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솔론의 행복

"누가 가장 행복한가" 칭송 바란 왕에게 '정직·효심·우애 깊은 이들' 말해… "재물과 권력은 결코 영원하지 않아"
"금권정적 신분제도 자리잡는 오늘날, 평벙한 서민이 행복한 사회이기를"

조수정 대구가톨릭대 교수 조수정 대구가톨릭대 교수

재물과 권력 가진 정복자 왕보다
아테네 시민이 행복하다는 솔론

금수저·흙수저 논란의 우리 사회
금권 신분제도 자리 잡을까 우려

그리스는 어떤 나라일까?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이렇다 할 교류도 별로 없다 보니 북한이나 미국, 또는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에 비교해 보면 전해 오는 뉴스가 많지 않다. 최근에는 어려워진 경제 상황이나 불안한 정치 소식만 이따금 들려올 뿐이다.

하지만 고대의 그리스는 수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를 배출해 사상과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서양 고전 100선에 반드시 포함되는 그리스 신화를 비롯해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경기, 현대 민주주의의 기원이 된 아테네 민주정 등을 통해 인류 역사에 매우 굵직한 역할을 담당하여 그 영향력이 현대에까지 미치고 있다.

아테네 민주정의 기초는 솔론(Solon)이라는 인물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기원전 6세기에 활약한 정치가로, 감수성이 풍부한 시인이기도 한 까닭에 법률을 시로 표현할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의 상황을 보면, 도시국가인 아테네의 시민들은 원래 균등한 경제적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빈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곡물 생산량으로 환산한 소득의 차이가 무려 500대 1에 이르게 되었다.

상업과 무역에 종사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빈민으로 전락하여 정치에 참여할 수도 없었다. 급기야 신체를 저당 잡히는 일까지 발생했다.

솔론은 부의 불균등한 배분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해악과 그 심각성을 깨닫고, 이른바 '솔론의 개혁'으로 불리는 입법을 단행했다. 신체 저당 금지와 부채 말소를 중심으로 한 경제 개혁과 귀족세력 약화와 민중 법정 창설을 골자로 한 법질서 확립이 주된 내용이었다. 안타깝게도 솔론 이후 아테네는 여러 당파로 분열되어, 솔론의 개혁이 열매를 맺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다.

솔론은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 그가 추구했던 것이 단순히 경제적 부의 균등한 배분이었다면, 그의 이름이 현인(賢人)으로 기억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솔론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을 차례로 정복한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크로이소스는 엄청난 부와 권력을 배경 삼아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인가?"라고 물었는데, 물론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칭송을 듣기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솔론은 아테네의 평범한 시민인 '텔루스'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텔루스는 크로이소스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서민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정직한 사람이었고,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웠으며 조국을 지키다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 행복의 이유였다.

왕은 재차 "그 사람 다음에는 누가 행복한가?"라고 물었다. 솔론은 '클레오비스와 비토'라는 아테네 형제를 소개하며, 그들이 용감하며 서로를 아끼고, 어머니에 대해 효성이 지극했기 때문에 역시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대답했다.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자 분노한 왕에게 솔론은 지상의 재물과 권력은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니 그것으로 행복을 가리는 것은 헛된 일일 뿐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데, 크로이소스가 페르시아에게 패하여 화형당하게 되자, 뒤늦은 후회와 함께 솔론의 이름을 크게 세 번 외쳤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어떨까?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금권정적 신분제도가 자리 잡아가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한 달 수업료가 200만원을 훌쩍 넘는 영어 유치원이 있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만족하는 일반 시민으로서는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솔론과 크로이소스의 대화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정직하고 용감하고 자식을 정성껏 키우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평범한 서민들이 행복한 사회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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