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9000억 빚을 내 2만원씩 준다고?

노동일 경희대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울에서 문을 닫는 음식점과 PC방 등이 늘어나 상가 전체로는 2분기에만 2만개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상가에 폐업정리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울에서 문을 닫는 음식점과 PC방 등이 늘어나 상가 전체로는 2분기에만 2만개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상가에 폐업정리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8월 31일까지만 영업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학교 앞 한 카페 출입문에 붙은 안내문(?)이다. 제법 잘 되던 가게였다. 2학기마저 학생들이 학교에 오질 않으니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나 보다.

코로나 직격탄은 업종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가끔 가던 식당도 6월에 내건 임시 휴업 간판을 10월 초까지 연장한다고 바꾸었다. 곳곳에 '임대 문의' 쪽지를 단 빈 점포들이 늘어만 간다.

굳게 닫힌 가게 문을 보는 심정은 여러모로 착잡하다. '폐업 안내' 한 장의 종이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담겨 있을까. 감사하다는 말조차 힘겨웠던 것은 아닐까. 작은 사업이지만 큰 손해를 보았을 텐데 하는 걱정이 앞선다. '안양 노래방 운영 자매 극단적 선택'이란 기사를 보면 부디 그런 선택은 하지 마시라고 기원하는 게 고작이다.

그래서 말이다. 국가는 이런 때 나서야 한다. 재정 여력 운운하지 말고 최대한, 그리고 신속히 구제에 나서야 한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때 국민 모두에게 주는 걸 반대한 이유도 그런 것이다. 당장 삶이 힘겨운 국민에게 하루라도 빨리 충분한 도움을 주는 게 긴급재난지원금이다.

하지만 1인당 20만원은 '지원금'이라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모든 국민 대신 소상공인,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직접 피해자들에게 좀 더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게 맞다. 보편이냐 선별이냐 새삼 논란을 벌이고 싶지는 않다. 모두가 건강보험료를 내지만 아픈 사람만 진료를 받고 건강보험 혜택을 누린다. 그걸 두고 선별 복지라 원망하지 않는다. 건강 문제가 생긴 사람이 모두 차별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국민 모두 보험 혜택을 받지 않아도 불평하지 않는다.

재난지원금 역시 마찬가지다. 재난 피해자들이 회복하도록 지원하지 않으면 지원금이라고 말하기 민망하다. 건강을 잃은 국민이 건강 회복 때까지 치료를 받아야 건강보험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2차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 대상이 아닌 일부 지급으로 결정한 것은 당연하다. 4차 추경 7조8천억원으로 소상공인, 특수 형태 근로자, 프리랜서, 미취업 청년, 저소득층 긴급생계지원 등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국민 1인당 30만원씩 10번 혹은 10만원씩이라도 주자는 유혹에 빠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국채를 발행하는 한이 있어도 한계상황에 몰린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게 국가의 의무이다. 물에 빠진 사람은 일단 건져 놓고 봐야 하는 게 사람의 도리 아닌가.

그런 관점에서 만 13세 이상 국민 약 4천640만 명에게 '통신비 2만원씩' 지원은 그야말로 뜬금없다. 아무리 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항목이다. 재정 여력이 충분치 않다고 고백한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무엇인가. 전 국민 1차 지원금 지급은 약간의 명분이라도 있었다. 지체하지 않아야 한다는 긴급성의 요건이 일차적이다. 지원 대상자 선정 기준을 놓고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선거를 앞둔 시기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지원금 사용으로 경기 부양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통신비는 어느 것도 해당하지 않는다. '긴급'도, '재난' 대상 선별도 아니고, '지원금'이라기에는 낯간지럽다. 경기 부양에도 턱없는 액수이다. 반면 전체 약 9천300억원은 "작은 위로요 정성"이라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다. 안 받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는 말에는 분노마저 솟는다. 이들은 모두 국민의 살림을 맡은 공복이다. 1조원 가까운 돈을, 그것도 빚을 내 쓰기 위한 발언치고는 무책임하다. 성안부터 시작해 집권 여당 대표와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니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 무슨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 헤아려 보려 해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안은 이제라도 정부가 협의를 통해 수정안을 내놓는 것이다. 그게 어렵다면 여당에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것도 안 되면 최종적으로 야당의 심의 과정에서 삭감해야 마땅하다. 의회의 존재 이유는 정부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게 아니다. 잘못된 정부 정책을 견제하고 국가 전체에 균형을 잡지 못하는 의회는 있어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가장 중요한 의회의 존재 의미가 국민의 곳간을 지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그 같은 책무는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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