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꼰대

김성민 시인·도서출판 브로콜리숲 대표

 

 

김성민 시인·도서출판 브로콜리숲 대표 김성민 시인·도서출판 브로콜리숲 대표

국어사전에 의하면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은 좀 수긍이 가지 않는다. 단순히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꼰대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다른 의미로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이 말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 학창 시절 '우리 꼰대가 운운' 했지만, 이 말을 즐겨 쓰진 않았던 것 같다.

요즘 흔히 쓰이고 있는 '꼰대'에 깔린 의미는 아마 '꼰대질'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다시 국어사전의 힘을 빌리면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젊은 사람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 방식 따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다. 이 정의를 좀 잘게 나눠 살펴보면 '기성세대'라는 단어가 나온다. 기성세대는 누구인가? 또 사전을 뒤져보면 '현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나이가 든 세대'라고 적혀 있다. 현재 사회를 이끌어가는 나이라면 –세상이 많이 바뀌었으므로- 20대부터 70대까지인 것 같다. 특정 연령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예전 같으면 아마 일찍이 일선에서 물러나 마을 입구 당산나무 아래서 에헴! 하는 어르신을 떠올릴 수 있겠으나 지금은 좀 많이 달라졌다. 그때는 살아온 시간의 길이만큼 경험의 많고 적음이 확연히 구분됐을 것이다. 젊을 때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지 않은 이상 삶의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는 생의 길이와 비례했을 것이다. 일반화는 '개별적인 것이나 특수한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됨, 또는 그렇게 만듦'이라고 돼 있다. 이 말을 곱씹어보면 이는 과학 분야나 사회학 등에서 이론이 형성되는 과정이 아니던가. 생각이나 행동 방식을 일반화하는 행위 자체는 그리 비난받을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가만 들여다보니 핵심은 '일방적'에 있었다.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젊은 사람(?)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 방식을 놓고 함께 토론하는 행위라고 하면 어떤가? 훨씬 덜 꼰대스럽지 않은가?

계속 이어가자면, 젊은 사람(?)들이 자기 방어의 목적으로 꼰대라는 말을 무기처럼 장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무슨 말이든 자기보다 나이 많은(직급 높은) 사람이 조언하는 경우 들어보지도 않고 듣기 거슬린다는 이유로 귀를 닫아버린다. 그러니 나무랄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잘못된 행동에 꾸지람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젊은 세대는 꼰대라고 아예 대화상대로 쳐주질 않는다. '라떼'는 동네 어른들이 젊은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혼을 내는 경우가 꽤 있었다. 물론 그 말을 온전히 듣고 새사람이 되지는 않았지만, 지역 공동체 안에서 어떤 분위기를 잡아줬던 것 같다.

어른이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은 아닐 것이다. 어른은 인터넷 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가? 참어른이 없다는 건 세상이 변했다는 말이고, 자기 것을 내놓는 데 그만큼 인색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겠다. 안 그래도 삭막한 세상이다. 꼰대들이여, '일방적'을 빼고 잘하면 스승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하자. 젊은 세대(?)분들께도 자꾸 그렇게 귀 닫다가 식겁할 수도 있음을 알려드린다. 꼰대가 되길 무척이나 저어하여 무슨 말도 못 하고 괜히 같은 꼰대나 붙잡고 시비 거는 꼰대도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또 젊은 세대들은 끼리끼리 논다고 쯧쯧거리겠다. 알고 보면 많은 불행한 일들이 일방적인 데서 나온다. 일방통행은 외로운 법이다.

김성민 시인·도서출판 브로콜리숲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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