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원칙대로 수사할 수밖에 없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노동일 경희대 교수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절제된 검찰권 행사' 대통령 발언

윤 총장 그만두라는 말과 같지만

검찰 수사 받는 법무장관 나라서

총장이 물러나지 않은 것은 당연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 과정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경우이다. 박지만 씨 친구라는 이유 때문이었을까. '세월호 유족 사찰' 죄목 때문이었을까. 검찰은 그에게 유독 가혹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나타난 그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검은 헝겊인지 수건인지를 덮었지만 선명한 검찰 마크 때문에 눈에 안 보이는 수갑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검찰의 관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한 법집행이었다. 흉악범도 아니고 도주 우려도 없었다. 포토라인에 선 유명인치고 영장심사 과정에서 수갑을 채운 경우는 없었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안희정 전 지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도 그랬다. 집권층의 심기를 헤아린 검찰의 과잉행동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군인의 명예에 대한 의도적인 짓밟기였다. 이 전 사령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에는 그 같은 모욕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지인들에 대한 수사 등 검찰의 끊임없는 괴롭힘이 있었다고도 한다. 현직 신분의 변창훈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역시 비슷한 충격이었다. 오전 7시 아이들 보는 앞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검찰에 대한 반발이 아니었을까 싶다.

인권 보호, 엄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 지난 정권 관련 수사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여권 누구도 말하지 않던 단어였다. 수사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사건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정치공세라며 일축했다. 더욱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검찰에 대한 독려만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이유이다.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권 행사'의 핵심 지침으로 검사들의 가슴에 담아야 할 내용이다.

문제는 발언 시점이다. 앞서 본대로 검찰 수사가 숱한 부작용을 나을 때 문 대통령이 같은 발언을 했다면 어땠을까. 반대자를 포함한 모두에게 천금의 무게로 작용했을 게 틀림없다. 검찰 조직 전체가 스스로 조심하며 절제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조국 법무부 장관 집 압수수색에 대한 불만 표출로 해석될 뿐이다. 적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혹독해도 우리 편에게는 봄바람처럼 부드러워야 한다는 주문으로 들린다.

다행인 것은 과거와 같은 구도가 되풀이 되지 않은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김각영 검찰총장은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에 사표를 던졌다. 강정구 교수 수사에 대한 천정배 법무장관의 지휘권 행사로 김종빈 총장이 물러난 적도 있다. 관행적으로 볼 때 문 대통령의 발언은 윤석열 총장이 그만두라는 말과 진배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다. 진중권 교수의 말대로 "청문회를 통해 도덕성을 상실한"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도 직을 유지하고 있다. 수사는 "아내와 검찰 사이의 다툼일 뿐"이고 본인은 검찰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한다.

임기가 보장된 윤 총장이 물러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어떤 압력이 있어도 중도 사퇴라는 '과거의 관행'을 따라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재차 "검찰이 해야 할 일은 검찰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검찰은 원칙대로 수사를 하면 된다. 빠른 시간 내에 조 장관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조 장관 아들 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이 비판 받는 별건 수사이기 때문이다. 애초 제기된 의혹에만 집중하여 결과를 밝혀야 한다.

여권 전체도 영웅시하던 윤석열 검찰에 돌을 던지는 행위를 멈추고 국정에 집중해야 한다. 조 장관 수사에 보복하듯 '검찰 개혁'을 외칠수록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검찰 개혁의 요체임은 다 알고 있다. 검찰이 개혁을 방해해도 필요하다면 국회의원들이 법을 통과시키면 된다. "조국만이 할 수 있다"거나 촛불집회가 있어야만 한다면 스스로 의원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런 말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

문 대통령, 조 장관, 정치권, 윤 총장, 검찰 모두 호랑이 등에 탄 형국이다.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제 할 일을 할 때 국민들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