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대구는 ‘창의적 자치분권’ 도시다 / 서성희

서성희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서성희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서성희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지역에서 영화를 한다고 하면 대구는 다른 도시에 비해 좀 늦지 않았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무엇이 늦었다는 말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른 지역에 비해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것이 늦었다는 뜻일 때도 있고, 영화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기에 늦었다는 뜻일 때도 있다. 대체로 외적인 평가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대구 영화는 드러난 것보다 더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가 있다. 대구에는 청년 영화인들이 많이 있고 올해만 스무 편의 단편영화와 세 편의 장편영화가 제작 중이다. 지금 그들에겐 관노 출신이었던 장영실의 출신 성분보다 능력을 알아봐 주고,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할 꿈을 함께 펼쳤던 세종의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

세종대왕은 혁신적 인재 등용을 통해 정치, 경제, 국방, 과학, 문화, 예술 등 모든 면에서 조선왕조 518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세운 성군이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는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그린다. 당시 대부분의 사대부들은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와 신분체계야말로 조선의 근간이라는 논리로 세종이 관노인 장영실과 함께 있는 것조차 반대한다. 그러나 백성을 이롭게 하려는 세종의 원대한 꿈은 "이 코끼리 그림은 그저 허상일 뿐이다. 물시계는 조선의 것으로 조선에 맞는 것을 만들면 된다"라고 말한 장영실에 의해 실현된다.

중국의 시간이 아닌 우리의 시간을 찾고, 중국의 글자가 아닌 우리의 글자를 만들어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권력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에 권력을 가진 사대부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변화를 싫어한다. 명분은 사대주의에 근간한다. 이에 반해 세종대왕은 변화가 백성에게 가져다줄 무한한 이로움을 상상할 수 있는 성군이었기에 변화를 꿈꾼다. 그 꿈은 과학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사대부가 아닌 노비 출신 과학자 장영실과 함께 실현해 나간다.

기득권 세력인 사대부는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라는 오래된 관습과 편견에 갇혀 중국의 것이 아닌 '조선의 것'을 만들어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대국을 따라잡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확신하며 현재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변화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만 변화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명나라에 사대하며 세종을 사사건건 반대한다. 결과적으로 '창의적인 생산'보다는 앞선 기존 문물을 '단순히 소비'하는 삶을 선택하며 현실에 안주한다.

대구는 영화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소비도시가 아닌 창의적인 생산이 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대구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 문화는 현존하는 세대로 승패가 끝나는 게임이 아니다. 그리고 사대주의는 국가 간 사대주의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도시 간 사대주의도 존재한다. 대구는 수도권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대구 영화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세우고 대구 영화계의 존립은 스스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창의적 자치분권을 이루고 독창적인 영화 도시 대구의 미래를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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