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빌리 엘리어트'의 윌킨슨 선생님

최보라 DIMF 문화사업팀장

최보라 DIMF 문화사업팀장 최보라 DIMF 문화사업팀장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감정적 혹은 정신적 도움이나 본인도 몰랐던 잠재력을 끄집어내주는 것으로든 두 존재 사이에 어떠한 사건이나 매개를 통한 화학작용이 있을 때 발현되는 결과로 한 사람의 삶은 놀랍게 변화되고, 그 결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스승과 제자, 멘토와 멘티 정도로 엮어지는 것 같다. 참 스승의 부재를 논하는 시대, 선생은 많지만 스승이 없는 시대라고들 하지만 현재의 '우리'가 사회 곳곳에서 '나'라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각자에게 진정한 스승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 머릿속에도 몇 분의 얼굴이 스치듯 지나간다.

1984년 영국 북부의 작은 탄광촌. 그곳에서 태어난 남자들은 모두 광부로, 여자는 모두 광부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듯 오랜 시간을 보내온 마을이 있었다. 하지만 장기 불황에 시달리던 정부가 탄광 폐쇄를 결정하면서 모든 광부들이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해지자 마을에서는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파업시위로까지 이어졌다. 당장 가족의 끼니를 걱정해야만 하는 가장들의 어깨가 무거워지면서 시름과 초조, 불안이 섞여 장엄하기까지 한 분위기 속에서 한 소년은 남자다움의 상징인 권투를 배우기 위해 체육관으로 향한다. 일찍이 엄마를 여의고 아버지, 형 그리고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 밑에서 자라난 소년은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체육관 한 켠에서 진행되던 여자 친구들의 발레수업을 보게 되는 소년. 그리고 그곳에는 소년에게서 뛰어난 발레리노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발레 선생님 '윌킨슨 부인'이 있다. 늘 감정표현에 서툴기만 했던 소년이지만 발레를 만난 그의 마음속에는 전기가 통하듯 찌릿한 불꽃과 같은 감정의 용솟음이 일어난다.

소년을 응원해줄 조금의 여력도, 사회적 기반도 없던 시절, 그의 요구는 파장을 일으켰다.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를 두고 싸우고 있는 아버지와 형의 눈에 발레리노가 되겠다는 소년은 한심하게만 비춰졌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이기 전에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소년을 지지해준 윌킨슨 선생님의 도움은 가족과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런던 국립발레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경비가 십시일반 모여지기 시작했고 소년은 마침내 '백조의 호수' 속 백조가 되어 높이 날아갈 수 있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소년 빌리가 최고의 발레리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윌킨슨 선생님과의 사이에서 엄청난 케미스트리(Chemistry)가 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다 망해 버린 탄광촌에서 그저 그렇게 살 수도 있었던 빌리가 참 스승을 만난 사건은 그의 삶을 전혀 새롭게 바뀌게 했다. 나에게도 삶으로, 인생으로 소중한 깨달음을 몸소 가르쳐주신 두 분의 스승님이 계신다. 그 두 분을 만나고 삶의 신조랄지, 지향하는 삶의 방향성과 같은 것들이 크게 자리 잡혔다고 할 수 있겠다. 자주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늘 마음속에 계신 두 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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