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er Script 사외컬럼

사외컬럼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 연내 답방 무산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이다

'비핵화' 관련 북미 간 기싸움 지속연내 답방해도 새 합의 도출 난망김정은, 구체적 비핵화 조치 갖고남북 정상회담 통해 재확인 필요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연내 답방과 관련 진척 사항이 없으며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고 이제 연말도 12월의 반이 지나간 만큼 경호, 의전 등 물리적 시간도 부족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답방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첫째, 비핵화 부문에서 아직 북미 간 기싸움이 지속 중이다. 이러한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9·19 평양 정상회담에서는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 상응 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은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북미 간 신뢰의 접점을 찾기 위한 우리의 중재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그 후 북한이 미국에 대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북미 고위급회담이 무산된 이후 북미 실무자 간의 접촉 움직임은 있으나 특별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교착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은 필수다. 북한으로서는 남북 정상회담보다는 북미 정상회담에 올인해야 할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더라도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를 이뤄야 하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둘째,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현재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국면이다. 올해 이미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많은 사항에 합의하였다. 물론 그 합의 사항들은 착실히 이행되고 있다. 남북 정상 간 만남이기 때문에 새로운 비전과 사업들을 제시하여야 하는데 북핵협상의 지연에 영향을 받고 있다. 남북이 새로운 합의를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고려한 듯하다.셋째, 준비 기간의 부족이다. 준비 기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어 있다. 국민 60~70%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환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견해도 있다.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볼 때 지금 서울을 방문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나 이용호 외무상 등 북한 고위층의 외부 출장도 변수로 작용한 듯하다.결론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답방은 어렵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년 초에 반드시 개최되기를 기대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사와 자신감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 대화의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다행이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입장에서 내년도 신년사를 통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밝히고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여 제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G20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게 되면 자신의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도 우리를 통해 미국의 의사를 탐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한편 우리가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대비하여 남북관계의 토대를 닦는 일은 계속해야 한다. 철도 연결에 대비하여 착공식을 준비하는 것, 제 분야의 남북관계를 확대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같은 인도적 사안의 협의,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남북 간 사회문화 분야 교류도 지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남북 정상회담은 반드시 개최되어야 한다. 신년 초에 개최된다면 내년도 남북관계의 훈풍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올 한 해 남북관계는 무수한 도전과 기회 속에서 비교적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세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두 정상 간 신뢰의 기반이 쌓이고 이러한 신뢰의 바탕 아래 남북 간 합의사항이 지켜지고 있다. 남북대화에서 비핵화 합의까지 이뤄낸 것도 이러한 신뢰에 기반한 것임은 자명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우리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과거처럼 주저하거나 기싸움을 해서 시간을 낭비한다면 더 이상 이러한 기회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내년 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여 이러한 기회가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2018-12-13 14:04:13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크리스마스 선물

오 헨리의 유명한 단편소설 "The Gift of the Magi"는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잘 알려져 있다.가난한 남편은 집안의 가보 시계를, 아내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팔아 서로에게 필요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었다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 감사와 사랑을 가르쳐준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그 시절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 할아버지가 올해는 어떤 선물을 가져다 줄지 설레어 하며 양말을 걸어놓고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양말이 너무 작아서 선물이 안 들어가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말이다.크리스마스 선물이 부모님이 사다 주는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성장 통과의례 중 하나가 되었지만, 그 설렘이 학습되어서인지 몰라도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만 들어도 행복 가득한 웃음이 입가에 머문다.12월의 크리스마스는 11월에 시작이 된다. 11월 첫날 크리스마스 시즌을 밝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고 눈이 아프도록 찬란한 불빛들이 켜진다.한해가 언제 이렇게 지났냐며 아쉬워하는 마음을 잠시 품으면 12월이다.'월화수목금금금' 바쁘게 지내다 보니 가족들과 중요한 날에 함께 하는 시간을 놓치는 것이 다반사지만, 크리스마스만큼은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카드를 준비한다.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느낄 겸 동성로를 돌며 예쁜 카드를 가족 수만큼 샀다. 카드 앞에 가족의 이름을 쓰고 빈 카드 용지를 내민다. 이른바 롤링페이퍼다.가족들과 함께 둘러 앉아 카드를 같이 쓰는 것이 우리 집의 크리스마스 행사다. 조용히 숨기고 싶은 마음을 정리하는 것도 좋겠지만, 크리스마스만큼은 서로의 기쁜 마음을 내놓고 나누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크리스마스가 설레는 이유는 이 날을 빌려 누군가에게 그동안의 감사를 표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뜻하지 않은 기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어서 그런 것 같다. 평소 일하느라 가족을 제대로 못 챙겼을 아빠들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놀러 가서 점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사랑고백을 미처 하지 못했던 커플들은 이날을 빌려 야경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에 취해 마음속의 고백을 해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축복받은 날이다.꼭 비싼 선물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선물을 받는 사람은 상대방이 이 선물을 하기 위해 나를 얼마나 생각하고 배려해 왔는지에 더 감동할 것이다.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예쁜 크리스마스카드에 정성 들인 손편지를 함께 줄 수 있다면 더욱 멋진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을까?

2018-12-13 14:01:16

임종식 경상북도교육감

[기고] 사람이 희망입니다

12월을 가리켜 크라크 인디언들은 침묵하는 달이라 했고, 퐁카족은 무소유의 달이라고 했습니다. 첫 눈발이 땅에 닿고 나무껍질이 갈라지는 12월은 차라리 아무 욕심도 부려서는 안 되는 계절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경상북도교육청도 사랑의 온도를 높이는 나눔 캠페인에 참가했고 저도 개인적으로 나눔 리더가 되고자 다짐도 했습니다. 따뜻함이 필요한 곳에 온기와 사랑을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아직도 사랑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향해 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난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해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맹자 '이루편'(離婁編)에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고 이해하라는 뜻입니다. 아직도 어리디어린 아이들이 병마와 싸우고 있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는 주변 어른들의 절박함과 애잔함을 먼저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용해야 한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가 낳은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도 있습니다.그래서 경상북도교육청이 행동으로 옮겼습니다.2001년 5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난치병 학생 돕기'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경북 도내 2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심장병, 백혈병, 혈우병 등 여러 종류의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었지만 생활이 어려워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그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런 학생들을 돕기 위해 경주 황성공원에서 '난치병 어린이 돕기 발대식과 사랑의 걷기'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도내 학생, 교직원, 학부모,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약 183억원의 기금이 모금되어 1천246명의 난치병 학생들에게 100억원가량의 의료비를 지원했습니다.그 결과 116명의 학생이 재학 중에 완치되었고, 2006년에는 난치병 학생 돕기 사업을 통해 학생 보건 향상에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 단체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앞으로도 이 사랑의 실천은 계속될 것이며, 난치병을 극복하고 완치한 학생들의 이야기와 옆에서 지켜주고 돌봐준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의 이야기 등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힘들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이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건강을 회복해서 즐겁게 공부하고 내일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경북도교육청도 교육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형식적 평등보다 실질적 평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당하게 경쟁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평등(Equality)보다 교육 출발선의 공평(Equity)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따뜻한 경북 교육'의 핵심입니다.세상은 차갑지 않습니다. 사람이 희망입니다.지난 11월에 포항의 고등학생 3명이 쓰러진 60대 어르신을 병원으로 모시고 가 병원비까지 계산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사람이 있어 행복한 세상이 됩니다. 그런 사람이 있어 더욱 살 만한 세상이길 다시 한 번 기원해 봅니다.

2018-12-13 11:59:43

1933년 2월 12일 동아일보에 게재된 현정건의 아내 윤덕경의 유서 전문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현진건 '적도'와 불변의 사랑을 향한 열정

여자는 긴 이별에 앞서, 먼 길 떠나는 남자에게 '백년 낭군'이라는 단어와 남자의 이름을 자신의 팔에 새겨달라고 부탁한다. 둘 만의 사랑의 증표를 몸에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 남자 역시 사랑의 자취가 여자에게 남기를 바라고 있던 만큼 여자의 부탁을 받아들여 바늘로 여자의 팔에 문신을 새긴다. 문신을 새겨가던 남자는 애써 고통을 참는 여자의 애처로운 모습에 제 이름자를 채 새기지 못한 채 바늘을 뽑는다. 현진건 '적도'(1934)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이다. 사랑의 영원성을 맹서하기 위해 문신을 새기는 남녀의 모습은 우리 근대문학에서는 참으로 낯선 풍경이다.남자는 열아홉 살, 여자는 열다섯 살. 불변하는 사랑의 실재를 믿고, 사랑의 열정 때문에 간단없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나이이다. 신산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사람도, 사랑도 변해간다는 것을 알 리가 없는 나이이기도 하다. 소설이기 때문일까. '적도'에서는 불변하는 사랑에 대한 어린애처럼 순수한 이들의 믿음이 실현된다. 8년의 세월 동안 조선독립을 위해 중국 대륙의 찬바람 속을 떠돌던 남자가 중병의 몸으로 여자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기생 몸으로 숱한 남자를 겪으면서도 오로지 그 남자만을 마음에 담고 있던 여자는 남자가 귀향하자 그와 함께 살아갈 수많은 세월을 꿈꾼다. 반면 남자는 마지막 임무를 무사히 수행하고 나면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여자와 함께 지내다가 여자의 품속에서 죽어갈 계획을 세운다. 현진건은 '적도'에서 기생 명화와 독립운동가 김상열, 두 남녀를 통해 혹독한 현실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마모되지 않는 불변의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그러나 '적도'가 발표된 1934년은 불변의 사랑, 불변하는 신념의 낭만적 열정이 통용될 여지가 없는 때였다. 1931년 일제가 오랜 숙원이던 만주 땅을 침략하면서 식민지 조선 역시 길고 긴 전쟁의 흐름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현실은 삼엄했고, 사람들은 이상과 신념을 포기했다. 이런 시기 현진건의 형 현정건은 신념을 굽히지 않고 독립운동에 헌신하다가 투옥된다. 그리고 긴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하자 곧 병사한다. 현정건이 죽자, 남편의 부재를 견딜 수 없었던 현정건의 아내는 음독자살로서 남편을 향한 사랑을 완성시킨다.(1933) 이 모든 것이 현진건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었다.신념과 불변의 사랑을 향한 현정건 내외의 강렬한 열정, 현진건은 이 열정을 지켜보고 난 후 '적도'(1934)를 발표한다. 그런 점에서 '적도'는 불변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형 현정건 내외에게 바치는 헌정소설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년 후, 동아일보 기자로 근무 중이던 현진건은 서슬 퍼런 일제하에서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리스트 손기정 가슴의 일장기를 말소한 사진을 동아일보에 게재한다. 그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신념, 불변의 가치를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시간과 힘에 마모되지 않는 이런 소수의 정신일지도 모른다. 경북북부연구원 연구이사

2018-12-13 11:51:23

이반 나바로 작품.

[갤러리 탐방]이반 나바로(대구 신세계갤러리 -2019.1.29)

TV에 고정 출연을 몇 번 못하고 잘렸다. 내 잘못이다. 처음부터 하기싫다는 나를 부추긴 사람들 책임도 있지만, 옆에 있는 사람이 내 얼굴이 방송에 나가는 걸 달가워하지 않은 점도 고민됐다. 임종을 앞둔 아버지가 있었고, 그밖에 골치 아픈 갖가지 일에 찌든 내 표정을 화면에 내비치기 싫었다. 거울에 빛을 밝히는 이반 나바로(Ivan Navarro>의 작품에 선 내 얼굴은 그때보다 밝아졌을까?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작가의 표정은 또 어땠을까?깊이를 가늠할 수 없게끔 하는 단순반복의 착시효과는 현실 너머에 있는 매혹을 끌어들인다. 그 빛 뒤에는 어둡던 현실이 있고, 미술의 역사가 마법처럼 숨어있다. 나는 나바로가 태어난 칠레에 관해, 내 공부의 근원이 된 두 명의 생물학자 움베르토 마투레나와 프란체스코 바렐라를 먼저 떠올린다. 구티에레즈 감독의 영화 '칠레전투'도 있다. 그리고 신간이 나올 때마다 읽어치우는 소설가 루이스 세풀베다도 생각한다. 그 다음이 나바로다. 세풀베다와 마찬가지로 나바로도 독재 정권 시절의 이야기를 한다. 나바로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피노체트의 억압은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환상적인 예술 작품을 나오게끔 했다.다 좋은데, 이렇게 생각해보자. 강원도가 출신지인 사람에게 '감자 많이 먹었겠군요.'라고 하는 건 사려 깊지 못한 일반화다. 칠레 작가가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피노체트를 팔아야 되나. 우리도 1970년대 유신 시절의 억압을 추상단색화로 풀어낸다는 작가들이 있다. 정작 그 시절엔 총칼이 두려워 쭉도 못 떼던 그 화가들을 투사가 된 것처럼 치켜세운다. 난 그런 작가나 비평가들을 존경도 멸시도 하지 않는다. 계속 관찰중이다.나바로가 훨씬 대차다. 그의 작품은 구체적이며 일관성이 있다. 작품을 비싼 값에 많이 팔아 부자가 된 건 그 사람 탓을 할 수 없는 자기 복이다. 군사정권의 과오를 지우려고 칠레 민주 정권이 그를 은근히 밀었던 점도 그 행운 중 하나다. 밉상인 건 미국이다. 피노체트 군부를 등 떠밀어 아옌대 좌파 정부를 무너트린 미국이 이반 나바로라는 마술적 사실주의 작가를 키웠다. 저항은 이제 상징과 암호로 남는다. 뭐, 이런 내 논리도 미국이 보수 정권과 자율적인 예술계와 미술 비즈니스의 집합체라는 단순 도식을 못 벗어난다. 작가가 내 글을 읽기야 하겠냐마는, 나더러 괜한 신경 쓰지 말라고 할 것 같다. 환상과 실재, 진정성과 대중성의 패러독스에 꼬인 자아정체성을 진작부터 고민했을 그이기에.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

2018-12-13 10:24:38

김구철 전 아리랑T V 미디어 상임고문

[새론새평] 혼밥과 단식, 일자리…대한민국의 미래는?

"고용문제 성공 못했다"는 文대통령최근에 혼자 식사하는 일 잦다고 해'김정은과 식사' 마냥 기다리지 말고단식 야당대표 찾아 '밥 한끼' 했으면삼국지에 위나라 장수 사마의가 적장인 촉나라 승상 제갈량의 식사량을 물어보고, 제갈량의 건강과 수명을 재는 대목이 나온다. 21세기 최첨단 문명사회가 된 요즈음도 여전히 '먹기'는, 개인의 의지를 가늠케 하고 집단의 행동 논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 '먹는 문제'가 우리 정치권의 화두가 됐다.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하며 8일째 단식 중이다. 비례대표제는 표의 등가성을 담보하는 소중한 제도다. 그러나 야당이 요구하는 '권역별 연동형'은 현재로서는 지역 정당에 더 유리하고, 자칫 지역 정치를 고착화할 위험성이 있다. 단식의 명분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여권이 그의 단식을 보는 태도에는 아쉬움이 있다. 애정이 부족하다. 손학규, 그만한 정치인을 찾기 어려운, 한국 정치의 소중한 자산인데….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혼자 식사하는 일이 잦다 한다. 1년 전, 지난해 꼭 이맘때 중국 방문 당시 대통령이 혼자 식사하고 그 사진까지 공개됐기에, 대통령의 '혼밥'이 근거 없는 소문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대통령은 국정 전반을 챙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 많은 다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 생각이 같은 사람과는 언제 어느 때나 대화할 수 있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식사는 생각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혼자 식사하신다? 생각 다른 사람과 대화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뜻이다.대통령은 11일 "고용 문제는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자성했다. 이미 대한민국의 경제 수준은, 경험 없는 저학력자의 일자리가 설 여지가 별로 없다. '최저임금' 언저리의 일자리는 제3세계 출신의 노동자에게 넘어간 지 오래다. 아무리 돌아봐도 고학력 장기 경력자를 위한 일자리뿐이다. 국내 일자리 늘리기는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그런데도 여전히 청와대와 정부는, 국내만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언론 보도도 외면했다.(본지 2017년 10월 11일 자 「시각과 전망」 백설공주와 최저임금, 2018년 2월 8일 자 「새론새평」 청년 일자리, 해외에 길이 있다) 어쩔 수 없다. 대통령부터 다른 정책 아이디어를 가진 인사와 폭넓게 만나야 한다.문재인 대통령이, 생각이 많아서 혼밥할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니까.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식사를 기다리느라 혼밥할 수도 있다. 그 식사는 우리가 부르고 김정은이 답한다고 바로 성사되는 게 아니다. 남과 북에 일부 반대 세력이 있고, 이웃 국가들이 국력을 기울여 견제하고, 멀리 미국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다. 마냥 기다릴 것인가?대통령이 북의 동반자만 기다리지 말고 남의 동반자와 먼저 만나 식사하면 어떨까? 청와대에 탁월한 기획자가 있다는데, 대통령이 야당 대표의 단식 현장을 찾아 함께 식사하는 기획은 왜 못 할까? 그는 대통령과 김정은의 식사만 기획하나? 쉬운 일은 하지 않고, 어려운 것만 시도하는 것이 큰 정치인가? 돌아가는 길이 지름길이라고, 정치권이 힘 모으면 북쪽과의 대화도 훨씬 쉽게 풀리지 않을까? 다행히 제1야당도 막말 지도부가 차례로 물러나고 합리적인 신임 지도부가 들어섰다.가까운 쉬운 것부터 하는 것이, 일 잘하는 사람의 일하는 방식이다. 기획도 주변의 일상사를 살피는 데서 시작하면 좋겠다. 대화도 가까이에서 시작해야 한다. 성경에도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고 했다.

2018-12-12 12:05:42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새로운 공연장에 대한 상상

올해는 유난히 야외공연이 많았던 것 같다. 야외에서 하는 공연이 아니라 정식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많은 공연이 있었다. 야외공연장이라고 정식 명칭된 곳에서의 공연 외에도 가무대 형식의 장소, 미술관, 체육관, 병원, 주민센터, 시장, 철도역, 잔디밭 등.10년 전 학교에서 환경연극과 장소 특정적 공연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때, 그 새로움에 대해 참으로 신선했는데 현재 공연이라는 것은 다양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러 형태의 공연이 우리의 생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된 듯하다. 과거 '버스킹'이라고 불리던 야외공연들도 이제는 그 정의와 경계조차 모호한 듯하다.수원에 '고색뉴지엄'이라는 곳이 있다. 수원 산업단지 내 유휴공간이었던 폐수처리장을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한 곳이다. 전시는 물론 도서대여, 문화교육 프로그램 진행 및 공연까지 이뤄진다. 나 또한 공연을 계기로 그곳을 알게 되었다.대구에도 이와 같은 곳이 있다.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션 그리고 자갈마당 성매매업소가 있던 곳을 개조해 작은 미술관으로 만든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대구예술발전소는 한국 최초의 담배 생산공장이었던 대구 KT&G 연초제조창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해 2013년에 개관한 곳이다. 지금은 대구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대구예술발전소 옆에 또 하나의 건물이 있다. 대구시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산업단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자, 그 지원사업으로 창의적 문화예술기반 구축 및 청년예술가들의 다양한 실험적인 예술활동을 지원을 내걸고 KT&G 옛 사택, 아파트 2동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수창청춘맨숀'이 그것이다. 이달 3일 개관을 하고, 현재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이렇게 예를 들 정도로 다양한 장소에서의 새로운 형태의 공연들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빠르게 변화하며 지금은 또다른 형태로 진행 중이다. 이런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은 연령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공연장은 8세 이상 관람이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공연은 유모차를 타고 지나가던 아이도 엄마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자연스레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훗날 공연이라는 것이 공연장에서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공연장도 장소적 측면에서는 공연의 한 형태다. 그와 함께 10년 쯤 뒤에는 현재의 공연장도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할까. 어떤 형태의 또다른 공연장소가 생겨날까.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세대는 공연을 하는 장소를 어떻게 기억할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기상천외한 공연장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2018-12-12 11:45:17

홍인표 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 건설 특위위원장

[기고] 통합신공항 왜 필요한가!

공항은 매우 다양한 기능을 지니는 종합적이고 광범위한 사회간접자본이다. 여객과 화물의 운송을 지원하는 터미널 고유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파생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다.공항 개발의 일차적 목표는 항공 수요 증가에 대한 부응, 통행시간 감소, 접근성 향상, 안전성 등 지역사회에 대한 편익 증대가 된다. 그리고 공항은 항공수송서비스 제공자로서 승객 및 화물 수송에 기여하는 역할 이외에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주변 지역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면서 경제성장의 원동력 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대구시민들의 역량을 결집시켜 K2·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겠지만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가던 걸음 주춤거리며 귀 기울여 본다. '대구 시민의 70% 이상이 군 공항만 이전하고 대구공항은 존치하고 싶어한다'는 어느 단체의 여론조사 발표가 있었다. 이렇게만 된다면 그 누가 통합이전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겠는가.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이 2005년부터 항공 분야 최고의 상으로 상징되는 '세계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인천공항 역시 시작 단계에는 격렬한 반대 속에 진행되었다. 1990년 인천국제공항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곧바로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반대운동이 시작되었고 연약한 지반 및 접근성 등 다양한 부분에 걸쳐 반대 논리가 나왔다.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공항이 건설되지 않았으면 그 수요는 어떻게 감당했겠으며,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세계 속으로의 도약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었겠는가.군 공항으로 인한 소음 피해 주민은 23만8천 명으로 대구 시민의 10%에 이르는 등 전국 최고 수준이다. 고도제한 적용으로 114.33㎢(대구시 면적의 13%)의 면적이 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다.시민의 공항 이용 편리성도 소중하지만 소음 피해에 시달리는 주민들 역시 대구 시민이다. 그분들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함에도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부분은 안타깝기 그지없다.필자는 공항특위 위원장이 아닌 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소중한 유산을 후대에 물려줄 때는 기능과 가치가 전제된 자산을 전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항은 대구 시민 모두가 이용하면서 그 불편은 공항 인근 시민만 아픔을 느끼고 상처를 입어야 한단 말인가? 조금이라도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책임을 느낀다면 우리 시민 모두 한마음, 한목소리로 통합신공항 건설을 외쳐야 하며 그럴 때 중앙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대구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시민 모두가 한목소리로 통합이전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성과 의지가 앞선다면 통합신공항은 분명 장대하게 펼쳐질 것이다.통합신공항이 왜 필요한가. 항공 수출입 처리 물동량은 전체 수출입 물동량의 1% 미만에 불과하나 금액 비중은 30%를 넘어서고 있다. 공항이 있는 도시는 항공 물류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배후단지를 개발하고 국제기업 유치에 전력한다. 통합신공항이 동남권 경제공동체의 구심점이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물류 거점 공항으로 특성화된 국제공항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우리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미래를 위해 외쳐야 할 것이다.

2018-12-12 10:15:29

노벨상 시상식/노벨박물관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노벨물리학상과 레이저기술

그냥 부러울 때가 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럽다. 노벨상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노벨상의 계절이 오면 우리나라 과학자가 혹시 노벨상을 받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가 연신 실망으로 바뀐다. 그때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배가 아프다.얼마 전 일본 오사카에 갔을 때다. 오사카시립과학관을 둘러보다 한쪽 구석에서 눈동자가 커졌다. 과학 전시물은 다 유치하고 오래되어서 별로 새로운 것이 없다. 그런데 그곳에 노벨상을 받은 일본 과학자들의 사진과 연구가 전시되어 있었다. 일본 어린이들이 그 곳을 보며 '나도 커서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되어야지'라는 꿈을 가질 것을 생각하니 배가 아려 왔다. 이제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왜 아직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올해 노벨물리학상과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을 분석한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봤다.◆올해 노벨물리학상과 레이저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집어 본 사람은 안다. 가는 머리카락을 집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다. 그런데 이 머리카락보다 1,000 배나 더 작은 것을 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가 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광학 집게와 고출력 레이저를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미국 벨연구소의 아서 애슈킨 박사와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닉의 제라르 무루 교수 및 캐나다 워털루대의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를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애슈킨 박사는 아주 작은 입자나 바이러스를 집을 수 있는 '광학 집게'를 개발했다. 그리고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산업분야와 의학분야에서 중요 기술로 사용되는 고출력 레이저 기술을 개발했다.우선 애슈킨 박사가 개발한 광학 집게를 살펴보자.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작은 족집게로 집어서 옮기면 된다. 그럼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박테리아 한 마리는 어떻게 옮길 수 있을까? 당연히 족집게로 집어서 옮길 수 없다. 박테리아 입장에서 보면 족집게의 가장 뾰족한 끝 위의 넓이가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축구를 할 만큼 넓다. 그러니 훨씬 더 작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더 작고 예리한 집게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애슈킨 박사는 '광학 집게'라는 놀라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바로 빛으로 집게를 만들어 박테리아를 집어서 옮기면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빛을 이용해서 세포나 작은 입자를 옮길 수 있는 광학 집게가 만들어졌다.빛을 마치 집게처럼 사용해서 물건을 집어서 옮기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정말 놀라운 발상이다. 그 원리는 이렇다. 우리는 보통 빛이 여러 파장으로 이루어진 파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빛은 파동의 성질 뿐만 아니라 입자의 성질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빛이 입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해가 쉽다. 아주 작은 물체에 빛 입자를 보내면 그 빛 입자가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면서 운동량이 조금 변하는데 이것이 그 작은 물체에 전달되어 움직이도록 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방바닥에 작은 구슬이 있는데 그 구슬을 향해서 작은 빛 입자를 보내면 빛 입자가 작은 구슬에 부딪치고 튕겨 나오면서 그 구슬이 움직인다는 말이다. 광학 집게에서 사용하는 빛은 레이저 빛인데 살아있는 세포를 가만히 붙잡아 두기도 하고 빙빙 돌도록 만들기도 한다. 최근 이런 광학 집게를 이용하여 생물학 실험과 나노기술 관련 연구가 요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다음으로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가 개발한 고출력 레이저 기술을 살펴보자.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면 종이에 불이 붙는다. 이처럼 빛을 모아서 출력을 세게 하면 종이뿐만 아니라 철판도 뚫을 수 있다. 단일 파장의 빛의 에너지를 세게 해서 만든 빛이 우리가 알고 있는 레이저다. 레이저는 많은 산업분야와 의료분야에서 중요한 기술로서 이용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고출력 레이저를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증폭 장치를 이용해서 레이저 펄스 세기를 크게 키우면 될 것 같지만 증폭 장치가 손상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이 문제를 레이다에서 쓰는 기술을 응용해서 해결했다.이들은 두 개의 격자를 이용해서 레이저 펄스를 파장의 성분에 따라 지연시켜 펄스의 시간폭을 늘렸다. 이후 증폭기로 빛의 세기를 크게 증폭시켰다. 그리고 다시 격자 두 개를 이용해서 시간폭을 압축해서 매우 세고 시간폭이 짧은 레이저 펄스를 만들었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요즘은 피코초(1조분의 1초) 레이저,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레이저, 아토초(100경분의 1초) 레이저 등이 개발되어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여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도 하고 다양한 재료를 아주 날카롭고 작게 절단하는 데에도 사용한다. 또한 라식과 같은 안과 수술에도 이용하고 있다.◆통계로 보는 노벨상노벨상 수상자는 20대에 박사 학위를 받고 30대 중후반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구를 시작해서 50대 초반에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연구의 정점을 찍는다고 스웨덴 노벨재단에서 발표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이루어졌다. 연구재단이 1901년부터 2017년까지 노벨물리학상, 노벨화학상,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과학자 599명에 대한 전수 분석을 한 내용을 담은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최근 10년 사이에 노벨상을 받은 수상자들은 평균 37.1세에 노벨상을 받게 되는 연구를 시작해서 53.1세에 연구 정점에 도달하고 평균 67.7세에 노벨상을 받았다. 핵심 연구를 시작해서 마칠 때까지 17.1년이 걸렸고 노벨상을 받기까지는 31.2년이 걸렸다. 그리고 20세기에는 30대 중반에 연구를 시작해서 40대에 연구를 완성하고 50대에 연구성과를 인정받아서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보다 10년 정도 시간이 늦춰졌다. 전체 노벨상 수상의 평균 나이가 57세이지만 최근 10년 사이 수상자의 평균 나이는 67.7세로 올라갔다.노벨상 수상자들은 젊었을 때부터 논문을 많이 쓴 연구광들인데 평생 291.8편의 논문을 쓴다. 이 중에 노벨상 수상과 관련된 논문은 8편이며 이 논문 한 편당 인용수는 1226.2회나 된다. 특히 핵심 논문 31%는 수상자가 20~30대에 쓴 것이다.'프리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울프상과 래스커상을 받은 후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많다. 울프상을 받은 과학자 네 명 중 한 명이 노벨상을 받았고 기초의학 부문에서 래스커상을 받은 과학자의 절반이 수 년 내 노벨상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미국공학한림원에서 주는 찰스 스타크 드레이퍼상도 프리 노벨상에 포함된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이 263명으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 다음으로 영국(87명), 독일(70명), 프랑스(33명), 일본(22명) 등이다.이처럼 진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의 연구 아이디어와 연구방법 및 연구결과뿐만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보면 노벨상을 받는 비결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봄에 씨를 뿌리고 열심히 키우면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하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2-12 06:30:00

이장우 (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경제칼럼] 대학이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

학생수 감소·제조업 쇠퇴 선진국대학·지방정부 손잡고 위기 극복국토부 '대구 북구 경북대' 사업도대학타운형 도시재생 모델 성공을21세기 들어와 대학의 역할은 지식 보고로서 단순히 인재를 양성하는 기능을 넘어서고 있다. 공교롭게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제조업과 도시가 쇠퇴하는 위기 국면에서 새로운 역할이 발휘되고 있다.지금 대학은 축적된 지식·기술과 인재 풀을 기반으로 커다란 재정 지원 없이도 독자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지방정부의 협력 파트너 역할을 담당하면서 도시와 지역을 재생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2년 세계 최대 골리앗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매각했던 스웨덴 말뫼시는 그 자리에 대학을 유치해 바이오, IT, 재생에너지 등에 집중함으로써 저탄소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듯 새로이 대학에 부여된 사명과 역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첫째, 지방분권화 시대에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일본은 2007년 대학 입학 희망자 수가 입학 정원 아래로 떨어지는 추세에 대비해 학교교육법을 개정해 '지역 공헌'을 대학의 새로운 사명으로 법제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방정부와 협력해 대학이 지역 재생과 활성화의 거점이 되도록 했다. 대표적 사례로 요코하마시립대는 지역민을 위한 강의와 시설을 개방하고 마을과 도시재생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실행해 성공을 거두었다.둘째, 정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도 독자적 기획과 투자를 감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학들은 정부로부터의 재정 지원 없이 자발적 혁신과 투자를 잘 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 반면에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대학은 재정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없는 애크런시 정부 형편에도 불구하고 경영대학을 도심으로 이전하고 도심의 쇠퇴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헬스케어센터, 보건의료 시설, 기숙사 등을 설치하였다. 그 결과 타이어 산업의 쇠퇴로 죽어가던 도심이 다시 살아남은 물론 대학의 사회적 평판도 높아져 연구비와 기부금이 늘어나고 학생 수와 교육 수준이 향상되었다.셋째, 지역 발전을 위해 대학의 독자적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학내 문제에만 매몰된 채로는 새로운 사명 수행은 물론 점점 어려워지는 대학의 경쟁력 회복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시는 제조업 쇠퇴로 도시 중심이 슬럼화되어 캠퍼스 주변 치안에까지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주디스 로딘 펜실베이니아대학 총장은 도시재생 프로젝트 조직을 구성하고 부총장으로 하여금 각 단과대별, 학과별 진행 상황을 매일 점검하도록 했다. 또 매월 지역 주민들과 정기 모임을 갖고 지역 문제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였다. 이러한 유펜(펜실베이니아대)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지역은 물론 대학 명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제조업이 어려워지고 도시가 쇠퇴하는 현상은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왔다.내년도 대입 정원은 55만4천 명인 데 비해 수능 응시자는 53만 명 정도인 실정이다. 대학과 지역이 동시에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선진국 사례는 이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친환경·선진문화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최근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도 이러한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된 '대구 북구 경북대' 사업은 대학타운형 도시재생 모델로서 지역 특화재생 사업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정책이다.경북대는 1년 예산 규모가 3천억원이 넘고 2만7천 명에 달하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활동하는 대규모 조직으로서 지역을 대표하는 지식과 인재의 허브로 성장했다. 이제는 인재를 키워 내보내는 소극적 역할에서 탈바꿈해 '위기 극복'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2018-12-11 14:29:33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장하빈의 시와 함께] 목련두부 박봉희(1961~ )  

목련시장은 목련이 간판이다 거기 두부 가게는 국산 해수 두부만 판다 나는 그 두부만 사먹었다 몇 번의 목련이 피었다 졌을 때 나는 몇 블록 옆 국산 두부와 중국산 두부의 노점상으로 발길을 돌렸다반값 싼 중국산과 국산의 사이는 너무 가까웠다 한번은 국산, 한번은 중국산을 번갈아가며 샀다 또 몇 번의 목련이 피었다 졌다 그러다가 나는 중국산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두부 앞에 서면 죄 짓지 않아도 죄스러워진다 두부를 살 때마다 막 출소한 자의 심정으로 두부를 받아든다 두부는 두부일 뿐이다 콩을 불리고 갈고 끓이고 짜고 굳힌 두부의 일대기 같은 목련, 물오른 나뭇가지 위 두부가 돋을새김으로 돋아난다 ―시집 '복숭아꽃에도 복숭아꽃이 보이고' (문학의 전당, 2018) * * * 바로 우리 집 근처에 목련시장이 있다. 목련이 간판이라서 목련시장이라니! 나는 목련아파트 들어서는 길목에 장이 서서 목련시장이라 부르는 줄로만 사뭇 알았다. 남다른 눈을 가진 자가 제대로 된 시인이다. 시인은 목련시장에 들러 두부를 산다.처음엔 가게에서 국산 해수 두부만 사고, 그러다가 노점에서 국산과 중국산 두부를 번갈아가며 사고, 나중엔 중국산만 산다. 몇 번의 목련이 피고 질 때마다 장바구니에 담기는 두부의 국적이 이렇게 바뀌었다. 그래서인가? 중국산 두부를 주문하고 돈을 건넬 때면 "죄 짓지 않아도 죄스러워지"는 까닭은? "막 출소한 자의 심정"으로 두부를 공손히 받아든다. "두부의 일대기 같은 목련"처럼, 놀랍게도 '목련'을 '두부'에 빗댄 것은 아이보리 색상과 부드러운 촉감이 서로 닮은 것도 그러하지만, 목련과 두부의 "돋을새김으로 돋아나"는 생명성에서 비롯하는 게 아니던가? "콩을 불리고 갈고 끓이고 짜고 굳힌 두부" 속에는 가족의 밥상을 위해 일터나 시장 바닥을 바지런히 누비고 다니는 서민들의 애락이 오롯하게 배어 있구나!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2018-12-11 11:32:08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기아선상(飢餓線上)의 아리아

어떤 가수는 노래 한 곡 불러 평생 먹고살고 또 어떤 가수는 몇 년에 한 번 리사이틀만 해도 떼돈 번다. 노래 한 곡 안 불러도 전국 노래방서 다달이 보내 주는 돈으로 부자로 사는 가수도 있는가 하면 남이 그린 그림을 자신의 것이라며 그것 팔아 돈 버는 가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수는 배가 고프다. 특히 '인디 가수'들은 굶는다. 무슨 분야든 인디가 붙으면 가난뱅이다. 인디 영화, 인디 음악 하는 사람 전부가 가난뱅이다. '인디'라는 말은 '인디펜던트'가 본딧말인데 독립이라는 말의 영어다.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겠다고 싸우던 애국 열사들이 얼마나 고생했는가? 목숨까지 빼앗기기도 했다. 음악에서도 상업적인 거대 자본과 유통 시스템으로 부터 독립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부류를 인디라고 한다. 메탈이나 힙합 같은 구체적 장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 창작성과 자율성에 치중하여 활동하는 대중문화의 아웃사이더들이다. 그들은 독립 소자본으로 설립한 인디 레이블에서 음악을 제작한다. 문외한들은 인디 음악가들은 인기가수가 되지 못해서 인디가 되었다거나 혹은 언더그라운드나 아마추어와 비슷한 개념으로 오인하기도 한다.1994년 서울 홍익 대 앞에서 펑크 클럽 '드럭'이 생긴 것이 한국 인디 음악의 시작이다. 1996년에 'OUR NATION'이 제작된다. 초기의 인디는 질펀한 길거리 난장판 음악, 퍼포먼스적인 왜곡된 이미지만 연출하고 젊은이들의 광란이나 유흥문화의 발흥처럼 음악이 전개되었다. 그러자 인디 음악은 인기가 없어지고 팔리지 않는 괴상한 음악이라는 편견과 아마추어들이 구사하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이라는 오래를 받고 대중의 관심에서 일단 지워진다. 그러나 2000년대 인터넷,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자체적으로 저비용의 홈 시스템이 가능해지자 2005년 부터 인디음반들이 급증하며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음악도시 대구에도 인디 음악이 들어왔다.2018년 11월 27일 '인디053'이 주관하는 거리공연(스트리트 어택)을 시작으로 '대구독립음악제'가 시작되었다. 대구독립음악제는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인디뮤지션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프로그램은 '스트리트 어택', '대구인디사운드 페스티벌', '인디 컬처 포럼'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트리트 어택은 동성로, 수성 못 등의 야외무대에서 4월 27일부터 11월까지 공연을 한다. 참여 뮤지션은 '안녕 엘시사', '더 튜나스', '전복들', '극렬', '톤 셀트'등 50개 팀이 참여한다. 대구인디사운드 페스티벌은 야외 인디음악 축제로써 대구시민생명축제와 함께 진행되는데 8개 팀이 참여한다. 인디 컬처 포럼은 대구 인디 음악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내일을 살펴보는 학술포럼이다. 여기에는 대구 인디음악과 문화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역 인디 음악에 대한 발전 방향에 대한 연구토론을 펼친다.2018년 11월 6일 대구 2.28 중앙공원에서 장례식이 있었다. 장례식은 음원이 3천 번 재생되어야 패스트푸드에서 커피 한 잔 사 마실 수 있는 수입이라며 인디 음악에 합리적인 구조와 지자체의 예술가 지원 사업을 현실적으로 지원해달라는 퍼포먼스였다. 대구의 인디 음악을 하는 젊은이들이 독립의 대가로 굶어 죽어서야 되겠는가? 십시일반의 시민의 후원이 있어야 산다. 예술의 도시 대구에서 예술 하다 굶어 죽는 사람이 있어야 되겠나? 현재 대구 인디음악은 기아선상(飢餓線上)의 아리아이다.

2018-12-11 11:28:28

삽화 권수정

[이주향의 이야기와 치유의 철학]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8가지 고통 중에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怨憎會苦가 있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하는 고통, 미워하는 사람과 살아야 하는 고통입니다. 만약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실까요?미워하는 사람과 만나 살아야 하는 원증회고는 삶을 막장 드라마로 만들고, 사랑하는 이와 이별해야 하는 애별리고는 멜로드라마로 만들지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 보셨습니까? 러닝타임이 3시간 가까이 되는 이 영화가 지루하지 않은 것은 바로 애별리고까지도 사랑이 된 남자의 그리움이 지금 이 생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을 각인시켜주기 때문입니다.남들과는 다르게 점점 젊어지는 숙명을 타고 태어난 벤자민은 어느 시간, 처음 보는 순간부터 한눈에 들어 무수히 떠돌던 날들에도 한사코 잊지 못했던 여인과 살고 있습니다. 함께 할수록 좋은 이들의 사랑은 아이의 탄생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없으니 아빠 노릇, 남편 노릇을 해주기 힘든 겁니다. 그는 모든 재산을 정리해서 여인에게 남겨주고 빈손으로 떠납니다. 아이가 크기 전에 남편 노릇, 아빠 노릇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는 기원과 함께. 덕분에 그의 사랑 데이지는 울타리 노릇 제대로 하는 좋은 남자를 만나고, 그들의 딸 캐롤라인은 그 좋은 남자를 아버지로 알고 잘 성장합니다.반면 그들을 떠난 벤자민은 그리움과 함께 세상을 떠돌면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지 못한 딸을 향해 가닿지 못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굿나잇 키스를 해주고 싶다고. 5살이 되면 입학식에도 데려가고 싶고, 6살이 되면 네게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싶다고. 슬퍼할 때는 안아주고도 싶다고. 함께 살지 못하는 딸을 향한 그리움을 품고 세상을 떠도는 그의 편지는 삶이 선물하는 비밀들을 훔쳐보게 합니다."살아서 너무 늦거나 빠른 것은 없다. 너는 뭐든 될 수 있다.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어, 지금처럼 살아도 되고, 새 삶을 시작해도 돼.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느끼고, 너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후회가 생긴다면 용기를 내서 다시 시작하렴."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 깊은 곳엔 우리가 기억도 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혹은 생명들의 기원이 숨처럼, 물처럼 흐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 덕택에 우리가 무사히 숨을 쉬고 생을 배우며 여기까지 온 것인지도.점점 젊어지는 숙명을 타고 났다는 건 태어날 땐 늙었다는 거지요? 백내장과 관절염을 앓고 있는 노인으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고 양로원에서 성장합니다. 그런데 젊은 날의 짐을 내려놓은 노인들이 사는 그 양로원은 그에게는 더없이 맞춤한 집이었습니다. 더 이상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에는 묘한 평화가 흐르는 법이니까요.추억과 연륜을 나이테처럼 가지고 있는 그들은 추억도 없이 늙은 아이를 친구처럼 거리감 없이 대하면서도 아이임을 잊지 않고 돌봐줍니다. 책임감으로 무장하지 않고 삶을 나누고, 사랑이랄 것도 없이 사랑을 베푸는 어른들의 품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법입니다.당장 외출할 것처럼 늘 화사하게 차려입고 손가락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놓는 법이 없는 할머니는 외출한 적도, 누가 찾아온 적도 없다지요? 그 외로운 할머니가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줍니다. 잘 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느끼는 거라고, 느낌을 담아서 연주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 할머니는 이렇게 말할 줄 아는 노인이었습니다.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서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법이란다."그 외로운 할머니에게서 벤자민은 피아노뿐 아니라 그리움을 배웠습니다. 사실, 지금 외롭지 않은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평생 외롭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외로움은 인간의 숙명입니다. 그런데 그 숙명을 소화해내는 방식엔 차이가 있지요? 거기 양로원을 드나드는 또 한 사람에게 벤자민이 배운 것은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었습니다."삶은 외로운 거야. 우리처럼 특별한 사람에겐 더욱! 비밀 하나 말해줄까? 뚱보, 말라깽이, 꺽쇠, 또 이런저런 사람들, 그들도 우리처럼 외로워해.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외로움을 무서워한다는 거지."그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삶을 두려워하는 뿌리인 거지요? 반대로 그 외로움에 대한 사랑이 삶 사랑의 뿌리이고 자유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거지요?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시간을 사는 까닭에 곧잘 잊습니다. 삶은 헤아릴 수 없는 상호작용이고, 그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다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오면 무수한 상호작용의 무서움을 알게 됩니다. 벤자민의 말대로 우연이든, 고의든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벤자민의 사랑 데이지는 그날의 사고로 무릎 뼈가 으스러지게 전에는 전도유망한 무용수였습니다. 그 날 그 택시기사가 커피를 사려고 카페에 들르지만 않았어도, 그 때 그 시간 데이지가 공연연습을 5분만 더, 혹은 5분만 덜, 했더라도, 데이지가 신발 끈이 풀려 다시 묶는 동료를 기다리지만 않았어도, 그 택시기사가 잠시 한눈만 팔지 않았어도, 데이지는 다리를 다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데이지는 다리를 다쳤고, 더 이상 무용수일 수는 없었습니다.무수한 상호작용의 결과로 삶이 바뀌지만 우리 인생을, 그 복잡한 상호작용 탓으로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한 사람에게서 그 결과가 드러나면 싫든 좋든 그것은 온전히 그의 삶이 되고 그의 책임이 됩니다. 그러니 삶이 외로울 밖에요.나의 외로움을 사랑하고, 나의 불운을 사랑하고, 나의 행운을 사랑하고, 나의 자유를 사랑해야 마지막 순간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현실이 싫으면 미친개처럼 날뛰거나, 욕을 하고, 신을 저주해도 돼. 그러나 마지막 순간엔 받아들여야지."거꾸로 가는 시계를 가진 사람들, 영혼이 육체를 배반하고 육체가 영혼을 배반하며 살아가야 하기에 외로움이 숙명이 된 사람들은 방랑하고 헤매지만 외로움이 두려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진 것도 없이 떠돌며 방랑하다 쫌쫌한 나이테와도 같은 단단한 외로움의 무늬를 가지게 된 사람들이 다다르게 된 생의 깊은 곳을 슬쩍 훔쳐본 기분이 드네요.

2018-12-11 11:23:35

고양이마다 성격이 다르다 (이미지출처: www.companionanimalpsychology.com)

"고양이 합사했다가 고양이 전쟁"…초보 집사, 고양이 합사 성공하는 법

한집에서 생활하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동시에 내원했다. 다섯마리 길고양이가 동거하는 가정에 4개월 전 막내(2·수컷)가 입양되었다. 그런데 첫째인 양이(8·수컷)가 막내를 견제한다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둘의 다툼이 시작되었다. 둘의 다툼은 더 격렬해졌고 최근에는 다른 고양이까지 싸움에 합세하여 그야말로 "고양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호자는 우려했다.양이와 막내는 둘 다 심인성 방광염(FIC)과 고양이배뇨장애(FLUTD)로 진단되었다. 심리적 불안상태가 지속되면 발병하는 대표적인 심인성 고양이 질병이다. 치료는 동일했지만 둘의 입원 관리에는 차이가 있었다.내성적인 양이에게는 몸을 숨길 수 있는 박스를 제공하고 신경안정제를 추가 처방하였다. 비교적 쾌활한 성격의 막내는 주변이 잘 보이는 입원 칸을 배정하고 간호사들이 자주 놀아주도록 하였다. 퇴원하는 날 보호자에게 둘의 다툼이 지속되는 이유와 고양이 전쟁을 막기 위한 방법을 설명했다.◆고양이 전쟁, 작은 갈등이 싸움으로 번지는 이유?고양이는 현재 반려화가 진행 중인 동물로 각 품종이 가지는 본능에 따라 각 개체의 성향과 표현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 낯선 고양이와의 합사는 서로 다른 습관과 언어를 가진 이방인과의 불편한 동거에 비유할 수 있다. 특히나 상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동거가 시작된다면 다툼의 여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야생의 고양이들은 서로의 영역과 짝을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적정한 타협이 존재한다. 서로에게 치명적인 외상은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양이와 막내의 다툼이 장기화하는 이유는 서로의 일상 패턴과 표현하는 행동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고 성급하게 합사한 탓이 크다. 서로가 "오지마" "날 내버려 둬"라고 표현하지만 두려움과 불안감이 고조된 심리 상태에서는 작은 갈등도 다툼으로 번지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나 고양이들이 공유해야 할 공간이 좁고, 식기와 화장실이 적을수록 분쟁의 가능성은 커진다.◆고양이 전쟁 피하는 법고양이행동학 전문가들은 고양이들 간의 다툼을 줄이고자 단계적인 친화 과정을 권장하고 있다.▷친화준비단계: 입양할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와 친화될 때까지 별도의 방에 격리한다.▷친화 1단계: 케이지로 격리하여 탐색하기.입양할 고양이를 케이지 안에 두고 다른 고양이들이 생활하는 방에서 기존 고양이들이 탐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어느 쪽이든 하악질을 하거나 경계심이 높아진다면 별도의 격리된 방으로 이동한다.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질 때까지 반복한다. (서로의 냄새 정보와 행동 언어를 체험하는 과정)▷친화 2단계: 짧은 시간 직접적인 대면 시도하기.입양할 고양이를 다른 고양이들이 생활하는 방에서 기존 고양이들과 대면 할 수 있도록 하고 보호자는 하드보드지를 들고 있다가 어느 쪽이든 하악질이나 경계 행동을 보이면 서로의 시야를 가려서 다툼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하드보드지만으로 다툼을 막을 수 없다면 1단계로 돌아간다. (서로가 적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는 과정)▷친화 3단계: 합사.본격적인 합사 후에도 잘 지내는가 싶다가도 돌발적인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의 고양이들이 누리던 공간이나 화장실을 간섭받지 않도록 고양이 개체 수 이상의 식기, 물그릇, 화장실 등을 비치하여 갈등의 요인을 줄여준다.3주 뒤 양이와 막내의 가정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서로의 존재에 대해 극도로 민감해 있었던 양이와 막내 역시 이러한 단계적인 친화 과정을 통해 서로의 행동 언어를 이해하고 타협할 수 있는 여지를 익히게 된 것이다.최근에는 길고양이를 입양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 다행이다. 그래서 길고양이를 입양하는 것은 한 생명을 구하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길고양이 한 마리 더 입양하려는 애틋한 마음이 고양이들에게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보호자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인간의 관점에서 길고양이의 입양은 생명을 구하는 최고의 배려지만, 정작 입양되는 고양이는 그저 새로운 환경이 두렵고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급급한 심리 상태임을 이해하여야 한다.고양이의 복잡다단한 행동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 진정한 애묘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고양이들에게 보호자가 영원한 집사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 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8-12-11 09:13:33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과장(진단검사의학과)

[의창] 쥐라기 괴물

2017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녀평균 82.36세이다. 2008년 79.60세에서 9년 사이에 3년이 더 늘었다. 평균 연령 100세 장벽은 그리 어렵지 않게 넘어설 것 같다. 미국 버밍엄대의 스티븐 오스태드 교수는 멀지않은 시대에 150세까지 사는 사람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일리노이대 올샨스키 교수는 유전적 프로그램이 인간 수명 연장을 방해하므로 사람의 수명을 이처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이 두 교수는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2001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 가운데 150세까지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하는 내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각각 150달러씩 내어 펀드에 가입한 뒤, 2150년이 되는 시점에 내기에 이긴 사람의 후손이 돈을 받기로 한 것이다. 2016년 네이처지에서 '인간 최대 수명은 114.9세다'라는 발표가 있고 난 후, 600달러로 판돈의 액수를 키웠다.장수를 돕는 과학 기술로는 장기 이식, 기계 장기, 실험실 배양 장기, 생체공학, 유전자 가위기술이 있다. 유전자 가위기술은 문제있는 유전자를 쉽게 제거하고, 정상유전자로 바꾸어 주는 꿈의 기술이다. 지난달 26일 중국의 허제쿠이 교수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받아들이는 유전자(CCR5)를 제거한 맞춤형 아기를 출산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영화로 보아왔던 쥐라기공원이 조만간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실체는 영화처럼 그리 낭만적이지 않을 것이다.지난 세기 나치독일이 우생학이라는 이름으로 집단학살과 끔직한 인체실험을 자행한 것을 목격한 바 있는 인류는 기대보다 두려움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사실이라면 엄벌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카스9의 개발자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는 '그의 실험 과정을 봤을 때 섬뜩했으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였다.모든 과학은 가치 중심적이다. 새로운 발견이 문제가 없고 윤리적으로 용납된다면 축복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괴물을 키운 것이다. 2003년 인간게놈연구를 마감하는 자리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하느님이 생명을 창조할 때 사용한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내려준 가장 신성하고 성스러운 선물에 깃든 복잡성과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경외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라며 과학자들의 모임에서 종교적인 연설을 하였다. 과학의 진전이 있을 때 우리 인류는 철학자나 종교인의 목소리에 경청해야 한다.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과장(진단검사의학과)

2018-12-11 09:03:51

최희경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세계의 창] 낯선 타인에 대한 예의

낯선 이와 쉽게 친분 나누는 북유럽타협과 합의의 정치 문화 만들어내친해야 할 사람끼리만 친한 우리들모르는 이들에 좀 더 포용적이어야지난 이맘때, 덴마크 한국 식당에서 몇 사람과 점심을 하고 있었다. 한 부인이 우리 쪽으로 오더니 갑자기 필자의 스웨터 색상이 예쁘다고 칭찬했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놀라 얼결에 고맙다고만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세실리아 박사가 이내 그 말을 받아, "나는 당신 코트 색이 마음에 든다"며 그녀와 대화를 시작했다. 소소한 주제로 한참을 웃으며 얘기가 오갔고, 합석이라도 할 기세였을 즈음 부인은 자리를 떴다.그런데 이런 풍경은 덴마크에서 낯설지 않다. 한번은 동료들과 미술관에 갔는데 스티그 박사가 지나가던 이와 반갑게 인사하며 얘기를 시작했다. 한참 후 스티그 박사는 필자까지 불러 소개시켰다. 자신의 이름과 전공을 밝힌 그 사람은 필자의 연구에 대해 물었고 한동안 대화가 오갔다. 그런데 그와 헤어진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은 뜻밖이었다. 필자와 인사한 이는 덴마크국립박물관의 관장이었고 스티그 박사는 그와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었다. 'TV 등에 출연하는 걸 몇 번 봤는데 마침 지나가기에 평소 궁금했던 예산 문제를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그 후 문헌을 통해, 낯선 이와 쉽게 친분을 여는 덴마크 사람들의 성향은 오랜 관습임을 알 수 있었다. 금년으로 개장 175주년을 맞은 놀이공원이자 공연센터인 티볼리는 일찍부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격의 없이 만나고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1874년, 영국 작가 에드먼드 고시가 묘사한 당시 티볼리의 모습이다. "저녁이면 매우 민주적인 덴마크 생활이 티볼리에 펼쳐진다. 노동자가 외무장관에게 담뱃불을 빌리고 상인 가족이 대사와 함께 어울리는 곳."이와 대비되는 일화도 있다. 인류학자 베스터고드 부부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한 무리의 중국 학생들을 만났다. 그런데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가벼운 인사에 응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지나가는 이들과 인사를 건네거나 눈을 마주치는 학생도 없어 부부는 놀랍기도 하고 무례하다고도 느꼈는데,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으려니 짐작했다고 한다.낯선 타인을 대하는 예법은 동서양 간 차이가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 예법은 친분 있는 이들 간의 것이었으며 생면부지의 타인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가족, 친우, 동문, 동향, 사제 관계 등 어떤 형태로든 연고가 중요했고 대부분의 예의는 연고 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유교는 연고에 한정되는 규범이란 뜻으로, 친해야 할 사람끼리만 친한 '친친'(親親)주의라는 지적도 있다.이에 반해 '우리' 밖의 낯선 타자에 대한 사회 규범은 특별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모르는 사람에겐 기본적으로 무관심하고, 여기에 안전과 신뢰 문제가 더해져 경계하고 외면하는 방책이 굳어진 것 같다. 낯선 이가 말을 걸어도 대꾸하지 말고 피하라는 행동 수칙이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걸 보면 '대문 밖 지옥'이란 표현이 과장만도 아니다.사회는 가정과 친분 밖의 낯선 이들을 포괄하는 범주이다.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사회가 있는가 하면 누구와도 대화하기 어려운 사회가 있다. 타인과의 격의 없는 관계가 기반이 되었을까. 북유럽은 지난 100년간 타협과 합의의 정치 문화를 만들어냈다. 노사대타협을 이끌고 경제위기에선 보수와 진보가 협력했으며, 실리를 위해서는 지금도 좌우가 기꺼이 손을 잡는다.그러나 그들도 최근 대거 유입된 난민과 이민자 앞에서는 일정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북유럽의 관용주의 역시 최소한의 동질성을 전제로 했던 것 같아 씁쓸하다.우리는 모르는 타인에게 좀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승강기 안 낯모르는 타인끼리의 가벼운 인사, 출입문을 밀면서 뒷사람을 위해 잠시 잡아주는 배려-작지만 중요한, 타인에 대한 예절이 새해에는 일상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2018-12-10 11:27:26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오페라 '라보엠'의 첫사랑 이야기

#1. 주머니는 텅텅 비었지만 열정 가득한 청년예술가들이 한 칸짜리 옥탑방에 모여 산다. 시인과 화가, 음악가 그리고 철학자. 때는 칼바람 부는 겨울이지만 언감생심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었던지 한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좀 벌었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기로 하고, 당장 카페로 가자며 의기투합한다. 오늘은 멋진 크리스마스 이브니까.#2.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곧 뒤따라 가려던 시인은 뜻밖의 방문객을 맞는다. 마찬가지로 춥고 배고픈 처지지만, 어딘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청순한 미모의 옆방 아가씨가 뭔가 도움을 구하러 온 것이다. 한 눈에 서로 반한 시인과 아가씨는 곧장 커플이 되어 친구들을 만나러 나간다. 시인은 아가씨의 찬손을 따뜻한 마음으로 녹여주고 싶었다. 거리에는 하얀 눈이 축복처럼 내리고, 불빛 가득한 카페는 파라다이스처럼 아름답다.#3. 시인과 아가씨는 그 해 겨울을 함께 지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가씨는 병색이 짙었으며, 시인은 여전히 가난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지만, 웬일인지 자꾸 부딪치게 된다. 어느 날 크게 다툰 두 사람은 이제 헤어지자며 맘에 없는 소리를 한다. 아가씨는 시인에게 부담을 주는 자신이 미웠고, 시인은 아픈 그녀를 돌보지 못하는 스스로가 못내 괴로웠던 것이다.#4. 아가씨와 헤어진 시인은 하루도 그녀를 잊은 날이 없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항상 서글픈 마음이다. 그녀도 마찬가지였을까. 어느 날, 죽음의 그림자를 이끌고 시인을 찾아온 아가씨는 숨겨뒀던 진심을 전하고 영원한 이별을 고한다. 이제는 다시 만날 수도 없게 된 두 사람. 아픈 첫사랑의 추억만 시인의 몫으로 남았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첫사랑은 누구에게나 그리운 것이다. 젊었고, 그래서 가진 것이 없었고, 매사에 서툴렀고, 늘 뒤돌아서서 후회했던 시간들이지만, 먼 훗날 되짚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남는다.해마다 크리스마스 무렵에 가장 사랑받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La Bohème)은 이렇게 아련한 첫사랑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뮤지컬 '렌트'로 각색돼 또 그만큼 사랑받은 걸 보면, 어느 시대에나 어떤 영화 혹은 TV드라마로 꾸며진다 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인 것 같다. 다가올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역시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르게 되는 오페라 '라보엠'. 가장 낭만적이며 품격 있는 연말을 보내는 데 이보다 멋진 순간이 있을까.

2018-12-10 11:22:36

최기문 영천시장

[기고] 더 나은 출산 환경, 저출산 극복 첫걸음

해마다 새싹 돋는 봄이 오면 초등학교 운동장마다 첫발을 내딛는 신입생들의 해맑은 재잘거림으로 가득 찼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아름다운 광경은 최근 우리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올해 경북도내 22개 초등학교가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영천시도 초등학교 입학생이 2017년 614명, 2018년 553명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고, 2개 학교는 6학년생이 없어 졸업식을 치르지 못하는 실정이다.특히 학년이 낮아질수록 학생 감소나 신입생 부족으로 입학식을 하지 못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시골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줄어들고 지역경제도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영천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중소 지방도시 대부분 공통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인구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영천시 합계출산율은 2015년 1.55명, 2016년 1.41명, 2017년 1.35명으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낙후한 출산 환경이 인구 감소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많다. 더욱이 영천시가 인구 10만 명을 유지하는 '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분만산부인과가 없어 인근 대구나 포항, 경산 등으로 원정 출산을 하는 불편을 겪어왔다.이러한 불편 사항을 감안해 영천시는 민선 7기 시정의 최우선 과제를 인구 증가로 삼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노력의 결과 지난 7월 말 대비 11월 말 기준 인구가 실제로 1천여 명 증가한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났다.지난 7월 영천시는 행정안전부의 저출산 극복 공모사업에 응모해 '해피니스 스타영천 패밀리센터 건립사업'이 선정됐다. 이 사업은 완산동 일원에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공동육아 나눔터, 문화센터, 키즈카페 등을 조성해 임신, 출산, 육아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또 지난 9월에는 보건복지부가 공모한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에 선정돼 국·도비 지원으로 망정동 일대에 분만산부인과와 소아과, 산후조리원을 갖춘 (가칭)효성여성아이병원을 건립해 안정적인 분만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2019년 말 완공되는 효성여성아이병원은 출산 기반 시설의 불모지에서 영천시가 이루어낸 가시적인 성과이다.이 같은 출산에 필요한 기반 구축과 함께 시는 출산장려금을 첫째 아이의 경우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6배 늘리고, 둘째는 120만원에서 340만원, 셋째는 540만원에서 580만원, 넷째 이상은 9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올리기 위한 조례도 개정 중이다. 아울러 다자녀 가정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조만간 초중고생 자녀에게 50만~100만원, 대학생 자녀에게는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내년 분만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등이 들어서면 출산·양육·교육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춰 저출산 극복과 인구 증가를 위한 기본적인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영천시와 같이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중소도시의 경우 젊은 인구 유입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든든한 기업 유치로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앞으로 영천시는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출산과 양육, 교육, 주택,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시책 추진으로 기업과 사람이 몰려드는 도시 조성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2018-12-10 11:22:12

박시윤 수필가

[에세이 산책] 눈

한밤중에 눈이 내린다. 겨울이 미처 닿지 못한 도심의 구석진 마을에도 눈이 내린다. 무럭무럭 만개한 천상의 꽃이 만년의 꿈을 품고 아름답게 지상으로의 밀어를 즐긴다. 자고 나면 가뭇없이 과거로 사라져버릴 테지만, 이 순간만큼은 얼마나 넉넉한가. 우리는 모두 잠들었고, 세상은 고요로 가득하다. 지금쯤 인기척 끊긴 저 먼 곳의 대지는 꽁꽁 얼었을 테고, 풀과 꽃들은 다한 생을 접고 한 톨 깜깜한 씨앗으로 눈을 맞으리. 이 추운 계절을 잘 견뎌야만 암흑의 벽을 뚫고 또 한 번의 절정으로 피어나리.나는 해쓱해진 낯빛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벗들을 떠올린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도 절정이 있었으리. 낯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인연을 엮고, 무슨 연유로 소원해져 우리는 '이별'이라는 말조차 사치인 양 멀어졌다. 아옹다옹 다툼하던 벗들은 어디에서 이 눈을 맞을까. 아직 혹한의 계절이 절정에 이른 것도 아닌데 요즘 부쩍 밤이 길다.눈은 누구의 부름을 받고 지상으로 오기에 차디찬 대지를 이토록 따스하게 감싸 안는가. 오늘 밤 불면의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눈'이라 말하리. 이 밤이 지나고 나도 세상은 뭣 하나 달라질 것 없겠지만, 새하얀 저 빛이 누군가의 사소한 허물들을 덮어, 그를 다시 착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눈! 아침이 오면 누군가에게 가장 희고 깨끗한 처음이 되리. 그의 발에 꾹꾹 짓눌리면서도 가장 선명한 그의 흔적이 되리. 떠나버린 이와의 따뜻한 재회는 기대하지 않으리. 조용히 내게로 다가와 확확 치밀어 오르는 내 화기를 이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인연이라 해도 눈, 이 짧은 이름을 부르리. 발가락이 꽁꽁 얼고, 철저하게 위장되었던 생각과 믿음들이 모조리 빙점에 이를 무렵, 나는 온몸으로 눈을 맞는다. 볼에 떨어진 꽃들이 주르륵 녹아내린다. 냉정한 사람, 냉정하지 못하여 결국 짧은 생을 마감하는 눈꽃. 그저, 당신이어서 좋았다.좀 더 거세진 눈발들이 슬픔의 발자국과 아픔의 손아귀들을 모조리 덮어 나간다. 천상의 꽃이 새하얀 절정으로 피어난 밤. 먼 곳에서부터 겨울이 오고 있다. 눈이 그치고 새까만 동공을 비집고 쏟아지던 깜깜한 밤도 숙면에 든다.숨죽였던 인기척이 되살아나고, 인간사 모두는 백설의 아침과 조우할 수 있을까.수필가

2018-12-10 11:17:16

김형기 교수

[기고] 안보는 속도조절, 경제는 궤도수정을!

안보와 경제, 이 두 가지는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안보와 경제에 실패하면 문 정부는 실패한다. 문 정부의 실패는 대한민국의 실패다.당면한 안보 문제와 경제 문제는 대한민국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중대 문제이므로 정파와 정권을 초월해 접근해야 한다. 특히 국가공동체의 존망이 걸린 안보에는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미 장기침체에 진입한 경제가 더 망가지면 회복 불능일 수 있다.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문 정부의 기본 방향은 옳다. 그러나 현 국제정세와 한미, 북미, 남북 관계의 냉엄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문 정부의 안보정책은 '과속'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비핵화가 선언만 있고 그 구체적 이행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선행하려 시도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충분히 조율한 전략에 따른 협력행동에 앞서 단독으로 질주하고 있다. 이러한 과속은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데 역효과를 낼 뿐이다.'비핵화가 먼저냐 제재 완화가 먼저냐'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제재 완화 선행 여론 형성을 위한 외교를 펼치고 있다. 비핵화 선행을 주장하는 '미국-일본-EU' 축과 제재 완화 선행을 주장하는 '중국-러시아-북한' 축 간의 대치선에서 문 정부는 후자로 기울어지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형국은 한미동맹의 균열과 외교고립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국제사회 특히 미국이 문 정부의 과속에 제동을 걸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정책은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 비핵화도 물건너갈 공산이 크다. 따라서 치밀하고 신중한 전략 수립에 기초한 안보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경제정책은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근본취지는 옳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고용위기와 경기침체를 심화시키고 있음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자영업 비중이 높고 중소기업의 경영기반이 매우 취약하며 대-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양극화가 심각한 한국경제의 구조를 그대로 둔채 추진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큰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따라서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는 산업정책,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지역정책의 강력한 선행 추진이 필요하다. 이러한 산업정책과 지역정책의 추진에 앞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분배정책을 실시한 결과 고용위기와 경기침체를 초래하였다.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킨 역설이 나타났다.아울러 성장잠재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주도성장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혁신주도성장 정책의 방향은 규제완화가 아니라 중소기업 혁신과 지역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역혁신을 위해서는 획기적인 지방분권으로 지역의 자율성을 크게 높여야 한다. 요컨대, 양극화를 해소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혁신주도 동반성장' 정책을 통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용기있는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이한 대응으로 실기하면 안보와 경제 모두 회복 불능의 사태가 닥칠 것이다.

2018-12-09 16:05:09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김정은 방남과 갈수록 제 맘대로 정권

북핵 위협에 가장 위험한 文 정권김정은 옹호 행동 이해할 수 없어더 이상 상식을 기대하기 힘들어'한국 사라질 수도' 공포 국민 지배해방 건국 이후 최대의 민족적 사변인 6·25전쟁을 일으키고 이후에도 숱한 도발을 일삼은 북한 김씨 왕조 3대 후계자 김정은의 답방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내부적으로 남북 간 답방을 합의한 뒤 반대 시위를 무력화시키고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뜸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구체적으로 며칟날 방한할 것인지를 감춘 채 교란을 위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문 정권과 김정은은 특정 날짜를 확정해 놓고 보수 진영의 대규모 반대 시위 조직화를 무산시키기 위해 답방 날짜나 여부를 흐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회담장 구석 자리'에 가서 30분간 잠깐 만나기 위해 5박 6일간을 날아갔던 이유가 따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방문 재가(?)를 받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경제통상 문제가 주의제인 G20회의에서 한국 대통령이 뭘 했는지 보도된 내용이 없다.동맹이나 이념을 중시하기보다 자국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실리적인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서야 북한 비핵화 문제를 최악의 경우 한국에 덮어씌우면 될 일이기에 '한번 해보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40%대 후반 특히 일부에서는 40%대 초반까지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북으로부터 김정은 답방이라는 구원이 없을 경우에 조기 레임덕 현상을 막을 방법이 없는 지경까지 추락했다.문 대통령은 지난 11월 말 유럽 순방에서 가는 곳마다 '대북 제재 완화'를 김정은을 대신해 외치다 유럽 각국 정상으로부터 'CVID'로 반박당하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거듭했다.이번에도 G20회의에 가는 도중에 들른 체코에서 공식 회담을 거절하고 비공식 면담(?)을 하면서 이스라엘 순방으로 출타 중이던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CVID' 서한을 남기는 '외면'을 당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뉴질랜드에서도 저신다 아던 총리가 문 대통령 면전에서 'CVID'와 '인도적 대북 지원도 거부'하고 있음을 회견에서 발표했다.한독 친선협회 회장인 더불어민주당의 4선 이상민 의원은 EU 순방에서 박대당한 문 대통령 일에 격분하여 자신을 인사차 찾은 독일의 외교관에게 이를 따졌다가 "북을 어떻게 믿냐, 위험한 나라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꼴을 지켜봐야 했다.지금 문 정권은 자신들이 북핵의 위협에 가장 위험한 처지이면서도 북 김정은을 옹호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정권으로 전락하고 있다. 무엇이 일국의 대통령을 저토록 북한 문제에만 집착하게 만들고 있나라는 의문이 심각하게 들었다.더 이상 문 정권의 상식을 기대하다가는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공포가 많은 국민들을 지배해 가고 있다. 이제 '문 정권의 과속 김정은 스토킹'에 국민이 나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만약 이번에도 4·27 판문점선언이나 9·19 평양선언 때처럼 국민들이 정권의 선동에 속아 김정은 답방을 환영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진다면 머지않아 '베트남식 공산화'되어가는 대한민국의 꼴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은 지금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번 방한으로 가공된 거짓 웃음과 겸손, 젠틀함을 보여주려 벼르고 있을 것이다.며칠 전 참다 못한 해병대가 9·19 남북 합의에 따른 'NLL 비행 추진 금지'를 반대했고 해군도 비행 금지 구역 추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서해 NLL 등으로 비행 금지 구역이 확대되면 서해 5도와 서울 방어에 치명적인 결함이 생긴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김정은 답방에 온 국민이 나서 김정은에게 제대로 분노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생전에 김정은 밑에서 노예처럼 신음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2018-12-09 15:47:37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벽(癖)과 덕 <2>

지난주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한 가지 분야에 몰두해서 성취를 하고자 하는 성격을 뜻하는 '벽'(癖)과 어떤 대상을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의미가 강한 '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벽'을 가지고 있는 학생을 우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벽'은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아이가 공부는 안 하고 덕질을 하고 있는 것은 부모들의 큰 근심거리다.하지만 '벽'이 있는 아이들은 사회성이 부족하고, 주변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우울증이 있는 경우도 많다. 반면 '덕'이 꼭 아이들에게 나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영주에 있는 후배네 딸은 아이돌 그룹 세븐틴 '덕후'였는데, 오로지 세븐틴을 더 많이 보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해서 서울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우리 집 큰애도 중학교 때부터 세븐틴 콘서트에 가고 관련 물품들을 사는 데 용돈의 대부분을 탕진했어도, 자기가 하는 것을 인정해 주면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약속을 그런 대로 지켰으니 딱히 나쁜 것은 아니었다. 요컨대 '벽'은 뛰어난 성취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지만 그것이 항상 뛰어난 성취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덕'이 공부에 방해가 될 수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생활의 활력소로서 새로운 추진력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벽'과 '덕'의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린 문제이다.여기에서 '벽'을 가지고 있던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위대한 과학자가 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인슈타인이 대학에 진학해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취리히 공과대학의 민코프스키 교수가 우연히 그의 수학 답안지를 채점했고,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민코프스키는 입시에 실패하고 대학을 포기하려고 하는 아인슈타인을 직접 찾아가 재수를 권하면서 아인슈타인에 맞는 아라우 공립학교를 추천해 주었다. 엄격한 독일의 김나지움과 달리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아라우에서 열심히 공부한 아인슈타인은 1년 만에 취리히 공과대학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을 살린 것은 교육 제도보다 우연과 특이한 인연들의 영향이 더 컸다고 할 수 있다.아인슈타인과 같은 인재를 키우는 것은 일반적인 교육 제도로는 어렵다. 그에 대한 보완책이 영재 프로그램이고, '벽'을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펴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경시대회이다. 이에 대해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이 금기시할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18-12-09 14:57:27

하응백 문학평론가

[광장] 대충 살자

1960년대 이후 우리는 '하면 된다'는 신화에 사로잡혀 살았다. 식민지 시대의 패배 의식과 전쟁의 상처와 절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신 무장이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앞장서서 국민정신 개조에 나섰고, 정주영 같은 기업인은 맨땅에 조선소를 건설하는 등의 추진력을 보임으로써 '하면 된다'가 거짓이 아님을 보여주려 했다. 그런 '하면 된다'의 정신은 사회적 화두로 등장해, 군대·기업·학교·가정 등 사회의 전 분야에 침투해 주류 이데올로기로 형성되었다. 군대에서는 '까라면 깐다'라는 이른바 'KK정신'으로 미화되기조차 했다.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에서 놀랄 만한 성적을 올리면서 '하면 된다'는 정신은 한국인들에게 더욱 내재화된 것으로 보인다. 86아시안게임에서 가냘픈 소녀 임춘애는 중거리 육상 800m, 1500m, 3000m 세 종목을 석권하면서 '하면 된다' 정신의 표본이 되기도 했다. 이 소녀는 당시 '라면 먹으면서 운동' 했다고 해서 전국적인 화제가 되었다. 라면을 먹고도 세 종목을 석권한 것은 '하면 된다'는 불굴의 정신이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어 가능했다는 믿음이, 온 국민에게 종교처럼 퍼져 있던 시절이었다. 임춘애가 "코치 사모님이 간식으로 라면을 끓여 주셨다"가 한 언론사에 의해 "라면 먹으면서 운동했어요. 우유 마시는 친구가 부러웠고요"로 둔갑한 것은, '하면 된다'는 신화에 온 국민이 얼마나 몰두하고 있었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그러나 세상에는 해도 안 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레슬링 선수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발레리노가 되기 어려운 것처럼, 애초에 안 되는 일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한 개인으로 보자면 안 되는 일은 수없이 많다. 몸치인 사람은 총검술과 태권도, 무용이나 사교춤에는 젬병이다. 음치인 사람은 일류 성악가가 될 수 없다.'갓바위'에서 부모가 아무리 열심히 절을 해도, 그들의 모든 고교 3학년 자녀가 일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자명한 이치다. 모두 부자가, 모두 성공한 기업인이, 모두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면 된다'는 수십 년 동안 주류 이데올로기가 되어, 해도 안 되는 일이 많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억압을 형성했다. 해도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식에게 혹은 사회 후배들에게 '하면 된다'의 신화를 강요했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말하지 말라며, 그들을 윽박질렀다. 하지만 이제 젊은 세대들은 '하면 된다'가 거짓임을 깨닫고 있다. 우리 자신이 이미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려 했던 그 사실을, 기성세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젊은 세대들은 보다 본격적으로 간파하기 시작했다.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의 제목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이다. 나이 40세인 저자는 "열심히 살수록 예상과 다른 결과에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대충, 설렁설렁 살 수도 있고, 그렇게 살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오히려 편안해졌다고 말한다.절대 빈곤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하면 된다'의 신화에서 벗어나, 해도 안 될 수도 있으니 대충 살자, 또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살자. 좀 편하게 살자.

2018-12-08 05:30:00

신복순 작 '통나무 집'

[내가 읽은 책]월든(헨리 데이빗 소로우/강승영 옮김/은행나무/개정3판 2011)/월든 호수가 들려주는 이야기

미국 산문 문학의 고전이 된 이 책은 소로우가 28세 되던 해에 월든 호숫가의 숲으로 들어가 2년 2개월을 홀로 산 체험을 기록한 책이다.직접 통나무로 집을 짓고 밭을 갈아 농사를 지었으며,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했던 소박한 생활과 더불어 높은 정신적 삶을 추구하는 모습을 그렸다."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으며,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을 따르기는 원치 않았다."(139쪽)19세기에 실험적인 생활을 했던 소로우의 모든 것이 21세기를 사는 지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대자연을 대하는 태도나 인생을 생각하는 근본적인 부분은 충분한 감동을 준다. 또 명상에 대해서나 공자의 말을 인용한 구절에서는 새롭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였다.대자연 속에 산다는 것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며 사는가에 따라 가치와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소로우의 생각과 시선을 따라가는 일은 무척 흥미로웠다.개미나 다람쥐, 다른 여러 동물과 식물들, 월든 호수의 계절에 따른 변화 등, 세밀한 관찰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얼음을 뚫고 호수의 깊이를 100군데 이상 조사해서 호수 지도를 만드는 모습이나, 언 땅이 녹을 때 변하는 모래의 움직임까지 관찰하는 대목에서는 진정 자연을 사랑하고 교감하며 산다는 것을 느꼈다. 또 눈 속에 갇혀 아무도 오지 않아도 풀밭의 생쥐처럼 포근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은둔하지는 않았다. 방문자도 많았고 때때로 마을로 찾아가기도 했다. 특히 소로우는 순결, 정결, 절제를 강조했는데 육식과 커피, 차를 멀리하고 소박한 음식을 즐기고 맑고 높은 정신적인 삶을 원했다.눈이 펑펑 내리는 긴 겨울밤에 멀리 시인이 방문하여 유쾌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나, 또 굳은 신념을 가진 철학자와 장시간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도 진정한 기쁨을 주었을 것이다.1847년 9월 6일 소로우는 월든 호수를 떠났다. 결론 부분에서 소로우는 독자에게 자기 자신을 탐험하고 마음속에 발견 못 하던 지역을 찾아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자연 묘사가 뛰어나고 월든 호수 및 숲의 모습, 그 속에 사는 동식물의 모습이 세밀하게 잘 그려져 있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소로우가 진정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자연 속에서 살며 깨달은 참다운 인간의 길을 알려주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시절의 체험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책이다.신복순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18-12-08 05:30:00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윤리학교실 주임교수

[종교칼럼]로마의 희망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던 무렵의 로마는 제정 시대로 접어들면서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라고 불리는 태평성대를 누리는 동안 로마는 세계 제국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고, 거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유럽 문명의 기초를 놓아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달러화는 로마 제국의 금화 솔리두스의 제일 앞 자를 따서 S로 쓰고, 영국의 파운드화는 로마 제국의 무게 단위 리브라의 첫 글자 L로 표시한다. 로마의 달력, 로마의 법률과 행정체계들도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그러나 로마가 처음부터 압도적인 국력으로 이웃나라들을 제압했던 것은 아니었다. 로마의 찬란한 문화적 업적들은 그리스에서 건너온 페다고기들(교육을 담당한 노예들)을 빼고는 성립할 수 없었으며, 로마인들은 그리스풍의 문예가 이룩한 높은 성취를 동경했다. 서양의학의 천년을 지배한 거성 갈레노스만 해도 로마에서 활약한 그리스 출신 지식인 중의 하나다. 오죽하면 로마의 대시인 호라티우스가 "정복된 그리스가 자신의 정복자 로마를 정복했다"고 감탄했겠는가.그런데 로마가 어떻게 해서 그토록 높은 수준의 문명을 자랑하던 그리스를 제압하고 헬레니즘 세계의 막을 내리게 되었을까. 여러 가설 중의 하나는 그리스와 로마의 신분제에서 답을 찾는다.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은 철저한 순혈주의와 그에 결합된 위계구조를 통해서 계층 간 이동을 막고 엘리트 위주의 사회를 유지한데 반해서, 로마는 타 민족과 문화를 로마의 이름하에 포섭하는데 열려 있었다. 특히 로마의 노예는 10년간의 의무 노동을 마치고 나면 자유인이 될 수 있었는데, 바로 여기서 로마와 그리스의 운명이 갈렸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그러니까 로마의 노예는 비록 천한 신분일망정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자유를 누릴 수 있었고, 이는 노예의 삶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강력한 희망으로 작용해서 로마 제국에 대한 충성과 직업적 성실성을 낳게 했다는 것이다. 나는 비록 고생을 하지만 내 자식에게는 새로운 삶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이 그가 몸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로 이어진 경우다.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다는 희망, 내가 수고하고 애쓴 만큼 내 자식들은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희망은 그만큼 강력한 것이다. 그리고 이 희망은 고대 로마뿐만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이 누리는 놀라운 경제적 성공을 견인한 동기가 되었다. 교육에 관한 우리 사회의 담론이 입시의 공정성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금수저건 흙수저건 간에 공부 하나라도 잘하면 입신양명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그러니까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어떻게든 유지하고픈 욕구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욕구임에 틀림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예전 학력고사 시절처럼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줄을 세우자는 의견은 시대의 변화를 외면한 퇴행일 뿐이다. 이미 이전 시대의 입시 위주 교육이 어떤 폐해를 낳는지는 거개가 익히 알고 있다. 고도 성장기가 끝나고 선진국형 저성장 시대를 맞아들이는 시점에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다음 세대가 '나보다 더 많이 벌게 하는', '나보다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아닐 것이다. 소유의 크기에 관계없이 다음 세대가 '나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근본이 무엇일지 묻는 것, 삶의 의미에 대해서 묻는 것이 올바른 질문법이 아닐까.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윤리학교실 주임교수

2018-12-07 10:17:17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소설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내 아닌 타인이 언제나 마음을 열고인생 보여주며 기다리고 있는 소설읽는 사람 많으면 그만큼 행복해져소설가 최옥정 유언 독서 이유 설명서른다섯 살 때인가 교도소에 갔었다. 동행한 두 분은 단풍놀이라도 온 듯 여유로웠다. 대조적으로 나는 도살장을 본 황소처럼 떨었다. "저…아무렇지도 않으세요? 저는 막 춥고 무섭고, 얼빠져 갖고 제정신이 아니네요." 내가 엄벙덤벙 주워섬기자, 환갑의 L이 물었다. "혹시 교도소에 처음 와 보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L은 대견하다는 듯이 뇌었다. "너, 참 세상 편하게 살았구나. 참 착하게 살았어." 불혹지년의 J는 "난 고향에 온 것처럼 친숙한데!"라고 했다. J는 젊은 시절에 시국사범으로 옥살이를 했었다.가장 먼저 들른 무슨 '실'에서 주민등록증과 소지품을 꺼내 놓고 대신 명찰을 받았다. 명찰에 '지도' 혹은 '선도'라고 씌어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다. 그저 '방문'이라고 적혀 있었는지도. 몇 개의 철문을 통과했다. 교도소장은 아니었지만, 교도소에서 꽤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과 차를 마셨다. 그는 좋은 일 하러 오셨다고, 치하해 주었다.'글쓰기반' 담당 교도관은 미안해 했다. "좀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는데, 신청자가 거의 없네요. 훌륭한 분들 모셔 놓고 정말 민망하게 됐습니다. 대개 귀찮아하기는 합니다. 종교 하는 분들, 바른 생활이니 도덕 함양이니 정의 실천이니 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자주 오거든요. 그분들이야 봉사하는 마음으로 좋은 말씀을 해주십니다만, 아이고야, 여기 사는 사람들 귀에는 다 지겨운 설교죠. 초코파이나 사탕이나 군것질 거리라도 나눠 준다고 하면 좀 신청자가 있을까. 그래도 이번 프로그램만큼은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글쓰기 강좌는 진짜 처음이거든요. 시, 수필, 소설! 말만 들어도 황홀하네요. 글 쓰게 도와주고 좋은 책 얘기 들려주고 얼마나 좋아요. 똑같더라고요. 지원자가 여덟 명밖에 없어서 스무 살 갓 넘은 애들 여섯 우격다짐으로 끌어왔습니다. 너희들은 감옥이 대학이거니 생각하고 하나라도 배워야 한다. 너희들이 언제 문학을 배워보겠냐 하고 강제로 포함시켰습니다."나는 덜덜 떨며 무슨 '실'로 들어갔다. '글쓰기반'에 모인 수인들은 가슴에 숫자를 달고 있었다. 세 자리 혹은 네 자리. 수인들의 얼굴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여유로웠다. 표정으로만 따진다면, 내가 더 수인 같았다. 뭐라고 불러야 하지? 수인님? 대놓고 '수인'이라고 호칭할 용기는 없었다. '아저씨?' 갓 스무 살에서 환갑 넘은 게 틀림없는 백발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포진한 사나이들을 '아저씨'로 퉁칠 수 있을까. 열 명은 파란색 옷, 네 명은 황색 옷이었다. '파란색옷님'과 '황색옷님'이라고 부를까."선생님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성의 없게 하자니 별 볼일 없는 놈으로 깐볼 것 같고, 공들여 하자니 때와 장소도 가리지 못하고 잘난 체하는 놈으로 오해 받을 것 같았다. 적당히 하고픈데, '적당히'처럼 어려운 게 없었다. 나는 문학이 어쩌고저쩌고, 글쓰기가 이러니저러니, 독서가 이러쿵저러쿵 마구 주워섬겼다.수인 한 분이 불쑥 물었다. "근데요 소설 쓰시는 분이라니까 한번 물읍시다. 소설을 왜 읽어야 합니까?" 나는 문득 넋이 나가버렸다. 중3 때부터 소설이 쓰고 싶었고 문예창작학과씩이나 다녔고 좋다는 소설깨나 읽었고 심지어 '소설은 사람의 지식과 사상과 감정을 문자로 형상화하여, 사람 간의 이해와 소통을 가능케 하고, 사람의 소양 발전과 인식 확장과 감정 조율 등에 기여한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사실 소설 따위를 왜 읽어야 하는지 자신 있게 알지 못했다.이제 왜 읽어야 하는지 안다. 왜 읽어야 하냐면, 내 말보다, 향년 54세로 올해 9월 이 세상을 떠난 고(故) 최옥정 소설가의 유언이 명쾌하다. "책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소설을 많이 읽기를 바란다. 나는 믿는다. 소설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내가 아닌 타인이 언제나 마음을 열고 인생을 보여주며 기다리고 있는 소설, 내년에는 많은 사람이 읽기를."

2018-12-06 16:20:13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도시농업<2>,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

시민들이 농사에 관심이 많다보니, 우리 정부도 다양한 지원책들을 마련했다. 그 중 하나가 농업기술센터. 농사를 원하는 시민이 각 지역의 센터로 흙을 보내면, 성분분석을 해 준다. 인, 질소, 칼륨, 마그네슘 등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성분들을 분석해 주고, 모자라는 성분을 어떻게 보충하라는 친절한 처방까지 무료로 내려준다.그리고 각 도시마다 대규모로 도시농업박람회를 하고 있다. 도시농업을 장려하고 정보를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대구도 6년 전부터 하고 있다. 참가하는 사람들은 엄청 많다. 그만큼 도시농업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증거다. 참가하는 인원수로만 보면 대성공이다.하지만 땅 성분을 분석하고 부족한 것을 처방내리는 방법이나 현재와 같은 도시농업박람회에 대한 아쉬움은 많다. 자기가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은 농산물 수확량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농산물을 바란다. 식물이 잘 자라도록 성분분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농산물을 어떻게 키우는지 정보를 줘야 한다.식이섬유가 풍부한 건강한 농산물은 미생물이 많고 다양한 영양분이 있는 땅에서, 자기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물과 영양분을 찾아가면서 자란다. 그렇다면 부족한 영양분을 간단하게 비료로서 해결하라고 알려줄 것이 아니라 좋은 흙을 어떻게 만드느냐를 가르쳐야 한다.도시농업박람회조차 수경재배에 대한 정보가 있고, 실내에서 LED조명으로 키우는 방법을 신기술이라고 선전하고 세미나까지 열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하게 퇴비를 만드는 방법은 아예 없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다. 손으로 뽑는 것이 가장 좋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간단하게 비닐 멀칭으로 해결하라고 말하면 안된다. 비닐 멀칭은 손쉽게 잡초를 제거할 수는 있지만 습기가 항상 뿌리 주위에 있어서 식물 스스로 물을 찾아 깊게 뿌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다양한 미생물도 살 수 없는 죽은 흙을 만들 뿐이다.정부는 장기적으로 시민을 교육시켜야 한다. 농사를 지으면서 어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숙제를 던져줘야 한다. 그래야 농사에 대해 궁금해하는 시민들이 망가진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간다.더불어 궁금한 현실적인 문제에 답을 줘야 한다. 도심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과연 도심 농사가 안전한가이다. 공기가 나쁜 도심에서 아파트 베란다에 상추를 키워도 안전한지,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얼마나 떨어져야 배기가스 영향은 없는지 등 이런 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자체에서 지역에 따라 이런 부분의 안전성에 대해서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줘야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2018-12-06 12:17:37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나도 몰래 맘에 드네 / 어느 과부

말 위의 하얀 얼굴, 저 선비는 누구일까 馬上誰家白面生(마상수가백면생)요마적 석 달 동안 이름 몰라 애태웠네 邇來三月不知名(이래삼월부지명)내 오늘사 알았다네, 그 이름 김태현을 如今始識金台鉉(여금시식김태현)가는 눈 긴 눈썹이 나도 몰래 맘에 드네 細眼長眉暗入情(세안장미암입정) 우리나라 최초의 시문선집인 '동국문감(東國文鑑)'의 편찬자 쾌헌(快軒) 김태현(金台鉉:1261-1330). 그는 부지런히 노력하여 일찌감치 학문을 이룬데다, 그 풍채가 단아하고 눈과 눈썹이 그림처럼 고왔던 미남자이기도 했다. 그가 일찍이 동료들과 함께 어느 선배 집에서 학업을 익히고 있을 때다. 선배는 빼어난 면모를 지닌 쾌헌을 기이하게 여기고 사랑하여, 여러 번 안채로 불러들여 음식을 대접하곤 했다. 그 선배의 집에는 이제 막 과부가 된 딸이 있었다. 그녀는 시 한 수를 지어 문틈으로 쾌헌을 향해 내던졌다. 그 시가 바로 위의 작품이다.과부로부터 난데없는 연애편지를 받았을 때, 쾌헌의 나이는 몇 살쯤 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위의 이야기를 통해서 볼 때, 그는 아직 결혼하기 이전의 총각이었거나, 결혼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유부남이었을 게 분명하다. 좌우간 말 한마디 나누어 본 적이 없는 젊은 외간 남자를 향한 여인의 진솔하기 짝이 없는 고백과 담대하고도 저돌적인 데시가 정말 뜻밖이다. 왕년에 나도 연애편지 깨나 써보았지만, 신체의 어느 부분에 반했다는 등의 거침없는 고백을 해보지는 못했다. 더구나 그녀는 이제 막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여인이 아니었던가."얼음 위에 댓잎자리 보아 임과 나와 얼어 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잎자리 보아 임과 나와 얼어 죽을망정/ 정(情) 준 오늘밤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고려가요 '만전춘(滿殿春)'의 한 대목이다. 물론 과부 여인이 지은 시가 '만전춘'과 같은 남녀상열지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남자를 향한 여인의 마음은 '만전춘'처럼 뜨겁게 느껴진다. 둘 다 막가파라는 점도 서로 닮았다. 고려시대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 여인과는 전혀 다른 막가파 여인들이 살았던 게다.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너무 궁금해 하지도 마시고, 쓸데없는 상상도 하지 마시라. 쾌헌은 바로 그 날로부터 그 선배의 집에 발걸음을 뚝 끊어버렸다고 하니까. 참 싱겁구나, 흥미진진한 소설이라도 두어 권 썼더라면 좋았을 텐데?(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8-12-06 12:16:55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창업자의 저력이 있는 도시, 대구

얼마 전 모임이 있어서 대구 삼성 창조 캠퍼스에 갔었다. 넝쿨이 멋들어지게 감싸고 있는 옛스러운 건물들과 그곳에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들, 그리고 대학 캠퍼스가 연상되는 널찍한 공간과 건물들이 매우 근사해 보였다.'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생각에 건물들에 눈길을 주고 있는데, 마침 같이 동행한 대구 토박이 직원이 말을 건넨다. "여기는 예전에 제일모직이 있던 자리이고, 저 넝쿨이 있는 건물이 그 당시 직원 기숙사 건물이예요." 반세기전 청년 기업가였던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대구에서 어떤 마음으로 창업을 하고 사업을 일궈갔을까. 역사가 깃든 넝쿨을 올려다보며 기업경영이란 '고난과 극복의 이중주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새해 사업계획을 세울 때면, 제임스 앨런의 책 '창업자 정신'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 읽는다. 기업이 성장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위기들을 이겨내는 기업의 잠재력이 무엇인지를 항상 내게 각인시켜 준다.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은 반역적 사명의식, 현장중시, 주인의식, 이 3가지를 가지고 기업을 성장시키고 미래를 만들어간다.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성장에 도취되어 한눈을 파는 순간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고 한다. 사명의식이 사라지거나, 현장의 소리를 무시하거나, 관료주의가 고착화되기 시작하면 기업을 성장 가능하게 했던 유연성이 사라지고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속도저하'가 나타나며 어느 순간 끓는 물에 담긴 개구리처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자유낙하'가 시작된다는 것이다.기업은 기업 자체가 아니다. 직원과 가족과 지역사회의 이해가 함께 걸려있다. 지속가능 하려면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 내년 사업 계획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코오롱, 효성 등도 대구경북에서 사업을 시작해서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다. 이런 큰 기업들은 아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잘 노출되지 않은 대구의 중견기업들도 꽤 많을 것이다. 이들은 대구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면서 언젠가는 삼성 창조 캠퍼스의 넝쿨처럼 역사를 만들어 낼 것이다.4차 산업의 중심에 있는 전기자동차, 로봇산업, 첨단의료산업 등에 대구시의 많은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전처럼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창업자 정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버티고 있다면 대구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척박한 환경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시시각각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기업들이 대구에서 많이 탄생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믿는다. 대구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낸 창업자의 저력이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2018-12-06 12:13:08

이강호 (사) 한반도 통일연구원 고문

[기고] 말의 의미와 가치를 살피다

우리 인간은 말로써 살고, 말로써 생활하고, 말로써 죽는다. 우리는 말이고 말이 우리이다.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을 형성하며 인격은 운명을 결정한다.사랑도 배우는 것이며 공포도 배우는 것이며 편견도 배우는 것이며 미움도 배우는 것이며 존경도 배우는 것이며 친절도 배우는 것이며 예의도 배우는 것이다. 이 모두를 말로써 배우고 습득한다. 말로 정서와 사고를 표현하는데 이미 두 살 정도의 나이에 언어 습득 과정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때 배운 어휘들은 그 사람의 세계를 구성하며 남은 일생 이 말을 사용하게 되고 이 말이 습관이 되고 그런 것들이 자신이 되는 것이다.그들은 말을 배울 때 선생님도 없고 교사도 없으며 단지 부단히 청취하고 기억, 분석, 비교를 통해 마침내 모든 단어의 의미를 부여한다.두 살이면 보통 간단한 말을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데 그다지 틀리는 데도 없다. 그들은 부모의 말을 많이 듣는다. 부모의 말이 상스러우면 상스러운 대로 받아들인다.이런 과정에서 자란 아이는 이것을 당연한 것, 매우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 그것이 습관화됨으로써 영영 자기의 것이 되어 버린다. 부모가 하는 말이 그들에게도 습관이 되는 것이다.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다. 말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마음을 잘 다스린다. 말에서 자신을 다스린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부가 혼란되어 있다는 증거이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며 어느 하나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쁜 말은 화(禍)로 돌아온다. 내가 누군가에게 뱉은 말은 평생 나를 따라다니고 자신을 끊임없이 옭아매기도 한다.말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 말에 사랑과 진실, 정의가 담겨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말의 빈곤은 지식의 빈곤, 경험의 빈곤, 감정의 빈곤을 의미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양분을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좋은 말은 자양분이 되고 상스러운 말은 독소가 된다.케네디를 케네디로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말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톨스토이, 공자 같은 성인도 말을 잘했기 때문에 그들의 사상이 전파되고 계승되는 것이다.여기에서 우리가 특별히 유의할 일이 있다. 정치인의 말이다. 그들의 말이 사회와 국가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 정치인이 말을 함부로 함으로써 사회에 해독을 끼치는 경우는 실로 헤아릴 수 없다. 근래에도 몇몇 정치인들이 상스럽고 저질적인 언행으로 국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는가 하면 정치 불신을 가져오게도 하였다.정치인이 말을 함부로 하면 사회와 국가는 분열되어 싸움판이 된다. 세계사에서도 보았듯이 전쟁까지도 치르게 된다. 정치인이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함은 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정치인은 국민의 공감을 만들어 내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공감은 국민들을 통합시키고 합일시킨다. 이를 국민동원력이라고 하는 것이다.이것이야말로 국력의 주요한 한 부분이다. 21세기를 공감의 시대라고 일컫는 것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말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좋은 사회, 좋은 국가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2018-12-06 12:02:16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