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상 읽기] 보수재건-아래로부터, 지역에서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연합뉴스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인 독일의 안나 뤼어만. 매일신문 DB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인 독일의 안나 뤼어만. 매일신문 DB

지난 2005년, 독일의 한 국회의원이 방한했다. 그의 이름은 안나 뤼어만. 뤼어만은 방한기간 동안 청소년과 청년의 정치참여에 대한 세미나와 토론 등의 활동을 펼쳤다.

뤼어만은 당시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화제가 됐다. 1983년생인 그는 19세가 되던 2002년 녹색당 비례대표로 독일 연방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야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10대의 나이에 국회의원 당선이 됐다는 것은 그 당시는 물론 지금도 우리에게 생소한 모습이다. 하지만 뤼어만을 단지 이색적인 청년 정치인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그는 절대로 갑자기 툭 튀어 나온 것이 아니다.

뤼어만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정치경력을 살펴봐야 한다. 뤼어만은 10세 무렵부터 그린피스 환경보호 지킴이와 학교 학생회 활동을 했으며 15세에 녹색당에 가입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정당정치 경험만 놓고 보면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보다도 오래된 셈이다.

산나 미렐라 마린 트위터. 산나 미렐라 마린 트위터.

34세의 나이에 핀란드의 총리가 된 산나 미렐라 마린, 프랑스의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서구 선진국의 많은 정치지도자들 중 10~20대 때부터 정당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숱하게 많고, 유명 정치인들 중 상당수도 일찌감치 정당정치 활동을 시작하며 내공을 쌓아왔다. 그들에게 의미 있는 정치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정당 안에서 어린 시절부터 오랜 기간 정치 활동을 하고 당내 입지를 만들어 가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한다.

21대 총선이 치러진지 한 달이 지났다. 새롭게 열리는 국회를 앞두고 희망찬 미래를 꿈꿔야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이 있다. 바로 미래통합당이다. 이번 총선과정에서 보인 미래통합당의 지리멸렬한 모습은 총선이 한 달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뾰족한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보수가 불행의 긴 터널 속에 있다.

문제는 이러한 모습이 단순히 미래통합당의 불행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이, 더욱이 제1야당이 계속해서 어렵다면 이것은 대한민국 전체의 불행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정당과 지역 활동을 통해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십중팔구 어느 한 분야에서 일정 수준이 되어 명성을 얻거나 성과를 내면 너나 할 것 없이 정치권으로부터 자천타천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그리고 선거 때 힘 있는 누군가의 공천을 받아 정치인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특히 보수정당의 경우 관료, 율사, 학자, 사업가 등 이른바 우리사회의 기득권들이 자신들의 마지막 커리어를 완성하기 위해 정치를 활용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봐왔다.

21세기 정치에서 메시아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어느 날 누군가 갑자기 튀어나와 혼자서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시민들은 정치인들의 욕망만큼이나 치열하고 복잡다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정치인에게 맡기기보다 함께 풀어가기를 원한다.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이런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몇몇 힘 있는 자에 기대는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내에서 시민들의 요구를 받들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스스로 힘을 키워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성 정치인은 물론, 정치지망생들의 정당 및 지역 활동을 적극 도와야 한다. 그들이 지역과 당내에서 치열한 경쟁 통해 정치적 체력을 길러낼 수 있게 하고,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정희용, 김병욱 당선인 정희용, 김병욱 당선인

사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지역에서 이번에 당선된 강대식(대구 동구을), 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 김병욱(경북 포항남·울릉) 당선인들의 경우, 모두 오랜 기간 정당정치에 몸담으며 지역에서부터, 아래로부터 성장해온 인물들이다. 강대식 당선인의 경우 구의원과 구청장 등 풀뿌리 지역정치활동만을 무기로 국회에 입성했다. 정희용, 김병욱 당선인은 국회의원실의 말단직원으로 시작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창원(인디053 대표) 이창원(인디053 대표)

유권자들은 한 차원 높은 보수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이들에게 한 표를 던졌을 것이다. 앞으로 이들의 의정활동에 따라 더 많은 풀뿌리와 말단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풀뿌리와 말단으로 시작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성장해가는 보수정치인들이 많아져야 대한민국 보수는 물론 대한민국 정치 전체가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모습과 닮은 정치인을 원한다. 보수의 모습은 지금 어떠한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이미 시민들의 모습에 그 답이 있다.

이창원(<사>인디053 대표)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