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환의 같이&따로] 빵 사먹을 자유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배고픈 사람이 빵집을 지나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먹을 수가 없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느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말이다. 말로만 하는 형식적 자유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정치의 목표는 물질적 자유의 극대화에 있다고 하는 김 위원장의 말에 기자들이 구체적 의미를 묻자, 예를 들어 한 말이다.

형식적 자유가 보장된다 해도 실질적으로 그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이 제공되지 않으면 자유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보수의 핵심적 가치인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국가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본소득 논쟁이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하였다.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여권의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논쟁에 가세하면서 기본소득 논쟁이 차기 대권의 핵심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론도 호각지세이다. 6월 5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오차 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찬성 48.6%, 반대 42.8%로 찬성하는 의견이 높게 나왔다.

설령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기본소득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기본소득의 지급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에 따라 소요 예산은 달라지겠지만,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매달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려면 연간 300조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2020년 국가 예산 512조원의 58%에 해당하는 규모이니, 이러한 돈을 마련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이다.

재원이 만만치 않다 보니, 기본소득의 시행 방식에 있어서도 의견이 서로 갈린다. 혹자는 기본소득은 사회보장 원리와 상충되는 것으로, 혹자는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가 우선이며 기본소득은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기본소득을 이해한다. 한편에서는 전 국민 고용보험을 시행하면 기본소득제를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한다. 또 한편에서는 고용보험부터 먼저 시작하고 기본소득은 국민의 합의로 증세를 한 이후에 추진하자는 주장을 한다.

기본소득 시행에 있어 문제는 재원과 시행 방식만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재정 마련이 가능한지 여부 논의가 주로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지만, 보편적, 무조건적, 현금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시행에 있어서 더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우리의 '인식'이다. 기본소득은 우리 삶의 방식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관점 자체의 변화를 의미한다. 아울러 분배의 문제를 둘러싼 시장과 정부의 역할이나 한계와 관련된 이념의 문제이기도 하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기본소득 논쟁은 우리 사회에 있어 사회복지제도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전환점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기본소득제의 도입은 바로 일(work)과 삶(life)의 방식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지며, 그에 따른 소득, 세금, 분배와 관련된 정책과 법이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수용한다는 의미이다.

일을 해서 소득을 얻으면, 소득으로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납부하고 필요한 소비를 하는 우리 삶의 모든 과정은 일에서 시작된다. 결국은 일자리 문제다.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특징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경제성장과 산업 구조 변화와는 다른 양상을 가져오고 있다. 과거의 산업혁명이 인류의 생산시스템과 부(wealth)의 창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듯이 4차 산업혁명도 부가가치의 획기적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일자리가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증가된 부는 일부 집단에 편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로봇세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주장들이 제기되어 왔다.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의 독일 공장에서는 자동화된 로봇이 상품 생산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2016년 유럽의회는 로봇세 도입 법안을 마련하였고, 빌 게이츠는 2017년도에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점차 로봇세 도입을 주장하는 의견들이 확대되고 있다.

인간의 일자리가 완전히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나 노동투입 생산비용이 더 낮다고 생각되는 영역에서만 인간의 일자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플랫폼 노동으로 불리는 일자리가 증가하는 현상은 이를 보여준다. 이런 상황이 가속화된다면, 우리의 빵 사먹을 자유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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