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기획자가 쏘아올릴 작은 공

박천 독립큐레이터

박천 독립큐레이터 박천 독립큐레이터

오늘날과 같은 큐레이터(기획자)의 역할이 구축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큐레이터의 역할은 더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큐레이터'라는 단어의 어원은 '돌보다'라는 뜻의 라틴어 'curare(쿠라레)'에서 파생되어 14세기 중반부터 '큐레이터'로 쓰이기 시작했다.

최초에는 수집할 물건을 고르고 소장 중인 물건의 목록을 만들며 진열하는 역할 정도였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미술품과는 전혀 무관한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keeper(지킴이)'로서의 역할이 더 주가 되었다. 이후 18~19세기의 열강에서 대규모 컬렉터들이 생겨났고 이와 함께 큐레이터는 작품을 선정하고 해설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20세기 중반부터는 단순히 선정과 해설의 역할을 넘어 새로운 예술의 표현 수단을 실험하는 형태로 확장되었고, 현재에는 연출뿐만이 아닌 글(비평 또는 해설), 행정, 경영 등 전시 전반을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큐레이터의 역할이 늘어남과 동시에 전문적 지식과 업무적 세분화가 요구되다 보니 프리랜서 큐레이터, 즉 독립큐레이터가 등장하게 되었다. 한국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광주비엔날레 및 대안공간들의 출현과 더불어 독립큐레이터들도 활발한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재정적 한계와 더불어 국가의 지원 사업들이 대안공간과 독립큐레이터의 역할을 흡수함으로써 독립큐레이터들의 활동은 위축되었다.

작가에게 직접적으로 지원을 함으로써 행정이 독립큐레이터의 역할까지 대신하며 독립큐레이터의 수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후 2010년대부터는 기획이라는 영역의 중요도가 부각되기 시작했고, 2018년부터는 각종 공모에 '기획자' 공모의 빈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들이 늘어나면서 독립큐레이터들도 점차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젊은 큐레이터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나 인적 공백을 메우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전국에 많은 미술대학이 있지만 기획이나 예술경영과 관련한 학과나 관련 교과목의 개설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관에 소속될 수 있는 큐레이터의 수는 한정되어 있고, 반대로 독립큐레이터의 경우는 기관에 소속되는 형태가 아니기에 현장 경험의 부족과 선배들의 부재 등의 이유로 큐레이터 자원의 증가는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각자만의 시선으로 새로운 담론 구축을 시도하려는 큐레이터들의 등장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큐레이터는 항상 사이에 위치한다. 프로젝트를 기획함에 있어 작가(작품), 관객(사회), 기관(제도) 그리고 여타 협력업체 등을 이웃시키고 그 가운데에서 프로젝트 전반을 조율한다. 때문에 큐레이터마다 각자의 관점에 따라 동시대를 다르게 해석하고 창조적 시야와 아이디어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직 여물지 않은 시선일지라도 젊은 큐레이터들의 많은 시도가 필요하다. 쏘아올릴 쇠공이 떨어질 것을 알고 있더라도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큐레이터의 역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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