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비단에 담채, 30×41.5㎝, 개인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정학교(1832~1914) '송무석수'

19세기에 이르러 괴석화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을 때, 괴석을 전문적으로 그려 '정괴석'으로 불렸던 화가가 몽인(夢人) 정학교이다. 전서, 예서, 초서 등 글씨도 잘 썼는데, 수성구 지산동 중화 양씨 재실에 정학교의 '학산재(鶴山齋)' 편액이 걸려 있다. 그의 아들 정대유(1852-1927)도 선업(先業)을 이어 그림과 글씨를 잘한 서화가 집안이다.정대유의 호는 우향(又香)인데 아버지가 처음에 사용한 호 향수(香壽)에서 '향'자를 따 '나도 향(香)'이라고 한 것이다. 호 중에는 아버지나 스승의 호에서 한 글자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부자지간의 호로 하정(荷汀)과 우하(又荷), 소남(小南)과 우남(又南), 일송(一松)과 우송(又松), 자하(紫霞)와 소하(小霞), 하정(霞亭)과 소하(小霞), 금남(錦南)과 소남(小南), 퇴산(退山)과 모산(慕山) 등이 있다. 정학교는 일자무식이었다고 하는 오원 장승업의 그림에 화제를 대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정대유도 아버지를 이어 장승업의 그림에 화제를 남겼고 근대기 미술학교인 서화미술회 강습소에서 서예를 가르쳤다.1907년 정학교가 76세 때 그린 '송무석수(松茂石壽)'는 괴석을 그렸지만 원래의 괴석화와 두 가지가 다르다. 첫째는 문인화의 분위기가 있지만 섬세하고 정밀한 묘사적 필치와 세련된 채색으로 근대적 감각의 조형미 있는 회화라는 점이고, 둘째는 괴석과 소나무를 함께 그리며 "소나무처럼 무성하게, 바위처럼 오래오래 사시기를"이라는 제목으로 축수(祝壽)의 뜻을 뚜렷하게 밝혀 놓은 길상화라는 점이다. 마치 한 쌍의 남녀가 마주 보듯 그려진 소나무와 돌은 모두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이다.북송 때 화론인 『임천고치(林泉高致)』(1117년)에 '석자(石者) 천지지(天地之) 골야(骨也)', 곧 "돌은 천지의 뼈다"라는 말이 나온다. 나무는 춘하추동에 따라 모습이 바뀌고, 산의 흙도 비바람에 쌓였다 흩어졌다 하지만, 바위는 변하지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원래 괴석화는 자연의 불변성, 부동성이라는 추상적 이념을 바탕으로 보통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는 것에서 미적인 것을 발견해 추미(醜美)를 미(美)로 인식하는 지식층의 독특한 심미의식에서 나온 장르이다. 아무나 즐길 수 없는 취향이다.그런데 중국에서 전해진 괴석 취미가 많은 공감을 얻으면서 천연의 조각품인 돌을 사랑하는 애석(愛石)으로 확장되고 장수 기원이 첨가되어 수석(壽石)과 길상화로 애호되었다. 원래의 괴석이 나타내는 차별적 취향이라는 멋짐에 장수 기원의 실익이 더해진 것이다. 감상용 자연석을 중국에서는 기석(奇石), 공석(供石), 청공석(淸供石)으로, 일본에서는 수석(水石)으로 부른다.호에 넣는 글자로 돌 석(石)가 단연 많은 것도 불변부동 한 돌의 속성을 닮고 싶고, 또 석수만년(石壽萬年)의 돌처럼 세상에서의 삶을 오래 누리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사 연구자

2020-03-29 06:30:00

송석화 메시지 캠프 대표

[광장]왜냐하면…

이유를 설명하라. 우리는 무엇(What)에 집중하느라 왜(Why)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 부탁 뒤에 숨은 이유를 사람들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짐작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로맨틱 코미디 '이별후애'(The Break-Up)에서 집들이를 준비하던 제니퍼 애니스톤은 남자 친구에게 레몬 12개를 사달라고 하지만 그는 레몬 3개만 사온다. 제니퍼는 "식탁을 장식하는 데 레몬 12개가 꼭 필요하다"며 화를 내고 결국 큰 싸움으로 번진다. 레몬이 필요한 이유를 미리 말해줬다면 어땠을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당신도 알게 된다면 더 많은 이해와 호의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상사와 부하가 있다. 이들 사이에는 정보 격차가 있다. 내밀한 정보에 접근 가능한 상사는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반면 부하 직원은 어떤 맥락에서 일하는지, 어떤 일이 예정돼 있는지 모르는 깜깜이 속에서 일한다. 상사는 시간에 쫓겨 또는 귀찮음을 이유로 '언제까지 무엇을 하라'는 통보에 가까운 지시를 하기 일쑤다. 외부용인지 내부용인지,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함인지 단순한 현황 파악인지, 목적과 대상에 따라 상이한 결과물이 요구됨에도 말이다. 상사는 부하 직원이 예상과 다른 보고서를 가져온 것에 화가 난다. 부하는 자신이 가진 정보로는 최선의 선택이었음에도 결과적으로 그의 잘못이 되어 기분이 상한다. 맥락을 모르면 일의 방향성이나 일관성을 갖기 어렵다. 커뮤니케이션은 나의 생각과 정보를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 어느 세월에 친절하게 이유까지 설명하고 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지라도, 불필요하게 일을 번복하는 것보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인간은 꽤나 합리적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디팍 말호트라(Deepak Malhotra)와 맥스 베이저만(Max Bazerman)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본래 다른 사람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려는 속성이 있다. 같은 대학의 엘렌 랭어(Ellen Langer) 교수는 실험을 통해 이 사실을 증명했다. 복사기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다섯 장만 먼저 복사해도 될까요?"라고 부탁하자 60%가 양보해 주었다. 하지만 같은 문장 뒤에 "왜냐하면 제가 지금 굉장히 바쁜 일이 있어서요"라는 이유를 덧붙였더니 무려 94%가 양보했다. 왜냐하면 첫째, 타당하거나 그럴듯한 이유의 제시는 주장의 신뢰성을 높여준다. 둘째, 일방적인 요청이 아니라 양해를 구하는 배려 있는 행위로 거부감을 줄인다. 상대방이 자발적인 의지로 행동하게 하는 동기부여의 효과가 있다. 셋째, '왜냐하면'에는 발화자의 가치나 방향성, 일의 의도가 내포돼 있다. 그 이유를 상기시킴으로써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강화한다.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인 만큼 시민들의 협조와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한 때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 대체적으로 법률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회의 모든 상황을 포괄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이해받고 싶다면 당연한 이유라 할지라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한 번쯤 생각해 볼 것이고, 아무 이유가 없는 것보다 낫다고 여길 것이다. 따라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기회가 많아진다. '왜냐하면'은 상대방을 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설득 전략이다.

2020-03-27 14:30:00

최병윤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장

[기고] 농업인 삶의 동행, 농지은행과 함께

'초(超)시대, 생활이 되다.'우리 시대는 지금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산업의 진보를 뛰어넘어 초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초시대는 초지능, 초융합, 초연결이라는 3대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사회, 문화, 교육, 산업 등 삶의 전반에 걸친 혁신적 변화를 의미한다.우리 농업도 예외일 수가 없다. 주곡자급화를 위한 쌀 생산 중심의 농업에서 시설재배로 확대돼 농산물 생산과 소비 등 모든 측면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또 농업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화, 원격화하는 스마트 농업이 확대돼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한국농어촌공사는 그동안 급변하는 농업환경 변화에 맞춰 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지원, 농업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1990년 시작한 영농 규모화 사업은 농업인의 영농 규모 확대, 농지 집단화로 생산비 절감·경쟁력 제고에 앞장서 왔으며 전업 농업인 육성에도 이바지했다.2005년부터는 대내외적 농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지은행 사업을 시작했다. 경영위기의 농가 지원을 위한 경영회생지원 사업, 농지 임차인의 안정적 영농을 보장할 수 있는 농지 임대수위탁 사업, 고령이나 질병으로 영농 은퇴를 하는 농업인의 농지를 매입하는 농지매입비축 사업, 농업인이 농지를 담보로 안정적 노후 생활과 영농을 할 수 있는 농지연금 사업 등을 추진해 농업인의 안정적 영농 지원과 노후생활 보장, 농업 구조 개선 등에 힘써왔다. 아울러 기존 농업인의 농업에 대한 현장 경험과 연륜에서 만들어진 노하우를 전수하고 젊은 농업인의 농업 진입 장벽을 줄여 기성세대와 신세대 농업인이 함께하는 '상생의 농업·농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8년부터 농지은행 사업을 맞춤형 농지지원 사업, 농가 경영회생지원 사업, 농지연금 사업, 과원 규모화 사업, 임대수탁 사업으로 구분해 신·구세대 농업인의 농촌 정착과 육성에 힘쓰고 있다.2020년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는 2019년 대비 362억원이 증가한 1천654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농업인 지원에 힘쓸 예정이다. 세부 사업을 보면 맞춤형 농지지원 사업 968억원, 농가 경영회생지원 사업 423억원, 농지연금 사업 148억원, 과원 규모화 사업 115억원이 지원된다.맞춤형 농지지원 사업은 전업 농업인으로 육성하기 위해 청년 창업형 후계 농업인, 2030세대, 후계 농업경영인, 귀농인, 일반 농업인으로 구분하는 '전업농육성대상자'를 신청, 등록해 농업·농촌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성장 단계별로 최대 6㏊까지 농지 매매와 임대를 지원하고 있다.농가 경영회생지원 사업은 자연재해, 부채 증가 등으로 일시적인 경영 위기에 처한 농업인에게 농지의 장기 임대와 환매권을 보장해 경영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다. 2011년부터 시행한 고령 농업인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지원을 위한 농지연금 사업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어류종 중에 연어는 모천회귀(母川回歸)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연어가 바다에서 자란 후 알을 낳기 위하여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우리의 농지은행과 농업·농촌도 연어와 같이 모천회귀의 특성을 지닌 것일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 초시대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런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농업이 지금까지 잘 지켜져 왔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는 100여 년을 농업인과 함께해 왔고 그 속에서 농지은행도 함께해 왔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농업과 농촌을 생각하며 농업인과 함께 성장하는 공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2020-03-26 15:38:43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춘추칼럼] 어둠 속의 희망

미래에 대한 두려움 가득한 하루 코로나는 근본적 삶의 성찰 요구 산다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 희망하는 것은 두려움의 반대다"미래는 어두운데, 내 생각에는 이것이 대체로 미래가 띨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이다."1915년 1월 18일, 버지니아 울프가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지 6개월 정도 지났을 때이다. 지금처럼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왠지 위로가 된다. 재난과 위기에만 그런 것은 아니고 미래는 항상 어두운 것이다.'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근본적으로 삶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세계와 공동체에 대한, 자본과 경제에 대한, 노동과 시간에 대한 사유를 통째로 바꾸고 있다.주변의 일상은 그야말로 대혼란과 격변의 시대이다. 유치원'초'중'고는 개학을 연기하고, 대학은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고 있다. 영화관을 찾는 사람도 급감해서 단축 운영 및 휴관이나 폐관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공공시설은 대부분 휴관 상태이다.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측은 있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게 보면 지금 사태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았다.우리의 삶 역시 언제 끝날지 모른다. 평균수명과 기대수명으로 90, 100세를 예측할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질병으로, 누군가는 사고로 일찍 죽는다. 이 불확실성은 우리를 어둠으로 이끈다. 그 결과 불안과 두려움을 낳는다. 그 불안과 두려움은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하거나 아프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 어쩌면 삶의 여정에서 어둠은 당연한 것이기에 그 속에서 '희망'을 떠올린다.'어둠 속의 희망'이라는 책에서 리베카 솔닛은 말한다. "희망하는 것은 도박하는 것과 같다. 희망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산다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기에, 희망하는 것은 두려움의 반대다. 희망이란, 약속되거나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할 따름이다." 솔닛이 생각하는 '희망'은 '세계의 상태'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성취와 성공 가능성이 아니라 '선한 일을 바라보고 그 일을 해나가는 능력'을 의미한다.지금 우리는 모든 것이 흔들리는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흔들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지키는 일이다. 지금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좀 더 삶의 근본을 생각하게 된다. 개인은 홀로 살아갈 수 없으며, 우리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개인과 공동체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노동을, 시간을, 돈을, 기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삶과 죽음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다음은 리베카 솔닛의 책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어느 날 아침 비를 맞으며 케네디의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노라니 참으로 바보 같고 부질없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여성파업' 소속의 그 여성은 말했다. 몇 년 후 그는, 가장 주목받는 반핵행동 중 한 사람이 된 벤저민 스팍 박사가 자기 삶의 전환점은 한 작은 무리의 여성들이 비를 맞으며 백악관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을 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어둠 속에서 희망을 만드는 일은 대단한 성공도 아니고 거대한 악을 제거하는 일도 아니다.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를 잘 지키고 서 있는 일이다.누군가는 하찮은 것이라고 비웃을지라도, 비록 큰 목소리는 아닐지라도 작은 위로와 격려의 문자를 보내는 것처럼. 그 일이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선을 향해, 그렇게 선한 영향력을 하나씩 쌓아갈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만약 그것을 일상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면 비록 연약할지라도 작은 승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치와 사회 각 영역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어떤 기준으로도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서로의 마음을 살피고 배려하는 일, 서로의 필요를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야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의 미래를 향해 걸어갈 수 있는 희망이 아니겠는가.

2020-03-26 14:54:07

박천 독립큐레이터

[매일춘추] 미술, 야나두!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졸업했지만 그림을 그리지 않은지가 8년이 되었다. 기획이라는 분야에 더 전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림을 그리면 취향이 생길 것이고, 그 취향에 맞춰 예술을 재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취향이 명확히 나눠지는 것도 아니며, 취향에만 집중하여 기획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스스로가 만들게 될 위험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이러한 다짐을 하였다.붓을 놓고 난 뒤, 현재까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적이 없다. 아니 없었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생활 반경을 최소화하다 보니 계획한 일들을 진행할 수 없는 데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코로나19에 대처하여 자발적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서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이 지루해지기 시작하며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뉴스들과 개인적 상황은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냈다.'작품을 제작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아닌, 단순히 이 상황과 지금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기간 가둬뒀던 욕구가 나타난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러한 미술적 욕구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혹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유아기 때 휘젓던 그림 아닌 그림(난화)이 그런 것이겠다. 하지만 말을 하게 되고 문자를 읽게 되면서 그리게 된 그림은 대상이 명료해졌으며, 잘함과 못함으로 구분되어졌다. 그리고 '잘함'이라는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으나 잘 그리기만 할 뿐 그림은 더 식상해져갔다. 어쩌면 미술을 전공을 하게 되면서 즐기려는 마음이 사라졌던 것 같다.미술은 20세기로 접어들며, '잘함'과 '못함'의 구분이 해체되었다. 누구나 미술을 즐길 수 있고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종의 놀이로써의 역할을 제안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미술에는 엘리트주의가 깔려있다. 미술은 감상에 있어 아무런 지식 없이도 향유할 수 있지만 미술사, 미학 등의 내용과 작가의 개별적 이야기까지 알고 있다면 미술을 한층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엘리트주의'가 나타나게 된다.하지만 제작의 영역에서 엘리트주의는 분명 반감된다. 여기에 더해 '미술', '예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아우라를 배제한다면 엘리트주의는 사라지고, 순수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눈치 보지 않고 지금 눈에 들어오거나 생각나는 것들을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이 표출하게 될 때,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요즘처럼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는 상황이라면 한 번쯤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누구에게 보여줄 그림이 아니기에 못 그린다고 겁낼 필요도 없다. 스스로가 자각하지 못했던 내면과 마주하게 되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박천 / 독립큐레이터

2020-03-26 13:32:49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이사

 [기고]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는 대구시민주간의 슬로건이다. 대구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을 기념해 대구시는 해마다 2월 21일부터 28일까지를 대구시민주간으로 정해 다양한 기념행사들을 갖는다.올해는 코로나19가 엄습하는 바람에 그냥 지나쳤지만 그 슬로건의 외침은 어느 때보다 더 큰 울림으로 가슴에 메아리친다. 대구시민들의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구시민인 것이 자랑스럽다.달이 바뀌고 계절이 변해도 흔들림 없는 대구시민들의 강인함과 품격에 가슴 뿌듯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평생을 대구에서 살고 있지만 이토록 대구시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참모습은 위기에서 드러난다고 했던가! 250만 대구시민은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19의 확산에서도 어떤 선진국 유명도시들도 보여주지 못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확진자가 하루 700명을 넘어서고 수백 명이던 환자가 며칠 만에 수천 명으로 급증하는 위기의 순간에도 시민들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침묵하고 차분해지면서 너나없이 무질서와 혼란을 경계했다. 이웃과 약자를 배려하며 공동체의 안전을 먼저 떠올렸다.특히, 자발적으로 집 안에 머물며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한순간에 거리를 통제라도 한듯 비워내는 모습은 국내외 언론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뿐만 아니라 어떤 곳에서도 사재기나 무질서로 혼란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일부 언론과 SNS들이 공포를 과장하며 마치 사재기나 도시탈출과 같은 혼란이 대구에서 곧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결코 흔들림이 없었다. 놀랄 만큼 의연했다. 대구와 연결된 모든 길은 열려 있었지만 두려움으로 도시를 떠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외지에 나간 자식들이나 손님들이 찾아올까봐 손사래 치기에 바빴다.자신과 이웃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묵묵히 실천하며 난무하는 온갖 소문과 가짜뉴스에 휘둘리지도 않았다. 앙상했던 가로수와 나무들이 이제는 봄꽃을 피우고 있지만 시민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더 강인한 인내와 이성으로 스스로를 무장해가는 모습이다.대구는 6·25때 낙동강 방어선을 끝까지 지켜냄으로써 나라를 구했듯이 이번에도 대구시민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코로나19 대구방어선'을 지켜내고 있다. 어떻게든 확진자를 줄여 신규 발생자가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대구시민들의 피에는 위기 때 더 강해지는 DNA가 흐르고 있는가! 시민들은 기필코 이 국면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무언의 연대감이 강력한 스크럼처럼 짜여진 느낌이다. 그것이 곧 대구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대구의 품격으로 지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가능했던 것은 전국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단숨에 달려온 수많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등의 헌신과 희생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250만 대구시민들은 그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대구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제 대구의 극복은 세계의 극복모델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를 이겨 대구의 품격이 한국의 품격, 한국의 힘으로 승화되길 빌어본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지만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다!

2020-03-25 18:57:20

임언미 대구문화 편집장

[찬란한 예술의 기억] 달구벌 환상곡

작곡가 임우상 선생님의 '달구벌 환상곡'을 처음 들은 것은 2000년 여름이었다. 문화예술 잡지 제작을 맡고 얼마 되지 않아, 연주회라는 연주회는 다 찾아다니며 공부할 때였다. 짧은 귀에 곡의 느낌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순 없었지만 '대구의 작곡가가 대구를 노래한 곡'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왠지 모르게 자랑스러웠다.'달구벌 환상곡'은 합창과 독창이 포함된 3관 편성의 관현악곡으로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이 1999년 초연했다. 임우상 선생님은 이 곡으로 1999년 제18회 대한민국작곡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선생님은 대구의 전체적인 인상을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고, 그만큼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곡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곡은 지난해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재개관 기념 공연 때도 연주됐다.서양음악이 대구에 처음 도입된 이후, 수많은 음악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대구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음악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대구의 근현대 음악인 중 필자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사람은 바로 작곡가 임우상 선생님이다.1935년생인 임우상 선생님은 2000년 계명대 음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이후, 근래까지 작고 음악인 기념사업, 원로음악가회 활동, 아마추어 합창단 지도 등 대구음악계를 위한 크고 작은 노력을 이어왔다. 향토 출신 작곡가 박태준과 현제명 등을 기리는 사업도 상당수 선생님의 주도로 진행됐다.'작곡은 작곡자의 정신이 악보로 창조되는 것'이라는 평소의 지론대로 그는 우리 전통 민요나 민속적인 선율을 바탕으로 현대적 작곡 기법을 융화시킨 '향'(鄕) 시리즈로 9개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을 정리해보면 독주곡 및 실내악곡이 43곡, 관현악곡 4곡, 합창곡 28곡, 가곡 120곡, 환경노래 36곡 등이다.필자에게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처음 일깨워준 사람도 임우상 선생님이었다. 그는 우리 지역에 제대로 된 기록문화가 없다는 사실을 늘 안타까워했다. 특히 2008년에는 선생님이 직접 주도해서 지역 원로 작곡가들의 육성을 녹음했고, 2009년에는 70세 이상 원로음악가 13명의 증언을 비디오 자료로 남겼다. 그들 중 일부는 지금 세상을 떠났으니, 그의 작업이 더 소중하게 평가된다.필자가 문화예술 잡지를 만들면서 향토 음악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때마다 다급하게 수화기를 들어 찾게 되는 사람도 바로 임우상 선생님이다. 그는 그게 어떤 내용이든, 막힘없이, 그리고 객관적으로 답해주시곤 했다. 그러기에 올해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가장 먼저 찾아가 자문과 자료 제공을 부탁드릴 계획이다.그런데 선생님이 며칠 전 전화를 걸어오셨다. 올해부터 음악 관련 강의와 합창단 지도 등 거의 모든 대외 활동을 그만뒀으며, 연내 거주지를 옮길 계획이니 필요한 자료를 가지고 가라는 것이 통화의 요지였다. 혹시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셨나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 선생님은 다행히 건강에는 문제가 없으나, 이제 주변을 하나씩 정리해야 할 때라고 말씀하셨다.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공기 좋고 조용한 곳으로 집을 옮기신다고 했다.선생님께 올해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사업에서 반드시 향토 작곡가들의 곡과 음반을 꼭 챙겨서 수집하겠다고 약속드렸다. 코로나19가 좀 잦아들면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지만 왠지 모르게 한동안 마음 한쪽이 아려왔다. 그리고 캐비닛을 열어 그의 '달구벌 환상곡' 음반을 꺼내 들었다.관악기와 타악기의 웅장한 선율로 울려 퍼지는 '달구벌 팡파레'로 시작해, 안개 낀 들판의 조용한 분위기를 알리는 제1악장, 그리고 팔공산과 낙동강을 연상시키는 제2악장, 대구의 중심부인 동성로와 약령시장, 그리고 서문시장의 활기가 느껴지는 제3악장, 다시 희망찬 대구의 미래를 노래하는 제4악장….선생님이 직접 대구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받은 영감을 토대로 만든 곡답게 역동적이면서도 밝은 도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바이러스가 앗아가 버린, 우리가 되찾아야 할 대구의 일상은 '달구벌 환상곡'의 악상처럼 자유롭고 희망적인 것이다.

2020-03-25 18:00:00

김태훈 대구 영남중 교사

[김태훈의 대구 옛 이야기] 신문왕의 달구벌 천도 계획

문무왕의 장자인 신문왕(?~692)은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부왕의 뜻을 받들어 통일신라를 안정되게 이끌어가야 할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먼저 신문왕은 즉위한 지 한 달 만에 김흠돌 세력이 모반을 꾀했다는 이유로 모조리 잡아들여서 주살하였다. 김흠돌은 신문왕의 장인으로서 김유신과 함께 고구려와의 전투에도 참여했던 고위 관료였다.신문왕은 왕권에 제약을 가할 수 있는 김흠돌 세력을 3, 4일 만에 소탕하고 김흠돌의 역모 계획을 사전에 알고도 보고하지 않았던 병부령 김군관마저 처형하였다. 동시에 신문왕은 김흠돌의 딸인 왕비를 출궁시키고 김흠운의 딸을 왕비(신목왕후)로 맞이하였다. 신문왕은 김흠운이 655년에 백제군과 싸우다가 전사하였기 때문에 외척의 정치적 개입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더욱이 신문왕은 부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문무왕릉비를 건립하고 대왕암 근처에 호국사찰인 감은사(感恩寺)를 창건하였는데, 이는 신문왕이 부왕의 위업을 부각시키고 그의 태자로서 왕위 계승의 정통성을 강조하려던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신문왕은 국왕을 호위하고 왕성을 지키는 시위부(侍衛府)에 하급 관리들을 임명하여 무력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신문왕은 군사조직을 개편하여, 중앙군에 신라뿐만 아니라 옛 고구려·백제·말갈·보덕국의 백성들을 참여시킨 9서당을 창설하였다. 동시에 지방행정 구역인 9주에 지방군으로서 국방과 치안을 담당한 1정을 1주마다 배치하여 10정을 완성하였다(군사적 요충지인 한산주는 2정을 주둔시킴).신문왕은 위화부(位和府)를 정비하여 왕권 성장에 도움이 될 인재들을 선발하고 추천하였다. 아울러 국학(國學)을 설립하여 유교 경전을 통해 유교적 충효사상을 익힌 인물을 등용해서 왕권의 지지 기반으로 삼고자 하였다. 신문왕은 대동강에서 원산만에 이르는 영토를 9주 5소경의 행정구역으로 개편하고 각각 지방관인 총관과 사신을 파견하여 지방을 효율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였다. 더 나아가 신문왕은 토지세와 노동력과 공물을 수취할 수 있는 녹읍을 폐지하는 대신, 토지세만을 거둘 수 있는 관료전을 지급하여 진골 귀족의 경제적·군사적 기반을 약화시켰다.신문왕과 관련하여 만파식적 설화가 전해지는데, 용이 나타나 신문왕에게 만파식적을 불면 온 천하가 화평해질 것이라고 일러주었다는 부분은 신문왕의 정치 개혁 과정이 비교적 순탄하게 전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신문왕의 태자 이홍(理洪, 효소왕)도 등장하는데, 그가 신문왕의 왕위 계승 후계자로서 손색이 없음을 드러내려는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신문왕이 죽자, 모후 신목태후를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들은 효소왕의 권위를 높이고자 부왕의 넋을 기리는 황복사 3층 석탑과 신문왕릉비를 건립하였다(최근 연구에 의하면, 사천왕사지에서 출토된 비편이 '신문왕릉비'라는 주장을 인용함).그러나 왕권 강화를 위해 거침없는 정치적 행보를 보였던 신문왕은 재위 말년에 달구벌로 천도하려는 계획을 수립하였다가 진골 귀족의 반발로 끝내 좌절을 맛보았다. 신문왕은 이보다 앞서 장산성을 순행하고 서원경성을 축조하였는데, 장산성은 현재 대구와 경산의 경계에 위치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서원경성을 지었다는 것은 9주 5소경의 행정 개편이 마무리되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신문왕은 달구벌로 천도할 목적으로 사전에 장산성을 방문했고, 9주 5소경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달구벌 천도 계획을 추진했던 것이다.달구벌은 낙동강·금호강·신천 등의 수륙교통지였고, 평지와 구릉성 경사지가 넓게 분포되어 있어서 경제적 생산력을 높이기에 알맞은 지리적 조건을 갖추었다. 또한 팔공산은 5악(五嶽) 중 하나로 신라 왕실에서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자연물이자 국방상 자연 방어시설물이기도 하였다. 현재 경북 칠곡군 동명면에 위치한 송림사는 7세기 후반 무렵에 창건되었는데, 그 배경이 달구벌 천도와 관련하여 세운 사찰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일찌감치 달구벌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2020-03-25 18:00:00

홍성걸 국민대 교수

[새론새평] 4·15 총선, 대구경북의 선택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수많은 비례정당들 난립 상황 유권자들이 집단지성을 발휘 이 나라 민주주의 바로잡아야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괴이한 선거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는 정당들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선거법 개정에 동의하지 않았던 미래통합당은 예고했던 대로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선거법을 지키겠다고 큰소리치던 더불어민주당도 똑같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통합당을 응징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이뿐만 아니라 민주당 추종자들은 제2의 비례정당까지 만들어 친조국, 친문재인 비례 의석 확보에 나섰다.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선거 후 연합 가능성을 거론하며 사실상 위성정당임을 인정했다. 여당의 연합비례정당에 참여하기로 했다가 비례 자리를 배정받지 못한 급조된 정당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고, 당초 민주당과 비례정당 논의에 나섰던 정치개혁연합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아우성이다.후보 등록일이 다가오면서 공천 불복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이나 유명 정치인들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현역의 탈락률이 높았던 통합당 대구경북 지역 공천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앙당의 공천이 다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천되지 못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무소속 출마를 거론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자신도 과거 어느 시점에는 신인으로 발탁되어 정계에 진출했던 사람들이다.일부에서는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복당을 막자고 한다. 그래서 막아질 것 같은가. 이해찬 대표는 자신이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돼 다시 복당한 사람이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이 가슴에 와 닿음을 느낀다.이처럼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선거판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정당과 정치인들이 엉망으로 만든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 수 있을까. 유권자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올바른 선택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선택의 기준은 다양하다.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3년 가까운 기간 동안 국정을 운영해 온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국정 운영 성과를 평가하는 선거다. 집권 세력이 국정을 잘 운영해왔다고 생각한다면 여당과 그 후보를 지지해주고 그 반대라면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의 대응에 대한 단기적 평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다음은 경제적 어려움의 근본 원인에 대한 평가다. 작금의 경제적 상황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경제적 어려움의 근본 원인이 집권당의 정책 실패에 있다고 보는가, 아니면 코로나19를 비롯한 외부 변수에 있다고 보는가에 따라 유권자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유권자들이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변수는 조국 사태에 대한 평가다. 소위 친조국 대 반조국에 대한 의사결정이다. 조국 사태는 윤석열 검찰에 의한 쿠데타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면 민주당이나 민주당 후보들, 그리고 그 비례 위성정당들을 선택하면 된다. 검찰 쿠데타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다른 정당과 후보들을 선택하면 된다.선거구에 따라서 유권자들은 공천에 불복하고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자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 중의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표가 나뉘면서 유권자들의 집단적 선택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뜻이 현실화되도록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개별 유권자들의 선택이 모여 공동체의 집단적 선택을 이룬다.준연동형 비례제로 누더기가 된 공천 과정과 수많은 비례정당들 속에서 정치적 책임은 물론, 도의적 책임을 지는 정당과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이 기막힌 상황에서 이 나라의 미래는 유권자들의 집단지성에 달려 있다.이미 대구경북 주민들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세계인의 존경을 받을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4·15 총선에서 다른 지역은 몰라도 대구경북에서만큼은 그에 버금가는 높은 집단지성이 발현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0-03-25 14:28:24

문상부회장

[기고]미래통합당 공천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유감

국민주권의 원리를 대의민주주의 방식으로 실현하는 우리나라에서 선거는 주권자가 자신의 통치기관을 결정·구성하고 선출된 대표자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더욱이 우리 헌법은 유럽의 선진 민주국가와 달리 선거 이후에는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된 정치권력에 대하여 국민소환과 같은 사후 통제제도를 전혀 두지 않는 '백지위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선거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우리 헌법이 일반 결사와 달리 정당활동의 자유를 더욱 특별히 보호하는 이유는 정당의 정치독점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정당제도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통하여 국민주권의 원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우리 헌법 제8조 제2항도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러한 취지를 확인하고 있다.구체적으로는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에서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민주적 절차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6장의2에서는 일반국민도 특정 정당의 당내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국민참여 경선까지 허용하고 있다.그런데 오늘날 지역주의가 만연된 정치현실 속에서 영남과 호남지역에서 치러지는 공직선거는 특정 정당의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선거가 형식적 절차로 전락되고 국민주권의 원리가 정당주권으로 대체되는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실례로 경북지역 선거구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야당 후보들은 본선거 보다 정당 내부의 경쟁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따라서 본선거가 요식행위에 불과한 경북지역에서 진정한 국민주권이 실현되려면 미래통합당의 후보공천은 타 지역의 본 선거에 버금가는 민주적 절차에 의한 공정한 경선이 이루어져만 한다.그러나 경북 안동예천 선거구에서는 경선 등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유권자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특정인을 갑자기 후보자로 공천한 행위는 유권자가 뽑아야할 국민의 대표를 사실상 정당이 지명하려는 것으로서 국민주권의 원리에 위배되는 반헌법적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일찍이 사회계약론자 루소는 "법을 지배하는 자는 사람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을 지배하는 자가 사람마저 지배하려 할 경우 부정이나 기득권을 영속화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안동예천 선거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바로 법을 지배하는 정치세력이 비민주적인 방법의 후보자 공천을 통하여 사람마저 지배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다.이는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일 것을 요구하는 헌법에 위반되고, 국민주권의 원리를 침해하는 행위임은 물론, 민주공화국에 대한 배신이고 특히, 안동지역의 선비정신에 대한 모독이다.이에 대한 반발로 경선의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정치신인들은 눈물을 머금고 몸담았던 정당을 탈당하여 단일화를 위한 시민경선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비록 이번 선거에서는 이를 바로잡기가 어려워 선거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정당이 선거에서 후보자를 추천함에 있어 오만과 독선에 치우치거나 사익을 추구하는 방법까지 용인하는 의미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정신문화의 수도이자 선비정신이 살아 숨 쉬는 안동과 예천의 선거구민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보듬는 길이다.

2020-03-25 14:28:24

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매일춘추] 배우의 행복과 존재의 힘

연극은 배우예술이며, 배우는 무대예술의 꽃이다. 희곡 속의 인물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배우들은 활자에 생명을 불어넣는 빛나는 존재들이기에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며 작품을 이끌어가는 배우만큼이나 매력적인 직업이 또 있을까. 배우로서의 가치와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준 작품이 있다. 뮤지컬 '미스코리아' 이야기다.어린 시절 미스코리아의 상징인 풍성하고 긴 사자머리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미스코리아를 보면서 한번쯤은 미스코리아가 되겠다는 큰 포부를 품어봤으리라. 뮤지컬 '미스코리아'는 1987년 대구 출신이었던 장윤정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진을 차지하면서 화재가 되었던 그 시절, 미스코리아를 꿈꾸던 대구 여고생들과 대학가요제 참가를 꿈꾸던 대학생들의 사랑과 꿈을 그려낸 작품이다.이 작품은 80·90년대의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내고 불투명한 미래에도 새로운 세상은 올 것이라는 믿음과 신념으로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지금의 40·50대가 된 중년들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시대적 흐름 속에 그들의 역사와 인생이 담겨있으며, 그들의 인생에도 '꿈'과 '희망', '사랑'과 '청춘', '추억'과 '낭만'이 있었다.그 시절을 살아온 관객들은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꿈 많았던 청춘을 끄집어내어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의 인생을 스쳐간 일들은 추억이 되어 작품 속에 흐르고, 작품에 녹아든 그들의 삶의 흔적은 우리가 누리는 행복에 대한 고귀함과 그들에 대한 감사함을 생각하게 한다. 청춘으로 돌아가 '나'를 만나고 '그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이 작품은 배우로서 다양한 정서와 밀도 있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으며, 작품 속에 존재하는 인물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대구 수성못과 동성로, 빨간 선물의 집, 시계탑, 대백 남문과 동문 등 추억 돋는 장소와 텔레비전 광고 영상들, 그리고 80·90년대 인기 가요로 구성된 뮤지컬 넘버는 그 시절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 관객들과 소통하기 충분했다. 가슴 뛰는 추억을 더듬어 담아낸 정서를 함께 나누며 작품을 통해 교류하고, 재미와 웃음을 통해 희망과 감동을 선물 할 수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 느끼는 행복이자 존재하게 하는 힘이며, 창작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꿈꾸게 하는 영광스러운 일이다.코로나19 장기화로 창작에 대한 열정도 일상 복귀를 향한 기다림도 고통스럽게 하는 요즘이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 최악의 고통이라 하지 않았던가. 누군가의 한숨에 시선을 돌려 마음과 우애로 희망을 펼쳐놓아야 할 때다. 성숙한 마음으로 자신을 창조하고 창작을 이끌어 내는 힘을 발휘하여 누군가의 지친 마음에 위로를 건네고, 재미와 감동으로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선물 같은 공연으로 따뜻한 봄날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20-03-25 13:40:22

[종교칼럼]인간의 존엄과 아가페 사랑

오늘날 사랑은 친근하고 쉬운 말이다. 커피로 치자면 아메리카노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고대 아테네인들에게 사랑은 그들의 삶과 문화의 중심이었고, 언어의 무게 역시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사상이 깊고 문화가 풍부할수록 표현이 정교하고 세련되며, 그 의미는 다양하게 분화된다. 그래서 로먼 크르즈나릭은 『원더박스』에서 그리스인들의 사랑을 여섯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가 남녀 사이의 사랑인 에로스, 둘째가 우정으로 번역되는 필리아, 셋째가 아이들 사이의 가벼운 사랑인 루두스, 넷째가 오랜 결혼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프라그마, 다섯째가 이타적인 사랑으로 대변되는 아가페, 여섯째가 자기애를 나타내는 필라우티아다. 이처럼 그리스인들은 사랑을 넓고 깊게 이해했다.니콜라스 월터스토프는 『사랑과 정의』에서 서구인의 정신과 마음을 움직인 세 가지 근본 모티프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첫째, 에로스-모티프는 플라톤과 플라톤의 전통에 가장 잘 나타나 있다. 둘째, 노모스(nomos)-모티프는 율법과 정의에 대한 구약성경 저자들의 진술에 드러난다. 셋째, 아가페-모티브는 예수님의 말씀과 바울의 가르침, 그리고 루터의 저작들에 가장 잘 표현되었다. 그렇다. 아가페 사랑(agapic love)은 기독교의 핵심 사상이고, 기독교는 아가페 사랑을 통해 하나님의 본질을 폭로해 왔다. 예수님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22:39)는 말씀과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3:16)라는 두 말씀에서 기독교의 아가페 사랑이 가장 독특하고 명징하게 나타난다.기독교를 사랑의 종교라고 표현하는 그때의 사랑이 아가페 사랑이다. 아가페 사랑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안데르스 니그렌은 '아가페를 제외한 모든 형태의 사랑을 에로스의 일종'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아가페 사랑은 심지어 대상의 가치에 무관심한 사랑이며, 사랑받은 사람은 그 안에 사랑받을 어떤 가치가 있어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아가페 사랑의 특징은 분배 정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너그럽게 주는 자비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아가페 사랑은 "사랑은 율법의 완성"(롬 13:10)이라는 바울의 말을 무색하게 한다. 심지어 아가페 사랑이 피해자를 양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구약 성경과 기독교 전통은 아가페 사랑은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고, 하나님의 정의는 그분의 사랑을 나타낸다고 한다. 렌 굿맨(Lenn Goodman)의 이야기처럼 '이웃을 정의롭게 대하면서도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 기독교적 사랑이다'. 우리가 이웃을 정의롭게 대하는 것은 이웃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기독교의 아가페 사랑은 정의에 무관심한 사랑이 아니라 정의로운 사랑이다.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정치, 경제의 지형뿐 아니라 삶의 양식과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일일 확진자와 사망자의 수가 중국을 훌쩍 넘어서고 있는 이탈리아는 의료 인력 부족은 물론이고 의료기구가 모자라 병원마다 대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의사들은 젊은 환자를 먼저 치료해 주고, 인공호흡기도 젊은 사람에게 우선 씌워준다고 한다. 생명의 존엄성이 제한된 자원 앞에서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우리는 두려운 마음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누구에게도 양도되거나 분배될 수 없는 각 사람의 고유한 절대적 가치가 아닌가. 그것은 권력이 있고 없고, 재산이 많고 적고, 능력이 있고 없고, 나이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하나님은 당신의 형상대로 우리를 지으셨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통해 인간 존재를 회복하셨다. 기독교 하나님은 자기 축소와 자기 죽음을 통해 인간을 존엄하게 만드셨다. 인간의 존엄은 아가페 사랑의 결과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아가페 사랑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세워야하지 않겠는가!영남신학대학교 영성과 교수

2020-03-25 11:51:02

헤어스타일에 구멍을 뚫어둔 패키지 디자인. 기왓장이 들어가면 비로소 멋진 헤어스타일이 완성된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불황을 이기는 광고

호주 멜버른에는 큰 단점을 가진 샌드위치 가게가 있다. 보통 이런 가게들은 사람들의 방문이 쉬운 1층에 위치하다. 하지만 이 가게는 7층에 위치해 오픈과 동시에 폐업이 예상되었다.마케팅은 이런 극명한 단점이 있을 때 엄청난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바로 단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창업주의 도전 정신이 탄생할 때 말이다. 가게의 사장은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 '7층은 고객들이 올라오기 힘드니 샌드위치를 던지자'라는 미친 아이디어였다. 즉, 샌드위치에 미니 낙하산을 달아서 1층의 고객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한 전략이다.낙하산이라는 아이디어가 붙으니 단점이 엄청난 장점으로 변신했다. 1층의 고객들은 하늘만 쳐다보며 샌드위치가 내려오는 걸 기다렸다. 사람들은 모이기 시작했고 카메라를 꺼내 사진 찍기 바빴다. 온라인을 통해 이런 마케팅 방법이 퍼지기 시작했고 이 가게는 멜버른의 관광 명소로 등극한 것이다.거꾸로 생각해보면 이 가게의 위치가 1층이었다면 이런 대박은 힘들었을 것이다. 7층에 있다는 단점이 미니 낙하산이라는 미친 아이디어를 탄생하게 했다. 고객이 재미를 느끼니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익힌 샌드위치 낙하산이란 뜻을 가진 재플슈츠의 사례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최고의 사례로 회자하고 있다.혹시 당신 브랜드에도 극명한 단점이 존재하는가? 단점 속에는 엄청난 장점이 숨어 있다. 단점을 현상 그대로 보지 말고 뒤집는 생각의 연습을 하자. 고객들은 어느 순간 당신의 브랜드에 열광할 것이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불경기를 이겨낸 사례가 일본에도 있다. 사람들은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햄버거집에 가는 것을 꺼린다. 햄버거의 특성상 먹을 때 입가에 음식물을 묻히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지저분한(?) 모습을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이다.일본의 프레시니스 버거(FRESHNESS BURGER)라는 브랜드는 이런 단점을 고민했다. 그들이 낸 아이디어는 패키지 디자인이었다. 패키지 디자인에 사람의 얼굴을 그려두어 햄버거가 입가에 묻는 모습을 상대에게 보이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햄버거를 먹는 동안 포장지가 얼굴을 가려줘 깨끗한 얼굴의 모습이 상대에게 보여줬다.이런 재미있는 패키지 디자인을 그냥 둘 고객들이 아니다. 손님들은 바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기발한 마케팅으로 소문이 난 가게는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소개팅과 같은 다소 어색할 수 있는 약속에도 갈 수 있도록 고객을 배려한 것이다. FRESHNESS BURGER 역시 브랜드의 단점을 파고 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장점을 창출해냈다. 단순히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을 뿐인데 브랜드의 매출이 달라졌으니까.국내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경북 성주에 있는 '페루프'라는 브랜드는 금속 기와를 만들어 해외 수출을 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강소기업에 선정될 만큼 해외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브랜드이다. 금속 기와라는 아이템에 어떻게 더욱 고귀한 가치를 담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의 결론은 사람이었다. 세상에 심장이 뛰고 있는 사람만큼 고귀한 가치를 가진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금속 기와를 어떻게 하면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 기와가 설치되는 장소를 찾았다. 금속기와는 지붕에 설치되는 만큼 사람으로 비유했을 때 기와는 헤어스타일과 같다. 사람의 지붕이 머리 스타일이기 때문이다.그렇게 패키지 디자인에 사람의 얼굴을 두고 헤어스타일에 구멍을 뚫어두었다. 기왓장을 넣기 전에는 머리가 없는 모습이다. 기왓장을 넣으면 비로소 헤어스타일이 완성되고 남자의 멋진 모습이 나타난다. 심장이 뛰지 않는 기왓장을 의인화한 것이다. 그러니 기왓장이 무언가 생명력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해외 전시회가 많은 이 기업의 특성상 이 사람을 들고 있는 바이어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기왓장의 가치는 올라갔고 브랜드의 인지도는 높아졌다.불황으로 인해 힘든가? 불경기 때문에 사업을 그만두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당신 브랜드가 가진 단점에 주목하라. 그리고 1도부터 359도까지 다양한 관점으로 그 단점을 바라보라. 시선을 바꿔보면 그 단점 속에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장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3-25 08:59:53

마당에 묶여진 개는 좁은 철장에 갇힌 개들 만큼이나 불안해한다. 묶어둔 개가 자신을 반긴다고 개를 잘 보살피고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픽사베이 제공.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개 목줄과 주인의 방임이 빚어낸 잔인함

3월 말, 대구경북의 코로나19의 기세는 여전하다.전화가 왔다. 상주에서 공장 주변을 배회하는 유기견 두 마리가 있는데 목줄이 살을 파고 들어가 고통스러워 하고있다는 상담이였다. SBS 'TV 동물농장'에서 자주 방영되던 안타까운 구조 상황이었지만 당장 외부의 동물보호단체들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다행히 의뢰인이 유기견들을 달래어 구조하고 인근 동물병원에서 목줄을 제거하는 응급 수술은 받았지만 그 상처가 너무 심각하여 필자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으로 재차 이송하게 되었다.병원에 도착하자 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잠시 해프닝이 있엇다. 의뢰인이 유기견의 이름을 코로와 로나로 등록하셨기 때문이다. 위트있는 호칭에 예민해져있던 스텝들도 웃으며 코로와 로나를 더 애틋하게 돌볼 수 있었다.둘다 같은 종류의 목줄에 의해 유사한 상처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코로와 로나는 한배 강아지로 추정된다. 강아지 때 주인이 목줄을 묶어 두었다가 방치된 것이었다. 주인의 방임이 얼마나 잔인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목줄이 옥죄어져 살을 파들어가며 형성된 넓은 피부 괴사 부위는 한번의 수술로 완치가 어려웠다. 감염을 방지하며 살이 차오를 때 까지 하루 2번 아픈 상처를 소독하고 재생 붕대를 교체해야 했다. 목줄로 인한 아픔 만큼이나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높았었던 코로와 로나도 치료가 반복되자 이제는 수의사들에 대한 경계심이 누그러지며 상처를 내어주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어릴 적 내 기억 속의 개를 떠올려보았다. 흰둥이, 뽀삐라 부르며 마당을 뛰어다니던 모습이 그려지더니 이내 마음이 아려진다. 그 개들의 마지막 모습들이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개는 아이들의 노리개이자 집지킴이었고 어느 순간 경제적으로 도움되는 가축이었던 것이었다. 2020년,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40년 전에 개를 가축으로 대하던 관습이 남아있다는 현실이 부끄러워진다마당에 묶여진 개는 좁은 철장에 갇힌 개들 만큼이나 불안해한다. 묶어둔 개가 자신을 반긴다고 개를 잘 보살피고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취급하고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 부모는 처벌받는다. 개를 묶거나 가두어 최소한의 권리마저 제한하는 소유주는 동물학대 행위로 처벌받아야 한다. 과거의 보편적인 관습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인간답지 않은 행동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이유는 명백하다. 생명에 대한 배려가 인간다움이기 때문이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잠재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해치는 반사회적 범죄자로 발전할 경향이 높다는 미국 FBI의 지침도 과거보다 더 엄격하게 동물을 학대하는 관습들을 개선시켜 나갈 근거라 할 수 있다.개를 묶어 키우는 관습이 더 이상 보편화 되어서는 안되며, 본의 아니게 개를 학대하는 소유주로 비난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2020-03-24 18:00:00

이응규 EG 뮤지컬 컴퍼니 대표

[매일춘추] 뮤지컬 ‘You & It’ 

2019년 뮤지컬 어워즈가 열리는 오페라 하우스에는 근사한 슈트와 드레스를 입은 수상 후보자들이 레드 카펫을 밟으며 각기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상 후보작인 뮤지컬 'You&It'으로 어워즈에 참석한 청년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슬그머니 극장으로 들어가 지정된 자리에 착석한 후 마치 주문을 외우듯 읊조린다.'이번에도 실패일 거야. 그러니 한치의 기대도 하지 말자.'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걸 뮤지컬 '기억을 걷다'의 수상 실패를 통해 뼈져리게 느꼈던 청년은 이번 어워즈 만큼은 양복도 새로 장만하지 않을 것이고 미용실에 들러 고데기를 마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또한 지나가는 카메라 앞에서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 올려 여유만만한 모습을 연출해 보일 것이며 말하지 못할 수상소감 따위는 절대로 준비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2019년 뮤지컬 어워즈 창작 뮤지컬 수상작을 발표하겠습니다!"청년은 만약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또다시 실패하더라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올시다!'라고 말한 토머스 에디슨처럼 절대로 좌절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만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온다'는 제임스 딘의 말처럼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자신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해 오기 시작하면서 일련의 실패를 어떻게 또다시 견뎌내야 할지 겁이 나기 시작했다. 청년은 수상 발표를 기다리는 팀파니의 우루룩 떨림과 함께 심장 또한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실의에 빠져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이번에도 계속되었다. 뮤지컬 '기억을 걷다'에서는 시간을 되돌려 잃어버린 아내를 되찾는 내용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죽은 아내와 똑같이 복제된 로봇을 구입해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내용의 뮤지컬이다. 어쩌면 함께 있을 때의 소중함을 망각한 채 꿈만 좇아 살아가는 청년 자신의 어리석은 모습과도 같았다.이번 목표만 끝내면 모든 게 다 행복해질 거라 이야기하는 '기억을 걷다', 사랑했던 기억은 추억 속에 있을 때 더 아름다운 거라고 이야기하는 '유앤잇'. 이 두 작품은 마치 경주마나 된 것 마냥 주변을 둘러보거나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이 앞만 보며 질주해 온 청년의 어리석음과도 같아 보였다."수상작은 바로…!"분명 수상에 탈락한 청년의 표정을 담기 위해 카메라가 다가올 것이다. 청년은 연습했던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려 수상자를 향해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야 할 순간이 다가왔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분명 실패일 거야. 괜찮아. 괜찮아.' 청년은 눈을 찔끔 감고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듯 읊조린다. 마침내 팀파니 소리가 멈추고 시상자의 길고 긴 들숨이 끝나는 그 순간 마치 청년의 귓가에 환청이 들리는 듯하더니 수많은 사람들이 청년을 바라보며 그를 일으켜 세운다.이름 모를 눈물방울들이 청년의 두 볼을 에워싼다. 드디어 우리가 해냈다. 이지 뮤지컬 '유앤잇'

2020-03-24 14:20:35

김기환 대홍코스텍(주) 대표

[경제칼럼] 중소기업 노마드

앞선 기술로 개발도상국 진출은 미래에서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 목초지 찾아 떠나는 유목민처럼 중소기업도 새 해외시장 도전을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점점 선진국처럼 정보통신(IT), 첨단산업, 문화산업,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반면 섬유, 자동차, 기계, 가전 등 제조업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이 제조업 분야에서 더 이상 국내에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뉴스가 거의 없다는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이러한 환경 속에서 대기업의 투자와 수출에 발맞춰 함께 성장해온 중소 제조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을까?물론 세계 일류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고수익 제품을 생산하거나,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업종 변경을 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 의존도가 높았던 중소 제조기업 또는 과거에는 앞선 기술이었지만 더 이상 국내에서는 경쟁력이 없어진 기술을 가진 기업들에는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해외로 진출해 생존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가축의 먹이인 목초지를 찾아 자유롭게 떠나는 유목민을 '노마드'라고 부른다. 우리 중소기업도 노마드처럼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해외로 진출하는 '중소기업 노마드'가 되어보면 어떨까?비근한 예로 섬유산업을 보면 과거 영국에서 시작해 일본 한국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로 그것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생산거점을 옮겨 다녔다. 이처럼 지금 우리 제조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최적화 된 곳을 찾아 생산 거점을 이동하는 것이 생존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사업장은 기술 개발과 사업 전략을 담당하고 해외 사업장은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해외에 나가 보면 많은 선진국 중소 제조기업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중소기업 노마드가 해외 진출을 할 때 어떤 부분들을 생각해봐야 할까?첫째, 새로운 기회가 있고 우리 회사의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자. 비즈니스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사양산업이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유망 산업이면 국내 중소 제조기업이 그곳으로 진출해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써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얻은 이익을 국내 연구개발에 투자해 현지 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통해 국내에도 고급 인력의 일자리를 끊임없이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둘째, 해외 진출은 인내심을 가지고 그 지역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무슨 일이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특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 인내심과 여유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해외시장 개척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분이 해준 말씀이 있다.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대기업처럼 초기부터 물량 공세와 과감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만큼의 자본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큰 실패는 곧 그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분은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처음 1년은 남들이 보기에 노는 것처럼 보여도 현지에서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비즈니스 환경과 문화를 충분히 이해한 후 투자 전략을 세워 실행에 옮기라는 것이다.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해외로 진출하면 당장 눈에 보이는 공장을 짓고 생산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중소 제조기업이 대기업과 동반 진출을 하거나 정말 운이 좋은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중소 제조기업들은 조급함으로 인해 해외 진출에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 방에 진출하기보다 하나씩 실행해 가며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통해 그 나라를 배워나가면서 현지 사업을 조금씩 확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식이라 생각한다.셋째, 개발도상국으로의 진출은 미래에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다. 이 말은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중소 제조기업 관계자로부터 들은 재미있는 표현이다. 대한민국 중소 제조기업은 개발도상국이 가지고 있지 못한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고, 그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 있다.그래서 그분들은 해외로 진출한 한국 기업을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비유하는 것이다. 물론 그 나라가 문화, 환경 등의 차이로 우리의 예측과 다르게 발전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분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그곳의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과 불편한 생활 여건만을 보지 말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보기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2020-03-24 11:43:10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코로나19를 이기는 광고법

"피가 마른다" 요즘 자영업자들의 심정이다. 2019년 한국은 전년 대비 2.0%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성장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는 중이다. 사람이 도는 곳에 돈도 도는데 지금은 그 혈이 막혀버렸다. 사실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처음이 아니다. 사스, 메르스 등 낯선 바이러스와 마주해왔고 그때마다 우리의 삶은 고통스러웠다.자, 그럼 이제부터 우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막연히 코로나가 지나가길 바란다면 당신의 사업은 큰 희망이 없다. 남들 역시 그런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티니까. 이때 기회를 포착해 더 많은 매출을 올리겠다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칼럼에서 항상 밝혔던 것처럼 마케팅 아이디어는 새로울 필요가 없다. 아이디어는 늘 세상에 존재했고 우리는 그것을 우리 사업에 맞게 변형시키기만 해도 된다.예를 들어, 외신들은 요즘 한국의 코로나 진료법에 대해서 극찬하고 있다. 드라이브스루 진료가 바로 그 아이디어이다. 하지만, 드라이브스루는 없었던 아이디어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보다 미국에서 먼저 있었던 아이디어다. 한국은 그 아이디어를 진료에 접목했다. 내리지 않아도 되니 시간이 절약되어 더 많은 진료가 가능했다. 환자도 의료진도 편하니 일거양득이었다. 최초의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한국은 그것을 우리 상황에 맞게 지혜롭게 적용한 것이다.한국의 아이디어 적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포항시와 포항시어류양식협회는 다시 이것을 드라이브스루를 적용했다. 음식은 먹고 싶은데 식당에 가는 것이 꺼려지는 사람들의 불편 속에서 답을 찾은 것이다. 드라이브스루 형식으로 회를 포장해서 판매하는 전략이었다.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는 요즘 소비자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다. 포항시와 포항시어류양식협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고객이 보는 앞에서 수족관에 있는 강도다리를 썰어 고객에게 판 것이다. 싱싱한 횟감을 보여줘 소비자의 입맛을 돋우고 음식의 신뢰도까지 높인 것이다.이 아이디어는 순식간에 SNS를 통해 전파되었고 3,000마리의 강도다리회가 3시간에 소진되었다. 오히려 코로나가 없던 때보다 훨씬 많은 회를 판매한 셈이 되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지금 불경기니까 움츠려있자는 생각으로는 영웅이 될 수 없다. 그저 폐업하는 수많은 브랜드 중 하나가 될 뿐이다. 불경기일수록 사람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주도면밀하게 사람의 특성을 관찰해야 한다.사업주가 아니라 고객이 되어 봐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밖에 나가는 것을 꺼리고 모이는 것을 피한다. 이럴 때일수록 온라인 콘텐츠를 강화해 소비자를 더 편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마케팅 속에 감성적인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너도나도 어려운 시기라 감성적 스토리에 반응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들이 집에서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하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의식주가 담겨 있는 집에서 숨 쉬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당신의 브랜드를 녹여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최근에 지인이 보내준 네덜란드 속담에 필자는 큰 감동을 하였다. 이번 칼럼은 이 문구로 마무리 짓겠다. '태풍이 불면 어떤 이는 담을 쌓고 어떤 이는 풍차를 단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2020-03-23 18:00:00

백옥경 구미과학관 관장

[과학둘레] 그날이 오면

남편은 산에 가는 걸 내켜 하지 않았다. 직장 근처 뒷산에 올랐다가 멧돼지를 봤기 때문이다. 당시 앞서 가던 사람들이 혼비백산을 하며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그 너머를 보니 멧돼지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지만 그 후론 산에 가는 걸 두려워한다. 부모님 기일에 함께 산소에 가려던 계획은 난관을 맞게 되었다. 말을 꺼낸 사람도 마음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두려움은 전염되고 있었다.요즘 도시 주변의 산뿐 아니라 도심 내 야산과 주택가로까지 멧돼지가 내려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멧돼지와 맞닥뜨려본 사람이라면 그에 대한 불안은 공포감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멧돼지가 인간의 영역에 출몰하는 것이 멧돼지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활동해야 할 공간에 인간이 나타나는 것이라 느낄 것 같다. 사실 그들의 천적인 호랑이가 사라지고 그들이 야생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 늘어난 개체 수를 감당 못해 서식지를 배회하는 상황이 된 것은 우리가 그들의 오랜 터전을 밀고 깎은 탓이 크다.멧돼지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남편은 멧돼지 사냥을 많이 해본 마을 분께 조언을 구했다. 남편이 준비한 건 깡통에 넣은 쇠 수저였다. 흔들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 멧돼지가 겁을 먹고 나타지 않을 거라 했다. 멧돼지는 시각보다는 청각과 후각이 뛰어나니 멀리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숨어서 가만히 있을 테고 소리 나는 쪽으로 불쑥 나타나는 불상사는 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은 상상 속 멧돼지 출몰에 대한 두려움과 통하는 듯하다. 두려움을 잠재울 수단이 필요한 것도 그렇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스, 메르스와 더불어 박쥐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쥐라면 언젠가 깊은 계곡에 있는 펜션에 놀러갔다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 주범이다. 무척이나 큰 거실이었다. 마룻바닥에 이불을 깔고 막 잠이 들려는 순간 무언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휙휙 날아다니는 게 느껴졌다. 비행 속도며 낮게 나는 고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불을 켜자 재빨리 어디론가 사라진 범인은 박쥐였다. 모처럼 만의 나들이가 난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불을 켜 놓은 채 잠을 설친 다음 날 혹시나 하여 거실에 걸린 커다란 액자 뒤편을 들춰보니 세상에. 그곳에 네댓 마리의 박쥐가 들어있었다.박쥐는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바이러스 창고로 불리는 그들 몸속에 있는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는 유전물질 간 재조합으로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바이러스 종을 만들고 포유류와의 접촉을 통해 그것을 쏟아놓는다.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치사율 60%의 끔찍한 에볼라 바이러스도 종간 장벽을 뛰어넘은 신종 바이러스다. 그 또한 야생박쥐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과일박쥐는 번식기 동안 엄청난 양의 과일을 먹는다고 한다. 그들은 소화되지 않은 과일을 뱉어 바이러스를 노출시키고 원숭이들과 먹이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원숭이를 감염시키고 바이러스에 걸린 원숭이는 다시 침팬지를, 그리고 침팬지는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인간에게 에볼라 바이러스를 옮겼을 거라 추정하고 있다. 벌목과 개발로 인한 산림 황폐는 먹이를 찾아 헤매는 야생동물과 사람과의 잦은 접촉을 가져오고 생명의 위협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우리에게 몹쓸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인간의 DNA는 약 8%가 바이러스 DNA에서 유래했다. 또한 우리 몸속에는 조(兆) 단위의 바이러스가 들어있다.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진화했으며 우리 몸속에서 유익하거나 해로운 다른 균류, 세균들과 공생하며 미생물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 몸속의 미생물군 또한 어느 한 종의 숫자가 급증하거나 잘못된 장소에 있으면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 외부환경뿐 아니라 우리 몸 내부에서도 생태계 다양성과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산에서 내려오는 길.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밝은 햇살이 비추는 평화로운 정경이었다.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벼워지고 우리는 어느덧 두려움과 일상의 경계선을 넘고 있었다.

2020-03-23 18:00:00

석재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

[석재현의 사진,삶을 그리다] 땅이 사라진다

양들이 풀을 뜯어 먹던 초원이 점점 사막처럼 변해간다. 드넓은 풀밭이 있던 곳에 바닷물이 차오른다. 사람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땅'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공장도 없고 자동차도 없고 그저 한평생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왔을 뿐인데, 이들을 부르는 이름은 '환경난민'이다. 자연의 분노가 환경을 훼손하지 않던 순한 이들에게 재앙을 선사한 것이다.몽골의 겨울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영하 40, 50℃란 엄청난 숫자들이 일상처럼 기록되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몽골은 겨울철 기온이 오르면서 '눈'이 사라졌다. 예전 같으면 눈으로 뒤덮여 있어야 할 초원에는 강한 바람만 불어온다. 사실 유목민들에게 '눈'은 삶의 전부다. 봄이면 녹아 땅을 적시고 가축들이 먹을 풀을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이 사라지니 물도, 풀도 존재할 수가 없고, 먹을 것이 없으니 가축이 죽고, 가축을 키울 수 없으니 유목민들은 더는 유목민이 될 수 없다. 초원에서 유유자적하던 그들은 지금 살던 곳을 떠나 도시 인근 쓰레기장에서 넝마주이로 전락하고 있다. 재앙이다.급속한 사막화로 몽골은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강과 호수, 연못과 개울이 사라졌고, 유목민들은 설 땅을 잃었다. 삶의 터를 빼앗긴 환경난민들이 벌써 수십만 명에 이르는 현실, 사진가 이대성은 그런 몽골 전통 유목민들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고 있다. 그의 작업 속에서 몽골의 사막은 박물관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기후가 변하기 전의 사진을 프린트해서 벽판을 설치하고, 그 구조물은 사막화가 진행되는 현재의 공간과 어우러진다. 보존해야 할 과거와 파괴되고 있는 현재, '보존'과 '파괴'가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는 묘한 역설적 아이디어가 이대성의 작업 '미래의 고고학'을 채우고 있다.파리로 삶의 터전을 옮긴 사진가 이대성은 해외 유수 공모전에서 연달아 수상하며 한국 사진가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작가다. 스물네 살, 한국에서 겪은 IMF는 그의 작업의 시발점이 됐다. '모두가 열심히 살고 있는데, 우리는 왜 망하는 거지?'라는 의문은 당시 유행했던 '세계화'란 말에 집중케 했다. 왠지 멋져 보이던 그 말이 왜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것인지 궁금했다. 서로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촘촘한 연결 고리, 그 정체를 찾다 보니 세상을 받치고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결심했다. 마치 생태계의 피라미드처럼 맨 아랫자리, 가장 낮은 밑바닥의 이야기를 담기로 말이다. 그렇게 그는 세계화와 문명 파괴의 최대 희생자들이 있는 비서구권 오지로 뛰어들었다.몽골의 급속한 사막화를 담은 '미래의 고고학' 외에도 해수면 상승으로 점점 사라지는 인도 고라마라섬을 담은 이대성의 작업, '사라져가는 섬의 해변에서' 역시, 지구온난화의 폐해를 담은 중요한 시대의 기록이다. 환경 변화 때문에 사라져 가는 자연의 소중함과 사람들의 삶을 담은 이대성의 작업들은 여기 좀 봐달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고 조용하다. 그래서 더 생각의 여백이 길게 남는다. 자연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지, 간신히 발을 딛고 올라설 땅밖에 남지 않은 모습이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2020-03-23 18:00:00

이장기 대한노인회 대구시연합회장

[기고]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코로나19로 촉발된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체험한 세대로서 이번 사태를 겪으며 느낀 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전문적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지만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는 지혜를 나누어 보고 싶어서다.코로나19 국면에서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여전히 미성숙함을 보여주는 정부 관계부처 등 공공 영역의 대응이고 하나는 성숙함을 보여준 국민들의 대처다.공공 영역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겠지만 여전히 미성숙함을 노출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듯 사태 초기 안일하게 대응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또 마스크 공급을 둘러싸고 보여준 좌충우돌 양상도 미성숙한 대응의 전형이었다. 공급량이 충분하다고 보고했는데 현실은 반대로 흘러가자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대책 마련을 지시하며 진화에 나서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도 마스크가 모자라자 위험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면 마스크 사용하기를 권하는 등 수정 발표하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공공 영역의 탁상행정은 그들의 판단 기준이 현장과는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가장 수준이 낮은 것은 일부 정치인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대구가 미래통합당 지역이니 손절해도 된다"는 발언이 전형적이다. 이는 3주 동안 대구에 머무르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지휘한 정세균 국무총리 등 정부의 노력이나 사태 초기부터 현장에서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 경상북도 공무원 등 공무원들의 노고에 찬물을 끼얹었다.이에 견줘 국민들이 보여준 공동체 의식은 해외에서도 부러워할 만큼의 성숙함을 보여준다. 대구행을 자원한 전국의 의료진은 고군분투하며 바이러스 확산과 싸우고 있다. 자신의 위험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업도 마다하고 대구를 찾은 그들의 고귀한 정신은 시민 사회의 성숙함을 방증한다. 전국에서 답지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기부금품도 공동체 정신을 잘 보여준다.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철저한 대처, 성숙한 국민들의 노력이 이어진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은 위기 때마다 늘 특유의 저력을 발휘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비롯,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등 현대사의 고비마다 단결해 난국을 이겨냈다. 특히 대구경북은 국채보상운동, 독립운동 산실 등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하는 데 앞장섰다. 이런 사실은 대구경북 지원의 당위성에 힘을 실어준다.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죽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먹고사는 문제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적이던 대구 동성로의 상가 3분의 2가 문을 닫고 많은 식당이 휴업 안내문을 내건 모습은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겪는 고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맞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어 지난 15일 대구경북 일부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면서 강력한 지원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정부의 이런 노력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그러나 지원을 더 늘려서 피해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를 희망한다. 국가 경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더 촘촘한 대책을 마련해 대구경북을 비롯, 전국의 피해 지역에 보상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또 공공 영역은 현장에서 해답을 찾는 발상과 행동의 전환을 보여주기 바란다.

2020-03-23 15:23:55

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세계의 창] 재난과 시장경제

마스크·손소독제 등 의료상품 범세계적으로 품귀 현상 빚어 매점매석 처벌은 일시적 효과 정부와 시장의 상호협조 필요대재난이 일어나면 이를 수습하기 위해 국가의 강제력이 강화되고 개인의 자유가 제한된다. 지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 대형 화재, 전쟁,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대역병이 발생하면 정부의 지도력 행사가 불가피하다. 정부 개입이 효과적이 되자면 민간 부문, 특히 시장경제와의 긴밀한 상호 협조가 필요하다. 재난 정책은 소비자의 선택권, 그리고 기업의 경쟁 및 이윤 추구와 상충되지 않아야 한다. 과거의 정부 개입 사례를 보면 대부분 그러지 못했다.1973~1974년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금수 조치로 1차 오일쇼크, 그리고 1978~1979년에는 이란의 종교혁명으로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여 휘발유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었다. 두 번의 오일쇼크 때마다 미국은 휘발유 가격 통제를 실시하였다. 지정 수준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서민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주유소마다 늘어선 장사진이었다. 몇 시간을 기다리다 자기 차례가 오기 전에 매진이 되기 일쑤였다.통제가 없었다면 가격이 올랐을 것이고 소비자는 비싼 휘발유 사용을 가능한 한 절제했을 터이다. 생산자는 호전된 수익 기회를 이용하여 생산 확충에 진력하였을 것이다. 이에 따른 소비 감소와 공급 증가는 가격 인하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일본과 독일은 오일 쇼크 기간에 휘발유 가격을 통제하지 않았으며 휘발유 파동도 없었다고 한다. 일시적인 유가 급등은 있었지만 점차 가격 안정이 이루어졌던 것이다.현재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나타난 마스크, 손소독제 등 의료상품의 품귀 현상은 범세계적이다. 아마존(Amazon)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 가보면 가격 상승이 엄청날 뿐 아니라 아예 품절된 경우도 많다. 한국 정부는 마스크를 1천500원에 일괄 공급하겠다며 약국, 우체국 등에서 1인당 일주일에 마스크 2장만 살 수 있는 마스크 배급제를 시행하고,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는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한다.1천500원의 마스크 (5부제) 배급제로 나타난 것은 휘발유 가격 통제 때와 마찬가지로 차례를 기다려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2020년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8천590원이다. 1시간 기다려서 요행히 마스크 2개를 구매했더라도 실제 비용은 3천원이 아닌 3,000+8,590=11,590원, 즉 개당 약 6천원이 된다. 그래도 공적 마스크를 사려는 것은 시중 가격보다 값이 월등히 싸고, 또 정부의 독점으로 인해 민간 구매의 기회가 막혔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경우든 저렴한 공적 마스크 가격은 구매자의 수요 증대, 생산자의 공급 감소를 일으켜 물자 부족을 악화시킨다.매점매석을 처벌하는 것도 일시적인 효과는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물자를 대량 매집하는 목적은 장래에 물자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면 다시 팔아 큰 이윤을 챙기자는 것이다. 탐욕적 행위이지만 국가 경제에 해가 되는 것이 아니다. 가격 급등의 의미는 귀한 상품이니 아껴 쓰라는 것이다. 예견되는 물자 부족에도 불구하고 매점을 금지하면 임시로 가격 상승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계속되는 소비로 비축 물량이 고갈되므로, 물자 부족 대란이 닥쳤을 때는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 사려 해도 물건이 없는 속수무책 사태가 온다. 재난 상황에는 매점매석이 오히려 사회적 선이 되는 역설이 성립한다. 매점꾼들이 비축해 둔 물자가 있으므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이를 아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재난 시기의 가격 급등, 매점매석은 소비자에게는 절약을 고취하고, 생산자에게는 공급 증대를 유도함으로써 물자 부족 사태를 해결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유로운 시장이다. 정부의 가격 통제, 매점매석 금지가 아니다. 물론 극빈자 등 취약계층은 도움을 필요로 하므로 정부의 역할은 이들에 대한 선별적 지원에 그쳐야 한다고 본다.미국도 바야흐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뉴욕주의 확진자 수가 (3월 21일 현재) 지난주의 1천 명에서 1만 명 이상으로 10배가 늘었고 주정부는 식품 구입 등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금지하고 있다. 식품점에는 화장지, 손소독제 등이 품절이다. 사재기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다행히 매점매석 처벌이나 5부제 배급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불황에 대처해서 무차별적으로 1인당 1천달러를 지급하자는 등 비생산적인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코로나바이러스 회오리도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손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시민들의 전염 예방 행위와 의료인의 직업 정신으로 환자와 사망자가 줄고, 창의적인 과학자와 혁신 기업의 아이디어에 의해 코로나바이러스의 효과적 대처법이 나타날 것이다. 그때까지 국가 통제를 가능한 한 배격하고, 정부와 시장(市場)이 협력과 조화를 이루어 위기를 극복하길 희망한다.

2020-03-23 15:09:44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매일춘추] 경제학으로 보는 예술의 가치

현대사회에서 예술과 경제는 어떤 관계일까?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누군가가 만들어서 팔면 누군가가 소비하고, 다시 만들어서 팔고 소비하는 '생산-유통-소비'가 반복되면서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 예술작품은 생산에서 유통되는 즉시 경제활동이 끝나는 '생산-유통'의 2단계로 이루어지는 특별한 상품이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예술은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인 공공재라 할 수 있지만, 이윤 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시장경제 속에서 자력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많은 기업들이 예술에 대한 후원활동의 하나인 메세나를 통해 공연장, 전시장 등 문화시설을 건립하기도 하고, 신인 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메세나 활동은 기업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전통적 활동을 넘어서 문화예술의 이미지를 활용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된 지 이미 오래다.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창조경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과 동시에 소비자들의 미학적 소비 욕구가 증가하면서 '아트 마케팅'이 펼쳐지기도 한다. 아트 마케팅은 경영에 예술의 다양한 요소들을 접목해 제품, 고객, 평판 등의 실질적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다.아트 마케팅의 성공 사례는 앤디 워홀과 손잡은 앱솔루트가 대표적이다. 앤디 워홀은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로 작가 스스로를 브랜드화 시킨 현대미술가로 유명하다.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물건과 할리우드 스타를 담은 작품으로 예술계에 일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한 시대를 새롭게 정의한 작가이기도 하다.스웨덴의 주류 브랜드인 앱솔루트는 1979년 미국시장에 갓 출시한 앱솔루트가 경쟁사에 밀려 고전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자 용기의 시각적 차별화를 시도하고자 1985년 앤디워홀에게 보드카를 소재로 한 작품을 의뢰하였다.앤디워홀과 손잡은 앱솔루트는 1986년 '손에 넣고 싶은' 앱솔루트의 탄생으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앱솔루트 아트 마케팅은 당시 예술계 혼란을 야기할 만큼의 파급효과를 내기도 했다.워홀과의 아트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뒤 30년이 지나 위기를 맞은 앱솔루트는 2014년 30년 전 사용한 아트마케팅을 다시 한번 적극 활용하게 된다. 앤디 워홀과의 콜라보레이션 30주년 기념으로 용기에 앤디 워홀을 그림을 입힘으로써 판매 1위의 축배를 다시 들게 된 것이다.앤디 워홀 외에도 사진작가 얀 샤우데크, 현대미술가 로즈마리 트로켈,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 등이 콜라보레이션으로 성공적인 아트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현대사회는 상품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유통의 시대이다. 또한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가심비 상품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시장구조의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힘든 예술영역이 그 고유가치로 소비자에게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2020-03-23 13:59:15

마이락(전직 중학교 교감)

[기고] 코로나 춘래불사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집 안에 갇혀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나 같은 범부는 온갖 생각이 다 난다. 가고 싶은 곳 못 가고, 하고 싶은 것 못하는 심정이 미칠 것만 같다. 옛날 선비들의 귀양살이가 이랬을까. 이제는 너무 지쳐서 하나님의 시련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위로가 된다. 바다에 큰 풍랑이 일 때 난파되는 배도 있지만, 풍랑을 이용해 더 빨리 항해하는 배도 있지 않은가.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여러 가지 작은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온 것이 큰 즐거움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국가가 있다는 것, 부모 형제, 스승, 치안을 담당하는 기관 등 이 모두가 우리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요인들인데 그것을 잊어 버리고, 아니 모르고 살아왔다. 이것이 인간의 과한 욕심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니 부끄럽다.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모두가 행복의 조건이 아닌 것이 없다. 요사이 집 안에 박혀 있으니 작은 행복을 잊어버리고 지낸 것이 무척 후회스럽다. 친구들과 어울려 포장마차에 모여 앉아 인생을 논하던 때나, 미세 먼지가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시내를 활보하다 점심 먹을 걱정을 하던 그때가 그립다. 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즐길 줄도 몰랐다. 노인복지관에 모여 수다를 떨면서 시간 보내다가 1천500원짜리 밥을 먹겠다고 줄을 서서 지루함도 참으면서 보낸 시간들, 추억이자 작은 행복이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집 안에 들어 앉아 TV를 보면 온 세상이 코로나19로 난리법석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 또한 지나가면 추억이 되겠지 하면서 마음을 토닥인다.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사람들, 자영업자들, 일용 근로자들 등 고통받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환자들을 구하겠다고 발 벗고 나서는 의료인들과 봉사자들의 노고는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다. 코로나19 국난 와중에 제2, 제3의 이태석 신부님 같은 분이 나오고 있다. 자기들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뛰어든 그 희생정신은 두고두고 존경받을 만하다.이 사태가 지나가고 나면 그분들도 작은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이번 사태로 특별히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힘내시기 부탁드린다. 희비가 있고, 행·불행이 교차되는 것이 인생살이다. 인생은 고행이라 했지 않은가. 행복이 온다는 희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헤쳐나가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낙심하지 말고 굳세게 살아가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고,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다.프랑스 철학자 샤르트르는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의 불행한 자가 있다면 그 또한 나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잊지 말고 오늘의 이 어려움을 서로가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자. 서로 탓할 것이 아니라 서로가 위로하고, 모두가 겪을 교훈이라 생각하자. 이번 사태를 통해서 바이러스 연구의 단초가 되고, 전염병에 대한 대처 요령을 터득하는 방법도 익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국민들도 정부 시책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요령도 알았다. 하루속히 평온을 되찾아 이번 코로나19 정복이 전 세계에 모범 사례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건만 봄같지 않음)이란 말은 지금을 두고 한 말 같다. 언젠가는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꽃이 피면 우리 모두 고생한 것, 보람을 느끼면서 작은 행복 아니, 보람찬 큰 행복을 즐기면서 코로나19 극복이 후세에 좋은 업적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

2020-03-22 15:38:54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박형준 전 혁신통합추진위원장,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 아침에] 야당은 자멸의 역사를 되풀이하려는가

2016년 20대 총선은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180석 목표' 발언으로 시작되었다. 국회선진화법 극복을 위해서라는 해명이 따르긴 했지만 그만큼 낙관적 전망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쪼개진 제1야당과, 정의당까지 각축을 벌이는 1여 3야 구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적장인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삼고초려로 모셔야 했다. 눈앞에 보이던 새누리당의 승리가 신기루처럼 사라진 선거 결과는 다 아는 바이다. 민주당 123, 새누리당 122. 한 석 차로 제1당을 내준 참패였다. 급전직하 과정 역시 아는 대로다. 이한구 공천위원장 주연, 김무성 대표 등 조연들이 벌인 오만방자 '막장 공천극'의 결과였다. 한마디로 자해, 자폭을 통해 패배를 자초한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의 시계도 이때부터 돌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김종인 씨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한 바 있다. 보수와 진보를 각각 선거 승리로 이끌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20대 총선 민주당 승리를 견인했다는 것은 신화일 뿐이다. 새누리당의 자멸로 민주당에 승리를 헌납한 것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김 전 위원장 폄하가 아니다. 같은 역사를 반복하는 통합당의 행태를 지적하려는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라는 마르크스의 경구 그대로이다.완전하지는 않지만 통합당은 야권 통합을 어지간히 이루어냈다. 악화일로인 경제 상황, 북한과 중국에 대한 여권의 저자세, 지난해 후반기를 달군 조국 사태, 명백한 수사 방해로 보이는 검찰 개혁 행보. 현 정부와 여권에 대한 심판의 이유가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었다.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처는 국민의 분노를 부른 결정적 변수였다.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를 조기에 차단했다면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지는 사태를 미연에 막았을 가능성이 높다. 선거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기 위해 미적거리는 사이 모든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바이러스에 죽기 전 굶어 죽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아무리 정부 여당이 야권 심판론을 제기해도 야권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던 참이다. 그런 게 아니어도 집권 중반의 총선은 정권에 대한 심판 혹은 평가 성격이 강하다. 기본적으로 야권에 유리한 구도인 것이다.요 며칠 사이 야당에서 벌어진 소동은 이런 구도를 일거에 반전시켜 버렸다. 한마디로 차려진 밥상을 스스로 걷어차는 모습이다. 통합당의 공천 후유증은 선거마다 겪는 통과의례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른바 보수 텃밭이라는 대구경북(TK)과 서울 강남 지역 공천은 야당을 찍으려던 손길을 머뭇거리게 한다. 이른바 자매정당이라는 미래한국당의 공천은 더 한심하다. 통합당과 이견이 있다면 사전에 조율했어야 한다. 비례대표 명단 발표 이후에 '가소롭다'는 비난을 주고받으며 치졸한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대표와 사무총장을 '파견'하여 대표와 공천위원장을 교체한 것은 양측의 정치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다. 더 문제는 이러한 행태가 불법행위가 될 가능성이다. 비례대표 공천이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한 개정 선거법에 저촉될 우려가 큰 것이다. 코로나 사태 역시 미묘한 변화를 겪고 있다. 전 세계가 바이러스 비상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가 상대적으로 대처를 잘했다고 하는 평가가 먹힐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코로나 블랙홀이 정권 평가 이슈를 완전히 삼킬 가능성이 크다.현재 야권이 자멸의 역사를 되풀이한다면 비극일까 희극일까. 근본적으로는 또 한 번의 비극이지만 결국 우스운 희극으로 기록될 것이다. 비극적 결말을 뻔히 알면서 이를 방치한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배우는 게 한 가지 있다.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이번 주 야당의 행보는 정말 중요하다. 잘못된 공천을 감동을 주는 공천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으로 결론 날지, 그래도 무언가 배우는 게 있는 세력이 될지 판가름하는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0-03-22 15:34:22

박동훈 인투자산관리&재무설계 대표

[금융칼럼]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정책과 개인의 유동성 확보

코로나19 사태가 대구시민들을 패닉에 빠트렸다. 감염자의 고통도 크겠지만 시민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줄까봐 서로를 극도로 경계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거의 모든 경제활동을 상당 기간 하지 않게 됐다. 이로 인해 기업과 상인들은 대부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정부의 지원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결국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이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되면서 국세 납부 예외, 지방세 감면 등의 혜택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연금보험료, 통신요금, 전기요금, 지방난방요금 감면 등이 이뤄지게 됐다.전국을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정책 중에는 세입자들에 대한 임대료 인하 정책이 있다. 이 정책은 정부소유나 공공기관 소유건물의 임대료 지원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민간의 경우 임대료 인하를 실행하는 건물주에게는 일정 기간 동안 인하한 임대료의 50%를 세액공제 해준다.또 6월까지 체크, 신용 카드사용액의 세액공제 한도를 늘려주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초저금리 대출이 실행된다.타격이 큰 업종(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등)에 대해서는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제공한다. 이외에 맞벌이 부부의 가족 돌봄 휴가비지원과 승용차 구매 시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금융의 상반기 지원 등도 마련됐다.문제는 이런 다양한 정책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운데다, 시간도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비상금을 통한 유동성 확보다.신종 바이러스가 주는 두려움은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다는 점이다. 기존에 출몰했던 바이러스를 경험했다 하더라고 대비하기 어렵다.재무설계의 관점에서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 보험과 저축, 그리고 투자와 함께 3~6개월 정도의 비상 생활 자금 준비를 권유한다. 물론 급할 경우 목적 자금의 지출시기를 연기해도 되고, 부동산과 같은 취득 대상물의 취득시기를 연기하는 방법도 있다.하지만 항상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현재 전체 자산의 구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고, 유동성 위기를 대처할 만한 자금을 따로 담아 두면 좋다.미리 가입한 저축보험 상품에 추가 납입을 이용해 봐도 좋고, 증권사의 CMA계좌 등을 이용할수도 있다. 현재 유동성자금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는 기존 가입한 저축보험이나 종신보험 상품의 제도성 특약인 중도인출과 약관대출을 고려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실행 전에는 전문가와 상의해 좀 더 본인의 상황에 맞는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2020-03-22 15:23:58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매일춘추] 믿음과 격려의 힘

사람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그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많은 시련과 역경을 극복해 가며 성숙해 간다.사람과의 관계 맺음에서 '믿음과 격려'는 시련을 극복하는 마법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믿음과 격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게 한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들에게는 자신의 꿈에 대한 열정으로 또 다른 자아를 찾으려는 노력의 모습으로 나타난다.사람은 믿어주는 만큼 잘하고 아껴주는 만큼 여물고 인정받는 만큼 성장한다고 한다. 이렇게 '믿음과 격려'는 인간에게 행복을 빚어내기 위한 마지막 재료이면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어울림의 기술이다.요즈음은 전 세계적으로 세상이 뒤집힌 것 같다. 상상하기 어려웠던 꿈같은 일들이 매일 뉴스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과 두려움으로 한숨 쉬는 소리가 귓가에 끊이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상의 소식에 귀 기울이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것도 이미 익숙해져 버렸다.우리가 살아가는 삶에는 늘 많은 문제가 있다. 예전 아버지께서 나에게 귀가 닳도록 하신 말씀이 문득 생각난다. "문제 안에 답이 있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따르고 그 노력의 결실로 결국은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으셨으리라 생각한다.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를 격려하고 희망과 믿음으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있다. 수많은 격려와 희망나눔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끊이지 않는 기부 행렬로 나타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보며 감동하고 있다.간호사들 얼굴의 반창고는 아름다운 헌신의 흔적이며 힘들어 움츠리고 앉아 있는 의료진들의 지친 모습은 우리에게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로 느껴진다. 이러한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들은 비록 어려움이 처해 있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격려의 릴레이를 할 수 있게 하는 강한 힘이 아닌가! 지금 전 세계는 우리의 선행 사례를 보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여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봉사 모습에 놀라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이러한 행동을 보며 '최고의 인간적 친절함'이라며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결국 평범한 일상에 대한 그리움이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캔 블랜차드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고 하였다. 칭찬과 격려의 힘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위력이 있다. 우리는 지금 아주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다. 우리 스스로 서로에게 '믿음과 희망' 그리고 '칭찬과 격려'를 통해 다시 평범한 3월 봄날 따뜻한 풍경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0-03-22 14:30:00

김효범 변호사

[2020 세상 읽기] 감염병 사망, 국가배상 청구 가능할까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 유입되고 국내에 빠르게 확산된 이후 확진자 수는 9천명에 육박하고 있고, 사망자 또한 100명이 넘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경우 해외에서 발생하여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국내 유입을 차단하지 못한 정부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억울하게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의 경우가 더욱 그럴 것이다. 감염병으로 인해 고인이 된 경우 그의 가족들은 상례도 제대로 치루지 못하고 임종도 지킬 수가 없었기에 그 슬픔이 더욱 클 것이고 정부에 대한 원망도 클 것이다.그렇다면 유가족들은 감염병으로 인해 가족을 떠나보낸 것에 대하여 국가에게 감염병 대응 관련 부실 책임 등을 물어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금전적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가 유가족들이 할 수 있는 절차 중 하나일 것이다.2020년 2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제18부에서는 흥미로운 판결(2016가합532797)이 나왔다. A 씨는 림프종 암 추적 관찰치료를 받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1번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14번 확진자에게서 메르스에 전염되었다. 그 후 메르스 양성 반응과 음성 반응을 반복해 나타낸 그는 격리해제조치를 받지 못한 채 투병 생활을 이어가다 2015년 11월 25일 사망했다. A 씨의 유가족들은 억울함을 토로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이에 재판부는 의심환자 신고에 따른 진단검사를 지연한 과실이 국가에 있다고 판단하고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여 "국가는 유족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판결의 주된 이유는 1번 확진자가 방문한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서 의심환자로 분류를 하지 않아 1번 확진자에 대한 즉각적인 진단검사를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33시간이나 뒤에 검체를 체취한 부분에서 국가의 과실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역학조사에서 접촉자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에 따라 결국 A 씨가 메르스에 감염이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니 국가의 과실과 사망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 주된 판시내용이었다.반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제1부는 메르스 104번 환자 B 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B씨의 유가족의 청구를 기각하여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2019나18395).B 씨는 2015년 5월 27일 복통을 호소하는 가족을 데리고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14번째 확진자와 접촉했다. 이후 별다른 증상이 없다 같은 해 6월 9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이송되어 치료를 받던 중 2015년 6월 27일 사망했다. 이후 B 씨의 유가족은 국가가 메르스에 대한 지침 제정 업무를 소홀히 하였고,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시행하였다는 점 등에 대하여 국가의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이에 대하여 재판부는 "국가의 역학조사 부실은 인정되지만 1번 환자로부터 14번 환자에게 메르스가 옮은 시점이나 당시 메르스의 전염력에 대한 일반적 인식 등을 고려하면, 1번 환자에 대한 진단검사 등이 적기에 이뤄졌다고 해도 감염을 막았으리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국가의 과실과 B 씨의 사망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B 씨의 유가족들은 판결에 불복하여 현재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상태이다.두 상반된 판결의 내용을 보면 코로나 19로 인해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경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경우 청구가 인용될지 여부를 단정할 수 없고, 향후 상급심인 대법원의 입장에 따라 배상가능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필자는 상반된 두 판결내용을 보면서 국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한국은 사스, 메르스와 같이 외국에서부터 발병된 감염병을 겪은 나라이다. 사스 때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메르스 사태 때는 사망자가 39명이 발생했다. 아마도 39명의 해외에서 감염병이 유입되지 않았다면 현재까지도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염병은 그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가족들은 현재에도 법원을 오가며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며 국가에게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감염병이 종식된 이후 국회에서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병으로 인해 국민이 사망할 경우 국가가 일정한 부분 배상을 하도록 입법을 했다면 억울한 가족들이 법원을 드나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이번 코로나 19의 경우 메르스 사태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그들의 죽음에 가족들은 임종도 지킬 수 없고 상례도 제대로 치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을 떠나보내는 가족들의 가슴에는 대못이 박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들을 위해 울어주지 않는다. 정부는 연일 사망자 숫자가 줄어들고 있고 확진자 숫자가 줄어들고 있음에 만족하며 이 사태가 빨리 종식되기를 바라기만 한다. 필자를 비롯한 일반국민은 사망자의 나이와 연령, 기저질환 유무 정도의 정보만 알 수 있을 뿐이고 그들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지만 유가족처럼 애도하지는 않는다.정부가 그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애도하고 그들의 유가족들의 슬픔을 어루만져 줄 수 없다면 정부는 최소한 억울한 죽음에 대한 정당한 배상은 해주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19의 유가족들은 3년 이상 법원에 대하여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김효범 변호사

2020-03-22 10:41:24

종이에 수묵, 16.5×24.5㎝,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김유근(1785-1840), ‘괴석’

돌을 귀하게 여기며 감상의 대상으로 삼는 애석(愛石)을 서양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괴석(怪石), 수석(壽石)의 의미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수석이 나온다. 영화가 크게 성공하자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넘어 흥행할 수 있었던 우리말의 영어 번역도 화제가 되었다. 그 중 영화의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하는 수석을 번역한 '랜드스케이프 스톤(Landscape Stone)'과 '스콜라스 록(Scholar's Rock)'이 있다.랜드스케이프 스톤, '풍경석'은 이 영화의 번역자가 직접 만들어낸 단어라고 한다. 서구에서 풍경화를 자연의 멋진 풍경으로 여기며 감상하듯, 천연의 조각품인 산수경석을 자연의 축소판으로 여기며 감상한다는 뜻을 잘 나타낸 조어인 것 같다. 네덜란드어에서 도래해 1605년 영어 철자가 된 풍경(landscape)도 그렇지만 산수(山水)도 시각적 감상물이기 이전에 하나의 문화이다. 스콜라스 록은 출발어의 문화를 포함한 의미 번역이다. 문학으로 회화로 예찬된 애석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번역자가 지식층의 심상이 투사된 문인의 돌이라고 한 것이다.괴석을 번역기에 넣어보면 몬스터 스톤(monster stone), 스트레인지 록(strange rock), 오들리 쉐이프트 스톤(oddly shaped stone) 등으로 나온다. 이와 비교해 보면 랜드스케이프 스톤, 스콜라스 록은 동아시아인의 산수자연에 대한 애착, 지식층의 독특한 취향을 의미화 하여 수석, 괴석이 점유한 문화적 맥락과 뉘앙스를 잘 전달하는 번역임을 알 수 있다.이 '괴석'은 황산(黃山) 김유근이 그려서 친구 추사 김정희에게 준 것이다. 김유근과 김정희는 애석 동호인이었다. 인장은 '빙심(氷心)', '김유근인(金逌根印)', '고향서옥(古香書屋)'이고, 오른쪽 아래에 있는 두 방은 나중에 이 그림을 감상했거나 소장한 분의 인장으로 보인다. 김유근의 화제는 이렇다. 귀한 바는 정신의 빼어남에 있는 것이니 어찌 꼭 닮게 그리는 것이 중요하겠습니까. 돌을 같이 좋아하는 이에게 드리니 벼루 갑 옆에 두십시오. 황산이 스스로 화제를 쓰다. 겨울밤 추사인형을 위해 그리다. 황산 소귀신승(所貴神勝) 하구형사(何求形似) 이증동호(以贈同好) 비방연궤(俾傍硯几) 황산자제(黃山自題) 동야(冬夜) 위추사인형작(爲秋史仁兄作) 황산(黃山) 김유근은 잘 그리지 못했지만 돌을 그려주는 내 마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집안끼리는 대립했지만 이들은 "정치적 득실과 인물의 시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고금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화를 품평"했다. 황산과 추사의 석교(石交)를 그린 그림인 것이다.'기생충'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다. 우리 옛 그림은 한자문화의 빗장을 풀고 한국인들에게 접속될 수 있을까? 미술사 연구자

2020-03-22 06:30:00

대구에도 희망찬 4월의 봄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 19일 대구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홍매화가 활짝 핀 가운데 의료진들이 힘찬 발걸음으로 교대 근무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020 세상 읽기] 그해 봄

해마다 이맘때면 상춘객이 몰려드는 남도의 봄꽃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한다. 달포 가까이 외출을 삼가는 사이 봄꽃들은 성실하게도 때를 맞춰 피고 지는 모양이다. 불한당처럼 지구촌을 쑥대밭으로 휘정거려 놓는 중국발 '코로나 19' 로 인해 곱다시 봄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봄이 왔지만 도무지 봄같지가 않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옛말이 이번만큼 실감나게 와닿는 적도 없다.애꿎게도 대구경북이 역병의 직격탄을 맞는 바람에 지역민 모두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심지어 국내에서조차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이유로 전염병균 취급받고, 문전박대 당한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해외에서 인종차별 받을 때의 기분이 이런건가 싶어 우울해진다. 그나마 국내외 언론들이 우리 지역민의 시민의식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오는데서 위로를 받는다. 우리에게 감동과 위안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감염의 우려 속에서도 생업현장을 떠나 기꺼이 바이러스와의 전쟁 최일선에 나서준 의(義)로운 의병(醫兵)들! 밤낮을 잊고 전쟁터에서 땀흘리는 관계자들! 그리고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위해 전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을 전해오는 선한 사마리아인들!지금 우리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고 있다. 생소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느라 모두가 자발적 '집콕' '방콕' 생활을 감내하고 있다. 내 경우도 현관 밖으로 나설 때라곤 가끔 지척의 마트에 들리거나 아파트내 짧은 산책로를 운동삼아 걷는게 전부이다.집안에만 있게 되면서 15년전 타계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생각이 자주 난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민주화 요구 시위대에 온건한 입장이라는 이유로 무력진압을 내세운 리펑(李鵬) 총리 일파에 밀려 축출된 이후 무려 16년간 가택연금생활을 하다 외롭게 세상을 떠난 그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긴 세월동안 얼마나 바깥이 그립고, 사람의 온기가 기다려졌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집콕'도 대수롭잖게 여겨졌다. 한껏 헐렁해진 일상에서 여유를 찾게도 됐다. 신문을 샅샅이 정독하고, 페이지 접어둔 책을 다시 꺼내 읽고, TV 무료 영화를 찾아보고, 겨울옷을 정리하노라면 하루가 쓱쓱 잘 지나간다. 지인들도 "처음엔 갑갑해 미칠 것 같더니 이젠 조금 습관이 된 것 같다"며 전화선 너머로 웃는다.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역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랄까. 만나면 기쁜 사람들과 커피 마시고, 가성비 좋은 식당 찾아가고, 3월의 동해안에서 게를 뜯고, 콘서트에 가고, 강좌를 듣고….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진 일상의 조각들이 그리운건 어쩔 수 없다. 그러기에 모두들 SNS를 통해 '조금만 더 버티자'며 서로 응원하고, '행복 송(song)'도 보내주며 다독인다. 그러면서도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평범한 일상이 이토록, 이토록 소중한 줄 몰랐어요!"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에서 노리코는 교양을 위해 다도(茶道)를 배운다. 느릿한 차공부가 지겹기도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수업에 임하던 어느 날 다실에 걸린 족자의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의미가 마음에 콕 박힌다. '비오는 날엔 빗소리를 듣고, 눈 오는 날에는 눈을 보고, 여름에는 찌는 더위를, 겨울에는 살을 에는 추위를 온몸으로 느끼며 그 순간을 맛본다'는 의미를 깨달으면서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게 된다. 세월이 한참 흐른 어느 해 정초, 고령의 다도 스승은 제자들과의 새해 인사 자리에서 온화한 미소로 말한다. "매년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지만 이런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다는건 행복한 일이라고요."전대미문의 '팬데믹' 사태 속에서 묵직하게 와닿은게 또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명제 앞에서는 겸허해 질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 기세가 숙지나 했더니 대구에서 2차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가슴이 또다시 덜컹 내려앉는다. 아직은 끝이 안보이는 터널 안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저 터널 끝으로 환히 햇살이 비쳐들겠지. 그때쯤이면 우리 모두 조금씩은 내적으로 성숙해져 있지 않을까.2020년의 봄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언젠가 이때를 되돌아 볼 날이 있을게다. 모두들 가벼운 한숨과 함께 말하겠지. 그해 봄은 참으로 힘들었다고, 거리는 텅 비었고, 경제는 멈췄고, 죽음의 그림자가 우리를 두렵게 했다고, 그러나 그럼에도 역경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어난 이웃사랑만은 훈훈했다고….꽃샘추위가 지나간뒤 아파트 화단의 동백이 더욱 소담스럽다. 명자나무 선홍색 꽃망울도 나날이 부풀고 있다. "이 풍진 세상에도 꽃은 핀답니다!"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전경옥 언론인

2020-03-21 09:00:00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광장] 기생(寄生)

'기생'(寄生)이란 어떤 생물이 다른 종류의 생물체, 즉 숙주(宿主)의 속이나 표면에 살면서 그 생물의 영양분을 빼앗아 그 생물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말한다. 동식물의 몸에 붙어서 병을 일으키게 하는 세균이나 균류, 몸에 붙어서 피를 빨아 먹는 이나 벼룩, 사람 몸속에 살면서 해를 끼치는 회충 등이 그것들이다.윌리엄 맥닐(William McNeill)은 '전염병의 세계사'(김우영 옮김)에서 미시기생(微視寄生)과 거시기생(巨視寄生)으로 기생의 개념을 확장하였다. 미시기생은 미생물을 포함한 기생체와 인간의 관계를, 거시기생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기생체와 숙주와의 관계를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인간과 자연으로까지 확대한 맥닐의 통찰력이 놀랍다.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의 생산력에, 인간은 자연에 기생하면서 살아온 것이다.이런 측면에서 보면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은 거시기생의 한 단면을 극화하여 대성공을 이룬 쾌거였다. 힘이 센 자와 약한 자,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다. 2월 9일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에 올라 세계적인 흥행에 돌입할 무렵, 2월 20일 제작 및 출연진이 청와대로 초치되어 짜파구리 파티를 열 무렵,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기생충의 출현으로 잔칫상과 흥행에 재를 뿌린 격이 되고 말았다. 영화 '기생충'과 살아 있는 기생충의 전쟁이라고 불러야 할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우리네 인생사의 본래 모습인가?그즈음부터 지금까지 한 달여 동안 사회는 '영악한' 기생충인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가히 전 세계적으로 이것과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이것은 그 나름대로 매우 영리해서 늦봄까지 또는 초여름까지 기승을 부릴 태세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어떻게 영악한가?첫째, 이것은 꾀가 많아 숙주를 잘 죽이지 않는다. 숙주가 죽게 되면 자신들도 죽게 되므로 숙주를 적당히 괴롭히면서 넓게 퍼져 자신의 세(勢)를 키우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을 넘어, 이제는 유럽 전역과 북미를 휩쓰는 '세계적 유행'(pandemic)에 이르렀으니 코로나19로서는 성공한 셈이다.둘째, 이것은 감염 속도가 매우 빠르며, 위장술까지 동원한다. 보통의 질병은 환자에게 증상이 발현된 후에 전염이 되지만 이것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감염을 시킨다. 증상이 나타나면 격리 및 예방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잠복기부터 감염시키니 속수무책이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가 은밀하게 적에게 접근하듯이 이것 또한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은밀하게 다른 숙주에 침투하는 것이다.끝으로, 이것은 재빨리 변신해서 자신의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정체가 분명해야 빨리 치료할 수 있는데, 유전자 변이를 통해 모습을 자꾸 바꾸므로 의학자들은 고정된 과녁이 아닌 이동하는 과녁을 향해 활을 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이것 때문에 대구경북은 국내에서 가장 심한 인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전쟁 같았던 지난 한 달여 동안 대구경북인은 놀라운 이타심과 침착성, 질서 의식과 준법정신을 보여 국내외의 찬사를 받았다. 위기 속에서 대구경북인의 품위(品位)를 세계만방에 자랑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코로나19를 먼저 경험한 우리가 이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백신과 치료제까지 개발하여 경제적 손실을 만회하는 꿈을 꿔본다.

2020-03-20 14:30:00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