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국회의원 선거구제도 유감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선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민등록 주소지 근거한 선거구
총선 출향인의 표심 반영 어려워

고향 선거구에 유권자 등록하면
부재자 투표 가능하도록 보완을

나는 경북 영덕 출신이다. 내가 어릴 때에는 우리 군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이 배출되었다. 몇 해 지나니 청송·영덕이 같은 선거구로 조정되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울진·영덕에서 이제는 영양영덕봉화울진이 한 선거구가 되었고, 이번에는 여기에 울릉군이 포함된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선거제도에 대하여 나는 최근 큰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과연 한 명의 국회의원이 이렇게 넓은 지역을 어떻게 관리하며 각 지역 주민의 뜻을 수용 반영하고, 그 지역의 현안을 해결할 것인가? 더구나 유엔해양법 체제하에서 경북 동해안은 해안에서 200마일(322㎞)까지가 우리 영토와 같은 개념으로 포섭이 되어서 수산 쪽의 업무도 엄청 늘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서울이나 부산의 선거구를 보자. 영덕군과 같은 땅의 크기보다 작은 구에도 국회의원이 2, 3명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국회의원 선거구는 인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부산에는 인구밀도가 높다. 젊은 이들이 상당수 도시로 이주한 시골에는 인구가 매우 적다. 영덕군의 경우 1950년대 10만 명이던 것이 현재는 4만 명이다. 반면에 서울이나 경기도에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경북의 국회의원이 한 군에 한 명씩 있던 때인 1950년대 그 수는 수십 명이었다. 지금은 13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 대신, 서울, 부산, 대구는 급격히 국회의원의 숫자가 늘었다. 2014년 11월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획정 인구수 편차를 3대 1로 한 것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2대 1로 하라고 했다. 지역 대표성보다 국민주권주의에 따른 1표의 등가성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선거구 하한선인 약 12만 명 유권자를 맞추다 보니 4개의 군이 하나의 선거구가 된 것이다. 경북의 여러 선거구가 영덕군의 사정과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제도가 현실에 맞는지, 출향인의 뜻에 맞는지,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목표에 맞는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현재 제도의 기본이 되는 인구는 주민등록의 주소지를 근거로 한다. 경북 사람들이 서울 등 도시에 주소지를 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출향인들의 일상을 보자. 그들은 각종 향우회와 동문회 모임에 한 달에도 2, 3차례 참석한다. 고향의 각종 행사는 물론이고 각종 길흉사에 고향 까마귀를 찾아다닌다.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누가 되는지 관심이 별반 없다. 그보다는 자신이 태어나 자랐고, 부모님이 살고 계시고, 정년퇴직 후 자신이 여생을 보낼 고향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선거일에는 주민등록을 이전할 수 없으니,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주소지의 후보자에게 투표하게 된다.

바다를 항해하던 선원은 사실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는데, 선박에서 부재자 투표를 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선거제도가 개선되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 제도의 이와 같은 문제점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출향인들은 주민등록부상 주소지를 이동시키지 않고도 선관위에 신고를 하면 자신의 고향 선거구 유권자로 지정되어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구 비례를 기본으로 하고 농어촌 지역의 입장을 고려하여 인구 편차를 2대 1로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바다와 관련된 요소가 추가적으로 고려되길 희망한다. 국가가 존속하기 위하여는 국민이 있어야 하지만, 국민이 살고 있는 영토도 필요하다. 그 영토에는 육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도 포함된다. 3해리(5.5㎞)가 우리 영해일 때가 있었다. 1982년 유엔해양법이 발효된 다음에는 해안선에서 200해리(약 380㎞)까지가 우리 땅이 되었다. 이 바다에서 다양한 생산 활동이 일어나 소득을 얻기도 하고 해상사고들이 발생한다. 이런 바다 관련 일들도 지역 국회의원이 담당해야 할 일들이다. 그렇다면, 해안가를 끼고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은 유엔해양법 발효 이후 오늘날에 일이 더 늘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오징어 조업 문제가 국회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해안을 끼고 있는 지역구에는 인구 편차를 3대 1 혹은 4대 1 등의 유연한 기준을 주어 국회의원들을 한 명이라고 더 배당해 주어야 한다. 바다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상원 의원을 주당 1명씩 배정하고 하원 의원은 인구 비례에 따라 인구가 많은 주는 많도록 하는 미국 건국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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