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북핵 플랜 B를 준비할 때다

북핵 무력 완성 도달, 안보리 제재 무력화 등 영향… '2년 여 미·북 협상 기간 북핵 고도화에 기여'
"동맹 쉽다는 미국에 핵우산 강화 기대 어려워, 자체 핵무장 진지하게 검토해야"

장동희, 경북대 초빙교수/전 주핀란드 대사 장동희, 경북대 초빙교수/전 주핀란드 대사

합의·파기 거듭하며 핵 발전시킨 北

美 압박에 포기? 섣부른 기대 금물

동맹 우습게 아는 트럼프 믿기 곤란

우리도 자체 핵무장 방안 검토 필요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스톡홀름 미·북 실무회담이 별 성과없이 끝났다. 북한 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이날 오후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미국이 빈손으로 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이 스웨덴 측의 2주 내 실무협상 재개 초청을 수락한 데 반해, 김명길은 "미국이 판문점 회동 이후 아무런 셈법을 만들지 못했는데 2주 안에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까"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협상장에서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중단으로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취했다며, 미 측의 상응조치가 없으면 실험 재개도 불사하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한다.

앞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금년 말까지 시한을 정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미·북 회담의 목적이 무엇인지 헷갈린다. 무엇이 북한으로 하여금 이와 같은 자신감과 고압적 자세를 갖게 했는가?

첫째는 북한이 핵 무력 완성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간 6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탄두 소형화까지 거의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핵탄두도 30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 SLBM 실용화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SLBM은 오키나와는 물론 괌, 하와이 그리고 미 본토도 사정권에 둘 수 있다.

북한 내 지상 핵무기가 다 파괴된다 해도 SLBM은 북한이 2차 반격을 할 수 있게끔 해 준다. 즉, 상대방이 함부로 공격할 수 없도록 북한에 최소 억제전략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둘째는 안보리 제재의 무력화다. 2017년 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로 러시아와 중국까지 제재에 적극 가담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극도의 위기감을 느낀 김정은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대한민국과 전 세계를 향해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 이후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과 2차에 걸친 미·북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를 가라앉히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절차를 밟았다.

아울러 지난 6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중국 당국은 대규모 식량 원조에 더해 북한 방문 관광객을 대대적으로 늘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다. 이는 결국 외환 고갈 위기에 처한 북한에 안보리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숨통을 터준 셈이다.

셋째는 미국 국내정치 상황에 대한 고려다. 김정은은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탄핵까지 거론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에 조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김정은이 금년 말까지 시한을 못박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도 미국의 정치 스케줄을 감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2년에 가까운 지난 시간은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협상력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판명났다. 지난 20년간 합의와 합의 파기를 번갈아가며 핵 능력을 발전시켜 온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제는 북핵 협상이 실패로 끝날 경우에 대비한 플랜 B를 준비할 때다.

핵은 절대무기다. 핵을 가진 북한에 대해서는 핵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방법은 미국의 핵우산 강화나 자체 핵무장뿐이다.

그러나 "동맹은 매우 쉽다"(Alliances are very easy)며 동맹을 언제나 파기 가능한 계약 정도로 여기는 트럼프에 마냥 의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북한 핵이 미 본토를 타격할 능력까지 갖췄을 때, 미국이 과연 희생을 감수하며 우리에게 핵우산을 제공해 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자체 핵무장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 같은 동맹국에게 우호적 핵 확산을 허용하는 것이 동북아 핵 세력균형을 이루고, 더욱 효과적으로 북핵에 대응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동맹국 스스로 방위능력을 갖출 것을 주문하는 트럼프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기회는 스스로 찾는 자에게 찾아온다.

 

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이사(전 주핀란드대사·국제법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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