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지록위마…진시황과 현대판 환관 정치

김문환 문명사 저술가 김문환 문명사 저술가

서귀포 지명의 기원 서복

제주 남단 서귀포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거리의 정방폭포가 쪽빛 바다로 하얀 물줄기를 쏟아낸다.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육지 물이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23m 폭포 위에 서복 전시관이 눈에 들어온다. 낯익은 한옥 건물에 낯선 이름 '서복'. 누구일까? 이를 알자면 서귀포라는 지명을 봐야 한다. '서쪽으로 돌아간 포구', 서귀포(西歸浦). 전시관은 "진시황의 명령을 받은 서복(서불)이 한라산에서 불로초를 구해 '서불과지'(徐市過之·서불이 지난 곳)라는 문구를 폭포 절벽에 새기고 서쪽으로 돌아가 서귀포가 생겼다"고 소개한다.<서불(徐市)의 불(市)은 수건 건(巾)에 '一'을 얹은 글자로 건(巾)에 돼지 해(亥)의 머리 '亠'를 붙인 시(市)와 다르다>

서복을 보낸 진시황 송덕비

서복은 서쪽 어디로 갔을까? 산동성 성도 제남의 산동성 박물관을 찾으면 서복 초상화와 서복이 떠난 장소 산동성 낭야(琅琊)를 그린 지도를 볼 수 있다. 한국인이 많은 청도 남쪽 100여㎞ 지점 교남시 바닷가 낭야대(琅琊台) 유적에는 진시황의 항해 명령과 이를 받드는 서복 조각이 새물내를 물씬 풍긴다. 안내판은 진시황의 방문과 이를 기념한 비석 건립 내용까지 전한다. 비석이 남아 있을까? 북경 천안문 광장 국가박물관으로 가자. 승상 이사가 BC 219년 세운 진시황 송덕비 낭야대 각석(刻石)을 옮겨 전시 중이다. 지금까지 발굴된 중국 비석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서복이 서귀포에 왔다 갔는지 알 수 없지만, 진시황이 서복을 동방에 보낸 것은 역사다.

낭야대 각석. 진시황이 서복을 출항시킨 산동성 낭야에 승상 이사가 BC 219년 세운 비석. 북경 국가박물관 낭야대 각석. 진시황이 서복을 출항시킨 산동성 낭야에 승상 이사가 BC 219년 세운 비석. 북경 국가박물관

능과 병마용에 스민 진시황 위업

진시황의 본거지인 황하문명의 중심지 섬서성 서안 시가지에서 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1시간 거리에 진시황릉이 나온다. 동서 485m, 남북 515m, 높이 76m로 산처럼 솟았다. 여기서 동쪽 1.5㎞ 떨어진 곳에서 수만 점의 병기로 무장한 8천여 명의 실물 크기 병사 도용이 발굴돼, 진시황의 위세를 드러냈다. 진시황의 최대 업적은 춘추전국시대(BC 770~BC 221년) 500년의 분열을 끝내고 통일을 일군 점이다. 중국 역사 최초의 황제로 불린 그는 문자, 도량형, 수레, 화폐 규격을 통일하며 문화와 경제를 활성화시킨 것은 물론 만리장성 시대도 열었다.

진시황 사후 환관 조고의 전횡

진시황은 제국 전역을 다니며 순행 정치를 펴다 50세이던 BC 210년 마차 안에서 순직한다. 절대 권력에 길들여진 사회는 또 다른 형태의 기형적인 절대 권력을 낳는다.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가 전권을 쥔다. 진시황의 뜻을 어기고 태자를 죽인 뒤, 만만한 아들 호해(胡亥)를 황제로 세운다. 법가 사상으로 부국강병을 일군 승상 이사를 비롯해 유능한 신하들을 죽이고 모든 권력을 한 손에 넣는다. 무능한 황제 호해는 꼭두각시였다.

사슴을 말이라며 황제를 넘어선 조고

이때 나온 유명한 사자성어가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조고가 황제와 신하들 앞에 사슴을 놓고 황제에게 무슨 짐승이냐고 물었다. 어리석은 황제라도 사슴을 모를까. "사슴"이라고 답하자 조고는 "말"이라고 우긴다. 황제 호해가 주변 신하들에게 묻지만, 황제보다 환관의 권력을 더 두려워한 신하들은 "말"이라고 답했고, "사슴"이라고 진실을 아뢴 신하들은 참혹하게 처형당했다. 환관에 반기를 들면 의로운 신하도 숙청되는 거꾸로 된 나라가 오래갈 수 있을까? 진시황 통일 14년, 진시황 사후 4년 만인 BC 206년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에게 무너진다.

비례용 위성정당과 현대판 환관들

울산시장 하명 선거 의혹 임종석 전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 하명 선거 의혹으로 기소된 백원우 전 민정 비서관, 조국 아들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 혐의 최강욱 공직기강 비서관, 여권에서 비례용 위성정당을 처음 제안한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 비례용 위성정당이 필요하다며 민주당 공천을 지휘 중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 정의를 참칭하는 현대판 환관들은 비례용 위성정당을 야당이 하면 '악', 자신들이 하면 '선'으로 둔갑시킨다. 선거의 본질은 '정권심판'인데, 민주정치사에 유례없는 '야당심판' 궤변을 들먹인다. 금태섭 사태에서 보듯 자신들을 따르지 않으면 공천학살에 나선다. '사슴'을 '말'이라며 충신을 죽이던 조고와 다르지 않다. 환관에 휘둘리던 황제와 정부는 오래가지 못했다. 절대 권력 진시황이 세운 나라도 그랬다. 총선이 눈앞에 닥쳤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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