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참외 농민 위한 시설 참외 농민이 발 벗고 나서야

경북부 이영욱 기자 경북부 이영욱 기자

성주참외에 있어 2020년은 아주 특별한 해다. 올해는 성주참외가 본격 재배된 지 50주년인 동시에 미래 50년을 준비해야 하는 원년이다. 그만큼 정리해야 할 일도 많고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찮다.

성주참외는 반세기 동안 많은 것을 이뤘다. 전국 참외 재배 면적의 70% 이상을 점유하면서 명품 반열에 올라섰고, 단일 품목으로 조수입(비용 포함 수익) 5천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농특산물 중 거의 유일하게 서울 청량리나 가락시장이 아닌 산지유통센터에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성주참외가 지금의 위상을 자랑하는 것은 농민, 행정기관, 농협 등이 힘을 모아 숱한 어려움을 이겨냈기에 가능했다. 성주참외는 2008년 '마니다라 참외'로 큰 피해를 입었고, 2014년에는 특정 종묘 회사의 일부 품종을 사용한 참외 농가들이 농사를 망쳤다. 그나마 작황이 괜찮은 농가도 출하 성수기 때 터진 세월호 사고로 판로를 잃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도 성주참외에 큰 타격이 됐다. 사드 배치 당시 성주참외가 사드 전자파에 오염될 수 있다는 허무맹랑하고 무책임한 말이 횡행하면서 민심은 더욱 흉흉해졌고 참외값은 곤두박질쳤다.

다행히 올해는 위기가 전화위복이 됐다.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외국 과일 수입이 줄면서 성주참외는 높은 가격이 이어져 상대적으로 덕을 봤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성주참외 미래 50년 준비에는 차질이 생겼다. 올해 성주군은 '성주참외 50년사'를 단단히 기념할 작정이었다. 올 초 이병환 성주군수는 성주참외 50년사 준비추진위원회에서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의 성주 농업을 되짚어보고, 2020년을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원년으로 삼아 성주 미래 50년을 준비하겠다"면서 올해를 성주참외 역사의 터닝포인트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렇지만 20·30대 젊은 층이 원하고, 미래 소비층이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 리뉴얼 작업은 착수 보고회만 열렸을 뿐이다. 대한민국 대표 과일 성주참외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계획했던 전국 순회 행사는 무산됐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비상품화농산물자원화센터(이하 자원화센터) 설치 부지를 확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원화센터는 저급 참외 등 비상품화 농산물을 퇴·액비, 기능성 원료 등으로 자원화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설이다. 다른 것들이야 코로나19 탓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부지 선정 작업이 무산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참외 농민도 자원화센터가 명품 성주참외 품질과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시설임을 알지만 내 집 앞, 내 동네 앞은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성주군은 2008년부터 저급 참외 유통 근절을 통한 가격 안정을 위해 저급 참외를 수매하고 있으나 처리 물량 한계로 연간 저급 참외 발생량 일부를 수매하는 데 그치고 있다. 수매하지 못한 저급 참외는 논·밭두렁에 방치돼 환경 오염은 물론 명품 성주참외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자원화센터가 얼마나 시급한 사안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원화센터 설치로 가장 큰 덕을 보는 쪽도, 설치되지 못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쪽도 모두 농민이다. 사업비까지 확보된 사업이 부지 문제로 차일피일하면서 성주참외 명성이 위협받고 있다. 명품 성주참외는 반세기 노력으로 이뤘지만 그 위상을 잃는 것은 반나절이면 족하다. 누구보다 참외 농민이 나서서 "내 집 앞, 내 동네 앞에 자원화센터를 설치하라"고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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