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도박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수필가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 수필가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 수필가

나는 화투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스톱을 안 한지는 아마 10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이유는 칠 때마다 돈을 잃어서이고, 또 동료에게 폐를 끼치기 때문이다. 잘 치는 사람은 몇 판만 돌아가면 상대방의 패를 읽는다던데 난 늘 어리벙벙하다. 되는대로 마구 치다가 민폐를 끼친다며 욕을 먹기 일쑤다. 점수 계산도 서툴러, 떠듬떠듬 세고 있을 때면 늘 상대방이 먼저 몇 점이라며 기를 죽인다. 돈 잃고, 욕먹고, 아둔한 머리까지 들통이 나니 좋을 리가 없는 것이다.

"복권은 당첨될까봐 안 산다" 라는 말을 해서 친구들의 공분을 산 일이 있다. 이 말은 농담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진심이 포함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복권은 거의 사 본 기억이 없다. 그 아득한 확률을 생각하면 불가능에 가깝기도 하거니와 실제로 당첨이 된다고 해도 적잖이 난감해질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반칙으로 이긴 경기처럼, 컨닝을 해서 붙은 시험처럼 찜찜할 것만 같다. 사내답게 정정당당한 승부로 살아온 내게는 맞지를 않는다.

남의 돈을 따겠다는 노름이나 혹시나 하는 요행을 바라는 복권은 사지 않았지만 인생 도박판은 크게 벌인 적이 있다. 운수업에 뛰어든 지 2년쯤 지났을 때였다. 당시에는 수원 영통 소재의 의약품 택배회사에서 수원~창원 간 편도 지입을 하고 있었다. 길이 멀기 때문에 하루는 상행, 하루는 하행으로 교행(交行)을 하고 있었는데,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대구 코스를 교행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내가 그 자리에 가면 당일치기가 가능할 것 같았다. 자리 값을 주고 두 자리를 합쳐 차 한 대로 '당일바리'에 도전을 하게 된다. 두 대 분을 혼자서 하니 돈은 되었지만 문제는 잠자는 시간이 4시간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목숨을 건 도박이 시작되었다.

어떤 계기를 만들지 않고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시작은 했지만 막상 부딪혀 보니 죽을 지경이었다. 쏟아지는 잠을 깨우기 위해 벼라 별 짓을 다했다. 고행(苦行)도 그런 고행이 없었다. 살면서 그때만큼의 절체절명이 있었을까 싶었다. 정말이지 죽음의 밑바닥까지 보았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석 달 가까이 하니까 어느 정도 적응을 해 갔다. 토, 일요일은 무한리필로 잠과 타협하면서 보기 좋게 성공을 거둔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는 명언은 그때 제대로 실감을 했다.

운에 좌우되는 사업은 노름이나 복권처럼 그야말로 도박이니 신중하게 선택할 일이고,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 다소 무리한 계획을 세우더라도 한 번은 크게 승부를 걸어볼 일이다. 그 싸움에서 이기기만 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가 있다. 사업적 성공은 물론이고, 승리감은 자신감으로 이어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다. 무엇보다도 남자라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짜릿한 성취감을 한 번 정도는 맛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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