관계를 잘하려고 노력한다고 반드시 잘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숨기만 하면 되겠는가. 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환한 얼굴을 보고 싶다. 터질 거 같은 여드름 몇 알이 싱그러운 그 얼굴을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2018-12-03 11:18:10

[에세이 산책] 별 보기

지난 주말 대구 사는 후배가 호미곶으로 놀러 왔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와 호미곶 등대, 쾌응환조난기념비를 돌아보면서 20세기 우리 민족사에서 가장 불행했던 일을 생각했다.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서 그는 말했다. 반역의 역사를 청산 못 한 탓에 세상을 보는 맑은 눈들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초등학교에다 천문 관측 시설을 마련해 준다고 하였다. 별을 보면서 거짓 없는 맑은 눈을 갖도록 도와주려는 의도였다.별을 바라보는 것, 왠지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종종 밤하늘을 본다. 북두칠성이 바로 눈앞이다. 북극성을 사이에 두고 카시오페이아가 반짝인다. 어린 손님이 왔을 때는 꼭 나가서 별자리를 함께 본다. 파랗게 반짝이는 금성과 붉은 화성은 쉽게 만날 수 있다.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오리온자리도 볼 수 있다. 아이들과 나누는 별 이야기는 영혼을 맑게 해준다.알퐁스 도데의 '별'이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리본과 레이스와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앙증맞게 비비며, 가만히 내 어깨에 기대온'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저 많은 별들 가운데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곱게 잠든' 거라고 목동은 말한다. 그 별나라 사람에게는 세상에서 흔히 등장하는 갈등, 미움, 탐욕은 찾아볼 수 없다. 별이 빛나는 하늘, 마음이 맑은 땅, 이웃과 나누는 가냘픈 사랑. 참 평화로운 세상 모습이다. 어디 문학작품에만 별나라가 있으랴.요즘 토요일 저녁마다 호미곶에서 멀지 않은 읍내 작은 성당을 찾는다. 학생 미사이기 때문에 강론 중심이 어린이들이다. 젊은 사제는 열 남짓한 아이를 위하여 매번 앞으로 내려와서 그들과 눈을 맞춘다. '왕이라고 하면 누가 생각나지요?'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참새처럼 재잘거린다. '세종대왕요' '광개토대왕요' 원하는 대답을 기다리며 사제는 아이들에게 더욱 몸을 낮추며 '또, 또 누가 생각나지?' 그러나 아이는 원하는 대답 대신 엉뚱한 말을 하고 만다. '우리 할아버지요!' 성당 가득히 웃음이 터진다. 헛기침을 내뱉으며 텔레비전 리모컨을 독점하는 할아버지가 그 아이에게는 왕이 틀림없었다. 가슴을 열고 조근조근 이야기를 주고받고, 그러다가 한바탕 같이 웃는 자리, 참 예쁘다. 영혼이 맑아진다.우리는 별 보기를 좋아한다. 밤하늘에서 가장 가냘프게 빛나지만 우리 영혼을 맑게 해주기 때문이리라. 우리에게서 맑은 눈이 사라진 게 아니라 탐욕이 잠깐 역사와 현실을 가리고 있을 뿐이라고 그 후배에게 말했다. 오늘도 여전히 별은 빛날 것이다.

2018-12-03 10:26:41

류호성 전 대구미래대 교수

[기고] 힘이여, 저주 받아라

사람들은 모두 가치 기준이 다르다. 보수는 보수의 가치가 있고 진보는 진보의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의 가치 기준으로 다른 모든 것을 정의하고 재단한다면 그건 이미 정의가 아니고 횡포로 변질하는 것이다.예를 하나 들어보자. 최저임금 인상, 도대체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인가. 까놓고 이야기하면 귀족 노조원들은 이미 최저임금과는 상관없이 모두 고임금을 받고 있다.문제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자영업자들, 그들의 목줄만 조였을 뿐, 다른 어떤 사회적 방향과 시선은 끌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자영업자들은 그러한 환경 아래서 기존의 알바생 등을 감원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최저임금을 받는 저소득층들은 그들의 일자리만 잃어버린 악순환의 경제구조만 노출시켜 버렸다는 것이다.결국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 벌어지고 기업들은 이런 모순을 피하려고 국내보다 국외로 투자하거나 아예 해외로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아마추어적 좌파 경제정책이 국가 전체 경제를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나아가 문재인 정권은 초기부터 '적폐 청산'이라 했다. 그러나 우린 적폐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저 그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은 것은 모두 적폐가 되는 것쯤으로 알고 있다.다시 말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 그들만의 기준으로 온 나라를 들쑤셔 놓은 정권, 결론은 그들의 임기 말쯤, 경멸과 저주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얼마 전,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이는 2015년 삼성바이오가 주식시장에 상장되면서 금감원, 금융위, 거래소 등으로부터 모두 '문제없다'는 회신을 받았고, 2016년도에도 참여연대의 질의에 대해서 '혐의 없음'이란 내용으로 회신한 바 있다.즉 삼성바이오는 과거 대형 분식회계 부정처럼 몰래 저지른 행위가 아니다. 회계 기준을 바꾼 것은 증권가 및 금융 관계자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논리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권력의 힘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즉 '적폐 청산'이라고 하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결론 말이다.이에 어느 도지사가 말했다. "경찰은 진실보다 권력(힘)을 선택했다"고.그렇다. 알고 보니 적폐의 기준은 권력의 힘이었다. 그러나 만약, 만약에 말이다. 다음엔 새로운 보수 정권이 나타나 지금의 권력자들을 모두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처단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바로 증오의 권력, 그것은 상상만 해도 두렵다. 지금의 권력이 다음의 권력에 의해 또다시 처단당하는 악순환, 그건 정말 저주스러운 것이다. 이에 세월 깊어가는 가을밤, 김성한의 단편소설 '바비도'의 한 대목이 떠오르는 이유다.'힘이다! 너희들이 가진 것도 힘이요, 내게 없는 것도 힘이다. 옳고 그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세고 약한 것이 문제다. 힘은 진리를 창조하고 변경하고 이것을 자기 집 문지기 개로 이용한다. 힘이여, 저주를 받아라.'

2018-12-02 15:42:32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벽(癖)과 덕 1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학창 시절 수학과 물리 외에는 관심이 없는 학생이었다. 수학과 물리 교사들이 보기에는 천재성이 있는 학생이었지만, 다른 교사들이 보기에는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는 문제아였다. 이 문제아는 자기가 의문을 가진 물리 문제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학교를 빠졌고, 그 결과 규율이 엄격한 김나지움에서 퇴학을 당하고 만다. 독일의 교육 제도 아래서는 대학을 갈 수 없었던 그는 스위스로 가서 취리히 공과대학에 시험을 보지만 수학, 물리 외에는 낙제였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할 수가 없었다. 지금 우리나라에 태어났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인류 역사에 남은 위대한 천재 중에는 아인슈타인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하나에 몰두하는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성향을 나타내는 우리말로 '벽'(癖)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를 풀어보면 병적으로 한 방향으로 치우쳤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접미사로는 '도벽, 낭비벽'처럼 고치기 어렵게 굳어 버린 버릇이라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이때도 부정적인 의미가 많다. 그런데 실학자로 유명한 박제가는 '백화보'(百花譜) 서문에서 전문적인 기예는 '벽'을 가진 사람이 능히 이룰 수 있다고 하며, '벽'이 없는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까지 말한다. 박제가가 생각한 '벽'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 성취해내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오늘날 '벽'과 유사한 의미를 가진 말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오타쿠'가 있다. '오타쿠'는 특정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전문가라는 의미도 있다는 점에서는 '벽'과 비슷하다. 그러나 '오타쿠'에는 다른 분야에는 관심이 없어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강하다. 우리나라 누리꾼들은 '오타쿠'를 '오덕후'(五德侯)로 변형을 하였는데, 오덕후보다 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숫자를 올린 '육덕, 십덕'과 같은 말이 생겨났으며, 줄인 말인 '덕후'는 '영화덕후, 소시(소녀시대)덕후'처럼 접미사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더 줄인 말인 '덕'은 '덕질(취미를 위해 돈과 시간을 쏟는 일), 입덕(주로 아이돌 팬으로 입문하는 것)'처럼 다양한 신조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흥미로운 점은 '오덕후'에서 '덕'으로 말이 줄어들수록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라는 느낌은 떨어지고, '마니아'나 '광팬'의 의미에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의 경우만 보아도 창의적인 '오덕후'였고, 물리에 빠져든 '물리덕후'였을지는 몰라도 누군가의 팬으로 '입덕'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2018-12-02 15:05:39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비례대표 대폭 확대에 이의 있다

국민들 아닌 지도부 뜻대로 낙점 지금의 비례대표제 문제점 많아정당별 비례대표 선정·순위 결정 유권자들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활동 중이다. '정치개혁'을 내세웠지만 정개특위의 주된 의제는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것이다. 민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여서인지 국민적 관심은 덜한 듯하다. 하지만 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다.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건 아니어도 선거제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정개특위의 지향점은 정파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 간 괴리를 최대한 좁히자는 말이다. 이른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그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은 개헌보다 어렵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결론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어쨌든 과거에 비해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국회의원의 비례성 강화를 위해서는 비례대표를 대폭 늘려야 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1대 1로 하든 2대 1로 하든 마찬가지다. 현재처럼 전체 의원 300명을 유지하려면 250여 개 지역구를 200여 개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 정도로 해야 한다. 의원들이 찬성할 리 만무하다. 의원들의 솔직한 속내는 의원 정수를 400명으로 늘리고 싶은 것이다. 지역구 250명 정도를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150명 정도로 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에 비해 의원 수가 적다는 등 벌써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말을 하나 마나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렵다.어떤 묘수를 찾아낼지 정개특위의 역량을 지켜보아야 할 문제이다. 예산 국회가 끝나면 선거법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반드시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지금과 같은 비례대표 선출 방식하에서 숫자를 대폭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선거와 별도로 행해지는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배분한다. 과거 지역구 후보가 얻은 표만을 계산하던 방식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비례대표에서 심각한 문제는 선출 과정에서 국민들이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정당별 비례대표 선정, 순위 결정 과정 등에 있어 국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다. 모든 건 정당, 정확히 말해 이른바 지도부 뜻에 좌우된다. 공천헌금, 특별당비, 밀실야합, 뒷거래 등 늘 잡음이 나던 것은 그 때문이다. 정작 국민들은 그렇게 선정된 비례대표 후보를 알지도 못한 채 한 표를 던진다. 정당별로 비례대표 후보자를 공개할 때 반짝 관심을 모으긴 한다. 하지만 비례대표 후보를 보고 정당에 투표하는 유권자는 없다. 비례대표 제도하에서 구속명부제는 위헌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권자들이 순위나 당선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정당이 내세우는 고정된 비례대표 명부는 직접선거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는 말이다.비례성 강화의 금과옥조인 정당 지지율도 따지고 보면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는 유권자들이 지역구에서 지지하지 않은 정당, 특히 소수 정당에 정당투표를 하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비례대표 숫자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없기에 별 고민 없이 투표한 것이다. 소수 정당의 스타 정치인들의 인기도 한몫했을 것이다.비례대표가 대세를 좌우할 정도가 된다면 모든 건 얘기가 달라진다. 비례대표 선정부터 당락까지 유권자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비례대표 후보자들에게는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석 배분에서뿐만이 아니라 정당 투표에서부터 진정한 국민의 의사가 표출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긴 이런 방식이 앞으로만 필요한 일이겠는가. 진정한 국민의 의사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식은 현재 제도하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개혁의 방향이다.

2018-12-02 14:59:50

김정숙 작 '가을'

[내가 읽은 책]읽다, 오돌토돌 김용주 시조집/보다, 물끄러미/일일사.

현대 시조문학은 오랫동안 양식의 변형과 계승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학으로서 절제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굳건히 지켜왔다. 김용주 시인은 전통의 약속을 성실하게 지켜온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동안 발표했던 작품들을 모아 출간한 시집이 '본다, 물끄러미'다.김용주 시인은 1964년 경기 안성에서 태어나 2009년 '시조세계' 신인상 및 '대구문학'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과 함께 시조 창작을 겸하여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대구시조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원이며, '시조세계포엠'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8 '대구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이 시집은 시인의 참신한 사유와 언어미학을 탐색한 결과물이다. 게다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겸용의 시집으로 출간되었기에 획기적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시적 갈증을 풀어주는 마음의 감로수가 되기를 바라며 신선한 서정성과 차분한 느낌으로 마련된 시편들이 실려 있다.김용주 문학의 뚜렷한 주제는 인간 존재의 삶을 사랑과 연민으로 탐색하는 데 있다. 저자의 시적 확대경이 자주 가 닿는 곳은 우주의 섭리에 따르는 자연이며, 그 속에서 영위하는 사람들이다. 난해하거나 이질적이지 않기에 편하게 읽힌다. 김용주는 깊고 넓은 사유의 경험을 이타심으로 따습게 펼치며 시어를 조형해 나가는 실력자이다. 자연 사물과 시인 김용주의 언어 조합은 새로운 창조물을 생산해 독자에게 희열을 안긴다. 다음 시 한 편을 기술한다."칼날처럼 몸을 세운 척박한 땅이란 땅/한순간 울컥하고 올라오는 화를 누르며/밟혀도/살아남으리/살아남아 일어서리//지상을 붙들고 산 현기증 나는 목숨/바람에 부드럽게 눕는 법을 알아갈 때/비로소/눈부신 생이 /거룩하게 쓰러진다"-21쪽, 「풀」 전문시인은 첫 수에서 '칼날처럼 몸을 세'울 수밖에 없는 풀의 제한된 운명에 시적 자아를 이입한다. 울컥 하고 치미는 화를, 살아남아 다시 일어서리라는 희망이 있기에 억누르는 능력도 있다는 풀의 강인한 생명력을 노래한다. 둘째 수에서는 '바람에 부드럽게 눕는 법을 알아'가면서 풀은 바람에게 여유롭게 대처하는 삶의 지혜를 터득할 때 "비로소/눈부신 생이/ 거룩하게 쓰러진다"라고 술회한다. 한 편 더 살펴본다. "문득, 눈앞에 놓인 하얀 방명록 한 권/무게를 더 하라는 여백의 저 메시지/내딛는 발걸음마다 방점 하나 찍는다"-13쪽, '눈 내리다' 전문시조의 원형인 단수 작품이다. 깔끔하다. 시인은 시상을 펼치는데 친절한 중매쟁이 역할을 자연에게 맡긴다. 세상이 온통 순백으로 변해버린 자연의 풍광을 시인은 '방명록 한 권'이라고 의미를 더해 표현한다. 자신의 삶에 '무게를 더하라는 여백의 메시지'로 수용하며 앞으로 걸어갈 시인의 발걸음이 방점으로 찍히길 기대한다.이 시집에 수록된 48편의 작품들을 읽어나가면서 시인의 서정적 내면세계를 새롭게 확장하려는 고뇌가 고스란히 독자에게 오돌토돌 감지되었다. 공감으로 소통되는 우리 시조를 읽는 재미와 함께 시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김정숙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18-12-01 05:30:00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광장] 수능 국어 31번 문제

아침 신문을 넘기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가 실린 걸 보고선 책상 한편에 접어두었다. 유독 국어가 어려웠다기에 슬며시 호기심도 생긴 데다 은근히 '어려워 봤자 국어잖아!' 하는 자신도 있었다. 그래서 재미 삼아 한번 풀어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자 그 신문 위로 다른 신문과 종이가 쌓이고 찰나에 일었던 호기심도 조금씩 사라져갔다. 물론 게으른 탓이겠지만 이래저래 시간도 나질 않았다.그런데 수능, 특히 국어 영역을 둘러싼 논란이 자꾸만 커져갔다. '지나치게 어렵다'에서 '이건 국어 문제가 아니라 과학 문제다'까지, '뭐 그러다 말겠거니' 할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논란의 여파와 사회적 파장이 점점 늘어나더니 급기야 수능과는 까마득히 먼 거리에 있는 나에게까지 영향이 미쳤다. 급작스레 책상 위를 뒤적여 예의 그 국어 31번 문제만 찾아서 먼저 들여다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 그리고 몇 초 뒤엔 눈에 힘을 주고 봤으며 다시 몇십 초인지 아니면 1분 정도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하마터면 신문을 집어던질 뻔했다.꽤 이름이 알려진 한 인사는 이 문제를 두고 올해 수능 국어 31번 문제는 "과학 문제가 아니라 국어 문제가 맞다"고 했다. 국어 시험의 목적은 독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니 평소에 책을 많이 읽은 수험생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라고도 했다. 그래서 다시 봤다.지문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골라내는 문제, 그 핵심 내용인 만유인력에 관한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1. 만유인력은 두 질점이 당기는 힘이다. 2. 만유인력의 크기는 두 질점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3. 어떤 천체가 자신의 밖에 있는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의 값은 그 천체를 잘게 나눈 부피 요소들이 각각 어떤 질점을 당기는 힘(이 힘도 만유인력이다)을 모두 더한 값과 같다. 단, 이때의 조건은 지구를 포함하는 천체들이 밀도가 균질하거나 구 대칭을 이루는 구라야 한다.'이다.정리해봐도 여전히 어려운 이 내용을 국어 31번 문제는 새끼줄 꼬듯 이어 붙여 2개의 문장으로 늘어놓았다. 이렇게 말이다. "이때 가정된 만유인력은 두 질점이 서로 당기는 힘으로, 그 크기는 두 질점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지구를 포함하는 천체들이 밀도가 균질하거나 구 대칭을 이루는 구라면 천체가 그 천체 밖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은, 그 천체를 잘게 나눈 부피 요소들 각각이 그 천체 밖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을 모두 더하여 구할 수 있다."국어를 이렇게 쓰면 안 된다. 우리말은 아름답고 명료하다. 국어 31번 문제의 지문은 지시대명사 '그'를 남발하고 '만유인력은 만유인력을 더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는 식의 문장 구성으로 보는 이를 헷갈리게 한다. 그리고 주저리주저리 늘어진 문장에 복잡한 어순으로 초점마저 흩트린다. 이건 국어 문제냐 과학 문제냐를 떠나 국어사용법상 함량 미달의 문제다. 그리고 난이도와도 관계없고 독해 능력과도 상관없는 문제이다. 국어시험은 국어에 관한 것을 물어야 한다. 수능 첫 시간, 문제지를 받아들며 국어 생각으로 가득했을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대입 수능 국어 31번 문제는 시험이라기보단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한 정신적 폭력에 가깝다.

2018-12-01 05:30:00

[종교칼럼]나눔의 행복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지난 10월에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BTS가 전 세계에 한류와 한글을 확산하고 한국 문화의 위상을 드높인 공로를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정부 행사로 티켓은 무료임에도 한 인터넷 티켓 사이트에서 50만∼150만 원에 판매되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어떻게 BTS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뉴욕에서 한국어로 떼창을 하는 외국인 팬덤을 만들어 냈을까? 신곡 발표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 수가 5000만 건에 육박했고 대표곡 중 하나인 'DNA'는 누적 조회 수가 5억5천만 뷰를 넘었다. 유튜브에서 BTS의 공연과 음반에 대한 '리액션 영상'이나 그들의 노래와 춤과 연주를 재편곡한 '커버 영상' 또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비결이 무엇인가? BTS는 자신들의 콘텐츠를 나누었다. 공식 발표하지 않고 CD에도 싣지 않은 미공개 자작곡이나 커버 곡을 멤버의 생일이나 데뷔일, 성탄절에 맞춰 무료로 공개했다. 멤버들이 직접 자기 앨범과 곡들을 리뷰하면서 제작 뒷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멤버의 엽기적 사진까지 트위터에 공개한다. 심지어 멤버들끼리 호텔 방에서 장난치는 모습까지 동영상으로 공개한다. 이것이 전 세계의 '아미'(BTS 팬덤)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었다. '아미'가 한글 음을 달고, 자국어 번역을 달아서 다시 유튜브에 올린다. BTS의 성공 비결은 나눔이다.오늘 동성로에서 두 가지 행사가 열린다. 낮에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시종식이 각계의 지도자들을 모시고 시작된다. 도시 곳곳에서 이웃 사랑의 종소리가 연말까지 울려 퍼질 것이다. 저녁 시간에는 대구기독교총연합회와 대구CBS가 주최하는 성탄트리 점등식이 예정되어 있다. 주제는 '빛으로 오신 예수'다. 예수님은 인류 구원의 빛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 빛은 자기를 태워 주위를 밝게 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아 인류의 죗값을 갚아주셨다. 죄와 죽음의 암흑에 있던 백성에게 구원의 빛을 비추어주셨다.행사 기간에는 사랑의 쌀 나누기를 위한 모금도 진행된다. 나눔이란 먼저 내 손의 떡을 이웃을 위해 잘라내어야 한다. 그래야 나눌 수 있다.저작권 문제 등으로 언젠가부터 사라진 동성로의 크리스마스 캐럴도 올해 부활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CBS가 캐럴을 담은 USB를 만들어 동성로 상가에 배포하기 때문이다.하나님은 모든 것을 지으신 창조주시다. 모든 저작권은 하나님께 속해 있다. 사실 이 세상의 모든 저작권자는 하나님의 저작권을 무단 도용하는 것이다. 산의 물, 바닷속의 물을 팔아먹는 오늘날의 물장수들이 물을 만든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기름 장수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이 수십억 년 동안 땅속에서 만들어 두신 것을 제 것처럼 꺼내 판매하니, 모두가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의 후예 아닌가?진리는 공짜다. 만인에게 거저 주어지는 것이다. 귀중한 것일수록 공짜라야 한다. 귀중한 것이 공짜가 아니라면 대다수 사람이 비극의 주인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하나님은 모든 것을 내어 놓으셨다. 만인이 마음껏 자연을 누리도록 개방하셨다. 신선한 공기 값을 받지도 않으시고 대기 중 산소 사용량에 따라 청구서를 발행하지도 않으신다.단풍 관람을 했으니 입장료를 내라고 하지도 않으신다. 농부에게 과일의 열매 맺음에 대한 기술 특허권을 주장하지도 않으신다.하나님은 외아들까지도 인류를 위해 내어주셨다.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에 오신 사건이 성탄이다. 성탄절은 나눔의 계절이다. 손을 펴서 나눔으로써 나눔의 행복을 만끽하자.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2018-11-30 11:18:27

게티이미지 제공

[알쏭달쏭 생활법률] 협의이혼 시 양육비 포기한 경우, 양육비 청구는?

Q : 갑은 을과 협의이혼을 하면서 미성년 자녀의 양육권자 및 친권자로 지정되었는데, 을에 대한 양육비 청구는 포기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갑은 양육비 청구를 포기하기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을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A : 협의이혼을 하거나 재판상 이혼을 하면서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를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나 조정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법원으로부터 양육권자 및 친권자 지정은 추후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지만, 양육비를 포기한 경우 이를 번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대법원은 이혼의 당사자가 자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협의에 의하여 정하였더라도 필요한 경우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언제든지 그 사항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며, 이는 당사자 사이의 협의가 재판상 화해에 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따라서 갑은 협의 이혼을 하면서 양육비 청구를 포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미성년자녀의 복리에 반하므로, 갑과 을의 재산 상황, 미성년 자녀의 의사 등을 참작하여 양육비 부담에 관한 사항을 변경하여 달라는 신청을 하는 방법으로 을을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법무법인 우리하나로 김판묵 변호사

2018-11-30 06:30:00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 호미와 굴착기

최근 지역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많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16개 광역문화재단을 포함해서 대략 100개의 문화재단이 있고,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 설립 준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해 설립 근거를 갖게 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예술 영역에서 생산자와 공급자 중심의 예술이 아니라 주민들이 즐기고 참여하는 수요자 중심의 예술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노동 중심의 삶에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기초한 문화가 있는 삶에 대한 갈증도 한몫하고 있다.물론 지역문화재단 설립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도 존재한다. 지금까지 지역문화재단은 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한 공연장과 미술전시관, 문화센터 등의 시설을 위탁운영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문화재단이 만들어지더라도 새로운 변화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지역문화재단이 이중적 정체성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공공기관으로서 법령과 규정에 따른 행정 절차를 따르는 부분과 문화예술 영역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지원하는 유연함이라는 정체성의 측면이다. 이러한 이중성은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역문화재단이 어떻게 일할 것인지의 해답은 지역문화재단이 대부분 기초자치단체 영역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모든 정책의 마지막 종착지인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한다는 의미이다. 정부나 광역 단위의 정책과 사업, 예산은 부서·분야별로 모두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교육과 문화,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돌봄, 복지 등이 동시에 만나게 된다.그렇다면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일까. 문화재단이라는 이유로 '문화'와 '예술'만 사업 영역으로 설정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할 수 있는 삶의 모든 영역을 망라하고 관통하는 것으로서 지역문화재단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 사업이 일어나면 문화재단과는 너무나 먼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문화적 도시재생 관점으로 들여다보게 되면 도시재생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역공동체의 삶이 단절되거나 파괴되지 않으면서 도시가 새로운 방식으로 디자인될 수 있고 공동체의 삶이 기록되거나 유지되거나 진화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기능이 공연장이나 전시관, 도서관 등 시설 운영에만 머무르고 만다면, 아마도 인구절벽과 재정절벽의 시대에 조만간 한계에 도달하고 말 것이다. 이제 지역문화재단은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자원들을 발굴하고, 발견하고, 기록하고, 나아가 다양한 방식으로 고유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축적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을 만나 연결하고, 공공과 민간을 넘어 다양한 공간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그 공간의 연계와 활용을 통해 지역공동체가 함께 공유하고 서로의 삶을 경험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그러한 일은 무언가 새로운 길을 닦거나 만드는 일이 아니다. 기존의 골목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가보지 않은 골목을 걸어보고 경험하는 일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것은 굴착기를 장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호미다. 동네의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손에 호미를 하나씩 들고 땅을 파는 일이다. 누군가 고구마 줄기를 발견하면 그 줄기에 엮인 알맹이들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마지막으로 이러한 일이 가능하려면 지역문화재단 종사자들이 특별한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하고, 그만큼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경찰이나 군인, 소방관, 의사, 교사 등 사회적으로 특별한 직업을 갖는 이들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공에서 일한다는 것이 '먹고사니즘'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최소한의 진전으로 향하는 걸음이다. 지역문화재단은 이 시대에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양손에 호미를 들고 굴착기와 싸우는 명분과 자신감으로 무장할 때이다.

2018-11-29 17:01:29

김난희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장

[기고] 에이즈, 과학과 현실

12월 1일은 제31회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에이즈처럼 과학과 현실의 차이가 큰 질병은 없기에 이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세계적으로 에이즈는 이제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이 됐다. 2018년 네덜란드에서 개최된 국제에이즈대회의 공식 슬로건은 'U=U'였다. U=U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Undetectable) 전파되지 않는다(Untransmissible)는 의미다. 즉 에이즈에 감염되었더라도 약을 복용함으로써 검사 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사람은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도 타인에게 감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U=U의 중심 내용이다. 이는 14개 유럽 국가에서 1천166명의 감염인과 비감염인 커플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실제로 U=U캠페인은 국제에이즈학회(IAS), 유엔에이즈(UNAIDS), 영국 에이즈협회(BHIVA)와 같은 과학 및 의학 단체를 비롯한 34개국 350개 이상의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단체가 보증하고 있다. 그러므로 U=U는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과학적인 사실이다. 에이즈는 이제 'U=U'라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30년 전 '미지의 괴질'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졌다. 이제 '치료가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새로운 인식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최근 국내에서도 관람객 400만 명을 넘어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인 프레디 머큐리 역시 1991년 에이즈 환자로 삶을 마감했다.하지만 그가 1990년대 후반에 HIV 진단을 받았다면 아마도 2018년 지금, 영화가 아닌 내한 공연 중인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이처럼 과학과 의학의 발전은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존재한다. 바로 한국의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 현실이 매우 비관적이라는 점이다. 2015년 의료법의 개정으로 에이즈 감염인이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법제도적 체계가 마련되었지만, 법과 현실의 간극에서 에이즈 감염인은 여전히 입원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사회 전반에서 배제되고 차별받고 있다.또한 2014년에 이뤄진 UN 제6차 세계가치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88.1%가 '에이즈 감염인과 이웃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하여 세계에서 가장 에이즈 감염인을 기피하는 국가로 보고되어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기도 했다.그뿐만 아니라 20대와 30대 청년 감염인의 자살 시도율은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무려 39배나 높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한국 에이즈 감염인의 실존 위기를 증명해주고 있다.12월 10일이면 70주년 세계인권선언을 맞이하게 된다. 세계인권선언은 12차 세계대전과 대학살을 겪으면서 우리 인류가 다시금 반복해서는 안 될 인류의 과오를 드러내는 반성문과 같은 것이다. 에이즈의 과학으로 우리들의 혐오와 차별을 거둬내는 것 역시 지난 30년간의 과오를 반성하고 통찰하는 일이 될 것이다. 과학보다 진보한 인간의 감성과 합리성으로 세계 에이즈의날이 기억되어지길 바란다.

2018-11-29 13:05:33

김연실전(문장, 1939. 3.)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신여성을 싫어한 소설가 김동인

소설가 김동인의 대동강 사랑은 유명하다. 김동인이 사랑한 대동강은 지도상의 위치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 대동강은 삼월 삼짇날부터 사월 초파일, 오월 단오를 거쳐, 유월 유두에 이르는 시기, 기생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풍류 배들이 강을 메우며 축제가 열리던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 대한 사랑이 너무 극진했던 탓일까.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여학생을 동경하던 때에도 김동인은 혼자서 기생 예찬론을 펼쳤다. 예찬론을 펼칠 뿐 아니라 몸소 기생들과 수개월에 걸친 동거생활까지 감행했다. 이 깊은 사랑의 후유증 때문인지 기생을 대체하여 시대의 새로운 히로인으로 등극하기 시작한 여학생, 즉 신여성에 대한 김동인의 증오는 이상할 정도로 깊었다. '김연실전'(1939)은 바로 그 증오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 소설이다.'김연실전'의 김연실은 하급관리와 기생 사이에서 혼외자로 태어나, 새로운 삶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동경유학을 떠난 인물이다. 소설 속 김연실은 말로는 자유연애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성적 방탕과 자율적 연애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무지하며, 남녀평등을 주장하지만 극도로 남성종속적인 존재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상대 남성과의 성적 관계를 장롱 속에 있던 '베개를 내리는 일'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하는 인물이다. 이처럼 김동인은 '김연실전'을 통해 모든 신여성을 매춘부로 묘사해내고 있었다. 신여성에 대한 이와 같은 김동인의 판단은 지나치게 악의적이었지만 일면 부인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보수적 조선 사회에서 초기 신여성, 즉 여학생 중에는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으면서 행동 제약에서 자유로운 기생의 딸이나 첩의 딸이 많았다. 그리고 이들 신여성들은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와 갑작스럽게 만나버린 바람에 불륜, 방탕한 연애 등 행동과 의식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들 신여성들은 사회적 제약과 심리적 좌절감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삶을 향한 강렬한 열정과 집념으로 자신을 채우고 있었다. 김동인은 그 점에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기생의 딸 김연실이 당시 사회를 향해 내질렀던 절망적 비명소리에 귀 기울일 생각도,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서 그녀가 들인 처절한 노력을 돌아볼 생각도 없었다.신여성을 향한 이와 같은 편견은 김동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지식인 남성 일반의 공통적 인식이었다. 김동인의 편견은 기생을 향한 지극한 사랑 때문이라는 황당한 이유라도 내걸 수 있었지만 나머지 지식인 남성 일반의 편견은 그런 이유조차 없었다. 그들은 앞장서서 '평등'의 근대적 의식을 부르짖었지만 그 의식을 지식으로 받아들였을 뿐 마음으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백 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의 '미투운동'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전문직 엘리트 여성 역시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이 야만적 현실을 보고 있으면 백 여 년 전의 전근대적 조선에서 우리 사회가 과연 한 발짝이라도 진보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경북북부연구원 연구이사

2018-11-29 12:10:36

김철환 작.

[갤러리 탐방]어울아트센터 'Vision'전 김철환(12월 8일까지)

백화점이 제공하는 미술전시장을 찾아가면 재미있는 광경을 가끔 본다. 그건 공공미술관이나 화랑에선 좀체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사람들은 고급 쇼핑가에 오면 자신이 지체 높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나보다. 어떤 부인들은 사교계의 큰 인물인 마냥 전시공간을 가로지른다. 내가 보기엔 미술을 즐기기보다, 그러고 있는 자기 자신을 즐기는 거다. 백화점에 있는 갤러리나 화장실이나 어차피 그들에겐 같은 편의시설이다. 미술에는 그다지 취미가 없지만 귀빈 대접은 받아야 하는 그 분들은 화장실에 가서는 황금변이라도 보는 걸까? 그럴 리가.작가 김철환은 자기 몸에서 떨어져 나간 부스러기들 모아서 자기 작품에 쓴다. 으, 상상만으로도 더럽다. 각질 손발톱 비듬 털이 재료다. 원료 수급이 더딘 점은 있어도, 재료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생각해보자. 내 손발과 눈코입귀와 모든 장기는 내 일부다. 그럼 내가 흘린 콧물과 가래침은 뭔가? 미용실에서 자른 머리카락을 보며 '영원히 안녕'이라고 슬퍼하는 사람이나 상황도 있겠지? 아무튼 우리는 어느 안에 속해있을 땐 괜찮은데 거길 벗어나면 위험하거나 더러운 대상으로 취급한다. 가령 깨끗하게 조리된 밥과 국과 반찬을 입 한 번 대지 않은 채 버릴 목적으로 한 냄비에 부어 담았다. 그 음식물들은 깨끗한가, 더러운가? 인류학자 매리 더글라스가 쓴 '순수와 위험'을 읽으면 우리의 이런 관념을 집요하게 밝히고 설명하니까,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작가가 '생산물-샤워찌꺼기'라고 이름 붙인 이 작품은 욕실에서 머리 감고 싱크 구멍마개에 시커멓게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모아서 만든 작품이다. 한 술 더 떠, 작가는 그렇게 비누 때 낀 잔해를 값비싼 진열장 안에 보물처럼 쌓아서 보관한다. 그 고급스러운 형식이 작품의 포인트라는 건 관객들이 대번에 알 수 있다. 비슷한 유형의 작업이 외국에는 꽤 있는데, 가까이 있다는 명목으로 김철환 작가에게 한 번 물어보자. '도대체 왜 이런 더러운 걸 미술이라고 뻔뻔히 내세우는지?' 작가는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좀비나 악령이 나오는 공포영화를 볼 땐 그 세상은 그냥 지옥이에요. 영화가 끝나고 밖에 나오면 사람들은 비로소 우리가 사는 여기가 천국이라고 느낄 거예요.' 세상에 있는 모든 추함을 한 곳에 모아두면 나머지 곳들은 다 아름다워 보인다. 그래서 미술이다.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

2018-11-29 11:08:52

삽화 권수정

[이주향의 이야기와 치유의 철학]휘게(Hygge), 일에 쫒기지 않기

송년회가 하나 둘, 시작되지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 떠나보내야 하는 동료들, 다시 시작해야 하는 직장 선후배들, 그외 이런 저런 이유의 모임으로 저녁이 없는 삶을 보내다 보면 더 이상 송년은 조용한 성찰이 아니라 번다한 일이고, 잠 도둑입니다.그렇잖아도 바빴던 날들에 더 바쁘고 더 정신없는 날들을 보태며 한 살을 먹기는 아까운 나이가 됐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우렐리우스의 이 말을 자꾸 화두처럼 챙기는 모양입니다. "너무 많은 일에 쫓겨 스스로를 망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저녁식사를 하지 않은 지 오래된 까닭에 저녁모임은 가지 않지만 점심 모임은 종종 있는 편입니다. 가깝게 지내는 지인 몇이서 일요일 점심으로 모였습니다. 집에서 음식 하나씩 해가지고 나눠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 모임입니다. 거기서 잘 나가는 남편을 둔 한 친구에게 대학생인 아이들과 성취지향적인 남편이 부딪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그 친구 남편은 휴일에도 빼곡한 골프약속으로 인맥을 관리하며 바쁘다는 사실을 성공의 바로메타로 여기는 스타일인데, 아이들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부에 바빠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고 남편과 아이들과 마주치는 시간이 종종 생기면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대부분을 잔소리로 채운답니다. 휴일 날도 늦잠 자는 꼴을 보지 못하고, 먹는 일부터 스펙 쌓는 일까지 체크하는 남편을 아이들이 왕따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남편이 그런다네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니 집안에 자기 자리가 없다고. 그 남편, 사회적으로 잘 나가기 때문에 위기인 줄 모르는 거지만 삶의 위기인 거지요?그랬더니 늘 바쁜 다른 친구가 이런 말을 합니다."너는 너의 남편의 문제지. 우리 집에선 내가 그래. 자기들 교육비 송금하느라 밤낮없이 일하는 엄마의 노고는 아랑곳없고 지난 방학 때 나와서는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 우린,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한번 제대로 받아본 적 없고, 엄마와 느긋하게 밥을 먹어본 기억이 없어! 그런데 뒤통수 맞은 느낌인 거 아니? 아마 네 남편도 그럴 거야. 내가 번 돈 거의 전부를 송금하는데 그게 아이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허방이라는 게 처음엔 기가 막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는 무서워지는 거야. 우리 친정집에선 아버지가 일벌레였거든. 아버지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곤 일밖에 모르신다는 그것 밖에 없었어. 그런데 내가 내 아이들에게 똑같은 소리를 듣고 있는 거야."그런 가족이 많지요? 일벌레인 누군가 덕택에 경제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는 너무나 낯선 가족들 말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자녀들에게 어떤 어머니, 어떤 아버지이십니까? 최근에 아이들과 대화를 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대립과 싸움을 통해서도 서로의 마음에 다다를 수 있는 대화가 있고, 예, 알았어요,라는 수긍을 표현을 하면서도 마음을 닫아거는 대화가 있지 않나요?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당신만 믿는 일방적 잔소리 말고 서로에게 공감하며, 아니면 기분 좋게 대립하며 나눠가진 대화의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청춘도 없이, 꽃도 없이, 남의 짐을 지고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 줄 믿고 열심히만 살아온 일벌레 친구들이 가장 가깝다 믿는 아이들의 불만과 반란을 등불 삼아 자기 생을 돌아보고 있는 거지요? 내가 추구해온 가치가, 내가 믿어온 삶의 양식이 허방인 것은 아닐까, 하고."그래서 아이들을 위해 살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거야, 지금이라도! 그리고 그들이 자기 삶을 찾아 떠날 때 우리와는 다른 그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주고 믿어주면서 기분 좋게 떠나보내야 하는 거지. 앞으로는 남편이, 아이들이 가족인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이 가족 같지 않니?"북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휘게(Hygge) 전도사가 된 친구의 말이었습니다. 이제는 잘 대접하고 잘 대접받는 데 중점을 두지 말고 편하게 모일 수 있는데 중점을 두자며 서로 음식도 해오지 말자고 하네요. 그보다는 그 날 무엇이 먹고 싶은 지 의기투합이 되면 함께 만드는 과정부터 즐기자는 거였습니다. 오래된 친구끼리, 모이면 행복한 사람들끼리, 감자를 까서 감자전을 부치고, 야채를 씻어서 샐러드를 만들어먹으면서 말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 휘게의 한 형태라고 했습니다.휘게는 편안함, 아늑함, 따뜻함을 뜻하는 덴마크어라면서요? 행복은 크고 화려한 성공에 있지 않고, 1시간 단위로 약속을 해놓고 비즈니스처럼 사람을 만나는 바쁜 삶에도 있지 않습니다. 언제나 명품을 빼입고 그에 어울리는 유능한 사람들과 비싼 호텔식사를 할 수 있는 그런 능력에도 있지 않습니다. 행복은 작고 소소해보이지만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 마음이 열리는 경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아늑한 경험에 있다는 겁니다.내 공간을 정리하고 청소할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마음의 정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압니다. 함께 먹을 밥상이건 혼자 먹을 밥상이건, 직접 느긋하게 밥상을 차리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의 여유를 압니다. 시간에 쫓기며 일에 쫓기느라 마음을 나누며 살 수 없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방치하고 있는 거지요?지금 늘 바쁘게 살고 있다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빠야 하는 지 내 자신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내 삶에서 뺄 수 있는, 필요하지 않는 일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합니다. 나는 일하는 기계, 돈 버는 기계가 아니니까요.필요하지도 않은 일을 하는 것과 별 필요가 없는 것을 사들이는 것은 심리적으로는 같은 맥락입니다. 그때그때 필요하다 생각되는 것을 다 사서 모으면 내 집은 온갖 잡동사니로 넘쳐나는 여백 없는 집이 될 것입니다. 사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면 풍요로워 보이나 실상은 각박한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바쁘다는 것이 유일한 삶의 내용인 가난한 인생이 되어있을 테니.휘게는 더 많은 필요를 만드는데서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데서 옵니다. 만나는 사람도, 일도, 나 자신에 대해서도 단순화하고 단순화하고 단순화하기, 이것이 요즘 제 화두입니다. 아마도 그렇게 살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화두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장書狀'에서 대혜스님이 유발 제자인 증시랑에게 주는 편지는 곱씹을 만 합니다. "있는 것을 비우기 원할망정 없는 것을 채우려 하지 마십시오."

2018-11-29 05:30:00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 심각해진 내부의 적의 위협

세계역사를 통해 국가 존립의 위협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치명적서울 광화문 '김정은 환영단 발족식'대한민국이 감당할 한계 초과 징후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존립 문제를 논할 때 대체로 외부의 적에 대한 방어만을 말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외침에 자주 시달려온 기억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국가 존립에 있어서 더욱 중요시해야 할 대상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다.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데 있어서 보다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기 때문이다.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 정도가 심하다는 점은 세계 역사가 입증해준다. 세계 역사를 보면, 아무리 작은 국가라도 내부의 적이 없이 국민이 잘 단결해 있으면 외적의 공격에 쉽게 붕괴된 경우가 없다. 반면 아무리 많은 군대를 가진 강대한 국가라도 내부의 적이 많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상태에서 오래 존속한 경우가 없다.국가의 존립에 대해 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 까닭은 사물의 본질에서부터 비롯된다. 모든 사물의 유지와 변화에 있어서 사물의 내적 모순은 사물의 외적 모순보다 우월한 작용을 한다. 모든 사물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이 국가 존립에 대한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의 위협 차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국가 존립에 대한 내부의 적의 위험도는 국가의 정치체제가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폭이 클수록, 그리고 대외적 개방도가 클수록 더욱 높아진다. 그런 정치체제는 내부의 적이 생성·확대될 수 있는 조건을 보다 폭넓게 제공하기 때문이다.모든 선박은 적재 가능한 화물량의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초과하는 양의 화물을 싣게 되면 침몰한다. 모든 국가도 감당해낼 수 있는 내부의 적의 규모가 있고, 내부의 적의 규모가 감당해낼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게 되면 붕괴된다.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북한 집권자 김정은을 위인으로 찬양하면서 그의 남한 방문을 환영하기 위한 '위인맞이 환영단' 발족식이 있었다. 이 발족식에서 한 연사는 김정은을 위인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여러분도 곧 좋아하게 될 거예요"라고 외쳤다.언론 매체들은 그 집회의 규모가 극히 작고 시민들의 반응이 냉소적인 점을 고려하여 김정은 환영단 발족식을 '똘아이들의 장난질'쯤으로 가볍게 취급했다. 필자의 생각에는 그 집회의 정치적 의미를 가볍게 평가할 일이 아닌 것 같다. 필자의 예상으로는 앞으로 김정은 환영단 발족식 또는 그와 유사한 퍼포먼스가 전국 여러 곳에서 연쇄적이거나 동시다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예상대로 그런 퍼포먼스가 확산되면 그것은 대한민국 안에 내부의 적의 규모가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남한 사회 내에 내부의 적의 규모가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했음을 시사하는 증후들은 적지 않게 나타났다. 예를 들면 국방 태세 약화를 경고하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경멸, 내부의 적을 억제하는 국가 기구와 법제의 무력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공적 조치 및 집단행동의 빈발, 본원적인 적대 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북한을 단지 동족이라는 이유로 국가 존립을 위한 관건적 동맹의 파트너인 미국보다 중시하는 사회 풍조 등이 그것이다.지금부터라도 국민들이 위험수위에 달한 내부의 적의 규모 확대에 경각심을 가지고 그에 대응하는 노력을 전개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적재 한계를 초과한 화물을 실은 선박의 모양새가 되어, 외부의 적인 북한에 당하기에 앞서 남한 사회 내부의 적에게 먼저 당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게 될 것 같다.

2018-11-28 11:56:23

아이스크림 만들어주는 점원 로봇.(국립광주과학관)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암 수술하는 로봇을 만났다!

일본에서 아시모를 만났다. 첨단과학기술을 전시하는 도쿄의 미라이칸에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시모가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곳 직원이 축구공을 보내자 아시모가 걸어가서 축구공을 발로 찼다. 로봇 혼자 스스로 걸어가서 축구공을 차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신기한 눈빛으로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람처럼 다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휴머노이드 로봇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사람처럼 혼자 걷고 행동하는 아시모를 보면서 기계장치로 생각해왔던 로봇을 다시 보게 되었다. 멀지 않아 휴머노이드 로봇이 예쁜 옷을 입고 명동 한복판을 걸어간다면 사람인지 로봇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요즘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로봇 개발에 대해 열기가 대단하다. 이제 로봇은 먼 나라의 이야기나 미래의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속으로 어느샌가 훅~ 들어와 버렸다. 암에 걸려서 국내 병원에 가면 "일반 수술과 로봇 수술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어요?"라고 묻는다. 또한 국내 치매 예방센터에서 로봇이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이러한 의료로봇이 요즘 어떤 일을 하는지 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암 수술하는 로봇, 다빈치전립선암에 걸린 70대 환자 김 모 씨가 2017년 9월에 서울아산병원에서 1만 번째로 로봇수술을 받았다. 이제 대장암, 전립선암, 췌장 질환, 심장판막 질환과 같은 병에 걸리면 로봇수술로 치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로봇 수술하면 뭐가 더 좋을까? 일반 수술보다 로봇수술의 절개 부위가 작아서 환자의 회복도 빠르고 흉터도 작게 남는다. 그리고 의사 입장에서도 수술하는 부위를 3차원 영상으로 10배 확대해서 보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하게 수술할 수 있다. 또한 수술과정에서 의료진의 과도한 방사선 피폭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처럼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로봇수술이 기존 일반 수술보다 더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이처럼 암을 수술하는 로봇의 이름은 '다빈치(da Vinci) 수술 시스템'이다.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에서 다빈치를 개발하여 2000년에 세계 최초 수술 로봇으로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는 2005년에 도입되어 병원에서 암을 수술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 이미 다빈치가 전 세계적으로 4천 대 이상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고 로봇수술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국내 수술 로봇의 약진세계 두 번째 복강경 수술 로봇인 '레보아이(Revo-i)'를 얼마 전 의료기기 전시회에서 만났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것이어서 더 멋있게 보였다. 이것은 미래컴퍼니에서 개발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2017년 8월에 받았다. 레보아이는 위에서 살펴본 다빈치 수술 로봇처럼 내시경 수술을 하는 로봇이다. 담낭이나 전립선 절제술 등과 같은 내시경 수술에 사용된다. 레보아이도 다빈치와 같은 똑같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 국내외 많은 병원에서 수술 로봇으로 사용되기를 기대해 본다.최근 국내 기업이 다양한 수술 로봇을 개발하여 제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2010년에 세계최초로 인공관절 수술 로봇인 '로보닥'을 큐렉소가 개발하였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보행 재활 로봇, 환자 이동 보조 로봇, 중재기술 로봇 등을 개발하여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7개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골절접합 로봇 개발을 완료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리고 고영테크놀로지는 뇌수술 의료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외에도 국내 많은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의료용 로봇을 개발 중이어서 앞으로 등장할 로봇들이 어떤 수술을 할지 무척 기대된다.◆환자를 돌보는 의료로봇의료용으로 사용되는 로봇은 수술 로봇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재활을 돕는 재활 로봇도 있다. 병원이나 가정에서 환자의 건강을 돌보며 치료과정을 돕는 로봇이다. 이처럼 환자를 돌보는 의료로봇을 사용하고 있는 병원과 기관에 대한 기사가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17개의 인지 치료 게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실벗'이라는 의료로봇은 서울과 수원의 치매 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실벗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치매 예방을 위해 개발한 의료로봇이다.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에 가면 인공지능 로봇 '페퍼'가 있다. 페퍼는 환자들에게 인공지능 암센터의 안내를 하며 환자들과 게임도 한다. 또한 경희의료원에 가면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전 상담부터 진료 후 관리까지 24시간 지원하는 '챗봇'이 일하고 있다.◆쑥쑥 크는 의료로봇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의료로봇의 역사를 살펴보면 매우 짧다. 1985년에 'PUM560'이라는 산업용 로봇을 뇌수술에 사용하면서 의료로봇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최근 의료로봇을 수술뿐만 아니라 재활이나 간호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세계 40개 로봇 의료기기 업계의 2016년도 영업수익이 8조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중국 투자자문 공사는 전망하고 있다. 또한 향후 5년간 15%의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술로봇 시장은 2018년까지 540억원 규모로 연평균 45.1%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말 무서운 속도로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지금까지 로봇이라고 하면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산업용 로봇을 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요즘은 병원에서 수술하고 환자를 안내하는 로봇을 볼 수 있다. 앞으로는 환자의 치료와 재활에 사용될 다양한 의료로봇들이 속속 개발되어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의료로봇이 병원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시설과 가정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언젠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가 계란 후라이와 토스트를 들고 침대로 와서 깨워주고 집 청소도 해주지 않을까?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1-28 11:39:01

[권영재의 음악유사]방탄소년단

1961년 일본의 사카모토 큐의 '위를 보고 걷자'가 연속 3주 빌보드 싱글차트에 랭크되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남의 좋은 일에 차마 욕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1964년 도쿄 하계 올림픽이 열렸다. 개막식에서 기미가요가 웅장하게 울려 퍼지자 부러움과 부끄러움에 가슴이 메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눈물을 닦으며 우리도 힘을 길렀다.1988년 서울서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였다. 작년 사이가 '오빠는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빌보드 싱글차드 2위에 올랐다. 사카모토에게 기죽고 기미가요에 울었던 세대들은 "이 정도면 우리의 한도 어느 정도 풀렸어."라고 말 춤을 추었다. 올해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앨범차드 1위를 했다.방탄소년단은 2013년에 데뷰 한 K.M, 슈가, 진, 제이 홉, 지민, 뷔, 정국 7명의 힙합 남자가수들로 짜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조직이다. 겉으로는 다른 보컬그룹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그러나 방탄 소년단의 경영방침은 남다르다. 팬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2011년부터 트위트를 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고 7명이 하나의 계정을 통해 소식을 알린다. 보통 아이 돌은 잘 가꿔지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예쁜 모습들만 팬들에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방탄소년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와 망가진 모습, 친숙한 이미지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한국가수가 빌보드 50차트 1위를 한 것은 방탄소년단처럼 온라인에서 팬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인기를 얻는 것이 새로운 트랜드라는 것을 증명한다. 방탄소년단에는 두 명의 대구출신가수가 춤과 노래로 열창하고 있어 신이 난다. '슈가(민윤기)'와 '뷔(김태형)'이다.방탄소년의 리드 래퍼 '슈가'는 연습실에서 땀에 젖은 모습의 자신의 사진을 '디다(힘들다)'라는 대구 말 해설을 하며 트위트에 올렸다. 태전초등, 관음중학교를 졸업하고 강북고등 2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갔다. 초등학교 때부터 랩을 시작하여 독학으로 전자악기 공부를 하고 고등학교 때는 음악을 편곡해서 돈까지 버는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2016년 발표한 앨범에 제목 '724148'은 그가 대구서 통학할 때 타던 시내버스 724번을 표시한 것이라고 했다.'뷔'는 미남인데다 각종 광고나 프로그램에서 대구 말을 하여 경상도 사나이의 매력을 한껏 발휘하여 인기를 끈다. 그는 아버지가 용과 내기 당구를 쳐서 이긴 상품으로 여의주를 받는 태몽을 꾸고 태어났다고 한다. 대구시 서구 비산동에서 태어나 유치원까지 대구서 다니고 거창 가서 초·중학교를 나오고 다시 대구로 와 대구제일고등을 다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오디션에 합격하여 한국예술고등학교로 전학을 하게 되었다. 2016년에는 드라마 '화랑'으로 연기자 데뷔, 2017년에는 미국 영화 사이트 T,CZ캔들러가 2017년 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얼굴에 1등으로 뽑히기도 했다."okay, okay, okay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지./수혈받기엔 좀 힘들어 몸속에 파란 피./이 새끼는 매 앨범마다 대구 얘기를 해도 지겹지도 않나 봐. 생각을 할 수 있지만./ Im a d-boy 그래 난 d-boy 솔직하게 말해 대구 자랑할 게 별 게 없어 네기 태어난 것. / 자체가 대구의 자랑? ho 그래? 아, 그래, 자랑할 게 없기에 자랑스러워 질 수 밖 안 그래?/ ayo. 대구출신 가장 성공한 놈이네 이런 소리를 들을 거야./ 잘 봐라 이젠 내가 대구의 자랑 새 시대 새로운 바람 대구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 -방탄소년단의 고향 노래 'ma city' 중에서 대구편.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8-11-28 11:19:25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장하빈의 시와 함께] 니기미/김창제(1960~ )

장에서 밥 벌어 먹고 사는 그 아저씨기분이 좋아도 니기미!힘들어도 니기미!저놈의 입엔 니기미가주렁주렁 조롱박같이 붙었다 사장이 보너스를 줘도 니기미니캉 내캉 술 한번 씨기 묵자 니기미니기미가 밥이고니기미가 신발이고니기미가 모자인 주름살 사이사이 퍼지는 니기미새싹이 올라온다고 니기미꽃이 진다고 니기미시냇물이 조잘댄다고 니기미무지개가 희한하다고 니기미켜켜이 니기미가 얼매나 쌓였길래오늘도 싱싱한 니기미, 니기미가 몸 풀고 있다니기미, 니기미 ―시집 '경계가 환하다' (학이사, 2016)* * * '니기미'는 '네미'(너의 어미)의 경상도 방언으로, 몹시 못마땅할 때 욕으로 내뱉는 말이거나 자조적 한탄으로 쓰이는 감탄사다. "사장이 보너스를 줘도 니기미/ 니캉 내캉 술 한번 씨기 묵자 니기미" 이렇듯 막노동하는 아저씨 입에 "주렁주렁 조롱박같이 붙어" 있는, 이 막장 같은 말 '니기미'는 여기선 한낱 욕설이라기보다는 추임새로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니기미가 밥이고/ 니기미가 신발이고/ 니기미가 모자"라니! 이 얼마나 흥에 겨운 랩 가사인가? 반복되는 박자 리듬에 맞춰 힙합이나 깨끔춤이라도 추어야 할까? "새싹이 올라온다고 니기미/ 꽃이 진다고 니기미" 이렇게 입만 뗐다 하면 '니기미, 니기미'! 아무런 구김살 없이 넉살스럽게 터져 나오는 '니기미'가 우리 생의 "주름살 사이사이 퍼지"어 나가는도다. 오, 니기미! 이 가을도 무탈하게 훌훌 떠나보내는구나!

2018-11-27 17:41:32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경제칼럼] 청와대의 위험한 경제 인식

경기 예측 과도한 낙관-비관 금물통계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평가를경제가 위기수준으로 추락하는 때대통령 판단 잘못되면 참담한 결과'경제란 심리'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경제정책에서 기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도 하고 기대가 자기실현적인 속성도 있다. 예를 들어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경제주체들이 기대하고 있으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가계들은 소비를 덜 하게 되어 정말로 경기가 좋지 않게 되기도 한다. 반대로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면 기업들은 투자를 많이 하고 가계들도 소득이 늘 것을 예상하고 소비를 많이 하게 되어 정말로 경기가 좋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투자와 소비를 많이 하였는데 정작 경기가 좋지 않으면 많이 투자한 기업은 가동률이 떨어지고 심할 경우에는 투자할 때 빌린 투자금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나게 된다. 가계도 마찬가지다.문민정부 시절 신경제 5개년 계획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1993~1996년 중 평균투자증가율 10.8%, 경제성장률 8.3%를 기록했지만 원화가치 절상 등으로 1996~1997년 중 수출이 크게 둔화되면서 가동률이 하락하고 기업 부도가 증가하면서 1997년 위기를 맞았다. 따라서 경기는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평가해서도 안 되고 비관적으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특히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통계를 바탕으로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요즘 한국 경제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6개월 넘게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5월을 정점으로 장기간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정상적일 경우 82% 수준인 제조업 가동률은 72%까지 하락하고, 실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30만~40만 개 증가해 오던 취업자 수 증가는 3천 개까지 떨어졌다가 공공 부문의 급조된 단기 알바 등에 힘입어 겨우 4만~6만 개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하루에만 3천500여 개가 폐업하는 등 완전히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과 통계청도 한국 경제가 하강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고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위기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고 한국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하기까지 했다. 기업들은 내년도 투자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최근 청와대 일각에서 나오는 의외의 진단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주요 정책담당자의 진단이라는 점에서 위기감마저 느끼게 한다.이달 22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위기라고 하면서 개혁의 싹을 미리 자르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하면서 "더욱더 개탄스러운 것은 위기론을 반복하면서 계속 요구하는 것은 기업 기 살리기라는 점"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기를 살리지 않고 어떻게 경제를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21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자동차 조선업이 회복되고 있다며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근년 들어 주력산업이 추락하고 있는 환경에서 기업투자 확대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중국의 '제조 2015' 같은 규제혁파, 노동개혁, 법인세 인하 등 투자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수도 없이 강조되어 왔다. 노조는 파업을 지속하고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 협력이익공유제 등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기업들이 어떻게 노를 저을 수 있겠는가.대통령은 얼마 전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역점을 둔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얼마 전에는 고용악화가 인구구조 탓, 자영업 대란은 대기업 진입이 원인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대통령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않고는 모든 경제동향을 다 꿰뚫을 수는 없다. 경제가 위기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판단이 오도되어 더 이상 참담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정확한 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2018-11-27 16:24:53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비밀의 진정한 의미

당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다른 면모를 본 적이 있는가? 이때 우리는 아주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당혹스러움, 혼란스러움, 배신감, 분노, 좌절, 절망감 등일 것이다. 그리고 점차 강한 의구심이 들거나 부정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상대방을 이해하기도 한다.최근 5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완벽한 타인'은 비밀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다. 34년이나 알고 지냈던 동창생들은 어느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색다른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그 아이디어는 바로 식사 시간 동안 각자의 핸드폰으로 연락 오는 내용을 모두 공유하자는 제안이다. 주인공들의 거북스러운 마음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느껴지지만, 주인공들은 서로 태연한 모습으로 제안을 받아들인다. 점차 서로의 비밀이 하나둘씩 파헤쳐지는 긴장감 속에서 비밀을 숨기고자 일어나는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재미를 더해주며 영화는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숨기고자 애써왔던 각자의 면모가 서로 뒤엉킨 채 드러난다.우리의 삶과 너무나 닮아서 공감하면서도 왠지 모를 씁쓸함은 나만 느끼는 걸까? 드러난 비밀을 마주한 주인공들처럼 관객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영화는 이런 마음을 눈치챈 듯, 식탁 위 반지가 돌아가는 장면으로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한다. 그리고 동창생들이 처음 만났던 시간으로 되돌려진 영화는 평소처럼 지극히 평범한 저녁 식사와 무탈한 헤어짐으로 끝난다. 영화는 완벽한 타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척, 아니 어쩌면 부인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를 비추는 듯하다.이처럼 비밀은 때때로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이 된다. 이러한 비밀을 대하는 자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밀이 되어버린 과정이나 이유보다는 비밀의 내용에 너무나 당혹스러워한다. 둘째, 그 당혹스러움으로 잡고 있던 상대방의 손을 그만 놓친다. 셋째, 자신의 손이 놓쳐진 것을 본 상대방은 상처를 받고 뒤돌아선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타난 비밀 앞에 연결된 손을 놓고 각자의 제자리로 되돌아가 버리는 영화처럼 말이다. 이때의 비밀은 우리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지 말아야 할 존재이며, 죽을 때까지 숨겨져야 할 존재가 된다. 결국 우리를 더욱 완벽한 타인으로 만들 뿐이다.그러나 때로는 이와 다른 비밀도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배우자의 비밀을 알게 되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그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그러나 그 당시 그는 비밀을 다르게 대했다. 바로 비밀 앞에서 도망가지 않고, '왜 비밀을 만들 수밖에 없었을까?' 하며 배우자의 삶을 궁금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궁금증은 배우자의 삶을, 그리고 자신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로 변했다. 이때의 비밀은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기회를 주는 존재이다. 그리고, 변화된 나와 네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창조의 존재, 회복의 존재이다.어쩌면 비밀은 비밀의 내용보다 비밀을 만들게 된 역사와 함께 바라볼 때 비밀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지 않을까?

2018-11-27 10: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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