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우은희 작 '전혜린의 무덤'

[내가 읽은 책]전혜린과 데미안 '데미안', 헤르만 헤세, 북하우스 2013

헤르만 헤세는 1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포로후원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이 책을 집필하였다. 그리고 전쟁이 멈춘 이듬해인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판하여 그해 젊은 신인작가에게 주어지는 폰타네 상을 수상하였다."나는 나 자신 속에서 스스로 나오려는 것만을 살려고 시도했었다.왜 그것은 그렇게도 어려운 일이었을까?"'데미안'의 첫 구절을 전혜린의 유고집에서 먼저 보았다. 내 머릿속의 관념이 타인의 종이 위에서 오롯이 형체를 갖춘 것을 보고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웃을 일이지만, 그녀가 번역한'데미안'을 찾기 위해 그 옛날 남문시장에서 대구역 지하도까지 헌책방이란 헌책방은 모조리 찾아 다녔다. 뜻밖에 전혜린의'데미안'은 친구네 학교 도서관에서 발견되어 필자의 손으로 들어왔다.책은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기에 성장소설의 고전이라는 반열에 올라있다. 어느 시기에 누구나 한 번은 겪게 될 정신적 발달단계를 분석심리로 조명한 최초의 소설이다. 심층심리학에서 말하는 의식과 무의식을 아우르는 정신의 중심에는 자기가 있다. '자기'의 상징이 바로 데미안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 중요한 물음으로, '공사중'인 사춘기의 뇌는 정체성을 확립한다. 결코 간과하거나 여과될 수 없는 생의 골든타임. 무의식을 자각한다는 것은 여태까지 알고 있던 세계가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며, 기존의 세계를 파괴하고 새로운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데미안은 고뇌하고 방황하는 청춘들이 거치는 관문이며, 스스로 초월하여 도달한 성장의 결과이다.우리나라에서'Demian'은 1955년 영웅출판사에서 펴낸 김요섭 번역의 '젊은 날의 고뇌'가 처음이다. '잠을 자던' 책을 1966년 문예출판사가 창업하면서 첫 책으로'데미안'-공짜에 가깝게 판권을 사다 제목만 되살린- 을 출판하였다. 5천 부를 넘기면 베스트셀러가 되던 시절에 1년 만에 5만 권을 판매했으니, 시쳇말로 대박을 친 것이다.(이미 1964년 신구문화사의 '노벨문학상전집' 헤세편에 전혜린의'데미안'이 실렸으나 전집류다 보니 일반 독자와는 거리가 있었고, 서점에는'젊은 날의 고뇌'가 있었지만 그것이'데미안'인 줄 몰랐던 것이다.) 이렇게 원래의 제목을 되찾은 것은 1965년 '문학춘추' 1월호에 실린 전혜린의 작품해설이 결정적이었다. '데미안은 하나의 이름, 하나의 개념, 하나의 이데아다. 우리 자신의 분신이다.' 그녀의 글이 젊은이들 마음속에서 막연히 형성되고 있는 어떤 것에다 확실한 명칭을 부여하고 의미와 방향을 제시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며, 독일문학의 불모지에서 데미안의 이름을 찾아준 독일문학 번역의 초번(初番)임에 틀림없다. 흔적이 있는 한 망자는 완전히 망각되지 않는다, 무덤처럼.'Demian'(독일 유학시절 헤세에게 팬레터를 보낸 전혜린은 그로부터 수채화 한 장과 책을 선물 받았다.)탄생 100년에 전혜린을 생각한다. 서른한 살에 요절한 전혜린이 살아있다면 85세, 헤세가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세상을 떠난 그 나이다.우은희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19-03-13 13:15:41

양성필 대구시립국악단 악장

[기고] 전통예술의 멀티플렉스가 필요하다!

최근 대구국악협회가 주축이 되어 지역 국악인들의 염원인 '국악전용극장' 설립 추진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늦어도 한참 늦은 일이지만 국악인으로서 또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임에 분명하다.필자는 10년 전 즈음 지금의 대구삼성창조캠퍼스 부지에 국악당을 설립하여 콘서트하우스, 오페라하우스, 국악당의 세 개 공연장을 하나의 벨트로 묶어 공연문화 중심도시로의 지향점을 몇몇 문화 관련 인사들에게 제안한 바 있다. 또 수년 전에도 국악전용극장 추진 움직임이 있었으나 어떠한 이유인지 모르게 유야무야되었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만큼은 주도면밀한 계획과 실행이 따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전통문화는 한 민족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비해 엄청난 전통문화 유산을 물려받은 대단한 민족으로 수십 년의 일제강점기 문화 말살 시기를 거치면서도 그 맥을 잃지 않고 계승과 발전을 해왔다.오늘날 미주와 유럽의 젊은이들은 K-POP이라는 거대한 한국발 문화 조류에 열광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또한 높은 것도 사실이다.그러한 연유로 문화 강대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그것을 토대로 창의적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2017년 대구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선정이 되었고 필자는 음악창의도시로의 향후 대구시의 역량과 방향을 논의하는 실무회의에 참여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나는 "전통음악의 탄탄한 기반이 없는 창의적인 사업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국제적인 도시로의 위상과 경쟁력은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고유함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작업이 이루어질 때 극대화된다" "다른 나라의 음악가들이 도저히 흉내 내지 못할 고유함은 바로 한국의 전통음악이며 이것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공적 지원과 더불어 전통문화예술의 소프트웨어를 집약할 수 있는 충분한 하드웨어(공간)를 보유해야 함이 당연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이번 기회에 좀 더 확장된 시각에서 '국악전용극장'을 포함한 '대구 전통예술공원'(가칭)을 제안한다.접근성이 용이한 도심에 전통예술의 다양한 공연이 선보일 국악당과 교육이 이루어질 교육장, 그리고 무형문화재의 체험 공간과 다양한 문화 상품의 소비가 이루어질 원스톱 복합 공간이 들어서야 한다.주변은 고증을 통한 한국의 전통 정원을 조성하여 시민들에겐 산책과 휴식을, 관광객들에겐 한국 전통문화 체험 공간으로, 또 대구를 대표할 랜드마크로서의 위상을 갖춘 그야말로 전통문화의 멀티플렉스가 만들어진다면 대구시가 표방하는 1천만 관광도시 조성의 한 축이 될 것이며 다음 세대에 자신 있게 물려줄 유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현재 국악전용극장 건립을 촉구하는 대구시민 1만 명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당위적인 명분이 있는 사업으로 판단되는 만큼 대구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여 실행해주기를 바란다.

2019-03-13 12:58:48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매일춘추]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

나는 간혹 누군가를 만날 때, 자신의 드러내기 힘든 일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사람들을 보며 존경의 마음을 느낀다. 인간이 가장 행복할 때는 자기다움을 찾을 때라는데, 사실 이 자기다움을 찾는 데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더욱이 인생이라는 것이 평온하게만 살 수 없는 것이어서 폭풍을 만나면 피하고 보던가, 부정하거나 남 탓하고 싶어 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 순간에 직면하여 그 고통까지도 자신의 몫임을 받아들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사실 우리는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기준을 세워놓고 타인의 말에 좌지우지하며 살아 피곤할 때가 많다. 사람은 자기다울 때 빛이 난다.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모방하고 비슷해지려고 시도하는 순간 우리는 타고난 광채를 상실한다. 그리고 그 삶을 좇기를 희망하는 순간부터 현실과의 괴리와 모순에 부딪히며 좌절하고 불안해하며, 그 삶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진다. 사람들은 남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소문을 만들어내지만, 그 속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진실이고, SNS속의 그럴듯한 삶이 좋아보일지 몰라도, 사진 한 장만으로 그들의 삶을 알 수가 없다.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가장 큰 체력소모와 위축은 자신의 결점을 감추는 데서 온다고 한다. 타인에게 나의 결점을 감추느라 거짓말이 꼬리를 물게 되고 피곤한 인생이 된다. 차라리 과감히 드러냄으로 에너지 낭비를 절약하고, 그 에너지로 내가 가진 장점을 통해 더 큰 매력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내가 결점을 드러냈다고 나를 비난하고 무시하는 사람이라면, 언제가 됐든지 나를 떠날 사람이었다 생각하고 미련 둘 필요가 없다. 차라리 일찍 헤어져 내 인생이 더 잘될 것일지도 모른다.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정하는 사람은 앞으로의 나의 삶을 자신 있게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행복한 미래가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주어진 인생의 고해와 희노애락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너그러움과 유연성이 있고, 자신의 짐을 담담히 지고 나가는 용기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그 사람만의 아우라를 뿜어내게 한다. 나는 내가 되어 살아가야 한다.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가 아니라, 남에겐 없을 수도 있지만 '나한테만 주어진 것이 있다'라고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아무리 훈수를 두어도, 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고, 나의 행복의 방향성과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나에게 있다. 내 삶은 내 몫이다.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3-13 12:58:18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 목사

[종교칼럼]초미세 먼지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었다. 미세먼지 공포가 국민들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기 1㎥당 10㎍ 이상의 초미세먼지가 전 세계 인구 1명당 기대수명을 1.8년씩 단축시킨다고 한다. 같은 방식으로 분석하면 흡연은 1.6년, 음주와 약물중독은 11개월씩 수명을 단축한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술, 담배보다도 해롭다는 것이다. 먼지 농도가 10배가 되면 어떨까? 다른 연구에 의하면 100㎍/㎥ 정도의 초미세먼지는 매일 담배 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다고 한다. 끔찍하다. 그런데 이건 현실이다. 최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178㎍/㎥까지 올랐고, 충북은 239㎍/㎥를 기록했다. 이를 어찌하랴.하늘이 연일 회색이다. 이젠 하늘색을 푸른색에서 회색으로 바꿔야겠다. 실례로 독일의 어린이들이 풍경화를 그릴 때 하늘을 파란색으로 칠하는 아이는 드물다. 두꺼운 구름이 깔린 어두운색으로 그리는 어린이가 더 많다.초미세먼지가 우리 일상을 뒤집어 놓는다. 아내는 신천을 거니는 것이 기쁨인데, 이제는 반드시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한 후에야 외출한다. 아들이 쉬는 시간에 농구를 하고 상대 팀을 이겼다고 즐거워하는 데 엄마는 미세먼지 때문에 왜 야외에서 운동을 했냐고 야단을 친다. 자영업자들은 초미세먼지 때문에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울상이다.이젠 꽃들이 만발하는 봄이다. 봄날에 꽃구경이나 제대로 하게 될지 걱정이다. 나는 자주 두려운 상상에 사로잡힌다. 공해물질이 미세한 분자로 쪼개져서 세포막을 그대로 투과하여 세포 내 물질에 흡착된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며칠 전에는 악몽까지 꾸었다. 초미세 중금속이 DNA의 핵산 사이에 끼어 들어가서 유전자 배열이 뒤틀렸다. 사람의 눈 하나가 뒤통수에 가서 붙어 있고, 손과 발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사람이 서커스하듯이 바닷가의 게처럼 걸어다니고 있었다. 춘몽이 악몽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값싸게 보급해달라고 한다. 교육기관과 공공기관에 공기정화기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임시방편이다. 도심에 대형 공기정화기를 설치할 것을 검토한단다. 그런 방법이 유효하다면 여름이 유난히 더운 대구시는 요지마다 대형 에어컨을 설치할 것인가?수도권에서는 지난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효했다. 비상저감조치는 주로 자동차 운행 제한조치다. 하지만 자동차로 인한 미세먼지는 2% 정도이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로 줄일 수 있는 미세먼지 양은 전체의 1.5% 정도이다.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도 다량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엔 고등어가 억울하게 미세먼지의 주범이 되었다. 모든 생선과 삼겹살을 구울 때, 쓰레기 소각 때 미세먼지가 나오는데 말이다. 미세먼지는 그 원인도 미세하다. 이제는 진지하게 미세한 관심을 갖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강구해보자. 티끌 모아 태산이란 속담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미세한 방법들이 모여 태산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에 우리는 마음가짐부터 미세한 사랑을 갖자. 미세먼지가 한 번 몸에 침투하면 치명적이라는 데, 미세 사랑도 사람의 마음에 한 번 침투하면 결정적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미세먼지에 관심을 갖는 동시에 이웃의 미세한 형편을 잘 헤아리는 관심을 갖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미세 관심 말이다. 악몽이 길몽으로 바뀌도록.

2019-03-13 10:40:19

사회 이슈를 활용해 바이럴 광고를 만든 기발한 치킨. 유튜브 영상 캡처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가난한 스타트업은 어떻게 광고해야 하나?

"저희같이 돈 없는 스타트업은 어떻게 광고해야 하나요?"막 창업을 시작한 대표의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들 중엔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창업한 사람, 대기업을 퇴사하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 사람도 있다. 그들의 절박한 상황을 알기에 저런 질문을 받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모두가 볼 수 있는 이 칼럼을 통해서 스타트업의 광고 전략을 공유하려 한다.결론부터 말하자면 광고에는 돈이 필요하다. 당연한 사실이다. 작은 스티커를 붙이는 광고에도 소액이지만 제작비가 든다. 블로그나 SNS는 돈이 들지 않을 것 같지만 우리는 매월 꼬박꼬박 통신비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최대한 적은 예산으로 효과적인 광고를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첫째, 사회 이슈에 자신의 브랜드를 올려 태워라. 2015년 3월 MBC 프로그램 녹화를 하던 두 연예인의 반말로 인한 다툼이 이슈가 되었다. '기발한 치킨'이라는 브랜드는 이 이슈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너, 어디서 반말이니?'라는 영상 속의 말을 '너, 어디서 반 마리니?'라는 말로 바꾼 패러디 광고를 제작한 것이다.해당 영상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고 4년이 지난 지금 150만이 넘는 유튜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패러디 영상을 찍은 제작비는 고작 50만 원 선이었다고 한다. 유명한 치킨 브랜드들은 인지도와 매출 상승을 위해 1년의 수십억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기발한 치킨은 적은 예산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것이다. 사회 이슈를 예민하게 캐치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덕분이었다.하지만 위의 법칙에 중요한 단서를 붙이고 싶다. 이슈를 활용할 때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패러디를 당하는 사람도, 패러디하는 사람도, 그것을 보는 사람도 '허허'하고 웃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타인의 고통을 지나치게 희화화한다든지 사익을 위해 악용한다면 그 브랜드의 호감도는 오히려 떨어진다. 소비자들에게 역풍을 받게 되는 것이다.둘째, 영혼 없는 광고는 안 하는 것이 좋다. 당신이 음식점을 개업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의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가득할 것이다.'동성로 맛집을 검색했을 때 우리 집이 나와야 해! 당장 온라인 광고회사 불러!'그렇게 당신은 블로그 체험단을 부르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당신의 브랜드는 다른 식당과 무엇하나 다른 것 없는 음식점이 되어 버린다. Only one(단 하나뿐인) 브랜드가 아니라 one of them(그들 중의 하나)이 되어 버린다. 모두가 그런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남들이 가는 길에서 돌아서서 오히려 반대 길로 전진하라. 남들이 체험단에, 검색 광고에 열을 올릴 때 묵묵하게 음식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라. 당신의 영혼을 인위적인 광고에 쏟지 말고 음식에 쏟아라. 고객은 진심을 알아차리게 마련이다.셋째, 상업성을 오른손에, 공익성을 왼손에 두어라. 모든 스타트업은 돈을 벌어야 한다. 이것은 불멸의 진리다. 피가 없으면 사람이 죽어버리듯 스타트업도 돈이 없으면 죽게 된다.상업성과 공익성의 균형을 잘 맞춘 Toms라는 신발 브랜드가 있다. 신발 한 켤레가 팔리면 또 다른 한 켤레를 기부하는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런 착한 마케팅은 입소문을 빨리 탄다. 많은 소비자의 참여로 6개월 만에 아르헨티나로 1만 켤레를 기부하게 된 것이다. 남의 지갑을 여는 일은 정말 힘들다. 하지만 지갑을 열도록 하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내가 먼저 주는 것이다. 내가 먼저 베풀면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연다. Toms는 그것을 잘 아는 브랜드이다.이 외에도 여러 가지 법칙들이 있는데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나머지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시장에서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워보길 바란다.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실패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실패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실패가 끝이 아니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의 창업 실패율은 80%가 넘는다. 야심 차게 창업했지만 10팀 중 8, 9팀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실패를 부끄러운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성장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인식한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광고가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의 광고로 대박을 친다는 생각보다 꾸준히 고객들과 소통한다는 생각으로 광고해야 한다. 창업자의 진심을 고객들에게 알린다는 마음으로 광고해야 한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3-13 09:36:00

서영완 작곡가

[매일춘추]'백색소음'들으러 숲속으로?

위키피디아에서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라는 신조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자율 감각 쾌락(혹은 쾌감)반응은 주로 청각을 중심으로 하는 인지적 자극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형언하기 어려운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 따위의 감각적 경험이다. 흔히 심리 안정과 집중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백색소음 등의 새로운 활용으로 볼 수도 있다.'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자주 귓속말하듯 속삭이는 소리와 함께 비닐과 같은 사물을 비벼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마이크 가깝게 녹음해서 오랜 시간 들려주는 영상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이러한 소리가 심리적 안정감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게 들렸다. 그리고 이런 소리를 '백색소음(White Noise)'으로 소개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우려는 백색소음을 즐기러 숲속에 가자는 동료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절정에 다다랐다.먼저 '백색소음'의 정확한 의미는 아주 낮은 소리로부터 높은 소리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영역에 걸쳐 똑같은 볼륨의 에너지를 동시에 방출시킬 때 들리는 소리를 말한다. 이는 헤어스프레이를 뿌릴 때 나는 소리와 흡사하다. 또한, 폭포수 소리와 매우 비슷한 성질의 소리이기에 이 백색소음을 폭포수영상에 덧입히더라도 사람들은 눈치채기 어렵다. 물론 핑크노이즈라는 다른 개념을 가지고 와야 더욱 자세한 설명이 되겠지만 그러면 이야기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먼저 백색소음의 특징은 불규칙한 소리의 집합체라는 점이다. 마치 삼원색의 빛을 합하면 하얀색이 되듯이 모든 소리를 매우 복잡하고 랜덤하게 합쳐버리면 백색소음이 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어느 정도 백색소음에 익숙하게 되면 이 백색소음보다 작은 생활잡음, 예를 들어 냉장고 소리, 층간소음, 모기소리와 같은 원하지 않는 잡음들을 가릴 수 있게 된다. 이는 멜로디와 코드, 그리고 리듬을 가진 음악을 듣는 것과는 달리 우리에게 어떠한 감성이나 이미지를 만들게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원하지 않는 소리를 다른 소리로 가리는 것을 마스킹효과(masking Effect)라고 하는데 백색소음이 가장 좋은 도구로 이 소리에 익숙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다양한 불필요한 소음들로부터의 해방을 경험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해방을 통해 우리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집중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즉 백색소음은 ASMR에 포함되지만 ASMR이 백색소음이라고 소개 하는 것은 부적절 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ASMR은 자연잡음까지 포함하고 있는 상위개념이지만 백색소음은 인공잡음(전기기계로 만든 잡음)에 속한다. 즉 숲속에는 백색잡음이 없다. 아주 복잡한 자연의 소리가 우리를 편안하게 할 뿐이다. 서영완 작곡가

2019-03-12 11:24:19

이물질 섭식에 따른 구토 유도 (출처: wiki)

"개가 골프공을 삼켰어요"…이물 섭취 시 '과산화수소수'로 구토 유도해야

다롱이(2·말티즈)가 양념치킨 뼈를 가득 먹은 채 내원했다. 엑스레이 검사에서 다롱이 위에는 부러진 닭 뼈가 가득했다. 신속하게 구토 유발 주사를 처방해 구토를 유도했으나 일부 뼈들은 이미 장으로 내려간 상황이었다. 더불어 양념 속 마늘 성분으로 인한 용혈과 혈색소뇨가 지속됐다.불리(5·불독)는 호흡이 곤란한 상황에서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골프공을 삼켜 공이 흉부에 걸린 상황이었다. 흉부 식도를 막은 골프공은 입으로도 뱉지 못하고 위로 내려가지도 않았다. 내시경과 위 절개 수술을 통해 무사히 골프공을 제거할 수 있었다.초콜릿, 자일리톨, 양파와 마늘이 포함된 음식, 포도, 상한 음식, 감기약, 자동차 부동액 등을 개가 먹으면 매우 심각한 중독 증상이 발생한다.또 닭뼈, 플라스틱 장난감, 동전, 귀걸이, 복숭아 씨, 개껌 등을 먹고 장관이 막히거나 장이 천공되어 수술받는 경우도 있다.개가 먹어선 안 되는 물건을 물고있는 경우, 보호자가 물건을 뺏으려하면 개는 급하게 삼켜버리는 습성이 있다. 이 경우 보호자는 뺏으려 하지 말고 개가 좋아하는 간식을 제공하는 등 개가 한 눈을 팔게 해 물건을 치울 것을 권한다.이물을 삼킨 경우에는 보호자는 당황하지 말고 개의 상태를 관찰하여야 한다.이물이 크다면 흉부에 위치한 식도에 이물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개는 불편한 호흡을 보이며 이물을 뱉으려는 노력을 반복한다. 10분 내로 이물을 토해내지 못한다면 응급 상황으로 이해하고 신속히 동물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작은 이물은 곧바로 위로 들어가지만 소장을 통과하면서 장폐색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개가 외관상 이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가정에서 구토를 유도해 이물을 토하도록 한다. 먹지 않아야 할 음식을 먹은 경우 역시 신속하게 구토를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다.가정에서 개를 구토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과산화수소수(3%)를 먹이는 것이다.과산화수소수 급여 용량은 kg당 1cc (체중 5kg당 1티스푼)이다. 주사기 또는 투약병을 이용하여 송곳니와 어금니 사이에 주입하면 쉽게 급여할 수 있다. 급여 후 10분 정도 걷거나 몸을 흔들어 주면 위 내에서 거품 포말이 잘 형성돼 구토가 빨라진다. 한 번 구토를 하더라도 음식물의 일부가 위 내에 남아있으므로 추가적으로 구토하지 않는다면 10분 뒤 동일량을 한번 더 급여하면 된다.과산화수소수는 위·식도 점막을 자극하고 산소 포말이 발생하면서 비릿한 팽만감을 줘 구토를 유발시킨다. 하지만 투여량이 많을 경우 식도와 위점막의 손상이 우려되므로 응급처치 시에만 정해진 양을 급여하는 것이 좋다.떡처럼 점성이 있는 음식이 기관지에 걸려 호흡 장애를 겪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보호자가 흥분하여 입을 벌리고 손가락으로 이물을 제거하려다 보면 사람이 다치거나 개를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 보호자는 30초 정도 냉정하게 개를 관찰하고 확연히 숨을 쉬기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되면 사람의 '기도 내 이물 제거를 위한 응급처치 요령'처럼 3-4회 차례 가슴을 강하게 압박하여 기관지 내 이물이 토출되도록 시도한다. 하지만 소형견 일수록 기도 내 이물 토출은 어려우므로 최대한 신속히 동물응급센터로 이동하여 응급시술을 받아야 한다.이물과 중독성 음식물을 먹고 난 후 구토를 시키더라도 위험요소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가정에서의 응급처치 후 신속히 동물병원에 가서 이물의 잔존 여부와 후유증에 대하여 수의사의 상담과 처방을 따르시기 당부드린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3-12 09:26:47

인수일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

[인수일 교수의 과학산책]천재는 고난을 이겨냈을 때 비로소 평가 받는 것이다.

천재는 고난을 이겨냈을 때 비로소 평가받는 것이다.(스티븐 호킹 서거 1주년을 돌아보며)2018년 필자에게 가장 비통했던 뉴스는 단연 스티븐 호킹 교수의 서거 소식이었다. 천재 물리학자로 불리던 스티븐 호킹 교수가 작년 이맘때인 3월 14일 타계한 것이다. 나는 사비를 털어 학교에 분향소를 마련했고 인근 학교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와 조문하는 행렬을 지켜보면서 남다른 감회에 젖었던 기억이 난다.2004년 호킹 교수와의 첫 만남은 아직도 생생하다. 연구를 마치고 기숙사로 갈 때는 어김없이 그의 집 앞을 지나가야 했고 그가 이웃이라는 존재감은 힘든 유학 생활 동안 마음의 위안과 자양분이 되었다. 그는 자상했고 많은 교훈과 영감을 주었으며 그와의 만남은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2007년 그의 모친인 이사벨 호킹과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이브는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2008년 학위를 마치고 그의 오피스에서 감사와 작별의 악수를 했는데 아직도 그의 손에서 전해오던 감촉을 잊을 수가 없다.호킹 교수는 우리가 흔히 천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다. 그는 20대 초반에 우주는 하나의 특이점에서 탄생한다는 이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연구는 그가 루게릭병으로 불과 수년 안에 죽을 거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서 병마와 싸우며 이룬 업적이었다. 병이 진행되면서 그는 거동뿐만 아니라 의사소통도 불가능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1979년에는 뉴턴과 같은 저명한 학자에게 수여되는 루카시안 석좌교수가 되었다. 딸아이의 학비를 벌어보려고 썼다는 '시간의 역사'는 전 세계에 1천만 부 이상이 팔리며 그를 대중적인 스타 과학자로 만들어 놓았고 일반인들의 지적인 호기심을 지구의 탄생과 우주의 역사로 확대시켰다.내가 퇴근해 기숙사로 들어가는 자정 무렵에도 호킹 교수의 방에는 항상 불이 켜져 있었다. 환하게 켜진 그의 방 창문은 어두운 골목길을 안내하는 등대와 같았다. 불을 켜고 주무시는가 보다 생각했지만 당시 호킹 교수의 부인이었던 일레인 호킹은 그가 새벽 2시까지 공부하다 잠이 든다는 얘기로 나를 놀라게 했다. 휠체어에 묶인 채 거동은 불편하지만 그의 정신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저 우주의 끝자락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었던 것이다.천재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우리는 흔히 머리가 좋거나, 공부 잘하는 사람을 천재라고 치켜세우며 타고난 능력의 소유자임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스티븐 호킹 교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육체와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면서 연구 업적을 쌓아 올린 노력파였던 것이다. 천재란 어려서 어떤 두각을 나타내고 사라지는 혜성이 아니라 오랜 세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어 갈 때 비로소 대중들로부터 평가받는 것이다. 나는 '천재란 스스로 그러하다는 고난을 이겨내며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죽는 날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해 보이는 우리 모두는 천재라고 칭송할 만하다. 너무 일찍 머리 좋은 학생들을 천재나 영재라고 부르며 치켜세우는 것은 어린 학생들의 정서에도, 창의력 발달에도 좋지 않다. 오늘 부족한 아이도 내일 천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2019-03-11 19:30:00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필름통] 칠곡가시나들

'연상이/ 내 타입인데/ 이젠 없어.'일본 어르신 시 짓기에서 대상을 차지한 92세 할아버지의 시다. 할머니가 연상이었는데 사망해서 이제 곁에 없다는 말일 수도 있고, 연상의 할머니들이 다들 돌아가셔서 연애할 사람이 없다는 말일 수도 있다. 전자라면 애틋함이 묻어나고, 후자라면 유쾌하고 건강한 노년의 삶이 위트 넘치게 그려진다.99세에 시집 '약해지지 마'로 일본에서만 150만 부가 넘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세계 최고령 시인 시바타 도요(2013년 101세로 사망). 그녀는 가세가 기울어지면서 평생 글 쓰는 일과는 먼 삶을 살았다. 어머니의 글 재능을 알아본 아들이 신문사에 시를 투고하면서 시인으로 데뷔했다. 이때 나이가 92세였다.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약해지지 마)조곤조곤 말하듯 적은 시다. 시는 가장 솔직 담백할 때 공감하고 감동을 느끼게 된다.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감독 김재환)이 화제다. 개봉 9일 만에 3만 명의 관객을 돌파했고, 10일에는 영화를 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주인공 할머니들에게 편지와 선물까지 보내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팬 사인회까지 다니며 만년에 스타가 됐다.영화는 칠곡군 약목면 일곱 할머니들이 주인공이다. 평균 나이 86세. 모두 1930년대생으로 평생 글을 모르고 살다가 인생의 끝자락에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이다. 처음 간판을 읽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할머니들의 인생 정담에 관객은 웃다가 울고, 또 웃다가 잔잔한 행복으로 울컥해진다.'인생 팔십 줄 사는 기 와 이리 재민노' '가마히 보면 시가 참 만타/ 여기도 시/ 저기도 시/ 시가 천지삐까리다.' 할머니들의 시는 그 어떤 가식 없이 속마음을 콩 까고 치마 털 듯이 그대로 전해준다. 그게 이 영화의 힘이고, 우리가 잊고 지내고 있는 것들이다.filmtong@hanmail.net

2019-03-11 19:30:00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衆口難調(중구난조): 누구의 입맛에 맞춰야 할까.

여러 사람의 입맛(衆口)을 다 맞추기는 어렵다(難調)는 말이다. 중국 선현들의 금언을 뽑아 엮은 '명심보감'(明心寶鑑)의 성심(省心) 편에 나온다. 불교서적 '오등회원'(五燈會元)의 이야기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고루 적셔주는데, 나무들은 왜 가지런하게 자라지 않습니까?" 하고 묻자 스님이 "양고기 국이 아무리 맛있어도 먹는 사람의 입에 다 맞추기는 어렵다"(羊羹雖美, 衆口難調 양갱수미 중구난조)고 한 구절에서 유래했다. 사람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의 입을 막기 어렵다는 중구난방(衆口難防)의 의미로도 쓰인다.주(周)나라 여왕(勵王)은 정사를 비방하는 자를 찾아 죽이는 폭군이었다. 소공(召公)이 이를 간(諫)하자 여왕은 무당까지 불러다 감시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만나면 눈인사만 했다. 여왕은 소공에게 "나를 비방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지 않소" 하자, 소공은 "백성의 입은 둑으로 물을 막기보다 어렵습니다(防民之口 甚於防川). 물이 막히면 언젠가 둑을 무너뜨릴 것이고, 많은 사람이 상하게 됩니다. 제방을 쌓아도 물이 흘러내리도록 해야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말을 하게 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여왕은 소공의 충언을 따르지 않았다. 3년도 지나지 않아 백성들은 난을 일으켰고 여왕은 도망하여 평생 갇혀 살았다. 백성의 소리 즉 민의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교훈이다.영조는 당쟁 완화와 왕권 신장을 위해 불편부당의 탕평책을 내놓았다. 비망기(備忘記: 왕명을 전하는 문서)를 내리면서 "화창한 때에 생물들은 모두 즐길 줄 아는데 우리 백성들만 유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탄하며 신하들을 독려했다. 정치는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중도로 중구난방이다. 서로 견해가 같지 않으니 중구난조의 형국이다. 견인견지(見仁見智)해야 바른 정치가 된다.

2019-03-11 19:30:00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신병주교수의 역사와의 대화]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상룡과 이회영

어린 시절을 안동에서 보낸 필자는 낙동강변에 위치한 고가 임청각에 대한 기억이 또렷하다. 아버님과 아침 일찍 집 근처 영남산을 등산하고 내려오는 길에 눈에 들어온 유적이 임청각과 신세동 칠층전탑이었다.당시는 이 유적들이 가지는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다. 다만 이들 유적이 철로변에 너무 가까이 있어 기차의 우렁찬 기적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훗날 임청각을 가르고 중앙선 철도가 생긴 것은 일제의 만행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석주(石洲) 이상룡(李相龍·1858~1932) 선생의 고택 임청각은 독립운동가를 대거 배출한 곳으로 유명하다. 2018년 광복절에 이상룡의 손자며느리 허은 여사가, 올해 3·1절에는 부인 김우락 여사가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돼 임청각 출신 독립유공자는 11명이 되었다.임청각 외에도 안동 지역에서는 369명의 독립운동가가 배출돼 그야말로 '독립운동의 성지'가 되었다. 김동삼, 이육사 등이 안동 출신의 대표적 독립운동가다. 의성 김씨 종택이 있는 내앞마을 인근에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이 건립된 것도 이러한 역사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전 재산 처분 독립운동에 몸 바쳐 이상룡은 1910년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자 서간도로 망명하여 이회영, 이시영 등 동지들과 함께 경학사를 조직하고 신흥강습소를 설립했다.경학사는 서간도 이주민을 위해 농업 등 실업과 교육을 장려하고 장차 군사훈련을 시키기 위한 조직이었다. 1912년에는 애국계몽 단체인 부민단을 조직해 단장이 되었으며 1919년 한족회를 조직하고, 서로군정서 조직에 참여해 독판(督辦)으로 활약했다. 1926년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무령이 되어 생애를 마칠 때까지 독립운동에 헌신하였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됐다.최근 서울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서촌에는 우당(友堂) 이회영(李會榮·1867~1932)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우당기념관이 있다.이회영은 이조판서를 지낸 이유승의 4남으로 태어났다. 일찍부터 관직을 포기하고 항일운동에 생애를 바쳤다. 1896년부터 의병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황해도 인삼포를 경영했으며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늑약을 주도한 이완용 등 을사오적의 암살을 준비했다.1906년 부친 사망 후 집안 노비들을 모두 해방시켰는데 이상룡의 모습과도 일치한다. 1910년 한일강제병탄 뒤 서울 명동 일대의 전 재산을 처분한 후 온 가족을 이끌고 서간도로 거처를 옮겼다. 보다 체계적인 독립운동을 위해서였다. 이상룡과 더불어 경학사 설립이나 신흥무관학교 설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1911년 6월 서간도 유하현의 허름한 옥수수 창고에서 신흥강습소 개소식이 있었다. 독립에 필요한 무장 군사력을 기르려는 목적이 컸다. 신흥강습소는 1919년 5월 류허현 고산자로 본부를 옮기면서 신흥무관학교로 명칭을 바꾸었다. 임청각·우당기념관 구국의 숨결 1913년에는 국내로 잠입하여 독립 자금 모금 활동을 했으며 고종의 국외 망명을 추진했다. 1924년에는 항일무장 투쟁을 위해 의열단 조직을 적극 후원하고 독립운동의 새로운 방향으로 아나키스트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1930년대에 이르러서도 항일 무장투쟁에 적극 나섰지만 1932년 일경에 체포된 후 모진 고문 끝에 순국하였다.이상룡과 이회영은 일제에 의해 국권이 피탈된 국난의 시기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전 재산을 처분하여 독립운동에 헌신한 두 분의 자취가 잘 남아 있는 임청각과 우당기념관 등 역사 유적지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라서 더욱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2019-03-11 19:30:00

[세월의 흔적](19)윷놀이

"어머님! 잡았습니다." 며느리가 좋아서 손뼉을 친다. "고얀 것! 시어머니를 잡다니 버릇이 없구나." 시어머니가 살짝 눈을 흘긴다. 윷놀이 풍경이다. 설이 되면 윷놀이가 벌어진다. 가정에서 마을에서 흥겨운 한마당 잔치가 벌어진다. 집안이 떠들썩하고, 마을이 온통 흥에 겨워 왁자그르르하다. 얼씨구절씨구 좋구나 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는 가운데 웃음꽃이 핀다. 오랜 세월을 두고 이어 내려온 우리네 고유의 윷놀이다.며느리가 시어머니와 맞붙어 윷을 놀면, 남편은 어머니 편을 들고 시동생은 형수 편을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머니 편에 서서 아내를 약 올리는 남편이 밉지 않고, 형수 편에 서서 어머니가 지기를 바라는 시동생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여기에는 고부간의 갈등도 없고, 동서간의 시기도 없으며, 형제간의 반목도 없다.윷놀이의 유래나 기원에 대해서 명확한 기록은 없다. 그러나 몇 가지 설이 전해지고 있다. 그 하나는 부여족 시대에 다섯 가지 가축을 다섯 마을에 나누어 주고, 그 가축들을 경쟁적으로 번식시킬 목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에 따라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에 비유하였다는 설이다. 다음은 삼국시대에 생겼다는 전설이다. 다시 말하자면 신라시대 궁녀들이 새해 초에 즐기던 놀이라고 하고, 백제의 관직명인 저가(豬加), 우가(牛加), 마가(馬加), 대사(大使)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한다.윷가락의 호칭은 일반적으로 하나를 도, 둘을 개, 셋을 걸, 넷을 윷, 다섯을 모라 부른다. 이는 가축의 이름을 딴 것으로 보인다. 가축은 고대인들에게 큰 재산이었고, 가축의 많고 적음에 따라 말가(馬氏) 소가(牛氏)라는 성씨까지 생겼다. 또한 이들 가축은 일상생활에서도 가장 가까운 짐승이었다. 그러므로 그 가축의 이름과 함께 몸의 크기와 걸음의 속도를 윷놀이에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윷의 종류에는 일반적으로 장작윷과 밤윷의 두 가지가 있다. 장작윷은 '장윷' 또는 '가락윷'이라고도 한다. 길이 15~20㎝ 직경 3~5㎝ 정도의 둥근 나무 두 개를 각각 반으로 쪼개어 네 개의 윷가락을 만든다. 나무는 박달나무나 밤나무를 쓰는 것이 보통이며, 박달나무 윷은 주로 여자용이어서 비교적 작고 잘 다듬어 채색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밤나무는 남자용으로서 크고 무게가 있다. 밤윷은 '좀윷'이라고도 하며,작은 밤알만 한 크기의 나뭇조각으로 만든 것이다.윷놀이에 사용되는 윷판은 깊은 의미가 있다. 윷판의 바깥이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요, 안이 모진 것은 땅을 본뜬 것이니, 즉 하늘이 땅바닥까지 둘러싼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각설하고, 면면히 이어 내려온 윷놀이가 차츰 사라져 가고 있어 아쉬운 마음 금할 수 없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19-03-11 19:30:00

이성환 계명대 교수(국경연구소 소장)

[세계의 창] 일본이 왜 저럴까

위안부·강제징용 사사건건 생트집핵 존재하는 한반도 통일 두려워해'韓은 日의 관할' 과거적 사고 여전양국 관계 새로운 인식 프레임 필요작년 11월 일본 니가타의 한일포럼에 갔다. 최근 한국과 일본은 상대 국가에 대한 중요성이 낮아졌다. 이 때문에 관계 회복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어졌고 정부도, 여론도 무관심하다. "일본이/한국이 이상하다"고 서로 비난만 하고 있다.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이에 동의했다. '일본 모델을 이탈한 한국'의 성장으로 괴리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일본 측의 분석이 있었다. '한국의 성장으로 인한 괴리'라는 말이 거슬렸다. 한국이 성장하지 않았으면 한일 관계가 나빠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일본이 왜 저럴까 생각했다.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삐걱거린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초계기 위협, 강제징용 판결, 위안부 문제 등 사안마다 일본이 트집이다. 북한 핵 문제와 남북 관계에서 희망의 신호가 보이면 일본은 불편한 듯 애써 외면한다. 급기야 지난 1월 말 국정 방향을 밝히는 시정연설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중국을 강조하면서 한국은 없는 양 취급했다.지난달 28일 북미회담 결렬에 대한 일본의 반응에 갸우뚱했다. 관련국들이 아쉬움을 보이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기다린 듯이 "안이한 양보를 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지지한다"고 했다.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일본은 웃고 있다"고 했다. 일본 언론은 하노이 북미회담 전부터 부정적 평가를 많이 했다. 자체 분석인지 미국 정보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그들의 예상이 맞았으나, 한국 입장에서는 그것이 그들의 바람인지 방해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함이 있었다. 일본이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미국에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일본은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만을 없애고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 안에 남게 되거나, 핵을 가진 상태에서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일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면 계속 반대할 것이다.또 일본은 한국이 중국에 접근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일본에서 한국의 중국 경사(傾斜)론과 혐한(嫌韓)론이 거의 동시에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본은 한반도에서 일본에 비우호적인 세력이 존재하거나, 동북아에서 고립되는 구도를 매우 꺼린다.일본의 미국 '추종'에는 이 같은 우려를 방지하거나 보완하는 방편으로서의 의미가 크다.일본의 이런 인식은 근대이행기에서부터 형성된 오랜 것이다. 일본 육군의 아버지라 불리며, 이토 히로부미와 쌍벽을 이뤘던 야마가타 아리토모 총리는 1890년 첫 의회 시정연설에서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는 주권선(국경)이며, 주권선의 안전을 위해서는 이익선을 지켜야 한다. 조선은 일본의 이익선이다"고 선언했다. 이후 일본은 한반도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일본이 안심하기 위해서는 조선(한국)은 일본의 수중에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당시 한일 간의 힘의 관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한반도에서 청과 러시아의 세력이 강해지자 일본은 조선을 확보하기 위해 청일, 러일전쟁을 일으켰다. 그들에게 이 전쟁은 '자국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으며, 한일병합은 그 연장이었다일본의 인식과 한일의 역학(力學) 관계는 한국의 독립 후에도 단절되지 않았다. 여전히 한국은 일본 '관할'하의 존재여야 했으며, 과거 침략에 대한 반성은 한국의 희망일 뿐이었다.그런데 삼성이 소니를 제쳤듯이 근대 이후에 형성되었던 한일 간 힘의 관계는 근본적 변혁을 맞고 있다. 중국의 굴기(崛起·벌떡 일어섬)로 1840년 아편전쟁 이후의 대국 관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일본이 이러한 변혁에 대한 현실 인식을 가지지 않으면 한일 관계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다. 일본에게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한일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프레임이 필요하다.

2019-03-11 11:16:19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  한글 전용시대에 외래어 남용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과거사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으나 항간에는 어이없게 뜻도 모르는 일본 용어가 남용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뿌리박힌 잠재의식이 대물린 탓인가? 조선총독부의 "일본과 조선은 하나"라는 이른바 '나이센 잇타이(內鮮一體)' 정책으로 우리 문화를 짓밟고 민족의 고유한 성명과 언어까지 말살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지난 3·1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한 인사가 주최 측의 행사 진행이 친일잔재 청산에 소홀했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도분이 나고 야마가 돌 것 같았다"고 일본 용어를 혼용하곤 눈도 한 번 깜짝하지 않았다. '도분'이란 일본 용어는 화가 난다는 뜻이고 '야마'는 머리를 뜻하는 표현이라고 한다.어쩌면 '야마'라는 용어는 국민을 계도하는 언론사 기자들 사이에도 깊은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많이 순화되었다곤 하나 걸핏하면 신문이나 방송의 머릿기사를 두고 '야마'라든가 기사 제목을 '미다시'라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특종이나 단독보도를 가리켜 '독고다네'가 아닌 '독고다이'라고 서슴없이 내뱉는 언론인도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 항공모함을 향해 돌진하는 제로센 전투기의 자살특공대 '가미카제 독고다이'를 오해한 게 아닌지?국경없는 글로벌시대에 굳이 외래어를 배척하는 건 아니지만 정치권에서도 흔히 일본어 뿐 아니라 외래어를 즐겨 차용한다. 듣기 좋은 우리말보다 사뭇 프레임(틀)이니 어젠다(과제), 레토릭(논리), 스케일(규모), 모멘텀(탄력) 등 영어 문자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외래어를 한 자라도 내뱉으면 자신의 품위를 높여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대기업이나 금융권에서도 보기 좋고 쓰기 편리한 우리글을 외면하고 굳이 영어 이니셜(머리글자)로 사명(社名)을 바꾸고 로고(조립문자)를 고집한다. 어디 그뿐인가. 도심지 상가의 상호까지도 도무지 그 뜻을 헤아릴 수 없는 국적 불명의 외래어 간판이 즐비하게 눈길을 어지럽히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도 국가원수의 공식 기념사에 걸맞지 않은 '빨갱이'라는 용어를 일제의 잔재로 언급하며 청산대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어원은 20세기 초 미국의 급진주의자들이 외친 공산주의의 상징 '레즈(REDS)'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부디 반일보다 극일을 위한 '우리 말'을 듣고 싶다.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3-11 11:13:15

이택관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장

[기고] 글로벌 바이오경제 시대를 준비하자

글로벌 바이오경제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바이오경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 바이오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5천억달러에서 2030년 4조3천억달러(약 4천972조원) 규모로 약 3배 가까이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우리나라도 국가 바이오경제 발전 계획을 수립한 뒤 발 빠른 노력을 통해 바이오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경상북도도 글로벌 시장 및 우리나라의 투자 방향에 맞게 바이오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고 있다.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은 안동 중심의 북부권을 레드바이오 및 그린바이오 중심으로 활성화시켜 왔다. 특히 경북백신산업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는 국내 최대의 백신 생산시설인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백신공장, SK플라즈마 혈액제 공장을 유치해 확고한 기틀을 마련했다.더불어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 안동분원, 백신 전용 임상 제조시설인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백신상용화기술지원센터 구축을 통해 레드바이오에서 백신의약품 중심의 바이오산업 발전에 탄력을 붙여가고 있다.또, 연구원은 안동의 경북바이오벤처프라자, 문경의 바이오테라피산업화지원센터, 예천의 곤충연구소 및 영양의 산채산업클러스터 중심의 그린바이오도 북부 지역의 천연 환경을 활용하여 산업 활성화 및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며 발전시켜 왔다. 이처럼 경북은 바이오산업에서 지난 10여 년간 많은 노력과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국내외 바이오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 시점에서 경북의 상황은 연착륙을 안심할 만큼 만만치 않다.특히 전통적으로 고비용, 고위험, 고수익 산업으로서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로 인해 바이오헬스케어 중심의 산업이 급변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새롭게 재편되는 바이오산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향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방향 설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먼저 레드바이오 분야의 경쟁력을 토대로 경북 바이오산업 전체를 발전시켜 나가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레드바이오 분야는 국내 문턱을 넘어 선진국과 경쟁해 볼 만한 분야이다.그린바이오의 경우 경북이 갖고 있는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풍부한 천연자원, 다양한 기술지원 시스템 및 고급화된 인력과 4차 산업 기반 기술에 바탕을 둔 빅데이터 맞춤형 미래형 식품 개발 등과 같은 미래형 그린바이오산업으로의 체질 개선도 시급한 상황이다.최근 경북바이오산업의 인프라 및 역량 발전과 IoT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이 확산되면서, 경북의 대응 여부에 따라 미래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리고 기술개발과 기술 인프라 확대 등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기업, 연구기관, 의료기관, 대학 등 민간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효율적으로 연결된다면 경북 바이오산업은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다.정부와 지자체, 지원기관, 기업 그리고 대학 등 경북 산업의 혁신 주체들 간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최고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해야 할 시점이다.

2019-03-11 11:12:53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기고] 대구시청사 이전 두류정수장 후적지로

오늘날 우리가 지금의 행복과 번영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100년 전, 선인들께서 조국의 미래 역사를 바라보며 펼쳐주신 31운동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 1907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국적 NGO 운동이라 할 수 있는 '국채보상운동'이 바로 이곳, 대구에서 펼쳐졌기에 외부에서 대구를 향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들려와도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다.대구시는 2012년부터 시청사 건립 기금을 적립(목표액 2천500억원)해 왔으며, 지난해 연말에는 시청사 건립 조례를 제정하였다. 다가오는 5월까지 후보지를 제안받아 시민참여단 평가를 거쳐 12월에 예정지를 확정한다고 밝혔다. 시청사 이전은 대구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바라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두류정수장 이전터가 최적이라 생각한다.4가지 이유 때문인데 그 첫 번째는 두류정수장 이전터는 대구의 중심인 것이다. 대구의 중심이라는 것은 10여 년 전에 입증된 바 있다. 2009년 11월 두류정수장 폐쇄 이후, 기상청에서는 지역의 정확한 기상예보를 위해 대구의 중심에서 기상을 관측해야 한다는 이유로 대구기상지청 이전지를 두류정수장 이전터로 선택했다. 하지만 기상지청이 대구의 중심인 두류정수장 이전터로 이전하면 인근 지역 건축물 고도제한 때문에 지역 발전에 저해된다는 여론에 밀려 현재의 동구(효목동)로 이전하게 되었다. 이처럼 두류정수장 이전터는 지리적이나 인구 규모 면에서 명실상부한 대구의 중심이다. 또한 낙후된 서남구 및 지리적 편향성을 가진 달성군을 견인하여 대구 균형발전을 이끌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두 번째, 두류정수장 이전터는 최고의 접근성을 갖추고 있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과 서부정류장이 지척 거리에 있으며, 도시철도 2호선 역세권과 대구의 대동맥인 달구벌대로와는 접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서대구성서남대구IC, 그리고 향후 개통 예정인 서대구 KTX 역사, 대구 성장동력인 성서산업단지 등이 인접해 있어 편리한 광역교통망을 갖추고 있다.세 번째, 경제성이다. 두류정수장 부지는 대구시 소유이기에 부지매입비가 필요 없다. 대구시에서 적립하고 있는 기금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끝으로 대구 최고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두류정수장 이전터 일대는 이월드, 83타워, 야외음악당 그리고 문화예술회관이 구축되어 있고 리뉴얼 계획을 가진 두류공원이 있어 지금도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여기에 시청사까지 이전된다면 시너지 효과와 함께 명실상부한 대구 최고의 랜드마크가 되어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외지인들의 부러움을 자아내는 관광형 시청사가 될 수 있다. 지역의 경기침체로 어깨가 다소 처져 있는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는 등 대구의 위상을 한껏 높여 줄 것이다. 시청사는 권위적이어서는 안 된다. 시민 누구나 내 집처럼 편안하고 안락함을 느껴야 한다. 두류정수장 이전터는 공원, 문화예술공간, 놀이시설 등으로 시민들이 힐링할 수 있는 휴식처로서 최고이다. 이에 두류정수장 이전터를 대구시 신청사 이전지로 대구시민들에게 감히 제안한다. 이곳이라면 대구 전체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100여 년 전 지역의 선인들이 펼쳐주신 국채보상운동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백년대계의 시각을 가지고 시청사 이전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019-03-10 14:57:41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 적일많버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의 줄임말최근 '워라밸' 시대의 덕담으로 등장이걸 상대에 말할 때 부끄럽지 않고들어도 불쾌하지 않다면 그게 잘못지금도 생생하다.그분은 강렬했고 광고주는 집요했으며 TV와 라디오는 끊임없이 나르고 또 퍼뜨렸다. 그 덕에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를 하루도 빠짐없이 보거나 들어야 했다. 벌써 20년 가까이 지난 일인데도 뇌리에 박힌 듯 엊그제 일처럼 선명하다.그때, 그분은 빨간 옷을 입고 입가에 두 손을 모아 "여러부~운"하고 우리를 불렀다. 그런 다음 주목하지 않거나 못 들은 척 뻗대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한 번 더 "여러부~운"을 외쳤다. 그리고 예쁘면서도 힘찬 목소리로 "모두 부~자 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부~자'의 '부'에 세게 악센트를 준 이 한마디로 광고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사람들은 상대가 누구든 '부자 되시라'는 말을 덕담처럼 거리낌 없이 쓰기 시작했다. 전에 없던 인사법 '부자 되세요'는 그때, 그렇게 생겨났다.새해 인사, 세시풍속도 덩달아 변화를 맞았다. 흔히 쓰는 인사말 메뉴에 '돈 많이 버시라'가 올랐고 변명이나 핑계가 될 만한 피치 못할 사정에도 '돈 벌려다 보니'와 '먹고살려다 보니'가 잘 먹히는 순서의 윗자리를 차지했다.대세가 대세인지라 크게 내색은 안 했지만 그런 현상들이 달갑지 않았다. '행복하세요'나 '건강하세요'가 '부자 되세요'에 밀려나는 것도 싫었고 무엇보다 애타도록 부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자꾸자꾸 부자가 되라며 강요하는 것 같아 더 싫었다.물론 자본이 본위인 세상에서 '돈'이라는 게 마트에서 물건 살 때만 필요한 정도의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초기에 늘어나는 재산으로 신의 은총을 확인했던 것처럼 돈은 한 사람의 재능과 노력, 그리고 그 사람의 가치까지 수치로 환산해 보여주고 확인시켜준다. 돈이 있어야 사람 구실을 하고 그래야 사람 대접도 받는다는 통설도 무척 설득력 있게 들린다. 심지어 돈이 없어 사랑을 못한다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니 이래저래 돈의 힘은 크고 세다. 그리고 그만큼 모두의 삶에 절대적, 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그러나 뻔한 레퍼토리 같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돈이 그 자체로 삶의 목적이 될 수 없고 '절대적'을 넘어 '절대가치'가 될 수는 없다. 절제니 금욕이니 하는 도덕적 가치를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고분고분 '돈'과의 긴장관계를 포기할 때, 돈이 권력이 되고 정의가 돈의 힘에 짓밟힐 때, 그리고 인간의 존엄마저 돈의 위엄에 짓눌릴 때, 그것이 가져올 결과는 야만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야만이 가져올 황폐와 피폐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모두를 덮칠 것이기 때문이다.2년 남짓 전에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은가?'라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이 질문에 고등학생 중 56%가 '그렇다'라고 답변을 했다.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겠지만 어쨌든 죄를 범하더라도 즉, 타인에게 부당한 손해를 끼치거나 아픔을 주더라도 10억원을 가질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고등학생이 무려 반을 훌쩍 넘는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지금도 유럽 여러 나라가 그렇고 우리도 오랫동안 그랬듯 돈 자랑을 부끄럽게 여기는 건 이제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부자 되세요'란 말이 더는 특별할 것도 없는 보편적 언어, 다시 말해 모두가 추구하는 공통의 목표이자 제1의 가치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최근 '부자 되세요'의 업그레이드 버전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줄여서 '적일많버'가 등장했다. '워라밸'시대의 덕담이라고들 하지만 말 그대로 일은 조금하고 돈은 많이 받자는 거다. 여기서 핵심은 '나'와 '돈'이다. 타자, 즉 회사도 동료도 없다. 뭐 그렇게까지 해석할 필요가 있느냐고? 편의상 '언어인지감수성'이라고 해두자.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의식을 휘젓고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기준을 만든다.'적일많버', 이걸 말할 때 부끄럽지 않고 들어도 불쾌하지 않다면 그게 잘못된 거다. 그리고 이것이 흔한 말이 되고 나면 다음에 올 덕담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만 많이 버세요'가 될 것이다.

2019-03-10 14:56:06

우남희 작 '푸른 동해'

[내가 읽은 책] 가슴으로 바다를 읽는다/곽재구의 포구기행/곽재구/열림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운동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과 같다.' '세상의 모든 것은 책 속에 존재한다.'를 비롯해 독서에 대한 명언은 무수히 많다. 이렇듯 독서를 강조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과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오래 전, 책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삶을 윤택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있었다. MBC! 느낌표'책을 읽읍시다.'이다.'곽재구의 포구기행'은 이 느낌표에 선정된 기행 산문집이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지만 현실에 발목 잡혀 끙끙거린 적이 있었다. 그 때 만난 책이 이 책이다.저자 곽재구는 토착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진지한 서민들의 삶을 표현하는 작가다. 신춘문예 당선작이기도 한 '사평역에서'의 시집을 비롯해 '전장포 아리랑'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등과 동화집 '낙타풀의 사랑' '아기 참새 찌꾸' 산문집으로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등을 냈다. 그의 작품들이 교과서에 많이 실려 교과서 작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학기가 시작되고 만물이 소생하는 또 다른 시작점 3월.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이 따뜻한 세상, 차별받지 않는 공평한 세상, 서민들의 삶이 윤택했으면 하는 근원적인 바람을 안고 다시 길 위에 섰다.길이 산을 만나면 고개가 되고, 물을 만나면 나루가 되고, 포구가 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포구가 많다. 포구는 어머니의 자궁처럼 포근하고 아늑하다. 삶이 고달프거나 외롭고 힘들 때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식처인 고향을 찾고 어머니를 찾듯, 생존의 바다로 나갔던 배들도 포근하고 아늑한 포구에 고단함을 내려놓고 안식에 깃든다.평온한 노동이 어디 있을까. 바다를 터전으로 하는 사람들의 삶은 거칠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비단 갯사람들만은 아니지만 망망대해에서 얼기설기 얽힌 그물에 생을 걸어야 하는 그들의 삶은 고단하면서도 희망차다."나는 사람들 틈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멸치배의 그물 터는 풍경 속에 내가 지닌 가장 따분하고 어리석었던 시간들을 날려 보냈다."(p79)" 몇 십 년 혹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이 어쩌면 우리들의 삶을 영속시키는 힘인지도 모른다. 보리피리를 불며 아이들은 돌아갈 그리움이 있다. 그 그리움이 쌓이고 쌓여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어떤 힘들고 추한 시간들과 부딪쳤을 때 스스로 그것들을 훌훌 털고 일어설 힘을 지니게."(p126)하는 것도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이 책은 작가의 말 '섬에서 보낸 엽서'에 이어,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3장으로 이루어졌지만 삼면을 각각 하나의 장으로 분류한 것은 아니다. 1,2장은 지리적 공간을 이웃 지면으로 좁혀 삼면을 아우르고, 3장은 서· 남해뿐만 아니라 제주 대정읍의 사계포와 우도, 조천포구까지 그 영역을 넓힌다.사진으로 바다를 본다. 적멸의 세계, 노을로 인해 활활 타오르는 불바다, 멸치를 터는 역동적인 삶, 달리아 꽃처럼 싱싱한 마을 불빛, 파도의 꽃 이파리, 땅바닥에 순풍순풍 꽃을 피운 동백이 독자들을 길 위에 서게 한다. 길 위에 선 모든 이들은 시인이 된다.우남희 학이사독서아카데미

2019-03-09 02:30:00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광장] 성인지 감수성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안희정 사건에서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후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가 가끔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에서 '성'은 영어의 'sex'가 아니라 'gender'이다. sex는 생물학적, 신체적 기준으로 사람을 나눈 것이고 gender는 특정 사회가 바람직하게 여기는 사회·경제적 역할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성인지 감수성은 '사회·경제적 활동을 할 때 이성(異性)이 지닌 약점, 어려움, 정신적 및 육체적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마음의 준비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이것을 갖추고 상대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고, 상대에게 말과 행동을 해야 함을 뜻한다. 이론적으로 이것은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가져야 할 감수성일 뿐만 아니라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도 지녀야 할 감수성이다. 하지만 이것은 약한 상대에 대한 상대적으로 강한 쪽의 이해와 공감의 문제이기 때문에 남성 중심인 현실에서는 남성이 갖춰야 할 감수성으로 이해된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는 남성 중심이었으며 여성은 사회·경제적으로 차별을 받아 왔다. 문화권에 따라 다르지만 심한 경우엔 아직도 여성의 사회 활동이 전면 금지되거나 부분적으로만 허용되는 지역이 있다. 그리고 법적으로는 전면 허용된다고 할지라도 명목뿐이고 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우리들의 인식, 언어 습관, 교육 과정, 교육 제도, 취업, 직장 및 가정 내의 역할, 그리고 종교 및 정치 제도 등 사회 각 분야에 똬리를 틀고 있다.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엔 일본에서도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작품은 김지영의 기억이 시작될 무렵부터 30대 중반까지의 평범한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를 직접 쓰진 않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인 김지영이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에워싸여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출생 시의 남녀 구별부터 초, 중, 고, 대학 생활 및 취업 과정에서의 차별, 경력단절과 독박육아까지 그녀가 겪은 성차별이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안희정의 1심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다시 말해 피해를 당한 후에도 평소처럼 행동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다움에 정답이 없으므로 '피해자는 이러해야 한다'는 것도 남성중심사회가 만든 프레임이다. 피해자가 스스로 최후진술서에서 밝혔듯이 막강하게 불의한 권력 앞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매장당할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처신하는 것 외에 무엇을 더 어쩌란 말인가?할머니 세대의 짐을 어머니 세대가, 어머니 세대의 차별을 누이가 이었는데, 딸과 손녀들에게도 똑같이 물려줄 것인가?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에서는 이미 2004년 200쪽이 넘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 매뉴얼'을 발행하였다. 교육부, 여성가족부, 각급 교육기관 및 직장의 인사 관리팀은 성 평등과 성인지 감수성 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모든 이를 위한 교양 및 인성교육이고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이로운 교육이기 때문이다.

2019-03-08 02:30:00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 대북강경론을 경계한다

합의없이 종료된 하노이 북미회담실패로 끝났다고 규정하기엔 일러냉정하게 회담의 결과를 분석하고더 좋은 합의를 위한 방안 만들어야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것에 대한 분석과 후속 작업들로 분주하다. 우리 정부는 북미회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떠났고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열어 우리의 대응책을 논의하였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지만 북미가 진정으로 중요시하는 부분에 대한 협상 카드가 분명해졌다.미국은 북한이 전체 핵 프로그램을 꺼내놓기 전까지는 대북 제재를 해제할 생각이 없으며,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교환 방식이 아니고서는 핵 프로그램 모두를 꺼내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이러한 양측의 차이는 지난 30년 북핵 협상의 핵심 사항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역사적인 북미 정상 간 세기의 담판이 벌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방식의 비핵화 과정과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과는 아쉽지만 그렇다고 실패로 규정하기에는 이르다. 양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어느 누구도 이번 회담이 실패했다고 얘기하지 않았다.북한 언론은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보다는 양 정상 간의 건설적인 논의에 맞춰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기자회견과 트위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변함없으며 대화를 이어나가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다. 한미합동 군사훈련도 축소되었고 북한도 핵 능력과 관련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대북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다. 과거에도 협상이 실패하면 늘 핵포기불가론, 협상무용론, 선핵포기론 등이 자리 잡았다. 실패했으면 하는 희망 사항이 이뤄진 것처럼 다시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우리는 실패와 성공을 규정하기에 앞서 냉정하게 회담의 결과를 분석하고 더 좋은 합의를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협상은 크기가 정해져 있는 파이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가 아니다. 파이가 같은 비율로 나눠지지 못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협상 당사자 모두가 그 결과에 만족하면 협상은 '잘된' 것이다. 또한 양측이 파이의 배분에 있어 문제가 생기면 협상을 잠시 중단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협상의 파이가 작다고 느끼면 과감하게 협상 당사자 간에 파이를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앞으로의 협상은 이번 북미회담의 논의 구조를 넘어 파이를 키우는 협상이어야 한다. 미국과 북한이 최대한 파이를 키워 모든 핵프로그램과 대북 제재 해제를 일괄 타결하고 신속히 동시병행적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협상이 전개되어야 한다.이번 회담을 두고 톱다운(Top-down)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으나 사실 이번 협상은 톱다운과 실무 협상이 동시에 진행된 것이다. 다만 최고지도자들의 결정 부담을 덜고 합의 없이 종료되지 않도록 다음 번 협상에서는 대부분의 사항이 타결된 이후 정상회담 일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양측 간 파이가 최대한 공정하게 배분될 수 있는 심판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 유도 경기에서 볼 수 있듯이 심판은 한쪽이 소극적으로 공격할 경우 주의를 줄 수 있어야 하고 양측의 샅바가 헐렁해지면 타이트하게 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제재를 포함한 경제 보상 조치가 북핵 협상의 핵심이 되는 만큼 양측의 신뢰를 조성하기 위한 밑바탕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지난 스웨덴의 사례처럼 남북미 3자 실무협의체가 지속적으로 가동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무협의 결과가 남북미 정상에게 지속적으로 피드백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재개를 본격화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인들의 현장 확인 수준에서 논의되는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비록 제재의 프레임웍에 속해 있지만 또한 남북관계 차원의 사안이기도 하다. 비핵화 협상에 이 문제들이 연동되어 버리면 남북관계 차원에서 우리의 레버리지는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게 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분리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신속히 유도하고 우리의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중국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중국 또한 이번 북미회담이 협상없이 종료된 데 대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는 중국과 우리가 다른 것이 없는 만큼 전략적 소통을 통해 중국의 역할을 견인하는 방법도 찾아야 할 것이다. 미세먼지처럼 뿌연 한반도 정세이지만 우리가 이번 회담 결과만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더 큰 합의를 이루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고 성원해야 할 것이다.

2019-03-07 15:12:07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나의 영웅을 찾아

요즘 청소년들과 대화를 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은 그들의 꿈에 관한 이해하기 어려운 관점이다. 그들에게 꿈을 물으면 항상 듣는 말은 미래 그들의 미래 직업을 이야기한다. 연예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의사 등등 그들에게 꿈은 미래의 직업이 되어 버린 듯하다.또,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그럼, 어떤 삶을 살고 싶니?"라는 질문에도 연예인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돼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의사가 돼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대부분의 대답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에 귀착(歸着)이 되는 것이다. 모든 삶의 척도가 경제력이 판단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이다.최근 들어 더욱 우리 아이들의 꿈으로 자리매김한 가수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들의 실력이나 자질적인 면에서의 평가가 아닌, 경제적인 면에서의 조금은 맹목적인 추종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몇 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재를 일으킨 가수 싸이(PSY)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 사람의 음악과 가수가 지녀야 할 자질 못지않게 세간의 관심을 받은 것이 유튜브 조회 수에 관한 부분이었다. 몇만 뷰가 넘으면 한 달에 버는 수입이 최소 얼마는 될 것이다. 또 모 랩퍼는 어마하게 비싼 차를 몇 대를 가지고 있고, 호텔 스위트룸을 통째로 빌려 생활한다 등의 얘기와 같은 정보를 얻으며, 우리 아이들은 그 주인공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하게 되고 그 연예인들은 영웅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 같다.'효자' '저축왕' '효부' 등 참 요즘 들어 듣기 어려운 말들이다. 우리 어린 시절 참 많이 듣던 말들인 것 같은데, 최근에는 거의 매스컴 등에서는 듣기 어렵게 된 듯하다.뉴스에서는 정치나 재난 등의 사건 사고 이야기 등 좀 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고, 드라마 등에서는 전체 인구대비 몇 퍼센트 되지 않을 것 같은 재벌들이 거의 대부분 드라마에 등장한다. 일반적인 서민의 얘기를 소재로 하더라도 결국 그 서민 주인공은 잘 생기고 젊은 재벌가의 아들인 본부장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행복해진다는 내용이다.전설의 고향에 나오던 그 효자나, 지난 시절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며 차근차근 저축을 한 저축왕, 자신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봉사왕 등 일반 소시민으로서도 공감할 수 있고, 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우리가 그 삶을 배우고 닮아야 할 우리의 작은 영웅에 관한 이야기가 재벌이나 연예인들의 이야기에 그 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것이다.조금은 억지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고 또, 혹자는 '꼰대'라 비난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작은 변화가 오늘날 우리 아이들의 꿈을 정하는 기준의 변화를 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2019-03-07 13:55:19

식민지 시기 조선에서 발행된 일본어 잡지 '朝鮮公論' 창간호(1913년 4월호) 고려대학교 도서관소장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일본인이 쓴 명성황후 이야기

역사를 살펴보면 대중에게 통용되는 역사적 내용과 실제 '사실'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자면 명성황후와 관련한 역사적 내용이 그렇다. 2000년대 초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큰 호응을 얻은 적이 있다. 드라마 속, 명성황후는 일본 낭인의 칼이 자신을 향해 내리쳐지던 그 순간에도 서슬 퍼런 기운으로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고 외치며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명성황후의 이미지는 대략 이처럼 기억되고, 통용되어왔다.그러나 구한말 지사 황현의 '매천야록'에 기록된 명성황후 민비는 드라마 속의 민비와는 상당히 다르다. 황현은 '매천야록'에서 어지러운 구한말의 현실을 더욱 어지럽힌 인물로서 명성황후 민비를 기록하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명성황후는 놀이패를 불러 밤새워 유흥을 일삼는가 하면 미신을 신봉해서 수시로 무당을 불러 굿판을 벌이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이와 같은 명성황후의 모습은 교와라베(京童)라는 필명의 일본인이 재조(在朝)일본인 잡지 '조선공론'에 발표한 소설 '사자석상 괴담(石獅子の怪)'(1921)에서도 엿보이고 있다.'사자석상 괴담'은 화자인 '나'가 조선총독부 청사 건축이 한참 진행되던 경복궁을 방문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나'는 몰락한 조선왕조의 유물이 굴러다니는 경복궁 정원에서 언젠가 들은 적 있는 민비 괴담을 떠올린다. 민비 괴담이란, 민비가 세력을 떨치고 있던 시절, 경복궁 정원의 돌로 만든 사자가 매일 밤 민비의 꿈자리를 어지럽히자, 마침내 민비가 북한산 산신에게 기도를 드려 악몽을 해결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민비가 죽은 지 30년이나 지난 후, 일본인이 조선의 황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을 발표하는데, 그 내용이 하필이면 괴담이라는 것. 참으로 불쾌하고 꺼림칙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소설 속 민비는 미신에 빠진 무지몽매한 인물로, 괴담의 주인공으로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국모다운 품위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1920년대 초, 일제는 조선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유포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여기에 미신에 빠져있던 조선황후만큼 좋은 선전거리가 또 있었을까.명성황후 민비에 대한 악의적 평가가 사실이었다고 해도, 일제강점기 조선인들로서는 이 사실을 수용하기 어려웠음이 분명하다.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일제의 조선통치를 수용하고, 승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현실 상, 일본인들에게 시해된 명성황후를 조선의 국모로서 부각시키는 신화화 작업이 조선인 간에 은밀하게 진행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대중들에게 통용되는 역사적 내용과 실제 사실 간의 거리는 이와 같은 시대적 딜레마로부터 발생될 때가 많았다. 최근 한 연구자가 "자기 미화로 치닫기 쉬운 나르시시즘과 허위의식의 유혹을 최대한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역사를 직시할 것을 요청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9년의 우리는 역사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하는 것일까.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2019-03-07 13:21:05

김영동 미술평론가

[김영동의 시대와 미술]화가라는 직업

마르크 샤갈이나 피카소, 마티스 등은 장수하며 생전에 명성까지 누린 대표적인 화가들이다. 긴 생애만큼 남긴 작품의 수도 많고 양식상의 변화도 풍부한 작가들이다. 국내에서는 김병기, 이준 화백 등 여러분들이 백수를 누리며 아직도 캔버스와 씨름한다는 소식이 최근 지상에 소개되곤 했다. 노년까지 붓을 놓지 않은 정신을 보면 다들 놀랍지만 간혹 매너리즘에 빠진 그림으로 젊은 시절의 창의성이 빛바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오래도록 화필을 들고 있는 노익장들이 들을 수 있는 흔한 기우 중 하나다.올해로 아흔 여덟을 맞이하신 지역의 전선택 화백 회고전을 보고 화가란 직업에 대해 새삼 각별한 생각을 해볼 계기가 되었다. 가끔 문안차 선생을 뵈러 가면 그림 주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전시 출품 요청이 오는 것도 아닌데 늘 새 그림을 그려 놓으시고 물으신다. 이것도 작품이 되겠는가 한번 보라시면서. 일생을 그림 한길로 지내신 분이 아직도 당신 작품에 확신이 없으신지 대답을 듣고 싶어 하시니. 과연 창작이라는 것이 얼마나 끝이 없는 작업인가 싶다.사실 젊은 시절 그림에 비해 밀도감이 떨어지는 듯 보이기도 해 내심으론 이제 그만 쉬셔도 되지 않나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만년에도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시는 이유는 당신의 직업이 화가이어서 힘이 닿는 한 죽는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 때문일 게다. 그저 소일거리라고 하시지만 화가는 그림을 그릴 때 오로지 살아 있는 존재로서의 의의를 확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선생의 작품세계에서 인생과 자연에 대한 관조를 느낄 때가 있다. 언제나 현실에서 모티프를 구했고 그런 까닭에 회화적 관심의 주 대상은 늘 생활의 표현이었다. 세상과의 대화와 사유의 수단이었던 셈이다. 주위 사물에 관심의 눈길을 주고 거기서 듣는 반응이야말로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이자 지치지 않을 창작의욕의 바탕이 되어 오늘날까지 작가적 삶을 지탱해 이끌어 온 것이리라.천진한 장식 같은 그림 앞에서는 젊은 시절과는 사뭇 다른 자유를 보다가 간혹 덧없음의 느낌이 드는 근작들 앞에서는 노경에 이른 원로의 고독한 독백을 듣는 듯도 하다. 그래도 화가에게는 생의 전체를 한눈에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전시라는 기회가 있어 좋다. 지난 2010년에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한차례 작은 회고전이 있었지만 마침 대구미술관에서 작품세계 전모를 그것도 선생의 생전에 보여주게 된 점은 여간 반길 일이 아니다.미술평론가

2019-03-07 11:51:40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선악의 문제와 상황의 문제

인간이 근원적으로 선한가 악한가를 두고 여러 가지로 설왕설래하지만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보면 모두가 선량한데 다른 쪽에서 보면 그렇지 않기도 하고, 악한가 싶기도 하다가 또 선한 면이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인간의 근원적인 선악을 구분해 보려는 오랜 노력은 그래서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악하기도 하고 선하기도 하므로 인간의 성품에 대해서 근원적이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너무나 규정적이 아닌가 싶다.세상에 절대적으로 악하거나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은 없다.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것은 인간이 본래적으로 타고 난 성품이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 나와 성향이 맞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타인은 각자의 성향이 있고 그 성향이 나와 어떻게 어울리느냐가 문제인데 우리는 자기와 잘 맞으면 선하다고 하고, 잘 맞지 않으면 악하다고 하는 오류를 저지른다.나이가 들어도 관계 맺기는 여전히 힘들다. 나는 선명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답답하다 못해 피하고 싶다. 반대로 선명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상대가 뭐든지 선명하게 드러나길 원하면 몹시 피곤할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상대하는 사람이 선인인지 악인인지를 구분하고 싶어한다. 타고난 성향이 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드러나는 것이 전부인 사람은 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보다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양한 자신의 성품이 드러날 것이다.작가로 오랜 세월을 살면서 삶의 방향을 정해야 할 때가 더러 있다. 어떤 때는 불의와 타협해야 하고, 어떤 때는 상대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나름의 기준은 명확하다. 합리적인 명분이 있는지를 따지고, 미래에 그 일이 내 발목을 잡지 않을까를 생각한다. 어떨 때는 온순한 타협가보다 결기 있는 비타협가가 되어야 할 때도 있다.최근에 어떤 일을 겪으면서 작가로서 내가 타협해야 할 지점이 어디인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 있었다. 무명작가지만 작가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살 거라면 선택해야 할 길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강골의 시인, 나는 이 이름이 좋다. 결국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문제였던 것이다. 천영애 시인

2019-03-07 11:38:10

곽우은 대구보건고 교사

[기고] 함께 행복 진주를 캐자!

정부 여러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통한 생활 밀착형 아이디어를 발굴하고자 다양한 주제의 사회 정책 아이디어 공모를 매년 열고 있다.무비용 또는 저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문제 아이디어 등을 어떻게 하면 캐낼 수 있을까? 우선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주위 사람들의 불평이나 불만에 대해 귀를 기울여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불평이나 불만을 듣고 그냥 흘려버리기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경청해 보면 그 속에 아이디어가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다음으로는 불편한 것에 대한 해결방안을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해보고 고민해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리고 문뜩 해결방안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면 무엇이든지 바로 메모해 놓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생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제안해 보는 도전적인 행동의 실천이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혼자만 알고 공유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자신이 생활 속에서 캐낸 진주 같은 아이디어에 대해 소중함과 자신감을 가지고 주위 사람들을 위한 행복을 상상해보며 마음껏 제안해 보길 바란다. 대구광역시의 두드리소나,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생각함, 정부기관 및 지자체 등에 자신이 캐낸 행복 아이디어 등을 제안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제안의 양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한 줄부터 시작하면 된다. 한 줄부터 아이디어를 제안하다 보면 점점 살이 덧붙여지게 되니, 처음부터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자신의 제안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행복의 상상을 꿈꾸며 다시 재도전하길 바라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 나간다면 반드시 진주를 캐게 될 것이다.예전에 어떤 주부가 마켓에서 장을 볼 때 담아주는 비닐봉지가 가정에서 마구 버려져 자원이 낭비되고 쓰레기도 많아지는 것 같아 이에 대한 생활 속 고민으로 마트 봉지를 종량제봉투로 대체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를 통해 환경에도 큰 도움이 되었고 가정에서도 마트 비닐봉지가 쓰레기로 마구 버려지는 것이 줄어들게 되었다.필자는 지난해 교육부에 자살예방 희망전화, 학교폭력신고전화, 생명의 전화 등을 희망의 전화번호인 129로 통일하고 문구도 '너의 편이 되는 무료번호 129'로 통일하자는 제안, 개별 학생이 그린쿠폰을 30개 모을 때마다 봉사시간을 2시간 인정해 주자는 제안, 4차 산업 대비 창의수업 모듈 개발을 위한 교사와 벤처 CEO와의 공동 협력수업 연구회 운영이라는 제안 등 청소년들의 직업교육, 건강 증진, 학교 급식에 대해 제안한 아이디어가 채택되었다. 지금까지 국가 및 지자체의 정책 아이디어 등에 총 41개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었다.생활 속의 진주를 캐내는 아이디어 제안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사물을 볼 때 현상만 보고 불평하는 자세를 넘어 경청의 마음으로 그 문제 이면에 숨겨진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세를 가진다면 누구나 주위를 아름답고 따뜻하게 해주는 행복의 진주를 캐낼 수 있을 것이다.

2019-03-07 10:29:33

프리랜서 작가

[권미강의 생각의 숲] 진실은 저항한다

31운동 100주년과 맞물린 휴일이 끝나고 맞이한 3월 첫 주는 미세먼지만큼이나 충격적인 뉴스가 포털 검색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거대 언론 집안과 연관된 사건들이다. 여론은 먼지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진실이 무어냐고 아우성친다.공기(公器)였던 언론은 일부지만 권력이 된 지 오래다. 한국 사회에서 미세먼지처럼 자욱하게 여론을 흐린 그 문제의 언론이 진실을 알려는 사람들에 의해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참 질기게 뻗어온 악의 뿌리다. 그 언론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우리 민족 치욕의 역사와도 맞물린다.'우리는 대일본제국 신민으로서 천황폐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라는 1936년 '신년사'부터 윤봉길, 이봉창 의사를 '범인'이라고 칭했던 문제의 언론은 해방이 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카멜레온처럼 색을 바꾸며 권력을 휘둘렀다. 얼마나 많은 진실이 그 언론의 펜 끝에서 숨을 거두었나.우리 사회를 병들게 했던 적폐들은 대부분 친일, 반민족 행위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해방 이후에도 친일 잔재는 청산되지 못하고 교묘한 논리로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언론도 그 책임의 일부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문제의 언론은 그중 가장 썩은 나무다.세상에 태풍과 해일이 존재하는 것은 지구 스스로가 자정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많은 피해를 주지만 오염 물질을 날려 세상을 정화시키고 수자원 확보 등의 역할을 한다. 사람살이도 마찬가지다. 진실의 태풍은 천천히 그 세력을 키우며 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썩은 나무가 있다면 분명히 쓰러트릴 것이다. 그 자리에 새로운 새싹이 자라나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이다. 사회의 공기를 자처하는 언론이라면 늘 진실을 동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여론의 자정 능력에 뭇매를 맞을 것이다. 진실은 진실되지 못할 때 끊임없이 저항한다.

2019-03-06 19:30:00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같이&따로] 3·1운동 100주년 선언문

吾等(오등)은 기해년 3월을 맞이하여 玆(자)에 我(아)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과 자주국임을 世界萬邦(세계만방)에 다시 선언하노라. 100년 전 기미년 3월, 한반도 전역에서 울려 퍼진 만세삼창의 정신을 이어받아 임시정부 수립과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정임을 선언한 역사적인 그날을 기억하노라. 조선의 독립을 위해 유구한 역사에 이름 석 자 하나 남기지 못하고 血骨(혈골)을 다하여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 無名(무명)의 민초들을 기억하노라.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남녀노소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항거한 조선 민족의 담대함과 대의를 위한 奉公(봉공)의 정신을 기억하노라.100년 전 선조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총칼 위협 속에서도 분연(奮然)히 항거하며 한반도에 威力(위력)의 時代(시대)가 去(거)하고 道義(도의)의 時代(시대)가 來(내)할 것임을 2천 만 동포 앞에, 그리고 세계 각국에 선포하였도다. 선조들의 희생과 굴하지 않는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은 세계만방이 칭송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고, 선진국가의 대열에 합류하는 경제적·물질적 성장을 이뤄냈으니 가히 호국영령들이 천국에서 기뻐할 것이라.그러나 昨今(작금)의 형세는 20세기 이념 갈등의 잔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유일한 분단국가로 존재하고 있으며, 세계 11위권의 경제 규모에 상응하는 정신적·내적 성장을 발현하지 못해 사회적 갈등과 반목, 질시는 날로 심하여지고 있노라.舊來(구래)의 抑鬱(억울)을 벗어버리고 이 땅에 자유와 평등, 정의의 정당한 발현을 기대한 호국영령의 간절한 소망은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절반의 성공은 이루었으되 아직 절반의 課業(과업)은 이루지 못하고 있노라.구한말, 4대 열강이 조선을 탐하기 위해 다투던 시기에 조선의 정치는 세계사적 변화와 시류에 편승하지 못하여 결국 일본 제국주의 무력과 협박에 굴하여 치욕의 역사를 경험하였도다. 100년이 지난 현재도 4대 열강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의 존엄과 자주성을 위협하고 있으니 신한말이라고 칭해도 과하지 않노라. 또한 이 땅에 헬조선, 흙수저라는 통탄스러운 용어들이 횡행하여 우리의 심령을 혼탁하게 만들고, 일체의 특권과 계급을 폐지한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은 형해화되고 있노라.오호통재라. 人類的(인류적) 良心(양심)의 發露(발로)와 全人類(전인류) 共存同生權(공존동생권)의 正當(정당)한 發動(발동)을 주장하였던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으나, 현실은 이에 반하니 호국영령께 죄스러운 마음이니라.噫(희)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문명이 목도되는 작금, 미래로의 전진을 위한 국가대계를 수립하고, 우리의 정신적·내적 성장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지상 최후의 분단국으로서 평화통일을 달성하여 민족의 자존과 존영이라는 과업을 수행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담당한 정치는 사사로운 감정과 이기적인 狹益(협익)을 위해 국민의 갈등과 반목을 외려 조장하고 있으니 심히 안타까운 현실이라.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하였으니 우리의 치욕과 번영의 역사를 모두 공히 객관적으로 수용하여 此(차)로써 人類平等(인류평등)의 大義(대의)와 民族自存(민족자존)의 正權(정권)을 永有(영유)케 할 과업을 달성하기 위한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노라. 此(차)로써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정의, 자유, 평등에 입각한 정치와 정책으로 국민의 삶을 물질적·정신적으로 풍족하게 만드는 소임을 충실히 할 것을 촉구하노라.今日(금일), 이름 없는 무명씨로 살아가는 吾人(오인)의 所任(소임)은 다만 생업에 충실하고 가족의 健勇(건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것이니, 우리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100년의 역사를 위해 오등은 각성하고 준엄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정의를 향하여 나아갈 것이라.

2019-03-06 19:30:00

김경덕 컴퍼니비 대구경북센터장

[스타트업 스토리] 영화 '조이'와 밀걸레

"창업이라는 것을 가장 빠른 시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평소에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성공한 창업자를 만나거나 강의 또는 책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필자는 짧은 시간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영화를 자주 추천해 본다. '잡스' '인턴' '파운더' 등 좋은 영화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2016년 국내 개봉한 '조이'(Joy)를 꼭 감상했으면 한다.2012년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제니퍼 로렌스가 주연을 맡고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 니로 같은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재미나 완성도 면에서 돋보이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 '조이'는 플라스틱 밀걸레 '미라클 몹'을 발명한 '조이 망가노'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힘겹게 콩가루 집안을 부양하고 있던 이혼녀 주인공이 운명적인 순간을 거쳐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진지하게 체험할 수 있는 영화 '조이'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자 하는 미래의 창업자들에게 참고서 같은 역할을 한다.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시제품 제작, 사업 자금 마련과 마케팅까지의 과정을 역대 어느 영화보다 자세하게 표현해낸다. 특히 창업에 가장 큰 걸림돌인 '가족'에 대한 묘사는 창업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웃음기가 사라질 정도이다.1992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도 아마존닷컴은 물론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미라클 몹'의 성공 요인은 소비자의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본인의 경험을 새로운 제품으로 직접 만들어내고, TV홈쇼핑에도 직접 출연하여 주 소비층인 주부들의 적극적인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생활 속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용한 제품으로 연이어 성공한 조이 망가노는 홈쇼핑 채널을 사들이는 등 미국 역사상 최고의 여성 창업자로 평가받고 있다. 창업은 삶의 주변에 있다는 걸 증명한 그녀의 계속된 성공을 기원한다.

2019-03-06 19:30:00

이동진 교수

세계시간 속의 3·1운동

지난 3·1절에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전국적으로 개최돼 100년 전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났던 3·1운동을 기억하였다. 3·1운동은 한국과 해외에 사는 조선인들이 함께 참가한 '거족적인' 운동이었다.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종교나 학교와 같은 사회조직이 존재하고,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고, 이동성이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해외와 국내의 사회조직을 거점으로 해서 해외 소식이 빠르게 국내에 전해지고, 서울 소식이 빠르게 지방에 전해질 수 있었다.그 결과로 해외와 국내 각지의 운동이 서로 이어질 수 있었다. 3․1운동의 중요한 의의는 우리 민족이 비로소 지방시간, 국가시간, 세계시간의 동시성을 경험한 것이었다.3·1운동이 세계시간 속에 있었음은 나중에 인도의 초대 수상이 된 네루가 감옥에서 또한 나중에 인도의 수상이 되는 딸에게 보낸 편지글인 '세계사 편력'에서 3·1운동에 참가한 한국 여학생들을 언급한 데서도 알 수 있다. 3·1운동이 세계시간의 일부를 이루는 세계적인 운동이었다는 것은 19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호에서 1919년 1월에 시작된 아일랜드 독립전쟁을 특집 기사로 채택했던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3·1운동이 동시성의 경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민족주의운동이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운동이었기 때문이었다. 후자는 3·1운동으로 인해서 탄생하게 된 상해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정이고(제1조)',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 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절 평등하다(제3조)'고 하는 민주적인 헌법을 채택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3·1운동의 경험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의 민주성은 불과 10년 전의 대한제국이 전제군주정이었던 것, 그리고 3·1운동 당시의 일본이 아직도 입헌군주정을 수립하지 못한 것과 비교할 때 확연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이것은 한국인이 3·1운동을 통해서 일본인보다 더 세계시간과 동시적인 삶을 살았음을 뜻한다.3·1운동이 100년 동안 끊임없이 기억되고 기념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3·1운동의 동시성 경험이 온전하게 기억된 것은 아니었다. 식민지 시기에는 3·1운동에 대한 기억 자체가 어려웠으며, 해방 후에는 남북 분단으로 인해서 3·1운동에 대한 기억도 분단됐다. 3·1운동에 대한 기억은 국가시간으로서 주로 기억되었으며, 지방시간과 세계시간으로서는 그다지 기억되지 못했다.최근 3·1운동을 지방시간 속에서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며, 그 과정에서 여성 등 종래 숨어 있던 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해내는 성과가 나타나기도 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아직도 3·1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었던 희생자들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3·1운동 희생자들의 정확한 수를 알 수 없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것은 3·1운동에 대한 기억, 다시 말하면 3·1운동 정신에 대한 계승이 부족함을 뜻한다.이제 10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우리는 3·1운동을 지방시간, 국가(민족)시간, 세계시간 속에서 동시적으로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동시성의 경험이야말로 대한민국 건국 정신이라고 할 3·1운동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2019-03-06 16:44:54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안마사의 피리소리

초(楚)나라 항우와 한(漢)나라 유방이 천하를 두고 다투던 때, 항우에게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끼던 장수 범증 마저 떠나 버리고 결국 유방에게 쫓겨 동쪽으로 도망가던 도중 해하(垓下)에서 한나라의 명장 한신에게 포위당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사방에서 초나라 음악이 들려왔다(사면초가, 四面楚歌). 사기가 죽은 초나라 병사들로 하여금 고향을 그리게 하는 구슬픈 노래와 피리소리였다. 한 나라가 심리전으로 항복한 초나라 병사들에게 고향 음악을 연주하게 한 것이다. 항우는 깜짝 놀라면서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를 빼앗았단 말인가? 어찌 초나라 사람이 저렇게 많은고?" 하고 탄식했다. 항우는 800기의 잔병을 이끌고 오강(烏江)까지 도망갔다가 결국 건너지 못하고 그 곳에서 자결하고 마니 그의 나이 31세였다 한다. "비 오면 하루 벌이로/ 한 끼를 때운다는 장님 안마사가 젖은 지폐를 헤아릴 때/ 누군가 지붕에 올라 깨진 피리를 불고 있었다." (고정국, 밤에 우는 것들에 대하여.)구멍이 8개뿐인 피리는 인간의 마음에 80개의 구멍을 뚫는다. 누구는 죽게 만들고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게 만든다. 우리 동네에 밤마다 피리를 불며 나타나는 시각장애 안마사가 있었다. 그는 매일 밤 신천동 판자 집을 나와 동신교를 건너 시내로 돈벌이 하러 온다고 했다. 동인국민학교, 2군사령부를 지나 동인동, 삼덕동 부자촌에 오면 손님이 있다. 때로는 중앙통을 건너 향촌동에 가면 술꾼들이나 술집 여급들이 그의 손님이 되기도 한다. 밤에 시각장애자가 길을 다니는 걸 보면 조마조마하다. 게다가 검은 안경까지 끼고 다니니 남의 조바심은 더해진다. 맑은 겨울 별 밤하늘을 맴도는 피리소리는 남의 애간장을 다 태운다. 차라리 이탈리아 시각장애자처럼 고양이 가죽으로 만든 북이나 치고 다녔으면 마음이 편했을 것을….조선시대에는 궁중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인 '관현맹'과 나라를 위해 기도드리는 스님인 '맹승 제도'가 있었다. 스페인에서도 복권판매의 전매권을 시각장애인 단체에 주었고 일제 강점기 때도 안마는 의료법으로 시각장애인에게만 자격을 주었다. 복지는 힘든 이에게 더 많이 돌아가야 되는데 우리는 융통성 없는 헌법재판소 판사가 안마사 자격증을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하는 것은 위헌이란 판결을 내려 장애우 안마사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하게 하였다. "고향 압헤 버드나무 올봄도 푸르련만/ 호들기를 꺽거 불든 그 때는 옛날(1934년 고복수. 타향.")피리는 대나무로 만드는데 향피리, 당피리 그리고 세피리로 나눈다. 그 값이 비싸 어린애들이나 머슴들은 풀잎으로 피리소리를 내기도 하고 버드나무 껍질로 호드기를 만들어 불었다.달성군청이 대구백화점 부근에 있을 때 큰 버드나무도 옆에 있었다. 시내에 사는 아이들은 그 버드나무 물오를 때 가지를 꺾어 버들피리를 만들었다. 가지를 손으로 부드럽게 여러 번 비틀어 껍질이 몸통에서 떨어지게 만든 다음 빼어낸다. 원통으로 빠진 껍질의 한 쪽을 작은칼로 겉껍질을 긁어 낸 다음 양쪽 끝을 깡총하게 다듬으면 호드기가 된다.대구의 밤, 시각장애자의 피리소리는 없어졌다. 봄 호드기 소리도 없어졌다.대구에서 태어나 신천에서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던" 이용복이 안마사가 되지 않고 한국의 레이 찰스라는 소리를 듣는 대가수가 되었다는 사실로 살아진 밤가객들의 아쉬운 추억을 다독여 본다.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9-03-06 11:47:18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