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개관의 의의

이헌태 국립해양과학관 상임이사

이헌태 국립해양과학관 상임이사 이헌태 국립해양과학관 상임이사

경상북도에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으로 인해 교통이 불편한 오지가 많은데 울진군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시대 울진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보부상들은 동해 바다에서 생선과 수산물을 수확해 태백산맥을 넘어 봉화까지 가서 농산물과 교환했다.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한 김주영 선생의 장편소설 '객주' 마지막 10권은 바로 봉화를 왕래하던 울진의 보부상들 이야기다. 이들은 소금과 건어물, 미역을 등에 지고 태백산맥 십이령길 열두 고개를 넘고 넘어 봉화의 내성(지금의 봉화읍) 장까지 오갔다. 보부상들이 울진에서 봉화를 한 번 왕복하는 데만 꼬박 열흘이 걸렸다고 하니 당시 조상들의 삶을 위한 의지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지금도 울진은 전국의 80여 개 군(郡) 가운데 고속도로도, 철도도 없는 유일한 군이라고 한다. 필자는 울진에 '동북아시아의 샹그릴라'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샹그릴라는 지상낙원인 동시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외딴 지역을 가리킨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농업이 기반인 경상북도 내륙 지역은 급속히 쇠퇴했지만 울진은 상대적으로 쇠퇴 속도가 더뎠다. 바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산업이 존속하거나 새롭게 생겨나 성장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1988년에는 울진 바닷가에 한울원자력발전소가 세워지면서 인구 감소를 막는 데 기여했다. 울진과 이웃한 내륙인 봉화나 영양의 현재 인구는 산업화 이전의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그러나 울진의 인구는 산업화 이전의 절반 수준에서 더 줄어들지 않고 인구수 5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의 소멸 위험 역시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오직 울진이 바다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나 국가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다가 왜,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주는 한 사례가 바로 울진이라고 생각한다.

울진은 올해 들어 상전벽해 중이다. 울진~봉화 구간 36번 개량 국도가 지난 4월 개통되어서 이제 봉화까지 승용차로 한 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다. 왕피천 케이블카가 지난 7월 1일 운행을 시작했고, 오는 10월에는 아름다운 죽변항 주변 해안 2.4㎞를 따라 레일 바이크를 탈 수 있다. '울진 관광 르네상스'의 원년이 바로 올해이다.

울진 변화의 화룡점정은 국립해양과학관 개관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과학 전문 교육·전시기관인 국립해양과학관은 지난 7월 31일 '바다의 날'에 울진군 죽변면에서 문을 열었다. 정부가 국립해양과학관을 만든 이유는 우리 삶에서 바다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국민들에게 바다를 교육하는 일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바다는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하고 지구 생명체의 80%가 살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바다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해양적 소양(Ocean Literacy)을 높이는 일, 곧 바다가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동시에 우리 삶이 바다에 끼치는 영향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하는 일은 지역사회, 국가, 나아가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도 필수 불가결하다. 국립해양과학관은 바다의 모든 것을 망라한 본관 전시실 이외에도 해상 해중 전망대(수심 6m)가 과학관 앞바다에 있고, 전망대까지 국내 최장 해상 통로 393m를 바다 위 육교로 걸어간다. 독도와 한반도 간 최단 거리(216.8㎞)인 죽변에 있어 독도를 수호하는 상징적 존재이기도 하다.

울진에는 국립해양과학관과 함께 관광자원이 즐비하다. 가볼 만한 울진 10경으로 국립해양과학관, 불영계곡, 왕피천 케이블카, 금강송 숲길, 망양정과 월송정(관동팔경), 성류굴, 백암온천 덕구온천, 응봉산 백암산 통고산, 기성망양 등 해수욕장, 죽변 해안 레일 바이크가 있다. 우리나라 생태관광의 수도라고 할 정도로 명승지 천국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는 가운데 울진을 찾는다면 잊지 못할 추억을 쌓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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