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의 옛그림 예찬]김유근(1785-1840), ‘괴석’

미술사 연구자

종이에 수묵, 16.5×24.5㎝,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종이에 수묵, 16.5×24.5㎝,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돌을 귀하게 여기며 감상의 대상으로 삼는 애석(愛石)을 서양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괴석(怪石), 수석(壽石)의 의미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수석이 나온다. 영화가 크게 성공하자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넘어 흥행할 수 있었던 우리말의 영어 번역도 화제가 되었다. 그 중 영화의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하는 수석을 번역한 '랜드스케이프 스톤(Landscape Stone)'과 '스콜라스 록(Scholar's Rock)'이 있다.

랜드스케이프 스톤, '풍경석'은 이 영화의 번역자가 직접 만들어낸 단어라고 한다. 서구에서 풍경화를 자연의 멋진 풍경으로 여기며 감상하듯, 천연의 조각품인 산수경석을 자연의 축소판으로 여기며 감상한다는 뜻을 잘 나타낸 조어인 것 같다. 네덜란드어에서 도래해 1605년 영어 철자가 된 풍경(landscape)도 그렇지만 산수(山水)도 시각적 감상물이기 이전에 하나의 문화이다. 스콜라스 록은 출발어의 문화를 포함한 의미 번역이다. 문학으로 회화로 예찬된 애석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번역자가 지식층의 심상이 투사된 문인의 돌이라고 한 것이다.

괴석을 번역기에 넣어보면 몬스터 스톤(monster stone), 스트레인지 록(strange rock), 오들리 쉐이프트 스톤(oddly shaped stone) 등으로 나온다. 이와 비교해 보면 랜드스케이프 스톤, 스콜라스 록은 동아시아인의 산수자연에 대한 애착, 지식층의 독특한 취향을 의미화 하여 수석, 괴석이 점유한 문화적 맥락과 뉘앙스를 잘 전달하는 번역임을 알 수 있다.

이 '괴석'은 황산(黃山) 김유근이 그려서 친구 추사 김정희에게 준 것이다. 김유근과 김정희는 애석 동호인이었다. 인장은 '빙심(氷心)', '김유근인(金逌根印)', '고향서옥(古香書屋)'이고, 오른쪽 아래에 있는 두 방은 나중에 이 그림을 감상했거나 소장한 분의 인장으로 보인다. 김유근의 화제는 이렇다.

 

귀한 바는 정신의 빼어남에 있는 것이니 어찌 꼭 닮게 그리는 것이 중요하겠습니까. 돌을 같이 좋아하는 이에게 드리니 벼루 갑 옆에 두십시오. 황산이 스스로 화제를 쓰다. 겨울밤 추사인형을 위해 그리다. 황산

 

소귀신승(所貴神勝) 하구형사(何求形似) 이증동호(以贈同好) 비방연궤(俾傍硯几) 황산자제(黃山自題) 동야(冬夜) 위추사인형작(爲秋史仁兄作) 황산(黃山)

 

김유근은 잘 그리지 못했지만 돌을 그려주는 내 마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집안끼리는 대립했지만 이들은 "정치적 득실과 인물의 시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고금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화를 품평"했다. 황산과 추사의 석교(石交)를 그린 그림인 것이다.

'기생충'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다. 우리 옛 그림은 한자문화의 빗장을 풀고 한국인들에게 접속될 수 있을까?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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