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위기가 만든 새로운 문화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요즈음 오가는 거리의 풍경은 사람들의 무거운 발걸음과 지나가며 서로를 경계하는 걱정 어린 눈빛이 가득하다.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힘겨운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도심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공동주거형태로 이미 바뀌어 버린 세상에서 3월의 대구는 더욱 외롭고 쓸쓸한 분위기가 뼈 속 깊이 스며든다. 따뜻한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들의 인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차갑게 만들고 산속 수풀 울창하고 상쾌한 공기 한 모금이 절실한 듯 하루하루 허덕이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많이 사라져 버렸다. 이미 산봉우리를 넘어 버린 따사로웠던 햇살과 집 앞 골목길에 외롭게 서 있는 가로등 불빛은 내가 살고 있는 대구시민들의 외로운 기다림같이 느껴진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연히 이웃을 만난다. 마음속으로 잠시 몇 초간의 시간이 더욱 어색하게 느껴진다. 가볍게 어색한 인사를 건네며 서로 벽면에 층수를 표시하는 숫자만 쳐다보며 아무런 말이 없다. 예전엔 안녕하세요~!라는 진정성 없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풍경마저 사라지고 없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적막감과 바쁘게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소리만 가득하다. 무거운 발걸음은 힘겨운 하루의 무게를 빨리 내려놓고 싶은 마음으로 대문을 열며 마무리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불안감을 가지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 하루의 삶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고 거리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오래 전 내가 어릴 적 뛰어놀던 집 앞 골목길의 풍경을 그려본다. 모퉁이를 돌아 저녁시간이 되기 전 마주치는 이웃에게 인사하는 소리, 아이들이 노는 소리와 저녁시간까지 놀던 아이를 야단치며 빨리 집으로 오라고 손짓하던 어머니들의 일상 모습들이 그립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정겹게 인사를 주고받던 골목길의 풍경 또한 그립다.

요즈음 하루하루 대구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다양한 표정을 짓던 사람들의 모습은 마스크로 인해 더욱 삭막해지고 있다. 웃음소리와 한마디 짧게 건네던 이웃들과의 인사도 더욱 적어졌다.

최근 이러한 변화들은 또 다른 문화를 만들고 있다. 정겹게 인사하며 악수하던 모습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지금까지 이어온 다양한 그들만의 인사법도 코로나19라는 위기로 인해 악수는 먼발치에서 목례 또는 팔꿈치, 주먹, 발로 하는 새로운 인사법으로 대신하고 있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무심코 악수를 청했다 거절당하는 모습을 보며 위기는 빠르게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이 변하고 문화가 바뀌는 위기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래도 따뜻한 위로의 눈빛과 서로를 응원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닐까? 어서 빨리 따뜻한 봄날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삶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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