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땅을 똑같이 분할 소유한다면?

신부,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

전헌호 전헌호

10만㎢ 크기의 대한민국을 5천 만 국민 모두에게 똑같이 돌아가도록 분할하여 분배한다면 어떻게 될까? 1㎢에 500명이 사는 것이 되니 1인당 50mx40m 돌아간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배정되는 이 크기의 땅을 벗어나 이웃 땅을 밟고 지나갈 일이 수없이 발생할 것이다. 땅을 분배받은 사람들 모두가 마음이 좋아 그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자신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배타적으로 주장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50mx40m는 크지 않은 땅인데 최종적으로는 이 안에 갇혀서 아무것도 제대로 하기 힘들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65%가 산지이고 8%가 강, 호수, 습지이며 7%가 도시 면적이고 나머지 20%가 농지이다. 이를 고려하면 1인당 농지 면적이 20mx20m 정도 되는 것이다. 400㎡의 경작지에 농사를 아무리 잘 짓는다 하더라도 내가 1년 동안 먹을 모든 음식 재료를 생산하기는 불가능한 일이고, 요리할 에너지를 구하기는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간단히 살펴본 이러한 사실에서도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서로 얼마나 많이 양보하고 협조해야만 하는지 금방 드러난다. 땅을 가진 사람도, 가지지 않은 사람도 서로의 생존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욕심과 목소리를 낮추고 많은 것을 조율해야만 한다. 우리 모두 지금 그렇게 하고 있기에 이렇게 살아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자연과학적 요소들뿐만 아니라 각자의 종교적 믿음과 세계관 등 다양한 인문학적 요소들도 동원된다. 인류는 지난 수만, 수천 년 세월 동안 온갖 경험을 했고, 그것을 기초로 하여 오늘날 지구촌에 존재하는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문화, 철학 등 각종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적 요소들을 축적해왔다. 이들은 실제(fact) 세계가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의 범위 안에서 된 것이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구축해 온 것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생각하여 개척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위해 오늘의 평화와 안정을 해쳐서는 안 될 것이다. 안정과 발전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이 항상 함께하는 것이다.

안정과 발전, 두 요소의 경계선에는 항상 갈등의 요소들이 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오늘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국민들은 피할 수 없이 존재하는 이 갈등의 요소들을 다스려 나가기 위해 많은 지혜와 대화, 양보와 인내, 모험과 노동을 동원하고 있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자신이 속한 종교단체 안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이러한 갈등을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절대자에게 간절한 호소와 청원의 기도를 드릴 것이고 때로는 자연의 법칙을 다소 넘어서는 기복적인 기도를 드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밝은 세상에 우리 종교인들도 실제 세계에 들어 있는 물리, 화학, 생물학적 법칙들을 가능한 대로 많이 그리고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하여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합리적인 삶을 계획하고 살아나가야 현재의 삶이 건강하고 평화로울 것이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존하는 각종 종교들이 권하는 자기희생, 양보, 마음 비우기, 이웃사랑, 인내, 수련, 청빈과 같은 덕목들은 인류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데에 언제나 중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영양소들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종교들은 그 존재 이유와 가치를 충분히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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