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류시민'의 품격과 긍지로!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

그리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지만,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은 여전히 낯설다. 한산한 도로, 문을 닫은 식당, 개학을 연기하고 집에만 머물러 있는 학생들, 약국 앞 마스크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까지….

발병 초기만 해도 사스나 신종 플루, 메르스 등 유사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대처할 것이라 믿었는데,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코로나19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허술한 국가였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어려울 때마다 위기 극복의 DNA로 어려움의 최전선에서 맞섰던 대구경북인이다. "공황은 없다. 폭동도 없고,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만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미국 ABC방송 이언 패널 특파원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대구에서 현장 취재 후 보도한 기사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는 외국과 대비해 너무도 차분한 대구의 대응 모습에 세계도 놀라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우리, 일류 대구 시민이 있다. 국채보상운동이 펼쳐졌을 때 일반 백성은 물론 기생, 노비, 걸인에 이르기까지 온 국민이 하나였고, 2·28민주운동을 이끈 주체도 대구 지역의 고등학교 학생이었다. 항상 위기 극복의 중심은 백성과 민초였다.

그리고 그 전통을 고스란히 지금의 대구 시민이 계승하고 있다. 시민들이 앞장서 자신의 고통보다는 주위의 어려움을 먼저 살피고, '일류 시민'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자기도 부족한 마스크를 택배기사와 어르신들께 먼저 나눠 주고, 감염과 과로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대구를 찾아준 의료인들에게 보답하고자 숙박업소들이 자진해서 무료로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자신들도 영업을 못 하는 상황임에도 사랑의 도시락을 만들어 의료진들에게 전달한 칠성시장 상인들의 이야기가 우리 가슴을 뜨겁게 한다. 건물주들이 먼저 나서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임대료를 할인해 주면서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준비한 음식을 미처 다 팔지 못한 식당들을 위해 SNS나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연계시켜 주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선진 시민의식이 바로 오늘날 OECD 회원국이자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을 있게 한 저력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냉정하게 말해서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입국이 금지되거나 제한되고 있는 기피 국가다. 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키리바시, 모리셔스 같은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들로부터도 거부당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고 나서의 우리나라 위상이다. 국가 신인도라는 것은 그 나라의 정치, 외교뿐만 아니라 국민의 품격, 기업 신뢰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금처럼 대한민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IT 강국' '한류'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앞으로는 '코로나19의 국가'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이러한 걱정을 한낱 기우(杞憂)로 끝내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조속히 코로나19를 박멸하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움츠리지 말고 대구경북이 중심이 되어 '일류 국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 세우자.

우리는 이미 세계가 극찬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라는 기발한 생각과 뛰어난 진단 기술로 새로운 대응법을 제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중심지가 아니라 위기 극복의 모범 해법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생각과 뛰어난 기술로 대구와 대한민국을 결코 만만히 볼 수 없음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자. 전 세계에 '대구'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를 느끼게 해주자! '일류 대구 시민'의 긍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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