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면지를 쓰는 이유를 설득하자

김기환 대홍코스텍 대표 김기환 대홍코스텍 대표

예전에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이면지를 사용하도록 한 적이 있었다. 나와 직장 동료들은 우리같이 큰 회사에서 이면지를 아껴봤자 얼마나 아끼겠냐면서 회사의 정책을 비판하곤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떤 강연에서 강사가 왜 회사에서 아껴도 얼마 되지 않는 이면지를 쓰게 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작은 것을 아끼지 않는 조직은 큰 것 또한 아끼지 않기 때문에 회사는 조직원들이 작은 것 하나라도 아끼는 문화와 습관을 가지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과거 이면지를 쓰라고 하셨던 상사들께서 그 이유를 나에게 설명해 주셨더라면 이면지 사용에 불만을 가지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이면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지금의 기업 환경과 구성원들의 생각이 예전과 많이 바뀌어 회사를 이끌어 가는 방식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먼저 기업 환경은 과거에 비해 빠른 속도로 급변하고 있으며 매일 엄청난 양의 새로운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특정 개인의 과거 경험을 통해 쌓아온 지식을 바탕으로 기업의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과거의 경험에 새로운 지식과 시각을 믹스해 기존에는 한 번도 내려 보지 않은 새로운 의사결정들을 내려야만 하는 시대다.

결국 다양한 인원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내어 놓고 이를 자유롭게 토론하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만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조직 구성원들도 더 이상 과거처럼 시키면 시키는 대로 말없이 하는 세대들이 아니며 "하라면 하지 무슨 말이 많냐" "일일이 내가 다 설명해줘야 돼?"라는 말로 더 이상 그들을 억누를 수도 없다. 이제 어떤 일을 시키면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당사자와 조직에 어떤 이익이 생기는지를 명확히 설명해줘야 젊은 직원들은 동기부여가 돼 성과를 낸다.

오늘날 업무 지시를 내리는 상사는 조직원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이 행동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그에 반해 조직원들이 개인의 안위와 편협한 시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할 때에는 그에 따른 제재를 조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어야 한다.

이처럼 오늘날의 기업에서 서로 간의 소통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됐다. 사실 나 또한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소통을 꼽는다. 물론 나의 소통 역량이 부족한 이유도 있겠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목표를 위해 희생하고 열정을 불태우게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조직원들과 소통을 위해 회사의 철학과 입장을 정기적으로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통해 서로 다른 생각의 간극을 줄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소통은 쉽지 않다.

많은 회사의 리더와 구성원들을 만나보면 서로에 대해 불만과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리더는 자신의 마음고생과 어렵게 내린 결정을 조직원들이 몰라줘서 답답하고 조직원들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하는데 리더가 그것을 몰라줘서 섭섭해 한다. 이처럼 기업의 구성원들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서로 반목한다면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 히딩크는 2002년 대한민국 축구팀을 냉혹한 카리스마와 자유로운 소통의 리더십으로 대표팀을 원팀(One Team)으로 만들어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뤄냈었다. 이제 2020년 경제위기 속 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들도 히딩크처럼 기업을 열린 마인드와 자유로운 의견 개진의 문화가 있으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원팀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좋은 리더란 혼자 똑똑하고 혼자서 모든 일을 끌어안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원들에게 그들이 할 일이 무엇이고 조직의 공통된 목표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여 스스로 행동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지금 시대에는 이면지를 쓰는 것과 같이 당연한 일조차 조직원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소통하며 그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경영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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