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와 놀게 하면 팔린다

 

슬링키 장난감을 이용해 요가 학원 홍보물을 만들었다. 빅아이디어연구소 슬링키 장난감을 이용해 요가 학원 홍보물을 만들었다. 빅아이디어연구소

'사람들이 싫어하는 광고를 어떻게 하면 좋아하게 만들까?'

광고 회사를 창업하고 이 문제를 숱하게 고민했다. 필자가 찾은 답은 '광고와 놀게 하자'였다. 그 점에 착안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광고'가 우리의 모토가 되었다. 그러던 차에 한 요가 학원에서 의뢰가 들어왔다. 뻔한 요가 광고에서 탈피해 색다른 이미지를 찾는 원장님이셨다.

"김소장님, 기발한 방법이 없을까요? 광고는 하고 싶은데 다른 학원은 전부 7kg 책임 감량이라고 하고...이런 광고들이 너무 싫증 나거든요" 수화기 너머로 사장님의 간절한 목소리라 흘러나왔다. 필자는 7kg 감량이라는 워딩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학원들 모두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7kg 감량이라고 쓰는 순간 다른 브랜드와 다를 바 없는 브랜드가 되어 버린다.

요가의 핵심은 활동성이라 생각했다. 거칠지 않고 우아한 움직임이 요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봤다. 광고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광고를 가지고 놀게 하자' '사람을 활동하게 만드는 광고를 만들자'라고 기획한 것이다. 그래서 찾아낸 도구가 바로 슬링키였다. 우리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그 신기한 장난감, 계단에 떨어뜨리면 아랫칸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재미있었던 바로 그 장난감이었다.

아이디어는 이렇다. 슬링키를 그냥 세워두면 다소 몸집이 있는 사람이 물구나무를 하고 있다. 그 슬링키를 움직이면 그 사람의 몸이 U자를 뒤집어 놓은 형태로 구부러진다. 그러면서 아주 날씬하고 유연한 모습이 보인다. 남들이 몸무게 감량, 체지방 감소와 같이 달콤한 말을 할 때 우리는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꾸며내는 말보다 이미지가 더 신뢰감을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슬링키를 통해 요가 학원은 팔리기 시작했다. 슬링키를 가지고 놀면서 사람들이 소비자가 되기 시작했다. 광고와 놀면서 자연스럽게 요가 브랜드에 애착심이 생긴 것이다. 광고를 좋아하게 만들자 브랜드도 좋아하게 되었다. 이후 요가 학원 원장님께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엔 등록을 주저하는 사람들도 슬링키를 받고서는 등록하게 되었다는 얘기였다.

슬링키 작업 이후로 우리는 '장난감 광고'에 꽂혔다. 슬링키 요가 광고로 재미를 봤으니 이번엔 공익적인 일에도 적용해보고 싶었다. 때마침 광복절이 다가오는 시기여서 독도 장난감을 기획한 것이다.

일본 지도가 옆으로 돌아가면 독도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지도로 돌아온다. 빅아이디어연구소 일본 지도가 옆으로 돌아가면 독도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지도로 돌아온다. 빅아이디어연구소

독도는 우리나라에서 워낙 민감한 이슈라 자칫 장난감으로 만들었을 때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기획 의도에 오해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비난받기 쉬운 주제니까. 그러던 중 대구 중앙도서관 근처의 한 찜닭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진행하는 마케팅이 꽤 흥미로웠다. 주문하고 찜닭이 나오기 전까지 섞여진 큐브를 맞추면 음료 서비스를 주는 이벤트였다. 바로 그때 독도 광고를 큐브에 넣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큐브는 정확성을 요구하는 장난감이다. 한쪽이 완벽하게 맞아도 다른 한쪽이 맞지 않으면 꽝이다. 즉, 한 면이 다른 면에도 영향을 크게 끼친다. 자연스럽게 독도 생각이 났다. 독도가 일본의 지도에 있으면 이상하다. 바로 한국 지도에 있어야 올바르게 보인다. 그 사실을 큐브를 통해 알리고 싶었다. 큐브의 한 면에는 대한민국의 지도가, 다른 옆면에는 일본의 지도를 뒀다. 독도가 일본 면에 있으면 당연히 어색해 보인다. 그리고 한국 지도에 독도가 없으면 이상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아이디어가 딱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였다.

독도가 있는 지도가 대한민국과 함께 돌아가면 일본 지도가 완성된다. 빅아이디어연구소 독도가 있는 지도가 대한민국과 함께 돌아가면 일본 지도가 완성된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광고 장난감의 힘은 이토록 강했다. 혐오하는 광고에서 가지고 노는 광고로 바뀌니 사람들도 바뀌었다. 사람에서 소비자가 되었다. "제가 당신 돈을 노리고 있으니 지갑 열 준비하세요!"라고 말하는 광고는 사람들이 도망쳐 버린다. 대신 먼저 친구가 되어라. 친구가 될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서 사람들 손에 쥐여주어라. 광고를 가지고 놀수록 브랜드 애착심이 생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처럼 행동해라. 처음부터 사랑을 말하면 상대는 달아나버린다. 먼저 재미있고 편안한 친구가 되어라. 그러면서 사랑도 싹튼다. 브랜드도 사람과 똑같다. 소비자가 나를 피하지 않을 방법을 궁리하라. 어떻게 우리 브랜드를 가지고 놀게 할까, 우리 브랜드로 인해서 어떻게 소비자를 미소짓게 할까 고민하라. 어느새 소비자들은 당신의 브랜드가 없이는 살 수 없도록 길들어 있을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