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설레는 감정, '처음'

박세향 극단 수작 연극배우 박세향 극단 수작 연극배우

매년 이맘때가 되면 문득 설레는 감정에 사로잡히곤 한다. 봄을 타는 건가,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러다 문득 대구연극제 준비로 한창 땀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설레는 감정의 씨앗을 발견한 듯 기시감이 들었다. 처음 연극에 발을 디뎠던 때가 이 계절, 이맘때였고 그때부터 시작된 설레는 감정일 거란 결론에 다다랐다.

기실 설레는 감정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시작됐다. 시계를 좀 더 거꾸로 돌려 대학생 시절의 기억에 닿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전공이던 나는 전공 관련 아르바이트를 종종 했었는데 상상했던 업무와 실제 업무의 괴리감이 상당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모든 게 조심스러워진 나는 일하는 것이 전혀 즐겁지 않았다. 결국 대학을 졸업하면서 전공과 작별했고,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한참 고민해야 했다. 결론은 하고 싶은 것으로 향했다. 막연히 꿈으로 간직해오던 무대였다. 마음을 먹자 도전은 과감해졌다. 무작정 극단에 들어갔다.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전지식이 전무했던 당시의 나를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이지 '맨땅에 헤딩'이 적절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는 긴장감과 설렘으로 꽉 찬 시기였다. 그렇게 처음 극단에 발을 디뎠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는 마침 대구연극제 기간이었다. 당시 대표님은 문화예술회관으로 직접 와서 공연을 보라 하셨다. 관객도, 연극 관계자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서 바라본 연극의 내용이나 배우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두근거렸던 감정만은 또렷하다. 그리고 지난주까지 열린 2021년 대구연극제를 준비하면서 그 처음의 기억이, 설레는 감정과 함께 소환됐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처음'을 겪는다. 그리고 '처음'의 감정은 오랜 기간 기억에 남는다. 때론 그 '처음'이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 일의 처음 기억을 묻곤 한다.

작년은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재난으로 수많은 '처음'이 못 이루어지고, 겪지 않아도 될 '처음'이 생겨난 해였다. 누군가는 "2020년에 20살이 돼서 어른이 된 삶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못 해보고 지나갔다"며 "2020년은 다 같이 없던 해로 치고, 다 같이 나이를 먹지 말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처음'에 대한 추억을 코로나가 빼앗아간 것이 억울하겠지만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

이 글을 쓰면서 지난 시간을 찬찬히 되짚어보니 크고 작은 '처음'들로 인해 지금의 내 모습이 만들어졌다. 또, 앞으로 겪을 많은 '처음'으로 내 삶이 흘러갈 것이다. 나는 오늘도 또 하나의 '처음'을 겪으며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

박세향 극단 수작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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