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오월의 노래

김사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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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3월 프랑스에서는 미국이 베트남을 침공한 것에 항의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사무실을 급습한 대학생 8명이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그해 5월에 그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마침내 노동자들까지 총파업을 하게 된 이들의 사회변혁 운동을 두고 '5월 혁명' 또는 '68혁명'이라고 부른다. 이들의 혁명은 미국의 반전운동, 여성해방 운동에까지 영향을 끼치며 세계 시민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프랑스를 한층 진화시킨 일대 사건이 되어준 셈이다. 당시 그 나라의 혼란은 정제(精製)를 위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혁명의 가치를 높이 사는 것은 폭정과 무책임한 정부를 침묵하지 않고 나선 정의로운 시민의식 때문이다. 적폐의 첫술은 항상 생계를 이유로 불의를 보고도 참아내는 비겁이 아니었던가.

1894년 3월과 9월, 이 땅에는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다. 동학(천도교)은 당시 경주의 몰락 양반이었던 최제우가 1860년 서학(천주교)에 맞서 창시한 민족종교였다. 주된 교리는 사람이 곧 하늘이란 의미의 인내천(人乃天)사상이었다. 이에 전봉준은 고부 군수였던 탐관오리 조병갑을 척결하기 위해 농민들의 힘을 결집했고, 과연 가공할 만한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동학혁명은 청나라와 일본의 첨병 역할에 충실했던 당시 사대부들에 의해 실패했지만, 그 불씨가 살아남아 5·18민주화운동으로 다시 피어올랐다. 17년 만에 '광주사태'는 '민주화운동'으로, 이어 동학농민혁명은 125년이 지난 2019년 5월 11일에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다.

5월 1일 제정된 근로자의 날은 1986년 미국의 총파업을 기념하는 날이다. 1970년 11월 13일은 전태일이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는 구호를 외치고 세상을 떠난 날이다.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출생한 전태일은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어머니에게 "내가 못다 이룬 일을 어머니가 대신 이뤄주세요"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처럼 처절한 노동운동이 있었던가. 이토록 간절한 외침이 또 있었던가. 그가 분신한 그 날을 대한민국 근로자의 날로 제정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고 슬픈 일이다.

올해는 신군부 세력에 의해 무차별 양민 학살의 만행이 이루어진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최근 들어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 망월동 5·18 묘역을 찾는 인사들이 많아졌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은 나라가 바로 서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되려면 먼저 진보와 보수진영의 보상심리와 생색내기부터 털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 대화합이라는 숙원사업을 이루어낼 수 있다. 민주화운동을 정권 재창출의 기회나 수단으로 쓰여선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5월이다. 어린이날을 필두로 해서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다양한 기념일들이 모여 있는 달이다. 화해와 감사가 가득한 달이기도 한다. 나폴레옹조차 찬사를 보냈던 독일의 문호 괴테는 찬란한 5월의 햇빛과 자신과 소녀의 사랑을 애절하게 노래했다. 5월을 노래한 또 한 명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는 5월의 하루를 잎사귀들의 향기로운 불꽃 사이로 너와 함께, 서로에게 사무친 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우리에게 5월은 어떤 의미일까. 배웅보다 마중은 어떠할지.

김사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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