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천개의 별, 대구문화예술의 리좀(rhizome)

박명현 대구문화재단 예술진흥팀 주임

박명현 대구문화재단 예술진흥팀 주임 박명현 대구문화재단 예술진흥팀 주임

2019년은 일제의 만행과 핍박 속에서 민족이 독립 의지를 갈망하고 표출한 3·1 만세운동이 일어난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아카이브 구축 업무로 대구문학관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거화(巨火)를 찾습니다'전(展)을 통해 3·1 만세운동과 관련하여 지역에서 활동했던 문학인들과 그들이 발간한 미발굴된 프린트판 동인지 '거화'를 조명하였다. 이에 앞서 대구미술관에서도 '1919년 3월 1일 날씨 맑음'전(展)으로 지역기관 중 가장 앞서서 3·1 만세운동을 기념 전시하였다. 문학관도 이 전시에 소장 자료와 함께 지역 문단을 중심으로 형성된 '근현대기 문화예술인 교류-대구문단을 중심으로' 리좀을 제작하여 협업하였다. 리좀(rhizome)은 들뢰즈와 가타리의 공저 '천개의 고원'에 등장하는 은유적, 철학적 용어로 지하경(뿌리줄기식물)을 의미한다. 관계도에 있어서 근대성의 표상방식이던 위계질서로 고착된 '수목형' 형태가 아닌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전화된 수평적 형태로 경계와 영역을 벗어나 실재와의 접촉을 통해서 만든 복합 다양한 관계망을 말한다.

대구미술관과 대구문학관 기획전시에 활용된 '근현대기 문화예술인 교류' 리좀은 하나하나 장르와 분과별로 분산, 나열되어 있던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을 접점이 되는 사건을 중심에 두고, 이를 매개로 형성된 관계를 조사, 연구하여 서로 엮어서 구축한 일종의 근현대 문화예술인들의 관계 조망도였다. 조선 말기의 흥선대원군과 석재 서병오, 이여성과 김원봉, 추사 김정희로 시작되어 근대 위창 오세창과 월탄 박종화, 빙허 현진건, 이상화, 간송 전형필의 연결, 독립투사 장진홍과 이육사, 백기만, 유치환에서 현대의 박목월, 구상, 이중섭에 이르기까지 지역과 중앙을 망라한 예술인들 간의 관계를 통해서 우리 지역에서 형성된 문화예술의 지형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업이기도 하였다.

우선적으로 문학사에서 서로 연관되는 인물이 중심이었지만 이 작업을 진행하며 그 사이사이 이질적인 다방면의 문화예술인들과 각계 인사, 독립투사 등 영향력 있는 인물들과도 다양한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음을 발견하였으며, 조선말에서부터 근현대 시대의 변혁을 맞이하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문학이 여타의 예술 문화적 장르와 그 궤(軌)를 같이하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도 있었다. 한국전쟁기, 초토(焦土)에서 피란문화의 르네상스를 맞이한 지역이 대구임을 생각해 볼 때 우리가 사는 이곳을 중심으로 한 당시 문화예술인들의 관계 또한 실로 다양하였을 것이다.

대구문화예술의 아카이브 구축에 있어 그 세밀함도 중요하지만, 상호 간의 융화로 새롭게 표현, 발현되는 것이 문화예술임을 감안할 때 문학, 미술, 음악, 공연 등 경계를 넘어 다양한 문화예술인 및 각계 인사를 총망라하여 리좀을 확장해 봄은 어떨까? 이를 바탕으로 지나온 100년 동안 대구라는 토양 위에서 자양분이 되어온 문화예술인들과 문예활동을 올바르게 현창하여 가치확산을 추구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100년, 지역 문화예술의 새로운 세대들에게 다양한 소재로 활용되어 시민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지역 고유의 크나큰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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