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둘레] 롤러코스터에서 배워본 삶의 한 수

구미과학관 관장 구미과학관 관장

얼마 전 지인에게서 그림책을 선물로 받았다. 태어나서 100세가 될 때까지 그 나이에 일어날 법한 일을 페이지마다 삽화를 곁들여 한두 문장으로 적어 놓은 책이었다. 궁금해 제일 먼저 펼쳐본 필자의 나이엔 이런 글이 있었다. '어릴 때 보았던 그 나이 때 사람들이 네 자신이란 생각은 전혀 안 들지.' 그렇다. 100세엔 무슨 글이 적혀 있을지 또 궁금해 뒷장을 들춰보았다. 심오한 깨달음을 기대한 인생의 마지막 장은 물음표였다.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

놀이공원에 있는 롤러코스터는 오르락내리락하는 경로로 인생의 부침과 결부해 종종 회자되고 있다. 주로 올라가는 걸 좋은 일이 일어난 걸로, 내려가는 걸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으로 말이다. 롤러코스터 주행을 에너지 측면으로 보면 에너지변환과 에너지보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상에서 모터의 힘으로 높이 올라간 롤러코스터 차량은 나머지 구간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얻게 된다. 높이는 위치에너지다. 충분한 위치에너지는 차량을 멀리 잘 갈 수 있도록 한다. 위치에너지는 내려올 때 속도감을 가진 운동에너지로 변환된다. 첫째 언덕을 가파르게 내려오던 차량은 멈추지 않고 다음 언덕을 다시 오른다. 같은 높이의 두 번째 언덕도 훌쩍 넘어갈 기세다. 에너지가 보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론 같은 높이의 언덕을 넘지 못하고 4분의 3 높이에서 차량이 앞뒤로 왔다 갔다 한다. 처음 가지고 있던 총에너지를 주행하는 동안 바닥마찰과 공기저항으로 일정량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 주행의 에너지보전은 신영복의 '나의 동양고전독법 강의'에서 주역의 자리(位)를 설명하며 첨언한 '70% 자리가 득위의 비결'이라는 구절을 떠오르게 한다. '능력이 100이라면 70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는 저자의 생각. 첫째 언덕의 총에너지가 100이라면 다음 언덕의 높이는 처음의 4분의 3보다 낮아야, 즉 70 정도가 되어야 그것을 가뿐히 넘어갈 수 있는 롤러코스터와 묘하게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롤러코스터는 올라갔다 내려오는 경로뿐 아니라 거꾸로 돌고 좌우로 비트는 구간이 있어 타는 사람의 간장을 흔들어 놓는다. 몸이 붕 뜨고 속이 뒤집히는 느낌은 중력과 관성력의 작용이다. 우리가 땅을 딛고 걸어 다니고, 번지점프를 하면 초당 9.8m의 가속도로 지상을 향해 떨어지는 것은 모두 중력 때문이다. 중력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몸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게 하고, 내려갈 때 몸이 뜨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는 우리 몸이 관성으로 인한 관성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관성이란 정지하거나 움직이고 있는 물체가 속도나 방향의 변화에 대해 저항하는 것을 말한다.

롤러코스터에서 관성력은 차량의 속도와 방향이 급격히 변할 때 느껴진다. 롤러코스터 차량이 정점에서 가파르게 내려올 때 일시적으로 몸이 떠오르는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는 이유가 갑자기 방향을 아래로 바꿔 중력가속도로 근접해 떨어지는 차량에 저항하는 우리 몸의 관성력 때문이다. 이때 일상에서 느끼는 중력가속도인 1G(9.8m/sec²)보다 낮은 0~1 사이의 가속도를 경험하며 짜릿한 스릴을 맛보게 된다. 다시 아래로 내려온 롤러코스터가 위로 방향을 바꾸면 이번엔 아래로 향하는 관성력에 의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이때 우리는 2~5 사이의 중력가속도를 느끼게 된다. 중력가속도의 변화는 적당할 때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너무 낮거나 높고 장시간 지속되면 혈액이 머리나 다리에 몰려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

롤러코스터를 즐기는 이유는 속도의 빠르기가 아니라 속도의 변화다. 인생도 마찬가지일 듯싶다. 우리가 누리고 싶은 삶은 빠르게 흘러가는 삶이 아니라 변화 있는 삶이다. 다음 언덕을 넘지 못해 멈추는 변화가 아니라, 장렬하게 한 번으로 끝나는 변화가 아니라, 에너지가 다하는 순간까지 잔잔하게 이어지는 변화. 평소 다니던 길을 벗어나 낯선 길로 가보는 거 같은 소소한 변화 말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가던 방향을 바꾸어 잠시 관성을 거슬러 보는 것이다. 그곳에 인생의 즐거움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롤러코스터에서 배워본 삶의 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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