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 옛그림 예찬]정선(1676~1759) '해인사'

미술사 연구자

종이에 담채, 23.6×67.6㎝,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종이에 담채, 23.6×67.6㎝,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겸재 선생은 영남의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도 여러 점 남겼다. 이쪽으로 근무하러 왔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도움으로 음서(蔭敍)로 벼슬길에 올라 40여 년 관직에 있는 동안 지방 수령을 3번 지냈다. 지금의 경산시에 속한 하양현령(1721~1726년)을 46세 때부터 5년간 지냈고, 포항의 청하현령(1733~1735년)으로 있는 동안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상을 치르기 위해 사임하기까지 2년 부임하는 등 7년을 경상도에서 살았다. 이병연과 '시거화래'(詩去畵來)하며 경기도 양천현령을 지낸 것은 65세 때부터 5년간이다.

정선은 70대까지 현역이었고 '연팔십여(年八十餘) 필익신(筆益神)', 곧 나이 80여세에 필력이 더욱 신묘했다. 대기(大耆)의 나이인 팔순에 이르자 노인을 공경하는 수직(壽職)으로 종2품 동지중추부사로 승직했는데 그의 이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품계였다.

정선은 원래 사족(士族) 가문이었으나 증조부 대부터 벼슬이 끊어져 가세가 쪼그라들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는데 아버지마저 14살 때 돌아가시자 홀어머니와 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소년가장이 되었다. 과거를 치를 형편이 아니어서 "소시 적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한 그림 쪽으로 입신의 길을 찾았던 것 같다. 어디서 그림을 배웠는지는 알 수 없으나 30대부터 '명화가'로 이름이 났다.

겸재 선생의 발길이 닿는 곳 마다 그 곳의 명소가 그림으로 탄생했다. 진경산수 걸작 중에 '정양사'를 비롯해 부채그림이 많은데 영남의 명소 가야산 해인사를 그린 '해인사'도 명품이다. 해인사 건너편 산등성이에 있는 산내 암자인 보현암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능선에서 보면 이런 구도로 해인사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부채 속 산세도 가야산을 가본 사람에게는 낯설지 않다. 절 왼쪽으로 홍류동 계곡을 두고 다리 건너에는 사명대사가 입적하신 홍제암과 삼문(三門)도 그렸다. 오른쪽 아래 일주문인 홍하문부터 가장 위쪽 팔만대장경 판전까지 정연한 가람 배치 속에 기와지붕이 날렵하다.

해인사는 홍류동과 홍하문의 '홍'(紅)이 단풍에서 왔을 정도로 가을이 더욱 아름답다. 단풍이 군데군데 물든 광경으로 '해인사'를 그린 것을 보면 겸재 선생은 딱 지금 같은 초가을에 갔던 것 같다. '한국관광 100선'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13년부터 2년 주기로 선정하는데 해인사는 4회 연속으로 개근했다. 올해 가야산 첫 단풍은 10월 14일, 절정은 10월 27일로 예보되었다. 겸재 선생의 구도로 해인사를 한 컷에 담아보는 가을되시길.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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