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의 종소리] 인도여인의 발 사랑

이재태 경북대 의대 교수

이재태 경북대 의대 교수 이재태 경북대 의대 교수

14억 인도인의 대부분은 따뜻한 지역에 거주하고, 많은 사람들은 맨발로 다닌다. 일생을 청빈하게 살았던 성자 간디의 모습에서도 맨발이 먼저 떠오른다. 맨발이 가난과 청빈함의 상징만은 아니다. 그들이 힌두 사원에서 신을 배알할 때는 존경, 겸손, 복종의 의미로 반드시 맨발로 들어선다. 인도인들은 발이 신성한 어머니와도 같은 땅에 신체가 접하는 곳이며 동시에 생동하는 우주의 에너지가 그들의 몸으로 들어오는 곳이라 믿는다. 필연적으로 거친 발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씻은 후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치장하였다, 상위층 여성들은 발 관리에 많은 시간을 썼고, 발찌와 발가락 반지로 치장하였다. 서민들도 발을 씻은 후 향기 나는 오일을 바르고, 헤나나 락 곤충에서 추출한 붉은 염료로 발바닥을 곱게 염색하였다.

인도 북서부의 신성한 고대 힌두도시 바라나시 여행자들의 기행문에는 인도인들이 신성시하는 갠지스 강가에서 목욕하는 사람들이 소개되고 있다. 윤회사상을 신봉하는 그들에게 목욕은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였는데, 강가에서 죽음과 환생이 이루어진다는 신화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태양왕조의 샤가르왕은 신에게 희생제를 지내기 위하여 말을 키웠다. 왕이 백번 째 제사를 지내기 직전 인드라 신은 이 제사를 지내면 인간들이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오르게 될까봐 불안했기에, 제물로 쓸 말들을 지하세계의 있는 카필라 성자의 명상처에 숨겼다.

왕의 아들들은 카필라 성자를 범인으로 생각하여 처벌하려했으나 오히려 분노한 그의 저주를 받아 재로 변했다. 아버지를 찾아 지하세계로 온 왕의 손자인 안슈만이 이 사실을 알고는 성자에게 진심으로 경배하며 용서를 구하였다. 성자는 천상을 흐르는 강가 여신의 물을 땅으로 내려 정화의식을 치르면 재가 된 조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한다. 후일 왕이 된 안슈만의 손자 바기라트는 조상을 구하기 위해 왕위를 버리고 히말라야에서 천년동안 고행하며, 강가 여신에게 내려와 달라고 간청했다.

결국 강물은 시바신의 머리타래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바기라트는 강가에서 영혼의 재를 씻고 정화시켜 조상들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힌두인은 강물에 일상의 죄를 씻어내고, 사후 갠지스 강가에서 육신을 화장한 재를 뿌려 현세의 윤회를 벗어나 영원히 천상으로 올라간다고 믿게 되었다. 강가의 목욕은 산 자의 회개와 죽은 자의 환생을 기원하는 인도인의 일상이 된 것이다.

 

바즈리 바즈리

여성들의 목욕용품 중 바즈리(vajri)라는 각질 제거 기능을 가진 발 화장 용구가 있다. 처음에는 돌이나 금속으로 만들었으나 이후 황동으로 주조되었다. 둥근형, 사각형, 마름모의 몸체 바닥면에 거친 격자 빗금이 있어, 발꿈치나 발바닥을 문지르면 자극이 되며 굳은살이 제거된다. 손잡이에는 코끼리, 말, 몽구스, 공작, 사자 등의 동물이나 전통 여인의 평범한 생활상이 조각되었다.

바즈리 바닥 모습 바즈리 바닥 모습

 

금속 통은 작은 구멍으로 통기되어 있고, 그 내부에 돌이나 금속 조각이 들어 있어 발을 문지를 때 '따르륵따르륵' 하는 음이 난다. 과거 인도 북서부 지방의 여성들이 강가에서 목욕할 때는 작은 종을 패용하였다. 근처를 지나던 다른 사람들에게 이 소리가 들리면 감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계의 표시였다. 여성들의 바즈리에 종소리가 추가된 이유이다. 바즈리가 내는 낮은 음에는 발을 씻으며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던 힌두 여성들의 경건함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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