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돋움] 아이들이 어른에 추천하는 책…'흔한 남매' '바꿔!'

 

김은아(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김은아(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요즘 아이들 책 안 읽는다고 걱정하는 어른들이 많다. 그런데 살펴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기 또래들 사이에서 통하는 책을 열심히 본다. 부모가 원하는 책을 보지 않을 뿐이다. 이렇게 된 책임이 어른들한테 있다고 지적하는 작가가 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다니엘 페낙이다. '말로센 시리즈'와 '까모 시리즈'로 한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소설가다.

페낙은 그의 독서에세이 "소설처럼"(문학과지성사)을 통해 아이들이 책 읽기 싫어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풀었는데 목차부터 신선하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독서 행동들을 목차로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낙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든, 침해당할 수 없는 스스로의 권리가 아이들에게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며 읽을 권리,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등이다.

30여 년간 교직에 있으면서 독서 지도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아이들은 어느 날, 어른들이 다정하게 읽어주던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추상적인 글자의 세계로 던져진다고. 게다가 권장도서 목록은 왜 그렇게도 많은지. 아이들이 책을 떠난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아이들을 책의 세계에서 쫓아낸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권장도서 목록에서 뜨끔해졌다. 독서교육을 주제로 강의하러 가면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 오래 전부터 만들어 놓고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있어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어른들이 기를 쓰고 읽히고 싶어 하는 책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권장도서 목록이 과연 아이들 마음에 들까? 반대로 아이들도 어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을 텐데…. 그래서 초등학생들과 중고등학생들을 만나면 책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런 책을 읽어라" "이런 책이 좋다"라고 말하는 어른들의 교육 방식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거꾸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신선하게 느껴지는지 목청껏 외친다.

자신 있고 당당하게 제목을 말하는 모습이 참 예쁘다. 아이들은 상대방의 나이와 독서 취향 같은 건 고려하지 않는다. 자기들이 재미있게 읽은 책이 옳다고 믿는 것 같다. 책의 장르와 격을 따지면서 당신이라면 벌써 이 책을 읽었을 것 같다는 이유로 머뭇거리는 어른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래서 아이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다.

최근에 가장 많이 추천받은 책은 "흔한 남매"(아이세움)이다. 학교와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 심지어 아홉 살 난 조카도 "흔한 남매"를 얘기했다. 그렇게 "흔한 남매"에 입문한 이후 짬짬이 만화책을 펼쳐 보며 '큭큭' 거리며 웃었다. 심지어 원작인 유튜브 영상까지 찾아보기에 이르렀다. 어린이의 웃음코드에 맞췄다는데 오누이의 티격태격하는 일상이 어른들에게도 추억을 소환한다.

책에는 과장된 대목이 더러 있지만 '공감'이라는 코드가 존재한다. 남매가 있는 집뿐만 아니라 형제가 있는 집이라면 서로 아웅다웅하는 게 일상이니까. 원수같이 싸우다가도 장난감이나 갖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먹고 싶은 게 있을 때, 아빠 엄마에게 요구 사항이 있을 때는 의기투합한다. 그것이 바로 형제애다.

은근히 빠져든다. 아이들이 목소리 높여 추천하는 이유를 알겠다. '흔한 형제', '흔한 자매'라는 제목으로 패러디 만화를 만들어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유독 큰 목소리로 동화책 "바꿔!"(비룡소)를 외친 아이도 기억에 남는다. 가족과 친구, 다양한 관계 속의 자신과 타인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강조하지만 처지를 바꿔 생각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바꿔!'라는 앱은 상대와 1분간 통화하는 것만으로도 역지사지를 실천할 수 있게 해준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런데 열한 살 아이가 이 책을 내게 권한 이유가 뭘까?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보다.

가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건네 보면 좋겠다. "할아버지가 어떤 책을 읽으면 좋겠어?" "엄마한테 책 한 권 추천해 줄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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