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조국 파동과 함무라비 법전

함무라비 법전. 1조 무고, 5조 공정한 판결 조항이다. B.C18세기. 루브르 박물관 함무라비 법전. 1조 무고, 5조 공정한 판결 조항이다. B.C18세기. 루브르 박물관
김문환 세명대 교수 김문환 세명대 교수

"만약 누군가 다른 사람의 눈을 해치면 그의 눈도 해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문구다. 함무라비 법전. 복수법(復讐法)의 동해보복형(同害報復刑·탈리오 법칙)을 보여준다. 남에게 피해를 입히면 그대로 갚아준다는 의미다. 함무라비 법전에 실제 이런 조항이 있었을까?

함무라비 법전 282개 조항 4천 년 전 법전

이란의 역사 고대도시인 수사에서 1901년 12월~1902년 1월 프랑스 고고학 발굴팀이 길이 225㎝짜리 검은색 섬록암 비석을 땅에서 파냈다. 함무라비 법전(Code of Hammurabi)이다. 발굴팀은 무려 38만 점의 유물을 소장한 파리 루브르박물관으로 법전을 가져갔다. 루브르에 전시 중인 함무라비 법전은 언제 만들어졌을까? 바빌로니아 함무라비(재위 BC 1790~1750년) 치세 때다. 서문과 282개 법조항을 수메르 쐐기문자로 적었다. 언어는 셈족 아카드인의 말이다. 함무라비 법전은 일부 마모된 부분을 빼고 246개 조항이 완벽하게 판독됐다.

'눈에는 눈'의 복수법? 현대 자본주의 법전과 닮아

시카고 대학 하퍼(R. F. HARPER) 박사가 1904년 펴낸 '바빌론왕 함무라비 법전'(1904년)을 펼치자. 앞서 소개한 '눈에는 눈' 조항은 이 책의 73쪽에 나오는 196조다. 197조 내용도 비슷하다. '남의 뼈를 부러트리면 그 사람의 뼈를 부러트린다.' 함무라비 법전은 이렇게 흉측한 보복, 복수법인가? 법전의 13%가 사형 조항이다. 잔인한 법으로 비칠 만하다. 하지만, 법전 조항의 50%가 계약 문제를 다룬다. 예를 들면 황소 한 마리 끄는 일꾼의 임금이나 집 지을 때 계약조건 등을 소상히 담는다. 법전의 3분의 1은 상속과 이혼, 친권의 가사 문제다. 현대 자본주의 법전과 다르지 않다.

함무라비 법전 1조, 무고죄 엄중 처벌

한국 사회 최대 이슈로 떠오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함무라비 법전을 비춰본다. 하퍼 박사의 책 11쪽 함무라비 법전 1조는 "만약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범죄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고발했는데, 그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고발한 사람을 사형에 처한다." 즉 무고죄를 사형으로 다룬다. 모든 법의 1조는 그 법의 가장 핵심적인 사상을 반영한다. 4천 년 전 함무라비 법전은 죄 없는 사람을 고발하는 무고 방지였다.

함무라비 법전 5조, 판결 실수 판사 영구 추방

또 하나의 조항을 보자. 역시 하퍼 박사의 책 11쪽을 펼쳐 5조를 읽는다. "만약 판사가 판단해서 결정을 내리고, 이를 서명해 판결했는데 나중에 그 판결을 바꾸는 경우에는 판사가 자신이 내렸던 판결을 책임진다. 판결했던 벌금보다 12배로 물어낸다. 그리고 그 판사를 판사석에서 내쫓고, 다시는 판사석에 앉히지 않는다." 판검사가 정의나 원칙, 사실에 입각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수사하거나 판결하는 악행을 막는 조항이다.

국민 분열 부추기는 여야의 고발 경쟁

2018년 12월 20일 자유한국당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흘러 2019년 10월 2일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사와 검찰 관계자를 '피의사실 공표 및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 사회를 집권 통치하는 여당과 국정 운영 동반자인 제1야당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발에 나서는 모습은 단순한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양당을 지지하는 세력 간 진영 다툼으로 번진다.

함무라비 법전 교훈, 엄정한 사법 판결

시민단체나 국민이 내 편 네 편 나눠 고발이나 비난 대열에 합류한다. 증거나 합리적 추론조차 없다. 공지영 작가, 유시민 작가, 광화문 조국 구속 촉구 집회,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 조국 전 장관 동생 영장 기각 판사와 발부 판사. 우리 사회 원칙과 이성이 작동하는지 묻는다.
그리스 최고의 극작가 소포클레스의 2천500년 전 말이 새삼스럽다. "이성은 신이 준 최고의 선물. 하지만, 증오나 좋아하는 마음을 가질 때 이성은 어이없이 무너진다." 진영에 갇혀 혼란스러운 현실에도 합리적인 국민은 바란다. 분열보다 통합에 우선 가치를 두는 정치를. 진영을 떠나 특권, 기득권, 반칙 없는 공정한 사회를. 무고, 자의적 수사나 판결이 없는 원칙과 정의의 사법부를…. 4천 년 전 함무라비 법전이 주는 교훈과도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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